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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8.23~

by 이성근 2021. 8. 23.

 

여론조사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다플레이어된 여론조사

여론조사 이면을 보다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

대선 출마 선언 이튿날인 지난 630, 국회 기자실에 인사차 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세계일보>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대선주자 윤석열을 만든 게 여론조사임을 시인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콕 집어 말한 그때 그 조사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기 무려 14개월 전인 20201<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창간 기획 여론조사다. 객관식 보기에 윤석열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두자릿수(10.8%)의 지지율을 처음으로 기록했다. 야권 1위 주자였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친 첫 조사였다. 그는 현직 검찰총장으로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지만 1년여간 계속된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1위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혔다.

 

이처럼 여론조사에 수반되는 밴드왜건(대세를 따라가는 현상) 효과는 윤 전 총장 같은 신인들이 한순간에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임기 후반기인 2015년부터 여론조사에 등장하더니 2017년 탄핵 직후엔 보수세력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인 2016년 말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두자릿수 이상 격차로 앞서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011년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양보한 뒤 지지율이 치솟으면서 다음해 대선에 도전했다.

응답률 낮으면 정치 고관여층 의견만 반영여론 왜곡

정치 신인이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에 힘입어 현실 정치에 입문하는 패턴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정치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 ‘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인물에 대한 기대심리가 투영된 반정치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이미 신인이 정치에 진입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현 정치권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선 도전 뜻을 밝힌 지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처럼 막상 현실 정치에 입문하면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한다.

선거를 몇달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여론 조성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대선주자들이 미래 어젠다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역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지지율 조사에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책이나 시대정신, 사회적 과제 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젠다가 부족하거나 부각되지 못하는 틈을 파고들어 여론조사가 가장 핵심적인 플레이어구실을 하게 된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주자들이 의제를 두고 경합해야 할 국면에, 별다른 이슈가 없다 보니 그 자리를 여론조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조직과 기반이 없고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에만 올라탄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대중에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여론조사로 과포장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인사를 대선 여론조사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제기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유권자는 여론조사 보기 대상자가 출마 선언을 했는지 따지면서 응답하지 않는다. 예시 항목에 넣을 때 최소한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정치 참여 의사가 없다며 대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보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해 8월 총리 시절 직무수행에 부적절하다며 여론조사기관에 이름 제외를 요청했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정확도에 견줘 비대화된 측면도 있다. 지금처럼 응답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정치 고관여층의 의견이 많이 대변될 수 있다는 게 여론조사의 맹점이다. 지난달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 31건의 평균 응답률은 5.11%에 불과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낮을수록 랜덤한 샘플(무작위로 얻은 표본)이라기보다 대답하고 싶은 사람들만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응답률이 낮아지면 실제 오차범위보다 오차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 내 경선이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은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간 편차가 큰 상황에선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우려도 많다. 여론조사 문항 등에 따라 결과의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 일부 주자들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본격적인 경선 룰 전쟁이 시작된 이유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선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선거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도 신뢰할 수가 없고, 당사자도 승복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대선주자들이 제각기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는 활용하면서도, 불리한 조사는 선거 공작이라고 공세를 퍼붓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태도도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대목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지난 1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제외되자 여론조사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 자의적인 조사를 하는가. 과연 배경은 없는가라며 여론조사 기관들이 드루킹처럼 의혹을 받아서야 되겠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사연은 입장을 내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 표기되는 후보 10인은 직전 회차 조사의 범진보권’ ‘범보수권후보 적합도에서 각각 상위 5위까지의 후보를 모아 본 문항 보기를 구성한다. 최 후보는 범보수권에서 6위를 차지해서 보기에서 제외됐다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를 훼손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불리하면 항의, 유리하면 홍보하는 대선주자들의 아전인수

윤 전 총장 쪽도 자신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던 여론조사가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특정 후보 쪽과 지지자들이 윤석열에게 크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자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 강력히 항의했고, 언론사가 대선 여론조사를 갑자기 중단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기관은 다른 언론사와 함께 여론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낙연 캠프에서는 매주 일요일 정례 브리핑에서 3(윤석열·이재명·이낙연) 구도를 강조하는 등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문항 수를 줄이기 위해 리얼미터와 전국지표조사 등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여권에선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야권 윤석열 후보로만 한정해 양자대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양자대결은 사실 진영 싸움이기 때문에 누굴 붙여도 윤석열과 이재명 정도의 지지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10%로 이재명 지사(26%)나 윤석열 전 총장(19%)과 차이가 크지만, 양자대결을 붙일 경우 윤 전 총장(36%)과 단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물 대결이라기보다 사실상 진영 대결로 해석되는 이유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여론조사 가상대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다 보니 유권자들의 시각에 완전히 군소 후보로 전락하는 이미지가 강화되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노지원 송채경화 기자 wing@hani.co.kr

 

큰 흐름보여주는 여론조사 불가능할까?

여론조사 이면을 보다

누적된 데이터값 분석해 예측하는 메타분석 기법 등 호평

사안마다 출렁이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여론조사업체에선 개별 여론조사가 아닌 추세를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지난 7월 기준 한달에 44, 하루에 1.4건꼴로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흐름으로 보는 일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성이 있다면, 이 또한 제대로 인지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누적된 데이터값을 분석해 예측치를 산출하는 방식인 메타분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메타분석이란 동일한 주제로 나타난 결과를 객관적·계량적으로 종합해 바라보는, 이른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연구 방법이다. 편향성이 보이는 조사 결과를 최대한 배제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론조사를 추세로 보는 기류가 나타난다.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선 개별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값을 활용해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보도하고 있다. 같은 주제로 실행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으면 많을수록, 흐름을 보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한겨레>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국제정치데이터센터와 함께 진행한 메타분석 사례.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치를 산출하는 방법으로 민심의 추이를 정확하게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어떨까.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하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6월 중순부터 35.1%(62주차)32.3%(64주차)27.8%(72주차)27.5%(74주차)26.4%(82주차)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 경우에는 같은 기간 23.1%(62주차)25.9%(82주차)로 완만한 상승·하강 곡선을 오갔으나 최종지점에선 상승세를 띠었다. 면접조사로 진행하는 한국갤럽의 3개월치(63~85)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조사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은 21%25%19%로 고점을 찍고 하강했다. 이 지사는 24%24%25%로 미세한 상승세다. 개별 여론조사를 봤을 땐 등수가 엇갈리거나, 상승·하강세가 반복되며 변화가 두드러진 듯했지만 실제로 몇개월치 흐름을 보니 조사 방식과 관계없이 지지율 변화는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파이브서티에이트누리집 갈무리. 흐릿한 점은 개별 여론조사, 굵은 선은 평균치다.

