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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동물원에서 행복한 동물은 없다

by 이성근 2019. 2. 10.

세상 떠난 코돌이트럭도, 시멘트도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전주동물원 코끼리 코돌이를 보내며

 

떠나기 전 체중이 1톤 가까이 줄어 많이 야위었던 모습의 코돌이.

 

120일 낮, 코돌이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전주동물원에 살던 1990년생 수컷 아시아코끼리, 코돌이가 세상을 떠났다. 코돌이는 지속적인 발 건강 문제로 2011년 이래로 다섯 차례 쓰러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코돌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전주시, 전주동물원, 동물단체, 국내외 수의사 등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으나, 코돌이는 연말에 체중이 1톤 가량 빠질 정도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애니멀피플은 코돌이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전주동물원 관계자와 한국 동물원 코끼리 전수 조사를 했던 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전채은, 박정희 공동대표의 말을 듣고 코돌이의 지난 생을 돌아봤다. 코돌이가 폐사한 뒤 한국에 남은 17마리 동물원 코끼리의 현재도 함께 짚어본다.

 

두 동물원 거쳐 2004년 전주 정착

올해는 코돌이가 한국 나이로 딱 서른살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시아코끼리는 야생에서는 50~60, 동물원 등 사육장에서는 절반 수준인 30~40년 정도 산다. 사육장 환경이 좋다면 그보다 오래 살기도 한다. 2003년 폐사한 대만의 장수 코끼리 린왕86살까지 살았다.

코돌이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왔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거쳐 2004년 전주동물원에 터전을 잡았다. 코돌이는 유독 훈련이 어려웠던 개체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전주동물원을 방문했던 홍콩 오션파크 코끼리 전담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는 코돌이가 기질은 온순하나 소심하고 내성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주동물원 진료팀과 사육사가 누워 있는 코돌이를 일으키려 다독이고 있다.

 

그런 성격 탓인지 코돌이는 유일한 전주동물원 친구였던 1995년생 암컷 코끼리 코순이와도 썩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둘은 15년을 함께 살았지만 늘 벽을 사이에 두고 지냈다. 체중이 5톤에 달했던 코돌이는 아시아코끼리 중에서도 아주 큰 편이었는데, 2~2.5톤 나가는 코순이에 비해 2배 정도 컸다. 코돌이는 코순이와 처음 합사를 한 날 코순이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당시 3~4시간 정도 둘이 같이 있었는데, 코순이가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분리했다고 말했다. 이후 방사장에서 담을 사이에 두고 지내던 두 마리는 그래도 가끔 코로 장난도 치고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잦은 이동 탓, 트럭 보면 숨기도

힘이 세고 덩치도 큰 코돌이에게도 무서운 것이 있었다. 코돌이는 트럭만 보면 구석으로 숨었다. 동물원 관계자는 아마 트럭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다닌 기억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코끼리는 지능이 높고 감정이 풍부한 동물이다. 기억력도 뛰어나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코돌이는 수많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코돌이는 사육사들, 진료팀 등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과는 사이가 좋았다.

1978년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시설 보수가 원활한 동물원은 아니었다. 코끼리사 또한 상태가 열악했다. 코돌이는 2017년 코끼리사에 흙과 모래를 깔아주기 전까지 늘 시멘트 바닥에 서 있었다. 코끼리는 수천의 몸무게를 네 발로 지탱하고, 자연에서는 하루에 수백씩 이동한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은 코끼리의 발에 쉽게 상처를 내고, 좁은 전시장은 후퇴할 공간을 허락하지 않아 정형행동(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행동)을 유발한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2017년 전주동물원 코끼리사 바닥에 처음 흙이 깔렸을 때, 코돌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시멘트 바닥을 흙바닥으로 바꿨는데, 모래 목욕을 하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표정이 평소와 완전히 달랐죠.”

 

시멘트 바닥에 시달리며 발 질환

코돌이는 눕지 않는 코끼리이기도 했다. 옆 방의 코순이는 하루에 몇 시간씩 누워서 쉬다 일어나곤 했지만 코돌이는 힘들면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벽에 몸을 기댄 채 서 있곤 했다. 박정희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누우면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돌이는 2011년과 2015년 양 앞발바닥 염증 때문에 두 차례 쓰러졌다. 동물원은 크레인을 동원해 코돌이를 일으켰다.

