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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돈의 철학

by 이성근 2018. 5. 1.

  


<돈의 철학>(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도서출판길 펴냄). 도서출판길


저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학, 민족심리학, 철학, 예술사 및 고대 이탈리아어를 공부했으며,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로 1881년 박사학위를, 그리고 1884하빌리타치온’(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학자로서의 짐멜은 불운했다. 1885년부터 베를린 대학 철학과에서 사강사로 가르치기 시작했으나, 아주 오랫동안 사강사와 무급의 부교수로 재직하다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19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정교수가 되었다. 그는 학계에서 주변인, 아니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짐멜은 돈의 철학(1900)을 위시해 사회분화론(1890), 역사철학의 문제들(1892), 도덕과학 서설(1892~93), 칸트(1904), 칸트와 괴테(1906), 쇼펜하우어와 니체(1907), 사회학(1908), 철학의 주요 문제들(1910), 괴테(1913), 렘브란트(1916), 사회학의 근본 문제들(1917), 현대 문화의 갈등(1918)을 비롯해 사회학, (사회)심리학, 문화철학, 예술철학, 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미학 등에서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 수많은 글을 발표했다. 특히 그의 철학적 주저인 돈의 철학에서는 경험적 현실세계로 임하는 철학, 또는 달리 말해 경험과학의 차안과 피안에 위치하는 철학을 제시했으며, 이에 입각해 돈과 개인의 자유 및 인격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구했다. 또한 그의 사회학적 주저로 꼽히는 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저술에서 형식사회학을 구축해 사회학적 인식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으며, 1909년 막스 베버 및 베르너 좀바르트 등과 더불어 독일사회학회를 창립하여 사회학의 제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짐멜이 남긴 방대한 지적 유산은 총 24권으로 된 게오르그 짐멜 전집에 담겨 있다. 오늘날의 모더니티 담론과 포스트모더니티 담론은 짐멜이라는 거대한 정신세계에 회귀하면서 더욱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역자 김덕영(金德榮)1958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사회학 마기스터(Magister)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카셀 대학에서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과 사회학 및 철학에 대한 강의를 바탕으로 '하빌리타치온'을 취득했다. 현재 카셀 대학 사회학과에서 연구하면서 저술과 번역에 전념하고 있으며, '게오르그 짐멜 선집'(10)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의 현상학: 게오르그 짐멜 연구(나남, 1999), 주체의미문화: 문화의 철학과 사회학(나남, 2001), 논쟁의 역사를 통해 본 사회학(한울, 2003), 짐멜이냐 베버냐(한울, 2004), 위장된 학교(인물과사상사, 2004), 기술의 역사(한경사, 2005), 프로메테우스, 인간의 영혼을 훔치다(인물과사상사, 2006), 입시 공화국의 종말(인물과사상사, 2007),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도서출판 길, 2007),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인물과사상사, 2008),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인물과사상사, 2009),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신인문사, 2010), 막스 베버: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도서출판 길, 2012), Der Weg zum sozialen Handeln, Georg Simmel und Max Weber 등이 있고, 역서로는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공역, 새물결, 2005),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공역, 도서출판 길, 2007), 근대 세계관의 역사: 칸트, 괴테, 니체(도서출판 길, 2007),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로댕(도서출판 길, 2007),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서출판 길, 2010)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Max Weber, Georg Simmel und die Grundlagenproblemmatik der Soziologie", "Max Weber und die Grenznutzenschule um Carl Menger", "Nietzsche und die Soziologie", "Frauen zwischen Tradition und Moderne" 등이 있다

 

목차

 

서문17

1부 분석 편

1장 가치와 돈27

2장 돈의 실체 가치169

3장 목적 계열에서의 돈319

2부 종합 편

4장 개인의 자유479

5장 인격적 가치의 화폐 등가물611

6장 생활양식747

인용 및 참고 문헌913

<해제> 돈과 영혼: 인간 삶과 문화의 심층에 철학적 측연을 던지다921

옮긴이의 말1046

게오르그 짐멜 연보1057

게오르그 짐멜 전집목록1062

찾아보기1065

 

출판사서평

돈은 어떻게든 무차별화되고 외화(外化)되는 모든 것에 대한 상징이자 원인이다. 그러나 돈은 또한 오로지 개인의 가장 고유한 영역 내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가장 내면적인 것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기도 한다.” 게오르그 짐멜

 

막스 베버와 더불어 독일 사회학, 아니 더 나아가 사회학의 고전적/이론적 표준을 제시한 학자가 바로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이다. 그는 평생 31권의 저서와 256편에 이르는 방대한 글을 남겼는데, 1980년대 후반 들어 새롭게 전집판이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사상과 학문세계가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학문적 사유세계와 글쓰기는 당시 독일 사회에서도 독특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체계적이고 연역적인 사유와 논리를 중시하던 당시의 지적 분위기에 반해 그는 유추적인 접근 방법을 구사하면서 단편적인 글과 에세이 형식의 글을 썼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면모는 강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그의 강의는 곧바로 베를린의 한 특별한 지적 사건이 되었는데, 일반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엘리트들이었던 에른스트 블로흐, 죄르지 루카치, 알베르트 슈바이처 등도 그의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그의 강의는 신문에 예고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이마누엘 칸트에 대한 한 강의에는 무려 1,000여 명이 몰려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다양한 경험과학 및 철학의 틀로 인간, 사회, 문화, 역사의 문제를 담아냄으로써 다차원적 모더니티 담론과 포스트모더니티 담론을 구축했는데, 이번에 펴낸 그의 대표작 돈의 철학에서는 경험적 현실세계로 임하는 철학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삶과 문화의 심층에 철학적 측연(測鉛)을 던지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출간년도도 의미심장한데 그때가 바로 1900년이기 때문이다. 이때 돈의 철학과 더불어 인류 지성사에 획을 긋는 두 권의 책이 더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에드문트 후설의 논리 연구이다. 한 독일학자는 20세기를 목전에 둔 해에 프로이트, 후설, 짐멜이 제시한 바 꿈, 논리, 돈을 축으로 하는 모더니티 담론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지적 유산에 속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단순한 자본주의 비판을 넘어 돈을 토대로 하는 문화의 가능성 모색

