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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by 이성근 2024. 3. 11.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브렛 크리스토퍼스 저자() · 이병천 , 정준호 , 정세은 , 이후빈 번역여문책 · 202403

누가 경제를 지배하고 그들은 어떻게 자산을 불리는가? |

 

목차

추천의 말 4 그림과 표 목록 10 약어 13 일러두기 16 한국어판 서문 17

서문

불로소득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23

지대의 새로운 개념화: 비주류와 주류의 통합 28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정치경제적 비판 38

현대 불로소득주의의 다양한 형태 42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공간적 특수성과 일반성 49

 

서장

영국 불로소득주의의 역사와 새로운 귀환 53

통계로 보는 영국의 불로소득주의 59

신자유주의 거버넌스와 불로소득 친화적 정책 패키지 77

시장 독점력과 거시경제 침체 86

불로소득 자본주의와 불평등 심화: 소득과 부 94

영국의 주택 소유구조와 가계부채 107

 

1장 기능 없는 투자자: 금융 지대

금융 불로소득자는 어떻게 그리고 왜 되살아났는가 113

정부 지원에 올라탄 금융 불로소득자의 자산 규모 확대 117

금융 불로소득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관대한 조세정책 127

자본 확대에도 금융 불로소득자가 안락사하지 않은 이유 132

넘치는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권력의 희소성 145

양적 완화의 자산 가격 상승과 자산 소유 기반 비이자수익의 확대 151

금융기업을 넘어 더 널리 퍼지는 가계의 금융 불로소득주의 158

 

2장 탄소 신자유주의: 자연자원 지대

자연자원 불로소득주의의 대표 사례 173

자연자원 매장량의 가치 평가의 중요성 176

영국 자연자원 불로소득주의의 제국주의적 성격 183

1970년대 영국령 북해에서 발견된 석유와 가스의 민영화 193

1980년대 석유와 가스에 대한 특혜적 조세제도 구축 199

영국의 석유 ㆍ가스산업은 신자유주의 불로소득주의의 전형 206

북해 세수입을 안전망으로 활용한 탄소 신자유주의의 탄생 209

탄소자산의 좌초자산화 가능성과 그에 대한 제국주의적 대응 220

 

3장 에버그린: 지식재산 지대

지식재산권의 정의와 경제적 근거 229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식재산권의 가치 236

지식재산권의 중요성과 대차대조표 자본가 243

영국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확대와 강화 246

지식재산권 보호와 공정경쟁 258

지식재산권 제도 운용과 정부의 역할 260

지식재산 지대와 재정 환경 266

지식재산권과 혁신 270

에버그리닝 전략 276

 

4장 시장의 창출과 형성: 플랫폼 지대

새롭지 않지만 훨씬 더 중요해진 플랫폼 불로소득주의 285

플랫폼 불로소득자 유형 분류: 중개대상과 수입 모델 291

플랫폼 중개에 의존하는 서비스 다각화와 수입 창출 299

영국 정부의 우호적 정책과 디지털 플랫폼 불로소득자의 번영 310

네트워크상의 타고난 독점자와 플랫폼의 공동체 쥐어짜기 319

노동에 대한 자본의 우위와 노동자 간의 격렬한 불평등 328

직원은 아니지만 고용주에게 복종하는 노동자의 불안정성 334

현재 수치로 판단하기 어려운 플랫폼 불로소득자 규모 340

 

5장 외주화: 계약 지대

외주화 351

민간 부문의 외주화 357

공공 부문의 외주화 360

계약 자본주의 368

경쟁의 부재와 계약 자본주의의 실상 383

 

6X 인자: 인프라 지대

플랫폼 불로소득자인 아마존의 사례 413

민영화 417

인프라 비즈니스(불로소득자)의 특성 422

인프라 불로소득자의 독점적 지배력의 결과 428

통신 인프라의 실상 436

인프라 독점에 관한 정부 정책 444

규제와 인프라 독점 449

투자자 친화적이고 약한 규제의 효과 453

약한 규제와 노동 465

약한 규제와 조세 468

허술한 규제와 재무성과 471

 

7장 지상 지배: 토지 지대

토지 보유 공기업의 민영화 477

영국 경제성장의 핵심은 토지 지대의 확대 482

토지 민영화 이후 민간 소유 토지와 민간 임대주택 확대 487

민영화 이후 불로소득자에게 유리한 국가 정책 시행 495

거대한 토지 불로소득과 비과세 정책 502

토지 불로소득을 벌고 있는 영국의 불로소득자 기관들 513

주택 부문 프티불로소득주의의 발호 522

무거운 주거비 부담을 지는 무주택 임차가구 529

사적 토지 소유제의 이데올로기적 역할 536

 

결론: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어떻게 넘어설까

문제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야 543

브렉시트 논쟁과 불로소득주의 548

경쟁정책으로 시장독점을 깨자 553

조세정책, 조세정의와 생산적 투자촉진 558

산업정책과 경제구조의 진보적 전환 564

소유구조 재편: 다원적 혼합 소유의 생태계로 572

불로소득자의 안락사, 불로소득주의를 둘러싼 정치적 균열 582

누가 불로소득주의를 타파하려 하나?: 노동당의 대안 585

모두가 불로소득자가 되려는 상황에서 590

새로운 파국이 오기 전에 597

 

감사의 말 601

옮긴이 해제 602

미주 617

찾아보기 674

 

출판사 서평

토마 피케티를 넘어선 불로소득 자본주의론

저자 크리스토퍼스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 책의 번역을 총괄하고 상세한 해제까지 제공한 이병천 교수는 이 책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짚어준다. “자산과 독점, 이에 기반을 둔 지대의 확장된 정의가 크리스토퍼스가 불로소득 자본주의론의 초석을 세우는 개념들의 토대에 해당하는데, 우리는 이 부분에서 저자가 자산 불평등을 현대 자본주의론의 중심 무대로 올린 피케티를 계승하면서도 그를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는 자본 개념에 물적 자본, 유형자산, 무형자산 일체를 포함시키고 그가 자본소득이라 부른 지대 속에는 임대료, 이자, 배당금, 특허권료뿐만 아니라 이윤까지 포함된다. 나아가 피케티는 자본의 소유ㆍ통제에 집중했을 뿐이고 시장경쟁과 독점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았다. 반면 크리스토퍼스에 이르면 소유적 자산, 즉 불로소득자 자본rentier capital이 중심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시장지배력은 불로소득의 추출에서 대단히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책의 출간으로 피케티 이후 자산 불평등과 불로소득주의에 대한 비판이 한 단계 새롭게 올라섰고, 경제사상사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고 이 책을 높이 평가한다.

신자유주의는 왜 불로소득자를 우대하는가?

크리스토퍼스는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는 많이 남용되고 좌파 테두리를 벗어나면 널리 비웃음거리가 된다면서도 지금의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불로소득 경제화는 단지 신자유주의와 경계를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 신자유주의의 결과였다”, “불로소득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그 이유를 밝힌다.

또한 이 책의 주요 분석 무대가 영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영국 정치경제사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영국이 산업혁명의 발상지라는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심지어 경제적으로 진정한 산업국가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략) 영국 자본주의 오디세이의 맨 처음부터 이 나라와 경제를 조종하고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산업주의자가 아니라 주로 불로소득 추구자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산적 활동보다 자산을 소유하는 데 몰두했다.”

