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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굴뚝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새, 굴뚝새

by 이성근 2019. 3. 8.

굴뚝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새, 굴뚝새

앙증맞은 몸집에 곱고 우렁찬 노래전통가옥과 토담과 함께 사라져

 

꼬리를 치켜세우고 당당한 모습으로 영역을 순찰하는 굴뚝새의 경 겨운 모습. 이제 인가에선 보기 힘들다.

 

어린 시절 여름이 가고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불기운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굴뚝새를 자주 보곤 했다. 특히 겨울철 집집이 굴뚝에서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 마을에 하얀 연기가 낮게 깔리면 굴뚝새는 어김없이 인가를 찾아와 토담을 넘나들고 굴뚝을 기웃거리며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굴뚝새가 자주 나타났던 옛 가옥.

 

굴뚝새가 동네 안에서 살던 때에는 친숙하고 정이 가는 새였지만, 우리 전통 가옥이 거의 사라진 뒤로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아직도 굴뚝새가 뒤뜰 안 굴뚝과 토담에서 자주 목격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작더미의 구멍이나 석축, 바위 구멍을 좋아해, 구멍으로 들어가면 사라지기도 하고 엉뚱한 곳으로 나오기도 해 사람을 놀라게 하곤 했다.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는 굴뚝새.

 

굴뚝새의 다갈색 깃털은 어두운 곳에서 보면 검게 보인다. 굴뚝 주변에 잔뜩 낀 광택 없는 검은 그을음이 굴뚝새 깃털과 아주 흡사해 잘 어울린다. 겨울에 항상 따끈한 굴뚝에서 지내서 사람들이 이 녀석을 굴뚝새라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컷 굴뚝새는 한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짧은 꼬리를 위로 바짝 추켜세운 채 '! !' 치며 온몸을 움직인다.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지저귀거나 강렬하고도 달콤한 목소리로 커다랗고 시끄럽게 노래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음질과 음량도 개체마다 다양하다.

 

꼬리를 치켜세우는 것은 영역을 알리는 과시이자 작은 몸집의 약점을 당찬 허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으로 보인다.

 

굴뚝새는 손에 잡힐 듯 사람 가까이 다가오지만, 곁을 줄 듯 말 듯 깝죽대며 귀엽게 군다. 짧은 거리를 신속하게 날아다닌다. 날개가 짧고 둥글며 몸길이 9~10의 매우 작은 새여서 정말 앙증맞다.

 

굴뚝새는 일부다처제로 번식한다. 둥지는 수컷이 만들며, 암컷이 선택한다. 암컷을 수없이 거느리고 사는 수컷이 있는가 하면, 홀로 여생을 마치는 수컷도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둥지를 짓는 기술이 형편없으면 홀로 사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과시하는 몸짓과 몸집에 비해 큰 울음소리는 일부다처제의 생활을 유지하기위한 방편이다.

 

수컷은 둥지의 기초공사를 마치고 해가 뜨기 무섭게 지저귀며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이 세력권 안에 들어오면 둥지로 유혹하고 꼬리를 치며 정열적인 몸짓을 보인다. 암컷이 사랑을 받아주면 둥지의 완성을 위해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어 간다.



잠시도 지저귐을 멈추지 않는다.

 

쉬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순찰해야 하는 것은 일부다처제를 꾸리는 수컷의 숙명이다.

 

짝짓기를 마치고 얼마 후 알을 낳아 품게 되면 기르는 것은 주로 암컷의 일이다. 수컷은 또 다른 암컷을 아름다운 소리로 유혹한다. 능력이 뛰어난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신방을 차린다. 자신의 영역에서 번식하는 4마리 정도의 암컷과 함께한다.

 

바짝 치켜세운 꼬리는 굴뚝새의 자존심이다.

 

굴뚝새는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텃새이며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등이 다갈색이고 몸 아래쪽은 붉은 회갈색, 가슴에는 검은색 가로무늬가 있다. 여름에는 산지를 좋아해 그곳에서 번식하며 생활하지만, 겨울에는 인가 주변으로 내려온다. 거미, 파리 등 곤충류를 잡아먹고 겨울에는 작은 곤충의 번데기, 종자 씨를 먹는다.

덤불 사이나 숲의 바닥으로 빠르게 움직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늑한 구멍을 좋아한다. 58월에 흰색에 엷은 적갈색 반점이 있는 알을 46개 낳는다.

