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8일 음6월3일 부인 김해김씨의 생일이다. 그런데 깜빡 했다. 전날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 보고 새벽에 귀가해서 잠들다 보니 전혀 생각지를 못했던 것이다. 사실 며칠전서부터 어떻게 축하해줄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생각 뿐이었다. 선배 한분은 특별하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건만 일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그러마 했던 약속까지 잊고 있었다. 가관도 아닌 것은 집안 직계 가족들이 참여하는 밴드에 내가 올린 글이다. 그 때까지도 아내의 생일인줄 눈치 채지 못했고 대신, 둘째 여동생의 생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아내도 이 밴드에 참여하는데, 실시간 전달되었을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 섭섭하지는 않았을까 순간 미안하고 심란했다. 또 다른 때와는 달리 자기 생일인데 정작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평소때 처럼 친구들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서는 아내의 표정도 너무도 일상적이어 눈치 채지 못했다.
뭔가를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것 이전에 제대로 기억 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엌에는 생일을 짐작하게 해주는 어떤 음식의 흔적도 없었다. 그래서 내린 판단이 다른 것은 못해주더라도 미역국 하나만이라도 끓여보자였다. 인터넷을 검색한 뒤 마트와 꽃집 빵집을 차례로 들려 생일상을 준비했다.
국이 끓는 사이 집안 청소도 끝냈다. 이불을 내다 걸고 쓸고 딱고 화장실 청소에 덤으로 변기카버까지 교체하고 아로마향까지 피웠다.
속옷을 갈아 입아야 할 정도로 땀에 젖었다. 문득 아내는 아이들과 내 생일을 위해 이렇듯 혼자서 분주했겠구나 싶었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복이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명하게 대처했고 작은 월급이지만 알뜰하게 살아낸 것은 아내의 처신 때문이다. 그런 아애를 나는 사랑한다. 다만 늘 부족함이 넘쳐내 그게 못내 미안할 따름이다.
달밤
늦은 퇴근길 둥근 달을 보며
내 사랑을 생각했다
아, 어찌 저리 고울꼬
하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방 이대로 시간아 멈추어
세상아 다 눈멀어 깜깜하여라
오직 그대 하나로 족한
춘삼월 보름달
그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걸어보는
그대 미소 환한 밤
연애시절 아내에게 보낸 시 중의 한편이다. 어째든 그 많고 많은 남자 중에 나를 선택해 준 아내에게 더불어 신뢰를 보낸다.
사랑을 위해
목욕갔다 퉁퉁불은 발뒷굼치
발바닥 굳은살을 베어낸다
칼로 베어도 아프지 않고
피 한방을 나지 않는 살
나는 연필깍듯 면도칼로 베어낸다
그리하여 다시 어린 발
눈물 나는 이 땅 더불어 젖은 길 가는
맨발의 아픔을 위하여
나는 이미 굳어버린 생각까지 베어낸다
아내는 친구 집들이 더불어 자신의 생일을 겸해 나들이했다며 나의 수고를 받아주었다,
본격적인 생일 축하는 저녁에 인천서 내려온 둘째와 막내여동생이 방문하면서 조촐하게 있었다. 마침 큰아들도 알바를 일찍 마치고 온터라 식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다. 저녁을 물리고 케익에 촛불을 켜고는 생일축하합니다란 축하송을 부르고 장미꽃다발이 아내에게 전해졌다.
예고된 방문은 아니었지만 형제들이 와 주어서 고마운 저녁이었다.
진심어린 마음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마음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수령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산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법정스님 귀한 인연이기를
<사랑하는 이에게> 노래 에게로 / 한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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