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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혼자 사는군요^^… 서울 1인가구 24%, 그들의 이야기 914 국민
홈쇼핑 시청이 취미, 매달 월세가 큰 부담… 다 못채우고 버리는 5ℓ종량제 봉투 아까워
서울살이 5년째인 정모(34·여)씨는 늘 아침을 거른다. 출근 준비로 바빠 끼니 챙길 엄두를 못 낸다. '뚜벅이족'이라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원룸 월세는 제일 큰 경제적 부담이다. 혼자 소파에 앉아 홈쇼핑 채널을 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다. '혼밥'(혼자 먹는 밥)은 당연하고 '혼술'(혼자 마시는 술)도 익숙해졌다. 다 채우지 못하고 버리는 5ℓ짜리 쓰레기봉투는 아깝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24.4%(2010년 기준). 1985년(6.7%)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2030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더 이상 특별한 거주형태가 아닌 독신자들을 위해 서울시의회가 12일 ‘1인 가구 정책 박람회’를 열고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서울의 1인 가구를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비(非)자발적 1인 가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1인 가구는…=1인 가구 증가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대부분 도심에 산다. 직장과 가깝고, 혼자 살 수 있는 공간을 구하기 쉬워서다. 서울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이 많은 지하철 2호선 주변은 ‘싱글 벨트’로 불린다.
하지만 서울의 1인 가구는 외국과 달리 혼자 살면서도 가족과의 친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가족과 가깝다’(46.0%)거나 ‘매우 가깝다’(20.3%)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혼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비(非)자발적 독신자’인 셈이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1인 가구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화이트 싱글’, 경제적으로 안정된 30·40대 ‘골드 싱글’, 직업이 불안정한 ‘노마딕 싱글’,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불안한 독신자’, 독거노인인 ‘실버 싱글’ 등이다.
서울의 1인 가구는 연령별로 25∼34세에 집중돼 있다. 30대 이하가 26.2%로 가장 많고, 30∼39세(24.8%), 40∼49세(14.8%) 순이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지역은 강남구 논현1·역삼1동, 관악구 낙성대·대학·서림·신림·청룡동, 동대문구 회기동, 광진구 화양동, 마포구 대흥·서교동, 서대문구 신촌동, 종로구 명륜3가동, 중구 명동 등 20곳이다.
◇왜 혼자 사나=서울연구원이 지난 1월 20∼60세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1.5%가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혼자 산다고 했다. 37.1%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이들은 여가에 주로 TV·비디오를 보거나(57.8%) 컴퓨터 게임이나 웹 서핑(25.8%)을 한다. 남성은 동창회(42.1%), 여성은 친목회(40.7%)에 참석해 쓸쓸함을 달랜다.
혼자 살다 보니 힘든 점도 많다.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과 외로움, 미래 불안감이 크다. 응급상황 대처하기(51.2%), 집 구하기(32.8%), 밥 먹기(30.5%)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71.9%는 아침을 거르고, 62.2%가 아침·저녁 모두 대충 때운다.
이런 어려움에도 절반 가까운 48.2%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은 6.2%에 불과했다. 만족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20대는 70.3%, 30대는 66.5%, 40대는 63.3%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들의 바람은=정책 박람회에는 혼자 사는 이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시니어봉사단원인 이해관(77)씨는 날로 느는 독거노인을 걱정했다. 그는 형편이 나쁘지 않은 노인이 독거노인을 돕는 ‘어르신 돌보미’ 제도를 제안했다. 100만명이 넘는 서울 노인이 스스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마포라디오공동체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곽기순(80·여)씨는 노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생활시설을 꿈꿨다.
한국1인가구연합 회원인 권해인(23·여)씨는 ‘집’에 대한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어디에 살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LH공사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2년간 계약하기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권씨는 “20대는 주거지 이동이 잦다. 2년 단위인 대학생 대상 주거정책을 1년 단위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미리 센터장은 “서울은 구직, 실업, 가족해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많아 공공정책의 필요성이 더 높다. 빈곤과 고립을 해결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쉬운 해고 합의, 한국노총이 ‘들러리’ 섰다” 914 미디어늘
“독자 입법 내세운 정부 압박에 밀려”… 민주노총 “입법 반대 총파업 벌일 것”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13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핵심 쟁점으로 갈등을 빚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잠정 합의했다. 두 쟁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법안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노사정 합의사항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27일 재개된 노사정 대화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오늘 그동안 정리되지 못한 미정리 사항과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 쟁점사항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고 최종 조정 문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최종 문안에는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개정은 중장기적으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개선 전 현장에서 노사 간 분쟁 예방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가 달렸다.
노사정은 또 다른 핵심 쟁점인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는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키로 했다.
▲ 한겨레 14일자 5면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았던 5인 미만 사업장과 농업 등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개선 방안은 내년 5월 말까지 실태조사 및 노사정 논의 등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고용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경향신문은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쟁점 사항과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 등 미정리 사항은 뒤로 미룬 ‘낮은 수준’의 합의가 도출된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쟁점에 대해 ‘노사정 미합의 시 정부가 추진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넣지 못해 불씨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종 조정 문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겠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협의’라는 모호한 문구로 인해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며 “당초 한국노총은 협의 대신 합의라는 표현을 쓰자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정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
한겨레는 “이번 합의에는 한국노총이 가장 반발했던 해고 요건·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통상임금 명확화 같은 해묵은 과제와 비정규직 대책까지 폭넓게 포함됐다”면서 “그러나 독자 입법을 내세운 정부 압박에 밀려 한국노총이 물러난 모양새라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정부발 노동시장 구조개편 들러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국노총이 지난 4월 노사정 대화를 결렬 시키고 총파업 찬반 투표까지 벌일 만큼 강력하게 반발했던 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는 사실상 정부 입장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결과적으로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검토하자’는 한국노총안과 ‘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절차를 명확화’하자는 고용부의 요구가 평행선을 긋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정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 국민일보 14일자 3면
국민일보는 노사정 대표자들이 노사정 대화의 최대 쟁점이었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고 내다봤다. 입장차가 컸던 만큼 타협안의 내용도 모호한 측면이 많아 향후 추진 과정에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노사정 최종 조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일보는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강행하고 노동계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피크제 개편과 관련,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취업규칙 변경요건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정부가 주장했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을 마련키로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다만 여기에도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절충안이 들어갔다”면서 “일반해고 요건과 마찬가지로 추진 과정에서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협의는 명분만 있을 뿐 큰 의미는 없는 용어”라면서 “정부는 ‘대타협’이라는 명분을 얻고 노동계는 협의할 권리가 있다는 명분을 얻은 것인데, 결국 사안마다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경영계 사실상 빈손”?… 경제단체 대체적 “환영”
반면 노사정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마련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일보는 “근로계약 해지 등 기준·절차 명확화와 관련해 ‘노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 근로계약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노사정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두 가지 쟁점과제를 중장기로 논의하자’는 노동계의 중재안을 정부·경영계가 전격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두 가지 쟁점과제 외에도 정부·경영계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현행 2년→4년)·파견업종 확대를 추진했으나 이 역시 노동계의 요구대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이들 과제에 대해 ‘즉각 입법화’를 요구해 온 경총은 사실상 얻은 것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14일자 1면
하지만 경영계는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빈손’이었다는 한국일보의 평가와는 달리 경제 단체들은 노사정위원회가 핵심 쟁점이었던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합의한 데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보도에 따르면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노사정 간에 대화를 하고 합의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 입장에서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두 사안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으로 독일 등에서도 당사자 간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10대 그룹 임원도 “아직 법제화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데 이어 합의까지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당초 경제계가 요구한 대로 일반 해고를 당장 입법화하는 데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반 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합의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환영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잠정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분야를 다루는 청와대 관계자는 ‘잘된 일’이라며 ‘무엇보다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에 관한 건 (법이 아니라) 지침으로 하는 것인 만큼 일단 해결이 됐다’고 반겼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4일자 2면
여 “무척 다행”, 야 “노동개악”, 민주노총 “대야합”
새누리당은 노사정의 노동시장 개혁 대타협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기국회 내 입법 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파견직 보호방안 등 핵심 내용 합의가 보류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 이인제 최고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관한 노사정 대타협은 시대의 요청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이장우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제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관련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정부는 관련 정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과감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야당의 적극 참여를 촉구했다.
반면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거창한 발표와 달리 내용은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정도로 보여 갈 길 먼 합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청년고용의 핵심이라고 할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보호방안과 근로시간 단축 등 관련 합의는 향후 과제로 남겨져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다수 노동자를 고용불안으로 내모는 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시도는 대기업 편향 노동개악으로 우리 국민과 노동자들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려던 입법은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일보 14일자 2면
민주노총은 13일 밤늦게 극적으로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을 받아들일 수 없는 ‘노사정의 야합’이라고 강력 반발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임금과 해고 문제의 전권이 정부로 넘어갔다”며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 문제가 일개 위원장의 손에 좌지우지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특히 민주노총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노사의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한 부분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개별 사업장에서 ‘합의’도 아닌 ‘협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민주노총 측은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묵살된 채 정부안을 100% 수용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타협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 입법을 막기 위해 총궐기와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8시 상임집행위원회, 오후 2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음은 노사정 합의 관련 14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노사정 ‘쉬운 해고·임금피크’ 큰 틀 합의>
국민일보 <일반해고·취업규칙 노사정, 큰 틀 합의>
동아일보 <노사정, 17년만에 노동개혁 잠정 합의>
서울신문 <노사정 ‘노동개혁’ 대타협>
세계일보 <노사정 ‘일반해고·취업규칙’ 대타협>
조선일보 <노사정 “임금피크 도입해 청년 고용 확대”>
중앙일보 <노사정, 노동개혁 잠정 합의>
한겨레 <노사정 ‘일반해고·취업규칙 완화’ 잠정 합의>
한국일보 <노사정 협상 1년 만에 극적 타결>
독거노인 120만명, 명절 지나면 자살 급증 912 미디어오늘
4가구 중 1가구 '나혼자 산다'… 주거비와 고독 문제 연계 대책 세워야
대한민국 1인가구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혼자 사는 여성은 집 안이 들여다보일까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하나 열어놓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떤다. 혼자 사는 노인은 위급한 상황에도 주변에 도움청할 곳 없어 쓸쓸히 고독사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산다.
사업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가장은 홀로 1.5평 좁은 고시원에서 우울증을 끌어안고 잠든다. 40만원을 상회하는 월세가 버거운 대학생들은, 청년 실업률 10%인 현실과 부모님께 불효자가 된 자신을 원망한다. 1인가구는 늘어나는데도 이들을 배려한 정책은 미흡하다.
서울시의회는 12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에서 1인가구들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고 이를 대책으로 만들기 위한 ‘서울에서 혼자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1인 가구 정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연구원에 용역의뢰한 ‘서울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생활 불편과 정책지원 방향을 △ 여성 독거노인 일자리 정책 △소외된 어르신 공동생활시설 △20대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1인 가구 주택 정책 △고독사 방지대책 △1인 가구 세입자 권리보호정책 등 6가지의 주제로 발표했다.
명절 직후 ‘극단적 선택’하는 독거노인 급증
1인가구 중 노인들은 명절이 싫다. 연휴 내내 TV에선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행렬이 연일 방송되지만, 그들을 찾는 이들은 없다.
마포노인복지회관에서 시니어봉사단 ‘위캔(We Can)’에서 활동 중인 이해관 씨는 “특히 독거노인들 중에 명절만 지나면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는다. TV에서는 가족 만나 반갑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하루종일 나온다. 그걸 보다가 ‘나를 찾는 사람은 왜 없나, 살아서 뭐하나’하는 생각에 쪽방에서 한숨짓던 노인들은 쓸쓸하게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 마포노인복지회관에서 일하는 이해관 씨. 사진=차현아 기자.
65세 이상 노인 인구 542만명 중 독거노인은 2010년 현재 120만명에 이른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4중고를 겪는다. 병고, 빈고, 무위, 고독 등이다. 이 씨는 “노인 빈곤율은 48%에 이르고 최근 4년간 자살을 시도한 노인은 2배가 늘었다. 독거노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혼자사는 노인들은 갑작스럽게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고독사할 위험을 안고 산다. 이들에겐 1인가구 정책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이유다.
마포라디오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박귀순 씨는 고독사를 피했던 외국의 60대 노인의 사례를 제시했다. “외국의 한 60대 노인이 사고로 집 화장실에 갇혔다가 3일만에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 욕실에서 물을 받아마시며 겨우 살아있던 그가 구조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에 매일매일 90대 어머니와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안 받으니까 이상하다고 여겼던 어머니가 신고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외부와의 연결망이 사실상 생명의 끈”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외부와의 끈’을 정책 차원에서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박 씨는 “공동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네 다섯명 정도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삶의 즐거움과 슬픔도 공유하고 불의의 사고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안전·높은 월세에 20대 1인가구 “불안하다”
혼자 사는 20대도 삶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학생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에게 의존하며 월 40만원 이상의 주거비를 의존해야 하는 ‘등골 브레이커’가 되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20대 여성은 귀가 때마다 두려움을 안고 밤길을 걸어야 하거나, 문도 제대로 못 열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주거복지 정책 중에는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있다. 학생이 살고 싶은 전셋집을 구하면 LH에서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대학생에게 싸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한달에 20만원 남짓한 비용에 2년 간 싸게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1인가구연합에서 활동하는 권혜인 씨는 “혼자 살게 되면서 LH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알아봤지만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경우 학기 중에는 학교 근처에서 거주하지만, 방학 때는 어학연수를 가거나 봉사활동 등으로 학교 주변에서 계속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권 씨는 “졸업을 1년 앞둔 상황이고 졸업 후 어느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년을 계약하기는 쉽지 않다. 불가피하게 이사하게 돼도 전세이자와 관리비 등을 2년 계약 끝날 때까지 계속 내야 한다. 대학생 대상 주거 정책에 대학생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청년들도 청년만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겪는 주거불안문제와,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 세대와 노인 세대가 서로 작은 파이를 놓고 각자의 불안을 두고 경쟁하면서 뺏는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중년 1인 가구 “우울하고 고독하다”
1인가구는 전 세대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중년 1인가구역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1인가구 중 50~59세인 1인가구는 전체의 11.9%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청년과 노인 세대 사이의 ‘낀 세대’인 중년 1인가구가 겪는 고충에 대해 설명했다.
중년 1인가구의 특징은 사업실패와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혹은 주말부부나 기러기아빠처럼 일 때문에 억지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이 다른 1인가구에 비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이 큰 이유다. 그러나 ‘가장’이라는 생각에 참고 견디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주거비 문제도 버겁지만 고독 문제도 함께 주거 정책과 연계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과 전국의 1인가구 비중. 출처=서울시 1인가구대책 정책연구
4가구 중 1가구가 ‘나혼자 산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가구는 23.9%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 1인가구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 평균가구원수는 2.3명으로 예측된다. 혼자사는 사람은 25~30%, 1~2인 소형가구는 전체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연령층에 분포한 1인가구의 정책 수요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인 가구가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곧 온다. 이런 미래의 사회트렌드를 분석하고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1인가구를 위한 서울시의 세밀한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권하는 사회…세금 깎아주고 도로 깔아주고 913 한겨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남/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생전에 일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우자와 히로후미 도쿄대 명예교수(경제학·2014년 별세)는 40년 전에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1974)이란 책을 펴냈다. 당시 도요타를 필두로 자동차 수요가 급성장하자 일본 정부는 전 국토에 걸쳐 도로망을 대대적으로 깔아 나갔다. 우자와는 자동차 운행을 중심으로 구획·설계·형성되고 있던 ‘자동차 도시’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05년 그는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현재에 더욱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자동차는 경제발전의 ‘산업 등뼈’로 받아들여지고 자동차 보급은 사회의 진보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 자동차를 위해 국토를 ‘계획’하고, 농사짓던 땅을 갈아엎어 포장도로를 놓는 국가 정책에 거의 아무런 제동도 걸리지 않았다. 반도체나 휴대폰 사업과 달리 자동차는 초창기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국산 승용차 독자 모델이 ‘국민차’로 지정됐고, 이어 수입차로부터 국산차 내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가 뒤따랐다. 소비자는 품질에 비해 비싼 값을 치르면서 국산차를 애용해야 했다.
