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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8.24-8.28

by 이성근 2015. 8. 28.

 

 824~8.28 경향 장도리

 

  8.24 경향-국민

 

 

  824 내일-노컷

 

 

 824 미디어오늘-한겨레

 

 

 824 한국-825노컷

 

 

  825경향-내일

 

 

 825미디어오늘-한겨레

 

 

   825한국-826경향

 

 

  826국민-내일

 

 

  826한겨레-한국

 

 

   827경향-국민

 

 

   827 내일-미디어오늘

 

 

  827한겨레-한국

 

 

   828 경향-국민

 

 

  828내일-한겨레

 

 

828한국-주간경향 9.1

 

"전쟁 불사", 보수언론의 위험천만한 선전선동 8.24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못된 버릇 고쳐줘야,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미확인 정보, 선정적 보도도 넘쳐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북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없다. 어느 쪽이 먼저 무력을 사용하건 남북간엔 상호확증파괴가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94년 지미 카터의 방북 직전 클린턴 행정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개전 24시간 내에 150만명의 사상자와 1주일 내 5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난 후 오랫동안 재확인되어 왔다.

 

그래서 보수언론에서조차 2000년대 이후론 전면전은 공멸이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논조가 대세를 이뤄왔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종편 출범 이후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호전적 목소리들이 강화되어왔고, 이번 연천 포격 국면에서 언론의 쇼비니즘(국수주의)과 황색저널리즘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언론의 호전적 보도행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1) 이번 기회에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응징론 2) 용기를 내어 나라를 지키자는 희생론 3) 군을 믿자, 박근혜 대통령을 사령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국가주의 4)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방불케하는 황색저널리즘 5) 남북간 대화, 평화공존 노력을 매도하는 진영논리 등이 대표적이다.

 

1) 응징론

응징론은 조선일보를 필두로 보수언론 전반에 팽배해있는 북한 관련 보도행태인데, 이번 연천 사건에선 경향신문에서도 응징론 프레임을 사용했다.

조선일보는 사건 이틀뒤인 22일자 4면 톱기사에 연천 인근과 통일촌 주민의 말을 인용해 북의 상습도발 두렵지 않다단호하게 맞서 못된 버릇 고쳐줘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 22일자 4면 기사

 

경향신문은 21일자 사설에서 남측 지뢰 매설에 포격까지 한 북한,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으로 북한의 두 얼굴을 확인” “대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응징론 프레임을 사용했다.

 

경향신문의 821일자 사설

 

2)희생론

조선일보는 연천 포격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1일 금요일자 여기서 북 도발 습성에 종지부 찍어야 한다제하의 사설에서 우리 군사적 능력은 모자라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라며 우리 국민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희생론을 펼쳤다.

 

채널A21‘“불러만 달라육군 SNS에 군복 댓글 릴레이라는 리포트에서 ‘“언제든 다시 불러달라는 뜻으로 옛 군복과 군화를 꺼내 입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예비군의)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현역 시절 신었던 군복과 군화를 찍은 사진을 올리며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굳은 의지도 다진다고 보도했다.

 

채널A 823일 방송.

 

채널A23일에도 군인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의 글이 SNS를 통해 알려져 화제라면서 아버지의 아들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아들인 우리 군인들에게 이 나라는 의지하고 있다며 용맹함을 떨쳐달라고 당부했다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3) 국가주의

이번 사태에서 보수언론이 공히 사용하고 있는 보도행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쟁사령관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전 국민이 군인처럼 단결해야한다는 국가주의적 프레임이다  한국경제는 221면에 군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군 장성들 한 가운데 앉은 사진과 함께 군을 믿고 힘 실어 줄 때다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뽑았다.

 

조선일보는 22일자 3면 기사에서 박 대통령, 전투복 입고 야전 사령부로선조치 후보고하라지침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군이 이번에 아주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었는데, 먼저 정신에서 승리한 후 실전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대통령··국민 모두 정위치에서 안보 위기 이겨내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도 한 치의 빈틈’ ‘불퇴전’ ‘적전 분열’ ‘결연하게 맞선다면등 국방일보를 방불케하는 군사 용어를 사용하며 독자들에게 정신무장을 주장했다.

 

4) 황색저널리즘

이번 연천 포격 국면에선 보수언론의 이념적 편향만이 아니라 선정주의로 가득한 황색저널리즘 보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앙일보의 22일자 1면과 4, 5면과 서울신문의 22일자 2, 3면은 흡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지상중계를 보는 듯 화려한 인포그래픽과 군 관련 사진들로 도배됐고 군사작전 관련 내용들이 다뤄졌다. 한국일보도 같은날 1, 2, 3, 4면을 털어 유사한 내용들을 채웠다.

 

TV조선 821일 방송.

 

TV조선은 21, 이번엔 테러 준비 정황주요 탈북인사 신변보호 대폭 강화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포격 도발과 함께 국내 주요 탈북인사 테러를 준비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을 우리 공안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다수의 주요 탈북 인사들이 24시간 특별 경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의 근거로는 몇몇 탈북자 단체와 극우 단체 대표들의 멘트를 인용한 게 전부이며 정보당국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사실 검증을 피해갔다.

 

5) 진영논리

보수언론은 응징론과 국가주의 프레임 하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야당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들도 곁들이고 있다. 특히 TV조선은 21일 대북 확성기 방성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때 중단남북 대화 성과 욕심에 포기”’라는 보도를 내고 “11년 전 보여주기식의 남북 대화 성과를 내기 위해 했던 통 큰양보가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치 국면을 활용해 남북간 대화와 평화공존 노력을 해 온 야권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진영논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TV조선 824일자.

 

 

전방부대 장병들 전역 연기 '러시' 824 한국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최전방부대의 경계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육군 병사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 전역을 스스로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역 연기 의사를 밝힌 육군 제3사단 이준(왼쪽부터조민수·안동국 병장. 육군 제공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화력도발 이후 전방부대 병사들의 전역 연기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도발위협이 고조될수록 국군 장병들의 분노 및 애국심과 함께 우리 군의 일전불사 의지도 최대치로 향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전역은 연기한 장병은 24일 현재까지 약50명에 달한다

 

 

불러만 주십쇼, 충성”? 안보 상업화의 극단 825 미디어오늘

[비평] "당장이라도 전선으로" 전쟁 고취만 남고 본질은 사라진 언론보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불러만 주십쇼~ 충성

전역 4일째지만 대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전투할 준비 되어있다. 북한 개새키들 덤벼라

덤벼라 이날을 위해 팬티 양말 위장크림 안 버렸다

긴말 필요없이 파티원 모집한다 준비된 놈만 와라

 

대한민국 육군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댓글이다. 자신을 예비역이라고 밝힌 이들은 군화와 군복 등을 찍은 사진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육군 공식 페이지는 지난 21일 오후 132분께 올린 글에서 어제 북한의 무력도발 이후 페이스북에 달린 예비역들의 댓글이라며 정말 든든하다고 밝혔다.

육군 공식 페이지에는 전역을 연기한 육군 병사 사례도 소개됐다. 육군은 병사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을 뒤로 한 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며 육군 50여 명의 장병들이 전역 연기를 희망했다. 박수를 보냅니다. 손바닥이 뜨거워지도록!”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는 해당 게시물을 공유했다.

 

언론도 동조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24일 오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촉발된 위기상황에서 군 장병들의 자발적인 전역 연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던 해병대원이 전역을 미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SBS뉴스 홈페이지에도 실렸다.

 

육군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 사진=대한민국 육군 페이스북

YTN24일 오전 “2030세대의 군복 인증샷 물결이 지뢰 도발에 이은 포격 도발로 남북한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 군에 힘을 보태고 있다이 같은 예비군들의 인증샷에 대해 "당신들이 있어 아직은 대한민국이 살만한 나라라는 걸 깨달았습니다라는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미담으로 보도한 셈이다.