대처 집권 시기에 신자유주의가 강고하게 뿌리를 내린 이후 금융, 자연자원(석유와 가스), 플랫폼, 인프라, 부동산(토지와 주택) 등의 부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업계의 로비에 굴복한 결과, 영국은 가장 대표적인 불로소득 국가가 되었으며, 이는 불행히도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크리스토퍼스는 영국이라는 경험적 특수성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일반성을 통해 경제의 본질을 성찰해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하도록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확실히 영국만이 불로소득주의에 시달리는 유일한 나라는 아니며, 불로소득주의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밖 많은 곳에서도 시급하다.”

불로소득주의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문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이 책의 핵심 개념이 지대라고 밝힌 크리스토퍼스는 비주류와 주류의 실제적 혼합으로 지대를 정의한다. 다시 말해 경쟁이 제한적이거나 부재한 조건에서 희소자산의 소유 또는 통제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지대이며, 지대의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통제와 독점이기 때문에 현재 많은 나라에서 겪고 있는 불로소득주의의 폐해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로소득자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개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대부분의 불로소득자가 자본주의 기업, 기관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매우 놀라운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초국가 거대 기업 다수가 이에 속하며, 그동안 이들 기업(특히 거대 기술기업)은 불평등한 불로소득자 임금 모델을 확산시켜왔을 뿐 아니라 반노동ㆍ반노조 관행을 공고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임금 억압의 수단으로 작동해왔다고 비판한다. 결국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정치경제적 문제인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괴물,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런데 요즘 같은 금융자산 추구 시대에 불로소득주의가 왜 문제라는 것일까? 크리스토퍼스는 새로운 자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구와 개발을 수행하는 것보다 기존 지대를 창출하는 자산을 땀 흘려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모든 불로소득자는 그런 퇴행적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불로소득자가 지배하는 나라는 점차 쇠퇴하게 된다. 로마제국만 봐도 알 수 있다. 또는 15세기의 베니스, 18세기의 네덜란드 공화국을 보라. 기생충이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듯이, 불로소득자는 나라의 활력을 고갈시킨다.”(루트거 브레그먼)

부를 소유한 자의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으로 전환된다.” “사회의 소수가 부유해질수록 정치를 더 잘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엘리트의, 엘리트에 의한, 엘리트를 위한 정부를 갖게 된다.”(조지 몽비오)

한마디로 너도나도 불로소득자가 되기를 염원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으며, 기업가적 정신은 쇠퇴하고 소유자적 정신만 가득한 나라는 민주주의마저 위험에 처해 끝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크리스토퍼스는 크게 네 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건전한 경쟁정책으로 시장독점을 깰 것.

둘째,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펼치고 생산적 투자를 촉진할 것.

셋째, 산업정책과 경제구조를 진보적으로 전환할 것.

넷째, 소유구조를 재편해서 과도한 민영화를 막고 공동체가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할 것.

크리스토퍼스는 이 가운데 특히 공공-민간 혼합 소유의 다원적 생태계가 최고의 목표일 것이며, 이는 확실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실행이 가능한 결과라고 밝힌다. 불로소득주의 문제 자체가 정치경제적 비판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계와 정치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화석연료 불로소득주의같은 전 지구적으로 시급한 난제는 초국가적 합의와 연대, 이행의지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결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한층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렇듯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크리스토퍼스의 탁월한 분석과 대안은 경청할 가치가 매우 크다.

 

책 속으로

내가 선호하는 정의는 지대에 대한 전형적인 비주류적 정의에 시장 조건에 관한 한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여전히 넓다. 바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 불로소득자가 지대를 버는 자산의 성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어떤 자본가 소득이 지대가 아닌가? 불로소득자가 아닌 자본가가 어디 있겠는가?

궁극적으로 모든 중요한 경제 개념과 마찬가지로 지대는 그 경계가 흐릿하다. 칼로 자르듯이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제적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에는 지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대개 미미하다. 희소하고 배타적으로 통제되는 자산이 생산에 활용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예컨대 널리 이용 가능한 장비를 써서 기성품을 제조, 판매하는 제조업체라든가 주문형 방식으로 주거용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지대를 벌지 않는다. 모든 자본가가 불로소득자는 아닌 것이다. (서문 36)

케인스가 사망한 1946년에 영국 주택의 3분의 1 미만이 자가 거주였다. 주택담보대출 신용의 광범위한 확장으로 추진되는 주택 소유 사회에 대한 대처의 비전은 1940년대 당시의 이념적 지평을 넘어섰다. 신용카드 부채로 부양하는 소비주의 사회의 전망도 마찬가지였다. 최초의 신용카드는 케인스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영국에 등장했다. 그러므로 케인스가 무시하거나 솔직히 말해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자본 공급의 희소성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것처럼, 자본의 수요를 조성하는 소비자 욕구, 즉 주택, 휴일, 자동차 등 다른 모든 종류의 상품에 대한 소비자 욕구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는 한계가 있다고 증명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만족할 줄 모르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이런 이유로 자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규제완화와 자유화를 통해 이전의 족쇄에서 해방된 은행은 높은 이자율을 포기하지 않고도 그 수요를 맞추려고 공급을 늘렸다. (1138~139)

지대의 경제학은 단순히 불로소득자가 통제하는 자산의 희소성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그 실마리는 바로 통제라는 단어에 있다. (중략) 지대를 획득할 기회는 자산의 희소성과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권력의 희소성 모두에 근거한다. (1145)

정부가 제공한 낮은 과세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강고하고 광범위한 보호가 이러한 발전의 중요한 메커니즘이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들만이 발전을 결정지은 것은 아니다. 불로소득자에 내재되어 있는 독점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불로소득주의가 동반하는 두 개의 중요한 현상도 자연자원 불로소득주의의 발전을 결정지은 주요 원인이었다. 하나는 노동의 약화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의 질식이다. 두 현상 모두 영국의 석유ㆍ가스산업에서 지속된 특징이자 자유주의적 불로소득자 원형이라는 그 지위에 걸맞은 핵심적 요인들이었다. (2206)

사실, 현대의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system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비생산적이라는 증거가 많이 있다. 바로 권리가 너무 강력하고 잘 집행되고 있으므로 이는 오히려 지대 추구라고 불리는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지대 추구는 지대에 관한 모든 책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개념이다. 정의상 모든 불로소득자는 지대 추구자가 아닌가?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정의한 지대가 제한된 경쟁 조건에서 희소한 자산을 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소득을 포함한다면, 내가 이해하는 지대 추구는 특정한 방식의 불로소득주의를 수반한다. (중략) 모든 불로소득자는 그런 퇴행적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불로소득자는 다른 불로소득자보다 훨씬 더 두드러지게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최근에는 지식재산 불로소득자가 그러하다. 현행 확장주의적인 지식재산권의 체계에 분명히 일부 책임이 있다. (3271~272)

더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 운영자가 자신의 노동자에 대해 갖는 힘은 단지 산업 집중과 얇은 노동시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들이 제품시장에서 경쟁을 억누르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처럼, 그들은 노동시장에서 경쟁이 우려될 때 인수로 향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운영자는 정확히 그렇게 했다. (중략) 따라서 이러한 접근방식은 임금 억압의 또 다른 수단이다. 이외에도 노동자 계약의 비경쟁 조항과 노동시장의 노골적인 카르텔화가 있다. 비경쟁 조항은 노동자의 이동성과 임금 인상 요구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을 가리킨다. 카르텔화는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구글을 비롯한 기술기업들은 (명목상의) 경쟁자와 스카우트 채용금지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쉽게 말해 서로의 직원을 고용하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임금 인상을 방지했다. 실제로 디지털 플랫폼 공간 안팎에서 기업들 사이에 이러한 반경쟁 협정이 맺어지고 정교한 법률 인력을 보유한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노골적인 [독점금지]법 위반에 아무렇지 않게 관여하고 있다는 폭로는 노동시장이 경쟁적이라는 과거의 합의, 적어도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계속 해체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였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디지털 플랫폼 운영자가 서장에서 강조한 자본주의에 관한 우려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4330~331)

외주화는 이데올로기적이다. 이는 결국 영국식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며, 특히 영국에서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국가가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6장과 7장 참조),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는 신념이 항상 존재해왔다. 관료주의와 낭비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공공 부문은 절대적인 측면에서나, 더 중요한 것은 이상화된 민간 부문에 비해 상대적인 측면에서 그 본질상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외주화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더 잘할 수 있으므로 그래야 한다. (5365)

대부분의 인프라 불로소득자는 매우 다르고 훨씬 더 갑작스러운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그 과정이 바로 민영화였다.