일반적으로 짐멜의 화폐 이론, 특히 이 책은 화폐경제 비판 또는 자본주의 비판, 아니 더 나아가 문화 비판 또는 시대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는 자본주의적 사회질서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비판한 이론가로 간주된다. 이런 평가는 분명 옳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절반만 옳다. 왜냐하면 짐멜은 현대 문화를 탁월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화폐경제의 토대 위에서 어떻게 문화가 가능한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물질문화와 정신문화 또는 객관 문화와 주관 문화를 결합하고자 시도한다. 짐멜은 정신적인 것 말고도 물질적인 것을 문화에 포함하고 이 둘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논구함으로써, 문화의 외연과 문화철학의 인식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짐멜은 그 자체로 아무런 특성도 없는 획일적이고 비천한 매체로서 모든 것을 무차별화하고 평준화하는 이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고 개인의 인격을 발전시키며 자유를 함양할 수 있는 조건을 따져 묻는다. 그리고 그는 객관 문화(물진문화)가 주관 문화(정신문화)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전자가 후자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나간다. 끝으로는 그는 시민계층의 친교와 같이 돈의 소유를 전제로 하면서,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논리를 토대로 하면서 자본주의적 논리를 초월하는 피안의 세계가 가능함을 입증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의 화폐 이론은 단순히 문화 비판이나 시대 비판에 머물지 않고 돈에 기반하는 문화의 가능성을 찾는 지적 작업이라는 데에서 그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개인을 그 영혼으로부터 멀어지게도 하지만, 개인을 그 영혼으로 돌아가게도 한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성격이나 특성을 갖지 않는다. 단지 많고 적음의 수량적 대소 관계가 돈의 유일한 규준이다. 돈을 질적 차이보다 양적 차이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돈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며 비개성적이며 비인격적인 그리고 가장 비천한 존재이다. 이러한 돈은 개인의 주관적인격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모든 인간을 단순한 수량적 관계로 환원함으로써 수평화하고 평준화하며 평균화한다. 결국 돈은 현대인을 탈개성화하고 탈인격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인간적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돈은 현대인의 사회적 삶과 문화적 삶의 물적경제적 토대가 된다. 돈이 가지는 양적 논리는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서 질적 논리로 비약한다. 돈의 전형적인 논리인 탈개성화와 탈인격화로부터 해방되어 개성과 인격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역설적이지만 다름 아닌 돈의 소유에 의해 주어진다. 다시 말해, 돈을 소유한 개인은 생존을 위한 노동과 투쟁의 유물주의적 단계를 벗어나 사회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 그리고 개인적주관적 삶의 양식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개인을 그의 인격적 본질, 즉 그의 영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돈이 개인을 다시금 그의 영혼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돈과 영혼이 결합되는 것이다. 돈의 물질적경제적 논리에 구속되고 강제된 개인의 영혼이 바로 이러한 돈에 힘입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는 구조이다.

 

돈과 영혼의 결합 가능성에 주목하다

짐멜의 돈(화폐경제)에 대한 연구는 당시에 유행하던 자본주의 비판에 맞서 자본주의란 이제 단순히 거역하거나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사회적 세력과 질서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그 토대 위에 근거하는 또는 그 토대가 되는 화폐경제는 단순히 낭만주의적 사유나 역사철학적 사유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는 당시의 비판처럼 문화의 파괴나 타락의 원인이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도 문화인 것이다. 바로 물질문화이다. 자본주의라는 물질문화는 새로운 정신문화의 물질적경제적 토대가 된다. 돈과 영혼의 결합 가능성에 그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상호작용이다. 그에 따르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화폐경제는 건전한 정신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그렇다고 위와 같은 그의 논의가 자본주의와 화폐경제의 발달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개인적주체적 인격의 발달과 주관적인간적 문화가 가능하다는 경제결정론 또는 화폐결정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돈은 그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아니 절대적인 수단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은 인간을 점점 더 양화(量化)하고 탈인격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화폐경제라는 물질문화의 토대 위에서 나름의 정신문화 또는 이상 문화를 발전시키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이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은 결국 경제자본을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의 축적과 소유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00년 출간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한 탁월한 지적 성과!

