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이렇게 바뀐다...부산은 ?
불법 광산업자들이 코로나19 퍼트려"…유엔에 나온 아마존 원주민의 사연
햄버거에 ‘토마토’가 사라진다…올여름 태풍에 수급 비상
기후위기대응’ 최하위권 대한민국, 언론도 책임 있다
불에 타고, 산사태로 뽑히고…수난 당하는 산림, 복원은 어떻게?
에어비앤비 팔아라" 거침없이 직진하는 파리시장
수질 불량 해역 2년간 4배로 증가…'좋음' 이상은 4.4% 감소
인류엔 희망, 상어엔 재앙···25만마리 코로나 백신 비극
알프스, 때이른 폭설
환경개선부담금 매년 징수율 감소…"작년 6천억 넘게 체납
코로나와의 전쟁, 인류는 이길 수 있을까
귀성길 고속도로 50년…얼마나 많은 가스를 내뿜었을까
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
도시가 조용해지미 샌프란시스코 흰정수리북미멧새
“나무와 강도 인간만큼 법적 권리 누릴 때 지구 구할 수 있죠”
한국인에겐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선언한 중국
지구의 빙하가 녹는다…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
2050년, '탈탄소'를 위한 도시의 도전 과제는?
시장경제와 이별하기 인류 생존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한계
고기로 태어난 소는 초원을 본 적이 없다
광화문광장 이렇게 바뀐다...부산은 ?
서울 광화문 일대가 보행자 중심의 숲길로 바뀐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서쪽 차로가 사라지고, 광장면이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넓어진다. 넓어진 자리에는 다양한 조경이 어우러진 시민 공원이 조성된다. 광화문 광장 양쪽 차로는 동측 차로만 남는다. 대신 현재 5개 차로로 된 동측 차로는 양 방향 7~9개 차로로 확장한다(조감도).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광화문 광장 일대 변경계획을 세우고, 오는 10월 말부터 동측 도로 확장공사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서울시가 그동안 계획해왔던 ‘보행자 중심’의 광화문 광장 조성계획은 어느 정도 이뤄냈지만 ‘박원순 표’ 계획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를 없앤다는 당초 계획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광화문 재구조화의 논란거리 중 하나였던 경복궁 월대(月臺)복원과 함께 추진하려했던 광화문 앞 사직로·율곡로 자리 4만4700㎡ 규모의 역사광장 조성계획은 철회했다.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 등의 계획도 백지화됐다. 세종로 차로 10차로→6차로 축소계획도 왕복 7~9차로 설치로 다소 완화됐다. 시는 다만 월대 복원작업은 역사광장 조성과 별개로 오는 2023년까지 계속 추진키로 했다. 월대가 복원될 경우 북쪽의 주요 도로인 사직로~율곡로 차량의 흐름을 저해할 수 있어 착수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차로가 사라지고 보행로로 변하게 될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쪽은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꽃과 나무를 심어 도심 속 공원같은 광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또 경복궁 서측, 북촌, 청계천 등 광장 일대의 전반적인 보행환경을 개선해 ‘사람이 걷기 좋은 도시, 서울’이라는 컨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 거주민과 방문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해 광화문~의정부터~세종로공원에서 서울역까지 연결하는 ‘광화문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함께 수립하기로 했다. 또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서울 최상위 도시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광화문 광장 지하공간 개발은 현재의 해치마당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에 그친다. 인근 지역상권 침체 우려 및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 훼손 등을 우려하는 시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왕복 10차로로 운행되던 차로가 7~9차로로 줄어들면서 발생할 교통정체다. 실제 주행차로는 7차로다. 동측차로가 현재 5개 차로에서 7~9개로 확장되지만 10개 차로를 이용하던 기존 차량수요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교통량 우회 및 분산처리로 도심 교통량 수요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광장 주변 교통 운영체계를 세부적으로 개선해 현행 수준의 통행 속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교통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민과 지역주민의 바람을 담은 광장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며 “변화되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이 자연과 공존하며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춘 생태문명도시로 본격적 전환을 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글 제목에 부산은? 원래 기사 제목이 아님니다. 그런 미래가 없는 부산의 상황은 비판하기 위해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불법 광산업자들이 코로나19 퍼트려"…유엔에 나온 아마존 원주민의 사연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야노마미족의 부족민 대표가 제45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 총회에 참석해 부족의 코로나19 전파를 비롯해 불법 광산업자들로부터 받은 피해 사실을 발언하고 있다. 인스티튜오 소시오암비엔탈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불법 채굴업자들은 마약과 술, 폭력을 들여놓고, 코로나19까지 퍼뜨렸습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원주민 공동체인 야노마미족이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 정례세션에 참석,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원주민 땅에서 불법 광산개발을 장려하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지원을 요청했다. 불법 채굴업자들이 공동체를 훼손하고 원주민들에게 코로나19를 퍼뜨렸음에도, 브라질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노마미 원주민 특별위생지구’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족인 2만7000여명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709명, 사망자는 7명이다.
이 부족의 마우리쏘 예꽈나 부족장은 “브라질 정부는 야노마미 원주민 거주지역에 의료진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광산에서 나오는 수은으로 인해 강이 오염됐다”며 “채굴업자들이 2020년에만 2명의 부족민을 살해했다”고 전했다. 또 “브라질 정부에 불법 채굴업자를 내쫓아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우리의 인권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와 호라이마주에 걸쳐 있는 야노마미 부족 거주지역의 면적은 970만㏊에 달하며, 2만5000명의 불법 채굴자들이 금을 캐기 위해 이 지역에 몰려들었다. 이들의 무분별한 행태로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왔다. 2012년에는 불법 채굴업자들이 마을에 불을 질러 야노마미족 80여 명이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브라질 연방법원은 지난 7월 초 야노마미 부족 거주지역에서 불법 광산개발업자들을 내쫓는 조치를 시행하라고 국방부와 법무부, 환경부에 명령했다. 원주민 거주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광산개발 활동에 대해 법원의 제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법원 명령 후에도 불법 채굴은 계속되고 있으며,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햄버거에 ‘토마토’가 사라진다…올여름 태풍에 수급 비상
올여름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토마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버거킹과 롯데리아 등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잇따라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질 수 있다는 안내를 내놓고 있다.
롯데리아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태풍으로 인해 토마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토마토 없이 메뉴가 제공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대상 메뉴는 토마토가 들어가는 ‘한우불고기’, ‘AZ버거’, ‘와규에디션Ⅱ’, ‘핫크리스피버거’다. 롯데리아는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토마토가 없는 해당 메뉴는 가격을 인하해 판매한다”며 “해당 메뉴 행사는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변경될 수 있고, 제품교환권 및 모바일 쿠폰의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또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지난 24일 “긴 장마 등 올여름 이상 기후와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토마토 제공이 어려울 시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소스 및 야채류를 추가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마토는 올여름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작황이 나빠져 가격이 껑충 뛴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5일 토마토(상품 기준) 10㎏ 도매가격은 6만2660원으로 1년 전 2만9520원의 2배를 웃돌았다. 불과 한 달 전 2만9908원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2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기후위기대응’ 최하위권 대한민국, 언론도 책임 있다
에너지 전환 늦었지만 ‘친원전’ 언론은 재생에너지 깎아내리기 왜곡 보도
“선정적인 종말론 경계하고 언론사 내부 기후위기 철학과 방향 정립해야”
지난 25일은 ‘세계 기후 행동의 날(Global day of climate action)’이었다. 기후위기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58위로 최하위권이다. 언론은 어떨까. 지난해 전국종합일간지 중 기후위기 기획시리즈를 낸 유일한 곳이 세계일보였다. 주제도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 사회 무관심’이었는데, 시리즈 첫 번째 기사 제목이 ‘부동산 기사 2209건 쏟아질 때 기후변화 161건…언론의 홀대’였다.
지난 25일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한국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의 저널리즘’ 세미나에선 기후위기 보도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박기용 한겨레 기후변화팀장은 “국내에 기후위기 관심이 높아진 건 지난해부터였고 국내 언론의 조직적 관심은 올해부터 본격화됐지만 관련 보도는 일회적 수준에 그치는 느낌”이라고 전한 뒤 “오히려 탈원전 반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깎아내리기 기사가 최근의 주된 반동적 흐름”이라고 했다.
일례가 ‘12건뿐이라더니…태양광 올여름 하루 한 번꼴로 사고’란 제목의 지난 8일자 조선일보 기사다. 산사태 사진과 함께 “집중호우 기간 등 총 52건 피해”란 부제가 달린 이 기사만 보면 마치 매일 태양광으로 산사태가 난 것처럼 비추어진다. 하지만 사고 건수는 전체 태양광 설비 수(34만4000개소)에 비춰 0.015% 수준이었고, 산지 태양광 기준(1만2721개소)으로 보더라도 사고 비율은 0.4%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집중호우 기간 멈췄던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조선일보 9월8일자.
조선일보는 ‘태양광 벌목 5년간 300만 그루 80%는 文정부 출범후 잘렸다’란 제목의 지난 15일 기사에서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라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15~2019년 설치된 산지 태양광 1만491개소 중 51%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발전허가를 내줬고, 태양광은 발전소 준공까지 1~2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18년까지는 朴정부 허가로 봐야하는데 이런 맥락은 빠졌다. 현 정부에서 산림 보호 대책을 강화해 2019년 벌목 건수가 감소한 대목도 빠졌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은 “기후위기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보수·경제언론은 외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몇몇 언론사는 제1야당처럼 올여름 집중호우 국면에서 태양광 산사태 문제를 강조하며 원전만이 유일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에너지 전환이 늦은 한국 사회에서 ‘친원전’ 언론사들이 ‘출발지점’부터 발목을 잡는 격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 언론도 서울 집중이어서 지역에서 일어나는 기후위기 문제를 다룰 줄 모른다. 바닷속 깊은 곳과 산꼭대기에서 이미 기후위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 집중하는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특히 바닷속 문제가 심각하지만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가면 기후변화 대응 관련 자료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역시 이를 지적하는 언론도 없다.
이유진 연구원은 “올해 여름 54일간 비가 내릴 때, 장마와 60기의 석탄발전소, 전기 요금체계와 전력생산시스템을 함께 연결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기후위기라고 했을 때 북극곰이 위험하다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언론사 내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3년 전 한 언론사와 협업해 전기중독사회 문제를 시리즈로 다뤘다. 그런데 같은 언론사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이란 기사를 썼다. 허탈했다”며 언론계 내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대응 설문 조사 필요성도 언급했다.
유용민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북극곰은 내가 사는 일상과 아무 관련이 없다. 기후위기 문제를 내가 사는 도시의 일상과 분리시키는 방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기후위기 보도는 늘 먼 거리의 문제로 묘사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용민 교수는 이어 “미디어가 기후위기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종말론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메시지를 받게 되면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보다는 공포를 잊기 위해 놀러간다”고 지적하며 “종말론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기후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설계에서 언론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5일 세계 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그린피스가 국회앞에 붙인 포스터.