초기에 국가의 자동차 지원·특혜는 국민들이 은행에 저축한 돈을 마음껏 저금리로 빌려 ‘생산’활동에 쓸 수 있게 해준 ‘자금 동원’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판매’를 간접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를 연례적으로 낮춰주고, 납세자들이 낸 국가 자원(세금)을 투입해 1년 내내 여기저기 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게 판매를 돕는 두 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27일부터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공장도가격의 5%에서 3.5%로 전격 인하했다. 이 탄력세율은 오는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1977년 처음 도입(1500㏄ 이하 15%, 1500~2000㏄ 20%, 2000㏄ 이상 40%)된 이래 세율이 20회가량 계속 인하돼 이제 5%(모든 배기량 동일)까지 내려왔다.
국산차 내수판매량은 1996년 164만대에 도달한 이래 9년간 한번도 이를 넘어선 적이 없다. 자동차 판매가 성숙 단계에 이른 2000년대 들어 정부는 경기변동이나 자동차 판매 상황에 맞춰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를 자주 꺼내들고 있다. 자동차 탄력세율 적용은 1980년 첫 시행 이후 총 8번 이뤄졌다. 서울올림픽(1988년)과 외환위기(1998년)라는 국가적 사건 때 두번 실시된 뒤부터는 2001년·2004년·2008년·2012년·2015년 등 3~4년 간격으로 이뤄져 정례화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로 세수가 1200억~13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2013년 국세·지방세를 합친 전체 세수(256조원) 중에서 자동차 관련 세수는 총 37조원(14.4%)이다.
이번 세금 인하에 따른 자동차 판매는 어느 정도 증가할까? 현대차 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놓은 <자동차 수요의 탄력도 조사>(1997)를 보면, 자동차 구입·등록 관련 비용이 자동차 구매수요에 미치는 영향(탄력성)은 1.26(중소형차 2.12)으로 추정된다. 세금 인하로 자동차 가격이 1% 인하되면 자동차 구매수요는 1.26% 정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최근 휘발유 가격은 하향 안정화를 유지하고 있어 유류 가격이 자동차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둔감해지는 반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쪽은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국산차 판매 효과는 겨우 1만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탄력성과 1000㏄ 이하 경차는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는 것을 고려하면 국산차(올해 내수 140만대 예상)는 1만대, 수입차(25만대 예상)는 3천대 정도 더 팔리는 효과에 그친다는 얘기다.
정부, 지난달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1977년 도입 이래 세율 20차례나 내려
탄력세율 한시 적용 1980년 이래 총 8회
내수 판매 위축될 때마다 마치 정례화
세금 인하 효과 겨우 1만3천대 증가?
3년 전 인하 땐 현대차 최고 판매 경신도
도로 건설도 자동차 판매 우회적 지원
그러나 “국가가 세금제도를 통해 자동차업체를 도와주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자동차협회는 주장하지만 경험적 사실은 이와 좀 다르다. 2012년 자동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당시에도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인하(9월11일~12월31일, 2000㏄ 이하 5%→3.5%, 2000㏄ 초과 8%→6.5%)가 이뤄졌다. 그러자 그해 10월 내수는 전년동월비 2.3% 증가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고, 11월은 12만9천대(전년동월비 12.2% 증가), 12월은 13만6천대로 그해 최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12월에 현대·기아차는 2009년 말 이후 월간 최고 판매실적을 경신했을 정도다. 3년 전에도 그랬듯 탄력세율 적용 시기는 주로 9월부터다. 통상적으로 9월은 자동차 판매가 정체되는 때다. 2013년 승용차 내수는 3~8월 월 9만3천~10만6천대였다가 9월 8만5천대로 떨어졌다. 작년에도 3~7월 월 9만8천~10만7천대였던 것이 9월 9만4천대로 줄었다.
2011~15년 도로 투자 연평균 8조3천억 국가는 자동차 주행 단계에서도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휘발유 등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교통·에너지·환경세액의 36%)의 실행세율은 법정세율의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 여기서도 세율 조정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간접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구입·주행 단계의 세금뿐 아니라 도로건설도 자동차 판매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길이 새로 뚫리고 교통혼잡이 줄어들수록 자동차의 이용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경제적 활동 과정에서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자동차 사회’에서 국가의 도로건설 투자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2월말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은 10만5773㎞에 이른다. 2011~2015년 동안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에 연평균 8조330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5 도로건설편람>을 보면 고속국도 건설비용은 ‘4차로 신설’의 경우 ㎞당 395억원, 교량 507억원, 터널 249억원이다. 자동차운행에 투입되는 교통경찰운영 행정예산, 신호등 및 교통안전설비, 노면표시판도 국가의 우회적인 자동차 지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쪽은 “건설비용 대비 각종 경제적 편익을 금액으로 환산해 도로건설의 타당성을 따질 뿐 자동차 판매에 미칠 영향은 추산도 어렵고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국가시설의 상당 부분은 수익자(운행자) 부담 원칙에 따라 충당되고 있긴 하다. 자동차 구입·운행에 붙는 세금이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의 주요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도로계정’(올해 예산 9조1611억원) 세입구조를 보면 개별소비세의 100%, 휘발유·경유·엘피지(LPG)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의 51%가 ‘도로’에 사용된다. 그런데 국토부 쪽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도로예산 부족분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일반회계에서 추가 전입해 충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소유·운행하지 않는 납세자도 일반회계를 통해 도로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 등 교통시설은 경제의 동맥으로서 ‘사회적 인프라’로 볼 수 있다. 국가가 꼭 자동차업체를 돕는다기보다는 국민경제에서 사람과 재화의 흐름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축하는 사회기반시설이란 얘기다. 또 자동차 판매가 한대 증가할 때 전후방 연관산업에 파급되는 생산유발효과도 적지 않다. 자동차산업 생산액은 총 181조2천억원(2013년)으로 제조업 전체(1495조원)의 12.1%를 차지한다.
그러나 ‘자동차 사회’는 편익 못지않게 누적적인 환경오염 등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황상규 선임연구위원은 “세제혜택이나 도로건설에만 국가 자원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자동차 소비로 통제·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동차 관련 세금을 배기량 기준에서 탈피해 성능(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주행거리에 비례해 부과해야 과도한 자동차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소형차 등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사면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자동차업계와 국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의 ‘반대 공조’에 직면해 2021년 이후로 시행이 미뤄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박근혜 대선공약이었는데 '부마사태'라니 914 오마이뉴스
[국감파일] 진선미 의원, 경찰교재 <경찰윤리> 중 '경찰사' 분석
▲ 부마항쟁 당시의 모습. ⓒ 정태원
중앙경찰학교가 신임 경찰관들에게 사용하는 교재에서 5.16군사정변을 '5.16군사혁명'으로, '부마민주항쟁'을 '부마사태' 등으로 표기하고, 경찰의 대표적 폭력사건인 국민보도연맹 집단학살사건 등은 누락해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진선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새로 임용되는 경찰관들의 필수교재인 중앙경찰학교의 <경찰윤리> 가운데 '경찰사' 부분을 분석한 결과, 먼저 <경찰윤리> 356쪽에는 "5.16군사혁명으로 한국사회는 4.19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중대한 정치적 대변혁을 경험하였다"라고 기술돼 있다.
국사교과서 등에서 '5.16군사정변' 혹은 '5.16쿠데타'로 표기하고 있는데도 <경찰윤리> 교재에서는 '5.16군사혁명'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진 의원은 "신임 경찰들이 쿠데타를 정당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재는 올 5월 편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경찰윤리> 378쪽에는 "1979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직무집행정지 사건은 10월 16일-19일 부산과 마산·창원 일원에서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부마사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라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법률이나 위원회 등에서는 '부마사태'가 아니라 '부마민주항쟁'라는 용어로 공식화해서 쓰고 있다. 지난 2013년 국회를 통과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도, 국무총리 소속 기관인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침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도 그렇다. 게다가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사항이었다.
진 의원은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정권을 아래로부터 무너뜨린 민중항쟁인데 '사태'는 부마항쟁을 단순히 대중의 소요사태로 폄하하는 것이다"라며 "법률과 국가기관도 '부마민주항쟁'으로 공식표기하고 있는데 경찰교재에 부마사태로 표현하는 것은 법률도 국가기구도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6월항쟁이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라고?
특히 보수와 진보 모두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있는 1987년 6월항쟁 시기를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로 평가한 점도 역사왜곡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윤리> 379쪽에는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국가적인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역사적 6.29선언이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에 의해 발표되면서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였던 6월이 안정되어 갔다"라고 서술돼 있다.
'6월항쟁'이라고 부르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최루탄 사망사건이었다. 두 사건은 모두 경찰폭력에 의해 일어난 사건으로 군부권위주의정권하 경찰의 폭력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경찰의 관점만을 강조해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진 의원은 "'경찰사' 부분에는 두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경찰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라며 "경찰의 폭력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를 '경찰의 수난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경찰윤리>의 '경찰사' 부분에서는 '여순사건'을 '여수·순천폭동'이라고 표기했고, 대표적인 경찰 폭력사건인 국민보도연행 집단학살사건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민청학련사건, 문영수 의문사 사건 등은 모두 누락했다.
진 의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활동했던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조차도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라며 "경찰이 부끄러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자문위원회를 두어 감수받는 등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키나와현, 일본 정부와 전면전 선언...매립 승인 취소 절차 돌입 914 경향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는 미군 기지의 이전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는 14일 나하(那覇)시 오키나와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지사가 내준 헤노코(邊野古)연안에 대한 매립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나가 지사는 자신의 이날 의사 표명에 대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헤노코 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나가 지사의 이런 방침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일 미군 기지 이전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키나와현 당국은 기지 건설의 실무를 맡고 있는 오키나와 방위국에 대해 오는 28일 의견 청취를 할 예정이다. 이는 승인 취소 작업의 하나이다. 승인 취소 절차는 앞으로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그러나 오키나와현이 매립 승인을 취소하더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이 매립 승인을 취하면 행정불복심사법에 근거를 둔 불복심사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군기지 이전문제는 지자체와 정부 사이의 법적 투쟁 등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지난 12일 오키나와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눈 후텐마(普天間)기지의 이전을 위해 같은 현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 연안에서 진행하던 공사를 중단 1개월만에 재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해상에서의 준비 작업을 마치는 대로 해저 시추 조사를 진행한 뒤 헤노코 연안의 부지를 매립하는 공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베 정권은 오나가 지사와의 ‘집중협상’을 진행하겠다면서 지난달 10일 이후 기지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오나가 지사가 미군기지 현내 이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협상이 결렬되자 아베 정권은 공사를 재개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현재 주택가 주변에 위치, 주민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후텐마기지를 현내 헤노코연안으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오키나와주민들의 반대 속에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의 나고시 시장 선거, 11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12월 중의원 선거 등에서 미군기지의 현내 이전에 반대하는 후보가 잇따라 당선되는 등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확인되고 있지만, 아베 정권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키나와=AP/뉴시스】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남부 기노완(宜野湾)의 미 해병 후텐마(普天間) 기지 철조망에 '미군 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슬로건이 붉은 페인트로 쓰여 있다.
2013년 소득상위 10만명 평균 4억7,000만원 벌었다
실효세울 상위 100명 29.2%, 상위 10만명 20.1% 914 서울경제
상위 10만명이 2013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통합소득이 평균 4억7,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소득은 근로소득과 금융, 임대 소득 등을 합친 소득을 의미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세청에서 받은 ‘2013년 근로소득 및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경제개혁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통합소득 최상위 100명의 1인당 2013년 평균 소득은 212억9,900만원이고 상위 10만명의 1인당 평균소득은 4억7,1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근로소득으로만 따지면 최상위 100명의 1인당 평균소득은 66억3,800만원이었고, 상위 10만명의 1인당 평균소득은 2억7,440만원이었다.
통합소득 상위 10만명이 전체 소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대로 최근 4년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통합소득 기준 중위소득은 1,975만원으로 상위 1% 소득과 16.5배, 상위 10%와는 5.7배의 격차가 났다. 평균소득은 3,036만원으로 상위 1% 소득과 10.7배, 상위 10%와는 3.7배 격차를 보였다.
통합소득 기준으로 상위 1%의 세전 기준 소득집중도는 10.7%인데, 세후 기준으로는 8.7%로 2.0%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후 점점 세전과 세후의 소득집중도 차이가 줄어들다가 상위 7∼10%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근로소득의 경우도 상위 1%의 세전 소득집중도는 7.3%, 세후 소득집중도는 6.1%로 1.2%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이후 점점 줄어들어 상위 9∼10%에서는 세전과 세후의 차이가 없었다.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소득에서 결정세액의 비율인 실효세율은 상위 100명은 29.2%, 상위 10만명은 20.1%로 나타났다.
물불 안가리고 포털 장악,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 가동916 미디어오늘
인터넷 여론통제·보수언론 의제 강화…선거 앞두고 포털에 자기검열·기계적 중립 강요
“박근혜정부 입장에서 포털 통제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포털업계 사정에 밝은 보수 성향의 유력일간지 기자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집권 초기부터 비교적 쉽게 주류언론을 통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인터넷이다. 최근 ‘포털 편향 뉴스보고서’를 비롯해 수년간 인사․정책 흐름을 보면 박근혜정부의 목표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인터넷 여론 통제’로 수렴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7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뉴미디어 정책비서관이 신설됐다. 제5~6대 인터넷신문협회장을 역임한 데일리안 대표 민병호씨가 임명됐다. 지난 5월 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학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공개형 포털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준비위가 출범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네이버·다음이 뉴스제휴평가를 외부기관에 넘기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언론사 위계질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지난 6월11일자 칼럼에서 “(평가위원회 설립에)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 비서관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적었다. 포털 스스로 제휴평가 권력을 넘긴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대목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6월 정부와 기업에게 오피셜 댓글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심증을 굳히게 했다.
2014년 10월1일, 조선일보가 네이버 모바일뉴스서비스에 진입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네이버 모바일뉴스플랫폼의 강화에 협력할 수 없다는 명목으로 ‘모바일 진입불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먼저 판을 깼다. 조선일보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총선과 대선 등 선거 국면마다 ‘조선일보가 네이버 모바일에 진입해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이탈 뒤 매경․동아․중앙 순으로 모두 네이버 모바일에 진입했다.
지난 5월 박근혜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홍보담당 차관보를 신설해 미디어펜 대표 이의춘씨를 임명했다. 3개월 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뷰징 퇴출과 뉴스품질강화 취지로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개정 시행령안 입법을 예고했다. 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2014년 기준 인터넷신문 6000여 곳 가운데 시행령으로 5000여 곳이 퇴출 될 것으로 예상했다. 등록요건 강화는 온라인에서의 주류언론 프레임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은 늦어도 2017년 1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부터 소급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광고주협회는 ‘유사언론 피해실태’ 결과를 발표한 뒤 지난 3일 유사언론 폐해를 국회가 막아달라며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 유통 개선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냈다. 광고계는 포털을 언론사로 간주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포털이 얻은 수익 중 뉴스가 기여한 부분을 언론계 발전기금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2013년 기준 네이버 영업이익 5241억 원 중 742억 원을 뉴스콘텐츠가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3자 요청이나 직권으로도 명예훼손 권리침해 심의 신청을 가능케 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등 공인 비판 글이 지지자 등 제3자의 고발로 삭제될 우려가 제기됐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비슷한 시기 기사 댓글의 위법성까지 심리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월호 참사 이후 진행된 일련의 흐름은 청와대 뉴미디어 정책비서관 신설→조중동매 네이버모바일 뉴스서비스 진출→공개형 포털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출범→문화체육관광부 국정홍보담당 차관보 신설→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 강화→방심위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광고업계 ‘포털의 뉴스 유통 개선 법률 제정’ 요구→새누리당의 ‘포털 개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관통하는 것은 전통적 주류매체의 온라인 영향력 강화와 정부주도의 여론 통제 강화다.
