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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권력, 인간을 말하다 外

by 이성근 2018. 2. 24.



권력, 인간을 말하다 /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3의 공간 2018 .2

 

리정(李拯)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호칭하는 바링허우(80)’를 대표하는 사상가. 화중과학기술대학과 중국인민대학교를 거치며 사상 연구를 이어갔으며 중국에서는 학제 간 연구를 통한 역사 분석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인민일보] 평론부에 재직 중이다.

 

머리말: 왜 권력은 흥망성쇠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1장 여론: 예언과 유언비어는 한 끗 차이다 | 이밀

2장 후계자 선정: 도덕성을 갖춘 권력만이 장수한다 | 이세민

3장 두려움: 권력은 결코 나눌 수 없다 | 장손무기

4장 무질서: 질서라는 면역체계에 맞서지 마라 | 무측천

5장 타락: 권력이 심판하려 할 때 부패가 시작된다 | 이융기

6장 정보 통제: 사람은 자신이 가진 편견의 노예다 | 이임보

7장 기득권: 공익 뒤에는 언제나 사익이 있다 | 안녹산

8장 보상: 충성에 답하는 것은 의무다 | 곽자의, 이광필, 복고회은

9장 그림자 권력: 권력은 언제나 측근을 통해 사용된다 | 환관 집단

10장 파벌: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게임 | 이덕유, 우승유

11장 합법성: 권력을 옹호하는 자 안에 반역자가 있다 | 황소, 주온

 

맺음말: 중국의 전통적 정치를 이해하는 시각

 

출판사 서평

절대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일인자의 흥망성쇠로 읽는 권력의 숨겨진 비수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유발 하라리) 권력이란 쟁취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소개된 수많은 처세서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비열한 음모와 냉혹한 배신, 가차 없는 투쟁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온갖 권모술수를 총동원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쥔 승자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정작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모두가 떠받드는 황금 권좌에 올라선 순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숭배와 부귀영화가 아니었다. 권력은 어느새 주인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다모클레스의 검이 되어 권좌를 향해 칼끝을 겨누기 시작한다.

 

이 책은 세계제국 당나라의 절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몰락 과정을 쫓아간다. 비천한 출신을 극복하고 대성한 인물부터 목적을 위해서라면 형제와 자식까지 재물로 바치는 냉혈한과 뛰어난 지략과 총명함으로 모두를 사로잡은 천재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권력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권력은 그가 어떤 인물이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권력은 자기 주인의 약점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이를 연료 삼아 그를 몰락으로 이끄는 음모를 실행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권력의 교묘한 술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뿐 아니라 권력의 숨겨진 속성을 간파해 최후의 승리를 얻은 자도 함께 보여주며 권력 사용의 적나라한 면모를 드러낸다.

 

속이고, 유혹하고, 방심케 하라

권력이 파놓은 11가지 함정에 걸려든 사람들

 

비공식 정보 통로는 권력이 자신의 주인을 몰락시키는 은밀한 수법으로 역사에 자주 등장해왔다. 강력한 황위 경쟁자들을 차례차례 무너트리고 권력을 잡은 당 현종 이융기를 일개 관리에 불과했던 이임보가 무너트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임보는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환관, 궁녀, 후궁 등에게 수많은 뇌물을 제공해 이들과 후원 관계를 맺고,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는 비공식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는 황제의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궁중 정보를 자신의 수중에 두면서, 이를 기반으로 황제와 관료 사이의 공식 정보 통로마저 왜곡하며 당대 최대의 실세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핏줄의 유혹은 권력이 일인자를 무너트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당나라의 실질적 창건자이자 후대 황제들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태종 이세민조차 이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기행을 일삼는 태자를 맏아들이라는 이유로 내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못해 다음 태자를 선정할 때에도 모든 아들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부정(父情)이 역설적으로 형제끼리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골육상잔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아들들은 이세민을 암살하려는 모의까지 세우며 그를 철저히 배신한다. 결국 이세민은 가장 무능력한 아들을 후계자로 선정하고 외척에게 이를 맡기는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관료집단의 이해관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권력이 제기하는 최대의 난제다. 당나라 건국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이밀은 천하를 두고 당 태조 이연과 쟁투하다 패배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재기할 힘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부하들은 그에게 투항할 것을 청한다. 이연과는 같은 성씨이기 때문에 오히려 후대받을 것이라며 자신의 주군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부하들의 강력한 권유에 흔들려 이연에게 투항하고 만다. 관료집단은 그 속성상 자신의 관품과 녹봉만 유지된다면 주군이 누가 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밀은 입장이 달랐다. 그는 이연과 천하를 두고 다퉜던 인물이었고 그가 투항한다 해도 새 주군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결국 이밀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저자는 이처럼 당나라 권력자들의 몰락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여론, 무질서, 타락, 파벌 등 권력에 숨겨진 11가지 함정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기어이 권좌를 차지한다

권력의 속성을 이용해 생존과 부귀를 얻은 사람들

 

반면 권력의 속성을 간파해 이를 생존과 부귀영화의 지름길로 삼은 자들도 이 책에 등장한다. 권력이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합법성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이 합법성은 구 정권의 엘리트들의 지지를 반드시 필요하다. 당나라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도전한 황소는 이 지점을 놓치고 만다. 그는 백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일으킨 반란의 근거를 당나라 왕조의 부정에서 찾음으로써, 의도치 않게 과거 당나라에 속한 엘리트들을 소외시키게 된다. 반면 황소와 함께 반란을 일으킨 주온은 이 반란이 당나라를 대체할 만한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간파한다. 이에 그는 재빨리 당나라에 귀의해 한때의 동지였던 황소의 반란을 진압하고, 황제를 보위한다는 명목 아래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엘리트층의 지지를 얻어낸 뒤 결국 당나라 황제의 선양이라는 방식으로 권력을 합법적으로 쟁취한다.

 

권력은 언제나 잠재적 적들을 제거하려 시도한다. 곽자의, 이광필, 복고회은의 사례는 이 같은 권력의 속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들은 안녹산의 난을 평정하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했음에도 권력자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갖은 중상모략에 시달린다. 이광필은 이 같은 권력의 대접에 불안에 떨며 칩거했고, 복고회은은 아예 반란을 일으켜 자신의 억울함을 폭발시켰다. 결국 이 둘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삶을 불운하게 끝맺는다. 반면 곽자의는 권력의 의심에 자신이 가진 병권과 직위를 모두 반납하고, 권력의 의도적인 도발에도 이를 자신의 불찰로 돌리며 용서를 구한다. 그는 권력의 의심에는 전적으로 충성을 드러내는 길만이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책속으로

가장 본질적인 의의를 가지는 질문은 아마 도 위대하고 아름다운 문명이 어째서 흥망성쇠의 반복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는가일 것이다. 당나라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휘황찬란한 문명을 일구었 지만 끝내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고 이후 역대 왕조들도 스스로 재건하고 파멸하는전개를 이어나갔다. 역사는 충실한 기록자일 뿐만 아니라 인정사정없는 심판자이기도 하다. 역사는 이제껏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잠시도 쉬는 법이 없었다. 고대의 제왕과 장상들이 조금만 나태해지면 역 사는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고 흥망성쇠의 기제를 작동시켜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켰다. 역사 앞에서는 누구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_머리말: 왜 권력은 흥망성쇠의 반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

 

한비자(韓非子)는 강렬한 대비를 통해 군주와 신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충돌을 직접적으로 묘사했다. “군주의 이익은 유능한 관리를 임명하는 데 있고, 신하의 이익은 무능하더라도 일을 얻어내는 데 있다. 군주의 이익은 노동을 통하여 벼슬자리를 주는 데 있고, 신하의 이익은 공로가 없더라도 부귀를 얻는 데 있다. 군주의 이익은 호걸을 얻어 능력을 부리는 데 있고, 신하의 이익은 붕당(朋黨)을 통하여 사사로움을 얻는 데 있다. 따라서 나라가 쇠퇴해도 개인의 집안은 부유할 수 있으며, 군주가 위에서 비루해지면 신하가 아래에서 무게를 잡는다.” _1장 여론: 예언과 유언비어는 한 끗 차이다

