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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쉬운 詩 좋은 詩

할머니의 노래

by 이성근 2019. 8. 8.


할머니의 옛 노래

*권도연(1912~2005) 경북 칠곡 가산 다부동

     

<산나물 노래>

올라가는 올고사리 줌줌이도 꺾어 였다.(넣었다)

니러가는(내려가는) 늦고사리 줌줌이도 꺾어 였다.

시아버님 상에는 엉겅퀴를 물어다가 얼글씨 났다.(놨다)

시어머님 상에는 쪼바리를 뜯어다가 쪼불씨 났다.

서방님 상에는 암탉 장닭 잡아가주 올리 났다.(올려놨다)

온 산나물 다 묵어도 비비곡지 내 몰랐다.

 

*비비곡지 ; 비비취. 상추 비슷한 산나물

 

<탄로가>

 

무정무정 다 넘어갔다.

이팔청춘 소년들아 나이 들면 백발이더라.

어제 아래 소년이디(이더니) 백발이 다아(다가)왔네.

머리 쉰 데 먹칠하고 이빠진 데 박씨 꼽고

아이당에 놀러가니 꾸린내야 찌린내야

여 안지소 저 안지소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보고 박절마라.

어제꺼정 소년이디 백발이 잠깐이다.

 

<시집살이 노래>

 

시집 간 사흘만에 시아버님 하는 말씀

아가아가 새아가 어제 왔는 새아가

밭을 매러 가라 하네

은가락지 찌든(끼던) 손에 호망자리(호미자루) 웬일인고

비단처마(치마) 입든 허리 행주처마 웬일이고(우짠일고. 우얀일고)

깜동까치 신든 발에 미신짹이 웬일이고

다른 점슴(점심) 다 나와도 이내 점슴 안 나오네.

저슴참을 찾아오니 시아버님 하는 말씀

아가아가 며늘아가 어지(어제) 아래 왔든 새며늘아가

그걸사나 점슴 일이라고 저슴참을 찾아왔나.

시어머님 문을 열고 썩 나시며(내달으며) 하는 말씀

아가아가 며늘아가 그걸사나 일이라고 저슴참을 찾아왔나.

밥이라고 주는 것은 이빠진 사발에다 식기굽에 발라놓고

()이라고 주는 것은 삼 년 묵은 꼬랑장을 준다.

숟가락이라고 주는 것은 칭이()짝을 꺾어 준다.

그 점슴을 먹고 나여(나서) 방에 드가여(들어가서) 농문을 열고

아홉 폭 치매(치마)를 따가지고 한 폭 따여 고깔 짓고

한 폭은 따여 행전 짓고 한 폭은 따여 바랑 지여(지어)

절로 가네 절로 간다.

삼단같은 이내 머리 징금징금 다 깎고

시집오는 사흘 만에 절로 가네 절로 간다.

절에 가는 삼 년만에 시십곳을 찾아 오니

집을 물으니 집도 없고 자취도 없이

저 건너 쑥대밭이 되었구나.

산소라고 찾아가니

시아버님 산소에는 호령꽃이 피었구나.

시어머님 산소에는 쪼바리꽃이 피었구나.

동서미()에는 흔들흔들 흔들꽃이 피었구나.

서방님 산소에는 함박꽃이 피었구나.

 

<과택이 노래>*과부 노래

 

소이졌네 소이졌네

베개 머리 소이졌네

그걸사나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

쌍쌍이 떠들온다.

둘이 베자했는 유자베개

혼자 베개 웬일이고

둘이 누자 하였더니

새별같은 요강에

둘이 누자 하였더니

혼자 누기 웬일이고

평풍(병풍) 너머 그린 닭이

훼치거든 내가 오마하더니

동솥에 앉힌 밥이

싹 돋거든 내가 오마

울 너머 남방초가

싹 돋거든 올라하더니

싹도 움도 아니 온다.

담 너머 국화주야

담 안에 국화주야

국화꽃을 따가주고

술을 해도 아니 오고

국화도 아니 나고

우리 님도 아니 온다.


<자장가>

자장자장

()잠자고 복()잠자고

은을 주마 너를 사마

금을 주마 너를 사마

돈을 주마 너를 사마

얼사절사

인간의 귀물은 사람이고

산천의 귀물은 머루다래

잔다 잔다 우리 ○○

명잠자고 복잠자고

애잘잔다 애잘잔다.

 

아들을 낳아 놓고

아버지가 없으니까

어머니가 소리를 하기를

선봉이는 평양감사 후봉이는 경상감사

아들 서이를 낳아 놓고

어머니가 사시(四時)

전라감사하고 그래노니

원대로 다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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