독일의 동시대 저명한 경제학자였던 구스타프 폰 슈몰러(Gustav von Schmoller)돈의 철학출간 다음 해인 1901년에 쓴 서평 가운데서 아래 내용은 이 책이 갖는 특장점을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유효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돈에 대한 지금까지의 모든 단행본과 논문에서는 짐멜이 답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물음들을 전혀 다루지 않거나 그저 살짝 건드릴 뿐이다. …… 물론 짐멜이 앞서 화폐경제, 노동 분업, 신용 및 그 결과들을 다룬 경제학들이 있었다. 그러나 짐멜은 거기에서 논하는 문제들을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특히 사회학적, 심리학적 및 철학적 영역으로 확장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의 철학적 훈련이 빈약하면 빈약할수록, 우리는 이처럼 특수과학의 소재로부터 보다 보편적인 사회과학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욱더 감사할 따름이다. 뒤르켐이 노동 분업을 사회학적철학적으로 다루려고 했던 것처럼, 짐멜은 돈을 사회학적철학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아니면 근대 경제의 형식 일반에 대한 사회학적철학적 논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돈을 훨씬 넘어서 근대 경제에 대해 말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이 현상들의 중심인 돈을 축으로 배열하기 때문이다. 짐멜이 답하고자 하는 문제는 …… 본래 돈과 화폐경제가 어떻게 개인들의 사고, 감정 및 의지를, 사회적 관계들을 그리고 사회, 법 및 경제 제도들을 변화시켰는가다. 다시 말해 근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조직인 돈이 문화의 모든 중요한 측면에 끼치는 영향, 바로 이것이 그의 주제다.”(G. von Schmoller, "Simmels Philosophie des Geldes", 1901)

 

돈은 신도 악마도 아니다, 돈이 끝나는 곳에 문화도 끝난다!

[인터뷰]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 역자 김덕영 14. 2.7 프레시안

제목 그대로다. <돈의 철학>(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길 펴냄)은 경제서나 사회과학서가 아닌, 돈이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부면에 끼치는 영향과 역할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서다.

 

게오르그 짐멜은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을 보강하는 것이 이 책의 "방법론적 의도"라 밝히면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거나 돈을 악마화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 문화를 비판함과 동시에 "자본주의적 화폐경제의 토대 위에서 어떻게 문화가 가능한가를 모색"(1009)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 구조와 이념적 구조, 그러니까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를 () 상호작용 관계로 파악"(942)해야 했고, 경제학이라는 경험과학과 철학이라는 형이상학을 결합시킴으로써 철학은 "경험과학이 다루는 다양한 현상을 자신의 인식 대상으로 삼"거나 "경험적 현실의 세계로 임"(981)할 수 있게 됐다.

 

짐멜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 앞에서 보다 실천적인 방향의 형이상학을 모색하는 학문을 단호하게 택한 것이다. 옮긴이 김덕영의 해제 '돈과 영혼'에 실린 각주 22번에 따르면, 1901년 발표된 구스타프 폰 슈몰러의 <돈의 철학> 서평은 이 책의 목표를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본래 돈과 화폐경제가 어떻게 개인들의 사고, 감정 및 의지를, 사회적 관계들을 그리고 사회, 법 및 경제 제도들을 변화시켰는가다. 다시 말해 근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조직인 돈이 문화의 모든 중요한 측면에 끼치는 영향, 바로 이것이 그의 주제다."

 

<돈의 철학>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유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옮긴이 김덕영은 912쪽에 달하는 본문에만 600개가 넘는 상세한 각주를 달아 일일이 단어와 문맥의 당대적 의미를 분석하거나, 개념에 대한 오해나 억측을 바로잡는 해설을 게재했다(그는 이에 대해 "짐멜 전문가가 아닌 독자들에게 짐멜의 지적 세계에 대한 최소한 이 책과 관련된 전반적인 조망을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성실하고 지성적인 이 학자의 놀라운 노고 덕분에 20세기 사상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대작 <돈의 철학>, 본문과 해제의 결합이 그 자체로 뛰어난 해설서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가 지난 12월 말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에서 번역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말이다. '프레시안 books'는 현재 독일 카셀 대학 사회학과 강의 때문에 독일에 체류 중인 옮긴이 김덕영과 <돈의 철학>에 관한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편집자>

 

프레시안 : 먼저 늦었지만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신 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베버와 짐멜의 최고 전문가로서 주요 저작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계신 점에 대해 독자로서 늘 감사드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덕영 :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식인에게 이보다 큰 개인적 영예가 있을 수 없고 이보다 큰 사회적 보상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좌우명에 따라 번역에 기반하는 연구와 연구에 기반하는 번역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상은 그 동안 제가 이룩한 작은 일에 대한 큰 사회적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선생님께선 사회학과 철학에 기반하여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연구를 전공하셨습니다. 애초에 이 두 사상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덕영 : 저의 석사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은 막스 베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빌리타치온'(독일 대학교수자격) 논문은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저에게 베버가 주전공이고 짐멜은 부전공입니다.

이처럼 베버에서 시작해 짐멜과 베버의 비교연구로 넘어간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냐 베버냐'라는 비교 축의 대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짐멜이냐 베버냐'라는 비교 축에 의해 '마르크스냐 베버냐'라는 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이 비교 축 이외에도 다양한 비교 축을 제시하면 사회()학적 인식과 사유를 더욱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짐멜은 베버와 더불어 그리고 에밀 뒤르케임(Emile Durkheim)과 더불어 (현대) 사회학의 틀을 다진 거장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비교 축을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그 중심에는 막스 베버가 있습니다. 예컨대 "베버냐 엘리아스냐", "베버냐 루만이냐" 하는 식으로…….