 

승리하면 왕이 되고, 패하면 도적이 된다는 것만이 유일한 논리가 된다면 권력투쟁으로 인해 평온한 날이 영원히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처방은 바로 황제 권력과 강구함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음으로써 세속을 초월하는 황제 권력의 합법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었다. 즉 황제 권력을 투쟁으로 빼앗을 수도, 폭력으로 바꿀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궁궐 내 권력투쟁을 철저하게 근절하고 다시는 권력투쟁의 대가로 혈육 간의 정을 짓밟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중국 정치에서 승리하면 왕이 되고, 패하면 도적인 된다는 논리를 철저하게 없앨 수 있었다. _2장 후계자 선정: 도덕성을 갖춘 권력만이 장수한다

 

황제와 권신의 긴장 관계는 황제 권력의 절대성과 완전성에서 비롯된다. 일단 황제 권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황위는 완전하게 얻거나 전부 다 잃는 것 중 하나이며 그 사이에 권력을 나눠 가지는 완충 지대나 타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할할 수 없는 황제 권력의 절대성으로 인해 황제는 어떠한 권력 계층보다도 안정감을 필요로 하며 두려움과 시기심도 생기기 더 쉽다. 그러므로 황제가 역모를 꾀했다는 소식을 듣기만 하면 사법 조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휩싸여 일을 재빨리 처리해버리게 된다. 이때 권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변수일 뿐, 진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_3장 두려움: 권력은 결코 나눌 수 없다

 

황제는 행위자이자 심판자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아 자기 폐쇄 상태에 빠졌다. 황제는 언제나 참고로 삼을 수 있는 자신과 독립된 객관적 대상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편견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본래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고 겸허하게 간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황제에게 객관적인 참고 자료를 제공해주고 따라서 황제가 자기 논리의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반면 정신적 폐쇄 상태에 빠지게 되면 다른 의견을 자신에 대한 도전과 불만으로 여기고 달콤한 말은 자신을 지지하는 표현으로 여기게 된다. _5장 타락: 권력이 심판하려 할 때 부패가 시작된다

 

정보의 전달 과정 속에서 진실의 소리는 가려지고 귀에 거슬리는 말은 줄어들면서 황제가 접하는 정보는 항상 공덕과 은덕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해진다. 이를 한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신들은 어리석고 타락한 자들을 옆에 끼고 위로는 그들과 함께 군주를 속이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침탈해 이익을 거둔다. 또 그들은 무리를 지어 서로를 두둔하고 말을 맞춰 군주를 미혹에 빠뜨리고 법도를 무너뜨린다. 이로써 사민(士民)들을 혼란스럽게 하여 국가가 위태로워지고 군주가 욕을 당하게 만든다.” _6장 정보 통제: 사람은 자신이 가진 편견의 노예다

 

황제는 훈신과 노장들을 이중적으로 대했다. 마음속으로는 시기했지만 말로 드러낼 수 없었고 공개적으로 표창했지만 남몰래 견제했다. 그때 공도 덕도 없지만 높은 자리를 차지했던 환관들도 많은 공적을 세운 훈신과 노장들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했다. 황제는 그들을 통해 자신의 시기를 드러낼 수 있었다. 환관은 황제의 마음속 어두운 면을 비추는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황제는 광명정대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權力의 함정에 무너진 일인자들

7세기부터 300년간 번성한

당고조·당태종 등 절대자들

탄생과 몰락 과정 세밀히 추적

 

최고에 오르면 권력에 압도당해

아무리 뛰어나도 영원할수 없어

권력과 인간 근본적 관계밝혀

 

사회 전반에 무책임하게 묵인돼왔던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촉발된 미투(Me Too)’는 연극, 문학 등 문화예술계 전 분야로 퍼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가해자(남성)와 피해자(여성) 사이의 성폭력으로 비치고 있으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남녀 간 성 불평등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깔렸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이 인간을 억압하고 길들이고 변화시킨 것이다.

 

책은 바로 그 권력과 권력에 지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바링허우(80·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저자는 7세기부터 약 300년간 번성했던 당(·618907)의 절대 권력자들의 탄생과 몰락 과정을 추적해 권력과 인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파헤친다.

 

당태종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한()나라에 이어 대륙을 두 번째로 통일한 국가였다. 당에서 발달한 문물과 제도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런 영향력은 뛰어난 지략과 총명함을 겸비한 리더(황제)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빼어난 황제라 해도 부침(浮沈)이 끊이지 않았고, 더군다나 영원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어느 순간, 권력에 압도당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권력의 술책에 당한 자뿐 아니라 권력의 속성을 간파해 최후의 승리를 얻은 자도 함께 보여주며 권력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라 말기 이밀은 예언을 활용하는 도참(圖讖)으로 여론을 장악하는 정치술을 발휘했다. 몰락해가는 수나라에 대항해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꿨다. 그러나 새롭게 건설된 당나라의 주인이 된 이는 이연(당고조)이었다. 이밀은 도참으로 여론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주변에 믿을 만한 참모가 없었다. 저자는 조조에 맞서 오나라를 세운 손권에겐 노숙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지만 이밀에겐 노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력에서 예언과 유언비어는 한 끗 차이였던 셈이다.

 

당고조 뒤를 이어 2대 황제에 오른 이세민(당태종)은 권력의 본질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당태종의 통치 시절, 나라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후계자를 정해야 하는 시점부터 다시 혼란에 빠졌다. 당태종의 큰아들 이승건과 둘째 아들 이태가 후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 자리는 당태종의 아들 중 가장 유약했던 이치의 차지가 됐다. 형들이 권력의 술책에 지배당하는 동안 이치는 어부지리승리를 챙긴 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로지 강구함에 의해 황제를 계승한다면 권력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당태종은 이치를 통해 세속을 초월하는 권력의 합법적 기반을 정착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덕조차도 권력을 쟁취한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호도될 수 있다. ‘덕이 있어서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겼기에 결과적으로 덕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는 강자의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이밀과 당고조, 당태종에 이어 저자는 스스로 황후에서 황제가 된 무측천(武則天), 양귀비에 빠져 나랏일을 그르쳤던 당현종(이융기), 반란을 일으킨 무장인 안녹산, 그리고 환관 등 부흥과 전환, 쇠락의 역사를 반복했던 당나라의 권력자들을 더듬는다.

 

저자는 역사의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사상적으로 정치적 업적에 의존하는 유가 이데올로기를 바꾸고, 권력적으로 법치를 통해 권력을 제도의 테두리 안에 가둬야 하며, 제도적으로 관료제의 결점을 없애고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일보 / 이인구기자 18.2.23

 

권력의 종말 다른 세상의 시작 저자 모이제스 나임|역자 김병순|책읽는수요일 |2015.02.

원제 The End of Power


저자 모이제스 나임 MOISES NAIM198936세의 나이로 베네수엘라 무역산업부 장관이 되었고 이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권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담은 권력의 종말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범죄 네트워크를 폭로한 불량경제학을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이제스 나임은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이자 동시에 권력을 연구하는 학자라 불린다. 14년간 편집장으로 있었던 [포린폴리시]거대 세력과 미시 권력이라는 칼럼을 써 막대한 권력을 쌓은 다양한 세력들, 전통적인 거대 세력이 가진 권력의 한계, 권력을 행사하는 기간의 감소 추세 등을 다루어 세계적인 리더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2011, 그는 세계의 놀라운 변화 추세를 시각적으로 강렬한 영상과 그래픽, 그리고 세계 지도자들과의 인터뷰와 함께 전하는[에펙토나임EFECTO NA?M]이라는 혁신적 주간 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널리 시청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최대 일간지인 [엘파이스][라레푸블리카]의 국제 평론가이자, [파이낸셜타임스]저명인사 목록에 있는 기고자이며 [애틀랜틱]의 편집 고문이기도 하다. 또한 다보스에서 빌더버그, 선밸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엘리트들을 대상으로 자주 강연을 할 정도로 각국 정부와 금융, 미디어계의 권력자들 사이에서 존중받으며 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MIT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베네수엘라의 일류 경영대학원 IESA의 대학원장으로 학생들에게 경영학과 경제학을 가르쳤다. 현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최고 연구원이며,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적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G50의 설립자이자 회장, 미국 민주주의 진흥재단, 국제인구행동연구소, 열린사회재단과 같은 비영리단체를 비롯해 여러 세계적 기업들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스페인 언어권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오르테가 이 가세트ORTEGA Y GASSET를 수상했으며, 2013, 영국의 [프로스펙트]는 그를 세계를 이끄는 주요 사상가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2014, 고틀리브 두트바일러 연구소(GDI)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 중 한 명으로 지명했다.

