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자연의 위대한 연결망에 대하여 저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역자 노승영|에이도스 |2018.01 원제 The Songs of Trees
저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미국의 생물학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공부했으며, 코넬 대학교에서 생태학과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업은 자연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관조적 성찰을 통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자연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라는 찬사를 받은 첫 책 『숲에서 우주를 보다』는 2013년 미국 국립학술원 선정 최고의 책,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 PEN/ E. O. Wilson 과학저술상 가작, 리드(Reed) 환경저술상 등을 수상하면서 그해 교양과학 부문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2009년 테네시 주 최우수교수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구겐하임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현재 시워니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있다.
목차
머리말 008
| 1 부 |
케이폭나무 013
발삼전나무 049
사발야자나무 084
붉은물푸레나무 114
막간: 삼지닥나무 132
| 2 부 |
개암나무 141
레드우드와 폰데로사소나무 162
막간: 단풍나무 201
| 3 부 |
미루나무 211
콩배나무 244
올리브나무 278
섬잣나무 312
감사의 글 327
참고 문헌 332
찾아보기 363
출판사 서평
“과학적 시각에서 자연을 서술한 최근 서적 중에서 이처럼 유려하고 설득력 있고 풍요로운 책은 찾기 힘들다.”
《사이언스 프라이데이》,《브레인피킹스》 The Best Science Books of 2017
『숲에서 우주를 보다』로 미국 국립학술원 최고의 책에 선정되고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두 번째 책이다. ‘우리 시대 최상급 자연문학 작가’로 평가받는 지은이가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의 열두 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인간과 자연, 사회, 역사 그리고 철학적 통찰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서술한다. 생명의 기원과 역사에서 인간과 자연은 서로 거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은이의 통찰은 우리 시대의 개인주의와 윤리적 허무주의, 인간 대 자연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기에 이른다. 차분하고 치밀한 과학적 탐구 못지않게 시적이고 우아한 문장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눈부신 통찰을 선사한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보호구역의 케이폭나무에서부터 바닷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사발야자나무, 스코틀랜드의 개암나무, 덴버 강변의 미루나무, 맨해튼 도심의 콩배나무, 이스라엘의 올리브나무, 일본의 섬잣나무 등 전 세계 열두 종의 나무를 수 년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한 이 책은 차분하고 예리한 생물학자의 시선과 시적 감수성으로 충만하다.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자라기보다는 선승처럼 열린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뉴욕 타임스) 지은이가 케이폭나무의 숲지붕에 비계를 타고 올라가 살펴보고, 죽은 나무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맨해튼 가로수인 콩배나무에 전자장비를 부착해 나무의 소리를 들으면서 발견한 것은 바로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이다. 나무는 혼자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과 균류,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인간이 서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이 생명의 연결망을 형성한다. 이런 생명의 그물망은 수십만 년 전 생명이 탄생한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열대우림과 한대림 그리고 사막지역과 온대림을 넘나들며 전 지구적 공동체를 이룬다. 이 생명 그물망에 당연히 인간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선사시대 화덕의 개암나무 숯에는 인류의 생존과 나무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올리브나무는 로마시대 이후로 숱은 정치적 갈등과 분쟁을 겪으면서 인간과 함께한 역사가 있으며, 일본의 섬잣나무 분재에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예술적 욕망과 문화가 담겨 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나무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을 발견한다.
인간은 자연의 파괴자이고, 자연은 인간 공동체 밖 천연의 공간인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
위대한 생명의 그물망은 인간 대 자연 이분법이 남긴 숱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생명 그물망에서 인간은 무엇이고 자연은 무엇인가?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케이폭나무’ 장 참조), 수십억 년 동안 형성된 탄소 결정체인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를 오염시키는 인간의 활동(‘개암나무’ 장 참조)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고, ‘야생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는 자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가? 자연은 인간의 비자연적 활동에 의해 오염되는 곳이며, 인간 공동체 ‘밖에’ 존재하는 영역일까? 인류 문명이 건설한 도시는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생명 그물망을 끊어버린 곳일까?
지은이가 거대도시 맨해튼의 콩배나무에서 또 덴버의 미루나무에서 관찰한 것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이 자연적인 만큼, 도시 또한 자연적이다. 오히려 “우리가 도시를 자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도심의 강물은 자연 상태에서 멀어진다. 이미 ‘방해’받았으니 폐수를 쏟아 부어도 괜찮다는 식이다. 인간이 배제된 ‘천연’ 보호구역의 귀결은 산업 쓰레기장이다.”(230~231쪽) 도시의 콘크리트 보도,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은 모두 영장류의 진화된 정신 능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미루나무 잎 부딪히는 소리, 새끼 아메리카물까마귀의 부름소리나 삼색제비의 둥지 못지않게 자연적이다.”(232쪽) 뿐만 아니라 ‘시골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높은 것은 도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전 세계 도시 인구가 시골 지역으로 이주하면 토착종 조류와 식물은 날벼락을 맞을 것이다. 숲이 벌목되고 개울이 흙탕물로 바뀌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을 것이다.’(254~255쪽) 얼핏 보면 자연의 위대한 생물 그물망을 이야기하는 지은이의 주장은 이율배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현 시대 환경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시각이며, 도시 속 인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나무가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고, 자연 대 인간의 이분법적 시각이 가져온 역설적 결과가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도 있으며, 인간 공동체는 자연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원자론, 개인주의적 고독, 윤리적 허무주의를 넘어선 ‘속함의 윤리’
‘인간 대 자연 이분법’은 우리 시대 수많은 철학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생물학적 원자론과 개인주의 그리고 윤리적 허무주의는 바로 이런 이분법에 기반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이분법은 ‘허상’에 불과하다. 이런 허상은 차분하고 치밀한 생물학적 관찰 앞에 산산이 부서지고, 생물 그물망의 창조적 복원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나머지 모든 생물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우리의 몸이 똑같은 자연 법칙에서 생겨났다면, 인간의 행위 또한 자연적 과정이다.”(190쪽) 따라서 ‘에오세에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인한 자연의 파괴와 멸종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와 다르지 않다.’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는 환경론자라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자연 파괴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윤리나 도덕이 인간의 신경계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윤리적 허무주의로 귀결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는 인간이 다른 생명과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한다는 생각은 윤리적 허무주의나 개인주의적 고독을 넘어선 ‘새로운 속함의 윤리’를 발견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190~198쪽) 인간은 생명 그물망 안에 있고, 자연 안에 있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생물 그물망을 끊고 파괴하는 모든 행동을 넘어 창조적 생명 그물망을 창조하는 데 나서야 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생명은 그물망이기에, 인간과 동떨어진 ‘자연’이나 ‘환경’ 같은 것은 없다. 인간 대 자연 이분법이 수많은 철학의 핵심에 들어앉아 있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허상이다.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로 이루어진 생명 공동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포크송 가사를 빌리자면 우리는 ‘이 세상을 여행하는 나그네’다. 우리는 (워즈워스가 서정시에서 이야기한) 자연에서 떨어져 나와 “사물들의 아름다운 형상을 일그러뜨리”는 인공의 “고인 못”에 들어간 소외된 피조물도 아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우리의 “과학과 예술”은 자연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생명의 노래를 떠날 수 없다. 이 음악이 우리를 만들었으며 우리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의 윤리는 속함의 윤리여야 한다. 인간의 행위가 온 세상의 생물 그물망을 끊고 멋대로 연결하고 마모시키는 지금, 이 윤리는 더더욱 긴박한 명령이다. 따라서 자연의 위대한 연결자인 나무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관계 속에, 근원과 재료와 아름다움을 생명에 부여하는 관계 속에 깃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9~10쪽)
자연이 타자이고 별개의 영역이며 인간의 비자연적 흔적에 오염된다는 믿음은 우리 자신이 야생의 존재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보도, 페인트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 덴버 시의 성장을 계획하는 시청 문서는 (환경을 조작하는) 영장류의 진화된 정신 능력으로부터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미루나무 잎 부딪히는 소리, 새끼 아메리카물까마귀의 부름소리나 삼색제비의 둥지 못지않게 자연적이다. 물론 이 모든 자연 현상이 슬기롭고 아름답고 정당하고 좋은가는 별개 문제다. … 자연은 배당금을 산출하지 않는다. 모든 종의 경제가 전부 자연 안에 담겨 있다. 자연은 집이 필요 없다. 자연이 곧 집이다. 우리는 자연이 결핍되어 있지 않다. 이 자연을 자각하지 못할 때조차 우리는 자연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이해하면, 생명 공동체 안에서 그물망으로 얽힌?바깥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인간 정신에서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아는 분별력이 생겨난다.(232~233쪽)
대기와 식물은 서로를 만든다. 이때 식물은 탄소의 일시적인 결정체이고, 공기는 숲이 4억 년간 숨 쉬며 빚어낸 산물이다. 나무와 공기에는 서사가, 자신의 텔로스가 없다. 둘 다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322쪽)
도시의 나무 산책기 저자 고규홍|마음산책 |2015
사람 사는 곳에 나무가 살고 나무 사는 곳에 사람이 산다
목차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산책
도심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세계 3대 조경수_ 개잎갈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좋아 심어 키우는 오래된 나무_ 모과나무
이른 봄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조경수로 환영하다_ 백목련
민족의 오랜 살림살이와 함께한 우리 나무_ 개나리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_ 양버즘나무
세상에서 가장 큰 키로 자라는 나무_ 메타세쿼이아
잔치를 벌여야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_ 벚나무
아파트 단지의 생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_ 쥐똥나무
두 번째 산책
가을에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나무_ 단풍나무
단풍나무 못지않게 고운 빛으로 물드는 중국 나무_ 중국단풍
공룡시대부터 살아남은 살아 있는 화석 나무_ 은행나무
봄꽃부터 겨울 붉은 열매까지 이어지는 신비의 축제_ 산수유
오래도록 꽃을 떨구지 않는 나무_ 산딸나무
음전하게 자리 잡고 도시민의 초록빛을 지켜주다_ 회양목
유치할 정도로 화려한 꽃을 오래 피우는 나무_ 철쭉
아름다운 수형에 비해 쓰임새가 적어 푸대접 받는 나무_ 가죽나무
쌀밥처럼 혹은 흰 눈처럼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다_ 이팝나무
열매보다 분홍빛 꽃이 먼저 사람의 눈에 뜨인 나무_ 복사나무
높고 큰 나무에서 피는 튤립처럼 예쁜 꽃_ 튤립나무
세 번째 산책
진분홍 화려한 빛깔로 봄을 노래하는 작은 키 나무_ 박태기나무
도심의 쉼터 그늘에 어김없이 함께하는 나무_ 등
자연의 일부이면서 사람살이의 일부이기도 한 나무_ 장미
고향 마을 뒷동산에서 어린 순을 꺾어 먹던 추억의 나무_ 찔레꽃
생명을 부여한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는 고향의 나무_ 밤나무
열매도 좋지만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나무_ 감나무
한여름에 노란 꽃을 피우고 꽈리 열매를 맺는 나무_ 모감주나무
독점하고 싶어 했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덩굴_ 능소화
선비의 기품을 갖춘 생김새로 ‘선비목’이라 불린 나무_ 회화나무
도심의 화단에서 도시민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나무_ 황매화
신비로운 꽃을 피우고 밤이면 잠드는 잎을 가진 나무_ 자귀나무
네 번째 산책
우리 민족의 특성을 닮아 은근히 끈기 있게 자라는 나라꽃_ 무궁화
여름을 화려하게 밝히는 붉은 꽃의 나무_ 배롱나무
새의 배설물에 섞여 번식을 이루는 간절한 생존 전략_ 향나무
민족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_ 소나무
도시의 초등학교 교목이 되어 아이들을 지켜주는 나무_ 느티나무
꽃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토종 나무_ 수수꽃다리
싱그러운 일곱 잎사귀를 가진 ‘마로니에’라는 별명의 나무_ 칠엽수
줄기 전체에 꽃송이를 화들짝 피우는 순백의 향연_ 옥매
맺는 글
버려지다시피 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푸레나무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도록 만든 사람. 사흘만 꽃을 피운다는 빅토리아수련의 개화를 지키고자 잠들지 못하는 사람. 한 그루의 나무를 적어도 세 해에 걸쳐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는 어쩌면 산과 들, 혹은 농촌 산촌과 같은 시골 마을보다 훨씬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시골에서라면 대개 자생하는 생물들 위주로 식생이 이루어지겠지만, 자생하는 생명체의 서식지를 파헤치고 들어선 도시에서는 새로이 생명체를 들여와야 한다. 결국 다양한 생명체들을 끌어들여 심어 키우게 되고, 자연스러움이야 모자랄지 몰라도 다양함에서만은 시골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든 다양하든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곳은 없다. 자연의 숨결이 멈춘 곳이라면 사람의 숨결까지 멈추어야 하는 곳이다. 이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곁의 자연,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앞에 우리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자.