 

신문도 다르지 않다. 국민일보는 지난 22군복있고 총 쏠 수 있다 예비군 SNS 인증 뭉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국방부와 육군 페이스북에 예비역 결의가 쏟아지고 있다집에 있는 예비역 전투복을 올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표명한 것인데 네티즌들은 멋지다는 찬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와 언론의 이 같은 태도가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부와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예비역이나 병사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하지만 보편적 정서는 아닌 것 같아 사회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일어나는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은 병사들이 군기가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언론에서 이런 사례를 보여준다고 해도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오히려 이런 사례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사람들의 사례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YTN 보도화면 캡쳐

 

이대훈 성공회대학교 평화학연구교수는 대치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이 마치 이것이 바람직한 애국이나 국방의 의무인 것처럼 부추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정치적인 목적이나, 이념적인 목적으로 청년층의 군사적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화연구가인 임재성 변호사는 안보 상업화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먼저 북한발 공포를 깐 이후에 이에 맞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림이 완성된다하지만 이는 국가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기꺼이 싸우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진정하시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말해야 한다.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전쟁 고취'만 남고 진짜 문제는 사라지고 있다. 임 변호사는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지뢰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물으면 되는데 지금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만 남았다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지 이야기 해야한다. 하지만 재미가 없으니까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훈 교수도 현재 상황을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어이없는 일들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알 수 있다언론은 정부의 말만 그대로 쓸 것이 아니라 왜 다수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의 가장 폭력적인 행위인 전쟁을 단순하고 조급하게 다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언론이)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안보 팔이가 실제 전쟁 발발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04년 자사의 이라크전 보도가 부시 정권의 전쟁 명분을 강화해준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전쟁 발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간주되는 대표 기사 28건의 목록도 공개했다. 지금 한국 언론이 참고할만한 사례다.

 

 

 

성장만 보고 달려온 사회일제강점기로 퇴행한 빈부 격차823 경향

바로잡아야 할 불평등

농업서 제조업IT까지

사회 골격·관계 변했지만

계층 상승 더 어려워져

청년·노인 빈곤은 더 심화

 

 

최창수씨(58·가명)1997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사내하청 노동자로 입사했다. 그해 12월 외환위기에 빠져들었지만, 경기는 그 전부터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공장 노동자로 취업한 최씨는 몇 달만 있으면 경기가 풀리겠지’ ‘정규직이 될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자영업을 접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에워싼 상황과 기대는 모두 빗나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박에 직면한 19982월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회협약을 발표했고, 사회적 논란 끝에 입법화됐다.

 

그후 최씨는 1999년 현대차와 현대정공이 합병된 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옮겨졌다. ‘명함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최씨는 사내하청 회사에서 현장관리자 승진 얘기도 나왔지만 안됐다돌이켜보면, 현장반장이 됐다면 내 몸 편하자고 월차 쓰지 마라, 화장실 가지 마라며 비정규직 동료를 괴롭게 했겠죠라고 말했다.

19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그는 중소기업 비정규직보다는 나은 처지라면서도 딸과 손주들의 미래는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울산에는 마흔 넘기고도 결혼 못한 비정규직이 많아요.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아예 소개가 안 들어오는 거죠. 손주들이 취업할 때쯤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텐데, 부려 먹기 좋은 비정규직이 과연 없어질까요?”

 

숫자로 새겨지는 불평등

해방 70, 한국 사회는 최씨의 비관적 물음이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종 통계 숫자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 척도는 일제강점기 수준으로 퇴행했다.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교수가 주도하는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2012년 한국에서 상위 5% 소득집중도는 30.09%로 파악됐다. 1979~1997년 사이 19~20%를 유지하고, 외환위기 첫해인 199818.44%의 최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높아져 일제강점기였던 1940(29.55%)보다 높아졌다. 농업사회에서 제조업-정보기술(IT) 사회로 바뀌고, 지주-소작 관계가 노사나 정규직-비정규직 관계로 대치됐지만,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지속·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부동산·금융 자산의 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높다. 계층간 격차도 심해 2013년에 최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45%를 점할 때 최하위 10%는 부채가 더 많은 마이너스 0.4%였다.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2008년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 무력화된 상태다.

 

교육도 계층 상승보다는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부자 365(아버지 평균 출생연도 1946, 아들 1976)을 조사해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최상위 25% 부모의 자녀 4명 중 3명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간 반면 최하위 25% 부모의 자녀는 이 비율이 5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국민대통합위원회 보고서도 비슷한 추세다. 저소득층 가구가 저소득층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2005~200668.3%였으나 2011~2012년에는 76.6%로 높아졌다. 반면 저소득층을 탈출해 중산층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29.18%(2005~2006)에서 22.97%(2011~2012)로 급감했다. 계층이동의 벽이 더 높아진 것이다.

 

고령·청년층 모두 빈곤 심화

한국인들의 미래 전망은 갈수록 부정적이고, 젊은 세대일수록 더 비관적이다. 2013‘KDI 행복연구조사를 보면,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이나 연줄보다 노력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비율이 60대는 75.5%였으나 20대에선 51.2%로 나타났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요즘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은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사람으로 찍혀 취업이 안 된다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불평등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한국은 원래 그런 나라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구조화·심화되는 요인을 세 가지 변화에서 찾는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초점이다. 2001360여만명(26.8%)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4600만명(32.4%)을 돌파했다. 노동계는 이미 2008년부터 7년째 800여만명(45%)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복지혜택은 더 열악한 값싼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해온 비정규직은 갈수록 직접 고용되는 계약직보다 파견·용역직 비중이 커져가는 구조다. 어느덧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고령층의 빈곤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2014년 기준 53세이고, 정년 이전에 퇴직한 사람이 67.1%를 차지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2001~2011년 사이 한국 남성들의 계층 이동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200130대였던 정규직 중산층 남성이 10년간 중산층을 유지한 비율이 65.13%였으나 50대에서는 이 비율이 26.81%로 격감했다. 노후 세대 진입을 앞둔 50대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는 셈이다.

급증하는 1인 가구도 절대빈곤율을 높이고 있다. 1990년 전체 가구의 9%였던 1인 가구는 201325.9%로 급증했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이 1인 가구지만, 1인 가구 절대빈곤율은 41.3%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실신(실업+신용불량) 세대로 통칭되는 청년층의 1인 가구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신 교수는 불평등이 커지는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나중에는 추세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정부가 성장률 하락에는 즉각 대응하면서 궁극적으로 성장률도 떨어뜨리는 불평등에는 정책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소득재분배 정책, 갑론을박실행은 요원

학계 사회적 대타협이 해법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 기조가 무엇인가를 놓고 한국사회는 갑론을박을 계속해 왔다.

