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촛불 이후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표지 너머 책 세상 ⑯] 소확행 트렌드의 의미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 요즘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8>(미래의창 펴냄)이 제시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라이프 트렌드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말 그대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이 근래 들어 강해지고 있습니다. 저축하기보다, 진급을 위해 기업에서 야근하며 아등바등 살기보다 '지금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자는 삶의 자세가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회사에서 조금 적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다 정시에 퇴근해, 일과 후에는 적극적으로 취미를 살리는 삶이 야근에 혹사당하는 삶보다 낫다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소확행에 관한 관심은 도서 시장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11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힐링 에세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습니다. 교보문고의 최근 한 달간 힐링 에세이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123.4% 증가했습니다.
도서 목록을 살펴보면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갤리온 펴냄), <옵션 B>(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드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포기하는 연습>(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세종서적 펴냄), <최고의 휴식>(구가야 아키라 지음, 홍성민 옮김, RHK 펴냄), <미라클 라이프>(할 엘로드 지음, 전행선 옮김, 한빛비즈 펴냄) 등이 소확행 트렌드에 맞춘 대표적인 도서라 할 수 있습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기존 도서 주요 구매층인 30~40대 여성보다 20대의 관심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뭔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기존 대안적 라이프 트렌드의 중심이 3040 세대였다면, 소확행은 확연히 20대 시장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대는 소비력이 전 노동 연령층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합니다. 축적 자본이 없는데다, 취업 빙하기를 보내는 탓에 삶의 조건 개선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소확행을 '한국판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 달관 세대)'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래에의 희망이 차단된 이들이 이제 현실로 눈을 돌리려는 경향이 소확행 트렌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뿐일까요?
지난 26일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문화연구소에서 소확행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이사는 이번 현상을 두고 크게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가 여전히 대안을 찾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현상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이 현상을 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10대 90 사회, 소확행을 낳다
●-소확행 트렌드에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취미를 공유하는 소모임을 소개하는 스마트폰 앱이 나오고 있습니다. 귀농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확행에 관한 확신을 전하는 출판물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단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돈이 있는 이라야 가능했던 욜로 트렌드가 순식간에 지고, 이제 소확행이 중요한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트렌드가 나타난 배경에 관해서부터 의견을 나눠 보죠.
▶장은수 : 이전 세대 삶의 원리란 취직만 하면 죽을 때까지 모든 그림이 그려지는 구조였습니다. 일단 취직하면 자연스럽게 연봉은 오르고, 누구나 중산층의 삶에 도전할 수 있었죠. 자연히 정부 정책도 청년의 취직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이 원리가 이제 망가졌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를 흔히 '1대 9대 65대 25 사회'로 표현합니다. 최상층 1%와 중산층 9%, 평범한 평균 이하의 삶을 누리는 65%와 최하층 25%로 나뉜 사회라는 의미죠. 여전히 정부 정책과 사회 구조는 중산층 신화 재현에 맞춰졌는데, 실은 90%의 사람이 이제 '상위 10%' 계급이 된 중산층을 꿈꾸기 불가능합니다. 중산층 하한선은 소득(급여) 기준으로 대략 연봉 7000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계층 사다리에 오르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확행은 이에 답하는 트렌드입니다. 욜로 따위 거창한 삶이 아니라 정말 소소한 소비로 일상에 만족하자는 트렌드가 일어났습니다. 욕망을 키우고 살려 하기보다, 더 작은 일상을 행복하게 보내자는 의식이 강해졌습니다.
어찌 보면 소확행이란 자기 보호의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남의 가치를 따르느라 내 삶을 망치기보다,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자는 경향이 두드러지니까요. '좌절의 경제학'이 작동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만의 것'에의 확신을 주는 책이 최근 많이 팔립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지음, 가나출판사 펴냄), <신경 끄기의 기술> 등이 대표적이죠.
◀이홍 : 거시적 전망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제 앞날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삶의 자세 자체에 피로감과 회의감이 큰 시대입니다. 사실 이런 삶의 태도는 인류사적 측면에서 혁명적입니다. 인류는 늘 미래를 보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중세 시대로 들어가 보죠. 종교가 현세의 불합리한 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신자로 하여금 사후 세계를 기대하게끔 했습니다. 현세는 불행해도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믿음으로 현실의 불합리를 견디게끔 하는 장치였죠. 현대에 들어 우리가 노동하고 교육받는 이유 역시 미래에의 기대를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이런 기대를 하는 이가 없는 '따분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미래 물적 토대가 단순히 부실화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적 토대를 쌓은들,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전면적으로 자리했습니다. 아울러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앞서 소확행의 의미를 미래에의 불신으로 본다면, 현재에의 불신 역시 소확행을 낳은 원인입니다.
기본적으로 소확행의 트렌드화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건 젊은 세대의 기존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입니다. 청년 세대는 기존 우리 사회를 지탱한 체제 어디에도 기댈 수 없다는 불신이 강합니다. 정치, 종교, 교육, 성공신화 등 기존 우리 체제를 유지한 모든 개념에의 불신이 당장의 삶에 만족하고 집중하는 태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도 불투명하고 현재도 불만족이라면, 사람이 갈 곳은 없습니다. 자기만의 성을 쌓을 수밖에 없죠. 통상 이런 현상을 개인화로 쉽게 설명합니다만, 이기주의로 등치되는 개인화와 소확행은 다릅니다. 소확행의 이면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확행은 사토리 세대 가치관?
●-곧바로 떠오르는 사례가 일본의 사토리 세대입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면서 일본 젊은층 사이에서 우리의 소확행과 같은 삶의 트렌드가 강하게 일어났죠. 소소한 소비에 집중하고, 무리해서 취업하려 하기 보다 취미에 몰두하는 경향이 자리 잡았습니다. 소확행 현상을 '한국판 사토리 세대의 등장'으로 봐도 될까요?
▶장은수 : 글쎄요. 사토리 세대 현상과 소확행은 조금 결이 다르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얘기에 앞서, 우리나라 386 세대 삶의 가치관을 조금 짚어 보죠. 여태 우리나라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도를 바꾸거나 국가를 바꾸는 방식이었습니다. 체제가 바뀌면 개인이 그에 맞춰 행복의 조건을 가진다는 경험이 있었죠.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화 혁명을 이끈 386 세대관입니다. 지금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행복이 커지지 않으니 정권을 바꿨죠. 촛불혁명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가치관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도만 바꾼다고 과연 내가 행복해지느냐는 물음이 나옵니다. 정권만 바뀌면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해결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사라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조건이 같아지고, 남녀 임금 격차가 해소되나요? 해결된다손 치더라도 속도가 매우 더딜 겁니다. 그 사이 우리는 계속 투쟁하면서 살 거냐는 본질적 질문을 자신에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 우리가 행복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내 삶의 본질을 지키려는 자세가 소확행의 본질임을 짚어야 합니다.
●-일본 사토리 세대관에 포기, 절망의 정서가 있는 반면, 소확행 트렌드는 더 적극적으로 내 삶을 지키려는 태도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장은수 : 그렇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일을 더 하고 월급을 더 받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대표적 사례죠. 물질적 양을 늘리면, 즉 돈을 더 받으면 삶의 행복이 커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청년 세대는 이런 축적의 경험이 없습니다. 부의 증가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설사 부가 증가하더라도 문제입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소처럼 일만 하는 게 과연 행복한 삶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이제 이른바 '좌파' 청년이 아니라도 누구나 합니다. 이 점에서 소확행은 영적인 트렌드라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소확행을 위시한 사회적 트렌드, 예컨대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 동물권에 관한 관심 등을 보면, 기본적으로 기존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 귀촌,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의 움직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행복의 목표가 변했습니다. 소확행은 지금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적극적인 행복 추구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이들은 사토리 세대와는 분명 다릅니다. 앞서 386 세대와 지금 청년 세대의 세대경험을 이어가 보죠. 소확행을 추구한다면, 국가 권력이 변하든 아니든 내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 큰 힘에 의존하지 않고 내 일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생활 혁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변화는 이제 기성 세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홍 : 장 대표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결국 소확행이 무엇이냐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물질적 조건에 집착한다면 소확행이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급여 차이가 확연함을 전제하고 소확행을 이해하려는 이는 결코 소확행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급여 차이가 두 배나 나는데 어떻게 중소기업 노동자가 대기업 노동자만큼 행복할 수 있느냐는 물적 조건에 관한 의문이 떠오르니까요.
소확행이란 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 안에서 온전한 나의 시간을 확보하고, 온전한 나를 찾겠다는 태도입니다. 기존 우리 사회관으로 이해하려면 소확행의 표면만을 훑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성 삶의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게 소확행의 출발점이겠죠. 앞서 소확행을 혁명적 태도로 본 이유입니다. 인류가 언어와 문자를 가진 큰 이유는 상호작용에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즉, 타인과 상호작용한다는 건 오랜 기간 인류가 추구한 삶의 가장 근본적 전제조건이었습니다.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하는 게 지금의 초연결사회죠.
그런데, 소확행은 자신만의 울타리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초연결사회를 지향하는 경향과 충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류 사회 발전의 기본 전제였던 집단적 관성에서 벗어나 개인의 영역 구축으로 움츠려 행복을 찾겠다는 건 다소 무리하게 이해를 하자면 어느 정도 '반사회적인 속성'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자족의 가치를 크게 본다는 건 여태 우리가 추구한 경향과 분명 결이 다릅니다.
▲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야 삶이 행복하다는 가치관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기존 성공 신화와 정면 충돌한다. ⓒwikimedia.org
나라 망하든 말든, 내 삶이 더 중요
●-소확행 트렌드가 큰 틀의 기술 변화, 즉 초연결사회로의 이행과 충돌한다면 결국 이 흐름도 얼마 못 가 사장되지 않을까요? 소확행도 일종의 마케팅 트렌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당장 떠오릅니다.
◀이홍 : 그런 시각도 나올 수 있겠죠. 초연결사회에 관한 반발로 이해할 구석도 있습니다.
▶장은수 :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앞서 이홍 대표가 소확행을 인류사적 혁명이라고 했는데, 이에 동의합니다. 소확행이 지금 지니는 의미를 진지하게 짚어야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카르페 디엠'의 논리에 맞춰 살았습니다. 순간의 삶의 즐기는 자세는 자본주의가 득세하며 사라졌습니다. 막스 베버가 제시한 프로테스탄트 윤리관, 곧 금욕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자세가 자본주의와 함께 수백 년간 새로운 인류의 가치관이 됐죠. 이 윤리관이 저축과 미래에의 기대, 즉 현재를 희생하고 축적하라는 가치관을 낳아 자본주의 체제를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인 지금은 어떤가요? 축적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미래가 없는데, 행복하려면 다시 '카르페 디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 없는 성장을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경향을 더 심화할 겁니다. 이런 경향이 단순히 하위 90%의 삶만 지배할까요? 상위 1% 사람에게도 소확행은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겁니다.
●-내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삶의 태도로 최근의 많은 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출산율 저하가 대표적입니다. 경제적 불안함이 출산율 저하를 낳는 중요한 원인이겠으나, 그뿐이라고 믿는 젊은 층은 없을 겁니다. 육아에 내 삶을 희생하기보다, 지금 내 삶의 조건을 지켜줄 생활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젊은 층은 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출산에 소극적일테니까요. 그렇다면, 소확행은 정부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트렌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출산율 통계 관련 기사에 항상 따라붙는 보도 태도는 '국가 경쟁력 약화'이지 않습니까?
▶장은수 : 이런 사회가 계속된다면 사회가 망하지 않겠느냐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내 삶을 내가 사는데요. 이렇게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없지 않느냐고요? 무슨 상관입니까? 내 삶이 바뀌는데요.
우리가 북유럽 사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과 한국이 다른 점은, 그들의 경우 사회가 개인의 위험을 책임진다는 겁니다. 국가가 내가 살면서 겪을 다양한 위험을 책임진다면, 우리는 현재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에 도전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부에게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육아에 있어서도 다른 길을 고민해 볼 수 있겠죠.
중소기업 노동자 커플이 한 가정을 꾸리면, 둘의 월급으로 꽤 괜찮은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나쁜 삶'으로 전락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정부가 고민할 건 국가 경쟁력 운운이 아니라, 아이를 낳으라고 출산 지도를 만들 게 아니라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개인의 걱정을 국가가 대신 떠맡을 체제를 급진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개인에게 국가를 걱정하라고 강요해선 안 됩니다. 그건 산업화 세대의 가치관, 386 세대의 가치관입니다. 그래서 얻은 게 뭔가요?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개인의 부와 국가의 부가 같이 상승했습니다. 이제 국가만, 대기업만 돈을 법니다. 개인은 계속 가난해지는 체제입니다. 짧게 봐도 10년, 길게는 IMF 체제 이후 20년간 우리는 이런 체제를 살았습니다. 이들에게 낡은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들 먹힐 리 만무하죠.
●-앞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비교했는데, 이제는 북유럽과 비교할 때군요. 소확행 트렌드를 우리 사회가 끌어안을 길은 북유럽식 제도 정비라고 보시는 듯합니다.
▶장은수 : 작은 사회 혁명이라고 본다면 그렇죠.
◀이홍 : 덴마크식 휘게(Hygge) 라이프와 소확행에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개인을 중심으로 편안함을 추구하고, 소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이 그렇죠. 다만 휘게에 명확한 건, 자연적 조건입니다. 기본적으로 북유럽 대부분 국가는 불모의 땅에서 성장했습니다. 가용 토지가 척박한 땅에서 사람들이 적응하는 법은 자연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순응하는 방식이었죠. 그들의 삶에 자연과의 조화가 큰 가치를 차지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본 사토리 세대관과 휘게의 다른 점이자, 소확행과 휘게의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소확행 가치관과 사토리 세대관은 현재에 순응하고 내 삶에 몰입한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이는 북유럽인의 자연적 순응과는 다릅니다. 장 대표께서는 사토리 세대관과 소확행의 차별점을 이야기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소확행과 북유럽식 세계관의 차이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 서울둘레길을 걷는 시민의 모습. 소확행은 단순 트렌드로 치부할 수 없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서울시
이제는 우리계발이 핵심
●-우리 사회는 여태 소확행을 트렌드로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말씀을 정리하자니, 자연스럽게 소확행을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정의해야 할 듯합니다. 현재 소확행 트렌드를 조명하는 언론·출판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개인화에 맞춰져 있습니다만, 보다 큰 틀에서 이 흐름을 정리할 필요가 느껴지네요.
◀이홍 :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태 우리 사회 이데올로기의 기본은 부에의 욕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욕망에는 한계나 만족이 없습니다. 이건희가 자신의 부에 만족할 리 없죠. 즉,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인간에게 결코 행복을 줄 수 없습니다. 이 이데올로기가 이제 망했습니다.
이제 소확행으로 드러난 건, 2008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무너진 지 10년 만에 개인이 신자유주의에 복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시스템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관성에 따릅니다. 자연스럽게 개인이 사회와 마찰하고 있습니다. 소확행 트렌드를 지금이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하지만, 이미 개개인에게 깊이 뿌리내린 의식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이를 더 깊이 조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은수 : 지금 젊은 세대도 기존 체제에서 백퍼센트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삶의 표준 모델은 공부에 투자하면 잘 산다는 거죠. 하지만, 이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뿌리 깊은 사농공상 의식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요리사와 판사가 서로 존경하면서 이야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죠.
-자연스럽게 언론·출판은 소확행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올바른 조화를 이야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이홍 : 맞는 말씀입니다만, 지금 소확행 트렌드류 서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서가 사회 현상을 의식해서, 즉 타깃화해 만들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현재 '소확행 서적'으로 분류되는 책 중 명확히 소확행 현상을 이야기하는 케이스는 없죠. 기존에 나온 책 중 '소확행 트렌드에 맞는 서적'이 뒤늦게 규정될 뿐입니다.
