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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문어

by 이성근 2019. 1. 31.


세계적 문어 양식 붐,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 우려 커

성장 빠르고 가격 비싸지만 단조롭고 지루한 사육환경 안 맞아



우리나라 등에서 양식 연구가 한창인 참문어.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며 돌문어라고도 불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광어나 연어처럼 문어도 양식하려는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문어는 하루에 몸무게의 5%가 느는 등 성장이 빠르다. 12년 안에 수십만 개의 알을 낳고 짧은 삶을 마쳐, 성숙할 때까지 오래 기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사료의 3060%가 몸무게 증가로 연결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데다 미식 시장의 확대로 가격도 비싸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14년 동해안에 서식하는 대문어의 유생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임신한 어미를 포획해 사육장에서 산란하게 한 뒤 알에서 깨어난 유생을 일정 기간 길렀다. 최근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이렇게 기른 어린 대문어를 방류하기도 했다. 남해안에 서식하는 참문어도 제주에서 인공 종자 방류 사업을 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문어를 알에서 성체까지 기른 곳은 없다.

 

부화 직전 대문어 수정란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스페인으로, 참문어를 육상과 바다에서 시험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도 닛스이 등 민간기업이 인공부화에 성공해 2020년 양산할 계획을 밝혔고, 중국은 문어 8종의 양식을 실험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활용하는 연구도 벌어진다.

 

서로 잡아먹는 외톨이 포식자

문어의 대량생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문어의 생물학적 특징이 양식에 잘 맞지 않는다. 문어는 무리 지어 사는 초식동물이 아니라 자기 영역을 지키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포식자다. 밀집해 기르면 서로 잡아먹는 공격성을 보이고, 살아있는 먹이를 먹어 사료 확보가 어렵다.

 

그 결과 유생이 새끼 문어로 자랄 때 생존율이 극히 낮다. 김태호 전남대 교수(해양생산관리학)팀이 해상 가두리에서 실험한 결과 한 달 동안의 생존율은 튜브형 가두리에서 8%, 은신처를 설치해 운동성과 사회성을 고려한 집단형 가두리에서 20%에 불과했다.

 

알에서 깨어난 대문어 유생. 높은 사망률과 먹이 확보가 양식의 주요한 기술적 난제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그러나 양식의 기술적 한계는 문어 양식이 지닌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문어 양식이 지속가능성과 동물 복지에 타격을 주는 큰 실수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제니커 자케 미국 뉴욕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과학과 기술 이슈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문어는 윤리적·생태적 이유로 사육과 대량생산에 특히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문어의 문제풀이 능력,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무늬 바꾸기, 포식자 상어 회피하기, 사람 알아보기, 장난 즐기기, 물고기와 협동적 사냥 하기, 5달까지 이어지는 기억력 등 복잡한 행동을 한다며, 이는 정교한 신경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동물을 과연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세계적 양식 움직임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문어를 집약적으로 양식할 때 높은 사망률, 공격성 증가, 기생충 감염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문어란 동물이 애초 단조로운 사육환경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문어는 인지적 자극과 탐색 기회를 원한다. 그러나 집단사육 환경은 문어를 지루함과 좌절감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고 심각한 동물 복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부유한 일본, 한국 꼭 양식해야 하나

 

동해안에서 포획한 대문어. 참문어보다 훨씬 크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문어가 육식성이란 점은 새로운 환경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연어, 송어, 새우 양식처럼 문어의 먹이로 쓸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을 다량 잡아야 해 남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로 인한 수질 오염, 항생제 남용, 자연 서식지 파괴 등 부작용도 고스란히 되풀이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문어 주요 소비국인 일본, 한국, 지중해 국가 등이 식량문제를 겪지 않는 부유한 나라라며 이런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양식을 꼭 할 필요가 있나라고 물었다.

문어는 세계에 약 300종이 살며 그 가운데 100종 이상을 잡는다. 연간 잡는 양은 35t에 이르는데, 중국이 전체의 3분의 1을 잡아낸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 한국, 지중해 북부(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이며 미국과 호주의 수입도 늘고 있다. 최근 시장 확대와 남획·자원 고갈로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cquet, Jennifer, Becca Franks, Peter Godfrey-Smith, and Walter S?nchez-Su?rez. “The Case Against Octopus Farming.” Issues in Science and Technology 35, no. 2 (Winter 2019): 37?44. https://issues.org/the-case-against-octopus-farming/

[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수산과학원, 동해 대문어 이동경로 등 생태정보 추적

국립수산과학원이 동해안 특산종인 대문어의 이동경로 등 생태정보를 얻고자 올해도 표지 추적을 벌인다. 수산과학원은 29일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저도어장에서 둥근 모양의 표지를 부착한 대문어를 방류한다고 28일 밝혔다.  

수산과학원은 2014년부터 표지를 부착한 대문어를 방류하고 나서 포획된 개체의 서식장소와 수심 등을 통해 이동경로와 같은 생태정보를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3차례에 걸쳐 방류한 423마리 가운데 32마리가 포획된 바 있다. 방류 후 15개월 지난 개체의 경우 몸무게가 4.2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과학원, 동해 대문어 이동경로 등 생태정보 추적 

수산과학원은 어민들이 표지가 붙은 대문어를 잡으면 동해수산연구소로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문어는 동해안에만 사는 특산종으로 큰 대형종으로 최대 3m, 50까지 성장한다.

