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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신자유주의 부상과 미래

by 이성근 2018. 11. 6.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 저자 데이비드 M. 코츠|역자 곽세호|나름북스 |2018.10.

원제 The Rise and Fall of Neoliberal Capitalism

 

저자 : 데이비드 M. 코츠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U.C.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원로 좌파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SSA)에 근거해 자본주의 체제의 공황과 제도적 재편을 연구했다. 또한 구 공산권 국가들의 자본주의 체제 이행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주류 경제학계와 날카롭게 대립하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경제학과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주립대 경제학과(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학과장으로 20년간 대학원 과정을 이끌었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상하이재경대학(SHANGAI UNIVERSITY OF FINANCE AND ECONOMICS) 정치경제학 공동 학과장 및 특훈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고르바초프부터 푸틴까지: 소련 체제의 몰락과 신 러시아 (RUSSIA'S PATH FROM GORBACHEV TO PUTIN: THE DEMISE OF THE SOVIET SYSTEM AND THE NEW RUSSIA), 미국에서의 은행의 대기업 통제(BANK CONTROL OF LARGE CORPORATIONS IN THE UNITED STATES)등이 있으며, 공황론, 사회적 축적 구조론, 체제 이행론 및 대안 체제 분야에 걸쳐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목차

데이터 및 그 출처 _ 6

그림 및 표 일람 _ 7

 

한국어판 서문 _ 10

서문 _ 14

감사의 글 _ 19

 

1. 들어가기 _ 21

2.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_ 33

3.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등장 _ 95

4.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어떻게 작동했는가 _ 161

5. 위기 _ 227

6. 역사적 시사점 _ 317

7. 미래의 경로 _ 347

 

해설 _ 장시복(목포대학교 경제학과)

: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과 신자유주의의 흥망성쇠 _ 386

 

옮긴이의 글 _ 396

 

참고 문헌 _ 400

찾아보기 _ 414

책속으로

나는 세계 대다수 민중이 민주적인 제도와 함께 모두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평화로운 세계를 갈망해 왔다고 생각한다. 구조적 위기는 어쩔 수 없이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할 것이며, 또한, 현 체제의 결점이 더욱 확장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대안을 만들기 위한 시도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점차 현실화되는 기후 재앙은 지금과 같은 위험천만한 궤도로부터 이탈하여,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전 지구적 협력 요구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것이다.

--- 저자의 말중에서

 

이 책에서 규제 자본주의는 대체로 1940년대 말부터 시작해 1970년대 말까지 지속한 것으로 간주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1980년대 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된 것으로 본다. 다수의 데이터를 통해 판단할 때, 미국의 규제 자본주의 형태는 1966년부터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대체로 1973년 무렵부터 그 효율적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기 정점을 기준으로, 1948년부터 1973년이 규제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던 시기이고, 1973년부터 1979년이 규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시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30~31)

 

많은 개도국의 경우 규제 자본주의는 흔히 발전 국가(developmental state)’ 형태를 띠었는데, 정부를 장악한 집단은 국가 권력을 급속한 경제 발전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1980년대까지도 한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이 발전 국가 체제를 고수했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부터는 기존까지 발전 국가 체제를 고수하던 몇몇 국가마저 심대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겪어야만 했다. 중국의 경우는 1978년 중앙 계획경제와 국유 기업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에서 이탈해 사기업과 국유 기업, 시장과 계획이 혼합된 발전 국가 체제를 도입했다.(74~75)

 

신자유주의는 1960년대 후반 사상계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해, 1970년대에 걸쳐 점차 세를 불렸다. 새로운 버전의 자유 시장 경제학의 갑작스러운 출현과 확산은 당시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에게 지극히 이례적이고 불가해한 현상으로 보였다. 1970년대 말에 이르면 이 새로운 자유 시장 경제학은 강단의 젊은 세대 경제학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기존의 주류 케인스 경제학을 점차 밀어붙이기 시작했다.(97)

 

만일 대공황이 재발하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공황이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확신까지 퍼져 버리면, 결국 더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적 대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대기업들은 염려했다. 그렇기에 케인스 경제학적 정책들은 자본주의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어쨌든 훨씬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다.(121)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의 주장은 대체로 역사적 증거보다는 강한 이론적 신념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미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30년 이상 살아왔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이 공언했던 것과 실제 경제 데이터들이 과연 부합하는지 비교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실제 경제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미국 경제는 규제 자본주의 시대보다 결코 나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165)