지금 소확행 서적으로 거론되는 내용의 책은 자기계발서 시장에서 늘 쏟아져 나왔습니다. 2030이 절망에 빠졌다는 소리가 이미 10년 된 이야기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88만 원 세대>가 나온 지 한참 되지 않았습니까? 멘토니 힐링이니 하다가, 이제는 극단적으로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 근 5~6년간 붐을 이뤘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 책은 관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았죠. 다만 변한 건, 과거에는 '관계를 잘 맺어라'는 내용이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관계를 끊고 내면에 집중하라'는 책이 주류라는 점이 다릅니다.
▶장은수 : 지금껏 우리가 생각한 '행복한 관계'의 핵심은 가족과 회사였습니다. 즉, 경제 공동체가 다른 모든 공동체에 우선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확행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면, 경제 공동체가 다양한 다른 공동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취향 공동체, 마을 공동체 등이 과거보다 매우 중요한 공동체로 떠올랐죠. 미셸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박정호·신지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가 이야기하는 핵심입니다.
과거에는 '자기' 계발이 핵심이었습니다. 지금의 대안적 공동체가 중요시하는 건 자기계발이 아니라 '우리계발'입니다. 다른 행복을 끝없이 계발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찾자는 게 지금 큰 틀에서 소확행류에 묶을 수 있는 책들의 공통 이슈입니다. 크게는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더숲 펴냄) 등도 이 흐름에서 거론할 수 있는 책이죠.
문명사적으로는 탐욕 경제의 종말을 논하는 모든 책이 크게는 소확행 이데올로기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이가 인간의 모든 욕망을 채우려면 지구가 망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제 우리의 탐욕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가 접어들었음을 인정할 때입니다.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대죠. 이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소확행은 새로운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로서 소확행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금 '촛불혁명 이후'를 거론하게 됩니다. 앞서 우리는 촛불혁명도 크게는 386적 가치관 혁명의 하나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촛불혁명이 끝날 때 한 이야기인 '이제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때'의 중요성이 새삼 재론될 때인 듯합니다. 이데올로기로서 소확행을 중요하게 본다면, 일상의 민주화에의 시도 역시 큰 틀에서 소확행으로 볼 수 있을 법하네요.
▶장은수 : 맞습니다. 매우 첨단의 신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 혁명에 집중하려는 대중을 다시금 거대 정치판으로 되돌리려는 힘과 맞서는 사회를 보게 될 겁니다. 당장 노동시간 개혁 이야기가 나올 때 '예전에 주 68시간 일해서 아이 학원비를 댔는데, 갑자기 국가에서 52시간만 일하라고 하니 투잡 뛰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판치지 않습니까?
이 측면에서, 이제 자기계발서 말고 인문학이 소확행에 답해야 합니다. 마페졸리의 '신부족주의'와 같이, 포스트 근대적 삶의 움직임을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한국 사회를 이해할 새로운 시선을 계속 열어줘야 합니다. 앞서 우리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소확행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소확행이 신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 차원의 개념은 물론 아닙니다. 지식인들은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홍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확행이 마케팅일뿐 아니냐는 지적 역시도 돌아봐야 합니다. 한참 웰빙 유행이 일 때, 실제 웰빙 소비가 가능한 이는 일부 상위권 계층이었습니다. 소확행을 함부로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분명 일어날 겁니다. 여행 상품, 주말 레저 상품, 고급 음식 등에서 이런 포장 움직임이 일어나겠죠. 본질과 표면을 가려 짚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3.30 프레시안
포기하는 연습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저자 나토리 호겐|역자 전경아|세종서적 |2017.10
원제 あきらめる練習
저자 나토리 호겐은 베스트셀러『신경 쓰지 않는 연습(?にしない練習)』으로 일본과 국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어낸 일본의 대표적인 ‘행동하는 승려’. 현재 못토이후도(元結不動) 미쓰조인(密藏院) 주지로 있으며, 신곤(眞言)종 부잔(豊山)파 포교연구소 연구원이자 민속 축제 다이시코(大師講) 찬불가의 장인이기도 하다. 미쓰조인에서 사불(寫佛) 강좌 및 찬불가 지도 등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베스트셀러인『신경 쓰지 않는 연습』,『모으지 않는 연습(ためない練習)』,『절망하지 않는다(凹まない)』 외에『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般若心?、心の大そうじ)』,『실천편 반야심경 얽매이지 않는 삶(??編 般若心? こだわらない生き方)』,『올바른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正しいこと」にとらわれなくても大丈夫)』,『마음이 맑고 가벼워지는 반야심경(心がすっきりかるくなる 般若心?)』,『집착하지 않는다(こだわらない)』,『이것을 안다면(これがわかれば)』 등이 있으며, JAPAN TEMPLE VAN 홈페이지에 실린 ‘나토리 호겐의 좋은 이야기’(전 200화)도 호평을 얻고 있다.
목차
저자의 말
서장_ 포기함으로써 마음을 대청소한다
‘마음의 통풍’을 이끄는 불교의 지혜
깨끗이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일이 이유를 대지 않는다
순순히 도움을 받는 것도 지혜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
내 사정만 고집하는 것이 ‘괴로움’을 낳는 불씨
마음에 돋친 가시를 빼자
1장_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말로 ‘포기하는’ 것
적극적으로 포기하면 보인다
언제까지 ‘좋은 사람’이어야만 합니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약삭빠르게 굴지 마라
‘안다’와 ‘동의한다’는 서로 다른 의미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사람은 없다
불교가 가르쳐주는 보시는 기브 앤드 기브
‘오늘은 여기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중요하다
참아서는 안 될 때도 있다
정보의 ‘폭음’과 ‘폭식’을 그만두자
인간은 상황이 바뀌면 태도도 달라진다
어떤 역경이라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순순히 받아들인다
전화, 메일, SNS… 늘 연결된 상태로 두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적당히 한다
‘누군가가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리 지어 다니면 자신을 잃게 된다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후회보다 하고 난 뒤의 후회가 낫다
2장_ 집착은 불안, 초조, 분노의 원천
마음의 안식을 얻는 소욕지족을 권한다
물건, 물건, 물건… 쌓일수록 마음은 답답해진다
완벽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매일이라서 잘 느껴지는 변화도 있다
많은 것보다 하나를 깊이 연구한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가 너무 많다
협조하면 제멋대로 행동하는 내가 보인다
시대와 환경을 탓해봤자 소용없다
수첩의 빈칸에는 “가만히 있는다”라고 적는다
“어느 쪽이 이득인가?”를 따지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무리해서 흑백을 가릴 필요는 없다
‘답은 하나’라고 생각하면 인생이 지루하다
무작정 유행을 좇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며 언제까지나 한탄하지 않는다
불안하면 ‘무엇이든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인간의 언행은 처음부터 일관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만족을 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3장_ ‘지나친 생각’이 하루하루를 숨 막히게 한다
‘무명(無明)’이 인간의 괴로움을 낳는다
사소한 일로 내는 짜증은 ‘방념’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병에 걸린 것도 어떤 ‘인연’이다
절대 타인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어차피 죽는다고 생각하면 당당히 살 수 있다
그런 걸 신경 써봤자 대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악물어봤자 마음만 답답하다
손해를 보지 않고 끝내는 방법은 없다
불쾌한 일일수록 도망칠 수 없다
힘들 때는 바로 움직이는 것으로 승부를 보자
푸념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평소에 용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적당하게’ 사는 삶이 딱 좋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기 전에 신용부터 얻어라
부모의 편의대로 아이를 훈육하지 마라
눈앞의 현실은 물구나무를 서도 뒤집히지 않는다
돌다리 두드릴 시간에 빨리 건너라
‘진정한 나’를 찾아봤자 소용없다
4장_ ‘비교하지 않는’ 행복을 일찌감치 깨달은 자가 승자다
포기를 잘하는 사람은 열등감을 질질 끌고 다니지 않는다
자신을 크게 보이려고 하니 괴로운 것이다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자신을 잃는다
서로 건투를 빌어주는 것이 진정한 라이벌 관계다
점잔 빼지 않고 으스대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대인
안정만 추구하는 인생은 시시하다
인정받지 못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기고 지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외양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주세요”는 응석을 강매하는 것
칭찬받으려고만 하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시기와 질투는 머지않아 인생의 ‘독’이 된다
지울 수 없는 과거는 일단 버리고 다시 살아보라
이쪽의 사정을 우선해준 것에 감사한다
‘아래’에서 봐야 깨닫는 것이 많다
5장_ 머지않아 모든 고민이 작게 보이기 시작한다
내일보다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
쓸모없는 물건은 없을수록 좋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대범하게 산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라는 존재의 신비함을 깨닫는다
편리함이 도리어 적이 된다
‘옳은 것’이 늘 통용된다고 할 수 없다
쓴소리와 뼈아픈 지적이야말로 자신을 연마하는 거울이다
맑은 날만 ‘좋은 날씨’는 아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해본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지 않는다
서툰 말솜씨를 억지로 극복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아픈 부모를 간병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다
늙어가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죽음에 직면해서도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란?
인간은 태어난 순간 죽음을 향해 달린다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운 인생은 없다
인생은 일단 60점부터
출판사서평
어디에서나 만족을 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적극적으로 포기하면 평화가 찾아온다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혹은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고 실패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내려놓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들에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기하라”고 권하는 책이 나왔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열렬한 호응을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승려’로 알려진 나토리 호겐의 신작『포기하는 연습』이다. 전작『신경 쓰지 않는 연습』에서 불안 ㆍ 분노 ㆍ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을,『모으지 않는 연습』에서 마음 ㆍ 관계 ㆍ 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을 전했던 나토리 호겐이 이 책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 잡념을 걷어내고 평온한 마음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될 것이다.
본질을 명확히 밝히면 깨끗이 포기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물이나 자기 마음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기하다’는 일본어로 ‘아키라메루(諦める)’, 한자로 ‘諦(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명확하게 밝히다(明らかにする)’라는 뜻도 들어 있다. 즉,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뒤에야 깨끗이 포기하고 새롭게 전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비가 오는 바람에 예정된 행사가 중지되었다고 하자. 그때 행사에 가는 것을 포기하려면 ‘날씨는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하필 비가 오는 거야”, “기껏 준비했는데”라며 끊임없이 불평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포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분명하면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뚱뚱하다고 비웃어도 나는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도도 해보지 말고 무조건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후회보다 하고 난 뒤의 후회가 더 낫다고,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때는 해보는 데까지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실패했을 때야말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밝힐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 그러니 실패했지, 하는 수 없다”라고 포기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면 된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하자
나토리 호겐은 자기 사정만 고집하는 것이 ‘괴로움’을 낳는 불씨라고 말한다. 세상은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날씨도 정치도 경제도 내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내 기분 하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내 사정만 앞세우려고 하면 평생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렇다면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사정만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면 된다. 그러면 번뇌가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기하는 연습’인 셈이다.
우리는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쓴소리나 뼈아픈 지적 말고 칭찬만 듣길 바란다. 그렇지만 내가 “알아주세요” 하고 바라는 것은 다 큰 어른이 응석을 부리는 행위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으려고 하면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하느라 자신이 고생하게 된다. 이럴 때는 반대로 내가 모두를 좋아하려고 해보자. 칭찬만 받으려고 해도 자신감을 잃는다. 누군가 나를 비판할 때 반론하고 싶어지는 까닭은 상대방이 싫어서다. 그럴 때는 신뢰하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떠올려보라. 내가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지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이를 자기 연마의 재료로 삼을 수 있다.
어디에서나 만족을 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시대와 환경을 탓하거나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기보다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있는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 욕심이 나네”,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어”, “아직 미련이 남아 있구나”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고드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의 사정을 헤아려보고 그 사정이 이치에 맞는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불안하면 ‘무엇이든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지 않을까 불안해서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자신에게 최소 필요한 것은 몇 개나 되는지 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라”라는 소욕지족(所欲知足, 욕심이 적으면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뜻)을 강조한다. 욕심을 줄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만족을 알면 겸허해진다.
우리는 늘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한 것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두면 “이걸로 됐어”라는 생각에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자신에게 스스로 “오늘은 이만큼 애썼다”, “이 일에 관해서는 이만큼 열심히 했다”라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심신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포기하는 연습』이다. 그의 경험을 따라가며 우리도 그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이나마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일본어에서도 ‘포기한다’와 ‘밝힌다’의 어원은 같다{‘포기한다(諦める)’와 ‘밝힌다(明らめる)’는 일본어로 똑같이 ‘아키라메루’라고 읽는다-옮긴이}. 무릇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명확하게’ 밝히면 ‘포기할 수 있다’는 의식이 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가령 나이 들고 싶지 않다고 아무리 바랄지라도 ‘태어난 이상 나이가 드는 것’이 ‘명확’하므로 ‘노인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있다.
― 6쪽, 저자의 말에서
사물의 본질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본질을 밝히지 않고 경쟁 사회라는 고해(苦海, 고통의 세계라는 뜻으로, 괴로움이 가득한 인간 세상을 이르는 말-옮긴이)를 헤엄치면서 무작정 포기하려고만 한다. 그러니 도리어 스트레스가 쌓이고 괴로움이 느는 것이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솟구칠 때 일단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의 사정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그 사정이 이치에 맞는지를 생각한다. 덕분에 괴로움이 줄었다
― 35~36쪽, 서장_ 포기함으로써 마음을 대청소한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주변에서 만류해도 내가 한다고 각오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했는지 안 했는지를 후회하기보다 그때 스스로 결정했는지, 자신의 의지로 움직였는지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사정이 있어서 못했다”이든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든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면 후회는 없다.
그때는 너무 어렸다거나 생각이 짧았다는 후회는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일도, 하지 않은 일도 포기하지 못한 채 “아, 그때 할걸”, “그런 건 하지 말걸”이라고 읊조리며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보내게 된다.
― 87쪽, 1장_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말로 ‘포기하는’ 것에서
성격이 급한 사람은 흑백(선악)을 서둘러 가리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하면 일어난 현상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도 악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나쁜 짓을 반성하고 선인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상대, 지역, 시대에 따라 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불교에서는 어떤 일을 행한 후, 마음이 평안해지는 데 공헌하면 선이라 하고 마음을 흐트러트리면 악으로 본다. 선악은 시간적 결과라서 행한 시점에서는 판단할 수 없다.
― 121~122쪽, 2장_ 집착은 불안, 초조, 분노의 원천에서
혀를 차고 싶은 것도, 욕설을 퍼붓고 싶은 것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일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전부 내 사정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자각해야 한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하자. 처음에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치밀었다’는 걸 자각하고 이어서 ‘세상은 그렇게 흐른다’고 납득하는 것이다.― 146쪽, 3장_ ‘지나친 생각’이 하루하루를 숨 막히게 한다에서
열심히 티를 냈는데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하면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 하며 침울한 기분이 된다. 그럴 때 본당에 앉아 생각하다가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인정하며 살아왔던가. 스스로도 누군가를 오 분 동안 생각한 적조차 없으면서….” 그리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부처님은 인정해주실 거야”라는 두 가지 깨달음이다.
― 219쪽, 4장_ ‘비교하지 않는’ 행복을 일찌감치 깨달은 자가 승자다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 신념으로 매일을 살아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당성을 아무리 주장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나는 옳은데 인정하지 않다니, 그렇다면 주변이 틀렸다’는 이론을 펼치게 된다. 자신의 정당함을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틀렸다고 그를 혐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괴로운 건 본인이다. 그저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라고 해두면 된다. --- 261쪽, 5장_ 머지않아 모든 고민이 작게 보이기 시작한다에서
최고의 휴식 저자 구가야 아키라|알에이치코리아 |2017.07
원제 世界のエリ-トがやっている最高の休息法 腦科學×瞑想で集中力が高まる
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걸까,마인드풀니스로 찾아낸 몸과 마음의 회복력
저자 구가야 아키라는 정신과 전문의. 미국정신의학회 회원.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첨단 뇌과학을 연구한 구가야 아키라는 현대인들의 피로와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현재 미국에서 멘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인의 피로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과도한 활성화, 즉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순간에도 뇌가 쉼 없이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뇌과학 이론에 주목했다. 이후 메타연구와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마인드풀니스 인지요법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예일대학교·UCLA 메디컬센터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트랜스호프 메디컬센터’(TRANSHOPE MEDICAL) 원장으로 마인드풀니스 인지요법, TMS 자기치료 등 최첨단 치료를 도입한 진료를 전개하고 있다. 뇌과학자로서 연구 성과도 뛰어나 2년 연속 ‘LUSTMAN AWARD’(예일대학 정신의학 관련 학술상), ‘NARSAD YOUNG INVESTIGATOR GRANT’(신경생물학 우수연구자상)를 수상했다.
