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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9.13~9.18 팬데믹 또 기후 디스토피아 닥친다

by 이성근 2020. 9. 13.

대용량 원전이 재생에너지 발전 보완해 준다고?

우리의 빙하가 녹는다는 것

남한 면적 20% 태운 미 산불..인간활동 증가가 불길 키웠다

75천만년 전 지구를 본다서울은 어디에?

해달 사라지자 해저 숲토대가 무너졌다

“1970년 이후 전세계 야생동물 3분의 2 감소

911"곱등곱등"···'미친 귀뚜라미' 수천마리가 아파트에···

산에서 캔 싸리버섯이 독버섯?야생버섯 주의보

북극권의 죽지 않는 좀비 화재지구 숨통을 조여온다

바보야, 기후위기는 경제학이야

팬데믹 또 온다. 대비하라" 코로나 전부터 전염병 우려했던 보건전문가들의 경고

눈앞의 기후 위기 해답은 녹색 전환

울산시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NS)’ 등재 추진

시민공원 재정비촉진 3구역 특별건축구역부산 첫 지정

, 창문, 그물, 쓰레기에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현실

서부 산불에 트럼프 "낙엽 안 치워서" vs. 바이든 "기후변화 문제"

성난 기후, 한반도를 치다-2020 그 여름, 장마의 교훈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고리원전, 태풍에 속수무책외부전력 장시간 상실 땐 방사능 유출위험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디스토피아 다가선 지구, 기후 변화 통제 못 해

지구 북반구 141년만에 가장 더웠다

봉화서 따뜻한 남부 희귀식물 노랑붓꽃 새 자생지 발견

아마존, 기후변화 대응 벤처자금 첫 지원테슬라 출신도

제철 음식이 지구를 지킨다

옥스팜 "세계 인구 13% 부국이 코로나19 백신 51% 사들여"

플라스틱은 부서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EU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대용량 원전이 재생에너지 발전 보완해 준다고?

대용량에 출력 조절 힘든 경직성

재생에너지 발전과는 궁합안 맞아

갈수록 전력망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인근 앞바다에 들어선 해상 풍력발전기.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를 더 만들자고?” “그냥 원전 짓자고 해라

얼마 전 <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에 올린 올 초 전력망 과부하 위기 올 뻔한 순간 있었다제목의 기사에 이런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에서 전하려 한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려면 발전 설비 확충뿐 아니라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까지 고려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반대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이 기사를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읽은 분들은 재생에너지가 변동성이 높은 불안정한 에너지인데 반해 원자력은 안정적인 에너지라는 점에 주목한 듯합니다. 두 에너지의 이런 특성은 원자력계에서 특히 강조해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원전 옹호론으로 연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력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전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두 차례 지나간 태풍 때 취약성을 드러내긴 했지만, 원전은 안전 문제만 접어 둔다면 매우 안정적인 발전원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원전이 안정적이어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변하는 데 따른 전력망의 불안정을 잡아줄 수 있으려면 잡아주는 쪽도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동과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려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으로 꼽히는 원전에는 힘든 일입니다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이 맡아 온 역할은 재생에너지와는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대용량 전력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원전은 초기에 지어진 몇 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1000MW 이상의 출력을 냅니다. 비교적 최근 운전에 들어간 신고리 3·4호기의 출력은 평균적인 석탄화력발전소의 3배인 1500MW에 이릅니다. 바로 이 거대한 용량과 경직성 때문에 원전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력망 운영에 부담될 것이라는 게 전력계통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지난 223일 전국의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을 때 전력망의 과부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던 것은 그런 미래를 앞당겨 보여준 것일 수 있습니다.

 

이날 흐린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하늘이 아침부터 맑게 개 태양광 발전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태양광 설비용량의 약 76%(2019년 기준)에 이르는 미계량 전원의 발전량이 급증해 수요를 충당하면서 전력망에 나타난 순 수요(넷 로드)는 예측치보다 최대 2000MW를 밑돌았습니다.

 

중앙전력관제센터는 긴급 대응에 나서 가동 중인 발전기들을 정지시키거나 출력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요 감소에 대응해 추가로 더 줄일 수 있는 공급량(하향예비력)은 한때 100MW밖에 남지 않은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100MW는 설비용량 15GW로 추정되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발전 효율이 1%만 증가해도 바로 소진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관제센터 근무자들은 수요가 더 줄어들까 가슴을 졸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각기 평균 1000MW가량의 출력을 내며 돌아가고 있던 19개 원전에 대해서는 아무 조처도 취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날 원전이 1기라도 덜 가동되고, 출력 조절이 쉬운 가스복합과 같은 유연성 발전원이 더 가동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입니다.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이 증가하면서 나머지 발전기들이 채워야 할 전력망의 순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전의 대용량이 장점이 아니라 약점이 됩니다. 출력이 너무 큰 탓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전력망에 큰 충격을 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2~3일 국내 원전에서 최초로 전력계통 안전 유지 목적의 출력 조절이 이뤄진 것은 대용량 원전이 전력계통의 안정에 부담되는 상황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코로나19로 전력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석가탄신일부터 6일간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 최저 전력수요는 4000kW대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3·4호기를 상대로 2일 오후 7시부터 출력 조절에 들어가 8시간 만에 각각 20%씩 출력을 낮췄습니다.

 

출력이 각각 1500MW로 국내 원전 중 최대인 두 원전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 나 멈춰 서면 전력 품질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산업부의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최대 용량의 발전기 1기 고장 때에도 계통주파수가 최저 59.7Hz 이상 유지되게 전력망을 운영해야 합니다. 두 원전 중 어느 하나가 멈춰 설 경우 전력망에 가해질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다른 원전 수준으로 출력을 줄여 놓을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선제적인 원전 출력 조절은 앞으로 점차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대용량 원전의 경직성이 갈수록 전력망에 부담된다는 것은 원자력계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기존 원전의 10분의 1 규모의 소형 원전은 물론 수 메가와트급 초소형 원자로를 곳곳에 지어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1000MW가 넘는 대형 원전 대신 100MW 수준의 원전을 많이 만들어 출력 조절이 쉽도록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안은 기술적 타당성도 문제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나하나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시설을 더 많이 전국 곳곳에 짓자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에너지 문제를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원전은 자연스레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탈원전을 하려고 무리하게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린다는 일부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의 이런 관계를 전력계통 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계통 안전 측면에서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라는 표현으로 간단히 정리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은 궁극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우리의 빙하가 녹는다는 것

내 창작의 고통, 얼마나 작고 안온한가

금이 가고 있는 세상그린란드 빙상 소실 등

친구는 암인 아버지를 용서하는 중일까?

녹는 빙하, 불안한 인간, 싸울 준비를 하는 우리

오스트레일리아의 기상학자 윌 스테펀은 지난해 말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기조 강연 끝에 말했다. 아직 인류가 종말의 임계점을 넘지는 않았다고. 과학자니까, 거짓말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다고 해도, 우리가 만든 세상은 너무 많은 임계점에 이미 도달한 것은 아닐까. 빠르고 조용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말이다.

 

각종 잡지에서 청탁받은 시들을 쓰기 위해 매일 새벽 끙끙대고, 멍이 들듯이 파래지는 아침을 보며 잠이 드는 팔월이었다. 앓는 형국이었다. 시인들은 대체로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습관과 성향에 따라서 버티고 사는 모습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나는 게으르고 느린 편에 속한다. 신중함이라고 둔갑시켜 말하고 싶지만, 그냥 본성이 게으르고 느린 게 맞다. 집중에 불이 붙기까지 예열 과정이 꽤 길고 지루한 편이니까. 밤에 길들어서 세상이 어두워져야 읽고 쓸 수 있는 나는 여느 때처럼 컴컴한 방에서 노트북과 단둘이 지냈다. 흔히 창작의 고통을 비유하는 많은 비유법 중에 투병의 모습에 빗대는 건 유치하지만 꽤 적확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진짜 병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현실 속에서 나의 투병은 하찮고 안전했다. 심각한 현 상황을 생각하면 부끄러웠다. 부끄러울 때마다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나의 고통은 얼마나 작고 안온한가.

 

세상에 금이 갔다. 정확하게는 세상을 이루는 개인들의 일상이 모두 조금씩 부서졌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당연하게 해왔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코로나는 시대의 호칭이 되었고 도시의 사람들은 더욱 외롭고 사나워졌다. 절반이 훌쩍 지난 2020년을 복기하면 마치 고요한 집 안에서 불현듯 탄내가 진동하는 상황처럼 여겨진다. 부엌에서 밥이 탄 것인지, 아니면 옆집에서 불이 난 것인지. 안 좋은 징조들은 냄새처럼 가득하지만 어떤 불행도 아직 확실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기를 시켜야 하는지, 아예 집 밖으로 대피를 해야 하는지. 그런 망설임과 우왕좌왕이 봄부터 여름까지 사람들의 눈빛을 불안하게 흔들고 있다.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고 싶어서 괜히 온라인 신문 기사들을 읽다가 뇌리에 강력하게 남은 단어. ‘임계연쇄반응’.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해빙이 심상치 않고, 해수면 높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그린란드의 빙상 소실이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내용이었다. 질병과 기후위기가 함께 오는 이 세계는 너무나 디스토피아적이지 않은가. 이 추세로 진행된다면 북극권 바다의 얼음은 30년 안에 모조리 녹는다는 것. 아니, 30년 안에 지구와 인류에게 종말이 온다는 것. 이를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기상학자가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임계연쇄반응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임계연쇄반응이란 녹은 빙하에서 유출된 물이 다시 열을 머금고 해빙을 가속하고 이렇게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소 배출이 급증하고 배출된 탄소는 다시 영구동토층의 증발을 가속하며 지구 생태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순환이 다가온다는 내용이었다. 기상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인류가 저지른 죄의 탄성이 인간을 멸망의 방향으로 튕겨내려고 새총의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는 듯이 들렸다. 너희는 이미 늦었다. 이것이 비유도 은유도 없이 사실을 전달하는 과학의 말이라니. 얼마나 섬뜩한지.

 

잘 지낸다는 친구의 밝은 음성은 잘 지내지 못한다는 듯이 들렸다. 타인의 불행은 가끔 눈치를 채도 알아채지 못한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친구가 필요했던 건 아마 소소하고 시답잖은 대화의 나열이었을 것. 나는 친구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물었다. 잠을 규칙적으로 자주니까 얼마나 편한지, 엄마를 발음하지 못해서 어마마마 하면서 부르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튼튼하게 불어나는 몸무게와 쌍꺼풀을 언제 만들어줘야 하는지를 말하는 친구와의 통화는 어쩐지 힘들었다. 아버님은? 묻고 싶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암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입원 환자의 병간호를 한 사람만 간신히, 그것도 매번 코로나 감염검사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랑 싸운 어머니가 병실을 뛰쳐나온 날이면 친구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가 들어갔다. 아픈 사람이 가지는 변덕과 생존에 대한 조급함은 가족들을 지치게 했다. 친구는 지금까지의 인생 대부분을 아버지가 일으킨 가정의 불화를 감당하느라 마음이 많이 닳았다.

 

애정과 증오가 오래 공존했던 사람의 마음은 점차 얇아진다. 그래서 쉽게 찢어진다. 그랬던 친구가 자신의 가정을 만들면서 조금씩 두꺼워졌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은 영혼에 부드러운 근육이 생기는 걸까. 아이가 생긴다는 게 어떤 기분이야? 죽을 만큼 힘든데 죽을 만큼 행복해. 친구의 말이 마치 또 다른 애증이 생겼다는 듯이 들려서 속으로 웃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육아의 본질은 결국 또 한 번 마음을 최대로 늘이고 줄이는 훈련이겠구나. 웨이트트레이닝처럼. 통화의 마지막 인사는 늘 같았다. 코로나 지나면 보자.

친구는 아버지를 용서하는 중일까. 아니면 새롭게 미워하는 중일까. 그도 아니면 시간이 모래처럼 덮여 애정도 증오도 작은 모서리만 남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빙하는 녹고 있을 것이다.

지구의 극점에 있다는 얼음의 세계는 인간이 생존하기 힘든 곳이지만, 그곳이 존재하므로 생태가 돌아가고 인간의 영토가 안전해진다. 빙하가 녹는 이유가 인간의 잘못인지 지구의 운명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 중에 인간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허락을 초과하면서 살아왔다.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쉽게 버리고, 너무 크게 싸웠다. 인간은 참 바빴다. 멈추지 않고 바빴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싸울 준비를 한다. 이것은 동물이 가진 속성이다. 분노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몸이 필요로하는 정서적 자세이기 때문이다. 몸에 더 많은 긴장을 발생시켜 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맞서기 위해서는 슬픔이나 우울보다 분노나 공포가 지배하는 상태가 이롭다. 그래서 불안을 분노로 가공하는 건 동물이 살아가기 위한 본능에 가깝다.

 

그러나 분노와 공포는 전염이 된다.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분노한다는 건, 바로 주위에 위기 상황이 닥쳤다는 신호다. 확산되는 분노와 공포는 섬세함과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우리가 조금 더 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자세하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싸워야 할 텐데, 이제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애정과 증오의 모서리를 덮어줄 시간이 우리에게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을을 지나 겨울에는 끝이 날까. 하얀 눈이 내리고, 그 눈이 이 모든 분위기를 차분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다시 단순한 일상과 사소하고 다정한 생각을 하면서 생활을 채울 수 있다면. 이 문장을 적기 시작한 새벽에는 태풍이 왔다. 깨질 듯이 흔들리는 유리창. 이번 여름은 유독 손이 거칠다. 아침이 오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최현우(시인) /한겨레

 

남한 면적 20% 태운 미 산불..인간활동 증가가 불길 키웠다

11(현지시각)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미 오리건주 오리건시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구호품 센터에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가족은 모두 망연자실해 있다.”

