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부치며
내가 돌았을 때
봄 희망
반성 / 김영승
반성 902
반성 826
반성 783
반성 745
반성 743
반성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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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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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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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163
반성 100
반성 99
반성 79
반성 72
반성 39
반성 21
반성 16
두부를 부치며
배는 고파 죽겠는데
나는 두부를 부친다
그냥 아무거나 처먹지
뭘 잘 좀 먹어보겠다고
그런 面에서는
人生은 다들
나 같은 자들이 擧皆(거개)라
피식
安心하기도 한다 피식
웃으며
그 욕망과
상승의지에 그저
無限한
敬意(경의)와 연민을 잠깐
보내는 것이다 그 点(점)은 오늘
아침
沈痛할 만큼 그들
人類라는 生命體 一般 全體를
가엾어하게도 하여
무섭기도 하지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내가 그 모든
人間들을
불쌍히 여기고 있다니.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차라리
내가
부쳐지는 게 낫겠다. 간장에
푹 찍어
밥 한 숟가락과 함께
먹혀지는 게
낫겠다
오늘같이 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혼자 있는 날이면
그런 아침이면
혼자
밥을 차려 먹으면서도 우렁찬
雜念(잡념)이 滿乾坤(만건곤)하여
기어코
便을 보게 만들거나
뭐 정리할 것 없나 하고
室內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無門關(무문관)이니 뭐니
그러나 오늘 아침
두부라도 있었으니 두부를 자르고
기름 두르고 부치고
그 工程(공정)에 參與(참여)하지
一年에 지구를 몇 바퀴씩 돌며
밥도 비행기 안에서 먹고
잠도 비행기 안에서 잔다는
畵像(화상)들을 보면 明白히
내가
이 모습 이대로
두부를 부치고 있는 게
훨씬 나에게 有利(유리)하고
弘益人間 할 수 있고
下化衆生 할 수 있는
위대하고 장엄한
일이라고
나는 당연히
나 中心的인
大覺(대각)을 하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내가 돌았을 때
내가 돌았을 때
어 너 돌았구나 참 잘 돌았다 도느라고
얼마나 애썼니
칭찬해 준 사람도 없었고, 위로해 준 사람도 없었고
아니 멀쩡한 새끼가 왜 돌아 지금이 돌 때야
욕해 주는 사람도 비판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음부터는 돌지 말아라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왜 돌았을까 그 원인을 분석해가며
그래 네가 돈 것을 이해한다 수긍하는
사람도 그 예리한 지성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되었을까 끌어안고 흐느끼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돌았을 때
나를 돈 사람 취급 안 한 사람도 돈 사람이고
또 나를 참 비범하게 돈 사람이라고 추앙한 사람도
돈 사람이다 나는 내 아들이
구태여 돌지 않아도 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들이
너무 많다…
자, 나는 또 <내가 돌았을 때>라는 시를 쓰다가 말았다.
쓰다가 말다니 얼마나 슬픈가, 죽다가 말다니.
겨울, 봄, 여름…
1996년 2월 2일(금)부터 1996년 8월 7일(수) 까지의 일이다.
그 세월이 꼬박 '20년'이다.
이제 '가을'이다.
봄, 희망
일곱달 째 신문대가 밀려
신문도 끊겼다
저녁이면 친구인 양 받아보던 신문도
이제 오질 않는다
며칠 있으면 수도두 전기도 끊길 것이다
며칠 있으면
이 생명도 이 몸에서 흘리던 핏줄기도
끊길 것이다
은행의 독촉장과 법원의 최고장
최후통첩장
수많은 통고장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아내가 보낸 절교장도
그 위에 놓여있다
진달래가 피었노라고
아내에게 쓰던 편지 위에
핏방울이 떨어진다
가장 빛나는 것을
나는 한 장 집어 들었다
반성 / 김영승
번인이 번인 입으로
술 안 마신다고 했으면 마시지 말아야지
또 마시냐 ?
일구 이언은 이부지자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하긴.....
내 아버지가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또 어떠냐
지금까지 하나도 없이 자란 것도 허전한데
암만 생각해도 아버지가
일개 소대 병력쯤은 될 것 같은
저 고등한 후레자식 속에서
기도하다 보니
다 서럽다
당신 섹스 파트너는 솔직히
몇 명이었소 ?