목차
시작하며_ 아무리 쉬어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진정한 휴식법
프롤로그_ 뉴헤이븐의 은자
1장 그들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가
_ 세계 최고 엘리트의 휴식법
나는 왜 짜증이 나고 무기력한 걸까 | 뇌에 쌓인 피로부터 풀어라
2장 지치지 않는 마음을 찾아서
_ 마인드풀니스로 찾아낸 마음의 근력
아무것도 안 해도 피곤한 이유 | 지치지 않는 긍정적인 뇌로 바꾸는 방법 |피로를 사전에 막는 예방법
3장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
_ 과거와 미래에서 오는 불안에 대처하는 마인드 스트레칭
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기 | 피로는 과거와 미래에서 비롯된다 |사소한 습관부터 바꾸기 | 점심시간의 휴식, 식사명상
[최고의 휴식법 01] 뇌가 지쳐 있을 때_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4장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춰라
_ 일상생활의 자동조정 모드에서 벗어나는 법
멀티태스킹이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 | 몰입에 이르는 방법 |긴장을 푸는 라벨링과 걷기명상
[최고의 휴식법 02] 정신을 차려보면 딴생각에 빠져 있을 때_ 동작명상
5장 마음의 디톡스를 위하여
_ 수면 과학과 자비명상
수면제보다 더 효과적인 것 | 디톡스를 책임지는 숙면의 조건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자비명상
[최고의 휴식법 03]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_ 자비명상
6장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는 힘
_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마음 컨트롤하기
몸을 이완시켜주는 브리딩 스페이스 | 피로는 ‘피로감’이라는 뇌 현상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식사법 | 건강한 뇌를 만드는 5가지 습관
[최고의 휴식법 04] 스트레스로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_ 브리딩 스페이스
7장 잡념에서 자유로워야 편안해진다
_ 자신과 사고를 분리하는 방법
잡념에서 벗어나는 몽키 마인드 해소법 | 잡념도 습관이다 |항상 똑같은 고민에 빠지는 이유 | 자기 비판부터 경계하기
[최고의 휴식법 05] 잡념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_ 몽키 마인드 해소법
8장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지키는 법
_ 피로를 극대화하는 분노 조절하기
뇌에서 오는 충동에 대처하는 RAIN | 목적의식과 화의 관계
[최고의 휴식법 06] 분노와 충동적 행동에 휩쓸릴 때_ RAIN
9장 역경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_ 뇌과학이 말하는 안정감과 피로의 상관관계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힘 |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마인드풀니스 |역경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평정명상
10장 심신의 진정한 휴식을 위하여
_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뇌 습관 길들이기
관계 회복의 효과 | 마인드풀니스가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 |몸의 생기를 되찾아주는 바디 스캔
[최고의 휴식법 07] 몸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느껴질 때_ 바디 스캔
11장 최고의 휴식법이란 무엇인가
나에 대한 배려 회복하기
다시 타오르기 위하여 | 나와 상대에 대한 배려의 힘 |
조직과 사회까지 치유하는 마인드풀니스
에필로그_ 모두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맺으며_ ‘무엇을 하는가’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로
특별부록 최고의 휴식을 위한 5DAY 매뉴얼
출판사 서평
“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걸까?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는데도 몸이 피곤하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먹고,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냈는데도 피곤이 잘 가시지 않는다. 피곤하니 만사 귀찮아진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집중력도 형편없다. 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단시간에 결정적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 종일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각종 메신저까지 순간순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그 속도에 맞추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강하게 가해진다. 피곤한 게 어쩌면 당연한 환경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늘 피곤하다는 것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문제는 육체의 피로가 아니다. 당신이 피곤한 이유는 단순히 몸이 지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피로감은 당신의 뇌가 지쳤다는 신호이다. 근본적으로 몸의 피로를 푸는 방법과 뇌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면 등의 방법만으로는 완전한 휴식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느끼는 피로의 대부분은 ‘피로감’이라는 뇌 현상이라는 것을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를 통해 입증하고, 일상에서의 간단한 습관 교정을 통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뇌 휴식법’7가지를 간명하게 제시해준다.
멍 때리가 정말 휴식이 될까? 뇌의 공회전이 우리를 피로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예일대학교에서 최첨단 뇌과학을 연구하고 현재는 미국에서 멘탈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그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인 현대인들의 삶을 마주하고, 마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일을 해오면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 만성 피로, 무기력 등의 원인을 찾기 위해 몰두해왔다.
그 결과 피로감의 원인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Default Mode Network의 과도한 활성화 때문이라는 뇌과학 이론에 주목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이른바 멍한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뇌 내 메커니즘을 통칭한다. 쉼 없이 활동하는 뇌의 기초 활동으로 이른바 공회전 상태인데 마치 멈춰선 순간에도 아이들링을 하는 자동차처럼 뇌도 계속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사실 좀 낯설다. 지금까지 들어온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화 상태, 즉 멍 때리기 상태의 장점에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는 멍 때리기가 미지의 상상,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몰입, 창의성의 극대화 등등에 기여한다는 것을 들어왔다. 이는 물론 사실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적절하게 활성화되면 이런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을 때이다. 예컨대 우울하거나 답답한 상태로 과거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거나 무기력하게 있을 때 뇌는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뇌가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뇌는 체중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쓰는 에너지는 신체 전체 사용 에너지의 20%나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60~80%가 공회전,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해버리니 아무것도 안 해도 지치고 마는 것이다.
마인드풀니스로 찾아낸 몸과 마음의 회복력
단순화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과도한 활성화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뇌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피로감은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공회전을 스스로 콘트롤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뇌과학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하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인지요법을 실시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가 높은 방법이‘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인드풀니스를 한 마디로 규정하긴 어렵지만 핵심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는 것,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일들에 주의를 집중하는 일을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뇌가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피로감 역시 개선된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해준다.
『최고의 휴식』에서는 스티브 잡스, 마크 베니오프 등 세계적인 CEO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감 해소를 위해 페이스북, 애플, 구글, 시스코 등에서 도입하여 실행 중인 마인드풀니스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7가지로 정리해 소개한다. 이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활용하기 쉬운 것들이다.
예컨대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어갈 때, 무의식적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신체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땅에 발이 닫는 느낌을 인지해본다거나, 식사를 할 때도 음식의 맛뿐 아니라 입안에서 닿는 식감 같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왠지 더 복잡할 것 같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일만 줄여도 뇌의 공회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고, 무기력하고 지친 느낌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잡념을 떨쳐내는 몽키 마인드 해소법, 분노나 충동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는 걸 예방하는 RAIN, 스트레스로 지친 몸의 원기를 북돋아주는 브리딩 스페이스 등의 방법을 간단하게 제시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마음의 근력을 만들어라!’
한편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라인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투영된 듯한 예일대 연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뇌가 지쳤을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10주간의 마인드풀니스 수업을 생생하게 그려 마인드풀니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선효과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 최고의 휴식법을 더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평정심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 뇌로 단련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마음 근력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의 핵심은 피로감을 완화하는 요법이 아니라 기본적인 면역체계를 갖추는 것과 같은 피로 예방법이라는 데 있다. 저자는 강조한다. ‘휴식’이란 단순히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휴식은 ‘지치지 않는 뇌’로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이다.
책속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 중 무려 60~80퍼센트를 사용한다. 즉 가만히 있어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뇌는 점점 지치고 만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스스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화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과도한 활성화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뇌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진정한 휴식을 누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p. 8)
스티브 잡스가 명상에 심취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외에도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 홀푸드마켓의 존 매키,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세계적인 보험회사 애트나의 마크 베르톨리니 등 수많은 경영자들이 마인드풀니스에 열광하고 있다. 실제로 그 효과도 성과로 드러나고 있는데 애트나의 경우 마인드풀니스 명상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3분의 1로 감소했고, 업무 효율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마인드풀니스 외에도 어떤 형태이든 명상 도입 후 직원들의 의료비도 크게 줄었고, 1인당 생산성이 연간 3,000달러 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p.38)
“그건 바로 자동조종 상태야. 나쓰도 생활을 하다 보면 별 생각 없이 하는 것들이 많을 거야. 먹기, 걷기, 양치질 등등. 사실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이렇게 별생각 없이 하는 행위로 채워져 있지. 자동조종 모드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말이야.그럼 정작 중요한 조종사, 즉 나쓰의 의식은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게 돼. 눈앞의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때 마음은 항상 지금과 관계없는 곳에 머물게 되거든. 그렇기 때문에 자동조종에서 벗어나 마음의 방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지금을 되찾아야 해.”(pp. 86~87)
“피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 짜증, 의욕 상실, 집중력 저하, 무기력, 건망증, 졸음 등등. 예컨대 보통 때는 부딪치지 않는 책상 모서리 같은 데 부딪치는 것도 피로가 쌓였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네.”요다가 든 몇 가지 예는 모두 내 이야기 같았다. 요다는 계속 설명을 이었다. “피로에 대한 뇌과학적 자료가 많은 건 아니야. 하지만 운동, 요가, TMS 자기치료,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고 여기에 더해 마인드풀니스와 인지행동요법도 효과가 있다는 건 밝혀졌지. 인지행동요법은 말 그대로 상담을 통해 피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데, 피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거지.” ---본문 중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8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10주년 특별판
저자 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최지혜, 서유현, 이수진|미래의창 |2017.10.
서문
2018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2007-2018 메가트렌드 코리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12년을 관통하는 흐름은 무엇인가?
Monetary Value 과시에서 가치로
Experience 소유에서 경험으로
Get Now-and-here 지금 이 순간, 여기 가까이
Active Consumers 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
Trust 신뢰를 찾아서
Responsible Consumption ‘개념 있는’ 소비의 약진
Evolution of the Sharing Economy 공유경제로의 진화
No Stereotypes 개성 앞에 금기는 없다, 무너지는 경계와 고정관념
Discord between Competition and Relaxation 치열한 경쟁과 안락한 휴식 사이에서
『트렌드 코리아』 선정 2017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1 2017년 소비트렌드 회고
C’mon,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Heading to ‘B+ Premium’ 새로운 ‘B+ 프리미엄’
I Am the ‘Pick-me’ Generation 나는 ‘픽미세대’
‘Calm-Tech’, Felt but not Seen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Key to Success: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
Era of ‘Aloners’ 내 멋대로 ‘1코노미’
No Give Up, No Live Up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2 2018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8년의 전반적 전망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 ‘Placebo Consumption’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Generation ‘Work-Life-Balance’ ‘워라밸’ 세대
Technology of ‘Untact’ 언택트 기술
Hide Away in Your Querencia 나만의 케렌시아
Everything-as-a-Service 만물의 서비스화
Days of ‘Cutocracy’ 매력, 자본이 되다
One’s True Colors, ‘Meaning Out’ 미닝아웃
Gig-Relationship, Alt-Family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
Shouting Out Self-esteem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미주
부록
출판사 서평
지난 12년간 한국 사회를 관통한메가트렌드는 무엇인가?
2007~2018 대한민국 메가트렌드
일반적으로 트렌드가 ‘일정 범위의 소비자들이 일전 기간 동조하는 변화된 소비가치’를 의미한다면, 메가트렌드는 ‘사회 대다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뜻한다. 어떤 현상이 단순히 한 영역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한 공동체의 사회·경제·문화적인 거시적 변모를 수반할 때 우리는 그것을 ‘메가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 메가트렌드의 3대 동인으로는 ‘경제, 기술, 인구’가 꼽힌다. 이 3가지 요인은 사회 전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먼저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저성장 기조는 세계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으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전제가 무너졌다는 점이 매우 심각하다. 이는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실에서 즉각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소비로 관심을 유도한다.
메가트렌드의 두 번째 동인인 기술적 측면에서는 ‘소통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통신 기술과 관련 서비스가 압도적인 영향을 발휘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소비가 단지 생존의 필요만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관련이 있다고 할 때, 그 욕망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근원을 흔든 SNS의 등장이 본서에서 꼽은 9가지 메가트렌드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까지 가세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인구구조는 다른 요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 속도가 느리고 그 영향도 간접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와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이 3가지 동인을 바탕으로 그간 한국 사회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은 메가트렌드 9가지가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 Monetary Value 과시에서 가치로 / 개인화와 정보 환경의 변화로 가치소비 확대
* Experience 소유에서 경험으로 / 소비의 고도화와 SNS가 그 배경
* Get Now-and-here 지금 이 순간, 여기 가까이 / 이자율과 자산 가격의 하락, 불투명한 미래에 대응하는 소비
* Active Consumers 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 / 소비자 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요한 이해 당사자
* Trust 신뢰를 찾아서 / 과잉근심, 각자도생의 시대, 미숙한 정부의 대처도 한몫
* Responsible Consumption ‘개념 있는’ 소비의 약진 / 과시의 대상이 ‘부’에서 ‘개념’으로 바뀌다
* Evolution of the Sharing Economy 공유경제로의 진화 / 소비자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정책적 배려의 융합
* No Stereotypes 개성 앞에 금기는 없다, 무너지는 경계와 고정관념 / 집단주의적 규범을 누른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득세
* Discord between Competition and Relaxation 치열한 경쟁과 안락한 휴식 사이에서 / 대립되는 키워드의 병존이 모순이 아니라 필연이 되는 상황
2018 황금 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2018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WAG THE DOGS’이다. 웩더독이란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라는 숙어적 표현인데,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언더독(underdog)’은 스포츠 경기에서 승률이 낮은 선수를 뜻하는 말로 사회적 패배자 혹은 약자를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였으나, 이제 그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정도로 언더독의 약진이 거세다.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SNS가 대중 매체보다,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 뉴스보다, 노점의 푸드트럭이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인디레이블들이 대형 기획사보다, 인터넷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대형 스타보다 인기를 더 끄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련의 정책은 그동안 소외됐던 시급 노동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하청·협력업체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2018년의 트렌드 키워드인 WAG THE DOGS는 이런 다양한 현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2018 키워드 요약
주목 대상은 ‘워라밸’이다. 김난도 교수는 이 새로운 ‘직딩’이 2018년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 문화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이들은 조직 문화를 넘어 사회 전반적인 변혁을 예고한다. 개인의 원자화가 가속되는 현상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과 새로운 개념의 휴식 공간인 ‘나만의 케렌시아’, 기존 관계의 판을 새로 짜는 ‘대안관계’ 키워드에서 정점을 찍는다. 과잉 공급이 일상화되면서 만성적인 선택장애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매력 자본’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플라시보’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접촉을 사라지게 만드는 ‘언택트’ 기술로 이어지고, ‘만물의 서비스화’ 시대에 제품은 서비스에 종속된다. 촛불 시위의 주역들은 ‘미닝아웃’으로 신념을 소비하는 반면,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소비를 통한 자존감 회복’을 추구한다. 이제 10가지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자.
*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수필집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이렇게 말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며 거창하지 않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일상에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가져보자.
* 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 ‘Placebo Consumption’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이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들으면 가짜 약이라고 할지라도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가 있다. ‘마음의 힘’은 그만큼 효력이 크다. 소비에도 이제 이런 위약 전략이 필요하다. 가성비에 마음을 더한 ‘가심비’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줌으로써 불안을 잠재우고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소비자들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고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방편으로 플라시보 소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 Generation ‘Work-Life-Balance’ ‘워라밸’ 세대
개인의 원자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타인과의 관계보다 스스로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중요시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직딩’이 출현하고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의 준말로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워라밸 세대의 주장과 실행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이들에게 칼퇴는 기본, 취직은 ‘퇴직 준비’와 동의어이며, 직장 생활은 더 소중한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이다. 조직 문화의 발전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한 이 신세대 직장인, ‘워라밸’ 세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다.