 

미 오리건주 매리언 카운티에 사는 토프트네 가족은 지난 8일 마을 근처 산불로 71살 할머니 페기 모소와 13살 손자 와이어트 토프트를 잃었다. 불에 탄 차 안에서 발견된 손자 와이어트의 무릎 위에는 키우던 반려견도 숨져있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남한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불에 타고, 수십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미 서부 지역 산불은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2(현지시각) <시엔엔>(CNN)<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보도를 종합하면,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미 서부 해안 3개 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7명에 이른다. 지난달 중순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당시 사망자와 합치면 26명이다. 현재 짙은 연기 등으로 실종자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은 19125로 남한 면적(10210)19.1%에 이른다. 지난달 22일 피해 면적(4046) 보다 5배 가까이 커졌다.

12(현지시각) 오리건 주 피닉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베어호 주거단지가 불에 타 공무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오리건/로이터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는 주 역사상 1·3·4위 규모의 산불을 포함해 대형 산불만 20여 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일엔 두꺼운 연기 탓에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 하늘이 짙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큰 충격을 줬다. 일부 주민들은 종말이 다가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오카노건 카운티에 사는 젊은 부부 제이콥 힐런드(31)와 제이미 힐런드(26)는 산불을 피해 트럭을 타고 대피하다 1살짜리 아이를 잃었다. 트럭에 탄 채 구조된 부부 역시 3도의 화상을 입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이 지역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 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뒤늦게 화재가 시작된 오리건주는 지난 10일 전체 주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등 산불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종된 사람도 적지 않다. 오리건주 비상관리국의 앤드류 펠프스 국장은 대규모 사망 사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되고 있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두고 기후 변화와 인간 거주 지역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기후 변화의 탓이 커 보인다.

 

미 서부 지역의 경우 해마다 건기인 8~9월에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데, 날씨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역대 최악 산불 1~5위에 올해(1)2018(2), 2017(4) 등 최근 3~4년이 포함됐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산불을 막아주던 방어 습기가 약해지면서, 대규모 산불이 드물었던 오리건 주는 경험치 못한 재난을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있는 오리건 주는 상대적으로 강우량이 많아 대규모 산불이 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건조한 날씨와 뜨거운 동풍이 맞물려 평소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곳까지 불타고 있다.

지난 9(현지시각) 미국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 등의 산불 현황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사진에 나타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인간 활동의 증가는 산불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는 20003400만명에서 20173950만명까지 인구가 증가했다. 17년 만에 인구가 20% 가까이 늘면서 거주 지역이 확대됐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큰 자연-도시 접촉면’(WUI)에 사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30%에 가까운 11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해 가스, 전기 등 기반 시설이 깔렸고, 그만큼 산불 위험이 커졌다. 2017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송전선이 땅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회사는 산불 위험 지역도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주택 건설을 부추겼다. 보험사는 최근 산불 발생이 잦아지면서 보험료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75천만년 전 지구를 본다서울은 어디에?

녹조류 출현때부터 호미니드 등장 때까지

대륙구조 변화 담은 인터랙티브 지도 나와

세계 주요 도시별로 변화상 알아볼 수 있어

24천만년전 초대륙 판게아 시절의 지구. 빨간점이 지금의 서울 자리다.

 

공룡이 살고 있던 시절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고 그 당시 서울은 어디에 있었을까?

숱한 육상 생명체들의 터전인 대륙은 오랜 세월에 걸쳐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해 왔다. 지금의 대륙 구조는 25천만년 전 마지막 초대륙 판게아가 만들어진 이후 서서히 쪼개지면서 형성됐다.

 

지구 대륙의 판구조 모델을 따라 아득한 과거의 지구로 시간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형 지구 지도가 나왔다. 최초의 녹조류가 출현한 75천만년 전부터 최초의 호미니드가 출현한 2천년만년 전까지 수억년에 걸친 지구의 변화상을 19개의 시기별로 나눠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준다. 녹조류, 척추동물, 육상식물, 곤충, 공룡, 영장류 출현 등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주요 전환점이 됐던 시기의 지구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75천만년 전의 지구. 서울 자리는 수심지 비교적 얕은 바다였다.

서울은 바다에서 육지로...다시 바다로, 육지로

 

특히 도시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시기에 그 지역이 지구의 판 구조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의 서울 자리는 지구가 눈덩이로 덮였던 75천만년 전엔 바다였다. 이후 육상식물이 등장하던 43천만년 전엔 육지로 바뀌었다 3억년 전 파충류 출현 때엔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다 초대륙 판게아 형성 이후론 줄곧 대륙의 한쪽 자락을 차지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최초의 호미니드가 출현한 2천만년 전의 지구.

 

이 지도는 구글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전문가 이안 웹스터(Ian Webster)가 지질학자인 크리스토퍼 스코티스(Christopher Scotese)의 지구 판구조 모델에 기반해 만든 것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공룡 정보 웹사이트 `Dinosaur Pictures' 안에 구축해 놓았다. 지역 검색을 하면 해당 지역 또는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확인된 공룡 화석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려준다. 지도의 웹 주소는 https://dinosaurpictures.org/ancient-earth#2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해달 사라지자 해저 숲토대가 무너졌다

성게 폭발 증식 해조류 이어 그 기반까지 먹어치워기후변화가 상승작용

해조류 숲의 최고 포식자인 해달은 해조류를 먹는 성게를 조절하는 구실을 한다. 기후변화가 이 관계를 허물고 있다. 조 토모레오니 제공

 

포식자 해달이 사라지자 해조류를 먹는 성게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해조류가 떨어지자 성게는 수백 년 동안 해조 숲의 기반을 이루던 석회 조류를 먹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약해진 석회질을 성게는 더욱 왕성하게 갉아먹었다. 해조 암초 생태계가 뿌리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람에 의해 포식동물이 줄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사실은 개별적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두 요인이 상호작용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현장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더글러스 래셔 미국 비질로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 등은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20142017년 동안 알류샨 열도에 대한 현장조사와 실험실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대바다의 산호처럼 수백 년을 살아온 해조 암초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수십 년 안에 붕괴를 볼지 모른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성게 하루 천 마리 먹는 해달

알래스카에서 베링 해를 향해 뻗은 알류샨 열도의 수많은 섬 주변에는 거대한 해조 숲이 있다. 다시마 같은 키 큰 해조류가 빽빽하게 우거져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이 번식하고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해조 숲의 포식자는 바다 수달인 해달이다. 해달은 하루에 성게를 1000마리나 잡아먹는 해조 숲의 포식자다. 그러나 북극 근처의 찬 바다에서 체온을 지키기 위해 털이 빽빽한 모피 때문에 수난을 당했다.

17001800년대 동안 모피상의 남획으로 이 해역의 해달은 멸종 직전에 몰렸다. 이후 보호 조처로 복원한 해달 집단은 1990년대 또다시 거의 사라졌다. 이번엔 사람의 포경으로 고래가 줄자 먹이를 찾지 못한 범고래 무리가 해달을 대체 먹이로 삼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은 사라진 알류샨 열도의 해달 무리. 해안 6마리가 있어야 최소한의 생태적 기능을 한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앞서 해달이 감소했을 때도 성게가 늘어 해조를 마구 먹었지만 해조 숲 자체가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해조 숲을 지탱하는 해조 암초가 과거와 달리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석회 방패약화

알류샨 열도 얕은 바다 밑바닥은 대부분 석회질로 덮여있다. 수명이 긴 해조의 일종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석회질을 분비해 얇은 껍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열대의 산호초처럼 북극 찬 바다의 해조 암초도 살아있으며 두께가 연간 0.35씩 느리게 자라 겹겹이 쌓인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성게가 이제는 해조류의 토대인 해조 암초까지 건드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들어 해달이 기능적으로 멸종하자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게가 처음엔 해조류를 뜯어 먹었지만 먹을 게 사라지자 이번엔 해조류의 토대인 석회 암초를 갉아 그 속의 조류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밝혔다.

해달이 사라지자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게가 석회 해조류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그것이 가능해진 배경은 기후변화다. 래셔는 “(기후변화로) 바다 수온이 높고 산성도가 커지자 석회 해조가 석회질 보호골격을 만드는 능력이 점점 떨어졌고, 이 때문에 석회 해조가 이제는 성게의 포식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연구자들은 성게가 한입에 갉아먹는 석회층 두께가 2.5인데, 이는 석회 조류가 7년 동안 축적해야 하는 두께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조사한 6개 섬에서 석회 암초의 평균 24%, 심한 곳은 64%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해조 석회층은 나이테처럼 해마다 조금씩 자라기 때문에 단면을 조사하면 과거의 변화 추세를 알 수 있다. 나이테 조사 결과 최근 들어 수온 상승과 함께 성게가 갉아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해마다 조금씩 쌓이는 석회 조류층. 성게는 기후변화로 약해진 석회층을 한입에 7년 치를 갉아 먹는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실험실에서 석 달 동안 여러 조건에서 석회 조류와 성게를 기르면서 얻은 결론은 현재 성게가 석회층을 갉아먹는 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560% 빠르고 금세기 말이 되면 여기에 다시 2040%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해달 감소가 방아쇠를 당겼고 기후변화가 가속한 석회 암초 생태계의 붕괴는 티핑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생태계 붕괴를 막으려면 기후변화를 억제해야 하지만 지역적으로 가능한 대책도 있다. 래셔는 해달의 복원은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해달을 복원한다면 알류샨 해조 숲은 많은 생태적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해조 암초를 잃기 전에 탄소 방출을 줄일 시간을 벌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av75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970년 이후 전세계 야생동물 3분의 2 감소

세계자연기금, 2020 지구생명지수 발표

지구생명보고서 2020’는 아프리카 열대지역 지구생명지수는 감소율이 94%로 가장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꼽힌 콩고 동부 저지대 고릴라. WWF제공

 

5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및 어류 개체군의 규모가 3분의 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자연기금(WWF)10일 생명다양성 변화 추이를 종합한 지구생명보고서 2020’(Living Planet Report 2020)을 전세계 동시에 발표했다.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원인으로 지목됐던 서식지 파괴, 야생동물 거래 등을 꼽았다.

세계자연기금과 런던동물학회가 이날 발표한 지구생명지수에 따르면, 전세계 척추동물 개체군 규모의 평균이 68% 감소했다. 2년 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취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를 발표했다. 지구생명지수는 이 단체가 1998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생물다양성 지표로, 전세계 4329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21000여 마리 개체를 표본으로 삼고 있다.

이날 발표된 지구생명지수 68%201860%와 비교해도 8%p 감소한 수치다. 2년 새 지구 척추생물 규모가 8%나 줄었다는 뜻이다. 지구생명지수는 사라진 개별 동물의 개체 수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이들이 지난 46년 간 추적해온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를 비율로 보여준다.

 

보고서는 특히 아프리카 열대지역의 지구생명지수는 감소율이 94%로 가장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 가운데서도 육상 생물종의 감소가 뚜렷하게 확인됐는데, 대표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콩고 동부 저지대 고릴라(Eastern lowland gorilla)와 가나 회색앵무(African grey parrot) 등을 꼽았다. 콩고 카우지-비에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동부 저지대 고릴라는 밀렵으로 인해 1994년부터 2015년까지 개체의 87%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가나 남서부에 서식하는 회색앵무 또한 1992년부터 2014년까지 개체가 약 99% 감소했다.

 

담수 서식지의 야생동물 또한 평균 84% 이상 감소했다. 보고서는 담수 생물다양성은 해양 및 산림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담수동물 지구생명지수는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및 어류 944종의 3,741개의 개체 수를 관찰한 결과이다. 개체군 규모의 평균은 84% 감소했는데, 이는 1970년부터 매년 4% 감소한 수치라고 말했다.

지구생명지수는 이 단체가 1998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생물다양성 지표로, 전세계 4329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21000여 마리 개체를 표본으로 삼고 있다. WWF 제공

 

자연기금은 담수동물의 경우 몸집이 클수록 인간의 위협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담수 생태계에서 거대동물이란 30이상 성장하는 종으로 철갑상어, 메콩 대형메기, 강돌고래, 수달, 비버, 하마 등이라며 인간의 영향으로 멸종위기를 맞은 대표적인 동물로 중국 양쯔강에 산란하는 철갑상어(Chinese sturgeon)를 들었다. 철갑상어는 수로를 막는 댐 공사로 인해 1982년 이후 개체군 97%가 감소했다.

지구생명보고서 연구협력기관인 런던동물학회 앤드류 테리 박사는 지구생명지수는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의 상태를 가능하는 포괄적인 척도 중 하나다. 지난 50년간 평균 68%가 감소했다는 것은 사실 재앙 수준이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자연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시트러스 카운티의 쓰리 시스터즈 스프링에서 매너티 한 마리가 담수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WWF 제공

 

세계자연기금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의 회복으로의 전환 로드맵에는 자연보전 지역 확대 및 관리강화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성 및 식량 거래 농산품 폐기 감소, 육류 소비 감소 등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날 자연기금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육상 생물다양성 손실에서 회복으로의 전환을 위한 통합적 전략’(Bending the Curve of Terrestrial Biodiversity Needs an Integrated Strategy) 논문을 세계 40여개 NGO와 함께 공동저자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코로나19로 인류가 겪는 위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한국의 기록적인 장마, 잦고 강한 태풍,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북극 등 기후 변화의 현상 역시 우리가 새로운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말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은 지구생명보고서 2020은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가 야생동물 개체군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삶의 모든 측면에서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2030년까지 생물다양성과 야생동물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그 어느 때 보다 전 지구적 차원의 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911"곱등곱등"···'미친 귀뚜라미' 수천마리가 아파트에···

2010911곱등곱등미친 귀뚜라미수천마리가 아파트에 나타났다

 

그녀석과 처음 만난 반지하층의 밤/ 귀뚜라미로 착각했을 때 기분이 와방/ 울지않는 그녀석의 행동이 좀 수상/ 인터넷 뒤져본 그날부터 기분이 X/ 안녕 내 이름은 곱등이 나도 알고 보면 귀요미(곱등곱등곱등)/ 요즘 인기 검색어 1위 어디서든 다들 내이야기(곱등곱등)곱등곱등곱등/새끼곱등곱등/번식곱등곱등/가족곱등곱등”('꼽등이송' 가운데)

2010올해의 곤충을 꼽자면 단연 꼽등이일 것입니다. 꼽등이는 2010년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생소한 이름의 이 곤충이 무슨 이유로 화제가 된 것일까요.

