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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인간에게 빼앗긴 동물의 언어

by 이성근 2019. 1. 31.

인간에게 빼앗긴 동물의 언어

해리야, 너무 힘들면 이제 그만 가도 돼.”

 

엄마가 울면서 반려견 해리를 품에 안고 속삭였다. 해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종종 발작하면서도 짧은 발작이 지나면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이날은 발작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고통스러워하는 해리에게 이제 그만 가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울고만 있다가 해리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진정제를 맞고 해리는 떠났다. 해리 나이 고작 3. 대학병원에서도 발작의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가족들은 아직 어리니 잘 관리하면 될 거라는 희망으로 해리를 붙잡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일찍 안락사를 결정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보낼 때마다 안락사 기준을 점검한다. 너무 늦지 않기를, 의미 없는 고통을 연장하지 않기를.

 

라틴어에서 온 안락사(euthanasia)라는 단어의 뜻은 좋은 죽음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죽음. 동물의 안락사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동물을 대신해서 반려인이 결정해야 해서 그 앞에서 늘 머뭇거린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반려인의 마지막 책임이기에 이성적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한다. 심장이 찢기는 고통의 결정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동물을 죽이는 것을 안락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임의로 동물을 죽여서 처분하는 것이니까 살처분殺處分이라고 써야 맞다. 또한 그곳에 들어간 동물의 약 50퍼센트가 살처분과 자연사로 죽어 나가는데 보호소가 맞을까? 당사자인 동물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동물이 보호소에 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 플리커

 

지자체 캣맘 모임 대표를 하던 시절 누군가 소방서나 동사무소로 새끼고양이를 잔뜩 안고 와서 보호소에 보내 달라고 하고 사라지면 나에게 연락이 왔다. 새끼고양이가 보호소에 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그때부터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된다. 선의를 갖고 새끼고양이를 구조했다고 뿌듯했겠지만,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 있고, 현재의 보호소는 그의 생각처럼 동물을 보호해 주는 곳이 아니다. 동물 중 반이 죽어서 그곳을 나간다면 보호소가 아니라 계류장 정도가 적당한 단어일 것이다.

 

무책임한 인간들로 인해 도둑고양이가 되고 들개가 된다. 플리커

 

약자는 자신의 언어를 갖기 어렵다. 적합한 단어를 두고 다투는 싸움에서 언제나 동물은 인간에게 진다. 동물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데 인간은 자기 마음 편하자고 보호소에서 안락사한다고 표현한다. 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고양이는 도둑고양이가 되고, 무책임한 인간에게 버려져 산으로 내몰린 개는 들개가 된다. 인간이 버린 후 개는 같은 개인데 계속 명칭이 바뀐다. 반려견에서 유기견으로, 유기견에서 위협적인 들개로. 임산부가 감염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톡소플라스마는 우리나라에서 임상 사례가 없음에도 고양이 기생충이라는 잘못된 제목을 달고 공포를 부추기는 뉴스가 된다. 차별과 혐오가 가득 찬 승자의 왜곡된 언어이다.

 

생명의 가치를 인간과 동물로 구분하는 건 덜떨어진 생각이다. 플리커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의 저자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의 판매원이다. 그는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가진 자가 하는 말에 숨죽이고 순종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고백한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언어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의 글을 읽은 후 나 또한 노숙인을 대상화했음을 반성했다.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에만 집착한다는, 오늘과 내일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기적일 수도 있다는, 미워했던 누군가도 그 또한 아프니까 이해하기로 했다는 저자가 자신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노숙인이 아닌 한 인간의 삶을 알게 됐다.

 

인간은 동물의 언어에 귀 기울일 의지가 없다. 그래서 동물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이들이 분발해서 그들의 삶을 알려야 한다. 언젠가 청소년 독자에게 연락이 왔다. , 고양이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더니 선생님이 틀렸다고 지적했단다. 동물에게는 입양이 아니라 입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나도 똑같은 반응을 접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물으니 동물에게도 입양이라는 단어를 쓰면 인간 입양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했다. 생명의 가치를 인간과 동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덜 떨어진 생각이다.

한겨레/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과학을읽다]꿀벌 멸종하면, 인류는 4년내 멸망?

 

꿀벌과 벌집.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내 멸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꿀벌은 꽃의 암술과 수술 사이를 오가며 식물의 번식을 돕는데 전 세계 곡물의 75%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십수년간 꿀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라 나오고 있지요.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인지, 꿀벌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후대에서 각색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꿀벌 멸종으로 인한 인류의 식량 위기설은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선 꿀벌의 멸종이 다가왔다는 가설은 사실일까요? 전 세계의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벌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해 최근 10년간 개체수가 40% 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북미의 캐나다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가 줄었고, 영국은 2010년 이후 45% 정도 꿀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런 현상을 '벌집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라고 합니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벌집을 나선 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유충과 여왕벌이 폐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꿀벌 감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이 확산돼 양봉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육각형의 벌방 속에서 자라는 꿀벌 애벌레의 소화기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치료제가 없는 치사율 90%의 질병입니다. 벌방 뚜껑이 쭈글쭈글해지고 감염된 애벌레는 부어오르면서 죽는다고 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CCD 등 꿀벌의 질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바이러스나 곰팡이, 응애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휴대전화의 전자파·농약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농약이 CCD의 원인으로 주목받자 유럽연합(EU)은 이 농약 3종을 벌과 접촉이 없는 온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했습니다. 야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지요.

 

꿀벌이 매화에 푹빠져 꿀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경제DB]

 

과학자들은 어느 한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기후변화입니다.

 

꿀벌은 온도변화에 아주 민감한 변온동물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거나 비가 많이 쏟아지면 적응하지 못해 쉽게 죽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짧아져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도 짧아져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지요.