이유진 연구원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탈탄소 기반의 경제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값싼 화석에너지에 중독된 일상을 바꿀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해야 하는데 우리는 장기적 문제에 대응할 시스템이 없다. 지자체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도 찾기 어렵다. 기후위기가 정치 의제로 등장한 적도 없다”고 비판한 뒤 “결국 세계가 우리를 바꿀 것이고, 지금 같은 식이면 (준비가 부족한) 한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언론이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한 접근방식과 방향성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발전단가에 맞는 요금 납부가 논의의 전제여야 한다. 때문에 한국 언론은 ‘전기요금 폭탄’이 아닌 ‘전기요금 정상화’를 제시해야 하며, 원전의 안전성만 강변할 게 아니라 원자력이든 태양광이든 내가 원하는 전기 에너지원을 고를 수 있는 독일의 전기상품 사례를 소개하는 식의 ‘솔루션 저널리즘’에 주목해야 한다. 산림피해를 최소화하며 태양광을 늘리는 방안,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석탄발전업계를 위한 대책부터 시작해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 주도의 ‘그린뉴딜’ 논의를 언론이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 이날 부산지역 언론의 어떤 기사 .방송으로 보도에 임했나 ? 지역 언론의 환경의제 발굴과 보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불에 타고, 산사태로 뽑히고…수난 당하는 산림, 복원은 어떻게?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많았습니다.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이 아직 진행 중이고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무려 6개월간 산불이 이어져 남한 면적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타 없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올여름 폭우로 산사태가 많았는데, 이 모든 게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로 산불과 산사태가 잦아지면서 숲이 사라지고, 숲이 점점 사라지면 온실가스 흡수량도 줄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훼손된 숲을 되살리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동해안 산불 20년, 민둥산이 초록으로"...'산림복원'은 여전히 진행 중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해 17년째 산림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검봉산은 20년 전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보았던 곳입니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불은 일주일 가까이 번져 경북 울진까지 덮쳤습니다. 산림 2만 3,700여ha가 불에 타 630억 원의 피해를 냈습니다.
산림복원은 3년 뒤인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산불이나 산사태와 같이 심한 훼손을 입은 곳은 곧바로 나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조림사업'이 아니라 생태계 회복의 개념을 도입해 '산림복원'이 추진됐습니다. 또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정부가 함께 참여해 '산림복원'의 방향을 결정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채취를 하는 주민들을 위해 소나무를 우선 심고, 도로와 마을 주변에는 경관 조림을 했습니다. 산불 피해가 적은 곳은 자연복원을 추진했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17년 전 심은 나무와 그 전부터 자생하던 나무의 차이가 보인다.
그 결과 12년쯤 지나니 사람이 나무를 심어놓은 곳과 자연 복원지로 둔 곳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회복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사람이 심은 나무가 번식해서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훼손 전의 숲 상태로 되돌리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산림청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 유전자 비슷한 나무 골라 심고, 울타리로 바람도 막아 줘
그나마 검봉산은 복원이 쉬운 지역에 속합니다. 경사가 급하고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나무를 다시 심고 살리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2001년 산불로 민둥산이 됐던 포항 칠포 인근 산에서는 4년 전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001년 경북 포항 흥해 산불 피해지역을 찾았습니다. 경사가 급하고 토양이 척박해 60년대에도 민둥산이었던 곳인데요. 연 30만 명을 투입해 조림을 시작해 30년 만에 겨우 숲을 만들었는데 한순간의 산불로 다시 숲을 잃었다고 합니다.
4년 전 시작한 산림복원은 흙이 쓸려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사방공사부터 진행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장소에는 미리 구덩이를 파서 빗물이 고이고, 미생물들이 모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었고, 인근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번식시킨 묘목을 심었습니다. 유전자가 최대한 비슷한 나무를 심어 적응률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관령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70년대 대규모 목장으로 개발된 대관령. 풍력발전기와 드넓은 초지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이곳도 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숲이었습니다. 산림청은 사육두수가 급감한 이런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0m가 넘는 고도에 바람도 많이 불어 나무를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은 자연복원이 어렵습니다. 먼저 적응이 쉬운 나무를 심어 어느 정도 키워놔야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은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울타리, 벽까지 설치해서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결과 이런 울타리는 약 40% 정도의 방풍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데 엄청난 노력과 비용, 인력이 들어가는 것이죠.
■ 산림복원 안 하면 산사태 위험...생태계 회복·기후위기 대응하려면 필수
숲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이유는 뭘까요? 일차적으로는 더 심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자연 회복은 더딘데, 기후변화로 산사태 등의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나무가 없는 산은 비와 바람에 무너지기 쉽습니다. 나무로 땅을 고정해줘야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군사시설이 있던 구룡덕봉은 2008년부터 산림복원이 이뤄졌다.
군부대가 있던 구룡덕봉. 2008년 부대가 떠나고 건물을 철거한 뒤 헬기로 폐기물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해발 1,400m 높이, 바람에 강한 병꽃나무 등 키가 작은 나무부터 심기 시작했습니다. 복원 이듬해엔 개망초 등 외래종 식물이 들어오더니 심은 병꽃나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외래종은 사라지고 자생식물들이 자연스레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버드나무, 단풍나무뿐 아니라 보기 어려운 용담꽃, 금강초롱꽃 등 야생화 군락지도 생겨났습니다.
구룡덕봉에 핀 금강초롱, 용담꽃.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도 산림복원은 필수적입니다. 나무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기 때문입니다. 10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단위면적 ha당 상수리나무는 11톤, 신갈나무는 9톤, 소나무는 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2017년 기준 국내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은 4,500여만 톤입니다. 그해 국내 배출량의 6% 수준입니다. 정부가 도심지역은 물론이고 군사시설, DMZ 등에 대해서도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
에어비앤비 팔아라" 거침없이 직진하는 파리시장
녹색'과 '연대' 추구하는 이달고의 포스트 코로나 리더십
지난 14일 일요일(현지시간), 프랑스인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네 번째로 마크롱 대통령의 TV 연설을 들었다. "아직 행복한 날은 오진 않았지만, 그 비슷한 모습에 다가가고 있다"며, 오늘의 상황을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거둔 '첫 승리'라는 말로 자축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과장돼 보였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 수는 3개월 전 7천 명에서 869명으로 줄어들었으나, 300명 안팎의 일일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승리'란 단어는 아직 먼 얘기였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마크롱의 부적절한 자축을 냉랭한 어조로 보도했다. 이틀 뒤, 임금 인상과 공공의료 예산 확대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는 정부를 성토하는 의료진들의 격렬한 시위 현장, 그리고 마크롱이 말한 '첫 승리'를 가져다준 그 전사들을 향해 최루탄을 퍼붓는 경찰의 행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목격됐다.
경찰에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는 의료진의 모습은 승리의 기쁨을 연기하는 마크롱 앞에서 모두가 불편했던 이유를 잘 증명해주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가야 할 길을 말하는 모든 목소리는 녹색과 공공성 강화를 지목하고 있건만, 마크롱 정부는 아직도 모진 매를 덜 맞았다는 표정이다.
다행히도 온 세상이 코로나 환란이 주는 메시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니었다. 6월 28일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파리시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은 이번에도 녹색당과 연합해 2차 선거에 나선다.
▲ 파리시장 후보인 사회당 앤 이달고가 녹색당 후보와 함께 지난 2일 파리 시내 선거 캠페인 중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 EPA/연합뉴스 |
1차에서 지지율 30%를 확보하고, 10%를 얻은 녹색당의 다비드 벨리야르(David Belliard)와 연합하며 승기를 굳힌 이달고 시장은 '에콜로지', '연대', '건강'을 향후 6년간의 파리 시정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향후 시정 플랜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우리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회적 정의와 환경 보호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에콜로지(생태)에 대한 야심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도시가 회복될수록 우리의 건강 또한 잘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에콜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위한 가치의 중심에 놓일 것이다."
향후 6년간의 시정 플랜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의 포문을 열면서 이달고 시장이 한 말이다.
그린 뉴딜이 마치 시대적 당위처럼 회자되고 있으나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지금, 파리시장이 이번에 내놓은 플랜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① 파리 전역 운행속도 30km/h 제한
사회당 출신이지만, 지난 6년간 이달고 시장은 전무후무한 녹색 시장의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그는 운전자들에겐 마녀 같은 존재였다. 자동차 도로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보행자도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넓히느라 도로 곳곳이 늘 공사 중이었고, 교통체증은 일상이었다. 시민들은 투덜댔지만, 차기 시장 1위 후보의 자리에서 그는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었다.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가 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파리시가 벌여온 자동차와의 전쟁은 가속화된다. 외곽순환도로와 일부 초대형 도로를 제외한 전체 파리 시내의 주행속도는 30km/h로 제한된다.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복합적이다. 차량 속도가 줄어드니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시민 6천여 명이 차량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어차피 차를 타도 빨리 갈 수 없으니,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대기 오염 축소는 당연히 이어질 테고, 공기질 향상은 시민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도시 소음도 줄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통제 기간에 파리 시내 도시 소음은 90%나 줄어들었다. 시민들은 비로소 새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더 깊고 평안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 도시에 공존하는 동물들도 평화를 누렸을 터이다. 파리시는 속도뿐 아니라 소음 측정기까지 갖춘 기기를 통해 도시에 과도한 소음공해를 방출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을 물리기로 한다. 디젤차는 2024년까지 전면 퇴출당한다.
② 3대 건설 계획 백지화, 제3의 숲 조성
언제나 첨예한 정치적 지향점들이 맞부딪히며 가장 극적인 결과가 드러날 수 있는 분야가 도시계획이다. 좌파 정치인들은 더 많은 사회임대주택의 건설을,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더 상업화된 도시의 면모를 드높이기 위해 대형빌딩 건설을 희망한다.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 중인 녹색당은 이 모두를 거부한다. 그들의 선택은 "더 이상의 콘크리트는 사양"이다. 안 이달고는 녹색당의 이러한 제안을 수용했다.
파리 12구의 베르시-샤랑통 지역, 10헥타르(ha) 부지에 마천루 6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파리시는 가지고 있었으나,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신 파리에 있는 불로뉴, 뱅센 숲에 이어, 세 번째 숲 조성을 제안한다. 그 밖에 11구와 18구에 계획돼 있던 건설 프로젝트도 백지화하기로 했다. 거기서 무엇을 하든, 녹색 공간을 넉넉히 확보한다는 원칙만 확인한 채.
▲ Paris 2050 이미 2015년에 이달고 시장은 미래의 녹색도시 파리의 모습을 청사진으로 내놓은 바 있다. |
ⓒ ville de Paris |
③ 주차장 면적 절반 축소,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향후 6년 동안 파리 시내 주차장들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우선, 오염이 높게 측정되는 지역의 300개 학교 인근 주차장부터 사라질 예정이다. 대신 그 자리에 보행자를 위한 길이 넓게 확보되고, 자전거전용도로가 깔리며, 17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다. 자동차와 마주치지 않고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도록, 나무와 꽃들이 심어진 보행자 길이 공원들과 연결되도록 한다.
