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해(海)걸음 임(林)만나는 길을 걷기 위해 아지매들이 모였다. 연령층은 40대에서 60대까지 십여명이다. 홍보부족인지, 요일이 문제인지 여전히 소수의 사람이 행사에 참여 했다. 둘 다 작용했으리라 본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답사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프로그램화 했던 것이다. 예컨데 평일 산으러향하는 주부들이 이외로 많았다. 개별적인 산행을 즐기는 그들을 이왕이면 조직화시켜 보자는 차원에서 秀미시 그린워킹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안타까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은 상반기까지의 일정을 소화해보고 하반기에 보완하거나 수정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다음부 같은 곳에 이 글을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혹시 우연한 길에 방문하게 되더라도 상업적 광고나 홍보의 목적을 띄는 알림글은 방명록이든 댓글이든 정중히 사양한다. 부탁드린다.
애초부터 사람수의 많고 적음에 일회일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되자 행사를 시작작했다.
몸을 풀고 난 다음 동선은 계획했던 코스를 역순으로 걸었다. 화손대 (花孫臺)로 향했다.
하나 혹은 서이 너이 친구끼리 참가한 이날 참가자들은 몰운대로 들어서면서 부터 솔향기에 취하기 시작했다.
몰운대는 해운대, 태종대와 더불어 부산 3대(三臺)의 한 곳으로 옛부터 시인 묵객이 즐겨찾던 곳으로 그 이름이 말해주듯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구름 속에 빠진 듯 선경으로 다가서는 곳이다.
두 사람씩 짝을 지었다. 한사람은 눈을 뜨고 한사람은 눈을 감고 걸으며 눈을 뜬 사람은 눈을 감은 사람의 눈이 되어 걸었다.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나누는 짧은 동행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과 누군가에게 지팡이로 산다는 의미다.
화손대 정산에서 소나무의 나이를 알아 보기도 했다. 해서 그 소나무가 자신의 나이보다 많으면 언니, 그 보다 더 많으면 할머니도 되는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일부 소나무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었다. 그는 "아우 수고했네" 하며 소나무를 껴앉았다.
화손대를 내려와 해안으로 내려 섰다. 때마침 해무가 자욱하게 몰려 왔다.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에 섬이 부르는 노래가 들렸다.
조약돌을 집어 물수제비 뜨기를 했다. 내게 있던 아픔을 멀리 던진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몇 차례나 반복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친구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몰운대 가운데 있는 전망대(침운대)로 향한다. 아무튼 바다쪽을 향해 보았을 때 오른쪽이 장운대다.
장운대가 있는 곳은 현재도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몰운대는 몰운섬을 이루고 있는 해발 78m의 구릉에 가까운 몰운산 전체를 지칭한다. 산정부분이 둥그스레한 종순형으로 되어있고 사면 또한 완만하나 산기슭의 끝부분은 낭떨어지 단애를 이루고 있다. 산전체가 짙은 송림으로 덮혀 있고, 이 때문에 몰운산은 두송산, 금티산과 함께 조선시대에는 경상좌수영 관할의 봉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체 일주 거리는 4.1km로서 속속들이 발품을 팔아도 후회없는 풍광을 보여 준다.
거기서 준비해 온 시들을 낭송하는 시간을 가지고 점심을 나누었다.
산정을 향해 스멀스멀 기어오른던 물 분자들이 서로 엉켜 빗방울처럼 얼글을 때리기도 했다. 그 순간이 좋았다. 아쉽게도 해무는 오후들면서 사라졌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다. 곰솔 아래 은대난초들이 여기저기 솟아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었다. 비숫한 종으로 잎의 길이가 짧은 은난초가 있다.
거기서 조선 선조 때의 동래 부사 이춘원의 몰운대란 시를 합창하듯 같이 읽어 보기도 했다.
호탕한 바람과 파도는 천만리로 이어지고[浩蕩風濤千萬里]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白雲天半沒孤臺]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扶桑曉日車輪赤]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常見仙人賀鶴來].
