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적량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를 누군가의 전화를 통해 접했습니다. 그리고 몇 사람이 더 전화가 왔습니다.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랬습니다.
5월22일 남해 적량으로의 나들이가 있었습니다. 밤 깊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지인의 팔순 노모가 차려준 늦은 저녁을 먹고 예정대로 해바리를 하러 다섯 물 갯가로 갔습니다.
야간에 횃불을 밝혀 고기를
물이 빠진 갯가에서 게나 낚시, 해삼, 쭈꾸미를 잡습니다.
주로 '앙살게' 가 많았습니다. 어린애 손바닥 크기 만한데 아주 성질이 사나와 잘못 잡으면 집게발에 물려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낚지도 잡혔습니다.
그물망태가 제법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일행이 그물을 들어 봅니다. 묵직합니다.
해바리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솔직히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갓잡아 온 낚지요리(?)에 소주 한 잔의 달콤함은 치명적 유혹으로 작용했습니다.
게는 씻어 아침에 게장국으로 쓸 것입니다.
낚지는 8 마리를 잡았습니다. 짠내가 가도록 빨았습니다. 머리는 두고 다리만 토막내어 접시에 올라 왔습니다.
참기름과 초장, 그리고 남해 마늘에 상추가 준비된 심야의 낚지 시식이 개구리 및 소쩍새와 쏙독새(쑥국새)의 합창 속에 이루어 졌습니다. 분명 다른 맛이었습니다. 횟집과는 다른,
꽤나 잔을 기울였음에도 숙취없이 아침을 맞이하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지난밤 차에서 내리자 말자 가슴 깊이까지 쏴하게 몰려왔던 솔내음의 주인공인 해송들입니다. 평상이 있어 여름에 누워 있노라면 불볕더위도 느끈할 것 같은 시원함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간밤에 귀를 즐급게 해주던 개구리입니다.
콩밭을 메는 할머니 칠갑산이라는 노래를 절로 연상케 합니다.
논농사가 많지 않은 지역이지만 못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을의 정식 명칭은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 신흥 해바리 http://haebari.go2vil.org
이 마을도 마늘이 주된 농사인듯 합니다.
젊은사람들은 밭에서 마늘을 뽑아 단으로 묶고 나르면, 노인네들은 상품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을 정리하나 봅니다.
마늘 다듬는 것을 유심히 보자 팔순의 이 어른도 남해 마늘 자랑입니다. (경북) "의성 거(마늘) 여기 보단 못하지" "여기가 더 좋아"
유자나무가 많습니다. 남해에서도 첫 재배지인데다 지인의 집에 심겨진 나무가 첫 나무라니 다시보게 됩니다.
이 유자나무가 남해군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합니다. 굵기가 어린아이 몸통만한게 값을 한다 싶었습니다.
지인의 집입니다. 마을에서는 동네 슈퍼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유자방 체험장에 놀러온 사람들이 술이며, 담배를 사러들 왔습니다.
아침상에 오른 게장국, 된장에 마늘 종다리와 고추가 들어갔을 뿐인데, 을큰하면서도 구수해 밥을 한 그륵씩 더했습니다.
맛난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낚시를 갑니다.
장구처럼 생겼다 하여 장구섬입니다. 내리고 싶었지만 이 무인섬도 주인이 있어 함부로 출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낚시는 줄낚시 였습니다. 미끼를 달아 넣는 족 신호가 왔습니다. 도다리, 장어,
한참 재미나게 낚고, 잡은 고기로 즉석에서 회를 쓸 무렵 한통의 전화가 망연자실하게 합니다.
라디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공식적으로 전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의 정체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선거권이 주어진 이후 직선제에서 처음으로 여권 대통령 후보였던 고인을 찍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재야에서 안 뒤로 적잖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에도 꿋꿋했던 그의 기상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학벌이나 지연을 떠나 개인의 성실과 노력이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던 그의 비젼에 공감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고자 했기에, 또 외세의 의존없이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고자 했기에, 저처럼 그런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의 정책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컨데 한미FTA나 이라크파병, 새만금과 경부고속철 건설사업 등은 그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반환경적 정권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은 두번째입니다. 대통령 탄핵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어처구니 없이 황당하고 분통이 터져서 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또 어떻게 이런 일이... 다는 몰라도 벼랑끝에선 그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첫 잔을 따라 그의 영전에 바쳤습니다. 모두들 말이 없습니다. 침묵이 어색했든지 누군가 노 전대통령의 죽음은 정치보복이라고 운을 뗏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지만 그 화살은 서울의 수구 기득세력과 모리배들로 향했습니다. 저도 그들이 싫습니다. 하긴 참고인이든 피의자 신분이든 검찰에 한번이라도 갔다 온 사람이라면 그 피 말리는 조사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몇 번이나 똑같은 사안에 대해 ...노이로제라는 단어는 검찰의 연상어라 할 만큼 심적 스트레스를 유발시킴니다.
배를 이동시켜 바다 한가운데 여로 갔습니다.
엄지 손가락 굵기의 대수리가 촘촘히 박혀 있기에 좀전의 황망한 마음도 잊고 바케스에 주워 담기 바쁨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득입니다.
고기도 한 바께스 나 됩니다.
점심은 회와 전을 곁드린 소주와 함께 했습니다. 전으로 구운 고기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마을 뒷산인 대방산으로 오르다 말고 바다를 바라보며 잠든 한 무덤에서 주변을 둘러 봅니다.
그리고 다시 차을 몰아 부산으로 향합니다. 홰바리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이고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바구니며 호미를들고 반지락을 케러 갑니다.
오후 4시 무렵 그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겠지요.
7시 넘어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얻어 본 호외
귀가 후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마누라에게 호외를 보여주고, 텔레비젼을 틀자 각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시간대별로 전합니다.
한참이나 지켜보던 마누라가 눈물을 훔침니다. 처가집이 김해 한림이고 노 전대통령이 투신했던 바위는 처와 처남들의 학교에서 즐겨 이용한 소풍장소였다고 합니다.
왜 우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 합니다
환경연합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진 상황은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의 공과와 지지 여부를 떠나서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 시대적 불행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그간 끊임없이 지적해왔듯이 현 정권의 소통부재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따른 비극이라는 판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방주의, 조급증, 비상식으로 일관해온 현 정권은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환경단체는 물론 전문가와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 등도 극심한 소통불능과 일방통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질화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우리 사회와 국민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붙이는 것으로 또 다른 시대적 불행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적 충격을 완화하고 고인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의 일방주의, 분열주의를 중단하고 상식에 기초한 민주적 국정으로 급선회해야 할 것입니다.
2009년 5월 24일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