* Technology of ‘Untact’ 언택트 기술
무인(unmanned) 기술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contact)을 지워버리고 있다. 공항에서든 패스트푸드점에서든 이제 어디를 가나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모니터 화면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운 디지털 원주민들은 언택트 기술을 반기는 반면, 늘 대면 접촉을 하고 살았던 디지털 이주민들은 두려움이 앞선다. 편하고 저렴하고 빠른 언택트 기술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여기서도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잊지 말자.
* Hide Away in Your Querencia 나만의 케렌시아
스페인어인 ‘케렌시아(Querencia)’는 나만이 알고 있는 아늑한 휴식 공간을 뜻한다. 하지만 그냥 편하게 쉬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원래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다. 즉, 뭔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최대한 에너지를 모으는 곳이란 뜻이다. 바쁜 일상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 바로 ‘케렌시아’가 아닐까? 케렌시아는 공간 비즈니스와 수면 산업 등 현대인에게 필요한 신산업 분야의 발전을 예고한다.
* Everything-as-a-Service 만물의 서비스화
아파트를 고를 때 시공사와 인테리어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발레파킹은 기본이고 하우스키핑과 컨시어지 서비스, 호텔급 조식까지. 자동차를 살 때도 앞으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내부 서비스가 더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책속으로
단순한 유행을 넘어 1~5년 정도 지속하며 상당수 소비자들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나타낼 때 우리는 비로소 이것을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개한 ‘욜로’(2017), ‘1코노미’(2017) 등과 같은 키워드는 바로 이 트렌드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트렌드를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넓은 의미의 트렌드와 구별하기 위해 ‘좁은 의미의 트렌드’ 혹은 ‘학술적 의미의 트렌드’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나아가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메가트렌드’라고 한다. 메가트렌드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만든 용어로서 “탈공업화 사회, 글로벌 경제, 분권화, 네트워크형 조직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거대한 조류”를 뜻한다. 어떤 현상이 단순히 한 영역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한 공동체의 사회?경제?문화적인 거시적 변모를 수반할 때 우리는 메가트렌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_24-25쪽, 〈2007-2018 메가트렌드 코리아〉 중에서
소확행에 담겨 있는 의미는 ‘작은’, ‘사소한’, ‘일상’, ‘보통’, ‘평범’일 것이다. 이미 선진 사회에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 바 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화려한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보다는 창가에 핀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스웨덴어 ‘라곰(lagom)’,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장작불 옆에서 핫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찰나의 작은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고 있다._250쪽,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중에서
2017년 햄버거병 파동, 살충제 계란에 이어 유해물질 생리대까지 연이어 터지는 화학 관련 문제들로 케미컬 포비아는 더욱 확산되었다. 불안한 소비자들은 계란 대신 대안 식품을 먹고 천연 소재의 생리대를 찾았다. 불안하면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비자들, 이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택한다. 소수의 여성들만이 사용했던 친환경 생리대의 브랜드가 오픈마켓의 판매 상위권에 오를 만큼 고객 반응이 뜨거웠고, 일부 천연 소재 생리대는 품귀현상까지 보였다. 특히 100% 천연 펄프로 만든 생리대의 경우 일반 생리대보다 가격이 약 3배가량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이처럼 심리적인 안도를 위해 더 비싸게 지불한 비용이 ‘위안 비용’인 셈이다. 소비자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니 비싸도 제 성능을 충분히 다했다고 스스로 믿게 된다. 다시 말해서 비싸지만 가심비 높은 소비다._275쪽,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중에서
그런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좋은 노동의 기준은 연봉과 회사 규모, 인지도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이다. 2016년 3월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2,935명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의 기준’에 대해 설문한 결과, 1순위로 경력직은 연봉 수준(24%)을 꼽은 반면 신입직은 근무시간 보장(24.8%)을 꼽았다. 기성세대 대부분이 하고 싶은 일은 억누르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다면 젊은 세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하며 퇴근 후 시간조차 내일을 위한 휴식보다 오늘의 행복을 찾는 시간으로 채우려 한다. 이러한 사고는 안정성?보수?승진 등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존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면서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_293쪽, 〈‘워라밸’ 세대〉 중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에 입장하면 두 가지 바구니가 비치되어 있다. 고객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반면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든 고객에게는 점원이 다가가 제품을 추천해주고 상담 서비스도 실시한다. 2016년 하반기에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던 이 서비스는 2030 젊은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고 해당 기업도 전국의 매장으로 두 가지 바구니 비치를 확대했다. 고객이 들어오면 먼저 말을 걸고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친절한 서비스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손님 각자의 혼자 있는 시간을 인정해주는 ‘침묵’의 서비스가 새로운 쇼핑 문화를 만들고 있다._314쪽, 〈언택트 기술〉 중에서
한국인의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은 카페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동시에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긴다. 도대체 왜 카페가 현대인들의 케렌시아가 되었을까? 아동교육학에서 이야기하는 평행놀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비슷한 행위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아동 발달단계의 심리적 놀이를 지칭한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놀이도 없고 놀이하는 두 아동 간에 적극적인 상호작용도 없지만 나란히 앉아 놀이하는 것만으로도 공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카페에 가서 비슷한 카공족들을 바라보면 평행놀이를 연상하게 된다. 개인적인 시간이 편안하지만 나 혼자라는 외로움의 결핍도 채우고 싶기 때문에 카페와 같은 공간을 찾는 것이다. 고독은 수용하지만 고립은 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안식처로서 카페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_352쪽, 〈나만의 케렌시아〉 중에서
그렇다면 이렇게 산업의 서비스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트리밍을 비롯한 기술적 변화가 서비스 공급의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비스화는 다양한 기술의 총체적 결과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리밍 기술에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데이터에 콘텐츠를 실어 보낸다. 콘텐츠를 물질로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즉 가치로서 소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래의 온라인 재생이라는 의미가 확장되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때에 필요한 부분만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에까지 스트리밍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윤 창출의 모델이 재화가 아닌 서비스라는 점이다._369쪽, 〈만물의 서비스화〉 중에서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비보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보통 소비자들은 구매를 할 때 가격, 성능, 디자인, 애프터서비스, 의미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때 다른 요소가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한 가지 요소, 예를 들어 가격이 너무 비싸면 구매를 포기한다. 이 경우 한 기준이 다른 기준을 보상하기 때문에 ‘보상적 의사결정’이라고 한다. 반면 이런 여러 가지 구매 기준 중에서 단 하나의 기준만으로 구매를 결정할 때 “비보상적 의사결정을 했다”고 표현하는데, 지금까지 논의한 매력에 의거한 소비는 극단적인 비보상적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_398-399쪽, 〈매력, 자본이 되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해시태그는 사회운동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령 2016년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는 정치적인 관심과 공분을 끌어내어, 대규모 집회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역대 최대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17년 대선에서도 해시태그는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마치 유행처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SNS에 투표소를 배경으로 손등에 인주 도장을 찍은 인증샷을 올리면서, 선거 당일 인스타그램에는 ‘#투표’와 ‘#투표인증’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각각 39만 개, 20만 개가 등록될 만큼 해시태그를 통한 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해시태그 문화는 캠페인과 마케팅의 최우선적인 수단으로 꼽힐 만큼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불합리한 기업을 향한 보이콧의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7년 4월,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유나이티드항공의 만행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SNS에 ‘#BoycottUnited’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해당 항공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쳤다._409쪽, 〈미닝아웃〉 중에서
네 살 여자아이가 머리를 감고 밥을 먹는 모습이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좋아요’가 쏟아진다. SNS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65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권율이의 SNS 계정 풍경이다. 이 아이의 사진이 공개되는 순간 “너무 예쁘다”,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뽀뽀해주고 싶다” 등 딸바보 부모나 지인들이 남겼을 법한 댓글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들은 권율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 열광하는 이른바 ‘랜선이모’들이다. SNS?블로그?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의 집 아이를 보면서 마치 내 조카인 듯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랜(LAN)선과 이모를 결합한 ‘랜선이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_426쪽,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 중에서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개인의 고유성이나 독립성을 중시하고 개인적 성취나 목표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집단과의 화합?조화?공존을 중시하며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를 중요시했다. 사회적 관계에서 평등적 관계보다는 위계적 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내 집단’에 더 애정을 갖기보다는 내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우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트렌드 코리아 2017』
목차
서문 / 4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 16
[트렌트 코리아] 선정 2015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 18
1. 2016년 소비트렌드 회고
59 Make a ‘Plan Z’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73 Over-anxiety Syndrome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85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1인 미디어 전성시대
97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109 Ethics on the Stage 연극적 개념소비
123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미래형 자급자족
137 Basic Instincts 원초적 본능
149 All’s Well That Trends Well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159 Rise of ‘Architec-kids’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171 Society of the Like-minded 취향 공동체
2. 2017년 소비트렌드 전망
199C’mon,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217 Heading to ‘B+ Premium’ 새로운 ‘B+ 프리미엄’
241 I Am the ‘Pick-me’ Generation 나는 ‘픽미세대’
265 ‘Calm-Tech’, Felt but not Seen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283 Key to Success: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
305 Era of ‘Aloners’ 내멋대로 ‘1코노미’
331 No Give Up, No Live Up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353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375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397 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미주 / 419 / 부록 / 428
출판사 서평
『트렌드 코리아 2017』
[꽃보다 청춘]의 류준열이 혼자 캠핑카를 끌고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한 여성에게 대단하다고 칭찬했더니 그 외국인 여성은 “Yolo!”라고 화답했다. -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모나미가 발매 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2만 원짜리 153볼펜이 품절되자 한 중고 사이트에서 볼펜 가격이 33만 9천 원까지 치솟았다. - 새로운 B+ 프리미엄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주는 앱의 이용이 부쩍 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아줌마 찾는 것이 놀이가 되고 SNS 인증샷까지 올라오고 있다.- 영업의 시대가 온다
1+1, 2+1 행사를 하는 냉장식품 구매 시 일부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한 내 전국 GS25 매장 냉장고 어디에서나 가져갈 수 있는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이 200만 명이 넘었다. -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포켓몬GO 게임을 위해 걸어 다닌 총 걸음수가 1,440억 걸음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구에서 달을 143회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 - 경험 is 뭔들
이화여대 사태 때 대학본관을 점거했던 학생들이 불렀던 노래는 과거의 ‘운동권 가요’가 아니라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 나는 ‘픽미세대’
2016년 추석날 어느 고속버스 기사가 차표를 구하지 못한 군인에게 무료로 버스 안내양 자리를 내줬다는 미담이 “군인을 공짜로 차에 태워주는 것은 ‘여혐(여성혐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 각자도생의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17』의 10대 소비트렌드를 설명하기에 앞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비의 진풍경 몇 가지를 소개했다. 이렇게 소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 거대한 모자이크가 만들어내는 그림은 과연 어떤 것일까?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2017년은 한국에게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이다.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이를 두고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엔진이 고장 난 조각배에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위기를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그래도 내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철강, 자동차, 조선, 통신기기 등의 주력 품목이 흔들리고 설상가상으로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위기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여기저기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이렇게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에서도 기업들은 높은 파고를 넘어 항해를 계속해야만 한다. 이들에게 길이 되어줄 불빛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각자도생’과 ‘욜로 라이프’를 오고가다
거센 파고는 소비의 모습에서도 여지없이 반영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7』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가 ‘욜로 라이프’와 ‘각자도생’이다. 어쩌면 이 두 키워드는 동일한 현실 자각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의 양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절박한 심정이 지극히 현재지향적인 소비의 모습인 ‘욜로 라이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 라이프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이른바 ‘픽미세대’로 불리우는 20대 젊은층이다. 뽑혀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변되는 픽미세대는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역인 동시에 사회변화의 중심 세력으로서, 대선을 앞둔 2017년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자도생하는 픽미세대는 결국 1인 가구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얼로너(aloner)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소비시장의 새로운 파워컨슈머인 이들의 모습을 ‘1코노미’ 키워드에서 살펴본다. 이들에게 뭔가를 소유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소유보다는 공유, 그보다는 경험을 더 중요시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경험 is 뭔들’ 키워드에 담았다. 소유에 구속되지 않으려는 트렌드는 미니멀리즘과 반反물질주의로 나타나며 여기서 더 나아가 버리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단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그 버리는 것이 과연 버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일까? 오히려 빈자리를 새로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닐까?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키워드는 바로 이 역설적이고 이중적인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소비자를 배려하되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배려기술, ‘캄테크’,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진보를 통해 가능해진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토대로 한 소비 트렌드다. 한편 모든 것이 한 번의 클릭이나 터치로 이루어지는 이 첨단기술 시대에 오히려 면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영업의 시대가 온다’ 키워드는 보다 과학화되고 체계화된 새로운 영업활동으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만드는 전략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프리미엄 B+’는 전년도 키워드인 ‘가성비’와 ‘플랜Z’ 정신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브랜드의 새로운 전략이다. 평범한 대중 제품에 가치를 더함으로써 소비자가 그 프리미엄에 대한 가격을 납득하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비상의 날개를 펴야 할 때
2017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인 ‘CHICKEN RUN’은 정말 묘하게도 현재의 우리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을 본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닭들은 ‘닭은 원래 날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날아서 울타리 밖으로 탈출했다. ‘치킨런’은 닭을 가두는 철망 혹은 울타리라는 뜻이다. 혼돈과 정체 속에 우리를 가두고 있는 이 울타리를 과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비상의 날개를 펴야 할 때다.
이와 함께 전년도에 이어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소비자를 열광시킨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해 그 배경 트렌드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6년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10대 트렌드 상품은 다음과 같다.