 

전문가들은 동질성이 큰 한국 특유의 정치 문화에서 개별 여론조사 결과가 과도한 밴드왜건(편승)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흐름이 강조되는 이유다. 함현호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는 지난 19<한겨레>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 환경은 밴드왜건 효과를 부추긴다선택적 미디어 소비 행태가 유난히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여론조사가 선거 과정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우윳값 오르면 'OO' 먹겠다?매년 증가하는 대체우유 시장

매년 증가하는 대체우유 시장낙농업계가 원유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유 관련 제품의 가격이 연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우유 대신 '대체우유'를 먹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낙농진흥회는 우유업체에 이달 1일부터 생산된 원유 가격을 1리터당 21(2.3%) 올리겠다고 밝혔다. 원유 가격의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흰우유 소비자 가격 상승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곧 원유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해 10% 안팎으로 오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해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일부 우유는 폐기처분되거나 할인 판매되는 상황에서 낙농업계의 인상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채식 및 건강식 열풍이 불면서 차라리 소가 생산하는 우유 대신 귀리, 콩 등으로 만든 대체우유로 바꾸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체우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대체우유 시장 규모는 연평균 51% 성장해 2020431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668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북미에서 두유를 제외한 식물성 대체우유의 성장은 전년 대비 20.5% 상승했고 국내는 14.7% 성장했다.

 

과거 대체우유는 콩으로 만든 '두유'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오틀리' '아몬드브리즈' 등을 통해 귀리, 아몬드 등 견과류에서 추출한 대체우유들도 각광받는 추세다.

 

특히 유당불내증으로 인해 우유를 섭취 못 하는 사람들이 주로 소비했던 것과 달리 이젠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가치소비의 결과로 대체우유를 고르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회사는 귀리로 우유를 만드는 스웨덴 기업 '오틀리'. 오틀리는 1993년 설립돼 지난 5월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42000만달러(4800억원)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우윳값 오르면 'OO' 먹겠다?매년 증가하는 대체우유 시장© MoneyToday 우윳값 오르면 'OO' 먹겠다?매년 증가하는 대체우유 시장

 

한국에서 대체우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매일유업이다. 2020년 우유 시장점유율 1위는 서울우유가 29.1%지만 2위인 매일유업이 전년 대비 4.1%p 증가한 17.6%로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매일두유는 올해 출시 5주년을 맞았으며 누적 판매량이 약 56000만개를 넘어졌다. 제품 길이로 환산하면 58877로 지구 한 바퀴 반을 돌 수 있다.

 

게다가 매일유업이 2015년 블루다이아몬드사와 합작한 '아몬드브리즈'도 판매신장률이 201925%, 20205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몬드브리즈는 아몬드를 가공해 만든 식물성 음료다. 아몬드밀크는 우유가 포함돼있지 않지만 하얀색을 띄고 우유와 비슷한 고소한 맛을 가진 대체우유다.

 

업체 관계자는 "아직 밀크플레이션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사효과는 크지 않지만 우윳값과 상관없이 대체우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업계에선 대체우유 시장이 우유 시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귀리 우유, 흑임자 우유 등을 출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나섰다. 풀무원다논도 우유 대신 코코넛을 사용한 요거트 식물성 액티비아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대체우유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구단비 기자 MoneyToday

 

() 박원순 전 시장의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한국 언론이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로 마술을 부리는 법

세계인 상대 낚시 기사 엮어 포털 보내는 언론사들

포털에서 제목이 잔인하거나 선정적이면서도 우리나라 사건 같아 클릭하면 외국 사례인 기사들은 대부분 영국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기사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해당 국가의 언론사를 인용하는 게 아니라 영국의 선정적인 언론사 뉴스를 인용한 기사가 쏟아진다.

정상근 금준경 기자 yuk@mediatoday.co.kr

 

인도 시신 들개 훼손보도에 클릭 장사 부끄럽다

민언련 긴급 논평, “인간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보도, 감염병 보도준칙 위반

2021.06.03.

 

지구 반대편 강도·성범죄, 뉴스 가치 있습니까

조회수 위한 외신 인용, 영국 데일리메일언급 기사만 11만여건

전현직 영국 언론인의 평가 가장 선정적” “온라인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가십·낚시에 방역 저해하는 기사까지인사고과 위해 스스로 쓰기도

언론사의 온라인팀에서 일하는 A기자의 업무는 조회수확보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슈를 찾아내 기사로 써야 한다. A기자가 기삿거리를 찾을 때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언론사가 있다. 바로 영국의 데일리메일이다. 다른 언론이 이미 썼다면, 선배 기자로부터 빨리 받아 쓰라는 압박을 받는다.

 

포털에서 데일리메일의 기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한국경제는 지난 530성인클럽 취재간 기자, 녹취록 속 신음 소리 무슨 일?” 기사를 냈다. 제목만 보면 한국에서 일어난 일 같지만,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의 기사였고, 영국이 아닌 덴마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기사는 네이버에서 댓글 600개가 넘을 정도로 주목 받았다. 머니투데이와 서울신문의 대동소이한 기사에도 1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트래픽 장사가 성공한 셈이다.

 

한국 언론이 사랑하는 외신 데일리메일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보도는 얼마나 될까. 포털 다음에서 데일리메일검색 결과 가운데 영국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들어간 기사량을 검색하면 114000여건의 기사가 집계된다. 같은 기준으로 영국의 주요 언론사들을 검색해보면 가디언(102000여건), 텔레그래프(51700여건), 인디펜던트(26700) 등으로 나타난다. 영국의 정론지와 주요 언론사보다 데일리메일이 더 많이 집계되는 것이다.