언제 읽어도 참으로 뛰어난 시다. 개인적으로 많은 점수를 주는 시다. 어떻게 첫구절부터 '호탕한 바람'이라고 했을까. 멋진 일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부산시가 지난 1972년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27호로 지정한 이 몰운대(전체 면적 50만여㎡)의 90%이상(46만여㎡)이 개인 사유지라는 것이다. 지난 1999년 이 비를 세우는 과정에서 지주의 반대에 봉착했던 적이 있었다. 그 반대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말하자면 몰운대가 자신의 소유인데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수십년동안 재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해온데다 종합토지세 등 세금까지 부담한다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그 얼울함 충분히 이해하나 솔직히 내 관심은 그 보다 어떻게 해서 이런 땅이 개인소유인지가 궁금했다. 그 취득과 형성과정이 궁금한 것이다. 부산의 해안 곳곳이 사유지다. 아니 전국토가 그렇다. 그래서 해안은 잡동시니로 전락하고 있다. 아니면 아예 접근할 수 없는 땅도 있다. 그들만의 왕국도 있다. 대한민국 땅 중 57%인 172억평이 사유지이다. 이 가운데 약 50만명인 1%가 전체 땅의 51%를, 상위5%가 모든 사유지의 65.2%를 임야는 84.1%, 대지는 59.7%를 가지고 있다. 상위 20%가 93%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다로 심각한 토지소유편중현상이 심한 것이다. 병폐도 많다, 땅 가진 자가 더 많은 불로 소득을 가져가고, 토지 불로소득은 부자들에게만 귀속되고 토지가격이 오르면 오를 수록 또 다른 토지 불로소득을 만드는 구조다. 헌법 122조는 "국가는 국민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해수욕장으로 내려선다. 이곳은 이 땅의 또 다른 땅끝이다. 다대포는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의 산맥이 낙동정맥을 따라 영남알프스군의 가지산도립공원을 타고 내리다 금정산맥을 통해 몰운대를 끝으로 한반도 육상생태계의 시작과 끝이 되는 지점이다. 한편으론 낙동강 천삼백리의 종점으로 민물과 짠물이 몸을 섞는 곳이다. 그렇지만 다대포해수욕장은 시방 엉망이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될 지 예측할 수가 없다.
유감이지만 우리의 시선은 늘 아픈 곳을 비켜간다. 실제 몰운대 낙조데크에서 바라본 일대의 풍광은 누가 보더라도 담고 싶은 경관을 연출한다.
데크를 이용하여 우리가 즐겼던 풍광의 파노라마는 늘 저런 그늘이 있다.
자연은 위대하다. 그 숨쉬는 리듬은 인간의 어떤 그림보다 뛰어난 작품이다. 한번도 똑같음이 없는 저 그림들
참가자들이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적신다.
이렇게 두 팔 벌리고 외쳐 보기도 한다.
갈매기를 쫒아 뛰어도 본다. 그 바람에 갈매기들의 휴식이 깨지긴 했지만,...괭이갈매기들이 투덜거리며 날아 올랐다.
다대포에서는 다대포해수욕징에서는 아이기 되어 볼일이다.
북구에서 온 참가자들
소풍가는 도보길의 박영선씨가 파래 장사에 나서 호객을 하고 있다.
밤게 한 마리 정말로 오랬만에 만났다. 2003년 일대에 관한 생물서식실태를 담은 책을 낼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모래반 게반이었다. 종류도 많았다.
바지를 걷어 올린 다리 품평회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다리 찾아가시길
한켠에서는 해변에 집적된 해양폐기물을 수거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 시절 진우도에서 해양폐기물 모니터링을 수년째 한적 있었다. 육상 기인과 해양기인이 있는데 그 피해는 날이 갈 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 사내가 다대포 앞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안은 방사림을 조성하기 위해 외부에서 가져온 흙들로 인해 식물의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모래갯벌은 진흙탕이 되어 말라 붙었다.
그길에서 본 어떤 부녀, 제2의 박세리라도 키우고자 함일까. 삼락에서도 본 적이 있다. 서글픈 일이다.
오늘도 몰운대성당의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힌 채 매달려 있다. 어쩌자고 하시는 걸까
원래 다대포해수욕장의 주인공은 이런 친구들이다.
그리고 모래알처럼 많은 엽랑게 등이 유기물을 걸러낸 갯흙이 깔려 있는 곳이다.
그 그림의 조합은 저렇듯 아름답다. 더이상의 괴롭힘이 없기를 희망하며 제2차 秀미시 그린워킹을 접는다.
Can`t Smile Without You - Barry Manilow
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Oh Darling -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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