『트렌드 코리아』선정, 2016년 10대 트렌드상품 (가나다 순)
간편식
·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의 확산
· 외식보다 저렴한 가격과 외식에 대한 거부감 감소
노케미족
·각종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 상승
·개인 차원에서의 해결책 모색
·DIY 시장의 확대
메신저 캐릭터
·일상에 자리 잡은 캐릭터와 이모티콘
·불안한 사회에서 위로받고 싶은 심리
·텍스트보다 그림·사진·영상으로 표현하는 모바일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관광상품으로서의 캐릭터 상품
부산행
·잦은 재난·질병·사고에 대한 두려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풍자와 비판
아재
·공감, 소통의 대상으로서의 기성세대
·소비문화에 주류로 등장하는 중년 남성
O2O앱
·공급자와 소비자를 간편하게 이어주는 네트워킹의 확산
·1~2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전화보다 클릭이 편한 모바일 세대의 쇼핑방식
저가음료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전략
·적정가격과 최적화된 품질 제고
태양의 후예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다 잊게 해주는 멜로 장르의 힘
·자기 주관이 확실한 여성 캐릭터
·직업적 소명의식이 투철한 주인공들에게 느끼는 감동
??페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는 지갑(편리성)
·모바일 간편결제가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의 조성
힙합
·직설적 표현방식을 통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의 대리만족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스트리트 문화 확산
책속으로
트렌드 코리아 2017
이제까지 우리는 내일만 보고 살았다.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까 봐, 더 힘들까 봐,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까 봐, 후회할까 봐 등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며 엄격한 사회적 규준에 자신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내일만 바라보며 살던 사람들이 바뀌고 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순간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기 시작한다. 욜로는 변화보다는 안주를,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소비 습관마저 바꾸고 있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던 소비자들이 순간순간을 즐기고 도전하기 위해 더 단순하고 명쾌한 가치를 쫓는 소비에 나선 것이다. 욜로 트렌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의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금리가 높고 물가가 빨리 오르던 고도성장기에는 현재를 희생해 돈을 모으고 집을 사두면 가격이 오르는 등 가계경제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이렇게 이자와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아끼고 희생하며 투자한다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중에서
단순한 고가의 사치품이 아닌 사용상의 만족감, 편의감, 기능과 활용을 획득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실용적 소비 행태로 구매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과시소비의 주역이었던 부유층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고가 사치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오히려 촌스럽고 초저가 제품과 럭셔리 제품을 적절히 혼용해 자신만의 안목을 드러내는 ‘자기편집적 소비’를 잘하는 것이 쿨(cool)하고 힙(hip)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유층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선망하던 일반 대중들의 소비태도 역시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에서는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프리미엄을 더한 제품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집중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 역시 핵심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 가치’에 있으므로 B+ 프리미엄이 성장하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결국 소비자의 인정에 의해서 발현되는 B+ 프리미엄이 가문과 역사를 통해 부여받은 럭셔리의 자리를 하나씩 대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B+프리미엄’」중에서
부모님의 칭찬과 지지에 익숙한 이들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이 저성장의 기조가 보이기 시작한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이들이 성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불황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셈이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취업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야 하는 세대였다. 계속되는 경쟁의 악순환을 겪으며 언제 탈락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은 이들을 지배하는 정서 중 하나가 되었다. 이처럼 픽미세대는 고도성장기의 희망이 사라진 빈자리를 자조와 체념, 또는 현실에 대한 빠른 직시로 채우며 불만스럽지만 세상사는 이치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라는 불안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현실의 소소함에서 즐거움을 찾고,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이라는 어려운 시대의 가치관을 조롱하면서도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픽미세대’」중에서
소비자는 최첨단 기술에 무조건 열광하지 않는다. 기술 그 자체가 주는 만족은 전문집단이나 일부 얼리어답터에게나 통한다. 대게의 사람들은 어떠한 기술이 자신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어주느냐에 반응한다. 작은 아이템임에도 이용자의 일상에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기기는 환영받지만 구글글래스와 같이 노골적이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기기는 대중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따라서 기술은 숨고 혜택은 드러나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지만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전략은 숨겨진 기술, 즉 보이지 않는 조용한 기술인 ‘캄테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중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생태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제품과 고객 사이 ‘중간 역할’을 하던 영업의 역할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한국 소비시장에서 영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영업의 종말’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놓는 근거와 일치한다. 유통채널이 다변화되고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기업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바로 “어떻게 소비자와 접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기업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현대 소비자의 구매특성을 고려해볼 때 기업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곧 영업으로 수렴하고 있다. ‘고도화된 영업’만이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많은 정보로 무장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영업의 시대가 온다」중에서
혼자 사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등장한 ‘1인용 상품과 서비스’는 1코노미의 시작에 불과하다. 소비생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를 줄여가며 나홀로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얼로너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군중 속에 있다 하더라도 정녕 혼자이고 싶은 사람들, 즉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 하고 스스로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한 이들이다. 혹 미움을 받아야 한다면야 까짓것 받고 말겠다며 ‘쿨내’ 풍기는 이들이 바로 이 1 코노미의 진정한 주역들이다. ---「내멋대로 ‘1코노미’」중에서
얼로너들은 관태기에 빠지면서도 타인과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혼밥이나 혼술을 하는 얼로너들이 음식과 술을 앞에 두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혼영을 가서도 영화티켓의 사진을 찍는다. 혼행을 떠나서는 홀로 잠자리에 든 침대 위 자신의 모습을 찍는다. 그리고 SNS에 올린다. 물론, ‘혼?’ 혹은 ‘나 홀로’ 라는 해시태그를 빼먹을 리 없다. 스스로 기특하고 뿌듯한 이 장면을 자랑하고도 싶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면 마치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혼자이기를 원했지만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는 심리, 이는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긴 했지만 뒤따르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이들의 전략은 ‘따로 또 같이’다. 한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혼자 밥을 먹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쉴새 없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SNS를 통해 소통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1코노미’가 주목하는 이 시대 얼로너들의 패러독스다. ---「내멋대로 ‘1코노미’」중에서
현대인은 오늘도 무엇인가를 사들인다. 그렇게 사들인 물건들은 이내 쌓이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부터는 더 이상 도파민이 분비되는 자극을 받지 않기 때문에 쌓인 물건들은 더 이상 기쁨을 주지 못한다. 우리가 비슷한 물건을 또 다시 사들이게 되는 이유다. 다람쥐 쳇바퀴의 확장판 같은 이러한 구매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결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물건들을 쌓아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새로운 물건을 사기 위한 최적의 구실로 버리는 행위에 집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물질 을 버리고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중에서
중요한 사실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장소?시간?방법 모두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선택한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넘어 모바일 온리(mobile only)가 펼쳐지는 시대다. 이제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 실시간 개인 맞춤형 시대의 중심에 모바일이 있다. 모바일의
발전은 이미 온라인의 단순한 확장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수요에 실시간으로 즉각 대응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면서, 시장에
서는 수요와 공급의 시간적?물리적 불일치가 극복되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생활 속의 작고 사소한 니즈를 풀어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기술과 접목되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펼쳐지고 있다. 한계의 지평선을 넓혀가고 있는 수요중심시장은 이제 섬세한 인간적 감성과 손길이 가미되며 상상 가능한 모든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을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중에서
경험이 곧 경쟁력인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17』이 제안하는 경험 is 뭔들은 소비시장에서 체험의 경계가 확장되며 경험이 모든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화두가 될 것임을 예견하는 트렌드다. ‘??이면 무엇이든 좋다’는 의미의 유행어 ‘뭔들’을 활용한 작명이다.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어졌고,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개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개발, 서비스 이용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험은 어떻게 우리의 소비생활을 바꾸고 있을까? 좀처럼 걷지 않는 미국인을 움직이게 만들고 바쁘고 피곤한 서울의 직장인마저 속초행 버스에 오르게 만드는 경험의 힘은 무엇일까? 포켓몬스터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화하듯,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소비의 경험화 현상과 그 체험의 확장이 그리는 경험 경제의 지도를 살펴본다. ---「경험 is 뭔들」중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6
서문 / 4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 16
[트렌트 코리아] 선정 2015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 18
1. 2015년 소비트렌드 회고
61 Can’t Make up My Mind 햄릿증후군
75 Orchestra of All the Senses 감각의 향연
87 Ultimate ‘Omni-channel’ Wars 옴니채널 전쟁
103 Now, Show Me the Evidence 증거중독
115 Tail Wagging the Dog 꼬리, 몸통을 흔들다
127 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일상을 자랑질하다
141 Hit and Run 치고 빠지기
153 End of Luxury: just Normal 럭셔리의 끝, 평범
165 Elegant ‘Urban-granny’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177 Playing in Hidden Alleys 숨은 골목 찾기
2. 2016년 소비트렌드 전망
190 Make a ‘Plan Z’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203 Over-anxiety Syndrome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225 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1인 미디어 전성시대
245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269 Ethics on the Stage 연극적 개념소비
291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미래형 자급자족
311 Basic Instincts 원초적 본능
333 All’s Well That Trends Well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373 Rise of ‘Architec-kids’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393 Society of the Like-minded 취향 공동체
미주 / 412 / 찾아보기 / 420/부록 / 428
출판사 서평
트렌드 코리아 2016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의 선정 배경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SNS의 영향을 우선 꼽았다. 여기에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낳은 전반적인 불안과 불신도 키워드에 반영되었다. 첫 번째로 선보인 ‘플랜 Z’소비는 위 세 가지 배경을 모두 담고 있는 키워드로 주목받는다. ‘플랜 Z’는 최선인 플랜 A, 차선인 플랜 B가 모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를 뜻하는 것으로 일명 ‘구명보트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풍요와 빈곤이 극적으로 교차되는 시대에 나타나는 플랜 Z 소비는 “통장 잔고가 0원일지라도 삶은 우아하게”를 모토로 삼는다. 이미 풍요의 시대를 경험한 이들은 현실이 녹록치 않더라도 개미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실은 개미이지만 베짱이의 DNA를 버릴 수 없는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푼이라도 절약해주는 ‘앱테크’의 도사로 거듭 나고 샘플세일과 리퍼브 제품의 마스터가 되는 방식으로 ‘우아한 서바이벌’을 이어간다. 플랜 Z의 시대의 또 다른 풍속인 ‘가성비’의 약진은 브랜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아예 브랜드 없는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에 사람들은 내용과 품질을 먼저 따지고 브랜드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품질은 판단할 정도로 정보에 민감하고 똑똑해져 있다. 대륙의 실수라고 놀림을 받던 샤오미의 무서운 약진은 바로 ‘브랜드보다 가성비’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아한 서바이벌을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SNS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바로 ‘있어 보이는 것.’ 주변의 너저분한 현실을 쏙 빼고 멋져 보이는 것들만 프레임에 담는 기술이야말로 ‘있어빌리티(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의 핵심이다. SNS에 뭔가를 올릴 때는 해시태그를 잊으면 안 된다. 오늘날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기에는 또 해시태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21세기 취향공동체는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SNS와 인터넷의 강력한 영향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마을 공동체나 가족 공동체가 아니라 인터넷 공동체에 의지해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부모 세대의 조언보다 인터넷 선배들의 말을 더 따른다. 이미 ‘국민OO’ 리스트를 모두 외우고 있는 신세대 엄마들은 임신 전은 물론이고 태아 단계, 생후 1달, 2달, 3달 단계별로 아이의 양육상태와 육아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아법을 신뢰한다. 이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치 고층건물의 한 층, 한 층을 쌓아 올리는 단계별 건축 공정과 비슷하다. 설계자 엄마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을 일컬어 ‘아키텍-키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전혀 과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시대, TV가 바보상자의 오명을 벗고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현재 N스크린을 휩쓸고 있는 것은 공중파TV도 케이블TV도 아닌 개인이 제작해 송출하는 방송이다. 1인 미디어의 무서운 확장세는 기존 시청률 산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게 만들었고 공중파 방송시스템의 체질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 오타쿠의 세상으로 폄하되던 1인 미디어는 이제 거대자본을 갖춘 MCN의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스타탄생의 진원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송국을 갖게 되는 시대. 새로운 콘텐츠 소비의 장이 열리면서 광고를 만들고 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야기된 전반적인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과잉근심’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조그만 위험에도 극도로 몸을 사리는 사람들은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눈을 돌린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도래한 100세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6 트렌드코리아가 제시한 ‘미래형 자급자족’ 키워드는 지속적으로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공동체적 해결법을 같이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불안과 근심 속에서도 소비는 계속 되고 그것은 이 짜증나는 현실을 타파할 새로운 재밋거리의 추구와 연결된다. ‘원초적 본능’에 대한 몰두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좀 더 신선하게, 아니면 아주 다르게. 너무 잘 나가는 것들만 보는 것도 지겨워진 시대. 사람들은 이제 싼 티 나는 B급 정서를 더 반기고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들을 신선하게 바라본다. 키치적 재미에 눈뜬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트렌드 코리아 2016』는 이렇게 변하는 것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즉,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들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먹고 자고 입어야 하며, 나아가 권력과 명예와 성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 개성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두드러지는 시대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와 ‘취향 공동체’, ‘있어 보이게’를 꼽는다. 마지막으로 ‘연극적 개념소비’는 착한 소비라는 가면을 쓴 소비자들의 내면 심리를 파헤친다. 스마트폰으로 기부 앱을 다운받는 사람들. 과연 기부가 목적일까? 수십만 원 대의 에코백을 두서너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타적 소비가 기업들의 대의마케팅이 가져온 인위적 결과라면? 착한 소비의 복잡한 이면을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전년도에 이어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소비자를 열광시킨 10대 트렌드상품을 선정해 그 배경 트렌드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5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10대 트렌드상품은 다음과 같다.