데일리메일 지면 갈무리. 사진=flickr_Howard Lake

 

구체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했다. 제휴한 54개 언론의 기사 공백기가 없는 20181월부터 202188일까지 37개월 가량의 기사 수를 검색한 결과 데일리메일을 언급한 기사가 6881건으로 나타났다. 54개 언론사들이 하루에도 5건 가량의 데일리메일 기사를 써내는 것이다.

 

범죄·사고·재해·사회 등을 다룬 사건 사고 기사’(스포츠 분야는 제외)만 집계해보니 1382건으로 나타났는데, 범죄 관련 기사(756)가 절반 이상이었다. 국내 언론은 데일리메일 기사 중에서도 사건사고 기사를, 그 중에서도 범죄기사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이 다룬 데일리메일의 사건 사고 기사의 연관어를 분석해보니 영국이라는 단어 다음으로 성폭행의 연관성(언급 수 473)이 가장 높았다. 데일리메일 인용 기사에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에 따르면이라는 구절을 넣는 점을 감안하면 성폭행키워드 기사가 사실상 1위인 셈이다.

 

성폭행에 이어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국가의 이름이었다. 중국과 호주가 각각 444건을 차지했고, 러시아가 324건으로 뒤를 이었다. 데일리메일 사건 사고 기사들을 분석한 관계도를 보면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프랑스, 유럽, 일본 등이 눈에 띈다. ‘영국이 아닌 나라의 소식을 전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데일리메일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2018. 1.1~2021. 8.8 빅카인즈 54개 매체 검색 통한 데일리메일 인용 사건 사고 기사(스포츠 제외) 연관어 분석

2018. 1.1~2021. 8.8 빅카인즈 54개 매체 검색 통한 데일리메일 인용 사건 사고 기사(스포츠 제외) 관계도 분석

 

데일리메일은 어떤 언론사?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데일리메일은 어떤 언론일까?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인 라파엘 라시드는 영국에서 가장 선정적인 스토리를 찾으려면 데일리메일만 찾으면 된다심지어 존경할 만한 매체들도 데일리메일을 인용한다는 것은 꽤 충격적이라고 답했다.

 

라파엘 라시드는 데일리메일은 대중을 값싼 미끼에 굶주린 동물처럼 다루는 전문가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가진 선정적인 이야기, 심지어 평범한 이야기들도 헤드라인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헤드라인에 있는 어떤 단어들은 한 대목을 강조하기 위해 대문자를 쓰기도 한다. 데일리메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기사를 클릭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 인용기사 갈무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서울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는 해외에서 접하는 (온라인판) 데일리메일과 종이 데일리메일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면이 보수 우파 정치 성향이고, 보수 우파가 느끼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잘 반영한다고 설명한 뒤 웹사이트는 자극적이다. 셀럽과 연예인 스캔들 등의 가십성 기사가 많다. 노점에서 살 수 있는 종이신문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판은 해외의 영어를 쓰는 독자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튜더는 온라인판 데일리메일 운영 방식에 대해 영국에 본사가 있고, 미국에도 회사가 있다. 1인당 기사를 여러 개 쓴다. 압박감이 크니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옐로페이퍼(황색언론)들이 인터넷에서 훨씬 더 선정적인 방식으로 쓴다. 인터넷에서는 영어 신문이 유리하다. 전 세계 독자를 상대로 낚시질을 하면 (줄어든 신문 수익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는 한국 언론이 데일리메일을 많이 인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고,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나 영상이 나오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기사에 영상도 넣는다고 했다.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받아 쓰기 좋은매체라는 얘기다.

구글플레이 데일리메일 앱 설명

 

가십·낚시만 문제? 공동체 흔드는 허위정보 유포까지

팩트체크도 안 하고 시선을 끄는 주제의 기사가 많다. 인사이트, 위키트리와 비슷하다.” 외신 프리랜서 기자의 설명이다. 그는 대만에서도 언론사들이 데일리메일의 콘텐츠를 인용해 보도하는데, 문제가 있어서 기사를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만에 있는 후배 기자들에게 데일리메일 콘텐츠를 인용하면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해보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보도는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라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2015년 나이지리아의 한 식당에서 인육을 판매했다는 데일리메일의 보도를 인용한 국내 기사. 오보임이 드러났지만 이들 기사는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에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코로나19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월부터 810일까지 포털 다음에서 데일리메일을 언급한 언론 보도 가운데 신종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는 2480건에 달했다. 방역에 필요한 정보 전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데일리메일의 기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덮는 모양새다.

 

인도의 상황을 조명하며 들개가 강가에 방치된 시신을 훼손하는 모습을 전한 데일리메일 인용 보도는 선정적 보도이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저해되는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뉴스1은 지난 62널린 시신, 들개들 먹이가 됐다코로나 지옥 인도 처참 [영상]” 기사를 냈다. 뉴스1 보도가 주목을 받자 중앙일보, 한국경제, MBN, 서울경제, 매일신문, 조선일보, 연합뉴스, 뉴시스, KBS 등 관련 기사가 이어졌다.

 

이들 기사에는 시신이 물을 오염시켜 코로나19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현지인의 우려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인도에서 강에 시신을 유기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됐고,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도 아니다라며 코로나19와 연관 짓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사가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는 방역 지침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뉴스1 기사 갈무리

 