새누리당은 관제성 보고서를 근거로 포털 때리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포털이 언론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은 언론사보다 더 큰데도 정론을 펴겠다는 책임의식 없이 왜곡된 정보로 미래세대를 호도하는 걸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털에 의제선점기능을 빼앗긴 전통적 오프라인매체는 ‘포털 때리기’에 동조하거나,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여론 왜곡 우려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포털들이 마구잡이로 뉴스 제휴를 확대하면서 포털은 사이비 언론을 키워내는 공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포털들에 자정 노력을 하라는 요구가 거셌지만 포털들은 뉴스 유통 채널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만으로는 유사 언론의 폐해를 막기 어렵다”며 “뉴스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포털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의 주장은 포털에게 분명한 악재다. 김동원 강사는 “포털은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뉴스를 접한 수용자들이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게 만드는 게 수익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김동원 강사는 “조선일보 기사를 가지고도 청와대를 비판할 수 있는 게 온라인이다. 달라진 커뮤니케이션을 보지 못하고 비판의 장을 묵살하기 위해 수신자와 발신자를 통제하겠다는 올드한 발상이 일련의 정부정책 흐름에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주류언론의 대다수를 통제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포털 개혁’에 호들갑인 이유는 주류언론의 몰락과 맞닿아 있다. 인터넷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2500만 명 이상이 네이버로 인터넷을 시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52.3%가 웹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로 네이버를 띄워두고 있다. 다음은 29.9%다. 전체 국민 다섯 명 가운데 네 명 이상이 네이버와 다음으로 인터넷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김동원 강사가 “인터넷신문 등록조건 강화방침을 보면 정부가 포털이 되고 싶은 것 같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정부여당의 ‘포털 때리기’는 포털에서의 ‘정치 협소화’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은 이미 기계적 형평성을 의식해 쟁점을 희석하고 있다. 가치중립적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가십성 이슈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포털은 2013년 뉴스스탠드 전환으로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앴다. 뉴스소비량은 급감했다. 포털은 진짜 뉴스를 가십성 뉴스로 덮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의 검색 어뷰징을 방치하고 연합뉴스 등 통신사뉴스를 주요하게 배치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바라는 건 포털이 더 격렬하게 중립이란 ‘편향’에 머무르는 것이다. 최근 5년 간 포털이 시행한 임시조치(명예훼손 등 권리침해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게시물을 차단하는 행위) 건수는 네이버가 97만8892건, 다음카카오가 42만7528건에 달한다. 이미 여론통제는 이뤄지고 있다. 임시조치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기관의 규제를 더욱 확대․강화하겠다는 게 박근혜정부의 목표다.
이영주 MyOn 정치미학연구소장은 “2003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설’을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10여년이 흐른 2012년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은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달며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최근 정부여당의 포털 길들이기 흐름대로라면 인터넷 공간은 2017년 대선에서 정부여당 비판여론에 맞선 ‘사이버전사’들의 싸움에 유리한 공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포털의 영향력을 견제한다는 면에서 보수언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털 업계 사정에 밝은 보수성향 유력 중앙일간지 기자는 “포털이 여론을 장악한 것은 분명한 팩트다. 포털은 뉴스편집자로서 언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니면 편향이란 말이 아예 안 나오게 편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의 여론장악 비판에 대해선 “노무현 정부도 기자실 통폐합하고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며 인터넷매체를 조중동의 대안으로 키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새누리당의 포털 개혁이 통제로 비춰질 수 있지만 노무현정부의 언론 개혁도 누군가에겐 통제였다”고 주장했다.
포털도 넓은 의미의 언론이다. 포털의 뉴스편집원칙은 트래픽이고, 포털은 좌․우편향이 아니라 ‘선정성 편향’이 문제의 본질이란 지적도 있다. 포털권력은 감시 받고 견제 받아야 한다. 포털은 영리기업이지만 공적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망각해선 안 된다.
그러나 0.06%의 확률로 연달아 세무조사를 받고(다음카카오), 선거철이 되면 공직선거법 위반을 주장하며 선관위 조사를 의뢰하는(네이버) 식의 협박성 대응은 상식적인 감시와 견제가 아니다. 설령 포털의 뉴스편집이 편향적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자율적인 편집권의 영역에 정치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개입의 목표가 새누리당의 총․대선 승리라면, 이는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새누리당이 ‘포털편향 보고서’를 선전용으로 흔들어대는 것을 두고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무시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청년 일자리 프레임이 너무 강력했다” 916 미디어오늘
정부와 자본·언론이 합작한 거짓말… ‘청년 일자리’에서 ‘쉬운 해고’로 프레임 전환해야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노사정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합의내용을 두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가 정부와 재계가 제시한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 프레임에 말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오전 정의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9.13 노사정 합의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는 노동시장개혁을 둘러싼 프레임 싸움에서 노동계가 정부 및 재계에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를 두고 한국노총을 두들겨패는데 내가 볼 땐 한국노총 위원장은 상당히 오래 버틴 편이다. 새누리당에 뭘 갖다 바치지 못해 안 달이 나있는 간부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상황에서 버틸 만큼 버틴 편”이라며 “오히려 ‘민주노총은 뭐했나’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과정에 참여하고 있었으면 이 꼴이 낫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이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면도 있었다”며 “한국노총이 복귀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야당이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만들어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으나 노동계의 방어는 먹히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규직 대기업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부당하다고 쉽게 비판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임금피크제라도 해서 청년일자리 만들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며 “청년고용대책으로 노동시간단축, 법인세인상, 청년고용할당제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됐지만 이것이 통과되지 않으니 청년들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라도 해서 일자리 늘리자는 절박한 외침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의 노동개혁 광고 한 장면.
안 처장은 “정부나 대자본, 일부 언론이 합작한 거짓말 공세에 못 이긴다. 그만큼 당사자들은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계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분노와 절망의 핵심에 있는 청년층을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하고 같이 싸웠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노동계에선 임금피크제에 대해 ‘아버지 임금 깎아서 자녀 일자리 만드냐’고 반박했다. 한 청년이 이 구호를 듣고 ‘우리 아버지는 아닌데’라고 하더라”며 “그 청년의 아버지는 정년연장 대상도 아닌 비정규직이고 늘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서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거다. 노동계의 반론이 안 먹힌다. 정부와 재계가 청년문제를 잘 치고 들어왔는데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렸다”고 진단했다.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이 청년일자리’라고 강조했으나 막상 노사정합의안에는 청년고용을 늘리는 내용은 부실하다는 비판이 많다. 김형탁 정의당 부대표(전 민주노총 부위원장)는 “(합의안에는)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있으나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의무는 없다”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는 하지만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내건 ‘청년일자리’ 프레임을 ‘쉬운 해고’ 프레임으로 전환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이번 합의에 문제점이 많은데 무엇을 테마로 해서 대응할지 고민이 많다. 결국 ‘쉬운 해고’가 핵심”이라며 “미조직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고용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노사정합의의 핵심이고 이를 부각해 국민들과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추진 계획 광고
이 실장은 이어 “대응에서는 여론전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청년에 올인해 성공했다”며 “노동계는 ‘쉬운 해고’를 더 강조해서 올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선 연구원은 “이번 합의를 두고 모든 게 다 끝난 것처럼 비분강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1차 관문 통과했을 뿐”이라며 “그간 정부는 노동개혁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앞으로 핵심은 여론을 누가 쥐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나아가 “그간 노동계가 청년 프레임에 밀렸다면 이제 합의안이 나오면서 해고 부분이 전면화됐다.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해고는 민감한 부분이다. 97년 총파업 투쟁이 가능했던 것도 해고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9월 15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삭발을 한 채로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동개악-노사정 야합 분쇄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조가입 운동’을 펼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는 노동개혁에 앞서 ‘정규직 과보호’를 주장하며 이번 노동개혁의 대상을 정규직 조직노동자로 삼았지만, 막상 이번 노사정합의가 실현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더 큰 위협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직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이라는 1차적 보호장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절대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들은 해고 완화나 취업규칙 변경에 보호 장치 없이 바로 노출돼 버리기 때문이다. 안진걸 처장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노조 가입하라고 했는데, 시민사회계와 노동계도 ‘노동조합 있으면 덜 당한다’며 아래로부터 노동조합을 만드는 캠페인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조 없는 사업장에 가서 청년단체들과 함께 ‘온 국민이 노조 가입하자’며 오바마 따라하기 운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80년대만 해도 노조에 대한 공세적 분위가가 형성돼 있었으나 이후 여러 실증분석을 통해 노조의 순기능(고용안정, 소득 증대 등)이 부각되면서 여론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며 “한국의 경우도 자료나 연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잘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중기 한신대학교 교수는 노동계가 단기적인 여론전보다 조직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여론전을 하긴 해야하지만 여론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조가 시민들한테 해를 끼친다는 담론을 20년 동안 만들어놨다”며 “플랜카드와 찌라시(전단지를 의미)로는 종편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투쟁도 중요하고 여론전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자원이 밀리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무기는 결국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정윤회 건드린 괘씸죄’?···검, 체육계·박동열 등 정면 겨냥 916경향
검찰의 하반기 사정에 ‘청와대 의중’이 은연중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일부 수사가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나 인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스포츠개발원, 그리고 연구·개발(R&D) 업체 4~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공단 측이 스포츠 연구·개발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유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체육계 전반에 관한 비리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관련 부처 등의 감사 정보 등을 모아 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청와대의 관심’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에도 체육계 비리 척결 필요성을 언급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이 같은 상황을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 씨가 지난 1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관한 보도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체육계에 대한 이번 사정은 지난해 말 불거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문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권력실세인 정윤회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특혜 선발됐다”고 공개 거론하면서 정씨의 체육계 개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어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급 직원 2명이 동시에 경질된 사실이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났다. 특히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직접 2명을 언급하면서 경질을 요구했다고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윤회 실세설’의 근거로 거론되면서 체육계를 향한 청와대의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정윤회 문건 파문 연루자는 또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최근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세무법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2011년 퇴임 후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48)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과 함께 1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청장은 16일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한 법원 실질심사를 받았다. 박 전 청장은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와 정윤회씨의 유착관계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관천 전 행정관에게 제보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물론 검찰은 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윤회 문건 파동과 전혀 무관하다고 펄쩍 뛴다.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를 정윤회 문건 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로 생각하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검찰도 ‘청와대의 관심’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직접 부패 척결을 지시한 바 있다. 역대 정권 중 검찰 수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정권도 없다. 그러나 한 검찰 관계자는 “하명수사가 지나치면 검찰권에도 부정적인 결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인방송시대의 어두운 면, 다 보여 드립니다. 916경향
지난 14일에 송고한 기사 아프리카TV BJ들의 차별적 발언에 관한 기사(▶장애인한테 뽀뽀하면 비정상? 아프리카TV 유명BJ들 소수자 차별 발언, 도를 넘었다.)를 읽고, 아프리카TV BJ들의 방송에 다른 문제도 있다며 여러 명이 추가로 제보해왔다. 그간 수 차례 보도된 ‘욕설·신체노출’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는 사례들이 많았다.
■도박방송?
BJ이기광은 지난 8월 동안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수십회 윷놀이 게임 방송을 했다. 명절에 가족들과 하는 평범한 윷놀이는 아니었다.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별풍선 40~70개를 먼저 걸어야 했다. 별풍선은 방송 시청자들이 하나 당 현금 100원을 주고 아프리카TV 측으로부터 구매한 후 BJ들에게 선물하는 방송아이템이다. 선물받은 BJ는 아프리카TV 측으로부터 BJ등급에 따라 개당 60~70원으로 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판돈 4000~7000원을 걸고 하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BJ이기광은 다른 BJ들과 동시에 방송을 하면서 별풍선 1000개~2000개를 걸고 3판2승제로 윷놀이 게임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BJ가 지난 5월 자신의 방송에서 버스 안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방송이 민폐
유명 BJ인 ‘갓성은’은 지난 7월 방송 중 버스 뒷좌석에서 자장면 두 그릇을 연속해 먹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영상에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황당한 듯 BJ를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BJ는 지난 5월 배에서 만난 스님에게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밀고, “스님이 왜 되신 거예요? 예수를 믿으세요”라는 말을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9000원이면 길 위에서 “성관계 하고 싶다”
사주풀이 방송을 하는 엄모씨(50)는 지난달 3일 오후 4시40분쯤 한 카페에서 방송하던 중 한 시청자로부터 “길 위에서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5회 큰 소리로 외치면 별풍선 90개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시청자가 별풍선을 보내자 엄씨는 곧장 카페밖으로 나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엄씨의 방송 카메라에는 황당해하는 행인들의 표정도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방송하던 엄씨는 시청자들의 별풍선을 받고 치마를 입은 채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기도 했다.
■아슬아슬 교통(중)방송
일부 BJ들은 운전 중 방송을 해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BJ갓성은은 지난 6월 제주도 방송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해당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서 ‘위험해보인다’, ‘운전을 하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BJ의 다른 방송에서는 한손으로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나가기도 했다. 6월30일에는 BJ허윤미가 방송을 하면서 운전하는 중 멘트를 하다가 접촉사고가 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19금 연령제한 없는 19금 게임 방송.
게임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BJ철구는 지난 10일 ‘Until Dawn(언틸 돈)’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해당 게임은 사람과 짐승이 잔인하게 죽는 장면이 묘사되는 등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콘텐츠다. 그러나 방송은 아무 연령제한 없이 나갔다. 방송 중 게임의 수위를 우려한 시청자들이 BJ에게 방송연령을 19세로 바꿀 것을 수 차례 제안했지만, BJ는 “19 안 걸어도 됩니다”라며 일축하고 게임을 계속했다.
제보자들은 적게는 2건, 많게는 10건씩 이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제보자들은 ‘아프리카TV에 문제 방송들에 대해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프리카TV는 운영원칙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모씨(51)는 “문제방송은 셀 수 없다”면서 “지난 7월부터 거의 하루 한 번 꼴로 아프리카TV에 신고전화를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가 큰 수익을 내는 인기BJ를 함부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령제한이 없는 19금 게임 방송을 제보한 김모씨는 “BJ철구의 방에 더 많은 청소년이 입장할 수록 아프리카TV는 많은 광고수익을 벌고 별풍선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프리카TV의 자정이 불가능하다면 공익적 차원에서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칼럼] 사다리를 걷어차는 길밖에…9.15 한겨레
tvN의 예능 ‘SNL 코리아5’ 의 ‘면접전쟁‘ 코너 중
여름철만 되면 외국에 유학 중인 자녀들이 국내에 몰려들어 인턴사원을 한다. 국내에서 스펙을 쌓으려는 것이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나 로펌, 유명 단체 등에서 인턴십을 하려면 웬만한 배경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좋은 자리에 인턴 자리를 잡아주는 것으로 부모의 능력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친구의 자녀가 방학으로 귀국해 물어보니 동종 업계에 인턴사원으로 집어넣어 주었다고 했다. 아버지인 자신의 빽으로. 부끄러운 줄 알라며 핏대를 올렸더니 당연하다며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떤 인턴사원은 들어오자마자 사내 인사들이 몰려와 담당자에게 잘 봐주라고 당부하고 얼굴을 익히고 갔다는 일화도 전해주었다. 재벌회사 사장 자녀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연간 수백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 오너와 고위공무원 법조계 정계 사학주인 문화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언젠가 인턴사원은 주요 자리에 앉을 터이고 그런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갈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의 자녀가 하늘나라,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집 장만하고 살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젊은이들에게 하늘나라란 그 정도의 곳인데도 말이다. 대학입시도 뒷구멍 입학이 있고 취업도 로스쿨 법조인 임용에도 인맥이 작용하고 대학교수 임용은 정가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영화 <베테랑>이 좋았다고 했더니 악과 선을 이분법적으로 그려서 유치하다고 했다. 나는 그 점이 바로 속시원하고 좋았다. 악의 근저를 들여다보면 사연이 있고 선을 파헤쳐봐도 구멍투성이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넘치고 있는 풍조가 좋은 게 좋다 식으로 누구나 결함은 있다며 두루뭉술하게 서로서로 봐주고 넘어가는 것이다. 기득권층에 대해선 속시원히 까발리지 못하고 그만한 것쯤이야로 넘어간다. 수천억씩 돈과 권력을 바꾸어 먹은 사람은 그들만의 리그이고 한통속이니까 봐주고 조금 해먹은 피라미들은 쪼잔한 파렴치범이 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대선판에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인종주의적인 폭탄발언을 하는데 미국인들은 환호한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킨다. 그는 미국의 권력을 1%가 쥐고 있다며 99%가 그것을 빼앗아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득불평등으로 양극화가 최고인 나라가 미국이다. 둘이 붙게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트럼프의 승리일 것이다. 그것이 미국이다 하고 나는 생각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노조의 쇠파이프만 없었다면 국민소득이 벌써 3만불이 되었을 거라며 한탄했다. 3만불이 되었으면 자살률과 소득격차가 줄고 젊은이들이 취업과 결혼, 자녀를 갖는다는 희망을 가졌을까. 소수의 블랙홀로 국민 각자가 가져가야 했던 3만불은 흘러갔을 것이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지수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미국의 작가 커트 보니것은 ‘미국이 세계에 증오와 공포를 부추겨 더 많은 무기를 쌓아놓고 평화를 지킨다고 하고 천만장자를 억만장자로 만든다’며 조국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나라 없는 사람>에서 스스로를 나라 없는 사람이라며 화성인들이 미국을 망하게 해주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지구상엔 미국을 망하게 할 나라가 없어서인가.
