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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쉬운 詩 좋은 詩

봄비- 정소진

by 이성근 2015. 1. 27.


                                                                                                                                             © 김상천 문예비평가


봄비/ 정소진

 

너를 능가할 연애 선수 아마 없지 싶다

경직된 여인의 몸을 안심시키듯

요란하게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낮은 목소리로 불러내는 맑은 환희

굳은 마음 푸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속속들이 놓치지 않는 달달한 애무로

얼어붙어 쌩한 고집마저 녹이는 솜씨 좀 보라지

 

네가 일으켜 세우는 저, 저 상큼한 연애세포들

너 다녀간 곳곳마다 새 생명 파릇하다

 

우연히 다음 블로그  詩하늘 통신 을 알게 되었다.  요즘 퇴근시간 이후 거기에 올려진 거의 2천 여 편에 달하는 시 중에 매일 50편씩 본다. 한마다로 횡재 했다.  그리고 갑자기 시가 써고 싶어 졌다.  한동안 시를  쓸 여유가 없었다.  시방도 매한 가지긴 하다만  실제 일들이 첩첩 쌓여, 지난 12월 이후 지금껏 퇴근시간은 심야 혹은 새벽에다 주말조차도  없다.  헌데  무슨 바람에서인지 매일 50편의 詩 만나기를 즐기고 있다.   마침 비가 내렸다. 오는 듯   마는 듯,  헌데 이 비를 봄비라 해야 하나 겨울비라 해야하나,  겨울이 겨울 같지 않은 이 도시에서

 

 

봄비/      최병규

 

뚝뚝뚝

눈물 같은 소리로

그렇게 또

푸르러 갈 것이다

 

앞뜰에서

저 방죽에서

먼 산천으로 올라

 

거짓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것이다

양지로부터

부화한 황색의 부리로

땅의 기운을 쪼아

숨통을 틔워 낼 것이다

 

술술술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술같이

그렇게 또

비단결 피부를

드러낼 것이다

 

..................................................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The End Of The World - Skeeter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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