 

크고 작은 선거나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모범 답안이 여러 축으로 제시돼 왔다. 최저임금 인상(노동소득 강화), 비정규직 해결(고용구조 개선), 토지·주택·금융 등 자산 불평등 완화, 재벌 독점체제 개혁, 증세 등 조세개혁, 복지와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실행 가능성이다. 학자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성장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한국은 복지 지출이 본격적으로 전개돼야 하는 단계라며 그러나 앞으로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여건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노동시장의 극심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복지제도도 제대로 작동하는데 재벌들은 정규직 보호를 약화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정치가 이걸 조정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사회적 대타협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노조는 미조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기업은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3자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크고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정부라며 지금처럼 정부가 기업과 같은 입장에서 노조의 양보만 요구해서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독재 정권의 국가=집단세뇌개인·노동·인권은 뒷전이었다

5) 넘어서야 할 국가주의

월드컵·김연아에 열광도 잠시젊은 세대에겐 희망 못주는 나라

춘원 이광수 국가 힘주창

조국 근대화명분 삼은

박정희 정권이 본격 추진

일제 모델국가주의 강제

 

선수와 나라를 동일시

응원으로 애국주의 표출

세월호·메르스에 헬조선

뿌리 깊은 국가주의 균열

 

 

무엇을 위한광복절을 앞둔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를 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에 머물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취재진 앞에 허리를 숙인 신 회장은 롯데는 일본 기업인가라는 질문에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답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어눌했다. 일본어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지만 억양에서 드러나는 일본어 색깔은 지울 수 없었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한국 기업 운운하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롯데그룹의 난마처럼 얽힌 제왕적 지배구조, 전근대적 혈족 승계보다 오너가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하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20129,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돌풍을 일으킨 뒤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광장에서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한국에서는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싸이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유창한 영어로 양해를 구하고는 한국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방송을 지켜본 한국 국민은 열광했다. 한국 언론은 싸이가 뉴욕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싸이=국가=국민=라는 등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히틀러를 예찬한 춘원 이광수

한국의 국가주의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원 이광수(사진)가 그 기초를 닦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나라 잃은 울분을 삼키던 그의 붓은 국가의 힘에 집착했다. 1910년 쓴 논설 ()의 자각한 인생에선 국가의 생명과 나의 생명과는 그 운명을 같이하는 줄을 깨달았노라고 했고, 1932년 장편소설 <>에선 주인공의 입을 빌려 차라리 이태리의 파시스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히틀러를 예찬하고 <나의 투쟁>을 번역했다.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반공국가는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성역이 됐다. 이승만 정부에서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았던 이범석은 1949년 한 연설에서 오늘의 조선은 나치스 같은 정치체제가 아니면 도저히 구해낼 길이 없다고 했다.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은 우리나라 같은 데 있어서는 개인주의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전체를 멸망시킬 것이기 때문에 개인주의 교육은 절대로 배척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만 정권이 1949년 발족한 학도호국단은 히틀러 유겐트와 같다는 비난을 들었다.

 

재건체조로1962년 시골의 한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국가주의 관철의 일환인 재건체조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희 국가주의 프로젝트작동

국가주의가 뚜렷한 방향타를 잡고 전진하기 시작한 건 박정희 정권 들어서다. 국가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구성원 모두가 국가의 힘을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이광수의 생각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뒤 부활한다. 박정희의 친필 메모 나의 소년 시절에는 이광수의 정신적 영향이 묻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보통학교 시절에는 일본인 교육으로 일본 역사에 나오는 위인들을 좋아했고, 5학년 때는 춘원이 쓴 책을 읽고 이순신을 숭배하게 되었다고 했다.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를 내세우며 국가주의를 밀어붙였다. “잘살기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하자” “부질없는 유언비어는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문구가 거리를 장식했다. 베트남 파병 군인과 기술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산업전사로 불렸다. 기지촌 성매매 여성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로 호명됐다. “여러분은 애국자입니다. 용기와 긍지를 갖고 달러 획득에 기여함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은 숨은 애국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미국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도우려고 왔으니 그 앞에서 옷도 단정히 입고 그 저속하고 쌍스러운 말은 좀 쓰지 마세요.” 여성운동가 김연자씨는 1970년대 기지촌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의 풍경을 이렇게 회고했다.

 

민족의식으로 무장해 근대화를 추진하자는 박정희의 메시지는 당대 지식인들까지 사로잡았다. 소설가 김승옥은 박정희와 윤보선이 맞붙은 1963년의 제5대 대통령 선거를 회고하며 나는 박정희에게 투표했다. 민주적 세력들이 어쩐지 미국 원조물자나 가지고 나눠먹고 사는 똘마니구나 싶은 느낌밖에 안 들었다면서 그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촌티 나는 박정희의 민족주의가 낫겠다, 그래서 나는 정말 박정희한테 표를 찍었다고 고백했다.

 

웅변대회로1985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4회 사회정화운동 웅변대회가 열리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열등감에서 자부심으로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총력전 체제를 경험했고, 효과적으로 국가주의를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일제 교육칙어를 차용한 국민교육헌장이나 황국신민서사에서 따온 국기에 대한 맹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주국 시절 일제가 열성적으로 행했던 추도식과 위령제, 충혼탑 광장 건설은 박정희 정권 때 그대로 반복됐다. 1960~1970년대 이어졌던 반공대회와 멸공대회, 재건체조, 표어 짓기, 웅변대회 등도 만주국 시절의 경험을 모델로 했다.

1966622일 충남 당진군에 산다는 한 신문 독자의 투고를 보자. 그는 우리나라는 반공을 국시로 하는 나라이므로 어디를 가나 반공방첩 표어와 플래카드를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열성 띤 반공활동이므로 국민 누구나 잘못된 행위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러나 어떤 것은 국민계몽 표어로는 어딘지 잘못된 것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간첩 신고하면 20만원 상금 탄다라고 하는데 국민으로서 간첩을 발견, 신고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 및 애국 및 의무의 하나이고 상금은 보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우리 마을에는 어제부터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정부에서 전기 없는 마을에 전기를 보내주기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을에도 전깃불을 켤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밝은 전깃불 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나라에 대하여 한층 더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의 한 대목이다.

 

1972년 유신 이후 박정희는 한층 강력하게 국가주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역사문제연구소 이상록 연구원은 유신을 기점으로 박정희가 내세우는 역사관 자체가 달라졌다고 했다. 유신 이전 박정희는 <우리 민족이 나갈 길> 등의 책에서 한국의 역사를 집어던져야 할 역사, 사대와 당파와 굴욕의 역사로 정의했다. 그러나 경제개발 계획이 성공하고 유신체제가 들어선 이후 박정희는 숱한 수난과 국난을 극복한 역사로 재정의했다. 국가주의는 열등감이 아닌 자부심을 밑자락에 깐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나붙은 포스터.

 

! 대한민국과 상계동 판잣집

1980년 군사독재 2기인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국가주의적 정조는 이어졌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1983, 정수라의 노래 ! 대한민국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듬해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음반은 4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자신감 넘치던 당대 한국의 분위기가 이 노래 가사에 담겼다. 3(저유가·저금리·저달러) 호재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란 말이 나오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강화됐다.

 

반대편에선 관제 국가주의 캠페인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서울 상계동 등의 판잣집들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되고 서민들은 변두리로 밀려났다. 사람들은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하는 이들조차 국가주의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 비판에 앞장선 학생들은 스스로를 애국학생’ ‘구국학생이라 칭했고, 운동권 내부의 관계는 위계적이었다.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다 고려대 총장 자리에서 쫓겨난 김준엽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면서 선진국 문턱에 서게 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신감을 만끽하면서 온 겨레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전두환씨가 이룩한 공로는 물가안정과 올림픽의 유치일 것이다. 독재자로서 많은 죄도 있지만 공로도 있었다는 것을 나는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했다. 당시 야당 지도자 김영삼은 학생들에게 서울올림픽 기간 중에는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군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맞서 싸우고 있는 국가조직이 타당하냐고는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우리가 권력을 장악하고 정권을 차지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누구를 위한올림픽을 앞둔 1986년 서울 상계동에서 판자촌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스포츠 애국주의 영웅들

1993년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불어닥친 세계화 열풍도 국가주의의 맥락에서 소비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열광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1998년 외환위기로 큰 고통을 겪던 국민들 사이에선 박찬호·박세리를 보며 희망을 얻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찬호·박세리는 한 사람의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나라 전체와 동일시됐고, 나라는 다시 국민 개개인과 동일시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스포츠 애국주의의 정점을 이뤘다. ‘대한민국국호가 응원 구호로 사용되고, ‘강력했던 고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치우천왕가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찬호·박세리의 자리는 김연아와 박태환 등이 이어받았다. 2014년 소치올림픽 기간에 한 LPG 업체는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라는 문구의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이란 여론의 질타에 중단됐다.