 

프레시안 : 막연하게 짐멜과 베버 두 사람이 독일 '사회학'에서 '유사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자라고 짐작하는 독자들을 위해 두 사람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김덕영 : 짐멜과 베버는 여러 측면에서 유사점과 상이점을 보입니다. 이 두 거장은 사회학자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사회학자이었지만 사회학자이기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 두 거장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짐멜이 사회학과 더불어 철학을 추구했다면(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짐멜에게는 철학이 전공이었고 사회학이 부전공이었음), 베버는 철저하게 경험과학적 인식에 머물렀습니다. 다시 말해 베버는 사회학을 포함해 경제학, 정치학, 역사학, 문화사, 국가학 등 다양한 경험과학적 인식영역을 포괄했습니다. 베버는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구축하는 데에 철학,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식론을 원용했습니다.

 

프레시안 : 형이상학 차원에만 머무르는 '도그마'로서의 형이상학에서 "삶과 기능으로서의 형이상학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짐멜의 주장은 의미심장합니다. 다만 <돈의 철학>에서처럼 화폐라는 '측연(測鉛)'을 통해 구체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방식의 철학은 매우 어려운 작업일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짐멜이 이 같은 고난의 학문에 투신한 궁극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덕영 : 물론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짐멜이 말하는 형이상학은 분명 새로운 철학적 인식범주, 아니 짐멜 식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철학적 인식형식입니다. 그것은 경험과학과 결합된 형이상학입니다. 그러니까 경험적 현실의 세계로 임하여 경험과학이 다루는 인식대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이상학입니다.

 

이를 통해 언뜻 진행된 사고, 단편적이며 무의미하게 보이는 다양한 현상들이 철학적 인식의 지평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입니다. 심지어 유행, 모험, 남녀관계, 폐허 등도 형이상학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짐멜이 새로운 형이상학적 인식을 추구하는 이유는 근대세계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에서 기인합니다. 짐멜에 따르면, 분화된 근대세계에는 다양한 경험적-실증적 개별과학이 예컨대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심리학 등이 존재하며, 철학은 바로 이것들의 값진 지적 생산물을 고려해야만 근대사회와 근대인 그리고 그의 삶을 적합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돈입니다. 돈은 경제학적 논의와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짐멜의 <돈의 철학>은 이 돈을 경제학적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인식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철학적 담론은 더 이상 실증적 경험과학이 근대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짐멜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만약 철학이 경험과학이 다루는 일상적인 삶의 세계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철학은 공허한 도그마로 남게 되고 결국에는 더 이상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짐멜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914년 경의 게오르그 짐멜(1858~1918).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레시안 : 특히 '미학적 시선'을 통한 철학 글쓰기라는 짐멜의 독특한 입장 때문에 <돈의 철학>의 사회학적 측면이나 경제학적 측면보다도 그 같은 미학적 측면을 꿰뚫으며 독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짐멜의 이 같은 글쓰기의 의미, 그가 왜 이 같은 방식을 택하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덕영 : 이 질문은 바로 앞의 질문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학적 시선'이란 말은 이른바 ''''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식방법, 즉 철학적 측연을 던지는 방법을 가리킵니다. 짐멜은 <돈의 철학>에서 철학적-형이상학적 인식목표와 미학적 인식수단을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개별적이고 외적인 것을 수단으로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파악하려는 짐멜의 형이상학적 의도가 상징적인 성격의 미학적 관찰방법과 선택적 친화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짐멜에 따르면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자족적인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전체로서의 예술작품을 벗어나서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갖지 못합니다. 오히려 예술작품의 모든 개별적인 요소는 예술작품의 전체적인 의미와 가치를 담지하는 동시에 바로 이 의미와 가치에 의해 담지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돈이라는 근대세계의 한 개별적인 요소는 근대세계의 전체를 담지하는 동시에 근대세계 전체에 의해 담지됩니다. 그러므로 돈이라는 표면적 현상에서 근대세계의 심층에 철학적,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철학적-미학적 측연을 던질 수 있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 짐멜이 19세기 말 ''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덕영 : 짐멜은 처음부터 돈에 대하여 지대한 인식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돈이 그 어떤 것보다도 근대세계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짐멜에 따르면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면서, 실체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한 모든 것이 해체되어 유동하며 역사적으로 무상한 것으로 바뀝니다. 다시 말해 실체적이고 확고부동한 가치들이 다양한 요소들의 생동하는 상호작용으로 대체됩니다.

 

돈이야말로 영원한 운동이며(부단히 주고받기 때문에, 또는 돌고 돌기 때문에) 상호작용의 결정체입니다. 말하자면 돈은 근대세계의 표면에서 그 심층에 던지는 철학적 측연들 가운데에서 가장 확실하고도 명백한 측연이 되는 셈입니다.

 

프레시안 : 위의 질문에 이어, 마르크스의 혁명적인 <자본론> 발간 직후에 한정하여, 짐멜과 베버 이외에 ''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펼친 또 다른 작업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덕영 : 저도 지난 번 번역을 하면서 좀 뒤져보았는데 과문한 탓인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서구 지성사 전반을 통틀어 짐멜의 <돈의 철학>만큼 돈에 대하여 심층적인 철학적 사유를 시도한 저작은 없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베버의 경우는 돈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돈에 대한 경제학과 사회학입니다. 그리고 베버는 짐멜처럼 돈 그 자체를 주제로 한 연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시안 : ''이라는 단어의 선택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원제에 나오는 'Geld'의 사전적 의미는 ", 금전, 화폐, 지폐, 은행권, 재산, 자산, " 등이더군요. , 화폐, 재산, 부 등 중에서 가장 '일상적인' 용어인 돈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덕영 : 짐멜이 <돈의 철학>에서 논한 대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돈입니다. 그것은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것입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독일어 'Geld'(영어로 'money')를 굳이 '화폐'로 옮기려고 합니다. 저 역시 '''화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단어가 짐멜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컨대 "화폐로 뇌물을 준다" 또는 "화폐로 화대(花代)를 준다"는 식의 표현은 무언가 어색합니다. "돈으로 뇌물을 준다" 또는 "돈으로 화대(花代)를 준다"는 식의 표현이 어울립니다. 돈에 의해 매개되는 일상적인 인간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산'이나 ''도 돈의 가치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사실 고전을 번역하면서 한국어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김덕영 지음, 도서출판길 펴냄). 도서출판길