 

남해와 서해에 서식하는 참문어는 최대 60cm, 4.2으로 대문어보다 훨씬 작다. 대문어 어획량은 19975500t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해 최근에는 4t에 불과하다. 2012년에 자원회복대상종으로 지정됐다. lyh9502@yna.co.kr

 

대문어 산란·서식장 조성 50억원 투입

강릉시가 연곡면 영진리 해역 일원(180)에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10억원씩 모두 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대문어 산란·서식장 조성사업을 추진한다.이번 사업은 해양수산부에서 자원회복 및 관리가 시급한 대상종을 선정,총사업비 가운데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릉시는 대문어 산란·서식장 조성을 위해 지난해 기본용역을 실시하고 연말에 국비 지원을 신청,최종 사업지로 선정됐다.

 

시는 올해부터 영진리 연안 해역에 대해 생태 및 어획 조사 등을 실시하고,인공어초 및 구조물을 활용해 대문어 산란·서식공간을 연차적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사업이 완료되면 어업인 의견을 모아 영진리 사업해역을 대문어 관리 수면으로 지정하는 등 수산자원의 지속적 이용가능 공간으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19.1.29 강원도민일보

 

문어

giant octopus / giant north pacific octopus

대팔초어(大八稍魚), 팔초어(八稍魚), 팔대어(八大魚)

학명 Enteroctopus dofleini

이칭/별칭 미즈다코(일본어명), 방언-물꾸럭(제주도), 피문어(여수, 고흥, 장흥, 보성), 문에(양양, 강릉)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난대·온대 연안에 분포한다. 얕은 곳으로는 물이 빠져 웅덩이만 남는 조간대부터, 심해까지 다양한 문어가 분포한다. 흔히 알려진 문어들은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의 구멍 등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갑각류·조개 혹은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 먹는다. 다른 것도 먹는데 자기들까지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심해에 사는 대형종은 소형 상어도 먹는다

  대문어(피문어)                                                 참문어(돌문어. 왜문어)                       발문어 (동해안 낙지문화)

   

문어는 종에 따라 크기가 다양하다. 가장 큰 문어종은 자이언트 태평양 문어(Giant Pacific Octopus, Enteroctopus dofleini)이며 다리폭이 보통 3-6 m에 달하며, 기네스에 오른 최대 길이는 거의 10 m에 육박한다. 반면에 가장 작은 문어[1]는 성체임에도 불구하고 3 cm도 채 되지 않는다.

 

문어는 다리 8개가 있으며 다리에는 빨판이 열주해 있다.[2] 여덟 다리는 머리에 직접 붙으며 방사상으로 배치되는데, 여덟 다리가 모두 만나는 곳에는 부리입이 있다. 다리 반대쪽 머리에는 둥그런 몸통이 있으며 몸통은 두터운 조직(mantle) 한 겹으로 덮여 있다. 머리 부근에는 물을 뿜는 수관(siphon)이 놓여 있고[3] 그 근처에는 물을 흡입하여 몸통에 들어있는 아가미로 보낼 수 있도록 표피와 몸통 사이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머리 안에는 제법 크기가 큰 뇌가 있으며, 몸통 중 머리에서 먼 부분에 심장''이 있다. 문어의 심장은 하나가 아니라 세 개인데, 하나는 몸통에 산소를 공급하는 반면 나머지 둘은 아가미 및 다리에 피를 공급한다.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문어의 몸통 내부에는 먹물통이 있다. 문어 먹물에는 멜라닌이 다량 포함되어 검은색을 띠며, 천적의 감각을 교란시키는 물질도 섞였다. 종에 따라서는 독극물이 함유되기도 하여, 도주하거나 연막을 펼쳐야 할 때, 수관을 통해 분사한다. 한편, 문어 피는 헤모시아닌을 기반으로 하며, 이에 따라 푸른색이 특징이다.[4]

 

문어의 머리 양쪽에는 눈이 있는데, 해양동물답게 고도로 발달된 카메라식 구조이다.[5] 문어의 눈은 외양상 길쭉한 동공이 발달한 것이 특징적인데, 간혹 이 때문에 눈을 감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문어 눈은 움직임이 뛰어난데, 눈을 굴림이 가능하며, 몸이 다른 방향으로 누웠을지라도 홍채를 수평하게 배열할 수 있다. 게다가 편광을 감지[6]하므로, 투명한 새우나 해파리와 같은 사물도 쉽게 간파한다. 다만 문어 눈은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는 잘 보지 못하는 근시이며, 보통 약 2-3 m 너머 사물은 잘 분간하지 못한다.

