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경향-한국
8.8 한겨레-내일
812 주간경향 시사 이판사판 -8.7 경향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B: 하루에 잠은 몇 시간 자나요?
A: 다른 사람들도 8시간은 자지 않나요?
B: 아이큐도 별로 안 좋고 만날 놀러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비법이라도….
A: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B: 식당에 가면 고기는 몇 인분을 먹나요?
A: 다른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2인분은 먹지 않나요?
B: 운동도 별로 안 하고 단 것도 많이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비법이라도….
A: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선거가 제일 쉬웠어요
B: 어떻게 선거만 하면 이길 수 있나요?
A: 다른 사람들도 선거에 출마하면 다 이기는 거 아닌가요?
B: 사고 대처도 엉망이고 경제도 엉망이고 인사도 엉망인데, 특별히 비법이라도….
A: 선거가 제일 쉬웠어요.
철수가 제일 쉬웠어요
B: 어떻게 선거만 다가오면 철수를 하나요?
A: 다른 사람들도 다 철수하는 거 아닌가요?
B: 공천도 엉망이고 새정치 비전도 엉망인데 철수만은 잘 하는 비법이라도….
A: 제 별명이 ‘안 되면 철수’라고 철수가 제일 쉬웠어요.
8.7 한겨레-국민
8.7 국제-한국
8.7 내일 8.6경향
8.6시사저널 -내일
8.6 국민-미디어오늘
8.6 한겨레 8.5 한겨레
8.5 경향-국민
소설가 이외수가 잇단 군 사망사고에 일침을 가했다.
6일 이외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당연지사처럼 통용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듯이"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말이 당연지사처럼 통용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 사회야 말로 몰락일로의 절망적 사회이다" 라고 꼬집었다.
임병장은 지난달 인격 모독을 참지 못해 동료들에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사망케 한 가해자이며,윤일병은 행동이 느리고 굼뜨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다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의 피해자다.
8.5 국제 -8.4 시사인
8.4 한겨레-국민
8.4 국제-내일
8.4 경향 8.3 국제
8.4~8.8 경향 장도리
“조선·문화일보 교황 알현 사실까지 왜곡, 해도 너무한다” 8.8 미디어오늘
내란음모 구속자 가족 “교황은 한국 상황 알고 계셨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내란음모 구속자 가족들이 오는 11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언론의 폭력과 무자비한 보도는 가족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칼이 됐다”며 “언론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교황 일반 알현과 관련한 문화일보,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등은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반 알현에서 만난 구속자 가족 엄경희씨에게 강복 기도를 한 것에 대해 “강복 기도는 영적(靈的) 격려, 다시 말해 '용기를 잃지 마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며 “교황이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전말을 알 리도 없고 알고 있었다 해도 한 국가의 사법 체계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교황까지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엄씨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내란음모 구속자 무죄석방 호소 피해자 가족,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기사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씨는 “조선일보는 교황님이 아무것도 모른 채 강복 기도를 했다고 했지만, 우리가 로마에 갔을 때 교황청 관계자들은 이미 한국 상황을 브리핑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엄씨는 지난 5월 7일 로마 바티칸으로 향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쓴 편지를 들고서였다. 이 일정에는 다른 구속자 가족인 박사옥씨도 함께 했다. 로마에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의 안내로 정의평화위원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만나게 됐다. 엄씨는 “추기경들은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그 결과 일반알현에서 교황님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내란음모 구속자 무죄석방 호소 피해자 가족, 종교인 기자회견’
▲ 8월 6일 조선일보 사설
엄씨는 교황이 지나갈 때 이탈리아어로 “도와주세요. 저희 남편들이 한국에서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교황이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엄씨는 “함께 있던 박사옥씨가 편지도 직접 교황께 전달했고 교황은 당신 손으로 직접 편지를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씨는 “한국에 돌아오자 기적이 일어났다. 4대 종단 수장들이 탄원서를 보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보도가 지나치다고 힘겨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남편들은 세기의 폭력범이 돼 있었다”며 “하지만 국정원이 한국일보에 건넨 녹취록은 1000여곳이나 고쳐야했다”고 말했다. 실제 1심 과정에서 왜곡 의혹이 일자 국정원은 녹취록을 수정해 다시 증거로 제출했다. 이 결과 ‘성전 수행’은 ‘선전 수행’으로, ‘전쟁 준비’는 ‘구체적 준비’ 등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남편들이 구속된 것도 억울한데 언론의 폭력과 무자비한 보도는 가족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칼이 됐다”며 “그래서 가족들은 기도를 드리면서 정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론은 그마저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북이라는 딱지 하나로 공공의 적이 조작되고 만들어지는 사회, 이 사회상의 사회가 만들어낸 유령이 내란음모”라며 구속자들의 무죄 석방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신부는 인혁당 사건을 언급하며 “현재 내란음모로 구속된 가족들을 보면 인혁당 사건이 생각난다. 당시 인혁당 사건 가족들은 소외되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왜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나. 악마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구속자들은 오는 11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추는 보수언론의 빨간불 미디어오늘
[비평] ‘박영선의 결단’ 칭찬일색…‘야당 강경해지지 말라’는 건 보수언론의 해묵은 공식
진상조사위원회는 구성되지만 수사권은 없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그렇게 세월호 특별법은 누더기가 됐고 팔·다리가 잘렸다. 세월호 참사 직후 드러난 여러 문제점과 실체를 성역 없이 가릴 수 있는 길은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은 반색했다. 이례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칭찬했다. 조선일보는 8일자 1면 제목부터 <세월호 특별법 전격 합의 박영선의 ‘결단’>이라고 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번 합의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왔던 내용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것”이라며 “박영선 원내대표로선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지만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 등을 감안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8일자 사설 <반가운 세월호 특별법 타결>에서 “정치권이 모처럼 희망의 싹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정치권은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세월호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 국민의 환멸을 샀다”며 “참패한 야당이 국민의 경고를 무섭게 여겨 더 이상 세월호 협상에서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된 게 타결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들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 재보궐선거 이후 나타난 일관된 흐름이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았고 이를 내세우며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쟁을 그만두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해라, 이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들의 분석과 방향을 결과적으로는 고스란히 따랐다. 세월호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면서 정쟁을 포기했고, 조선·중앙일보 주장대로 ‘타협의 정치’를 보여줬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세월호 특별법을 ‘타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어차피 쟁점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차선은 특검을 야당에서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중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권 없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유가족 추천이 몇 명이 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 중앙일보 8월 8일자. 30면.
한겨레는 8일자 사설에서 “겉모습으로는 여야가 서로 한걸음씩 물러서서 주고받기 식 양보와 타협을 한 것으로 돼 있다”며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별법의 가장 핵심인 ‘수사권’ 문제를 여당의 뜻대로 해버림으로써 특별법은 완전히 맥이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점은 ‘진상조사위 따로, 특별검사 따로’가 돼버린 점”이라며 “실질적인 진상규명은 오롯이 특검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 특검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선·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들은 선거 때마다 야당에 강경해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실제로 야당은 결정적 순간에 약해진다. 그리고 선거에서 진다. 그러면 이들 언론은 또 강경해지지 말라고 주문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타협과 협상도 정치의 일부다. 하지만 야당이 그걸 못해서 패배한 것일지에 대해선 분석할 여지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들은 확신에 차 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야당을 칭찬하고 나섰다. 답답한 것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걷고 단식을 하면서도 결국 눈은 이들 언론만 바라보는 야당이다.
정의화 "농성 허용할 명분 없다... 유가족 철수하라"8.8 오마이뉴스
[현장] 국회 밖 세월호 유가족에도 돌아갈 것 요구... 유경근 "물·소금도 끊을 것"
▲ 세월호 유족 국회 출입 막는 경찰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8일 오전 국회 남문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출입을 막는 경찰에 가로막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남소연
▲ 전국교수행동 "수사·기소권 없는 세월호 특별법 반대" 전국교수행동 소속 회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수사권ㆍ기소권 없는 세월호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더 중요, 유가족에 설명하지 않은 건 전략" 8.8 오마이뉴스
[인터뷰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 위원장
▲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 남소연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을 선택한 건 기본 방침이었다. 유가족이 바라는 100%를 얻어낼 수 있으면 좋지만 시기상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30 재보궐 선거 전에 특별법이 타결됐다면 수사권 부분도 약간 접근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본 방침을 유가족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건 우리의 전략일 수도 있고 또 유가족들에게 알리면 협상 상대방에게도 알려지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각계 비판이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당내 인사들은 물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반발도 크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현재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지금은 비판이 쏟아져도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듯 보였다.
교황 방문 이전까지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 협상을 안 하면… 교황이 왔다 가면 추석이다"라며 "우리가 어떤 걸 지렛대로 협상을 할 수 있겠나.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무슨 카드가 있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은 자신이 만든 법이라고 강조한 박 위원장은 "이 법은 정권을 누가 잡게 되든지 중립적 인사가 특검으로 들어 올 수 있게 한 법"이라며 "이걸 바탕으로 보면,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8일 저녁 서울 구로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지역구 사무실에서 한신대 신학생들이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규탄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신학생들은 '여야 합의된 세월호 특별법 파기'와 '수사권과 기소권 있는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 등을 주장하며 농성 중이다. 2014.08.09. suncho21@newsis.com
- 이번 합의에 어떤 의미가 있고, 미래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것인가.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패키지 협상'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밀려오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외하고 피해학생 대학특례입학 법안, 그리고 나머지 국회에 계류돼 있던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함께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에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와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라는 두 개의 큰 방점이 있었다. 그 가운데 수사권 부분은 새누리당이 '법과 원칙에 어긋날 수 없다'라고 하면서 뒤틀려 왔다. 반면 구성요건에는 어떤 조건을 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사권과 구성요건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구성요건을 선택한 것이다."
- '5 : 5 : 4 : 3'의 구성을 강조하는데, 유족 추천 3명이 갖는 의미는 뭔가.
"유가족이 그 구성요건에서 우위를 점해야 의미가 있는 거다. 국정조사처럼 5 : 5로 되면 위원회 활동이 정쟁으로 흐른다. 진상조사위 결과를 가지고 특검을 하기 때문에 그것마저 정쟁으로 흐르면 특검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구성요건을 선택한 것이다. 수사권을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조사권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족이 바라는 100%를 얻어 낼 수 있으면 좋지만 시기상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30 재보궐 선거 전에 특별법이 타결됐다면 수사권 부분도 약간 접근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둘과 셋의 차이는 표결에 있는 건가.