 

거대 세력들이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권력은 점점 완력에서 두뇌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통적인 거대 기업에서 민첩한 벤처 기업으로, 완고한 독재자에서 소도시의 광장과 사이버 공간의 민중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력의 피라미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한 집단이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구축한 위계질서, 조직력, 자본, 기술 등의 장벽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정치, 경제, 금융, 미디어 등의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지배 세력이었던 집단들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현장을 파헤친다.


관성과 족쇄를 벗어던진 권력의 새로운 메커니즘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이나, 미국의 대표 맥주 버드와이저를 인수해 세계적인 맥주 회사로 거듭난 브라질과 벨기에 복합기업 앤호이저부시인베브, 가톨릭과 개신교가 주를 이루던 종교계에서 점차 신도를 늘리고 있는 지역공동체 성격의 비주류 종교처럼, 작은 세력이 강력한 기득권 집단들을 무너뜨리는 현상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권력의 바깥에 있던 개인과 작은 세력들이 권력을 위협하고,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자리를 잡으며, 권력을 유지하는 원리를 살펴본다.

 

이제 권력의 투쟁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권력의 쇠퇴는 강력한 지배 세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선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힘을 무력화시켜 수많은 범죄 집단이 활동하게 만들거나 사회의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특정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모이제스 나임은 거대함, 자본, 폭력, 독점 등이 필수조건이라 여겨졌던 권력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1권력 1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저자 히로세 다카시|역자 이규원|프로메테우스 |2010

1권력 2 자본, 그들은 어떻게 혁명을 삼켜버렸는가 저자 히로세 다카시|역자 김소연|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1

원제 ロマノフ黃金

 

히로세 다카시-'1대안언론'이라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다. 무욕의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존경하며, 반핵운동가답게 핵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전력의 전기를 일체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을 손수 개조할 정도로 지독한 괴짜이다. 때문에 일본의 재벌과 극우파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비춰진다.

 

1943년 일본 도쿄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와세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우연찮게 의학·기술서적 전문번역가로 명성을 쌓으면서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각종 사내 기밀 문서들도 아울러 번역하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그들의 모습과 실제의 행태 간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30여년 간에 이르는 필생의 작업 과제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하나는 이미 범지구적으로 사슬처럼 엮여진 거대자본의 동향을 추적·조사하며 그 실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하는 저술활동과, 또 하나는 그들의 투기 수단일지도 모를 핵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며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설계해 나가는 활동이다. 일본에서 그는 ‘1인 대안언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작들로는 미국의 자본가를 중심으로 세계 근현대사를 심층취재한 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를 비롯하여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움직이는 소수 집단에 대한 보고서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이 있다. 또한 핵자본과 저널리즘, 그리고 꼭두각시 같은 과학자집단이 얽힌 핵 관련 복마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위험한 이야기와 소설 형식을 빌어 체르노빌 원전 참사를 기록한 체르노빌의 아이들도 출간되었다. 그밖에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1992, 新潮社), 로마노프 가의 황금(1993, ダイヤモンド), 붉은 방패(1991-1996, 集英社), 할리우드 패밀리(1996, ダイヤモンド), 역사를 목격한 영화(1997, 集英社), 지구의 함정(1998, NHK出版), 판도라 상자 속의 악마(1999, NHK出版), 연료전지 혁명(2001, NHK出版), 무기제국(2001, 集英社), 석유제국(2002, NHK出版), 금융제국(2002, NHK出版), 하나의 사슬(2004, ダイヤモンド), 사물국가私物國家(2000, 光文社), 자본주의 붕괴의 기획자들(2009, 集英社) 등이 있다.

 

목차

 

서장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1장 첫 번째 책 <할리우드 영화사>

2장 두 번째 책 <기밀누설 사건>

3<대열차강도>: 모건 가문의 전설

4<자이언트>: 록펠러 가문의 전설

520세기 미국 대통령과 골드핑거

6장 억만장자의 기묘한 애정

7장 할리우드 위기일발

8장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9장 신사가 법복을 걸칠 때

10장 불면의 시대

11장 케네디를 따라다니는 망령

12장 사건의 진상

13장 우리의 불면의 시대

종장 신비 속에 감추어진 수수께끼

후기 조사를 마치며

부록 20세기 미국 대통령과 각료 신상명세서

 

 

자본주의, 구조 타령에서 나아가 이젠 자본가 인맥으로 분석하기

 

<1권력>JP모건과 록펠러로 대표되는 미국의 독점재벌이 어떤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행태를 저질렀는가? 또 그들이 세계경제를 어떻게 좌지우지했으며 그들에 의해 미국은 물론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조종되어 왔는가를 주된 내용으로 삼고 그들만의 인맥메커니즘을 샅샅이 파헤치는, 이른바 금기시되다시피한 작업에 돌입한다.

1차 세계대전,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집권, 스페인전쟁, 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수소폭탄 실험, 카스트로의 집권과 쿠바 사태, 케네디 암살, 베트남전쟁 등저자는 전 세계를 파멸의 벼랑 끝까지 몰아세울 뻔했던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의 뿌리를 단 하나에서 찾는다. , 20세기 현대사는 거대자본가의 이권다툼과 투기에 의해 좌지우지되었으며 그들은 바로 금융재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일본에서 출간된 때는 1986년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지금 이 책을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지난 2008, 세계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스트리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혹자는 본서에 거론된 금융재벌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부터 그 모든 일들은 결국 외피만 바꾼 과정일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이며, 가해자들의 면면도 미뤄 짐작할 있게 되리라.

 

 

목차

저자의 말

러시아의 인명 표기에 대하여

1부 로마노프 가의 대귀족 흐루시초프

부활하는 구로마노프 왕조의 귀족집단

'로마노프 가의 사자' 흐루시초프

자손이 출판한 한 권의 책

'크렘린의 늑대' 카가노비치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튼튼한 끈

레닌 사후의 암투

대숙청의 시대

모스크바의 지하 비밀 도시

몰로토프-리벤트로프조약

외무장관 몰로토프의 가계

리벤트로프의 돈과 지위

흐루시초프는 '노동자 출신' 인가?

영국 첩보 기관과 로마노프 가의 혈맥

흐루시초프의 정체

500년 전의 흐루시초프 가

카틴 숲의 학살사건

바쿠 유전을 둘러싼 이상한 이야기

기괴한 석유무역 인맥

'5%의 남자' 굴벤키안

혁명가의 욕망과 꿈

적군의 바쿠 제압

프랑스의 카가노비치 가

스탈린 암살 계획

외로운 양대 국가의 라팔로조약

로마노프 가의 레닌

막심 고리키와 원폭공장

로스차일드가 넓힌 수많은 파벌

마르크스와 거대 재벌

2부 비소츠키의 노래가 들린다

울워스와 그루지야 왕실

신생러시아와 제정러시아

러시아 귀족자손연합의 거병

'쌍두의 매'의 부활

돌아온 블라디미르 대공의 비극

미국의 유명한 러시아 이민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와 이반 뇌제

푸슈킨, 샬리아핀, 무소르크스키

제록스 사의 골리친 공작

표트르 대제를 키운 보리스 골리친

소금 대왕 스트로가노프

스트로가노프 가의 재산

여제 예카테리나의 애인들

데미도프 가의 위업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거상

막심 고리키의 친구 사바 모로조프

모스크바의 대부호

스티글리츠 남작의 철도

페테르부르크의 지멘스 - 할스케상사

러시아 문화의 대살롱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숙명

3부 모스크바 마피아의 암약

거상 아먼드 해머의 재보

김벨 형제와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

해머의 아내는 '러시아 귀족'