우리는 자식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부모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칭송한다.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를 쓰고 용으로 가는 사다리를 타게 하려고 한다. 왜 자신의 자녀를 용을 만드는 데 일생을 보내려 하는지 모르겠다. 미꾸라지로 살면 안 되는지…. 출세와 성공이라는 사다리에 목숨 걸고 올라가 봤자 용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미 꼭대기에 앉아 있는 용들의 발길질 한번에 주르륵 미끄러져 내릴 것인데도. 버니 샌더스 주장처럼 뺏어올 능력은 없어도 그 사다리를 차버리고 살 방법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귀향비·유류비·상품권·보너스… 현대차·삼성, 두둑한 ‘추석선물’917국민일보
현대차, 최고 210만원 상당… 삼성은 직급따라 상여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번 추석 때 모든 직원들에게 110만원 상당의 추석 선물을 제공한다. 대리 이하는 최대 210만원까지 받게 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직원 전원에게 명절 귀향비 80만원씩을 지급한다.
현대차는 또 5만원 상당의 유류비와 25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 또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제공한다. 이에 전 직원이 명절 귀향비와 상품권까지 합쳐 최소 110만원을 받게 된다. 여기에 대리 이하 사원은 통상임금의 50%를 받게 돼 최대 210만원을 챙길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생한 직원들이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귀향 선물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모든 귀향비는 세전 기준”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연봉에 포함된 개념으로 기본급을 지급한다. 대리는 150만∼200만원, 과장 차장은 200만∼3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직원들에게 기본급과 각종 수당의 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귀향비 50만원을 지원한다. 국내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과 대형 조선사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대체휴일을 포함해 5일간 쉬기로 했다.
국민일보와 개신교의 황당한 박원순 때리기 918 미디어오늘
[비평] 개신교 대변인 노릇 국민일보 동성애 반대 동영상까지…개신교의 위기의식인가
국민일보의 박원순 비판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정 전반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철저하게 보수 개신교의 입장에서 몇 가지 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15일 국민일보 종교면에는 <서울시 앱 로고, 범성애 상징과 유사 논란>이라는 기사를 통해 “동성애 옹호가 의심 된다”는 주장이 실렸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개설한 앱 ‘내 손안에 서울’의 배경이 다홍색, 노란색, 진한 하늘색으로 돼 있는데 이것이 범성애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 지난 15일 국민일보 종교면
사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것이 범성애를 상징하든 그렇지 않든 이를 해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한 보수단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성소수자를 옹호·지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며 마치 성적 취향이 잘못된 이념 내지는 범죄인 듯한 뉘앙스를 나타냈다.
보수단체 대표는 이어 “서울시는 동성애자들에게 서울광장을 내주고 광란의 파티를 하도록 내버려 둔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진행된 ‘퀴어문화축제’를 뜻하는 것이다. 같은 기사에서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은 “서울시청에서 동성애 관련 물품이 전시·판매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전임시장 때 상상도 못했던 충격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3일 퀴어문화축제에 관해 일방적으로 보도했던 6월 2일자, 4일자, 5일자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반론보도문을 실었다. 국민일보는 관련기사에서 박 시장이 “한국 최초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아시아 국가가 되길 희망했다”고 했다고 보도했고,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허용은 조례위반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광장 사용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민일보가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일보가 지속적으로 박 시장을 공격하는 이유를 반론보도문을 보면 추측할 수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3일 반론보도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민일보 기사에 대해 박 시장이 최초로 동성 결혼 합법화할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동성애와 관련한 박 시장의 입장에 대해 일방적인 보도를 통해서라도 끊임없이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의 박 시장 공격은 동성애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일보는 지난 2월 10일 종교면을 통해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명명에 불교계 조직적 개입>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40여건의 기사와 칼럼를 통해 9호선 봉은사역이 코엑스역으로 개정돼야 하며 박 시장이 불교계 편을 들어 종교편향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엑스는 2호선 삼성역에서부터 9호선 봉은사역까지의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 봉은사는 코엑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개신교계는 봉은사역 명칭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5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한국교회연합은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를 열어 입장을 공유하고 서울시민을 상대로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국민일보가 이토록 집요하게 보수 개신교 입장에서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주류 개신교 입장에서는 “서울을 봉헌하겠다”고 한 이명박 전임 서울시장이나 비슷한 성향을 가졌던 오세훈 전임 시장에 비해 박 시장에 대한 선호가 떨어질 수 있다.
▲ 지난 5월 25일 국민일보 종교면.
다른 이유는 없을까? 지난 11일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약 4분짜리 동영상의 제목은 ‘한국교회여 동성애 STOP을 외쳐라’다.
영상을 통해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동성애가 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해 죄악시 하며 “동성애 문화가 급격하게 밀려오고 있다”거나 “과거에 역사에도 동성애가 존재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적군이 밀려오는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영국의 변호사 안드레아 윌리엄스는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별금지법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크리스천의 진리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법 제정에 반대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가정과 나라를 복음으로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에 근거해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보수 개신교계 주장에 대한 비판은 다양하다. 성서 레위기 18장 및 20장에는 동성애를 ‘가증한 일’이라는 표현했다. 하지만 이 표현이 그 당시의 도덕적 기준으로 볼때 비도덕적이라는 뜻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성서 레위기에는 일부다처제 허용·여러가지 천을 섞은 옷을 입는 것 금지·돼지고기 섭취 금지 등의 내용도 있다. 왜 동성애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다른 성서의 내용은 지키지 않느냐는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를 신앙으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이런 비판은 설득력을 잃는다.
영상에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 본부장 소강석 목사는 “동정의식은 가져야 되겠지만, 긍휼한 마음은 가져야 되겠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강조했고,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 전문위원장 이용희 교수는 “동성애 이슈가 나올 때마다 올바른 요점을 가지고 분명히 일깨워 줘야 된다”며 개신교인의 우월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 교육원장 김성로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면 동성애를 막을 줄 믿는다”고 말했다. 결국 동성애 이슈를 근거로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단결을 꾀하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동성애 STOP' 영상 화면 갈무리.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개신교는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0년마다 벌이는 인구조사 결과 1985년부터 1995년까지 가톨릭은 108만여명, 불교는 226만여명, 개신교는 227만여명이 늘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가장 많은 성장을 보였던 종교는 개신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1995년부터 2005년 사이 결과는 달라졌다. 불교는 이 기간에 40만명의 신도가 늘었지만 개신교는 14만명이나 줄었다. 반면 가톨릭은 같은 기간 219만여명이 늘어 올해 조사에서는 가톨릭 인구가 개신교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개신교 인구 감소의 원인을 배타적인 태도로 꼽고 있다.
동성애자나 동성애를 비판하지 않는 박 시장에 대해 차별하면서 개신교인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모습은 나치 시절 아리안 우월주의를 떠올린다.
결국 최근 이어지는 국민일보의 집요한 박 시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찍기식 보도는 개신교의 이해관계에 불과할 뿐, 권력에 대한 감시라고 보기 힘들다. 국민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의 이사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이영훈 목사 뿐 아니라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 본부장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등 개신교 인사들로 이루어져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상은 “한국교회여 함께 힘을 모아 일어납시다”라는 멘트와 함께 “동성애 STOP”이라는 화면으로 마친다. 적어도 박 시장과 동성애 관련 보도를 보면 국민일보 종교면에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약한 자를 위해 희생하던 예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노조 성명 유감 918 내일신문
공무원노조가 17일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무원노조는 기재부를 '재벌 장학생', '한국경제를 망친 주범'이라 부르고, '기재부 관료들부터 해고하라'고 한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면책특권을 악용해 기재부 공무원, 나아가 행정부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상의 범죄행위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인식공격을 통해 이득을 얻고 지역구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려는 C급 정치인들의 얄팍한 술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전했다.
성명서에 나온 대로 '경제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야근을 일상으로 삼고 주말을 반납하며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이라면 도가 넘은 의원들의 발언에 속이 상했으리란 점은 이해가 간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너무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거친 발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기준에서는 '막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그 당당한 모습에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스러웠다.
기재부는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곳이다. 그런데 경제예측을 터무니없이 하는 바람에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한 해도 아니고 3년 연속이다. 결손액도 계속 늘어 지난해에는 10조원이 넘었다. 올해도 '메르스'를 핑계로 세입추경을 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세수결손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재정을 풀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결국 나라 빚만 급격히 늘었고 안 그래도 고단한 국민들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국감장에 나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보다 부진한 세계경제 탓을 했다. 세계경제 회복이 더딜 수 있고, 정부의 경제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는 식이다. 그리고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근로자들 때문에 우리 경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민간기업에서 기재부가 나라살림 운영하듯 했다면 담당임원은 문책감이다. 해당 직원들은 성과급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하자는 대로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이들은 당장 '공정해고' 대상자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 예측을 잘못해 책임을 졌다는 공무원은 본적이 없다. 급여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어본 바 없다. 정부가 한국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노동개혁 대상에서도 공무원은 빠져 있다.
"노동자를 해고시키기 전에 기재부 관료들부터 해고하라"고 했다가 'C급 정치인'이 돼 버린 한 야당 의원의 이 발언은 어려워진 경제와 나라살림에 대해 경제수장의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무원은 예외로 한 채 추진되는 노동개혁으로 내 일자리를 잃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막말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공무원노조는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된 것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부 잘못으로 경제가 어려워졌고, 노동개혁은 근로자 일자리만 불안하게 할 것이란 지적에는 입을 닫았다. 나라경제가 이렇게 힘들어진 것은 세계경제 탓이고, 노동개혁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 공무원노조가 먼저 노동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고 노동개혁은 공무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 생각한다면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비판하기에 앞서 내부 문제제기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공무원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해준 것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라는 취지 아닌가.
교사 1만5702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유신시대로 회귀” 917 민중의 소리
현직 역사교사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직 교사 1만5702명의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전국의 교사 1만5702명이 한국사 교사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교사 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사 선언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와 비조합원 교사 1만5701명이 참여했다.
현직 역사교사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직 교사 1만5702명의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교사들은 선언문을 통해 “유신시대에 도입됐던 국정교과서를 통한 역사교육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청산된 구시대적 유물”이라면서 “박근혜 정권은 역사교육을 유신시대로 회귀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는 끊임없는 해석과 평가의 반영이어서 역사관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다양성에 대한 소개는 역사교육의 본령에 놓여 있다. 따라서 역사는 하나의 해석에 따른 하나의 교과서로 온전하게 학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미래 세대를 교화하기 위한 사상의 강압이자 영구독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의 의식을 지배하는 기도”라며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되면 역사의 왜곡과 역사교육의 파괴가 예고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육부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검인정교과서 발행체제 개편 통한 교과내용 통제 시도 포기 ▲교과서·교육과정 논의 위한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대·부산대·덕성여대에 이어 고려대 교수들도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현직 역사교사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직 교사 1만5702명의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묻고, 따지고, 검열하는 ‘참! 야박한 복지’ 주간경향 1144호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빈곤층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부양의무’와 ‘근로능력’이라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수급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도덕적 해이’의 시각으로 검열한다면 세 모녀 사건은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아줌마, 일 안 하신다면서요?” 김지선씨(가명)는 구청 직원의 윽박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거 다 불법이에요. 민·형사상 처벌 받을 줄 알고 계세요.” 구청 직원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김씨의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공포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수급자격이 박탈되면 아들과 어떻게 살지? 김씨는 넋이 나간 채로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김씨는 아들과 단둘이 산다. 남편은 아들이 초등학교 때 죽었다. 혼자 남은 김씨는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이 됐다. 월 80만원 남짓으로 모자가 살았다. 아들은 공부를 잘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게 기특하고, 미안했다. 참고서라도 몇 권 사주고 싶었다. 사정을 잘 아는 동네 식당 주인이 식당이 바쁠 때 나와 설거지나 허드렛일을 해 보겠느냐고 했다. 몸이 아파 몇 시간씩 할 수 없으니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잠깐씩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한 달 20만원. 그 돈으로 아들에게 문제집과 책을 사줄 수 있어 좋았다. 그걸 누군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구청 직원들이 김씨가 일하는 곳을 찾아왔다. 김씨에게 다시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수급자격은 유지됐으나 수급비는 20만원씩 차감됐다. 김씨가 벌었던 돈만큼 정부는 수급비를 압류해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함께 찾아주세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세 모녀가 자살했다. 생활고가 원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소외계층 전국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2011년 4월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세 남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자 그때도 정부는 복지 소외계층을 찾겠다며 전국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것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내거는 약속이다. 하지만 빈곤층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담당 공무원들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부정수급자를 찾고 ‘부양의무’와 ‘근로능력’이라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수급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지역 주민들이 희망구호 쌀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공무원에 근로 ‘걸린’ 기초생활수급자
지난 9월 7일, 국회에서는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한 달,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소위 ‘세 모녀법’이라고 불리는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2014년 12월 개정돼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주요 문제점으로 부양의무제와 근로능력평가제가 꼽혔다. 부양의무제는 부양의무자가 일정 소득 이상을 벌면 수급을 받을 수 없는 제도다. 근로능력평가제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일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게 되면 수급을 못 받거나 일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조건부 수급을 받는 제도다. 이 제도들이 적용하는 기준이 현실성이 없어 벼랑 끝에 내몰린 빈곤층이 수급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부양의무제와 근로능력평가제는 빈곤층 ‘복지 검열’의 두 기둥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 제도는 ‘국가 정책의 방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과제로 내걸면서 첫 번째 과제로 부정수급 근절을 꼽았다. 그 일환으로 2013년 10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가 함께 ‘정부 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절반이 넘는 국민이 부정수급 사례를 직접 목격하거나 안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57.3%가 ‘주변에서 부정수급 사례를 보거나 알게 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 중 ‘저소득분야(기초생활생계비, 한부모지원 등)’가 34.9%로 가장 많았다는 내용의 조사였다. 이 조사는 빈곤층의 수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에서 저소득층의 부정수급은 얼마나 될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센터 설립 100일을 맞은 2014년 1월, 100억원에 이르는 복지 부정 금액을 대대적으로 적발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들이 낸 성과보고서를 보면 100억원 중 97억8000만원은 병원 사무장과 사회복지시설 등 기관의 비리에 의한 것이었다. 빈곤층에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수급했다가 적발된 돈은 7000만원에 불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김윤영 외 지음, 북콤마) 김지선씨(가명)처럼 수급비에서 차감당한 사례도 적발된 빈곤층 부정수급에 속할 것이다.
