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탈성장 개념어 사전>, 무소유가 죽음이 아니듯, 탈성장도 종말이 아니다

by 이성근 2018. 11. 4.



<탈성장 개념어 사전>, 무소유가 죽음이 아니듯, 탈성장도 종말이 아니다

자코모 달리사.페데리코 데마리아.요르고스 칼리스 엮음, 강이현 옮김, 그물코 펴냄.

 

저자 자코모 달리사 (엮음) (Giacomo D’Alisa)

경제학 박사이며 생태경제학자이자 정치생태학자이다. 2012년부터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의 불법 폐기물 처리 문제를 연구했다. Research & Degrowth 회원이다. 탈성장 사회로 전환이란 사회적 데팡스에 뜻을 둔 개인의 점차적인 변화라고 믿고 있다

 

저자 페데리코 데마리아 (엮음) (Federico Demaria)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 박사 과정. 인도 자와할랄네루대학교 과학정책센터 소속. 생태경제학과 정치생태학을 연구하며 인도의 폐기물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생태적 분배 갈등과 환경 정의를 분석하는 세계적 연구 프로젝트인 EJOLT(www.ejolt.org)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이후 탈성장 운동과 토론에 참여해 왔으며 Research & Degrowth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다.

 

저자 요르고스 칼리스 (엮음) (Giorgos Kallis)

생태경제학자. 유럽정치생태학네트워크 코디네이터.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교수 임용 전 그리스 에게해대학교에서 환경정책과 계획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버클리대학교 에너지와 자원 팀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일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화학과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Research & Degrowth 회원이다

 

 

역자 강이현

1983년 수원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프레시안사회팀 기자로 일하며 교육, 문화, 인권, 환경 등의 취재를 했다.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영국 서식스대학교에서 기후 변화와 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고 국제노동기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일했다. 현재 독일 뮌헨공대에서 기후 변화 정책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으며, 자연 환경과 사회가 공존하는 방법과 이를 위한 정책에 관심이 많다. 2007삼성 사태를 취재한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지역 먹거리 정책과 식량 주권 운동을 다룬 밥상 혁명을 다른 기자들과 공동으로 펴냈다.

목차

추천사 무소유가 죽음이 아니듯, 탈성장도 종말이 아니다 -강수돌

서문

서론

 

1장 탈성장의 지적 뿌리

반공리주의 -오노프리오 로마노

생물경제학 -마우로 보나유티

개발 비판 -아르투로 에스코바

환경 정의 -이사벨 앙게로브스키

환경주의 -조안 마르티네스-알리에

사회적 메타볼리즘 -알레프굴 H. 소르만

정치생태학 -수잔 폴슨

정상 상태 경제 -조수아 팔리

 

2장 탈성장의 핵심

자율성 -마르코 데리우

자본주의 -디에고 안드레우치, 테렌스 맥도너우

돌봄 -자코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마르코 데리우

상품화 -에릭 고메즈-바게툰

상품 개척 경계 -말타 콘데, 마리아나 발터

공유물 -실케 헬프리히, 데이비드 볼리에르

공생공락 -마르코 데리우

비물질화 -실비아 로레크

데팡스 -오노프리오 로마노

탈정치화 -에릭 스윈게도우

재앙 교육 -세르주 라투슈

엔트로피 -세르지오 울자티

에머지 -세르지오 울자티

국내총생산(GDP) -댄 오닐

성장 -피터 A. 빅토르

행복 -필카 세쿨로바

상상계의 탈식민화 -세르주 라투슈

제본스의 역설(리바운드 효과) -블레이크 알코트

신맬서스주의자 -조안 마르티네스-알리에

석유 정점 -크리스티안 케르쉬너

단순성 -사뮤엘 알렉산더

성장의 사회적 한계 -요르고스 칼리스

직접 민주주의 -크리스토스 조그라포스

 