러시아 이민 마이어 랜스키

케네디 암살과 마피아

대소련 무역 4인조

미국 건국의 이면

러시아·아메리카 회사

후버 대통령의 러시아 이권

괴인 O. 로이 초크

록펠러 가의 계보

워커와 콜라의 거래

랜스키와 브론프만 가

쿠바 위기의 수수께끼

이중스파이와 케임브리지 서클

빅터 로스차일드

우랄의 원폭 개발

스탈린과 카가노비치 서클의 균열

수소폭탄의 아버지 안드레이 사하로프

흐루시초프의 권력

프랑크푸르트 패밀리

인디언 학살사

'로마노프 가의 황금'은 다시 로마노프 가의 손으로

계보도 색인

로마노프 가 황제 재위 연표

찾아보기

 

세상에는 숱한 빈곤을 낳은 원흉이면서도 정작 태연한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 범인의 정체는 한 줌도 채 안 되는, 그 누구보다 이권에 눈 먼 집단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 장본인들의 계보를 그려나가다 보면, 순수한 유전학과 염색체로는 영원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것은 자본이란 이름의 요상한 발광체가 어둠 속에서 빨아들이는 어떤 흡인력에 의해 인간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집어삼켜져 가는 암흑의 세계이다.

이제껏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려고 해온 것은 빈곤을 낳는 하나하나의 문제들이지,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사회체제의 이데올로기가 결코 아니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소련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 지도자는 대부분 귀족계급 내지는 자본주의의 화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서야 무슨 실험을 했다고?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실험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천 년이나 되는 먼 옛날부터 민중이 괴로워하든, 또 현대의 노동자계급이 끊임없이 갈망하든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꿈인 '평등하게 사는 사회'를 굳이 마르크스주의라는 명목으로 형태만 만든 후 곧 그것을 부숴버린 크렘린의 범죄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중의 범죄였다

 

 

1.

...히로세 다카시의 논픽션 <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자본이 말 그대로 제1권력이 되는 과정을 파헤쳤고, 그 결과 JP모건과 록펠러로 대표되는 미국의 거대자본가들이 역사 전체를 어떻게 제멋대로 주물렀는지를 실명까지 언급하며 통렬하게 고발했다. 그 때문에 작가 조정래도 신작소설 <허수아비춤>에서 책명과 저자를 언급하며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자본의 인맥으로 세계 근현대사를 분석하는 히로세 다카시는 사회과학 이론이나 분석틀로 전개하는 게 아니라 무수한 개별 사건들의 이면과 연결고리를 찾아 재구성하는 논픽션 기법으로 서술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전작의 주무대가 미국이었다면, 이번 책의 주무대는 러시아다.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 <로마노프 가의 황금 : 러시아 대재벌의 부활>. 책은 이제껏 알고 있었던 소련 및 러시아에 대한 정석적인 역사 인식을 뒤집어버리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데, 우선 저자는 좌우라는 이념에서 벗어나 러시아혁명은 대체 무엇이었나?’라는 문제부터 제기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통념을 깨뜨려나간다. 그리하여 공산주의라는 간판이 무색하리만큼 자본가 인맥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소련 및 러시아의 실상에 한걸음씩 접근해 간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출간과 동시에 역사적으로 코민테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일본 공산당 내의 몇몇 이론가들이 책의 내용을 반박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소련이 몰락하고 난 후 얼기설기 하나로 연결된 세계 안에서 어마어마한 자원을 품에 안은 신생러시아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밝히는 것이 이 책을 쓴 가장 큰 목적임을 서두에서 밝힌다.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낯익은 러시아인들과 결혼하여 광대한 파벌을 형성해온 러시아계 대재벌이다. 이를테면 공산주의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내세우며 크렘린에서 소련을 좌지우지했던 인물들, 로마노프 왕조와 그 귀족들, 러시아 마피아들, 서구의 재벌들과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바로 그들인데, 일반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그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활동을 전개하며 인류의 분쟁이나 전쟁 같은 중대 사건이나 스캔들 등을 일으켜 왔고 또 앞으로 일으킬 것인지, 그러면서 서로 맺은 인간관계를 통해 이권을 추구했는지 밝히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로 압축된다.

 

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혼란과 빈곤은 자주 보도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반대로 그 결과를 만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현대에도 한순간의 조용함도 허락하지 않는 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들 분쟁을 일으키는 책임자, 즉 지구의 지배자들의 깊은 역사에 발을 들여놓아 그들을 추적하고 정확한 계보를 그려나갈 작정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들의 의외의 선조와 자손이 암약해, 겉으로 드러나는 꼭두각시 인형으로서의 현대 정치인들을 마치 체스 말처럼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로마노프 가의 역사를 알면 경제의 동맥을 쥐고 있는 뉴욕,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도쿄의 증권거래소와 시베리아의 대자원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유라시아 대륙과 세계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수 있다고 한다.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중략)

 

역사를 인간에 의해 조립해 가다 보니, 종래와 같이 어떤 울타리에 의해 구획되어진 '국가'의 성격만 논하는 역사관이야말로 크나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민족론조차도 계보에 의한 피의 연결 앞에서는 무의미한 주장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보다 파고들면 들수록 혈연관계, 즉 인간의 피의 맥락에 의해 풀리는 역사가 우리들이 발딛고 있는 현대를 응시하는 데 훨씬 더 정확한 답을 준다. 계보란 '이유 있는' 우연의 산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말처럼, 저자는 각종 문헌을 샅샅이 파헤쳐 팩트만으로는 도저히 구성할 수 없는 러시아의 숨겨진 권력지도와 그들만의 인맥네트워크를 손수 작성한 인맥도를 통해 생생하게 폭로한다. 여기에는 스탈린, 레닌, 카가노비치, 흐루시초프, 몰로토프와 같은 정치적 인사들에서부터 사하로프, 막심 고리키, 비소츠키, 톨스토이, 에이젠슈테인 등의 문화계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명이 등장하는데,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사건들에 숨겨져 있는 이같은 인물 군상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독자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특히 민중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와 양심적 지식인으로 포장되었던 사하로프의 전혀 예상치 못한 추악한 실제 모습을 접하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막심 고리키의 경우,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그의 행적에 관해 보관한 크렘린의 자료들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러시아 내에서는 그의 평가가 완전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2.

저자는 이번 저술 작업이 프랑스에 망명한 로마노프 왕조의 후손들이 기록했던 인증서를 경매를 통해 입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히는데, 흐루시초프의 이력에 대한 조사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이윽고 소련 및 러시아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작업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그것은 국경을 훌쩍 뛰어넘어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로 연결된 자본의 사슬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결정적 순간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이 책이 일관되게 추적하고 있는 것은 한 가족이 다른 가족과 서로 결혼하여 파벌을 넓히고, 어떻게 횡적으로 광대한 거미줄을 치고 있는지를 밝히는 불가사의하고도 몽환적인 세계지도다. 저자는 도서관의 책들이나 고서에서 수많은 전기나 인명록을 뒤져 가는 가운데 주인공 주변의 인물까지 자세히 조사함으로써 비로소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해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먼저 1부에서는 소련 시대를 움직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흐루시초프가 로마노프 가의 대귀족이었던 사실을 밝혀내고 그 흐루시초프를 키워낸 카가노비치와 스탈린, 몰로토프, 미코얀 등의 크렘린 수뇌가 유대관계를 다져온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100% 프롤레타리아 출신임을 간판으로 삼았으며 소련의 공식 기록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걸친 도네츠 탄광에서 일하던 순수한 노동자로 명기되어 있는 흐루시초프. 그러나 그는 스스로 자부하듯 정말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자 노동자 계급 출신일까? 저자는 수많은 서적과 자료를 통해서, 특히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귀족들이 만든 계보서를 증거로 내밀며 흐루시초프가 러시아 명문귀족의 일원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노동자와 농민이 지배한다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명목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소련의 최고 권력자 집단인 볼셰비키 정부를 구성하는 인물들 또한 흐루시초프와 그 뿌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레닌 혁명정부에서 국내외에 걸쳐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 실행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귀족계급 출신이거나 자본과 연결되어 있었다.