84일 뉴스1“‘코로나지하철서 쓰러지더니 발작도 넘은 장난 20대 철창행[영상]”810일 한국경제의 “‘코로나 별 거 아냐마트 곳곳 혀로 핥은 충격’ [영상]” 기사는 각각 러시아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데일리메일의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제목만 봐선 국내 일처럼 여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런던 사람 30% 코로나 걸렸다-데일리메일”(뉴스1) “‘학교 안 갈래영국 학생들 사이서 퍼지는 코로나 가짜 양성판정받는 방법”(조선일보) “코로나 사망 환자 카드 사용한 병원 직원.. ‘내 카드랑 헷갈렸다”(머니투데이) 등은 방역에 혼선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대표적인 문제적 보도로 꼽히는 조선일보의 태권도 챔피언, AZ 맞은 후 다리 절단붓더니 다리 폭발기사는 영국의 또 다른 타블로이드지인 언론 데일리스타를 인용한 보도였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동형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세균 감염이 일어난 것이기에 백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정말 어려운 내용이라며 외국의 기사까지 끌어다 와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지 상당히 개탄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일리메일 등 외신발로 쏟아지는 기사가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한 경제지 닷컴사 소속 D기자는 외신 인용 기사가 용이한 이유는 자극적인 기사를 쓰더라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팩트체크가 되는 매체들은 데일리메일의 뉴스를 인용하지 않고 페이크뉴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국내는) 선정적인 매체의 기사를 취재도 하지 않고 인용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악의적인 외신 인용의 사례로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이름난 외신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길고, 어렵다. 반면 데일리메일은 바이럴하기 좋은 매체라며 국내 언론이 데일리메일에 치중하는 이유가 일부러 낚시질 하려고 하는 기사에 걸리는 것이다. 바이럴하기 위해 만든 데일리메일 농간에 놀아나고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 쓰기 싫지만, 인사고과 위해 발제하기도

일선에서 이 같은 기사를 생산해내는 기자들 역시 문제를 알고 있다. 종합일간지 디지털부서에서 일하는 B기자는 이슈가 될 만한 해외 토픽을 찾는 건 매일 하는 업무라며 데일리메일 뿐 아니라 반응이 잘 나올 거 같으면서도 특이한 사안 위주로 살펴본다고 했다.

 

포털 트래픽 경쟁에 전사적인 압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빅카인즈에서 20181월부터 202188일까지 영국의 타블로이드지인 데일리메일과 더선을 주요 언론사인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와 비교한 결과 인용 추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는 인용하는 시기의 규칙성을 찾아볼 수 없이 들쭉날쭉한 반면 데일리메일과 더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용 횟수가 많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2018년 네이버가 언론사 구독에 따른 수익 정산 방안을 시범 서비스로 도입하고, 2019년 전재료를 폐지해 조회수에 따른 수익으로 전환한 시기와 인용 보도량이 늘어난 때가 맞물린다.

2018. 1.1~ 2021. 8.8 빅카인즈 54개 매체 외신 인용보도 추이(해당 매체명 검색 결과). 더선과 데일리메일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인용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20218월의 경우 8월 초인 8일 캡처한 것으로 8월 그래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남.)

 

온라인 매체 소속의 C기자는 그런 기사 쓰고 싶어서 쓰는 기자가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표부터 자극적인 기사에 관심을 갖고, 전면에 내세워 쓰라고 이야기하는데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경제지 닷컴사의 D기자도 트래픽, 클릭 경쟁이 낳은 폐해다. 오죽하면 글로벌과 관련한 별도의 코너까지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지 닷컴사의 E기자는 타사에서 데일리메일 인용 기사 클릭이 잘 나오면 자연스레 그 기사 쓰라는 지시가 경영진 선에서부터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제지의 F기자는 종종 편집부서에서 밀어줄 때가 있다. 노출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공들여 쓰는 기사들은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포털에서 만들어진 경쟁 시장이 이 같은 현상을 낳은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회사에서 트래픽을 성과 지표로 두면서 기자 스스로 외신 기사에 열을 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D기자는 네이버 채널 기준으로 6개 기사가 (언론사별) 메인에 걸린다데일리메일 같은 자극적 인용 기사가 클릭이 잘 되니 메인에도 잘 걸린다. 그러면 기자 개개인의 성과가 된다고 했다. 이 기자는 인사 고과에 중요 지표 중 트래픽이 반영되다 보니 특히, 당직을 서는 날에는 더더욱 클릭이 잘 되는 데일리메일 기사를 찾아보게 된다고 전했다.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B기자 역시 현장 기자들 입장에서는 왜 네이버 메인에 중요한 기사 안 걸고 쓰레기 같은 기사 거냐고 불만이 쌓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 인사평가에 트래픽이 반영되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신 기사 자극적으로 쓰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나왔다. 현재는 기자들 대부분이 포기한 상태 같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데일리메일, 더선 등 인용을 넘어 정체불명의 매체까지 인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MBN 등 주요 언론이 가나에서 인육 케밥을 판매한 여성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 기사는 포털 다음 랭킹에도 올랐다. 이 내용은 나이지리아 모친 살해사건을 조작한 오보로 밝혀졌는데 한국 언론은 Kasatintin, Ridimis, Opera News 등 그동안 단 한번도 인용 기사가 포털에 등장한 적 없는 현지 매체를 인용했다. 이들 매체 역시 가십성 정보를 주로 다루는 곳이다.

 

언론은 지면을 통해서는 팩트체크를 꼼꼼히 하고 양질의 기획기사를 내보내지만 정작 온라인 공간에서는 저질 기사를 쏟아내며 트래픽을 늘리는 만큼 신뢰를 깎고 있다. 검증 없는 외신 인용 보도는 저널리즘 신뢰의 문제와 직결된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타블로이드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데일리메일도 특종도 하고 중요한 기사를 쓴다그러나 전반적으로 오락 신문이고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데일리메일과 권위지는 대비가 되는데, 한국의 권위지가 데일리메일을 인용해 기사를 쓰는 대목은 스스로 부끄워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 역시 근본적으로는 구조의 문제라며 기자 개인의 윤리의식 수준으로 막아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언론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권위지나 정론지인 자존심을 가지고 행동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간판은 그렇게 걸어놓고 온갖 나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서연 조준혁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21.08.11

 

대검, ‘라임 술 접대’·‘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관련 검사들 징계 청구

대검찰청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피의자인 김봉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 3명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진혜원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이른바 술 접대검사 3명과 진 검사의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고 24일 밝혔다. 법무부는 앞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20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감찰위원회는 술 접대검사 3명에게 각각 면직·정직·감봉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현직 검사인 이들이 20197월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라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에게서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5월 대검에 이들의 징계를 요청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원을 초과한 술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ㄱ검사를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2명의 검사는 향응 수수 금액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감찰위원회는 진혜원 검사에 대해서는 정직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뒤 그와 나란히 팔짱을 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자수합니다. 몇 년 전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평소 존경하던 두 분을 발견하고 냅다 달려가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에 대해 진 검사가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며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같은 달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대검에 진 검사의 징계를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종부세 개악, 수십억 강남아파트 부자들에게 수백만 세금 혜택

세금 부과기준 일률적 인하에 따라, 주택 가격 높을수록 감면액 커져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연합뉴스

 

국회가 추진중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통과되면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고가 아파트들이 세금 감면 등에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제액 상승으로 전체적인 세금 부과 기준이 크게 낮아지면서 집값이 높을수록 세금 감면액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인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6억원에 더해 추가공제 3억원이 적용되는데, 추가공제액을 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11억 미만이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는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가 기존 18만여명에서 9만여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가 줄어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제액이 높아지고, 세금 부과기준인 과세표준액이 줄어들면서, 고가주택 소유주일수록 더 많은 세금 감면이 예상된다.