 

20109,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귀뚜라미를 닮은 곤충이 수천마리 나타나 주민을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건물 외벽을 덮은 것은 물론 방과 부엌 내부에서까지 발견됐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서울대 기숙사에서도 이 곤충이 나타났습니다. 학교 게시판에는 대체 무슨 곤충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 곤충의 정체는 바로 꼽등이. 몸 길이 4~5로 습기 많은 동굴에 주로 사는 곤충이었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동굴서식 꼽등이 아파트 출현이상기후 탓 곤충 생태계도 이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습한 동굴에 사는 꼽등이가 인간 세상으로 진출한 데는 2010년 유독 길었던 장마때문입니다. 당시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생물연구과 김태우 박사는 꼽등이는 껍데기가 얇아 수분이 없으면 금방 말라 죽는 곤충이라며 잦은 비로 공기가 습해지자 주택가와 사람이 사는 곳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여름에는 올해처럼 비가 많이 왔습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106~8월 강수일수는 44.2일로 평년(36.8)보다 7.4일이 많았습니다.

 

잦은 비는 매미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평년 같으면 9월 초까지 극성스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8월 하순부터는 거의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잦은 비로 인한 생육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김 박사는 짧은 시기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3개나 북상했기 때문에 나무에 붙어 사는 매미의 생육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들어 매미가 자취를 감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4~5에 달하는 꼽등이는 처음엔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미친 귀뚜라미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차지했습니다. 최범규라는 청년은 꼽등이송을 만들어 인터넷방송서비스 아프리카TV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최씨는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렴을 제외한 가사는 모두 나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실제 자신이 반지하방에 거주하고 있으며 꼽등이가 그 방에 서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꼽등이는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곱등이 던전’ ‘곱등이 키우기라는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곱등이 던전은 화장실에서 번식하는 꼽등이를 잡는 게임으로, 일정확률로 연가시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꼽등이를 죽이면 몸에서 기다란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는 꼽등이의 이상 출몰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불러일으켰다면, 2020년엔 대벌레 대란수돗물 유충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은평구 봉산에 대벌레가 급격히 불어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죠. 곳곳에 수십 마리 가량 엉겨붙은 대벌레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인천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 등이 발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이상 고온 현상이 곤충의 개체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2010년엔 꼽등이, 2020년엔 대벌레와 깔따구 유충, 그 다음엔 뭘까요. 기후변화는 얼굴을 바꿔가며 인간과 생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산에서 캔 싸리버섯이 독버섯?야생버섯 주의보

야생버섯인 싸리버섯은 맛과 향이 좋아 국과 구이, 나물 등의 요리재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버섯을 먹고 설사,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싸리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독버섯인 붉은싸리버섯을 착각해 먹었기 때문이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잦은 비로 야생버섯이 늘어나면서 독버섯 중독사고도 주의해야 한다고 13일 밝혔다.

식용버섯과 비슷한 모습의 독버섯.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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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자생하는 버섯은 총 2100여종이다. 이 중 식용 또는 또는 약용으로 쓰이는 버섯은 500여종(23%)에 불과하다. 나머지 1600여종은 독성이 있거나 먹을 수 없는 버섯이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 말 괴산군 청천면의 낙영산 일대 야생버섯 발생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발견된 버섯 18종 중 11종이 독버섯이거나 독성 불명의 버섯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식용버섯과 생김새와 서식시 등이 비슷한 독버섯이다. 독버섯인 붉은싸리버섯은 식용버섯인 싸리버섯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하지만 붉은싸리버섯은 독버섯으로 이를 먹으면 설사, 복통,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식용버섯인 흰달걀버섯과 모양이 비슷한 흰알광대버섯은 맹독성으로 간부전증 등의 치명적인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독버섯 중독사고 90여건 중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독버섯은 종류마다 독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섭취 뒤 두통이나 구토, 메스꺼움이 느껴진다면 섭취한 버섯을 갖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알맞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북극권의 죽지 않는 좀비 화재지구 숨통을 조여온다

20126월 북극권인 미국 알래스카의 툰드라 지대에서 발생한 화재. 북극권에선 주로 벼락 때문에 불이 시작되지만, 최근 땅속에서 거의 1년간 잠복했다 재발화하는 좀비 화재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제공

 

알래스카 툰드라지대

벼락 없이 시작된 의문의 산불

 

20126, 항공기에서 바라본 미국 알래스카의 툰드라지대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수백m 상공까지 치솟은 연기는 연막탄을 터뜨린 듯 지표면 대부분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한다. 북극 근처의 초원인 툰드라는 기온이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간다. 식생 환경이 좋지 않아 주로 이끼가 살고, 큰불을 만들 거대한 나무도 없다. 무엇보다 북극권 산불 대부분은 벼락 때문에 시작되는데, 벼락 없이도 불이 나 크게 번지는 경우가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생기고 있다. 여러모로 이상한 일이다.

 

죽음 거부하는 좀비 화재

북극권의 정체불명 화재에 대한 실마리가 올해 들어 풀렸다. 단초는 한 장의 사진이다. 지난 5월 유럽의 과학연구기구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소속의 선임과학자인 마크 패링턴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위성이 포착한 시베리아 지면의 열 감지 사진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산불이 현재 없는 곳인데, 땅 아래에서 뜨거운 열원이 나타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의문을 해결할 계기는 간단한 기록 대조에서 나왔다. 지난해 남한 면적의 절반을 태우며 기록적으로 번졌던 시베리아 화재 지역과 올해 위성 사진에서 열을 내뿜는 것으로 표시된 지역이 일치했던 것이다.

 

우연일지 몰랐지만 비슷한 현상이 그 뒤 잇달아 확인됐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자유대 연구진이 2005년부터 기록된 미국 알래스카 산불을 분석했는데, 큰불이 일어난 이듬해 같은 자리에서 불이 또 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됐다. 미국 알래스카 화재과학 컨소시엄소속 과학자들도 2004, 2005, 2015년에 알래스카에서 큰 산불이 발생한 뒤 이듬해 봄에 산불이 자주 났다는 보고를 내놨다.

 

과학계에선 이 같은 연구를 토대로 좀비 화재(Zombie Fires)’라는 새 개념을 제시했다. 죽음을 거부하는 존재인 좀비를 빗댄 작명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불꽃이 사실은 땅속에 숨어 살아남았다가 다시 등장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스코틀랜드 땅속에서 파낸 토탄. 토탄에는 진흙과 식물이 오랜 세월 혼합돼 있어 다량의 유기물이 들어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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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탄 속에서 기생

불꽃의 일부는 진화된 후에도

땅속 토탄에 파고들어 잠복

봄철 토양 건조해지면 재발화

 

불꽃이 땅속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미국 지구물리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툰드라를 중심으로 한 북극권에 산불이 나면 지면에선 진화가 돼도 불꽃 일부는 땅 밑 수십부터 지층처럼 매장된 토탄(土炭·peat)’ 속으로 파고든다. 토탄은 죽은 식물이 줄기 같은 일부 모습을 유지한 채 진흙과 섞인 것인데, 석탄의 한 종류이다. 불꽃은 토탄을 연료 삼아 땅속에서 겨우내 숨을 죽이며 은신한다. 그러다 봄에 기온이 올라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면으로 머리를 내밀고 산불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좀비 화재는 산불 시작 시기를 앞당긴다. 북극 산불은 보통 5월부터 발생해 번개가 많이 치는 6월에 급격히 증가한다. 그런데 좀비 화재는 눈이 걷혀 땅이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봄, 4월이면 시작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좀비 화재가 생기면 토탄이 환경을 공격하는 악당으로 변한다. 불길과 본격적으로 접촉한 토탄은 내부에 포함된 유기물을 활활 태우며 땔감이 된다. 탄소를 대기로 토해내는 것인데, 북극권 산불 때 방출되는 탄소의 최대 90%가 토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과학계는 분석한다. 땅 위의 나무가 타면서 나오는 탄소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큰 나무가 없는 벌판인 툰드라에서의 화재가 오히려 탄소를 마구 내뿜는 것이다. 올해 북극 산불로 인해 방출된 이산화탄소량을 보면 이런 걱정이 현실화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CAMS에 따르면 올해 1~8월 북극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4Mt(메가톤)이다. 지난해 전체를 통틀어 181Mt이었던 배출량을 8개월 만에 30%나 초과했다.

 

영구동토층도 위험

토탄이 방출하는 탄소도 문제지만

그 아래 영구동토층 훼손되면

메탄 새어나와 산불 부채질

 

현재 북극에서는 지면을 바짝 말려 더 많은 좀비 화재를 불러들일 수 있는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과학계가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시베리아의 6월 기온은 1981~2010년 평균치보다 5도나 높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르다.

 

토탄층이 불타면 그 아래 영구동토층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1년 내내 꽁꽁 얼어 있는 영구동토층에는 메탄이 다량 저장돼 있는데, 메탄은 온난화 능력이 이산화탄소의 30배에 이르는 데다 가연성이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영구동토층의 메탄이 산불의 연소를 촉진하고, 열기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추가로 녹으면서 메탄이 더 나와 산불 발생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바보야, 기후위기는 경제학이야

기후위기의 원인, 결과, 해결 모두 경제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탄소 감축 제도가 현실화되었고, 유럽연합은 탄소 국경세를 본격 논의하고 있다. 한국도 기후위기 피해가 큰 나라에 속한다.

시사IN 조남진 811일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전남 구례읍 일대가 큰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구례시장에서 이불을 팔던 한 상인이 쉬고 있다.

 

기괴한 여름이었다. 시민들은 54일간 이어진 장마를 겪으며, 기후위기 시대를 감지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직 중인 홍종호 교수는 경제학자다. 일견 상반되어 보이는 경제환경분야는 어떻게 만나는 걸까. 경제학은 기후위기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423일 영국의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흥미로운 만평이 실렸다. 사각의 링에서 지구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열하게 권투 경기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엄청난 덩치의 선수가 링 안을 쳐다보는 그림이었다. 링 밖 선수의 이름은 기후변화’. 링 안 경기에는 예선전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경제 이슈를 다루는 전문지에서 기후변화를 이토록 부각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후변화가 지난 200여 년간 인류의 지상 과제였던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박사과정에 입학한 첫해이던 1989, 나는 기후변화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학제 간 세미나수업이었다. ‘온난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세계 각 지역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형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막 시작될 즈음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오늘날, 지구온난화는 더욱 일반화된 개념인 기후변화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기후 비상사태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로 이 문제가 심각해졌다.

 

기후변화란 현재의 기후 상황이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적 요인은 대기가 해양, 바다 얼음, 육지 등 지구를 구성하는 다른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면서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문제는 인위적인 요인이다. 인간의 경제활동에 따라 기후변화가 진행된다. 지난 수십 년간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이유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수많은 연구와 논쟁이 있었다. 이 문제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2014년 펴낸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진단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기후변화를 일으킨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 활동일 가능성이 95% 이상으로 거의 확실(extremely likely)’하다.” 대규모 벌목과 화석연료 소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가축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온실기체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일차적으로 기상학이나 생태학, 지질학처럼 과학계가 연구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경제학 역시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도구다. 기후변화의 시작과 끝이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원인, 결과, 해결 모두 경제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사람이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며 온실기체를 배출한다. 온실기체로 인한 기후변화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악화시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돈과 자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제학은 설명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이 2006년에 낸 기후변화 경제학에 관한 스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으로 가장 유명한 저작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과거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같은 지구적 재앙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지금 당장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돌이키지 못할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경제성장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안은 있다. 매년 전 세계가 생산하는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를 온실가스 줄이기에 사용하는 것이다. 1%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 인류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경제적 편익은 비용을 훨씬 웃돈다. 편익에서 비용을 뺀 순편익을 현시점에서 계산하면 25000억 달러에 이른다. 경쟁력이 약화되는 재화나 산업이 있을 수 있으나 지속적 기술혁신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국가와 기업에 제공될 것이다.

 

세 가지 정책 방안이 가능하다. 탄소 배출에 적정한 가격을 매길 것,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촉진하는 기술에 투자할 것, 소비자와 기업이 온실기체를 줄이는 행동을 할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할 것.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감축(mitigation), 혁신(innovation), 적응(adaptation)을 위해 노력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스턴 보고서가 출간된 지 10년이 넘어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졌겠지만 핵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경제활동이 기후변화를 불러왔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경제활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문제는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 평균기온에서 1.5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시간이 7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들려온다.

