입양 [adoption, 入養] 이란 참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단어다. 한때 이 단어가 의미하는 세상에 대해 몹시 격앙된 상태로 바라본적이 있었다. 해외의 경우 입양은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이자 가족의 재구성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양은 차원이 다르다. 특히 해외 입양에 대해선 시선이 곱지 않았다. 물론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고운 마음도 작용했다. 그러나 입양에 대한 나의 시선이 씁쓸한 것은 여전하다. 아름다운 관계망 형성이란 차원이 아닌 불쾌함과 분노로 가득찬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틈이 날 때 마다 관련 자료를 찾고 그것을 연작 시로 남겼다. 따뜻함 보다는 측은함과 분노로 얼룩져 있던 시절이기에 거칠고 표독스럽다. 착상은 팔십년대 중후반 부터였고 글로서 정리하여 남긴 것은 1990년이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위하여
너는 아느냐 아가야
어제의 조국 코리아
너를 데려가는 나라가 갈라놓은
분단의 응어리진 땅
이산의 눈물 잠시도 마를 날 없는
외세가 판을 치는 땅
독제와 독점자본이 심어 놓은
온갖 퇴폐향락이 뒤범벅 된
인명경시의 나라를
너는 아느냐 아가야
부모가 너를 버리고
나라가 너를 팔아
정부예산 충당하는 나라를
너는 아느냐 아가야
높은 사람들 은밀한 배려로
파란눈의 나라로 팔려가는
오늘 너의 운명을
너는 아느냐 아가야
노동자, 농민을 팔아 이룩한
눈물나는 경제성장으로
영구분단 올림픽 열었던
문화민족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너는 아느냐 아가야
수잔.브링크의 아리랑을위하여 2
-김은정-
아메리카
내 갈갈이 찢어도 시원치 않을 땅으로
8살 은정이는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은정이는 갔다
단지 고아라는 이유로
한국애들은 싸고 똑똑하다고 해서
너무도 쉽게 팔려갔다
잠시 길러준 세 번째 엄마가 가라고 해서
은정이 대신 브리에란 이름달고
방학이라 외할머니댁 가듯
그 낯선 나라로 훌쩍 가버렸다
울면 안된다고 해서 울지도 않고
말잘들어라 해서 말잘듣는 은정이
영 가서는 말을 잃었다는 은정이
전에 살던 곳의 말은
새식구들이 못알아 듣고
새식구들이 하는 말은
은정이가 못알아들어
그만 말을 잃어버린 은정이
요즘 은정이는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괴상한 말을 한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한다
* 은정양은 89년 입양 당시 8살이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위하여 2
-박희선-
동방복지회관 2층 아동병원
인큐베이트 속 버려진 숫한 핏덩이를 본다
이미 생모는 친권을 포기하고 돌아선지 오래
잠든 너희들은 엄마품에서 젓꼭지라도 빨고 있는지
연신 입맛을 다시며 새록새록 자는 모습이란
참으로 평화롭기 그지없지만
실은 세상의 슬픔은 죄다 끌어모은 듯
침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곳
나는 잠시 지난한 해 생겨난
일만 오천명의 미혼모를 생각한다
대게가 빈농출신이거나 저소득 계층의 딸로서
직업은 저임금 생산직 노동자가 대부분이고
학력은 중졸 이하가 태반이라는데
이제 머잖아 너희는 팔려간다
엄마가 아닌 마마가 사는 나라로
정부의 은밀한 지원 아래
두당 삼십여 만원씩 먼저 팔려간 언니 오빠들처럼
더러는 장기은행의 장기제공자로
더러는 성. 대상자로 매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달고
미국으로 구라파로 팔려들 간다
언제인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였다
한떼의 너희들은 울었다고 하더라
기구한 운며을 알기나 하듯
하나가 울고 일제히 자지러지는 그때
마침 기내에는 외국선적 참치잡이 돈벌러 가는
우리 노무자들이 있어 아버지처럼 보듬고 다랬다는데
팔려가는 너희나 노무자들 신세가 다를 바 없어
그만 기내가 울음바다로 변했다는 애길 생각하면
아, 미치겠다
이땅에 흔해빠진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는 미쳐서 돌아버리겠다