종부세 개정, 누가 이득인가?고정미

 

공시가격 13억 아파트, 올해보다 세금 60% 감면

예를들어 공시가격 13억원인 아파트가 대표적인 수혜 대상이다. 공시가격 13억원의 경우 시세로 따지면 20억원 정도 수준(공시가격 현실화율 67% 적용)이며, 서울 마포구 한강밤섬자이(49)를 비롯해 강남구 래미안강남힐즈(39), 개포 래미안포레스트(26) 등이 해당한다.

 

이들 아파트에 올해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은 0.8%. 공시가 13억원에서 기본 공제액 9억원을 차감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95%)을 곱해서 산출되는 종부세 과표는 38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에 해당돼, 세율 0.8%가 적용된다. 각종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올해 공시가격 13억원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304만원이다.

 

그런데 기본 공제액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아진 내년부터 세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공시가 13억원에서 공제액 11억원을 제외하면(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2년 예정된 100%를 적용) 과표는 2억원이 된다. 과표 2억원에 대한 종부세율은 0.6%로 종전보다 0.2% 포인트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3억 주택에 대한 내년 종부세는 120만원이 된다. 올해보다 무려 176만원(60.52%)이나 낮아진다.

 

공시가격 16억원 짜리 주택은 세금 감면액이 더욱 커진다. 공시가격 16억원은 시세가 25억원대인 잠실주공 5단지나 여의도 자이(56) 등이 대상군이다. 올해 공시가격 16억원 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1.2%(과표 66500만원)였다. 하지만 공제금액이 11억원으로 올라가면 과표는 5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적용 세율도 0.8%(과표 3~6)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은 올해 798만원에서 내년 400만원으로 398만원(49%) 하락한다. 공시가격 13억 주택(176만원 감면)보다 세금 감면액이 2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대한민국 최고가 더펜트하우스 청담 등 초고가 주택 감면액 가장 커

100억이 넘는 초고가 주택들도 감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이들 주택에 대한 세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공제액이 올라가면서 세금 부과 기준액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남더힐을 제치고 아파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더펜트하우스 청담의 예를 들어보자. 더펜트하우스 청담은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입주해 화제를 모은 아파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이 아파트의 273.96형의 실거래가격은 115억원이었다. 종부세 공제액이 9억원일 경우, 이 아파트의 종부세는 14960만원이다. 그런데 공제액이 11억원으로 올라가면 종부세는 기존보다 440만원 낮은 14520만원이 된다. 공시가격 13~16억원짜리 주택보다 감면액이 더 높다.

 

종부세 법안은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심해서 추진하는 만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원내 소수 정당의 반발에도 국회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710일 종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도 사실상 무력화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20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부자 감세로 집값 안정에 역행하는 잘못된 조치'라는 응답은 43.9%로 집계됐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덜어주는 잘된 조치'라는 응답(34.6%)보다 높은 수치다.

 

"부자감세, 주택 가격 상승 자극하고 과세 원칙 무력화"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논평에서 종부세 개정안을 두고 "명백히 부자감세"라며 "종부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자산 크기에 따른 과세조차 하지 않겠다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왔던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과세입장을 무너뜨린 것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의 방향을 그나마 유지해 왔는데 그 중 하나의 축을 흔들어 버리는 이번 세제개편은 부동산세제에 대해 지금껏 쌓아왔던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공제액을 늘리게 되면 현행 누진세율 체계에선 초고가 주택에서 더 많은 세금 감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정부가 부동산 세제 강화라는 기본 방향에서 후퇴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되면서, 또 다시 시장 불안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금 부담이 급작스럽게 늘어난다면, 세부담 상한이나 납부 유예 등을 통해 급격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공제 기준 자체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차라리 손 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글: 신상호(lkveritas)고정미(yeandu)

 

 

10시 반, 미국열렸다" 심야거래 264만건

대한민국은 '투자 불야성'

2030 여성 0~4시 해외주문

2년전 2700올해 12만건

새벽잠 없는 노인층 4~6시 선호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미국 주식에 푹 빠져 있다. 밤낮도 바뀌었다. 뉴욕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 새벽까지 미국 시장 상황을 보며 주식을 사고파는 올빼미 투자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

 

"10시 반, 미국열렸다" 심야거래 264만건

최씨만이 아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밤잠을 잊은 올빼미 투자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 밤 12시 이후 해외 주식 주문 건수는 2642719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시간으로 0시부터 미국 증시가 마감하는 새벽 6시까지 주문을 넣은 숫자다. 이 수치는 7월 기준으로 2019286673건에서 지난해 1671740, 올 들어서는 25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 미국 투자는 시차 탓에 어려움이 컸다. 보통 장이 열리기 전 주문을 넣어놓는 일이 많았다. 미국 장을 지켜보더라도 밤 12시가 되기 전에 잠드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자는 사이 장이 급변해도 개인투자자가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주식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에 밤잠을 마다하고 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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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투자 지침서' 책 출간한 최연소 베스트 애널리스트

 

특히 2030세대에서 그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30 여성의 경우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 투자하는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970~4시 주문 건수는 272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에는 124117건까지 급증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밤샘 투자 건수 증가율은 2030 여성이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로 심야시간 사용에 대한 부담이 감소한 데다 프리랜서 2030 여성의 투자 활동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새벽 4~6시에는 60대 이상의 투자가 집중됐다. 0~4시 시간대를 주로 활용하는 2030 올빼미 투자족에 비해 60대 이상 투자자들은 4시 이후를 선호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다소 빨리 잠드는 대신 일찍 일어나 장 막판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윤석열 읽어야 할 헌재 소수의견

199892, 김대중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김용준 헌법재판소장 등 11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김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이가 조승형 재판관이다.연합뉴스

 

다수 의견에 반대한다.’ 이 한 문장짜리 결론을 위해 200자 원고지 35장 분량을 썼다. 늘 그렇듯 연구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썼다. 1997716일자 헌법재판소(헌재)‘97헌마26 소수의견2021년 다시 조명받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때문이다.