코로나19 이동 통제 기간에,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자전거 이동을 최대한 권유하기 위해 급히 확보된 자전거 도로는 이동 통제가 해제된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파리 전역을 오직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전거전용도로를 도시 전체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된다.
④ 생태기후적 지역도시계획(PLU: Plan local Urbanisation)
파리에 지어지는 모든 건물들이 준수해야 하는 생태기후적 건축 기준이 만들어진다. 사용되는 건축자재, 기존에 있던 자연환경과의 조화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며, 지어지는 콘크리트 건물과 같은 면적의 녹색 공간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가 건축주에게 주어진다.
건설을 위해 훼손하게 되는 식물, 야생동물과 그들이 생존할 터에 대해서는 보존방법도 건설사에서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 건축자재,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에 건축에 대한 우선권이 주어진다. 모든 공공건물은 저녁과 주말, 지역 사회를 위해 또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는 공생과 협력의 원칙도 새로운 도시계획 안에 삽입된 가치다.
⑤ 디지털 광고판 퇴출
그 자체로 과다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디지털 광고판들이 모든 공공장소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현란한 광고들을 공공 장소에서 없애고자 하나, 파리시 재정의 한 축을 구성하는 광고비 예산을 포기할 수 없어 가장 덜 윤리적인 광고부터 철퇴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성차별적이고, 반환경적인 모든 광고도 공공장소에서 퇴출된다.
⑥ 에어비앤비 주택 사들여 저렴한 공공임대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큰 에어비앤비(Airbnb, 공유숙박 플랫폼) 시장이다. 인구 200만 도시의 파리에서 7만 개에 이르는 집들이 에어비앤비 시장에 올라오며, 파리 도심은 점점 주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에어비앤비의 천국이 되어갔다. 이달고 시장은 한때 '파리 내 에어비앤비 금지' '에어비앤비 주민 찬반투표'를 검토한 적이 있다. 그만큼 에어비앤비는 파리의 주거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었고 이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만도 거셌다.
그러나, 다시 한번 코로나19는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한다. 지난 4개월간 관광객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많은 에어비앤비 소유주들이 운영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시는 이들을 사들여 저렴한 비용으로 일반적인 월세 임대를 하기로 했다. 향후 6년간, 200억 유로(약 26조 원)가 이 사업에 투여될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2025년까지 서민을 위한 사회임대주택의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정기 급여가 없는 예술가들을 위한 집세 보증 지원을 시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사회임대주택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의 사무실이나 주거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파리 시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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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파리시민의 식량주권 확보
파리시는 또 다른 보건 위기에 대비해, 파리 시내와 파리 외곽지역 농가의 유기농산물 공급체계를 통해 식량 주권을 확보하기로 한다. 프랑스 전체의 식량 자급률은 130%를 상회하지만,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자급률은 현재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도권 면적의 49%가 농토인 까닭에 지역 농산물을 통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도심 내 공공건물 옥상 농장이 성공적으로 확대된 결과, 1만4000m²에 이르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옥상농장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Porte de Versailles)를 비롯해, 2000m²의 오페라 바스티유 옥상 농장 등 도시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시는 금년 내로 도시의 옥상 농장 규모가 100ha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참여예산제를 통해 시민들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옥상 농장화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대한 대안적인 가축 사육" 또한 지원할 계획이다.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지는 전염병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가축과 야생 동물이 살아갈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공장식 축산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요소"라는 게 이달고 시장의 문제의식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6%가 축산 과정에서 배출되므로, 육식을 축소하고 채식이 최대한 다양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파리시가 관할하는 학교 급식을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의 급식소에서 더 많은 채식식단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건강한 식재료가 직거래 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형태의 유기농 유통망의 확대도 도울 계획이다.
⑧ 새로운 연대의 창조
코로나로 인한 이동 통제 시기에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던 시민들끼리의 상부상조 행동과 모임을 정례화하고, 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개 구마다 '연대 센터(Fabrique de la solidarité)'가 설치된다. 더 이상 우연한 선의에 기대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 낙오되는 시민이 없도록 시가 나서서 협력의 틀을 제공한다.
그 밖에 이달고 시장은 ▲ 국가에 귀속돼 있는 의료행정의 권한을 시가 확보 ▲ 24시간 연중 운영되는 보건소 설치 ▲ 시청 내 의료국 신설 ▲ 공공의료 체계 관리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1세기 전 콘크리트 바닥 밑으로 사라져간 세느강의 지류, 라 비예브르강(la Bièvre)의 복개"도 녹색 도시 파리가 계획하고 있는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코로나 전후로 치러지게 되는 1차, 2차 투표 사이에 파리시의 시정은 역병의 위기가 주는 교훈을 온전히 흡수하며 또렷한 방향성을 획득한다.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공중 보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인 동시에 사회적 정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와 생태 다양성의 붕괴는 바로 시민들의 건강에 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금의 역병이 주는 위기는 불평등을 증폭시킨다. 탄소배출에 가장 덜 책임을 지닌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이러한 위기에 노출되고, 고통을 겪는다. 이 시기를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연대의 힘이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불평등과 기후,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된 문제이며, 그것에 맞서는 방법인 에콜로지와 연대도 결국 하나의 생각임을 이달고 시장은 강조한다.
말과 행동, 어제의 발표와 오늘의 행동이 계속 분리되는 마크롱 리더십은 30%를 밑도는 처참한 지지율로 불안하게 지탱되고 있다. 오는 28일, 3개월간 미뤄져 왔던 지자체장 결선 투표가 프랑스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퍼즐 조각을 완성할 터이다. 대만과 아이슬란드, 독일, 뉴질랜드의 위기 속에서 빛난 여성 리더십이 파리에서도 입증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수질 불량 해역 2년간 4배로 증가…'좋음' 이상은 4.4% 감소
'나쁨∼아주나쁨' 해역 2017년 4곳→작년 16곳
강릉 주문진항 해양 쓰레기 수거
(강릉=연합뉴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휴먼인러브' 회원들이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해양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모습. 2020.9.29 [연합뉴스사진.
최근 2년간 국내 해역의 수질이 더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해역별 수질평가지수 등급별 현황'에 따르면 수질등급이 '나쁨'(4등급)과 '아주나쁨'(5등급)인 해역은 2017년 4곳에서 지난해 16곳으로 4배로 증가했다.
바닷물의 수질등급은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전국을 31개 해역으로 세분해 425개 정점에서 측정한 수질평가지수(WQI)로 나타난다. WQI는 물속의 저층산소포화도(DO), 식물플랑크톤 농도(Chl-a) 등을 고려해 측정하는데 수치가 23 이하면 1등급이고 수치가 10씩 높아질 때마다 수질등급은 하락한다. 5등급은 수치가 60인 경우다.
수질은 이에 따라 1등급인 '매우좋음'부터 '좋음'(2등급), '보통'(3등급), '나쁨'(4등급), '아주나쁨'(5등급)으로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425개 해역 중 4등급은 12곳, 5등급은 4곳으로 조사됐다. 5등급은 2017년 조사에서는 한 곳도 나오지 않았으나 2018년 1곳이 생긴 데 이어 지난해 4곳으로 늘었다.
'매우좋음'과 '좋음'을 나타내는 1·2등급은 지난해 모두 346개로 집계됐다. 2017년(362개)과 비교하면 4.4% 감소했다.
해역구분표(총 31개소)[해양수산부 제공.]
전국 31개 해역 기준으로는 지난해 6곳의 수질이 전년보다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수만, 금강하구, 도암만, 동해연안은 모두 2등급을 받아 전년보다 수질이 한등급씩 하락했다. 삼척오십천하구와 강릉남대천하구는 3단계로 전년(2등급)보다 한등급 하락했다. 두 하구는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2등급에 머물다 지난해에는 '보통'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섬진강하구와 진해만은 2등급에서 지난해 1등급으로 수질이 향상했다. 한강하구와 영덕오십천하구는 각각 3등급에서 2등급으로 높아졌다.
어기구 의원은 "바다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수산물의 안전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면서 "육지에서 흐르는 하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하구, 하천이 흘러 들어가는 해양 등에 대한 통합적 수질관리체계 구축 등을 모색해 깨끗한 어장환경 조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인류엔 희망, 상어엔 재앙···25만마리 코로나 백신 비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달갑지 않은 동물도 있다. 바로 상어다.
2020년 6월 태국 고타오섬 인근에서 꼬리에 밧줄이 묶인 고래상어가 발견됐다. 해양과학자들이 고래상어를 풀어주기 위해 밧줄을 자르고 있다. [사라콘 포카프라칸=로이터]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환경 보호론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대량생산에 들어갈 경우 상어가 멸종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어 간유(肝油)에서 추출하는 ‘스쿠알렌(squalene)’이 일부 백신의 원료로 사용되면서다.
스쿠알렌은 면역증강 물질이 풍부해 면역력 보조제나 독감 백신의 원료로 사용된다. 스쿠알렌 성분의 면역증강제인 MF59가 인체에 들어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고 세포 수를 늘리는 작용을 한다. 이미 일부 신종플루 백신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쿠알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스쿠알렌의 효능은 또 있다. 보습, 노폐물 흡착에도 뛰어나 립밤·목욕 오일 등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된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에 상어 간유 추출물인 스쿠알렌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어의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일부 제약사는 스쿠알렌을 원료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대표적이다. GSK의 경우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대량생산을 위해 10억회 분량의 스쿠알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스쿠알렌 추출을 위해 상어 포획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캘리포니아의 비영리기관인 샤크 앨라이스(Shark Allies)에 따르면 스쿠알렌 1톤(t)을 채취하기 위해 상어 3000마리가 필요하다. 이를 기준으로 전 세계 78억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1회 접종한다고 가정하면 상어 25만 마리가 사라진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2회 접종할 경우 희생되는 상어는 50만 마리로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상어의 번식이 느리다는 점이다. 상어는 다른 어종보다 성장 기간이 길고 대량으로 번식하지 않는다. 따라서 갑자기 포획이 늘면 한순간에 개체 수가 줄어든다. 쿠퍼 상어(gulper shark)와 바스킹 상어(Basking shark) 등 심해 상어의 타격이 가장 크다. 이들 종은 스쿠알렌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집중적으로 포획된 탓에 개체 수가 많이 감소한 상태다.