킥킥.
한 부부가 염라대왕 앞에 갔단다
염라대왕이 부부를 각각 따로따로 떼어놓고
자신이 몇 번 간음했는가 절대
비밀로 할테니 말하라고 했고
그리고 간음 한 번에 팔둑에 한 땀씩
바느질을 하는 벌을 주기로 했다
남편은 딱 두 번이라고 고백했고
아얏 ~ 두 번 꼬맸다
다 꼬매고 남편이 아내는 왜 아직 안 오나 몰래 보니
아내는 재봉틀로 들들들 누비를 당하고 있었다나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처럼
나도 술이 솟는 우물가에 살았지만
여인아, 네가 남편이 없다는 말이
옳으니라*
나도 아내가 없다는 말이 옳고
지금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너희들도.
나도 하나님 아버지께
내 죄를 고백해야 되겠다
내가 만난 여인은 두 명
둘 다 내가 술태백이라고 떠났지만
두 번째는 간음이다
아얏 !
나도 몇 바늘 꼬맸다.
반성 902
하나님 아버지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머리가 띨띨해져 갑니다
고맙습니다
반성 826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래위 턱이 맞지 않는다
소위 아구통을 맞아서 그렇다
아래위 짝이 꼭 맞아야 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맞지 않는 윗니 아랫니로 깻잎을 씹다 보니
킥킥
맷돌 윗짝에 맞아죽은 놈*
생각
나쁜 놈은 참 재미나게도 죽는데
나는……
살아야겠다는 일념만 있는
의지의 한국인처럼
천신만고 끝에 밥을 먹고 나서
극기 복례하여 오래간만에
연탄불 아래윗 구멍을
정확히 맞춰 갈았다
요즘 사내들 제 아내하고
아래 위 잘 맞추고 사나
자기가 안 맞으니까 별 참견 다 한다고
또 한 방 아구통을 맞을 것 같다
어제는 술 마시고
괜히 맞았다 괜히 아무나 때리고 싶다는 놈한테
그럼 한 번 때려 보라니까
정말 때렸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아구통을 갈기면
왼편 아구통도 돌려 대라
킥킥
나는 웃고 있었는데
그는 글쎄 나를 붙들고 엉엉
울고 있었다.
*구약성서 사사기 9:53
반성 783
차라리 원시인들이 땀 삘삘 흘리며 굴리고 다니던
도나스같이 생긴 그 커다란 돌덩어리들
돈으로 사용했으면
참 많은 게 탄로날 텐데
간통도 개수작도
그대가 생각하는 사랑도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실질임금 상승률이
하등의 관계없이 겉도는
그 모든 노예 시장,
인신매매조차도 독점한
1, 2, 3....n차 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면접시험 치르는
부실한 유령 회사도
앗!
돈이 보이지 않는다.
부피도 질량도 없는
보혜사 성령 같은
관념이
모든 현상을 은폐시키고, 쉿!
박 과장 최 부장
김 실업자
다 둘리고 다닌다
반성 745
죽기 직전에 자기 아들에게만
알았느냐? 하고 죽었다는
옛날 장인들의 비법처럼
나도 그런 거 하나쯤은 갖고 있는가
반관에 450원
국수를 삶으며
고려청자의 비색 같은
내 아픔의 연원
그 아득한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생각해 보며
시계를 차고도 늘
지각을 하는
노예들과
그리고 그렇게
입 다물고 오래 참을 순 없는가
당신을 사랑해요 혹시
텅 빈 구멍을 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결국
음흉하고 비열한 고백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는
재림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재혼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글쎄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해결한다고 하라
이력서엔
뒷간에 갖다 붙여 놓으면
왼갖 잡다한 잡귀는 다 물러갈 것 같은
잡귀 쫓는 부적 같은
내 반명함판 사진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성껏
결국 삐뚜로 붙여 놓고
자기소개서엔 '나는 천재다'
나는 왜 그렇게 쓸 수 없는가
신문에서 오린 사원 모집 광고 문안에 왜
식욕 있는 남녀, 성욕 들끓는 남녀
라는 자격 ──
그 자식들은 왜 나에게
자기네들의 소개서를 써서 보내지 않는가
아니면 '나는 미친 놈이다 으하하하하─'
아니면 숫제 '나는 나는 갈테야 연못으로 갈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테야……'
더러운 놈들.
