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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신호리에서 보는 낙동강 하구

by 이성근 2013. 6. 17.

 

월간 함께사는 길  2000년 6월호 

 신호리에서 보는 낙동강 하구

2004년 7월 신호리 

                                                                                                                                                       2005년 9월 신호리

 

 

지난 5월8일 부산시 환경국에서였다. 이날 환경국에서는 낙동강 하구 관련 3자 합의가 있었다. 합의에는 부산시 환경국 오흥석 국장, 시 건설본부 전세영 부장,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시민연대(준)를 대표하여 구자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참가했다.

합의사항은, △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시민연대(준<이하: 하구연대>)는 신호갯벌 제방공사의 전면적 원상복구가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편 일부 구간에서나마 갯벌 침훼지역을 물리겠다는 시 건설본부의 제안을 수용한다. △ 시 선설본부는 이 구간 공사 후 사람들의 빈번한 출입으로 야기될 생태적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 지역을 하구시민연대와 협의하여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 △ 시 환경국은 신호리 갯벌과 진우도를 포함한 낙동강 하구 일대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3개 항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5월 15일 현재 합의사항 1을 위배한 건설본부에 의해 파기될 상황에 처했다. 환경을 살리는 부산교사모임의 박중록 회장은 “최소한의 합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시 건설본부의 처사에 맥이 빠진다”며 부산시를 성토했다.

 

 

신호리에서는 낙동강 하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부터 낙동강 하구에서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철새탐조학교가 열렸다. 부산환경연합과 부산녹색연합, 낙동강공동체, 환경을 살리는 부산 교사모임이 모여 공동개최한 철새탐조학교(이하: 탐조학교)는 2000년 3월까지 13회를 개최하며 6백여 명의 참가자를 모았다. 탐조학교는 하구의 탐조 가능한 을숙도, 명지, 신호리 등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이중 신호리는 하구에서 갯벌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요·물떼새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조인 검은머리갈매기를 항상 만날 수 있는 장소로서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구간에서 호안보수 공사가 이루어졌고, 공사방식은 탐조학교에 참가자들이 보기에도 ‘꼭 저렇게 해야만 하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사는 기존의 호안에 석축을 갯벌쪽으로 깔면서 진행되었다. 먼저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기반석을 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된 보수공사는 부직포가 덮인 만큼 갯벌이 졸지에 숨이 막히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게와 조개 등이 고스란히 죽어버렸고 이 과정을 아이들이 보았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과 그 속에 깃든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나선 탐조학교가 갯벌을 죽이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 것이었다. 폭 5~6m, 길이 2백여m의 갯벌이 이런 식으로 훼손된 것이다.

 

이후 하구연대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구간을 공사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이 문화재보호구역임을 감안,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임에도 부산시 건설본부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사를 실시한 것이다. 더욱 문제는 하구연대의 문제제기에 의해 건설본부의 불법들이 알려지고 성토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음에도 건설본부는 아랑곳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4월19일 문화재청이 부산시 건설본부의 사후현상변경을 허가했다. 몇 가지의 조건을 달아내린 허가이긴 하지만 하구연대의 믿는 구석이 여지없이 배신당한 것이다.

 

부산시가 벌이고 있는 하구일대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비하면 신호리의 갯벌훼손은 그야말로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부산시의 하구에 대한 보존과 개발에 대한 의지가 집약된 공간이다. 하구연대가 신호리 갯벌의 보전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곳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부산시가 어떻게 더 큰 단위의 하구를 효과적으로 보전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월 부산시는 그동안의 개발위주의 하구관리에서 보전과 복원을 골자로 한 「낙동강하구관리 기본계획안」(이하: 하구기본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때 안상영 시장은 “남아 있는 생태계만이라도 원상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미 훼손되고 변형된 많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복원시켜 시민들이 낙동강하구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신호리는 부산시의 하구보전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는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실험공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부산시는 말 다르고 실천 다른 이중적인 자세로 하구관리에 임하고 있으며 그것은 이후 하구 곳곳에서 환경단체와의 충돌이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철새만을 위한 람사지구지정 반대

