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후변화협약은 생존 문제 05.2.17 부산일보
지난해 이맘때 쯤 미국 펜타곤의 기밀보고서가 세상에 유출되었다. 보고서를 접한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 충격은 마치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 1985년 5월호에 실린 '남극상공 오존층 40% 소멸' 기사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경과했고 지구촌은 홍수와 한파,가뭄으로 인해 벌집 쑤셔놓은 듯 성한 곳이 없다. 펜타곤 보고서는 그러한 징후에 기초한 끔찍한 지구재앙의 시나리오였다. 더욱이 그 재앙이 그리 멀지 않은 10년 안팎의 미래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답도 없는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세상은 도처에서 동남아 지진해일보다 더한 가공할 위력의 자연적 재해에 직면하여 물과 에너지,식량을 둘러싼 국가간의 전쟁이 일어나고 최후에는 핵무기 사용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은 비엔나협약을 거쳐 몬트리올 의정서와 교토협약을 통해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국가안보차원의 준비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10대 무역교역국임을 자랑하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전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위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거부가 있어 불완전하지만 지구상 어떤 나라도 이 협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변화협약은 인류문명사에 있어 서구의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것은 환경문제의 재인식이자 생활과 삶의 변화를 예고하는 일이다. 앞선 나라들은 1990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이른바 환경을 사고파는 것이다. 나아가 무역에 있어 환경은 수입규제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더 이상 환경이 개발시대의 부속품이거나 장식품이 아니다. 환경은 시나브로 우리에게 철저히 대가를 요구하는 생존의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 실체는 이미 우리들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다.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온은 1.5℃ 상승했다. 대단치 않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기온상승 1.5℃는 이미 우리생활을 변화시켰다. 가깝게는 서민의 겨울식탁이 변했다. 즐겨먹던 어종이었던 명태가 잡히지 않음으로 인해 고급어종이 된 것이다. 산과 바다에서는 아열대성 동식물 서식이 계속적으로 보고 되고 있다. 계절의 변화주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식물의 개화는 시도 때도 없어졌다. 사람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쉽게 질병에 노출되었다. 약국과 병원을 향한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환경으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감히 상상조차 못 하고 있다.
세계적 화석연료 소비국가로서 환경을 파괴하는 국가라는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무관심은 여전하다. 담론의 부재와 둔감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전히 성장지상주의가 대접받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적 마인드가 부족한 정부의 무책임이 일조하고 있다. 정부는 절약과 고효율로 미래를 대비하는 신재생에너지 체계로 나아가기보다 환경적으로 지극히 위험하고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핵발전소만 양산시키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은 결코 지구온난화의 대안이 아니다. 교토의정서의 교토메커니즘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걱정과 우려가 솔직한 편이다.
기후변화협약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 협약이자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기술 협약이기 이전에 기후변화라는 생태환경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환경협약이다. 우리는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화석연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생활의 편의를 누리기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다른 사람이나 미래세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기후변화협약은 답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발등의 불이라 여기고 생산과 소비,생활 패턴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파도타기를 할 때가 아니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고 있다.
Sun Of Jamaica - Goombay Dance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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