2014년 2월 생활고로 자살한 세 모녀가 남긴 메모 /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정부의 ‘복지 검열’은 빈곤층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이다. 부양의무제와 근로능력평가에 걸려 수급 자격을 박탈당한 빈곤층은 삶보다 죽음을 가깝게 여긴다. 기초생활수급이 유일한 삶의 끈인 이들이다. 부양의무제로 기초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윤선영씨(가명·62)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다. 만약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은 선택은 노숙밖에 없다. 사실 죽음을 떠올리는 일도 낯설지 않다. 윤씨는 남편과 둘이 산다. 4년 전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20년 동안 남편은 한 동네에서 성실하게 부동산업을 하며 지역에서 신뢰도 쌓고 재산도 제법 모았다. 남편이 갑자기 이유도 모를 정신병에 걸리면서 삶은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쳤다. 남편이 습관적으로 절도를 하기 시작했고, 재판하고 합의금을 마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가세는 기울어졌다. 과거 남편이 투자를 하면서 진 빚도 갚아야 해서 생전 사업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윤씨는 혼자서 부동산을 정리하고 집을 팔아 돈을 갚아 나갔다. 아들 부부 역시 이 과정에서 본인 명의 집을 팔아 부모님의 빚 갚는 데 보탰다. 아들은 아들대로 다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느라 빚을 지게 됐고, 그 과정에서 며느리와 관계가 나빠졌다. “며느리는 이제 내 전화를 받지 않는데, 내 생각에는 그게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저희들 가정이라도 지켜야지 우리까지 신경쓰다가는 두 집 모두 풍비박산이 난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25만원 월세 지하방에 살고 있는 윤씨는 이사온 지 두 달이 됐지만 두 달 넘게 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혼자서는 생활을 하지 못해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보증금도 완납하지 못하고 월세도 두 달이나 체납되면서 집주인이 윤씨의 손목을 잡고 동주민센터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긴급지원 신청이 돼서 3개월 동안 69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첫 달 받은 돈으로 바로 밀린 월세 50만원부터 갚았다. 그러나 긴급지원은 가능하지만 기초생활수급 자격은 안 된다는 게 동사무소의 답변이었다. 이제는 연락도 안 되는 아들과 며느리가 소득이 있기 때문이었다. 윤씨는 “담당 공무원은 연락 단절로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엄마로서 이 얘긴 꼭 하고 싶다. 나 때문에 아들 가정을 깨지게 할 수도 없고, 나 때문에 빚도 많이 졌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아요 민생보위복지상담소 상담활동가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조금 늘었다면 부양 무능력자였다가 부양 능력자로 전환돼 바로 기초수급에서 탈락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부양의무제가 기초수급생활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적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연락이 뜸하다가도 자녀들이 명절 때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들이 명절 때 10만원씩 용돈을 주고 갈 수도 있다. 자녀가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1년에 두 번이나 용돈을 주지 않느냐며 적발하는 경우도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수급자들의 이런 사실까지 어떻게 알까. 복지 검열은 정책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 및 지역사회에까지 퍼져 있었다. 이아요 활동가에 따르면 부정수급의 상당수가 주변에서 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빈곤층이 밀집해 있는 임대아파트나 쪽방촌의 경우 수급자가 아닌 빈곤층이 수급자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급비로 생활이 어려워 몰래몰래 조금씩 일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을 아예 나와서 지켜보는 주민들도 있고, 임대아파트에서는 동장이나 반장이 묻는 경우도 있다.” 빈곤층에게 기초생활수급비가 생사를 가르는 일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 또한 심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 조건이 까다로워 복지가 필요함에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이를 둘러싸고 빈곤층 사이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들 가정까지 깨지게 할 수는 없다”
복지 검열은 근로능력평가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근로능력평가는 2010년에 도입됐다. 평가기관이 2012년에 국민연금공단으로 넘어가면서 평가는 더 엄격해졌다.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급이 끊기거나 조건부 수급으로 바뀐다. 조건부 수급은 일을 한다는 조건으로 수급을 하는 것이다. 이아요 활동가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근로능력평가는 기본적으로 이들이 일할 의지가 없는 나태한 국민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박정석씨(가명·58)는 요즘 “조금이라도 몸이 성할 때 아버지 곁으로 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박씨는 선천적으로 다리에 장애가 있다. 심하지는 않았다. 젊었을 때는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괜찮은 삶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씨는 정리해고됐다. 일할 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장애가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니 문제가 됐다. 어렵게 재취업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하는 일은 허드렛일이었다. 물론 비정규직이었다. 월급도 처우도 형편없었다. 그래도 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마저 2년 후에 해고됐다. 어느덧 박씨에게 남은 선택은 노숙밖에 없었다. 노숙을 하다 계단을 헛디뎌 굴렀다. 그때부터 장애가 악화됐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다리는 시간이 갈수록 뒤틀렸고, 허리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2012년 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일하러 나가지 않으면 수급이 끊기니까 이번 달부터 구청 화장실 청소일을 하세요.” 그러나 박씨는 조건부 수급자다. 얼마 전 장애등급이 떨어지면서 일반 수급자에서 조건부 수급자가 됐다. 조건부 수급자는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 수급이 끊길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일하라고 연락이 온다.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으면 진작에 했겠지. 나도 내가 벌어서 살고 싶어. 화장실 청소 못한다니까 그 다음에는 공원에 가서 풀을 뽑으라고 하대. 난 다리 때문에 앉았다 일어났다도 할 수가 없어.” 당뇨와 당뇨합병증 및 고혈압을 앓고 있는 박씨는 얼마 전부터 복용하던 약을 끊었다. 수급이 끊기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 “장애가 더 심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괜찮을 때 갔으면 좋겠다.”
쪽방촌 골목 / 김정근 기자
박영아 공감 공익법무법인 변호사는 “근로능력평가는 수급자를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이다. 평가를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하면서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사례가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무리한 근로능력평가는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사망한 심정현씨(가명)의 경우가 그렇다. 고속버스 운전사였던 심씨는 10년 전 동맥에 이상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 비용으로 가세는 기울었고, 수술 후 심씨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심씨와 아내는 둘 다 근로능력이 없는 일반수급 가구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2012년부터 근로능력평가가 강화되면서 반 년에 한 번씩 진단서를 떼오라는 압박이 이어졌다. 2013년 말 심씨를 찾아온 국민연금공단 직원은 심씨를 보고 ‘건강하시다’는 말을 꺼냈고, 2014년 근로능력 1급 판정을 내렸다. 심씨는 조건부 수급자가 돼 일을 하지 않으면 조건불이행으로 수급에서 탈락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심씨는 두 달 교육을 받고 고용센터와 연계해 지하주차장 미화원으로 취업을 했다. 그러나 취업 후 두 달 만에 심씨는 일터에서 쓰러졌다. 이식 받은 혈관을 타고 온몸에 세균이 퍼져 식물인간이 된 심씨는 한 달 반 만에 사망했다. 박영아 변호사는 애초에 심사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근로능력평가는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 평가 두 가지로 이뤄진다. 심씨는 의학적 평가에서 1단계 평가를 받았다. “1단계는 질환이 치유됐고 안정 시에 무증상이라는 것만 보고 평가를 한 셈이다. 계단만 걸어도 바로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이런 기초적인 것조차 간과한 것이다. 활동능력 평가에서 점수가 좀 낮게 나왔지만 의학적 평가에서 1단계가 나오면서 일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심씨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안 국민연금공단 측은 부랴부랴 활동능력 평가의 점수를 더 낮춰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들이 수정한 항목은 알코올 의존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심씨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이었다.
송파세모녀 위령제 / 박민규 기자
근로능력평가로 ‘수급자 밀어내기’
김윤영 사무국장은 이러한 ‘수급자 밀어내기’의 정책기조로는 빈곤층의 권리보장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9월 7일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의 담당 공무원(주거급여 담당)들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의 발언은 수급자를 밀어내고 이들을 검열하는 정책당국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ㄱ사무관은 “복지 관련 언론 기사가 나가면 댓글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 더 줘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는 분들도 많더라. 적정 복지수준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ㄴ사무관은 “주거급여를 수급자에게 직접 주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LH나 SH 등 임대인들에게 바로 지급하는 것은 실제 주거비 급여 외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주거비 급여 외의 목적’의 예로 ‘술판을 벌인다’는 발언을 해 참석자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ㄷ사무관은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으면 일을 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가만히 돈을 받는 것보다 낫다. 활동능력 평가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됐는데, 지역주민들에 대한 온정적 판단이 개입될까봐서다”라고 말했다. 복지가 검열을 기반으로 할 때 빈곤층에 대한 복지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빈곤은 특별한 불행이 아니다. 삶의 한 고비에서 발을 잘못 디뎠을 때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재난이다. 송파 세 모녀가 그랬고, 한순간에 중산층에서 빈곤층이 된 윤선영씨도 그랬다. IMF라는 재난에 휩쓸린 박정석씨도 마찬가지다. 부양의무를 회피하거나 일할 의지가 없다는 ‘도덕적 해이’의 시각으로 이들을 검열할 때 세 모녀 사건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무원들의 인식
“과연 수급자 중 수급비를 받아 술을 먹느라 수급비를 날리고 임대료를 못 내시는 분이 몇 명인가? 직장인 중 월급이 자동적으로 임대인에게 이체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그럼 사무관님은 월급 중 집세가 자동으로 임대인에게 이체가 되고 있나?” 방청석에서 나온 질문자의 목소리는 높고 격앙돼 있었다. 이 질문은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의 한 공무원을 향해 있었다. 증언자로 참석한 수급자도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불쾌한 감정을 전했다. “수급자들이 수급비를 받아 술을 마신다는 인식이 수급자 입장에서는 많이 불편하다.” 문제가 됐던 발언은 맞춤형 개별급여 중 주거급여에 대한 토론을 하다 나온 것이었다.
9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한 달, 문제점과 개선과제> 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거급여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주거급여법 7조 4항은 임차료의 지급대상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그 중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수급자의 경우 주거급여는 LH 혹은 SH 등의 지방공기업이 지정한 계좌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주거급여 수급자가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집주인의 신고’에 의해 급여 지급을 중지하고 ‘집주인’의 신청에 의해 집주인이 임차급여를 직접 수령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급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조항은 없다. 당사자의 선택권, 자기결정권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주거급여에서 수급 당사자의 결정권을 아예 배제해버린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답변. “대부분 수급자의 경우 집에서 술판을 벌이고 이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임대료가 바로 들어가서 훨씬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급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공무원의 인식에 참석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의 사례를 들어 담당 공무원을 반박했다. 송파 세 모녀도 임대료와 가스비가 연체됐다. 세 모녀 사례에서 보듯 수급자의 임대료 연체는 부정적인 생활방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빈곤을 나태한 생활방식의 문제로 인식하는 한 빈곤현장과 빈곤정책의 괴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박의 목소리가 거세자 담당 공무원은 다만 한 수급자의 말을 옮긴 것뿐이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공무원들의 발언은 연이어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 보건복지부 소속 ㄴ사무관은 부양의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부양의무제는 국민정서와도 상통한다며 그 근거로 2014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제시했다. 통계에 따르면 응답자의 17%가 ‘부모 스스로 해야 한다’, 31%는 ‘가족이 해야 한다’, 37.4%는 ‘가족과 정부·사회가 같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사무관은 “이런 설문조사가 전체 의사를 대변하는 건 아니겠지만”이라면서도 ‘정부·사회가 모든 짐을 지어야 한다’는 4.4%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가족 부양에 더 많은 여론이 기울어져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초생활 수급에 적용되는 부양의무제에 부모 부양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등치시킬 수 있을까. 이처럼 막연한 국민정서에 기대 부양의무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두고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은 “사회의 기반 자체가 가족의 부양의무를 기준으로 한다”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 차관은 “저희가 형법에도 보면 존속 유기가 있지 않습니까? 자기 부모를 돌보지 않았을 때는 형법상의 징역이라든지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그런 경우도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도 동의하듯 “부양의무자 폐지는 법적으로는 잘 모르는데, 우리 상식적으로 내려오는 부모 부양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폐지라는 것은 너무 전향적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제도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노인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과 정치인의 말은 현장의 다급한 외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로열패밀리가 챙긴 로열티 수백억원 한겨레21 1079호
프랜차이즈 오너 일가, 개인 명의로 상표권 갖고 로열티 챙겨가 삐뚤어진 기업문화,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행정 공백이 빚은 합작품
탐앤탐스, 파리크라
상, 원할머니, 본죽(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은 회사 오너에게 수억원의 상표권 로열티를 제공하는 ‘상표권 장사’를 하고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원앤원 제공, 정용일 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10일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겨레>에 실린 기사 ‘파리바게뜨 회장 부인이 매년 로열티 40억원 받는 까닭’때문이었다. 국내 최대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회장 부인 이미향씨가 상표권 사용료로 매년 40억원을 회사로부터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표권 사용료? 회사가 자기 상표를 사용하면서 개인에게 사용료를 주는 건 뭐지? ‘본죽’이 떠올랐다. 지난 4월4일 KBS <추적 60분>에서 ‘10년차, 가맹점 사장의 눈물’이 방송되었다. 필자도 인터뷰 과정에서 ‘본죽’ 상표권을 대표이사 김철호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회사에 팔면서 106억원을 받은 걸 알게 됐다(당시 필자는 업무상 배임이란 의견을 냈으나 KBS 사내 변호사가 동의하지 않아 결국 방송에서는 빠졌다).
대표 개인이 받아가면서 가맹본부에는 비용
‘파리바게뜨’나 ‘본죽’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제남 의원실(정의당)에 연락해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상표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가맹본부만 3482개이고, 브랜드(상표) 개수도 4288개나 됐다. 일단 가맹점 수를 100개 이상으로 한정해서 특허청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의원실은 물론 가맹거래사와 여러 단체 활동가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밤을 새우며 작업한 이도 있었지만 상표 사용료를 부당하게 받는 사례를 다 파악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갖고 있고, 상표료 내역을 공개된 자료로 확인 가능한 경우로 제한했다. 그 결과가 지난 9월9일 발표됐다.
‘프랜차이즈 오너 일가 상표권 장사 사례 공개’란 제목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불법 혹은 탈법 의혹이 큰 가맹본부 10개가 공개됐다. 다들 익숙한 브랜드였다. 성공한 사업가로 언론을 탔던 기업인도 많았다. △SPC그룹/파리크라상 △본아이에프(주)/본죽 △(주)탐앤탐스/탐앤탐스 △원앤원(주)/원할머니 △(주)코리아델로스케이디/치킨매니아 △(주)다비치안경체인/다비치 △(주)이바돔/이바돔 △(주)채선당/채선당 △알파(주)/알파, 오피스알파 △(주)못된고양이/못된고양이.
‘본죽’과 ‘파리크라상’은 제법 알려졌으니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탐앤탐스’는 김도균 대표가 법인 설립 뒤 개인 명의로 19건의 상표를 출원했고 최근 8년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324억원을 회사에서 받아갔다. 공정위에 공시된 가맹사업자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탐앤탐스는 가맹점주에게서 연간 960만원의 상표 사용 로열티를 받고 있다(본죽은 1년에 매장 규모에 따라 110만원에서 590만원의 로열티를 받는다). 가맹점 수 353개로 계산하면 1년에 34억원이나 된다. 보쌈·족발로 유명한 ‘원할머니’도 설립자의 사위인 박천희 대표 개인이 법인 설립 전 10건, 법인 설립 뒤 26건의 상표를 출원했고, 2005년부터 145억원의 로열티를 받았다.
가맹사업을 하면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상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가맹사업이란 게 원래 상표를 점주들에게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대표 개인이 받아가면 안 된다. 법인이 받으면 가맹본부에는 수입이지만, 대표 개인이 받으면 가맹본부에는 거꾸로 비용이 된다. 이 비용은 결국 가맹점주가 떠안거나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오너 일가의 ‘상표권 장사’란 소리를 듣는다. 상표권 장사를 목적으로 법인의 상표를 대표 개인 명의로 등록받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프랜차이즈 법인에는 상표권이 실종된 꼴이 된다.
정보공개서에 개인 이름이 버젓이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자신의 상표(법에는 ‘영업표지’라고 표현)를 가맹점주에게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가맹금을 받는 계속적 거래관계를 가맹사업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자기 명의로 상표권을 확보해야 한다. 공정위가 만든 표준계약서에도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자에게 사용하는 영업표지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걸 공정위가 교육서비스업·도소매업·외식업 등 분야별로 배포한 게 2010년부터다.