신호리 문제가 언론에 의해 간헐적으로 시민들에게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 4월18일 부산시는 람사지구 지정과 관련하여 유관기관 및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협약에 대해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자세였다. 놀라운 변화였다. 적어도 1999년 봄까지만 하더라도 낙동강하구의 람사협약 가입은 안중에도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제7차 람사협약 당사국 회의를 앞두고 부산시는 시청내 국,실을 중심으로 협약의 필요성과 가입에 대한 내부 설문을 벌인 바 있고, 그때 유일하게 ‘환경국’만이 가입의 필요성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시의 람사협약 가입은 기본적으로 3개 분야 22개 사업으로 구성된 하구기본계획안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 시초는 96년~97년 조사(우용태)된 「낙동강 하구지역 ‘람사협약 습지등록’ 관련 자연생태계 조사용역보고서」를 통해서이다. 부산시는 보고서에 기초하여 을숙도 하구둑을 경계로 백합등, 무명도를 포함하여 명지 아래의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까지의 34.2㎢를 지구로 지정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하구연대와 지역 환경단체의 입장은 진우도와 신호리 갯벌을 포함한 람사지구지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구연대가 이 일대를 람사지구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이 일대에서 조사되는 철새의 종이나 개체수로 접근하고 있으며 검은머리갈매기나 노랑발도요 등이 람사협약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러한 지구지정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보류중이거나 잠복중인 녹산공단 조성 2차매립계획을 저지, 또는 백지화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일대는 지난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3만 개체 이상의 철새가 도래했던 곳이었지만 90년대 중반 신호·녹산공단 조성을 위한 매립으로 인해 종 및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 일대에 대한 추가적 훼손은 이 일대를 사장시키는 일임과 동시에 나머지 절대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이웃한 공간에 대해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고 신호리가 이 일대의 보전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하구 개발론자들은 진우도를 포함한 가덕도 동안을 매립하여 공항으로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렇듯 부산시와 환경단체간에 지구지정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4월28일 하구 15개 어촌계로 구성된 람사지구지정 반대대책회의가 만들어졌다. 대책회의는 철새를 중심으로 하는 낙동강하구 람사지구지정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으며 하구에 도래하는 철새의 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정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하구에 철새가 오지 않는 이유가 어민들의 과다한 어로행위 때문인지 아니면 무분별한 개발의 영향 때문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97년 람사용역 보고서는 “철새감소의 원인을 불법행위(어업 포함)로 말미암은 것인데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면서 인공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지만 철새 유치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히는 한편 “명지대교의 건설은 부산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이다. 명지주거단지, 신호공단, 가덕도 신항만건설 등과 연계되어 명지대교 건설은 부산의 발전을 위한 불가결의 과제”임을 의견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은 3년이 경과한 오늘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하구연대는 하구주민의 불법적인 행위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과도하고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훼손과 수질의 오염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낙동강하구에서의 과도한 개발은 이 지역 생태계의 질을 저하시켜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미 계획되거나 진행중인 개발사업은 그러한 우려나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다.

 

 

낙동강 하구관리기본계획의 문제

주지하다시피 낙동강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명망에 의거 정부차원에서 보호구역 지정과 관리가 이루어져 왔으며, 이 일대에 지정된 4개의 상이한 법규는 낙동강하구의 가치가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인식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러나 그 관리가 소홀화 형식화되면서 낙동강하구는 각종의 개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최근 부산시는 낙동강하구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하구복원과 보전을 도모하고 있다. 오흥석 부산시 환경국장은 “그동안 개발논리에 밀려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낙동강하구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복원하는 차원에서 람사등록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부산시의 주장은 스스로가 위배하거나 기본적인 한계를 노정시킴으로서 종래에 비해 획기적인 발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진실로 부산시가 낙동강하구를 생각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하구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의 개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을숙도 하단부를 관통하는 명지대교의 건설이나 고층아파트단지로 계획중인 명지주거단지의 이용, 하구둑의 문제, 그리고 부산신항만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낙동강하구는 기형화되고 왜곡된 형태로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10년 뒤 1백년 뒤의 낙동강하구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