 

2015년 방문한 홍콩 오션파크의 코끼리 전담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가 코돌이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전주시와 동물원, 동물을 위한 행동 등은 코돌이를 좀 더 환경이 좋은 해외 생츄어리로 보내는 걸 고민하기도 했지만, 2015년 코끼리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는 옮기는 동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환경에 비해 의외로 건강 상태 관리가 잘 돼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넘어지는 횟수가 잦아졌고, 식욕도 급격히 감소했다. 코돌이는 평소 하루 80이상의 건초, 과일, 사료 등을 먹었다. 하지만 1월 들어 식사량이 20~30%까지 줄었다. 박 대표는 사탕수수부터 대나무, 건초를 끓인 죽까지 코끼리가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만들고, 구해오려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놓는 것 같았다

동물원 사람들 몇몇은 자발적으로 야근에 나섰다. 올 겨울 내내 코끼리가 지내는 내실 복도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코돌이를 돌봤다. 마지막 밤이었던 19일 다시 한번 소리가 났다. 동물원 진료팀은 코돌이에게 수액을 놓고, 크레인으로 세우기를 시도했지만 코돌이는 5~10분 가량 서 있다 다시 쓰러졌다. 한 차례 더 수액을 맞은 후 10분 정도 몸을 일으켰으나 가망이 없어 보였다.

 

동물원 관계자는 그때, 코돌이가 스스로 놓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안될 것 같다고 포기하자고 했을 때도 늘 이겨내고 일어나줘서 고마웠는데, 그러면서 가버리니까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된 코돌이 곁에서 울었다.

코돌이는 코끼리사 인근에 묻혔다. 동물원은 시간이 지나고 코돌이 골격을 표본화해 교육용으로 전시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코돌이를 표본화한다면 그 목적은 부적절한 환경에서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전시되는 코끼리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아직 17마리가 더 산다

코돌이가 떠나고 한국의 동물원에는 17마리의 코끼리가 남았다. 이들은 짧게는 1, 길게는 40년 이상 국내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 사는 43살 복동이는 현존하는 국내 동물원 코끼리 중 가장 오래 전인 1976년 인도에서 건너왔다. 서울대공원에 사는 54살 사쿠라는 생후 7개월 때 태국에서 일본으로 팔려 간 뒤 살던 동물원이 폐업하며 2003년 한국에 건너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2016년 서울대공원에서 희망이가, 2018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리가 태어났다.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가장 크고,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다. 자연에서 코끼리는 모계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고, 하루종일 장거리를 이동하고, 기온이 영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사는 동물이다. 이런 생태적 습성을 생각한다면, 한국 동물원에 사는 대부분의 코끼리는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동물을 위한 행동에 따르면 2017년 보고서를 내던 당시 전시된 코끼리들 모두가 정형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단체는 감금 상태는 생태적, 진화론적으로 코끼리의 보통의 삶을 전례 없이 파괴했다고 보고서에 썼다. 한 수의사는 “2년 사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고착화된 정형행동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동물을 위한 행동

 

플레이아쿠아리움수족관이라더니단칸방에 무기력한 사자가?

전시관 모서리 바닥에 누운 반달가슴곰은 꼼짝을 안 했다. 눈은 뜨고 있는 거로 보아 잠든 것은 아니었다. 유리 벽 멀찍이 누워있던 백호랑이는 갑자기 일어나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하이에나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먹이 구멍에 코를 갖다 대며 흥분 상태를 보였다. ‘정글의 왕자백사자는 인공바위에 무기력하게 기대어 2시간이 넘게 도통 일어나질 않았다.

 

지난 18SNS상에서 논란이 된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의 백사자 사진. 사진 트위터 @coconut2005

 

지난주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굶주린 백사자사진 한장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속 사자는 옆구리에 갈비뼈를 훤히 드러낸 채 힘없는 모습으로 전시관 유리 가까이에 서 있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이 눈물이 난다. 이런 데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항의를 제기하자, 플레이아쿠아리움 쪽은 논란이 된 사진은 조명, 명암, 각도, 거리에 따라 왜곡현상이 발생해 차이감이 있을 수 있다사자에게 일일 기본 급여를 5~7이상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 자리 맴도는 백호·무기력한 백사자

지난 25애피가 직접 찾은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은 평일 오후임에도 제법 많은 시민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주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은 웅진플레이도시에 입점해 있는 실내 수족관으로 해양생물뿐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함께 전시하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이름은 아쿠아리움이지만 내부는 아쿠아리움·파충류관·정글존 세 테마로 이뤄져 있었다.



전시관 안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는 반달가슴곰.