2013년 8월 19일 갈라파고스 해양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망치상어떼. [로이터=연합뉴스]
.과학계도 스쿠알렌 대체재 개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리브유, 옥수수유 등 일부 식물에 소량 함유된 식물성 스쿠알렌을 백신에 사용할 수 있는 합성 스쿠알렌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의 한 바이오 화학업체는 사탕수수를 발효하는 방식으로 스쿠알렌 화합물 개발에 나섰다. 이와 함께 GSK와 과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도 스쿠알렌의 면역증강 효능을 대체할 별도의 항원 보강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성공 시기를 알 수 없고, 스쿠알렌을 대체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스태파니 브랜들 샤크 앨라이스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을 위해 희생되는 상어의 수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라며 “야생 동물을 잡아 인간이 원하는 것을 얻는 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알프스, 때이른 폭설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 25㎝ 폭설
9월 적설량으로 최고
오스트리아에서는 고도 550m에서도 눈 내려
9월 27일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근처의 눈 덮인 알프스피체를 뒤로하고 제라늄 꽃이 피어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유럽에 때이른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의 알프스 산맥 지역에서는 27일 밤 사이에 기온이 급강하면서 폭설이 내렸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알프스 남쪽 발레주 몽타나에서는 25㎝ 적설량을 보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런 적설량은 9월말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다
9월 2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근처 노에슬라흐에 있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때아닌 폭설을 뚫고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설과 함께 한파도 몰아쳤다.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에 소재한 주들에서는 눈과 얼음으로 도로가 봉쇄돼, 당국이 도로 제설 작업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해발 550m 정도의 고도에서도 눈이 내렸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의 산봉우리를 향하는 등산로들도 눈으로 폐쇄됐다. 알프스를 비롯해 피레네와 쥐라 산맥, 마시프 상트랑 등지의 1100m 이상 산악지역에서는 10~30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알프스 지역에서는 13년 전인 2007년에도 9월에 눈이 내렸는데, 당시 적설량은 평균 20㎝였다. 유럽에서는 올 여름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지속됐다. 폭염 뒤 급작스런 한파와 폭설은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보이는 지구온난화의 전형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환경개선부담금 매년 징수율 감소…"작년 6천억 넘게 체납
환경오염 원인 물질을 배출하면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의 징수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며 체납액은 작년 기준으로 6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환경개선부담금 징수 실적'에 따르면 연도별 부담금 징수율은 2016년 39.6%, 2017년 39.3%, 2018년 38.6%, 2019년 37.9%로 해마다 낮아졌다.
부담금 징수액은 지난해 3천877억원으로 2016년(5천62억원)보다 1천185억원 덜 징수됐다. 지난해 환경개선부담금 체납액은 6천126억원이었다. 연도별 체납액은 2016년 7천172억원, 2017년 6천733억원, 2018년 6천264억원 등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징수결정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환경부담개선금은 오염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오염물질 처리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매긴다. 통상 시설물이나 자동차에 부과된다.
윤준병 의원은 "환경개선부담금 징수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고, 체납액이 지난해 기준 6천억원이 넘는다"며 "환경부는 환경개선부담금에 대한 징수 대책을 마련해 체납액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9년 신규 부과 건에 대한 징수율은 80%가 넘지만, 과거 체납액들이 징수되지 않으니 체납이 누적돼 전체 징수율은 40%가 되지 않는다"며 "환경개선부담금 체납액을 납부해야 자동차 이전· 말소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법이 개정됐으므로 징수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명했다. bookmania@yna.co.kr
코로나와의 전쟁, 인류는 이길 수 있을까
ㆍ독감과 동시 유행 ‘트윈데믹’ 우려…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 절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잦아들었다가도 재확산이 되면서 안도와 불안이 되풀이된다. 바이러스의 변종이 계속 나타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한다. 중국에서 시작해 유럽·미국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남미를 돌아 다시 유럽·미국을 중심으로 확산세를 키워가고 있다. 가을 이후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시 내셔널몰 잔디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곳에 꽂힌 작은 성조기 20만개는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상징한다. / AFP연합뉴스
코로나19는 보건의료 차원을 넘어서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거리 두기가 권장되면서 지금까지의 경제·사회의 교류 양상이 급속히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가짜뉴스는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면서 ‘인포데믹(정보 전염병)’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마스크·백신 사재기, 코로나19 책임 공방에서 보듯 국제사회는 협력보다 각자도생의 길에 가깝게 행동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숨 돌릴 틈 없이 코로나 재확산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는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 오미터 기준으로 9월 23일(현지시간) 오전 9시 현재 97만6021명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전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를 20만477명으로 집계했다. 누적 확진자는 688만2964명으로 집계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3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20만명 이상 숨질 수 있다고 예측했을 때 공포를 조장한다고 비난받았던 일이 실제 일어난 것이다. CNN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페르시아·걸프전쟁 등 미국이 개입한 5건의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정부의 노력 덕에 그나마 선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칭하면서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조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9월 중순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유럽에서 코로나19는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9월 22일까지 일주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4189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주점과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결혼식 허용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규칙 위반 벌금은 200파운드로 인상했다. 스페인, 프랑스도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재확산기에 진입했다. 집단면역을 택한 스웨덴도 최근 모든 연령층에서 확진자 수가 늘면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시민이 위태롭게나마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의료진과 돌봄, 배달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들의 헌신 덕분이다. 이들은 업무 특성상 원격 혹은 재택근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이들은 다수가 취약계층이기도 하다. 지난 6월 미국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조너선 딘젤과 브렌트 니먼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자리의 37%만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간에도 차이가 보인다. 스웨덴과 영국에서는 일자리의 40% 이상이 원격 근무가 가능하지만 멕시코와 터키에서는 25% 미만이었다.
코로나 백신 공평한 접근 보장해야
코로나19는 향후 국가 내,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감염병 시대에 맞는 복지와 돌봄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내년 7월부터 현재 14일인 아빠의 출산휴가를 28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제안된 기간인 9주에서 크게 후퇴했지만 9월 23일 이 방안을 발표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두 배로 늘린 것도 이미 상당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생태위기와 연결지어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럽·미국에서는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등 지속가능한 삶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음모론에 기댄 가짜뉴스를 퍼트리거나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며 방역을 방해하는 이들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인포데믹을 “정확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한 정보의 과잉”으로 정의한다. 가짜와 진짜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사람들이 필요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지침을 찾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등이 과학적 근거 없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히드록시 클로로퀸 같은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한 것이 예이다.
아직 우리는 적의 정체를 확실히 모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권고문을 올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가 사흘 만에 “실수였다”며 뒤집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가 주로 비말로 전염되며, 밀집·폐쇄된 공간이 아니라면 공기로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집단면역의 전제 조건인 항체 형성이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댈 곳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뿐이다. 백신이 보급되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여름으로 예상된다. 1년 가까이 마스크가 유일한 백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가 백신을 공급받는 시점을 2024년으로 예상했다.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미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에서도 최근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절실하다. 한국·영국·일본 등 14개국으로 구성된 전 세계 백신 공급 체계 ‘코백스 퍼실리티’ 우호그룹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충분하고 공평한 배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소외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옥스팜의 발표에 따르면 임상시험 3단계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5종, 53억회분의 계약 물량 중 27억회분을 미국, 영국, 호주, 홍콩, 마카오, 일본, 스위스, 이스라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샀다.<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귀성길 고속도로 50년…얼마나 많은 가스를 내뿜었을까
코로나로 귀성길 풍경도 바뀔듯
예기치 않은 휴식을 성찰 기회로
영동고속도로 첫 구간인 서울-새말간 고속도로 개통식(1971년 12월1일 원주인터체인지 광장)
금년 추석의 귀성길은 코로나19 때문에 크게 붐비지는 않을 것도 같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대비 고속도로 길이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지만, 명절 때는 물론이고 평소 주말에도 수도권처럼 교통량이 많은 곳은 상습 정체를 일으키기 일쑤다. 코로나19가 과연 이런 풍경을 얼마나 바꿔 놓을까.
전국을 사통팔달로 꿰다시피 하는 한국 고속도로의 역사는 50년 남짓이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1969년 여름에 완공되었다. 국토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추라 할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된 것은 1970년 여름이다. 그 뒤로 여러 노선이 계속 생겨났지만 대부분 21세기 들어서 완공된 것이다.
금년 추석의 귀성길은 코로나19 때문에 크게 붐비지는 않을 것도 같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대비 고속도로 길이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지만, 명절 때는 물론이고 평소 주말에도 수도권처럼 교통량이 많은 곳은 상습 정체를 일으키기 일쑤다. 코로나19가 과연 이런 풍경을 얼마나 바꿔 놓을까. 전국을 사통팔달로 꿰다시피 하는 한국 고속도로의 역사는 50년 남짓이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1969년 여름에 완공되었다. 국토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추라 할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된 것은 1970년 여름이다. 그 뒤로 여러 노선이 계속 생겨났지만 대부분 21세기 들어서 완공된 것이다.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971년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모두 14만3479대가 있었다고 한다. 2019년에는 그 수가 2344만4165대로 집계되었다. 48년 동안에 163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수치를 보고 뿌듯해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좁은 국토는 그대로인데 자동차만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 늘어난 자동차 수만큼 배기가스 배출량도 늘었을 테니 그동안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는 또 얼마나 많이 쌓였겠는가?
코로나19는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 예기치 않은 강제 휴식을 가져왔다. 이참에 이후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자동차와 고속도로의 시대는 21세기 세대들에겐 별로 반갑지 않은 유산일 수도 있다. 친환경이나 에너지 전환 같은 구호를 기계적으로 내세우는 것 이상의 더 근본적인 성찰이, 상상력이 필요하다. /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
미 국립학술원 회보 논문
“더워진 봄 산란 앞당기면
새끼 새 굶주릴 위험 커져”
30년 장기연구 결과 발표
날씨가 따뜻하다고 일찍 부화한 녹색제비 새끼는 이상 한파를 만나면 굶어 죽을 확률이 높다. 쉬플리 제공
기후변화는 평균으로 오지 않는다. 봄은 일찍 찾아오고 평균기온은 오르지만 꽃샘추위는 잦아진다. 동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장기 현장연구로 밝혀졌다.
라이언 쉬플리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은 29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따뜻해진 봄에 맞춰 산란을 앞당긴 새들은 새끼 사망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미국 뉴욕 이타카에서 여름 철새인 녹색제비의 번식(30년 이상), 곤충 풍부도(25년 이상), 기상(100년 이상) 등을 장기 관찰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녹색제비의 번식 시기는 10년에 사흘꼴로 앞당겨졌다”며 “그러나 부화가 일러지면서 꽃샘추위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는데, 이런 날에는 먹이인 날벌레를 잡기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새끼에게 날벌레를 먹이는 어미 녹색제비. 앤
디 리에이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결국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까는 동물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이지만 무작정 기후변화 템포에 맞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쉬플리 박사는 “기후변화에 발맞춰 단순히 날짜를 앞당기는 건 위험하다. 예외적으로 따뜻한 봄 날씨에 따르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덕스러운 날씨에 봉착할 수 있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한 번 꽃샘추위가 닥쳐도 새끼의 생존율은 50% 이상 떨어진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상 한파가 오면 새끼 새들의 먹이인 날벌레를 잡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곤충의 비행활동은 날씨에 직결되는데 변덕스러운 날씨가 닥치면 “날벌레를 먹고 사는 새들에겐 하루는 잔치였다가 이튿날은 쫄쫄 굶는 날이 되곤 한다”고 쉬플리 박사는 말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관찰한 봄철 꽃샘추위는 1970년대보다 2배 잦아졌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어미가 알 품기에 나섰는데 3주 뒤 새끼가 깨어날 때쯤 예상치 못한 이상 한파가 오는 일이 흔해졌다.
