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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괜찮은 詩

어릴 때 조국 -신기선

by 이성근 2013. 7. 20.

 

                                                                                                                                        출처 : 주한미군 Dreher 1966. 송추삼거리

 

어릴 때 조국

 

우리 친구들이 자랄 때

같이 놀던 그 어린 친구들이 자랄 때

우리 커서 총(銃)을 겨누고

서로 죽이자 약속하지 읺았다

 

그 어릴 때 같이 놀던

그 친구들은 자라서

남쪽에서 나온 우리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우리들은 그들을 향해

방아쇄를 당겼다

그 어릴 때는

이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목이 마르다

여름 태양에 깔깔해진

마른 갈숲처럼

목은 고향에 목이 마르다

 

오늘은 일요일

숙제장을 든 어린 아들이 묻는 말이

“이북에는 나쁜 사람만 산다지요”

나는고개를 돌리고 머언 하늘을 바라 보았다

 

어릴 때 같이 놀던

그 친구도

"이남에는 나쁜 사람만 산다“고

되풀이 가르치고ㅓ 있겠지

 

우리 친구들이 자랄 때

어릴 때 같이 놀던

그 친구들이 자랄 때

우리 나라를 우리 커서

찢고 째고

나쁜사람만 사는 나라라고

서로 이렇게 약속하지 않았다

 

내 고향

청진(淸津)은 청진이고

내가 사는

서울은 서울이지

 

신기선(申基宣, 1932년~ )은 함북 청진(淸津) 출생이며, 광복 후 월남하여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57년 《문학예술》 잡지 추천으로 시단에 나왔다. 초기 시는 직관과 관념에 의한 것들이었으나, 1971년 《어릴 때 조국(祖國)》을 쓰면서부터 현실인식의 시를 지향, 계속하여 〈콜라〉,〈서부이촌동(西部二村洞)〉 등과 같은 경향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특히 조국의 분단 현실에 대한 동화적(童話的) 투시력은 거의 독보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저서로 시집 《맥박(脈搏)》이 있다

 

음악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아뜨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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