 

한국의 피해, 2060년 약 24조원 추정

지난 200여 년 동안 지구 기온은 1정도 상승했다.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IPCC가 작성한 지구온난화 1.5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최근보다 0.51.5오르면 농업 생산성이 50% 가까이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앙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옥수수와 쌀, 밀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감축 행위와 적응 행위. 전자는 온실기체를 줄이는 노력이고, 후자는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살아가는 노력이다. 경제학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종 정책의 도입을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를 들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이러한 정책들은 교과서에나 나왔다. 지금은 한국 등 여러 나라가 탄소 감축을 목표로 다양한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감축 정책에 소극적인 나라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탄소 국경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경쟁력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한국도 기후변화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피해가 큰 나라에 속한다. 솔로몬 시앙 버클리 대학 교수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간 태풍으로 인한 주요 국가별 누적 피해를 추정한 결과, 한국은 GDP 대비 피해 규모가 일본과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나라였다. 내가 국회 예산정책처 이미연 박사, 김광열 서울대 자연대 교수와 공동 수행한 기후변화 피해비용 연구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이 겪을 경제적 피해가 연간 최대 약 24조원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028월 태풍 루사 당시 피해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여름 물난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재난 훈련 등 적극적인 적응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보건·경제 위기와 폭염과 홍수로 드러난 기후위기라는 복합 위기를 경험한 해로 인류사에 기록될 것이다. 두 위기 모두 인간의 소비와 생산 활동이 자초했다는 냉엄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결의 실마리도 인간이 경제활동을 제어하고 전환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시사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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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또 온다. 대비하라" 코로나 전부터 전염병 우려했던 보건전문가들의 경고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세계보건기구(WHO) 총재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전염병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대비하지 못한 정치 리더십의 실패에서 온 것이라며 곧 닥칠 또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가이자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브룬틀란은 14(현지시간) 발표한 GPMB(The Global Preparedness Monitoring Board)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GPMB(The Global Preparedness Monitoring Board)WHO와 세계은행(The World Bank)이 세계 보건 위기상황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UN의 제안에 따라 20185월 설립한 기구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장기간 광범위하게 번진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브룬틀란과 엘하지 아스 시 전 국제적십자사연맹 사무총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GPMB는 지난해 펴낸 첫번째 보고서 위험에 처한 세계(The world at risk)’에서 새로운 호흡기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이었다.

 

세계 보건위기상황을 대비하는 WTO 자문기구 GPMB14(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19에 이어 또다른 팬데믹 가능성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GPMB가 두번째로 발표한 보고서 제목은 혼돈의 세계(The world at disorder)’. 브룬틀란은 1년 만에 세계가 위험상황에서 혼돈에 빠진 것은 정치리더십의 실패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브룬틀란은 지난 10여년동안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러차례 경고가 제기됐고, 대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리더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으로도 재정면에서도 팬데믹 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브룬틀란은 비판했다. 브룬틀란은 전염병은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더욱 번성한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보건전문가이자 환경활동가인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WTO 사무총장 사진출처 : 디엘더스(The E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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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틀란은 강력한 리더십과 연대, 전세계적 협력이 없다면 또다른 패데믹은 반드시 온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 긴급히 다섯가지 대책을 촉구했다. 책임감 있는 리더십과 시민들의 참여, 강력하고 기민한 보건시스템,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 거버넌스 등이다.

 

브란틀란은 미국이 WTO 탈퇴 의사를 밝히고 코로나19 백신 공유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행한 일이라고 평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을 부유한 나라들이 우선적으로 독점하게 되면, 팬데믹은 가난한 나라들을 더 파고들게 될 것이라며 취약계층에게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모든 나라가 최소 2% 백신 보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눈앞의 기후 위기 해답은 녹색 전환

전 세계 이상기온·폭우 '몸살'

자연 회복·온실가스 감축 시급

정부, 주거·건물 인프라 개선

친환경·저탄소도시 구현 박차

#올여름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 잇따른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쳤다. 물난리로 사망·실종이 50, 이재민도 8000명을 넘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폭우와 홍수로 난리를 겪었다.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올해 폭염으로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폭염 탓에 19년 만에 3단계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과도한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했고, 이상기후로 삶을 위협받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자연을 갉아먹은 책임이지만, 앞으로 더 큰 재앙이 벌어지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감염병 확산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을 겪자 기후변화를 막을 노력은 미룰 수 없는 닥친 과제가 됐다. 기후변화를 늦추려면 앞으로 친환경·저탄소 사회로 전환이 시급하다. 에너지를 덜 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이란

그린뉴딜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이다.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순배출 '0'인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 녹색 자연을 회복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산해 '녹색산업'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하동군 하동읍 두곡마을 일대. /연합뉴스

 

그린뉴딜은 2025년까지 734000억 원을 투자해 1229t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659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이다. 계획된 온실가스 감축은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0.1%.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린 뉴딜 세부계획으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 8개 추진과제를 잡았다.

 

공공부문의 투자로 경제·사회 구조 전환을 시작해 정부·지자체·시민사회·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탄소 중립 실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린뉴딜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린뉴딜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민 삶의 질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저탄소 건물·도시로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 가운데 주거·공간 변화는 시민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공간에 대한 사업은 우리가 사는 집과 일하는 직장 등 건물에서 낭비하는 에너지를 줄이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꼽자면 그린리모델링 제로에너지 건축 제로에너지 도시 등이다.

건물을 고쳐 에너지 낭비를 막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됐다. 국토교통부 빅데이터 조사 결과 지은 지 30년 차이 나는 아파트를 비교했을 때, 노후 아파트는 최신 아파트보다 1.76배 난방 사용량이 많았다. 2018년 기준 전국 모든 건물(7191900여 동) 가운데 30년 이상 된 건물(2666700여 동)37.1%.

 

그린리모델링은 낡은 건축물의 단열재를 보강하거나 벽 틈을 메우고, 창호 교체, 고효율 설비 설치 등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방법으로 기존보다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높일 수 있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에너지 사용량을 혁신적으로 낮춘 '제로에너지 건축'도 추진한다.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높여,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건물을 말한다. 흔히 '패시브 하우스'라고 부르는 집과 같은 개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시 검단지구에 1188가구 규모로 짓는 공동주택(아파트)이 한 사례다.

 

집과 건물을 넘어 도로 교통수단 공원 에너지 운영·관리 체계 등을 갖춘 '에너지 절약 녹색도시' 계획도 추진한다.

 

도시 전체가 석탄·가스 등에서 벗어나 햇빛·바람··지열 등 자연적 재보충 자원으로,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 갖추게 한다는 구상이다./경남도민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울산시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NS)’ 등재 추진

생태도시 울산국제공인 첫걸음

울산시가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lyway Network Site. 이하 FNS)’ 등재를 추진한다.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겠다는 행보로, 국내외 인지도 향상을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는 이달 중으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FNS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14일 밝혔다.

EAAFP2009FNS 개발 및 철새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37개 정부와 지자체 등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시가 선택한 등재 대상지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태화강과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 등 55.14에 달한다.

 

시는 FNS 등재를 위해 크게 4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대상지 내 물새가 2만 마리 이상 정기적으로 서식해야 한다. 시는 백로와 논병아리 등 물새가 21400마리 이상 다수 서식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정 개체 수가 세계 1% 이상 서식해야 하고, 특정 종이 5000마리 이상 중간 기착지 및 서식지로 활용하는 조건도 충족시킨다는 판단이다.

 

반면 멸종위기종 보유 부분은 다소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랑부리백로와 붉은어깨도요, 흰목물떼새 등이 서식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체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등재된 인천 송도 갯벌 및 남동유수지는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의 집단 서식지인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멸종위기종 보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재 대상 지역이 국내 유일의 도심 및 공단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16곳의 등재지는 대부분 바닷가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저수지 등이다. 이에 시는 산업수도에서 생태도시로 전환한 울산의 스토리를 활용해 등재 심사에 적극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등재 신청서 작성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문 신청서를 이미 작성한 뒤 영문 번역을 진행 중이다.

 

시는 또 FNS 등재 기관인 EAAFP의 더그 왓킨스 사무총장을 울산에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심 속 태화강에서 노니는 철새들의 장관을 보여주며 등재 당위성을 설명한다는 전략이다. 시는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결과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등재 여부는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울산이 FNS에 등재될 경우 생태도시 울산을 국내외에 홍보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등재 과정을 스토리텔링화해 태화강국가정원과 연계할 경우 생태관광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업수도로 오염됐던 울산의 환경이 회복돼 각종 물새가 돌아오고 있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등재 신청서를 준비하고 있다“FNS 등재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람사르 습지 등재까지 추진할 계획인데, 이번 등재는 생태도시 공인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동 아시아-호주 간 플라이 웨이 파트너십은 동 아시아-호주 간 플라이 웨이(EAAF)내의 파트너 네트워크이다. EAAFP는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철새들의 서식지와 생계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라이 웨이란 무엇인가?

철새들이 매년 횡단하는 길은 '유동로'라고 알려져 있다. 세계에는 9개의 주요 통로가 있다. 동 아시아오스트랄라시안 플라이 웨이(EAAF)는 러시아 극동과 알래스카에서 남쪽으로 뻗어 있으며 동 아시아와 동남 아시아를 거쳐 호주와 뉴질랜드로 뻗어 있으며 22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EAAF는 전 세계적으로 위협 받는 32종과 근 19종을 포함해 250여명의 서로 다른 인구의 5000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주하는 동안, 물벌레는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주기 위해 매우 생산적인 습지의 시스템에 의존하고, 그들의 여행의 다음 단계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이동 범위를 가로지르는 국제적인 협력은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철새들과 서식지들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www.eaaflyway.net/

시민공원 재정비촉진 3구역 특별건축구역부산 첫 지정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부산진구 범전동 촉진 3구역 골목에 걸려 있다.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이하 촉진 3구역·3600세대)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일률적인 건축 규제 대신 자연 지형을 살린 특화설계가 가능해졌다. 촉진 4구역(850세대)도 곧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 지형 살린 특화설계 가능

촉진 4구역도 22일 심의 예정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촉진 3구역에 대한 특별건축구역 지정 심의가 진행돼 통과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주 고시가 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재정비촉진사업을 통한 특별건축구역 지정은 부산에서 여기가 처음이다. 바로 옆 촉진 4구역도 지난달 20일 특별건축구역 심의 신청을 했고, 오는 22일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별건축구역은 건폐율, 건물 높이, 일조권 등 건축법, 주택법에서 정한 규제를 배제·완화하거나 통합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을 말한다. 자유로운 건축 설계로, 창의적인 복합단지나 지역 랜드마크 건설이 촉진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촉진 3구역 재개발주택정비사업조합 최금성 조합장은 서울의 경우를 보면 특별건축구역 협의 과정이 2~3년씩 걸릴 정도로 어려운데, 우리는 사전에 협의를 잘해서 단기간에 이뤄냈다는 의미가 크다지난주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고 이달 25일 경관심의, 이르면 다음 달 검축심의를 거쳐 내년 연말이나 2022년 초에 이주·철거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415일 부산시는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 구역 면적과 건폐율·용적률·높이 등에 대한 계획을 다시 고시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공개한 시민공원 재정비촉진지구 합의의 후속 절차다.

 

촉진 3·4구역에 대한 특별건축구역 지정이 마무리되면서 시민공원 주변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는다. 5월 경관심의를 통과한 촉진 2-1구역(1900세대)은 이르면 이번 주 부산진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부산시 손인상 도시정비과장은 촉진 1구역과 2-2구역은 조합이 아닌 시행자가 땅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거기에서도 인가와 땅 매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시민공원 주변 촉진지구 사업들이 다들 속도를 낸다고 말했다./김마선 기자 msk@busan.com

 

 

, 창문, 그물, 쓰레기에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현실

야생동물들은 그들의 삶을 처절하리만큼 힘을 내어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막연히 잘 살고 있겠지생각했던 야생동물들의 험난한 삶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다치고, 병들고,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가는 곳,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개소 10주년을 맞아 이곳을 거쳐 간 생명의 기록을 공개한다.

 

구조센터는 전시 소책자에서 야생동물은 계속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기 쉽다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문제는 오늘날 그 과정에서 인간이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소책자를 통해 엿본 전시 사진을 보면, 파헤쳐진 서식지 앞에서 오갈 곳을 잃은 수달과 인간이 놓은 덫에 죽어간 삵, 밭 그물에 발이 엉켜 매달린 새매와 유리창, 방음벽에 충돌해 추락한 오목눈이의 사연이 담겨있다.

 

구조센터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동물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박영석 구조센터장은 국내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동물의 모습이 주를 이뤄 마음이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서부 산불에 트럼프 "낙엽 안 치워서" vs. 바이든 "기후변화 문제"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3개주 산불로 30여명 사망, 수십명 실종...트럼프 "그냥 지켜보라"

 

미국 서부 3개주(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에서 발생한 산불로 14일 오후 현재 3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 상태다. 이 지역에서 지난 8월 말부터 1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19830제곱킬로미터(490만 에이커, 남한 면적의 5분의 1)가 불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은 이날까지 24명이 사망하고, 13354제곱킬로미터(330만 에이커)를 불태웠다. 또 산불로 하늘은 오렌지색이 됐으며, 재가 비처럼 내리는 마치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노골적인 무관심..."난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소방관과 긴급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전까지 이런 대형 재난에 대해 침묵해왔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주지사들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이런 무관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보였던 모습과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코로나19가 뉴욕, 뉴저지 등 민주당 지지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인공호흡기, 의료용 보호장구 등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주 정부가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었다.

 

트럼프가 서부 산불 이슈에 큰 관심을 표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주)라는 것 이외에 하나가 더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산불 화재 현장을 방문해 "캘리포니아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미국 전역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라면서 "미국 국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면서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세웠고, 지난해 이를 실천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위한 협약이다.