1980년대 초 마거릿 대처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영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민영화의 선구자로 여겨지게 되었으며, (중략) 그러나 영국의 주요 민영화가 대부분 매우 특별한 유형의 민영화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민영화는 상당한 자산 기반, 특히 상당한 인프라 자산을 보유한 국영기업의 소유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것을 수반한다. 이러한 자산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공급(전기와 가스), 상하수도, 전화와 특정 형태의 운송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유틸리티utilities’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데 쓰였다. (6415~416)

이 거대한 토지 민영화 프로그램은 중앙정부의 최고위층의 주도아래 전면적으로 추진되었다. 영국 정부는 사적 자산 소유가 공적 자산 소유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신자유주의적 원리에 설득당한 결과,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토지를 소유한 수백 개의 공공기관을 구슬려 보유 자산을 줄이거나 완전히 매각하게 했다. 의심할 바 없이 신자유주의적 원리에 대한 영국 정부의 신념은 바로 이 원리를 설파해온 민간 불로소득자들의 로비로 생겨난 것이다. 지방정부도 1970년대 후반에 그들이 소유한 토지의 60퍼센트를 집단적으로 매각했다. 그리고 일부 중앙 부처는 60퍼센트 이상의 토지를 매각했다. 예를 들어 보건부는 끊임없는 매각 압력에 시달려 부동산의 70퍼센트를 민영화했다.

분명히 토지 민영화로 증가한 민간 토지는 대부분 앞서 정의했던 토지 불로소득자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7488)

한편, 영국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2차 대전 이후의 수십 년과 구별되는 큰 차이 중 하나는 토지에 대한 개발계획 허가가 날 때 그 토지가 누리게 되는 어마어마한 토지 상승분의 일부를 국가가 환수해서 납세자들에게 돌려주려는 의미 있는 정치적 노력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다. 1945년과 1979년 사이에 노동당이 권력을 되찾은 세 번의 시기에 노동당은 매번 빠르게 부동산 가치 상승의 일부 혹은 전부를 환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다른 한편, 보수당은 권력을 되찾을 때마다 즉시 그 법안을 폐지했다. (7511)

민간 임대의 확장은 점증하는 불평등을 체화하고 있다. , 토지와 토지 지대는 각각 불평등의 물리적 형태, 사회적 형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평등의 한 극단인 부유한 최상단은 과잉의 부를 토지 형태로 대량 보유하고 있고 거기서 창출되는 과잉의 소득을 누리고 있다.

다른 한 극단인 빈곤한 최하단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함에 따라 공공의 부의 향유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소득의 절반을 임대료로 지불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그렇게 배제된 채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7535~536)

신자유주의 시대에 불로소득자가 놀랄 정도로 우세해진 것은 대체로 소유권 전환에 따른 것이었다. 엄청난 범위와 규모로 핵심 자산들이 민영화되었다. 이는 토지와 주택(7), 공공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인프라(6), 공공 부문에서 맡았던 작업에 대한 계약적 책임(5) 등에 걸쳐 있다. (중략) “공공 부문은 가능한 한 적게 소유해야 한다는 믿음은 신노동당을 포함해 화이트홀의 역대 행정부 사이에서 신념 조항같은 것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자연자원 매장량(2)에서 지식재산(3), 라디오 스펙트럼(6)에서 임대주택(7)에 이르기까지 급증하는 사적 소유 자산 스톡에 대한 권리가 광범위하게 강화되었다. 이는 소유의 실제적 의미와 그 실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영국에서 불로소득 자본주의에서 탈피하는 의미 있는 전망이 있다면 이 같은 소유권 전환의 방향을 역전시켜야 한다. (결론 572)

민영화된 자산의 사적 소유와 운영은 영국에 큰 재앙이었다. 불로소득자 가계와 기관, 그리고 그들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워준 반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눈에 띄는 혜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민영화 이전 공공 부문 소유권도 만병통치약이 아니었으며, 미래의 광범위한 재국유화 시나리오에서 그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도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불로소득자와 그들의 지적ㆍ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 옹호자들이 오랫동안 사적 자산 소유를 미화하고 물신화했던 식으로 국가 소유를 낭만화해서는 안 된다. (결론 579)

 

모든 구멍에서 돈 벌어들이는, 21세기 불로소득자

과거와 다른 형태의 불로소득 추구하는 자본주의

토지·금융부터 인프라·플랫폼·자연자원·외주화까지

독점이윤은 그걸 보증해주는 독점권력에 기댄다

프랑스 출신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r>g”라는 간명한 수식을 제시해 지난 300년 자본주의의 핵심 동학을 표현했다. 자본수익률(r), 곧 자본이 자본으로서 벌어들이는 수익률은 늘 경제 전체의 성장률(g)보다 크다. 자본주의 초기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에 도전하던 자본은 그 축적이 진행될수록 세습적인 불로소득으로 고착되고, 그 결과 부의 불평등은 가차 없이 증가하기만 할 것이다. 피케티의 연구는 자본주의 분석에서 한동안 후순위로 밀려 있었던 불로소득과 지대(rent)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피어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전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므로 토지나 금융을 깔고 앉은 지대 추구는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봤었다. 그런데 지대는 왜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가?

브렛 크리스토퍼스(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는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를 불로소득 자본주의라 규정하고, 영국 경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대와 불로소득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종합하려 시도한 책이다. 오늘날 지대는 과거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모습과 크게 달라졌으며, 지대와 불로소득이 다시금 중요해진 배경에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일련의 정책 개혁이 있다는 것이 책이 지적하는 핵심이다.

지은이는 영국 자본주의를 추동한 세력이 애초부터 활동하기’(doing)를 통해 돈을 버는 산업자본주의자가 아니라 소유하기’(having)를 통해 돈을 버는 불로소득 추구자’(rentier)였다고 본다. 양차 대전 이후 한동안 활동하기’(제조업)가 카르텔에 기대어 돈을 더 잘 버는 시기가 있었으나, 언제든 편하게 돈 벌 길을 찾는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계기로 다시 불로소득 경제화된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불로소득자 부활의 가장 중요한 씨앗 중 일부는 이미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뿌려졌고, 대처가 수상에 취임하기 훨씬 전에 이미 불로소득주의의 새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오늘날 불로소득자들이 누리는 지대는 이전과 달리 다양하고 복잡하다. 지은이는 지대를 경쟁이 제한적이거나 부재한 조건에서 희소자산의 소유 또는 통제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라 규정한다. 이런 규정에서 출발하면, 지대는 전통적으로 알려진 토지·금융뿐 아니라 지식재산·플랫폼 등을 소유하거나, 소유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해 비정상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얼마든 추출될 수 있다. 지은이는 지대를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 플랫폼, 계약, 인프라, 토지 등 일곱 가지로 분류해 톺아본다.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짐을 전가한다. 플랫폼에 종속된 택배노동자의 삶을 비춘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한 장면. 영화 장면 갈무리