-「들어가는 글」에서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늘 곁에 있는 나무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도시살이에 지쳐 그들의 존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에 꽃 피지 않는 나무가 없음에도 단풍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나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플라타너스로 부르는 양버즘나무가 도시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가로수라는 사실,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의 조상인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정작 일본에서는 찾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못 흥미롭다. 또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바로잡는다. 라일락의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은 ‘서양수수꽃다리’로서,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라던 토종 나무라는 것. 우리가 마로니에로 많이 알고 있는 나무는 일본에서 건너온 칠엽수로서 프랑스 파리의 가로수인 마로니에가 아니라는 것. 눈에 가까이 대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능소화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꽃’이라 불리던 양반의 전유물로서 이 꽃을 독점하고 싶었던 지배계급의 욕망이 소문의 배경이라는 유래를 되짚기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를 통해서는 단풍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소나무의 번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숲이 오랫동안 변화하는 과정인 ‘천이遷移’의 단계를 설명한다. 헷갈리곤 하던 철쭉과 진달래 구별법뿐만 아니라 학자수나 선비나무라 불린 회화나무가 서양에서도 비슷한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까지 이르면, 저자의 도시 나무 읽기는 더욱 진진해진다. 나무의 생태학적 지식은 물론 다양한 역사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쉬운 설명을 곁들여 나무에 전문적인 식견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독서가 될 만하다.
양버즘나무가 도시의 가로수로 알맞춤하다는 데에는 양버즘나무만의 특징이 있다. 그의 넓은 잎 표면에는 얼핏 보아서 구별되지 않는 매우 작은 솜털이 촘촘히 돋아 있는데, 이 작은 솜털이 공해와 매연을 빨아들이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도시의 나쁜 공기를 빨아들이는 데에 제격이다. 덧붙여 공해가 심한 조건에서도 양버즘나무는 잘 견뎌내니, 그야말로 가로수로 더 좋은 나무가 없지 싶다.
그런 이유로 양버즘나무는 세계 곳곳에서 도심의 가로수로 널리 심어 키우는 나무가 됐다. 심지어 공해 걱정이 그리 크지 않았을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양버즘나무의 이름이 붙은 건 줄기 껍질의 생김새 때문이다. 양버즘나무의 줄기 껍질에는 흰색에서 유윳빛 혹은 회색의 얼룩이 심하게 드러나는데, 그게 마치 우리 얼굴에 나는 버짐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표준어로 ‘버짐’을 택하고 있지만 옛날 표준어는 ‘버즘’이었고 한번 정한 식물 이름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버즘나무 양버즘나무로 표기한다.
양버즘나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더러운 배출물을 빨아들여서 사람 사는 마을의 공기를 깨끗이 해준다.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혜택의 끝을 알기 어려울 만큼 고마운 노릇이다. 흔하디흔하게 보는 나무이지만, 그야말로 고맙고 고마운 나무다.
-56~57쪽
저자의 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흔한 나무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하게 보는 사람의 눈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도시 나무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애정을 담아 새롭게 발굴해낸다. “필경 한 송이의 꽃,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래도록 사람살이의 알갱이로 남는다는 깨우침이 고마울 뿐이다”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마침내 나무살이란 사람살이의 한 이름임을 잊지 않는 그에게 나무는 나무로만 머물지 않고 사람을, 세상을, 자연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지혜의 통로가 된다. 나무의 말을 부단히 듣고자 노력하고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의 말대로 눈을 들어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그 자리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다. 하기야 자연 상태의 나무가 솟아오르기 어려울 만큼 높이 솟구친 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이룬 도심에서라면,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라도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 어느 한쪽에서만큼은 필경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나무, 운이 좋다면 초록 숲을 이룬 산의 능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159쪽
시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밤나무를 옛 어른들은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는 기특한 나무라고 했다. 제사상에 생밤을 깎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건 밤이 처음 나무로 독립해 뿌리를 내릴 때 자신에게 생명을 내린 어미 나무의 흔적을 오래도록 간직한다는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밤나무의 씨앗인 밤을 땅에 심으면 싹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밤 껍질이 어린 나무의 뿌리에 계속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여느 나무들이 싹이 트면서 곧바로 씨앗의 껍질과 같은 이전의 흔적을 모두 덜어내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걸 보고 옛 어른들은 밤나무를 조상의 은혜를 잊지 않는 나무로 여기게 됐고, 조상의 음덕을 기억해야 하는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게 됐다고 한다.-200~201쪽
목에 한껏 힘을 주고 부는 나팔처럼 싱싱하게 고개를 쳐들고 피어나는 능소화 꽃송이. 바람 불고 비라도 몹시 내리면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능소화 꽃송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 나팔을 닮은 꽃들이 불어내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양반 아닐까 싶다. 능소화 핀 대문 안마당에 빗자루를 들고 선 집주인의 여유와 풍류가 부럽다.
-222~223쪽
수수꽃다리를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른다고 했는데, ‘라일락’은 식물학에서 부르는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식물도감에는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식물이 없다는 이야기다. ‘라일락’은 영어 문화권의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라일락의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은 ‘서양수수꽃다리Syringa vulgaris L.’다. 수수꽃다리와 같은 종류인데 서양에서 들어온 나무임을 밝히기 위해 수식을 붙였다.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라던 토종 나무의 예쁜 이름이다. 따뜻한 기후를 싫어하는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의 중북부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옛 선비들이 정원에 심어 가꾸기를 좋아했다. 옛 사람들은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수수꽃다리를 구해 와서 자기 집 정원에 심어 키웠다. 대부분은 휴전선 이북 지역에서 자라던 나무였다고 한다. 수수꽃다리가 지금은 휴전선 이남 지역에서 자라기야 하지만, 자생지를 찾을 수 없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293~294쪽
칠엽수를 알기 위해 먼저 세밀하게 나눠서 이야기할 게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라는 마로니에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칠엽수가 서로 다른 나무라는 사실이다. 물론 두 나무는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생김새가 닮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심어 키우는 칠엽수는 일본을 고향으로 하는 나무이고, 프랑스 파리의 마로니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을 고향으로 하는 나무다.
수수꽃다리와 서양수수꽃다리가 그랬던 것처럼 칠엽수와 마로니에 역시 워낙 닮아서 일본에서도 칠엽수를 보통 마로니에로 부른다. 우리도 일본에서 이 나무를 처음 들여올 때,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르면서 마로니에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부르자면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는 그냥 ‘칠엽수’이고, 프랑스의 가로수로 유명한 나무는 ‘서양칠엽수’라 해야 정확하다. 마로니에는 당연히 ‘칠엽수’가 아니라 ‘서양칠엽수’의 다른 이름이라는 이야기다.-298쪽
한 그루의 나무를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해 혹은 세 해가 걸린다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일테면 나무에서 새잎 나고 꽃 피는 봄, 열매 익어가는 여름, 단풍 들고 낙엽하는 가을, 잎 진 뒤 묵묵히 지내는 겨울, 철마다 나무는 다른 생김새, 다른 표정으로 살아간다. 게다가 나무에 따라서는 꽃이나 열매 맺는 일에서 해걸이를 하기도 한다. 해걸이가 아니라 해도 나무의 건강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올해 잘 맺은 열매가 이듬해에는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두 해 이상의 긴 관찰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이 같은 관찰까지는 아니라 해도 주변의 나무를 살펴보고, 그와 교감하는 일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사람보다 오래 이 땅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은 언제나 천천히 다른 생명체들을 자기 곁으로 끌어들인다. 가만가만 나무를 바라보아야 나무는 비로소 제 안에 담은 이야기를 표정으로 들려준다.-303~304쪽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 마흔 종류 가까이 되는 나무들을 순서 없이 소개했다. 내가 사는 수도권 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늘 만나는 흔하디흔한 나무들이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이 정도의 나무는 쉽게 주위에서 찾을 수 있다. 도시뿐 아니라 이 책에 소개한 나무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
초록의 생명과 더불지 않고 가능한 생명은 이 땅에 없다. 풀이든 나무든 초록의 모든 생명체는 세상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는 기반이다. 나무 없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나무가 아름다운 곳은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며,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깨달음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다. 내 곁의 나무를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맺는 글」에서
『나무와 숲』
남효창-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산림생태학(석사, 1994)과 산림환경정책학(박사, 1998)으로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학교 산림환경정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숲을 연구하다가 1999년 귀국 후 2000년까지 서울대학교 임업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숲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숲 생태체험놀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해왔으며, 전문 숲 해설가 양성 등 숲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생태교육센터 대표이사로 숲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 『얘들아, 숲에서 놀자』(추수밭, 2006 환경부 우수도서),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 2004 환경부 장관상, 2004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추천도서) 『나무와 숲』등이 있다.
