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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길에서

3차 명상과 함께하는 갈맷길 걷기 -법기수원지(11.6..4)

by 이성근 2013. 6. 9.

 

 

 진행자 포함 13명이 소풍길 마냥 즐거워 했다.  도착후 몸을 깨우는 기체조로서 일정을 열었다.  진입로 공사 등으로 다소 어수선 했지만  하늘 향해 쭉쭉 뻗은 히말라야시다의 위용에 감탄하면서

 

법기수원지는 일제강점기 부산 금정구 청룡동 주변지역 식수공급과 법기마을 농사용 물릉 이용하기 위해 1927년9월 공사를 시작 1932년 3월 완공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9년 전의 일이다.  당시 마을사람들이 동원되어 지게와 우마차로 흙과 돌을 운반해서 댐을 만들었다.  수원지 초입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다의 나이는 축조연대를 +하여 계산할 경우 답이 나온다.  어찌보면 딱 100년 숲이라 할 수 있다.  초입에 들어선 히말라야와 편백숲의 위용은 감탄 그 자체다.  일찌기 우리 숲의 모습은 저러했을 것이다. 그 숲은 대부분 일제시대의 수탈에서 광복전후 어지로운 나라 상황속에 벌어진 문별한 남벌과 도벌,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해 초토화되다 싶이 했다.  법기는 그, 와중에도 불구하고 지켜진 얼마 인되는 부산의 숨겨진 숲 자원으로 현재 이곳은 철처히 통제되는 곳이다.  일반인의  출입은  오는 7월 부터 일부구간 개방된다.  하지만  그 점 또한 우려스럽다.  말이 일부구간  개방이지 사람의 발길과 입소문은 멀쩡한 공간을 황폐화시키기  일수다.    

초록 융단처럼 깔린 숲 바닥은 이 숲이 보여주는 현 주소다. 아직은  짓밟히지 아니한 그대로의 모습과 고개를 뒤로 재쳐야만 숲머리를 볼 수 있는 이곳은 나무와 사람이 교감하는 첫 머리다. 경외감을 불러 일어키는 이 숲에서 명상에 대한 첫 페이지를 남길 것이다.

숲바닥에 지천인 골무꽃들, 5월에는 큰구슬봉이가  주인이었다. 아마도 3월4월 시기에는  노루귀며 바람꽃 등이었을 것이다. 물론 서식지는 이 공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친구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참나무 숲 일대다. 아래 지도에서 벌 때 짙은 녹색은 편백이나 소나무숲이고 나머지는 참나무류를 포함한 활엽수들이다.  

 

법기는 본법(本法)이 마을의 이름이다.  형성성기는 법기리 고분군을 유추할 때,  5세기를 전후한 시기로 추정하고 있으나 1590년대까지는 이렇다할 문헌이 존재하지 안는다.  1860년대 마을의, 이름이 지금의 수원지 위 지동(紙洞) 마을과 아래의 하리(下里)가 자리했는데 약 100년전 정도언씨가의 매시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은 뒤로 현재의 상리와 중리마을로 옮겨 살게 되었다. 이때부터 김해김씨, 밀양박씨, 동래 정씨 등 10여 성씨가 사는 마을이 됐다. 본격적인 마을 형성시기는 단양우씨 17세 손 등이 임진왜란을 피해 청도와 기장에서 이주해 왔다.

 

현재 수원지의 면적은 6.85 에 1,507톤의 저수량을 가진 중소규모 댐이다.  제방 높이는 21.2m로 지금도 상수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상수도사업본부 현장관계자들은 출입에 따른 반응이 민감한 편이다.  나 역시 일방적 개방은 반대한다.  출입은 사전예약방문제로 1일 탐방인원 제한해야 한다.  6.85 이라는 면적은 이 공간의 품이 그만큼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단순히 느리게 걸어도 2시간이면 족한 거리다.  문제는 어떤 이용 형태가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옛 지명들의 유래를 살펴본다. 먼저 도둑골의 경우 수원지 끝에서 질마재편(월평 무지개폭포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 제일 큰 골이다. 수원지 건설 이전에는 평산리 장흥마을과 개곡리로 가는 길목이다.  곰골은 수원지 서북쪽 상토재 회기재 뒷골재 이래의 큰골로서 예전에 반달가슴곰이 살았다고 한다. 

