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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쉬운 詩 좋은 詩

일기 쓰는 할아버지 外

by 이성근 2014. 1. 18.

 

 

일기 쓰는 할아버지

                                       김현숙

 

할아버지 방에는

날짜만 있는

달력 하나 걸려있어요

 

날짜 밑에는

감자 심은 날

모내기 한 날

둘째네 다녀간 날

송아지 낳은 날

손 씨랑 논물 때문에 싸운 날……

일기처럼 빼곡히 적혀 있어요

 

6월 7일 할머니 제삿날엔

<무심한 사람>이라 적혀 있고요

10월 8일 내 생일날엔

<강생이 생일>이라고

미리 쓴 일기도 있어요

 

비밀 없는 할아버지 일기장 읽으면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 와도

할아버지 그동안 뭐하셨는지 다 알 수 있어요.

 

 

                                                                                                                               사진캡쳐: 다음블로그 김남숙시인

쑥국 -아내에게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Dont't Forget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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