제1부 숲의 교향곡
1. 숲 속 세상
한알의 열매에서 숲이 / 빛 그리고 광합성 / 흙 그리고 땅 속 세계 / 한 그루의 나무에도 마을이
2. 숲과 인간
자연이란 무엇일까? / 생태와 환경의 차이 / 나무의 기원 / 지구 공동체 / 숲 해설가가 되려면
3. 숲의 구조
숲의 구조와 다양성 / 나무의 형태 / 침엽수와 활엽수 / 숲의 종류 / 양수와 음수 / 숲의 천이
4. 나무의 생리
나무의 구조 / 나무의 운반 시스템 / 나무의 생장 / 나무의 호흡과 증산
5. 나무의 이름과 특징
나무 이름의 유래 / 정확한 나무 식별법
6. 잎, 겨울눈, 가시
잎의 형태와 구조 / 겨울눈과 어린가지 / 가시의 발달 / 피목
7. 나무와 꽃
꽃의 의미 / 꽃의 수분 / 꽃의 배열
8. 나무와 열매
열매의 형태 / 진과 / 가과 또는 위과 / 뛰어난 전략가들 / 뛰어난 항해사들 / 열매와 동물 / 열매의 여행
9. 나무의 사계
나무의 사계 / 계절과 색깔 / 적지적수
제2부 우리 나무 식별하기
1. 솔방울 나무들
구과목, 주과목, 은행목
2. 밤송이, 도토리 나무들
너도밤나무목
3. 물가 나무들
버드나무목
4. 짝궁둥이 잎 나무들
쐐기풀목
5. 감나무와 때죽나무
감나무목
6. 장미과 나무들
장미목
7. 목련꽃 나무들
목련목
8. 염주 나무들
아욱목
9. 인동 나무들
꼭두서니목
10. 향기가 강한 나무들
운향목
11. 우산 꽃 나무들
산형목
12. 진달래과 나무들
진달래목
13. 무환자나무목 나무들
무환자나무목
14. 개나리와 수수꽃다리
용담목
15. 독을 지닌 나무들
통꽃식물목
16. 윤기 나는 나무들
도금양목
17. 이나무는 무슨 나무
측막태좌목
18. 가래 나무들
가래나무목, 백합목, 단향목
참고문헌
용어해설
찾아보기
향명―학명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
목차
숲으로 들어가면서
1부 위대한 생명 '숲'
1장 숲, 한 알의 도토리가 만든 제국
꿈꾸는 숲 / 흙도 말을 한다 / 흙 속의 생명들 / 숲이란 무엇인가 / 살아있는 숲①
2장 의식 있는 제왕, 나무
숲의 제왕 / 나무가 숲을 움직인다 / 나무가 모여 미래를 얘기하는 숲 / 생각하는 나무, 변화하는 생태계 / 나무와 일생을 함께하는 숲의 분신들 / 살아있는 숲②
3장 무공해 화학공장, 나뭇잎
녹색 에너지의 창조자 / 세상에서 가장 귀한 파트너 / 나무도 땀을 흘린다고? / 우리 몸에 딱 맞는 나무의 방어물질 / 상록수가 늘 푸른 비밀 / 살아있는 숲③
4장 나무들의 짝짓기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나무의 전략 / 요염한 꽃의 비밀 / 후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 살아있는 목재, 내어줌으로써 행복한 나무 / 숲이 담아내는 풍성함 / 소나무의 교훈 / 살아있는 숲④
5장 숲의 생로병사
숲도 자기 자리가 있다 / 알고 보면 민감한 나무 / 최고의 에너지 공급원, 태양 / 물과 흙이 빚어내는 메커니즘 / 나무 피부도 말을 한다 / 나무의 생활사 / 나무의 지혜를 배워라 / 나무의 이력서 / 숲 이동 프로젝트 / 변화무쌍한 숲, 살아있는 생태계 / 끝없이 순환하는 생명의 숲 / 살아있는 숲⑤
6장 숲을 만드는 친구들
숲의 가장자리, 생물들의 특별한 문화 공간 / 들풀의 공간, 그늘 아래에도 세계가 있다 / 숲의 물을 지배하는 수서 생물들 / 살아있는 숲⑥
7장 생명의 숲, 그리고 그 이후
숲과 인간 이야기 / CO2, 생명의 출발점 / 지상 식물의 출현과 최초의 숲 / 공룡시대부터 신석기시대까지, 숲과의 행복한 만남 / 숲이 정말 원하는 것 / 숲의 가치를 말한다 / 생명의 숲, 그리고 그 이후 / 살아있는 숲⑦
2부 영원한 생명 '숲'
1장 숲으로 들어가자
숲과의 만남은 축제다 /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 / 체험을 통해 오는 생태적 삶 / 오감이 반응하는 것을 느껴라 / 숲과 인간의 만남을 위해
2장 숲의 위력을 체험하라
숲이 보여준 놀라운 비전 / 숲을 닮은 아이들 / 숲의 사계 / 놀이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3장 사람을 기다리는 숲
숲은 그 자체로 만남이다 / 생태 탐방 프로젝트 / 숲이 변화시킨 사람들 / 아이들이 만드는 애벌레 생태 극단 / 생태 나들이, 생명의 숲을 걷는다 / 숲 친구들과 함께하는 숲 속 생일잔치
4장 숲이 선사하는 생명의 씨앗
현장 학습의 메카, 숲 사관학교 / 숲 전문가는 조력자이자 안내자일 뿐이다 / 애벌레 학교에서 춤을 / 체험 환경 전문지 '애벌레' / 체험 학습, 오감으로 느껴라
5장 생명의 숲은 영원하다
숲과 함께하며 숲에서 배운다 / 생태 교육을 넘어 생태 문화로 / 생명의 숲은 영원하다 / 숲과 함께 키우는 꿈
얘들아 숲에서 놀자
프롤로그 :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만남을 꿈꾸며
1부 숲 해설가가 알아야 할 생태 체험 교육
1.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생태 체험 교육
2. 참사람을 키우는 미래 지향적 교육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 반듯한 인격과 인품의 형성 | 희망찬 미래에 대한 보험 | 이론 교육보다 7배나 효과가 높은 체험 교육 | 생태 체험 교육의 탄생
3. 연령과 대상에 따른 생태 체험 교육
동화의 숲 | 마법의 숲 | 자연의 발견 | 존재의 숲 | 더불어 숲
4. 자연을 테마로 한 5가지 교육 활동
생태 교육 | 자연 교육 | 환경 교육 | 체험 교육 | 숲 생태 교육
2부 숲에서 생태적으로 놀기 위한 실전 전략
1. 숲에서 가장 재미있게 생태적으로 노는 방법 7가지
놀이 활동 | 과제 활동 | 해설 활동 | 토론 활동 | 탐구 활동 | 역할놀이 활동 | 예시 활동
2. 베테랑 숲해설가의 생태 체험 교육 헌장
생태 체험 배움터 만들기 | 베테랑 생태 체험 교육자의 조건
3. 생태 체험 교육의 밑그림 그리기
생태 체험 교육 과정의 흐름
4. 생태 체험 교육의 기초 설계
아이디어 모으기 | 핵심 주제로 나아가기 | 내용 정리하기 | 예산 짜기 | 교육 대상자 신청 접수 | 참가자 정보 수집 | 광고와 모집하기
5. 성공적인 생태 체험 교육을 위한 11단계 실전 전략
생태 체험 교사의 구성 | 현장 답사 | 생태 체험 교육 | 자료집, 교구 제작 | 시연, 리허설 | 교육생과 만남 | 시간적 순서에 따른 진행 | 생태 체험 교육 평가 | 도구와 물품 정리 | 기록, 사진 정리 | 평가 내용 정리
6. 모둠 활동을 통한 생태 체험 교육
모둠 규칙 정하기 | 역할놀이 | 모둠 내 갈등 해소를 통한 교육 효과 | 커뮤니케이션의 법칙
3부 얘들아, 숲에서 놀자
숲 생태체험놀이 109가지
저자 후기: 숲은 감성과 지성의 원천입니다
추천 참고문헌
숲 생태학 강의 저자 차윤정, 전승훈|지성사 |2009
차윤정-산림환경학 박사.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혜화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산림환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원대학교 및 국민대학교 강사, 서울대학교 부속연습림 연구조교를 거쳐 유네스코 장백산 생태계 조사단 연구원으로 할동했으며, 현재 조경설계 (주)서안 부설 환경설계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또한 숲 탐방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 중이며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차윤정이 쓴 『숲의 생활사』는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선정 다음 100년을 살리는 100권의 환경책, 책따세 권장도서로 선정된 바 있으며, 『신갈나무 투쟁기』는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및 전교조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이외에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및 환경정의시민연대 선정 2003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을 비롯하여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꽃과 이야기하는 여자』,『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등의 저서가 있다.
