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
늦가을엔 바이러스 감염 대응…‘겨울잠’ 단백질도 많아져
늦가을은 늦봄과 함께 우리 몸이 겪는 중요한 생물학적 환절기이다.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항해 1000가지가 넘는 분자 차원의 변화가 이때 일어난다. 연합뉴스
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4계절은 가장 분명한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몸은 4계절이 아닌 2계절을 산다는 사실이 분자 차원의 추적 연구결과 밝혀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샌프란시스코 만에 사는 주민 105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해마다 4번씩 혈액을 채취·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스나이더 이 대학 유전학과 교수는 “우리는 4계절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이 생물학적으로 이 규칙을 따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람 몸속의 분자 조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해 생물학적인 계절이 몇 개나 있나 알아봤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 결과 계절적으로 달라지는 1000가지 이상의 분자 차원의 변화가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해마다 두 시기를 핵심축으로 이들 변화가 일어난다고 밝혔다.
하나는 늦가을∼초겨울 사이이고 다른 하나는 늦봄∼초여름 사이였다. 스나이더 교수는 “그 시기가 바로 환경과 우리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환절기”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은 4계절을 살지만 우리 몸엔 두 계절밖에 없다. 세일러니 외 (2020)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논문을 보면 늦가을 우리 몸에는 바이러스 감염과 대항해 싸우는 면역 분자들이 증가한다. 혈압도 이 시기를 계기로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또 여름에 개선됐던 여드름을 겨울에 악화시키는 물질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에서 이 시기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이 사람에게도 늦가을에 더 많이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신진대사를 억제하고 에너지 저장을 극대화하는 작용을 한다.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늦봄 환절기에 우리 몸에는 알레르기로 인한 면역반응과 관련된 단백질이 피크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는 또 류머티스성 관절염, 발암과 관련한 단백질도 연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현됐다.
당뇨병 위험을 가리키는 단백질인 HbA1c는 겨울에 높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늦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헤모글로빈의 일종인 이 단백질은 석 달쯤 전의 식생활을 반영한다”며 “연말의 폭식과 겨울철 운동부족이 늦봄의 높은 수치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분자 차원에서 안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전향적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만일 봄철 혈액검사에서 HbA1c가 높게 나왔다면 겨울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수치가 떨어지리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0-18758-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쌈지공원 땅 내줬던 교통공사, 이제와 “철거하든지 돈 내라”
5년 전 수영구에 부지 무상임대…구, 주민기금·시비로 공원 조성
- 최근 임대차 계약 만료돼 갈등
- 주민 “공익 위해 현 상태 유지를”
- 공사 측, 유상전환 불가피 입장
부산교통공사가 무상으로 임대한 땅에 지역 주민의 기금과 시비로 조성한 소공원이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주민은 “공익의 측면에서 소공원 사용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교통공사는 “소공원을 철거해 땅을 반납하거나 유상으로 사용하라”고 맞선다.
4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엄지마을 쉼터’에서 주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을 무상 임대한 부산교통공사가 유상 사용을 추진하면서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4일 공사와 수영구에 따르면 2015년 7월 수영구 광안동 491의 20 일원 150㎡ 규모의 부지에 ‘엄지마을 쉼터’가 조성됐다. 당시 공사가 땅을 무상으로 임대하자 구는 이곳에 광안1동 주민 기금 500만 원과 시비 300만 원 등 총 800만 원을 투입해 화단, 운동기구, 벤치 등을 갖춘 소공원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 7월 한 차례 연장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자 공사는 구에 연간 2000만 원 상당의 임대료를 요구했다. 공사는 내부 규정상 유상 사용이 원칙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주민은 반발했다. 소공원 인근에 사는 주민 A 씨는 “애초 공사가 이곳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쓰레기 무단투기 탓에 인근 주민이 골머리를 앓았다. 소공원이 생기면서 주변 환경이 쾌적해졌다”며 “주민 편의와 공익을 위해 현 상태 그대로 이곳에 공원이 있어야 한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시 산하 공기업으로, 이미 무상으로 임대했던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구도 “주민 기금과 시비로 조성된 공원을 현재 상태로 반환할 예정이니 공사가 이곳을 주민 쉼터로 지속해서 관리 유지해야 한다”고 주민과 입장을 같이 했다.
하지만 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올해 초부터 이곳 외 무상으로 임대된 6곳의 유상 전환에 나섰다. 이 가운데 강서구청 입구의 도로 부지는 유상으로 전환했고, 강서구청 인근 쌈지공원은 유상 전환 계약을 진행 중이다. 경남 양산시 도로변 화단 부지는 반환받았다. 나머지 3곳도 계약이 만료하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유상 전환을 추진한다. 공사 관계자는 “시의 재정 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재정 자구책 마련에 굉장한 압박을 받는 상태다. 수영구가 소공원을 유지할 계획이 있으면 임대료를 내면 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애초 임대차 계약에 따라 수영구가 해당 공원을 원상 복구해 반납해야 한다. 공사는 이후 이곳에 수익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해발 1500m 구상나무 떼죽음, 유력용의자는 기후변화
지난달 15일 지리산에서 찾은 고사한 구상나무들. 구상나무가 말라 죽는 이유는 수분 조건의 변화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수분 조건이 달라지면 아고산대 식물인 구상나무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빙하기 식물들의 피난처 지리산
땃두릅나무·금강애기나리…
연평균보다 빠른 생태시계에 분주
절벽 아래 몸 숨기고 힘겹게 살아가
구상나무는 왜 죽었을까
주요 고사 원인은 수분 스트레스
“많아서” “적어서” 세부 의견은 분분
온난화·태풍 등 기후변화가 성장 방해
단정은 금물, 계속 보아야 안다
“어린나무는 어디선가 또 자라나
10여년 만의 변화로는 결론 못 내
불확실성에 집중, 연구 지속해야”
백두산에서 시작한 1400㎞ 백두대간의 종점, 지리산은 기후변화의 비밀을 품고 있다.
지리산(1915m)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두 산 모두 과거 빙하기 한반도 전역에서 번성했다가 지금은 산꼭대기에만 남은 ‘빙하기 식물’들의 피난처다. 고도에 따라 다양해지는 식생 때문에 지리산은 한반도 남부 생태계의 유전자 풀(pool) 구실을 한다. 한반도 특산식물의 19%(70종)가 지리산에 있다. 이름부터 특별한 ‘지리바꽃’, ‘지리강활’처럼 여러 지리산 특산식물이 덕유산, 가야산 등 주변 산까지 퍼져 있다. 이런 이유로 1967년 전국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면적도 가장 넓다.
지난달 15일 <한겨레>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 변화상을 확인하기 위해 지리산에 다녀왔다. 중턱인 경남 산청 중산리(600m)에서 출발해 정상인 천왕봉을 넘어 칠선계곡 부근까지 다녀왔다. 한낮에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던 서울과 달리 지리산의 시간은 완전히 가을로 접어들어 있었다. 지리산국립공원 직원들과 국립수목원 디엠제트(DMZ)자생식물연구과 길희영 연구사와 안종빈 박사후연구원, 신재성 경남산림환경연구원 연구사,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가 동행했다.
“지리산은 구상나무지요.”
랜턴 불빛에 의지해 새벽어둠 속 산길을 오르며 누군가 말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 가장 많이 분포하지만, 지리산을 대표하는 아고산 식물이다. 최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언론 보도에 자주 언급되는 한국 특산종으로, 이 나무의 죽음과 관련한 비밀을 찾기 위한 연구가 수십년째 이어져왔다. 해발고도 1500m를 지나자 구상나무 고사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와 오래전 죽어 하얗게 말라버린 나무가 섞여 있었다. 구상나무는 왜 죽어가는 걸까.