 

2부에서는 로마노프 가가 300년 왕조의 역사 동안 어떤 식으로 지배 메커니즘을 낳았고, 러시아의 유력 재벌들을 만들어왔는지 그 역사를 밝힌다. 그리고 1990년대에 제정 부활을 시도한 망명 러시아 귀족들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 대사업가로 변신해 어떻게 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덧붙여 얘기한다. 그 제정 부활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제정 시대의 상인과 예술가의 후예들이 페레스트로이카 속에서 획득한 이권과 모스크바 마피아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과의 관계를 조사한 바, 그 상인세계에 앞으로의 러시아를 끌고 갈 대재벌의 탄생이 감추어져 있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부에서는 세계적인 마피아가 러시아인과 어떤 식으로 직접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그 혈연관계를 상세하게 밝히는데, 그 가운데 특히 록펠러 재벌의 등장과 그의 러시아계 인맥도에서 정점에 달한다. 현재 러시아의 공식적인 국가 문장은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쌍두의 매’, 바로 로마노프 가의 문장이라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책의 백미는 치밀한 인간관계의 분석에 있다.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져있지만 실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40여 장의 수제 계보도는 그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이 계보도들은 자본과 혁명의 내막을 꿰뚫은 역사의 암호 풀이도라 할 수 있으며, 각 계보도들은 서로 떨어진 한 장의 개별적 사실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꽤 긴 역사적 시간대가 자연스럽게 전체상을 떠올리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계보도 한 장 한 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도 그 계보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역사의 흐름이나 숨겨진 내막을 대략적으로라도 읽어낼 수 있으며,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맥과 그들의 행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비록 뒤늦게 국내에 번역 소개되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이제껏 냉전시대의 부산물로 좌우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져 현대사를 바라봤던 이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안기리라 판단된다. 특히 20세기 현대사 및 러시아사를 자본집단을 중심으로 정리한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책이 지닌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역사가들이 놓쳤던 러시아혁명의 실질적인 의미를 포함한 지난 날 가려져 왔던 러시아의 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신흥재벌을 창궐케 한, 1995년에 시행된 쿠폰 민영화에 의한 러시아 국영기업 강탈과 함께 옐친의 금고지기였던 현 첼시 구단주이자 석유재벌인 아브라모비치와 같은 울리가르히 집단과 푸틴과의 암투 등 21세기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배경 분석은 저자의 후속작인 <하나의 사슬>(2012)에서 보다 상세하게 채워넣었음을 밝혀둔다.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부의 제국 록펠러 재단의 진실 저자 허현회|시대의창 |2012.05

저자 허현회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독학으로 마치고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고, 졸업 후 신문사를 거쳐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논픽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사람의 생명과 맞닿은 현대 의학가공식품화학물질환경오염 등에 관심을 두고, 주류 세계에서 숨기려는 진실을 파헤쳐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솔도라는 필명으로 글을 발표하고 있다.

 

목차

서문 :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진실인가

 

1. 록펠러 제국의 건설

 

1. 은밀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록펠러의 성장

진솔한 고백 | 록펠러의 초기 시절 | 생명을 돈으로 거래한 남북전쟁 | 검은 황금이 솟다 | 부를 찬양하라! | 탐욕의 시대 | 은밀한 전략, 클리블랜드 대학살 | 산업스파이 | 록펠러의 독주가 시작되다

 

2. 스탠더드 오일, 미국을 지배하다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 | 록펠러는 어디 있는가? | 다윗의 반격 | 록펠러에게 내린 악마의 축복, 게이츠의 등장 | 록펠러, 밖으로 눈을 돌리다 | 스탠더드 오일의 해체 | 두서없는 회상 | 노동자의 적 | 러들로에 울려퍼진 총성 | 고향마저 갈 수 없는 신세

 

3. 부의 제국을 완성하다 록펠러 재단의 설립

기부의 실체 | 더러운 돈 | 록펠러 재단이 설립되다 | 비과세 기업, 미국의 재단 | 록펠러 재단의 현재

 

2. 인종 분리와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다

 

1. 인간은 서로 다른가? 우생학

인구 위기론의 기원 | 그냥 해본 말 | 열등한 인간을 죽여라 | 20세기 초, 우생학의 발전 | 나치를 지원한 거부(巨富)| 생체실험의 땅 푸에르토리코 | 정말 유전자가 사람의 우열을 결정하는 걸까?

 

2. 록펠러 재단, 석유로 지구를 덮다 녹색혁명

식량 장악을 위한 음모 | 화학 농법의 시작 | 녹색혁명 | 누구를 위한 녹색혁명인가 | 녹색혁명의 허구를 보여준 발리 쌀의 사례 |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감추는 국가 | 지배하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사람들

 

3. 인간의 식량이 아닌 농작물

넘쳐나는 콩과 옥수수는 어디로 가는가 | 인간 광우병 | 바이오연료의 허구 | 싹이 나지 않는 종자와 황금쌀 | 세상을 뒤덮은 유전자 조작 작물

 

3. 과학과 의학, 20세기를 조종하다

 

1. 담배 공포 정말 담배가 폐암의 원인일까?

담배 공포의 서막 | 양 진영에 발을 두고 싸운 과학자들 | 간접흡연 | 비주류의 반격

 

2. 에이즈 공포 상상의 질병, 에이즈

새로운 공포가 시작되다 | 죽음을 부르는 에이즈 치료제 | 에이즈는 없다

 

3. 그들이 덮으려 한 것은 무엇인가 암의 진짜 원인

암을 정복하려던 헛된노력 | 진짜 암의 원인은 화학물질이다 | 독가스로 만든 약

4.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화학물질

베트남전쟁이 남긴 재앙, 다이옥신 | 화학 영양소는 독이다 | 식품에 첨가하는 발암물질, 아스파탐 | 방사선으로 온몸을 덮어라 |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

 

5. 과학을 의심하라

 

후기 : 세계는 빅 브라더의 손 안에 있다

후주

사진 출처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어 한국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은 곡물과 고기 사료로 알려져 있다(이번의 변형 광우병은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말이다). 풀을 먹어야 하는 소에게 곡물과 고기 사료를 먹이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병하는 유선염, 고창증, 산 중독 같은 질병은 항생제로 억제된다. 게다가 소를 더 빨리 도축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 그리고 이 쇠고기를 우리가 먹는다.

 

그런데 소의 이런 처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듯하다. 우리는 인류가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접해보지 않은 합성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유전자가 조작된 것이 많고, 대부분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자랐다. 게다가 이를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식품 첨가물이 더해진 가공식품을 먹는다. 그러면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다며 합성 영양제를 섭취한다. 질병을 앓게 되면, 역시 화학물질인 의약품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런 악순환을 우리는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것은 산업 발전에 따른 우연한 결과일까? 아니면 세상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문제의 뿌리를 추적해 그 실체를 까발리고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어렵고 두려운 과정이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그 문제의 뿌리를 감히파헤치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 검은 세력의 중심은 바로 부의 제국 록펠러 재단이다.

 

록펠러,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

한국인은 대부분 록펠러에 대해 호의적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성실함과 검소함, 창의성, 깊은 신앙심 등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죽기 전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록펠러에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허구다. 진짜 사실은 노동 착취, 산업스파이 행위, 정치인 로비 등 광범위하게 실행된 부조리다. 1872, 3개월 만에 클리블랜드 26개 정유사 중에서 22개 회사를 없애버린 클리블랜드 대학살이나 1914년에 파업 노동자와 어린이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러들로 대학살은 겉으로 드러난 한 예에 불과하다.