그런데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영업표지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이 없는 줄 알면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앞에서 열거한 ‘원할머니’ ‘탐앤탐스’ 등 10곳의 가맹사업자 정보공개서에는 상표권자가 가맹본부가 아닌 개인으로 버젓이 기재돼 있는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가맹본부·가맹점 간 불공정 관행 개선 유도”란 게 있으니, 아직 석 달 남은 하반기에 공정위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특허청도 한몫했다. 상표는 아무나 등록받을(상표를 출원해 등록함) 수 없다. ‘상표를 사용하는 자’라야 한다. 상표법도 그렇게 정하고 있다(제3조 “국내에서 상표를 사용하는 자 또는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자기의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다”). 그런데 특허청은 상표를 등록받으려고 신청한 자가 실제로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최소한 사용할 준비는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표 브로커가 활개를 친다. 남이 쓸 만한 상표를 미리 등록받았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특허청은 2012년에 상표 사용 의사 확인제도를 시행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법인이 사용하는 상표인 줄 뻔히 알면서 개인이 출원을 해도 특허청은 그냥 받아주었다. 가맹사업에 사용하는 상표는 가맹본부가 상표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표이사나 가족 개인이 출원해도 군말 없이 등록해준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사용 사실을 입증해야만 상표권 등록을 해주면 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럼 우린 왜 못할까?
필자가 보기에 특허청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허청의 주된 수입은 특허나 상표를 출원할 때 받는 수수료와 등록할 때 받는 등록료다. 실제 사용하는 상표만 등록해주면 상표 출원, 등록으로 생기던 특허청 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허청이 내놓은 대안은 최대한 특허청 수입에 영향을 덜 주는 것들이다.
사용해야만 상표권 등록, 왜 안 될까
이번 사건은 회사를 개인 사유물로 여기는 삐뚤어진 기업문화, 가맹점주와의 상생은 뒷전인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행위, 그리고 행정 공백이 빚은 합작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때문에 등골 빠지는 건 빈곤층으로 전락한 자영업자일 터다.
김무성 선친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시어질 영광을” 917 한겨레
1943년 9월8일 ‘아사이신문’ 4면에 징병제를 찬양하고 조선인의 참여를 선동하는 광고가 김용주의 이름으로 실렸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민족문제연구소, 김무성 대표 선친 김용주씨 친일 행적 사료 공개]
“징병을 보낼 반도의 부모로서 자식을 기뻐하며 바치는 마음가짐
진정한 정신적 내선 일체화를 꾀하여 충실한 황국신민이 될 것”
일본 신문에 ‘징병제 찬양·군용기 헌납 독려 광고’ 자신의 이름으로 실어
최대 친일단체 ‘임전보국단’ 발기인 참여 ‘황군장병에 감사의 전보’ 제안
민족문제연구소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친 김용주씨의 친일 행적 논란과 관련해 추가 사료를 공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7일 서울 동대문구의 민족문제연구소 5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친일파냐, 애국자냐는 논쟁이 있었던 김용주에 대해 기초 사료로 검증한 결과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기본적으로 연좌제에 반대하지만 김무성 대표 쪽에서 부친의 친일행적을 애국으로 미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평전을 발간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있어 검증에 나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겨레>를 통해 김 대표 부친의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된 뒤 일각에서는 ‘친일파가 아니라 오히려 민족교육에 헌신한 애국자였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됐고, 지난달 15일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김용주 평전 <강을 건너는 산>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극일을 이겨낸 망국의 한’이란 부제를 달고 김용주를 애국적인 민족주의자로 묘사했다.(▶ 바로가기 : ‘친일’ 김무성 아버지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날 공개한 자료들에는 김용주의 친일 행적이 여럿 나온다. 연구소가 정리한 김용주의 대표적인 친일 행적으로는 △식민통치기구인 도회의 의원으로서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 △친일단체 간부로서 침략전쟁에 협력 △징병제 실시를 찬양하고 전쟁동원을 선동한 점 등이다. 특히 일제의 침략전쟁을 위한 국방헌납운동의 하나인 애국기(국방헌금으로 생산한 군용 비행기) 헌납 운동을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했다고 민족문제연구는 밝혔다.(▶ 바로가기 : [전문] 김용주 ‘친일 발언’)
당시에는 영일군 소속이었던 포항 출신의 재력가 김용주는 1937년부터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경북 도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도회는 오늘날의 지방의회와 달리 지방자치기구로서의 기능과 권한은 없었으며, 일제의 식민지배에 협조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식민통치 기구였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당시 <매일신보> 기사 등을 보면 김용주는 도회 의원으로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노역을 정당화한 국민개로운동을 독려하는 등 일제의 식민통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정황이 나온다.
1944년 7월9일 ‘아사이신문’ 4면에는 애국기 헌납운동을 독려하는 김용주 이름의 광고가 실렸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또 1941년에는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대의 민간 친일단체인 임전보국단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임전보국단 경북지부 상임이사에 선정돼 결성식에서 ‘황군장병에게 감사의 전보를 보낼 것’을 긴급 제안하는 등 민·관을 가리지 않고 경북 지역에서 매우 영향력있는 친일인사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또 김용주가 징병제 실시와 애국기 헌납 등 일제의 침략전쟁에 대한 조선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1943년 <아사히신문>(9월8일)에는 ‘대망의 징병제 실시, 지금이야말로 정벌하라, 반도의 청소년들이여’라는 징병제에 찬성하는 광고가 김용주의 이름으로 실렸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김용주는 1943년 10월 열린 전선공직자대회에서는 “가장 급한 일은 반도 민중에게 고루고루 일본정신문화의 진수를 확실히 통하게 하고, 진정한 정신적 내선일체화를 꾀하여 충실한 황국신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징병을 보낼 반도의 부모로서 자식을 나라의 창조신께 기뻐하며 바치는 마음가짐과 귀여운 자식이 호국의 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으러 모시어질 그 영광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김용주는 경북지역에서 애국기 헌납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밝혔다. 애국기란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낸 국방헌금으로 생산한 군용 비행기다. 일제의 만주침략 이후 대대적으로 전개된 국방헌납운동의 하나다. 김용주는 <조일신문> 등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애국기 헌납운동을 독려하는 기명 광고를 싣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김용주가 활동한 영일군은 모두 14기의 애국기를 헌납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애국기를 헌납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용주 평전 <강을 건너는 산>에 대한 검증 결과,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틀린 부분이 많고, 객관적 자료로 확인이 불가능한 근거없는 이야기나 과장된 이야기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불리한 친일 행적은 감추고, 일부 친일 행적은 마치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미화 왜곡하고 있다”며 오류가 많아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평전이라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조세열 사무총장은 “김용주에 대해 친일파냐, 애국자냐란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친일인데 어떤 친일이냐가 문제인데 검증 결과 경북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친일인사로서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언어 절벽'… 어림짐작조차 못할 10대들 말 919 한국
웨·하건·기무띠·애잔보스…
SNS 정체불명의 단어들 도배
무의식적 비하·차별 문화 우려
온라인서 쓰던 표현이 일상대화로
'문언일치'로 언어문화 변동 추세
“하건간다유” “애잔보스” “좀따” “기무띠” “극혐데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의 카카오톡 문자 대화(그림 참조)에 나오는 말들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쓰는 말들은 비속어와 외국어를 제멋대로 합성해 구세대로서는 외계어에 가깝다.
‘하건’(학원) ‘웨’(왜)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단어나 ‘좀따’(좀 이따)같은 줄임말은 그나마 어림짐작이 가능한 수준. ‘애잔보스’(애잔하기가 보스(boss)급. 매우 안됐다는 뜻) ‘자살각’(‘각’은 ‘~할 폼’이라는 뜻으로 차라리 자살하고 싶을 만큼 싫다는 의미) 등 정체불명의 합성어는 의미도 그렇지만 조어적 발상이 놀랍다. 청소년들이 자주 쓴다는 ‘기무띠’(きもちㆍ기분 좋다)는 일본 성인 동영상에 주로 나오는 말이라 애교로 봐주기도 어렵다. ‘극혐데쓰’(극도로 혐오스럽다는 뜻) ‘인정데쓰’(인정한다)처럼 우리말에 일본어 종결어미(です )를 붙인 경우도 흔하다. 이 청소년들은 “단어를 다 치기 귀찮아서”“재미있어서”“친구끼리 쓰다 보니 습관이 돼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존빡’(화난다, 미치겠다) ‘개빻음’(빻아놓은 것처럼 못생겼다)처럼 어간에 욕설, 비하의 접두어를 붙여 강조적 의미를 담는 것도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민병곤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예민한 언어감각으로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큰 문제라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문제나 비하, 차별의 무의식적 내면화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대간 소통 단절도 문제다. 최근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세대와 대화나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소통이 안 된다’는 응답도 32.2%나 됐다.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보이는 언어파괴 현상은 채팅과 메시지 등 문자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무분별한 줄임말과 합성어, 은어, 맞춤법 무시 등이 예사다. 온라인에서나 쓰던 표현들이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언문일치(言文一致)’에서 거꾸로 ‘문언일치(文言一致)’를 보이는 언어문화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밥 먹었니 물었더니 "이응이응" 야단 맞고서는 "지읒시옷"
넘치는 신조어, 진화냐 타락이냐
비하·속어 등 부정적 표현 유행
SNS 타고 전파 빨라져 더 문제
사회적 소통 단절 우려
청소년기 인격 형성에 악영향
맞춤법 모르고 어휘력 저하도
청소년들이 쓰는 신조어는 그 원리를 딱히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줄임말, 소리 나는 대로 적기, 외국어 합성, 초성사용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판을 두드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줄임말이나, 초성 사용이 범람하는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문자 습관이 생활 언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양상이다.
사실 문자메시지에서 웃는다는 의미로 쓰는 ‘ㅋㅋ’ ‘ㅎㅎ’이나 ‘ㅂㄷㅂㄷ’(부들부들) ‘ㅊㅋㅊㅋ(축하축하)’ ‘ㄴㄴ’(노노) ‘ㅇㅇ’(응응) 등의 초성자 사용은 이제 성인들의 ‘문자질’에서도 일반화했다. 청소년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문자생활을 구어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지시나 요구에 대해 답을 할 때 “응”이 아니라 한글 자음 ‘ㅇ’을 그대로 따와서 “이응”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상당수다. “기역 시옷”(감사)이라거나 “지읏 시옷”(지읒시옷·죄송)이라고도 한다. 과거 부모 잔소리에 “어쩌라고요”라는 답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면 지금은 “어쩔”이라며 어간만 쓰고, 어미를 그냥 생략해 버린다. 물론 이러한 경향성은 젊은층에서도 나타난다.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커피 대신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프사’(프로필 사진) ‘쓰봉(쓰레기봉투)’ ‘엘베’(엘리베이터)로 줄여 말하는 이들도 늘었다.
확대되는 언어 파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또래 집단의 동류의식, 동질성 강화 목적에 따른 신조어 사용과 이에 따른 세대 간 언어 괴리의 불편함은 분명하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7월 청소년이 주로 쓰는 단어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노잼’(부정어 NO와 재미를 합성. 재미없다는 뜻)을 알고 있는 60대 이상은 3.7%, 50대는 16.7%에 불과했다. 10대 청소년 부모 세대인 40대도 뜻을 안다(41.5%)는 답이 절반도 안됐다. ‘낫닝겐’(영어 Not+인간의 일본어 닌겐 합성. 인간이 아니라 신과 같다)은 더 심각해 30대도 20.6%만이 파악하고 있었다. 40대(2.5%), 50대(0.6%), 60세 이상(2.3%)에는 외계어나 다름없다. 이는 물론 방송의 자막이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 영국 교육부는 최근 청소년 자녀와 부모의 불통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학부모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사전을 모은 사이트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IWSN(I want sex nowㆍ지금 성관계를 원한다) 등 약어 채팅용어들이 주를 이룬다. 단어나 문장을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말을 줄이는 현상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창의적인 조어법에 정색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최상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파생과 합성을 통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청소년들이 만들고 있는 독특한 문자문화, 언어습관이 국어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언어유희까지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어 규칙 자체가 가변적이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쓰임새도 적정범위에서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SNS 등 속도감 있고 전파 범위가 넓은 매체를 타고 틀린 말이 굉장히 빨리 퍼져 문제”라면서 청소년 언어를 적정선에서 수렴할 것인지 고쳐야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청소년이나 젊은층이 만들어 내는 신조어의 질이다. ‘개(케)’ ‘존’ 등 욕설, 폄하ㆍ비하 관련 단어, 비속어, ‘자살각’이나 ‘헬조선’같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단어 사용례가 대부분이다. 줄임말 역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처럼 부정적인 용어가 많다. 청소년들이 20어절에 한 번꼴로 비속어나 은어 등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조사’ )도 있다.
우리말을 잘 아는 외국인들도 이러한 언어사용에 불편해한다. 3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카와노 카호(22ㆍ경희대 문화광광콘텐츠 2학년)씨는 “한국 학생들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존나’ ‘개빡’ 같은 말을 많이 쓰는데 뜻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다”며 “친한 친구들 사이에 비속어를 일상적으로 써 이상했다”고 말했다. 한자 등 철자를 틀리면 창피해하는 일본 학생들에 비해서 한국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그런 말들을 쓰고 있는데 언제까지 쓰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한국 생활이 5년째인 몽골인 아미나(21ㆍ생물학과 1학년)씨도 “최근 많이 쓰는 ‘헬조선’ 같은 신조어처럼 부정적인 말이 많이 만들어지고 유행도 빠른 것 같다”며 “청소년 정서에도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잘못된 언어 사용이 인격 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짧고 멋대로인 또래 언어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길고 어려운 글은 아예 읽으려 들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 언어 습관 개선에 사회나 학교, 가정에서의 노력이 부족한 측면도 없지 않다. 국민대통합위원회에 접수된 ‘청소년 언어개선 실천사례 보고서’를 보면 대구 경북여고 1학년 한 반은 비속어 바로잡기 운동을 펼친 결과 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보고했다. 처음엔 줄임말, 비속어를 사용하지 못 하는 게 힘들었고, 화가 날 때 답답했지만 욕을 사용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 서강고등학교 1학년 강바다는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하루에 부정적인 언어(욕설, 비속어, 상처 주는 말 등)를 사용하는 평균 횟수가 50회 이상(19.4%), 30~50회(39.2%)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지만, 말 뜻을 잘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인천해원중학교 국어교사 백자영씨는 “청소년들이 쓰는 말이 지속성이 짧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지만, 편의대로 말을 만들어 쓰는 습관 때문에 문법이나 맞춤법을 잘 모르거니와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어휘력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과 일본의 화장실 문화 918 한국
화장실은 인류가 문화생활을 보내는데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한국도 하수도 정비가 잘 되고 있어서 대부분이 수세식 화장실이다. 그러나 수세식 화장실이라고 해도 레버를 내려 물을 내리는 자동식과 물을 직접 퍼부어야 하는 수동식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 수동식 수세 화장실은 처음 쓰는 외국인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우선 물을 내리려고 레버를 찾는데 그런 것은 없고 바닥에 있는 것은 수도꼭지, 양동이, 바가지 그리고 휴지통이다. 양동이에 수도 물을 받아 바가지에 물을 담아 내리는 일은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그런데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된다. 휴지를 무심코 변기에 버리면 큰 일 난다. 수류와 수압이 약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변기가 막혀 버린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화장실 사용이 어려운 관문 중 하나다.
일본은 휴지를 변기에 버리는 것이 상식이다. 변기 옆에 작은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으나 거기에 휴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한국인의 이용이 많은 화장실에서는 한글로 “휴지를 변기에 버려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쓰면 한국이 좀 상식과 다른 나라 같지만 사실 일본처럼 변기에 휴지를 버리는 나라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수압이나 배수관 굵기 등의 차이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는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휴지를 쓰는 나라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 등은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왼손에 물을 묻혀 닦는다고 한다. 그래서 식사를 할 때 왼손을 쓰지 않는다. 물론 그런 나라에 가도 공항이나 호텔 등 외국인이 이용하는 장소에는 휴지가 있어서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음부를 청결하게 하는 데는 휴지보다 물이 좋을 수 있다.