주요한 원인으로는 ‘수분 부족’이 꼽힌다. 최근 10~20년 사이 기후변화로 겨울 적설량과 봄비가 줄면서 고사목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달 말 발간 예정인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리는 ‘국내 구상나무 연구 40년’ 논문을 쓴 구경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수분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식물체 내 수분의 양은 강우량뿐 아니라 광합성과 증산(식물체 내 수분의 증발) 작용의 영향도 받는다. 때문에 죽음의 원인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부연구위원은 공우석 교수와 함께 200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구상나무의 죽음이 수분 부족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수분 과다’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웅산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연구원은 지난해 ‘한라산 구상나무의 공간적 고사패턴 분석을 통한 고사원인 추정’ 논문에서 수분이 많아도 구상나무가 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지리산의 구상나무 고사율은 볕이 잘 드는 남동사면이 그늘진 북사면보다 높은데 남동사면이 강우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안 박사는 “구상나무가 물을 좋아해서 계곡에 산다고 하지만 계곡은 경사가 심해 배수가 더 잘된다. 구상나무는 건조한 모래질 토양에서도 잘 산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 교수는 “수분이 많아서 죽는다면 경사가 완만한 지역은 더 고사율이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주장 역시 반박 가능하다”며 재반박했다.
입사했던 15년 전보다 산이 위험해진 것은 분명해요. 물이 다 모이는 산 아래 집중호우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런 변화를 사람이 10년 20년 봐서 알 수 있나요.”
동행한 국립공원공단 직원은 언론이 주목하는 구상나무의 죽음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결론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100년도 아닌 지난 10여년의 변화만으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 말하는 것에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 다만 적든 많든 식물이 생장하는 과정에서 ‘수분 스트레스’는 주요 고사 원인이고, 기후변화가 이런 점진적이고(온난화) 극단적인(태풍, 집중호우, 가뭄 등) 수분 조건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염병, 뿌리 뽑힘을 포함한 여러 파생 효과가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연구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구상나무 82그루의 나이테를 바탕으로 고사 원인을 분석한 서정욱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는 성급하게 답을 찾기보다 ‘불확실성’ 자체에 집중하고 연구를 계속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연구를 할수록 답을 찾기가 어렵다. 기후변화 때문에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치수(어린나무)가 자란다. 때문에 변화의 결과로 구상나무가 멸종된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며 “자연상태에서 나무의 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인데, 문제는 이 변화가 급히 진행되고 있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에 나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길 옆 키 작은 구상나무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구름이 머금었던 수증기가 초록색 구상나무 잎에 물방울이 되어 맺혀 있었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 상승 폭이 큰 것도 아고산 식물인 구상나무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융합연구부 자체 측정 결과 전라북도 남원(132m)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기온이 1.4도 올랐지만, 같은 기간 반야봉(1650m)은 2.2도가량 올랐다. 고사한 개체 수는 2008년과 비교해 2018년 평균 3.7배 늘었다.
국립수목원도 고도 1000m, 1500m의 지리산 칠선계곡과 세석 지역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개엽·개화 등 식물의 생장 시점을 앞당기는 봄철 평균기온이 2010년 각각 8.8도, 7.6도였는데 2018년 11도, 9.9도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한겨레>가 보도한 전국 10개 수목원 나무들의 지난 10년 동안의 생태시계 추이(6월29일치 1면)를 보면 개엽·개화·낙엽 시기가 연평균 1.34일, 0.94일, 0.08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지리산 지역은 이보다 더 이른 1.5일, 2.2일, 0.19일씩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 손성원 박사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고도가 높은 지리산 모니터링 값이 더 크게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강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토양 상태 등을 고려해야 구상나무 죽음의 진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칠선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팔랐다. 수직 절벽에 가까운 바위를 내려가며 절벽에 숨은 다른 ‘빙하기 나무’들을 찾았다. 귀한 나무들은 보기 힘든 곳, 어둡고 습한 북사면에 있었다. 구상나무 죽음에 가려 있지만, 다른 나무들도 힘겹게 생명을 유지해가고 있었다. 기온이 오르면 분포지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취약종’인 ‘땃두릅나무’는 이미 노랗게 단풍이 든 채 1850m 절벽 아래 숨어 있었다. 지리산을 자주 찾는 신재성 연구사는 “키가 작아 보여도 10살은 넘은 나무”라고 소개했다. 빨간 열매를 맺은 지리산 특산식물이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금강애기나리’도 사람의 발길이 닿는 탐방로를 비켜나 숨어 있었다. 햇볕 쬐는 걸 좋아하는 ‘흰참꽃나무’는 바람이 많이 부는 정상 부근 능선에서 살아남았다.
“구상나무는 죽어가는 게 일단 눈에 보이니까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다른 특산식물들도 미래를 알 수 없어요.” 다시 평평한 땅을 밟을 때쯤 길희영 연구사가 부탁하듯 말했다. 국립수목원은 지리산 특산식물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멸종위기)인 ‘물들메나무’가 기후변화가 심화할 경우 점점 고위도로 이동해야만 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청/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보고서에 따르면 식물의 2/5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후변화로 식물 40% 멸종 위기 보고서 발간
42개국 200여 과학자들의 연구보고서가 유엔정상회의에서 공개.
식물 멸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연 서식지의 파괴입니다.
과학자들은 종이 멸종되기 전에 새로운 식물의 이름을 짓고 설명하기 위해 시간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Kew의 Royal Botanic Gardens에 따르면 식물과 곰팡이는 미래의 의약품, 연료 및 식품으로 약속을 잡습니다.
그러나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종들이 사라지면서이 "놀라운 다양성의 보물 상자"를 사용할 기회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추정치에 따르면 세계 식물의 2/5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 식물 및 곰팡이 현황에 대한 평가는 42 개국 200 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합니다. 이 보고서는 유엔 정상 회담 당일 발표되었으며,이 보고서는 생물 다양성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의 조치를 촉구 할 것입니다.
식물 멸종 '모든 종에 대한 나쁜 소식'
아프리카 열대 식물의 1/3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씨앗은 미래의 음식을 위해 숨겨진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Kew의 과학 책임자 인 Alexandre Antonelli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위험과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종을 찾아서 이름을 지을 수있는 것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다수는 의학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하기위한 중요한 단서를 보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다. "
보고서는 기존 식물 종의 극히 일부만이 식품과 바이오 연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7,000 개 이상의 식용 식물이 미래의 작물에 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먹이는 데 사용되는 식물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있는 약 2,500 개의 식물이 존재하지만 옥수수, 사탕 수수, 대두, 팜유, 유채, 밀 등 6 가지 작물 만이 대부분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합니다.
엉겅퀴 모양의 akkoub는 튀기거나 절일 수 있습니다.
큐의 보존 과학 책임자 인 Colin Clubbe 박사는 BBC News에 "우리는 현재 세계 식물과 균류의 일부를 식품, 의약품 또는 연료 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야생 종의 잠재적 보물 상자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유익을 위해 조사 할 수있는 기술과 지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되는 혈관 식물의 약 140,000 (39.4 %)이 2016 년의 21 %에 비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멸종 : 자연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긴급한 변화'
새로운 글로벌 멸종 목표 제안
인간 '멸종 위기에 처한 100 만 종'
그들은 증가 된 추정치가 부분적으로 더 정교하고 정확한 보전 평가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인공 지능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위험 평가를 신속하게 추적하고 식물 보존을위한 더 많은 자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Fonio는 곡물 작물로 사용되는 서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자라는 풀입니다
이 연구는 의학에 사용되는 723 개의 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세계 일부 지역에서 과다 수확이 문제가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식품, 음료수, 의약품 또는 섬유질로 가치가있을 수있는 종을 포함하여 2019 년에 1,942 개의 식물과 1,886 개의 균류가 과학에 새로운 것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영국 식물에 관한 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보다 더 잘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개화 식물에 대한 합의 된 목록은 하나도 없으며 균류에 대한 불확실성은 12,000에서 20,000까지 추정됩니다./ 헬렌 브릭스 BBC 환경 특파원
참혹한 떼죽음…세계자연유산 캄차카반도에 무슨 일이?