 

지난 3월 프로농구 창원 LG 소속의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은 팀에서 퇴출당했다. 제퍼슨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진행된 국민의례에서 애국가가 나오는데도 집중하지 않고 몸을 풀었다. 이에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제퍼슨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문화든 어떠한 문화든 무시한 게 아니다라며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통증을 느껴 스트레칭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다음날 퇴출을 통보받았다.

 

 

박찬호·김연아·제퍼슨(왼쪽부터)

 

제퍼슨 파동1980년대

제퍼슨 파동1980년대 애국주의풍경의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1987년 신문에 실린 칼럼의 한 대목을 읽어보자. “음악회장에서 연주가 시작되기 전 관례에 따라 장내에 애국가가 울리자옆자리 손님들이 일어서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기에기립을 권했으나 아무 대꾸가 없어재차 독촉을 했다. 그때야 종교적 관계로 기립할 수가 없습니다하는 말에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아국가와 겨레의 상징인 애국가를 부인하고 국가를 부정하는 종교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하고 쏘아붙이다 마침 연주가 시작되어 참고 말았다.”

 

1987년 어느 음악회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와 2015년 외국인 농구선수의 퇴출 사태는 맥락이 유사하다. 신문 칼럼을 쓴 이가 국가의 절대성을 종교가 부인한다고 느껴 불쾌했다는 것처럼, 2015년 한국인들은 외국인 농구선수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며 분노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 왔으면 한국식으로 살아야지를 주된 논리로 삼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원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다문화가족 정책이란 게 본격적으로 나타났지만 그 속에 깔려 있는 것은 순혈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주의라고 지적했다. 종교·문화 등에 따른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동화주의의 논리라는 것이다.

 

 

월드컵에20026월 한·일월드컵 한국과 터키가 맞붙은 3·4위전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색 옷을 맞춰 입은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몰려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존·다양성·사상의 블랙홀

한국은 이주노동자 등 다른 국적, 다른 인종 인구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국가주의의 논리로는 공동체의 통합도, 진정한 공존도 이루기 어렵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부국강병으로 귀결되는 국가주의는 사상의 블랙홀이다. 국가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구호 아래 여성·노동·환경·평화·인권 등 다른 이슈는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2002년 한 편의 에로비디오가 논란의 중심에 자리했다. <태극기를 꽂으며>라는 제목의 비디오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를 접하고 울분을 느낀 한국 청년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위해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주한미군 사령관 부인을 성노예로 만든다는 게 줄거리다. 비디오가 출시되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외교관계와 개인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크다며 등급 보류 처분했다. 한 누리꾼은 영등위 결정을 비판하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은 <007: 어나더데이> 같은 영화도 멀쩡하게 개봉되는 판에 에로영화 하나 갖고 그럴 수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을 문제 삼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등위는 외교관계, 곧 국익을 이야기했고 대중은 민족 자존심을 강조했다. 국익과 민족의 다툼에 여성이나 인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20027월 광주 망월동묘지는 국립 5·18 묘지로 승격됐다. 국가에 의해 죽임당하고 고통을 겪은 이들의 가족조차 마지막 순간 국가의 권위를 요구했다. 김원 교수는 광주항쟁은 신군부에 맞서 시민군 내지 대중이 저항한 것인데 이것조차 대한민국 정통성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광주항쟁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 자체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국가의 절대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문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한류에가수 싸이가 20131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앞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유명 래퍼 MC해머와 공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워야 할 우리 안의 국가주의

최근 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취업 문제 등으로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한국의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같은 시기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고층 빌딩마다 대형 태극기가 걸렸다. 오너의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롯데그룹도 태극기 마케팅에 앞장섰다. 헬조선을 들먹이며 한숨 쉬는 젊은 세대도 메이저리그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에 열광한다. ‘우리 안의 국가주의는 이렇게 뿌리 깊다.

 

게다가 국가주의적 수사는 분쟁 혹은 준분쟁 상태에 있는 이웃 국가와 맥놀이하며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일본의 반한 감정에 불을 지른 것처럼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극우화는 한국의 민족주의적 감성을 또다시 자극하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 이상록 연구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나 메르스 사태처럼 나라가 개인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목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주의의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20대 남성이 태극기를 불태웠다.

 

이진경 수유너머N 연구원은 권위에 저항한다는 힙합 가수가 태극기를 몸에 휘감고 무대 위에서 랩을 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라며 태극기를 불태운 것은 그사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한국 사회의 현실은 절망적이라면서 국가에 대한 실망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토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때로 절망은 파시즘의 양분이 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그랬다. 지친 독일 국민들은 나치의 선전과 선동에 쉽게 허물어졌다. 억압된 증오와 공격성은 유태인과 집시 등 약자들에게로 향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에서 당시 독일의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국제적 연대와 함께 열린 시민 교육을 강조한다. 지당하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권력의 실체 자체를 의문시할 필요가 있다는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의 시각은 참고할 만하다. 그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개인이 당하는 억압은 국가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대면하는 교사, 선배, 힘센 친구 혹은 상사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후지이 연구실장은 박정희 시대에 학생들이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직접적인 이유는 저 멀리 청와대의 대통령이 아니라 같은 교실 내 교사가 외우지 않으면 체벌했기 때문에 외워야 했다고 했다. 국가주의라는 거대담론을 말하기 전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권력의 문제부터 직시하라는 지적이다.

 

미국선 애플·구글 등장하는데한국, 아직 ‘40년대 기업위세 8.16

(4) 탈피해야 할 재벌위주 경제정책

각종 특혜 받으며 문어발 성장

저성장 국면 땐 정부에 ‘SOS’

국제 경쟁력 하락하자 내수로

중소기업·영세상인 몰락 불러

진입장벽 허물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선진국도 요원

 

서울 도곡동 삼성래미안에 사는 김형렬씨(42)는 쏘나타를 몰고 여의도로 출근한다. 이 차는 삼성화재에 보험을 들었다. ‘갤럭시6’로 사무실 직원과 통화한 그는 회사에 도착해 삼성 노트북으로 작업할 것이다. 오후엔 신라호텔에서 바이어를 만난다. 저녁엔 아내와 CGV에서 영화를 보고, 시간이 남으면 엔제리너스에서 커피를 마실 생각이다. 롯데마트에서 롯데카드로 장도 봐야 한다. 그의 취미는 프로야구 관람이다. 다음주에는 SK와이번스의 경기를 보러 가고 야구가 끝나면 친구들과 삼겹살집에서 클라우드맥주와 처음처럼소주를 섞어 마실까 생각 중이다.”

 

 

한국인과 한국경제는 재벌에 포위돼 있다고 할 정도로 해방 후 70년을 거치면서 재벌편중 구조가 고착됐다. 대기업사옥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의 야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재벌에 포위된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인들의 일상은 재벌에 포위됐다. 일하고, 먹고, 마시고, 자는 것까지 이들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른 나라에도 대기업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소수의 기업집단이 경제를 싹쓸이하는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광복 이후 70년간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는 재벌의 역사였다. 한국경제60년사 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경제60년사>를 보면 재벌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넘겨받은 일본인의 재산과 기업을 민간에 불하했는데 이 과정에서 뇌물과 로비가 판쳤다. 당시 한국 정부가 받은 귀속재산 가치는 국내 총자산 가치의 80%에 육박했다. 쇼와기린맥주는 동양맥주(OB맥주), 선경직물은 선경이 된다. 영강제과는 해태제과에 넘어갔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미국의 원조물자 배정 등으로 원면, 원당, 소맥 등 ‘3백 산업기업이 성장했다. 삼성그룹의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이 최대 수혜기업이었다. 국제기구의 원조자금은 시멘트, 유리, 플라스틱 산업 등에 투자됐는데 수혜를 입은 락희화학은 오늘날 LG그룹의 모태다. 6·25전쟁 당시 군수물자 제조와 수송업체로 성장한 기업이 정주영의 현대그룹, 조중훈의 한진그룹이다. 삼양식품과 금성사, 한국타이어도 군납과 관련이 깊다. 1950년대 삼성은 이미 삼성물산, 제일제당, 한국타이어, 안국화재, 조선양조, 한일은행, 신세계백화점, 동양TV 18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문어발 경영을 시작했다.