원래 프랑스 등에서 여성의 국부를 세척하는 사용했던 비데의 용도를 넓혀 대변을 본 후 세척하는 목적의 자동화 비데가 개발되었다. 세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나치게 결벽한 일본인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는지 일본에서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일본에 가면 가정집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에 가도 비데를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한국에도 보급돼 해마다 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또 새롭다고 느낀 것 중에는 한국의 가정집 화장실은 다목적 공간이라는 점도 있다. 화장실 원래의 목적 말고도 세면대가 있어서 안에서 세수하고 샤워시설이 있어 몸을 씻기도 하며 세탁기를 두고 빨래도 한다.
일본은 일부 아파트나 원룸을 제외하면 화장실과 목욕탕이 대체로 따로따로다. 결벽성이 작용한 것인지 일본인들은 배설하는 공간과 몸을 씻는 공간을 같이 쓰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요즘이야 인터넷이나 방송 등으로 정보가 넘치고 있지만 내가 한국에 온 1980년대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다. 재래식 화장실에서는 냄새나 청결함의 문제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세식 화장실은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호텔방은 화장실과 목욕시설이 다른 서양호텔처럼 일체형이다. 일본 가정집에서 여전히 화장실 목욕시설을 따로 쓰는 건, 밖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라도 편하게 쓰고 싶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수동 수세식 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버릴 수 없는 화장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비데 달린 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버릴 수 있는 화장실이 보급되면서 한국의 화장실은 상당히 역동적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이해하면서 나름대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익숙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다. 일부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는 점이다. 즉 입구는 같이 쓰고 여자는 칸막이 안, 남자는 밖에서 소변기로 일을 보는 경우이다. 어떤 여자가 세면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으면, 그 바로 옆에서 수치심 때문에 일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한국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쓰치다 마키 영화 칼럼니스트
‘옴진리교’가 된 안보, ‘차별·전쟁 기계’가 된 법제 919 경향
사회를 집어삼긴 ‘안락 전체주의’
‘심혈을 기울인 타자 인식’의 실종
일본 근대사는 이렇게 귀환하는가
17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심의한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고노이케 요시타다 특위 위원장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순간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오른쪽)이 민주당의 고니시 히로유키 의원(맨 위)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있다. 안보법안은 19일 새벽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이 글은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가 <겐다이 시소(현대사상)> 10월 임시증간호에 실은 글을 한승동 <한겨레> 문화부 선임기자가 번역한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통과시키 전에 쓴 것이지만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쓴 글이다._편집자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초여름 오후, 나는 근무지 연구실에 있었다. 그때 돌연 확성기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전원, 신속하게 연구실이나 교실을 나와 안마당 쪽에 집결해 주세요.”
무슨 일인가 하고 창 바깥을 보니 교직원과 학생들이 속속 건물에서 나와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느긋하게 하던 일을 마저 하려 했다. 공중에서 항공기 폭음이 들려왔다. 교내방송이 기계적인 소리를 반복했다.
“모두 신속히 모여 주세요. 지금 하치오지(八王子, 도쿄도 서쪽 근교 다마지구 중심도시) 방면에서 ○○부대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부대라니?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 보니 몇 년 전에 졸업한 학생이 서 있었다.
“오, G군 아닌가. 어쩐 일로?”
G군은 표정 없이 선 채로 “선생님, 저와 동행해 주시죠”라고만 했다.
보아하니 그는 갈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팔뚝에 붉은 완장을 차고 있었다. G군은 키가 컸으나 심약해 뵐 정도로 여린 성격이었다. 서양미술을 좋아해서 내가 미술관에 가자고 하면 기꺼이 따라왔다. 그랬던 그에겐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동행이라니, 어디로?”
하고 묻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명령에 따라, 거기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G군에 팔을 이끌려 문밖으로 나오자 쇠녹빛 금속으로 뒤덮인 호송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나마 나는 깨달았다. 1930년대 독일 유대인의 운명을 지금 나 자신이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수업시간에 얘기한 그 역사를 G군도 진지하게 공부했는데.
- 이것은 지난 16년 정도 전부터, 즉 ‘기미가요·히노마루 법제화’ 이후 이따금 내 뇌리에 떠올랐던 망상이다.
“힘내라, 닛뽄!”…동일본 대지진 이후 찾아온 파시즘 공포
2012년 9월22일 일본 도쿄에서 보수단체인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반중 시위에서 한 여성이 머리에 꽃 달고 일장기를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파가 덮쳤을 때 나는 재직학교 교수회에 참석 중이었다. 긴급방송 지시에 따라 건물을 나와 안마당으로 대피했다. 그때 건물에서 줄지어 나오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저 낯익은 망상의 한 장면이었다. ‘3·11’ 직후부터 밤낮없이 집요하게 흘러나오는 “힘내라, 닛뽄(일본)!”이라는 구호를 들으면서 나는 파시즘 도래의 위기를 느꼈다.
지진과 쓰나미는 천재다. 그러나 원전사고는 명백한 인재였다. 게다가 피해자는 일본국민만이 아니다. 외국인도, 미래의 사람들도, 지구환경 그 자체도 수습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즉 원전사고는 ‘피해 이야기’로만 운위될 수는 없는, 명백한 ‘가해’인 것이다. 그런 인식이 일본국 관민들에게 있을까? 그게 있다면 어떻게 이토록 자기중심적인, 내향적인 이야기로 시종일관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들의 위로, 자신들의 ‘부흥’만을 강조할 수 있는 걸까? 이것은 전후 일본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마찬가지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3·11’ 뒤, ‘포스트 3·11’이라는 말이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이런 정도의 재난을 경험한 이상 이윤추구나 대량소비를 지상가치로 삼는 문명관이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야 할 것이며,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가치관도 개인의 삶의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원자력 마피아’로 대표되는 정·관·재·학(政·官·財·學)에 미디어까지 포함한 유착과 상호의존, 무책임 구조와 결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과제가 제기됐다. ‘재생’이 아니라 ‘갱생’이 요구됐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가해 책임은 오늘날까지 그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아베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본의 원전기술”을 선전하며 원전 수출에 매진했고, 전 세계를 향해 ‘언더 컨트롤(제어 가능 상태)’이라는 허언을 농하며 도쿄 올림픽을 유치했다. 국민 다수가 이것이 허언이라는 걸 알면서 갈채를 보낸 것이다. 일찍이 “군부에게 속았다”고 했던 일본국민들은 지금은 자진해서 속는 쪽을 택하고 있다.
때마침 며칠 전 가고시마 현의 센다이(川内) 원전이, 사고가 일어날 경우 주민 대피계획도 불완전하고 책임의 소재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재가동에 들어갔다. 역사는 조용히 되풀이되고 있다. 후지타 쇼조, 이럴 때 그라면 어떻게 얘기할까 ,이럴 때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얘기할까. 일찍이 지기를 얻은 존경하는 몇 분의 선인(先人)들을 나는 떠올렸다. 철학자 고자이 요시시게(古在由重), 이와나미 서점 사장이었던 야스에 료스케(安江良介), 그리고 정치사상가 후지타 쇼조(藤田省三)가 그들이다.
후지타 쇼조 선생(이하 경칭 생략)이 쓴 ‘소나무에게 물어보라’라는 글이 있다. 1982년에 사회문화연구회라는 작은 연구 서클에서 발표한 것으로, 이이다 다이조(飯田泰三)씨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미공간(未公刊) 텍스트다.(<후지타 쇼조 저작집 7-전후정신의 경험 1> 미스즈 서방 발간, 수록) 1963년에 노리쿠라(乗鞍) 관광도로가 개발된 것을 계기로 이 짧은 글이 쓰였다. 후지타는 이렇게 얘기한다.
-‘산’의 역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게 해서 “외계와 타자에 대한 수용기(受容器)가 근본적인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희생당한 생물 중에 ‘눈잣나무’가 있다. 고산의 눈바람을 견디며 딱딱하고 척박한 땅에 ‘기어가듯’ 살아 온 식물이다. 성장이 몹시 더디고, 한 번 벌채되면 재생하기 어렵다. 그 눈잣나무가 관광개발 때문에 ‘살해’당한 것이다. 이 개발은 ‘고도성장’의 소산이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편의’를 추구하며 그 이상한 팽창과정에 ‘참가’한” 것이다.
이 일반인의 ‘참가’를 후지타는 ‘안락에의 전체주의’라고 불렀다.
후지타는 이 짧은 글을 다음과 같은 몇 줄로 맺고 있다. 나 자신,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거듭 상기하면서 소개해 온 것이다.
“이 막다른 곳에 이른 위기의 시대에는, 희생자를 위한 진혼가는 자신의 귀에 기분 좋게 들리는 노래가 아니라 심혈을 기울인 타자 인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 인식으로서의 레퀴엠만이 가까스로 소생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945년까지의 군국주의적 전체주의는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과 그 방사선 피해로 일단 종지부를 찍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전후의 고도성장과 ‘안락 전체주의’로 형태를 바꿔 살아남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 ‘안락 전체주의’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3·11’로부터 4년 남짓 지난 지금까지 ‘희생자를 위한 진혼가’는 ‘자신이 듣기 좋은 노래’로만 불려지고, ‘심혈을 기울인 타자 인식’은 이뤄지지 못했다. 패전이 피해 민족들에 대한 사죄를 수반하지 않았듯이, ‘후쿠시마’도 피해자에 대한 사죄를 수반하지 않은 자기본위의 이야기로 시종했다. 일본사회는 또다시 패전에 필적하는 갱생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소나무에게 물어보라’에서 후지타가 얘기하는 ‘타자’는 ‘눈잣나무’로 대표되는 ‘자연’이다. 그것은 ‘자연’에서 수탈해 오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적 이윤획득 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항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타자’는 ‘눈잣나무’이지만, 후지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국인, 이성(異性), 소수자 등의 다양한 ‘타자’일 것이다. 특히 일본 근대의 사상을 문제 삼을 때 ‘타자’(아시아의 민족들) 인식의 결여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점(視點)인데, 후지타는 그것을 지적해 온 소수의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1960년의 미일 안보조약 강행 체결에 이어 고도성장 시대의 도래를 구가하며 황태자(지금의 아키히토 천황)의 결혼과 ‘미치 붐’(평민 출신으로 황태자비가 된 쇼다 미치코 현 황후에 대한 결혼 당시 일본사회의 경축 열기-역주), 도쿄 올림픽 등으로 일본사회가 끓어올랐을 때 베트남에서는 무자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일 양국은 그때까지 14년간에 걸쳐 국교정상화 교섭을 거듭하고 있었으나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일본 쪽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 최대의 장애가 돼 교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런데 수렁에 빠진 베트남전쟁에 한·일 두 나라를 끌어들여 이용하는 것(일본에는 돈과 기지, 한국에는 병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던 미국이 한·일 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결과, 1965년에 한·일협정이 체결됐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계엄령을 발포하고 국민의 반대운동을 탄압했다. 일본은 20세기 전반기까지 식민지배했던 타자인 조선민족(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제외)과 패전 20년 뒤 그렇게 재회했던 것이다.
이 타자와의 만남에서 ‘식민지 지배’의 역사와 어떻게 대면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제기한 일본 지식인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다수는 한·일협정의 결과 바라지 않는 전쟁에 일본인들이 말려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차원의 인식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언제나 ‘타자’ 인식이 결락(缺落)되고, 따라서 자국의 식민지 지배 책임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식민지배와 원전사고를 대면하는 일본사회의 공통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오다카쿠 해안가 주택들이 2014년 3월까지도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후쿠다 간이치(福田歓一)·이시다 다케시(石田雄)·히다카 로쿠로(日高六郎), 그리고 후지타 쇼조 네 사람이 ‘전후 민주주의의 위기와 지식인’이라는 제목의 좌담회를 했다.(<세카이(世界)> 1966년 1월호 게재, <후지타 쇼조 대화집성 1> 미스즈 서방 수록)
그 좌담회에서 히다카는 “이번의 한·일조약(협정) 체결은 정부 자민당 내부에 식민지주의적 발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으며, 국민들 가운데서도 그것이 청산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나는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쿠다는 “이 문제(내셔널리즘)에 대해 자신들 속에 있는 콜로니얼리즘(식민지주의)을 어디까지 파헤쳐서 처리할 수 있을지, 실로 거기에 내셔널리즘론의 중요한 시금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후지타는 “일본국 헌법의 정신은 자신의 침략전쟁에 대한 자기비판을 긍지로 삼고, 이 긍지 위에 국민적 통일을 건설하려는 세계 최초의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중략) 그 새로운 국민의식의 건설이라는 국민적 의도가 지금 여기서 일본의 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느낌마저 갖게 됩니다”라고 했다. 나아가 후지타는 이 논의 과정에서 일본 내셔널리즘의 ‘자기목표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올림픽이나 만국박람회라는) 주어진 목표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결과 일본은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목표 없는 사회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중략) 목표 없는 사회를 견뎌낼 수 없게 되자 일본의 목표를 일본 그 자체에서 찾는, 자기의 사실(自己の事実)을 목표로 삼는 도착(倒錯)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략) 그것이 지금 분출하고 있는, 국민적 자기비판 위에 선 내셔널리즘과는 정반대의 내셔널리즘이 아닐까요.”
바로 반세기 전의 이런 지적은, 지금의 상황에 비춰볼 때 점점 더 옳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면이 있다. ‘타자’(조선민족)와의 재회를 계기로 이런 ‘자기목표화’된 내셔널리즘이 분출하고, 그 뒤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자기중심주의가 고질화해 일본사회에 정착했다. 후지타, 후쿠다, 히다카, 이시다와 같은 인식은 분명 소수이긴 했지만 과거 일본사회에는 존재했다.
그러나 그런 소리는 ‘안락 전체주의’에 의해 고립됐고, ‘심혈을 기울인 타자 인식’은 이뤄지지 못했다. 근대일본에서 ‘타자’는 일본 자신의 자기인식을 갱신하기 위한 비판적 참조축(參照軸)으로서가 아니라 대항적인 자기긍정이나 자기찬미를 위한 소재로서의 역할을 강요당해 왔다. 그 가장 추악한 도달점이 지금의 반중·혐한(反中・嫌韓)론의 횡행이다.
반중·혐한…날뛰는 ‘안락 전체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지난 2013년 3월31일 한류거리로 불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한국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인간이 단편화됐다는 느낌이 짙어지고 있다. 그것이 ‘안락 전체주의’가 날뛰는 걸 가속시키고 있다. 간단하게 한 가지 예만 들어보자. 문부과학성(교육부)은 지난 6월, 전국 국립대학에 ‘교원양성계열, 인문사회과학계열 학부의 폐지나 전환’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그 이유는 ‘사회적 니즈(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니즈라니? 도대체 누구의?