3장 탈성장의 행동

다시 땅으로’ -리타 칼바리오, 야고 오테로

기본소득과 최대 소득 -사뮤엘 알렉산더

공동체 통화 -크리스토퍼 디트메르

협동조합 -나디아 요하니소바, 루벤 수리냐크 파디야, 필리파 패리

부채 감사 -세르지 쿠티야스, 다비드 이스타, 젬마 타라파

디지털 공유물 -마요 푸스테 모레이

불복종 -자비에르 르누

생태 공동체 -클라우디오 카타네오

인디그나도스(점령) -비비아나 아사라, 바바라 무라카

일자리 보장 -브란돈 J. 운티

공공 자금 -메리 멜로

신경제 -팀 잭슨

나우토피아 -크리스 칼손

탈정상 과학 -자코모 달리사, 요르고스 칼리스

노동조합 -데니 바욘

도시 텃밭 -이사벨 안겔로브스키

일자리 나누기 -줄리엣 B. 쇼어

 

4장 탈성장의 연맹

부엔 비비르 -에드아르도 구디나스

영속의 경제 -키아라 코라차, 솔로몬 빅투스

페미니스트 경제학 -안토넬라 피키오

우분투 -모고베 B. 라모세

 

맺는글 내핍에서 데팡스로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어휘가 필요하다

 

탈성장 사회를 향한 52가지 개념어 사전

 

전 세계적인 경제, 사회, 환경 위기의 원인은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욕구로부터 비롯된 악순환이다. 이러한 위기와 악순환에 대한 해법은 결코 성장이 될 수 없다. 생산과 소비를 포함한 새로운 생활 방식과 성장 없는 사회에 걸맞는 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들이 세계 각지에서 움트고 있다. 이러한 대안들을 연결하려면 성장만이 제일이라는 기존의 주요 흐름에 맞서는 보다 포괄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탈성장은 이러한 설명을 포괄하는 하나의 전복적인 용어다. 탈성장 논의의 역사적인 맥락에서부터 탈성장 사회의 핵심 개념들과 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서는 다양한 대안들을 52가지 개념어 사전 형식으로 묶은 이 책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탈성장 연구 학술 단체 연구와 탈성장(RESEARCH & DEGROWTH)’에 속한 많은 회원들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서론에서는 탈성장이라는 단어의 역사와 탈성장에 관한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1탈성장의 지적 뿌리에서는 반공리주의, 생물경제학, 사회적 메타볼리즘, 정치생태학 등 탈성장과 관련된 학설을 요약해 소개한다. 2탈성장의 핵심에서는 소위 유일무이한 선택이라고 하는 성장을 두고 탈성장 관점에서 비판할 때 쓰이는 핵심 개념들을 소개한다. 대표적 개념들은 자율성, 상품화, 공생공락, 빗물질화, 데팡스, 에머지, 제본스의 역설, 단순성 등이다. 3탈성장의 행동에서는 국가 정책부터 활동가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탈성장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생생한 예시를 제시한다. 다시 땅으로 운동, 공동체 통화, 인디그나도스, 공공 자금, 탈정상 과학 등 17가지 개념어를 통해 탈성장이 상상하는 자본주의 이후의 다양한 사회상을 소개한다. 4탈성장의 연맹에서는 탈성장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아직까지는 느슨한 관계에 있는 학설, 운동, 개념 네 가지를 소개한다. 부엔 비비르, 영속의 경제, 페미니스트 경제학, 우분투가 그것인데, 이 개념어들은 훗날 탈성장의 개념을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자 연결 고리이다.

 

끊임없는 성장이 가능하리라는 환상을 거부하고, 경제주의 언어에 지배당하는 공적 논의를 재정치화하며, 사회 정의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서로를 착취하지 않고, 경쟁을 통한 성장을 쫓지 않으며,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생공락의 사회만이 우리의 미래를 밝힐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은 곧장 나 있지 않다. 그 길로 안내하는 지도와도 같은 [탈성장 개념어 사전]에서 소개하는 52가지 개념어는 하나하나의 표지판 역할을 할 것이다.

