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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Ant story

by 이성근 2019. 2. 21.




개미 없으면 못 살아”, 식물-개미 공생 공룡시대부터

식물은 꿀물, 지방 덩이, 집 제공개미는 방어와 씨앗 확산

중생대 백악기 개미가 먼저 접근, 식물이 반응해 공생 심화

 

식물과 개미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노예가 되기도 하는 공생 관계를 이루었다. 가시의 빈 공간을 개미의 집으로 제공하는 아카시아. 코리 모로, 필드 박물관 제공

 

아름다운 봄꽃인 깽깽이풀과 현호색은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심어도 싹이 잘 나지 않는다. 김갑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팀은 개미를 통해 그 비밀을 풀었다.

 

지난해 12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이들 야생화는 씨앗 끝에 작은 지방 덩어리(엘라이오솜)를 붙여 떨어뜨린다. 털왕개미, 곰개미, 고동털개미 등은 이 씨앗을 굴로 가져간 뒤 지방만 떼어내 애벌레 먹이로 주고 씨앗은 집 안에 버린다. 식물로서는 씨앗을 다른 동물이 먹지 못하고, 먼 곳으로 퍼뜨리며, 싹 트기 적당한 곳에 묻히는 이득을 본다.

 

연구자들은 깽깽이풀과 현호색 씨앗은 미성숙 상태로 떨어진 뒤 개미집으로 옮겨져 서서히 배를 발달시켜 이듬해 봄 싹트도록 진화했다씨앗을 받자마자 바로 심는 것이 발아율을 높인다라고 밝혔다

 

꽃며느리밥풀 씨앗에 달린 지방 덩어리(흰 부분)는 개미 애벌레의 먹이가 된다. 김갑태 (2014) ‘한국환경생태학회지제공.

이처럼 지방 덩어리를 붙여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은 세계에 7711000종이 넘는다. 개미를 위한 식물의 선물 보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꽃 이외에 잎이나 가지에서 달콤한 꿀물을 분비하는 식물은 1004000종에 이른다. 50700여 종의 식물은 개미를 위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개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식물을 해치는 다른 동물을 쫓아내고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며, 꽃가루를 옮겨 주기도 한다. 밑드리개미속의 한 종은 대극과 식물에 먹이와 집을 온전히 의존해 이 식물을 떠나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자연 상태에서도 이 식물 밖에서는 이 개미를 전혀 관찰할 수 없을 정도다(관련 기사: ‘적의 적도 지켜주는 커피나무 개미의 더불어삶).

 

나무에서 전적으로 의존해 사는 쪽으로 진화한 개미. 코리 모로, 필드 박물관 제공.

 

수많은 종의 개미와 식물이 서로를 이용해 살아가도록 적응해 진화했다. 개미와 식물의 이런 끈끈한 유대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또 누가 먼저 같이 살자고 했을까. 방대한 디엔에이(DNA) 데이터와 생태학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개미와 식물 상호관계의 진화사를 추적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매튜 넬슨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 등 이 박물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1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개미 1700종과 식물 1만 속의 유전적 역사를 분석한 결과 개미와 식물의 오랜 공진화 역사는 처음 개미가 식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나중에 식물이 개미 친화적형질을 진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나뭇잎에서 개미를 위해 분비하는 꿀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미와 식물이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중생대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 공룡시대 동안 겉씨식물은 쇠퇴해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때까지 땅 위에서 먹이를 찾던 육식성 개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나무에서 새로운 식물성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개미가 식물성 먹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중생대 백악기 초이고 식물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백악기 말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으로 나무를 서식지로 삼은 것은 신생대 동안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식물은 개미가 다가온 뒤에야 반응을 시작했다. 백악기 중반에 개미에게 줄 꿀물을 분비하는 식물이 출현했고, 지방 덩이가 붙은 씨앗은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 즈음에, 식물에 개미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신생대 초로 드러났다.