이 지역에서는 세계 다른 곳에서 문제가 되는 곤충의 절대량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곤충의 풍부도가 아니라 며칠 동안 얼마나 많은 곤충을 잡을 수 있는가이다”라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새들에게 적응을 요구하지만 특히 녹색제비처럼 곤충을 먹는 새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특히 곤충을 먹는 새들에게 치명적임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곤충을 먹는 새들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연구에 참여한 마렌 비투세크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이런 장기연구는 생물종이 어떻게 왜 기후변화로 영향받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생물이 복잡한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서로 관계 맺으며 진화하는지 통찰할 수 있게 해 준다”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DOI: 10.1073/pnas.2009864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도시가 조용해지미 샌프란시스코 흰정수리북미멧새
봉쇄기간중 소리 크기 30% 낮아져
소리 들리는 거리도 두배로 늘어나
북미지역에 서식하는 흰정수리북미멧새. 참새목 멧새과로 몸 길이는 17cm 가량이며, 눈앞에서 머리 꼭대기를 지나 뒷목까지 이어진 흰색과 검은색의 줄무늬가 특징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조용한 장소에서는 목소리도 낮춰 말하게 된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의사 소통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봉쇄 기간에 도시가 조용해지자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도시에 서식하는 새들의 소리가 작아지고 더 멀리서도 또렷하게 들리게 된 것.
미국 테네시대 생태·진화생물학과 엘리자베스 데리베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5년 4~6월과 2016년에 샌프란시스코와 교외 지역에서 수집한 수컷 흰정수리북미멧새(white-crowned sparrow) 소리를 봉쇄 조처가 시행중이던 올해 4~5월 같은 장소에서 녹음한 소리와 비교했다. 올해 4~5월 샌프란시스코 교통량은 1954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측정 결과 도시 소음은 평소보다 약 7데시벨 가량 낮았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인간이 유발하는 소음, 특히 자동차 엔진음이나 에어컨 실외기 소리 등 저주파 도시 소음에 대응해 소리를 키우고 주파수도 높인다. 그런데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도시 소음이 잦아들자 새들의 노래 소리도 낮은 주파수로 바뀌었다. 봉쇄 조처 이전에 비해 평균 30% 더 부드럽게 노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도 두배로 늘어났다.
이는 짝짓기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새들은 고주파 소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데리베리 교수는 "새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노래했다"며 1970년대에 이 지역에서 녹음한 새들의 음역대와 같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봉쇄기간중 금문교 인근에서 카메라에 잡힌 흰정수리북미멧새. JN PHILLIPS/사이언스 매거진
1970년대의 옛 소리로 돌아가...짝짓기에 긍정 영향
북미 지역 도심과 인근에서 서식하는 이 새를 20여년간 연구해온 그는 이전 연구에서 1970년대에 녹음한 소리와의 비교를 통해, 교통량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 소음에 소리가 먹히지 않도록 새가 최저 주파수를 높여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고 주파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따라 암컷과 소통할 수 있는 음역대가 좁아지고 말았다. 따라서 1970년대의 음역대를 회복했다는 것은 소리의 전달률이 높아져 짝짓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는 도시 소음과 새들의 안정된 번식, 나아가 종의 다양성 간의 연결고리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봉쇄 조처가 끝나면서 새들의 짧은 평안 기간도 끝났다. 새들의 스트레스는 지금쯤 다시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내년 봄 새들의 짝짓기 철이 다시 시작되면 수컷들의 소리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9월24일치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나무와 강도 인간만큼 법적 권리 누릴 때 지구 구할 수 있죠”
지구와사람 강금실 대표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는 지난 5년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해온 것 자체가 자신에게는 실험이었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강금실 대표 제공
<지구를 위한 법학-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중심주의로>(서울대출판문화원).
올해 창립 5년인 재단법인 지구와사람(대표 강금실)에서 지구법학회 활동을 해온 회원 8명이 ‘지구법학’ 교재용으로 함께 쓴 책이다. 2001년 미국의 생태 신학자이자 문명 사상가인 토마스 베리(1914~2009)가 처음 제안한 지구법학은 인간뿐 아니라 나무나 강과 같은 자연물도 법과 거버넌스(통치)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주체로 본다. 우주는 ‘객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체들의 친교’이기에 우주 성원은 모두 인간들만큼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지구법학은 지난 20년간 조금씩 영토를 넓혀 왔다. 남미의 작은 나라 에콰도르가 2008년에 자연의 권리를 헌법의 독립된 장에 명기했고, 5년 전 유엔총회는 유엔 공식 프로그램인 ‘자연과의 조화(하모니 위드 네이처)’ 2016년 토론 주제로 지구법학을 채택했다. 자연물에 법 지위를 부여하는 좀 더 실질적인 진전도 있었다. 뉴질랜드 의회가 3년 전에 북섬 황거누이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 대표를 지난 18일 전화로 만났다. 지구와 사람은 오는 9~10일 서울 종로구 ‘유재’에서 ‘생명과 공동체의 미래’를 주제로 창립 5년 콘퍼런스를 한다.
올해 4월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한 지구와사람은 강 대표가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2013년에 만든 생명문화포럼이 모체다. 2009년 대학원에 입학한 강 대표는 2012년에 석사 학위 인정을 받은 책 <생명의 정치>를 썼다.
그가 법과 정치 영역에서 생명 공부로 나아간 데는 ‘권력 너머의 근본적 갈망’이 작용했단다. “2004년 법무부 장관 시절에 영세를 받은 게 계기였죠. 전두환 정권에서 판사를 할 때 국가보안법 이슈로 사회와 인간, 권력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로 가선 그 고민이 더 깊어졌죠. 그러다 가톨릭에 입문했어요. 그 뒤로도 권력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치철학 쪽에서 제국주의와 기독교 관계를 공부하다 권력 그 너머의 근본적 갈망이 생겼죠.”
그는 지난 5년을 자신과 단체 모두 “공부하며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에서 이재돈 신부 강의로 생태신학을 접했어요. 생태윤리나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했는데 재밌었죠. 졸업 무렵에 고민하다 (공부를) 계속하자고 생각했죠. 제가 장관도 하고 정치에 몸담기도 해 사회에 직접 기여하고 싶은 내적 갈등도 있었어요. 현실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정치를 해야 했죠. 하지만 인간과 우주가 어디서 기원하고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좀 더 큰 질문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이나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멤버들 모두 다 비슷한 질문을 안고 있어요. 처음 7명이 생명문화포럼을 시작했는데 지금 회원은 100여 명입니다. 내실을 다지자는 생각에 학술과 교육 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계속 공부하며 답을 찾고 있어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판사·장관 하며 ‘권력 문제’ 고민
뒤늦게 대학원 들어가 생명 공부
2015년 창립, 현재 회원 100여명
최근 회원 7명과 지구법학 ‘교재’ 내
“자연물도 법과 거버넌스 보호 대상”
9~10일 ‘생명과 공동체 미래’ 콘퍼런스
지구와사람은 지구법센터, 생태대연구회, 기후와문화연구회 같은 연구 모임을 두고 있고 매년 한 차례 국제 콘퍼런스도 한다. 지구법학이나 토마스 베리 사상을 다루는 강좌도 열고, 생태를 포함해 다양한 인문학 주제로 특별 강연도 수시로 한다. 이번에 나온 공동저술을 포함해 번역서 <야생의 법>(코막 컬리넌 저)과 <최후의 전환>(프리초프 카프라)까지 책도 3권이나 냈다. 강 대표가 지구와사람을 지식공동체라고 말하는 이유다. “계속 공부하면서 삶을 나누자는 의미로 지식공동체라고 불러요. 콘텐츠 중심이죠. 우리는 노는 것과 밥을 나눠 먹는 게 중요해요. 단체 일도 회원들이 나눠서 합니다. 회비도 알아서 내고요. 급하게 가기 싫어요.”
<지구를 위한 법학> 표지.
강 대표가 서문을 쓰고 로스쿨 교수 셋과 변호사 넷이 집필한 이번 책은 3부로 나눠 지구법학이 무엇인지 또 각국의 법과 정치 체계 및 국제사회에서 지구법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짚고 있다. 공동 저자 모두 논의의 출발을 토마스 베리 사상에서 출발했다. 강 대표는 대학원에서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이란 책으로 베리의 사상을 처음 만났단다. “우리 시대가 지나친 화석 연료 사용으로 기후 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게 베리가 말한 ‘위대한 과업’이죠. 그의 글을 보며 세상 문제에 대해 근본적 접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대에 이런 큰 이야기를 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사상가는 드물어요. 1970년대부터 시작한 기후 위기가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실존의 문제라는 것을 베리는 일찍 간파했죠. 그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법이나 정치 변화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했어요. 인간의 민주주의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면서 데모크라시(민주주의)에서 바이오크라시(생명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했죠. 제가 2006년 서울 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식목일에 출마 선언을 하면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히 푸른 것은 생명의 나무’라는 괴테의 글을 인용했는데, 베리의 책을 보며 그분의 사상이 저와 맞겠다는 생각을 했죠.”
강 대표는 인간 중심 법학이 지구법학으로 가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라고도 했다. “지구법학은 인간의 민주주의와 법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는 관점이죠. 근대 헌법이나 민법을 보면 국민공동체만 있어요. 지구법학은 지구공동체를 보죠. 유엔을 국가연합이라고 하는데 지구법학은 지구생명체 종의 연합으로 가자는 겁니다. 지구공동체의 논리적 귀결은 지구법학입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어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이 핵심요소인 지금의 인간법학은 탁월한 법체계이지만 지구 위기를 막지 못했잖아요. 그렇다면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정치체계로 가야죠. 그게 바로 지구법학입니다.”
그는 뉴질랜드 황거누이강 사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에콰도르 헌법에 자연권이 들어간 것은 정치적 결단의 차원이지만 황거누이강은 구체적 법률 사례입니다. 상당히 오랜 갈등 끝에 만든 법입니다.” 덧붙였다. “한국의 비무장지대도 황거누이강처럼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쪽으로 갈 수 있어요. 우리 단체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지금 공부하고 있어요.” 그는 지구법학의 현실화를 위해선 “첫째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고 둘째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은 지구법학 실현을 위한 방도로 헌법 개정이나 전문 법원의 설치 그리고 생태위원회 같은 국가 기관의 신설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초지자체 조례 개정으로도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연의 권리 인정은 80년대 미국의 한 자치단체 조례로 처음 등장했어요. 조례로 강의 권리를 인정하면 지역 단위의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어요.”