 

야생동물들을 전시한 정글존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맹수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는 반달가슴곰의 모습이었다. 40평 전시관 안에는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있었다. 한 마리는 인공바위 위 꼭대기에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어 거의 형체만 보일 뿐이었고, 다른 한 마리도 사람의 눈을 피하듯 모서리에 등을 기대고 누워서 눈만 가끔 깜박이고 있었다.

 

야행성 동물들의 편안함을 위해 특수썬팅을 했다는 전시관의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백호랑이관에서도 동물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리 벽과는 가능한 한 가장 먼 곳에 자리를 잡고, 투명한 단칸방에서 되도록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한참 만에 백호랑이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앉아 있던 자리를 좌우로 오가는 정형 행동(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벽 멀리 앉아있던 백호가 갑자기 일어나 정형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갈비뼈 드러난 백사자사진으로 논란이 되었던 백사자는 2시간 넘게 인공바위 위에 누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백사자는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가끔 뉘인 몸을 뒤척일 뿐,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자연에서의 사자는 하루 행동반경이 30에 이르고, 평균 4km/h 속력으로 걷는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한 갈비뼈는 결국 볼 수 없었다. 다만, 사자가 움직일 때마다 전반적으로 마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체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전시관 내부에는 공통적으로 동물들의 야생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전시관 내에서만 생활하는 동물들이 운동을 하거나 완전히 시선을 피할 만한 공간은 눈에 띄지 않았다. 플레이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사자 136, 호랑이 165136, 반달곰은 140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대한 넓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실내에 전시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보시는 분마다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좀 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쇠꼬챙이에 닭 날개아찔한 먹이 체험

하이에나만은 흥분 상태로 보였다. 유리 벽 가까이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하며 사람이 다가올 때마다 주둥이를 벽에 에 갖다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탓이다. 정글존 중간 부근에는 닭 날개와 당근, 사과 등을 꼬치에 꽂아 팔고 있었다. 입간판에는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2천원의 체험 요금이 적혀 있었다.

 

정글존에서는 꼬챙이 낀 닭고기를 야생동물에게 주는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좀체 움직이지 않아 아쉬워하던 어린이들이 꼬챙이에 끼워진 닭고기를 사 들고 유리 벽 앞으로 모여들었다. 백호랑이가 고기 냄새를 맡고 내려오자 순식간에 관람객들이 전시관 앞에 모여들었다. 유리 벽 하단에 쇠파이프 관이 박힌 구멍이 있고, 그 안으로 꼬챙이를 넣어 먹이를 주는 방식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과 어린아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자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약 지름 5정도 되는 투입구 위에는 손을 넣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토끼 전시관에서는 그나마 안전장치도 없고 울타리 사이로 당근 등을 넣어주고 있었다. 밀웜을 받아먹는 사막여우의 손짓은 너무 다급해서, 유리 벽을 연신 긁어대고 있었다. 먹이를 파는 직원이 상주하긴 하지만 체험 시에 이를 관리 감독하는 직원을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먹이주기 체험때 꼬챙이를 넣을 수 있게 만든 유리벽 하단의 구멍.

 

플레이 아쿠아리움쪽은 먹이 체험을 한다고 해서 급여량을 줄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백사자와 관련해서는 사진으로 봤을 때, 너무 말라보여서 저희도 놀랐다.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아침 9시와 저녁 7시쯤 나눠서 제공하고 있다. 원래 밤에 먹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낮에는 움직임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밀웜을 받아먹기 위해 구멍 쪽을 서성이며 유리벽을 긁고 있는 사막 여우.

 

일부 관람객들은 동물들의 모습을 불편해 했다. 5살 아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은 30대 관람객은 연회원을 신청해서 왔는데, 야생동물들도 갇혀있는 줄은 몰랐다. 아쿠아리움이니까 수조만 있는 줄 알았다동물들이 불쌍하다. 표정도 안 좋고 다들 자거나, 구석에 숨어있거나 아니면 빙글빙글 돌거나 너무 불쌍한 것 같다. 더 넓은 데 가서 자유롭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 11살 두 아이와 함께 찾은 40대 관람객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 당근이나 밀웜은 괜찮은데, 꼬챙이에 주는 먹이 체험은 좀 위험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쿠아리움에 웬 야생동물?