『트렌드 코리아』선정, 2015년 10대 트렌드상품 (가나다 순)
단맛
* 불안한 현실 속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제
* 감각의 다양화를 통한 시장 확대
마스크 & 손소독제
* 개인적 차원의 위기대응방식의 확산
* 부정확한 정보의 만연으로 인한 상대적 불안감 상승
복면가왕
* 숨겨져 있던 진짜 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
* 학벌*외모*부모의 직업과 같은 스펙?후광(halo) 요소에 대한 반발
* 음악 프로그램의 예능적 특성 강화
삼시세끼
* 속도의 사회에서 찾는 평범한 것의 가치
* 따듯함과 소박함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
셀카봉
* 자기애가 극대화된 현대판 나르키소스의 등장
* 타인에게 보이지 않던 사적인 삶의 영역 과시
소형 SUV
* 가족중심적 여가문화 확산과 가성비의 강조
* 남성소비영역에서 여성의 구매력이 확대되는 ‘이브올루션’ 현상
쉐프테이너
* 쿡방과 내식 중심의 미각열풍
* 실천가능한 ‘꿀팁’의 확산
저가중국전자제품
* 가격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기대수준의 지각변동
* 과잉품질에 대한 반발과 핵심가치의 극대화
편의점 상품
* 1인가구의 증가와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의 확산
* 가격 이외의 요소를 활용한 숨은 시장 재발견
한식뷔페
*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 확대
*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동시에 겨냥한 고객층 다변화
책속으로
트렌드 코리아 2016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더라도 점점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플랜 Z 세대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도 소비가 주는 행복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즉, 당장 돈이 없어도 돈 쓰는 ‘재미’를 누리며 살겠다는 것이다. 안 쓰고, 안 먹고, 변변한 옷 하나 없이 버티는 것은 이들에게는 마치 반세기 이전의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다. 그들은 전쟁 이후 모두가 못 먹고 못 입던 절대빈곤의 시절이 아니라, 그 어느 세대보다 물질의 풍요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미디어의 발달은 이러한 풍요로움을 대중의 코앞까지 전달해주기에 이르렀다. 명품의 개념이 디저트와 식음료 등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생활 범위 안에서조차 사람들은‘좋은 것’에 노출되어 있다. 베짱이처럼 이 좋은 것을 마음껏 즐기며 살고 싶지만 현실은 개미처럼 일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랜 Z 세대는 일단 베짱이의 삶을 선택한다. 단, 개미의 정신을 탑재한 베짱이여야 한다.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중에서
단순히 기존 제품의 마케팅에 ‘불안감’을 활용하는 불안 마케팅을 넘어 이제는 불안을 불식시켜주는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불안 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강력범죄가 이슈화되고 고령?1인?여성 가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소비 분야에서 안전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감시용 CCTV, 무인 전자경비 시스템, 출입통제 시스템 등 보안영역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휴대전화 도청이나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어 모바일용 보안시장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치안·안전 산업 등은 사회적인 불안 심리와 맞물려 향후 중요한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중에서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은 간단한 동영상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실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1인 미디어는 무엇보다 솔직함과 다양성으로 무장한 개성 있는 콘텐츠가 장점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관계없이 자기 취향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일상적인 소재를 하나의 콘텐츠로 창조하고 대중과 소통한다. 보통 잡담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중에서
그동안 브랜드는 마케팅의 핵심 자산이자 개념이었다. 그러나 브랜드의 악몽이 시작됐다. 브랜드는 곧 품질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며 소비자의 신뢰가 저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치, 즉 가격과 성능의 비율이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소비자는 브랜드가 약속하는 환상에 의문을 품는다. 많은 시행착오와 소비생활의 풍부한 정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품질을 분리하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안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는 가고 가성비의 시대가 개막했다.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프리미엄 김밥’이다. 전자기기에서는 짠돌이 짠순이 같았던 소비자들이 과감하게 돈을 지불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밥이다. ‘한 끼 때우는’ 저가식품의 대표 주자인 김밥조차 ‘프리미엄’한 가치를 입고 소비자의 인기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외에도 적지 않다. 가성비는 무조건적인 절약과 개념이 다르다. 저렴한 가격만이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나에게 가치 있다고 판단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 마련이다. 한 번에 큰값을 지불해야 하는 내구재를 살 때는 꼼꼼하게 그 가치를 따지다가도 한정판 피규어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과도한 포장·광고·브랜딩 등에 투자하기보다 기본적인 가치, 즉 상품의 절대가치를 키우는 데 투자하는 게 더 중요하다.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중에서
기부를 놀이처럼 즐기는 젊은 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착한 것은 심심하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참여 방식과 그 만족도도 함께 변하고 있다. 과거 소외된 이웃의 불우한 상황을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윤리소비를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다수의 대중에게 홍보를 하고 싶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소셜 참여가 늘어날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대중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에 클릭하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이벤트가 많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대중은 기부를 한다는 뿌듯함과 게임을 한다는 재미를 느끼고 기업들은 자사를 홍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이벤트를 기꺼이 기부 개념으로 후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는 ‘좋아요’ 횟수만큼 기금이 쌓이는 많은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연극적 개념소비」중에서
공유 자동차 서비스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낯선 타인과 차량을 공유한다는 불편함과 차량에 대한 소유욕을 포기하지 못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던 차량 공유 시스템이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는 2014년에 이어 2015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2년 8개월여 만에 공유 차량 3,000대, 회원 백만 명을 돌파했다. 2012년 말 공유 차량 100대로 시작한 쏘카는 공유 차량 1,000대까지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이후 2,000대까지는 8개월, 다시 3,000대까지는 5개월밖에 소요되지 않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미국 집카Zipcar의 경우 공유 차량이 3,000대가 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이 기록은 놀라운 속도다.9 낯설게만 느끼던 카셰어링의 효율성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운전자들의 선입견과 고착화된 습관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형 자급자족」중에서
고상함보다는 경박함에, 조화보다는 부조화에,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함에, 그리고 하드코어적인 잔인함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일반론적으로 해석하면, 이러한 원초적 자극들이 치열한 주목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의 주의을 끄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키치의 영향을 받은 유치하고 뻔뻔하고 솔직한 광고나 상품은 대중에게 재미와 일탈의 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관찰되는 원초적 본능 트렌드는 단지 키치적 유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저성장에 따른 좌절감과 이에 대한 반발로서의 성격이 감지된다.---「원초적 본능」중에서
기성세대가 구축한 성공의 프레임과 프로세스에 반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는 오래 인내하고 한 단계씩 쌓아가는 식의 입지전적인 성공담론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성실과 겸손이 미덕이던 산업화시대에는 인내하며 살아야 가능했던 성공의 매뉴얼도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할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을 바꿀 수 없는 가혹한 현대에 달관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기약 없는 희망을 접었다. 대신 당장 눈앞에 필요한 것과 재미를 추구하고, 자격지심을 감춰줄 ‘있어빌리티’를 연마한다. 생활수준은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미적 감각은 높아져 가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포장하는 달관형 제스처가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이다. 3포, 5포에 이어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한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달관세대는 뭔가 특별한 것을 갈구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남들과 확연히 다른 무엇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지언정 취향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있어 보이게 하는 연출은 이들에게 마지막 자존감인 것이다.---「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중에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젊은 부모들의 세대적 특성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낳아 육아를 시작하던 엄마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엄마들은 상당수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갖는다. 특히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며 경력 단절을 감수하는 엄마들은 자신이 몰두하던 직장생활에서의 성취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회사생활하듯 맹렬하게 육아 활동에 몰두한다. 이전까지 ‘사회인’이 되기 위해 발달되어온 그들의 사고방식·가치관·행동양식 등이 ‘엄마’가 되어 임신·출산·육아를 하면서 그대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내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지식과 정보로 무장하고 높은 빌딩을 짓듯 임신·출산·육아·교육의 전 과정을 철저히 계획하며 고민하는 정성 가득한 엄마들이다. 이들은 외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가져보지 못했던 옛날 엄마들과 다르다. 엄마가 되기 전 자기주도적 인생을 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므로, 엄마가 된 이후에도 그러려고 한다. 그 자아실현의 노력이 육아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육아 방식이 과거 엄마들처럼 무조건 희생적이고 자식을 위한 삶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가장 다른 것은 이들에게 열정적인 육아는 본인을 위한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점이다. 자식에게 애정을 쏟고 열정적으로 혹은 최선을 다해 키워내는 과정에서 엄마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5
서문
2015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선정 2014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2014년 소비트렌드 회고
Dear, got swag?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Answer is in your body 몸이 답이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Hybrid patchworks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Organize your platform ‘판’을 펼쳐라
Reboot everything 해석의 재해석
Surprise me, guys! 예정된 우연
Eyes on you, eyes on me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Say it straight 직구로 말해요
2015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5년의 전반적 전망
Can't make up my mind 햄릿증후군
Orchestra of all the senses 감각의 향연
Ultimate 'omni-channel' wars 옴니채널 전쟁
Now, show me the evidence 증거중독
Tail wagging the dog 꼬리, 몸통을 흔들다
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일상을 자랑질하다
Hit and run 치고 빠지기
End of luxury: just normal 럭셔리의 끝, 평범
Elegant ‘urban-granny’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Playing in hidden alleys 숨은 골목 찾기
미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2015년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옴니채널 전쟁(Ultimate ‘omni-channel’ wars)
증거중독(Now, show me the evidence)
꼬리, 몸통을 흔들다(Tail wagging the dog)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치고 빠지기(Hit and run)
럭셔리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Elegant ‘urban-granny’)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21세기 햄릿’과 ‘썸’ 타는 사람들,
희생정신을 벗어버린 ‘진격의 할머니’, 그리고 셀피족이 벌이는 ‘일상의 자랑질’ 향연
우유부단의 대명사, 햄릿이 2015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의 첫 번째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른바 ‘햄릿증후군’이 선택 과잉의 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트렌드 코리아]는 오늘날 만연하게 나타나는 결정장애 증상이 개인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인 배경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와 개인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의 등장이 예고된다. 햄릿증후군은 [트렌드 코리아]가 말하는 ‘치고 빠지기’ 현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제품 선택과 구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 현상을 대중가요는 ‘썸’이라는 단 한 글자로 요약했다.
한때 젊은이들의 유치한 취미로 치부되던 ‘셀카’는 이미지 위주의 SNS가 대세를 이루면서 ‘셀피(selfie)’라는 용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바쁘게 일상을 자랑질하는 셀피족은 이제 셀카봉을 무기 삼아 라이프스타일 전사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셀피족이 더욱 근사하고 세련되게 자랑질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셀피족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종족은 바로 새로운 할머니 세대인 ‘어번그래니(urban granny)’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손주를 보기 시작하면서 할머니 문화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과 달리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의 경험이 풍부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이를 몸소 체험하고, 가난한 시대와 고소득 시대를 두루 경험한 이들에게서 과거 할머니가 보여주었던 품 넓은 ‘희생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까지 손에 쥔 어번그래니는 이제 가정과 자녀라는 족쇄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어번그래니가 그려나갈 새로운 소비 풍속도는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보다 ‘덤’에 끌리는 사람들과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족,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작은 사치’에 주목하라
[트렌드 코리아]가 주목하는 또 하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꼬리경제’ 현상이다. ‘1+1’이나 ‘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이제 ‘덤’은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텀블러를 갖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피규어를 모으기 위해 햄버거를 먹고, 화장품을 받기 위해 잡지를 사는 식이다. ‘덤’의 진화는 본제품의 진화보다 오히려 속도가 더 빠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 새로운 소비 현상은 2015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놈코어(Normcore)’ 현상이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이 바로 트렌드인 놈코어는 럭셔리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검은색 터틀넥셔츠와 청바지로 일관한 스티브 잡스의 패션이 대표적이다. 이제 가장 평범한 것이 오히려 주목받고,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를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놈코어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감각의 향연’이다. 주로 시각과 미각을 공략했던 기존 카테고리에서 진화해 최근에는 후각(베이컨 냄새를 내보내는 스마트폰 앱,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 촉각(가죽으로 마감한 스마트폰 케이스), 청각(고가의 헤드폰, 시그니처 사운드)을 만족시켜주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불황의 시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손쉬운 방법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들의 ‘작은 사치’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증거중독자들, 옴니채널 시대의 크로스쇼퍼, 골목길 순례자가 만드는 새로운 풍경
물건을 사면 포장 상자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제품사용설명서가 이제는 구매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항목이 되었다. ‘내가 찾는 물건’, ‘나에게 맞는 물건’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구매 리스트에서 가차 없이 탈락되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분해하고,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야 기업이 하는 말을 믿는다. 의심사회의 도래는 엔지니어 정신과 기술로 무장한 ‘컨슈니어’, 제품설명서를 정독하는 ‘호모 도큐멘티쿠스’로 대표되는 ‘증거중독자’들을 대거 출현시켰다. 이들은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을 넘나드는 ‘크로스쇼퍼(cross shopper)’로 진화 중이다. 옴니채널 시대의 개막은 온·오프라인의 구분을 허무는 전방위 쇼핑과 서비스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유통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골목길의 재탄생이 눈길을 끈다. 올레길·둘레길로 대표되는 ‘길’ 열풍에 이어 ‘숨은 골목 찾기’ 열풍이 일고 있다. 미니 자본과 다양한 문화의 자생지인 골목길이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 순례자들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한다.
책속으로
최근에는 단지 추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상품을 구독자에게 배달하는 형태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하고 있다. 패션 상품 큐레이션 커머스인 ‘바이박스’는 클러치·액세서리·스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소품들로 구성된 세트를 소비자의 취향을 우선 고려해 구성하고 있으며, 고달픈 직장 생활의 시름을 달래주는 ‘샐러리맨 박스’에서는 남녀를 구분해 휴대용 세제·핫팩·숙취해소제 등 생활 제품들을 성별에 따라 분류해 선별하고 있다. 서울의 유명 제과점들과 제휴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빵들을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해주는 ‘헤이브레드’도 소비자의 발품을 대신하고 시간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큐레이션 커머스로 성장했다. 218쪽
과거 물건이 귀하던 시절에는 제품을 매장에 갖다 놓기만 하면 판매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필요뿐 아니라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찾아 쇼핑을 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기본 기능 외에 보다 높은 만족감이나 우월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되었다. 소비자의 감각이 더욱 세심하고 복잡해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선호를 자극하고 만족시키려는 과정에서 품질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품질을 가늠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즉, 품질의 개념이 보다 감성 지향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227쪽
소매유통 솔루션 기업인 호인터Hointer도 의류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위해 모바일 앱과 연동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매장에 들어선 고객이 모바일로 ‘옴니서비스Omni Service’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직원의 도움 없이도 간단한 쇼핑을 시작할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옷의 태그에 휴대폰을 대면 옷에 관한 정보, 사이즈, 다른 고객 리뷰, 관련 의류 정보, 세일 정보 등의 모든 정보가 휴대폰 안에 표시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착용하고 싶은 옷을 고르고 앱을 통해 입어보기 버튼을 누르면 “몇 번 탈의실로 가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뜨고 해당 의류가 즉시 탈의실로 보내진다. 사이즈 교환도 탈의실에서 간단하게 휴대폰을 통해 가능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은 옆에 있는 구멍에 넣으면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자동으로 사라진다. 258쪽
네티즌 수사대 역시 소비자들의 증거중독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미드’, ‘영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나 <셜록> 같은 수사 드라마를 일상적으로 시청한 덕분에 셜록 홈즈 못지않은 추리력을 갖추게 된 것일까? 일반 소비자들의 수사력이 갈수록 치밀해지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로 악명을 떨치던 음지의 네티즌들이 아니다. 최근 네티즌 수사대는 몰카 제보에서부터 경찰과의 합동 수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게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도 특유의 수사력을 발휘해 거대 기업의 부당함을 당당히 공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담대함까지 보인다. 274쪽
2014년 6월, 맥도날드 각 매장 앞에는 어린이날도 아닌데 때아닌 기다란 줄이 이어졌다. 햄버거를 싸게 팔아서도, 신메뉴가 등장해서도 아니었다. 어린이용 상품으로 구성된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의 증정품인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받기 위한 경쟁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까지 이어져 직장인이 밀집한 지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행사가 조기마감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네티즌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국 맥도날드 매장의 피규어 현황이 생중계되었고, 원하는 피규어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다른 지역 매장까지 찾아가는 ‘원정족’들이 넘쳐났다. 온라인 중고장터에서는 맥도날드 피규어가 바로 인기 품목으로 등장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에 맥도날드는 슈퍼마리오에 이어 ‘스펀지 밥,’ ‘드래곤 길들이기’ 피규어를 증정하는 행사를 몇 달간 추가로 지속했다. 292쪽
연출된 일상을 업로드하는 셀피가 주요한 트렌드가 된 첫 번째 사회적 원인은 이미지 세대의 성장이다. 사실 셀피라는 단어는 낯설지 모르지만 ‘자기 사진 찍기’는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하고 보편화된 행위다. 1990년대 말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스티커 사진기에 익숙한 30대,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의 캠코더 렌즈에 익숙한 20대, 그리고 최신 렌즈에 익숙한 10대들까지, 이들은 카메라 앞에만 서면 베스트 포즈와 소위 얼짱 각도로 무장한 채 능숙하게 셀카를 찍어왔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물결이 일기 전인 2000년대 중반에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라는 공간에서 자기 사진을 전시하며 이미지로 소통하고 관계 짓기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통해 한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셀피를 터득했다. 다만 초기에는 셀피를 찍는 이유가 예쁘게 나온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 셀피를 찍고 전시하는 진짜 이유는 내가 오늘도 건재하다는 인증이자 SNS 공간 속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 셈이다. 318-319쪽
패스트 패션 분야는 치고 빠지기에 가장 좋은 시장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값비싼 명품은 오랫동안 소중히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지만 저렴한 패스트 패션은 한 계절 사용한 후 버리거나 장롱 속에 마냥 방치해두어도 부담이 적다. 제품 회전율도 빨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트렌디한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대놓고 치고 빠지는 고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제품 충성도가 높은 화장품 시장에서 갈팡질팡 선택에 주저하는 소비자는 공격적으로 유혹해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제품의 한정판 ‘체험 키트’를 마련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고객과의 썸 타기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339쪽
일상의 여유와 느긋함을 다루는 감성 매거진들 속에는 여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담겨 있다. 감성 잡지의 대표 주자인 킨포크는 한국어판이 정식 출간되기 전부터 원서의 반응이 뜨거워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던 잡지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한 남자의 블로그에서 시작되어 작가·화가·농부·사진작가 등 40여 명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의 이름이다. 이들은 텃밭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스트레스 없는 요리’를 만들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조리법을 공유하며 느긋한 삶을 추구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잡지 <킨포크>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이제 잡지 이름을 넘어 느긋한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361-362쪽
시니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는 5060세대를 위한 브랜드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를 위한 옷’이라고 규정짓는 듯한 이미지가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인데 나한테도 잘 어울린다는 심리가 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과거 일본의 화장픔 브랜드 시세이도가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이 변한다”라는 나이를 강조한 광고 문구를 내건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는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50세를 위한 제품’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열 살 젊어지는 제품’과 같이 간접적으로 타깃을 겨냥해야 한다. 건강 지향성이나 고령 친화성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90쪽
골목길은 한 개인의 창업을 넘어서 협동 창업 공간으로서 새롭게 구성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 도심의 뒷골목은 아직도 원형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아서, 최소의 자금으로 효율적인 창업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연남동의 ‘어쩌다 가게’다. 이곳에서는 ‘5년간 월세 동결’이라는 조건으로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공유경제의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나만 잘살자’가 아니라 ‘함께 오래 잘살자’라는 구호를 모토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지속 가능한 무대 위에서 안정적으로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한 것이다. 399-400쪽
트렌드 코리아 2014
목차
서문5
2014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16
1부2013년 소비트렌드 회고
2013년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22
City of hysterie날 선 사람들의 도시35
OTL... Nonsense!난센스의 시대47
Bravo, Scandimom‘스칸디맘’이 몰려온다57
Redefined ownership소유냐 향유냐71
Alone with lounging나홀로 라운징83
Taste your life out미각의 제국95
Whenever U want시즌의 상실109
It’s detox time디톡스가 필요한 시간121
Surviving burn-out society소진사회133
Trouble is welcomed적절한 불편145
신조어로 돌아본 2013161
2부 2014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4년의 전반적 전망179
Dear, got swag?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195
Answer is in your body몸이 답이다217
Read between the ultra-niches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239
Kiddie 40s‘어른아이’ 40대259
Hybrid Patchworks하이브리드 패치워크281
Organize your platform‘판’을 펼쳐라303
Reboot everything해석의 재해석325
Surprise me, guys!예정된 우연349
Eyes on you, eyes on me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369
Say it straight직구로 말해요395
미주418
부록427
2014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DARK HORSES
Dear, got swag? /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스웨그 신드롬이 온다. 경박한 말과 행동이 넘쳐나고, 말장난과 희화화가 만연하며, 디스전과 섹스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작금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스웨그’만 한 것이 없다. 가벼움, 여유와 멋, 약간의 허세와 치기까지 겸비한 스웨그는 SNS를 통한 자유분방한 소통이 넘치는 시대에, 때로 참기 어렵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의 한 흐름이다.