(반성, 1987, 민음사)
반성 743
키 작은 선풍기 그 건반 같은 하얀 스위치를
나는 그냥 발로 눌러 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선풍기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선풍기한테 미안했고
괴로웠다
―너무나 착한 짐승의 앞이빨 같은
무릎 위에 놓인 가지런한 손 같은
형이 사다 준
예쁜 소녀 같은 선풍기가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어린이 동화극에 나오는 착한 소녀 인형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아저씨 왜 그래요' '더우세요'
눈물겹도록 착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얼 도와줄 게 있다고 왼쪽엔
타임머까지 달고
좌우로 고개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더운 여름
반 지하의 내 방
그 잠수함을 움직이는 스크류는
선풍기
신축 교회 현장 그 공사판에서 그 머리 기름 바른 목사는
우리들 코에다 대고
까만 구두코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지시하고 있었다
선풍기를 발로 눌러 끄지 말자
공손하게 엎드려 두 손으로 끄자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을 닮았다
핵무기도 십자가도
콘돔도
이 비 오는 밤
열심히 공갈빵을 굽는 아저씨의
그 공갈빵 기계도.
반성 740
어둠-컴컴한 골목
구멍가게 평상 위에 난짝 올라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옛날 돈 2만원 때문에
쫓아다니며 내 따귀를 갈기던
그 할머니가
어떻게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
내 손을 잡고 운다
머리가 홀랑 빠졌고 허리가 직각으로 굽었고......
나도 그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맥주까지 마시니 돈 좀 생겨지나 보지 하면서
웃는다
이따가 다른 친구가 올 거예요 하면서
나도 웃었다
반성 722
이거 어디서 났어?
그대는 왜 그걸 묻는가
머리통이 오이 꼭지같이 되어 버린 사나이가
파커 45 만년필을 갖고 있으면
이거 어디서 났어?
너어 이거 라면 세 봉지
이거 어디서 났어
눈이 휘둥그레져 갖고
천신 만고 끝에 마음씨 곱고 동정심 많은 여인을 만나
데리고 오면
저거 어디서 났어?
제 신랑감이에요 하면
저거 어디서 났어?
내가 갖고 있는 고물 guitar
에드문트 훗설의 현상학 원서
광주일보 특집부 기자 후배 박치정이 ANOC 총회에 취재 갔다
프랑스 오랑캐한테 얻어다 준 Paris 1992 올림픽 마크가 찍힌
날씬한 라이터
이거 어디서 났어?
어디서 들었어?
어디서 봤어?
이 피
어디서 묻었어?
너어 이 상처 이거
이거 어디서 났어 새꺄?
깊은 밤
히히
자다 말고 곰곰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나
제 마누라 음부를 보고
너어 이거
이거 어디서 찢어졌어,
갓난아이를 보고
이거 어디서 났어!
반성 617
예수에겐 당연한 일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엄청난 일
간음한 여인
킥킥
애써 웃음 참고
엄숙한 표정으로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그리고 예수는 하꼬방에 달려가서
흐느꼈을게다
돌절구도 밑 빠질 때가 있느니라....
(예수가 땅바닥에 끄적거린 낙서)
반성 608
어릴 적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 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주(主)는
나를 놓아주신다
반성 591
둥글게 둥글게 노래 소리 맞춰
노래를 부르며
따귀를 맞아본 적 있는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 받으며
따귀를 맞아 본 적 있는가
//
둥글게 둥글게
짝
코피가 터져 본 적 있는가
반성 564
알몸으로
커다란 선인장을 끌어안고
변태성욕자처럼
성교하듯 숨 막히는 애무를 하면
얼굴에 눈에 입술에 혀에
성기에 가슴에 무릎에 엉덩이에
피……
더는 꽃이 피지 않는 내 몸에
이 서러운 육신에 펑펑
수줍은 꽃 수천 수만 송이
수줍은 꽃의
滿開(만개)
아―
主님.