새로운 불로소득자의 천국이 만들어진 데에는 공통 배경이 있다. 일단 민영화로 공공 소유 토지가 시장에 나온다거나 자연자원 발견으로 매장량이 새롭게 산출되는 등 거대한 자산이 새로 만들어진다. 불로소득자는 정부 정책을 압박하여 이 자산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지대를 최대화한다. 부동산 소유자가 임대료뿐 아니라 시장 가격 상승으로 자산 가치의 상승까지 누리는 것처럼, 정책은 지대뿐 아니라 여러 다른 방법으로도 불로소득자를 지원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1980~90년대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 등 거의 모든 것을 증권화시켜 엄청난 금융자산을 생성했고, 금융기업 등 불로소득자는 자본이득세 경감 등의 조세정책에 기대어 이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국내 법률 제정과 국제 협력을 통해 지식재산권 지대가 만들어지는 과정, 무선 주파수 경매를 통해 대형 통신기업이 인프라 지대를 확보하는 과정, 토지 민영화로 시장에 나온 새로운 토지를 소유·임대하게 해준 토지 지대의 형성 과정 등 독점이윤을 보증하는 독점권력의 존재는 거의 모든 불로소득 경제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공통 요소다. “지대를 획득할 기회는 자산의 희소성과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권력의 희소성 모두에 근거한다.” 특히 지은이는 이 새로운 불로소득의 형상은 관습적인 인식처럼 개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더 정확하게는 벌어들이는지대의 전체 규모의 측면에서 볼 때 현대의 불로소득주의는 개인이나 가계의 문제라기보다 지배적으로 기업의 문제다.”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짐을 전가한다. 외주화된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돌봄노동자의 삶을 비춘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한 장면. 영화 장면 갈무리

외주화 지대에 대한 지적이 특히 독특하다. 지은이는 과거 또는 현물시장 교환이 아닌 미래 교환을 의미하며, () 자산에 대한 통제가 전적으로 독점적이라는 점을 들어 외주 계약이 불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본다. 1970년대 말부터 영국은 공공 부문 외주화의 최전선에 서 있었으며, 지방정부의 여러 업무로부터 시작한 외주화는 국가 공공 부문의 보석으로 알려진 국가보건서비스(NHS)에까지 이르렀다. 어떤 종합위탁계약업체의 주요 계약은 학교 급식 서비스부터 핵 잠수함 수송, 교도소 운영 등까지 아우르며, 이들은 계약을 이행하는 것보다 계약을 수주하는 데전문화되어 있고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 같은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일단 불로소득주의에 내재된 독점력은 일반적으로 역동성과 혁신에 적대적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이들은 경쟁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오직 지대를 지키는 일에만 노력한다. 자본투자율의 급락과 경제 침체에 따르는 고통은 노동자, 특히 저소득 노동자에게 몰린다. 실제로 영국에서 노동소득 분배의 몫은 1970년대 초반 이래 거의 70%에 가까운 수준이었는데, 오늘날엔 55% 수준으로 극적으로 감소했다. 또 수요독점력의 증대는 임금의 하락으로 직결된다. 오늘날 날로 커지는 불평등의 핵심에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있는 것이다.

브렛 크리스토퍼스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버소출판사 누리집 갈무리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지은이는 경쟁정책의 활성화, 독점이윤의 크기에 비례하는 과세 등 조세정책의 대대적인 개편, 사업정책과 경제구조의 진보적 전환, 공동체 소유의 확대 등 사적 소유를 해체하는 소유구조의 재편 등 네 가지 정책 패키지를 제시한다. 자본주의 자체가 불로소득주의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치경제 시스템이 과연 자본주의일 수 있을까 하는 물음도 던진다./ 최원형/ 한겨레

불로소득 자본주의 The Corruption of Capitalism

부패한 자본주의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의 기만과 글로벌 자본주의에 내재한 부패의 근원을 파헤치고 추악한 금권정치와 심각한 불평등을 근절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자본주의의 이상으로 여겨졌던 자유시장의 유례없는 부패, 즉 경제가 어떻게 유산자(불로소득자)들에게 점점 이익을 안겨주는 반면,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과정은 기술발전에 따른 전통적 직업 붕괴, 전문직 기반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노동규제, 세계화하는 노동거래와 경쟁, 디지털 작업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혁명은 기존 직업들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노동과 일로부터 불로소득을 갈취해서 노동중개인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있다.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성장에는 더 어두운 측면이 하나 있는데, 일상화된 민주주의의 조작이 바로 그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테크노크라트들이 세계 경제와 정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불로소득자들과 그 부역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놀라운 역량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가장 자유롭지 않은 시장체제를 만들었다. 그 체제는 경제적으로 부당하고 도덕적으로 불공평하며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 일찍이 케인스가 말한 '불로소득자의 안락사'를 위해 이제 강력히 반격에 나서야 할 때다.

이 책은 개인의 부패, 기업의 부패보다 더 심각한 부패를 다룬다. 자유시장의 유례없는 부패 말이다. 러시아 기업가들 사이에 떠도는 속담이 있다. "처음에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절대 묻지 말라."

오늘날 우리는 시장이 생긴 이래로 가장 자유롭지 않은 시장체제 아래 있다. 시장의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특허를 받으면 그와 관련된 경쟁이 전면 금지되고 20년 동안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마당에, 어떻게 정치인들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나와 버젓이 우리가 자유시장체제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을 통해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70년 동안 저작권수입이 보장되는데 그들은 어떻게 자유시장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그들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우리 모두의 소유인 공유지를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헐값으로 매각하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으로부터 돈을 버는 우버나 테스크래빗 같은 서비스가 마치 자유롭게 경쟁하는 노동중개업인 척하지만 사실은 독점사업인 상황에서 어떻게 자유시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런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현상들을 막으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부추기는 법률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지금까지 무언가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제반조건들이 조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반란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것을 이끄는 사람이 누가 될지를 고민하려면, 먼저 당면 문제의 본질과 범위를 이해해야 한다.

1. 세계적 맥락에서 1945년 이후 합리적으로 작 작동했던 여러 제도와 사회정책들이 어떻게 쇠퇴하고 해체되었는지 과정을 되돌아본다.

2. 불로소득자들이 민중의 희생을 대가로 잘살고 있는 글로벌 시장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제도적 구상을 살핀다. 제네바,워싱턴,런던 등의 국제적 관료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자유롭지 않게 만들고, 부호와 지배계급들이 얻는 이득을 엄청 부풀린 규칙들을 고안해냈다.

3. 불로소득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은밀하게 구축된 보조금 체계를 살핀다. 불로소득자들은 부당하게 축적한 부의 많은 부분을 다양한 조세피난처로 이동시킨다.

4. 다양한 부채 형태의 확산에 대해 검토한다.

5. 공유지들이 민영화되고 상업화되는 방식을 돌아본다.

6. 프레카리아트의 증가 문제를 살펴본다.

7. 자유시장체제의 부패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부패 또는 악화와 함께 진행되는지를 검토한다. 오늘날 우리는 정말 민주주의 아래 살고 있는가?

8.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부패는 정상적인 민주적 수단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민주주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나?

이 책의 많은 사례는 영국의 것이지만, 전체적 맥락은 시민권보다 재산권을 우위에 두는 세계적 구조다. 불로소득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기본적 경제안정에 대한 모든 이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정치는 점점 더 추악해질 것이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조어. 불안정한 고용,노동 상황의 비정규직,파견직,실업자,노숙자를 총칭한다.