목차
머리말
1장 왜 나무가 아닌 숲인가
1. 나무는 홀로 살아가는가
2. 생태학은 자연스런 흐름을 추적하는 학문이다
1)간벌의 생태적 재해석
2)산불 관리의 변화
3. 분자에서 생태계까지
2장 생태계의 구성 요소
1. 생물 요소
1)생산자
생산의 기작 | 숲의 물질생산량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2)소비자
얼마나 소비되는가 | 식물의 방어-항초식 작용
3)분해자
숲에만 있는 임상층(forest floor) | 토양생물 | 토양식물 | 토양동물 | 토양미생물 | 토양생물의 거처 | 낙엽의 분해 | 숲에서 분해 작용을 알 수 있는 법
4)생태계 생산성
5)생태적 피라미드
개체수 피라미드 | 생물체량 피라미드
2. 숲 생태계를 구성하는 비생물 요소
1)햇빛
2)물
3)영양염류
질소고정 | 숲에서의 질소 동태
4)온도
5)공간
3장 생태계의 특성
1. 순환성과 재생성
2. 저항성과 회복성
숲의 질소유실 방지 기작
3. 피드백(feedback)
4장 숲의 발달
1. 생태적 천이(Ecological succession)
1)일차 천이와 이차 천이
2)천이의 진행
아무도 들려주지 않은 진짜 천이 이야기
3)천이 기작
2. 숲의 구조
열매로 본 숲 구조
3. 교란(disturbance)과 산림 생태계
1)산불
북방 타이가림의 산불에 의한 유지
2)숲틈의 발생
숲틈에 의한 산림 내 환경 변화 | 숲틈 복구(Gap-Phase Replacement) | 숲틈 식생(gap-phase species)
4. 다양한 천이 유형
유칼립투스 숲 | 조릿대 임분 | 참나무 숲
5장 생태계의 종간 관계
1. 생물은 어디에 분포하는가
육상 생태계 | 수 생태계 | 미시적인 기후조건과 숲 생태계
2. 서식지와 지위
3. 길드(Guild)
4. 생태계의 생물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1)중립(neutralism)
2)경쟁(competition)
참나무류와 소나무의 경쟁
3)포식(predation)
4)기생(parasitism)
5)편리공생(commensalism)
6)편해공생(amensalism)
7)상리공생(mutualism)
8)협동(cooperation)
5. 생물다양성은 다양성 이상의 힘을 갖는다
1)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무엇인가
2)종 다양성은 어떤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가
종 풍부도 | 우점도 | 균재도 | 종 다양도
3)군집 내 종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4)종 다양성은 왜 필요한가
6. 종의 기능적 분류
1)우점종(dominant species)
2)핵심종(keystone species)
3)우산종(umbrella species)
4)생태적 동등종(ecological equivalents)
5)침입식물(invasive plant)
번식 특성 | 침입 과정
6)생태적 공학자들
초원의 들쥐 | 코끼리 | 연안의 수달과 해달 | 지렁이 | 쇠똥구리 | 비버 | 중국의 참새
7. 생물종의 멸종
8. 생물다양성 증가 방안
1)교란과 생물다양성
2)산림 내 생물다양성 증가 방안
고사목의 존치 | 침엽수 단순림에서의 종 다양도 증가 방안 | 경계지역 면적의 확보 | 산림 구조의 수직적, 수평적 복잡성 유도 | 오래된 숲의 보존 | 야생동물 다양성 증가방안 | 수변림의 보존
6장 숲이 만드는 지구환경
1. 지구의 탄생
2. 숲이 만드는 지구환경
1)산소 공급
2)탄소 저장
3)지구 엽면적(global leaf area)에 대한 높은 기여도
4)물순환 조절
5)증산, 습도 조절 이상의 힘
6)지구 열수지(global heat balance) 조절
7)토양 보존
3. 지구환경의 파괴
1)토양의 파괴
토양의 침식 | 토양오염 | 산성화와 염화 | 사막화 | 활엽수의 침엽수 대체
2)온화한 지구
기후와 기상은 어떻게 다른가 | 지구의 자연적인 기후 현상 | 열염순환 | 엘니뇨 현상
4. 지구온난화와 산림 생태계
1)온도 상승과 수분 평형
2)산림 식생대의 이동
3)생물계절(phenology)과 생물다양성의 변화
4)산림 재해 발생의 위험도 증가
5)숲 생산성의 변화
5. 세계 숲 자원의 감소
끝맺으며: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뜻은
참고문헌
숲 생태학 강의』는 생태학 분야 중에서도 육지 생태학, 그중에서도 숲을 중심적으로 다룬 책이다.
숲의 생태적 관리 (Ecological Management of Forests)저자 이돈구|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책머리에
일러두기
Ⅰ. 숲생태계
1. 숲이란
숲에 대한 생각과 기본 개념
숲에 대한 전통적 생각
2. 숲생태계
숲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생태계 구조와 기능의 상호작용
한반도 숲의 특성
3. 숲의 변화
교란
천이
한반도 숲, 교란과 천이의 결과
4. 숲 관리
우리나라의 전통적 숲 관리
숲의 남용에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으로
GUSE의 숲 관리
관련 법령
Ⅱ. 숲 관리 기술
1. 숲의 조성
숲의 시작
종자
묘목키우기
기내배양묘의 생산과 심기
적지적수
묘목심기
2. 숲가꾸기
풀베기
어린나무가꾸기
솎아베기(간벌)
그 밖의 나무베기
가지치기
3. 벌채?갱신
교림작업법
맹아림작업법
4. 토양관리
산림토양의 특성 이해
양분순환을 감안한 토양관리
비료주기(시비)
Ⅲ. 우리나라의 숲
21세기 한글 세대를 위해 만든 숲 관리 교과서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한자어로 된 전문용어를 한글로 풀어 쓴 점이다. 저자들은 오랜 논의 끝에 학계 또는 관련 분야 종사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이제 막 입문하는 학생이나 한문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인에게는 어렵기만 한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우리말로 바꾼다는 목표 아래 바꾸었으며, 본문에서 이 용어들이 처음 나올 때 한글, 한자, 영문 표기를 붙여 이해를 쉽게 했다. 이 책에서 사용한 우리말 전문용어는 다음과 같다.
간벌 → 솎아베기 / 개벌 → 모두베기 / 개화 → 꽃이 핌 / 고사 → 죽은 / 고사목 → 죽은 나무 / 관수 → 물주기 / 낙엽송 → 일본잎갈나무(한국 낙엽송에 한함) / 미래목 선정 → 미래목 고르기 / 본 → 그루 / 비음 → 해가림 / 산포 → 씨퍼뜨리기 / 시비 → 비료주기 / 식재 → 묘목심기 / 양묘 → 묘목키우기 / 왜림작업종 → 맹아림작업법 / 이식 → 옮겨심기 / 입목본수 → 나무 수 / 입수 → 종자 수 / 자연낙지 → 자연가지치기 / 잔존목 존치 → 남기기 / 정량간벌 → 양적 솎아베기 / 정성간벌 → 질적 솎아베기 / 종자정선 → 씨고르기 / 탈종 → 씨빼기 / 택벌 → 골라베기 / 파종 → 씨뿌리기 / 흉고직경 → 가슴높이지름 / DBH → 가슴높이지름
책속으로
숲에는 물리적·생물적·자연환경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교란이 항상 있다. 이 교란은 숲을 구조적·기능적으로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면에서는 숲의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안정되거나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생존과 번성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생명체들이 살면서 맞이하는 어쩔 수 없는 주기적인 자연재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룬 교란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도 한다. 인간의 활동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21
조림(silviculture)이란 숲을 만들고 가꾸는 일련의 작업이다. 임분의 조성, 수종 구성, 임분 구조, 생장을 조절하기 위한 이론과 기술이 조림작업을 통해 현장에서 적용된다(Smith 등 1997). 즉 조림을 통해 숲 관리가 기술적으로 행해진다. 산림경영의 목표가 수립되면 조림 계획을 세워 숲을 조성하거나 가꾼다. 조립작업법(또는 산림작업법, silviccultural system)은 임분의 발달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련의 조림작업들로 구성된다. 조림은 개개 임목뿐 아니라 숲 전체의 생장 과정을 조절하여 숲 관리 목표에 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p.60
씨뿌리기(파종)는 대부분 봄에 실시한다. 종자가 발아되는 온도는 5~6℃이므로 씨뿌리기 시기는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다. 씨뿌리기 시기가 늦은 것보다는 이른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서리 내리기 약 2주 전에 씨를 뿌리는 것이 안전하다. 이듬해 춘기까지 저장하기 어려운 수종은 채취 후 가을에 씨뿌리기를 하는데, 느릅나무류(Ulmus), 사시나무류는 6월 하순, 회양목(Buxus koreana Nakai ex Chung et al.)은 7월 중순~8월 상순, 음나무, 복자기(Acer triflorum Kom.)는 11월쯤 씨뿌리기를 한다.