러시아 극동 지역의 캄차카 반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유명한 곳인데, 최근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이 되면서 이렇게 해양 생물들의 사체로 뒤덮였습니다.
바다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각막에 화상을 입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리포트- 캄차카 반도 남동 지역의 한 해변. 천연의 검은색 모래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부터 모래 사장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죽은 조개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 죽어있는 커다란 문어와 물고기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것 봐, 엄청 큰 게 죽어있어"
덩치 큰 물개 두 마리도 배를 드러낸 채 죽어있고, 불가사리와 성게는 아예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바다속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안톤 모로조프/서핑업체 대표]
"바다에 들어갔을때 물의 맛과 냄새가 달라진 걸 느꼈어요. 물 색깔도 노란빛을 띄는 녹색으로 바뀌었고요."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들은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 증세를 호소했습니다.
오염된 바닷물에 화학적 화상을 입어 시력을 잃은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마야 루딕/주민]
"물에서 나온 뒤 며칠동안 눈이 붓고 흐릿하게 보였어요. 그 다음엔 시력이 더욱 나빠져 가까운 것도 보기 힘들어졌어요."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띠가 넓게 퍼져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바닷물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석유농도는 평소의 3.6배, 페놀 수치는 평소의 2.5배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블라디미르 솔로도프/ 캄차카주 주지사]
"인간의 활동으로 생긴 '기술유발성 오염'일 가능성이 있는데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현지 언론은 상업용 배에서 기름이 유출됐을거라고 보도했는데, [타가] 세계자연기금 등 환경단체들은 맹독성 물질이 바닷속에 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기름보다 더 강력한 유독성 오염물질이 녹아 수질오염을 일으켜 바다의 색까지 변했고, 동식물이 집단 폐사했다는 겁니다. 최근 실시한 군사훈련에서 유독물질이 나왔을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군당국은 6월 이후 함정이 참가하는 군사훈련은 없었다고 밝혀 집단 폐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프로젝트 1.5°C : 석탄화력발전소는 비싸다
곱디고운 모래로 유명했던 강원도 삼척의 맹방해변.
파도에 모래가 쓸려나가 백사장 곳곳에 사람 키 높이의 모래 절벽이 생겼다. 수영금지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이제는 한 여름에도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적막한 해변. 급격한 해안침식 때문이다.
▲ 삼척시 맹방해변의 2015년 모습과 2020년 현재 모습
주민들은 지난 2018년 시작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해안침식의 주범으로 꼽았다. 발전소 연료로 쓸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 항만시설을 만들면서 해안침식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주장이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 허가를 받을 당시 해안침식이 발생할 경우 공사를 중단하고, 침식 방지 대책을 세우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안침식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척블루파워는 계속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발전 사업을 위해 만든 포스코그룹 계열사다.
▲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미국에서는 이미 퇴출 중인 석탄화력발전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소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석탄화력발전을 차츰 줄이고 있다.
미국에너지관리청 통계를 보면 미국내 석탄화력발전량은 2007년을 정점으로 급전직하, 2015년에는 LNG 발전량에 추월당했다. 미국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석탄화력 발전의 경제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데이터분석 전문가인 세스 피스터 씨는 “석탄화력 발전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려는 어떠한 혁신도 없다”며 “앞으로 환경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석탄이 더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이 전체의 40.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 9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단 2기만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됐을 뿐 나머지 7기는 예정대로 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화석연료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6억 톤으로 세계 7위다. 이 중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3억1200만 톤으로 52%를 차지한다.
▲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세계 7위로 배출량의 절반 정도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는 원자재 비용이 안정적이고, LNG발전소의 경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며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대해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비용을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 연관을 시키지 않았다”며 “전력 시장이 원자재만 값싸면 무조건 돌려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제 논리만을 떠받들어 왔다”고 반박했다.
수치상으로는 석탄화력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
뉴스타파는 국내 화력발전기별 발전원가를 최초로 입수, 과연 석탄화력발전이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따져봤다.
9월 현재 가동중인 전국 화력발전기는 모두 146기. 이중 석탄을 연료로 한 석탄화력발전기는 60기이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LNG 발전기가 86기다.
지난 1월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 원가는 1킬로와트당 48.4 ~71.4원, LNG발전기는 57.8~119.9원으로 집계됐다. LNG발전기의 1월 평균 발전원가는 85.1원으로 석탄화력발전기(53.7원)보다 58.5% 높았다. LNG발전기중 발전원가가 가장 낮은 광양복합 2호기(57.8원)조차 석탄화력발전기의 평균 발전원가에 못 미쳤다. 광양복합2호기보다 발전원가가 높은 석탄화력발전기는 60곳중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 차이는 최근 들어 크게 좁혀졌다. 석탄화력발전기의 9월 평균 발전원가는 50.7원으로 지난 1월보다 3원 줄어든데 비해 LNG발전기의 원가는 55.6원으로 같은 기간 29.5원 내렸다. 석탄화력과 LNG발전기의 발전원가 차이가 평균 31.4원에서 4.9원으로 축소된 것.
수치상으로만 보면 석탄화력발전기가 LNG발전기보다 더 싸게 전기를 생산한 것으로 나온다.
석탄화력 발전단가가 싼 이유는 정부의 배려때문
하지만 여기에는 정부의 특별한 배려가 숨어 있었다. 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에 온실가스 배출 비용, 즉 탄소배출권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기업은 온실가스를 기준치 이상 배출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탄소 배출권의 97%를 각 발전소에 무상할당 하고, 나머지 3% 유상할당 분도 한국전력이 비용을 전액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할당 방식도 LNG발전소보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더 유리하게 돼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권 할당 방식은 벤치마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 값을 기준으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정한다.
문제는 벤치마크 값을 정하는 방식이다. 벤치마크는 환경부와 산업부가 협의해 정하는데 LNG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따로 분리한 뒤 각각의 배출량 평균을 계산해 기준을 서로 달리하고 있다
▲ 석탄발전소는 LNG발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배출량 기준이 LNG발전소보다 훨씬 높아 오히려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LNG 발전소의 벤치마크 값은 0.389tCO2/1MWh, 석탄화력발전소는 0.889tCO2/1MWh다. 즉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LNG 발전기는 389kg의 이산화탄소를, 석탄화력발전소는 88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때 석탄화력발전기는 LNG보다 평균 2.3배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내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 부담을 보지 않는 구조다.
예를 들어 LNG 발전기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복합 4호기는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651kg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석탄화력발전기 중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당진10호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메가와트당 840kg. 포스코복합 4호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진 10호기보다 189kg 적지만, 탄소배출권 부담 비용은 당진 10호기보다 훨씬 크다. LNG발전소의 벤치 마크값(389kg)을 초과한 262kg만큼 탄소배출권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당진 10호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기의 벤치마크 값보다 49kg 적어, 오히려 탄소배출권을 다른 기업에게 팔 수 있는 이득이 생긴다.
왜곡된 배출권 거래제 바로잡으면, ‘석탄화력발전은 비싸다’
최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할 3기 배출권 거래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안을 내놨고 환경부는 연료별로 나눠 각각 정한 벤치마크의 기준을 단일화해 LNG와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안은 또 정부가 공짜로 나눠주던 97%의 배출권을 90%로 줄여, 10%에 대해서는 배출권 부담을 지도록 했다. 환경부 안에 따르면 새 벤츠마크 값은 1메가와트당 682kg이다. 이 경우 석탄화력발전기 60개중 60개 모두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크게 초과한다.
