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오륙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급격히 변해버린 주변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혀를 찬다. 순간 이 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른다. 한 도시에서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원형의 자연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안타깝게도 부산은 선진도시로서 가져야 할 자기 얼굴 관리에 여전히 부족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 되려 개발을 호도하고 있다.
특히나 공유지의 사유화는 심각하다. 자연생태계보전구역이자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24호로 지정된 오륙도 일원의 개발은 대표적 사례다. 지난 몇 년 오륙도 앞 구 용호농장 터를 개발하니 못하니 시끄러웠다. 아파트 시공사가 추가 개발을 미끼로 거짓광고 분양을 했다며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발을 반대했던 환경단체도 관망할 수밖에 없었고 부산시와 남구청도 침묵했다.
분노한 이주민들의 원성과 분노만 가득했다. 애초에 그들 역시 어쨌거나 개발효과를 기대하고 입주를 했을 것이다. 그들의 바램대로 오륙도 앞 언덕에 관광단지 씨사이드가 예정대로 들어섰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서 영혼을 위로받던 풍광 대신에 일대의 경관과는 이질적인 건축이 성곽처럼 들어 선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나는 거기에 들어설 그 어떤 시설도 반대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자면 아파트의 입지 자체도 반대했고, 그로 인해 그곳과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으로부터 사무실이 습격받는 일까지 겪는 곤혹스러운 일도 격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다시는 그곳을 쳐다보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길 위에 서다 보니 다시 신선대를 거쳐 승두말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이어진 갈맷길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왕에 들어 선 저 아파트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승두말과 백운포 사이 이른바 용호동 산 205번지 언덕을 어떻게 하든 되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지난해 말 관광지 조성 허가 취소 결정 소식을 남구청으로부터 들었다. 기간 연장을 했다고는 하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씨 시이드 개발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말해 관광지가 반드시 시설 중심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해안선의 자연성을 살리며 최소한의 이용자 편의 시설만을 도입하는 방식을 통해 주목받는 지역으로 예전의 명성을 뛰어 넘는 관광전략이 필요하다.
시방 부산의 해안은 어디고 할 것 없이 똑같은 얼굴로 성형미인을 추구하고 있다. 한결같은 레퍼토리는 차별성도 없고 공간적 특성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해지고 부산의 해안에서 깜깜한 밤, 파도소리 밤새 살아 흐르고 이른 아침 해무가 산등성이를 넘는 곳은 이제 손 곱을 정도다. 그대로 둘 순 없는가.
굳이 정비를 하자면, 또 시공사에 복구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겨울이 가기 전에 그 언덕 148,000㎡에 밀밭을 조성해 볼 것을 제안한다. 여력이 된다면 오뉴월 밀 수확 후 다랑 논을 만들어 지역민이 참여하는 모심기라도 해 볼일이다. 상상해보라. 오륙도가 보이는 푸른 언덕, 바람에 물결치는 밀밭 혹은 나락의 바다를, 누가 이 풍경을 마다할 것인가. 1946년 3월 한센병 환자들이 여수 애양병원 원장이던 월슨 박사와 미군의 도움으로 용호농장으로 이주하기 전 용호동 오륙도와 승두말 일원의 재현에 다름아니다. 그도 싫다면 오륙도 시민의 숲을 조성하든가. 2012.2.10 부산일보
I Shall Be Released -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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