그것은 즉 신자유주의체제 지배층의 니즈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은 철학, 역사, 문학, 예술 등을 접해볼 기회도 얻지 못해 타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타자는커녕 자기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조차 모르는 채 성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기계화·야만화’(와타나베 가즈오 渡辺一夫)된 노동자·소비자를 대량생산하는 것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단편화된 인간의 시야는 좁고, 시간 척도는 짧다. 따라서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수백 년 뒤는커녕 수십 년 뒤 인류의 운명조차 상상할 수 없게 된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事象)을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반성적으로 고찰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합리적 판단력과 역사의식이 결여된 인간은 인종, 민족, 국적, 성별, 계층이라는 속성에 따라 상대를 결정하는 일(차별), 국가에 무비판적으로 자기동일시를 해서 타자를 일률적으로 적대시하는 일(전쟁)에 재주를 발휘하는 존재다. 더욱 한심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이런 정부와 자본의 기도에 대한 광범한 비판과 저항이 지식인들 사이에서조차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실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저서 <유대인>에서 반유대주의(넓게는 인종차별주의)는 사상이 아니라 “하나의 열정이다”라고 썼다. 그렇다. 그것은 실증성이나 논리적 정합성과는 관계없는 하나의 비합리적인 열정인 것이다. 이른바 ‘안보법제’를 둘러싼 작금의 아베 신조 총리 발언이나 국회에서의 정부 답변을 듣고 나는 아베씨와 그 지지층의 집요한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을 옴진리교처럼 반복하는 능력을 지닌 그들은 그 비합리적인 열정 때문에 어떤 논전에서도 패배를 모른다.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전의 가혹한 사고를 겪은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일본사회에서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도시의 거리에서 ‘시민’이라 칭하는 사람들의 데모대가 확성기로 당당히 “조선인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 “조선인은 목매달고, 분신자살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원한다면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그런 풍경의 일단을 볼 수 있다. 더욱 불길한 것은 이런 극우 배외주의세력과 현재의 일본정부 중추부가 서로 친화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해 집권당으로 복귀했는데, 그때의 거리연설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연설하는 아베씨를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시민’들이 에워싸고 반중·혐한·재일외국인 배척 구호를 외쳐댔다. 그 군중을 향해 아베씨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사회에서 조선인이라는 타자가 살아간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지시한 것을 비롯해 여러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중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부총리 겸 재무대신이고, 일본회의 최고고문인 아소 다로는 2013년 7월에 한 연설에서 개헌 수순에 대해 “나치의 수법에서 한 수 배우면 어떨까…”라고 얘기했다. 그 발언에 대해 그곳(국가기본문제연구회)에 모여 있던 재계(경제)인이나 정치가들도 낄낄거리며 호응했다. 자민당의 개헌안에는 나치의 비상대권법과 같은 종류의 조항이 들어 있다. 아소씨가 괜히 너스레를 떤 게 아니었다. 평소 그들끼리 서로 얘기하던 속내를 흘린 것이다. 아소씨는 주로 해외 미디어로부터 비판을 받자 그 발언을 철회했으나 일본 국내에서는 별로 문제 삼지도, 책임을 묻지도 않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 이후 아베 정권의 전략은 ‘나치 수법’을 확실히 배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민당의 ‘문화예술간담회’(이 얼마나 썰렁한 작명인가!)에 모이는 면면들을 보면 마치 ‘몹(mob)’을 보는 듯하다. 그런 면면의 인사들이 국가의 ‘문화예술’ 전반을 통제하는 악몽이 현실감을 띠어가고 있다. 불시에 (비밀경찰이) 문을 두드리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나치한테서 배우는 정치권력은 국민 다수 중에 잠재하는 차별의식을 부채질해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는 걸 상투수단으로 삼는다. 아베 정권도 앞으로 만일 자신들이 추진해 온 안보법제 통과가 어려워지는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한국·북조선에 대한 적개심과 재일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을 선동함으로써 고비를 넘기려 할지도 모른다. 그때 고조되는 그 배외주의를 물리칠 수 있을지, 일본국민 다수가 그 물음 앞에 서게 될 것이
안보법제 반대운동, 기대와 한계
국회 앞을 중심으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젊은 세대를 비롯한 시위군중의 안보법제 반대운동에는,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움직임으로 큰 기대를 걸게 하는 흐름도 있다.
하지만 더 길게 보면,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 자신이 타인의 전쟁에 말려드는 건 싫다”는, 그 자체로는 더없이 정당하지만 사적으로 단편화된 동기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상력을 타자에게로 더 넓혀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인식의 확장을 통해 자신이 이미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타자에게 가해자로 행세해 온 일본국가의 구성원(주권자)이며 수익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일본국가 그 자체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보는 차원에 이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역사가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움직임이 근대사상 처음으로 일본국민이 자기중심주의를 타파하고 타자와 대화하며, 타자와 연대해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할 만한 재료를 지금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 희망(드문 희망)을 향해 가도록 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싶다.
일본 고교생들이 2일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안보법제 제·개정에 반대하며, “전쟁 반대, 오직 평화”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이 글 쓰기를 끝낼 즈음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에 간단하게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아베 담화’는 모두에서 “러일전쟁이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아베씨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일본 보수파 사이에 널리 공유돼 온 걸 되풀이한 것이지만, 적어도 조선민중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론이다.
러일전쟁은 중국 동북지방(만주)의 패권을 둘러싼 전쟁이었고, 조선은 그 때문에 병참기지로 일본에 군사적으로 점령당했다. 그때 군사 점령 하에서 외교 자주권을 박탈당하고 ‘보호국’이 된 것이 나중에 ‘병합’(식민지 지배)으로 직접 이어지게 된다. 식민지화에 저항한 ‘항일 의병’을 비롯한 조선 민중이 무참하게 탄압당하고 학살당한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즉 러일전쟁은 일본이 저지른 조선 식민지화 전쟁의 일환인 것이다. 아베씨는 그 러일전쟁을 끌어들여 조선민족을 향해 자국을 미화하는 짓을 했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확신범적인 ‘학대(괴롭힘)’ 행위인가? 어느 쪽이건, 이것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장의 그늘에는 명예와 존엄을 심하게 손상당한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얘기도 했는데, 이건 ‘위안부’(일본군 성노예)를 가리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인가.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건 누가 누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손상당했다”고 수동태로 얘기하면서 누가 상처를 입혔는지 주어(가해 주체)를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만들었다. “일본국가가”라고 주어를 명시해야만 조금이라도 반성의 뜻이 피해자에게 전달될 텐데, 아베씨는 그럴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아베 담화’는 그 결론 부분에서 “저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우리의 아들이나 손자, 그리고 그 뒷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의 짐을 지워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죄해야 할 주체는 먼저 국가이며, 전후에 태어난 세대도 사죄하지 않는 국가의 주권자인 이상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된다. 젊은 세대를 국가의 공범으로 끌어들여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의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거부하는) 일본정부 자신이 아닌가. 지금은 더 이상 자세히 논할 지면이 남아 있지 않다. 어쨌든 ‘키워드’만 형식적으로 아무리 늘어놓아 봤자 이런 인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한, ‘아베 담화’가 단지 정략적인 저의를 바탕에 깐 공허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감출 길이 없다.
아베씨 개인의 역사 수정주의자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리하여 피해를 당한 아시아의 민족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건 피할 수 없었다. 근대사를 통해 타자와 만나지 못하고, 대화도 할 수 없었던 일본국은 여기서 또다시 타자와 제대로 만날 수 없게 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서경식 재일 작가·도쿄경제대 교수
“박정희, 나라 위해 만주군관학교 입학” 미화 위인전, 알고보니…918 경향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위인전. 사진 커뮤니티 클리앙
온라인에서 초등학교 교과서로 알려지면서 논란 일어
사실은 1990년대 출판된 동화책…13년 전에 절판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육군사관학교 입학 이유 등을 미화한 한 위인전이 ‘초등학교 교과서’로 오해 받아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발단은 지난 7월께부터 ‘오늘의 유머’와 ‘MLB파크’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박정희 창조 미화’라는 제목의 사진에서 비롯됐다.(▶관련 게시물 링크)
사진으로 촬영된 책 내용을 살펴보면 “박정희는 나라를 위해 더 큰일을 하기 위해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만주로 갔어요. 만주 군관학교에 입학하여 힘든 훈련을 마친 박정희는 또다시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였어요”라고 적혀 있다. 이어지는 글에는 “‘일본은 곧 망할 것이다’ 박정희는 마음속으로 이런 믿음을 가졌어요.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는 광복이 되었어요. 박정희는 광복군에 들어가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훈련을 쌓았어요. 하지만 나라에서 광복군을 인정해 주지 않았어요. 박정희는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왔어요”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해당 내용이 담긴 책은 1990년대 ‘학원출판공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판타피아 위인전기 한국편’ 32권 중 한권인 박정희 전 대통령 위인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학원출판공사는 90년대까지 왕성하게 전집출판사업을 벌이다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해당 전집은 절판돼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 이 같은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출판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집 초판은 당시 전진프로덕션이라는 기획사에서 제작했고 학원출판공사가 인쇄를 맡아 판매했다”며 “해당 전집은 13년 전인 2002년 절판됐고,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 기사를 보면, 청년 박정희는 경북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중 일제 강점기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했다가 나이 초과로 탈락했다. 박정희는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고 쓴 혈서와 지원 서류 등을 넣어 다시 군관 모집에 응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주신문 기사에는 박정희가 지원 서류에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라며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하고 있다.
광복군 편입과 관련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해방이라는 급격한 상황 변화 중에 중국에 흩어진 광복군이 인원을 늘리려는 차원에서 박정희를 편입한 것”이라며 “광복군을 추가 모집을 하는 곳에 가서 과거 경력을 인정받아 중대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연고가 없던 박정희가 중국에서 귀국해야 되는 상황에서 미군 배를 타고 부산으로 귀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주군에서 박정희와 같이 근무했던 중국인 동기생 고경인씨는 해방 직후 박정희의 모습에 대해 “그날(1945년 8월15일) 오후 박정희를 만났는데 ‘이제 어떻하면 좋겠느냐’며 낙담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내가 ‘우리 하고 같이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위로해줬습니다. 박정희는 북경으로 떠나면서 ‘고국에 돌아가면 건국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친일파' 박근령이 존경하는 '다카기 마사오' 는 누구인가? 8.5 CBS노컷뉴스 임기상 선임기자
조국을 버리고 왜군 장교로 들어간 조선 청년의 초상
만주군 예비소위 다카기 마사오(조선이름은 ‘박정희). 일본 육사 졸업 후 2달간의 사관 견습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기 직전인 1944년 6월말 일본군 소조(상사) 복장을 입은 모습이다. 1939년 3월 31일 만주국에서 일본인들이 발행하는 <만주신문>에 희한한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7면에서 '혈서 군관 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렇게 보도했다.
"29일 치안부 군정사 징모과로 조선 경상북도 문경 서부 공립소학교 훈도(교사) 박정희(23)군의 열렬한 군관 지원 편지가 호적등본, 이력서, 교련검정 합격증명서와 함께 '한목숨 다 바쳐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는 혈서를 넣은 서류로 송부되어 담당자를 감격시켰다." 또, 이 신문은 박정희 훈도가 편지에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1939년 3월 31일 만주국 <만주신문>에 실린 기사. 청년 박정희가 일본과 일본군에 충성을 맹세하는 글을 썼다며 '혈서 군관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을 읽고 감동한 일본 관동군 수뇌부는 연령이 초과해 만주군관학교에 응시할 수 없는 이 조선 청년에게 응시자격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다카기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한 박정희는 1940년 4월에 이른바 '만주제국 육군군관학교'에 제2기생으로 입학했다.
당시 일제 치하의 조선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3가지였다.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거나,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길, 그리고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력해 '이름을 더럽히는 길'이었다. 권력지향적인 당시 국민학교('황국신민 학교'라는 의미·지금의 초등학교) 교사 박정희는 출세를 위해 일제의 주구(走狗)가 되는 길을 택했다.
◇ 만주군관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다
이 사진은 1942년 3월 24일 <만주일보>의 보도이다. 그 전날 만주국 수도 신경(현재의 장춘) 교외 라라툰에 있는 육군군관학교에서 열린 제2기 예과 졸업식 사진.
이 사진은 1942년 3월 24일 <만주일보>의 보도이다. 그 전날 만주국 수도 신경(현재의 장춘) 교외 라라툰에 있는 육군군관학교에서 열린 제2기 예과 졸업식 사진이다.
거수경례하는 생도가 만주국 황제 푸이(簿儀·일본제국이 세운 괴뢰국가 황제)가 내린 금시계를 받는 박정희이다. 이날 우등생 수상자는 모두 5명으로 일본계 2명, 만주계 2명, 그리고 조선계가 1명이었다. 그 조선계 1명이 바로 박정희 생도이다. 그는 나라를 버리고 일본의 괴뢰국가인 만주국에서 출세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과 함께 그는 기다리고 갈망하던 일본 육군사관학교로 출발한다.
박정희의 지인들은 그가 일본 육사로 들어가는 징검다리로 만주군관학교를 선택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뇌리에는 오직 '출세'만 들어 있었지, 조국의 해방이나 도탄에 빠진 조선민족은 안중에 없었다.만주군관학교는 만주국 장교 양성을 위해 세운 사관학교이지만 일본 관동군이 만주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만큼 일본 육사의 분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군관학교 예과 졸업생 가운데 우등생을 뽑아 일본 육사에 편입시키는 특전을 베풀었다. 일본 육사에서도 박정희는 '빡세게' 공부했다.
일본 육사 생도 시절의 박정희(빨간 선).
박정희와 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같이 다닌 중국인 동기생 반의정 씨의 회고를 들어보자.
"교양수업이나 군사훈련 중에도 부동자세로 입술을 굳게 다문 그의 모습에 감히 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휴식 중에도 말수가 적고 타인과의 접촉을 삼갔는데, 가즈미(이한림의 창씨명)와는 종종 한국말로 무슨 얘기를 나누곤 했지요. 일본 육사에서 그와 같은 보병반에 속해 있었는데 그때도 학습과 훈련에만 열중했습니다."
박정희는 일본 육사에서 본과 2년 과정을 마치고 1944년 4월 유학생대를 3등으로 졸업한 후 소련-만주 국경지대인 치치하얼 주둔 관동군 635부대에 배속됐다. 당시 그의 계급은 '상사대우'였다. 3개월 후인 1944년 7월 1일 마침내 '황군 육군소위'로 임관돼 만주군에 배치됐다. 이 시기는 장준하와 김준엽 등 수많은 학병들이 일본군을 탈출해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시기였다.
만주군 포병이 전투하는 모습니다. 일본 관동군의 지휘를 받으면서 모택동이 지휘하는 팔로군과 조선 독립군을 토벌했다. 박정희는 임관 후 정확히 1년 1개월을 만주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는 만주군에서 어떤 일을 했을까?
박정희가 소속한 만주군 보병8단은 열하성 남부에 있는 반벽산에 주둔하고 있었다. 전체 병력은 약 3천 명 정도이고, 주임무는 그 인근에 있는 모택동의 팔로군 토벌이었다. 1939년경 조선독립군이 주도했던 '동북항일연군'이 소련령으로 피신했기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박정희는 동족의 가슴에 총을 쏠 뻔 했다. 당시 팔로군은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와 연합하여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박정희의 만주군은 일본군의 보조 군대였다.
박정희와 같이 근무했던 중국인 동기생 고경인 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44년 7월 하순경부터 8월 초순경까지 보름간에 걸쳐 일본군과 합동으로 팔로군 토벌작전을 벌였는데, 8단에서는 2개 대대가 참가했다. 박정희는 부관을 하기 전 2~3개월 제2중대 소속으로 소대장으로 있으면서 이 작전에 참가했다."
박정희는 소대장에 이어 단장 부관으로 내근하다 일본 패망을 맞는다. 그에게 '대일본제국의 장군'으로 올라가려는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박정희를 포함한 8단내의 조선인 장교들은 현지 만주군 장교들에 의해 무장해제를 당했다. 이들은 북경으로 도망가 뒤늦게 해방후 '광복군'에 편입됐다. 일본 패망 당일의 박정희 모습을 고경인씨로부터 들어보자.
"그날 오후 박정희를 만났는데 '이제 어떻하면 좋겠느냐'며 낙담한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내가 '우리하고 같이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위로해줬습니다. 박정희는 북경으로 떠나면서 '고국에 돌아가면 건국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8.15 해방과 함께 온 민족이 환희의 감동에 젖어있는 순간에 낙담하고 있는 저 조선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물론 일제하에 일본군이나 만주군 군인이라고 무조건 친일파라고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황군의 장교'가 되기 위해 제 발로 군관학교를 찾아갔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국군에 들어간 박정희, 남로당에 가입하다
여순사건 진압 작전에 참가한 박정희 소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송호성 사령관(세 번째). 이 작전이 끝나자마자 박정희는 체포된다
해방 후 대한민국 국군에 투신한 박정희는 1948년 11월 11일 남로당 가입 등 좌익 혐의로 군 수사당국에 체포된다. 박정희는 모진 고문을 받고 전향해 자기가 알고 있는 조직망을 모두 불고 석방된다. 다시 군에 복직한 박정희는 한국전쟁이 터지고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자 배를 타고 남쪽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11년 후 부하들을 이끌고 한강 인도교를 다시 넘어 서울을 점령하는 '5.16 쿠데타'를 감행한다. 그리고 '종신집권'을 꿈꾸며 18년간 장기집권하다 가장 신뢰하는 부하의 총에 맞아 파란만장한 인생을 접는다. 이게 '박근령이 자랑스러워하는' 박정희, 다카기 마사오의 젊은 날의 모습이다.
♬ 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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