여기에 환경부 안대로 10%의 탄소배출권 비용을 부담시키면 어떻게 될까. 2017년에 가동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 신보령2호기와 LNG발전소 파주문산복합1호기에 적용, 각각의 발전원가를 따져봤다. 발전기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수에서 무상할당 받은 배출량 계수를 뺀 뒤 배출권 가격을 곱한 값에 발전원가를 더해 계산했다.
환경부 안의 단일벤치마크 값 1메가와트당 682kg과 1월 평균 탄소배출권 가격인 3만7천 원을 적용했다. 이 결과 파주문산복합1호기의 발전 원가는 66.27원에서 62.23원으로 낮아진 반면 신보령2호기는 51.29원에서 66.42원으로 높아졌다.
▲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의 배출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면 석탄발전소의 발전원가가 LNG발전소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올 9월 탄소배출권 가격을 2만원으로 상정하고 발전 원가를 계산해봤더니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발전원가는 50.7원에서 59.88원으로 16%가량 비싸졌고, LNG 발전소의 평균 발전 원가는 55.56원에서 54.32원으로 2% 내려갔다.
▲ 단일 기준을 적용하면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가 LNG보다 비싸다.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포함하면 석탄화력발전기의 발전원가가 LNG보다 더 비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추세인 점과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이용률을 줄어들 것을 반영하면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의 가격 경쟁력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80% 이용률을 보이는 석탄화력발전은 2030년 6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같은 전기를 쓰는데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혜”라면서 “정당한 평가를 해 배출권 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시켜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으면 석탄화력발전소는 더이상 싼 발전소가 아니”라고 말했다./뉴스타파 취재 신동윤
“기우뚱 명지신도시, 터 다지기 부실이 원인”
‘기우뚱’ 건물에 도로 균열 등 주민들을 공포로 내몰았던 명지신도시 지반침하 문제가 택지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 개량(터 다지기) 작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6일 제기됐다. 명지 일대가 연약지반임에도 LH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반 속도보다 빠른 성토 공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공법은 이 일대 전체에 적용된 것이어서 추후 유사 사고 발생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이 이날 공개한 LH의 2010년 ‘명지신도시 연약지반 처리공법 설계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점토층이 두꺼운 경우에 적용하는 성토속도인 3㎝/1일(day)보다 3배 이상 빠른 10㎝/1일을 적용해 신도시 택지를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당시 하부모래층 침하 문제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다만 전체 부지가 21~57m 깊이의 두꺼운 점성토와 사질토가 있는 연약지반임을 확인한 뒤 이에 대한 처리공법만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헌승 의원 ‘LH 보고서’ 공개
최대 57m 깊이 연약지반 불구
성토속도 3배 이상 빨리 작업
상업지구 기초 보강작업 생략
규모 6.5 지진 땐 액상화 가능성도
LH 측은 이와 관련, “안전성이 확보됐을 경우 성토 속도는 얼마든지 빨리 할 수 있다”면서 “명지의 경우 상부에 모래층이 4.2~16.3m 정도로 두껍게 존재해 해당 공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2년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현장 DB를 활용한 연약지반의 설계기준 연구’ 보고서에서는 지반 여건에 비해 빠른 성토 속도를 적용하면 침하와 변위(뒤틀림)가 크게 발생해 기초지반이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반공학 전문가인 부산대 임종철 명예교수는 6일 “연약지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침하가 10~20년 동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10년간은 자연적으로 침하가 일어나도록 한 다음 도시를 건설하는 게 맞다”며 “성토를 빨리 할수록 지반이 약해진다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LH가 김해진영·양산물금지구 등 연약지반에 조성된 다른 신도시에서는 근린시설부지가 건물 하중을 50kN/㎡(단위면적당 하중을 나타내는 단위)까지 지탱할 수 있도록 기초보강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명지에서는 보강작업을 하지 않고, 2층 단독주택 규모 건물 하중(30kN/㎡)만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반이 단독주택 이상 건물을 지탱할 수 없음에도 신도시 상업지구로 조성한 것은 LH에 심각한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또 2010년 LH가 연약지반 처리공법 설계 당시 규모 6.5 지진을 가정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 액상화 발생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H 측은 설계 시추조사 총 142개소 중 액상화 가능성은 2개소로 예측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LH의 최근 5년간 부지조성 관련 내·외부 감사 내역을 보면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대부분 예산을 절감하라는 내용뿐이었다”면서 “지반침하 문제로 명지신도시 주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반 특성을 고려한 건축허가 제도 보완과 관련제도 강화를 비롯해 부실처리 실태조사, 그리고 방지대책 마련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신고리 3호기 방벽에 50㎝ 크기 구멍 났다
부울 3곳 격납건물서 20개 발견
심각한 부실 시공 가능성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있는 원전 3개의 격납건물에서 20개의 공극(구멍)이 발견됐다. 특히 준공된 지 4년밖에 안 된 신고리 3호기 격납건물에는 50㎝에 달하는 공극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청주 서원)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격납건물 공극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리 3호기(5개), 고리 4호기(13개), 신고리 3호기(2개) 등 원전 3기의 격납건물에서 모두 20개의 공극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원전에는 사고 발생 때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단하는 방벽이 5겹 설치되는데 격납건물은 이 가운데 4, 5단계에 해당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방사성 물질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발견된 공극의 깊이는 7~60㎝로, 특히 2016년 준공된 신고리 3호기 격납건물의 공극은 49.5㎝로 확인됐다.
한빛원전(전남 영광군) 6기와 한울원전(경북 울진군) 5기에서 발견된 것을 합하면 전국 원전 14기에 모두 332개의 공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확인된 현황 대비 37곳 늘어난 숫자다. 신고리 4호기 등 원전 3기에 대한 점검이 오는 12월까지 진행돼 실제 공극 수는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이외에도 격납건물 내부 철판(CLP) 부식 1605개소, 기준 두께(5.4㎜) 미만 1만7466개소 등이 발견돼 유사시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준공된 지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은 신고리 3호기 격납건물에서 49.5㎝의 공극이 발견된 것은 심각한 부실시공으로 보인다”며 “발견된 공극을 조속히 보수하는 한편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상과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신문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식량자급목표 정해놓고 달성은 ‘0’
“주먹구구식 정부 정책이 식량 자급률 하락의 주 원인”
정부가 지난 2007년 식량자급 목표치를 처음 설정한 이래 단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영암무안신안)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07년~2020년 목표자급률 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07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며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를 25.0%로 설정했지만 실제 달성은 23.8%에 그쳤다.
2011년에 다시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를 30.0%, 식량자급률 목표를 57.0%로 세웠지만 그해 결과는 각각 23.8%, 50.2%에 그쳤다. 그 사이 지난해 곡물자급률은 21.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식량자급률 역시 45.8%로 6년 만에 최저치다. 앞서 설정된 2020년(곡물 32.0%, 식량 60.0%)와 2022년(곡물 27.3%, 식량 55.4%)도 지키지 못할 공산이 크다.
비체계적인 정부 정책이 곡물 및 식량 자급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여의도 면적 83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는데도 목표 설정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2011년에 세운 2015 년과 2017년 자급목표를 2013년에 세운 2017년과 2022년 자급목표에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재인용 했다. 전체적인 곡물자급률 목표는 세우면서 밀, 콩, 보리, 옥수수 등 품목별 곡물자급률 목표는 산정조차 않고 있었다.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들도 성과가 없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9개 사업에 농식품부가 투입한 예산만 13조 5200억원 이지만 사료용 수요까지 감안한 곡물자급률은 8.6%p, 식용 수요만을 반영한 식량자급률은 10.4%p 감소했다.