지통골은 수원지 서쪽 불뫼등 아래의 큰 골을 지칭하며 본법마을의 최초말을 지동이 있었던 곳이다.  호랑이가 출몰, 마을을 덥치기도 했다. 무장골은 수원지 좌측 무덤실 다음 골짝이다.  끝으로 무덤실은 원래 무동곡(아이들이 춤을 추는 형상의 골)이라 했는데 크고작은 무덤이 많았다 한다.  형성 시기는 신리와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만 5~6세기로 고려시대까지 연계 추정한다.   

수원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댐마루에는 잘생긴 반송 5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수원지를 굽어 본다.  반송들은 오가는 새들의 쉼터로서 기능도 하고 있는데 가부좌 틀고 명싱에 들면 그들이 들려 주는 저마다의 노래를 부른다.  

 

 반송 아래에서 지긋히 눈을 감고 여는 명상에 들었다. 명상 지도는 안정영 명상지도사가 진행했다.

 누군가 새소리 때문에 명싱이 안된다고 하여 모두들 웃었다.  그게 명상에서 얻는 효과 중의 하난데 ... 평정한 마음이 되면 귓가에 흐르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   

 수변 숲길을 걸으며 준비한 거울로  뱀의 눈이 되어 세상을 보기도 했다.

댐마루에서 바라 본 수목들의 수고, 전면이 가래나무고 두번째가 편백 세번째 제일높은 키는 히말라야시다들이다.  그 높이가 20m 이상이다.  통상 큰키의 교목들이 정장상적인 자람이 이루어 진다면 보통 저 높이를 가진다.  더 높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땅은 그런 숲과 더불어 동행하지 못했다.     

정면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이 천성산이다. 좌측이 내원사쪽이며 우측은 무지개폭포쪽이다.  

법기수원지 수변 둘레길은 고즈넉하다.  멈추어서서 귀를 기울이면 산벚나무 버찌가 툭 툭 바람에 떨어지는 소리, 새들의 노래, 바람에 간지럼을 타는 잎새들의 부시럭거림만이 있을 뿐이다. 

가는 길에 노루발풀이 군락을 이루어 개화한 장면을 만나기도 했다.   나 역시 흔치 않은 만남이라  서둘러 기록으로 남겼다. 잎이 노루발을 닮아 노루발이라 하는데 아래를 보고 달린 꽃이 노루의 발굽을 닮아 노루발이라는 설도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어 낙엽 속에서도 쉽게 눈에 뛴다.  개인적으론 이 친구들을 이렇게 떼거지로 만났다는 게 너무도 기분 좋았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생수병, 하필이면 이름이 '순수'다.  버려진, 몰래 폐기된 순수다.   걷고싶은부산이 어떤 행사든 생수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시 생수병이 야기하는 문제를 언급해 본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 규모가 작년에 4000억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워낙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내후년에는 국내 생수 판매액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때 가난 탈출의 상징이다시피 했던 수돗물은 천대받고 있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직접 마시는 국민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수돗물 불신의 벽은 높기만 하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ℓ기준으로 6원 정도 하는 수돗물이 최저 6000원에서 최고 10만 원까지 하는 생수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돗물보다 1만 배 이상, 휘발유보다 3배 이상 비싼 생수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모든 조사 결과는 수돗물이 생수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 수돗물 기준은 생수보다 더 엄격하다. 생수는 47가지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만 수돗물은 염소 기준치 등이 추가돼 55개 항목을 합격해야 한다.

 

문제는 생수 생산과 처리의 문제다. 무분별한 지하수 채굴과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에너지,  그리고 운송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나아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용기들은 다양한 형태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한 5~6년 전 태평양연안 해양폐기물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일본은 대만이나  태평양 도서국가들로부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다양한 성상의 폐기물들 중 생수병으로 사용되는  펫트병은 각국의 해안을 어지롭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생수를 담는 대부분의 병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폴리에틸렌 수지)로 만들어진다. 투명도가 유리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며 강도가 높고 단열성도 좋아 영하 160℃까지 견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물질의 용기로 이용된다. 무겁고 깨지는 유리, 속이 안 보이고 한 번 따면 다 먹어야 하는 알루미늄 캔에 비해 가볍고 휴대성이 편리한 페트병이 애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페트병이 환경파괴와 에너지 소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수병은  결코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다.