 

문어 다리는 여러모로 독특하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문어 다리는 매우 유연하며 독립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사실 문어는 뉴런(neuron)2/3 가량은 다리에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움직임들, 즉 탐색이나 물체를 움켜쥠 등은 굳이 머리에서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문어 다리에는 여러 '빨판'들이 1~2줄로 열주했다. 다리 길이가 끄트머리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만큼, 문어 빨판 크기 역시 제각각인데, 보통 문어 다리의 몸통 쪽 1/3 지점에 가장 큰 빨판들이 배치된다. 빨판 개수는 문어의 크기에 달렸지만, 가장 큰 자이언트 태평양 문어의 경우 2000개에 육박하기도 한다. 문어의 빨판은 일반적으로 오징어 종류의 빨판에서 발견되는 "이빨"이 없이 매끈하다.[7] 그러나 문어의 빨판 역시 흡착력이 대단해서, 단순 덧셈상 큰 문어가 빨판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는 1톤이 넘어선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 빨판이 보여주는 놀라운 흡착력은 신기술 개발에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일례로,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모방한 문어 빨판을 개발하여 네이쳐에 보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문어의 빨판에는 화학수용기가 달려있는데, 이 말인 즉슨 문어는 빨판을 통해 맛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섬세한 감각을 통해 문어의 빨판은 자신의 몸을 구별하므로 문어는 다리끼리 엉키거나 들러붙지 않는다.

 

한편, 수컷 문어는 암컷 문어에 비해 빨판의 개수가 적다. 이는 수컷 문어의 다리 중 하나에 빨판이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두족강에 속하는 만큼, 수컷 문어는 빨판 대신에, 정액낭이 포함된 생식기가 다리 끄트머리에 놓여 있으며 생식기가 달린 다리는 오른쪽 세 번째 다리이다. 이 다리는 교접완(Hectocotylus, mating arm)이라고 하는데, 수컷 문어는 교미시 이 교접완을 암컷 문어의 몸통 안쪽으로 집어넣어 정액낭을 몸 안에 건네게 된다.

 

뇌는 그 절대적인 크기만 보면 인간의 1/600 사이즈지만, 사실 무척추동물을 통틀어 크기 대비 뇌 용량이 가장 크다[19]. 그에 걸맞게 문어는 바다의 현자라 불릴 만큼 영리하다. 주변 움직임을 흉내, 모방을 할 수 있으며, 높은 사고능력,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더러 장난도 친다.[20] 지능을 잴 만한 척도가 없어 모두 추정치이지만, 지능이 개 수준은 된다고 판단하는 학자도 있다. 또한 이 지능과 색채변화를 이용한 위장술은 아주 뛰어나다. 비슷하게 위장술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색깔의 변화를 위장이나 의태로 사용하지 않는 카멜레온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1] 종명: Octopus wolfi

[2] 문어의 다리 중 2개가 사실상 팔의 역할을 나머지 6개는 다리로서 기능한다는 주장도 있다.

[3] 일부 사람들은 이 수관을 입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4] 철로 구성된 헤모글로빈은 붉은색 구리로 구성된 헤모시아닌은 푸른색을 띈다.

[5] 카메라 눈이라 부르는 이러한 눈은 해양생물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며, 눈의 기능 자체만 보면 오히려 척추동물의 눈이 더 비효율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맹점이다. 문어는 시신경이 망막 뒷쪽에 있어서 맹점이 없다. 다만 충격의 내구성은 맹점이 있는 척추동물의 구조가 더 좋다고 한다. 이는 진화론의 중요한 증거이기도 한데 적자생존의 매우 훌륭한 예로 자주 쓰인다. 효율적인 구조가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오래 남는 구조가 오래 남게 된다는 중요한 예로서 지적 설계론을 반박할 때 자주 쓰인다.

[6] 이는 오징어도 마찬가지다.

[7] 구조가 다른 만큼, 그 기능도 조금 다른데, 문어 빨판은 흡착에 가깝지만, 오징어 빨판은 움켜쥐는 것에 가깝다.

(위키위키)

 

문어· 참문어(왜문어)는 모두 수산자원으로 중요한데 문어는 주로 트롤로, 왜문어는 문어단지나 통발로 잡는다. 왜문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종류로서 1975년의 생산량은 1만 톤이 넘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문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의 37고을의 토산물로 되어 있어, 예전에도 동해와 남해에서 다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어지(佃漁志)에는 단지를 던져 문어를 잡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보통 문어를 잡는 데는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 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 속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단지 한 개에 한 마리가 들어간다.”고 하였다.

 

문어의 조리법과 약효를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성이 평()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먹어도 특별한 공()이 없다.”고 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문어[ 文魚 ]

문어는 연체동물, 두족강, 팔완목으로 주꾸미·낙지와 함께 다리()가 여덟이고 오징어·꼴뚜기들은 다리가 열 개인 십완목이다. 문어와 관련해서는 "여덟 가랑이 대 문어같이 멀끔하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무엇이 미끈미끈하고 번지르르하거나 생김생김이 환함을 이르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기업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문어발 경영'이라고도 한다. 문어는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왜문어(Octopus vulgaris)이며, 문어 중에서 제일 큰 놈은 '거대태평양문어(giant pacific octopus)'로 체중이 15킬로그램, 벌린 팔의 길이가 4.3미터나 된다고 한다.