 

프레시안 : 짐멜이 정신/물질, 주체/객체를 구분하는 통념에 반기를 들며 그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다만 많은 이들이 "돈에 기반하는 문화의 가능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같은 대안의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덕영 : 한국사회는 돈을 악마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모든 악의 근원을 돈에서 찾는 것이지요. 돈의 악마화이지요. 그러면서도 돈을 신처럼 받듭니다. 돈의 신격화이지요. 그러나 돈은 악마도 신도 아닌 수단, 그것도 수단 중의 수단, 절대적 수단입니다. 바로 이 수단이 근대문화의 물적-경제적 토대가 됩니다. 이 토대를 부정하면 현물경제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돈은 인간에게 자유를 줍니다. 만약 돈이 없다면 어떻게 여행을 할까요? 필요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숙박비로 지불할 돼지 한 마리 몰고 여행을 떠날까요?

 

"돈에 기반하는 문화의 가능성"이란 이러한 돈을 물적-경제적 토대로 하면서 돈에 함몰되지 않는 인간 삶을 의미합니다. 돈을 수단으로 하면서 그 수단에 예속되지 않고 개인적 인격과 문화의 함양하는 가능성, 바로 이것이 돈에 기반하는 문화의 가능성입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마치 돈이 끝나는 곳에서 문화가 시작된다는 식의, 천진난만하기 이를 데 없는 사고를 합니다. 그러나 돈이 끝나는 곳에 문화도 끝납니다. 그러므로 한국사회는 보다 합리적인 경제문화와 금융제도를 발전시켜 근대문화의 확고한 토대를 마련해 모든 개인에게 최소한의 문화적 가능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돈의 철학>이 집필될 당시인 19세기 말, "사회적 영역이나 문화적 영역과의 관계 및 거기로의 접근이 근본적으로 봉쇄된 노동자계급은 '전대미문의 실천적 유물주의'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2014년 현재에는 더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화폐경제 위에서 "나름의 정신문화 또는 이상 문화를 발전시키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발전시키기는 역설적으로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기도 하고요. 결국 문제는 그 같은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어떻게 함양시키고 자극시킬 것인가일 텐데요. (물론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아닌 개인의 변화를 얘기한다는 비판도 가능하겠습니다만, 그 부분까지는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넘어서는 논지지요) 짐멜의 사상에 비추어 볼 때 그 같은 의지와 능력 함양은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김덕영 : 교육, 학교 교육입니다. 이는 짐멜한테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짐멜은 개인들의 교육에 중점을 두는 문화정책으로서 객관적 전문지식 및 객관문화와 더불어 인간적 교육, 즉 개인의 내적 인격체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교육체제의 구축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짐멜이 보기에 18세기적 교육 이념과 19세기적 교육 이념의 결합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18세기의 인문주의적-이상주의적 교육 이념은 원칙적으로 인간의 내적-인격적 가치의 형성과 발전에 지향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19세기의 교육이념은 일차적으로 객관적인 전문적-기능적 지식과 능력의 축적 및 전수를 지향함으로써, 18세기의 교육이 추구한 인문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짐멜이 보기에 이러한 교육의 이념과 체제의 변화가 모든 삶의 영역에서 객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궁극적으로는 객관문화가 주관문화에 대해 우위와 지배적 관계를 점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19세기 교육의 이념과 체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짐멜은 18세기적 교육이념과 19세기적 교육이념 사이의 양자 간 선택이 아니라, 이 둘을 한 차원 더 높은 통일체로 결합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신했습니다.

 

1894년 경의 막스 베버(1864~1920).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레시안 : 본문의 각주 621, 해체의 각주 181개는 전적으로 선생님의 작업물입니다. 그리고 그 각주들이 역자의 번역어 선정 과정이라든가 그 개념이 받아들여진 사상사적 측면 등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도움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또 하나의 연구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각주라는 형식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할 텐데, 선생님께서 각주와 해제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는 기준에 대해서 밝혀주실 수 있는지요.

김덕영 : 번역이란 원문을 완벽하게 소화한 후 두 언어의 차이점을 극복하면서 우리말로 표현해야 하는, 그야말로 지난하고도 지난한 해석학적 순환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번역을 할 때 한 구절을 읽은 후 책을 덮고 독일어 저자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프로이트는 저의 제1부전공이기도 하지만 이런 가르침 때문에 좋아합니다.

