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해파랑길에서
비가 내린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면서 토해낸 방사능찌꺼기가 대기에 퍼졌다. 편서풍을 노래하던 기상청과 정부가 이제는 극미량이라고 인체에 문제없다며 지나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다. 과연 그러한가. 무책임의 극치를 동해 곳곳에 새겨진 역사는 질타한다. 동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과거로의 여행은 동해가 지진과 해일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웅변한다.
동해시 묵호의 유래 속에는 바다로부터 몰아닥친 거대한 해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목민관의 활동이 남아 있고, 삼척시 육향산에 미수 허목이 세웠다는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는 오래전부터 동해에 해일이 들이닥쳤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다. 지난 1983년에도 진도 7, 높이 5m의 해일이 동해를 덮쳤다. 동해에는 울진을 비롯하여 경주 월성과 경남 고리에 핵발전소가 무더기로 들어서 있다.
하물며 추가로 핵발전소를 증설하겠다고 하니 실로 두려운 일이다. 실제로 동해 해파랑길 구간에서 핵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은 멀리 우회해서 걷는다. 이 달갑지 않는 존재를 혹자는 필요악이라 한다. 허나 어떤 부분에서 필요이고 어떤 지점에서 악인지 우리 사회는 제대로 평가하지도 공유하지도 못했다. 일방적 선이었고, 무조건적 발전의 개념으로 주입되었다. 마치 핵발전소가 아니면 지역은 망하기라도 하듯 몰아붙였다. 급기야 찬반의 논쟁에서 지역공동체가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하며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길은 이런 것과 무관한 것인가. 걷는 사람은 걷기만 하면 되고, 길을 여는 사람은 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이 보여주듯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발전은 동결된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발전은 순식간에 사라짐을 이들 지역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최소 반경 30㎞가 출입금지 구역이 되는 것이다.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을 가던 일본의 피난 행렬은 만일의 상황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불안을 조장한다고, 그럼 ‘그 땅이 그대의 마을과 고향이었다면’ 하고 바꾸어 생각해보라. 그렇다. 국토와 에너지의 이용이 왜곡될수록 길 또한 제 길을 가지 못한다. 아픈 길이다. 그 길에 한 가닥 희망의 상징이 영덕 블루로드에서 빛난다. 해맞이 언덕 뒤편 바람의 언덕에 입지한 풍력단지에서 돌아가는 28기의 풍력발전기는 연간 9만 6680㎿의 전력을 생산하여 영덕 군민 전체가 사용하고 있다. 입지의 문제만 면밀하게 검토한다면 권장할 일이 아니던가.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바람 말고도 무수히 많다. 따라서 대도시의 에너지 소비를 위해 지역이 볼모가 되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핵발전소의 폐기물 문제는 세계 어느 국가도 답을 얻은 곳이 없다. 임시저장을 하면서 계속 방법을 강구할 뿐이다. 우리 세대의 편리를 위해 미래세대에게 치유키 힘든 짐을 전가한다는 것은 세대 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은 참으로 수려한 강산이었다. 그 아름다운 국토를 시나브로 토건마피아가 절단을 내고 덧내고 있다. 그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 꼴을 보지 않기 위해 산으로 들로, 강으로 해안으로 도망가듯 우리는 길을 찾아 나선다. 어찌 그 길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 할 수 있는가. 도피요 회피다. 길에서 당당해져야 한다.
자동차로 빼앗긴 사람의 길, 중앙의 논리에 희생당한 지역의 길들을 재생하고 복원하여 조상에게 받은 금수강산을 다시 후손에게 전하고 사회적 정의 실현과 상생을 위한 소통이 전제된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때 우리세대의 정의가 다음세대에게 전해질 것이다. 길은 소통과 순환의 통로가 될 때 가장 빛나는 것이다.
(강원도민일보 4.28 -공동칼럼 길)
in the Pines - Joan Baez
Ma solitude - George Moustaki
Changing partners - Patti Page
Distant drum - Jim Reeves
This Little Bird - Marianne Faithfull
Release Me - Engelbert Humperdinck
Plaisir d'amour - Nana Mouskouri
Anything That's Part Of You - Elvis Presley
Chiquitita - The Abba
Baby I Love You - Andy Kim
Stand By Your Man - Tammy Wynette
Piano Man - Billy Joel
The Rose - Bette Midler
Oldman's Song - Tom Rush
Erste Liebe Meines Lebens - Monika Martin
Angel in blue - J.Geils Band
Ein Bisschen Frieden - Nicole
Today - John Denver
Viens Viens - Marie Laforet
Poor Man's Moody Blues - Barclay James Har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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