‘인간법학의 구체적인 폐해’를 묻자 그는 “우리는 그동안 자연을 잊어버렸다”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우리가 낙동강의 권리를 인정했다면 4대강 사업을 못 했을 겁니다. 코로나나 이번 수해로 많은 사람이 우리가 그동안 자연을 잊어버렸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어요. 다시 자연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죠. 그동안 우리 사고 범주 속에 자연이 사라졌어요. 오직 인간만 있었죠. 특히 한국은 너무 급해요. 돈의 힘이 세져 인간 사회의 윤리마저 매몰되었죠. 균형이 중요해요.”
‘지구와사람 5년’을 자평해달라고 하자 그는 “무엇보다 저 자신에 대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제가 여기서 일을 찾고 성장해온 것 같아요. 지난 5년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해온 것 자체가 저에겐 실험이었죠. 한국 사회는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은 사회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내가 여유 있어야 남의 말도 들을 수 있고 이해도 하죠.”
계획은? “특별한 것은 없어요. 지금처럼 공부 계속하고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 하고 책도 내야죠. 근본 기조는 학술입니다. 융합적 학술이죠. 여러 영역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이 흔하지 않잖아요. 지구와사람에는 법률가 말고도 정치학자, 자연과학자, 디자인 회사 대표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저와 비슷한 질문을 안고 있는 분들이죠. 우리 단체의 교육적 방법론은 문화와 예술입니다. 지구법학도 지금까지 개론적 연구였다면 앞으로는 각론으로 들어갈 수 있겠죠.”/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한국인에겐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인도보다 3천년 앞서 쌀 재배, 고혈당 막는 유전적 적응 일어나
동아시아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쌀밥을 먹어 왔고 그 과정에서 영양학적 부작용을 줄이는 진화적 적응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적 적응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랜 목축 역사가 있는 유럽 등 일부 지역 사람들은 유당 분해 효소를 어른이 되고 나서도 분비해 우유를 불편 없이 마실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진화가 동아시아에서도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등 국제 연구진은 아시아의 벼 재배 전파에 관한 고고학적 발견과 124개 인구집단에 포함된 2000명 이상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진화 응용’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마르코 사치니 볼로냐대 교수는 “일부 동아시아인들의 조상은 적어도 1만년 전부터 매일 쌀을 먹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고혈당 식사가 몸의 대사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이는 유전체의 적응이 일어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쌀은 인류가 재배하는 곡물 가운데 탄수화물 함량과 혈당지수가 가장 높다. 혈당지수는 섭취 후 얼마나 빨리 혈당을 높이는지를 가리키는데 동아시아인 조상이 먹었던 쌀과 비슷한 현미의 혈당지수 88은 밀의 30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동아시아인 비만·당뇨 적었던 이유
야생 벼. 중국 양츠강 유역에서는 1만2000년 전부터 야생 벼를 먹었다. 매트 라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최근 고고학적 연구결과 중국 양츠강 유역에서 1만2000년 전부터 야생 벼를 섭취했고 이어 현재의 단미 종 품종을 작물화했다는 데 주목했다. 야생 벼의 작물화와 재배기술은 7000∼6000년 전 한국과 일본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인도 북부에서 독립적으로 벼 재배가 시작된 것은 4000년 전이었고 이때 재배한 장미 종의 벼는 동아시아의 벼에 견줘 혈당지수가 훨씬 낮다.
제1 저자인 아드리아나 란디니 볼로냐대 박사과정생은 “(혈당지수가 높은) 다른 품종의 벼를 수천 년 먼저 재배하기 시작한 중국, 한국, 일본 사람들은 인도 등 서아시아인들이 겪은 것보다 심한 대사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고혈당 식사가 초래할 대사질환에 걸리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전체 적응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유전적 적응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의 오랜 소수민족인 후난 성 투져 족, 한국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인의 유전체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베트남 사람 등의 유전체와 비교 분석했다.
쌀 재배 기원지와 조사 대상 인구집단 위치. 란디니 외 (2020) ‘진화 응용’ 제공.
연구에 참여한 클라우디아 오예다-그라나도스 볼로냐대 연구원은 “동아시아 사람과 달리 서아시아와 동남아인은 특정 식사로 인한 대사 스트레스와 관련된 유전적 적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조적으로 중국 툰쟈 족, 한국, 일본인 조상은 유사한 대사 유전체의 적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찾은 동아시아인들의 유전적 변화 일부는 탄수화물이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해 체질량지수(BMI)를 줄이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돼 있었다. 일부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쪽으로 적응했다. 인슐린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추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작용이 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며 당뇨병의 주요 요소이다.
이 밖에 일부 유전적 변화는 비타민 에이(A)의 대사산물인 레티노산의 생산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영양물질이 부족하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종종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유럽인 우유처럼 쌀에 적응
야생종을 포함한 다양한 품종의 단미 종(인디카) 쌀. 화이트 브라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국 등 동아시아인들에게 전통적으로 비만과 당뇨가 적은 것은 이런 유전적 진화 덕분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은 1960년대만 해도 0.5%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식생활의 서구화, 도시화로 인한 활동량 감소, 고칼로리 식품 소비 증가 등으로 동아시아인의 당뇨 유병률은 급증해 세계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찍부터 고탄수화물 쌀을 소비하면서 획득한 유전적 이점은 모두 상실된 것일까. 사치니 교수는 “이런 적응은 아직도 생활방식의 세계화와 서구화가 초래한 식생활 변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억누르는 데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서아시아인들의 당뇨와 비만율이 동아시아인보다 높은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국제 당뇨 연맹(IDF)의 2019년 20∼79살 당뇨병 유병률 통계를 보면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9.9%였고 인도가 10.4%로 두 번째였다. 중국은 9.2%로 19위, 한국은 6.9%로 26위, 일본은 5.6%로 42위였다.
연구에 참여한 진한준 단국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중해 등에서 가축을 기르던 사람들 사이에서 우유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유전적 적응을 한 것처럼 동아시아인은 탄수화물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잘 섭취하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용 저널: Evolutionary Applications, DOI: 10.1111/eva.130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선언한 중국
시진핑, 22일 유엔총회서 공언
파리협정보다 10년 늦지만 환영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보다 10년이 늦고 구체적 계획이 빠져 다들 반신반의하지만,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과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사실 중국 내 온실가스는 중국만의 책임이 아니다. 중국의 배출량 절반이 수출용 상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 서구 선진국으로 수출한 상품 때문에 늘어난 온실가스가, 선진국이 노력해 감축한 온실가스의 6배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 우리 정부가 올해 안에 제출해야 하는 2050년 감축 목표에 관심이 쏠린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지구의 빙하가 녹는다…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
최근 전 세계가 기록적인 태풍과 장마, 산불 등의 자연재해로 신음을 하고 있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는 다시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중국과 일본, 한국을 잇따라 덮친 장마에 미국 서부와 호주, 브라질의 산불 피해까지. 지구 곳곳이 이상 기후로 신음하는 가운데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극의 해빙, 바다 얼음 면적은 370만제곱킬로미터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979년 위성 해빙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작은 크기입니다.
지난달에는 남극도 거대 빙하의 외곽 부분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는 국제 연구진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결국 남극 얼음의 유출이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여서 해수면 상승이 우려됩니다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슬란드 빙하나 이탈리아 만년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스네바르 구드문손 / 아이슬란드 빙하 연구자> "정말 충격적입니다. (빙하가 녹는 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지 보면 놀라게 됩니다."
지난 8월 영국 연구팀은 논문에서 1994년부터 지구에서 녹은 빙하 등 얼음이 28조 톤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20년간 빙하가 녹은 속도가 연간 0.8조 톤에서 1.2조 톤으로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빙하가 녹아 다량의 담수가 바다에 유입되면 해류의 움직임을 비롯한 해양 순환에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기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연합뉴스 이상현입니다. (hapyry@yna.co.kr)
2050년, '탈탄소'를 위한 도시의 도전 과제는?
에너지 소비 방식, '탈탄소'로 바꿔야 한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전망하면서 '왜 여러 부분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부문 간 연계', 또는 '섹터 커플링'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알아보았다.(☞ 관련 기사 : 그린뉴딜 탈탄소화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이번 글에서는 에너지 균형(energy balance)에 대한 이해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의 도전에 대해 알아본다.
화석연료로 공급되는 에너지에 목매는 현실
에너지라는 주제는 사실 이해하기 쉬운 분야는 아니다. 단위도 여러 가지이고, 양적인 개념이면서 동시에 '일'의 단위이기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여간 헷갈리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에너지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축을 만들고 그 두 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게 좋다. <그림 1>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에너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에너지 균형(energy balance)을 보여준다.
먼저 제일 왼쪽에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수입되는지를 비롯한 수입·생산을 보여주고, 다음 칸은 에너지 공급을, 가장 오른쪽 칸은 에너지 소비가 어떤 용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석유, 가스(LNG), 석탄(유연탄), 우라늄(원자력) 형태로 수입된 에너지원들은 1차 에너지 형태로 공급된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석유나 도시가스처럼 정유, 정제 과정을 거쳐 그대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기나 열이라는 형태로 바꿔서 이용되기도 한다. 에너지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전환(conversion)'이라고 하는데, 바로 왼쪽에서 세 번째 기둥의 '전환·손실'이 그 과정이다. 에너지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탈탄소화하는 변화를 말하는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과는 다르다.
그런데 에너지를 전기나 열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실이 생긴다. 에너지 효율이 100%가 아닌 이상 투입된 1차 에너지가 모두 최종 에너지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최신형 콘덴싱 보일러는 에너지 효율이 93% 정도 되는데, 온수라는 형태로 열을 공급하면서 버려지는 비율은 7% 수준이라는 뜻이다. 한 10여 년 전에 사용하던 보일러들은 80~88% 수준이었다. 전력을 만들 때 손실되는 비율은 더 높아서 석탄발전소들은 일반적으로 효율이 40% 이하이고, LNG는 65% 수준의 효율을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전환부문 효율을 높일수록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됨을 강조하게 된다. 에너지 형태를 전환하는 이유는 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우리는 발전 부문을 흔히 '전환 부문'으로 부른다.
마지막 소비 칸에서는 산업, 가정·상업, 수송, 공공으로 나뉜 상자가 두 개 보인다. 아래 있는 상자는 전력이 각각 어느 용도로 어떤 비율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위에 있는 상자는 열이나 다른 형태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어느 용도로 얼마씩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전력은 산업에서 53.9%, 가정·상업에서 39.4%가 사용되고 있다. 도시가스와 열에너지는 산업에서 61.4%, 가정에서 17.8%, 수송에서 18.5%가 사용된다.