 

책 속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성장을 여전히 개선, 좋은 삶 같은 개념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때문에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은 탈성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부정적인단어로 나타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어휘를 쓰는 것은 성장만 추구하는 미래상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목표를 나타낸다. 우리는 탈성장이라는 단어를 통해 성장을 자연스레 개선과 연결하는 고리를 깨뜨리고자 한다. 일반 상식에 불문율로 자리잡은 성장에 대한 욕구는 탈성장주의자들이 다른 미래에 관해 토론할 때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문제다. 탈성장은 의도적으로 고안된 전복적인 구호다. (28~29)

 

탈성장 용어의 원료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긴축이냐 지출이냐같은 거짓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맺음말에서 탈성장을 데팡스로 설명하는 새로운 논지의 틀을 짠 이유이다. (51)

 

진지한 주체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자기 자신 안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프로젝트에서 자유로워진 이는 돌봄과 재생산을 중심으로 한 일상 생활에 헌신할 수 있고, 민주적으로 결정한 사회적 데팡스에 참여할 수 있다. (389~390)

 

이 책은 탈성장의 정당성을 무조건 설파하지만은 않는다. 다양한 필자들이 쓴 글 가운데에는 탈성장을 비판하는 내용도 많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탈성장을 옹호하는 책 속에서 그에 대한 비판을 읽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재미를 덤으로 준다. 저자들도 적었듯 탈성장은 하나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며, 각자 사회에 맞는 탈성장에 대한 고민은 누군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글)

 

 

"'탈성장'의 목표는 '코끼리 살빼기'가 아니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격차'.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냉소 속에 자리 잡은 깊은 절망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기인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부의 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른 문제라는 것도 모두가 잘 안다. 지금과 같은 분배 시스템에서는 더 많이 성장한다 하더라도 '흙수저'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문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다.

 

현재 지구상의 수많은 위기(카트리나, 아이티, 필리핀의 자연재해와 후쿠시만 원전 사고,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 기후변화 등)는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더 많이 만들어내고,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기반하고 있으며, 동시에 욕구를 더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고, 대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해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성장주의 이데올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성장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전혀 다른 철학과 상상력과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자코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요르고스 칼리스 엮음, 강이현 옮김, 그물코 펴냄)는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다.

 

'탈성장''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임은 분명하지만, '보다 적게'가 아니라 '다름'에 방점이 찍힌 개념이다. "우리의 목표는 코끼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를 달팽이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탈성장은) 첫번째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고, 두번째는 영속적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탈성장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적인 측면에서 탈성장의 상상계는 돌봄의 재생산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사유화되었던 오래된 공유물을 되찾고 새로운 공유물을 형성하는 사회이다. 공공 돌봄은 생태공동체나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삶과 생산에 내재되어 있으며, 일자리 나누기, 기본 및 최고소득 등 새로운 정부 제도로 뒷받침된다."

 

탈성장 논의의 역사적인 맥락에서부터 탈성장 사회의 핵심 개념들과 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서는 다양한 대안들을 52가지 개념어 사전 형식으로 묶은 이 책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탈성장 연구 학술 단체 '연구와 탈성장(Research & Degrowth)'에 속한 많은 회원들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이 책은 서론에서는 탈성장이라는 단어의 역사와 탈성장에 관한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1'탈성장의 지적 뿌리'에서는 반공리주의, 생물경제학, 사회적 메타볼리즘, 정치생태학 등 탈성장과 관련된 학설을 요약해 소개한다. 2'탈성장의 핵심'은 탈성장의 핵심 개념(자율성, 돌봄, 상품화, 공유물, 비물질화 등)들에 대한 설명이며, 3'탈성장의 행동'은 국가 정책부터 활동가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탈성장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생생한 예시를 제시한다. 4'탈성장의 연맹'에서는 탈성장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아직까지는 느슨한 관계에 있는 학설, 운동, 개념 네 가지(부엔 비비르, 영속의 경제, 페미니스트 경제학, 우분투)를 소개한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탈성장'이라는 아직은 낯설지만 매우 유의미한 개념에 주목해야할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에서는 물론,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더 이상 (고도) 성장은 불가하다. 이미 각국의 사회 경제 시스템은 물론 그 속에 사는 우리 자신이 대부분 성장 중독증이라는 치명적 질병에 걸려 삶의 진정한 필요나 충분함의 미학을 잊은 지 오래다. 따라서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우리 자신과 시스템이 모두 성장 중독증에 걸려 삶의 진실과 의미를 모른채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성장 중독증을 지탱하는 모든 구조적, 정책적, 제도적, 행위적, 문화적 요소들을 해체하거나 건강하게 바꿔내는 것이다." /프레시안 11.4 전홍기혜 기자



Love Is Blue - Claudine Long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