지난 22일 현장을 찾은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활동가는 야생의 습성을 영위할 수 없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할 수 있는 건 잠을 자거나,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 활동가는 먹이 체험 또한 동물들이 대체로 무기력한 상황이라 공격성을 보이진 않지만 즉석에서 쇠꼬챙이에 낀 먹이를 주는 것은 다소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강 활동가는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의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모든 동물원을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야생동물에게 적당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만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육 환경에 대해서도 동물 특성에 맞는 적정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써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유치원·어린이집 찾아가는 동물원생태학습이라고요?

 

어웨어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발표

관리 사각지대 놓여 있는 출장동물원

인수공통전염병·물리적 위험 노출 가능성

공중보건상으로도 시한폭탄 같은 존재

 

한 이동동물원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미니돼지를 만지고 있다. 이동동물원에서 전시되는 동물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케어 제공

 

사막여우, 페릿, 볼파이톤 등 101시간 30만원, 일본원숭이, 스컹크, 비단뱀 등 251시간 70만원.” 동물을 이동시켜 고객이 원하는 공간, 원하는 시간에 작은 동물원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다.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한 이동동물원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 내용 중 일부다. 주말에는 20만원이 추가로 들고, 동물 개체 수가 늘 때마다 비용도 올라간다. 토끼, 햄스터 등 소동물 뿐만 아니라 사자, 반달가슴곰, 시베리아늑대 등 맹수류도 부르면 온다.’ ‘맹수를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200만원의 비용이 책정돼 있다.

 

14일 오후, 어웨어는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이동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어웨어는 지난해 8~12, 야생동물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 전시하는 이동동물원 34곳을 조사했다. 34개소 가운데 확인이 불가능했던 2곳 빼고는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른 멸종위기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동동물원은 야생동물을 교육시설, 상업시설, 일반 주거시설 등으로 옮겨와 전시하는 업체다. 주요 방문 장소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마트 문화센터 등이다. ‘생태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전시가 이뤄진다. 일반 주거시설도 방문한다. 실제로 지난해 3, ‘애니멀피플이 서울 소재 한 이동동물원 업체에 유아 생일파티를 목적으로 문의한 결과 70만원 대에 가정 방문이 가능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이동동물원은 생명을 가진 동물을 도구 삼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를 넘어 열악한 사육 환경 잦은 이송과 군중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의 복지 문제 인수공통전염병 전파 가능성 등을 품고 있다.

 

머리에 심한 탈모 증상을 보이는 코아티. 어웨어는 전시동물 가운데 많은 수가 모질이 좋지 않거나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보고했다. 어웨어 제공

 

이동 전 사육장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활동성을 무시 당한 채 철창에 갇혀 있었고,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웨어 제공

 

어웨어 조사에 따르면 동물들은 은폐된 곳에서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일부 업체의 사육 상태를 파악한 결과 개방된 전시시설이 아니어서 관람객이 없다보니 오히려 더 관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조사한 업체 가운데 두 곳은 주소지가 일반 가정집으로 나와 사육시설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네 곳은 주소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파악된 현장에 있는 대부분 동물은 최소한의 사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웨어는 대형 동물의 경우, 쇠창살이 있는 시멘트 바닥의 야외에서, 중소형 동물은 활동성을 무시당한 채 새장, 햄스터장 등에 갇혀 있었다고 보고했다. 안전관리도 미흡했다. 한 이동동물원의 경우 사자, 원숭이 등이 외부에 있는 철창에 방치돼 있어 관리자 없이 외부인이 마음대로 접근 가능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차량으로 장시간 이송돼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어웨어는 비용만 추가하면 편도 70km 이상의 거리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답한 업체도 있었다고 밝혔다. 동물들은 층층이 쌓인 이동장에 실려 옮겨졌다. 끊임없이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차량 이동에 노출되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해진 건강 상태는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그렇게, 지치고 병들고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성을 품은 동물들이 아이들에게 전시된다. 동물을 대상화하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접촉하는 경험은 반생명적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할 여지가 크다. 교육적인 면을 넘어 신체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웨어 측은 실제 이동동물원 수업에 세 차례 참석했는데, 세 번 모두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분변을 배설했다고 밝혔다. 어웨어는 동물에 묻은 타액, 오줌, 분변 등에 쉽게 노출되는 이 같은 현장에 대해 공중보건상으로도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며 위험성을 지적했다. 조사 결과 체험 도중 어린 관람객들은 동물을 만진 손을 입과 코로 가져가거나 얼굴을 만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낸 황주선 수의사는 이동동물원 주요 이용 대상인 어린이들은 성인에 비해 신체적인 면역력이 낮고 위생 관념이 낮기 때문에 인수공통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동동물원 전시 동물 가운데 스컹크 등은 광견병 숙주이며, 양서류와 파충류 등은 살모넬라균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뱀 등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생소한 환경과 과도한 노출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약해진 동물들은 병원체를 배출할 여지가 크다. 어웨어 제공