반성 563
형이상학적 사고체계가 완벽한 나는 가끔
여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나라 말 <보지>를 발음했을 때의
그 전무후무한 공명을 숙고해 본다
생각해 보았는가
아무도 몰래 묵묵히 <보지>를 발음해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불타나 예수의 모습을
그대의 아버지나 대통령이나 그대의 스승을
생각해 보았는가
마하트마 간디를
“지 에미 속을 얼마나 썩혔을까
대가릴 저 지랄도 해야만 글이 나온다던?
저 드러운 저 똥 콧수염 저 으....“
신문에 난 “내 잠속에 비 내리는데”라는 수필집 광고에 나온
李外秀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또 그러신다
그러더니 또 별안간 “야 저새끼 장가 갔냐?” 하신다
히히
<보지> 건
(태멘> 이건
<아훔> 이건
반성 190
쓸쓸하다
사생활이 걸레 같고 그 인간성이 개판인
어떤 유능한 탈랜트가 고결한 인품과
깊은 사랑의 성자의 역할을 할 때처럼
역겹다
그리고 보통 살아가는 어리숙하고 착하고
가끔 밴댕이 소갈딱지 같기도 한 이런 저런 모습의
평범한 서민 역할을 할 때처럼
그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그가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도색적인 그가
수줍어한다거나 이웃에 대해 작은
정을 베풀어 어쩌구저쩌구하는 역할을 할 때처럼
각자 아버지고 어머니고 선생이고 아내고
어쨌든 이 무수한 탈랜트들과
나는 살아야 한다
반성 187
茶道니 酒道니 무릎끓고 정신 가다듬고
PT체조 한 뒤에 한 모금씩 꼴깍꼴깍 마신다
차 한잔 술 한잔을 놓고
그렇게 부지른한 사람들이
나 한테 그 무슨 오도방정을 또 떨까
잡념된다
지겹다
반성 163
코끼리들이 문득 가엾다
코끼리 발바닥엔
어느 정도 두께의 굳은살이 박혔을까
그 거대한 몸뚱이를 지탱하며 먹이를 찾아
뛰어다닌 벌판
굳은살이라곤 입술과 유방괴 성기 밖에 없는
불행한 남녀들이 다투어 몰려 온다
귀족적이려고 매력적이려고 그리고
지성적이려고 무지무지 애를 쓰고 있다
가엾다
반성 100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 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반성 99
집을 나서는데 옆집 새댁이 또 층계를 쓸고 있다
다음엔 꼭 제가 한번 쓸겠습니다
괜찮아요. 집에 있는 사람이 쓸어야지요
그럼 난 집에 없는 사람인가?
나는 늘 집에만 처박혀 있는 실업잔데
나는 문득 집에조차 없는 사람같다
나는 없어져 버렸다
반성 79
아내가 내 빤스를 입고 갔다. 나는 아내 빤스를
입어 본적이 없다
아내는 내 빤스를 입고 가 버린 것이다. 나는 빤스가 없다
일주일 후 아내는 내 빤스를 빨아서 갖고 왔다
나는 빤스를 입었다
반성 72
나는 대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기 하는 것 같다
만루 때의 휘볼처럼
밀어내는 것 같다
죽기는 싫어서 억지로 밥을 먹고
먹으면 먹자마자
조금 있으면 곧 대변이 나온다
안 먹으면 안 나온다
입학도 졸업도 결혼도 출산도
히히 밀어내는 것 같다
먹고 배설해 버리는 것 같다
사랑도 이별도
죽음도
반성 39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 함께 자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왔다
아내는 갈비탕을 먹자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갈비탕을 한 그륵씩 먹었다
버스 안에서 아내는
아아 배불러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는 두 그릇을 먹어서 그렇지
그러자 아내는 나를 막 때리며 웃었다
킥킥 웃었다
반성 21
친구들이 나한테 모두 한마디씩 했다. 너는 이제 폐인이라고
규영이가 말했다. 너는 바보가 되었다고
준행이가 말했다. 네 얘기를 누가 믿을 수
있느냐고 현이가 말했다. 넌 다시
할 수 있다고 승기가 말했다.
모두들 한 일 년 술을 끊으면 혹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술 먹자,
눈 온다, 삼용이가 말했다.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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