 

1. 우리 시대의 기원

오늘날 세계적으로 심각한 불평등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동시에, 오히려 그런 해악의 충격적 상황에 무뎌질 위험에 처해 있다.

버니 샌더스가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춰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시작하자, 힐러리 클린턴은 그를 한가지 문제에만 매달리는 one issue 후보라고 평가절하 했다. 기득권층 정치인들은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오히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금융기관들과 보조를 맞추었다. 버니 샌더스가 불평등 문제를 거듭 상기시킬 때, 힐러리 클린턴은 골드만삭스에서 단순한 강연의 대가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

20세기 소득분배 체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옥스팜은 201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388명이 소유한 부가 하위 50% 인구가 소유한 부와 맞먹었는데, 2015년에는 그만한 부를 단지 62명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20171월 발표에 의하면 8명으로 줄었다.

실제로 불평등 문제는 소득과 부에 대한 전통적인 통계수치들이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사회적 소득의 불평등이 전통적인 소득불평등보다 훨씬 더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이 책의 기저를 이루는 주제다.

불로소득이라는 유령. 지주의 영향력은 현대사회에서 부의 확대와 법률이 그들의 탐욕을 제한하면서 점점 약해졌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의 극소수 사람과 기업은 주택,토지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일군 것이든 인공적으로 생산한 것이든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통해 번 불로소득으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있다.

현재 모든 종류의 불로소득자들은 역사상 비할 데 없는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신자유주의 국가는 그들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불로소득자들은 소유권을 통해, 즉 희소한 자산 또는 인공적으로 희소하게 만든 자산을 소유하거나 통제함으로써 소득을 창출한다. 가장 낯익은 것으로 토지,건물,광물채취,금융투자로 생기는 불로소득이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종류의 불로소득도 많이 생겨났다. 예컨대 돈을 빌려 주고 이자수익을 올리거나, 특허권,저작권,상표권 같은 지식재산권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소득, 투자를 통해 얻는 자본소득,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기업이익, 정부보조금을 받아 올리는 소득, 그리고 제3자의 거래에서 파생된 금융소득과 중개소득 같은 것들이 그런 불로소득에 속한다.

고전경제학자들은 불로소득을 비생산적이고 부당한 것이라고 비웃으며 불로소득자들을 경멸했다. 20세기 중반 가장 유력한 경제학자 케인즈는 불로소득자를 단순히 자본을 소유하는 것으로, 그것의 희소가치를 이용해 소득을 취하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투자자라고 일축했다.

"그것은 불로소득자의, 안락사, 결론적으로 자본의 희소가치를 이용하는 자본가의 누적된 억압적 힘의 안락사를 의미한다... 토지는 희소성이라는 본질적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본은 근본적으로 희소성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자본주의에서 불소소득자는 자본주의가 완성되면 곧 사라질 과도기적 존재라고 본다." - 케인즈. <고용,이자,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케인즈는 자본을 희소하게 만드는 금융세력을 얕보았다.

하지만 지난 80년 동안 불로소득자는 결코 사리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로소득자는 자본주의 소득분배체계의 주된 수혜자가 되었다. 1980년대부터 구축된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개인과 기업들이 인공적 희소성을 만들어 내어 그것으로부터 불로소득을 창출해왔다. 유대적 사고방식. 또한 오늘날 자산소유자들은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보조금이라는 불로소득을 받아 내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의 치명적 포용. 전후 사민주의 모델은 노동을 가장 중요한 축으로 만들었고, 노동조합주의를 지지했다. 노동조합주의는 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특혜를 받아야 하고, 일을 적게 할수록 특혜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널리 확산시켰다. 궁극의 물신숭배는 구소련 헌법에 새겨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레닌의 지상명령이었다. 노동조합주의는 1980년대에 노동시장이 더욱 유연해지고, 이리저리 직장을 옮기거나 실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낡은 모델이 되었다.

구좌파 정당들은 장차 중산층이 되려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고 애쓰면서 연대성과 평등의 개념을 포기했다. 결국 그들은 자유주의 정당, 포퓰리즘적 우익 정당들과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하면서 보수화되었다. 높은 한계세율을 통한 재분배,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보장,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신자유주의 이해하기. 1980년 경부터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안전보장에 공격이 가해졌다. 금융자본이 정책변화를 주도했다. 이론적 정당성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시카고학파 주요인물들은 연이어 노벨상을 수상했다. 194738명이 만든 몽펠르랭회의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그들의 의제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것을 시장의 자유화라고 불렀다. 즉 가능한 모든 것의 상업화,민영화, 그리고 민중을 시장의 힘으로 보호했던 사회적 연대를 위한 모든 제도의 완전한 해체를 뜻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반면,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라는 것이 그들이 내놓은 의제였다.

금융규제 완화의 효과가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이 주장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금방 밝혀졌다. 저축을 통해 축적된 자금은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신 금융업자들은 돈놀이를 통해 창출되는 이자,수수료,자본이득을 차지하기 위해 미친 듯이 투기적 활동에 빠져 들었다.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세계경제는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부채위기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금융붕괴와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후퇴에 이르기까지 금융위기가 매우 빈번하고 폭넓게 발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으려는 조치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노벨상을 수상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두 명이 이사로 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자본의 막강한 힘에 맞설 정취권의 의지는 전무했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핵심논리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은 규제없는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믿음을 천명하지만, 집단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체들이 사회적 연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노동조합,단체교섭,전문가협회,직업협회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유시장과 소유자산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들은 후자를 선호한다. 신자유주의는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편리한 근거다.

거대한 수렴. 노령화와 출산율 하락은 글로벌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초래할 것이고,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임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화를 통해 필요한 노동력 수요를 확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가 아니더라도, 그런 단순한 인구추계는 노동자의 은퇴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의 수천만 명은 글로벌 임노동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 동안 부자 나라의 임금인상을 부추길 글로벌 노동력 부족현상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유럽연합과 유럽정부들의 국가보조금 지원을 받아 유럽의 자산을 사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자유시장과 민영화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였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폴란드,이탈리아,포르투갈은 항구를 비롯한 자국의 여러 기간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기업에 넘겨 주었다.

실리콘 혁명, 네드 러드에게 바치는 사과. 오늘날의 기술은 확실히 직업붕괴효과가 있다. 앞으로 불로소득이 직업과 기술력에서 기술장치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로 옮겨 갈 것이다.

2차 대호황 시대. 1929년 대공황으로 끝난 1차 대호황 시대에는 불평등이 급격하게 상승했지만, 평균임금도 함께 증가했다. 반면 2차 대호황 시대인 오늘날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실질임금은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아이디어 집약기업(의약,미디어,금융,정보기술)은 오늘날 서구기업들이 올린 전체 이익의 31%를 차지했는데, 199917%에 비하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1990년대 이후 강화된 지식재산권 체제 아래서 특허권,상표권,저작권 같은 무형자산의 소유로부터 소득을 올리는 글로벌 불로소득 기업체다.

1947~1973년 사이의 거대한 전환 시기에 미국의 평균 실질임금은 75% 증가한 반면, 1973~2007년 사이에는 4.4% 떨어졌다.

1960년대 서독의 경제기적은 1950년대 다른 유럽국가들에 진 부채탕감 덕분에 가능했다. 서독은 이어서 저렴한 이주노동력, 주로 터키에서 온 노동력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1990년 동독과의 재결합은 더 값싼 노동력을 공급했다. 또한 1999년 유로화를 통화로 쓰는 유로존이 확립되면서, 강력한 독일 마르크화는 다른 회원국들보다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됨으로써 수출경쟁력 우위로 독일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 주었다.