"표결이 중요하다. 모든 결정을 표결로 하기 때문이다. 위원장도 호선이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증인 채택 문제도 표결처리를 한다. 자료제출요구권도 표결처리다. 위원장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조사요원들의 선택권도 좌우될 수 있다. 진상조사위 결과 미진한 부분은 특검으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마치고, 특검에 들어가는 거다. 진상조사위가 부실하게 운영된다면 아무리 특검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특검을 할 수가 없는 거다."
- 그렇다면 유가족들은 왜 이 같은 박 위원장의 뜻에 반대를 하고 있는 건가?
"그동안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일 수도 있고. 유가족들에게 알리면 협상 상대방에게도 알려지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을 취하는 건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카드였나?
"기본 방침이었다. 새누리당은 특검과 진상조사위를 동시에 시작하자고 했고 우리는 반대했다. 지금 특검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동시에 시작하면 진상조사위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 특검에만 포커스가 맞춰지게 된다. 그냥 지금 현재 상태에서 특검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간에 진상조사위가 끼게 되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가족대책위는 이미 이번 합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열린 박 위원장과의 면담과정에서 태도변화가 있었나.
"설명을 충분히 해드렸다. 제 설명을 듣고 다시 가족대책위에서 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가족대책위 차원의 회의가 열리는 자리에는 제가 가지 않고 전해철 의원이 갈 것이다. 오늘(8일) 면담에 참여한 분들 중엔 제 설명을 이해하시는 분도 있었다."
- 가족들이 이번 여야합의를 결국 수용할 것이라고 판단하시나.
"그건 잘 모르겠다. (유족들이) 반대하면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 그렇다면 지금 굳이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할 이유가 있었나?
"지금 협상을 안 하면…, 교황이 왔다 가면 추석이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걸 지렛대로 협상을 할 수 있겠나.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무슨 카드가 있나?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 유가족 추천을 2명으로 하려고 했다. 지난 협상 때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걸 문제 삼았다.
상설특검법은 제가 법제사법위원장에 있을 때 만든 법이다. 상설특검을 추천하는 요건은 국회 여야 2명씩 4인,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차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한다. 사실상 국회에서 4명이 합의가 안 되면 특검을 추천할 수 없다. 최소한 중립적 인사를 할 수 있는 담보가 된다. 정권을 누가 잡게 되든지 중립적 인사가 들어 올 수 있게 한 법이다. 이걸 바탕으로 보면,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 침묵하면 세월호 공범... 우리도 단식한다" 8.9 오마이뉴스
[현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모임 기자회견... "여야 밀실합의 파기해야“
▲ 가수 김장훈에 이어 영화인도 세월호 단식 동참 가수 김장훈에 이어 정지영 감독 등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제정되어야 한다'며 유가족 단식에 동참했다. ⓒ 남소연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영화인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에 나섰다. 유가족들이 원하는대로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취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모임'(가칭)은 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밀실 야합을 지켜보면서 '이건 도저히 아니다'라는 생각에 동조 단식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여야 간 합의는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인 모임은 이날 6명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단식 동참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영화인들이 집단적으로 거리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있었던 스크린쿼터 폐지 및 축소 반대 시위 이후 8년 만이다.
"영화배우들 왔는데 가수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영화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야합'으로 규정했다. 합의 내용이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요구해온 특별법과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배우 권병길씨는 "돌아가신 분들을 살려내라는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라는 것"이라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사고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남은 국민들도 앞으로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음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모임 구성원들이다.
류승완 감독(베를린, 부당거래), 이훈규(블랙딜), 정지영 감독(부러진화살, 남영동 1985), 장준환 감독(화이, 지구를 지켜라), 이충렬 감독(워낭소리), 허철 감독(영화판), 박정범 감독(무산일기, 산다), 권칠인 감독(싱글즈, 관능의법칙), 이미연 감독(세번째 시선, 버스정류장),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권병길 영화배우, 맹봉학 영화배우,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부위원장,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홍성원 서울영상위원회 국장, 안보영 시네마달 PD, 김정영 PD, 이한나 PD, 오전균 감독, 이정황 감독(유신의 추억)
한국일보 서화숙 칼럼] ‘몰랐다’는 통하지 않는다 8.7
28사단의 윤일병이 쓰러진 날은 4월 6일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열흘 전이다. 그가 문제의 의무대에 배치된 것은 2월이고 폭력이 시작된 것은 3월초였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처럼 끔찍한 폭력의 실체가 제때 세상에 노출되었다면,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문제를 덮으려던 이들이 엄정하게 처벌을 받았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까. 4월 16일 그날, 감히 해경이 선원부터 구조하고 일반승객의 구조는 적당히 하면서 시간만 끄는 일이 일어났을까.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방부는 입이라도 맞춘 듯이 ‘상세한 정황을 몰랐다’ ‘보고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는 곧바로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 사건을 수습할 경황이 없었다는 듯 변명하지만 윤일병 사건과 세월호 참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 정부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똑같이 노출시킨다. 진실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으니 내 책임만 피하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정부에 만연해 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이 사건을 보고받은 것은 4월 8일이다. 국방부 발표를 그대로 믿어서 그가 상세한 정황은 몰랐다고 쳐도 ‘군대 내 폭행에 따른 사망사고’로 보고받은 것은 분명하다. 군대 내 폭행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키려던 무고한 청년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는가.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병역의 의무가 있는 국가의 국방장관으로서 그는 징집한 병사의 폭행 끝 사망을 가벼이 여겼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이 문제가 그 당시에 곧바로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남김없이 책임을 졌다면 세월호 참사까지는 못 막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6월에 22사단의 임병장이 5명의 동료병사를 죽게 만든 GOP 총기난사사고는 막았을 것이다. 국가의 부름에 따랐다가 죽은 청년들은 뭐며 살인자가 된 청년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게 모두 국방부도 군도 책임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해도 전혀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이다.
그런데도 김관진 안보실장에 대한 책임론에 청와대의 반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참모총장이 사퇴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건을 넉 달 가까이 은폐했고 군인권센터라는 민간단체가 전모를 폭로하지 않았으면 현재까지도 진상이 드러났을까 의심을 주는 정부답게 무책임하고 뻔뻔하다.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고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사건만 터지면 위원회부터 만드는 못된 버릇부터 정부는 고쳐야 된다. 대신 진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밝히고 바로잡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어떤 사건이든 재발을 막는 방법은 명확하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고위직일수록 그 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면 본질에 접근은 하지도 않다가는 위원회 만들고 보고서 만들고 1차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덮어버린다. 윤일병 사망사건에는 이병장을 비롯한 가해자 6명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만 따진다. 어떻게 집단의 가해가 그렇게 조직적으로 계속 일어날 수 있는지, 누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는지, 왜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는지 진짜 책임져야 할 고위 책임자들은 ‘모른다’ 한마디로 책임을 피한다. 세월호 참사도 선박 소유자인 유병언의 죄상만 파헤칠 뿐 왜 해경이 구조를 회피했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윤 일병의 참사를 상세히 몰랐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7시간이나 사라져서 현장의 위기 상황을 몰랐다고 한다. 해경이 구조를 외면하는 그 때 정부는 도대체 뭘 했고 청와대는 뭘 했느냐에 대한 변명으로 나온 ‘대통령 7시간 부재론’은 급기야 사생활에 대한 온갖 루머를 만들어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나라 망신이다.
윤일병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가 닮은 점 또 하나는 죄 없는 이들의 죽음으로 겨우 문제가 표면에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선한 이들의 죽음으로 겨우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망정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면 그건 또다른 무고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공직자 자격이 없다. ‘몰랐다’는 거짓말로 진상규명을 피하지 마라.
진짜사나이’ 여군편과 '윤일병 사건' 사이 8.6 미디어오늘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 무엇이 문제인가
MBC 일밤 <진짜 사나이>가 드디어 여군 특집 편을 다룬다고 한다. 그간 왜 안 다루는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이 매력적인 아이템을 역시 그대로 피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매력적이라고 볼 수 없다. 시청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적 가치측면에서 흠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사나이>가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바로 군에서 최근 임 병장 총기 난사,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등 여러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꾸준히 지적되어온 <진짜 사나이>의 문제 즉, 현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은 <진짜사나이>의 종영을 촉구하는 논리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진짜 사나이>는 현실의 군대 공간과 인물 관계를 그대로 다루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면이 강하다. 즉 그 선택적 재구성의 모습은 그들만의 환타지 군대 공간과 병사들의 생활이다. 예컨대, 많은 불행한 일이 군 내무반 생활에서 일어나지만 이 같은 측면은 대부분 간과된다. 군대에 대한 현실 오도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존폐여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군의 서열구조가 빚는 모순적이고 불리한 상황은 최소화 되거나 웃음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군대를 예능의 웃음 코드로 다루기에는 반인권적인 현실이 엄존한다. 이에 반해 제작진들이 <진짜 사나이>를 만든 이유는 군대의 부정적인 점을 불식하고 긍정적인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군에서 적극 제작 협조를 했을 법하다. 하지만 진정 군대를 좋게 만드는 것은 무조건 긍정의 면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설적인 방향성을 부정적인 점과 같이 드러낼 때 가능하다. 예컨대, 군대 병사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것은 솔루션의 대상은 제도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오해와 장애일 수도 있다.
이제 여군 특집 편을 보자. <진짜 사나이>가 여군 특집을 다루는 것은 <진짜 사나이>가 보여준 앞서 지적한 모순들을 더욱 심화 시킬 가능성이 많다. 군대 현실의 리얼함을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더욱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여군 특집이라고 했을 때, 군인을 여성과 남성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의문이 든다. 여군이라는 이름 자체가 차별적이다. 군인은 군인뿐 남성과 여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에 여군 특집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진짜 사나이’라는 말은 ‘진짜 군인’이라는 말이 오히려 어울린다. 그들은 직업 군인이지, 여성 군인이 아닌 까닭이다.
많은 여성들이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여성으로 존재를 규정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여성 군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 또한 여성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을 <진짜 사나이>에 출연 시킬 경우, 더욱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경찰직에서는 볼 수 있는 여경이라는 단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여경도 바뀌어야하는 말이다. 그냥 그들은 경찰일 뿐이다.
