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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괜찮은 詩

김사의 - 여든 즈음에

by 이성근 2015. 1. 15.

 

 

 

여든 즈음에

 

                                           김사의

 

살아 있을까 혹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곰곰 생각하니 현기증 이네 월세방 전전하며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있는 인생이 출렁출렁 무슨 수로 삶을 이어가고 있을지 교환가치나 있을는지 내 사용가치는 무엇이 될까 삼포세대도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 살얼음판에 통장엔 오십만 원도 없는 내 처지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꿈꿀 수 없지 관값이나 남아 있을지 몰라


살아야 하는 시간은 연장되었는데 수명이 연장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네 나는 노령연금도 최저생계비도 아무것도 받지 못하겠네 목숨이 붙어 있으니 자릿값으로 세금만 내는 유령일세 사는 동안 열심히 일했던 노력과 뜨거웠던 열정들은 몽땅 뜯긴 채 앙상한 슬픔만 남겠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숨 멎을 때까지 아흔아홉 개 몸뚱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머리가 정해주는 운명대로 살 수밖에 없는 건지 온전한 내 영혼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다 가는 삶은 얼마나 고독할 것인가 치욕스러운 빈곤에 삭은 몸뚱이 이끌고 일할 수 있다 치자 먹고사는 데에 평생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쭉쭉 대를 이어 大머리 하나 살찌우는 제물이 되어 그렇게 흩어지는 삶이라면 빌어먹고 말겠네

기름기를 빼고 홀쭉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지리멸렬한 절망으로 또 한 세월 갈 테니 그리 두렵지만은 않네 나는 파랑새가 보고 싶네 잡힐 듯 잡힐 듯 진보의 흑백 같은 파랑새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거리에서 춤을 추네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 파랑새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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