불로소득자의 증가. 현재 미국은 불로소득, 특히 해외로부터의 불로소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제국주의적 불로소득 경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그 선두에 있었다. 그러나 비금융권의 많은 기업도 금융투자와 거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 이른바 금융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GE 같은 기업들이 자체 금융부문을 보유하며 불로소득 기업이 되었다.

금융기관들은 가난한 주택구입자,신용카드보유자,대학생 같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신용대출을 제공하면서 채무자 수와 그들의 부채액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이러한 대출들은 하나로 묶여 일종의 자산과 같은 투자상품이 되었고, 금융회사들은 그 자산을 사서 그것을 담보로 돈을 빌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것은 결국 금융붕괴를 촉진시키는 단초를 마련했다.

오늘날 금융회사들도 똑같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마침내 거품이 터질 때까지 불로소득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을 창출하는 교묘한 폰지방식으로, 1980년대 이후로 그와 비슷한 투기거품이 매우 자주 터졌다. 적어도 그러한 불로소득 경제는 극심한 기복을 보이며 큰 혼란과 고통을 야기한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 불평등 고조는 대개 세계화와 기술변화에 따른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협상력 약화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국세정책을 변화를 반영한다. 정부는 계속해서 낮은 세율이 기업활동,저축,투자를 촉진하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개 자본에서 비롯되는 고소득에 대한 한계세율을 축소해왔다.

1920년대 개츠비 시대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다. 신분상승이 가능한 직업이 전보다 더 줄어들어 출세할 기회를 갖기가 더 힘들어졌다. 또한 부호와 지배계급으로 흘러가는 소득 가운데 노동시장 밖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프레카리아트의 등장. 세계화,신자유주의,제도변화,기술혁명은 서로 결합되어 이전 계급구조를 허문 위에 새로운 글로벌 계급구조를 창출했다.

1) 극소수의 부호계급 - 최상층.

2) 엘리트 계급.

3) 샐러리아트 - 상대적으로 안정된 봉급생활자 계급.

4) 프로피시언 - 프리랜서 전문가 계급.

5) 프롤레타리아 - 핵심 노동 계급.

6) 프레카리아트 - 비정규직.

7) 룸펜 프레카리아트 - 노숙자,극빈층...

부호,엘리트,샐러리아트,프로피시언은 소득이 매우 높고, 소득의 대부분을 노동이 아닌 자본과 불로소득에서 얻는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프레카리아트, 룸펜 프레카리아트 계급에게는 불로소득이 전혀 없다. 실제로 이 세 집단은 갈수록 상층계급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대를 점점 더 많이 지불한다. 프롤레타리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프레카리아트는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필립스곡선이 실패인 이유. 1958년 윌리엄 필립스가 논문을 발표한 이래로, 대다수 경제학자는 실업률 상승과 물가상승률이 상충관계에 있음을 인정했다. 이른바 필립스곡선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한 상황에서의 실업률을 유지하고자 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필립스곡선을 화폐정책 운영에 반영했다. 각국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필립스곡선을 활용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실업률 하락은 임금상승에 그다지 큰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필립스곡선이 이제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임금을 더 올리는 협상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중립화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순히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노동력 잉여현상에 따른 임금하락 압력 또한 중요한 요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은 또한 과거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했던 작업을 시간급 임시직을 동원해서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이 효과적으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확대시켰다. 따라서 필립스곡선을 뒷받침하는 토대는 세계화된 유연한 노동력 수급과정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

긴축정책이라는 새빨간 거짓말. "긴축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즈>. 긴축정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긴축전략은 정부의 사회적 지출을 줄이려는 정치적 목적을 감추기 위해 연막을 피우려는 거짓말에 토대하고 있다.

1) 일반인들이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으므로 개인들이 수지를 맞추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거짓말 - 실제로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것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계의 파산이었다. 그것은 저소득층의 희생을 대가로 소득증가분을 챙길 수 있었던 금융업자들의 무모함과 범죄 때문에 발생했다. 긴축전략은 그런 불공평한 상황을 심화시켰다. 부유한 불로소득자들은 더욱 부유해진 반면, 다른 사람들은 소득이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2) 국가부채 감축이 고용과 소득 증가와 함께 경제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거짓말 - 실제로는 IMF도 경고한 것처럼 경제상황 악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3)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거짓말 - 마거릿 대처는 일반가정의 예산을 들어 설명했지만, 그러한 유추는 정부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적자는 소득을 초과하는 지출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을 올림으로써 소득을 늘릴 수 있다.

긴축정책이라는 화려한 수사는 국가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해외의 금융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그 결과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점점 더 부자가 되었다.

영국병. "금융은 경제에 기여하기보다 자가 발전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유동성에 대한 맹목적 숭배는 장기적 목표를 중시하는 기풍을 몰아내는 행위다." - 앤드류 홀데인. 英蘭銀行 수석경제전문가. 2015.10.

영국은 점점 대개 국내외에 있는 금융자산과 같은 보유자산을 통해 먹고사는 불로소득 경제체제로 기울고 있다.

 

2.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형성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경쟁력이라는 개념은 거의 강박관념이 되었다. 한 나라가 성장,발전하려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이 커야 한다. 경쟁력이 있다는 말은 경쟁국보다 생산비용이 더 낮은 반면 수익성이 더 높으며,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고전적인 비교우위 정치경제학 논리와 맞지 않았다. 갑자기 모든 나라가 어떤 제품/서비스든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제적으로 주된 경쟁은 해외투자를 끌어들이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수출을 진작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되었다. 이는 특히 자본에 대한 직접세를 감면하고, 투자자들에게 국가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기업과 금융업자들은 각국 정부와 초국가적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반시설을 구축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자신들의 새로운 권력을 활용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학계의 지원을 받아 각국의 엘리트 집단이 자신들의 불로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글로벌 기구와 규제 체계를 만들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자유시장이 결코 아니다. 지극히 유대적 현상이다. 금융세력이 주도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브레턴우즈에서 정실자본주의로. 194444개 동맹국들은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에서 삼각 글로벌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만났다. 세계은행은 자본주의를 재건하고, IMF는 경제안정을 유지하고, GATT는 무역을 개방하는 역할을 맡았다.

관례에 따라 세계은행의 수장은 미국정부가 지명한 미국인이 맡았다. 1970년대 세계은행은 베트남전쟁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막 돌아온 로버트 맥나마라의 지휘 아래 미국의 이익을 확대시키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 유럽인이 이끌어 온 IMF는 점점 이념적 색채를 강화하면서 개발도상국들에 자본주의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는 기관이 되었다. IMF가 강요한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 정부들에 대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복지지출 삭감, 민영화 조치를 밀어붙이고, 정부지출을 줄이고, 공무원 봉급을 낮추고, 공무원 수를 줄이고, 무엇보다도 사유재산권을 확고히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판에 박은 전략은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고, 정실자본주의를 낳는 여건을 마련했다. 카를로스 슬림은 민영화한 멕시코 통신부문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부유해졌다.

구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개혁의 순서였다. 해당국가의 경제구조와 문화에 대해 아는 바 없는 서구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낸 충격요법의 요지는 아주 단순했다.

1) 시장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자유화되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 제품/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이고, 따라서 공공지출을 대폭 줄이고 옛날 국가구조를 해체해야 했다.

