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심심하다고 놀러가지는 막내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나섰습니다.큰애는 휴일도 없이 학원가고, 마누라는 감기를 이유로 제게 일임합니다. 말 아니고서는 같이 놀아줄 시간도 없다는 생각에 불만없이, 또 무작정 나선 길이었습니다.
시나브로 등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해운대, 광안리, 이기대를 떠 올렸다 귀가하기 좋은 태종대 감지해변을 선택했습니다.
마트에 들러 군것질 할 과자 몇 개랑, 김밥과 우유며 빵을 사서 오후를 대비합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입니다.
수평선에 배들이 걸려 있습니다.
감지해변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안입니다.
이곳에서는 어른, 아이 구별없이 바다를 향해 물수제비를 뜨거나 돌을 던져 봅니다
아이들이 멀리 던지기 시합하듯 일제히 그리고 수 없이 바다를 향해 돌팔매질을 합니다
막내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동안 몽돌의 생성 과정을 사람살이에 견주어 봅니다.
문득 80년대 후반 잡지사 기자생활 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이 바다를 간혹 찾았습니다.
조 언(助言)
쫒겨났다 감히 사장의 비위를 건드리고
오만불손 말끝마다 따지고
급기야 사장실 문을 박살내자
선배들이 말했다 사회생활을 할려면
아니꼽고 더럽고 욱하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해서 뻣뻣하기 보다 부드럽게
직선적이기 보다 다소 우회적으로
모난 돌이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수용하는 마음으로
못하겠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시키면 시키는데로 묵묵히
그러다 보면 승진도 하고 길도 터인다고
(1988)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습니다.
거칠고 투박하기 짝이 없던 제 성격도 세파에 적응하며 가능한 모나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아마도 환경운동을 하고서부터 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가의 버드나무처럼 유연하되 곧은 심지로 임했습니다.
낚시를 하고 싶다기에 유람선 선착장 옆 바위지대로 이동했습니다.
낚시장비가 있을리 만무했지만, 일단 현장에 가면 누군가 버리고 간 낚시줄이며 바늘을 구할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래서 막대기에 묶어 물에 담궈 주면 되리라 ...
막내는 미끼도 없는 허술한 낚시에 실증이 났는지 바위 틈 조간대 물웅덩이에 붙어 있는 고둥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거들어 줍니다. 때로 일부러 잡아다가 슬쩍 뿌려주기도 했습니다.
개울타리고둥, 각시고둥, 눈알고둥, 갈고둥,좁쌀무늬총알고둥, 대수리, 애기삿갓조개, 진주배말, 군부. 보라성게, 바위게 등등
뭔가를 잡는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나는 일입니다.
막내가 고둥을 건지는 사이 ...
낚시꾼이 회를 뜨기에 지켜봅니다.
미쳐 도마를 준비하지 못했나 봅니다. 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나무판 하나를 주워와서는 잡은 고기들을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지느러미며 내장을 제거한 뒤 껍질을 벗긴 다음 ...
준비한 마른 수건에다 물기를 딱은 다음 한 입 크기로 썰어서 ...
한 점 하라고 권하기에 소주 한잔에 맛을 보았습니다.
역시 ... 한 잔 더하라고 하기에 마다않고 ... 아무리 잘차려진 횟집이라도 현장의 이 맛은 따라오지 못할 것입니다.
소주 한병, 막걸리 한병이 금방 바닥을 보이고... 갯바위에는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말끔합니다.
바다로부터 솟구쳐 오른 태종대의 자락이 수려합니다.
오고가는 유람선이 교행합니다 . 1인당 8,000원 약40분 정도 태종대 주변을 운행합니다. 타 볼만 합니다.
해상에서 바라보는 육지쪽 경관이 그만입니다.
해변을 찾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옛날 '아이스께끼'를 팝니다. 맛과 형태는 요즘 시중에 파는 것입니다.
다만 복색만 옛날이지만 사람들은 또 그맛에 향수를 삽니다.
좀 팔았는가 봅니다.
우리 부자는 다시 감지해변에 섰습니다.
아쉬운 듯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낮에 재미삼아 쌓았던 성 (城) 도 지워지고 해변은 제 얼굴을 찾았습니다.
집에 갈 시간 입니다.
수평선에 묘박중인 배에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가 막내에게 종용합니다. '준혁아 가자' 두번 세번
막내는 마지못해 집으로 향합니다.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해변 뒷쪽, 조개. 장어구이 집들 줄지어 있습니다.
주 메뉴는 해삼, 멍게, 낙지, 개불, 소라, 전복, 키조개 등이며
굳이 추천한다면 '할매집'이라고 있습니다.
아는 선배 어머니인데 진짜 제주 해녀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직접 물질해서 잡은 소라, 전복 따위를 팔았는데
이젠 연세가 많이 드셔서 딸이 거들고 있습니다.
시내로 나가는 버스들입니다.
부산역이나 남포동에서 타시면 됩니다. 대부분 30분 안에 도착합니다.
피곤하지만 막내의 표정이 밝습니다.
다시 한번 껴앉아 줍니다.
09.4.6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제주 사랑채
River Of No Return,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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