 

문어는 주로 해조류가 그득 있는 암초 지대에 살며, 뼈가 없는 말 그대로 '연체'라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좁은 틈에도 기어든다. 또한 소라(고둥)를 깨어 먹을 정도로 날카로운 앵무새 부리를 닮은 키틴질의 부리(이빨)가 팔의 중앙부에 있어 물리면 다치고, 특히 열대 종인 푸른점문어(blue-ringed octopus)의 침(타액)에는 맹독성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있어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바다의 카멜레온'이라 불리는 야행성인 이 동물은 몸 빛깔이 대체적으로 적갈색 또는 회색인데, 살갗의 색소포(chromatophore)에는 노랑, 빨강, 갈색, 귤색, 흑색 등의 색소가 들어 있어 자극을 받거나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붉으락푸르락 제 맘대로 체색을 바꾼다.

 

또한 근육을 자유자재로 또르르 말고, 주르르 펴서 가시 돌기를 만드는가 하면 해초 꼴이나 울툭불툭 바위 모양도 만들어 내고, 또 너부시 엎드려 죄다 무서워하는 바다뱀이나 장어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새우와 게(갑각류)나 고둥, 조개(연체동물)를 먹으며 갯지렁이도 주된 먹잇감인데, 먹이를 잡아 집으로 가져가 먹는 습성이 있어 이들의 집 앞에는 조개껍데기가 널려 있다. 또한 먹이를 잡으면 제일 먼저 침을 집어넣어 마비시킨 다음에 부리로 뜯는데,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조개는 부리로 조가비에 구멍을 뚫어 거기로 독을 집어넣어 두 껍데기가 열리면 살을 뜯는다.

 

이들이 몸을 보호하는 작전은 여럿이다. 위장하고, 몰래 숨고, 경계색으로 겁주며, 안 되겠다 싶으면 멜라닌(melanin)이 주성분인 먹물을 뿜어 상어 같은 천적의 후각기를 마비시켜 추격을 피한다. 또 바로 눈앞에서 발각되어 오도 가도 못 할 최악의 지경이면 도마뱀처럼 제 다리를 스스로 잘라 주고 내뺀다. 이를 자절(自切)이라 한다.

 

그리고 제 패거리끼리 서로 헐뜯고 비방함을 일러 "문어 제 다리 뜯어먹는 격"이라고 하는데, "갈치가 제 꼬리 베 먹는다"와 같은 속담이다. 실제로 문어는 몹시 주리면 제 다리도 끊어 먹는다고 한다.

 

문어 발에 붙은 빨판(suction cup)은 달라붙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맛을 보기도 한다. 이 빨판을 흉내 내어 만든 주방기구가 바로 흡착행거다. 문어는 미로 실험에서 무척추동물 중에 지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주 복잡한 신경계를 가졌지만 그중 일부만 뇌에 있을 뿐 온 전신에 퍼져 있어서, 다리도 뇌의 명령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극에 반응한다.

 

그러니 걸핏하면 아픔을 덜 타는 제 다리도 잘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신경도 1밀리미터로 굵어서 신경생리학 실험 자료에 단골로 쓰인다.

 

번식을 할 때는 교접완 또는 생식완이라 부르는 오른쪽 셋째 다리 끝에다 정포(정자를 모은 덩어리)를 얹어 암컷의 외투강(몸 안)에 넣어 준다. 암놈은 내처 2~10만 개의 수정란을 수심 13~30미터의 바위 틈새 등 후미진 곳에 몇 날 며칠을 걸려 소복이 붙인다. 그런 다음 어미는 어디 가지 않고 눈을 치뜨고 주변을 맴돌면서 알을 지키며, 기다란 발을 설렁설렁 흔들어 산소가 많은 물을 흘려 준다. 문어의 지극하고 끔찍한 모성애가 아닐 수 없다!

 

이러기를 내리 수개월을 이어 가는데 아비는 짝짓기하고 얼마 후에 죽고, 몸이 지칠 대로 지쳐 핼쑥하고 눈까지 거슴츠레해진 어미는 부화와 동시에 깔축없이 시나브로 죽고 만다. 몸은 죽어도 이렇듯 새끼를 남기는 것이 영생하는 길임을 문어는 알고 있는 것이다. 문어의 눈은 아주 크고 무척 발달하여 척추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눈동자가 가로로 짜개졌다.

 

문어 잡이는 통발도 쓰지만 주로 '문어 항아리'를 사용한다. 이것은 문어가 은신처를 찾아드는 본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20~50미터 깊이에 빈 항아리 여럿을 줄줄이 매달아 떨어뜨리고 하루나 이틀 후에 배로 끌어올린다. 물고기들은 항아리가 움직이면 도망가지만 문어는 더욱 옹송그리고 벽에 찰싹 붙으니 들었다 하면 백발백중이다. 그런데 단지가 아무리 커도 딴 놈은 얼씬도 못 하기에 딱 한 마리씩만 들었다.

 

문어를 살짝 데쳐 어슷썰기로 삐져1) 대니, 둘레에 붉은 가는 테를 한 순백의 넓적한 살점을 초고추장이나 기름소금장에 찍어 먹는 문어숙회는 그야말로 별미다. 일본 사람들은 초밥이나 타코야끼에 쓴다(타코는 낙지·문어를, 야끼는 구움을 뜻한다). 그러나 앵글로색슨계 사람들은 '악마의 고기'라 하여 기피하며, 요리 천국인 중국에서 오히려 문어 요리가 드문 것도 이상스럽다.