서삼석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물류이동의 제한으로 식량자급이 국가안보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면서 “식량자급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딱따구리 사회에도 싸움구경은 놓칠 수 없지
도토리딱따구리 영역싸움, 3㎞ 밖에서 ‘출·퇴근 구경’…사회적 정보 획득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도토리를 저장하는 도토리딱따구리. 대형 식량창고를 둘러싼 싸움이 복잡한 사회관계를 낳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까지 북미 서해안 숲에 사는 도토리딱따구리는 큰 나무줄기에 수백∼수천개의 구멍을 뚫어 식량인 도토리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이 소중한 식량 저장고를 둘러싼 패싸움과 독특한 구경꾼 문화의 실태가 밝혀졌다.
사하스 바브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박사 등 연구자들은 이 딱따구리 3개 무리 36마리에 무선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보고했다.
도토리 창고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동물이 훔치는 것을 막아야 하고 도토리가 마르면서 크기가 줄어들면 자리를 옮겨주어야 한다. 닐 로신 제공
도토리 창고를 관리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어치 등 도둑을 막아야 하고 마르면서 크기가 줄어드는 도토리를 구멍에서 수시로 바꿔 끼워야 한다. 무리는 성체 암컷 1∼3마리와 수컷 7마리에다 이들의 미성숙한 새끼들로 구성된다.
번식하는 암컷이나 수컷이 늙어 죽거나 매에 잡혀가면 혼란이 시작된다. 번식지를 차지할 기회를 노리던 외부 집단의 젊은 암컷들이 몰려들어 이를 지키려는 무리와 죽기 살기 싸움이 벌어진다. 한 싸움터에 10여개 무리에서 온 50마리의 젊은 암컷이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도토리딱따구리는 집단생활을 한다. 한 마리가 도토리를 갈무리할 구멍을 뚫는 동안 다른 두 마리가 각각 다른 각도로 경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주 저자인 바브 박사는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큰 나무에 다가서면 멀리서도 수많은 딱따구리가 쉬지 않고 울어대고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듣고 볼 수 있다”며 서너 마리로 이뤄진 10여개 무리의 딱따구리가 나뭇가지에 진을 치고 서로 싸워대는데, 영역을 차지하려면 한 무리가 다른 모든 무리를 이겨야 하는 동물계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새들의 움직임을 맨눈으로 관찰하기는 불가능하다. 연구자들이 딱따구리 등에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분 단위로 확인하자 싸움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드러났다.
과시 행동과 외침, 그리고 종종 눈알이 튀어나오고 날개가 부러지며 죽음으로 이어지는 유혈충돌은 여러 날 계속됐다. ‘출·퇴근 싸움’이 불가피했다. 젊은 암컷 2마리는 이웃 영역에서 나흘 연속 싸움터로 찾아와 하루 10시간 이상 버텼지만 결국 영역 탈취에는 실패했다.
싸움은 마구잡이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단서를 토대로 이뤄진다. 바브 박사는 “새들은 자기 무리의 수가 충분히 커지고 기회가 올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린다. 그때가 오면 전면전을 벌여 좋은 영역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사회관계를 이루는 도토리딱따꾸리는 호기심이 많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가서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하스 바브 제공.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예상치 못한 사실은 구경꾼의 존재였다. 우연히 지나가다 싸움 현장을 보는 수준을 넘어섰다. 싸움 소식은 재빨리 퍼져 1시간 안에 구경꾼이 도착했는데,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매일 평균 1시간 동안 싸움을 지켜봤다.
가장 큰 영역싸움이 벌어졌을 때는 그 지역에 서식하는 딱따구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여 마리가 구경꾼으로 모여들었다. 심지어 이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제 둥지를 비워놓고 3㎞ 이상 먼 곳에서 온 딱따구리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구경꾼 딱따구리가 싸움을 보면서 얻는 사회적 정보의 가치는 자신의 영역을 상당한 시간 동안 방치하는 것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영역싸움 당사자보다 더 먼 거리에서 날마다 찾아와 이들이 찾는 정보는 각 무리의 구성원, 나잇대, 몸 상태, 영역의 가치 등이다. 무엇보다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는지가 관심사이다.
연구자들은 “도토리딱따구리는 매우 치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 무언가가 무너지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가서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7.0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환경운동에 매년 2억 쾌척... "지구촌 '자해' 막는 존재, 고맙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이철수
'딱-딱-딱!'
지난 2008년 10월 17일, 죽비소리가 울리면 합장한 채 대여섯 발짝을 뗀 뒤 무릎을 꿇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뒤 팔꿈치도 땅에 댔다. 엎드린 상태에서 이마까지 땅에 내려놓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두 성직자의 뒤에 늘어선 수십 명의 행렬은 소리 없이 아스팔트 바닥을 기었다.
국도의 아스팔트 열기가 얼굴을 감쌌다. 덤프트럭이 매연을 뿜으며 지나갈 때마다, 온몸으로 진동이 전해졌다. 차들이 흘린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음식점으로 흘러나온 구정물 위에 몸을 얹었다. 뱀의 주검을 피해 몸을 눕혔고, 아스팔트 갈라진 틈을 비집고 나온 새싹도 보였다. 속도를 줄였더니 아스팔트 위의 삶과 죽음이 선명했다.
당시 수경 스님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맞서 '내 안의 탐욕'부터 성찰한다면서 고행의 길을 떠났다.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이 수경 스님과 함께 말없이 아스팔트 위에서 오체투지를 했다. 자벌레 걸음걸이와 같은 묵언의 느릿한 행렬은 그 어떤 집회나 시위에서의 날선 비판보다 더 큰 울림을 줬다.
당시 오마이TV는 충남 논산을 지나는 오체투지 행렬을 생중계했고, 이철수 화백은 내 앞쪽에서 아무 말 없이 아스팔트 바닥을 기었다. 지난 달 23일, 사단법인 <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가 제정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이하 오체투지 환경상)의 심사위원장이 된 이 화백을 만나기 위해 충북 제천시 백운면 자택으로 가면서 떠올린 12년 전의 기억이다.
이 화백은 추수를 막 끝낸 들판에 있었다. 1천여 평 논의 한 귀퉁이에서 땅콩을 씻어 건조기에 넣었고, 부인 이여경 여사는 수해를 입은 밭에서 땅콩을 캤다. 서둘러 일손을 정리하고 판화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작업실로 들어가 이 화백과 마주 앉았다. 오체투지 환경상 심사를 맡은 이유부터 물었다.
"현장의 뜨거웠던 열기가 식기 시작할 때, 혹은 싸움이 끝났을 때 썰물 빠지는 것처럼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뒤에도 외롭게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환경 활동가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습니다. 우리사회가 그런 존재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오체투지 행렬은 10년 전에 멈춘 게 아니었다. 이 화백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현장에서 환경과 생명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오체투지를 나무판에 새겨왔던 이 화백은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지켜보면서 그 분들의 인생이 늘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환경문제가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그야말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상황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미 멸종된 생명체들이 많고, 멸종위기에 봉착한 생명체들은 더 많습니다. 지금도 인간이라는 종이 서식한 지구를 우리 손으로 망가뜨려,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기에 빠뜨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살 행위를 자행하고 있죠. 물론 죄 없는 인류가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저지른 자해행위이며, 반생명적인 일입니다."
