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천 문예비평가
봄비/ 정소진
너를 능가할 연애 선수 아마 없지 싶다
경직된 여인의 몸을 안심시키듯
요란하게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낮은 목소리로 불러내는 맑은 환희
굳은 마음 푸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속속들이 놓치지 않는 달달한 애무로
얼어붙어 쌩한 고집마저 녹이는 솜씨 좀 보라지
네가 일으켜 세우는 저, 저 상큼한 연애세포들
너 다녀간 곳곳마다 새 생명 파릇하다
우연히 다음 블로그 詩하늘 통신 을 알게 되었다. 요즘 퇴근시간 이후 거기에 올려진 거의 2천 여 편에 달하는 시 중에 매일 50편씩 본다. 한마다로 횡재 했다. 그리고 갑자기 시가 써고 싶어 졌다. 한동안 시를 쓸 여유가 없었다. 시방도 매한 가지긴 하다만 실제 일들이 첩첩 쌓여, 지난 12월 이후 지금껏 퇴근시간은 심야 혹은 새벽에다 주말조차도 없다. 헌데 무슨 바람에서인지 매일 50편의 詩 만나기를 즐기고 있다. 마침 비가 내렸다. 오는 듯 마는 듯, 헌데 이 비를 봄비라 해야 하나 겨울비라 해야하나, 겨울이 겨울 같지 않은 이 도시에서
봄비/ 최병규
뚝뚝뚝
눈물 같은 소리로
그렇게 또
푸르러 갈 것이다
앞뜰에서
저 방죽에서
먼 산천으로 올라
거짓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것이다
양지로부터
부화한 황색의 부리로
땅의 기운을 쪼아
숨통을 틔워 낼 것이다
술술술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술같이
그렇게 또
비단결 피부를
드러낼 것이다
..................................................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The End Of The World - Skeeter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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