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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괜찮은 詩

김수영의 풀

by 이성근 2014. 2. 13.

 

 

  풀
                                       김 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더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은 김수영 시인이 6월 16일 사망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창작과 비평』 1968년 가을호 발간)이다. 유신체제에 반정부 시위가 절정일 때 지어진 유고시로서 당시 시국은 3선개헌 추진으로 인해 전국이 연일 시위가 번지고 학생들이 투옥되는 등, 권력이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으며 개헌을 추진하는 어수선하고 폭압적인 분위기였다

 

 

 

 

 

 

 

 

 

 

 

 

 

 

 

출처: EBS 지식채널e 2010.4.19~26 '그해 4월, 시인 김수영'에서 캡쳐 

 

음악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아뜨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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