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와 큰 바람이 잦은 음력7월, 태풍이 연이어 지나면서 하늘이 어둡다. 천지사방 넘쳐나는 것은 물뿐이다. 그렇게 목말라 했던 맹하가 엊그제인데, 시나브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함이 드리운 바람이 분다. 갈맷길의 여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코스는 갈맷길 9코스로 금정구 상현마을에서 기장군청까지 이어지는 총20Km의 거리로 가을햇살을 고려하면 부지른히 걸어야한다. 9코스는 이곡마을을 기준으로 하여 다시 9-1코스(11.5Km)와 9-2(9.0Km)코스로 나뉘는데 크게 철마천과 이곡천을 따라가다 아홉산과 일광산 허리를 휘감아 걷는 길이다. 물길 산자락이 만들어 내는 풍광이 좋아 혼자서도 소풍 삼아 자주 가는 편이다. 들머리는 회동수원지 거점 마을인 선동 상현마을을 기점으로 한다. 수영강이 본래 흐름을 빼앗기고 호수가 되는 지점이다. 수영강이 신천마을을 지나 호두술산 골미골 앞 강릉김씨 재실 상현당에서 유로를 남서쪽으로 꺽으며 회동호로 옷을 갈아입는 곳이다. 공덕산 줄기가 흐름을 멈춘 곳이기도 하다. 능선을 경계로 수영강 쪽이 금정구 선 두구동이며 철마천 쪽이 장전리인 셈이다. 장전리 길은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부산에서는 드물게 맛볼 수 있는 비포장도로였지만 도로포장공사로 인해 예전의 감칠맛은 반감되었다. 그 안타깝고도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을 달리 하소고연 할 데도 없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라는 의문이 부시럭 부시럭 소리 내며 주렁주렁 달렸다. 길의 아픔이다. 그랬다. 예전에 울퉁불퉁한 도로 사정은 차량이용자들이 꺼리는 반면 뚜벅이들은 가수 정종숙의 ‘달구지’를 흥얼거리며 맘껏 걷는 길이었다.
미련 - 장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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