 

록펠러를 80여 년 전에 역사에서 사라진 과거의 인물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매우 안일하고 위험한 태도다. 그가 건설한 부의 제국이 세계 최고의 부호 가문인 록펠러 가문으로 이어져 지금도 지하정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록펠러 가문은 록펠러 재단과 수십 개의 산하 재단으로 존재한다. 록펠러가 전 세계 인류의 복지 증진을 명목으로 설립한 록펠러 재단은 사실 어디든 투기할 수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세계 최대의 비과세 지주회사다. 이 지주회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직시하라, 누가 내 삶을 일그러뜨리는지를

록펠러 재단이 주로 기부하는 분야는 의학과 과학, 특히 종자 연구다.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다시 그들의 돈벌이 수단이 된다. 기부라는 허울로 가려진 연구개발인 셈이다. 그 기술은 우리의 몸과 삶을 망가뜨리고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한다. ‘녹색혁명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세기 중반부터 록펠러 재단 산하의 농업 기업들이 개발을 주도한 개량 품종과 화학비료를 통해 식량 생산량이 급증했다. 쌀과 밀의 경우 2000년의 수확량이 1950년 수확량의 세 배에 달한다. 하지만 사용되는 화학 비료와 농약은 열 배나 늘었다. 땅은 척박해졌고, 농약이 흘러든 강과 바다는 오염되었다. 단일한 작물만 대량으로 재배하게 되어 수많은 작물이 사라져가고, 영양 밀도는 떨어졌다. 농민이 종자를 사서 농사를 지어 곡식을 수확해도, 이듬해에 그 곡식의 씨앗을 다시 심을 수 없다. 재생산이 되지 않도록 종자의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렇게 소수 곡물이 과잉 생산되자, 록펠러 재단은 이를 동물 사료, 가공식품과 비효율적인 바이오연료로 만들고 있다. 이런 식품으로 사람들이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자, 록펠러 재단은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의약품을 개발해 비싼 값에 팔고 있다. 곧 우리 삶이 록펠러 재단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 셈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세뇌되어 있다는 것이다.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는 주류 과학자들과 미디어는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숨겨왔다.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담배와 에이즈 공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말은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사실 같지만, 기실 그것이 과학적 근거로 증명된 적은 없다고 한다. 에이즈 역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에이즈가 만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로 알려진 HIV 역시 깨진 세포 조각에 불과하다. 이런 조작된 공포는 화학물질과 같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진짜 위험한것들에게서 우리의 의식을 멀어지게 했다.

 

책의 세부 내용

저자는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록펠러와 록펠러 재단의 실체를 밝히고, 그들이 조장하고 유포한 것들을 파헤친다. 1부는 록펠러의 추악한 성공과 록펠러 재단의 탄생에 대한 내용이다. 1장과 2장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록펠러의 삶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여, 그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미국 제일의 부자가 되었는지를 다룬다. 3장에서는 록펠러 재단이 만들어진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다룬다. 록펠러가 거금을 기부하고 자선 재단을 설립한 진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2부에서는 록펠러 재단을 중심으로 한 거대 세력이 인종 분리와 식량을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을 다룬다. 1장에서는 19세기에 제기된 근거 없는 인구 위기론과 우생학이 어떻게 정통 학문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는지를 알아본다. 2장에서는 록펠러 재단 산하의 종자기업들이 종자와 농경법을 장악함으로써 전 세계의 식량을 통제해가는 과정과 그 부작용을 밝힌다. 현재 농민은 석유로 만든 비료와 농약, 유전자 조작 종자 없이는 농사 자체를 짓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녹색혁명이란 미명 아래 생태계는 곪아가고, 인류는 유전자 조작 작물로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다. 3장에서는 이렇게 단작으로 과잉생산된 콩, 옥수수 같은 농작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본다.

 

한편, 20세기 중반부터 각종 암을 비롯해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그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3부에서는 록펠러 재단이 왜곡하고 은폐한 의학과학적 진실을 파헤친다. 1장과 2장에서는 각각 담배 공포와 에이즈 공포가 어떻게 조장되었는지를 다룬다. 주류 의사와 과학자들이 돈에 매수돼 의학과학적 진실마저도 왜곡하는 추한 모습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는 그들이 공포 분위기를 확산하여 감추려고 했던 화학물질에 대해 다룬다. 급증하는 암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화학물질의 한 현상일 뿐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저자 이수영|그린비 |2009.11

이수영-인문팩토리길 연구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철학 공부 쪽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고, 연구자들의 학문공동체였던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다. 삶과 공부의 여러 스승들을 거쳐 자그마한 인문학연구소인 인문팩토리길에서 독립의 실험을 거치고 있다. 현재 여성자활공동체인 W-ing에서, 소외된 여성들과 밥도 같이 먹고 등산도 함께하면서 인문학을 강의 중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복지, 자활과 쉼터, 현장과 인문학 등 함께-살기의 가능성을 위한 여러 개념들에 대해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니체, 들뢰즈, 푸코, 스피노자, 베르그송, 블랑쇼에 오랫동안 매혹됐고 푸코의 성-주체 담론으로 한국근대문학을 분석한 섹슈얼리티와 광기, 니체의 철학을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푸코의 권력론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해석한 권력이란 무엇인가등을 쓰기도 했다. 그 외 저서로는 명랑철학-니체를 읽는 아홉 가지 키워드(2011)가 있다. 삶의 변방에 몰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느끼는 날카로운 긴장감을 어떻게 갈무리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

 

1. 권력을 사유하는 이유 : 우리는 누구인가?

권력에 대한 80년대 상상력 : 혁명의 좌절과 허무의 심연 | 200852: 촛불봉기와 근대권력의 문턱

 

2. 실체적 권력에서 기능적 권력으로

노예를 부리는 주인의 이미지를 벗어나라 |고전주의 시대 : 조직화된 생사여탈의 절대권력 | 근대 : 보게 하고 말하게 하는, 하지만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 파놉티콘

 

3. 불모의 권력에서 생산의 권력으로

공개된 신체의 진실과 권력의 화려함 | 위험인물의 탄생 : 이성/광기를 가로지르는 비정상의 영역 | 일람표와 시간표 :규율된 신체를 제조하다 | 시험 : 미시적 교정과 처벌의 기술 | 지식인 : 양심의 대변자에서 삶의 전략적 요리가로

 

4. 사회의 국가화에서 국가의 통치화로

권력의 참모본부는 없다! | 통치성 : 인구와 통계학과 정치경제학의 만남 | 사목권력 :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 생정치 : 인구에 대한 확률적 관리

 

5. 주체성의 새로운 형식과 자유의 코뮌적 실천

해방이론을 넘어, 권력과 자유의 대립을 넘어 | 근대적 자기 테크놀로지 : 너를 포기하라 | 자기 배려 : 단 한 번도 되어 본 적이 없는 존재 되기 | 새롭고 자유로운 주체 : 코뮌적으로 실험하라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푸코와 니체의 권력개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권력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작동하는가로 파악해야 할 개념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인문사회 관련 텍스트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너무나 자주 접하는 권력이라는 말에는 누군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래서 권력을 탈취하거나 넘겨주거나 할 무엇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그 작동에 우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개입해야 함을 잊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권력은 소유되기보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라는 푸코의 말은 이 책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출발점이다. 권력이 누군가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은 사람이 권력을 탈취하면 문제는 끝난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을 뺏고 빼앗기며 소유자가 바뀌어도 결코 삶이 나아지지 않는 사례를 무수히 보여 주었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권력을 혐오하거나 그것에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또한 권력은 정치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권력은 작동한다. 저자 이수영은 니체의 권력의지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특정한 가치평가는 특정한 삶의 지배의지 즉 권력의지의 표현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우리들 힘(권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 이수영은 말한다. “특정한 삶은 특정한 권력의 표현이며, 특정한 권력은 특정한 삶의 표현이라고. 이를테면 봉건적인 가정은 위계화된 권력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곳에서 여성은 가혹한 시집살이도,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적 권력도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 이렇게 근대권력이 어떤 인간, 어떤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가를 푸코는 한마디로 자기포기라고 한다. 모든 인간들이 자기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말은, 이를테면 국가에 자기를 의탁하고, 정해진 규율에 자기를 맞추며,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걸 뜻한다. 그 속에서는 어떤 저항도 어떤 변화도 없다.