이 화백은 "나 이외의 생명은 배려하지 않는 교만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태도가 아니라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처럼 겸손하게, 낮은 데로 엎드려야만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런 환경운동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환경을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영혼까지도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연] 정신적 도반, 수경 스님
▲ 수경 스님의 "공약" 소책자와 "공양송" 액자(이철수 화백의 그림판화) ⓒ 이철수
이 화백이 오체투지 환경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데에는 수경 스님과의 각별한 인연도 작용했다.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새만금 삼보일배와 4대강 살리기 오체투지를 이어갔던 수경 스님이 돌연 종적을 감췄지만, 이 화백과는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해 수경 스님은 칠순 때 잔칫상을 차리지 않았다. 대신 '공양송'이라는 작은 나무액자와 '공양'이라는 소책자를 지인 등에게 보시했다. '수경의 글을 이철수가 새긴' 작은 선물이었다.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때마다 밥과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던진 화두였다.
이 화백은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가는 굶어 죽기도 한다는데, 요즘 우리는 '먹방'이니 '맛 순례'니 하면서 밥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대의 성찰이 담긴 공양송을 지어 여기저기 나눠드린 정신적 도반이 옆에 계시다는 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오체투지의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경 스님이 10여 년 전에 절을 떠나서 길바닥에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오체투지가 탁발의 다른 형태라고 봤습니다. 세상의 무엇을 바루에 담고 싶었던 것일까요? 반성이고 참회였습니다. 성찰이었습니다."
이 화백은 "수경 스님은 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한 '세상과함께'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면서 "아직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님이 오체투지 환경상 자문위원단 맨 앞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해 확약을 받고 심사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이 화백은 "최근 환경 의제는 분출하는데 이에 대응하고 길을 찾아갈 운동 조직은 너무 허약하고 작다"면서 "스님다운 방식으로 몇몇 길동무들과 함께 우리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던 수경 스님의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실천을 기릴 수 있는 '오체투지 환경상'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게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현장] 자연 파괴와 평범한 삶의 언저리
이 화백이 유독 강조한 것은 '현장'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환경운동의 현장이 궁금했다.
"저는 오랫동안 망가지는 자연의 옆이 현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체제가, 권력의 욕심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현장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4대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내면서 보니 현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언저리도 포괄하고 있었습니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이철수
이 화백은 "자연 파괴행위만이 아니라 개인이 끌고 다니는 자동차를 비롯해서 냉난방 시설에서 쏟아내는 생활오수, 곳곳에 버려지는 일회용 용기와 비닐 봉투도 우리들의 일상적인 환경오염의 현장"이라면서 "이는 누구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말했다.
오체투지 환경상이 대상(상금 5천만 원. 1인 또는 단체), 환경상(상금 3천만 원. 1인 또는 단체)과 함께 환경교육, 청년, 생활실천, 문화예술, 언론, 영상, 공로상 등 7개 부문의 특별상(총 6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화백은 "이 상이 각 영역에서 우리의 일상적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고, 의식을 환기시키면서 각성을 유도하는 역할까지 했으면 좋겠다"면서 "청소년들과 가족들이 함께 동참하는 환경 캠페인 등에 대해서도 응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상은 특정한 행위의 결과와 성과에 주어진다. 하지만 오체투지 환경상은 '과정'도 중시한다. 이럴 때 상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동참을 의미한다. 상을 주는 행위 자체가 곧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성패를 떠나서 현재진행형인 환경 활동이나 연구, 캠페인 등 일의 과정에도 응원을 보낼 것입니다. 또 환경 활동의 연속성이 필요한 데라면 일회성 상금을 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연속해서 지원하겠습니다. 시상이 곧 '운동'이자 환경 실천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오체투지 환경상 '연구 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된 3개 단체에 각 2천만 원씩 총 6천만 원을 지급한다.
[상금 2억 원] 참 좋은 한의사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이철수
'세상과함께'가 매년 지급할 총 상금 2억 원의 재원은 정부나 기업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최근 분출하는 환경 의제에 대응하고 길을 찾아갈 운동 조직은 너무 허약하고 작습니다. 온통 시장판처럼 변해버린 사회이기에 운동에도 자금이 필요하죠. 그동안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해왔고,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용되는 '세상과함께'의 정제된 재정으로 환경 실천을 칭송하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과함께'는 지난 2015년에 창립해서 그동안 국내 소외계층과 해외 빈곤층의 삶의 질 향상과 자립기반을 마련해온 단체이다. 미얀마 학교 건립 및 어린이 돕기, 국내 장애인 돕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이 화백은 "이 상을 제정한 단체는 세상과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참 좋은 한의사들로부터 시작을 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한의임상진료 자료집(대표 저자, 송옥규 '세상과 함께' 환경위원장)도 냈다"면서 "사회적 책임감이 돋보이고, 생태계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내면화할 수 있는 한의사들이 환경운동에 응원을 보내는 재정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희망의 바이러스] "고맙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이철수
이 화백은 "화가로서 사는 인생의 황혼은 '환경'과 '평화', 두 단어 속에 있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섣부르게 희망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희망을 품기 어렵죠. 결국 개개인들이 마음을 돌려 '회심'을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바이러스도 상당수 국민들이 면역력을 가져야만 창궐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상당한 사람들이 본능과 욕망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어야겠지요. 희망의 바이러스, 우리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이 화백이 오체투지 환경상의 심사를 맡은 것은 "자기 이익을 돌보지 않고 옳은 길로 들어선 분들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오체투지 환경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옳은 길이지만, 들어서고 보면 난관이 많고, 불이익도 감수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을 벗어나면 안 될 것 같고,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항상 의기양양하고 칭송만 받는 길은 아닐 겁니다. 지금도 번민하면서 그 길을 포기하지 않는 분들에게 그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제 1회 오체투지 환경상 공모 기간은 오는 10월 16일까지이다.
글: 김병기(minifat) / 오마이뉴스
우리는 6차 대멸종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다
[민교협의 시선] 이제 기후악당에서 벗어나자
기후위기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 인류의 미래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슈퍼태풍, 극심한 홍수와 가뭄, 장기 산불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세계화를 일시에 중단시킨 코로나19도 인간이 임계점을 넘어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숲에서 원숭이, 박쥐 등과 공존하던 바이러스가 인수(人獸) 공통의 전염병으로 변형을 한 때문이다. 이제 인류는 매일 이상기온을 겪으며 4-5년의 주기로 팬데믹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장기 산불만 하더라도 그 피해규모가 막대하다. 2019∼2020년 사이에 일어난 호주산불로 서울 시 면적의 307배나 되는 지역이 불타고 34명의 사람과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북극에서 얼음이 일찍 녹아 사냥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북극곰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시베리아에서 연일 30도가 넘는 고온으로 대형 산불/들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1월에서 7월 사이에 발생한 러시아 산불/들불로만 한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1,900만 ha가 불탔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올해만 남한 면적의 16.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8,300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최소 31명이 죽고 8,687동의 건물이 불탔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2019년에만 8만 9178건의 산불이 발생하였으며, 2020년 7월 한 달 동안만 6091건의 산불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지난해 7월의 5318건보다 14.5% 늘어난 것이다.