 

나무에 침입한 다른 종 개미를 퇴치하는 베짜기개미 무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개미들이 먼저 식물에 둥지를 틀고 식물에서 얻은 먹이를 먹었다. 이후 식물도 꿀물, 지방 덩어리, 거주지 등 개미를 위한 특별한 구조를 진화시켰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넬슨은 일부 개미는 식물에서 먹이를 찾고 집을 지었지만 다른 개미는 식물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무에서 먹이를 찾다가, 이어 식단에 식물을 포함했고, 나중에는 나무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나무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심화시켰다.”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개미와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한 대표적인 식물인 아카시아의 가시 집 근처에 개미들이 몰려 있다. 라이언 소맥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논문은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미 가운데 얼리 어답터가 새로 등장한 나무를 탐색하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나뭇진을 맛보았고, 깍지벌레나 진딧물을 잡아먹다가 꽁무니에서 분비되는 감로를 먹기 시작해 나중에 전적으로 나무에서 먹이를 구하는 쪽으로 적응했다. 나무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는 개미가 등장하기까지 5000만년 이상 걸리는 긴 과정이었다. 18.11.29 한겨레 조홍섭

 

자기 배 터뜨리고 죽는 자폭 개미가 있다

일개미는 배 수축한 뒤 독물 뿜어 적 물리치고

병정개미는 마개 모양 머리로 바리케이드 친다

 

작은 폭발개미 3마리가 침입자인 베짜기개미를 공격하고 있다. 맨 오른쪽 개미는 폭발 직전으로 노란 독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동남아 보르네오의 열대림에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큰 나무가 서로 이어져 수관 생태계를 이룬다. 나뭇잎으로 이뤄진 이 공중 생태계의 지배자는 개미이다. ‘폭발 개미로 알려진 이 개미는 적갈색의 작고 평범한 모습이다. 커다란 턱이나, , 개미산 방출 등 다른 개미에서 흔히 보는 방어 무기가 없다. 그러나 이 개미는 이름 그대로 자신의 몸을 폭발시키는 놀라운 방어 무기를 보유한다.

 

이 개미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16년으로 100년도 더 전이지만, 최근에야 정확한 분류와 생태가 밝혀지고 있다. 앨리스 래시니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 곤충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최근의 현장 연구 결과, 이 개미가 모두 15종으로 이뤄졌으며 이 무리의 모델 종인 콜로봅시스 엑스플로덴스를 신종으로 과학저널 주키스’ 20일 치에 보고했다.

 

커다란 베짜기개미를 공격해 배가 쭈그러든 채 죽은 폭발개미.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이 신종 개미는 높은 나무의 죽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만들고 수천 마리가 나뭇잎과 나무줄기 위를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작은 일개미가 주로 이 일을 하는데, 잎 표면의 불순물이나 벌레 등을 제거하는 청소 활동과 나무줄기 위에 돋아난 이끼나 지의류 등을 턱으로 뜯는 활동에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개미는 다른 종의 개미나 절지동물 등의 침입자를 만나면 꽁무니를 수직으로 들어올려 경고 신호를 보낸다. 만일 경고가 듣지 않으면 들러붙어 물어뜯고 여의치 않으면 비장의 자폭 공격을 감행한다. 상대방을 향해 치켜든 배를 강하게 수축해 터뜨린다. 뱃속에서는 밝은 노란색의 끈적끈적하고 유독성인 액체가 튀어나와 상대방을 죽이거나 물리친다. 물론 배가 터진 일개미도 목숨을 잃는다. 이번 연구에서 방출하는 독성물질의 성분 등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연구자들은 턱 샘에서 만드는 이 찐득한 분비물에서 카레 비슷한 자극적 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침입자에게 꽁무니를 하늘로 쳐들어 경고 신호를 보내는 폭발개미.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기 무리를 지키는 행동은 흰개미나 꿀벌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흰개미나 꿀벌이 둥지를 지키려는 집단 방어 과정에서 자기희생을 한다면, 폭발 개미는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개별적으로 먹이활동을 하다가 상대방과 11로 맞설 때도 자폭 공격을 하는 점이 다르다고 연구자들은 빈 자연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마도 폭발 개미는 나뭇잎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같은 먹이 자원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로부터 영역을 지키는 것 같다라고 추정했다.

 

폭발개미 가운데 둥지 안에서 주로 지내는 병정개미. 머리로 굴의 들머리를 막아 침입자를 물리친다. 알렉스 코프친스키 제공.