 

동사(動詞)로서의 권력을 아는 만큼 삶도 움직인다

권력을 접수하고 빼앗는 문제라면 접수하면 끝이겠지만 권력은 접수대상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이다. 즉 세상은 권력과 함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권력의 작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부장적 질서 속의 여성도 자기포기의 삶만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저항을 결심하는 순간, 그 질서도 전혀 다른 질서로 바뀔 수 있거나 혹은 그녀의 저항으로 인해 생긴 일탈로 균열이 가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를 확충해 가고 한 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존재로 가는 과정을 지금부터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 권력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문제,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우리는 권력이 동사적 용법임을 아는 만큼, 우리 삶도 그렇게 바꿔 갈 수 있으며, 나아가 권력의 용법 자체를 바꾸는 데로 나아가게 된다.

 

인문학 공부는커녕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그 집단의 여성들은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 니체강의를 듣고서 감동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피폐해진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돈도, 집도, 직업도 아닌 자신들의 삶과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다.

 

거대 권력의 종말 디지털 시대에 다윗은 어떻게 새로운 골리앗이 되는가

저자 니코 멜레|역자 이은경, 유지연|알에이치코리아 |2013.06.

원제 The end of big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01 전부 무너져 내리다

기관은 불필요하지 않다 / 아니, 과장이 아니다 / 우리에게는 급격한 변화를 설명할 단어조차 없다 / 기술 마니아들이 지배하는 세상 / 테크노폴리 / 개인용 컴퓨터 대 기관용 컴퓨터 / 모든 시연의 어머니 / 컴퓨터 해방운동 /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1차 소프트웨어 대전 / 1984 / 말레이시아에 인터넷이 등장했던 날 / 인터넷의 발전 / 가상공간 독립선언 / 개방형 네트워크의 출현 / 기술에는 마음이 없다 / 국가의 경계는 사라졌는가? / 기술 전문가의 병폐 /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02 거대 언론

직접 전달되는 소식 / 버몬트 주에서 찾은 돌파구 / 무책임한 거대 언론 / 급격히 축소되는 보도국 / 진지한 저널리즘의 실종 / 전문적인 뉴스가 중요하다! / 사용자 생성 미디어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 / 대안 언론의 좋은 예, 텍사스 트리뷴/ 거대 언론 변신의 좋은 예, 가디언/ 또 다른 흥미로운 모델, 프로와 아마추어의 협업 / 1000명의 진정한 팬 / 거대 언론의 틈새를 파고든 위키피디아 / 스토리파이 / 끝나지 않은 일

 

03 거대 정당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 , , / 하워드 딘 애드워드 / 빨간색 야구방망이의 일격 / 디지털 풀뿌리 정치의 그림자 / 쇠스랑을 든 포퓰리스트 / 액트블루닷컴 / 미트업닷컴 / 아메리칸스일렉트 / 방탄 휠캡은 이제 그만 / 더 나은 지도자를 얻기 위하여

 

04 거대 엔터테인먼트

냅스터에서 라디오헤드까지 / 할아버지, 세계로 진출하다 / 수백만 달러짜리 웃음 / 그레이트 언노운스 / 대형 프로그램의 운명 / 우리는 할리우드의 종말을 안타까워해야 하는가? / 필터 버블 / 더욱 거대한 권력의 등장 / 디지털 봉건주의

05 거대 정부

더욱 커지고, 나빠지고, 무심해진 정부 / 그라운드스웰 현상 / 작은 힘의 한계 / 불공평하고 분열된 사회 / 기술의 신 / 플랫폼으로서의 정부 / Data.gov /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 / 한 가지 대답, 테크노폴리의 묵인 / 지역사회의 재발견 / 다시 시민으로

 

06 거대 군사력

알카에다와의 싸움 / 번복된 기동훈련 / 사이버 전쟁 / 위키리크스는 무엇인가 / 아랍의 봄 / 아랍의 봄은 얼마나 성공적일 것인가? / 메시 네트워크, 왜 독자들은 겁먹은 채 달아나야 했는가? / 거대 정부가 더 이상 대단한 힘을 갖지 못하는 다른 이유들 / 어나니머스

 

07 거대 지성

엘리트 교육의 약점 / 분리된 대학 교육 / 피어리뷰에 대한 리뷰 / 전문가의 시대는 끝났는가? / 오바마는 무슬림인가? / 더욱 두려운 상황들 / 권위의 부활인가? / 기억 예찬

 

08 거대 기업

거대 기업은 왜 생겨났는가? / 리에게 달려 있는 미래 / 규모의 붕괴 / 클라우드 속으로 / 에코디토는 들어오고, 듀이르뵈프는 나가고 / 리플리케이터의 출현 / 모조품 전성시대가 온다 / 쿼키의 힘 / 오픈소스와 거대 기업의 대결 / 생활필수품 / 소규모 수공업 전문가들의 세상 /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

 

09 거대 권력의 종말은 거대한 기회인가?

 

감사의 말

 

디지털 시대의 급진적 연결성(radical connectivity,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전 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어떻게 전통적인 거대 권력의 구조를 급격히 뒤흔들고, 기존 체제를 벗어난 신흥 세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정부/기업/군대/엔터테인먼트/언론/교육 등 전 영역으로 우리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놓는지에 대하여

 

1장 전부 무너져 내리다에서는 급진적 연결의 정의를 알아보고, 반체제적인 세계관이 어떻게 디지털 기술에 스며들었는지를 살펴본다.

2장 거대 언론에서는 기자들이 트위터, 블로거, 스마트폰 동영상 등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를 고찰한다. 지금은 사용자 생성 뉴스의 홍수가 닥쳤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할 수 있는 시대다. 혹자는 이를 두고 언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1000명의 진정한 팬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정치 블로그 토킹 포인츠 메모같은 훌륭한 대안 언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끈질긴 노력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탐사 보도와 책임감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니코 멜레는 전통적인 언론 규범에 바탕을 두면서도, 디지털 기술의 힘을 활용하는 새로운 언론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상에서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가디언, 2000명 일반 시민 기자들의 힘을 활용한 허핑턴 포스프오프 더 버스(Off the Bus)’ 프로젝트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이어지는 3장 거대 정당에서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특정 후보를 널리 알리고 정치기금을 모으는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음을 설명한다. 이라크전쟁과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 같은 기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자들이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니코 멜레는 공직 수행에 필요한 기본 지식이 결여된 극단주의자나 선동가, 특정한 목적만을 좇는 정치인들이 양산될 위험도 그만큼 늘어났다고 경고하며, 양대 정당 체제의 정부가 무너져가는 지금 시민의식을 지닌 지도자를 발굴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새로운 정치 기관의 수립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4장 거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미디어 생성 및 유통 비용이 현저히 낮아짐에 따라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알아보고, 재능 있는 창작자와 소규모 기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영국의 유명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대형 음반사와 작별한 뒤 홈페이지에서 음원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또 코미디언 루이스 C. K.는 코미디 쇼 동영상을 자신의 웹 사이트에서 5달러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불과 며칠 만에 1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니코 멜레는 거대 엔터테인먼트의 종말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다고 말한다. 거대 언론의 종말로 탐사 보도의 양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아마존(), 유튜브(동영상), 아이튠즈(음악) 같은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해 창작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인 고품질 문화 콘텐츠가 감소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5장 거대 정부에서는 급진적 연결 덕분에 지역 단위로 자치행정을 실시하기가 용이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음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 주장은 정부가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도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적절히 부여하며 최첨단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행정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6장 거대 군사력에서는 테러 단체, 혁명 세력, 범죄 기업, 어나니머스(Anonymous) 등의 비밀 집단, 심지어는 인터넷에 연결된 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힘을 갖추면서 국가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그중 어나니머스는 거대 군사력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예로, 625일에 북한의 전산망을 점령할 것이라 선포해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행동을 취한다는 기치를 내세운 해커들의 느슨한 연합체이다. 그들은 대규모 소아성애자 사이트를 공격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1589명의 사용자 계정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의라는 게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여러 활동들에 대한 개입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니코 멜레는 점점 국가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명확한 리더십도, 체계도, 특정한 거점도 없는 어나니머스 같은 거대 권력들이 수도 없이 나타날 것이라 경고하며, 아직도 물리적인 의미의 국가 안보에만 집중하는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7장 거대 지성에서는 온라인 교육 자료 및 연구 자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교육 거품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거대 지성들이 점점 권위를 잃어가는 실정을 다룬다. 니코 멜레는 기존의 권위와 전문성이 학계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칸아카데미, 코세라, 유다시티 같은 인터넷 기반 교육 혁명 모델들이 거대 지성의 상실 시대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8장 거대 기업에서는 거대 기업의 종말이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수십 년간 거대 기업은 천천히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 예견한다. 이어 거대 기업의 종말이 가져올 결과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탐구한다. 작은 기업들이 늘어나면 정부 규제를 통한 품질 및 안전성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관점과, 재산권 침해가 더 빈번해진다는 관점이다. 특히 제조업에서 그러한 문제가 나타나기 쉬운데,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올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히는 3D 프린터는 모든 소유물이 불법 복제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니코 멜레는 거대 기업의 종말이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활기찬 소규모 회사들로 구성된 분할된 경제는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지속적인 부의 창출을 촉진하는 동시에 우리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인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9장 거대 권력의 종말은 거대한 기회인가?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사회 변화에 언제나 밝음과 어두움이 동시에 존재함을 명심하고, 거대 권력의 종말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기회로 삼을 것을 당부한다.

