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 귀농해서 살고 있는 벗을 찾아 갔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전화를 하니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안동이며 구미를 다녀올 요량이었는데, 공지된 시간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일정이 뜬 상태에서 생각한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마누라에게는 안동 다녀오마 하고 나선 길입니다.
부산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의령을 지나 삼가에서 내려 장을 보았습니다. 그리곤 다시 그가 사는 마을로 이동하여 도착하지 마자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저녁겸 점심인 소박한 밥상이 준비 되었습니다. 그릇들은 도자기를 굽는 친구가 선물한 것이라더군요.
제 입맛을 사로잡은 머구(머위)무침 입니다. 조선간장에다 참기름을 넣고 조몰닥 거렸다나, 어쨌거나 씁쓰럼 하면서도 묘하게 밥맛을 돋구는 머구무침을 오랬만에 먹어보았습니다.
벗이 사는 마을, 합천 가회면 한골마을입니다. 십여 가구가 사는데 7년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동안 여섯분의 마을노인네들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이팝나무가 유명합니다. 놀랍게도 수령이 1,120살이나 되었습니다. 수고는 15m 나무둘레는 3m 가지수관 21m
황매산 가는 길목에 있는 이팝나무를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해봅니다. 철쭉군락을 보기 위해 전세버스가 무수히 스치지만 이팝나무는 잘 안보이나 봅니다.
마을 구경도 할겸 마실을 다녀보았습니다. 못자리가 준비되고 개구리들의 뒷다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예고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이 젖으며 어둠이 왔습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그가 불러주는 노래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동영상으로 그의 노래를 담았으나 용량(100MB)이 넘쳐(298MB) 올릴수가 없다는 군요. 어럴 땐 어떻게 하는지... 기타 반주에 들을만한데 아쉽네요.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 아침, 일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비속에 안개가 스믈거리는 먼산을 바라봅니다.
벗의 노래는 계속되고 가끔씩 지나가는 딱새며 참새들의 지저귐이 낙수물 소리와 어울려 평화롭습니다.
사실 벗은 노래를 전문적으로 부르는 사람입니다. 힘든 일도 마다않고 부업도 있긴 한데 생각해 보니 뭐가 본업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초청받아 가는 곳도 제법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가 기타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면 누구라도 앵콜을 요청합니다. 거기다 어떤 격식이나 가식을 싫어해 어디서고 판만 벌어지면 노래를 부르다 보니 길에서 사권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간밤 숙취를 지우기 위해 솔잎차를 마십니다. 피어 오르는 연기는 쑥분말입니다. 온 방에 쑥내가 가득합니다.
비는 하루종일 내렸습니다, 이런저런 이바구를 나누다 옛생각에 젖기도 합니다. 20년지기로서 한때는 단짝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그가 먼저 친구하자고 했던 때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의 안부도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런 그가 안스러웠습니다.
벗은 하루 더 머물다 가기를 희망하지만 다시 부산으로 향합니다. 삼가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을 나온 벗에게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에 오르자 말자 눈이 감겼는데 눈을 뜨니 낙동강을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간밤에 마신 술기운이 어렴풋이 남아 머리를 무겁게 합니다. 그 보다 도회로 들어서면서 생기는 갑갑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다시 사람들 속으로 왔습니다. 벌써 그가 그리워지네요.
09.5.27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제주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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