 

돌 틈에서 먹이를 사냥하고 잘 들어가 학명은 동굴 거주자이다.

 

60~70년대 흔했던 바람둥이 굴뚝새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정서 동물이다. 굴뚝새뿐이랴. 지금은 주거 환경이 달라져 곁에 있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이 밀려나 버렸다. 굴뚝새는 이제 보기 드문 새가 되어 야외로 나가야 만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자연과 멀어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19.3.8 한겨레

 

흰뺨검둥오리에 흰뺨이 없다

수수하고 친근한 '우리 오리', 이름만 가지곤 구분 어려워

우리나라서 번식, 가을엔 철새 대거 합류 큰 무리 형성

흰뺨검둥오리는 전국에 걸쳐 서식하는 텃새이다. 하지만 요즘 북쪽에서 번식한 새로운 무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텃새에 철새가 합류하니 개체수가 늘어나 이 오리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다. 흔히 볼 수 있는 새라 무관심하지만 가족애 부부애가 너무나도 좋은 새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암수 한 쌍이 짝을 지어 하천의 갈대, , 창포 등 습지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전형적인 물가 습지 초원에서 살아간다. 겨울이 되면 짝을 이룬 개체가 모여들어 큰 무리를 형성한다. 넓은 호수나 연못, 습지, 간척지, 논이나 하천 등지에서 먹이 활동을 위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오리류에 속하기 때문에 물가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초원이나 얕은 숲의 가장자리, 심지어 나무 위에서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 휴식을 하는 흰뺨검둥오리 부부.

 

알을 품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경계의 눈초리가 매섭다.

 

새끼를 거느리고 평화롭게 연못을 오가는 흰뺨검둥오리 어미.

 

연잎에 올라가 날갯짓을 하는 흰뺨검둥오리 새끼.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풀숲에 둥지를 틀고, 4~7월에 걸쳐 한 번에 10~12개의 알을 낳는다. 주로 암컷이 알을 품으며 기간은 21~23일이고, 수컷은 둥지 주변에서 끊임없이 천적과 환경 변화에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르익은 논 위를 날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무리.

 

먹이로는 수초의 어린 싹이나 잎, 줄기 등을 선택하기도 하고, 초본류의 종자, 곡물류 등을 먹기도 한다. 그밖에 지상에 서식하는 곤충류나 수중 또는 육상의 습한 곳에서 찾아내는 무척추동물, 어류 등 동물성 먹이도 섭취한다. 언제 봐도 우리 곁에 화려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정겨운 새다. 그러나 이름은 이 새의 겉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에서 처음 새를 접하는 사람이 "그런데 흰뺨이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흰뺨검둥오리에서 희다고 할 수 있는 부위는 뺨이 아니라 눈썹선이고, 그것도 엄밀하게 말한다면 흰 것이 아니라 옅은 갈색이다. 뺨은 눈썹선보다 더 어두운 갈색이다. 그래서 이 오리의 이름을 듣고 "흰뺨'을 찾으려 해도 허사이다. 다음은 '검둥오리' 부분인데, 아무리 봐도 이 오리는 검지 않고 갈색이다. 수컷의 고리덮깃 색이 검긴 하지만 몸의 일부일 뿐이다. 빛깔로만 보면 이 오리는 대표적인 '갈색오리'이다.

 

흰뺨오리. 대체로 검은 몸빛깔을 한데다 뺨에 흰 무늬가 있다.

 

사실 흰뺨검둥오리란 이름에 꼭 맞는 오리가 있다. 수컷의 뺨에 선명한 흰색인데다 배 부위를 빼고 몸 대부분이 진한 검은 색이다. 그리고 이 새에게는, 당연하게도 '흰뺨오리'란 이름이 붙어있다. 흰뺨검둥오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검은 부리 끝의 노란색이다. 보통 탐조가들이 이 새를 식별할 때 포인트가 이것이다. 참고로, 이 새의 영어 명칭은 '동쪽에 사는 부리 끝이 노란 오리'란 뜻이다.    ·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2013. 10. 11

 

흰뺨검둥오리는 애벌레를 좋아해

미꾸라지와 밀웜은 게 눈 감추듯, 다음 순서가 채소와 사료

한 달 남짓에 거의 다 자라, 잘 먹고 야생으로 돌아가야지

 

서울 중랑천 지류에서 번식을 마친 뒤 새끼와 헤엄치는 흰뺨검둥오리. 사진=탁기형 기자 

  