또한 여군특집을 통해서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들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남성 출연자들은 <진짜 사나이>에서 주로 희화화하는 측면이 많았다. 이러한 점은 헨리나 샘 해밍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극대화 되어왔다. 여군 특집에서는 이러한 점이 더욱 극대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호기심을 일으킬 만한 요소는 분명히 있다. 특히 군대 공간에 여성들을 투입시키고, 관음증의 시선으로 그들의 언행을 웃고 즐길 가능성이 많다.
제작진은 남성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런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이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똑같은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은 가학적 즐거움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명분밖에는 안될 것이다. 남성과 똑같이 훈련을 받는다는 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군의 훈련과 직무 강도는 개인의 역량과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어이없는 지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루어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이라는 특징에 맞는 혹은 개인을 고려한 훈련과 직무수행이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 군대가 지향해야할 특기 적성 훈련과 직무수행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에서는 이 같은 배려가 전혀 없었다. 이번 여군 특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재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흥미요소로 사용될 것이 분명하다. 웃음 포인트는 분명 여성들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할 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이라는 특징의 부각이 성적인 호기심과 맞물려서 프로그램에 상품성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우 김소연, 홍은희, 라미란, 가수 지나,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 걸스데이 혜리, 개그우먼 맹승지 등은 대부분 얼굴도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성들이다. 남성들보다 더 성적인 상품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을 병영에 투입하고 그것을 우열적인 관점에서 웃고 즐길 만큼 국민 정서는 한가롭지 않아 보인다. 군대는 예능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전쟁과 전투에 더 밀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앞서 군대의 갈등과 인권 문제는 내부의 계급과 서열적 집단생활 속에서 발생한다고 했는데, 여성들은 그 안에서 다른 모순과 부딪힌다. 즉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군 현실에서 여성들이 그들과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군 특집에서 그런 모순적 상황의 여성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진짜 사나이>의 행보로 볼 때 이건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남자 병사나 장교, 부사관들도 마찬가지다. <진짜 사나이>에 참여해 온 기존의 남자 연예인들에게 없었던 점이었다.
언론은 이미 세월호를 잊었다 8.6 미디어오늘
세월호 피해자 가족 목소리 전하지 않아…김장훈씨 “언론은 침묵 혹은 굴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생산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여야 간 협상을 재개시켜 빨리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자’는 문구가 밟힌다. 문제는 이미 언론은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유병언이 살아 있을 때 유병언과 '구원파 정국'이었고, 유병언이 죽은 것으로 발견됐을 때는 '시체 정국'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유대균이 검거됐을 때는 '치킨 정국'이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20일 넘게 단식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에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언론에겐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증인 채택을 회피하면서 재보궐선거 이후 ‘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제안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지원 특별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은 방송에선 JTBC와 KBS 정도만 보도하고 있다. JTBC는 지난 4일 뉴스9에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새누리당이 유가족 지원 문제를 꺼내들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고, 같은 날 KBS는 뉴스9에서 “유가족들은 이제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 2014년 8월 4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상암동 시대를 열었다며 연일 자사 이사 소식을 보도한 MBC는 4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유가족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일 MBC는 “새누리당은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세월호 피해자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SBS도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았다.
신문에서도 세월호 참사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일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가수 김장훈씨가 세월호 단식에 동참했다는 내용도 몇몇 언론에서만 짧게 소개됐다.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막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중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노숙자’에 비유했지만 지상파 방송 어느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지난 4일 사설에서 “정치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와 관련, 가수 김장훈씨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참담하고 힘도 없는 유가족들은 매일 희생하며 죽어가고 있는데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강 건너불구경, 언론도 침묵, 또는 굴절”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막말’ 권은희, 새누리당 입으로 8.7 한겨레
세월호 참사 직후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몰아
거짓 드러나 경찰 조사 받기도…새누리, 당직 인선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관련해 사과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가운데 ‘선동꾼’이 있다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은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새누리당의 새로운 ‘입’이 됐다. 새누리당은 7일 권 의원을 새 대변인에 임명했다고 밝혔다.권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20일 “지인의 글을 보고 퍼왔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영상과 사진을 링크했다. 권 의원은 “영상은 유가족들에게 명찰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 하면서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고, 사진은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참석자의 것이라며 “세월호 탑승 희생자의 유가족인 동시에 송전탑 시위 관계자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라고 썼다.
권 의원은 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는 이들.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 뭘 노리고 이딴 짓을 하는 걸까요?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 이 와중에도 이를 이용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라인에 도는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도 잘 판단해야겠습니다”라고 썼다. 마치 ‘전문 시위꾼’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도 나타나 정부를 비판하도록 선동하는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의 여성은 실제 실종자 가족으로 확인됐고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권 의원은 사과를 했다. 또 조작된 사진에 등장한 사람이 경찰에 진정서를 내, 권 의원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등 당직 인선을 단행했다.
세월호 유족들 "박영선이 뒤통수…여야 합의 불인정" 8.7 프레시안
"진상규명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것만 달랑 빼놓고…“
▲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단일안 마련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과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여야가 7일 낮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도출한 세월호특별법 관련 합의에 대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유족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오늘의 합의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합의한 법안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이날 저녁 국회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기사 하단에 회견문 전문 첨부) 단원고 2학년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낭독한 입장문에서 이들은 "여야 합의 소식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명백하게 거부한 합의"라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며 "검·경 합동수사나 국정조사는 가족과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주기는커녕 의혹만 더 확산시켜 왔다"며 "진실을 밝힐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한 이유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족과 국민이 청원한 법률안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 진실을 내다버린 여야 합의 따위는 우리의 발길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들은 여야에 대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정국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할 궁리만 해 왔다. 새정치연합은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을 뒤쫓아갔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상의 야당 측 대표였던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앞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독립적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찾아와서도 이러한 특별법을 강조하지 않았는가"라며 "손바닥 뒤집듯 가족과 국민에게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했다.
회견에서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여야 합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단원고 2학년 고 김빛나라 양의 아버지다. 유경근 대변인도 "오직 진상규명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것만 달랑 빼놓고 하려 한다"고 외쳤다.
유 대변인은 "저는 (지난 4일) 21일째의 단식을 중단했다. 수많은 가족들과 박영선 원내대표도 와서 '단식 그만하고 힘내 싸우라'고 해서 단식을 중단하고 나흘째가 됐다"며 "그런데 오늘 일어난 일을 보니 이 자리에서 단식하는 저를 몰아내고 야합하려고 한 것이냐"고 했다. 그는 "21일 만에 속아서 중단한 단식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물과 소금, 효소를 먹는 단식 아니라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단수단염(斷水斷鹽)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이미 3주의 단식으로 쇠약해진 몸으로 폭염 속에서 하는 단수단염 단식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유경근 대변인(오른쪽) 등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에 속한 유족들이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광화문 유족들도 "실망스럽고 처참한 수준…박영선 믿었는데 뒤통수"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은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단원고 2학년 고 김민희 양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유족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결과 보고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실망스럽고 처참한 수준"이라며 "왜 유가족 진만 빼고 줄줄이 병원 실려가게 하나"라고 했다.
그는 "단식하는 의미가 사라졌다"며 "오늘 당번이라 천막을 지키기로 했는데 그냥 집에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청문회 일정 잡으면 뭐 하나? 증인 아무도 못 세울건데. 김기춘이다 뭐다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것"이라고 답답한 듯 말했다.
같은 학년 오경미 양의 아버지라고 밝힌 유족은 "박영선은 유일하게 믿을 만한 인물이었는데,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이렇게 뒤통수를 치나"라며 새정치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에 대한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명분없는 딜(거래)"이라며 "새누리당만 욕할 수 없어 새정치연합도 뭔가 욕하는 구호를 만들어야 할 판이다. 상설특검은 미덥지 못하다고 특별법(에 의한 특검 임명)으로 하자더니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나"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망하려면 혼자 망하지 왜 가족들을 죽이나"라며 "청와대, 국정원(의 책임을 규명할) 열쇠가 사라졌다. 이제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조금 건드리고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족들은 이제 가족들이랑 국민들밖에 믿을 데가 없다"며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가족들이 새정치연합에 기회를 준 건데 이제 다 말아먹었다"고 주장했다.
▲ 단식 23일째 유민이 아빠 지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23일째를 맞은 단원고 2학년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다. 장기간 단식으로 뼈만 앙상해진 아버지 등에는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 남소연
진보정당들도 여야 협상 정면비판
정치권 내에서도 여야 협상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은 당 자체 세월호특위 위원장 정진후 의원 회견을 통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이 합의한 내용은 국민과 세월호 유족들을 끝내 낙담시키고 주저앉혀 버렸다"며 "국민과 세월호 유족을 전혀 대변하지 못한 그들만의 합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앞서 새정치연합 내에서 두 당 간의 '통합' 논의가 나온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정의당은 "대다수 국민과 세월호 유족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며 "필요하면 상설특검으로 하면 된다는 주장을 계속 내세워 온 새누리당의 입장에 새정치연합이 무기력하게 동의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양당 합의에 대해 정의당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25일째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양당은 일방적 합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원외정당인 노동당과 녹색당도 각각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 노동당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족들이 제안한 법안이 가장 최선의 법안"이라고 했고, 녹색당도 "여야는 유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런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며 "오늘의 합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는 동떨어진 합의"라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에 대한 가족대책위 입장' 전문 가족의 요구 짓밟은 여야 합의에 반대한다
오늘 오후 뉴스로 전해진 여야 합의 소식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명백하게 거부한 합의이기 때문이다. 7.30 재보선 이후 세월호 국면을 노골적으로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길게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진실을 밝힐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한 이유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검경 합동수사나 국정조사는 가족과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주기는커녕 의혹만 더 확산시켜 왔다. 국정원이 세월호 증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문건이 발견됐는데 그냥 묻어버리려고 한다. 골든타임을 포함한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는데 아무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4월 16일 이후로 아직까지 그날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더러 여기에서 멈추라는 말인가. 평생 그날의 참사 속에서 살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합의는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가족이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가 낸 후보 두 명 중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한다고 한다. 이런 특별검사에게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야 했던 진실을 내맡기라는 것인가. 그럴 것이었다면 특별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검경과 국회 국정조사에만 진상 규명을 맡길 수 없는 이유는 그저 불신 때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 여러 희생자들에게 전할 이승의 편지는 우리 스스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오늘의 합의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가족과 국민이 청원한 법률안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합의한 법안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날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도, 아무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여야가 왜 오늘 이와 같은 합의를 했는가. 다음주 교황 방한을 앞두고 애가 닳은 청와대를 위한 합의일 뿐 아니냐고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국정조사에서도 진상 규명을 회피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권한을 모두 내려놓은 법안을 특별법이라고 이름만 붙여 놓았던 새누리당이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였는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정국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할 궁리만 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탈출하려는 새누리당을 뒤쫓아갔을 뿐임을 알고나 있는가! 오늘 합의는 이러한 새누리당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국면 탈출 시도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들러리를 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점엔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는 점에 가족들은 땅을 치고 있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원내대표 시절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독립적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찾아와서도 이러한 특별법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가족과 국민에게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여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 가족들은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다. 그리고 가족대책위와 국민에게 어떤 의견도 묻지 않고 이루어진 여야 원내대표끼리의 합의는 당신들만의 합의일 뿐임을 분명히 밝힌다.