 

19959월 김도언 전 검찰총장은 퇴임 나흘 만에 민자당 부산 금정을 지구당 위원장에 내정되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당선했다. 여야 합의로 검찰청법이 개정되었다. ‘검찰총장은 퇴직일부터 2년 이내에는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발기인이 되거나 당원이 될 수 없다.’ 19971월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 등이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위헌결정을 내렸다. 단 한 명이 소수의견을 냈다. ‘검찰총장은 각별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대 검찰총장들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행위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국민 일반에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무소신 사례’ ‘직무유기형 사례’ ‘정치적 중립훼손 사례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소수의견을 낸 이가 조승형 재판관(87)이다. 그 자신이 검사 출신이다. 검사를 그만둔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민주화운동에 나섰다. 평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을 거쳐 제2기 헌재 재판관(1994~1999)으로 활동했다. 재임 중 개별·반대 의견을 합쳐 무려 261건의 소수의견을 냈다.

 

조 전 재판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통화에서 그 법안은 김대중 총재 아이디어였습니다.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였죠라고 말했다. 자신이 쓴 소수의견을 다시 본 뒤 그는 위헌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왈가왈부할 수 없습니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인터뷰를 고사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한 후에 자기 소신을 버리고 현직 검찰총장(김태정)을 법무부 장관으로 승진 발령한 바가 있어요. 김대중 인사 철학을 버렸다고 내가 비판했어요. 부끄럽습니다.” 법안의 아이디어를 낸 김 전 대통령이 집권 뒤 원칙을 저버리자, ‘미스터 소수의견은 그때도 올곧은 소리를 낸 것이다. 인터뷰는 거절당했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어떤 인사와는 달리, 퇴임 뒤에도 공직의 무게와 자신이 쓴 소수의견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어른을 본 것 같았다.

시사인 고제규 기자

 

 

조민 입학취소 반긴 아들 뺨 때렸다조국 지지자들 격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의혹을 조사해온 부산대가 조씨에 대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24일 이에 격분한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은 친여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항의에 나섰다.

 

한 지지자는 철없는 자식 어찌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방금 전 조 전 장관님 따님 입학 취소 여부 방송을 가족과 같이 보고 있었다. (입학 취소 결정이 나오니) 아들 놈이 잘된 일이라며 쾌재를 불렀다라며 순간 너무 화가 나서 국짐(국민의힘) 토착왜구 놈들 때문에 정의를 위해 노력하던 조 전 장관님 가족이 당한 건데 뭐가 즐겁냐고 물었다라고 했다.

 

이어 “(아들은 입시서류를) 다 조작해서 들어갔는데 뭔 소리냐며 반문을 했다라며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아들 뺨을 두 대 때리고 방에 들어가서 반성하라고 했다. 쥐새끼(이명박) 닭새끼(박근혜)한테 교육을 받아 정신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정말 개탄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민주화 정권에서 이런 일이 자행된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라며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결정에 정말 화가 치솟는데 더 이상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온다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입학 취소를 한 것은 일종의 몰아가기라며 선거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국 지지자들은 지도 서비스에서 부산대 리뷰로 별점 최저점을 등록하는 집단행동도 하고 있다. 카카오지도 부산대 항목에는 별점 1점과 함께 썩은 사법부를 핥는 학교’, ‘다른 학생들의 표창장도 전수 조사하라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부산대는 이날 오후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씨에 대한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공정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은 공정위의 조사와 대학본부의 최종 검토를 거쳐 조씨에 대해 입학 취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라며 “2015년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에는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아비로서 고통스럽다. 최종결정이 내려지기 전 예정된 청문절차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자녀입시 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항소심에서 조씨가 입시에 활용한 동양대 표창장 등 ‘7대 스펙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현재 조씨는 올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한국전력공사 산하 한일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조선/ 김명일 기자

 

한국사회 축소판아파트···“저는 그곳의 경비원입니다

지난 6월 에세이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펴낸 경비원 최훈(필명) 작가가 20일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단지를 보고 있다. 이 아파트단지가 최 작가의 일터는 아니다. 조해람 기자

 

한때는 대표님소리를 들었다.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무역회사 사장 명함을 들고 해외를 오갔다. 잘 나가던 삶은 한순간에 고꾸라졌다. 사업이 망하고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만 더, 악착같이 살기로 했다. 친구에게 10만원을 빌려 경비 학원에서 자격증을 따 2018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유니폼을 입은 지 어느덧 3, 그는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까. 그는 경비원이 되면서 많이 똑똑하고 겸손해졌다나락에 떨어지고서야 전에는 보이지 않던 타인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경비실에서 이면지에 적어내려간 에세이를 엮어 책을 냈다. 경비실에서 바라본 한국사회는 어떤 얼굴일까. 지난 6<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펴낸 최훈(필명) 작가를 20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났다.

 

갑질에 치이고 해고로 마음 졸이고

탄탄대로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이름 있는 건설회사에 취업해 1980년대 건설업 황금기를 맛봤다. 2004년에는 무역회사를 차렸다. 곧게 뻗은 삶은 2015년 반대로 꺾였다. 빚쟁이에게 넘어간 집을 뒤로하고 집안 손아래 동생 사무실 한켠에 살림을 마련했다. 필사적인 심정으로 경비원 면접을 보러 다닌 끝에 2018년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한때 이었던 그가 이 되자 생전 처음 겪는 갑질이 쏟아졌다. 갑을관계는 상대적이지만 절대 을인 경비원에게는 갑질이 유독 가혹하다고 했다. 인테리어로 짐을 빼던 어떤 집에서는 대형폐기물 처리 비용을 얘기하다가 아침부터 턱 들이밀고 돈, 돈 해야 돼냐는 욕설을 들었다. 최 작가보다 스무 살은 아래로 보이는 주민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찼는데 못했죠. 감정을 가지면 경비 일을 못해요. 빨리 잊어야 하는데 보통 며칠은 가죠.” 갑질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어도, 밖에서는 일 사람이 아파트에서 갑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한다.