 

해외의 경우 동물원을 다른 시설로 이동할 경우 관할 당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 동물이 차량 등에 실려 운송될 경우, 부상이나 배설물에 의한 감염에 취약해진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동 후 동물의 상태도 수의사 등 전문가에 의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영국의 경우 동물을 위한 방사장 시설을 구비해야 하고, 지방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운영이 가능해서 사실상 이동동물원의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규제를 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반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원 운영 또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웨어 측은 이번 조사 결과 동물을 사육하는 적정한 시설조차 없이 동물을 여러 장소로 옮겨 다니며 전시하는 업체를 동물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동물 복지, 사회 안전, 공중 보건 등의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현행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운영 및 사육 환경, 관리에 있어 준수할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이동동물원 같은 유사동물원의 운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멸종위기종 보전동물복지에 앞장... 영국 브리스틀 동물원의 교훈

 

영국 브리스틀 동물원에서 고릴라가 종이상자 안에 숨겨둔 먹이를 찾아 먹고 있다. 양효진 수의사 제공

 

영국 브리스틀 동물원(Bristol Zoo Gardens)1836년 문을 열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나이가 많은 동물원이다. 만들어진 시대에 지금까지 멈춰 있는 동물원들을 많이 보았다. 콘크리트 바닥과 녹슨 철장, 천편일률적으로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보여주고 동물들의 고통을 외면해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동물원 말이다. 그런데 브리스틀 동물원은 뭔가 달랐다. 물론 낡은 건물도 있었지만, 겉모습보다 현대 동물원의 동물 복지와 보전 의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종 수를 줄이고 종마다 더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 동물원은 보전을 위해 멸종위기종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5헥타르()라는 작은 동물원의 한계와 새로운 동물원의 역할을 명확히 파악한 것이다. 백화점식으로 좁은 곳에 전시하던 동물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아시아사자와 고릴라 등이 더 넓은 공간을 쓰도록 했다.

 

동물들의 공간 활용을 늘리고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자율 입방사를 선택했다. 밤에는 내실에 갇혀 있는 다른 동물원의 동물들과 달리 24시간 내내 내실과 외부 방사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곳에는 윙컷(wing cut)’ 금지 정책도 있다. 과거에는 사육사가 홍학의 날개깃을 정기적으로 잘라 멀리 날지 못하게 했었다. 홍학은 하늘이 열려 있는 공간에서 살 수 있었지만 날개를 자르는 것은 사육사에게나 잡히는 홍학 모두에게 스트레스였다. 이 동물원은 홍학과 다른 새들이 함께 살도록 하면서, 천장에 망을 씌우고 윙컷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새들은 날 수 있었고 번식도 잘되기 시작했다.

 

영국 브리스톨 동물원 내 홍학이 날 수 있는 야외방사장. 양효진 수의사 제공

 

무엇보다 브리스톨 동물원이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보전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보전을 위해 들어온 기부금은 보전에만 사용한다는 점도 좋았다. 이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일반인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한다. 오래된 동물원이니 환경 개선에 예산을 쏟아도 모자랄 텐데 기부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충실한 보전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여우원숭이 보전을 위해 마다가스카르의 숲을 조사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원하고, 필리핀에서는 야생동물 사냥꾼을 자연공원 관리원으로 일할 수 있게 돕는다. 카메룬에서 기린을 위협하는 원인도 연구한다. 모두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며, 동물원의 도움이 필요 없을 때까지 돕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나니, 오래된 일부 동물사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과거 브리스톨 동물원에는 북극곰이 있었으나 현재는 북극곰이 존재했다는 사진만 남아있다. 양효진 수의사 제공

 

영국 브리스톨 동물원에서 멸종위기 아시아 사자. 양효진 수의사 제공

 

겉은 낡았지만 속은 충실했다. 추구하는 방향도 분명했고 실행력도 있었다. 이 정도라면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동물원법이 시대에 맞추어 발전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법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영국도 지금의 한국 일부 동물원이나 동물카페처럼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데 동물원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다가는 사람들의 외면과 질타를 받기 쉽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알고, 미래에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물원이 많아지길 바란다. /한국 2.11 사진= 양효진 수의사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The Cowsills - Hair ('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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