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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비 내리는 아침 오륙도 바람 쇄기

by 이성근 2015. 7. 7.

 

이른 아침 법인의 이사장을 만나고서도 시간이 일러 오륙도 해맞이 언덕으로 향했다.  보통 직장인들의 출근이 이루어질 시간이었다.    보통 직장인이라 함은 8시~ 9시 사이 출근하는 집단을 말한다.  아무튼  사무실로 향하다 말고 환승하여 용호동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비오는 날 바다는  빈터였다.  사람이라곤 낚시꾼 한 명이 전부였다.   그 조차도 바다의 일부였다. 

가끔씩 참새나 딱새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가로등 처마 밑이나 빗방울이 닿지 않는 바위틈을 찾았다. 

지난 밤  후배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중에 한명이 승진을 했다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모임 이름이 소주집이다.   올해 소주집 출신들의 숭진이 부쩍 늘었다.  공기업과  방송사, 춤꾼, 기관사,  대학, 정치인, 행정관료 를 비롯하여 나 같은 운동가가 뒤섞인  잡탕이다.  그래도 격의 없이 편하게 모이는  그릅이라  흥근히 취했다 . 축하 할일이었고,  더불어 기분좋게 마셨다.  대신 2차는 피했다.   해야할 일이 있어  일 핑게로 빠져나왔지만 가다가  생각이 바뀌어 곧장 귀가했다.  

수첩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몸 담고 있는 단체를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  등이 적혀 있었다.   문득 아직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현실이다.   귀결되는 것은 지속성이고 건강성이다.   솔직히 아직  부족함이 많다.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2015년은 조직 결성 6년차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가끔씩 대관절 무엇을 하지는 것인가 반문할 때가  있다.  시나브로 민감한 사안에는  알아서 침묵한다.   그렇다고 조직의 재정이 튼튼하여  다른 눈을 의식하지 않고 뭔가를 할 수있는 것도 아니고,...일할 사람은 적고,     이사장은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말을 아낀다고 했다.  괜한 간섭이 될 것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말했던 것을 곱씹어 보았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한 마디로 뭘까  였다.    구구절절이 아닌 명료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대중의 각인된 상 

예전에 일대가 용호농장으로 불린우던 때 용호농장 하면 한센병 집단 거주지로 등치되었던 것 처럼  부산그린트러스트 하면 무엇이다 라는 것이 없다.  올해 사업 가지수를 헤아려 본다.  예산이 반영된 사업수가  무려 20 개다.  보조금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사무처 운영비를 획득할 요량으로 참여한 사업이다.   그럭저럭 치고는 나가고는 있지만  회의감이 몰려 왔다.       

갈맷길 안내판을 보다 말고 웃는다.  갈맷길 구간 전체 소개글을 내가 작성했기 때문이다 . 일부 사진은 내가 찍은 것도 있다.    그 시절 나는 행복했든가.  사실 그렇다 길위의 생활 또한 원래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살다보니  관여하게 되었고  나름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그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생활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다만 보다 진화되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은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어쩔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다.   놀던 물에서 떠나 낯선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울려 놀던 패들과의 일정한 단절을 의미한다.  그것은 구축해왔던 성(城)의  상실이다.  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혼자 간이역에 내려진 상황이었다.  멀어져 가는 기차를  단념하고  그 역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어야  했다.  2009년을 별일 없이 넘겼다면 승승장구 했을까.  또  2012년 별일 없이 지나갔다면 해본다.  앞선 조직에서의 20여년의 활동에 비하면  6년 사이  두번이나 일터가 바뀌었다.  적응과  개척, 몸부림,  뿌리내림에 있어  뿌리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건만  쉽지 않다.  소주집 회원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 또한  예컨데 그렇게 헌신하다가  팽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안스러움이다. 되풀이 당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디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일 얼마나 되든가.  뒤돌아 볼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지난간 일이다.   이곳은 새 땅이다.  일구어야 할  밭이고  다만  한 삼년 지나다 보니 생산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다.  .   

오늘 바다는 막막함이다.   그리고  갯바위에 쉬고 있는  갈매기다. 다행인 것은 너울도 없고 바람도 없다.   다만 시계가 불량할 따름이다.

승두말에서 바다를 본다 .  맑은날이며 대마도까지 보인다.  나는 얼마나 멀리 내다보고있는가

가끔씩 저런 섬이 되어 뭍을 바라보고 싶다.   아님 뭍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절해고도(絶海孤島) 처럼 그리움 사무치는  

어쨌든 생각을 다듬어 볼 일이다.  

아직 빈땅이 많다.

잊게해주오 - 템페스트.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