올해 늦봄과 초여름에는 정말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새끼들이 많이 구조되었는데요. 그 중 흰뺨검둥오리 새끼들이 6월 말에서 칠월 초순에 구조되어 들어왔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100g내외의 체중이었는데 지금은 제일 큰 녀석이 500g을 넘습니다. 이제는 딱 보기에도 성체와 다름없이 많이 컸는데요. 성장하는 중간 중간 보면서 잘 먹고 잘 움직이는 게 대견하고 참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엔 폭염 경보가 내리는 등 많이 더웠는데요. 그런데도 방생할 수 있도록 야생 환경에 맞추어 관리를 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자랐을 때에 실내장에서 벗어나 큰 풀장을 마련해 놓은 야외 조류장으로 이동하여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몸집이 많이 성장한 데 맞추어 작은 밀웜에서 큰 슈퍼밀웜으로, 노른자 삶은 것에서 미꾸라지 작은 것으로 바꾸어 먹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밀웜은 딱정벌레의 애벌레로 단백질이 풍부해 새나 물고기 사육 사료로 많이 이용합니다.

 

도로 한가운데서 공포 떨던 어린 오리 9남매, 그 후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풀밭에서 알을 낳은 뒤 부화한 새끼를 데리고 강으로 이동해 기르는 습성이 있는 흰뺨검둥오리.

 

도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위태롭게 모여 있는 상태로 발견된 새끼 흰뺨검둥오리 9남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2012. 08. 14

 

새끼오리의 험난한 첫발, 도시엔 함정이 널렸다

자동차, 보도블록, 집수정옥상 정원도 때론 죽음의 덫

어미 따라 아장아장 새끼오리 집수정 빠져 몰사하기도

 

도심에 둥지를 튼 흰뺨검둥오리의 새끼들은 물가로 가는 첫 여행부터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다.

 

바야흐로 야생동물의 번식기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먹이를 물고 기다리는 새끼에게 바삐 돌아가는 어미 동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이죠. 새 생명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작 야생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겐 매 순간이 위기이고, 치열함 그 자체입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해마다 야생동물의 번식기가 올 때마다 새끼 동물의 구조신고가 잦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구조하다 뜻밖의 '납치'를 하는 결과를 빚기도 하지만, 정말로 구조를 필요로하는 위험에 놓이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이 구조되는 동물이 다름 아닌 오리류입니다. 국내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오리과 조류로는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이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초지에 알을 낳아 품습니다. 원앙 역시 하천 주변의 나무구멍 등에 알을 낳아 품습니다.

흰뺨검둥오리(왼쪽)와 원앙은 선호하는 둥지는 다르지만, 알에서 깬 새끼들 데리고 강가나 하천으로 이동해 살아가는 특성은 같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들은 '조성성 조류'입니다. 부화와 동시에 눈을 뜨며 온몸에 털도 나 있습니다. 심지어 곧바로 일어나 걷습니다. 새끼는 어미를 따라 앞으로 살아갈 강가로 이동합니다. 녀석들의 첫 여행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태어나자마자 이동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연약하고 날 수 없으니 여러 위험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위험을 회피하는 능력 역시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녀석들의 이러한 번식생태는 특히 요즘 매우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인구의 증가와 거주지 확대, 특히 하천 주변에 생겨난 건물과 정비공사로 인해 하천과 가까운 곳에서는 오리가 번식에 적합한 환경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도심에서 번식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잠재되어있는 위험이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죠.

 

가장 먼저 도로와 자동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직 두 다리로 열심히 걸어서 강가로 이동해야 하는 녀석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는 도로의 밀도가 매우 높고, 특히 도심지에서 도로와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도로를 건너는 과정에서 차에 치여 폐사하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도태되기에 십상이며,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건넜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중앙분리대나 보도블록 때문에 더는 이동할 수 없어 결국 도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건물의 옥상에 조성된 작은 정원이나 텃밭 등에 번식을 하는 경우입니다. 최근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향취를 느끼고자 옥상의 잉여공간을 이용해 정원이나 초지, 텃밭을 가꾸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와 같이 풀밭에서 번식하는 새에게 그런 공간은 번식에 무척 유혹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높이가 있다 보니 천적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새끼가 부화하고 나면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강가로 가기 위해선 건물에서 뛰어 내려야 하는데, 워낙 높아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심각한 외상이나 폐사로 이어지곤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건물 옥상은 추락을 막고 안전을 위해 담이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옥상에서 무사히 부화하더라도 담을 넘어 뛰어내릴 수 없다 보니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면 고립되어 서서히 죽어갈 수 있습니다.