 

가장 좋은 번역서는 역자가 직접 쓴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번역은 원저자와 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어 독자들과 한국사회를 위한 정신적-지적 작업입니다. 그러므로 번역은 사전에 기대어 단순히 원문을 문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화된 텍스트를 만드는 정신적-지적 작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각주와 상세한 해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저는 연구에 기반하는 번역과 번역에 기반하는 연구를 추구하는 지식인입니다. 번역은 고전 중의 고전을 전문가 중의 전문가가 완벽한 한글화를 이루는 일련의 정신적-지적 행위이자 과정으로 봅니다. 전문가란 번역하는 책뿐만 아니라 원저자의 지적 세계 전반 및 그의 사회경제적 및 문화적 배경 그리고 그와 다른 사상가들과의 관계에 대해 넓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지식인을 가리킵니다.

 

한국에서는 각주가 원문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면서 각주를 안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사실은 그럴 만한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은 아니냐고? 각주는 원문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원문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만약 각주가 원문 훼손이라면, 상세한 각주와 해제를 갖추고 있는 '막스 베버 전집'은 원문 훼손 중의 원문 훼손이며. 따라서 즉시 출간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프레시안 : 혹시 현대 사상가 중에서 짐멜의 정수를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고 판단되시는 분이 있다면, 누구를 꼽고 싶으신가요.

 

2005년의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 Mariusz Kubik(출처 Wikimedia Commons)

김덕영 : 아무래도 단편적이고 유동적이며 무상한 인간적 삶과 존재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문제시하는 포스트모더니티 담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그문트 바우만을 꼽을 수 있겠지요.

 

프레시안 : 현재 작업 중이신 책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김덕영 : 이리저리 하다 보니까 올해는(어쩌면 내년 초까지 포함해) 여러 권의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선 <환원근대 : 한국 근대화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원래 3월에 나와야 하는데 제가 강의와 저술 및 번역으로 좀 바빠서 막스 베버 탄생 150주년이 되는 421일을 전후로 출간될 것입니다.

 

또한 번역서 <개인법칙>(게오르그 짐멜)<모더니티의 단편 1>(게오르그 짐멜) 그리고 저서 <사상의 고향을 찾아서: 비텐베르크(루터)에서 빈(프로이트)까지>가 출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서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이론과 사회학사를 위하여>의 종반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 거장 12명의 이론을 검토하면서 '한국적' 사회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석사과정 강의를 통해서 번역서 <렘브란트>(게오르그 짐멜)<역사철학의 문제들>(게오르그 짐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토론이 번역작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작업들이 끝나면 제가 추진해온 지적 생산의 제1단계가 마무리됩니다. 내년부터 한 15년 지속될 제2단계에서는 짐멜과 베버의 주요 저작을 번역하고 사회학이론과 사회학사에 대한 연구서들을 내고 '루터에서 루만까지'라는, 여러 권의 단행본으로 이루어진 지성사 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한다면, '환원근대'를 총론으로 하여 한국의 근대화와 근대성에 대한 각론들을 쓰고 싶습니다.

 

짐멜과 베버의 그들의 주요 저작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제2단계의 가장 큰 임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짐멜의 경우 방금 언급한 <렘브란트><역사철학의 문제들> 이외에 다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회학>, <사회학의 근본문제(개인과 사회)>, <사회분화론>, <철학적 문화>, <칸트>, <괴테>, <쇼펜하우어와 니체> .

 

베버의 경우 두 권으로 된('막스 베버 전집'의 체제에 따라 볼 때) 방법론 관련 저서가 일차적인 번역 대상이 될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두 권이 저의 번역작업의 정점으로 봅니다. 거기에는 칸트 이후의 다양한 근대적 인식론과 방법론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의 철학 경영학자가 쓴 저자 임석민|나남 |2010.05.

 

저자 임석민은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려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 무역학과 경영학 석사 ,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율산 해운주식회사에서 근무하였다. 현재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일러두기4

머리말5

프롤로그15

 

1부돈

돈이란 무엇인가?25

돈은 인격이다돈은 감정적 실체이다돈은 자유이다돈은 평등이다돈은 힘이다돈은 악()이다돈은 선()이다돈은 야누스돈은 죄가 없다돈은 모든 것을 완성한다돈은 이다전가통신(錢可通神)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유전유효(有錢有孝), 무전무효(無錢無孝)무자비한 돈당신은 돈의 주인인가, 노예인가?돈에 대한 속담과 금언

어떻게 돈을 벌고 쓸 것인가50

돈을 어떻게 볼 것인가옛 사람들의 돈관유대인의 돈관왜 돈을 버는가?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돈 버는 건 기술이지만 돈 쓰는 건 예술이다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김만덕구국(救國)三百金천금(千金)이 수만금(數萬金)으로 되돌아오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돈과 ○○71

돈과 예술화가와 돈문호와 돈연기자와 돈스포츠와 돈CEO와 돈범죄와 돈돈과 사랑이수일과 심순애위대한 개츠비돈과 여성돈과 섹스돈과 결혼돈에 속은 박인덕(朴仁德) 이야기

돈의 역사105

돈의 기원조가비가 돈으로담배를 돈으로 사용하다스톤머니(Stone Money)돈의 요건세계 최초의 지폐미국의 달러이제 돈은 이미지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1달러 대 42천억마르크

돈과 가치12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치와 가격의 결정가치는 시장이 결정한다

 

2부가난, 검약, 부자

가난131

가난은 지독한 저주! ! ! 나는 돈의 철학을 알았소이다!가난을 이겨낸 사람들가난의 미덕과 정직한 가난빈궁과 부유는 느낌가난은 미운 축복환영한다, 가난이여!가난은 내 인생 최대의 자산이었다