 

한편,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 개미의 병정개미는 머리 모양이 마개 모양이어서 눈길을 끈다. 연구자들은 이 덩치 큰 개미가 머리를 바리케이드로 이용해 둥지로 들어오는 적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4.20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ciny A, Zettel H, Kopchinskiy A, Pretzer C, Pal A, Salim KA, Rahimi MJ, Hoenigsberger M, Lim L, Jaitrong W, Druzhinina IS (2018) Colobopsis explodens, model species for studies on “exploding ants” (Hymenoptera, Formicidae), with biological notes and first illustrations of males of the Colobopsis cylindrica group. ZooKeys 751: 140. https://doi.org/10.3897/zookeys.751.22661

 

부상 동료 구조해 치료하는 아프리카 사냥 개미

정교한 대열과 분업으로 흰개미굴 습격

경상자 골라 구조 뒤 입으로 핥아 치료

 

흰개미굴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잘린 상처를 입은 개미(아래)를 동료 개미가 입으로 핥아 치료하고 있다. 에길 프랑크 제공.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열대지역에는 흰개미만 전문적으로 잡아먹는 마테벨레 개미가 널리 분포한다. 용맹한 마테벨레 부족의 이름을 딴 이 개미는 대열을 짓는 정교한 공격 행동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 개미가 전투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구출하고 둥지로 데려와 치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테벨레 개미는 하루 24번 흰개미굴을 습격한다. 먼저 척후를 보내 흰개미굴을 확인한 뒤 수색대에 이어 본진까지 200600마리가 길고 일사불란한 대열을 이뤄 사냥에 나선다. 흰개미굴 2050앞에서 포위 형태로 대열을 바꾼 뒤 길이가 2에 이르는 큰 개미들이 굴의 장애물을 제거하면 작고 민첩한 공격 개미들이 떼 지어 몰려들어 흰개미를 죽인다. 510분 동안의 공격이 끝나면 큰 개미가 죽은 흰개미를 물고 둥지로 돌아와 식량으로 삼는다.

 

흰개미굴로 향하는 마테벨레 개미의 대열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흰개미 병정개미가 크고 강력한 턱으로 마테벨레 개미의 공격을 막고 있다. 에릭 프랑크 제공.

 

공격이 끝난 뒤 죽은 흰개미를 물고 자기 굴로 돌아가는 마테벨레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그러나 이런 사냥이 쉽고 희생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흰개미는 거대한 가위 턱으로 무장한 병정개미를 앞세워 둥지를 방어한다. 공격하던 마테벨레 개미가 죽거나 상처를 입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이 개미 집단에서 다리나 더듬이 등의 부속지를 잃은 개체는 5%에 이르고, 특히 공격 대열을 이루는 개미는 다섯에 하나꼴로 이런 장애를 안고 있을 정도다.

 

아이보리코스트에서 3년 동안 현장연구를 한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진은 지난해 이 개미들이 공격을 마치고 귀가할 때 부상한 동료를 구조한다는 사실을 밝혀 학계에 보고했다. 다리를 한두개 잃은 가벼운 부상자는 휘발성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분비한다. 구조신호를 받은 동료 개미는 부상자를 물어 굴로 데려온다. 경상자는 온전한 다리로 걷는 데 적응해 다른 정상적인 개미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전투에서 부상한 동료 개미를 살펴보는 마테벨레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경상을 당한 개미를 굴로 데려가는 동료 개미. 에릭 프랑크 제공.

 

그런데 다리를 5개 이상 잃은 중상자는 구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발견했다. 개미는 어떻게 경상자와 중상자를 구분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중상자에게 페로몬을 묻히자 구조 빈도가 높아졌지만, 최종적으로 구조되는 일은 드물었다. 연구자들은 어떤 개미를 구하고 어떤 개미는 내버려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구조자가 아닌 부상자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개미는 페로몬으로 구조신청을 한 뒤 구조자의 더듬이를 느끼면 애벌레처럼 다리를 웅크려 물어 옮기기 쉬운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중상자는 심하게 버둥거리며 제자리를 돌뿐이어서 결과적으로 구조를 방해한다. 연구자들은 중상 개미가 구조되지 못하는 것은 부상 개미 자체의 비 협력성 탓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구조해 온 부상 개미는 굴속에서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푼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1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놀랍게도 굴에 돌아오자마자 부상 개미는 응급처치를 받았다. 동료 개미는 앞다리로 부상 부위를 붙잡고 입으로 몇 분에 걸쳐 핥았다. 이런 처치를 받을 부상 개미의 10%만이 사망했다. 돌봄을 받지 못한 부상 개미의 80%가 죽은 것과 대조된다. 주 저자인 에릭 프랑크 이 대학 행동생태학자는 추정하기론 이런 행동이 상처 부위를 깨끗이 하거나 침과 함께 항생물질을 분비해 상처가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전투를 해야만 살아가는 마테벨레 개미의 구조와 치료 행동은 사회성 곤충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세계를 잘 보여준다. 에릭 프랑크 제공.