여기에서 멈추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또 다른 참사가 서서히 시작될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해온 국민들 역시 오늘의 여야 합의에 우려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 진실을 내다버린 여야 합의 따위는 우리의 발길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14년 8월 7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
문화내시경] 관능적인 ‘빨개요’의 천박함 812 주간경향 1088호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몸을 판다. 현아는 7월 말 발표한 신곡 ‘빨개요’에서 줄기차게 자신의 몸을 상품화한다. 잘빠진 몸매를 자랑하며 달아올랐음을 알리는 가사, 격정적으로 엉덩이와 골반을 흔들어 대는 안무,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소품과 외설스러운 퍼포먼스가 곳곳을 차지하는 뮤직비디오는 섹스어필과 섹스의 기치에 단결한다. 리듬과 멜로디를 제외한 노래의 나머지 인자들, 노래를 둘러싼 요소들은 내내 육감을 부르짖는다. 매춘을 위한 호객행위를 보는 것 같다.
노래는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같은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리듬 전환, 투애니원(2NE1)이 ‘날 따라 해 봐요’에서 행한 동요 차용을 주요 모티프로 한다. 힙합 음악의 하위 장르인 트랩(trap)을 기본 뼈대로 하면서 싱잉 파트에서 잠시 톤을 낮추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를 들인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스타일로 변모한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동요를 강한 사운드에 담아 중독성을 내려는 의도다. 젊은 청취자의 호응을 구하기 위해 트렌드에 신경 썼으나 구성은 난잡하기 그지없다.
현아의 ‘빨개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실 곡의 구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빨개요’가 찍는 방점은 현아의 탐스러운 몸이기 때문이다. 랩 파트와 싱잉 파트의 가사는 서로 통일성이 떨어지나 전반적으로 ‘나는 끝내주는 여자’임을 말한다. ‘애교가 예술이에요’, ‘밤마다 내가 생각나’ 등의 노랫말로 교태를 부리다가 동요를 쓴 훅에서 적극적으로 남성을 유혹한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what 빨간 건 현아 현아는 yeah’는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지만 원래 가사에 따라 듣는 이로 하여금 ‘현아는 맛있어’라는 인식을 품게 한다. 자신을 대놓고 맛깔스러운 잠자리 대상으로 선전하는 셈이다.
뮤직비디오는 과감한 성적 표현을 극대화한다. 현아는 속옷 차림과 수영복 같은 의상으로 노출을 내내 행하며 때로는 누운 자세에서 몸을 쓸어내려 애무를 갈구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가슴, 엉덩이, 다리를 훑어 열심히 육체를 부각한다. 뚜껑이 열린 커다란 빨간색 립스틱을 안고 입을 맞추는 것은 오럴 섹스를, 바나나 모형에 앉아서 앞뒤로 몸을 흔드는 행동은 성교의 한 체위를 암시한다. 여성 댄서, 보조 출연자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은 사디즘, 마조히즘을 에두르는 것이다. 여기저기에 섹스를 부르는 장치들이 깔려 있다.
현아의 ‘빨개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큐브엔터테인먼트
안무 또한 몸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헌신한다. 현아와 여자 댄서들은 가슴, 엉덩이, 골반을 바쁘게 움직여 이 부위들에 시선이 가도록 한다. 마치 발정기에 접어든 짐승의 구애 동작을 보는 듯하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이슈가 되어 온 노골적인 섹스어필 안무들의 종합판으로, 현아는 춤을 통해서도 자기가 제일 섹시하다고 웅변하고 있다.
육욕을 자극하는 노래,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의 만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의 지속 탓에 제작자와 가수는 더 센 표현을 끊임없이 찾는다. 그럴수록 대중은 내성이 생기고 감각이 무뎌져 간다. 관능미 포화의 시장에서 더 돋보이고자 현아는 더 강한 표현을 구사했다. 관능적으로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지나치게 섹스에 탐닉하고 육신을 상품화하는 일에 몰두해 딱하게 느껴진다. 눈요기를 자처하는 광대의 마지막 발악이랄까. 인기 뒤에 자리 잡은 건 천박함뿐이다.<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메가프로젝트의 종말 -인천
갈등 끝없는 지구촌, 분쟁에 휩싸이다 시사저널 8.6 1294호
새해 벽두부터 터진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내전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까지 수많은 목숨이 분쟁 속에 꼬리를 물고 사라졌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시리아의 내전은 끝이 보이지 않고, 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폭탄과 기관총으로 무자비하게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는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암울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1. 미국 마약 조직 & 사이버 공격
매년 1900만~2900만 달러 상당의 마약이 멕시코 카르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다. 미국 정부와 지도자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도 2010년 이후 거세지고 있다.
2. 멕시코 마약 조직
멕시코 정부는 2006년 마약 조직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군 병력 5만명, 연방경찰 3만5000여 명이 투입됐다. 이후 6년간 마약 관련 사망자는 급증했는데, 2006~11년에 1만2903명이 사망했다.
3. 온두라스 마약 조직
멕시코의 마약 전쟁 이후 마약 비즈니스의 중심은 중미로 재편됐다. 온두라스에 사는 것, 그 자체가 전쟁이다. 인구 10만명당 90명이 살해당한다. 세계 1위다.
4. 코스타리카-니카라과 국경 분쟁
2010년 10월 니카라과가 양국 간에 자연적인 국경을 이루고 있는 산후안(San Juan) 강 준설을 이유로 국경을 넘어 코스타리카 영토를 침범하면서 국경 분쟁이 일어났다.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5. 콜롬비아 반군
1966년부터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져 지금까지 4만여 명이 사망했다. 최근 평화협상을 하고 있지만 7월14일 정부군이 14명의 반군을 사살하며 봉합 시도가 무산되는 듯하다.
6. 브라질 범죄 조직
군 병력에 버금가는 대형 범죄 조직이 공권력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며 외부인이 절대 다가가서는 안 되는 ‘파벨라’와 같은 범죄 조직이 장악한 슬럼가가 리우데자네이루에만 1000개가 넘는다.
7. 말리 반군
말리는 2012년 북부 유목 부족인 투아레그족이 반란에 나서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15만명이 넘는다.
8. 나이지리아 반군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코하람은 지난 6개월 사이에 2053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보코하람과 나이지리아 정부 간 교전으로 지난 3년 동안 1만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9. 베냉 해적
소말리아가 잠잠한 틈을 타 서아프리카 기니 만 수역에서 해적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베냉이다.
10. 리비아 반군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리비아 국민군과 이슬람 무장 세력 사이에 전투가 진행 중이다. 벵가지와 트리폴리에서는 최근 전투 과정에서 200여 명이 사망했다.
11.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반군
지난해 3월 이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셀레카 반군과 기독교 민병대 안티발리카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반군이 최소 13명을 산 채로 불태운 사건도 벌어졌다.
12. 콩고 반군
10년 이상 내전에 시달린 콩고민주공화국 동북부 지역에는 지금도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캠프에서 피폐한 생활을 이어간다. 지난해 말 반군과 콩고 정부 사이에 맺어진 평화조약으로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끝났지만 밀림에 남아 있는 반군들은 여전히 정부군과 교전하며 난민 캠프에 침입한다.
13. 이집트 권력 교체
엘시시 집권 전후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군부가 지난해 8월 전후로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가 4000명이 넘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14. 남수단 반군
남수단은 수십 년간의 내전 끝에 2011년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했지만 대통령 선출 과정에서 갈등이 촉발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수천 명이 사망하고 주민 100만명 이상이 국외로 피신했다.
15. 우간다 반군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차별받은 아촐리족이 진화해 탄생한 우간다 반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웃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소년병 징집, 살인, 여성과 아동 성폭행, 유엔평화유지군 공격 등을 저질러오고 있다.
16. 소말리아 반군
소말리아의 반군 알샤바브는 2013년 9월21일,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의 주범이다. 정부군과 반군의 분쟁으로 오늘날의 소말리아는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인구가 국민의 3분의 1에 이르는 곳이 됐다.
17. 우크라이나 내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전투가 격화되면서 민간인 478명이 숨지고 1392명이 부상당했다. 이 지역의 긴장감은 최근 말레이시아 민항기가 격추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18. 레바논 무장집단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도 활동하는 등 인접 국가로 활동 폭을 넓히며 긴장감을 높이는 존재다.
19. 가자 전쟁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전장 중 하나.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공습으로 전쟁 발발 23일째를 맞은 7월30일을 기준으로 1321명이 사망했고 7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의 85%가량이 민간인이다.
20. 시리아 내전
2011년 3월 이후 사망자 14만여 명, 부상 50만여 명, 실종자 1만7000여 명, 난민 650여 만명이 발생한 최악의 내전. 유엔조차도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할 정도다.
21. 이라크 내전
2003년 이후 ISIL의 봉기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라크·시리아 국경 지대를 장악한 ISIL의 점령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22. 체첸 반군
이슬람 반군 세력이 파키스탄 등지에서 훈련받은 후 테러 등을 감행하고 있다. 이들의 타깃은 러시아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지난해 12월29일 러시아 볼고그라드 기차역 테러는 3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23.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영토 분쟁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은 국제법에 따라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의 후원을 받은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자들이 1988년 전쟁을 일으켜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이후 유혈충돌이 일어났으며 지금까지 3만명이 사망하고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4. 이란 핵·미사일 개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 우라늄 농축량 등을 놓고 극한 상황까지 갔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협상에 나서면서 11월24일까지 시한이 연장됐다.