Answer is in your body / 몸이 답이다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이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대사회의 육체적 무력감 속에서, 만들고 춤추고 달리는 등 신체의 움직임으로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기력한 일상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제 ‘몸’이 현대인들의 새로운 치유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니치에서 초니치로, 틈새시장이 더 세분화된다. 잘 만든 킬러 아이템 하나로 전체 소비자에게 소구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소수의 고객을 존중하며 그들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의 니즈를 초정밀하게 읽으려는 우리에게, 틈새의 틈새를 찾아내는 작업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Kiddie 40s / ‘어른아이’ 40대
이전 중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결별을 선언한 신세대 중년 남성들이 온다. 탈권위적 사회와 해외문화를 경험한 새로운 40대는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아이’들이다. ‘F세대’라고 칭할 수 있는 이들은 기존에 사회적으로 강제되었던 남성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용ㆍ여가ㆍ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비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보다 가정과 자아를 중요시하는 이들은 시장의 핵심 계층이 될 것이다.
Hybrid Patchworks /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더 새로운 것을 더 빠르게 제공해 주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이종 혹은 동종 업체 간의 패치워크는 영리한 전략이 될 것이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배치를 달리하거나,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결합하거나, 각 영역의 특성을 교배하는 ‘하이브리드’적인 조합을 통해, 패치워크는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다.
Organize your platform / ‘판’을 펼쳐라
‘판’이 벌어진다. 아이디어ㆍ상품ㆍ기술ㆍ사람이 한데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낸 것이 판 1.0 시대라면, 그 판이 진화하며 최적화된 비즈니스 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을 판 2.0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판의 경제는 이제 곧 시장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Reboot everything / 해석의 재해석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라. 익숙함을 재해석하는 전략은 가장 안전하고도 실패가 적은 ‘혁신’ 방편이 된다.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간의 재해석,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 역설적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은 기업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Surprise me, guys! / 예정된 우연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실현은 가능한, 우연인 듯 하지만 탄탄한 시나리오가 있는, ‘예정된 우연’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뻔한 스토리, 흔한 마케팅이 아닌 무작위한 상황과 우연한 즐거움은 소비자에게 짜릿함을 제공한다. 중박 이상의 안전마진이 확보된 스릴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각광받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Eyes on you, eyes on me /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감시의 시대. 빅브라더에서 스몰브라더스까지, 보이지 않는 눈들이 도처에서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 도시문화의 성장과 발전은 관음증적 증상의 토대가 되고, 스크린 문화로 대변되는 현대 대중문화는 이를 촉진시킨다. 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현대기술과 ‘드러냄과 감춤’의 저울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현대인의 욕망이 어떻게 소통하게 될 것인지 주목하라.
Say it straight / 직구로 말해요
변화구보다 직구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놓고 말하고, 쉽게 말하고, 낱낱이 공개하는 직설화법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다. 수직적 소통에서 벗어나 수평적 소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직구를 날리는 데 익숙하다. 돌직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솔직하면서도 호감 가는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책속으로
문제는 일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스웨그한 현상들이 어느덧 한국 사회의 대세로 스멀스멀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그 문화는 진지함이나 엄숙함, 근엄함과는 담을 쌓고 무거운 주제일수록 우스꽝스럽게 희화화시켜 가볍게 날려버린다. 절대권력, 거대담론,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도 한낱 힙합의 노랫말로 전락해버린다. 한 마디로 “우습거나” “별 것 아니다.” 사회적 피로감이 높은 사회에서는 이같은 스웨그 문화가 쉽게 용인되며 이런 흐름을 타고 ‘가벼움의 철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사회가 극단적으로 경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p.198
보통 아티스트가 자신을 뽐낼 때 주로 사용하는 스웨그는 허세를 곁들인 자기과시의 표현이다.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드래곤이나 투애니원 같은 아이돌 가수들은 이 허세를 멋으로 승화시킨다. 대중에게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보이는 자기과시나 허세 같은 것들은 옛 세대에게는 건방지고 거슬리는 행동이었지만 최근 젊은이들에게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진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포미(for me)족, 미포머(meformer)족이 출현하는 등,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그것이 오늘날 점점 더 구체화되고 복잡다단해지며 ‘스웨그 현상’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해석된다.---p.199
이처럼 ‘정치적으로 극렬하면서도 한없이 가벼운’ 현상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기성 매체가 일베나 오유에 올라온 게시물을 근거로 기사를 쓰거나 자료를 인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일개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공신력 있는 매체나 방송에서 활용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일베나 오유를 거쳐 희화화된 특정 사실이 그 어떤 매체의 정보보다 빠른속도로 대중에게 전파되고 흡수된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사이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특정인을 아무렇지 않게 비하하고 비난하며 결국에는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몇몇 특정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기사나 게시물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혀를 찰 만큼 경박할 때가 많다. 인터넷 댓글 실명제나 선플달기 운동 등으로 많이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방과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하며 일방적이고 미성숙한 댓글들이 넘친다. 생각도, 손놀림도 너무 가벼워진 것이다.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자판을 두드린다. 그러고는 다시 읽어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생겨난 글들을 보고 더 충동적인 댓글이 달리며 악순환이 시작된다. 휘발성이 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소통은 그저 농담을 주고받는 것에 그칠 뿐, 생산적인 공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p.209
초니치 트렌드에 대응하는 첫 번째 전략인 현미경 기법은 기존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크게 확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본 다음 잘게 세분화해 초니치 마켓을 찾아내는 전략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시세계에서 소비층은 쪼개지고 또 쪼개진다. 예를 들어, 중국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과거 9개이던 차량등급을 고객의 소득과 취향에 따라 25개로 대폭 늘렸다. 종전의 등급은 경차(A, B) · 소형(C1) · 준중형(C2) · 중형(D1 ,D2) · 대형(E) ·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 다목적레저차량(MPV)으로 차량의 크기만을 고려한 평범한 분류였다. 그러나 한 해 2만천만 대에 가까운 차량이 팔리는 중국시장에서는 동급 내에도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객이 존재한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소형/준중형 등급을 8가지로 세분화하고, 준중형차도 5개 등급으로 더 잘게 나누었으며, SUV와 MPV(multi-purpose vehicle) 차량은 무려 11개 등급으로 재분류했다.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타깃그룹은 맞춤형 생산판매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도 훨씬 효율적이다. ---p.245
이 F세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무려 50여만 명이 더 많은 최다 인구층으로 다른 어떤 세대보다 양적·질적으로 중요한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F세대의 중심인 1971년생은 단일 연령 가운데 최다인 95만 명이 포진하고 있다.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막대한 인구비중을 자랑하는, 그리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내리막길이 아닌 정상에 올라 삶을 즐기는 세대로 인식되기 시작한 40대가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잊힌’ 세대가 주인공이 되면서 묻혔던 과거도 되살아났다. 40대와 더불어 이들의 주요 무대였던 1990년대도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다. ---p.261
사회구조가 좋게 말해 안정적, 정확히 말해 고착화되면서 계층의 상하 이동은 물론 당장 코앞에 닥친 재정적 장애물을 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사회적 성공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40대들은 이제 거창한 꿈은 가슴에 묻어 두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고 한다. 일에서 찾던 정체성이 수집과 취미활동을 통해 다차원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거대한 포부와 보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행복이다. 이제껏 별 볼일 없는 배 나온 아저씨 혹은 아이 아빠에 불과했던 중년 남자가 개인의 욕망을 표출하며 새로운 문화를 낳고 있다. ---p.278
이처럼 유사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병렬형 패치워크 전략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이종 업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과 ‘제품’의 결합이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그것을 어디에 가져다 놓는가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꼭 자동차 전시장이나 매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의도 문화방송 사거리에 위치한 커피빈에는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전혀 다른 업종의 두 기업, 커피빈과 현대차가 커피빈 여의도 지점을 시작으로 성내점 등지에서 카페 안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형태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4 전기 자동차부터 새로 출시한 자동차까지 매장은 미니 모터쇼를 방불케 한다. 자동차 매장에 선뜻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신차를 감상하는 기회를 즐긴다. ---p.291
이제 그 판의 경제가 ‘2.0 버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최소한의 기준으로 판을 제안하면 소비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판을 만들어간다. 기업이 내놓은 정형화된 상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의 손에서 새로운 용도로 바뀐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용능력은 다시 기업으로 하여금 원래의 전략을 수정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서 기업?정부와 같은 지배조직이 판을 제안하면 소비자들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자율적으로 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거듭될수록 판은 스스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판이 짜이고 그 위에서 한바탕 난장이 치러지면 판은 몸집을 달리하거나 또 다른 판을 낳는다. 이러한 과정이 순환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 선순환과 재탄생이 2014년 키워드, ‘판을 펼쳐라’의 핵심이다. ---p.306
제품을 구매한 후, 원래의 용도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모디슈머’의 출현은 이제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역시 스스로 용도를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숙취 해소용 음료를 과감하게 술과 섞어 칵테일 재료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과일 원액을 짜내는 주서기를 거꾸로 착즙 후 버리던 찌꺼기를 얻는 목적으로 뒤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과일 찌꺼기가 각종 요리의 풍미를 높인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최근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숨어숨어’ 집은 여섯 개의 방석을 이어붙여 만든 고양이 집이다. 평범한 방석이 모디슈머의 손을 거쳐 사랑하는 우리 고양이를 위한 단 하나의 집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자신이 만든 ‘숨어숨어 집’을 자랑하는 블로거들로 넘친다. ---p.341
공항패션이나 파파라치사진 등이 실상 대부분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항 패션 입국?출국 몇 회?사인회 몇 회 식으로 카메라 노출에 대한 세부적인 금액까지 협상을 거쳐 탄생된 연출 사진이라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면 일종의 예정된 우연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정된 우연이 소비자에게 들키지 않고 제대로 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탄탄한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정된 우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짜인 기획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를 기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광고나 홍보 전략보다는, ‘무심하고 시크하게’ 소비자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부분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p.366
트렌드 코리아 2013
목차
서문 2013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제1부 | 2012년 소비트렌드 회고
2012,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
Deliver true heart진정성을 전하라
Rawganic fever이제는 로가닉 시대
Attention! Please주목경제가 뜬다
Give’em personalities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Over the generation세대 공감 대한민국
Neo-minorism마이너, 세상 밖으로
Blank of my life스위치를 꺼라
All by myself society자생·자발·자족
Let’s ‘plan B’차선, 최선이 되다
Lessen your risk위기를 관리하라
신조어로 돌아본 2012
제2부 | 2013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3년의 전반적 전망
2012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COBRA TWIST
City of hysterie날 선 사람들의 도시
OTL... Nonsense!난센스의 시대
Bravo, Scandimom‘스칸디맘’이 몰려온다
Redefined ownership소유냐 향유냐
Alone with lounging나홀로 라운징
Taste your life out미각의 제국
Whenever U want시즌의 상실
It’s detox time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Surviving burn-out society소진사회
Trouble is welcomed적절한 불편
미주
부록
책속으로
‘날 선 사회’라는 것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영어로는 「City of hysterie」라고 명명하였는데, 여기서 히스테리는 ‘자기중심적으로, 항상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바라고, 오기가 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 또는 현시적인 병적 성격’을 가리킨다. 어쩌면 E. 크레치머Ernst Kretschmer의 말처럼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많든 적든 히스테리적”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히스테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사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수 있다. 첫째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충분한 완충거리를 확보하고(거리 개념의 변화), 둘째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 문제를 개개인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한편(문제해결 주체의 개인화), 셋째 무엇인가 하나에 꽂히면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그것에 대한 정보만 강박적으로 수집하는(편향된 자기확신) 극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것이다. ---p.197
가령 자녀교육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고 치자. 이전 세대 엄마들은 자신의 사회적 성취에 대한 포기를 자녀를 위한 희생과 연관시켰다. 엄마의 헌신이라는 그릇된 모성코드는 자녀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자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곤 했다. 하지만 스칸디맘에게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헌신적 모성 코드가 그다지 관련이 없다. 자신에게 가정주부의 삶이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에, 혹은 스스로의 인생을 더 윤택하게 꾸려나가기 위해서이지 이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p.229
「소유냐, 향유냐」 트렌드는 사실 매우 상반되고 역설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소유에서 벗어나고 싶은 탈물질주의적 욕망 그리고 특정한 물건의 소유를 포기함으로써 더 많은 물건을 누릴 수 있다는 물질주의적 욕망이 교차한다. 자신만 독차지하는 행복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함께 생각하는 이타적 동기를 추구한다. 더불어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도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다는 이기적 동기가 만나게 된다. 어떤 욕망과 동기에서 출발하든 향유경제의 종착점은 비슷한 지점에 머문다. 누릴 수 있는데 굳이 소유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p.250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기만의 분위기를 만들며 혼자서 놀기, 새로운 문화권으로 혼자 여행 떠나기, 색다른 음식과 스파 등의 휴양을 통해 재충전하기 등 라운징을 위한 레저와 서비스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중저가 항공업체가 늘고, 나홀로 여행족을 겨냥한 합리적인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라운징을 목적으로 한 1인 여행객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스트레스 산업으로 분류되는 스파 산업도피부 관리 에스테틱을 포함해 시장 규모만 지난해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경기불황 속에서도 성업 중이다. 이러한 환대산업의 호황은 라운징 트렌드의 부상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p.274
이전의 힐링은 단순히 지친 심신을 달래는 쉼과 휴식을 강조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의 정신적·심리적 디톡스는 현대인에게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중독의 요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따라서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의 산물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중독되기를 바라겠지만, 올바른 소비문화를 조성하려면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p.346
여름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대형 뮤직 페스티벌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버닝쇼burning show’로 통한다. 낮엔 물놀이를 즐기고 밤엔 술과 함께 밤새워 놀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인데 그야말로 녹초가 될 때까지 화끈하게 노는 것이다. 캐리비안 베이의 썸머 웨이브 페스티벌, 해변 페스티벌인 그린그루브 페스티벌에 이어 하이네켄이 주최한 하이네켄 센세이션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스테이지 쇼, 아크로바트 연기, 레이저 쇼, 불꽃놀이 등이 무려 8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이 페스티벌에서 9만9000원짜리 얼리버드 티켓 3,000장이 하루 만에 매진됐다. 어쿠스틱 음악을 주제로 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500매의 얼리버드 티켓이 단 90초 만에 매진되는 경이로운 기록이 나왔다. ---p.355
트렌드 코리아 2012
서문
2012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제1부│ 2011년 회고
2011년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
Tiny makes big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eatherever products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Open and hide 개방하되, 감춰라
Real virtuality 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Ad-hoc economy 즉석경제 시대
Busy break 바쁜 여가
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Ironic identity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Searching for trust 신뢰를 찾아서
신조어로 돌아본 2011년
제2부│ 2012년 소비트렌드 전망
2012년의 전반적 전망
2012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DRAGON BALL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을 전하라
Rawganic fever 이제는 로가닉 시대
Attention! Please 주목경제가 뜬다
Give'em personalities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Over the generation 세대 공감 대한민국
Neo-minorism 마이너, 세상 밖으로
Blank of my life 스위치를 꺼라
All by myself society 자생 ? 자발 ? 자족
Let’s ‘plan B’ 차선, 최선이 되다
Lessen your risk 위기를 관리하라
부록
출판사 서평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 10개의 여의주를 먼저 쥔 자가 리더가 된다!