 

꿀벌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인류의 멸망설까지 나오는 것일까요? 명확안 통계치는 없어도 꿀벌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는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가운데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작용으로 생산됩니다. UNEP는 꿀벌의 감소로 생태계 교란과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일, 채소, 견과류부터 식물을 먹고 자라는 동물에 의한 낙농 제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들 블루베리, 귀리, 오이, 오렌지, 감자, 토마토, 키위, 귀리, 커피 등도 꿀벌에 의존합니다. 뉴욕 코넬대 연구진은 "아몬드는 100%, 딸기·양파·호박·당근·사과 등은 90% 정도 꿀벌의 수분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비주얼다이브 인포그래픽 기획 l 김용호 디자이너

 

학대받고 망쳐지는 곰 세상,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던가

MBC 5부작 다큐

 

올무에 걸려 앞발이 잘려도

연어 빼앗는 불곰에게 맞아도

어미곰 움직이게 하는 모성애

 

지리산을 탈출했던 빠삐용 사례

야생동물-인간 공존 곱씹어봐야

 

우리 속에 곰 산채로 쓸개즙 뽑고

귀여운 판다 무차별로 잡은 인간

연어사냥 방해한 온난화 주범도 인간

 

김진만 피디 자연 지키려 한 다큐

곰들이 겪는 고통 전하고 싶었다

 

자연다큐 <>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왜 지구를 인간의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지난 28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문화방송)을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망쳐버린 곰 생태계를 보여주는 5부작(프롤로그 1+본편 4) 다큐멘터리인데, 예쁘고 귀여운 화면 뒤편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생명체를 학대하고 있는지 되묻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5부 내내 흐른다. 새해엔 명품 다큐멘터리 <>을 보며 새 사람으로 거듭나보자. 본격적인 이야기가 4일부터 18일까지 2~4(매주 월요일 밤 1110)에서 펼쳐진다.

 

사람의 자식사랑이 곰보다 더할까? <>을 보면서 마음이 가장 저릿해지는 대목은 모성애다. 지리산 어미곰은 올무에 걸려 오른쪽 앞발이 잘렸다. 그럼에도 험한 지리산 곳곳을 세발로 절뚝이며 다닌다. 어미곰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새끼다. 아직 어린 새끼 둘에게 먹일 먹이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성치 않은 몸으로 나무타기가 익숙하지 않은 새끼들을 훈련까지 시킨다. 그러나 이처럼 강인한 어미곰도 사고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한다. 어미곰은 올무에 걸린 지 며칠 만에 발견됐는데, 구조될 당시 뼈가 다 드러나고, 구더기가 발을 파고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친 기억 때문인지, 어미곰은 새끼곰이 행여 멀리라도 가려 하면 안절부절못한다. 빨리 곁으로 돌아오라고 이를 딱딱딱부딪혀 경고음을 낸다. 러시아 캄차카에 사는 어미불곰은 새끼에게 줄 연어를 차지하려고 자신보다 몸집이 큰 불곰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밀리고 다쳐도 끝까지 달려든다.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한해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은 100여건이 넘는다. 아동학대도 2017년 기준으로 22000여건이다. 곰보다 인간이 낫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문화방송 제공

 

술 한잔 때문에 곰 발을 잘라야 하나? 2부에선 곰에게 가하는 인간의 잔인함이 두드러진다. 베트남에서 곰은 쓸개를 가져갈 목적으로 키워진다. 마른 웅담을 살 거냐, 액체 웅담을 살 거냐 묻는 상인들의 대화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제작진은 곰 1200마리가 열악한 조건의 농장 작은 우리에 갇혀 사는 모습도 담았다. 최근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보도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잔혹함에선 곰 농장도 못지 않다. 한평생 비좁은 우리에서 지내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개액을 뽑힌다. 곰 앞발을 술에 담근 곰발바닥주가 인기를 끌면서 앞발 잃은 곰도 많다. 제작진은 단지 술 한잔을 위해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잔인함을 놀라워한다. 보기만 해도 귀여워 미칠 것 같은 판다가 멸종에 이른 가장 큰 이유도 역시 인간들 때문이다. 귀여운 외모가 인기를 끌자 무차별적으로 사냥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캄차카 반도의 쿠릴 호수의 수위가 두 배 이상 높아지자 불곰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물이 깊어져 연어사냥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먹을 게 없어진다. 김진만 피디는 인간의 욕심으로 곰들이 겪는 고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제공

 

공존의 방법을 모색한다 <>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진지하게 곱씹는다. 특히 인간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왜 인위적으로 가둬두려 했을까 고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3부에선 화제가 됐던 빠삐용사건을 톺아본다. 지리산에서 방사됐던 반달가슴곰 빠삐용은 아무도 모르게 닷새동안 90를 걸어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멋대로 이동하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다시 지리산으로 보내졌다. 그런데 빠삐용은 또 탈출을 시도했다. 본인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그는 가는 길도 기억했다. 찬반이 갈렸지만, 네발 달린 짐승에게 지리산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 결국 수도산에 재방사됐다. 곰과 인간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일본의 마을, 곰을 조상이나 형제로 여겨온 민족들도 자세하게 다룬다.

 

촬영 기간 2, 이동 거리 9, 촬영 시간 5000시간. 김진만 피디는 야생 동물과 교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카메라만 들여다보면 실제 동물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인식할 수 없는데 렌즈에 눈을 떼고 보면 거리가 4~5m밖에 안될 정도로 가까이 있을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에 대한 김 피디의 답변은 단순하지만 정답이다. “환경과 인간을 변화시키고 자연을 지키려면 다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