25. 예멘 반군
지금도 예멘 북부에서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7월5일 양측의 충돌로 100여 명이 숨졌고 7일에도 수십 명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26. 아프가니스탄 반군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사이의 내전 결과 올해 1~6월의 민간인 사망자는 1564명, 부상자는 3289명으로 파악됐다. 2012년에는 7589명, 2013년에는 8615명이 사망했다.
27. 파키스탄 반군
파키스탄은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단체를 소탕하는 작전을 미국과 함께 실시해왔다. 2013년에만 최소 14차례 이상 드론이 파키스탄 북부를 공습했다.
28. 인도-파키스탄 영토 분쟁
인도 북서쪽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1947년부터 두 국가는 영토 분쟁을 벌였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7월20일 카슈미르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민간인 1명이 숨지고 여성과 어린이 등 4명이 부상당했다.
29. 인도 반군
마오주의 반군은 인도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1967년부터 인도 동북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경찰을 습격해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30. 인도네시아 해적
소말리아가 잠잠해진 대신 인도네시아 해역은 세계에서 해적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아세안의 경제 성장으로 선박 이동이 활발해지자 최근에는 정박 중인 배를 급습하기도 한다.
31. 중국-타이완 영토 분쟁
1949년 이후 중국과 타이완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갈라졌다. 양안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 대 타이완·미국의 구도로 얽혀 있어 분쟁 시나리오도 많이 제시된다.
32. 중국-미국-아세안 영토 분쟁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등 남중국해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쟁탈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3. 중국-일본-타이완 영토 분쟁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 에너지 자원 쟁탈전 양상을 띠고 있으며 3개국 모두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고 있다.
34. 필리핀 반군
1969년부터 무장 투쟁에 나선 신인민군(NPA)은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 지금도 활동한다. 최근 정부군의 잇따른 소탕 작전으로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35. 북한 영토 분쟁·핵 개발·미사일 수출
한국과 1953년 이후 휴전 중이다.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방사포와 미사일을 수출해 2012년 120억원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주요 수출국은 중동과 아프리카다.
에볼라 사망자 932명으로 급증… 의료진도 감염 속출 8.7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 판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상 최악의 사태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수) 에볼라 유행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최소 93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사태 진압을 위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
2일(토)에서 4일(월) 사이에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로 45명이 숨졌다. 같은 기간 동안 새로 보고된 감염 건수는 108건이었다. WHO는 제네바에서 이틀 동안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과 확산 방지를 위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의 선포 여부를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위에서 밝힌 수치는 4일(월) 이후 추가로 발생한 사망자 수와 신규 감염자 수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6일(수) 아침,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남성 1명이 심장 박동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온예부치 추쿠 나이지리아 보건부 장관은 나이지리아 간호사 1명도 에볼라로 숨졌으며 의료진 5명이 더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격리조치했다고 밝혔다. 추쿠 장관은 이들이 모두 패트릭 소이어를 치료한 의료진이었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소이어는 라이베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귀화한 재무부 자문위원으로, 항공편으로 라이베리아 몬로비아에서 나이지리아 라고스로 여행하던 중 발병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서 의료진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의료진은 에볼라 환자들을 맞을 충분한 준비가 안되어 있으며 보호 장비도 부실하고 박봉에 시달린다. 이런 의료진이 에볼라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15%는 감염 환자를 치료한 의사와 간호사였다는 정부 통계치가 존재한다. 시에라리온 정부 자료에 따르면 에볼라 유행병으로 최소 572명이 사망한 시에라리온에서는 사망자 중 의료계 종사자가 50명이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수)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에볼라 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환자들에게 실험적으로 투여한 약물을 다른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Associated Press
‘라고스 여의사,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1면 기사를 읽고 있는 나이지리아 라고스 시민
“실험적으로 투여한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 판단 내릴 정보가 모두 취합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로써는 공중보건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진 경우에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안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무역과 투자에 관한 의제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 군대를 훈련시키는 등 평화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 노력 문제도 다뤘다. 아프리카 정상이 대거 워싱턴DC에 모인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아프리카 보건 문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의료진이 사망하면서 남은 동료들의 근무시간은 더 늘었다. 미국 가톨릭구제회(CRS)의 공보 책임자인 마이클 스털맨은 이들이 초과근무 수당이나 위험 수당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마이클 스털맨은 의료진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예방조치를 취하더라도 수많은 에볼라 중병 환자를 치료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실수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전방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특히 고위험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소한 실수가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WSJ(데이터 출처는 WHO)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 건수와 사망자 수
시에라리온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케네마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석 달 동안 에볼라 감염 건수는 228건이었는데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은 소수에 불과했다. 동료 간호사 14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그 중 10명이 사망하자, 간호사들은 7월에 잠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 정부 자료에 따르면 케네마에는 시신을 처리할 운반용 자루가 동났으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수) 에볼라 자이르형 실험용 치료제 사용을 예외적으로 승인했다. 이번에 유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종류는 자이르형으로 추정된다.
FDA에는 질병 치료가 한계에 봉착해 다른 대안이 없는 비상상황에서 미승인 약품의 사용을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규정이 있다. 이 방법 말고는 FDA가 승인한 다른 에볼라 바이러스 진단 테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FDA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법(Real-time RT-PCR Assay)’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됐거나 노출될 위험이 있는 감염 의심 환자의 혈액이나 혈장 표본을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FDA는 미국 국방부가 허가한 실험실에서 테스트가 실시되며 의료진과 감염 의심 환자들이 검사 대상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인 두 명에게 투약한 에볼라 치료제를 만든 제약회사 대표는 6일(수) 이 치료제를 인간에게 투여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맵(ZMapp)이라는 치료제를 만든 ‘맵 바이오파마수티컬(Mapp Biopharmaceutical)’의 래리 자이틀린 대표는 인체 투약 안전성을 판단하는 임상실험을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었다고 이메일로 전했다. 자이틀린 대표는 ‘맵 바이오파마수티컬’은 지맵을 양산할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을 FDA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hmed Jallanzo/European Pressphoto Agency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외곽에서 에볼라 희생자 시신을 운구하는 간호사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수) 서아프리카를 방문한 후 4일(월)부터 뉴욕 마운트시나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에볼라에 감염된 75세 스페인 신부를 후송하기 위해 에어버스 의료 특별기를 라이베리아로 보냈다고6일(수) 발표했다.
서아프리카 보건장관들은 에볼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서아프리카 15개국에 격리 병동을 준비하고 국경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논의했다. 진 칼릴라니 말라위 보건장관은 “서아프리카는 바짝 긴장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전역의 병원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열이 나는 환자 중에 어떤 환자를 에볼라 감염 의심자로 판단해 격리하고, 어떤 환자에게 일반적인 질병 치료를 할 것인가 하는 등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우도 패트릭 소이어가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늦게 진단한 나머지 패트릭 소이어를 치료한 의료진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7월 20일 나이지리아에 입국한 패트릭 소이어는 나이지리아의 첫 번째 에볼라 감염 환자로 이름을 올렸다. 나이지라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다. 하지만 의료진은 패트릭 소이어가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초기에 알지 못했다. 패트릭 소이어는 여동생이 최근 에볼라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후 이틀 동안 자신이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의료진에 호소했다고 나이지리아 보건 당국은 전했다. 혈액 검사 결과, 패트릭 소이어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Associated Press
나이지리아 보건 관계자가 라고스 국제공항에 입국한 승객들을 검사하고 있다.
에볼라 양성반응이 나오자, 패트릭 소이어에게 병이 옮았을 가능성이 있는 승무원, 승객, 공항 직원, 의료진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에 격리하는 조치가 서둘러 이뤄졌다. 패트릭 소이어는 7월 25일에 사망했다.
라고스 보건 당국은 이렇게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한 덕분에 인구 2,100만 명이 거주하는 아프리카 최대 도시에서 에볼라가 지금보다 더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온예부치 추쿠 나이지리아 보건부 장관은 나이지리아 36개주에 환자를 격리할 비상 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당국은 패트릭 소이어를 입원 초기에 치료했던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상황까지 막지는 못했다.추쿠 장관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에볼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민들이 안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인에게만 투여된 ‘에볼라’ 치료제, 논란 증폭돼
Journal & Constitution/Associated Press
애틀랜타 소재 에모리대 병원에 도착한 미국인 에볼라 감염자 낸시 라이트볼. 라이트볼은 에볼라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 나이지리아서 못 막으면 전세계 뚫린다" 8.7 프레시안
미 보건당국, '에볼라 경보' 최고 단계로 격상
신종플루의 공포를 능가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아직은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사망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전세계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스스로 멸망을 준비하는 인류를 그린 SF 영화들 8.5 미디어오늘
미개의 행성인 지구, 탈출해야 할 판타스틱한 혹성
너무도 하찮고 성가신 존재라서 바퀴벌레를 없애듯 싹 쓸어버려야할 생물로 사람을 보는 것은 바로 사람 자신이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없애려 할 때, 그 행위는 ‘살인’으로 규정되어 처벌받아 마땅한 죄이다. 그러나 한 민족이나 국가가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집단적으로 죽이는 경우, 그 대량학살은 명분에 따라 정당한 행위가 된다. 물론 명분은 힘을 가진 자의 논리에 따라 정당화된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였을 때 그의 이마에 낙인을 찍어 살인이 죄임을 온 세상에 알렸던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이 여리고의 성을 공격하면서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도록 힘을 빌려준 그 하느님과 동일자라는 것을 납득하는 것은 맹목적인 명분의 힘을 빌지 않고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켜켜이 쌓여진 죄를 가시관 쓰고, 채찍질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옆구리를 창에 찔려가며 하느님 자신이 대신 속죄하며 죽어간 것은 명분의 덧없음을 밝히기 위해 치러진 희생이었다.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년)가 거두절미하고 이 희생의 과정만을 들여다볼 때, 거기서는 오로지 ‘살인’만 클로즈업 된다. 그렇지만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영광의 탈출>(1960년)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태인들을 이끄는 캐넌 장군(폴 뉴먼)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보여줄 때 이 희생의 의미는 사라지고 고색창연한 ‘명분’으로 클로즈업의 지점이 옮겨진다. 인간의 전쟁은 신의 희생보다 더 지독한 제물을 찾는다. 바로 인간 자신의 희생이다.