바로 여기서 분류되어있는 에너지 수요인 '산업', '가정·상업', 수송과 에너지 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 열, 전력을 흔히 '부문(sector)'라고 부른다.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이용하는 에너지는 사실상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건물부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문들을 연결시킨다는 의미는 산업, 건물, 수송으로 분류된 수요부문들이 서로 남는 에너지를 필요한 시기에 다른 부분에 제공하고, 전력망으로 다시 보내기도 하면서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에 사용된 연료는 석유 한 가지였고, 전력은 조명이나 기기를 운영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대신해 재생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에너지 전환시대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생각들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력이 불러올 변화
<그림 2>에서 2020년에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2050년에 탄소중립이 달성된다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표현해 보았다. 2020년에는 석탄이나 가스로 전력을 만들고 온수도 만들어서 난방과 목욕을 한다. 휘발유와 경유로 자동차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버려지는 열도 너무 많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너무나 많이 발생시킨다. 하지만 연료 사용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이 중심이 되는 에너지 시스템은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를 최대한 알뜰하게,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재생에너지 전력은 전기차의 연료가 되고, 여전히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가전기기들을 가동하게 만든다. 재생에너지가 발전에서 주류가 되면 다 쓰이고도 남는 전기도 많아지는데, 남는 전기는 전기보일러나 힛펌프로 열을 만들어 건물부문에서 사용하면,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는 난방과 온수생산이 가능해진다. 산업부문, 즉 공단 같은 곳에서는 버려지는 열이 상당히 많다. 왜냐하면 산업용 보일러나 고로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열은 몇 백도℃나 그 이상 수준으로 높아야 해서, 이보다 낮은 열은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하지만 100℃ 정도 되는 온수도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뜨겁다. 이런 열들을 지금은 '미활용열'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오른쪽 그림에서는 산업→건물로 가는 화살표가 나타난다. 전기차가 엔진과 연료통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전력망에 다시 전력을 송전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풍부한 낮시간이나 풍황이 좋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전력소비가 많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송전하는 스마트 충/방전은 그래서 미래가 더 기대된다. 수송에서 전력으로 화살표가 이어졌다.
아직은 잘 가늠이 되지 않는 이런 일들은 대규모로 산업단지에서 열이 남고, 전기차가 많고, 남는 에너지들을 받아줄 수 있는 건물부문이 클 때 더 쉽게 해볼 만한데, 그런 곳은 바로 대부분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이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오늘의 도전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시는 공간이 좁아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태양광은 낮에만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대한 에너지 소비지인 도시도 역할이 있다. 바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자체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는 냉난방을 하고 전등을 켜고, 자동차나 기차, 지하철을 타고, 핸드폰도 쓰고 TV도 본다. 서울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67%는 건물부문에서 나온다. 심지어 서울은 이제 공업단지도 없이 소비만 하는 도시이다. 서울 같은 도시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려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사용하는 설비들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기 쉽게 바꾸고, 우리가 가진 자동차(전기차)로 필요한 시간대에 에너지를 공급도 해야 한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꾼다면 도시는 전체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저탄소인, 궁극적으로는 탄소배출 제로인 사회로 변해가는 데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는 잘 바뀌지 않는다. 당장 지금 짓고 있는 건물들은 앞으로 몇 십 년은 서있을 것이고, 오늘 산 자동차는 앞으로 십 년은 더 타게 될 테고, 지난 겨울에 바꾼 최신 보일러도 십 년은 써야 할 것이다. 그래서 2050년에 탈탄소를 진심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도시 정책과 공간 계획이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몇 년이 지난 다음 그 효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은 많다.
△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 온실가스를 일정 기준보다 많이 배출하는 승용차는 주소지 등록을 어렵게 만들거나
△ 사용하는 에너지에서 실제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50%는 되어야 건축허가를 내준다거나
△ 주거지 근처에 있는 산업단지 폐열을 전체 회수하여 난방용으로 공급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지금부터 추진해야 한다. 그밖에도 해야 할 매우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다. 2050년, 탈탄소 사회를 이룩해야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을 그나마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할 수 있고, 탈탄소 사회로의 변화가 우리의 목표라면, 우리와 우리들의 도시는 '가치 있는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함께 사는 길]
시장경제와 이별하기 인류 생존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한계
[평등의 길] "욕망이 아니라 필요에 바탕을 둔 경제"
시장경제는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자원은 한정돼 있으며, 경제주체는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같은 자원으로 더 큰 성과를 내려면 능력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누가 능력이 뛰어난지 어떻게 확인하나? 그래서 자유경쟁과 자유시장이 필요하다. 자원을 시장에 내놓으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자가 가져갈 것이다. 그럼 비싼 값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무한경쟁에 살아남은 능력자이다. 이들은 경쟁을 통해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확보한 자원을 가지고 인류에 유용한 것을 만든다. 그 대가로 능력자는 많은 이익을 얻고 능력이 없는 자는 이들이 만든 성과로 혜택을 입게 된다. 당연히 경쟁의 승리자는 소수다. 사회의 다수는 능력이 없는 패배자일 뿐이다. 가뜩이나 한정된 자원이 능력 없는 이들에게 골고루 돌아가 봐야 결과는 빈곤의 평등일 뿐이다. 이것이 시장경제 논리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평등과 엘리트주의를 합리화한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와 같은 이름이다.
시장경제 논리가 지닌 허점만으로 책 한 권을 풀어 쓸 수 있다. 경쟁의 승리자가 아닌 재벌2세가 자원을 독식하는 것만 봐도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시장경제가 여러 결점에도 유일하게 가능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옳다고 가정하자. 시장경제의 은총으로 인류가 풍요와 진보를 이뤘다는 주장이 맞는 말이라고 하자. 그러나 21세기의 2할을 마감하려는 지금 우리가 겪은, 겪고 있는 경험은 그런 가정이 타당한지 의문을 던진다. 기후재앙, 감염병의 지구적 창궐, 성장의 한계라는 현실을 마주한 인류가 과연 시장경제체제와 함께, 다음 세기는 고사하고 이번 세기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후재앙이 된 기후위기
누구는 54일이라고 하고, 누구는 55일이라고 한다. 올해 장마 기간이다. 어디를 기준으로 잡건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의 장마였다. 기상현상으로의 장마만 따져서 그렇고 바로 이어진 태풍의 연속까지 더하면 6월에 시작해 9월에 끝난 비의 연속이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우울한 사회를 더 우중충하게 만들었다. 피해도 컸다.
50일이 넘는 장마는 한국인이 기후위기의 실체를 처음 경험한 사건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관한 전망과 보도가 줄을 이어도 한국인은 남의 나라 이야기 취급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외신에 나오는 이상한 아이였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일반의 이해는 “지구가 더워졌다더니 왜 눈이 많이 오냐” 수준이었다. 위험은 먹고사는 문제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을 거치고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과 위기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올라갔다. 먼나라 탁상공론이 아니라 내 눈앞의 문제임을 절감했다. 한겨레는 기후변화팀을 공식편제로 꾸렸고 환경운동만이 아니라 진보정당, 노동조합, 사회운동이 기후위기대응을 의제의 윗자리로 밀어 올렸다.
인류가 이미 회복가능한 선을 넘어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아슬아슬한 기회가 남았는지는 논란 중이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원인은 늘어난 온실가스가 부른 온실효과고, 해법은 인류의 탄소배출 감소다. 미국의 트럼프가 딴소리를 해도 이 진단이 틀릴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탄소배출의 감소는 시장경제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탄소배출은 산업의 발전, 생산의 증대, 소비의 대중화와 같은 말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허구다. 파국을 막으려면 산업의 후퇴를 각오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생산과 윤리적인 소비, 기술의 발전도 모두 필요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속도를 늦출 뿐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과학계가 제시한 파국의 임계점까지 앞으로 지구 평균기온 0.5도가 남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0.5도 상승을 막으려면 인류가 매년 탄소 소비를 7.6%씩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IMF 위기 시절 한국의 탄소소비가 14% 줄었다는 기록이 있다. 거칠게 말하면 절멸을 막기 위해서는 인류 전체가 IMF경제위기 절반 수준의 고통을 앞으로 계속 되풀이해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것은 선진국이다. 선진국이라는 지위를 포기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과오를 용서하고 연대해서 성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규제할 국제 권력이 존재하는가? 개인들은 소비의 감소 수준이 아니라 지금 누리는 물질소비 총량의 감소를 감내할까?
쉽게 말해 우리 각자가 오늘 하루 쓴 전기의 총량을 7.6% 줄이지 않으면 우리는 이 별에서 전기를 쓴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생산이 지난해보다 늘지 않으면 위기가 발생하는 시장경제의 구조에서 소비의 감소는 자원의 절약이 아니라 경제의 고통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가진 자보다 못 가진 자에게, 선진국보다 저개발국에게 먼저, 그리고 더 강하게 다가온다.
바이러스로 뒤덮인 지구
코로나는 진정한 인류 경험이다. 두 번의 세계전쟁도 모든 나라가 뛰어들진 않았다. 대공황은 자본주의에 편입하지 못한 세계에는 영향이 없었다. 코로나야말로 인류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목격하고 경험한 사건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인류는 감염병의 범유행(팬데믹)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흑사병(페스트)의 세계 유행은 특히 유럽에서 노동인구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것이 자본주의 출현을 앞당겼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가 감염병으로 인해 지구적으로 가동을 멈출 것이라는 상상은 드물었다. 의학, 약학,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발생 자체를 막진 못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그런 자신감을 무너트렸다. 인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저 스스로를 가두거나 속절없이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일등공신은 바로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통합, 하늘의 고속도로,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국경이동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질 감염의 전달통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의료의 시장화로 공공의료체계를 무너트리고, 작은 정부론으로 국가의 대응력을 줄였으며, 사회안전망을 꾸준히 해체했다. 감염의 확산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항할 무장을 해제해버린 것이다.
인류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뻘인 바이러스가 바로 사스와 메르스의 병원체다. 그러나 어느 제약사도 사스와 메르스의 백신을 개발하지 않았다. 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결정적으로 서구선진국의 발병률이 낮아 백신을 만들어도 개발비조차 못 뽑을 상황, 즉 시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백신을 개발했으면 지금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은 겪지 않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생명과학을 거래와 이윤의 영역으로 만들었고 그 대가를 이제 모든 인류가 치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또 문제다. 대규모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생계지원과 같은 국가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니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긴축’국가는 재정을 늘릴 수가 없다. 악순환이다. 도대체 언제 코로나 상황이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 팬데믹 경험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유행은 극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다음 유행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코로나 상황이 2021년까지 지속한다면 자본주의가 더 버틸 수 있을까? 요즘 서구의 운동진영이 외치는 구호 “자본주의가 바이러스다Capitalism is a virus”는 그래서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일상이 된 저성장
시장경제 외부의 문제만 쌓인 것이 아니다. 경제체제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 시장경제는 성장해야만 살아남는 체제다. 그런데 성장이 막혔다. 장기 저성장 세계 경제, 바로 뉴노멀의 시대다.
