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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태종대에서

by 이성근 2013. 6. 8.

지난 일요일 막내와 태종대를 다녀왔습니다.  입구에 줄지어 선 식당들의 간판이 유별납니다.  메뉴가 없는게 없습니다.  

 

태종대 표지석  1976년에 세운 것입니다. 30년 전 이곳의 풍광이 궁금해졌습니다.  사람의 손을 덜 탄 지금보다 자연성이 휠씬 높은, 다니기에 불편도 하였음직한 시절을 표지석은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외지인들이 많았는데 그들 대부분이 탁트인 전망과 바다에 빠진듯 했습니다.  가족단위가 많았습니다.  부산을 기억하는데 좋은 추억이 되리라

태종대 순환도로를 일주하는 다누비입니다.  애가 타고 싶다고 보채지 않았다면 걸어서 갔을텐데... 표를 구매하고도 무려 30분 넘어서야 탈 수 있었지만 솔직히 밋밋했습니다.   

 그래도 막내는 즐거웠나 봅니다. 

 지나는 순간 언뜻언뜻 나무가지 사이 바다가 보이고...

다누비를 타고 10분 남짓, 등대가는 정류소에 내렸습니다.  참고로 한바퀴 도는데 총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걸립니다.  배차시간도 주말 20분, 평일 30분이니 참고하시기 바람니다.  가능한 도보로 이동하시길 권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만들어진 조형물입니다. 

 아래 그림은 70년대 태종대 등대입니다.  소박합니다.

 낭떨어지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고 흰 포말들이 바다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것을 흉내내어 따라 해봤습니다. 저멀리 주전자 섬이 요만해요

 구멍으로 바라본 태종대의 전경이 새롭습니다.

 등대 주탑입니다.  여기서 쏘는 불빛이 36km 해상에서도 보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보입니다.

 등대 내부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이 이채롭습니다.

 문득 인어가 왜 햇불을 들고있는지,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인어상도 그런지 궁금해집디다.

 21세기의 태종대 등대는 기하학적인 건축으로 단장된 듯 합니다.  좀은 딱딱하다는 느낌이랄까. 시대값이겠지요.

 신선바위 쪽 가는 절벽길에 공룡발자국이 있어 막내에게 설명해주고 한 컷 잡아 봅니다.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가 공룡 발자국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이 일대가 분지고 강하구였다는 군요.

 막내가 주시하고 있는 대상이 있습니다.

 무당개구리들입니다.  절벽으로부터 흘러내린 물이 바위 틈새에 고여 이 친구들이 살러 왔습니다.  알도 보입니다.  사람들이 신기해 합니다. 이런 곳에 개구리가 살다니... 헌데 '무당개구리'라고 정확히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울긋불긋한 배를 보고 독개구리니 무슨개구리니... 그러니 데리고 온 애들도 독개구리다 뭐다 하더군요. 

 무당개구리가 "나요? 무당개구리입니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수평선이 시원합니다.  가슴이 확 트이고 눈이 밝아집니다.  여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바람은 사람들을 들뜨게 만듭니다.

 그 아래  지구의 나이가 다양한 색상의 암석들로 켜켜이 탑을 쌓고 있습니다. 

 태종대는 우리나라에서 지질사를 공부하는데는 그만인 공간입니다.  또다른 몽유도원도를 보는듯 합니다.

 바람과 파도가 태종대를 다듬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뒤돌아 본 신선바위 주변 정경입니다.  오후들어 또 한 떼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왕복 승차인 다누비를 포기하고 일주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갑자기 킷 킷 매가 우는 소리가 들려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정말  매가 있었습니다.  2001년 남형제섬 식생조사  때가 그리워졌습니다.  그 시절, 약 1년간  부산의 산과 해안, 도서를 두루 돌아다니며 생물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부산일보에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고 보람찬 때였습니다.   

 역시나 매력적인 곳입니다.

 유난히 겁이 많은 막내가 징금다리 건너기 놀이를 합니다.  붙잡아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쳐보라며 혼자서 이동하게 했습니다.  혹시 가시거든 한번 해보시기 바람니다.  보기보단 재미있습니다. 발을 또는 중심을 잡지 못하면 떨어질 수 있고, 떨어지면 ... 어쨌든  약간의 스릴도 있고...

 징금다리를 얼마나 건너 뛰었는지 ... 입구가 다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 것을 약속합니다.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 오륙도가 보이기에 얼른 한 컷 찍습니다.  

 승두말 쪽 수리섬은 아치섬(조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믿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시방 거기를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09.5.19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제주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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