소비 트렌드와 정치 흐름과의 교합점
2012년은 아주 특별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 남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일본의 침체, 그리고 강성대국을 선포한 북한의 움직임까지, 예전에 없던 정치사회적인 격변은 고스란히 소비 시장에 반영된다. 반대로, 소비 시장에서의 행동은 그대로 정치사회에 투사된다. 특히 대한민국의 근미래 향방이 결정될 양대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2012년의 10대 트렌드를 선정함에 있어 선거에 투영될 소비자와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시장은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지 못하는 상품은 바로 퇴출된다. 정치 영역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몇 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선택의 주기가 길기 때문에 오히려 그 변화는 폭발적이다. 지난 4,5년 간 급변한 소비자(유권자)의 요구와는 거꾸로 갔던 시대착오적 상품(후보자와 정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외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고 있는 정치 풍속도에서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와의 교합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주류가 전면으로 나서는 ‘Neo-minorism', 꾸밈없는 진정성을 염원하는 ’Rawganic fever', 지배적인 카리스마보다 설득과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십의 등장을 알리는 ‘Let's 'plan B'',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이 관건이 되는 ’All by myself society',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을 전해야 하는 ‘Deliver true heart' 등의 키워드는 모두 정치사회적인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DRAGON BALL : 2012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D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을 전하라
R -Rawganic fever
이제는 로가닉 시대
A -Attention! Please
주목경제가 뜬다
G -Give'em personalities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O -Over the generation
세대 공감 대한민국
N -Neo-minorism
마이너, 세상 밖으로
B -Blank of my life
스위치를 꺼라
A -All by myself society
자생 ? 자발 ? 자족
L -Let's 'plan B'
차선, 최선이 되다
L -Lessen your risk
위기를 관리하라
그동안 ‘나를 따르라’는 식의 지시적이고 독선적인 카리스마형인 리더십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섬세하게 위로하고 설득하는 공감형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에서는, 전통적인 메이저 브랜드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마이너가 대거 등장하는 트렌드와 함께 ‘플랜 B 리더십’을 요구하는 사회적 트렌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33P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2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DRAGON BALL을 선보였다. 각각의 키워드는 물론 별도의 뜻을 담고 있지만 우리말로 풀면 ‘여의주’가 되는 DRAGON BALL은 흑룡의 여의주를 품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될 모든 이들의 열망을 표현한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특히 강조되는 것은 ‘설득과 공감’ 능력이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덕목이었지만, 2012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Deliver true heart(진정성을 전하라)’가 가장 첫 번째 키워드로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低)신뢰 사회에서는 정보의 가치가 낮기 때문에 그 내용보다는 진실성이 우선시된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에게 일단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그것은 고려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겉치레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에 대한 희구는 오가닉을 넘어 ‘로가닉(rawganic fever)’ 열풍을 낳는다. 이제 유기농 혹은 오가닉은 왠지 2% 부족한 듯한 느낌을 주고, 사람들은 그 나머지 2%를 찾아 보다 더 천연의 것,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을 찾아 나선다. 가공되거나 만들어진 것에 대한 염증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과 목소리로 등장한 ‘임재범’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한 이유이기도 하다. 꾸미지 않고도 어떻게 진정성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Attention, Please!(주목경제가 뜬다)’는 특히 종편 방송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다매체 시대가 열리는 2012년 주목받게 될 키워드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자극은 더욱 강렬해지고 그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주목경제 시대에는 이른바 ‘주목세대’의 등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의 시선과 주목을 즐기는 이들은 노천카페를 즐겨 찾고 하의실종 패션을 추종하며 SNS로는 부지런히 “나, 여기 있어”하며 자기의 위치를 알린다. 이들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브랜드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SNS 시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역시 ‘자생?자발?자족’의 경향과 ‘진정성’의 힘이 커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많은 기업과 정당이 ‘SNS 특별대책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호의적 의견의 확산은커녕 팔로어나 친구 확보조차 쉽지 않다. SNS의 핵심인 자발성과 진정성을 얻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65P
디지털 소통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면대면 인간관계에 오히려 서툰 모습을 보인다. 관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 바로 ‘Give'em personalities(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키워드이다. 인격화된 제품과의 교감을 꿈꾸는 소비자들은 걱정인형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아이폰의 시리와 대화를 나누며 허전함을 달랜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인간의 옷을 입히는 전략은 소비자들의 친근감을 가장 크게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단, 그것이 ‘조직의 가치’가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를 담아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Over the generation(세대 공감 대한민국)’은 소비에 있어서 세대 간의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트렌드를 설명한다.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에 30~40대가 모이고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10대 관객이 몰린다. 세시봉은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연령으로 나누던 기존의 고객집단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동일한 세대 내에서도 각기 다른 특성의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다양성을 초월하는 공통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일상이 소란스러워질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인 ‘공백’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오히려 증가한다. 기업 간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비자의 여백을 점령하는 기업이야말로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292P
‘Neo-minorism(마이너, 세상 밖으로)’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감지되고 있다. 흔히 비주류로 표현되는 마이너의 약진은 지난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제 “중진, 거물, 전통, 메이저, 빅”과 같은 형용사는 그것이 붙은 사람 혹은 제품에게 혹이 될 수도 있다. 품질과 실력, 그리고 진정성을 갖춘 신생 브랜드는 평등의 소통언어인 SNS와 인터넷을 타고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해나간다. 메이저의 거만함과 지루함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색다른 마이너를 찾아 나서기까지 한다. 2012년은 마이너의 약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적인 삶에 지친 소비자들은 이제 세로토닌적인 삶을 원하고 이것이 반영된 키워드가 바로 ‘Blank of my life(스위치를 꺼라)’이다. 즉, 소비자의 여백을 점령하는 기업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선의 북유럽스타일 가구가 인기를 끌고 일방적인 지식전달 강연보다 콘서트식 강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도 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여백을 통한 차별화’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볼 일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기다리지 않고 즉각 스스로 해결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All by myself society(자생?자발?자족)’를 낳고 있다. 각종 정보로 무장한 스마트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 목소리 높여 요구하지 않는다.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없는 물건은 스스로 찾아서 들여오고 여차하면 직접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아이폰 AS가 영 시원치 않자 사람들은 과감히 ‘탈옥’을 시도하였고 애플은 결국 이들이 원하는 업그레이드 환경을 내놓았다. 신념을 표현하는 소비자의 ‘자발’은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당을 받고 선거운동을 하는 일명 ‘꾼’들이 점차 줄어들고 대신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선거를 통해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원을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보다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를 불러 모을 수 있는 매력이 더 필수적인 덕목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이든, 제품이든, 후보자든, 의심이 100% 풀릴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실체를 확인하고자 집요하게 파고든다. 혼자서 어려우면 함께 힘을 합쳐 그 진실성에 대한 검증에 나선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까다로운 검증은 단지 기업이나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예인 등 모든 사회 주체의 행동은 이제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역시 혹독한 검증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솔직해질 때다. 겉치레의 시대가 가고, 진정성의 시대가 왔다.---p. 184, 「Deliver true heart(진정성을 전하라)」
2011년 방송가가 발견한 최고의 스타는 가수 임재범이다. 그는 가창력과 꾸밈없는 ‘날’ 상태의 모습으로 가공된 아이돌 스타가 대세인 가요계에 홀연히 등장했다. 임재범은 무명 가수는 아니지만 가창력 외에는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았던, 말 그대로 대중에게 잊혀진 가수였다. 그런 그에게 대중들이 열광한 이유는 로가닉에 대한 욕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철저하게 만들어진 아이돌 가수들만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음악계에서 희소성 있는 목소리, 정제되지 않은 외모, 야성을 느끼게 하는 거침없는 그의 매력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로가닉한 날것 그대로의 모습 그 자체였다. 대중들은 그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기본에 대해 깨닫게 됐다. 가수의 기본은 가창력에 있다는 것을. 임재범 열풍은 우리에게 내재한 ‘날것’에 대한 갈증과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었다.---p. 207, 「Rawganic fever(이제는 로가닉 시대)」
현대에 들어 인터넷 이동통신 SNS 등 매우 다양한 의사소통의 매체가 생겨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경로의 관계망과 채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소외감이 더욱 커지는 역설을 현대 소비자들은 경험하고 있다. ‘겉친(겉으로만 친구)’만이 가득한 넓고 얇은 인간관계의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갈수록 서툴러진다. 인간 대 인간의 면대면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 소비자들이 이제는 제품이나 브랜드와 같은 ‘사물’과 교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관계에 대한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애착과 감정이입이의 기제를 통해 소비물에 투사된 결과가 상품과 브랜드의 의인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p. 246, 「Give'em personalities(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이제는 비주류라 여겨지던 많은 요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로 무장하고 식상함에 질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마이너라는 소재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신선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재료다. 아이디어와 스토리의 치열한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소비 시장에서, 인터넷의 무한 확장성이라는 수혜를 입은 신세대 소비자들은 복제가 불가능한 감성을 요구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시대, 기업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하위문화의 재해석과 감성 충만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p. 280, 「Neo-minorism(마이너, 세상 밖으로)」
이제 비주류라 여겨지던 많은 요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로 무장하고 식상함에 질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마이너라는 소재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신선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재료다. 아이디어와 스토리의 치열한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소비 시장에서, 신세대 소비자들은 복제가 불가능한 감성을 요구하고 있다. -275P
현대 소비자들은 복잡한 노동은 단순화시키기를, 소비는 놀이로서 다양화시키기를 원한다. 조금 복잡하더라도 재미있다면 기꺼이 도전한다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배송과 통관이라는 다소 낯선 구매 상황을 흥미로운 도전거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의 의미는 필요한 제품을 획득하는 목적 지향적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의 전 과정이 자발성을 띤 놀이의 일부가 될 수 있다. ---p. 323, 「All by myself society(자생 자발 자족)」
트렌드 코리아 2011
서문
2011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제1부2010년 회고
01 2010년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
02 2010년 트렌드, 선정 키워드별 평가
Time for Korean chic코리안 시크
Into our neighborhood떴다, 우리 동네
Good to be geeks딴짓의 즐거움
End of taboos금기의 종언
Ready-made to order-made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Omni-U solutions전지전능 솔루션
Manner matters매너 남녀
It's aqua물의 르네상스
Challenge your age나이야 가라!
Style republic스타일에 물들다
03 신조어로 돌아본 2010년
개인적 가치관과 관련된 신조어
사회경제적 변화와 관련된 신조어
신기술과 새로운 매체 관련 신조어
제2부2011년 소비트렌드 전망
04 2011년 전반적 전망
2011년 한국 경제
2011년 나라 살림
IT 2011: 가속화되는 ‘기술적’ 연결·조합·통합
05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TWO RABBITS
Tiny Makes Big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eatherever Products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Open and Hide개방하되, 감춰라
Real Virtuality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Ad-hoc Economy즉석경제 시대
Busy Break바쁜 여가
By Inspert, By Expert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Ironic Identity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Tell Me, Celeb스타에게 길을 묻다
Searching for Trust신뢰를 찾아서
김난도의 트렌드워치
소비자는 나르시시스트경쟁, 피할 수 없으니 즐기는 세대‘팝업 경제’의 시대, 스피드 경영이
필요하다저출산 문제, 공공 마인드로는 절대 해결 못하는 이유
부록
2007-2010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요약표
트렌드 코리아 2011 집필진
미주
날로 심화되는 ‘소비의 양면성’
남자가 남자 같지 않고, 노인이 노인 같지 않다. 여성들 사이에 밀리터리룩이 유행하고, 남성들이 두피관리를 받는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성별, 나이, 지위에 얽매인 소비는 하지 않는다. 모순된 정체성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거침없이 발산하려 한다(Ironic Identity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처럼 현대의 소비자는 양면적이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능동적인 소비에 열광하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해야 할 여가시간을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해 평소보다 더 치열하게 보낸다(Busy Break 바쁜 여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글을 주저 없이 RT(리트윗)하고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공개하면서도, 동시에 개인 정보를 어떻게 감출 것인가를 고민한다(Open and Hide 개방하되, 감춰라). 여기에 날씨까지 가세했다. 소비자의 마음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관련 상품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Weatherever Products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기술 발달도 소비의 양면성을 부추긴다.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찍으면 날씨정보가 뜨고,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알려주는 시대다. ‘증강현실’이 일반화됨에 따라 온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현실의 소비가 가상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형성될 것이다(Real Virtuality 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2011년에는 이 같은 ‘양면적 소비’로 트렌드의 주기가 빨라지고 미래 예측이 어려워짐에 따라 현재 지향적이고 즉각적인 소비가 증대하고(Ad-hoc Economy 즉석경제 시대), 소비자는 유명인의 선택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신뢰’와 ‘진정성’을 갈망할 것이다(Searching fot Trust 신뢰를 찾아서). 이처럼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모순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Tiny Makes Big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특별함과 감동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11년이 될 것이다.
이제는 속칭 ‘뜨내기’라고 불리던 찰나적 고객들도 중요시해야 한다. 단골과 뜨내기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떠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상황에 따라 단골고객이 구매를 마다하기도 하고 뜨내기 손님이 구매를 하기도 한다. 현장판단에 의해 취향과 구매계획을 바꾸는 ‘모순적인 소비자’들이 우세한 즉석경제에는 애드호크 마케팅이 필요하다. 순간의 판단으로 구매결정을 한다고 해서 결코 우매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삽시간에 비교분석을 해내는 찰나적 의사결정이 일어난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p.262 「Ad-hoc Economy 즉석경제의 시대」
현대 소비자의 휴가에 관한 인식은 일상만큼, 혹은 일상보다 분주하다. 개인적인 자기계발로 충전의 시간을 보내든, 스포츠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불태우든, 개인의 여가를 사회적 자본으로 재활용 하든,현대인들의 휴가에 관한 단상은 공통된 이미지로 수렴된다. 결국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여가시간을 노동시간 외에 남는 부수적 시간으로 간주했던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노동시간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재충전 및 재생의 시간으로, 일상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주요 요인으로 보는 주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p.275 「Busy Break 바쁜 여가」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활발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2010년 크게 성장한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으로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기술적 발전과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특성이 결합되면서 소셜 커머스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소비물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격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능동적인 활동에 나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 측에서는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다. 가격 수용자 입장에만 머물러 있던 소비자가 기업 마케팅활동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가격 결정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p.280-281 「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셀럽은 늘 화젯거리다. 셀럽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셀럽들의 선택이라면 고가품과 저가품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타일과 퀄리티 면에서 그들의 선택을 따른다. 최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셀럽의 선택이 의사결정에 드는 소비자들의 시간과 노력의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친절한 중개자인 셈이다. 실제로 트렌드의 전파과정을 보면 유명연예인과 같은 셀러브리티가 최초에 트렌드를 세팅하고 그것을 전파시키는 주도자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오늘날처럼 IPTV와 SNS 등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는 발 빠른 셀럽의 선택을 일반인 역시 재빨리 수용한다. ---pp.321-322 「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굶어 죽었다는 나르키소스처럼, 스스로에게 도취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젊은이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방문해보라. 제멋으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에 당당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으며, 그러한 자신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데 아무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가히 자기 자신에게 중독됐다고 부를 만하다. ‘셀프-홀릭’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랄하고 뜨거운 문화 코드이다.
실제 불황으로 많은 분야가 침체를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셀프-홀릭족을 겨냥한 개성 강한 상품은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이 더 세련되게, 더 효과적으로, 더 개성 있게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22 「김난도의 트렌드워치, 소비자는 나르시시스트」
Joy To The World - Three Dog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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