 

마테벨레 개미의 이런 행동에는 항생제 치료 여부 말고도 규명할 것이 많다. 연구자들은 개미들은 부상 부위를 어떻게 아나? 상처 치료를 언제 중단할지 어떻게 아나? 이런 행동의 목적이 감염 예방인가 치료인가?” 등의 질문을 후속 연구를 위해 제기했다.

 

동물 가운데 부상한 동료를 구조해 치료하는 종은 사람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프랑크는 개미 사회가 멋진 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한 인지나 지식 없이도 복잡하고 정교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2.21

 

진딧물 색깔은 보호색 아닌 개미 취향

한쪽 옆구리 비늘만 떼어먹는 아프리카 물고기 등 다형성 진화의 미스터리

진딧물의 색깔은 공생 협력자인 개미가 결정해포식자 결정 통념 깨

 

붉은색과 초록색이 섞여있는 꼬마수염진딧물속의 진딧물과 풀개미속의 개미. 공생 협력자인 개미가 진딧물의 색깔 구성을 좌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Watanabe et al. Sci. Adv. 2016

 

다형성(polymorphism)’이란 생물학 용어가 있다. 한 종 가운데 여러 형태의 개체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또 어떻게 그런 상태가 유지되는지는 논란거리다.

 

아프리카 동부 탕가니카 호수에는 아주 독특한 식성을 지닌 물고기가 산다. 다른 물고기 뒤로 슬그머니 접근해 옆구리의 비늘을 떼어먹는 페리소두스 속 물고기가 7종이나 있다.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뜯어먹는 쪽으로 전문화한 시클리드인 페리소두스 미크로레피스 종. Henrik Kusche

 

이 물고기는 입이 한쪽으로 비뚠 구조로 진화해 쉽게 드러낸 이로 상대의 옆구리를 물어뜯기 쉽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입이 오른쪽으로 비뚤어진 개체와 왼쪽으로 비뚤어진 개체가 한 종 안에 분포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미치오 호리 일본 와카야마 의대 생물학자가 탕가니카 호에서 11년 동안 비늘을 떼어먹는 물고기를 채집하면서 조사한 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스> 199349일 치에 실렸다. 그는 여기서 다형성이 확률 의존 선택에 의해 나타남을 현장 데이터로 증명했다.

 

페리소두스 미크로레피스란 물고기는 비뚤어진 방향이 오른쪽인 형질과 왼쪽인 형질을 모두 갖고 태어나는데, 멘델의 완두콩처럼 오른쪽 형질이 왼쪽 형질보다 우성이다. 오른쪽으로 기운 입을 가진 물고기는 언제나 상대의 왼쪽 옆구리를 공격하고, 왼쪽 입으로는 늘 오른쪽 옆구리를 물어뜯는다.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뜯어먹고 사는 종인 페리소두스 미크로레피스의 오른쪽으로 기운 입(오른쪽)과 왼쪽으로 기운 입을 한 개체. 각각 한쪽 방향으로만 공격할 수 있다. A Meyer

 

공격당하는 물고기 처지에서 보면, 처음엔 주로 오른쪽으로 비뚤어진 입을 가진 포식자가 많으니 왼쪽 뒤를 조심한다. 시간이 가면 당연히 공격 성공률은 떨어진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왼쪽으로 비뚤린 입을 타고난 포식자는 상대가 방심하는 오른쪽 배를 공격할 수 있어 먹이를 넉넉히 확보하고 자손이 번성할 것이다. 그러나 점차 왼쪽 비뚤린 입을 가진 물고기가 늘어나면 다시 처음 오른쪽 비뚤린 입을 지닌 물고기처럼 먹이 확보가 힘들어질 것이다.

