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15 부산일보
[기고]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으로
재선충 매개곤충 솔수염하늘소
식목일에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림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온 나라 사람들이 나무심기를 독려한 까닭에 일제의 수탈과 해방,그리고 전쟁 뒤 어수선한 사회가 방치한 도벌과 남벌로부터 유린당한 산림의 회생을 기초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산울림은 살아나고 있지만 산림의 존재는 이제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산림의 위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반적인 지구기온상승과 함께 외래종의 침입,그리고 사람에 의한 숲의 파괴와 교란이 그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로서 보전되어야 할 산림이 무더기 골프장 건설로,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데도 산림청은 속수무책이다. 나아가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과 관련하여 사실을 왜곡시키면서 환경단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는 실패했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재선충의 확산은 첫째,재선충에 감염된 피해목을 벌목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둘째,인위적인 확산이 주요한 원인이다. 셋째,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어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침입종의 경우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넷째,소나무재선충의 발생,피해 등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다섯째,소나무재선충은 항공방제를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점이다.
소나무재선충은 항공방제를 하지 않는다 해도 발생한 피해목에 대해 철저한 예찰과 벌목,훈증을 통하여 처리가 된다면 방제가 가능한 것이다. 발생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에 방제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항공방제에 방제 초점이 맞춰지면서 소나무재선충의 지속적인 확산의 진원지를 증가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산림청의 직무유기를 제기한다. 산림청은 소나무 보호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였는가 의문이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소나무의 존재가 그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재선충의 방제 역시 초미의 과제로 설정해야 함에도 실상은 산림청의 여러 다양한 업무 중의 하나로만 인식하면서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집행된,그리고 올해 책정된 산림청 예산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345그루가 발견된 이후 1989년 1천598그루로 증가하였으나 1990년 24그루,1991년 26그루로 거의 성공적으로 발생목 그루수가 감소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완전한 마무리를 하지 않아 1993년부터 피해목 그루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피해목이 방치된 결과,재선충은 고작 수십에서 최대 수백m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매개충 솔수염하늘소의 비산거리에도 불구하고 1997년 함안,구례 1998년 진주 1999년 경남 통영 추봉도에서 피해목이 발견되었다. 이 시기 항공방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실시되었던 때이다.
정부는 소나무재선충 확산의 책임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루사·매미 태풍 후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재선충 문제 역시 그에 준하는 정부의 의지와 각오가 요구된다
The Thrill Is Gone - Snowy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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