이 되풀이되는 전쟁의 죄가 언젠가는 인간 자신을 자멸하게 만들 것이라는 공포는 영화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다. 문명화된 원숭이들이 미개한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의 지구를 그린 <혹성탈출>(1968년,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은 미래에 대한 가장 충격적 SF 영화로 꼽힌다. 21 세기 들어 그 무시무시한 미래가 인간 자신으로부터 어떻게 차곡차곡 준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프리퀄 시리즈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년,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에 이은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2014년, 맷 리브스 감독)은 과학과 자본을 맹신하는 인류를 멸망으로 이끄는 질병과 전쟁의 씨앗을 길러내고 퍼뜨리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우화이다.
원제가 ‘미개의 행성’(La Planete Sauvage)인 르네 랄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1973년)도 인간이 지금처럼 지배하는 혹성이라면 기필코 닥쳐올 미래에 대한 공포에서 출발한다
▲ 왼쪽 위부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광의 탈출>, <혹성탈출:반격의 서막>, <판타스틱 플래닛> 영화 포스터
푸른 거인들이 지배하는 행성이 있다. 이 거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명상과 학습에 바치고, 민주적인 의회 정치체제를 갖췄으며, 세포재생술로 몸을 보살피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세계를 이룩했다. 이들 거인족의 이름은 ‘드라그’이고, 그들을 성가시게 하는 미개하고 위험한 존재가 ‘옴(homme)'이라 불리는 인간이다. 간혹 애완동물로 어린 드라그의 손에서 길들여지기도 하지만 대개 인간은 박멸의 대상이다.
드라그에게 막 사냥되어 죽을 고비에 드라그 소녀의 손에 맡겨져 길러지던 옴 하나가 탈출해, 다른 옴들을 규합하고, 드라그에 대항해서 싸우는 옴들의 지도자가 된다. 그가 지도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드라그의 문명을 훔쳐서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류의 몰락은 드라그의 압제 때문이 아니라 인간 자신들끼리의 전쟁 때문이었다. 옴이 위험한 것은 단지 미개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몰락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얼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거인 설화, 프로메테우스 이야기, 출애굽기에 두루 걸쳐진 익숙한 서사가 ‘걸리버 여행기’나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SF의 고전과 잘 버무려져 있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판타스틱 플래닛>이 아직도 새로운 감동을 주는 까닭은 단지 일일이 손으로 그려진 파스텔화 그림이 주는 판타스틱한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알제리 전쟁이나 프라하 침공, 베트남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도 배우지 못한 채 지금도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압제와 저항, 지배와 피지배, 전쟁과 학살이 여전히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옴’인 동시에 ‘드라그’인 인간들이 계속 주인이고자 하는 한 지구는 계속 ‘미개의 행성’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임기상의 역사산책 독립운동가 김창숙과 박정희…그리고 김수환 8.7노컷뉴스
마지막 선비 김창숙, 일제와 이승만에 맞서 싸우다
◈ 아주 특별한 손님, 독립운동가 김창숙의 병실을 방문하다
여기에 아주 특이한 사진이 남아 있다. 1962년 5월 초 서울의 중앙의료원.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사경을 헤매는 독립투사 심산 김창숙 선생을 병문안했다. 두 달 전 3.1절에 군사정권은 심산에게 건국공로훈장 중장을 수여했다. 해방 후 생존한 독립운동가가 받은 유일한 건국훈장이었다. 온통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으로 구성된 쿠데타 세력이 평생을 항일투쟁으로 일관한 김창숙에게 건국훈장을 준 것은 한 편의 희극이다. 심산이 심신이 건강했다면 단호히 거부했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왕에게 충성맹세를 한 뒤 일본의 괴뢰국가인 만주국 사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와 독립군과 팔로군에게 총질을 했던 박정희가 문병까지 온 것이다.당시 김창숙이 의식이 혼미한 상태여서 찾아온 사람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 박정희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정신이 온전했다면 문병을 거절했을테고 굳이 찾아왔다면 호통소리만 듣고 쫒겨났을 것이다.
고 심산 김창숙 선생의 빈소를 방문해 분향하고 있는 박정희 의장.
박정희가 병실을 다녀가고 며칠 후인 5월 10일 김창숙 선생은 향년 84살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접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박정희 의장이 조문을 왔다. 북한의 김일성과는 달리 일제 치하에서 거친 부끄러운 경력을 씻으려는듯이 열심히 김창숙을 챙겼다.
심산은 의식이 남던 마지막까지 "통일이 안 돼서…", "유림들이 잘해 나가야…"라는 두 가지 유언을 남겼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군사정권의 실권자가 저렇게 뒤를 쫓을까?
◈ 일본 경찰, 가혹한 고문 끝에 김창숙을 앉은뱅이로 만들다
자신의 84년 인생과 자식들까지 조국에 바친 심산 김창숙
1927년 6월 10일, 김창숙은 상해에서 체포돼 대구경찰서로 이송되었다. 일본 경찰이 추궁하려는 것은 조선에 잠입해 600여 명의 유림들로부터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한 일과 나석주 의사의 폭탄 투척의 배후를 캐는 일이었다.이들은 각종 형구를 벌려놓고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말로 다하기 어려운 고문을 받은 결과, 점차 두 다리가 마비돼 하반신이 불구가 되었다.
앉은뱅이가 된 것이다. 대구형무소로 넘어간 뒤 재판을 앞두고 변호사 김용무와 손치은이 찾아와 변론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창숙은 단호히 변론을 사절했다.
"나는 대한사람으로 일본 변론을 부인하는 사람이다. 일본 법률을 부인하면서 만약 일본 법률론자에게 변호를 위탁한다면 얼마나 대의에 모순되는 일인가? 나는 포로다. 포로로서 구차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치욕이다. 정말 내 지조를 바꾸어 남에게 변호를 위탁해 살기를 구하고 싶지 않다"
공판장으로 가는 김창숙 (사진=시대의 창 제공)
재판은 1928년 10월 19일 대구지방법원 제2호 형사법정에서 변호인도 없이 개정되었다. 김창숙은 재판장의 "본적은?"이라는 심문에 대해 "없다"고 답했다. "없다니?"라는 반문에 "나라가 없는데 본적이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이 "그대의 꺾일 줄 모르는 투지가 장하기는 하나 조선이 무슨 힘으로 독립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힐문하자, 심산은 "내가 보기에는 일본인의 안목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것 같소. 그렇게 천하대세를 모르고 망동하는 것을 보면 멀지 않은 장래에 일본은 반드시 망할 것이오"라고 답했다.김창숙이 정확하게 예언한 셈이다. 공판에서 검사의 무기형 구형에 판사는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나석주 의사의 식산은행과 동양척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의 주동자로 인정하여 살인미수, 치안유지법 위반, 폭발물 취급령 위반이란 죄목이다.
김창숙 사건의 재판을 보도한 기사. (사진=시대의 창 제공)
김창숙은 항소를 포기하고, 대전교도소로 이감해 길고 긴 감옥살이에 들어갔다.
◈ 7년만에 석방되어 시를 쓰며 울분을 달래다
투옥 7년째가 되는 1934년 9월 들어 건강이 악화되었다. 일제는 옥사하지 않을까 겁을 먹고 형집행정지로 석방했다. 김창숙은 울산 백양사로 들어가 요양생활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시를 쓰며 일본의 패망을 기다렸다. 형사들이 찾아와 이름을 일본식으로 창씨하라는 명령도 단호히 거부했다. 그 사이에 큰 아들 환기는 일경의 고문을 받고 출옥한 지 얼마 안되어 사망한 데 이어 둘째 아들 승로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중경 임시정부로 가다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김창숙은 수많은 시를 쓰면서 모든 슬픔을 삭였다. 해방 직전인 1945년 8월 7일 예비 검속에 걸려 왜관경찰서에 끌려 갔다가 그 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 해방을 맞아 외세에 맞서 민족분단의 저지에 나서다
김창숙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성규관대학에서 유림들과 함께 선 심산 (맨 앞에 앉아 계신 분). 그 뒤가 아놀드 미 군정장관.
일본이 항복한 그 다음날 김창숙은 청년들의 부축을 받으며 옥문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일가친척 등 천여 명이 만세를 부르며 환영했다. 다들 집에 모여 술잔을 들고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나눴다. 김창숙이 세상에 나와 67년만에 처음 맞는 거룩한 날이었다. 동지들의 요청에 따라 상경한 그는 해방이 되고도 석 달이 지나서야 귀국한 임시정부 일행을 만났다. 이때부터 백범 김구와 함께 반탁운동과 단독정부 수립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다. 한편으로는 유림을 결속시킨 뒤 친일파와 썩은 유생들을 쫒아내고 성균관대학교를 설립했다. 김창숙은 성규관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면서 "성균관은 우리나라의 유학을 높이 장려하던 곳이다. 유교가 쇠퇴하면 국가도 따라서 망하고 나라가 망하면 국학도 역시 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창숙과 김구의 뜻과 달리 한반도는 분단과 단정체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김창숙이 쓴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외국의 군대가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 조선에는 평화 없으리라. 아아~ 슬프다. 김일성과 이승만. 같은 겨레요 형제간이로다. 형과 아우가 본시 원수가 아닌데 어이해 콩깍지로 콩을 삶은다더냐. 아아~ 슬프다. 미국과 소련. 너희 군대는 본래 이름이 없었다. 너희들이 만약 일찍 철거한다면 우리 천하에는 환호성 진동하리"
1948년 3월 12일 김창숙은 김구와 김규식, 홍명희, 조소앙, 조성환, 조완구 등과 함께 <7인 지도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38선을 국경선으로 고착시키고 두 국가가 형성되면 남북 형제가 미.소전쟁의 전초전을 개시하여 총검으로 대하게 돼 민족의 참화가 예상된다고, 한국전쟁 발발을 예언했다. 시국은 이들의 우려대로 진행됐다. 남북한 정부 수립~김구 암살~반민특위 무산~6.25전쟁 발발…
◈ 반독재 기치 아래 이승만과 정면승부에 나서다
백범암살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된 김창숙 선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시대의 창 제공)
이승만의 안하무인 격 실정을 보다 못한 김창숙은 1951년 봄 <이승만 하야 경고문>을 발표했다. 이승만의 실정과 독재를 신랄하게 꾸짖는 내용이었다. 1957년 대표적인 친일파 최남선이 사망하자 이승만이 조사를 지어 그를 칭찬하자, 김창숙은 <경무대에 보낸다>는 격문을 신문에 발표했다.
