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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2013년 추석

by 이성근 2013. 9. 22.

 

추석 닷새전 퇴근길에 보았던 달이다. 은행이 열매를 수북히 달고 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추석치례 걱정에 마음이 불편했던 일주일, 넉넉함에 대해 또는 여유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움추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눔과 배려가 있어 본가로 가는 길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제 고향은 벌초 때나 시사 때 가는 특별한 행사가 되었다. 게다가 작년서부터 벌초도 대행하다 보니 고향갈 일은 더욱 멀어 졌다.  

본가에서의 추석은 어머니와 맏며느리인 아내가 거의 다 준비 한다.  올해는 제사 없는 막내 여동생네가 일을 도왔다.  어머닌 밤 늦어 생각난 듯이 단술을 만들었다.   

차례를 지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와 삼촌,  언제부터인가 삼촌이 아버지를  각별하게 모시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이면 즐겁다.  아버지는 그런 삼촌을 더 붙들어 놓고 싶어 하지만 창원 사는 삼촌은 항상 점심 이루에는 일어 선다.  그 뒤로 이종사촌이며 오촌 육촌 친지들이 인사를 오고,  그 때마다 상을 차려내는 아내와 어머니 그렇게   손님맞이가 일차적으로 끝나고 나면   처가집으로 향한다.  오후늦게부터는 여동생들이 오기 때문이다.

너른 김해 들녁이 숨통을 트게 한다.

예전에 처가집에서 논으로 사용하던 땅인데 천변 저류지로 조성되었다.  그냥 농사를  지으면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설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보상 후 이렇듯  잡풀의  서식 공간이 되었다.

모처럼 처남들이 다 모였다.  통상 우리 식구들이 도착할 즈음이면 큰 처남네는  큰 처남대로  처가집 간다고  일어서기 바빴다.  올해는  연휴가 길다 보니  여유가 있었든지 둘러 앉아 술도 한잔 마시고 또 기분이 동해 윷도 한판 놀기로 했다.

장인은 심판이 되고 네 가족이 팀이 되어 세판을 놀았다. 등수에 따라 판돈을 걸고,  엎치락 뒤치락 두 판 내리 꼴등을 했던 우리집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여 모두 회수하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는데,  그 재미와 흥을 그대로 죽이지 않기 위해 한림읍에 있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조카들과 우리집 막내가  좋아라 팔짝팔짝 뛰기도 하였다.  어른과 애들을 구분하여 놀려고 했는데 주인이 거부 했다.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들에게 방을 따로 내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조카들의 경연이 있고 난 다음

가족단위 경연

그리고 아내의 형제들과 시누이간 경연을 끝으로 흡족한 시간이 되었다.

한림의 아침 공기는 달랐다.

참취밭 너머 산자락 풍경이 좋다. 졸참나무 도토리가 익어 하나 둘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침밥 먹고 아이들은 호미 하나씩 들고 흙장난을 하거나 채집에 나섰고

나는 언제나 처럼 화포천 탐사에  들었다.

이곳 역시 녹조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수변 자라풀 꽃을 찍다가 그만 미끄러져  --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래도 하늘은 푸르고 좋았다. 귀가길 장모는 아들딸에게 또 한짐 씩 건넨다. 

연휴의 마지막날  막내는 또 심심타령이다.  피곤했지만  언제 또 놀아 줄 수 있을 련지  금정산 산행, 어린이대공원, 삼락공원, 이기대 중에 선택하라고 했더니 이기대를 가자고 하여 나선 길, 바다는 하늘 빛 만큼이나 깨끗했다.  늘 보는 익숙한 풍광이지만 하늘 빛 하나 달라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 섰다.

신 벗고 발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현실화 됐다.

이날 원래 계획은 이기대에서 오륙도까지 걷기였는데, 에나 물이 좋아 이기대에 주저 앉고 말았다.

바위게 잡기며 고둥 잡기에 아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 했다.

바위 틈새 바위게 한마리가 거북손, 군부 들의 거처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마땅히 할일이 없던 나는 대수리며, 밤 고둥을 심심풀이로 줍기 시작했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고둥줍기가  하루저녁 찬거리가 되었다.  고둥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준고 보니 꽤나 양이 많아 욕심이 동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

문득 부산의 해안이 참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고 남의 리아스 식 해안이 만들어 낸 다양한 해안 경관에 더하여 인공의 수변까지

이날도 아버지가 같이 저녁을 하지고 호출했다.  동생들도 불렀다고 했다.  다들 쉬고 싶어 할텐데 ... 짜증스러웠다.  요즘 호출이 많아 졌다. 더욱이  아버지의 호출 방법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이다.  올라 와라 그게 다다.  그렇지만  내 입에서 나간 답은 예 알겠습니다였다.   물론 아버지의 마음 모르는 바 아니다.  아무튼  막상 본가에 가니 오기로 했던 동생들은 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호출은 더덕에 흑돼지 구이를 같이 먹자는 뜻이었으나  단촐한 저녁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매일 저녁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자식들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고, 먹을 게 생기면 먹이고 싶은 그게 즐거움인 노년이다.  그런데 자식들도 피곤하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하다.  머 그렇다고 사흘들이 호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들어 빈도가 늘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아들이 용돈도 두둑히 주고, 이것 저걱 아픈곳 제때 제때 해결해주는 그런 효자도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마음이 더 불편한지도 모르겠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름다운 음악여행

Heart of Gold / Boney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