 

소득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부유층에 쏠렸음에도, 애초에 신자유주의가 공언한 낙수 효과는 사실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중하위 소득 계층이 차지하는 파이의 상대적 크기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질소득의 증가 자체가 이전 시기보다 악화했고, 심지어 2000년에서 2007년에 이르면 하위 40% 가구들은 실질소득 하락을 겪었다. 이는 중하위 계층의 큰 소득 증가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한 규제 자본주의 시대의 주요 성취 중 하나를 완전히 반전시킨 것이다.(183)

 

신자유주의 시대의 장기간에 걸친 경기 팽창 원인은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이 공언했던 것처럼 저축과 투자의 급격한 성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의 확대, 대규모 자산 거품, 그리고 투기 지향적 금융기관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가계 차입을 조장했던, 소비 주도의 성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164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하의 노동자 측 협상력 부재와 그로 인한 임금의 정체 때문이었다.(205)

 

신자유주의에서 특기할 점은 정당 간의 권력이 표면적으로는 교체가 되더라도, 신자유주의 노선 자체는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미 신자유주의적 구조 재편은 레이건이 백악관을 차지하기 이전, 민주당이 의회 다수를 장악하고 카터가 대통령직에 있던 민주당 정권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심지어 집권 민주당이 신자유주의적 구조 재편의 주요 타깃이던 조직 노동자들과 결속되어 있던 시절인데도 그랬다.(206)

 

노동계급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중도좌파 정치인들은 선거 연단 위에서는 마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치르다가도 일단 권력을 획득한 후에는 바로 신자유주의적 의제들을 수용하거나 심지어는 그 방향으로의 구조 재편을 더 심화시키는 경우가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빌 클린턴의 정치적 토대는 소위 신민주당원(New Democrat)”이라 불리는 민주당 내 중도파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맞붙은 선거에서 마치 신자유주의 이전 민주당의 전통적 의제들처럼 들리는 언사들을 구사했다. 이 중에는 정부의 사회경제적 개입이 갖는 긍정적 역할에 대한 주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좌파 운동의 슬로건이던 이윤보다 사람이다(people before profits)’를 연상시키는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라는 슬로건을 선거운동에 사용하기도 했다.(207)

 

이윤율 상승과 안정적인 경기 팽창이 지속하는 한, 다수의 사람이 느끼는 고통만으로 불가항력적 대세에 대한 무기력한 추종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직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자본주의가 구조적인 위기를 맞아야만 기존 제도를 대체할 실현 가능한 대안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적 축적 구조가 위기에 직면해야만 지지자들의 사기가 약화되고 비판적 목소리들이 세를 얻어, 주요한 변화의 단계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219)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가져온 세 가지 변화가 어떻게 장기간의 경기 확장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 제도적 맥락에 대해 살펴보았다. 첫째는 임금과 기업 이윤 사이의 격차 확대, 그리고 2000년대에 역사적 수준으로 벌어진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사이의 불평등으로, 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제도가 총체적으로 작동해서 발생한 산물이었다. 둘째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규모가 커졌던 세 번에 걸친 자산 거품으로, 이는 결국 2000년대의 부동산 시장 거품을 통해 그 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불평등이 확대된 상태에서 금융 부문의 성격 변화까지 한꺼번에 작용해서 나타난 결과였다. 그리고 [이처럼 자산 거품을 가능하게 만든] 금융의 성격 변화, 즉 투기적이고 위험 추구적 영업에 몰두했던 금융 부문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 번째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은행 규제 완화, 고삐 풀린 경쟁, 그리고 시장 원칙의 기업 내부 침투가 함께 작용해 생긴 결과였다.(229~330)

 

2008년에 시작된 위기처럼 1930년대의 대공황 역시 자유주의적 형태의 자본주의로부터 출현했다. 그러나 2008년의 위기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입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1929년의 경우와는 분명히 달랐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1929-30년에 필적할 정도의 생산 급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수준으로 비화하지 않았다.(272)

 

과거에 있었던 자본주의 체제 차원의 모든 구조적 위기들은 결국 대규모의 제도적 재편으로 귀결되었다. 19세기 말이 그랬고, 1930년대 대공황이 그랬고, 1970년대의 위기가 그랬다. 그때마다 기존 체제의 위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사회적 축적 구조가 출현했다. 과거의 이러한 사례들은 구조적 위기’, 즉 제도의 전격적 재편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위기라는 개념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한다.(348)