 

흔히 둥그스름하게 사람 머리를 닮았다 하여 '문어 머리'라 부르는데 그것은 결코 머리가 아니라 먹통 등의 내장이 든 '몸통'이다. 그리고 '먹물' 하면 배움이 많은 사람이나 글을 잘 쓰는 이를 이르는 말이 아닌가. 아무튼 '문어 머리에 먹물이 들었으니 글도 잘할 것이라' 하여 '문어(文魚)'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아주 고상한 이름의 소유자가 바로 문어로다.

[네이버 지식백과]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2015. 7. 25., 을유문화사)

 

 

문어와 交感 통해 생명·사랑을 생각하다



문어의 영혼 /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건강과 음식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 그가 3개월 전쯤 자신의 트위터에다 뜬금없이 앞으로 문어를 먹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왜 그랬을까. ‘문어 금식 선언뒤에 붙은 팰트로의 설명. “문어는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똑똑한 존재다. 뇌 신경세포가 인간보다 더 많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너무 놀라 문어 먹는 것을 중단했다.”

 

실제로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뇌를 가졌다. 인간보다 유전자가 1만 개나 더 많다. 똑똑한 생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그의 주장은 그렇다면 멍청한 생물은 마구 먹어도 된다는 얘기냐는 힐난조의 질문으로 되돌려줄 수 있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문어를 먹지 말자고 부추기거나 문어를 먹는 사람을 비난한 것도 아니니 문어를 먹고 안 먹고는 그냥 그의 선택일 따름이다. 아무런 근거가 없긴 하지만 문어를 먹지 않겠다는 그의 선택은 어쩌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동물과의 교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논픽션 작가인 이 책의 저자가 돌고래, 돼지에 이어 정서적 교감과 탐구의 대상으로 선택한 생물이 바로 문어다. 왜 하필 문어일까. 비슷한 점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인간이 문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문어는 여러모로 논쟁적인 생물이다. 문어는 그의 천적으로 알려진 대왕오징어와 함께 서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흉측한 괴물의 상징이었다.

 

한국에서는 검은 먹물을 뿜는다고 해서 글월 문()’자의 제법 격조 높은 이름을 얻긴 했지만 부녀자를 겁탈해 애를 배게 한다는 따위의 설화가 전한다.

 

한편으로 문어는 세계 각국에서 즐기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문어는 삶아서, 문어의 사촌격인 낙지는 생으로 먹는 게 일상이다. 서구에서는 우리처럼 낙지를 생으로 먹지는 않지만, 잘 삶아서 썰어낸 문어를 즐기는 건 마찬가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양의 해저에서 흐느적거리며 점액질처럼 흘러내리는 기괴한 문어와 얌전히 조리돼 식탁 위에 올려진 입맛 당기는 문어는 이미지가 이처럼 전혀 다르다.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의 문어 옥타비아가 10대 자원봉사 소녀 애나를 포옹하고 있다. 애나는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글항아리 제공

 

 

저자는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을 2년 동안 드나들면서 세 마리 문어(각각 이름을 갖고 있다)와의 교감을 시도한다. 문어에게 자신의 팔을 내주고 빨판의 감촉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 교류는 점점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알게 된 건 문어가 매우 영리하다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친숙한 사람을 환영한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자신에게 잘 대해준 사람을 기억해 친근하게 굴고, 먹이를 주지 않는다며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 가끔 물벼락을 쏟아내는 장난도 쳤다. 문어가 지능이 있는 생물만이 가진 유희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문어와 교감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문어의 의식과 정신에 대해 다루고, 문어의 생태와 습성을 연구한 다양한 자료를 풀어놓기도 한다. 책은 줄곧 인간의 쓸모로서가 아니라 문어 자체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이 종래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맨 앞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그 질문이란 형태도, 감각도 전혀 다른 생물의 의식과 정신을 짐작하는 게 맞는 일일까에 대한 것이다. 그걸 의심해서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문어에 대해 알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 개나 고양이가 될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개나 고양이의 의식과 정신을 짐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과 문어와의 교감을 다룬 이 책의 기상천외한 시도가 재미를 넘어 묵직하게 다가오는 건, 우선 시종 진지하게 문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저자의 문장과 함께 수족관 문어들의 삶이 아쿠아리움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흐릿하게 겹쳐지기 때문이다. 쇠약해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르는 문어와 난치병을 앓는 아내를 돌보는 사육사가 교감하고, 자살한 친구의 일로 고통스러워하는 자원봉사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 알을 낳고 죽어가는 문어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머릿속에 위장이 있고 발에 생식기가 달린 문어도 고유한 의식을 갖춘 존중해야 할 영혼이며, 다른 생명체를 느끼고 알고 사랑한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게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저자가 얻은 결론이다. 문어의 미끈거리는 점액질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어볼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화일보 박경일 기자

 

완두콩보다 작은 초미니 새끼 문어

 

새끼 문어의 발견 당시 모습

하와이 해변에서 발견된 초소형 새끼 문어의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AP통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화제가 된 새끼 문어는 3개월 전 하와이 주 하화이섬 카일루아코나 인근의 칼로코·호노코하우국립역사공원 소속 생태학자들이 발견한 것으로, 성인의 새끼손톱보다 작은 앙증맞은 크기가 특징이다.