2) 민영화를 밀어붙여야 했다. - 그렇지 않으면 사회주의적 개혁이 더 거센 반격을 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사유재산권은 강력하게 확립되어야 했다. 새로운 사회적 보호체계를 갖춘 국가로 재건되는 것은 바로 이런 개혁과정을 거친 뒤에만 가능했다.

그 결과는 예견할 수 있었고, 결국 그렇게 되리라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단기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러시아 민영화 프로그램에 기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하버드대 경제학자들은 나중에 그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벌게 해준 내부자 거래의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마피아 단원들이 쓰는 수법이 구소련과 동유럽의 많은 국가에 만연했다. 기업제국을 거느리며 갑자기 독보적인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하게 된 백만장자들의 사악한 과두금권정치는 바로 이러한 수렁에서 생겨났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와 은밀한 관계를 통해 불로소득을 추구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여겨지는 카지노,석유,건설 부문 백만장자들의 부를 근거로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색인을 만들었다.

정실자본주의에 속하는 부문을 좁게 한정한 가운데서도 산업국가는 백만장자의 1/5 가까이, 개발도상국은 절반이 정실자본주의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헤지펀드 같은 금융업자들까지 포함시키면 미국 백만장자 전체 재산 가운데 정실자본주의를 통해 축적한 부의 규모는 14%에서 28%로 더 커진다. 실리콘밸리 백만장자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정실자본주의의 특징.

1) 카르텔을 형성한다.

2) 경쟁기업과 고객을 희생시켜 득을 보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로비한다.

3) 불로소득자의 편에 서는 정치인과 정당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치조작이 펼쳐진다.

4) 기업을 사고 팔아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방식이 확산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기업을 인수해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자신들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상여금을 챙긴 뒤, 파산신청을 한다. 그러면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

5)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한 민영화는 공적 자산을 사적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막대한 불로소득을 제공한다.

금융기관과 거기서 일하는 경제학자들은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추악한 금권정치의 바탕이 된 불평등 패턴이 자라나는 세계 경제체제를 만든 주역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체제는 자율적 시장의 힘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기관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글로벌 구조. 1930년대에 붕괴된 뒤 은행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나머지, 전후 시대의 경제문제를 관리할 기관을 만들기로 했을 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상에 모든 은행가를 배제했다. 고분고분한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은행가와 금융업자가 다시 지배력을 얻게 된 것은 1970년대에 글로벌 전환이 시작된 직후였다. 그들은 주로 워싱턴,제네바에 근거지를 둔 국제관료들이 구축한 새로운 글로벌 경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제네바는 세계화 통치의 중심지였다. GATT는 일련의 무역자유화 협상들을 조정해서 마침내 광범위한 우르과이라운드 협상과 1995WTO의 탄생을 이루어 낸 세계화의 산파였다. 이후 몇 년 동안 WTO는 세계화를 일구는 제네바의 국제기구들 중 가장 역동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WTO2001년 도하라운드를 완결하지 못하고, 통치기구로서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다. WTO는 스스로 거대한 관료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오늘날 WTO는 개혁의 중심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면 1970~1980년대에는 대체로 효과가 없어 보였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기관이 되었다. 1995WTOWIPO 직원 수는 각각 500명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은 WIPO 직원 수는 1,200명 정도로 WTO2배에 이른다.

특허의 힘. "특허 부여는 탐욕을 부추기고, 사기꾼을 들뜨게 만들고, 이들이 국민에게 부과할 책략을 꾸미는 일에 열중하도록 자극하고, 투자자들 사이에 논쟁과 다툼을 야기하고, 끊임없는 소송을 남발하게 만든다... 그런 결과를 낳는 법의 원칙은 공정할 수 없다." - <이코노미스트> 1851.

특히 1995년 이후 지식재산권은 불로소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WIPO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산출량의 30% 이상을 지식과 기술 집약산업이 차지하는데, 지식재산권으로 올리는 불로소득은 제품/서비스 생산으로 올리는 수입 이상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들이 지식에 대한 독점권을 민간기업에게 넘겨주기로 정치적 결정을 내렸음을 보여 준다.

1986년 우르과이라운드 무역협상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은 지식재산권을 주요 의제로 채택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결과 WTO의 대표적 유산인 무역관련지식재산권(TRIPS) 협정이 탄생했다. 이 협정은 1995년부터 발효되었는데, 거기에는 WTO의 모든 회원국이 지켜야 하는 지식재산권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 있다. 이것은 서명 당사국들에만 적용되는 WIPO의 협약들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디어는 본디 공공재다. 아이디어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창작자에게 그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명은 당연히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발명의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은 나라들도 그런 권리를 부여한 영국만큼 혁신적이다. 특허는 사회에 이득보다는 혼란을 야기했다." - 토머스 제퍼슨. 1813.

"일부 사람들은 발명을 중단시키거나 다른 사람이 발명한 것의 성과를 무단으로 도용하기 위해 포괄적인 특허를 출원한다." - <이코노미스트> 1851.

자본주의 사회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경향이 컸던 전통사회와 달리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제도화했다.

1)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고 위험을 감수하며 벌인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2)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장려책을 제공함으로써 특허가 혁신을 촉진하고 뒷받침한다.

그러나 두 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이의제기도 있다. 많은 발명이 여러 사람, 여러 세대에 걸친 과거의 독창성을 기반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카네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특허의 경제적 가치 때문에 출원하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독점권을 확보하거나 소송가능성, 즉 특허료라는 불로소득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혁신을 사유화하는 것은 발명자가 다른 사람의 발명을 기반으로 새로운 발명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을 억누름으로써 실제로 과학발전을 지연시킬 수 있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냄으로써, 특허권이 만료될 때까지 증기기관 기술은 더 발전하지 못했다. 반면 팀 버너스리가 1989년 발명한 월드와이드웹 특허를 출원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특허사냥꾼. 특허괴물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은 없지만, 특허침해 용의자를 찾아내 특허사용료를 물어내게 하거나 법정소송을 벌이기 위한 목적으로 저평가된 특허를 사들이는 기업을 일컫는다.

애플은 2014년에 이전 3년 동안 100건 가까운 특허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이는 애플,구글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신생 벤처기업들이나 개인들에게서 엄청나게 많은 특허를 사들여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굳히기 위한 시도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최대 25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업계 주장은 수상쩍다. 미국의 제약업계는 정작 연구보다는 광고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한다.

떠오르는 특허거인 : 중국. 19세기 해외에서 무단으로 전용한 기술을 기반으로 세워진 미국은 그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중국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은 스스로 점점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1년 중국은 이미 특허출원이 가장 많은 나라로 미국을 추월했다.

자유시장 촉진을 주장하는 정부들은 오히려 자유시장 경쟁을 막는 특허를 통해 독점적 불로소득의 증대를 지원하고 묵인해왔다. 이러한 불로소득의 엔진은 이제 통제불능 상태다.

무역과 투자협정. 글로벌 시장체계가 형성되면서 무역과 투자에 관한 양자와 다자 협정이 3,200건이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국내의 법적 권한이나 책임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비록 많은 협상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그중 개방된 시장체계의 모습을 갖춘 것은 하나도 없다.

"그것을 무역협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국가기반의 규제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정이다." - C.세퍼드. <소득불평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미국의 비밀 무역협정>. 2015.

미국과 관련된 협정은 늘 그렇듯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며, 대개 미국기업들의 소망을 반영했다.

TPP가 호주의 동의 를 얻어내기 위해 담배회사들에 대한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적용을 제외하는 별도 취급항목을 삽입한 사실은 다국적 기업들이 그동안 민주정부들이 내린 정책결정을 훼손시키기 위해 ISDS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보여 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유럽국가들이 특별히 우려하는 점은 다국적기업이 ISDS를 이용해서 유럽의 새로운 환경보호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0년 동안 자유무역협정 아래서 유럽연합 국가들을 상대로 이미 제기된 ISDS 소송 가운데 60%가 환경 관련 소송이다.