검약148

검약의 미덕검약은 극기와 절제의 꽃검약은 자유의 어머니검약은 부귀와 명예의 길검약은 인격을 높인다근검은 치가(治家)의 근본상추 이파리 하나참기름 몇 방울조조의 검약영조와 정조의 검약프란체스카 여사의 검약아셈 정상들의 알뜰정신주은래·원자바오 총리의 검약유일한의 검약정주영의 검약재벌들은 왕소금도코도시오[土光敏夫]의 검약록펠러의 검약작은 씨앗에서 행운이 싹튼다저축은 성공의 필수요소저축은 기회를 만든다검약과 저축의 그늘 검약과 인색수전노 왕융(王戎)수전노 헤티 그린

부자181

부자란?부자들에 대한 오해부자들은 성실하고 검소하다부자의 선행조건은 열망과 의지부자의 첫걸음은 절약과 저축부자의 지름길은 자영업부자가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자기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부자와 행운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부자와 빈자부자들을 비난하지 마라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부자는 누리는 만큼 대가를 치른다은수저의 그늘부자병재벌 2세들, 행복하지 않습니다먹고살 만큼만 주십시오!

사치214

사치의 뿌리는 과시욕사치는 보편적 속성남들의 독재베블런효과, 스놉효과명품, 그리고 브랜드소비는 신분의 상징상품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된장녀와 칙릿쇼핑강박증메리 토드 링컨의 쇼핑중독증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낭비벽마르코스와 이멜다의 사치토마스 제퍼슨의 낭비벽사치와 자본주의사치는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유산245

유산은 몸을 베는 칼유산은 자식을 망친다()가 세습되어서는 안된다오늘의 왕자는 내일의 거지부를 지키기가 어렵다유산을 남기지 마라!유산은 불화덩어리재앙 부르는 유산싸움 재벌가의 유산싸움유산기부와 유언장아들에게 한 푼 남기지 않은 유일한

자선266

베푸는 삶에 행복을 느낀다보시(普施)는 나누는 것()는 이 사회에서 나온 것 삶은 봉사의 장()카네기의 자선관록펠러, 혐오스러운 인간에서 위대한 기부자로3인의 자선가 이야기평양 백과부의 행복한 자선북한 애국열사릉에 묻힌 자본가 이종만자선사업도 쉽지 않다자선의 밑바탕에는 이기적 동기가 있다자선의 그늘

부패291

부패의 뿌리는 가난유혹에 약한 인간부정행위는 경제행위군대와 부패공직자들의 부패부패의 뒤에는 사치와 여자가 있다마르코스와 카레라이스대만의 총통부인뇌물의 위력뇌물은 인격을 파는 것뇌물과 사지(四知), 그리고 포증(抱拯)의 후손수치심과 양심아름다운 참회염치(廉恥)와 부패관료 조말생

청백리와 탐관오리322

청백리: 최영, 송흠열장부(烈丈夫) 서리(胥吏) 김수팽탐관오리 조병갑과 그 증손녀의 108노태우의 부정축재와 그의 역사관역사와 국민의 이름을 걸고 이뤄진 전두환의 재판역사기록은 불의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위대한 돈, 초라한 인간

도박337

삶은 우연이 가득한 도박호모루덴스, 호모알레아토르도박은 자본주의의 본질카지노는 부()를 재편한다도박꾼들의 오류와 착각카지노와 마음의 회계도박판의 돈현대의 탄타로스 도박꾼도박은 질병인터넷 도박

횡재352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복권당첨과 행복지수복권당첨은 타락의 출발이었다 찢어버렸어야 할 복권뜻밖의 횡재에 인생이 바뀐다로또 경제학한국의 로또

투기366

탐욕, 투기, 망상튤립의 투기플로리다의 땅투기투기는 자본주의의 본질레버리지 금융공학과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돈과 종교377

신앙과 돈불교의 경제윤리기독교의 경제윤리이슬람의 경제윤리교회와 돈 부처님을 팔지 말라김부식과 정도전의 불교비판중세교회의 타락추기경의 고백화양서원과 만동묘니체와 맑스의 종교비판종교의 부활

 

3부체제와 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쟁점409

자유와 평등결과의 평등, 기회의 평등체제와 돈

자본주의416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자본주의의 딜레마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빈부격차사유재산권과 경제발전공유지의 비극

사회주의426

오웬의 사회주의 실험야산(也山)과 키부츠의 사회주의 실험사회주의의 실패복지제도의 그늘: 내 직업은 프로실업자공장주 츠반치거와 신문기자 맑스상품의 물신성과 노동의 소외맑스이론의 비현실성민주사회주의맑스와 한국

한국의 자본주의445

자본가들은 모두 나쁜 놈들…ㆍ자본가가 없는 세상자본가가 있는 세상한국의 자본가자본가를 미워하지 마라!