 

호리의 조사 결과 11년 동안 이 물고기 가운데 오른쪽과 왼쪽으로 기운 입을 지닌 개체는 반반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균형은 5년에 15%씩 진동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왼쪽으로 기운 입을 가진 개체가 늘어나면 피식자들은 오른쪽을 더 경계하게 되고 그 결과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면 다시 오른쪽으로 입이 기운 포식자가 득세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무당거미. 사진처럼 다양한 줄무늬가 있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환경에 따라 검은 빛깔을 띠기도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다형성의 원인으로는 이 밖에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포식자의 포식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도 설명한다. 무당거미 가운데 초록·검정··노란빛 줄무늬를 한 개체와 검은 개체가 있는 것은 환경요인이다. 다채로운 색깔은 자외선을 잘 반사해 먹이 곤충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고 검은색은 햇볕을 잘 흡수해 추운 날씨에도 견디게 해 준다.

 

포식자가 다형성을 이끄는 사례는 민수염진딧물속에서 보인다. 이 진딧물에는 붉은색과 초록색 두 가지가 있는데, 무당벌레는 붉은색을, 기생벌은 초록색 진딧물을 즐겨 잡아먹는다. 두 종류의 포식자가 이 진딧물 색깔 비율을 조절한다.

 

다형성의 원인에 관한 이제까지 없던 가설이 나왔다. 포식자가 아니라 공생하는 협력자가 다형성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개미와 진딧물은 대표적인 공생 관계이다. 그러나 개미가 진딧물의 색깔 변이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Ryota Kawauchiya

 

사오리 와타나베 일본 홋카이도대 생물학자 등 일본 연구자들은 8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진딧물의 색깔 분포가 공생자인 개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진딧물과 개미의 공생은 잘 알려져 있다. 진딧물은 식물에서 즙을 빨아 먹고 자신을 포식자로부터 지켜 주는 개미에게 단물을 분비해 보답한다. 쑥에 서식하는 꼬마수염진딧물속 진딧물에는 붉은색과 초록색 개체가 섞여 있다.

 

이 진딧물을 돌보는 것은 풀개미속 개미이다. 이 진딧물은 보호 개미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개미를 떼어놓으면 진딧물은 곧 사멸하고 만다. 돌보는 개미 수가 많을수록 진딧물은 번성한다.

 

연구자들이 색깔이 여러 비율인 진딧물 집단으로 실험을 했더니 붉은색이 전체의 65%일 때 돌보는 개미 수가 가장 많았다. <사이언스 어디밴시스>이 연구결과는 다형성이 포식자가 아닌 공생자 상대 때문에 이뤄진 첫 사례라고 밝혔다.

 

진딧물은 양질의 당분을 분비해 개미의 보호를 받느냐, 아니면 더 많은 에너지를 번식에 기울여 자손을 늘리느냐의 딜레마에 빠진다. Sanjay Acharya

 

개미가 어떻게 진딧물의 색깔 분포를 결정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앞의 비늘 먹는 물고기 사례에서처럼 두 색깔의 진딧물 사이에 동적인 균형을 이루는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개미가 그 과정을 주도할 것으로 추정했다. 개미는 그저 수동적으로 진딧물 꽁무니에서 단물을 빨아먹지는 않는다. 농도가 진한 양질의 단물을 생산하는 진딧물을 잘 보살피지만 생산량과 질이 떨어지는 진딧물은 잡아먹어 버린다. 가축을 기르는 농부와 비슷하다.

 

진딧물 처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양질의 단물을 생산하려면 번식에 지장을 받는다. 예컨대 번식력이 왕성한 한 가지 색깔의 진딧물이 전체 무리를 장악한다면 단물의 질이 떨어져 개미로부터 버림을 받고 무리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연구자들은 양질의 단물을 생산하는 초록 진딧물과, 번식력이 뛰어나지만 단물의 질은 떨어지는(그리고 쑥의 개화를 막아 진딧물의 월동을 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붉은 진딧물 사이에 개미가 동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6.9.8

 

큰 먹이 옮기는 개미떼, 새내기가 이끈다

'앞에선 끌고 뒤에선 들고', 지휘자 없어도 몸집 수백배 먹이 굴로 운반

획일적 집단이지만 새내기 정보에 유연하게 반응이 비결개별 지식 증폭

 