 

건물 옥상에 조성된 인공초지에서 태어난 흰뺨검둥오리 새끼. 건물에서 밖으로 뛰어 내려야 하지만 높은 난간이 가로막고 있다.

 

세 번째는 곳곳에 눈에 띄지 않지만 정말 수없이 널려있는 인공구조물인 집수정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맨홀 뚜껑이나 사각으로 짜인 그물 모양의 철제구조물이 빗물이나 오수를 모아내는 집수정입니다.

 

어미 뒤를 졸졸 따라 이동하는 새끼오리들에게 집수정은 치명적입니다. 어미야 덩치도 크고, 발바닥도 커서 대부분 집수정에 빠지는 사고를 겪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미도 자신의 새끼가 매우 작아서 집수정 구멍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집수정 위를 유유히 걷다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새끼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하니까요.

 

집수정에 빠진 새끼오리.

 

집수정에 빠진다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수도 내부가 좁아 사람이 들어가 구조할 수 없거나, 하수도가 너무 길고 복잡하면 구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또 하수도 내부는 좁고 어두워서 여러 오염이나 외상을 입힐 수 있는 구조물을 미처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작고 낮은 집수정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직접 구조를 시도하기보다는 전문가에게 요청해 구조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새끼오리들의 삶이 이렇게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당장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로를 없앨 수 없고, 누군가가 애써 조성해 놓은 옥상 정원을 금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전국에 수없이 존재하는 집수정을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것 역시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번식기의 오리를 이를 요구하는 것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으리라 기대하기도 쉽지 않겠죠.

 

현재로써는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떤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오리들이 어딘가에 고립된다면 그 환경이 물리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끼오리들이 조난된 원인과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하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면,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구조를 시도하거나 오리가 안전하게 강가로 이동할 수 있게끔 주변의 위험요소를 통제(차량, 집수정 접근 등)해 주는 것 역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강가에서 유유하게, 한가로이 헤엄치던 녀석들이 이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지 미처 몰랐던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차라리 몰랐으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우리가 녀석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을 깨달았다면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자동차 괴물, 보도블록 덫, 그리고 집수정 함정은 결국 우리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니까요.

 

도로를 건너는 오리 가족을 위해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 주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 누군가의 행동이 많은 이에게 미담으로 다가와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미담이 아니라 누구라도 선뜻 녀석들의 첫 여행을 도와줄 수 있는 행동이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욕심일까요 김봉균 2017. 06. 27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번식기 새 촬영, 새 처지에서 생각해 보세요

새끼 옮기거나 둥지가 훤히 드러나게 손 대는 등 사진윤리 어긋난 촬영 행태 이어져

한밤중 플래시 터뜨리면 일시적 실명, 새끼 포기 못하는 어미는 불편 감수하고 있을 뿐

 

어두운 골짜기에서 나뭇가지와 잎으로 가려진 곳에 둥지를 트는 긴꼬리딱새. 어떤 몰지각한 사진가가 사직을 잘 찍기 위해 둥지를 가린 나뭇가지와 잎을 모두 제거해 둥지가 훤하게 드러났다. 천적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이런 식으로 둥지는 짓는 어미는 없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필자가 촬영했다. 사진=윤순영

 

사방이 고스란히 드러난 둥지에서 불안해 하는 긴꼬리딱새 암컷. 이런 둥지는 천적의 공격에 취약해 정상적인 어미라면 결코 이런 곳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사진=윤순영

 

정상적인 긴꼬리딱새 둥지의 모습. 암컷이 새끼의 배설물을 물고 둥지를 떠나고 있다. 사진=윤순영

 

자연의 사진을 찍으면서 피사체인 동물을 결과적으로 학대하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겨울에는 두루미의 잠자리를 넘보며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더니 새들의 번식기인 4~6월을 맞아서는 둥지를 튼 새의 모습을 찍으면서 새를 학대하는 일이 늘고 있다(관련 기사: 사진가 등쌀에 숨을 곳 잃은 수리부엉이 새끼).