 

당시 해당 공원 소속 생태학자인 샐리 비버스는 연구를 위해 관찰 중인 산호초 주변을 청소하던 중 바다에서 끌어올린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새끼 문어를 발견했다.

 

완두콩 또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이 문어는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다가 우연히 물 위로 건져 올려졌고, 전문가들은 이것이 학명 ‘Octopus cyanea’ 또는 ‘Callistoctopus ornatus’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낮 문어’(Day octopuses)라고도 불리는 Octopus cyanea는 성체 다리 길이가 80까지 자라는 반면, ‘밤 문어’(Night octopuses)는 최대 2m까지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앙증맞고 귀여운 몸집의 새끼 문어의 사진은 3개월 전에 공개됐지만, 이번 주 초 미국 국무부가 SNS를 통해 해당 포스트를 공유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최초로 이를 발견한 비버스 박사는 일반적으로 새끼 문어는 태어난 뒤 수 개월 동안 통나무나 떠다니는 쓰레기 더미 아래에 숨어 자란다면서 처음 이를 바다에서 건져올렸을 때, 새끼 문어는 사람들을 향해 먹물을 찔끔 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이를 본 네티즌들은 "새끼 문어가 이렇게 작고 귀여울 줄은 몰랐다", "이런 해양 생물들을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신문

 

거대한 대왕문어가 카메라를 잡아당겼다

애니멀피플] 김지현의 독도 아리랑

호기심이었나, 카메라에 다리를 붙여 굴로 끌어들였다

최대 3m에 강한 빨판 달린 대형 문어는 두려움 대상

 

독도에서 촬영한 문어. 덩치가 커 다이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물속에서 인간을 만나면 도망치기 바쁘다. 그들의 눈에 압축 공기통을 메고 공기 방울을 내뱉으면서 오리발 차기로 수중을 헤집고 다니는 다이버는 외계인이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해양생물이 작심하고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면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종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형 문어다. 사람 키보다 크고, 강한 빨판이 줄지어 있는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달려들면 속수무책이다.

 

문어(Octopus dofleini)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문어류 56종 가운데 가장 커 최대 3m까지 자란다. 흔히 보는 왜문어와 달리 아한대성으로 찬물이 흐르는 먼바다에 산다. 영어 이름은 북태평양 대왕 문어’(North Pacific giant octopus)이다.

 

대형 문어도 대개 사람을 보면 피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독도에서 만난 이 문어는 달랐다. 지나가는 나한테 굵고 긴 다리 하나를 뻗어 왼쪽 손의 카메라 하우징 렌즈 포트 유리 부분에 빨판을 붙였다. 이어 다른 다리들도 카메라에 차례로 붙이더니 자기 구멍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양손에 카메라를 든 상태여서 잠시 당황했다. 문어도 노리개치고는 너무 컸다고 생각했는지 곧 놓아 주었다. 한 순간, 바다는 인간의 세상이 아니라는 섬뜩한 느낌이 스쳤다.

 

문어는 독도 연안 수심 10~31m 사이 암반 조하대에서 볼 수 있다.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가 보통 250에 이를 정도로 대형 문어류이다. 겨울철 1~3월 사이에 특히 눈에 많이 띄다. 울릉도와 독도, 왕돌초 등지에서는 비교적 쉽게 발견되지만, 그 외의 해역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몸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이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18.9.7

김지현 국립 군산대학교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수산학 박사

 

산 채로, 끓는 물에'문어·가재'도 아프다

동물의 행복권-]갑각류·두족류, 신경계 정교해 사람 만큼 고통"고통 느끼지 않게 조리해야"

 

영화배우 최민식이 영화 '올드보이'에서 산낙지를 입에 넣고 씹고 있다. /사진=영화 올드보이 중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동물과 인간은 감각의 능력을 함께 가졌다. 그렇지만 이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도 말했다. "인간과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동물은 자극에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반사할 뿐,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좀 다르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 주목할 점은 새우··가재 등 '갑각류'나 문어·낙지·오징어 같은 '두족류'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돼지·개 등 척추 동물만 고통을 느낄 거란 상식을 깨는 이야기다.

 

'갑각류'의 고통은 최근 중국의 한 훠궈 식당에서 구사일생한 가재 영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에는 산채로 탕 냄비 가장자리에 매달린 가재 모습이 담겼다. 가재는 펄펄 끓는 탕에서 힘겹게 빠져나왔지만 한쪽 집게발이 이미 익어 축 늘어진 상태였다. 잠시 고민하는듯 하던 가재는 움직이지 않는 왼손 집게발을 다른 쪽 집게발로 떼어낸 뒤 탕 주위를 빠져나와 도망쳤다.