브라질의 산불은 목장이나 광산, 농장을 개발하려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방화가 더 많지만, 연이은 장기 산불은 지구 온난화로 이 지역의 온도가 상승하고 극도로 건조해진 탓이다.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 현상 등으로 고온건조한 상황에서 번개가 치거나 바람에 풀과 나무들이 마찰을 하며 자연적으로 발화한 것이다.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인데, 세계는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만 년 동안 4도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도가 상승하였다. 이로 고산지대와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으며, 북극권의 영구 동토층 또한 급속한 속도로 녹고 있다. 이 영구동토층에 갇혀있던 1조 6천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짧은 시간에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과 같은 임계연쇄반응(criticality chain reaction)이 발생한다면, 인류의 의지로 자연을 되돌리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 따르면, 이미 동식물은 38%가 멸종위기에 놓였다.(Wildlife in a Changing World, an analysis of the 2008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세계자연기금(WWF)은 전지구의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개체수가 1970년과 2016년 사이에 68%가 줄어들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 해에서는 척추동물의 94%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Living Planet Report 2020) 지구생태계는 말 그대로 6차 대멸종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상태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없을 경우 3∼4℃만 기온이 상승해도 2080년까지 18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3억 3천만 명이 홍수를 피해 이주해야 하고, 2억 2천만 명에서 4억 명이 말라리아에 걸릴 것이다.”(Human Development Report 2007/2008-Fighting climate change).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00년 수준에서 밀 생산량은 50퍼센트, 쌀 생산량은 17퍼센트, 옥수수 생산량은 6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 사회―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PCC)의 보고서는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앞으로 금세기 안에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산화탄소 (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약 45%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영점에 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IPCC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급하고 전례 없는 사회 경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 on the 2019 Climate Action Summit and the Way Forward in 2020)
그린뉴딜은 녹색으로 포장한 친기업 성장정책
IPCC가 예측한 기한은 이제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이에 호응하여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45% 감축, 2050년 순 영점 도달을 목표로 산업을 개편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기온 증가율은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그린뉴딜을 보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과 박근혜 정권의 창조 경제 때 각 부서별로 제시했던 정책을 그대로 옮겨오고 짜깁기를 한 후에 명칭을 그린뉴딜로 바꾸고 그럴싸하게 그린의 목표로 포장하였을 뿐이다.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선언적이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한, 언제까지라는 기한이 빠졌으며, 어떻게,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기술도 없다. 그나마 IPCC가 제안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순 영점 도달의 목표에 맞춰진 것은 모두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점증하는 환경위기와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의 공포와 우려를 감안하여 ‘그린’으로 포장만 했을 뿐, 실은 환경과 디지털 관련 기업에 퍼주기를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 그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 갱신안 주요 내용’ 자료를 보면, 정부가 올해 말 유엔에 제출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존 목표인 5억 3,600만t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IPCC가 제안한 45% 감축량의 18.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10년 동안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을 감안하면, 2009년에 이명박 정권이 제시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5억 4,300만t보다도 훨씬 더 후퇴한 것이다.
민주당의 이소영,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한전의 베트남의 붕앙2 석탄발전 사업 투자는 환경적으로 나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즉각 철회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베트남 붕앙2 발전소에서는 30년 동안 온실가스 2억 톤 이상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그린뉴딜 추진으로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1천 229만 톤의 16배가 넘는다.”고 한다.
팬데믹 이후의 국가와 개인의 나아갈 길
이제 우리는 종말 가까이에 왔다. IPCC가 결론을 내린 대로, 이제 10년 안에 지구 기온이 0.5℃ 더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그 종말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탐욕과 자본주의 체제가 우리를 이 지경에 놓이게 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자본과 유착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인류멸망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끊고 도덕적 선의 가장 강한 구현체, 자연과 생명,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지킴이로 거듭나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글로벌 뉴딜로 방향전환을 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촛불정권이라면, 훗날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과 다른 것이 전혀 없었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당장 기후악당에서 벗어나는 정책부터 시행하여야 한다.
“해마다 대략 1500억 달러를 10년 동안 투자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이들이 기초적인 교육과 의료와 위생 시스템을 보장받고 적절한 영양, 식수, 여성의 경우 적절한 산부인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Annual Report 2006-Global Partnership for Development) 넉넉잡고 2천억 달러면 10억 명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굶어 죽지 않게 함은 물론 그들에게 기초적인 의료와 교육을 실시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해마다 기아에 허덕이는 8억 5백만여 명이 먹고도 남는 양, 4천억 달러(약 439조 원)어치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http://www.wrap.org.uk/) 미국 한 나라에서만 너무 먹어서 비만 관련 의료비로만 매년 1,47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http://www.cdc.gov/) 지구의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못 먹어서 죽어 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아이가 너무 먹어서 어릴 때부터 성인병을 앓고 있다는 현실은 이 지구촌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모순적인지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까치밥을 남기고 과일을 딴 민족이 이 야만의 대열에 낀다는 것은 너무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 개인도 변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또 죽어가고 있다. 당신에게 타인의 고통은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였는가, 거기에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었는가, 그 고통의 원인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이나 자식이 아픈 것만큼 고통스러워하며, 아픈 곳을 우선하는 것이 정의라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는가. 이제 욕망을 확대하는 것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삶에서 타자를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데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혼기념일이라고 샹들리에가 번쩍이는 호텔에서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음미하며 행복해하는 것보다 김밥을 싸서 뒷산에 올라 단풍이 물드는 산을 보며 약수터에 온 사람들과 나누면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죽어가는 사람과 생명의 고통을 내 병처럼 아파하는 공감을 바탕으로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고 다른 사람과 생명을 섬기며 자비를 베푸는 삶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우리 자식에게 22세기는 없을 지도 모른다.
이도흠 한양대학교 교수/ 프레시안
한전의 베트남 석탄발전사업 참여, 철회해야 할 이유
[주장] 무책임한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 중단, '기후악당 오명’ 벗어나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업참여를 놓고 고심해 온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해 지난 5일 참여키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사업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으로 총 사업비 22억4000달러(약 2조5000억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베트남 하띤성 지역에 총 12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BOT(Build, Operate, and Transfer) 형태의 민관협력으로 추진된다.
한전은 중국의 중화전력공사(CLP)로부터 지분 40%를 인수해 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하며,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하고 수출입은행과 무역공사는 대출 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다.
당초 이 사업은 중화전력공사와 마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와 일본 츄고쿠전력 등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중화전력공사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 미쓰비시 제안에 따라 한전이 중화전력공사 보유 지분 40%를 매입키로 한 것이다.
환경단체·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
문제는 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석탄발전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정부는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펴고 있는데, 공기업이 해외에서 반(反)그린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모순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한전이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사업 행태가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그린 뉴딜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해외 석탄화력사업이 좌초사업이 되고 재무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며 "석탄발전소를 국내에서 짓든, 해외에서 짓든 이 사업은 우리 아이들 미래를 박살내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이 기후악당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사업은 중국의 중화전력공사와 미국의 GE가 환경문제와 사업의 수익성을 우려하면서 투자를 철회한 사업이다. 붕앙-2 사업에 참여했던 글로벌 금융기관 가운데 지난 해 12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싱가포르 OCBC 은행이, 올해 1월 싱가포르 DBS가 붕앙-2사업 투자를 철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수익성 면에서 1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전이 이 사업에 대한 참여를 결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을 것이다. 기존에 추진해오던 사업이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투자요청이 있기도 하고, 한전 내부검증 결과 기대 수익률이 높은 사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와 일자리 창출 등 기대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붕앙-2 석탄 화력발전 사업과 같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어긋나는 사업은, 그 추진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이러한 사업이 환경보호에 역행하며 또한 사업 추진에 따라 여러 가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석탄 화력발전 사업과 같은 화석연료(Fossil fuel) 에너지 사업은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붕앙-2 사업으로 인해 3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톤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줄이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1229만톤의 15배가 넘는 양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탈석탄' 정책을 추진한지 3년이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 등이 석탄발전을 위한 기투자 비용과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어긋나는 한전의 결정
세계적인 추세도 석탄화력 발전과 같은 환경악화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추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도 소위 '세이프가드(Safe Guard)'를 정하여 석탄화력 발전과 같은 화석연료(Fossil fuel) 에너지 사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유럽의 기관투자가들도 우리나라의 삼성물산, 한국전력 등에게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은 눈앞의 경제적 대차대조표를 떠나서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적 악영향, 국제사회의 비판 등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대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석탄화력 발전과 같은 화석연료(Fossil fuel) 투자로 인하여 국가적 신인도 하락, 국제사회로부터의 따돌림 내지는 제재(sanction),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 감소, 인한 해당 기업들의 주가하락 등이 뒤따른다면 그런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또한 해외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사업에 공적 금융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바 9, 10호기에 이어 베트남 붕앙-2 사업까지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한전 등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사업 관계자들은 동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도 이제는 향후 모든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한다든지 하는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관련 (공)기업들이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고창남
코로나19가 전쟁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두배 줄였다
올 상반기 세계 CO₂ 배출량 16억t 줄어
전년대비 8.8%↓…2차대전 땐 8억t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 4월22일 아일랜드 더블린시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이 2차 세계대전 때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미국·독일 연구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2일 세계 각국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코로나19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억tCO₂(이산화탄소환산톤)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1900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급감한 제2차 세계대전 때 8억tCO₂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2020년은 1∼6월까지 통계이다. 1∼8월까지는 15억t이다.