 

재벌들은 군수물자 조달과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수입 허가, 외화 배정, 은행 대출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 당시 신흥재벌과 정치권력의 결탁이라는 신문보도가 나올 정도로 정경유착은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19604·19 때 국민들은 부정축재자처벌을 요구했고, 1961년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정권은 10여명의 재벌 총수를 체포했다가 사업보국의 의지로 경제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풀어줬다.

 

정부는 재벌의 부정에 눈감은 채 각종 특혜를 주며 성장을 도왔다. 기업들은 정부보증으로 차관을 들여왔고 재정·금융 혜택도 받았다. 1965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와 베트남 특수도 재벌 성장에 기여했다. 이 시기 부실기업 정리를 통해 현대, 대우, 신동아, 한진 등은 덩치를 키웠다. 현 재벌체제가 모습을 갖춘 것은 1970년대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은 철강, 비철금속, 조선, 전자, 화학, 특수강 등 6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큰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는 중화학공업 역시 재벌들이 차지했다.

 

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이 시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1980경제력 집중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재벌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0공정거래법을 만들어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에 나섰다. 198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되고 공정거래법이 강화됐지만 재벌은 더 커졌다. 삼성이 반도체산업, 현대가 자동차산업을 키우는 데도 정부는 막대한 지원을 했다. 당시 재무부 공무원은 1983년 삼성의 반도체산업 진출을 이렇게 회고한다.

아침에 출근하니 반도체산업관련 보고서가 책상 위에 있더라. 반도체가 무엇인지 몰라 백과사전을 꺼내 읽어봤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데 오후에 삼성 관계자가 찾아왔다. 그제서야 이게 삼성과 관련 있는 줄 알았다. 보고서의 핵심은 일본에서 반도체 기계설비를 들여와야 하는데 세금을 최대한 깎을 수 있는 방안과 삼성이 매입하려는 기흥 땅에 대한 매입 편의를 지원하라는 거였다. 초기에는 반도체 기술이 없어 국책연구기관에서 기술과 인력까지 지원해줬다.”

 

 

재벌은 민주화의 과실도 따먹었다. 정부의 견제가 약해지자 곧 사업다각화 명목으로 계열사 수를 불려나갔다. 삼성은 200045개 계열사에서 올해 67개로 22개 계열사를 늘렸다. 같은 기간 롯데는 28개에서 80, CJ18개에서 65, 현대차는 16개에서 51개 등 3배가량 계열사를 늘렸다.

 

한국 경제의 덫이 된 재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자 정부는 다시 재벌에 ‘SOS’를 치고 있다. 투자여력이 재벌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들은 재벌 특혜로 이어진다. 지난달 9일 정부는 8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산악관광진흥구역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3이상 대규모 개발 사업자에게만 산 정상을 깎을 권리를 주는 조치다.

 

문제는 재벌의 성장이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중진국에서 벗어나기 힘든 덫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된 재벌들이 내수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몰락이 가속화됐다. 중소기업 우위업종에서 재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28.3%에서 2011년에는 30.9%로 확대됐다. 창업 부진의 원인도 재벌 중심의 경제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애플, 구글 등 2000년을 전후해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한국은 1940년대 창업한 삼성, 현대, LG가 여전히 최고 기업을 차지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허물지 않는 한 창조경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재벌 외 기업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하면서 실업과 소득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KDI 자료를 보면 1999~200910년간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중소기업이 7.3%, 대기업이 6.7%였지만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은 대기업(7.2%)이 중소기업(5.8%)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는 대기업이 기술 개발로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하청을 통해 직원 수를 줄이고 납품가격을 낮춘 결과다. 실제로 직원 수를 보면 중소기업은 1.5% 증가했지만 대기업은 0.4%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차는 19901.48배에서 2009년에는 1.89배로 늘어났다.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중소기업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임금을 깎으면서 대기업과 임금격차가 벌어졌고,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양극화가 커졌다. 그 결과 경제역동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력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경향

 

너랑 같이 일 못해"자르고 싶은 '블랙리스트 직원' 있다 825 노컷뉴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기업 10곳 중 4곳은 퇴사시키고 싶은 블랙리스트 직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258개사를 대상으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블랙리스트 여부'를 조사한 결과 41.5%'있다'고 답했다.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유형 1위는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직원'(65.4%, 복수응답)이었고 이어 '회사에 대해 불만이 많은 직원'(46.7%), '잦은 지각, 결근 등 근태불량 직원'(41.1%),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직원'(39.3%), '소문, 뒷담화를 즐기는 직원'(25.2%), '성과를 내기보다 사내정치를 하는 직원'(25.2%), '업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직원'(22.4%) 등이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올릴 때는 '성과 등 업무역량'(11.2%)보다 '태도 등 인성'이 더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4.8%7배 가량 많았다.

 

전체 직원 중 블랙리스트 직원은 평균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으로 인해 회사가 입는 피해로는 '근무 분위기 흐림'(72.9%,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해당 팀 성과 저하'(48.6%), '갈등으로 퇴사하는 등 해당 팀 인재이탈'(33.6%), '대외적으로 회사 이미지 실추'(29%), '거래처 등 외부 갈등 발생'(17.8%), '기업 정보 유출 등 직접적 손실'(12.1%) 등의 답이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에게 주의나 경고를 주고 있는 기업은 86.9%였으며, 구체적으로 '본인에게 직접 주의 경고'(75.3%, 복수응답), '직속 상사에게 주의 경고'(32.3%), '술자리 등에서 넌지시 말함'(14%) 등의 방식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기업은 그 방법으로 '인사고과 낮은 점수'(39.3%,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택했고 이어 '업무 권한 박탈'(26.2%), '승진 누락'(26.2%), '부서 이동'(15.9%), '연봉 삭감'(13.1%)등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 16개월만에 지지율 50% 회복?국정 장악력 825 노컷뉴스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의 군사적 긴장 국면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면서, 특히 북한의 유감 표명으로 결론남으로써 북한의 사과를 강하게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의 강수가 국정·정국 장악력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더욱이 집권 5년의 반환점에 터진 대북 변수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호재로 작용해 국내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던 청와대를 활력있게 움직이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43시간이라는 전대미문의 '끝장' 협상을 성공리에 이끈 것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아닌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희상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시절인 올 초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남북문제를 푸시지 그러시냐'는 의견에 대해 "북한이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요"라며 북한의 요구를 호락호락하게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 대통령의 '원칙 고수'라는 승부수가 좀처럼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던 북한의 고집과 발뺌 태도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물론 한반도 준 전시상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수진으로 활용했다남북관계에서 원칙없이 북한에 끌려다니던 '과거의 전례를 끊으라'는 국민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는 평가와 함께 박 대통령 특유의 집념이 통한 것이다.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일합 겨루기에서 일단 기선을 잡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조만간 50%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5"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이번주 안에 50%를 넘어 대선당시 득표율(51.6%)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원 의원(대통령 정치특별보좌관)"모두가 잘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냐"면서 "후속조치가 잘 이뤄지고 경제 위기가 조금만 개선되면 50%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남북 대치 국면이 있기 전부터 40%를 상회하기 시작했다"면서 "50%선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명지대)"박 대통령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낮았으나 이번에 지뢰 도발을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아마도 5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등락이 있는 것이긴 하지만 개혁의 동력을 받을 수 있는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4일 현재 45.9%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택수 대표는 "지난 8737%이던 지지율이 계속 조금씩 오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급상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박 대통령의 지지율 40% 중반이나 50%는 국정은 물론이고 정국 장악력을 높이고 노동을 포함한 4대 개혁의 추동력을 살릴 수 있는 근간이다.