 

기업 본위든 혹은 다른 형태가 되었든, 규제 자본주의의 출현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은 바로 현저히 약화한 오늘날의 사회운동 진영의 상황이다. 개혁주의, 급진주의 여부를 불문하고, 대중운동에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기업 본위의 규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길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자본가들은 그들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목전에 닥쳐서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상황이 아닌 한, 자본주의를 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리 능숙한 계급이 아니다.(360) --- 본문 중에서

 

 

신자유주의가 걸어갈 미래의 모습 네 가지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

신자유주의를 해부하는 하나의 이론,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

 

2008년 미국발 세계 대공황이 한창일 때, 신자유주의를 지지한 많은 사람조차도 신자유주의가 무너졌다고 딱 잘라 말했다. 200943일 런던에서 G-20 정상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지난 40년 동안의 유력한 신념이 종말을 맞았다"고 말했다. 같은 해 3<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 에서, 제너럴일렉트릭의 최고 경영자였던 잭 웰치(Jack Welch)도 신자유주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주주 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라며 자본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숨김없이 말했다. 더욱이 20083<파이낸셜타임스>의 기고문에서, 마틴 울프(Martin Wolf)"베어스턴스가 망한 2008314일 금요일을 기억하라.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꿈이 사망한 날이다"라고 슬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떠들썩한 고해성사가 이루어진 지 10년이 지난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자본주의나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뉴노멀'이라는 둥, '자본주의 4.0'이라는 둥,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둥, 많은 새 말이 오늘날 뜨거운 화두지만, 우리는 아직도 신자유주의와 헤어지지 못한 듯하다. 비록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쓰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는 좀비처럼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 삶을 흔들어 뒤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낡아 빠진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체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구조'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구조라는 개념은 어떠한 체계를 가지며, 그 구성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하나의 모둠으로 묶여 있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를 하나의 구조라 보고, 이 구조가 쉽게 깨지지도 않으며 짧은 시간에 달라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며, 위기를 맞고 달라지는지를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독자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자본주의 구조 변화를 포착하는 데 적절한 이론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자본주의 장기 변동을 분석하려 만든 이론으로, 자본주의 발전 단계를 포착하고 그 형성·발전·위기·전환을 풀어 밝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에서 사회적 축적 구조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축적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 환경', 무엇보다도 특수한 제도 환경의 집합을 뜻한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계급 갈등, 화폐와 신용 제도, 국가의 경제 개입 양식 따위의 제도를 뽑아내서, 이를 자본주의 장기 변동에 적용해 분석하며 자본주의의 구조 변동을 밝히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장기 변동은 아주 간단한 운동 원리에 근거를 둔다. 자본가에게 이로운 배경을 제공하는 제도 환경이 주어지면, 사회적 축적 구조는 순조롭게 이어지며 호황을 지속한다. 그러다가 기존의 사회적 축적 구조의 고유하고 유익한 기회가 사라지고 동요하면, 호황이 멈추고 불황이 시작한다. 그리고 불황이 다시 호황으로 바뀌려면, 새로운 사회적 축적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 이론에서는 사회적 축적 구조의 흥망성쇠가 자본주의 구조 변화와 장기 변동을 가져온다.

 