 

물론, 사진가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인사와, 경험이 없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모르는 사진가가 둥지 주변을 훼손해 천적에 노출시키거고 어린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연출을 하는 등의 행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어미도 앉기 불편할 만큼 굵은 배롱나무 가지에 오목눈이새끼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일렬로 앉힌 혐의가 짙다. 보통 때라면 먹이를 가져온 어미에게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을 칠일 텐데 사람 손에 시달려서인지 먹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불안에 떠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그렇다고 자연 다큐멘터리나 자연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자연을 배려하는 사진촬영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작가 김아무개씨가 201211월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새의 선물' 연작 가운데 하나. 날지 못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를 꺼내 인위적으로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어미의 억지 모정을 이끌어내 촬영한 사진이다. 나무를 붙잡은 새끼의 발을 살펴보는 어미 새의 행동에서 새끼 새의 발을 접착제로 나무에 붙이지 않았나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미 새는 어쩔 줄 모르고 걱정스럽게 새끼를 새끼를 바라보고 있고 새끼는 겁에 질려 있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둥지훼손과 함께 야간 촬영도 논란의 대상이다. 흔히 올빼미과 조류는 낮 동안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낮에도 밤보다 빈도가 떨어질 뿐 활동을 하고 사냥도 한다. 다만, 선호하는 먹이가 주로 야행성이어서 밤에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다.

 

번식시기에 새끼도 키우는 야행성 조류에게 별안간 스트로보를 터뜨리면 어둠에 적응하느라 크게 열려 있던 동공에 한꺼번에 다량의 빛이 들어와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동공의 크기가 주변의 빛에 맞도록 줄어들 때까지 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불가피하게 야간 촬영을 할 때는 순간적인 발광보다 지속적인 조명이 낫다. 이 방법이 적어도 야행성 조류 앞에 스트로보를 들이대고 정면광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영향이 적었다고 말할 수 있다.

 

램프 파이어는 35w, 색온도 4300k 지속광으로 촬영된 소쩍새. 사진=윤순영

 

스트로보가 터질 때마다 놀라 가져온 먹이를 물고 둥지 주변을 여러 번 선회한 뒤 힘들게 둥지로 들어간다. 새끼가 자랄수록 먹이가 많이 필요해 어미 새는 불편한 스트로보의 섬광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겉보기에 스트로보가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번식을 망칠 위험에 직면한 어미가 위험과 불편을 무릅쓰고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야야 한다.

 

이런 촬영이 눈에 띄지 않는 또는 장기적인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간 촬영을 위한 강한 순간 조명이 조류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체계적 연구결과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관련 기사: 야간 동물학대 사진 논란, 지속광 촬영을 제안한다)

 

조류사진 촬영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옮고 무엇이 그르냐를 따지기 이전에 생명 경시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그동안 자연 학대 사진에 대해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어떤 제재를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공모전에서 그런 사진이 입선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선의의 사진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고 건전한 사진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도 조류보호를 위한 지침서를 만들어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새들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요령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새 촬영 때 지킬 점

망원렌즈와 위장막 필수, 새의 처지에서 생각하라.

사전에 촬영하고자 하는 새의 생태적 특성과 습성을 아는 것이 좋다. 300이상의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거리를 유지해 새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촬영할 때 산새류는 20m 물새류는 5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위장막은 필수 장비이다. 위장막을 사용할 때는 거리가 10m일 때는 300렌즈, 25m이면 500~600의 렌즈가 적합하다. 야간촬영은 스트로보보다 지속광을 사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내고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새들은 소리와 큰 행동에 민감해 불안해 한다. 그곳 환경과 어울리는 옷차림과 정숙한 기다림은 좋은 사진을 얻는 지름길이다.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는다.

둥지를 만지거나 여러 명이 촬영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3명 이상은 넘지 않도록 한다. 여러 번 둥지를 방문하여 해를 끼치지 않는 모습을 새가 익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는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환경 변화가 새에 줄 엄청난 위협과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새의 처지에서 헤아려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 사진가의 기본 자세이다.

 

탐조 때 주의할 점

새들은 소리에 민감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매우 불안해합니다.

정숙한 관찰자가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됩니다.

새는 사람보다 8~40배 높은 시력을 갖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새들은 우리들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위협을 느낍니다.

몰래 훔쳐보는 자세는 피해야 합니다.

새들이 더 경계를 합니다. 산새류는 20m 이상, 물새류는 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새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미리 쌍안경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풀이나 나무를 훼손하면 새들은 이곳을 다시 찾지 않게 됩니다.

들풀, 덩굴 등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도토리, 산딸기, 머루, 달래와 같이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를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됩니다.

 

Mademoiselle De Paris (Jacqueline Francois)(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