 

연구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로버트 엘우드 벨파스트퀸스대 생태학 교수는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발표했다. 교수는 게를 보호소 양측에 나눠 배치한 뒤 한 쪽에는 반복적으로 전기 충격을 줬다. 다른 한 쪽에는 아무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기적 충격을 정기적으로 받은 게들은 대다수 보호소를 떠난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조나단 버치 런던정경대 조교수도 "갑각류는 신경계가 정교해 조직 손상 등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 특히 산 채로 끓는 물에 담그면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면서 "요리를 인도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지난 3월부터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어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했다. 반드시 기절시킨 뒤 요리하도록 했다. 또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얼음이나 얼음물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연과 유사한 수준의 물에 보관하도록 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도 산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두는 것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어·오징어·낙지 등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 제니퍼 매더 레스브릿지 심리학 교수는 두족류는 인지 능력이 있으며 산 채로 먹힐 때 고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족류는 척추동물처럼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런 상황들을 기억한다. 낙지 등이 생으로 조각조각나서 사람에게 먹힐 때 이들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뉴런이 뇌에 있다면, 두족류의 신경계는 뉴런의 5분의 3이 다리에 있을 정도로 분산돼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사람의 팔이 잘려 누군가에게 먹힌다면 두뇌와 연결이 끊겨 고통을 못 느끼지만, 두족류는 그렇지 않다는 것. 분산된 신경계 때문에 한 번 잘린 뒤에도 다리가 조각조각 날 때마다 고통을 또 느낀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매더 교수는 "살아있는 두족류를 생으로 먹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서 즐겨 먹는 낙지 탕탕이나, 살아있는 산낙지를 넣은 연포탕 등을 봤다면 기겁했을만 하다. 매더 교수는 급속 냉각 등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한 후 조리하는 걸 권장했다.

 

두족류의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살아 있는 문어를 플라스틱 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 실험에서 문어는 1분 만에 빨판으로 병 뚜껑을 잡아 돌려 탈출한다.

 

여러 이유로 문어는 보호 받아야 할 동물이 됐다. 영국 동물실험위원회는 1992년 두족류가 고통을 경험한다는 증거를 내세워 보호대상 동물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고, 이듬해 문어가 법적 보호대상 동물로 지정됐다. 유럽연합(EU)20109월 두족류를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동물'로 규정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달 한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두족류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게 단숨에 죽이고 요리하자. 생으로 요리하지 말자"는 글이 올라오자 120여개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댓글에서 사람들은 "산 채로 먹어야 맛있다. 오징어한테 인권부여할 참이냐"거나 "살아있는 걸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식욕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취향존중 부탁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가 다시금 "소나 돼지에게 이산화탄소 도축법을 장려하는 건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두족류에게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자유를 줘야한다"고 말하자 "·돼지와 해양생물이 같냐"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 동물학대 범위에 갑각류와 두족류는 제외돼 있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상해 등 동물학대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동물은 소··돼지··고양이·토끼··오리·산양·면양·사슴·밍크 등의 척추동물에 국한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신경함이 '종차별주의'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사람이 우리와 상대적으로 친밀하고 유사한 척추동물 고통에만 관심을 쏟는 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종차별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최훈 강원대 교양학부 교수는 200912월 한국생명윤리학회지를 통해 "모든 척추동물, 그리고 무척추동물 중 두족류는 고통을 느낀다""우리가 느끼는 고통처럼 그들도 고통을 느끼고, 똑같이 괴로워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차별주의 관행들은 동물들을 도살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며, 고통을 줌으로써 동물들의 기본적인 행복이나 자존심을 빼앗는다""평등 원칙에 의해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밝혔다 18.6.24 머니투데이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56>문어(文魚)와 악어(惡魚): 180도 다른 문화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문어발 기업이라는데 오징어발 기업은 욕심이 더 많겠다. 2개의 긴 촉수를 포함해 다리가 10개나 되기 때문이다. 수면에서 까마귀를 도둑처럼 나꿔챈다는 오적어(烏賊魚)가 오징어가 되었다는 설이 재밌다. 문어처럼 두족류이면서 문어와 달리 십완목(十腕目)에 속한다. 몸통은 길지만 다리가 짧아 3남짓 정도밖에 안 되는 한치와 어물전 망신을 시킬 만큼 작고 볼품없는 꼴뚜기도 다리는 열 개다.

 

이 글에서 논하려는 악어는 파충류 악어(鰐魚)가 아니라 다리가 여덟 개인 악어(Devil Fish). 이 악마의 물고기를 우리는 문어라 부른다. 척추동물 어류도 아닌 연체동물이지만 모든 동물명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이름이다. 중국인들은 장어라 한다. 글을 문장(文章)이라 하니 문어(文魚)나 장어(章魚)나 그 뜻이 비슷하다. 머리()와 발()이 몸통 아래 붙어 있는 두족류(頭足類)인 문어는 동물분류 체계상 여덟 개 팔이 있기에 팔완목(八腕目)에 속한다. 팔을 발로 여긴다면 팔각목(八脚目)이다. 문어는 8(octo) (foots)이 있기에 옥토풋스인 옥토퍼스다. 낙지(small octopus)와 주꾸미(short octopus)도 옥토퍼스다.