이 운동 원리는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따라서 이 운동 원리를 더 자세하게 풀어 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체계를 갖춰 정리하면 이렇다. 1) 호황기는 유리한 사회적 축적 구조의 형성과 안정에 기댄다. 2) 자본축적에 유리한 제도적 배경은 투자와 빠른 경제활동의 붐을 가져온다. 3) 성공한 자본축적 과정은 투자를 사회적 축적 구조에서 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장시킨다. 4) 경기 침체는 기존의 사회적 축적 구조의 분해를 더 촉진한다. 5) 축적은 둔화하고 침체기에 들어간다. 6)경제 위기 가운데 빠른 자본축적의 회복 가능성은 새 축적 구조의 형성에 달려 있다. 7) 새 사회적 축적 구조는 결국 이전의 사회적 축적 구조와 확실히 다른데, 그럼으로써 자본주의 단계의 계통이 만들어진다. 8) 자본주의의 각 단계는 장기 팽창, 그다음에 장기 침체라는 특색을 갖는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에서 본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데이비드 코츠 지음, 곽세호 옮김, 나름북스 펴냄)19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가 위기에 처하면서 나타난 신자유주의의 형성·발전·위기·전환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아주 간명하게 이렇게 주장한다.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가 단순한 금융 위기이거나 정도가 심한 불황, 혹은 이 둘의 혼합 정도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형태의 자본주의 그 자체의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이 책은 구조적 위기가 신자유주의라는 구조 자체에서 발생했으며 현재의 구조로는 이 위기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케인스주의 처방도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로지 "경제 제도 그리고 그와 연관된 사회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변화만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주제는 많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이미 다룬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은 자본주의 황금기가 어떻게 작동했고 종말을 맞았으며, 그 뒤 신자유주의가 나타났고 어떻게 위기에 처했는지를 깊이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경향을 강조하며 벌어진 논쟁이 있었다. 곧 자본-노동의 분배 투쟁에 주목해서 임금 상승으로 이윤율이 저하해 공황이 발생한다는 '신리카도주의자들'의 이론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중심에 둔 이윤율 저하 경향으로 공황이 일어난다는 '근본주의자들'의 이론이 크게 맞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을 강조한 연구들이 있다. 이 연구들은 크게 증대한 금융자본의 성장에 눈을 돌리면서, 신자유주의가 금융 주도 자본주의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황금기의 자본주의에서 이윤율 저하에 맞닥뜨린 자본은 금융 영역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황금기의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이 이끄는 자본주의, 곧 금융 주도 자본주의로 바뀌었다. 따라서 황금기 이후 나타난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의 쿠데타, 주주 자본주의의 형성 등에 따른 금융자본이 승리한 시기다.

 

이 이론들은 전통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이론을 굳건히 지키거나 바꾸기도 했지만, 대체로 1970년대의 구조적 위기와 그 뒤에 나타난 신자유주의를 여러 각도에서 풀어 밝히려 했다. 이런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는 이들 이론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활용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기존 이론들과 달리 사회적 축적 구조라는 제도의 집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며,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흥망성쇠를 종합하는 모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채택하는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자본주의를 특정 시기에 걸쳐 경제적 팽창을 거친 후 위기를 맞는 일련의 제도적 형태들의 교차로 바라보면서, 이론적 접근과 역사적 접근을 병행하는 방법론으로서, 계급 간, 그리고 계급 내 분파들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법은 자본주의 사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방법론적 접근들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주장을 증명하려 이 책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수정해 신자유주의를 해부한다. 이를 이 책의 제목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면, '신자유주의의 부상'은 기존의 자본주의 황금기를 뒷받침했던, '규제 자본주의'라는 사회적 축적 구조(그 구성은 이 책 107쪽의 <3.1>을 보라)가 사라지고, 새로운 신자유주의라는 사회적 축적 구조(그 구성은 이 책 90쪽의 <2.1>을 보라)가 떠오른 것을 표현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미래'는 새롭게 자리 잡았던 신자유주의라는 사회적 축적 구조가 지금은 위기에 처해 해체되고 있지만,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고 불확실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한국에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이 체계를 갖춰 소개되지 못했고, 현실 자본주의의 분석에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소개한 몇몇 글이 있다. 예를 들어 정운영의 논문,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 소개와 평가"(1995, <이론>, 13)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소개하고 있으며,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다룬 데이비드 고든 외의 <분절된 노동 분할된 노동자>(1998, 신서원)가 번역서로 나오기도 했다. 또한 정성진의 논문, "한국의 사회적 축적 구조의 계량 분석"(2000, <경제학연구> 482)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이용해 한국 자본주의를 분석했다.

 

정운영의 논문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의 배경·구조·발전·평가·한계를 체계를 갖춰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은 이 논문을 읽으며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 전체를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분절된 노동 분할된 노동자>는 미국의 급진경제학자들이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활용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분석한 최초의 책으로, 그들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한편 정성진의 논문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한국의 자본주의에 적용해 분석한 최초의 시도다. 정성진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는, "흔히 주장되듯이, 1997년 외환 금융 위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60년대 이후 '30년 장기 호황'을 지탱해 온 사회적 축적 구조가 1980년대 말 이후 붕괴하면서 시작된 이윤율의 저하에 기인한 장기 불황의 심화 국면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는 신자유주의로 급진적인 선회를 통해 붕괴한 사회적 축적 구조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는 새로운 사회적 축적 구조를 수립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구조적 위기의 폭발, 1997년 외환 금융 위기를 재촉했다.