씨뿌리기하는 종자의 양은 생산 예정 그루 수의 150~200퍼센트가 발아될 수 있는 양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한다. 씨뿌리기 방법에는 흩어뿌림, 줄뿌림, 점뿌림 등이 있다. ---pp.88~89
숲은 끊임없이 변한다. 계절에 따라 색깔과 모양이 바뀌며, 나무의 나이가 들면서 크기가 바뀌거나 천이를 통하여 식물상이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숲의 기반이 되는 토양에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숲의 계절적인 변화에 따라 토양의 양분이 변화하며, 이러한 변화는 다시 지상부로 환류(feedback)되어 숲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나무는 낙엽을 떨어뜨리기 전 잎에 있는 질소와 인산 등 주요 양분을 줄기로 이동시켜 다음 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축적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을 ‘체내전이(retranslocation)’라고 한다. 숲의 토양이 비옥할 경우에는 굳이 체내전이를 많이 하지 않아도 다음 해에 양분을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나무들은 낙엽에서 줄기로의 양분이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낙엽에는 양분이 많이 들어 있게 되고, 그 양부을 이용하려는 미생물이 낙엽으로 많이 달려들게 되므로 쉽게 분해한다. 반면, 숲의 토양에 양분이 적어 척박할 경우에는 나무들이 다음 해를 위해 양분을 최대한 체내전이시키게 되므로 떨어지는 낙엽에는 양분이 거의 없어서, 미생물들이 이 낙엽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므로 낙엽 분해가 늦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즉, 비옥한 토양의 낙엽은 빨리 분해되고, 척박한 토양은 늦게 분해되어 토양의 비옥도 차이가 더 벌어지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숲과 토양의 관계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논쟁과 비슷하다. ---pp.158~159
신갈나무가 비록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수종이기는 하지만, 음지에서의 생육은 양지에 비해 불량하다. 그러나 사면 방위에서는 북향이 남향에서보다 신갈나무의 생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날 때가 많은데, 토양수분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색은 토양의 비옥도와 관련되며, 공기가 부족하면 토양의 환원작용으로 회색 또는 황색을 보인다. 표 3.3은 신갈나무 및 기타 참나무류 입지의 토양 양분 함량을 나타낸 것이다. 신갈나무림의 평균 토양 유기물 함량은 8.04퍼센트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 평균치 3.2퍼센트보다 훨씬 많으며, 반면 유효인산과 치환성 양이온은 전체 산림 평균치에 비해 매우 적었다. ---p.184
최근 석유가격의 급등에 따른 에너지 안보 확보와 기후변화에 따른 대체 에너지 개발로 생물학적 탄소 동화 작용에 의해 생산된 바이오매스를 연료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카사바, 오일팜 등 작물의 전분과 유지를 이용하여 바이오에탄올 및 디젤을 생산하던 1세대 바이오연료는 작물 가격의 급등에 따른 식량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목재 바이오매스와 조류(algae) 등 지속가능한 원료를 이용한 2세대 바이오 연료가 각광받고 있다. 2세대 바이오연료는 주로 목재 바이오매스의 구성 성분인 리그노셀룰로오스(lignocellolose)를 이용하며, 산림 및 조림지에서 생산된 목재뿐만 아니라 목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활용할 수 있어 식량 및 사료의 공급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황폐지의 복구 및 청정개발체제(CDM) 적용 가능성 및 환경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304쪽)
솔나방(Dendrolimus spectabilis, pine caterpillar)은 송충이라고 불리는 유충이 소나무류의 잎을 식해하는 해충으로 연 1회 발생한다. 가해 수종으로는 소나무, 곰솔,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일본잎갈나무, 개잎갈나무(Cedrus deodara (Roxb. ex D.Don), 전나무(Abies holophylla Maxim.) 가문비나무(Picea jezoensis (Siebold et Zucc.) Carriere) 등이 있다. 수피 틈이나 지피물 밑에 숨어서 유충으로 월동한 후, 봄에 17℃ 이상 되는 날이 계속되는 4월경에 월동처에서 나와 솔잎을 먹고 유충이 된다. 이후 20일 내외의 번데기 기간을 거친 후 7월 하순~8월 중순에 성충으로 우화한다. 유충 한 마리가 한 세대 동안 갉아먹는 길이는 수컷이 약 40㎝, 암컷이 약 78m로서 평균 59㎝ 정도이다. (348쪽)
숲은 생장을 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소시키는 탄소흡수원으로써 역할을 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 형태로 바꾼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탄수화물의 일부는 호흡 등 대사에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고, 나머지는 줄기, 가지, 잎, 뿌리 등 각 기관에 저장하면서 생장한다. 숲 내 탄소저장고에는 줄기, 가지, 잎, 뿌리 등 바이오매스뿐만 아니라 죽은 나무, 낙엽층, 토양 등이 있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탄소 수흡수율은 일반적으로 활엽수가 침엽수에 비해 높지만, 침엽수가 상록성임에 반해 활엽수는 낙엽성이기 때문에 전체 탄소흡수량은 비슷할 수 있다. 혼효림 및 이령림은 높은 엽면적으로 인하여 더 맣은 탄소흡수 및 저장량을 가지는 rtudgid이 있다. 내음성을 기준으로 보면 양수가 초기에 높은 생산량을 갖고 좀더 빨리 탄소흡수량의 정점에 도달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내음성 수종과 같이 크게 자라지는 못한다. (382~393쪽)
신갈나무 투쟁기 저자 차윤정, 전승훈|지성사 |2009
왜 신갈나무 투쟁기인가
하나,세상 밖으로
도토리의 비산飛散 / 어미 신갈나무의 박해사/ 일생 단 한 번의 경험 / 변화의 징조 / 겨울잠을 포기하는 열매 / 생존의 불확실성
둘, 생장
제1의 봄 / 숲의 정착자들 / 빛을 향한 추종 / 제1의 여름 / 제1의 가을 / 다시 봄
셋, 생장을 위한 전략
동지는 여분의 공간 / 투자효율의 법칙 / 환경 우선의 법칙 / 미래를 위한 대비 / 조세 형평의 원칙 / 온몸의 기지화
넷, 겨울나기
월동 준비 / 잎 떨구기 / 질소의 회수 / 식물의 반격 / 인산의 회수 / 칼륨의 회수 / 숲의 양분 저장고/ 외투의 수선 / 기둥의 보강 / 추위 이겨 내기
다섯, 꽃
꽃을 피우는 기쁨 / 꽃의 진화 / 꽃의 변형 / 자연잡종이 강한 족속 / 수꽃의 운명 / 어미가 되는 고통/ 야생의 강인함 / 도토리라는 열매의 의도
여섯, 적과의 동침
끊임없는 도전 / 그늘에서 견디는 힘 / 곤충의 공격 / 궁여지책 / 독물질에 의한 방어 / 호신무기, 가시 / 참나무겨우살이 / 목 조르기 명수들 / 도토리 생산의 조절
일곱, 나무가 있는 숲
넉넉한 풍채 / 소나무의 역사 / 다양한 숲의 식구들 / 복잡한 숲 / 운명
BOX
신갈나무의 분류학적 위치 / 씨앗의 잠, 종자휴면 / 어미에게서 멀어져라 1_ 종자에 날개를 달아라 /2_ 무엇에든지 달라붙어라 / 3_ 분출하는 에너지를 가져라 / 4_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라 / 식물의 털 / 수목한계선 / 고정생장과 자유생장 / 나무의 나이, 나이테 / 단풍의 비밀 / 나무의 외투 / 갈대의 지혜 / 목본식물의 개화 / 대나무의 꽃 / 국화꽃의 실체 / 식물의 생체시계 / 광주기성 / 근친상간을 막아라 / 우리나라 숲의 주인 / 귀화식물의 천국 / 숲의 순환
나무는 높이 자라기에도 힘쓴다. 큰 키는 상대적으로 적을 누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잎을 만들고 우선적으로 키를 키운다. 당분간 옆 가지는 아주 긴박하지 않는 한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될 놈부터 키우는 것이다. 틈이 보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도록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에 나무는 휘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바람이 부는 쪽은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부득이 틈이 부족하면 참고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틈을 비집고 크게 키워 올리는 것이 제일의 원칙이다. 만일 틈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면 집중적으로 가지를 피워 올려 충분한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 넓은 몸집은 최후의 목표이다. 만일 물과 양분이 부족하면 뿌리를 보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족속들의 뿌리를 파고 들어갈 수도 있다. - p.91 '동지는 여분의 공간' 중에서
해마다 몸의 일부는 그 무지한 놈들에게 자선해야만 했다. 베풀고 사는 생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누가 그런 말을 하는가. 나무에게 잉여란 얼마나 힘겨운 투쟁의 산물이던가. 남의 일에 그리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남의 재산이라 너무 쉽게 말하는 경향이 낳은 위선이다. 그저 남의 일이니까 쉬운 말로 생태계 부양능력이라고 하는가. 먹고사는 곤충이 건강해야 새들이 건강하고 그래야 생태계가 건전하게 유지된다고 하던가. 나비가 날아드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무리는 또 누구인가. 한 마리의 나비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식물이 먹히고 또한 얼마나 많은 식물이 공포에 떨었던가. 차라리 건전한 생태계란 무수한 희생으로 이루어진다고 정확하게만 말해 주어도 나무에게는 위안이 될 것이다. - p.235~236 '곤충의 공격' 중에서
나무수업 저자 페터 볼레벤|역자 장혜경|이마 |2016.03
저자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은 196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났으며 로텐부르크 임업대학을 졸업하고 산림 기사가 되었다. 20년 넘게 라인란트팔츠 주 산림 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6년 친환경적 산림 경영의 이상을 실천하고자 휨멜 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이 되었다. 이곳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규모 기계 대신 말이나 사람의 손을 이용하여 산림을 관리하는 독일 전역에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이러한 친환경 관리 방식 덕분에 독일 내 친환경 숲에 수여하는 상을 수차례 받았다. 그는 이곳에 두 곳의 자연장 장지를 조성하고 원시림 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여러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TV와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강연, 세미나, 저서를 통해 나무의 신비롭고 놀라운 삶과 숲 생태계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나무는 우리가 문밖을 나서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으로(가로수), 도시를 떠나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을 때 떠올리는 대자연의 숲으로 존재한다. 도시의 조경이나 미관, 녹지를 위한 인공적인 자연물, 목재, 마음의 안식처 등 인간에게 필요한 대상 말고 나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독일의 나무/숲 전문가인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이 30년간 나무를 돌보고 숲을 관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감동적인 에세이에서 우리가 마치 정물처럼 인식했던 나무의 삶과 비밀이 밝혀진다. 지난 해 독일에서 출간된 이래 이 책은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는데, 환경/생태 에세이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저자는 20년 이상 주 정부 산림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친환경 숲을 실현하고자 농약과 대규모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 책은 나무에 자신의 심상을 투영한 감성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숲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전문가인 저자의 이력이 묻어나 있고 숲 관리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독일의 성공과 실패의 자취가 잘 드러난 뛰어난 논픽션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나무의 삶은 놀랄 만큼 이상적인 인간의 삶과 닮아 있고, 인간이 삶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밀려난 나무가 벌이는 생존 투쟁은 눈물겹다. 이를 통해 저자는 나무와 숲을 다시금 우리 삶의 영역에 되살릴 것을 강조한다. 나무와 숲에서 조용하지만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고독과 우정, 경쟁과 연대, 생존과 소멸이 뒤섞인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 나무는 느끼고 기억하고 대화한다
나무의 뿌리에는 경험과 기억을 저장하고 그에 따른 대처와 명령을 수행하는 두뇌에 해당하는 기관이 있다. 우열을 가리는 생물 분류학적 고정관념 탓에 이와 같은 나무의 감각, 학습 능력은 그간 부각되지 못했다. 나무도 인간이나 다른 동물처럼 감각을 느끼고 기억을 저장하며 이를 자신의 다른 조직이나 다른 나무에게 전달한다. 곤충이 잎을 갉아 먹으면 나무는 통증을 느끼며 베어 먹힌 자리 주변 잎의 조직이 변한다. 또한 인체처럼 전기 신호를 송출한다. 이런 전기 자극은 수백만 분의 1초 안에 몸 전체로 퍼져 나가는 인체와 달리 분당 겨우 1센티미터밖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애벌레의 입맛을 망치는 방어 물질이 잎에 저장되기까지는 무려 한 시간이 걸린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나무의 각 부위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뿌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정보가 나무 전체로 퍼져 나가고, 나무는 잎을 통해 향기를 발산한다. 그 이후로는 같은 종의 애벌레가 다시 공격을 해 올 경우 곧바로 방어 태세에 돌입할 수 있다. 나무는 이러한 외부 공격의 경험을 향기를 통해 다른 나무들에게 전달한다. 나무들이 곤충이나 가뭄, 기타 위험 정보를 주고받는 숲은 이처럼 일종의 ‘월드 와이드 웹’인 것이다.