 

트럼프는 12일 서부 산불에 대해 기후변화가 아니라 "산림 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4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몇년 동안 마른 낙엽들이 땅에 깔려 있으면 화재의 연료가 된다"며 민주당 주지사들의 산림 관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산불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뉴섬 주지사 등이 "과학"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가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트럼프는 날씨가 점점 시원해지기 시작하니 "그냥 지켜보라"면서 "나는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트럼프에 대해 "기후 방화범"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델러웨어 자연사박물관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양이 아니라 리더십"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에서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재집권해서 기후 변화 대처를 방기할 경우 더 많은 지역이 산불과 홍수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은 서부의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적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이상 올라가고 강수량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지난 40년 동안 가을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도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무더위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더 확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홍기혜 특파원/프레시안

 

성난 기후, 한반도를 치다-2020 그 여름, 장마의 교훈

동아시아 몬순기후대의 영향권에 속한 한반도는 여름 장마를 겪는다. 우리나라 역대 최장기 장마는 2013년의 49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장마는 이 기록보다 3일이 긴 52(중부지방 장마는 624~814)이었다. 제주에서 가장 빨리 시작된 장마이자 가장 긴 장마를 경험했고(49), 남부지방 또한 장마에 이은 계절성 호우(소나기)가 이어졌다(48). 52일 장마의 전국 평균 누적 강우량은 780mm 이상으로 49일 장마를 기록했던 2013년의 406mm를 훌쩍 뛰어넘는다.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역대급 장마의 한반도 습격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피해 현황(89일 기준)에 따르면, 624~89일까지 사망자는 38, 실종자가 12명에 이른다. 7800명의 장기 이재민이 발생했고 일시 대피자 수는 1만여 명에 육박한다. 1548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지난 87일에는 기상관측 역사상 최초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심각' 단계의 산사태 위기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올여름 장마로 인한 경제피해 규모는 1조 원(<현안과 과제>, 현대경제연구원, 2020.8.13.)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국적으로 장마 피해로 인한 특별재난지역(피해복구 소요 지방비 50% 이상 국고 보조)은 경기 안성시,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제천시·음성군, 충남 천안시·아산시 등 1차 지정지 7개 지자체와 전북 남원시, 전남 나주시·구례군·곡성군·담양군·화순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경남 하동군·합천군 등 11개 지자체를 합쳐 총 18개소나 된다.

 

역대급 장마와 역대급 피해에 분개한 언론과 시민들은 장마 예보와 적절한 예방대책 부재로 인한 '인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올해 장마가 '인재'인 이유는 장마로 인한 수해 대책의 차원에서만 찾을 것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가 변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몬순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대형 수재를 입었다. 중국은 두 달 장마를 겪으며 5500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한반도 면적의 반에 달하는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엄청난 강우로 인해 세계 최대 담수량을 가진 삼협댐이 붕괴 위기까지 몰렸다는 소식이 들어올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 또한 규슈에서도 10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140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러스트 김소희

 

제트기류가 어쨌다고?

동북아시아 3국의 수해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제트기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동북아시아 3국에 영향을 미치는 제트기류는 북위 30~50도 지역 상공의 9~12km 사이를 시속 100~500km의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가는 공기의 흐름이다. 이 흐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는 지구의 자전의 영향 아래, 남쪽에서 고위도로 올라오는 따듯한 공기층과 북극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차가운 공기층이 만나 만들어진다. 문제는 작년과 올 초 시베리아 숲 지대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영구동토층과 극권의 빙설이 줄줄이 녹아내릴 정도로 북극권이 온난화됐다는 사실이다. 북극 기온이 낮아야 제트기류가 쌩쌩 돌아가면서 역할을 하는데 북극 기온이 높으니 제트기류가 약화돼 밑으로 쳐지면서 느슨해진 것이다. 온난화를 겪고 있다지만 남쪽 적도 해상에서 만들어져 북상하는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대와는 완전히 다른, 차가운 북극발 대륙성 고기압이 예년과 달리 한반도 중북부에서 만나 오래도록 힘겨루기를 한 결과가 올여름 장마인 것이다.

 

결국 북극 온난화가 한반도 최악의 장마를 부른 원인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곳곳의 산불은 북극권 이상고온으로 인한 것이었다. 기온이 상승하자 동토층의 눈과 빙하가 녹고 햇빛을 반사하던 백색 눈과 얼음이 녹아 드러난 지표는 더 많은 열을 품고 건조해져 침염수림대의 자연발화(산불)가 잦게 되고 그 영향으로 다시 기온이 더 오르는 알베도(반사율) 하락의 연쇄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러한 북극권 온난화는 결국 한반도 최악의 장마로 이어졌다.

 

최악 장마 부른 남·북극권 온난화

한반도 최악 장마라는 지역적 이상기후 현상이 북극권의 온난화 때문이고 북극권 온난화를 가속시킨 것이 북극권 빙설의 해빙이었다면, 북극의 해빙은 왜 발생했을까? 지구와 한반도의 기후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 7월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지구적 기후변화를 조망하면서 한반도 지역의 기후변화의 양상을 정리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방대한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21세기 말로 갈수록 지구 전역의 기후변화는 심각해질 것이며 지구 평균보다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한반도의 이상기후 현상은 더욱 잦아지고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1992~2017년간 남극 빙산 질량 변동. 이 기간 동안 약 3조 톤의 얼음이 남극에서 소실되었다.(IMBLE, 2018) 출처 :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89.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환경부가 '기후변화의 영향 및 적응', 기상청이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분담 연구하여 작성했다. 보고서는 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위해서 새로운 미래 시나리오(경로)를 적용했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IPCC 5차 보고서에 사용된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를 중심으로 구성한 대표농도경로(RCP)에 사회경제 지표값을 포함시킨 것인데 공통사회경제경로(SSP)라고 불린다. SSP2021~2022년 사이 발간 예정인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의체(IPCC)>6차 보고서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대표농도경로(RCP)를 사용한 이전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추가로 공통사회경제경로 2(SSP 2.68.5)의 시나리오를 사용해 작성됐다. 사회 구조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정책까지 포함된 시나리오를 사용해 더 사실적인 미래 기후변화 전망이 나온 것이다. 21세기 한반도 기후변화의 핵심은 '폭염과 홍수의 증강'으로 전망된다. 극한기후에 휘둘리는 21세기가 한반도의 미래인 것이다.

 

21세기 말 지구 기후변화 전망

 

21세기 말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 대비 약 1.9~5.2상승한다. 이것은 5차 보고서에서 사용된 시나리오 RCP 2.6(낮은 수준의 기후변화경로)RCP 8.5(현재 추세의 탄소배출이 이어지는 높은 수준의 기후변화경로)의 평균값인 1.3~3.7사이의 상승 폭보다 높다. 기후 예측 시나리오가 정교해질수록 미래 기후변화의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구 연평균 강수량은 현재보다 약 5~10% 증가한다. 특히 기온 상승폭이 가장 큰 극지방과 강수량이 가장 많은 적도에서 강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한다. 동아시아 몬순지대는 5~9월 사이에 강수량이 최대 20% 증가한다.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현재보다 약 1.4~3.7상승하고 지구 평균 해수면은 현재보다 약 52~91cm 높아진다. 해수면 상승은 극지방 바다 빙하의 해빙에 큰 영향을 받는데, 특히 북극에서는 21세기 중반 이후엔 여름철에는 바다 빙하가 거의 사라진다.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이 계속되는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1세기 말 여름에는 남극 바다 빙하도 사라질 것이다.

 

육지지역에서 온난일은 향후 10년마다 약 15일씩 증가하고 한랭일은 10년마다 약 4일씩 줄어든다(SSP5-8.5).

 

강수일과 무강수일은 크게 늘거나 줄진 않지만, 이상기후 현상인 극한 강수는 더 잦아지고 강도는 점점 증가한다.

 

연간 35Gt씩 탄소배출이 되는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1세기 중반 이전에 북극의 9월 바다 빙하는 사라질 것이다.

일러스트 김소희

 

지구 평균보다 위험한 한반도 기후변화

 

한반도의 평균온도는 지난 100년간 1.8상승했다. 이는 지난 130년간 0.85상승한 지구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RCP8.5). 실제로 한반도의 대표적 온실기체인 탄소와 메탄의 2008~2018년 사이 측정기록을 보면 대기중 농도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미래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21세기 말 RCP 4.5에서는 2이상, RCP 8.5에서는 4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21세기 말 폭염의 강도와 빈도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1979~2005년 대비 미래 2075~2099년에는 폭염 발생 빈도 지수는 약 52.5일 증가하고, 폭염 지속 기간 지수는 약 44.5일 증가하며, 폭염의 강도 지수는 약 2.2증가할 것이다(RCP 4.5) 현재까지 역대 최악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보다 심각한 폭염이 21세기 말에는 여름의 '평균'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섭씨 33도가 넘는 폭염 일수가 2018년보다 많아질 것이다. 폭염 일수는 현재의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전반적인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이다.

 

강수량은 21세기 말 RCP 4.58.5에서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 이전에 강수량의 변동성이 커져 가뭄과 호우 같은 극한 강수 현상이 잦아질 것이다. 특히 여름 홍수, ·가을 가뭄이 일상적으로 증강될 것이다.

 

동해 난류가 고위도로 북상해 바다 표층 수온이 상승할 것이다. 황해 생태계에 중요한 황해 저층 냉수도 2100년까지 서서히 증가할 것이다.

 

해수면은 2100년까지 RCP 2.6에서 37.8cm, RCP 4.5에서는 48.1cm, RCP 6.0에서는 47.7cm, 그리고 RCP 8.5에서는 65.0cm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추세대로 온실기체 배출이 계속되면 2100년 한반도 연안 해수면이 1m 상승해 한반도 면적의 1.2%(여의도 300)가 침수될 것이다.

 

현 추세대로 탄소배출 지속 시, 벚꽃 개화 시기는 2090년에 11일 빨라지고 소나무숲은 15% 감소한다(2080년경). 또한, 2070년 이후 벼 수확량은 25% 이상 줄게 되며 제주에서 감귤이 사라지고 중부지역이 감귤 재배지가 된다.

 

기후변화를 완화할 대책은 없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기후변화 핫스팟(지구 평균 2)이고 총에너지의 85%를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로 공급하는 세계 탄소배출 7위 국가이다. IPCC<1.5특별보고서>(2018)에 따르면, 지구 전체적으로 1.5이내로 21세기 기후변화를 막아야 기후파국을 피할 수 있고, 그러자면 2050년에 세계 전체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 상태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도 석탄발전을 유지할 계획이고 205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탄소 감축 목표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타파를 위해 발표된 '그린뉴딜' 정책에서도 기존의 2030년 목표(2017년 대비 24.4% 감축)만 재확인했을 뿐 추가적인 장기 감축 목표는 없었다.

석탄화력발전 수출을 지원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녹색기후기금 이행기구 승인 신청을 냈지만, 승인이 보류된 적이 있다. 환경운동연합

 

2020 그 여름, 장마의 교훈

21세기 내내 이어질 기후위기의 긴 그림자를 길고 길었던 2020 여름 장마로 맛봤다. 지금처럼 우리 국가사회가 당장의 전염병 유행으로 인한 경제위기 해결에만 목매고 있으면 금세기 내내 기후변화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 지적된 한반도 기후변화의 실태는 2014년에 나온 같은 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것들이다. 다만 그사이 더 심각해졌을 뿐이다. 기후변화 연구를 해도 정작 기후변화를 완화할 실질적인 국가사회적 정책 전환이 더디면 한반도 기후파국은 피할 수 없다. 무늬뿐인 '그린뉴딜' 정책부터 '그리닝'시켜야 한다. 핵발전과 석탄산업 투자를 계속하는 금융을 규제하고, 재생에너지 외피를 쓰고 실제로는 재생에너지의 성과를 좀먹게 될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같은 허무맹랑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길항하는 모든 정책적 충돌부터 지양하는 기후변화 완화정책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2020 긴 여름 장마의 교훈이다.

일러스트 김소희

박현철 <함께 사는 길> 편집주간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

편집자 주 : 2020년에는 6월 말부터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력한 3개의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의 원인으로 심각한 기후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재난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진 만큼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 3명의 기고문을 연속으로 싣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태풍 전문가인 문일주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가 보내온 글입니다.]

마이삭 하루 1,000mm , 바비 때는 초속 66m 강풍

올해 827일 태풍 바비’, 93일과 7일 태풍 마이삭하이선이 연속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태풍은 한반도에 도달했을 때 기록적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많은 지역에 피해를 남겼습니다.

 

태풍 마이삭 시기에는 한라산 남벽에서 하루에 1,000mm(1)의 강수가 기록되었고, 태풍 바비 때에는 가거도에서 초속 66m의 순간풍속이 기록됐습니다. 이것은 2002년 태풍 루사 시기 강릉의 870mm의 일강수량과 2003년 태풍 매미 시기 고산의 초속 60m 최대순간풍속을 모두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입니다.

 

올해뿐 아니라 작년에도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 중에 3개는 9월에 한반도를 내습했습니다. 이것도 지난 58년 기록을 깨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를수록 태풍은 강해진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함에 따라,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더 잦아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특성 변화에 대한 주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이미 관련된 많은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미국 MIT의 저명한 과학자 엠마뉴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는 경향과 유사하게 태풍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엘스너 교수도 전 지구적으로 최강 태풍(상위 1% 이내의 가장 강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것의 원인은 해양의 수온 상승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GFDL 연구실의 넛슨 박사는 수치모델을 이용해 미래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수온이 상승하면 강한 태풍의 수가 더 많아질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왜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많은 이론이 해수면 온도와 태풍 강도와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엠마뉴엘 교수의 열기관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풍은 따뜻한 해수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와의 온도 차로 움직이는 일종의 열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즉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하고 이것이 상공의 찬 공기와 만나 응결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태풍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는 더 따뜻할수록, 상층 대기의 온도는 더 낮을수록 태풍은 더 강하게 발달합니다.