 

니코 멜레는 인간의 가치를 짓밟지 않는 수준에서 도덕적으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개인들이 소외되고, 자유를 빼앗긴 미래를 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거대 권력과 급진적 연결성이 지닌 각각의 장단점을 잘 취사선택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니코 멜레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기존 기관들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기관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여섯 가지 지침을 알려준다. 첫째, 새로이 세워질 기관들은 비계층적이고 분권화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 각 계층의 리더들에게 진지하고 사려 깊으며 해박한 리더십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로 이어진 개인들의 힘과, 방향을 설정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넷째, 미래 기관들의 발전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정해야 한다. 앞으로는 거대 권력이 힘없는 개인들을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해주는 중앙집중형 모델 대신 개인들의 막강한 힘과 연결을 활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여섯째, 페이스북/구글/트위터/네이버 등 디지털 공유지를 구성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 스스로 디지털 광장을 제공하는 시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거대 권력의 종말은 거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디지털 혁명이 지닌 명암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촉구한다는 점에서 출간 의의가 깊다. 기술, 그리고 인간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세상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하여, 파괴적 변화의 첨단에 서 있는 세계 곳곳의 현장을 취재하며 통찰한 거대 권력의 종말은 우리에게 다시금 민주주의 노선을 걸어갈 비전과 의지가 있는지 날카롭게 묻는 예언적 역작이다.

 

책속으로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기술은 그 자체로 특정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주는 편의와 재미에 빠져 생각할 틈도 없이 그 관점을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와 그의 전설적인 리더십을 숭배하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제품을 열광적으로 소비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제품에 반영된 잡스의 시각은 세상을 철저히 재편성하고 있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세 가지 커뮤니케이션 기술(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을 만들어낸 기술 마니아들은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권위에 대해 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개개인이 지닌 막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 배경에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의 반체제 경향, 즉 당시 권력기관들의 태만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 p.22

 

급진적 연결을 통해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언론 조직들이 거대 매체가 전성기 때 수행했던 사회적 책임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언론은 자신들보다 거대한 집단에 대해 보도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던 딘 스타크먼의 주장이 결국 맞을 수도 있다. 거대 언론이 없다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권력 남용과 부패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매체들이 감시자로서의 역량을 갖추도록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거대 권력의 종말은 민주제도의 부패와 타락하고 부도덕한 선동가의 등장을 막지 못하는 사용자 생성 뉴스의 홍수로 이어질 것이다.--- p.58

 

가디언의 변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보다 크라우드소싱(일반인들이나 아마추어들의 노동력, 제품, 콘텐츠 등 사외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옮긴이)을 활용한 탐사 보도일 것이다. 2009, 200만 페이지가 넘는 의회 의원 경비 지출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방대한 보고서를 분석하기 위해 고민하던 가디언은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려 독자들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그 결과 사이트 방문객 중 56퍼센트가 참여해 80시간 만에 17만 페이지, 전체 분량의 약 20퍼센트가 검토되었다.--- p.76

 

도로, 학교 개선, 예산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불만을 느낀 시민들이 정부 활동을 보완하거나 많은 경우 정부 활동을 대체하기 위해 연결 기술을 활용해 임시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풀뿌리 활동은 매우 흥미롭지만 동시에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관성 없는 온라인 운동이나 계획들이 무분별하게 급속히 진행되면서 각 지역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고, 정부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시민 주도 활동만으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소중히 여겨온 기회 균등 및 대규모 공동체 같은 가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지역사회의 폐쇄성을 초래하고 시민들 간의 연대감을 약화시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p.166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권력이 쇠퇴하고 있는 지금, 어나니머스는 우리 앞에 놓인 기회와 위험의 패러독스를 근대의 어떤 사건보다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앞으로 기관들이 어떤 모습이 될지 그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평적 기관이 될 것인지 계층으로 이루어진 수직적 기관이 될 것인지, 강력한 문화와 관습 그리고 가치를 보유한 기관이 될 것인지, 모든 개인들에게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는 정당한 법 절차가 결여된 기관이 될 것인지 어나니머스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어나니머스를 이해하는 것은 거대 권력의 종말 속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p.236

 

스탠퍼드대학교의 세바스찬 스런 교수는 칸아카데미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지능 과목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16만 명의 사람들이 대학원 수준의 인공지능 개론 수업을 신청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37000명이 중간에 수업을 그만두었지만 23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학기를 끝까지 마쳤다. 스런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나니 다시 스탠퍼드에서 가르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스탠퍼드에서는 연구 성과가 가장 중요합니다. 10만 통의 이메일을 보내오는 10만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반대되는 일이지요.”--- p.252

 

거대 기업의 종말로 말미암아 기업의 책임감이 눈에 띄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걱정스럽다. 특히 기술적 전문 지식이나 전문 능력이 요구되는 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나는 모든 것을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쿼키 창립자 벤 코프먼과 여러 사람들의 견해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모든 것을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수공업으로 만든 엔진을 장착한 수공업으로 만든 비행기를 사용하는 소형 항공사를 이용하고 싶겠는가? 약사가 자기 집 지하실에서 혼자 이것저것 섞어 약을 만드는 1인 기업에서 암 치료약을 사고 싶겠는가? 처음 듣는 제작자가 만든 자동차를 정말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셰비 노바(Chevy Nova, GM1970년대에 내놓은 자동차 모델?옮긴이)도 연료 탱크 문제로 폭발한 적이 있다. 개인 제작자가 만든 자동차가 폭발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p.312

 

언뜻 보기에는 거대 권력의 종말이 암울하게 여겨지고 심지어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지역 커뮤니티들은 기후변화에서부터 부패와의 싸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과 도전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거대 권력의 종말을 이웃과 지역 커뮤니티를 되살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어렵게 얻은 20세기의 가치와 21세기의 눈부신 기술을 하나로 모아 다 함께 새로운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한 가운데 기회를 찾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실수해서는 안 된다. 다음 10년은 급진적 연결로 촉발된 아래로부터의 에너지를 효과적인 리더십으로 한데 모으고, 안정적이며 신속히 반응하는 기관을 수립할 수 있는 사람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거대 권력의 종말이 초래한 혼란 너머를 응시하며 훼손되지 않은 마지막 거대한 힘을 깨닫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 힘은 바로 거대한 기회의 힘이다. --- p. 341

 

Tonight We Love - Caterina Vale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