오늘도 텔레비젼에는 너희들의 을음이 흐르고
그때처럼 내 고막은 사정없이 찢기우는데
보사당국의 어느 책임자는 당당히 말한다
이땅에서 커봐야 사회문제밖에 더될 골치거리
너희를 위한 길은 예나 지금이나 수출뿐이라고
그래야 국익과 민간외교에 도움이 된다고
입양기관은 입양기관대로 조직의 생존과 확대를 위해
입양이 간편하고 수수료가 비싼 해외입양에 몰두한다며
지금도 더 많은 입양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관계자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을 때
미치겠다
참말로 나는 미쳐서 길길이 날뛰고 싶다
이 개새끼들아 개만도 못한 개새끼들아
가난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가난 때문에 순결을 팔고
가난 때문에 자식 조차 버려야만 하는
미혼모를 생각하면
나는 미치겠다. 환장하겠다
팔짝팔짝 뛰고 발광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칼이라도 있다면 총이라도 있다면
아니 그냥 물어 뜯어 잘근잘근 씹어
갈갈이 찢어 버리겠다
시방도 복지회관 골목을 서성이며
울고 있을 어느 미혼모를 생각하면
* 김남주의 어느 항구의 여자를 생각하면
* 박희선양은 88년 입양당시 한 살이었다
그랬다는 이야기다. 사실 제목으로 단 어떤 입양은 사회복지적 측면, 예컨데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와 사이와 같은 관계를 만드는 신분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 잡기인데 너무 거창했다. 아무튼 얼마전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기록해왔던 생태문화 관련 비디오 테이프를 더는 집에 보관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 누군가에게 기증(처리)하기로 했다.
그 기록이란 것이 나름 부지런해야만 수집되는 것이라 시간적으로나 내용에 대한 사전 검색이 필요했다. 시초는 환경운동연합에 적을 두고 있을 때 나름 학습의 일환이었다. 출처도 다양했고 분야도 넓었다. 생태환경 뿐만이 아니라 문명사를 포함하여 사회상 등
처음에는 단순히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는데, 그 갯수가 점점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2002년 쯤 큰 마음 부터 테이프에 번호를 매기고 목록을 만들었다. 마지막 작업이 2012년 초 쯤 되려나 ... 그렇게 해서 모았던 테잎수가 315개였다. 내게는 이 비디오 테잎이 또 다른 도서관이었다. 사실 그동안 각종 원고 작성에는 이 비디오들이 나름 큰 기여를 했다. 논문이나 단행본 등이 부족한 시각적 상황을 비디오테이프는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게 했다.
원래 이 테잎들은 부산환경교육센터에 다른 책자들과 같이 기증하려고 했던 것인데, 센터 이전이 늦어지고, 거기다 집 내부 상황이 더이상의 보관이 어렵게 됨으로서 고신
생물학과 문태영교수에게 가게 된 것이다. 화질이 어떤지 보관상태가 어떤지를 불문하고 기꺼이 맡아준 문교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채곡채곡 챙겨 박스에 넣고 보니 6상자 분량이었다.
비디오 테잎을 보내고 난 다음 처음으로 우리집이 좀 넓어 내 '서재'가 있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지만 이 또한 내게는 이벤트가 된지 오래다. 해마다 12월이면 보관해야 할 책과 버리거나 기증해야 할 책들을 분류한다. 그래야 살기 때문이고 구질굴질 한 것을 싫어하는 아내의 성격상 '불필요한 다툼과 언쟁'을 피하고 속 편하게 살기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평수 넓은 집에 대한 미련은 없다. 대신 텃밭이 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가고 싶은 생각은 많아졌다. 잘가거라 비디오 테이프야
The Sound of Silence / Emiliana Torrini
출처: 다음 블로그 아름다운 음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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