2003년 태풍 '매미'의 진로, 위성영상 및 피해 사진2003년 태풍 '매미'의 진로, 위성영상 및 피해 사진

 

실제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2003년 매미(위 그림 1 참고)2002년 루사를 한반도 근해에서 미래 2~4도 높아진 수온에서 태풍을 모의해 본 결과, 두 태풍의 중심기압은 18hPa13hPa 감소하고, 풍속은 10m/s6m/s 각각 증가하였으며(아래 그림 2 참고), 이로 인해 폭풍 해일은 최대 68cm까지 더 증가했습니다.이러한 연구결과는 수온이 상승할수록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까지 도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큰 해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타이완 앞바다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던 태풍이, 미래에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2100년 태풍 매미()의 강도 비교. 한반도 상륙 시기에 2100년 매미는 높아진 수온으로 중심기압은 18hPa 감소하고, 최대풍속은 10m/s 증가함

 

높은 수온 이외에 태풍의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의 상층과 하층의 바람 차이입니다. 윈드시어(wind shear)라고 하는 이러한 상하층의 바람 차이는 그 값이 커질수록 태풍이 똑바로 서서 회전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태풍은 회전하는 팽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팽이가 기울면 오래 돌지 못하듯이 상하층의 큰바람 차이는 태풍을 기울게 하여 약화시킵니다. 우리나라 상공에는 태풍보다 더 센 바람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일명 '제트기류'라고 하는 이 바람은 대기의 상하층 바람 차이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태풍이 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태풍은 기울면서 상공의 건조한 공기가 중심으로 유입되어 급격히 약화됩니다. 제트기류가 태풍의 천적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태풍 '천적'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

그동안 열대 해역에 출현하는 강한 태풍들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했던 이유는 태풍의 길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과 더불어 이러한 제트기류의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강한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북극의 온난화 때문입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북극의 온난화는 바로 제트기류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지난 36년간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반도 근해에서 제트기류의 약화는 매우 뚜렷이 관측되고 있고.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서 해수 온도도 아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3).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점점 강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36년간 북서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와 윈드시어(아래)의 변화율. 수온은 한반도 근해에서 0.4~0.7상승하였고 윈드시어(제트기류)3~5m/s 감소하였음

 

수온, 태풍 더 많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오해'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일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하는 북서 태평양에서 수온과 태풍 발생수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둘은 관련성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수온이 상승한 시기에 태풍은 반대로 적게 발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해수면 온도가 태풍의 발생에 필요한 최소 온도(26~27)를 만족하느냐가 중요하며 수온이 높아진다고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수치모델을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들에서도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는 크게 상승하지만, 도리어 태풍의 개수는 줄어드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열대해역에서 상층 대기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대기가 안정화되어 태풍 발생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또는 올가을에 수온이 높아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리라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태풍의 발생은 수온보다는 그 지역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얼마나 활발하고, 태풍의 씨앗이 되는 회전 성분(몬순 기압골, 공기 수렴, 파의 전파 등)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한반도로 오는 태풍은 많아지나?

그렇다면 최근에 왜 이렇게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 특히 가을철에, 태풍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을 지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가을철이 되면 동쪽으로 물러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은 이동 경로가 일본이나 일본 동쪽 해상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가을철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가지 않고 버티면서 자주 태풍의 길이 한반도로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을철(9)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비교. 전반기는 1981~1997, 후반기는 1998~2019, 2020년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통과 기간 평균임

 

특히 올해는 북서 태평양에서 태풍이 기록적으로 적게 발생하고 있지만(현재까지 10, 평균은 18), 지금까지 평균(3)보다 많은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풍의 이동 경로도 매우 이례적으로 거의 북진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뿐 아니라 북쪽까지도 크게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림4 녹색 선). 작년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크게 확장하여(그림4 검정 선), 기록적으로 많은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와 최근 20년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이 최근에 더 확장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위 그림4 빨강과 파랑 선 비교).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더 장기적인 현상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앞으로도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계속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태풍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아직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을 딴 곳으로 보내거나 약화하는 기술은 없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인간이 태풍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태풍을 잘 예측하여 대비하는 방법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에 접근하는 허리케인에 대해 허리케인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여 관측하고, 관측한 자료를 수백 명의 연구진과 현업관계자가 활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풍 예측 및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과 연구개발(R&D)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더 강해지는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태풍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상청은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과거에 경험한 태풍을 기준으로 대비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진을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대비해왔던 일본도 미래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과소평가하여(규모 8까지 준비했으나 규모 9의 지진이 발생)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에 준비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과 같은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약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문일주 |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 / KBS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초록發光] 기후위기 대응, 지금이 마지막 기회

 

오늘도 거리 어디에선가 거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반정부 시위의 대표주자인 탄소테러집단의 기습 석탄 연소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2020년 이후 각종 감염병으로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검은 연기가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화석연료 사용제한 덕분에 유난히 파래진 하늘에 검은 연기는 인상적인 궤적을 남기며 흩어져갔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시작된 지 3년째,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비웃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저급 석탄 연소 테러는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온실가스 관리의 총책임 부처인 기후에너지부의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비록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감축 규제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에게 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시위대의 석탄연소가 얼마 안 되는 국가 할당량을 갉아먹는다는 분노를 함께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것은 2030년 대한민국이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못한데서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원래 약속했던 배출총량은 53600만 톤이었지만 2030년에 실제로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그보다 1억 톤 이상을 초과해버리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니, 이미 그 이전에 2030년의 약속 기준마저 3~4의 온도변화를 가져와 기후위험을 악화시킨다는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커지면서 세계적인 온도변화 기준은 1.5상승 이내로 강화된 바 있었음에도 한국은 경각심을 갖지도,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할당량 대폭 감축이라는 반강제적인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수출중심의 국가가 전 세계의 합의된 응징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진작부터 유럽은 그린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탄소국경세를 강화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상품의 수입을 막았다. 미국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의 분기점을 넘어가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낸다는 비난은 면하게 되었고 오히려 다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 대한 통상외교 압박의 선봉에 나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역시 재생에너지 가격 대폭 하락과 송배전망 가격 상승으로 분산형 에너지 그리드를 급속하게 확대한 반면, 안일한 인식으로 준비가 미흡했던 대한민국은 홀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의 경직적인 전력 관련 규제로 RE100 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더 비싼 재생에너지를 쓰며 생산단가를 올리는 것에 난색을 표했고 국내 투자를 점차 줄여나갔다. 또한 각종 규제와 국민의 외면 속에 태양광과 풍력 보급이 늦어지며 202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5000만 톤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건물과 수송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도 지나치게 늦었고, 에너지 효율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업이 활성화된 것조차도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2027년 이후의 일이었다.

 

국민은 2031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이렇게까지 큰 불편과 고통으로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와 약속한 2030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기준을 지키지 못 했습니다라는 사과와 함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은 53600만 톤에서 35000만 톤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조차도 1.5이내의 온도상승을 보장하지 못하는 수치여서 추가 삭감의 가능성도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직접적인 파고를 맞은 기업들은 도저히 더 이상의 감축은 감당할 수 없다며 차라리 한국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위협으로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를 이기지 못한 정부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감축의무를 전가하였다. 그 결과 개인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할당제가 시행되었고 각자가 배출할 수 있는 연간 온실가스 허용가능 총량이 국민 개인에게 할당되었다. 개인이 에너지나 탄소배출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각자가 소유한 계정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량이 차감되기 시작했다. 이미 기후위기가 심화한 데다, 국내 배출허용 한도가 워낙 적은 터라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살 수도 없었고, 다만 특수상황에 처한 소수에 대한 추가 배당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당장 청년들의 시위가 거셌다. 젊은 시절 화석연료를 물 쓰듯 했던 노인들에 대한 분노가 그것이었다. 태어나자마자 감염병 관리규칙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누려보지도 못했던 이들은 이미 태생적 울분을 갖고 있었던 데다, 미리 피할 수 있었던 과거의 수많은 탄소 감축 기회들을 이기심과 무지로 날린 노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이 과거에 낭비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청년과 노인의 동등한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노인의 배출 할당분을 약탈하고자 했다.

 

노인들 역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고질적인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은 크게 감소했고, 주거공간으로 부적절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후문제는 갈수록 심해져 여름과 겨울에는 도저히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무더위쉼터나 태풍피난처가 있기는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감염병 위기 때문에 어떤 시설도 일정 인원 이상은 수용할 수 없어 많은 노인들이 빈 쉼터나 피난처를 찾아 떠돌다 길에서 열 탈진으로 죽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차피 코로나19 이후 장례식도 치르지 않는 문화가 주류가 되어 가족들도 이들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

 

부자들이라고 대한민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총량에 민감한 전 세계 각국은 이민 제한 조치를 강화했고, 해외 석탄발전 투자 주요국이자 기후악당국가인 대한민국을 반기는 나라들도 별로 없었다.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도 이민 거부 사유가 되었다. 그나마 탄소 배급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탄소 에너지 자체 생산이 필수인데다, 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 사용 시에는 망이용료와 지역별 송배전망 통과료가 너무 비싼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지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의 땅값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각자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지열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이 이어지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감염병 관리 규칙 강화로 밀집 금지 조치가 일상화되다 보니 지역으로의 이주가 쉬워지기도 했다는 것이 그나마 온실가스 배출허용량 할당제 실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두 돈 많은 이들에 국한되었을 뿐이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사람이 없어도 생산은 이어졌고, 수출이 잘된다면 내수 경제를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로봇세와 기본소득 논의가 한때 활성화되었지만, 이어지는 감염병 상황 속에서 연대는 소멸한 지 오래,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져 시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재해재난의 심화로 각종 인프라 보강과 국민보건 유지에 많은 예산이 필요해졌고, 노인층 증가로 부담은 커진 반면 세금을 걷기는 어려웠다. 한국이 이미 과거에 초과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해외 추가 탄소 구매에도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 세금은 점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청년들의 취업 의지도 크게 꺾였다. 이들 중 일부는 정부의 실업급여나 기본수당으로 최소한의 공간과 영양분으로 연명하며 싼 값의 불법 가상세계로 도피했다. 첨단기술 중심으로 기업지원이 이어졌던 대한민국에서 가상세계는 이미 현실 세계 이상으로 구현 수준은 정교해졌고 퀘스트 포상도 현실화되었다. 현실세계에서 갖지 못했던 것들을 가상세계에서 몇 번의 리셋으로 얻다 보니 중독성이 심각해 과다한 가상세계 구현은 불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 사이에서 가장 저렴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상세계에 머무르는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으니 국가도 암묵적으로 이를 눈감아주었다.

 

어쩌면 가상세계로 도피한 이들이 현명했는지도 모른다. 바다는 플라스틱과 화합물 과다 유입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이미 자연산 해산물과 어패류 식용은 불법이 되었고, 토양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노지의 농작물 생산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기를 섭취할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도 뭉텅뭉텅 줄어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에게 식사란 표준화된 합성 영양물뿐이었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면서 천연 제품 용기와 옷, 가구와 공산품 가격조차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들의 분노는 2020년을 향해 있었다. 그 해의 기나긴 장마가 위기의 신호였음을,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산불이 머지않은 미래의 시현이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때가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면, 그 때 움직였더라면.

김성욱 경기도에너지센터 수석연구원 프레시안

 

 

고리원전, 태풍에 속수무책외부전력 장시간 상실 땐 방사능 유출위험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앞 바다에 큰 파도가 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이달 들어 연달아 태풍 마이삭하이선이 통과하면서 부산 고리원전(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과 경주 월성원전(월성 2·3호기), 울산 새울원전(신고리 3호기) 등 무려 원전 9기가 영향을 받았다. 이중 부산의 고리 1·2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외부 전력이 끊졌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고리 3·4호기도 외부전력이 차단돼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리원전에서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상태고 고리 2호기가 정비 중이었지만, 정상 가동됐던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4(발전용량 3900)가 한꺼번에 멈춰서 전력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태풍으로 부산에서 적어도 원전 4기가 외부전력이 손실됐다는 점이다. 외부전력 차단이 핵연료봉이 손상돼 녹아내리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중대사고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사안이 심각하다.

비상전원도 끊기면 대형 참사

부실한 송배전 설비 개보수 필요

 

외부전력 상실은 중대사고 시발점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얻은 열로 전기를 생산해 외부로 보내기도 하지만, 역으로 외부에서도 전기를 공급받아 가동되는 구조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외부전력이 차단됐을 때 이른바 소외전원상실(LOOP·Loss of Offsite Power)’이 발생하면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고 비상디젤발전기 또는 대체교류전원 등 비상전원으로 원전에 전기를 공급한다. 원자로가 정지해도 핵연료 내 방사성 물질들이 붕괴하면서 잔열이 발생하는데, 비상전원으로 이 잔열을 냉각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외부전력이 끊어진 원전들이 모두 가동 중이었고, 1기라도 모든 비상전원의 기동이 실패한다면 소내정전사고(SBO·Station Blackout)’로 이어진다. 소내정전사고가 장시간 지속된다면 원자로 잔열 제거에 실패해 최악의 경우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까지 벌어진다. 다시말하면 소외전원상실이 중대사고의 시발점이며, 소외전원상실 빈도나 기간이 증가할 수록 노심손상빈도(CDF·Core Damage Frequency)’ 역시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당시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저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고 외부전력을 상실해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까지는 성공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진 뒤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면서 지하에 있던 비상전원과 보조냉각계통 해수펌프, 연료 탱크 등이 유실돼 소내정전 사태가 빚어진다. 결국 원자로의 냉각능력이 완전히 상실돼 3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수소폭발 143호기 수소폭발 152·4호기의 수소폭발 및 사용후핵연료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해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됐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핵산업계는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여부만 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사고로도 취급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수호기 소외전원상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히 이번에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악몽의 고리 1호기 정전사고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강도 높은 지진에 쓰나미까지 발생했던 가혹한 환경이었기에 중대사고라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후쿠시마 발전소의 유형인 비등경수로(BWR)’와 달리 한국에서는 가압경수로(PWR)’를 사용 중이고, 비상디젤발전기 대체교류전원 이동형발전차 등의 비상전원을 준비해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1229일 발생한 고리 1호기 정전사고를 고리원전 간부들이 은폐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부산일보> 보도. 자연재해도 아닌 사람의 실수로 발전소가 완전 정전이 돼 큰 파장이 일었다. 부산일보DB

 

하지만 불과 10년이 채 되기 전인 201229. 부산 고리 1호기에서는 자연 재해도 아닌 사람의 실수로 외부전력이 상실되고 비상디젤발전기 기동까지 실패해 발전소가 완전 정전이 되는 사태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 당시 고리 1호기에서는 보호계전기 시험 중 직원의 오작동으로 외부전력이 끊어졌다. 이어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돼야 하지만, 2대 중 1대는 수리 중이었고, 나머지 1대는 기동에 실패했다. 한수원이 불과 한 달 전에 점검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다던 비상디젤발전기였다.