4부돈과 삶

욕망457

인간은 욕망이다욕망은 운명이다인간은 이기적 동물욕망은 나를 옭아매는 독재자소유냐? 존재냐?욕망은 끝없이 굴러가는 것물릴 줄 모르는 물욕(物慾)욕망의 충족과 쾌락, 만족, 행복욕망을 줄여라

성공472

돈과 성공무엇이 성공인가?성공의 핵심은 삶의 의미성공의 요소성공의 기초는 성실, 정직, 열정, 신념, 인내, 용기…ㆍ자강의지(自强意志)와 위버멘쉬[偉人]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영적 차원의 목적의식성공의 어두운 그림자하늘이 내린 성공한 기업인, 빌 게이츠티맥스 박대연 사장의 성공을 기원한다

부귀495

부귀공명과 안분(安分)부귀는 온전한 삶을 해치기 쉽다황제는 고급노예황제의 사위슬프고 불행했던 삶들대통령이라는 자리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행복512

행복이란 무엇인가?행복의 요건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행복돈과 행복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돈은 행복의 매개물부자는 행복할까?행복한 가난, 불행한 풍요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그들은 행복하지 않았다행복한 삶의 조건행복의 비밀을 찾아내는 행복학행복과 쾌락에피쿠로스의 쾌락행복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행복은 거기가 아닌 여기에 있다나부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행복은 현재에 있다섭리대로 살면 행복하다진흙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겠다행복의 비결은 만족만족하면 부자행복은 내면의 완성과 도덕의 실천최고의 행복은 지성적 관조고통과 불행삶은 뒤얽힌 실타래신체장애, 불행하지 않다행복한 오아블로샴쌍둥이의 행복

565

삶의 기술생각 바꾸기간소하게 살아라!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삶바람직한 삶, 본받을만한 삶무명(無名)의 성자(聖者) 맥타가트 교수의사 장기려의 삶넘치는 삶, 부족한 삶삶의 원동력은 의미에의 의지고통과 불행 속의 의미영적 자유와 의미있는 일삶의 의미와 3가지 가치삶의 의미와 존재가치성찰하는 삶자아성찰은 자기혁신의 핵심

에필로그599

참고문헌607

 

저자가 돈을 연구과제로 삼아 20여 년 동안 한 우물을 파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그는 “23년 전인 지난 87년 주제와 제목이 흥미로워 펼쳐 든 게오르그 짐멜의돈의 철학이 너무 난해하고 재미없어 중도에 책을 덮어버렸다돈의 철학이라는 제목의 책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한번 전혀 다른 버전의돈의 철학을 써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집필에 천착한 세월의 장구함을 반영하듯, 저자가 참조한 저서는 무려 239권에 달한다...돈의 철학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돈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어떻게 돈을 벌고 쓸 것인가, 돈의 역사, 돈과 가치, 가난, 검약, 부자, 사치와 허영, 유산, 자선, 부패, 청백리와 탐관오리, 도박, 횡재, 투기, 종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욕망, 성공, 부귀, 행복, 삶 등 20여 개의 주제에 따라 돈에 얽힌 천태만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1에서 돈의 본질을, 2가난, 검약, 부자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돈의 실제를 보인다. 3체제와 돈에서는 더 큰 범주의 돈에 대해 탐구하며, 4돈과 삶에서는 돈을 넘어 인생 전반을 다루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나온 저작이 흔히 저지르는 훈계조의 결말을 저자는 잘 참아냈다. 주장하는 대신 세세히 보여주며, 지시하는 대신 함께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또한 동서고금을 넘나들고 필부와 위인을 아우르는 다양하고 방대한 사례는, 현실을 왜곡해 이상에 꿰맞추지 않으며 이상을 깎아내려 현실을 돋보이게 하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돈은 숭배와 저주의 대상이다. 이는 모두 인간의 환상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돈에 대해 너무 모른다. 돈을 제대로 알면 우리의 삶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이다. 돈에 부여한 가치와 의미를 바꾸면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돈에 부여된 의미와 가치가 적절한지 성찰이 필요하다. 돈을 안다는 것은 돈의 가치와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다. 돈을 알기 위해 돈의 철학함이 필요하다.”... 저자의 이런 성찰은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이 던진 화두에 적절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돌 깨는 사람[The Stonebreaker]헨리 월리스 1857년 캔버스에 유채


헨리 월리스(Henry Wallis)가 죽은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빈곤층을 구빈원에 강제 수용하는 것을 비판하려고 그려진 그림으로, 제한된 가을의 색채는 죽음을 강조한다.

 

채터턴의 죽음(1856), 헨리 월리스(1830~1916) , 캔버스에 유채, 91x60, 테이트 브리튼, 런던


18세기 후반에 실존했던 시인이다. 불과 10대의 나이에 천재성을 발휘했다. 가상의 중세 수도사 이름으로 중세풍의 시를 쓰기도 하고, 낭만적인 시부터 정치 칼럼까지 다양한 글을 여기저기 기고했다. 그런데 잡지 편집인들은 그의 글을 칭찬하면서도 원고료는 아주 적게 주거나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곤 했다. 그래서 채터턴은 지속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 몇몇 문인의 혹평까지 받게 되자 그는 절망에 빠졌다. 17708, 그는 며칠간 끼니를 거른 상태에서 비소를 갖고 다락방으로 올라가 남은 원고를 모두 찢은 뒤 목숨을 끊었다. 불과 만 17세였다.

 

그 후 19세기 초에 이르러 셸리나 워즈워스 같은 낭만주의 시인들이 그의 작품을 재평가하고 죽음을 애도했다. 19세기 초에 이르러 셸리나 워즈워스 같은 낭만주의 시인들이 그의 작품을 재평가하고 죽음을 애도했다. 19세기 중반에는 젊은 화가 헨리 월리스(1830~1916)가 이 그림 채터턴의 죽음을 내놓았다. 라파엘전파(Pre-Raphaelite)의 그림답게 배경 세부 묘사가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 분위기가 흐르는 이 작품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림 속 채터턴의 모습에서 수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중앙선데이 2011.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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