 

 

 

박형준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힘 있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과 교육 등 4대 개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을 잘 대처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재원 의원(대통령 정치특별보좌관)"북한 문제가 그동안 우리를 옥죄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보 위협을 일거에 제거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국정의 아젠다를 추진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민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원칙으로 승부를 본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노동과 교육 등 4대 개혁의 탄력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면서 "당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청원 최고위원은 "국민이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정 개혁의 최대 호기를 맞은 것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정국 주도권은 지난해 4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시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번도 지지율 50%를 넘어선 적이 없다.

청와대가 대통령 지지율 50%를 만회한다면 16개월만인 825일이 기점이 된다. 반환점인 이날을 계기로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이전보다 더 협조적인 태도로 나올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여당은 물론 야당의 정국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대신 청와대로 이전시키는 승수효과를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 개혁 등 4대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태도를 취하고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대북 변수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다가 부메랑을 맞은 전례가 박근혜 정권에서도 나타나느냐의 여부다. 하기에 달렸다. 이와 관련해 신율 교수는 "북한 변수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는 언제 돌부리에 걸릴지 모르는 가변성을 지닌데다 이벤트여서 정국 주도권 장악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김규항의 혁명은 안단테로]배트맨의 집사 경향 824

현실은 갈수록 막막한데 현실을 변화할 방법이나 가능성은 보이지 않으니 헬조선이 괜한 말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30년 전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던 것 같다. 군사독재가 물러날 가능성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함에 돌멩이나 화염병을 넘어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수십만의 경찰과 군대를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그런데 그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가 결국 총 한 방 쏘지 않고 무너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회성원들이 다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게 완벽할 수 있는가.’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서양처럼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단 말인가회의하고 냉소하던 사람들 중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자 체제는 거짓말처럼 싱겁게 무너져버렸다.

 

어느 사회나 그렇다. 지배 체제란 사회성원의 다수가 선택함으로써 유지된다. “군사독재에 신음하던 국민들같은 표현은 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이 아니다. 군사독재는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유지되었다. 제 이념이나 세계관에 의해 서든 체제에 속거나 기만당해서든 어떻든 말이다. 역사 속 어떤 포악한 체제도, 오늘 한국이라는 자본의 지옥도 마찬가지다. 이쯤 이야기하면 아마 여전히 박근혜를 지지하는 우매한 사람들이 떠올라 열불이 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지배 체제는 우매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우매한 사람들에게 열불을 내는 사람들의 선택으로 유지된다. 이 극악한 자본의 지옥은 보수라 일컬어지는 수구 기득권 세력과 진보라 일컬어지는 신흥 기득권 세력의 합작품이다.

 

진보는 체제의 일부다. 진보가 열망하는 건 체제 안에서의 헤게모니, 즉 정권이지 체제 변화는 아니다. 진보가 열중하는 건 대기업, 공공 부문 정규직 노동자의 삶이지 정규/비정규라는 노동계급 분리 지배 체제의 혁파는 아니다. 진보의 유일한 정치 활동은 모든 문제를 보수 탓으로 박근혜 패거리 탓으로 돌리며 인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진보 논객’ ‘진보 교수’ ‘진보 언론인들이 그 선두에 서고, 걸핏하면 빵에 갔던 이야기를 들먹이는 전국 도처의 진보 아저씨들이 뒤를 받친다. 강준만은 싸가지를 말했지만 순수한 사기극일 뿐이다.

 

꽤 많은 인민들은 진즉 사기극을 알아챘다. 박근혜가 좋아서가 아니라 진보가 미워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보수나 진보나 결국 저희 좋으려고 하는 건 똑같은데 진보는 정의와 윤리를 독점한 양 설레발을 치니 빈정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분노가 뒤틀려 튀어나온 게 바로 일베. 일베는 보수에 현혹된 청년들이 아니라 진보에 반발해 오른쪽으로 치닫게 된 청년들이다.

 

그런데도 진보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인민들을 우매하다 욕하고 일베를 벌레들이라 경멸을 퍼부으니, 인민의 반발도 더욱 늘어만 간다. 하는 짓으로 보면 이미 바닥을 쳤을 박근혜 지지율이 그렇지 않은 것도 그런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 아수라 속에서 1%의 왕국은 더욱 더 공고해진다. 진보는 늘 수구를 욕하지만, 현실에 미치는 실제 영향으로 말하자면 수구보다 더 수구가 된 지 오래다.

급진적 진보정치나 의미 있는 급진 세력은 대부분 수구적 진보에 흡수되거나 무기력한 상태다. 딱 하나의 가능성만 남은 듯하다. 청년들이다. 역설적이게도, 체제는 청년들의 급진성을 움 틔우고 양성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사회가 세습 엘리트 계층이 지배하는 신분 사회임에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우수한 비엘리트 계층 청년들에게 쿼터를 주기 때문이다. 그걸 다 막아버리면 결국 터지게 되고 체제는 위험에 빠진다는 걸 그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안다.

 

한국은 그걸 완전히 막아버린 상태다. 보수와 진보의 연합으로 말이다. 이대로라면 터질 수밖에 없다. 멘토 앞에서 청년들의 눈빛이 달라진 건 그 조짐 중 하나다. 물론 이런 현실이 급진성만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먼저 대다수의 무력한 상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일베의 출현은 그 반대편, ‘자생적 급진주의자 청년들의 출현 또한 가능하다는 뜻이다. 도래할 청년들의 주제는 최소한의 상식이나 언론 자유가 아니라 노동계급일 것이다. 그런 개념들을 학습하거나 의식화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맹렬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진보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성찰, 어느새 실제적 수구가 되어버린 자신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성찰하는 진보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역할 모델로 알프레드를 떠올려 본다. 연륜과 경험으로 주인공이 제 역할을 해내는 데 필요한 모든 채비를 하면서 또한 정중하게 자문하고 충고하는 배트맨의 집사이자 멘토, 알프레드 말이다. 혹여 주인공이 아니라서 불편한가. 괜찮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니던가.

 

포격 사태가 남긴 6가지 시사점결국 답은 대화다. 825 미디어오늘

단호한 대응외치던 보수정권, 대화 외의 묘수 없었다대북방송 활성화, 남북관계 변수로

목함지뢰 도발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그리고 포격까지. 연이은 남북 간 갈등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마무리됐다. 정치권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포격 사건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최대의 남북 간 군사위기였고, 이를 대화로 수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디어오늘이 포격사건과 남북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드러난 남북관계의 시사점 6가지를 정리해봤다.

1. 아무리 강경대응외쳐도 결국 답은 대화뿐

 

보수파의 대북정책은 원칙으로 대표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면 경제성장을 시켜주겠다는 비핵개방 3000’을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역시 북한이 변하면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는 대북원칙론을 전제로 한다.