 

천만다행으로 한수원 측은 발전소 완전 정전 뒤인 12분 만에 수동으로 외부 전력을 연결해 원자로 냉각기능을 회복했다. 만약 완전 정전 상태로 며칠이 지난다면 원자로의 엄청난 열을 식히지 못해 핵연료봉이 녹아내릴 수도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고리원전 간부들은 사고가 수습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 현지 주재관이 사고를 알지 못하도록 원전일지에도 고리 1호기가 정상 가동됐다고 허위로 기록하하는 등 사고를 덮었다는 것이다.

 

노후원전 폐쇄로 위험 줄여야

반핵단체들은 이번 사태로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원전 다수호기 밀집지인 부산·울산의 안전도 태풍에 날아가버렸다고 주장한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면 부산·울산에 모두 9기의 원전이 가동돼 원전 다수호기 고장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10월 언론에 공개된 한국전력 연구용역서를 보면 고리원전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수만 ‘24924000억 원에 이른다. 반면 일본 후쿠시마 주변 피해액은 2016년 기준 205조 원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반경 30내 인구는 14만 명에 불과했지만, 고리원전 주변에는 350만 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보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박종운 교수는 후쿠시마 후속 조치로 원전에 대한 안전성을 보강했지만, 외부전원 등 송배전 설비는 자연재해에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난이 올 수도 있지만 원전업계는 타성에 젖어 안전하다고만 되풀이하는 게 안타깝다. 그러다가 정말 큰 사고 나는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잇따른 태풍이 통과하면서 원전 다수호기가 밀집한 부산·울산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노후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초록發光] 기후위기 대응, 지금이 마지막 기회

 

오늘도 거리 어디에선가 거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반정부 시위의 대표주자인 탄소테러집단의 기습 석탄 연소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2020년 이후 각종 감염병으로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검은 연기가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화석연료 사용제한 덕분에 유난히 파래진 하늘에 검은 연기는 인상적인 궤적을 남기며 흩어져갔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시작된 지 3년째,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비웃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저급 석탄 연소 테러는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온실가스 관리의 총책임 부처인 기후에너지부의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비록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감축 규제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에게 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시위대의 석탄연소가 얼마 안 되는 국가 할당량을 갉아먹는다는 분노를 함께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것은 2030년 대한민국이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못한데서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원래 약속했던 배출총량은 53600만 톤이었지만 2030년에 실제로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그보다 1억 톤 이상을 초과해버리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니, 이미 그 이전에 2030년의 약속 기준마저 3~4의 온도변화를 가져와 기후위험을 악화시킨다는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커지면서 세계적인 온도변화 기준은 1.5상승 이내로 강화된 바 있었음에도 한국은 경각심을 갖지도,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할당량 대폭 감축이라는 반강제적인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수출중심의 국가가 전 세계의 합의된 응징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진작부터 유럽은 그린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탄소국경세를 강화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상품의 수입을 막았다. 미국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의 분기점을 넘어가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낸다는 비난은 면하게 되었고 오히려 다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 대한 통상외교 압박의 선봉에 나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역시 재생에너지 가격 대폭 하락과 송배전망 가격 상승으로 분산형 에너지 그리드를 급속하게 확대한 반면, 안일한 인식으로 준비가 미흡했던 대한민국은 홀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의 경직적인 전력 관련 규제로 RE100 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더 비싼 재생에너지를 쓰며 생산단가를 올리는 것에 난색을 표했고 국내 투자를 점차 줄여나갔다. 또한 각종 규제와 국민의 외면 속에 태양광과 풍력 보급이 늦어지며 202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5000만 톤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건물과 수송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도 지나치게 늦었고, 에너지 효율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업이 활성화된 것조차도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2027년 이후의 일이었다.

국민은 2031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이렇게까지 큰 불편과 고통으로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와 약속한 2030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기준을 지키지 못 했습니다라는 사과와 함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은 53600만 톤에서 35000만 톤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조차도 1.5이내의 온도상승을 보장하지 못하는 수치여서 추가 삭감의 가능성도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직접적인 파고를 맞은 기업들은 도저히 더 이상의 감축은 감당할 수 없다며 차라리 한국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위협으로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를 이기지 못한 정부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감축의무를 전가하였다. 그 결과 개인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할당제가 시행되었고 각자가 배출할 수 있는 연간 온실가스 허용가능 총량이 국민 개인에게 할당되었다. 개인이 에너지나 탄소배출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각자가 소유한 계정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량이 차감되기 시작했다. 이미 기후위기가 심화한 데다, 국내 배출허용 한도가 워낙 적은 터라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살 수도 없었고, 다만 특수상황에 처한 소수에 대한 추가 배당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당장 청년들의 시위가 거셌다. 젊은 시절 화석연료를 물 쓰듯 했던 노인들에 대한 분노가 그것이었다. 태어나자마자 감염병 관리규칙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누려보지도 못했던 이들은 이미 태생적 울분을 갖고 있었던 데다, 미리 피할 수 있었던 과거의 수많은 탄소 감축 기회들을 이기심과 무지로 날린 노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이 과거에 낭비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청년과 노인의 동등한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노인의 배출 할당분을 약탈하고자 했다.

 

노인들 역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고질적인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은 크게 감소했고, 주거공간으로 부적절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후문제는 갈수록 심해져 여름과 겨울에는 도저히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무더위쉼터나 태풍피난처가 있기는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감염병 위기 때문에 어떤 시설도 일정 인원 이상은 수용할 수 없어 많은 노인들이 빈 쉼터나 피난처를 찾아 떠돌다 길에서 열 탈진으로 죽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차피 코로나19 이후 장례식도 치르지 않는 문화가 주류가 되어 가족들도 이들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

 

부자들이라고 대한민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총량에 민감한 전 세계 각국은 이민 제한 조치를 강화했고, 해외 석탄발전 투자 주요국이자 기후악당국가인 대한민국을 반기는 나라들도 별로 없었다.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도 이민 거부 사유가 되었다. 그나마 탄소 배급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탄소 에너지 자체 생산이 필수인데다, 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 사용 시에는 망이용료와 지역별 송배전망 통과료가 너무 비싼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지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의 땅값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각자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지열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이 이어지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감염병 관리 규칙 강화로 밀집 금지 조치가 일상화되다 보니 지역으로의 이주가 쉬워지기도 했다는 것이 그나마 온실가스 배출허용량 할당제 실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두 돈 많은 이들에 국한되었을 뿐이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사람이 없어도 생산은 이어졌고, 수출이 잘된다면 내수 경제를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로봇세와 기본소득 논의가 한때 활성화되었지만, 이어지는 감염병 상황 속에서 연대는 소멸한 지 오래,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져 시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재해재난의 심화로 각종 인프라 보강과 국민보건 유지에 많은 예산이 필요해졌고, 노인층 증가로 부담은 커진 반면 세금을 걷기는 어려웠다. 한국이 이미 과거에 초과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해외 추가 탄소 구매에도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 세금은 점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청년들의 취업 의지도 크게 꺾였다. 이들 중 일부는 정부의 실업급여나 기본수당으로 최소한의 공간과 영양분으로 연명하며 싼 값의 불법 가상세계로 도피했다. 첨단기술 중심으로 기업지원이 이어졌던 대한민국에서 가상세계는 이미 현실 세계 이상으로 구현 수준은 정교해졌고 퀘스트 포상도 현실화되었다. 현실세계에서 갖지 못했던 것들을 가상세계에서 몇 번의 리셋으로 얻다 보니 중독성이 심각해 과다한 가상세계 구현은 불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 사이에서 가장 저렴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상세계에 머무르는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으니 국가도 암묵적으로 이를 눈감아주었다.

어쩌면 가상세계로 도피한 이들이 현명했는지도 모른다. 바다는 플라스틱과 화합물 과다 유입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이미 자연산 해산물과 어패류 식용은 불법이 되었고, 토양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노지의 농작물 생산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기를 섭취할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도 뭉텅뭉텅 줄어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에게 식사란 표준화된 합성 영양물뿐이었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면서 천연 제품 용기와 옷, 가구와 공산품 가격조차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들의 분노는 2020년을 향해 있었다. 그 해의 기나긴 장마가 위기의 신호였음을,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산불이 머지않은 미래의 시현이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때가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면, 그 때 움직였더라면.

김성욱 경기도에너지센터 수석연구원 프레시안

 

디스토피아 다가선 지구, 기후 변화 통제 못 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실패로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연구원)”

지난 18일 코펜하겐에서 막을 내린 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120개국이 2주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 체제를 대비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속력있는 합의문을 내놓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코펜하겐 회의 실패와 관련해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인류의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강원도 오지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고 삶은 피폐하게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 코펜하겐으로 날아가 회의를 지켜본 후 막 귀국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진우, 김현우 상임연구원을 지난 24일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지구 위기 알면서도 정치적 논리 탓에 실패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어떤 재앙이 닥치는 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지구의 온도가 2도만 상승해도 전 세계 온대지방에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10~20억에 달하는 인구가 매년 홍수로 극심한 피해를 입으며, 아프리카에 아예 비가 안 올 수도 있다. 세계 경작지 10~20%가 줄고 먹을거리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위기감을 전 세계가 공유했기 때문에 각 국은 올해까지 보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합의했지만 결국 회의장에서는 국제적인 약속을 매몰차게 버렸다.

 

게다가 논의를 언제까지 끝낼 것인지 구체적인 기한도 정하지 않아 내년 멕시코에서 열릴 16차 회의에도 큰 기대를 걸 수 없게 됐다. 내년 131일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 정도는 지난 3년 동안 논의해온 것과 비교해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

 

김현우 연구원은 코펜하겐 회의는 꽤 통 크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구속력 있는 장치, 개도국 재정 지원에 관한 핵심 의제가 사라졌다.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온도가 낮아지거나 평형상태가 되려면 안정화 기간이 필요한데,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도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게 됐다고 맹비판했다.

 

이 때문에 협상장 밖에서 각 나라에서 모인 NGO 회원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강렬한 구호를 외치고 삭발까지 했다고 김 연구원은 전한다. 그는 코펜하겐이 마지노선이라는 공감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는 무엇을 희생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와 시나리오를 갖지 못했다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산업화 이후 6.4도까지 상승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기후 변화가 가지고 있는 가속화 속성을 설명하며, 전 세계가 지금처럼 안이하게 행동한다면 어느 순간 기후는 인간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7년 스턴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두 번의 세계대전과 경제공항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상상할 수 없는 현실, 디스토피아 오면 전체 인구 10분의 1로 줄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실패한 이유는 각국의 정치 논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비용을 늘려 강제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 한다면 당장 조세저항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단순히 에너지를 줄이는 것보다 현 시대를 접는 공동의 출구전략을 통해 기후변화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세기가 화석연료로 인한 풍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화석연료에 대한 비용 지불 시대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전 세계 인구가 불편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출구전략을 짜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래는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극단적으로 2100년 경 지구의 인구가 1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후변화가 혹독해지면 삶의 터전과 경작지가 줄기 때문에 전 세계 60~70억 인구가 함께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만들 것인지 유토피아로 만들 것인지는 지금 결정해야 한다. 올해 코펜하겐이 보여준 대로라면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디스토피아란 서울에 살던 사람이 강원도 오지에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주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이나 교통수단, 환한 조명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이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그때는 각국이 어떤 정치적 합의나 경제 질서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지구 북반구 141년만에 가장 더웠다

지난 6~8월 지구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를 20세기 평균과 비교한 퍼센타일 그래픽.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지난 6~8월 기온이 역대 가장 높은 곳으로 기록된 지역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제공

 

각종 이상기후 징후가 유난했던 올여름 지구 북반구 온도가 역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6~8월 북반구의 지표면, 해수면 온도가 1880년 이래 141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20세기 평균(15.6)보다 1.17도 높은 것으로, 이전 공동 1위였던 지난해와 2016년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지난해와 2016년 북반구 여름은 20세기 평균보다 1.13도 높았다. 지구 전체로는 올여름이 역대 세번째로 더운 여름이었다. 6~8월 지구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92도 높아,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3위였다. 해양대기청은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다섯 해가 모두 2015년 이후라고 강조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봉화서 따뜻한 남부 희귀식물 노랑붓꽃 새 자생지 발견

경북 봉화에서 발견한 노랑붓꽃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18일 경북 봉화에서 노랑붓꽃 새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목원은 2018년부터 산림생물자원을 조사하다가 봉화 일대에서 처음으로 노랑붓꽃을 찾았다고 한다.

 

노랑붓꽃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남부지방 56곳에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 수가 극소수다. 금붓꽃과 비슷하나 잎이 더 크고 꽃이 항상 2개씩 달리는 것이 다르다.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인 노랑붓꽃은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남부에 극히 제한적으로 자란다.

 

평균 온도가 낮은 북부인 봉화에서 이를 발견한 것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수목원 연구진은 개체군 형태 비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등으로 노랑붓꽃을 확인했다. 또 서식지 보호를 위해 우회 등산로 설치 등을 하고 인근에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양종철 수목원 산림생물자원보전실장은 "노랑붓꽃 자생지 보호와 서식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봉화=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썩 반가운 소식은 아닌듯 합니다. 이 또한 기후변화가 영향일런지...

 

아마존, 기후변화 대응 벤처자금 첫 지원테슬라 출신도

아마존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억달러(2418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벤처캐피털 자금의 첫 지원 대상을 17(현지시간) 선정, 발표했다고 미 경제 매체 CNBC가 보도했다.

 

선정된 업체는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J.B. 스트라우브가 만든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콘크리트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한 카본큐어테크놀로지, 전기 모터 스타트업 턴타이드 테크놀로지스, 전기 밴 업체인 리비안 등이다.

 

아마존은 업체별 투자액을 공개하지는 않고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라고만 설명했다.