지난 6월 에세이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펴낸 경비원 최훈(필명) 작가가 쓴 원고. 최 작가는 부착 기간이 지난 전단지 등을 이면지로 활용해 틈틈이 글을 썼다. 조해람 기자

 

아파트에서 경비원은 죄가 없어도 죄인이다. 최 작가는 입주민과 트러블이 있을 때, 누가 봐도 경비원 잘못이 아니어도 사과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일하는 동안 관리실은 단 한 번도 경비원 편을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3개월마다 돌아오는 계약기간을 무사히 넘길 수 없다. 경비원은 본사-관리회사-관리실-경비초소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있다.

 

그의 눈에 아파트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바깥세상의 촘촘한 격차는 아파트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8월 말이 되면 경비초소는 에어컨을 꺼야 하지만 관리실 직원들은 9월에도 냉방병 걱정에 가디건을 입는다. 동대표들은 당선 후 목이 뻣뻣해지는 국회의원의 모습과 겹친다. “좋은 동대표들도 많지만, 동대표 되는 순간 주차를 아무렇게나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동대표 차를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아무렇게나 주차해도 건드리지 않으려고요.”

 

투명인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로 66.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일이지만 최 작가는 배우는 게 더 많았다고 했다. 회사 대표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시설노동자, 필수노동자들의 삶이 보인다. 투명인간의 투명 마법이 풀리듯 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최 작가는 말했다. “예전에는 위만 보고 살았는데, 몸이 낮아지니 그제서야 눈도 낮아졌어요. 대리기사도 이웃으로 보이고, 연세 든 미화원은 선배님으로 보여요. 낮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볼 수 있다니 참 바보 같죠.”

 

아파트 밖 시설노동자들의 삶에도 공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필기시험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과로에 시달리다가 서울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사연이 특히 안타까웠다. 최 작가는 시험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필기시험이 익숙하겠지만 청소노동자 분들은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그들에겐 시험이 고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설 자리가 없구나라는 모멸감과 절망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작가의 경비실 동료 중에도 영어로 된 자동차 상표를 찍어 보내며 읽어달라는 이가 있었다.

 

지난 6월 에세이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펴낸 경비원 최훈(필명) 작가가 20일 자신의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해람 기자

 

세상에 남의 일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인데 저 사람은 남이야, 내 일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나요. 살아보니 그렇지 않아요. 저도 경비원 될 줄은 몰랐거든요(웃음).” 경비원이 갓 됐을 때 내가 밑바닥이다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건방졌는지 깨닫는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약자들이 많잖아요. 장애인도 그렇고 시설노동자도 그렇고.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봐 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기승인 요즘은 어린 아이들이 그렇게 안타깝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할 때마다 속으로 운다. “너무 안타깝죠. 아이들은 천사인데.” 꼬마들의 마스크 속 미소를 떠올리는 그의 눈가에 얇은 물기가 잠시 스쳤다경향 /조해람 기자

 

이승만박근혜 몰아냈던 광장, 지금은 '그들만의 축제'

[손호철의 발자국] 73.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 광장민주주의와 촛불은 어디로?

최인훈의 <광장>. 1961419혁명 직후에 나왔으니 이미 60년이 지났지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최인훈은 남한은 개개인들의 사적인 공간인 '밀실'은 넘쳐 나면서도 모두를 위한 공적 공간인 '광장'은 황폐한 곳으로, 반면에 북한은 모든 것이 광장이며 개인의 시적인 영역인 밀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렸다.

 

소설 제목처럼 그리스의 '아고라'에서 유래한 광장은 민주주의의 꽃이고 시민들의 공간이다. 최인훈의 고발처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체제 하에서 광장은 황폐한 '불모의 공간'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광장의 부재'를 고발한 명작인 최인훈의 <광장>

 

다만 예외적으로 삼엄한 공권력의 저지 속에서도 게릴라처럼 광장이 생겨났다. 1960419일 광화문에는 일시적으로 시민들의 투쟁에 의해 광장이 생겨나 이승만을 몰아냈고, 1980년 봄 서울역에는 유신철폐와 민주화를 바라는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광장이 만들어졌지만 지도부의 회군 결정으로 신군부의 집권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9876월에는 명동성당 등 전국 주요도시에 광장이 만들어져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획득해냈다.

 

1987년 이후 민주적 공간이 확대되고 집회의 자유가 늘어나면서, 광장이 풍성해지고 광장민주주의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1987년 명동에서 시작된 광장민주주의는 노태우 정권의 공안정국에 반대하는 처절한 분신투쟁에도 불구하고 김지하 시인의 '죽음의 굿판' 비판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작 등으로 인해 패배로 끝난 1991년 투쟁 등 우회곡절을 거쳐 2002년 말 광화문의 촛불시위로 발전했다.

 

"오 필승 코리아!" 20026, 월드컵 열기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여중생 김효순, 심미선은 의정부로 놀려가려고 좁은 2차선 도로를 걸어가다가 폭이 넓은 특수장갑차에 눌려 죽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군이 사고를 낸 미군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그해 11월에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달려 나왔다. 촛불시위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특히 이 시위는 인터넷의 발달과 맞물려 이름 없는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광장으로 몰려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1980년 봄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광장민주주의를 보여줬던 서울역광장. 하지만 이는 심재철 등의 회군 결정으로 군부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손호철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시위가 이후 2004년 광화문에서 열린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시청 앞에서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로 발전했고, 이명박은 결국 항복을 선언해야 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엠마 골드만의 유명한 말이다. 과거 우리의 민주화운동과 시위는 '운동권''근엄주의''헌신주의'에 기초해 있었다. 촛불과 광장민주주의는 이 같은 근엄주의를 넘어서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들이 참여하는 축제분위기의 '즐거운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기초해 있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대표를 하면서 수많은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서 나는 민교협 상임의장으로 단상에 앉아 있다가 연대발언을 하곤했다. 이처럼 집회에서 주요 사회운동단체의 단체장들이 단상을 차지하는 '단상권력', '운동권력'을 해체하고 일반 시민들도 누구나 단상에 오를 수 있는 '단상혁명', '운동혁명'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의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사상 유례없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전형"이라는 일방적인 낙관론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19로 텅 비어있지만, 10여 년 전 광우병 촛불의 중심지였던 시청 앞 광장(서울광장)에 서자, 2008년 봄 광우병 촛불집회의 낙관적 분위기에 반하여 내가 한 신문에 쓴 글이 생각났다.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촛불이 '정치적으로 주체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일회성 촛불로 끝나고 말 것이다 촛불은 계속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효순·미선 촛불과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이 있었지만 "이 촛불들은 정치적으로 주체화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자 꺼졌다.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이 승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중요한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부상한 시청앞 광장. 시청앞 광장은 코로나19 이후 평범한 잔디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손호철