나무는 사회적 존재이다. 오랜 기간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나무는 뿌리를 통해 이웃 나무의 지원을 받거나 서로의 뿌리가 뒤엉켜 하나의 뿌리처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다. 왜 나무는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들과, 그리고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개체와 나누는 것일까? 인간 사회처럼 나무 역시 함께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숲이 아니기에 그 지역만의 일정한 기후를 조성할 수 없고 비바람이나 외부의 불리한 변수에 무대책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 나무 공동체는 나무의 생존에 필수적인 빛을 향한 투쟁에서도 긴밀한 결합을 맺고 있는 동료 나무에게는 가지를 뻗지 않는 우정을 보여 준다.
◈ 나무의 치열한 생존 투쟁,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나무는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능력으로 인해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 왔다. 너도밤나무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활용하여 경쟁자들을 내쫓는다. 무턱대고 경쟁자의 수관(樹冠) 속으로 밀고 들어가 그 위로 자신의 가지를 뻗어 상대의 수관을 덮어 버린다. 즉 경쟁자에 비해 우위에 있는 ‘생태적 니치’를 찾아 경쟁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유럽서어나무는 이러한 너도밤나무의 무시무시한 잠식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늘과 가뭄, 더위에 잘 견디며 끈질기게 생존하여 너도밤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때 기회를 맞는다.
먼 곳에서 와서 도심의 가로수가 된 나무는 어떻게 살아갈까? 숲의 ‘에티켓’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도시의 나무는 빛을 아껴 쓰며 단단하게, 이웃 나무와 더불어 자라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흥청망청 웃자란 나무는 여기저기 뿌리를 뻗을 틈이 없나 쑤셔 보지만 차도에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고 각종 관이 묻힌 단단하게 다져진 땅에 도무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그러니 여름에 태풍이 불면 가로수들이 우르르 쓰러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절대 고독과 인간 중심적인 환경, 도심의 열기는 나무를 ‘거리의 아이들’로 만들고 이들은 외롭고 짧은 삶을 견뎌 낸다.
저자는 우리가 숲 생태계를 필요 이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동물에게서와 마찬가지로 나무에게서도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 줄 수는 없는지를 고민한다. 나무가 사회적 욕구를 실현할 수 있고, 완벽한 흙을 갖춘 진짜 숲에서 성장할 수 있으며, 쌓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나무에게 맞는 삶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숲을 주로 나무 공장이나 자재 창고로 취급하는 산림 경영 방식을 비판적으로 체험한 저자에게 숲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수십만 종의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는 곳이며 인간은 물론 전 세계의 다른 자연 공간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현대의 산림 경영은 목재 생산에 주안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다시 새 묘목을 심는 일에만 열중한다.… 매일 수천 그루의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와 참나무와 소나무를 바라보며 ‘이것들을 어디에 써먹어야 할까’, ‘이것들의 상품 가치는 얼마나 될까’만 생각하며 살피는 사이 어느덧 나의 시각 역시 나무의 상품 가치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 갇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20여 년 전 우연히 산림 관광 상품으로 서바이벌 트레이닝과 통나무집 투어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그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나는 수목장 장지와 원시림 보호 구역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로소 숲을 바라보는 나의 눈도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휘고 옹이 진 나무를 만나면 관광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내 눈에는 아무런 상품 가치도 없는 하급 나무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함께 나무의 몸통과 그것의 품질만 따지던 습관을 버리고 괴상한 모습으로 얽힌 뿌리, 특이한 모양의 나뭇가지, 나무껍질을 덮은 부드러운 이끼에도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여섯 살 때 시작되었던 자연을 향한 나의 무한 애정이 다시금 활활 타올랐다. 그와 더불어 놀랍게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기적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말」중에서
왜 나무들은 사회적 존재가 되었을까? 왜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들과, 나아가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개체들과 나누는 것일까? 이유는 인간 사회와 똑같다. 함께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그 지역만의 일정한 기후를 조성할 수 없고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한다. 하지만 함께하면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유지되어야 나무들이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그런데 그러자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개체가 자신만 생각한다면 고목이 될 때까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나무가 몇 그루 안 될 것이다. 계속해서 옆에 살던 이웃이 죽어 나갈 것이고 숲에는 구멍이 뻥뻥 뚫릴 것이며 그 구멍을 통해 폭풍이 숲으로 밀고 들어와 다시 나무들을 쓰러뜨릴 것이다. 또 여름의 더위가 숲 바닥까지 침투하여 숲을 말려 죽일 것이다. 그럼 모두가 고통을 당할 것이다. ---「우정」중에서
나무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알린다. 바로 향기다.… 아프리카의 기린은 우산 아카시아를 먹는다. 아카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 대식가가 그야말로 불청객이다. 그래서 아카시아는 이 기린을 쫓아 버리기 위해 기린이 자신에게 입을 대자마자 곧바로 몇 분 안에 유독 물질을 잎으로 발송한다. 그럼 기린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른 나무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먹지 않고 굳이 100미터나 뚝 떨어진 곳까지 걸어간 다음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잎을 뜯어 먹힌 아카시아는 경고의 가스(이 경우 에틸렌)를 방출하여 주변 동료들에게 여기 적이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 즉시 옆에 서 있던 나무들도 똑같은 유독 물질을 잎으로 내려보내 재앙을 방지한다. 기린은 이미 이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좀 떨어진 곳까지 가서 아직 경고를 받지 못한 나무의 잎을 뜯어 먹는 것이다. 혹은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가서 잎을 먹는다. 향기의 메시지는 공기를 타고 옆 나무로 전달되기 때문에 바람의 역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로 옆에 있는 아카시아도 기린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무의 언어」중에서
어린 나무들은 한시바삐 자라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마음만 먹으면 한 철에 0.5미터는 거뜬히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반대한다. 엄마가 거대한 수관으로 어린 자식들을 뒤덮고, 다른 어른 나무들과 힘을 합하여 숲 전체에 두꺼운 지붕을 씌운다. 그 결과 숲의 바닥이나 아기 나무들의 잎까지 당도할 수 있는 햇빛의 비율은 겨우 3퍼센트밖에 안 된다.… 적절한 성장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나무 몸통을 튼실하게 키울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엄하디엄한 교육에도 저항은 꿈도 꿀 수 없다. 저항을 하려고 해도 에너지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 엄마들의 행동은 어린 나무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교육적 조치다.… 교육의 수단은 빛의 삭감이다.… 어릴 때의 느린 성장은 오래 살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고?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다. 현대의 산림 경영은 나무의 나이가 80~120살 정도면 초고령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베어 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적 환경이라면 그 나이 정도의 나무는 연필 정도의 두께, 사람 키 정도 높이밖에 안 된다. 워낙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나무 내부의 세포는 크기도 매우 작고 공기 함량도 아주 적다. 그래서 탄성이 뛰어나 폭풍이 불어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훌륭한 교육은 긴 수명의 보증 보험이다. ---「언제나 느리게」중에서
나무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은 대개 다 비슷한 모습이다. 유럽에 사는 대부분의 수종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영양이 풍부하고 몇 미터 아래까지 통풍이 잘되는, 딱딱하게 굳지 않은 보슬보슬한 땅을 좋아한다. 또 습기가 많아야 하는데 특히 여름에 그렇다. 너무 더워서도 안 되고 너무 추워서도 안 된다. 눈은 적당하게 와야 하는데 녹으면서 땅을 충분히 적실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앞에 산이 가려 주어 태풍이 와도 피해가 적어야 하고 껍질과 목질을 공격하는 균류와 곰팡이가 많이 살지 않아야 한다. 아마 나무들에게 살고 싶은 곳을 이야기해 보라면 꼭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원은 지상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종의 다양성을 누릴 수가 있다. 만일 지금의 중부 유럽에 그런 지상낙원이 찾아온다면 경주에서 1등을 할 너도밤나무만 창궐할 테니 말이다. 너도밤나무는 유익한 환경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모든 경쟁자들을 내쫓는다. 무턱대고 경쟁자의 수관 속으로 밀고 들어가 그 위로 자신의 가지를 뻗어 상대의 수관을 덮어 버린다. 그러므로 그런 무시무시한 경쟁자와 싸워 살아남으려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경쟁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론 그러자면 어려움이 많다. 너도밤나무 옆에서 자신만의 틈새, 즉 생태적 니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특정 부분에서 금욕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지구에 있는 생활 공간 대부분은 이상적인 조건이 아니다.…그런 곳에서 잘 버티는 자는 널리 널리 퍼져 나가 거대한 지역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중에서
뿌리가 왜 더 중요한 부위인가 하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 아마 나무의 두뇌에 해당하는 것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경험을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에 해당하는 장소를 나무에서 찾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뿌리가 이런 목적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것도 사실이다.… 뿌리는 물질을 흡수하여 그것을 전달하며 광합성 생산물을 균류 파트너에게로 인도하고 심지어 이웃 나무들에게 경고성 물질을 전달한다. 그렇긴 하지만 과연 두뇌라는 말까지 써도 되는 것일까? 두뇌라고 부르려면 신경 과정이 필요하고 전달 물질 이외에도 전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전류를 측정할 수가 있다. 이미 19세기부터 측정해 왔다. 오래전 학자들 사이에서 격론이 불붙었다. 식물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식물에게도 지능이 있을까?… 과연 뿌리를 지성과 기억력, 감성의 장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 식물학자들의 다수는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이들의 거부감은 무엇보다도 이렇게 식물의 상태를 동물의 상황에 적용하다 보면 결국 동물과 식물의 경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동물과 식물의 구분은 어차피 자의적이다. 구분의 기준은 식량을 구하는 방식이다. 한쪽은 광합성을 하고 다른 쪽은 생명체를 먹는다. 그러니까 결국 차이라고 해 봤자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느린 생명체는 빠른 생명체보다 당연히 열등한가? 나무와 식물이 많은 점에서 동물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확실히 알게 된다면 과연 사람들은 그것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배려할까? 정말로 그럴지 나는 의문스럽다.---「나무일까, 나무가 아닐까?」중에서
내 고향 마을 휨멜에서 아어Ahr 계곡의 이웃 도시로 가는 국도변에 참나무 세 그루가 서 있다.… 세 나무의 주변 환경이 동일하다. 땅, 물, 지역의 미기후, 이 모두가 1미터 이내에선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참나무들이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오직 각자의 다른 성격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셋은 다른 행동을 한다.… 가을이 되면 이들 삼형제의 협동심에 살짝 금이 간다. 오른쪽 참나무는 이미 물이 들었는데 중간 것과 왼쪽 것은 아직 짙푸른 초록이다. 그로부터 2주쯤 지나야 중간 것과 왼쪽 것도 겨울잠에 들어간다. 서 있는 장소가 같은데 왜 이 셋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나무가 언제 잎을 버리느냐는 실제 성격에 좌우된다.… 나무는 다가오는 겨울을 예상할 수 없다. 얼마나 혹한일지, 아니면 온화한 겨울이 될지 알지 못한다. 줄어드는 낮의 길이와 떨어지는 기온밖에 감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가끔씩 가을인데도 늦여름처럼 뜨거운 공기가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세 그루 참나무들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온화한 기온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조금 더 해?