자기 몸집보다 수백배 큰 먹이도 개미는 너끈히 집으로 끌고 간다. 그 비결은 일사불란한 집단주의와 함께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연성이다. 사진=오퍼 파이너만

 

개미는 집단의 힘을 모아 자기 몸보다 수백 배 무거운 먹이를 집으로 옮긴다. 그런데 누군가의 일관된 지휘도 없이 어떻게 개미는 먹이를 집으로 운반할 수 있을까. 집단의 힘을 모아 무거운 물체를 원하는 장소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은 개미 말고는 사람만이 지니고 있다. 이런 수수께끼를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풀었다.

 

오퍼 파이너만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박사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길이 2~3의 긴뿔미치광이개미 무리가 자기 몸무게의 350배인 고리 모양의 먹이를 어떻게 둥지로 옮기는지를 비디오로 촬영해 각 개미의 움직임과 기여도 등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이 실험에 사용한 고리 모양의 먹이. 사진=오퍼 파이너만

 

그 결과 개미들은 무리의 움직임에 순응하는 획일성과 함께 새로운 정보를 지닌 새내기 개미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유연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가 먹이를 옮기는 힘은 주로 큰턱으로 물어 당기는 데서 나온다. 미는 개미는 거의 없다. 연구자들은 먹이의 앞 부분에서 뒷걸음을 치며 끄는 무리가 주력이고 반대쪽에서 먹이를 물어 들어올리는 무리가 이들을 보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앞에선 끌고 뒤에선 든다.

 

집채 만한 먹이에 들러붙어 저마다 힘을 쓰는데, 아무도 방향을 일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모두가 힘을 쓰는데 먹이는 제 자리에 머물거나 빙빙 도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일은 개미 사회에서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실험 모습. 연구자들은 개미 각 개체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했고 이론 모델을 이용해 이를 분석했다. 사진=오퍼 파이너만

 

연구자들은 그 비결이 작업 대열에 새로 끼어든 새내기 개미의 구실에 있음을 밝혔다. 새로 온 개미는 집이 어디인지를 잘 안다. 이 지식으로 무장한 새내기 개미는 주력대열에서 먹이를 끄는데, 무리의 다른 개미들은 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방향을 돌린다. 큰 먹이를 끄는 개미 무리가 배라면, 동력을 제공하는 건 전체 개미이지만 키를 돌려 제 방향으로 이끄는 건 새내기 개미인 셈이다.

 

문제는 새내기 개미의 참신한 지식은 곧 수명을 다한다는 점이다. 실험에서 그 시간은 몇 초 동안에 지나지 않았다. 무리를 이끄는 능력을 잃은 개미는 차츰 주력 대열에서 빠진다. 하지만 곧 새 지식으로 무장한 새내기 개미가 들어와 관성으로 움직이던 무리를 굴 쪽으로 틀어간다.

 

연구자들은 먹이를 옮기던 개미가 하나 둘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소량의 정보를 갖춘 개미가 지속적으로 채우면서 전체 무리의 방향을 둥지 쪽으로 잡아나간다.”라며 영향력 있는 개체는 큰 먹이를 홀로 움직일 힘이 없기 때문에 무리가 그 지식을 증폭하는 일을 해 주는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개미가 자기 몸의 350배 이상 되는 먹이를 옮기는 모습. 검은 화살표가 굴의 방향이고 푸른색은 주력 개미가 끄는 방향이다. 운반에 참여한 개미에는 노란색 고유번호가 미참여 개미에는 흰색 번호가 매겨 있고 이들의 최근 이동경로가 표시돼 있다. 사진=오페르 파이너만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개미가 먹이를 굴로 운반한 여러가지 경로. 굴곡이 있지만 제 방향을 잡아간 모습을 보인다. 잣대는 10. 그림=오페르 파이너만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자들은 또 획일주의는 혁신 부족과 적응 실패를 낳아 집단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진다.”라며 이 개미는 집단의 능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획일주의와 개인성의 균형을 끊임없이 맞춰간다.”라고 밝혔다.

 

몸집이 작아 늘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옮겨야 하는 개미는 그 한계를 이기기 위해 집단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집단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건 획일주의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