"무역협정은 다른 어떤 정치적 행위자도 없는 세상을 그린다. 그 세상에는 기업만 있을 뿐이다." - 에브게니 모로조프.

무역/투자협정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나 고임금 혜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런 혜택의 수혜자는 불로소득을 제공하는 자산의 소유자들이다.

글로벌 자본은 왜 분쟁을 좋아하는가? 3,000개가 넘는 무역과 투자 협정에 편입된 ISDS 과정은 다국적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변경이나 조치에 대해 해당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다. 이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높이는 일종의 불로소득에 해당된다.

ISDS 제도는 가장 기본적인 사법정의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소송당사자들의 주장을 청취하는 중재재판소는 런던,파리,홍콩,헤이그 등 여러 곳에 있지만, 주로 재판을 담당하는 곳은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ICSID이다. 선고를 내릴 3명의 중재위원들이 임명되는데, 대개 고액연봉의 기업변호사들이다. 1명은 다국적기업에서 선발하고, 1명은 관련국가에서 임명되는데, 중재위원장은 반드시 그 2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재판이 조작될 우려가 충분히 있는 구조다. ICSID의 판결로 큰 타격을 입은 에콰도르 정부의 한 각료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피고로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었다.“

 

ISDS 소송에서 다국적기업이 승소하는 이유가 있다.

"왜냐고? 중재위원들이 기업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은 기업을 위해서, 내일은 변론자로, 모래는 로비스트로, 그 다음 날은 중재자로 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고 독립성이 없기 마련이다." - 알프레드 모리스 데 자야스. 유엔 인권전문가.

"무역과 투자 협정에 관한 분쟁해결 장치는 민영화된 사법제도로 변형되었다... 거기서 3명의 중재위원들은 관련국가의 법률과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 허용된다. 상소할 기회도 없다. 이것은 법에 의한 통치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 알프레드 모리스 데 자야스. 2015.

ISDS는 자본에 유리하고, 정부에 불리한 사법적 방조를 야기했다. 2015년에 판결 내려진 소송의 절반 이상이 투자자에게 보상하거나 비밀합의로 결론 났다. 국가가 승소한 것은 37%에 불과했는데, 국가가 승소해도 패소한 자가 소송비용을 물어내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국가도 자기 몫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ISDS 재판 소송에 맞서기 위한 변호사 비용은 평균 800만 달러가 넘었다. 3천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ISDS가 의도하는 것은 명확했다. 기업들이 좋아하지 않는 정부의 도치로부터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각종 무역협정에 담긴 ISDS 관련 조항들은 민주적 행동에 반대하는 기업의 힘을 강화시켰고, 민주사회를 구속하고 국권을 제한하며 지배하고 있다.

ISDS 과정의 한 가지 역설적 특징은 기업들이 소송에서 이길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물로서 중재신청을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투자기금회사들은 승소했을 때 배상금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기업의 소송제기를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 실제로 그들은 배상청구신청을 새로운 자산의 일종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청구소송 자체가 불로소득의 한 원천이 된 것이다. 그것은 생산과 전혀 무관하다.

요컨대 ISDS는 노골적으로 불로소득을 뜯어내는 제도다. 외국기업들이 한 나라의 법과 판결보다 우위에 있는 제도에 배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국가의 사법제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내기업과 국민들은 그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거기에는 상호호혜 원칙도 없다. 정부는 ISDS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소송절차는 사법적 원칙을 따르지 않고, 국가주권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태롭게 한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거짓말. 세계화의 제도적 구조에 대한 이런 평가로부터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1) 글로벌 자본주의가 자유시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거짓말 - 이 주장은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말하는 가장 큰 거짓말이다. 현재의 상황은 역사상 가장 자유롭지 못한 시장체제일 것이다. 새로운 글로벌 제도와 구조는 불로소득 추구를 합법화하고 강화했다.

2)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피해보상을 청구한다는 거짓말 - 특허를 취득한 많은 발명은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공공기관의 연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의 자금줄인 세금을 통해 특허제품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 과정에서 지식의 공유지를 빼앗기는 건 전 세계의 대중이다.

3) 세계화 시대에 구축된 글로벌 자본주의의 제도적 구조가 성장에 좋다는 거짓말 - 그것은 실제로 성장을 방해하고, 기존에 이룩한 성장도 지속 가능할 수 없게 했다. 투자협정의 명목이 외국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증거는 없다. 투자자금이 중국,브라질 같이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ISDS에 서명하지 않았다.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제도적 구성은 부호계급과 자본이득을 노리는 엘리트 같은 일부 특혜를 받는 집단에게 소득을 때돌리는 무시무시한 세계체계를 만들어 냈다.|작성자 길벗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 주식 등에 투자해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관련 서적에 열광하는 이 상황은 가히 '노동소득의 몰락'을 상징한다. 열심히 일해서 받는 월급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는 인생을 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나아가 노동소득의 인상률은 불로소득에 비해서 한없이 작다. < 불로소득 자본주의 > 는 이러한 현실을, 즉 불로소득의 발흥과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미래를 논한다.

( 작가 가이 스탠딩은 영국의 노동 경제학자이나 본서는 경제학과는 대단히 무관하다. )

작가는 ( 1 ) 정실 자본주의 ( 2 ) 지적 재산권 ( 3 ) 국가보조금이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정실 자본주의는 국영기업 매각 과정에서 개인적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특정 인물에게 이점을 제공하며, 지적 재산권은 경쟁 업체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막대한 합의금을 창출하며, 국가보조금은 산업경쟁력 공공이익과 무관한 영역에 지불되어 사적이익에 복무한다 - 작가는 기업이 생산활동에서 응당 부담해야할 비용에 대한 지원 역시 불로소득이라 이해하였다.

작가가 지적하는 불로소득은 금융소득 등 노동 이외에서 얻어지는 소득이 아니라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비용에 대한 전가를 통해서 얻어지는 소득이다. 실제로 이상에서 언급된 제도들의 이점은 사적으로 전유되지만 비용은 공적으로 부담된다. 이는 능력 혹은 결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라는 일반적 도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작가는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계급에 의해서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다. 프레카리아트는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precario, 불안정한)와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불안정 고용 상태의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를 총칭한다. 실제로 우버 등 플랫폼 기업이 경쟁력있는 사업형태로 부상하며 작가가 주장하는 프레카리아트가 급증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에게 수익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시장선점시기 이외에는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에게 상당히 낮은 급여를 지급한다. 작가는 부상하는 프레카리아트를 대변할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시대적 과제라 본다.

본서는 작가의 주장을 지지하는 여러 사례들에 대한 정리에 가깝다.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다루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결점들을 사례를 통하여 제시한다. 다만 해당 결점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분석은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지적 재산권. 국가보조금 등이 부정한 자본축적에 이용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제도가 유발하는 ( 유발해온 ) 경제적 편익에 대해서 균형감있게 제시되지 않은 점 역시 아쉽다. 작가의 관점이 다른 관점에 비해서 사회에 대해서 뛰어난 설명력을 가지는지도 의문이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확대된 현대사회에서 계급적 정체성을 사회변혁의 원동력이라는 작가의 주장은 폭넓게 받아들여지기에는 어렵지않나 생각한다.

기대 대비 내용이 아쉬운 책이다./|작성자 네이브 블로그 oafish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