나무예찬 저자 강판권|지식프레임 |2017.10
나무로부터 배우는 성찰, 성장, 상생, 철학의 삶
나무를 통해 세상을 꿰다 - 수이관지(樹以貫之)
한 번도 같은 방식으로 잎을 떨구지 않는 단풍나무처럼, 살아남기 위해 활엽수가 된 은행나무처럼, 담장의 좁은 틈에서도 자라는 향나무처럼, 절박한 전쟁의 순간에 세상에 귀환한 메타세쿼이아처럼
목차
프롤로그
Part 1. 성찰하다
흔한 것이 귀한 것이다
자존할 때 가장 아름답다
안에서 자신을 다스리다
본래의 모습대로 살아가다
나이에 집착하지 말자
정면 승부의 삶
길을 잃을 때 새로운 길이 생긴다
장점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
내가 나무를 관찰하는 이유
나무에게 들이대기
난생처음 나무를 만난 학생들
Part 2. 성장하다
담쟁이의 융합 정신
배롱나무의 혁신 정신
나무로 살아가는 대나무의 숙명
추위에 더욱 빛나는 매화 향기
메타세쿼이아의 귀환
단풍나무의 아름답고 치열한 습관
은행나무의 자강불식
담장의 틈에서 자라는 향나무
차나무가 알려주는 삶의 전략
Part 3. 상생하다
더불어 사는 나무의 삶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나무를 우러러봐야 하는 이유
나뭇잎의 마주나기
꽃들도 내려올 때를 안다
나무에서 감동의 순간을 만나다
외롭지 않은 나무는 없다
굽은 나무도 자신의 역할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반란
구별과 차별
Part 4. 철학하다
나무를 통해 세상을 꿰다 - 수이관지(樹以貫之)
뽕나무로 실현한 복지정치 - 왕도 철학
무를 본받다 - 초간노자
무용과 유용은 한 몸에서 자란다 - 무용지용(無用之用)
고요한 나무는 없다 - 정중동의 철학
때에 맞게 행동하라 - 시중지도(時中之道)
스스로 짓는 복과 화 - 호연지기(浩然之氣)
경계하고 또 경계하다
나무로 하는 마음 공부 - 인자무적(仁者無敵)
삶의 균형을 이루고 사는 나무
어둠을 통해 빛을 만들다
참고문헌
나무를 통해 성장하다
나무가 자라는 환경은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나무들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자 나름의 생존법이 있다.
주위 환경의 특성을 파악한 후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담쟁이의 탁월한 적응력과 인내력, 꽃을 피울 가지를 만든 다음에 체력 보충을 하며 백일 동안 차례차례 꽃을 피우는 혁신 정신을 가지고 있는 배롱나무, 마디를 만들 때마다 속을 비워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대나무, 아직도 추위를 뚫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600살을 산 원정매, 열매와 꽃을 동시에 피워 앞으로의 후손을 판단하는 차나무 등 우리는 나무가 가진 성장 동력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나무를 통해 상생하다
나무는 다른 존재와 협력하며 살아간다. 다른 존재와 협력하며 지혜롭게 사는 나무의 생존 방식은 사람 또한 약한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충분히 독립수로 살아갈 능력이 있지만 여러 존재들과 더불어 살며 울타리로서의 삶을 사는 쥐똥나무와 새들에게 아낌없이 보금자리를 내주는 버즘나무, 정겹게 서로를 다독이며 마주 나는 자귀나무 나뭇잎, 사람들의 염원을 살펴준 제주 산천단의 곰솔나무 등 다른 존재와 상생하며 위기를 극복해 온 나무의 여러 삶의 방식은 개인주의에 물든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주기도 한다.
나무를 통해 철학하다
나무는 옛 성현의 사상과 문헌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다. 공자와 맹자와 장자의 사상과 조선시대의 《예기(禮記)》, 《소학(小學)》 등 문헌 속의 나무를 인용하여 우리의 삶에 비추어 소개한다
나무는 인간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다. 돈이 있든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생명체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통해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인간과 나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는 존귀한 존재다. 인간과 나무의 이러한 평등한 관계가 생태다. 나무와 인간의 생태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바로 생태의식이다. 생태의식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나는 나무를 통해 생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어찌 나무를 예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프롤로그」중에서
나무를 선택한 지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무와 함께한 시간은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한 것 중에서 가장 길다. 나무를 선택한 이후에도 적잖은 위기가 있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잘 버텼던 이유는 나무의 삶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나무에게 배운 것 중 정면 승부는 가장 큰 소득이다. 정면 승부는 무모한 행동이 아니라 강한 책임감이다. 강한 책임감은 뒤로 물러서지 않는 배수진(背水陣)의 정신이다. ---「Part 1. 성찰하다 - 정면 승부의 삶」중에서
나무는 자식들에게 길을 일러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의 열매는 낯선 곳에서도 살아남는다. 만약 어떤 새가 나무의 열매를 입에 물고 부모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내려놓는다면, 열매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무들은 지구상에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나무의 열매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열매가 적응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삶은 성공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Part 1. 성찰하다 - 길을 잃을 때 새로운 길이 생긴다」중에서
메타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발견 장소에서 살고 있었지만, 목숨을 건 전쟁에서 사람들이 그곳에 발을 딛자 세상에 알려졌다. 만약 전쟁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메타가 사는 곳에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생존의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결코 나무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절박한 순간에 메타를 만났다. 전쟁만큼 절박한 순간은 없다. 목숨 건 순간만큼 절박한 순간도 없다. 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절박한 순간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나무를 만났다. 절박함이 잠재력을 깨우는 법이다. ---「Part 2. 성장하다 - 메타세쿼이아의 귀환」중에서
세상이 변하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는 현상 이전부터 일어난다. 따라서 현상이 드러난 후에 변화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면 이미 늦다. 은행나무가 잎을 크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변화가 현상으로 드러나기 이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식물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지만 모든 식물들이 예민하다고 해서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나무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나무와 다른 번식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Part 2. 성장하다 - 은행나무의 자강불식」중에서
나무는 결코 다른 존재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에게 답을 구할 뿐이다. 그래서 나무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한다. 나무들이 어떻게 1만 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한번 상상해 보라 .
나무들은 꽃을 먼저 피우든 잎을 먼저 만들든 열매를 만든 뒤에는 떨어뜨려야만 한다. 갈잎나무들은 열매만이 아니라 잎도 떨어뜨려야만 한다. 그러나 떨어뜨리는 데도 순서가 있다. 나무들은 꽃을 피우는 순서, 잎을 만드는 순서, 열매를 떨어뜨리는 순서, 잎을 떨어뜨리는 순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나무들은 1년 동안 꽃과 잎과 열매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한다. 그래야만 다음 해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의 경우 해마다 맺는 열매가 다른 것은 건강 상태가 해마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조절하기 때문이다. ---「Part 2. 성장하다 - 차나무가 알려주는 삶의 전략」중에서
우러러볼수록 높아 보이는 존재가 나무다. 나무가 존경받는 이유는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가장 낮은 곳에 발을 딛지 않고서는 결코 높을 곳을 향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높은 곳을 향하면 자신이 딛고 있던 가장 낮은 곳에서 발을 떼버린다.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불행을 겪는 이유도 낮은 곳에서 발을 떼버렸기 때문이다. 낮은 곳에서 발을 떼는 순간 땅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나무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소리는 곧 땅의 소리다. 나무의 삶이 곧 민심이고, 민심이 천심이라는 뜻의 본질이다.
---「Part 3. 상생하다 - 나무를 우러러봐야 하는 이유」중에서
목련꽃의 꽃잎은 낱장으로 떨어지면서도 거의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만큼 무겁다. 목련꽃은 매화, 살구꽃, 벚꽃처럼 꽃받침이 없어서 꽃이 떨어진 자국이 아주 선명하다. 나는 순백의 목련꽃이 땅에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꽃의 무게를 생각했다. 아직 한 번도 꽃의 무게를 저울
로 달아보지 않았지만, 목련꽃이 풀에 떨어진다면 과연 풀은 어떤 심정일까. 혹 어떤 풀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꽃의 무게가 아무리 가볍더라도 어떤 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Part 3. 상생하다 - 꽃들도 내려올 때를 안다」중에서
나무는 거의 매년 잎과 꽃과 열매를 통해 생과 멸을 경험한다. 나무는 자신이 만든 결과를 다른 생명체와 나누면서도 결코 미련을 갖지 않는다. 나무가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은 그래야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만든 것을 소유하는 데 급급하다. 그래서 인간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나무가 만든 것을 사용하거나 착취하면서 살아간다.