연구팀은 국제연구그룹 ‘카본 모니터’를 통해, 세계 31개국의 전력생산 일일 자료와 416개 도시의 일일 교통량, 62개국의 일일 항공 이용객수와 비행거리, 월간 산업생산 자료, 206개국의 주거 냉난방 연료비 및 상업용 빌딩 배출량 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주리우 중국 칭화대 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각국의 자료를 거의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수집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6월까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8%, 15억5100만tCO₂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감소 규모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컸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전년보다 7억9000만tCO₂ 줄었던 데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국제연구그룹 ‘카본 모니터’가 올해 1∼8월 집계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카본 모니터’ 누리집 갈무리
논문 발표 이후의 ‘카본 모니터’ 자료를 보면, 1∼8월 동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에 비해 14억8150만tCO₂(-6.52%)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감소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활동이 거의 회복되고 세계 다른 국가들도 봉쇄정책을 완화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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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령’ 4월에 감소폭 가장 커 16.9%
미국·유럽·인도·중국·일본 순으로 많아
육상교통 부문에서 전체 40% 줄어들어
“개인행동보다 에너지 시스템 바꿔야”
4월 가장 크게 줄어
올해 상반기 일일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8840만tCO₂)도 2019년 같은 기간(9820만tCO₂)보다 10%가량 적었다. 일일 평균 배출량의 최대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봉쇄가 시행된 4월(-16.9%)에 발생했다. 일일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의 경우 2월 춘절에, 인도는 봄철 홀리축제, 미국과 유럽은 크리스마스(2019년) 때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봉쇄가 완화되면서 6월의 전력부문은 2019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4월(-9.7%)에 비해 크게 회복됐다. 반면 6월 육상교통 부문의 감소율 15.2%로, 4월(-38.6%)과 5월(-32.6%)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 추세가 둔했다.
미국 최대규모 감소
세계 주요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미국으로 6월까지 지난해에 비해 3억3830tCO₂(13.3%)가 감소했다. 유럽연합 27개국과 영국(-2억570만tCO₂, -12.7%)이 뒤를 이었고, 인도(-2억520만tCO₂, -15.4%), 중국(-1억8720만tCO₂, -3.7%), 일본(-4310만tCO₂, -7.5%), 러시아(-4050만tCO₂, -5.3%), 브라질(-2590만tCO₂, -12.0%) 순이었다.
중국은 연초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감했으나 3월 들어 봉쇄가 완화되면서 급격히 회복됐다. 1월에는 전년대비 18.4%까지 줄어들어 감소 추세가 3월까지 이어지다 4월부터는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서 5월에는 5.4%가 증가했다.
다른 국가들도 코로나19 봉쇄가 느슨해지면서 5월에 비해 6월의 감소폭이 크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육상교통이 전체 감소량의 40% 차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는 주로 육상교통(-18.9%)과 국내(-35.8%) 및 국제(-52.4%) 항공 부문에서 발생했다. 배출량 감소가 가장 큰 부문은 육상교통으로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6억1330만tCO₂가 줄어들었다. 다음이 전력생산 부문(-3억4140만tCO₂, -22%), 산업부문(-2억6350만tCO₂, -17%) 순이었다. 항공부문(-2억80만tCO₂, -13%), 해상교통(-8910만tCO₂, -6%), 주택 부문(-4250만tCO₂, -3%)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량이 적었다.
논문 공저자인 한스 요아킴 쉘렌후버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장은 "이산화탄소가 유례없이 감소했지만 사람들의 활동을 줄이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 시스템에서 전향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의 행동은 분명 중요하지만 집중해야 할 것은 세계경제의 탄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형한 눈빛의 툰베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았습니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16일 <한겨레>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후위기 문제가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벌써 이 문제를 식상해하는 분위기를 느껴요. 그레타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또 한번 사람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요.”
지난 9일 금요일,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이날 저녁 6시께(한국시각) 발표되는 노벨평화상에 쏠려 있었습니다. 이날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27) 비청소년활동가는 17살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 상을 수상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도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에 ‘새 기사를 쓰느라 야근을 해도 좋으니 그레타가 이 상을 수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이 수상했고 저는 야근은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만, 김 활동가가 말했듯 그가 이 상을 받았다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 또다시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는 최우리입니다. 저는 노벨평화상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 금요일 오후 6시(한국시각) 그레타 툰베리와 화상으로 인터뷰(▶관련기사: 툰베리 “기후위기 행동으로 보여달라” 문 대통령에 호소)를 했습니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영잘알’(영어를 잘 알다) 김지은 기자와 함께였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500만명 정도입니다. <한겨레>가 세계적인 셀레브리티인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은 지난 4월입니다. 기후변화팀으로 인사가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그에게 영어 메일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기후위기 담론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기후위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의 메일 주소를 알기 위해 수소문한 결과, 전세계 기후변화 분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기후미디어허브’를 통해 그의 미디어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 더듬거리며 영어 문장을 완성할 때의 간절했던 그 마음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일정이 많아서 지금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라도 좋으니 꼭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6개월 뒤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한겨레>와 인터뷰했던 이유는 <한겨레>가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기후변화팀이 있고, 환경·에너지 뉴스를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그를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그이기에 오히려 온라인 인터뷰가 편할 것만 같았습니다.
화면에 그가 등장하자 그가 항상 들고 다니는 빨간 물통을 누군가 전해줬습니다. 그가 음료를 마신 뒤 인터뷰가 시작됐습니다. 평소 그의 영상을 보면서 말을 참 잘한다고 느꼈는데, 그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아직 많은 나라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과 정책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분명한 말투로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환경과 경제·개발이 상충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지 않고 신중하게 답변했습니다. 그의 진지한 태도와 형형한 눈빛을 보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대라는 표현은 그의 생물학적 나이를 나타낼 뿐이었습니다. ‘학교 가니 좋나요’라는 개인적 질문을 던졌을 때 17살 학생다운 해사한 표정도 살짝 보인 것 같습니다.
그의 얼굴이 떠 있던 작은 화면이 사라진 뒤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기사에도 적었지만, 지난해보다 야윈 그의 얼굴을 보면서 ‘탄광 속 카나리아’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는 신경성 섭식장애가 있습니다.) 탄광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앞서 경고음을 울리는 이 작은 새처럼, 17살의 환경운동가는 ‘지구인들 중 가장 먼저 우주의 변화를 느끼고 경고음을 울리고 있구나’ 하고요. 다만, 그는 고통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로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우울하지 않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극복법을 소개했습니다.
기사를 쓴 날 그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중국에 구금된 홍콩인 12명을 석방하라는 글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렸습니다. 여성인권 향상과 진보적 판결로 많은 지지를 받았던 미국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추모글도 올린 적 있습니다. 그의 세계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인 그가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 그로 인해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합니다.
최우리 사회정책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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