 

'기후 서약 펀드'(The Climate Pledge Fund)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조성된 이 벤처캐피털 자금은, 아마존이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해 탄소배출 제로(0)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아마존은 작년 9'기후 서약'이란 친환경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탄소 중립 제로 달성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회사들에 투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이 눈여겨 봐야할 듯

 

제철 음식이 지구를 지킨다

생산하는 제철 아닌 때 식재료 사는 건 부끄러운 일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젠 그런 걸 지키는 이 거의 없어

, 1월에 슈퍼마켓에 가서 딸기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8월에 굴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 앞에 서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자신이 없구나. 그뿐이랴, 아보카도는. 잠깐, 그나저나 아보카도는 제철이 언제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보카도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멕시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보카도 제철 논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로컬 푸드를 먹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맛이 제일 좋을뿐더러 지역 농가에도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구에 탄소 발자취를 적게 남기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철 음식 생산자 편에 서서 지구를 위해 로비해줄 유능한 로비스트가 단 한명도 없다.

1년 중에 특정 시기에만 먹던 음식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이런들 어떠하랴, 저런들 어떠하랴 식이다. 몇 월에 먹는 음식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아무 때나 소비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제철 음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어느 지역에 있는 레스토랑이든 상관없다. 레스토랑의 메뉴를 한번 들여다보자. 1월 메뉴엔 그리스식 샐러드가 등장하고, 7월에 퐁뒤가 떡하니 적혀 있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은 언제든 대령하려는 레스토랑들은 그야말로 계절을 거스를 자유를 얻은 듯 보인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이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문화가 팽배한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제철 밥상 달력 따위 보기 싫으면 엎어버리면 그만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뭘 먹느냐만 생각하는 나

제철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가 예전 해준 완자 요리

지구 대통령 된다면, 때에 맞는 음식 지정할 터

크리스마스 푸딩, 여름에 먹자는 이들 깨버릴 거야

 

나조차도 계절 예법을 무시한 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해야겠다. 최근에 저지른 범죄는 지난해 한여름 런던의 홀본 다이닝 룸’(Holborn Dining Room)이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한 일이다. 겨울철에 많이 먹는 스테이크 앤 키드니 푸딩’(Steak and kidney Pudding)을 시켜 먹은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후루룩 흡입해버렸다.) 스테이크와 소의 신장 부위를 조리한 후 파이지(파이 시트)에 감싸 한 번 더 찐 진한 푸딩이 함께 나온 메인코스 요리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창작물이다. 진한 소스를 깐 새하얀 접시에 정갈하고 고고하게 솟은 그 모습은 무슨 신석기시대의 유적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무런 장식도 없었지만 말이다. 무너지지 않게 벽을 지탱하기 위해 끈적끈적해질 때까지 졸여서 만든 성루였던 것이다.

난 소화도 잘 안 되는 그 고깃덩어리 요리를 나 혼자서 다 먹었다. 소의 콩팥에서 나는 희미한 지린내가 마지막 맛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말이다. 깨끗이 접시를 비우고 레스토랑 문을 열고 나와 발을 딛는 순간, 내 얼굴에 닿는 뜨거운 여름 햇빛을 맞으며 난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나태했다. 내 나태함에 무척이나 수치스러웠다.

 

계절이 바뀌어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가장 중요한 생각은 지금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종종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를 먹었던 기억을 꺼내 든 내 뇌는 덤플링이 먹고 싶다고 하고 있다. 덤플링 중에서 어떤 것? 만두냐, 샤오룽바오냐, 딤섬이냐, 완자냐?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그냥 깔끔하게 빚은 만두가 아니었다.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 같은 것도 아니고, 예쁜 딤섬도 필요 없다. 난 쇠기름으로 만든 투박한 완자 같은 고기 경단이 먹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매년 겨울이 되면 소의 신장에 달린 쇠기름에 베이킹파우더를 섞은 밀가루를 묻혀 완자를 빚곤 했다.(그러고 보니 또 소의 콩팥 요리 이야기네. 내가 소의 콩팥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

 

어머니가 만들어준 완자는 스튜의 저 깊은 심해에 매복해 있다가 불쑥 나를 놀라게 했다. 그 맛이 조밀하기로는 폭발하는 성운처럼 빽빽하고, 묵직하기는 역기만큼 무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적 같았던 점은 뭉근하게 오래 끓여 밀가루로 걸쭉해진 스튜 속에서도 완자의 형태가 결코 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스튜에 집에서 직접 만든 국물 맛내기 양념과 각종 채소와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술을 넣어 끓였다. 이 밀가루 냄새 풀풀 풍기는 둥그런 물체는 내 몸속 깊숙한 곳에 들어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욕심 많고 머리 나쁜 래브라도들이 멋모르고 삼킨 바닷가 자갈들처럼 말이다. 내 어머니의 스튜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을 대할 때 정확하게 지켜야 할 게 있다면서 시시콜콜하고 무궁무진하게 많은 규칙과 상황에 관해 침 튀겨가며 이야기한다. 그러느라 북유럽의 겨울 음식은 말로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잊고 살진 않는가. 쇠기름으로 만든 완자는 씹는 맛이 환상적이라는 것도 잊는다. 동굴 생활하던 자들에게 갑자기 떡을 주는 것만큼이나 불경한 도발이 될 것이라는 점도 말이다. 쇠기름으로 만든 완자가 위대하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쇠기름 완자를 한여름에 먹겠다고 덤비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지구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면, 난 때에 맞게 먹는 음식을 정할 것이다. 총통이 되겠다거나 파시즘을 휘두르겠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팬케이크 데이에만 팬케이크를 먹어야 한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내가 전에 뉴올리언스에 대해 쓴 한겨레 칼럼 기억하는가? 사순절 하루 전날, 참회의 화요일에 영국에서는 팬케이크 먹는다고.) 난 그런 괴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팬케이크 플랩잭은 11월에만 먹어야 할 거야. 귀리에, 흑설탕에, 당밀까지 넣고 구운 두껍고 텁텁한 쿠키인지 팬케이크인지 모를 그런 음식은 10월 넘어서 11월에만 먹게 할 거야.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서 정말 유감이지만 삼계탕은 아무리 봐도 여름에 먹을 음식은 아니야.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끓이는 수프를 왜 한여름에 먹느냐고! 그래놓고 어떻게 시원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먹고 나면 땀범벅이 되는데 어떻게 몸이 재충전된다고 할 수 있냐고!

 

믿거나 말거나 난 크리스마스 푸딩을 여름에만 먹는 이들을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 푸딩이란 자고로 여름까지 몇 달간 푹 묵혀둬야 제맛이 난다고 주장하는 작자들이다. 뭐 맞는 말이긴 하다. 푸딩 맛이 더 나빠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먹는 것일 테니 말이다. 나는 이 상황을 앞으로 영원히, 완전히 불식시키겠다. 1년 중 크리스마스 푸딩을 먹기 가장 좋은 시기, 먹어야 하는 때 같은 것은 따로 없다고 이 자리에서 못을 박겠다. , 크리스마스 당일만 아니면 되는 거다.

글 마이클 부스(푸드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민혜/ 한겨레

 

옥스팜 "세계 인구 13% 부국이 코로나19 백신 51% 사들여"

세계 인구의 13%가 사는 부유한 국가들이 개발이 유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예상량의 51%를 이미 사들였다고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17(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팜은 과학 분석업체인 에어피니티 자료를 토대로 임상시험 3단계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5종에 대한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53억회분의 계약 물량 중 27억회분을 미국, 영국, 호주, 홍콩, 마카오, 일본, 스위스, 이스라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이들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장악했다고 비판했다.

 

옥스팜은 이어 임상시험 3단계에 들어간 5종의 백신 후보가 모두 성공해도 백신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스팜은 5개 백신 후보 모두 성공해도 세계 인구의 61%는 적어도 2022년까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5개 백신 후보 모두가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옥스팜은 이런 상황에서 돈벌이에 나선 일부 제약사들이 일부 부유한 국가만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백신 접종 대상자가 어디에 사는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술 공유를 통한 생산 확대 등 노력이 모여야 코로나19 백신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플라스틱은 부서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거북이코에 꽂힌 빨대, 새들의 몸통을 뒤덮고 있는 비닐봉지,고래 뱃속에 가득 찬 비닐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와 그 곳에 사는 생명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 십년 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었고,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의 60~80%가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더 큰 문제입니다. 매우 작아 수거가 어려워 계속 쌓이고, 해양생물들은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어류를 섭취하는 우리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 곳곳에는 조개껍데기 대신 비닐, 페트병, 꽁초 등 각종 플라스틱이 가득합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1시간만 지나도 몇 톤의 쓰레기들이 모일 정도입니다. 크기가 크면 눈에 잘 띄지만 작은 플라스틱은 찾기도 치우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해변에서는 조각난 플라스틱들,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크기 5mm 이하 작은 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모래를 한두번만 만져보면 플라스틱 조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구분되는데, 의도적으로 제조된 플라스틱 알갱이(크기 2~5mm 플라스틱 원료)1차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고, 플라스틱 제품이 사용되거나 버려진 후 인위적인 행위나 자연적인 풍화작용으로 조각난 플라스틱 파편을 2차 미세 플라스틱이라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 정책(KEI.2018) 자료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950t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약 15~31%를 차지합니다. 국내 바다의 1당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는 해외 평균보다 8배 높은 상황일 정도로 심각합니다

발생 기인에 따른 미세 플라스틱 분류 미세플라스틱 해양오염 관련 국제동향 연구

 

생활 속 미세 플라스틱

- , 게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 확인 (2017.10.12.중앙)

- "아시아 소금이 가장 심각"미세 플라스틱 오염 (2018.10.18.MBC)

- 미세 플라스틱 바다로만 가지 않아대기 통해 어디로든 이동 (2020.6.12. 한겨레)

- '플라스틱 안전지대' 과일·채소서도 미세 플라스틱 나왔다 (2020.7.9. 한겨레)

- "폐와 간 등 인체 기관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 (2020.8.18. ytn)

 

20127월 홍콩 해안에서 태풍으로 플라스틱 알갱이 150t이 바다로 쏟아졌으며, 2017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정박한 선박 사고로 약 225천만 개의 플라스틱 펠릿(pellet, '너들'이라고도 부르며 페트병을 만드는 원재료)이 유출되었다고 합니다. 유출된 펠릿은 해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제주 바다까지 쓸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 원료 운송 과정에서 펠릿이 바다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주 함덕 해변에서는 사진과 같이 수십, 수백 개의 펠릿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원료인 펠릿은 1차 미세 플라스틱이다. 에코오롯

 

그래서, 미세플라스틱을 주웠습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쪼개지고 쪼개져 바다로 되돌아왔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조개껍데기와 플라스틱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모래 속에서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일일이 골라내야 합니다.

 

지난 815~16일 제주 함덕 서우봉 해변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직접 채반을 가지고 모래사장을 거닐며 미세 플라스틱을 주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참여자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오는 순서대로 흩어져서 미세 플라스틱을 주웠습니다.

 

"수 십 분간 들여다본 모래는 '! 부드럽다'하며 밟아왔던 모래가 아니었어요. 조그만 스티로폼 알갱이, 자칫 쌀알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펠릿 , 일회용 빨대, 그물망 조각, 비닐 끈 등이 어찌나 많던지너무 금방 채반이 채워져서 놀랐습니다."

- 플라스틱 없는 제주 캠페인 참가자 최유정님

미세플라스틱 채반에 모인 미세 플라스틱 녹색연합

조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녹색연합

 

우리나라 해변 플라스틱 오염도 매우 높아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2019)에 따르면, ·내외 포함해 모든 조사 대상 해안 쓰레기 개수의 81.2%, 무게의 65.7%가 플라스틱입니다. 이 중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스티로폼 파편이 1위로 3815(플라스틱의 15.3%)였으며, 2위는 섬유형 밧줄 3376(13.5%), 다음으로는 음료수병과 각종 뚜껑 2954(11.8%), 경질형 파편 2499(10.0%), 발포형 파편 1869(7.5%) 순입니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량이 급증했으며 이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의 60~80%가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알려졌습니다.

 

플라스틱은 햇빛과 파도에 의해 부서질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수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를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하는 해양생물이 늘어나고 있으며, 플라스틱 첨가제 독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간 또한 오염이 축적된 해산물을 섭취함으로써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6531g

815~16일 이틀간 제주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150명의 시민들이 손으로 고르고 체로 걸러 함께 주운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입니다. 국립해양생물관의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 결과 평균 검출된 플라스틱이 3.57g이었습니다. 이를 환산한 결과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에서 바다거북 1830마리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미세 플라스틱을 주울 수는 없습니다. 제주의 바다와 생물을 살리려면 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만 합니다. 허승은(greenkorea) / 오마이뉴스

 

 

EU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기후변화 위기 커져 40%서 강화코로나 회복기금 중 37% 사용 원해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6(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감축 목표를 기존 40%에서 55%로 상향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6(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의회에서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유럽이 국제 문제에 더욱 분명한 입장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U는 코로나19로 각국 경제가 휘청이고 기업들이 탄소배출에 대한 기존의 목표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기존보다 더 혹독한 목표를 제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에게 이 목표는 야심차고 달성 가능하며, 유럽에 유익하다면서 “EU 국가들은 이미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줄이면서 경제를 60% 이상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EU 국가들이 조성한 코로나19 회복기금 7500억 유로(1036조원) 37%를 환경적 목적에 사용하길 원한다고 밝혔고, “앞으로 EU 예산의 4분의 1을 기후변화 대처에 사용하고, 향후 10년 동안 EU 경제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1조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EU의 새로운 탄소배출량 목표가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탄소배출량 목표가 강화되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탄소배출량 감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달려 있을 수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가장 큰 경제권이자 가장 큰 오염원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이자 자동차산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독일은 그간 유럽의 녹색 산업혁명을 이끌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메르켈 총리는 탄소배출량 목표 강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규제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계속 모색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