우리는 생수 생산을 위해 자연적 샘물이나 지하수를 과도하게 끌어 쓰고 있지만 물 부족으로 생명조차 위태로운 여러 국가에는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라는 것. 선진국에서는 안전성과 청결, 맛 등을 이유로 생수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10억 명이 넘는 빈곤 국가 인구들은 깨끗한 물조차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의 연간 포장 생수 소비량은 1억6000만t (2008년 기준)정도이며 계속 증가추세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해야 하지만 생수는 답이 아니다. 생수의 천국이었던 유럽에서도 수돗물 마시기가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물을 휴대하는 시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만 더 언급하자면   손수건 사용을 생활화 했으면 한다. 우측 제일 끝 그림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벽면에 설치된 손수건 캠페인 장식이다.  어쨌든

2007년 5월 환경부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는 국민은 많지만 인식의 깊이가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수송(58.6%), 산업(30.0%), 발전(7.6%)이라 응답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휴지 한장이 숲의 벌목과 화석에너지 과소비를 부른다.  국민 1인당 1년간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35m짜리 17개 정도 된다. 여기에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 화장지 또한 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쌓여서 내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각각의 기업, 학교, 가정에서 실천 행동을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1톤의 탄소를 줄이기 위해 360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숲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더불어 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새들은 곤줄박이로부터 시작하여 딱새, 꿩, 검은등뻐꾸기, 두견이, 무당새, 뻐꾸기, 소쩍새, 어치,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직박구리, 박새,호랑쥐빠귀,휘파람새,꾀꼬리,호반새등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수서곤충이나 어류는 10년 전 이곳을 조사하러 왔을 때 기억에 의존하자면  가재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종이 서식하고 있다. 

아쉬운 일은 부산상수도사업본부가 이 길을 덧내려하는 것이다.  나름 고민의 흔적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부산근교에 이만한 숲은 만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비추어 본다면 그냥 이대로 두는 방식이 최상의 보전책이 될 것이다.  물론 상류로부터 쌓이는 퇴적물의 준설 등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구태여 길을 넓히거나 조경을 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한다.

 명상은 길 어디에서나 이루어 진다. 볕이 바로 내려꽃히는 곳이나 너무 서늘한 곳이 아니면 된다. 

거기서 제대로 익어 볼 일이다.

 

 

정밀조사를 수행하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수준의 생테계이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존치하면서 보전하는 방식이 적극적인 보전이 아닌가 본다.

아직도 대다수 시민은 법기수원지의 존재를 모른다.  그러나 일단 개방이 되면 사정은 일변할 것이다.  그 변화의 와중에 어떻게 해야 이 숲과 수원지를 지혜롭고도 생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공유해야 한다.  울진 소광리 소나무숲 처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퉁이 그러니까  무장골과 무덤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숲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파노라마를 읽을 수 있다. 지통마을과 무장골 사이 숲에서 본 명상에 들었다.  누군가는  아예 들어 누웠다.  그는 그렇게 명상을 했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그게 그에게는 이날 최상의 명상이었기에 ...

 명상이 이루어지는 사이 포크레인 한대가 지나간다.  온갖 새소리로 충분한 이 숲에 어울리지 않는 두번째 장면이었다.  허나 금새 숲은 평정을 되찾았고 참가자들은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즐겼다.

 

수변에는 흰뺨검둥오리 몇 마리 늘 있다.  인기척이 나면 수변에서 수원지 가운데로 피신한다.

꼬마물떼새 한 마리 쉬 자리을 뜨지 않는다.  주변에 둥지라도 있나 싶어 나도 조용히 비켜 선다.

댐마루에는 엉겅퀴가 지천이다.  지난 봄에는 들솜방망이가 가득이더니 이 친구들이 벌과 나비를 수시로 불러 들이고있다.

꽃지고 열매달린 벚나무의 모습이 새롭다.  온 봄을 연분홍으로 믈들이더니 이제 때죽이며 아카시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이렇듯 열매로서 새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그 옆 소나무에 사람의 인기척 아랑곳 없는 오색딱다구리 암수의 사랑 놀음이 정겹다.

이곳의 반송은 누군가 옮겨다 심었겠지만 참 수형이 멋지다.  반송나무 그늘 아래 눈을 감고 일정을 마무리 할 것이다.

정문으로 내려서는 비탈길 계단에서 바라본 사면 여름풀벌레들이 사방에서 짝을 부르는 노래로 초하의 오후가 기운다. 

수원지개발 당시의 본법 일대의 모습이다.  능선은 추적하여 읽을 수 있지만  이 계곡은 그때로 부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Cry To Me - The Rolling St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