 

문어를 잘 먹는 민족은 한국인과 일본인 정도다. 식재료가 가장 다양하다는 중국에서도 잘 안 먹는다. 머리처럼 보이는 둥글고 커다란 몸통에 지능이 있을 듯이 보이는 지적인 문어는 깊은 바다에서 격조와 기품이 있었다. 늠름하며 당당했다. 시장에서 고무 대야에 갇힌 문어를 보면 애처로운 이유다. /국제신문 경성대 광고홍보전공 교수 16.4.28

 

문어의 역습에 돌고래가 당했다

서호주 퍼스 남쪽 사는 문어 먹는 남방큰돌고래들

제압한 뒤 먹는 문화전승이번엔 먹다가 질식사

 

남방큰돌고래 길리건'이 바닷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모습. <해양포유류과학> 제공

 

문어를 먹다가 질식사한 돌고래가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나히드 스테판 서호주 머독대 교수(수의학) 등 국제연구팀이 서호주 번버리 해안에서 문어를 삼키다가 질식사한 남방큰돌고래의 부검 결과를 학술지 <해양포유류과학> 최근호에 보고했다. 문어로 인한 돌고래나 바다사자의 죽음이 일반인에 의해 보고된 적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돌고래는 2015830일 서호주 번버리의 스트래트함 해변에서 문어를 문 채 발견됐다. 문어가 입에서 시작해 인두와 후두, 식도부에 걸쳐 있었다. 돌고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문어는 마오리문어'로 호주 연안에서 가장 크고, 지구에서는 세 번째로 큰 문어다. 무게는 최대 약 12, 길이는 2m에 이르는 대형 동물이다. 연구팀은 돌고래가 삼킨 문어가 구강에서 분수공(돌고래 등 위에 달린 숨구멍)으로 이어지는 통로인 식도부, 인두부를 감싸 안으면서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남방큰돌고래 길리건'의 부검에서 식도와 인두부에 걸쳐 있는 문어의 다리가 발견됐다. 즉 문어는 돌고래에 잡힌 뒤 저항하면서 분수공(숨구멍)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달라붙어 질식사를 일으켰다. <해양포유류과학> 제공

 

질리건’Gilligan)이라는 이름의 돌고래는 과학자들이 잘 아는 개체였다. 우리나라 제주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과 같은 남방큰돌고래다. 이 지역에서는 2000년대부터 남방큰돌고래 계군 조사가 시작돼 상당수 개체의 식별이 이뤄진 상태다. 20살 수컷의 질리건은 20077월 처음 발견돼 주로 다른 두 마리의 수컷과 함께 다니곤 했다.

 

이 무리가 문어를 잡아먹는 사실도 앞서 연구된 바 있다. 케이트 스프로기스 머독대 교수 등 연구팀은 올해 초 <해양포유류과학>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지역 남방큰돌고래들이 문어를 삼키기에 앞서 잡아서 흔들고 때려서 제압한다고 밝혔다. 사실 사냥감을 잡은 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압하여 먹는 행동은 자연에서 낯설지 않다. 악어는 물론 범고래도 바다사자나 돌고래를 잡아 흔들고 공중에 던지는 경우도 있다.

 

20083월 서호주 퍼스 남쪽 번버리 해안가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와 새끼가 헤엄을 치고 있다. 문어를 때려 잡아먹는문화가 있는 돌고래 무리다. 일반적으로 어미가 새끼에게 행동을 학습시킨다. 번버리(호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서호주 번버리의 남방큰돌고래가 마오리문어를 잡아먹는 모습. 일단 문어를 잡아 낚아챈 뒤 공중에 던지고 수면에 내려친다. 5분 동안 던지고 때리는 행동이 12번 관찰됐다고 스프로기스 교수는 밝혔다. <해양포유류과학> 제공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재미있는 건 문어를 잡아먹는 기술이 자손에게 학습되어 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스프로기스 교수의 관찰 결과, 이런 방식으로 문어를 먹는 돌고래 26마리 중 20마리가 성체였다. 또한 이 성체 20마리 중 60%가 암컷이었고, 수컷은 20%밖에 안 됐다. (20%는 식별 불가)

 

이러한 사실은 돌고래들 사이에 문어를 때려 잡아먹는 문화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동물행동학에서 문화는 특정 행동이 후손(수직적 전승)이나 동료(수평적 전파)로 학습되어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사냥기술 등은 수직적 전승이 이뤄지면서 새끼를 가르치는 암컷에서 자주 관찰된다. 또한 특정 행동을 받아들이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이 병존하는 것도 문화의 특색이다. 서호주 몽키미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는 해면류를 도구로 사용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그룹이 관찰된 바 있다.

 

그런데 왜 질식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돌고래는 문어를 선호하는 걸까? 위험보다 보상이 크기 때문이라고 나히드 스테판 교수는 추정했다. 문어가 양질의 단백질 섭취원일뿐더러 추격 과정에서 빨리 지쳐서 늙은 돌고래들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동물이 질식사하는 경우는 종종 관찰된다. 대부분은 너무 큰 물고기를 삼키거나 물고기의 뼈에 걸려 죽는 경우다. 해양쓰레기인 그물도 질식사를 일으킨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문어로 인한 질식사도 서호주 퍼스 주변의 록킹햄 섬의 생태관광업체 직원들이 돌고래와 바다사자에서 목격했다고 보고한 적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 남종영 기자 1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