시장경제론자에게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경제규모가 커져야 소득도, 일자리도 늘어난다. 인구나 지출이 고정되면 성장의 필요가 덜할 수도 있으나 그런 사회는 어디에도 없다. 경제규모가 그대로인데 경제인구는 계속 늘고 소비수준도 올라가면 사회는 영합경쟁(제로섬)의 지옥이 된다. 그런데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없다. 자원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자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 전부다. 시장경제론자도 이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유한한 정도가 아니다. 학자들에 따라 계산이 다르긴 하나 대체로 현재 세계 경제의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구 1.4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시장경제는 이미 빚을 내듯 자원을 댕겨 쓰고 있다. 60억 인류가 현재 미국인 평균 수준의 삶을 누리려면 지구 4.8개~5개가 필요하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예언한 것이 이미 40년 전 일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전도사들은 양적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오히려 세계 경제가 성장해야 제3세계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핏대를 세운다. 이들의 논리는 이거다. 경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서구의 경제는 유지상태로 가고 제3세계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후퇴한다. 선진국이 성장해야 그나마 제3세계의 발전도 가능하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는 낙수효과는 고사하고 모든 단위의 양극화를 통해 선진국, 상류층, 대기업만 살아남는 전략을 추구했다. 그마저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통해 더는 지속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당장 시장경제체제가 붕괴하지는 않는다.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자본은 생명 연장을 위해 새로운 축적의 수단을 찾으려 발버둥칠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지 못하는 시장경제를 하루 더 연장하면 노동자와 빈곤층의 고통은 딱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노동을 중심에 둔 사회재편
장하준은 예측은 힘들어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각 나라가 경제와 사회를 재조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를 통해 인류가 인간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공헌은 그들이 노동 시장에서 받는 보수에 비례한다는 것을 당연시했으나, 이번 위기를 통해 전혀 보수를 받지 않는 가사 및 육아 노동, 의료(의사는 제외), 교육, 식자재 생산과 배달 등의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들 대부분은 임금이 그리 높지 않은 분야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행하는 노동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얼마나 필수 불가결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위기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 운명체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았다. 그는 “미국처럼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고 건강권이 약한 나라에서 아파도 휴가를 낼 수 없는 하층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매일 일을 하면서 코로나 19가 확산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적었다. 이번 위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 인용 omn.kr/1oybf).
장하준의 전망은 예측이라기보다 충고에 가깝다. 케인즈주의자로서 시장경제 맹신론자에게 던지는 경고이다. 이 정도의 사회재편과 구조개혁 없이는 코로나 이후 자본주의 자체가 끝장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다.
대량소비와 성장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성장 없는 경제의 유지라는 과제를 마주한 인류. 그러나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욕망이 아니라 필요에 바탕을 둔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시장경제는 답이 아니다./ 민주노조 [평등의 길] 현장활동가
고기로 태어난 소는 초원을 본 적이 없다
전 세계 가축 농장의 99%는 대규모 ‘축산 공장’이고 ‘고기로 태어난’ 동물은 공간과 시간의 감옥에 갇혀 산다. 동물을 ‘이용한’ 인간의 행위는 신종 감염병, 기후변화, 산불을 불러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8월16일 서울 마포구 식당 ‘음공’에서 채식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강보혜씨(왼쪽)와 이다빈씨가 요리를 하고 있다.
말복 다음 날인 8월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파스타 식당 ‘음공’에는 육개장 냄새가 퍼졌다. 냄비에는 고기 대신 채소가 가득 담겨 끓고 있었다. 각종 채소로 국물을 내고 중국식 건두부와 포두부, 고사리와 시래기를 넣었다. 고춧가루와 국간장으로 맛을 냈다. 멸치육수나 굴소스 같은 동물성 식재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하루, 강보혜씨(27)는 파스타 가게를 채식 한식집으로 바꾸었다. 메뉴를 궁리하던 그는 고기 대신 채소를 푹 끓여서 몸보신용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육개장에 고기가 빠지면 육개장 맛이 날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설령 그 맛이 안 난다고 해도, 각종 채소를 진하게 끓여 만든 ‘채개장’은 그 자체로 여름철 보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강보혜씨와 함께 팝업스토어(일정 기간만 운영하는 임시 매장)를 마친 음공 주인 이다빈씨는 “거대하지 않고 작지만 충분한,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거대한 것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작지만 충분한 것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강보혜씨는 동남아 음식인 쌀국수를 주메뉴로 팝업스토어를 연 적이 있다.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 부리토를 만들어 ‘비건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것도 채식이 되네?’ ‘동물성 재료가 없는 음식도 생각보다 익숙하고 괜찮은 맛이 나네?’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3년 전부터 보혜씨는 여러 방식의 채식을 시도했다. 이따금 육류를 먹다가(플렉시테리언), 육류는 금하지만 생선까지는 먹고(페스코 베지테리언), 나아가 생선까지 거부하며 달걀과 유제품만 섭취하는(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식이었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갖는 식사 자리에서 메뉴를 제한하긴 쉽지 않았다. ‘채밍아웃(채식 선언)’을 한 이후엔 삼시 세끼를 감시당하는 느낌이었다.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까 봐 걱정하고, ‘유난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겁먹었다. 다만 그 어떤 경우에도 최소한 ‘내 돈으로 덩어리 고기만은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지난 1월, 직장을 그만두고서 혼자 식사를 챙겨 먹으며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
비건은 채식을 지향할 뿐 아니라 동물에게서 나온 부산물도 쓰지 않는다. 동물권을 옹호한다. 가죽옷, 신발과 가죽 가방을 사지 않는다. 화장품을 살 때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고른다. 동물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가능하면 일회용 컵을 쓰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동물성 식자재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비건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마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타협점을 정해둔다. 멸치로 육수를 낸 국, 달걀과 버터가 들어간 빵, 굴소스가 들어간 요리 등을 먹기도 한다. 완벽하게 비건을 실천하려다 포기할 바에야 약간의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최근 비건을 지향하고 이를 밝힌 유명인이 여럿 나왔다.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연예계의 대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배우 임수정은 완전 비건이다. 정혜윤 CBS 라디오 PD는 어릴 적부터 고기를 먹지 않으려던 ‘편식쟁이’였다며, 그 이유를 ‘고기가 한때 생명이었다는 생각에 슬퍼’졌기 때문이라고 썼다(〈아무튼, 메모〉).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채식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 김한민씨의 〈아무튼, 비건〉을 읽고 채식을 시작한 이슬아 작가는 ‘탈육식’을 선언한다.
가축을 키우는 농가를 상상할 때 동물이 초원에서 풀 뜯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런 농장은 매우 드물다. 전 세계 가축 농장의 99%는 대규모 ‘축산 공장’이다.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수의 동물을 넣고 빨리 키워 도축한다. 이에 따른 밀집 사육, 항생제 남용, 가축을 향한 폭력과 학대 등이 오래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양계장과 돼지 축산 농장에서 일하고 쓴 르포 에세이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지음)에는 가축이 처한 현실이 기록돼 있다. 육계는 3∼4주면 도축된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쓸모가 없어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대에 담겨 밟혀 죽는다. “공간의 감옥은 그대로인 반면 시간의 감옥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동물에게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주는 일은 충분한 공간을 보장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간 ‘고기’의 삶을 개선시키려던 노력은 대체로 실패했다.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돼지고기를 끊었다고 밝혔다. 주인공인 돼지 옥자는 도살장에 끌려간다. 이 장면을 위해 사전 답사한 미국의 한 도살장에서 피와 뼈, 살이 녹는 냄새에 압도되었다고 봉 감독은 말했다. 컨베이어벨트에는 피를 흘리는 돼지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비건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지만, 동물을 공장에서 제품 생산하듯 파이프라인의 일부로 만든 것을 되짚어보는 영화”라고 〈옥자〉를 설명했다.
ⓒ시사IN 이명익 채소 육개장인 채개장, 템페강된장쌈밥, 참나물참외샐러드, 고춧잎나물 등으로 구성된 채식 상차림.
채식 전환 후 힘이 세졌다
환경오염 또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이유다. 소를 키우거나 가축 사료용 대두를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훼손한다. 지난해 9월, 아마존 서북부 혼도니아 지역을 방문한 김한민 〈아무튼, 비건〉 작가는 “밀림이 아닌 골프장에 온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벌채의 80%는 육류 생산 때문에 벌어진다. 더구나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 법학대학원의 동물법 및 정책 전문가인 헬렌 하워트 박사가 〈기후 정책〉(2018년 12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메탄가스의 60%가 전 세계 사육용 양과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온다. 모든 교통수단의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 지난 20년 동안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85배나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지나친 육류 섭취가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하고,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나왔다.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베이컨·햄 등 가공육을 술·담배와 같은 1군 발암물질, 소·돼지·양 등 붉은 고기를 ‘발암 유발 효과’가 있다는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19년,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이 2050년에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풀만 먹으면 단백질 결핍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는 ‘고기를 먹어야 힘이 세진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채식으로 전환한 후 근육이 증가하고 회복력이 좋아졌으며 신기록을 경신한 사례가 숱하게 등장한다. 555㎏을 들어 올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트롱맨’, 몸싸움을 벌이는 미식축구 팀, 배우이자 보디빌더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선수·역도 선수 중 상당수로부터 ‘채식이 운동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증언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 선수가 고기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구단 내에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8월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육식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급식의 채식 선택권
채식을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맛’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육고기의 맛은 너무 ‘익숙’하고 ‘맛있다’. 동물복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건 지향이 옳다고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미각에서는 고기반찬의 유혹을 끊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요식업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비거니즘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편의점의 한 MD는 “완전 비건 식품을 맛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당장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대체육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다. 맛을 보완한 비건 식당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다. 채식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난 150만명으로 알려졌다. 채식 조리법을 담은 책 〈매일 한 끼 비건 집밥〉 〈채식하면 뭐 먹어?〉나 채식 식당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채식한끼’ 등이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은 공공급식의 채식 선택권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군대 내에서 채식 식단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었다. 4월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육류 위주’인 학교 급식이 자기결정권, 건강권,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 교육의 일환으로 채식 선택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급식의 채식 선택권은 세계적인 추세다. 먹는 일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채식을 기본으로 한 급식을 강화했고, 포르투갈은 공공급식에서 채식 옵션을 둬야 한다. 영국 고용법원에서는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다. 2018년, 한 기업에서 동물실험과 연관된 일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해고되었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 판사는 “‘윤리적 비거니즘’이 의심할 여지 없는 철학적 신념에 해당하며, (비거니즘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면) 영국 평등법에 따라 차별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봤다.
한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비건 트렌드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약한 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린뉴딜 사업에 2022년까지 총 12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에 투자하면서 경기부양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비건 트렌드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약한 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린뉴딜 사업에 2022년까지 총 12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에 투자하면서 경기부양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신종 감염병, 이례적인 장마와 폭염, 꺼지지 않는 산불은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동물을 ‘이용한’ 인간의 행위가 인류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영화배우이자 동물해방 운동에 앞장선 크리스 드로즈의 일대기를 다룬 〈정면돌파〉를 번역한 전범선 책방 풀무질 대표는 “채식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대세다”라고 말했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함께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사인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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