 

북한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도발을 일삼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대북강경책이다. 대북강경책에는 한국 정부가 강경하게 원칙에 따라 대응하면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 포격 사건은 대북강경책에 실체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방부는 원점 타격’ ‘선조치 후보고등을 언급하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가차 없이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21일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북한의 포격도발에 강력히 응징하자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을 붙인 상징물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군은 원점타격을 하지 못했고, 정부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했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사태를 수습했다. 말로는 대북강경책을 내세우고 전쟁불사를 외쳐도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될 때 결국 대화 외에는 묘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남문희 시사IN 한반도전문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이 정부가 보수정부 대북 강경책의 진면목을 과연 보여줄 것인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묘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다그런데 다른 게 아무것도 없었다. 원점 타격? ()조치 후()보고? 조선일보가 밖에서 뭐라고 하건 그 자리에 있는 한 용빼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다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겉으로는 단호한 대응, 강경대응을 외치며 대화에는 응해야하는 입장이었기에, 포격 도발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의 전략은 화전양면전술의 모습을 띠었다. 박 대통령은 회담이 진행 중이던 와중에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가 없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언론은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요구하는 화전양면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사실 한국 정부도 같은 전술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적대상태에 있는 두 국가가 담판을 하는 중에 이런 화전양면 전술을 쓰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건 국가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2.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대북원칙론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원칙론을 고수하는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이상 한 발도 나갈 수 없는 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였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 2년 반 동안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비핵화가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따르면 지뢰도발도 모자라 포격도발까지 감행한 북한과 대화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원칙론을 고수하지 않고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결과 남북관계는 진전을 맞게 됐다. 남북 공동합의문 6항은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5.24 조치 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1일 오전 북한 포격으로 인한 긴급 대피령으로 경기도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 방공호에 대피 중인 주민이 방송을 보고 있다. 민중의소리

   

5.24 조치 해제를 위한 사전 포석도 공동합의문에 들어있다. 공동합의문 5항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진다는 내용이다. 1항는 남과 북이 빠른 시일 내에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남북 간 접촉을 늘리고 이산가족 상봉 등의 계기를 만들면 5.24 조치 해제까지 쉽게 나아갈 수 있다.

 

 

3. 확성기로 드러난 방송의 위력

 

남북 공동합의문 3항은 남측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25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은 중단됐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방송이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포격도발과 고위급 회담 과정에서 확성기의 효력이 대단하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뉴시스는 회담 직후 쓴 기사 <유감이끌어낸 대북방송천군만마도 부럽지 않아>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매우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었음이 입증됐다이 같은 대북방송에 북한군들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대북방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민간 방송사업자에게 주파수를 배정하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도록 하며 이들 방송에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허용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회의에서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에 북한이 깜짝 놀란 것처럼 북한은 대북방송에 굉장히 취약하고, 매우 아파하는 부분이라며 민간단체들이 10여년 째 방송하고 있지만 국내 주파수, 해외 주파수를 임대해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주민이 우리 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며 국가 안보와 존립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 새누리당이 방송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주시길 바라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러한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경우 남북관계의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TV조선 뉴스 갈무리

 

4. 군보다 더 흥분한 언론 

이번 사건에서 몇몇 언론은 군보다 더 흥분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원점 타격’ ‘철저한 응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습성은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세계일보는 한 발의 포탄이 떨어져도 원점을 초토화한다는 각오로 응징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더 강하게 나갔다. TV조선에 출연한 패널들은 응징은 110으로 해야 한다” “응징에는 반드시 원점타격이 포함된다” “평화는 싸워서 지키는 것이지 굴복해서 얻는 게 아니다” “우리 영토로 날아오는 것은 바로 불을 뿜어야 한다등 전쟁불사론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북한군은 대북 확성기를 끄라고 하면서 확성기가 아니라 야산에 포탄을 쐈다. 한국군도 원점을 타격하는 대신 DMZ 내 북측 지역을 타격했다. 남북 양측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려 노력한 셈이다.

 

언론보도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선동에 가까운 몇 몇 언론의 보도는 북한에 무조건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5. 안보위기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식시장에서 오랜만에 북한 리스크란 말이 등장했다. 그간 남북 간 갈등이 심화되면 주가가 요동친다는 말은 철 지난 이야기였다. 한반도 위기가 상시적이라는 점을 경험으로 체득한 투자자들이 북한 변수에 동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포격 사고는 주식시장이 북한 리스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가설을 깨뜨렸다.

 

과거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연평도 포격에도 주가는 폭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포격 직후 820일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겹치면서 북한 리스크는 주식시장을 흔드는 증폭제역할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 변수를 관리하지 못하면 경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안 좋은 경제상황에서 북한의 위기는 경제침체의 증폭제 노릇을 할 수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지지층인 보수층도 반기지 않는 상황일 것이다.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남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민중의소리

 

 

6. 남북관계, 정상회담으로 풀 수 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2+2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가 대표로 나섰다. 형식은 2+2지만 사실상 대리 정상회담에 가까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비서는 회담 상황을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회담장에 설치된 CCTV는 회담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청와대의 경우 위기관리상황실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면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북측도 실시간 확인 및 지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회담이 무박 4일에 걸쳐 장기간 진행되고, 고비마다 정회가 거듭된 것도 양 정상의 직접 지시를 받고 있어 재량권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2년 간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간의 정상회담 주장은 다른 게 안 되니까 정상회담이라도 해보자는 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2+2 대리회담을 계기로 고위급 접촉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상회담까지 도달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이 직접 관여하자 회담이 중간에 깨지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아픈 청춘57포 넘어 ‘n포 세대 좌절 828국민

젊은이들 높은 현실의 벽절감분노·박탈감자조·조롱 이어져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은 ‘88만원 세대로 불렸다. 이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3포 세대라고도 했다.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가 등장했다.

 

최근 청년들은 다른 것도 다 포기해야 할 상황이란 뜻에서 스스로를 ‘n포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생 임찬묵(25)씨는 나를 비롯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졸업 후 취직이나 결혼 같은 미래 문제에 걱정이 없다면 어려움도 웃으며 견디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졸업을 앞두고는 취직이 문제이고, 취직한 친구들을 보니 결혼을 걱정하고, 결혼한 선배들은 내 집 마련을 고민한다. 우리는 가치를 부여할 만한 건 뭐든 포기하도록 내몰리는 n포 세대라고 말했다.

 

높은 현실의 벽은 자조(自嘲)의 언어를 양산한다. 젊은이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금수저’(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에 빗댄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없는 집에 태어나 기댈 언덕도 없는 청년이란 뜻이다.

 

흙수저 빙고라는 게임도 나왔다. ‘알바 해본 적 있음’ ‘집에 비데 없음’ ‘집에 차 없거나 연식 7년 이상’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을 안 받음’ ‘가계부채 있음’ ‘중고나라에서 거래해본 적 있음. 가로 세로 5칸의 빙고판에 이런 문장 25개를 채워 넣고 자신에게 해당되는 항목에 동그라미를 친다. 동그라미가 가로·세로·대각선 등 일직선으로 5개 연결될 만큼 많으면 나는 흙수저네!” 하고 자조하는 놀이다. 블로그나 SNS에는 자신이 해본 흙수저 빙고 게임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수한 교수는 27이른바 신음서제도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분노나 박탈감이 자조와 조롱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라며 기성세대가 노력을 통해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인식하는 데 비해 청년세대는 노력보다 물려받은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실적 어려움이 반영된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처한 어려움은 숫자로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824세의 빈곤율은 19.7%, 2529세는 12.3%나 된다. 6064(20.3%) 다음으로 높은 연령대다. 청년실업률은 20129%, 20139.3%, 지난해 1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진학 등을 선택하면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어 실제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좁은 취업 관문을 통과해도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지난해 20대 임금노동자 341만명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47.4%였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자조는 사회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2014년을 달군 유행어투표를 하자 센송합니다1, ‘미개하다2위를 차지했다. ‘센송합니다조센징이라 죄송합니다라는 뜻이다. ‘미개하다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이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좌절한 청춘은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 (hell)조선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탈출을 위해 이민계()’를 만들기도 한다. 회사원 정모(25)씨는 이민계를 함께 할 사람을 찾고 있다. 북유럽이나 호주·뉴질랜드로 이민가는 데 필요한 목돈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친구가 이민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에 얘기했더니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다들 계를 만들고 모임을 가질 돈과 시간이 부족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교수는 자조·조롱을 넘어 탈출까지 생각하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은 한국사회에서 행복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며 공정한 기회와 규칙을 통해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중독 한국경제, 시간이 없다 │① 미 금리인상 시계 재깍재깍] 가계·기업 '빚의 경고' 금리인상기 준비 없으면 '시련' 812 내일

