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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오륙도 '씨 사이드'를 시민의 숲으로

by 이성근 2014. 1. 24.

 

 

사업승인이 취소된 오륙도 씨 사이드 관광지조성사업에 대해 사업연장이 다시 주어졌다는 보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는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유독 이 사업에 대해 행정이 관대한 이유는 이해 할 수 없다.

나아가 아파트 입주자들 역시 씨 사이드 부지가 무분별한 개발로 사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결론적으로 그간의 과정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사실은 민자개발 방식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여 지난해 씨 사이드 옆 이기대 자연마당 복원사업 착공식 때 행정부시장을 비롯하여 남구청장 등에게 제안했던 바를 지면을 통해 공식화시켜보고자 한다. 예컨대 씨 사이드 부지를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시민자산화하고 제2 시민의 숲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굳이 지금 당장 숲이 아니더라도 좋다.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현재 개발 대상지는 약 14만4천 ㎡(약 4만 3천500평) 정도이며, 도로를 경계로 3천 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전면부에는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가 있다. 오륙도 일원은 국가 명승 24호이자 해양생태계 보전 지구로 지정되어 보전에 각별함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에게는 미안한 소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외지인을 막론하고 그 입지의 잘못을 입에 달고 씹는다. 거기다 황량하게 방치된 씨 사이드부지는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현장이다.

거친 상상이지만 이 몹쓸 이력의 현장을 갑오년에 시민공간으로 만드는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현재 부산그린트러스트 교육실에는 동천재생 시민참여단의 교육이 격주로 이루어 지고 있다. 각 분야별 다양한 영역의 시민이 참여한 시민참여단은 대상지의 자료수집을 비롯하여 현장의 답사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리하여 올해 봄 보고서가 만들어지면 그 보고서를 토대로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이 정책적 결정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씨 사이드 부지 역시 시민참여를 조직하고 여기에 학계와 기업, 행정이 동참한다면 유례없는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허황된 이야기기가 아니다. 단계별 목표를 정하고 수행할 단위를 조직한다면 이 또한 못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부산시민은 여러 번 그 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고 그것은 시민의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 지금 시민의 공간으로 변신한 부산시민공원이 미군기지로 있을 때 반환 100만인 서명운동의 완수며 뒤이어진 시민참여의 숲 헌수운동을 비롯하여 낙동강살리기 , 황령산 온천개발 반대운동 등은 씨 사이드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시민이 앞장 서 발 벗고 나서는 일에, 그것도 지역의 재생과 복원을 통해 부산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나아가 지역을 또 다른 방식으로 살찌우는 일인데, 부산시가 강 건너 불보듯 하듯 있을 것이며, 부산의 내 놓으라는 기업이 못 본척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 일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더욱이 2014년은 민선6기가 출범하는 새로운 기회의 해다. 버림받고 외면받은 땅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적이 필요하다. 누군가 말했다 "어린이와 노인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이롭다" 그 말을 오륙도 씨 사이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현실화 시켜 보자.(부산일보. 1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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