 

사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이 한국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이유 는 프랑스의 '조절 이론'과 관련이 있다. 흔히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미국판' 조절 이론이라 부른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조절 이론은 자본주의의 장기 응집을 보장하는 힘은 무엇이고 이것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상 수준이 높은 경제법칙이 아니라, 제도 속에서 조직된 계급투쟁이 낳은 역사의 산물로 만들어진 복잡한 사회관계인 '조절 양식'으로 설명한다. 또한 조절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의 추상 이론을 현실 자본주의의 발전에 적용하려, 중범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적 체제'로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한국에서는 조절 이론이 자본주의의 장기 발전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조절 이론이 조절 양식과 축적 체제라는 중범위 개념을 세우고 제도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비슷한 문제의식과 이론의 정체성이 겹치는 듯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조절 이론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조절 이론이 세계화와 금융 화라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현상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조절 이론 자체의 문제의식에서 벗어나거나 관심을 바꿨다면,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아직까지는 굳건히 이론 틀을 이어가려 애쓰며 자본주의를 분석하려 한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신자유주의를 잘 설명하는가?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는 여러모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의 알맹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기존의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이 가진 간명한 자본주의 운동 원리를 수정해, 사회적 축적 구조가 반드시 급속한 성장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사회적 축적 구조의 형태를 더 나눠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축적 구조라고 간주할 수 있는, 자본주의 역사의 각 단계를 규정하는 정합적 제도 구조들이 이윤 창출과 안정적 자본축적 과정을 중심으로 작용한다는, 다소 수정된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을 따를 것이다."

 

둘째, 이 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사회적 축적 구조의 형성·발전·위기·해체를 종합해서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많은 역사의 사실과 통계를 활용해 '규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교 검토하며, 신자유주의의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기에 일어난 많은 역사의 사건들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의 알맹이뿐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 발전의 참모습을 이해할 기회를 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대안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걸어갈 미래는 1) 신자유주의 형태의 자본주의 지속, 2) 기업 중심의 규제 자본주의 출현, 3) 자본-노동의 타협에 근거를 둔 규제 자본주의의 출현, 4)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초월이라는 가능성의 영역에 있으며, 이 가운데 하나가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앞으로 사회주의의 대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결론 맺고 있다.

 

"우리가 고려하는 미래의 대안 중 오직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만이 경제 정의, 모든 이들의 경제적 안녕, 환경적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이윤이 아닌] 오직 인간의 복지 그 자체의 증진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의 알맹이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을 강조하는 한, 근본에서는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이 지닌 한계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도를 강조하는 이론이 드러내는 한계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사회적 축적 구조를 제도의 집합으로 보고 이를 뽑아내며 설명하면서, 자칫 제도의 열거로 모든 문제를 분석하려는 경향을 띨 수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라는 사회적 축적 구조를 설명하는 변수가 많아지면 질수록, 이 설명은 이론이라기보다는 현실 묘사에 그칠 수도 있다.

 

둘째,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제도의 집합으로 자본축적 과정을 설명하다 보니, 자본축적 과정 자체의 붕괴와 이에 따른 공황을 제도의 탓으로만 돌릴 가능성이 높다. 곧 제도가 자본축적 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기본 운동의 핵심인 자본축적 자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간과되고, 제도만이 모순의 원인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은 자본주의의 장기 변동을 설명하는 데 집착하느라, 자본주의 붕괴와 새로운 대안 사회로 이행을 강조하기 어려운 약점을 가질 수 있다.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에서는 사회적 축적 구조의 해체와 이에 따른 혼란이 새로운 사회적 축적 구조의 형성으로 극복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자본주의 발전 단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적합하지만, 자본주의를 벗어나 자본주의와 다른 작동 원리를 가진 새로운 대안 사회로 이행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란다. 곧 사회적 축적 구조 이론에서는 새로운 대안 사회로 이행이 단순한 사회적 축적 구조의 이행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안 사회로 가는 데 필요한 핵심 동력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설령 이 책이 대안 사회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안 사회로 이행과 사회적 축적 구조가 맺는 관계를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지는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이 책은 우리가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았고 새로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준다. 곧 이 책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신자유주의라는 구조와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구조의 이행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준다. 또한 이 책은 이 이행기에 우리가 신자유주의 사회를 버리고 지금보다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새로운 사회는 자본주의 이윤 논리가 지배하지 않는 사회이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경험할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프레시안 11.6 장시복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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