"진실로 올바른 세상 만들려거든 우선 역적들을 주살하라. 생각하면 일찍이 삼일독립선언 때 남선 이름 떠들썩 많은 사람 기렸지. 이윽고 반역아. 큰소리로 외쳐 일선융화 옳다고. 슬프다, 그의 대역. 하늘까지 닿은 죄 천하와 나라 사람 다 함께 아는 바라"
이승만이 3선 연임까지 강행하자 심산이 나섰다. 그는 공개적으로 각료 중 간신배에 해당하는 몇몇을 해임시키고, 민의 조작의 주동 집단인 자유당을 해체하며, 부정선거를 무효로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김창숙 아니면 감히 하기 어려운 제언이었다. 그 대답은 김창숙을 성균관대학과 유도회에서 쫒아내는 일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갖가지 공작을 벌여 일제 때 황해도 송화서장을 지낸 친일파 윤우경이 중심이 된 자유당 정치 브로커들이 유도회를 장악하도록 했다. 성균관대 총장 자리는 김창숙을 몰아내고 역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이선근을 앉혔다. 모든 공직에서 밀려난 김창숙은 서울에서 영업용 택시를 모는 아들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죽는 날까지 집 한 칸 없어서 여관을 전전하고 병원비를 구하지 못해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권력자들의 도움을 거절했다. 드디어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됐다.
◈ 이승만 망명…병상에서 일어나 백범 김구의 한풀이에 나서다
성균관대학교 교정에 서있는 김창숙 선생의 동상. (사진=시대의 창 제공)
김창숙은 이승만의 하야와 망명 소식을 서울 중앙의료원 병실에서 들었다. 힘을 얻고 일어선 그가 할 일은 많았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가 생기면서 회장에 선출된 것을 비롯해 일성이준열사기념사업회 회장,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회장직도 맡았다. 김구 선생 암살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자, 백범김구선생살해진상규명투쟁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에 추대됐다. 그러나 83살의 나이로 마지막 병원 신세를 지던 시절 5.16 군사 쿠데타 소식이 날아왔다. 이미 그때는 김창숙 선생은 기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혼미해진 시기였다. 김창숙 선생이 서거하자 성균관대학교의 심산사상연구회는 심산상을 제정했다. 2000년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여섯 차례 큰 절을 올렸다. (사진=심산사상연구회 제공)심산상 수상자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기일에 묘소를 참배하는 것이 관례였다. 묘소를 참배하려면 유교식으로 절을 해야 하는데 추기경에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추기경은 거리낌 없이 절을 했다. 김 추기경은 행사 직후 "이 어른이 살아계셨다면 마땅히 찾아뵙고 절을 했어야 하는데 돌아가셨으니 묘소에서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이어 "심산 선생은 모두가 존경하는 분이고, 이 분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안식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큰 절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세월이 지난 후 심산사상연구회가 재정난에 허덕인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조그마한 상자를 보냈다. 그 안에는 본인이 받은 상금 700만 원에다 300만 원을 더 보탠 1,000만 원의 돈이 들어 있었다. 유교나 천주교의 장벽을 넘어 심산 김창숙 선생이나 김수환 추기경이야말로 후손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보여주는 등불이 아닐까?
최근 <심산 김창숙 평전>을 펴낸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선생은 이렇게 심산의 일생을 평가했다."참선비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 심산은 참선비가 되었다. 유학 경서나 읽고 거들먹대는 선비가 아니라 시대악과 처절하게 맞서 싸운 선비였다. 그가 타도하고자 한 '시대악'의 원흉은 일본 침략주의 세력이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분단과 이승만 독재 세력이었다"
눈앞에 닥친 원전 폐로]대체에너지·폐로 인력 양성 독일, 14년 전부터 철저 준비8.5 경향
(3) 일본·독일 현장 르포 - 베저마쉬 운터베저 원전
독일 니더작센주의 주도인 하노버에서 2시간 달려 도착한 운터베저 원전은 평화롭고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화창했던 6월19일, 도로엔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만 간간이 보였고, 주변 목초지에선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발전소 외곽에 담장이 쳐졌지만 출입을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빨간색 차량 차단기가 1자로 세워져 있는 발전소 입구에도 통제시설이나 경비인력은 없었다. 주차기와 철조망은 녹이 슬었다. 원전 운영사인 ‘E.ON’이 세운 표지판에는 방문가능시간이 쓰여 있었으나 흐릿해져 알아볼 수 없었다. 폐로를 기다리는 원전에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흔적이었다.
통상 원전이 국가보안시설로서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2년 전에도 탈핵교수모임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는 문기덕 브란덴부르크공대 환경계획연구소 전임강사는 “당시만 해도 발전소 출입이 쉽지 않고 외곽에서 사진 찍는 것도 감시인을 보내 일일이 통제했다”며 “원전 폐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외부인 방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19일 독일 베저마쉬에서 바라본 운터베저 원전 전경. 2011년 멈춰 폐로를 앞두고 있는 원전 옆에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 ‘탈핵 후 대체에너지 육성’으로 압축되는 독일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유희곤 기자
▲ 정부·시민사회 탈핵 토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산
“원전 가동 즉시 중단 가능”
■ 고리1호기보다 1년 늦게 가동돼 3년 전 멈춘 운터베저 원전
141만㎾급인 운터베저 원전은 국내 첫 상업원전인 고리1호기(58만7000㎾급)보다 1년 늦은 1979년부터 가동됐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용량이 큰 원전이었다. 고리1호기는 2007년에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된 후 10년 수명연장을 했지만, 1년 늦게 상업운전을 시작한 운터베저 원전은 2011년에 가동을 중지했다. 그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후 독일 정부가 멈춰 세운 8기 중 하나다.
메르켈 총리는 1998년 환경부 장관 때만 해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원전 전면폐기 주장을 정당화해줄 안전상의 이유가 없다”고 반대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후 탈원전을 선언했다. 한껏 높아진 탈핵 여론에 물러선 것이다. 운터베저 원전 운영자인 E.ON은 2012년 5월 폐로 신청서를 원전규제기관에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수명이 연장될 수도 있는 고리1호기와 대비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6월까지 고리1호기의 2차 수명연장 신청서(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낼지 고민하고 있다. 180도 거꾸로 달리는 한국과 독일의 원전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 1989년 원전 건설 중단… 매 학기 폐로 전문인력 양산
독일에선 1989년 140만㎾급 넥카베스타임 2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았다. 1995년엔 10만6000㎾급 소형 원전인 니더-라이히바흐 원전을 폐로했다. 2000년 슈뢰더 총리가 이끈 사민당 정권은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2002년 4월 원자로의 단계적 폐쇄와 부지 복원 절차를 법제화했다. 항공모함이 틀어지듯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독일이 탈핵의 키를 잡았지만, 10년 전부터 법적 기반과 기술·비용을 준비해온 셈이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쌓은 탈핵의 토대는 대체에너지였다. 독일의 총에너지공급량에서 2001년 6.6%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2년 상반기 25%를 넘었다. 원자력(18%)이나 천연가스(14%)보다 높다. 독일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20년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폐로 전문인력도 활발히 양성하고 있다. 독일의 최대 기술교육기관 중 하나인 칼스루에공대(KIT)에서는 2008년‘원전 해체와 경영을 위한 교수단(TMRK)’이 출범했다. 이곳에서는 원전시설 표면의 방사능 오염물 제거(제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해체, 폐기물 처리 기술, 원전 폐로의 영향·결과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학기마다 전문인력 10~15명이 나와 폐로 관련 업체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한 달 후인 2011년 4월24일 독일 운터베저 원전 옆에 8000여명이 모여 “원전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원전은 당시 탈핵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자 독일 정부가 1차로 멈춰세운 8기에 포함됐다. 사진은 1979년 상업운전에 들어가 2011년 멈춰설 때까지 운터베저 원전을 지켜본 지역 내 마틴-니묄러 중등학교의 위르겐 얀센 교장이 제공했다.
■ 수십년간의 탈핵운동이 폐로 뒷받침
마틴-니묄러 중등학교 위르겐 얀센 교장(60)은 운터베저 원전의 탄생과 정지를 모두 지켜봤다. 그는 “2011년 원전이 멈춰 선 후 지원금이 끊겼지만 원전이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주민들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는 원전에서 3㎞ 떨어져 있다. 그는 “원전이 들어서면서 보조금 덕분에 시청·소방서·어린이유치원 등이 새로 지어졌다”며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원전에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저장소를 짓는다고 하자 원전반대운동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2011년 4월24일엔 8000명이 모여 “원전 반대”를 외쳤다. 얀센은 “지금 운터베저 원전은 전기가 생산되지 않고 오히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전기를 공급받는 상황”이라며 “원전 운영 경험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나기 전에 폐로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내 반원전운동은 매주 월요일 100여개 도시에서 10년 넘게 열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말한 2022년이 아니라 2015년에 원전 가동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그린피스의 하인즈 스미탈 핵캠페이너는 “정부가 2000년 탈핵을 선언했지만 2009년에 뒤집었다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재번복했다”며 “또다시 결정이 뒤집어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산되고 있고 원전을 모두 중단한 일본 사례를 보더라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원전 가동 즉시 중지’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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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독일 현장 르포 - 쓰루가반도 후겐 원전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지난 6월11일 들어간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반도의 후겐 원전 내부는 해체 중인 배관과 설비, 펌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애초 내부 사진을 찍는 게 허용되지 않았지만, 촬영한다 해도 형체가 남아 있는 원자로 핵심부분을 빼고는 ‘문닫는 공장 내부’와 흡사하게 보일 듯했다.
도쿄에서 신칸센과 일반열차를 갈아타고 4시간 만에 도착한 일본 중서부의 쓰루가반도에는 후겐 원전뿐 아니라 몬주, 쓰루가 1~4호기, 미하마 1~3호기까지 9개의 원전이 모여 있다. 경계도 삼엄해 해체 중인 원전에 들어가기까지 몇 차례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쳤다. 옷을 전부 벗고 방호복으로 갈아입은 후 개인선량계를 목에 맸고, 원전에 들어갔다 나올 때까지 계속 수치를 확인해야 했다.