 

금융부채 보유가구 10곳 중 1곳이 위험

하위 25% 중소기업, 단기차입에 의존

저금리 기조가 긴 시간 지속되면서 경제 곳곳에 약한 고리가 생겨났다. 저금리가 아니라면 빚을 쓰지 않을 경제주체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는 풍조가 심화되면서 빚어진 결과다.사상 최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계·기업은 모두 빚의 경고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머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비가 없으면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당겨지는 미국 금리인상 = 미 금리 인상 시점은 올해 12월에서 9월로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중구난방으로 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약간의 혼란은 있지만 미 월가의 전망은 9월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지난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가 판단하는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기존 38%에서 52%로 급등했다. 연준 내 다수파 의견을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진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9월 인상을 전망한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애초 12월 인상 전망이 대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금리인상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이나 줄어들었다.일각에선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해 버리는 게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는 점, 미 금리인상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 한국은행이 곧바로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으리라는 점 등을 들기도 하지만 안이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시점이다. 저금리가 키운 가계·기업빚 규모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가계빚 143조원 = 가계빚(가계신용 기준)은 올해 3월말 현재 109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총량으로 사상 최대라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증가율이다. 가계빚 증가율은 20131분기 5.1%로 저점을 찍은 후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곧 발표될 2분기 증가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실위험지수(HDRI)100을 넘는 가계부채 위험가구를 112만 가구로 추정했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 가구 10가구 중 1가구꼴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위험부채 규모는 143조원에 달한다.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위험가구와 위험부채(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리가 1%p, 2%p, 3%p 상승하면 2014년 현재 10.3%인 위험가구 비율은 각각 11.2%, 12.7%, 14.0%로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빚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가계부채 총량을 늘린 핵심원인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완화는 그대로 놔뒀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중소기업 부채비율 400% 육박 = 기업 부문은 어떨까. 1997년 외환위기 때 상상을 뛰어넘는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를 옥죈 바 있다. 당시 부도를 내며 국가 위기의 신호탄을 쐈던 한보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고, 비운의 길을 걸었던 대우그룹의 부채비율은 400%를 웃돌았다.

이 때와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 기업부채 수준은 평균적으로는 양호한 편이지만 개별 기업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평균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 부채가 문제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별기업 중 한계에 도달한 기업들이 저금리에 기대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소위 좀비기업들은 금리인상기에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자산규모 하위 25%)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저금리가 본격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3년에 491%까지 올랐고 지난해 현재도 384%를 기록중이다. 이들 중소기업의 부채는 70%가 단기차입이고 1년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금리인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기업부채가 얼마나 많으냐를 따져보면 외환위기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기업의 부채 규모는 105%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114%) 이후 최고치였다. 빚 규모는 1564조원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만만치 않다. 금융연구원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부실 대출은 약 1조원에서 4조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중독 한국경제, 시간이 없다│ ② 은행은 괜찮나] 경제응급실 국책은행부터 '빨간불'

4대 은행 부실채권 규모 약 4조원 추정 820내일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에 집중

 

 

산은·수은, 부실기업 여신 떠안아 = 은행 중 가장 먼저 빨간불이 들어온 곳은 '경제 응급실'에 해당하는 국책은행들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떠맡아 온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떠맡은 부실여신은 수조원대다. 두 국책은행이 최근 5년간 법정관리로 간 부실기업에 빌려준 돈을 모두 합하면 54693억원에 달한다. 팬오션, 팬텍, 경남기업, 극동건설,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으로 뉴스에 이름을 올렸던 굵직한 기업들은 국책은행에 막대한 부실을 안겨준 채 법정관리로 향했다.

문제는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국책은행의 부실여신 규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3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충격을 줬던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시중은행들이 리스크관리 등을 위해 빠져나가면서 온전히 국책은행의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소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안전지대? = 시중은행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은행들은 아직까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건설·조선·해운·철강 등 취약업종에 대한 위험노출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17일 금융지주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의 상위 20대 부실채권 액수는 29388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5759억원이 취약업종에 집중돼 있다.

우리은행은 20대 부실채권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4대 은행의 20대 부실채권 규모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업종 기업들이 실적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도 쉽지는 않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조선업 관련 대출 회수 움직임을 보이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금융기관들의 '비올 때 우산 뺏기 식' 영업행태를 질타한 바 있다.

 

·중 불안 겹치면 최악 = 미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 은행권은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미 금리 인상 관련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미국이 향후 2년간 3%p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보다 대출손실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은행빚을 쓰고 있는 가계·기업이 이자를 갚지 못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중국발 불안이 겹칠 경우에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미 금리가 2년간 3%p 상승, 중국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2년 연속 3%p 하회)가 덮칠 경우 국내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4.0%에서 2016년말 10.6%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중독 한국경제 시간이 없다│③ 딜레마에 빠진 한국 해법은] 대외악재 속 가계빚도 발목 "기초체력 다져라" 826내일

 

가계빚 연간 증가율 9%2007년 부동산 호황기 때 육박

"신흥국 위기고조는 내부취약성 탓 빚 증가속도 낮춰야

한국경제가 대외악재와 내부취약성의 접점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최근에는 북한 리스크까지 몰아닥치면서 한꺼번에 한국경제에 태클을 거는 모양새다. 외부 소용돌이가 거세도 내부가 탄탄하면 견뎌낼 힘이 있겠지만 가계부채, 한계기업 등 취약성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자칫하면 대외악재들이 내부취약성 탓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경제당국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기 어렵고,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외악재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버티되 내부에서 위기를 자초하지 않도록 기초체력을 다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2분기 가계신용, 사상 최대치 =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빚 규모는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20152분기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1305000억원이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신기록을 경신해온 가계신용은 이번에도 여러 기록을 냈다. 1100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고, 분기중 증가액(322000억원)도 역대 분기중 증가액 최고기록(20144분기 288000억원)을 넘어섰다.

절대적 규모도 크지만 증가율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분기중 가계신용 증가율은 2.9%20104분기 3.3% 이후 4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간으로 따지면 증가속도를 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20142분기~20152분기) 가계신용증가율은 9.1%로 부동산 호황기 때인 2007(10.6%)에 육박한다. 직전 3개년 증가율 평균인 5.7%와 비교해도 훌쩍 높은 수치다.

 

"가계빚 때문에 금융불안 확산" = 1100조원을 넘는 가계빚에 대한 경고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최근 대외악재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자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금융상황이 안정돼 있다면 가계빚 문제를 다독이며 해결할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점점 더 시간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빚이 금융위기로 곧바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외부 충격이 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계빚 때문에 금융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기부진 심화로 인해 기준금리 추가인하 요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가계빚이 발목을 잡고 있어 섣불리 빼들 수 없는 카드가 됐다. 이 실장은 "기준금리 추가인하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 규제완화 재검토해야 = 위기를 헤쳐나갈 뾰족한 방법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취약성부터 제거해 기초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가장 큰 취약성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계빚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든 힘든 상황이어서 피해갈 수는 없다"면서 "다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내부적으로 취약점이 많은 국가들이고 우리나라도 위기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실 등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대책으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최근 연이었던 기준금리인하가 경기진작보다는 가계부채 취약성을 키우고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준협 실장은 "가계빚 증가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등의 대책을 포함해서 가계빚 증가속도를 소득 증가속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John Sokoloff / He's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