나무는 소유하지 않아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미련을 갖지 않아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해마다 보여준다. ---「Part 4. 철학하다 - 나무를 본받다 - 초간노자」
나무철학 저자 강판권|글항아리 |2015
머리말
제1부 순리에 맞게 변화하는
제1장 나이는 위로 먹는 게 아니라 옆으로 먹는다 | 나이테의 철학
제2장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을 물들이고, 잎을 물들여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 | 단풍의 철학
제3장 보태지도 덜지도 않는다 | 낙엽의 철학
제4장 부드럽기에 강인하다 | 흔들림의 철학
제5장 모난 데 없는 부드러움은 치밀함에서 나온다 | 원만의 철학
제6장 추위를 피하지 않아야 푸름을 유지한다 | 무심의 철학
제7장 ‘자귀’라 쓰고, ‘자신은 가장 귀한 존재’라 읽는다 | 사랑의 철학
제8장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 독락의 철학
제9장 ‘뿐’ 정신으로 살아가기 | 위기의 철학
제10장 손으로 꽃을 꺾지 마라 | 역지사지의 철학
제2부 단순하고 절박한
제11장 사소한 것에 감동하기 | 행복의 철학
제12장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 존재의 철학
제13장 나무는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다 | 일이관지의 철학
제14장 공부는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다 | 살구나무와 공자의 교육 철학
제15장 제 역할을 다한다는 것 | 묵묵한 소신의 철학
제16장 등신藤身처럼 살아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 여락의 철학
제17장 소통은 겨울의 갈잎나무처럼 | 경청의 철학
제18장 아름다운 관계의 조건 | 연리지의 철학
제19장 봄을 즐기는 법 | 매화의 철학
제3부 그러나 끊임없이 치열한
제20장 치열하기에 아름답다 | 아까시나무의 철학
제21장 기다림에서 감동이 나온다 | 오동나무의 철학
제22장 고정생장형과 자유생장형 | 다름의 철학
제23장 대쪽 같은 선비, 대나무의 삶 | 중도와 중용의 철학
제24장 나만의 속도 찾는 법 | 대추나무의 철학
제25장 볼품없는 나무에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 | 모과나무의 철학
제26장 2000년 만에 피는 꽃 | 목련의 철학
제27장 쟁기질,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법 | 역 같은 변화의 철학
제28장 위기를 극복하는 나무의 지혜 | 뿌리의 철학
참고문헌
나무에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늘 자신이 사는 공간에 나무를 심어놓고, 손수 관찰하고, 공부했다. 그가 어떠한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가까이하는 나무가 달랐다. 성리학자의 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던 조식은 만년에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매실나무를 심었다. 중국의 화가 엄릉처럼 유유자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바랐던 조덕린은 엄릉의 삶을 상징하는 오동나무를 소재로 시를 지었다. 파직당한 뒤 칩거하던 조성한은 ‘진정한 선비로 살아가겠다’는 의미로 집 앞에 회화나무 두 그루를 심고 집 이름도 쌍괴당이라 지었다. 이처럼 조선 선비들은 나무를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가꾸고 드러내려 노력했다.
나무에게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나무는 조선 선비들에게 자기수양만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법 또한 알려주었다. 나무는 그들에게 부모를 향한 지극한 효심과 나라를 향한 변치 않는 단심丹心, 백성을 향한 애틋한 애민愛民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식물전문가 강희안은 나무를 비롯한 식물로부터 관료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통치수단을 배우려 했다. 조선을 대표하는 문장가 신흠은 자신의 공간에 박태기나무를 심어 형제간의 우애를 다졌다. 지식인의 표상으로 평가받는 김종직은 차나무로 차밭을 만들어 백성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 다도茶道의 정신을 실천했다.
조선 선비들이 매화를 사랑한 것은 나무를 통해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드러내는 공부를 위해서였다. 선비들이 유독 매화를 사랑한 것은 매실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_ 30쪽, 〈제1부_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나무에게 선비정신을 배우다〉
조임도는 배롱나무를 심어 붉은 꽃 사이로 부모의 묘소를 보는 것을 자식의 도리라 생각했다. 배롱나무 꽃은 100일 동안이나 피니, 꽃이 질 때까지 부모의 묘소를 바라보는 조임도의 심정도 붉게 물들 것이다. 배롱나무는 붉은 태양을 벗 삼아 꽃을 피우고 또 떨어뜨리길 반복하면서 미래를 밝힌다. 조임도는 집을 마련한 뒤에 ‘곡굉曲肱’이라는 편액을 내걸고 팔베게하고 누워 배롱나무의 꽃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부모의 묘소를 바라보았다. _ 105쪽, 〈제2부_생기로 가득 찬 여름나무에게 지속성을 배우다〉
조선시대 누각과 정자 주변의 연꽃은 시에도 등장하듯이 군자 혹은 선비의 정신을 상징한다. 연꽃을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북송시대 염계濂溪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뜻의 이 글이 등장하면서 중국 사람들은 물론 조선의 선비들까지 하나같이 연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주돈이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연꽃은 불교의 상징만이 아니라 성리학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주돈이가 연꽃을 극찬한 것은 진흙 속에서도 고고하게 피어 있는 연꽃의 자세 때문이었다. 선비들은 연꽃처럼 속세에 더럽히지 않고 살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_ 126, 127쪽, 〈제2부_생기로 가득 찬 여름나무에게 지속성을 배우다〉
곽종석이 산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세상을 등진 삶이 아니라 난국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힘을 비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곽종석은 비굴하게 ‘맹자 왈, 공자 왈’을 외우는 나약한 유학자가 아니라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버드나무의 특성처럼 세상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실천한 선비였다. 나는 곽종석의 삶에서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승강柔勝强’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_ 179쪽, 〈제3부_바람을 견딘 가을나무에게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다〉
윤선도의 다섯 벗은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이다. 다섯 벗 중에서 나무는 소나무와 대나무다. 사물을 벗으로 삼는 것은 곧 사물에 대한 인격화 과정이다. 사물에 대한 인격화는 성리학적으로 보자면 ‘공부’에 해당한다. 성리학의 공부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기 때문이다. _ 291쪽, 〈제4부_변함없이 고고한 겨울나무에게 지조를 배우다〉
차나무를 만나는 일은 단순히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선비정신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선비정신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 곧 천하를 위하는 일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자세다. 손관이 굳이 차나무를 가져온 것은 이 나무의 특성과 자신의 생각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차나무는 옮겨 심는 것을 꺼린다. 딸을 출가시킬 때 부모가 차씨를 주는 것도 변함없이 시댁에서 잘살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저자 유영만|나무생각 |2017.11.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이다.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의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인재육성 전략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나서 책상에서 습득한 관념적 지식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지성과 야성, 재미와 의미, 그리고 체험과 개념이 융합되는 즐거운 학습, 건강한 지식, 보람찬 성과, 행복한 일터를 설계하는 남다른 전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태계에서 지식창조의 원리를 파헤치는 전대미문의 지식생태학자이자 익숙한 개념의 낯선 조합으로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출산하는 금시초문의 지식산부인과의사, 그리고 즐거운 학습을 통해 건강한 지식이 자연스럽게 창조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연구하는 유일무이한 학습건강전문의사인 저자는 지성 없는 야성은 야만이고 야성 없는 이성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재미없는 의미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고 의미 없는 재미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고 주장한다. 또 체험 없는 개념은 관념이고 관념 없는 체험은 위험하다고 선동하며 사하라 사막에서 마라톤을 뛰고,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며 오늘도 어제와 다른 체험적 상상력을 색다른 개념으로 표현하는 창작의 텃밭을 가꾸어나가고 있다. 현직 한양대학교 교수이며, 70여 권의 저·역서를 출간한 다작주의자이자 감동을 선사하는 명강사이다.
주요 저서로는 『나는 배웠다』 『유영만의 생각 읽기』 『유영만의 청춘경영』 『커뮤니데아』 『브리꼴레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체인지體仁知』 『니체는 나체다』 『생각사전』 『상상하여 창조하라』 『내려가는 연습』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핑!』 『에너지 버스』 등이 있다.
프롤로그: 나무는 나무(裸務)다
1부 삶의 근본, 나무에게 배우다
근본(根本)을 파고들어야 본질(本質)을 만날 수 있다
1. 나무는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하면 불행해지지만 비전을 품으면 행복해진다
등지고 살지 말고 등 대고 살자
2. 나무는 꿈을 꾸지 않는다
나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기적일 때 기적이 일어난다
3. 나무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자리보다 자세가 중요하다
나무는 역(易)같이 살아간다
4. 나무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기회는 짧고 기다림은 길다
기다림은 소리 없는 몸부림이다
5. 나무는 위기를 기회로 생각한다
모험은 가장 안전한 보험이다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가 된다
6. 나무는 흔들리며 자란다
거목은 흔들리지만 고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려 봐야 뒤흔들 수 있다
7. 나무는 나목(裸木)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나력(裸力)은 나의 본질을 드러내는 매력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본질적으로 파고든다
8. 나무는 나뭇결로 살아가는 비결을 만든다
나무색은 나무가 보여주는 본색(本色)이다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9. 나무는 버리며 자란다
버려야 버림받지 않는다
떨어져야 뒤떨어지지 않는다
2부 삶의 원리, 나무에게 배우다
원리(原理)를 파악해야 이유(理由)를 알 수 있다
1. 씨앗: 모험을 감행해야 꿈을 펼칠 수 있다
먹혀야 먹고살 수 있다
씨앗에는 생명의 거울이 숨어 있다
2. 뿌리: 뿌리의 깊이가 높이를 결정한다
아래로 뻗어야 위로 자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변하지 않는 진리를 결정한다
3. 줄기: 줄기차게 자라야 슬기롭게 살 수 있다
줄기가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정기를 품을 수 있다
줄기의 색다름이 곧 특유의 아름다움이다
4. 가지: 여러 가지이지만 마찬가지다
중심지에서 여러 가지를 뻗어야 경지에 이른다
가지가지 하다 보면 긍지를 갖고 고지에 이른다
5. 옹이: 상처가 있어야 상상력이 비상한다
옹이는 나무의 한이 맺힌 응어리다
옹이는 아픔을 견뎌내고 피워낸 아름다운 상처다
6. 나이테: 나무는 나이를 옆으로 먹는다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 일기다
옆으로 성장하는 나이테가 위로 성장하는 높이를 결정한다
7. 단풍: 시련받은 단풍이 ‘앓음’답다
단풍은 나뭇잎의 찬란한 죽음이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불타는 단풍이 생긴다
8. 겨울눈: 겨울눈은 겨울에 만들지 않는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겨울눈에는 나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들어 있다
9. 해거리: 거리를 둬야 멀리 갈 수 있다
해거리는 살아남기 위한 나무의 비장한 몸부림이다
해거리는 나무의 하안거나 동안거다
3부 삶의 방식, 나무에게 배우다
방식(方式)이 있어야 식견(識見)을 쌓을 수 있다
1. 주목나무: 주목(朱木)이 세상의 주목(注目)을 끌다
2. 대나무: 어둠 속 고뇌로 지상의 무한 성장을 꿈꾸다
3. 등나무: 갈등(葛藤) 없이 등신(藤身)처럼 살아가다
4. 맹그로브 나무: 이질적 경계에서 융합의 꽃을 피우다
5. 은행나무: 은행나무가 전해주는 장수의 비결이 궁금하다
6. 자귀나무: 세상의 모든 자기에게 사랑의 마력을 전하다
7. 고욤나무: 고욤나무 줄기에 붙인 감나무에서 감이 열리다
8. 전나무: 극한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배우다
9. 배롱나무: 백 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우는 정열의 비밀을 캐다
10. 소나무: 눈서리도 모르는 소나무에게 몸서리를 치다
11. 밤나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베일을 벗다
12. 살구나무: 살신성인의 표본에게 배우다
에필로그: 나무는 나무(裸舞)다
Cuando Vuelva A Tu Lado - Laura Fy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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