지난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전문가들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일본 이바라키현 연구용 원자로 JRR-2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원자로 내부 핵심부품은 제염·해체 처리를 마쳤고, 원자로 외부 용기와 원전 건물은 아직 원래 형태로 남아 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의 일본원자력연구소 재처리특별연구동에서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내부가 노란색으로 보이고 있다. 저장시설의 제염·해체 과정에서 플루토늄은 외부로 반출됐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는 고준위방사성물질의 피폭을 막기 위해 창에 납유리를 달아 내부가 연노랑색으로 보인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일본 돈 때문에 안전 포기”
54기 동시다발적 진행 땐 비용·방폐장 부지 큰 문제
■ 방사선과의 사투… 작업자 피폭 불가피
가동을 멈췄더라도 원전에 들어가는 것은 꺼림칙했다. 안내를 맡은 원전 직원들은 “원자로 핵심부분을 제외하고는 극히 저선량의 방사선만 검출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실제 1시간 넘게 원자로 주변 설비와 터빈실을 돌아봤지만 기자의 선량계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다. 운전 정지된 원자로 꼭대기에 오를 때에는 “4~5m 거리 안으로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대부분 설비는 근접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다소 높은 선량이 검출되는 해체 작업장은 비닐과 테이프로 내부를 밀폐시키고, 마스크를 쓴 작업자들도 마스크와 옷 사이에 청테이프를 붙여 공기 접촉을 피하면서 작업 중이었다.
원전 해체 작업자들의 안전이 궁금해졌다. 동행한 전문가들은 피폭이 불가피하지만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의 다치바나 미쓰오는 “원전 핵심부분은 방사선량이 높아 원격작업으로 해체하지만, 원격작업 준비는 사람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폭 정도는 연간 20m㏜(밀리시버트·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량 단위) 정도로 극히 낮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원전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달랐다. 적은 양의 피폭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의 가미사와 지히로는 “작업자들을 방사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원자로를 50~100여년에 걸쳐 감시·관리하면서 코발트같이 반감기가 짧은 고준위 방사성물질이 줄어든 후 해체하는 지연해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동 정지 몇 년 만에 해체를 하는 것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65㎿급인 후겐 원전은 1979~2003년 사이 가동되다 2008년부터 해체를 시작했다. 2023년쯤 원자로 핵심부분 해체에 들어가 2033년까지 폐로를 끝낼 계획이다. 일본은 1963년부터 9년간 가동한 동력시험로(JPDR)의 폐로를 2001년에 완료했고, 1972년부터 37년간 운영된 하마오카 1·2호기도 2028년까지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일본의 고민은 폐로 비용과 방폐장
54기 원전 전체가 가동을 멈춰 동시다발적으로 폐로가 진행될 수도 있는 일본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의 다치바나는 “첫 상업원전인 도카이1호기는 후쿠시마 사고 후 운영자인 일본전력의 발전 수입이 급감해 폐로가 늦어지고 있다”며 “모든 원전의 가동이 멈춰 폐로 예산 확보도 늦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부터 30년간 가동된 후 2001년 해체를 시작한 도카이1호기도 비용과 방폐장 문제로 2020년 끝내기로 한 폐로 목표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후겐 원전에 앞서 6월9일 둘러본 이바라키현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내 원전 중에도 이미 풀밭으로 바뀐 동력시험로와 달리 연구용 원자로 JRR-2는 예산이 없어 건물을 폐기물 보관시설로 사용 중인 상태였다.
탈핵의원 모임을 이끌고 있는 아베 도모코 중의원(무소속)은 도카이 원전 건설에 460억엔(4600억원)이 들어갔지만 폐로엔 350억엔(3500억원), 폐기물 처리에는 580억엔(58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폐로와 폐기물 처리 비용이 건설비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국내 첫 상업원전인 고리1호기 폐로에는 1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폐로 비용을 장부상 부채 항목으로만 잡아놓은 상태다.
■ 기술 개발 끝난 일본… 한국은 멀어
일본은 원전 폐로뿐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저장·재처리 연구시설도 해체한 경험이 있다. 이바라키현의 일본원자력연구소 재처리특별연구동은 연구용 원자로 JRR-3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던 곳이다. 직접 본 연구동 내부에는 플루토늄·우라늄 등이 저장돼 있던 시기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동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승국 책임연구원은 연노랑색 유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플루토늄 저장실에 대해 “여전히 내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남아 있다”며 “방사성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유리 안에 납을 넣었기 때문에 연노랑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핵심설비 해체 기술이 없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폐로 기술 개발은 끝난 상태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의 다치바나는 “현재는 새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폐로 비용을 줄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도카이 원전도 원격 기술이나 내부 조사를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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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제적 문제 ‘방폐장’
흔히 원자력발전소는 화장실 없이 지은 아파트단지에 비유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 대책은 전무한 채 일단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고 보는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1954년 구소련에서 최초의 원전이 가동된 후 60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사용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완공한 국가는 아직 없고, 세계5위 ‘원전 대국’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방사성폐기물은 나라끼리도 밀고 당기는 국제적인 두통거리가 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 내 중간저장시설에서 원전 해체 작업자가 제염 작업을 하고 있다. 제염은 화학물질을 넣어 방사선에 부식된 물질의 방사능 수치를 낮추는 작업이다. 제염 과정을 거친 원전 핵심설비와 부품들은 절단하거나 인출해 저장한다. |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제공
▲ 원전 대국 미국·독일·일본,
지자체·시민들 반대 부딪혀 부지 철회 등 못 짓는 상태
처리 답 없는 방사성폐기물… 선진국, 후진국에 전가 시도
■ 미국·독일·일본도 짓지 못하는 고준위 방폐장
미국은 1987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사막에 있는 ‘유카마운틴’ 부지를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처분시설의 용량은 원전 한 기에서 60년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12만2000t으로 잡았다. 미 당국은 처분장이 포화되면 50년간 모니터링한 뒤 입구를 폐쇄하고 지상부는 재자연화해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네바다주정부가 계속 반대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유카마운틴 부지 승인을 철회했다. 미국은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독일에서도 40여년 전 결정한 것이 지난해 뒤집혔다. 1979년 니더작센주 주지사는 동·서독 국경지대인 고어레벤에 방사성폐기물 종합처리장 건설을 제안했고, 1986년부터 지질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시민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고어레벤은 독일 반핵·탈핵 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계획 추진·중단이 반복되다 지난해 연방정부·의회·주정부는 2031년까지 새 부지를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해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를 만들고 지자체들과 협의해 왔지만 어느 지자체도 유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결국 지난해 이 기구를 폐지하고, 미봉책인 중장기 보관시설을 짓는 쪽으로 방침을 돌렸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빼내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현 무쓰시에 중간저장시설이 설치돼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발생한 ‘지정폐기물’의 최종처분장을 미야기·지바·이바라키·군마·도치기 등 5개 현에 지을 방침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지정폐기물은 방사성물질인 세슘 농도가 1㎏당 8000㏃(베크렐·방사선 배출 단위) 넘게 검출되는 하수·오니·볏짚 등이며, 지난 6월 말 현재 12개 도·현에 14만6000t 넘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 안에 봉인해 저장하고 있는 원전 설비·부품들. |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제공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중간저장시설 직원이 제염·절단작업을 거친 원전 증기발생기 절단면을 옮기고 있다. | 독일 EWN사 제공
미국 일리노이주 자이온 원전 원자로에서 빼낸 사용후 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수조에 담겨 있다. | 목정민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 자이온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캐니스터(통)에 담겨 원전 부지에 보관돼 있다. | 목정민 기자
일본 이바라키현 일본원자력연구소 재처리특별연구동에 원전·연구시설 등에서 나온 핵폐기물이 저장돼 있다. | 김기범 기자
■ 핀란드만 고준위 방폐장 건설… 한국은 연내 ‘권고안’ 내놓기로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핀란드는 유일하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핀란드의 고준위 방폐장은 경기도 크기인 올킬로오토 천연암반 지역에 450m 깊이로 짓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이라고 평가받지만, 10만년 이상 버틸 수 있다는 보증은 없는 상황이다.먼 미래의 후손과 ‘의사소통’이 가능할지도 관심사다. 핀란드의 언어학자·심리학자들은 ‘이곳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니 건드리지 말라’고 어떻게 표시하면 좋을지 논의 중이다. 수만년 후의 인류가 어떤 언어를 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연말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대정부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론화위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경주 방폐장도 20년 넘게 사회적 갈등을 거쳐 만들어진 데 비춰 국내에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만년 단위로 저장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받아들일 지역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원전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원해도 2003년 부안에서 방폐장 건립을 놓고 벌어진 사회적 갈등 이상의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탈핵 로드맵이 결정돼야 사용후 핵연료도 실질적으로 공론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열린 수도꼭지 이론’이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열린 수도꼭지 때문에 집에 물바다가 되었다면 물을 퍼내기 전에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순서일 것”이라며 “고준위 핵폐기물을 계속 발생시키는 원전을 언제까지 운영할지 결정한 다음에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골치 아픈 핵폐기물 후진국에 전가하려는 선진국들
일부 원전대국들은 답을 못 찾는 방사성폐기물을 원자력기술 제공 등을 빌미로 외국, 특히 후진국에 떠넘기고 있다. 국제적 비난을 사지만 성사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돼 ‘핵쓰레기’를 국외로 보내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20세기 말 북한에 방사성폐기물 이전을 시도했다. 대만은 1997년 드럼통 6만개분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북한에서 위탁처리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한국·중국 정부와 국제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듬해인 1998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일본 언론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국제적인 사용후 핵연료 저장·처리 시설을 지반이 단단한 몽골에 짓는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다. 두 나라는 그 대가로 몽골에 원자력 기술을 지원키로 했지만 핵폐기물을 제3국에 떠넘기는 행태는 국제적 비난을 샀다. 두 나라의 핵폐기물 수출 계약에는 추정 매장량 150만t에 달하는 몽골의 우라늄을 확보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일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도 비슷한 내용의 교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방사성(핵)폐기물이란 중저준위·고준위로 분류… 고준위 반감기 평균 10만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나오는 방사성(핵) 폐기물은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나뉜다. 방사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가 평균 300~400년이다. 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반감기는 평균 10만년이다. 방사능 강도를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적어도 이 기간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500~1000m 지하 암반층에 격리·보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10만년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후의 인류 역사로 보는 기간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격리·보관하는 ‘직접처분’이 있고, ‘재활용’하거나 ‘임시저장’하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일본·영국 등에서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 등 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재처리 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간저장은 사용후 핵연료를 직접처분하거나 재처리 전에 일정기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대부분의 원전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
노래출처: 광주 지인의 다음 블로그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 Smo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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