 

나의 우려대로 광우병 반대 촛불은 꺼졌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승리했다. 얼마 뒤인 2014416일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의 진상규명과 추모를 위한 촛불과 4.16연대의 광화문 농성이 이어졌다.

 

촛불과 광장민주주의의 절정은 박근혜 탄핵 시위였다. 최순실 사건으로 2016년 말에 촉발되어 2017년 봄까지 계속된 역사적인 박근혜 탄핵 시위는 광화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주 1, 20회가 벌어져 전체인구의 30%가 넘는 1588만 명이 참가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2017년 초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광화문광장 손호철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청소년들을 노인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손호철

 

그러나 이 역시 반드시 자랑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광장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거리의 정치가 폭발하는 것은 우리의 제도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기능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정당과 국회 등 제도정치 틀 내에서 평화적으로 조정하는 것'인데 우리의 제도정치는 보수양당이 지배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제도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거리로 달려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촛불과 광장민주주의는 한국 대의민주주의가 실패한 결과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뉴라이트가 보여주듯이 모든 시민운동이 진보적이지 않듯이, 모든 촛불과 '광장민주주의'가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광장민주주의'를 극적으로 이용한 것이 바로 히틀러의 '극우 포퓰리즘'이었다. 현대의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즘 정치가인 트럼프도 SNS과 직접연설을 통해 극우대중을 광장으로 끌어내 의회를 공격하고, 점령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광장민주주의'라는 가식 아래 극우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움직였던 히틀러 위키커먼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나타나고 있는 촛불과 광장민주주의의 변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전까지 촛불이 민주화운동 진영 내지 '개혁·진보진영'이 주도하던 것이었다면, 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 등으로 잠잠해졌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촛불시위를 주도해 온 것은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냉전적 보수' 진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광화문을 장악한 태극기부대 연합뉴스

 

특히 2019년 조국 서울대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터져 나온 조국 사태 후, 조국의 지지자들이 검찰의 조국과 부인 정경심 교수 조사에 항의해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 촛불집회를 열자,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현장이자 한국 광장민주주의의 중심인 광화문을 태극기부대가 차지하고 말았다.

 

나아가 촛불과 광장민주주의가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직접민주주의를 의미한다면, 이들 집회들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기존 제도 정치권의 지지세력 모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이들 집회들을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게 나라냐!" 코로나19로 이제는 비어있는 광화문 광장에 서자 박근혜 탄핵 시위 당시 외치던 수많은 이름 없는 시민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이 같은 환희가 지나가자, 코로나19로 잠시 잠잠해졌지만,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있었던 극우기독교도들의 광화문 장외예배가 보여주듯이, '조만간 다시 타오를 우리의 촛불과 광장민주주의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하는 걱정이 나를 엄습했다.

코로나19로 텅빈 광화문광장을 코로나19 이후 누가 장악할 것인가 걱정스럽다. 손호철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프레시안

 

 

집 있으면 몇 달 새 벼락부자집값 폭등에 일을 왜 하는지

코로나 저금리가 키운 자산불평등

 

치솟는 부동산 가격내 집 어디에비 내리는 서울 용산구 주택가 골목길을 24일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멀리 강남 쪽에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막대한 유동성에 빚투늘어

주택 유무로 자산양극화 심화

박탈감에 노동의욕마저 꺾여

 

경기 평촌의 2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38)는 두 달 전 전세보증금 5%를 올려 3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계약이 만료되는 2년 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김씨는 이러다간 월셋집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면서 집 가진 사람들은 몇 달 새 억 단위로 집값이 올라 벼락부자가 됐는데, 우리처럼 없는 사람은 열심히 모아도 전세금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벼락거지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분열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집값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한다거나 저축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겠다는 기대가 무너지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의욕마저 꺾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이후 고신용자들 자산은 더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비영리단체 총자산은 전년 대비 1110조원(11.9%) 늘어난 1423조원인데 같은 기간 금융부채는 1726000억원(9.2%) 늘어난 20518000원이었다. 자산 증가폭이 부채 증가폭을 앞지른 것이다. 대출을 받기 쉬운 고신용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성과를 거두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신용자들의 가계신용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3.3%에서 올해 1분기 19.6%로 늘어난 반면, 저신용자는 -6.1%에서 -9.7%로 감소했다.

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 간의 자산양극화도 심해졌다.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기준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비율은 20201분기 13.9배에서 올해 1분기 17.4배로 급등했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야 하는 기간이 한 해 동안 약 3.5년 길어졌다는 뜻이다.

 

소득과 고리 끊어진 자산불평등심화

코로나 속 저금리 혜택 고소득층 몫빚투마저 양극화

2030영끌로 내모는 사회부동산 정책 신뢰 문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의 핵심은 가계부채집값이다.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더 큰 문제인 이유는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소득 대부분을 식비·교통비·병원비·교육비·주거비 등으로 지출하는 서민들은 저축이 쉽지 않은데, 자산가격이 크게 뛰면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주택을 비롯한 자산을 구입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경제불평등은 굳어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근로소득의 경우 개인의 생산성에 의해 결정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근로소득의 격차는 사회적으로도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자산은 상속·증여가 가능하며 투기행위를 통해 급속한 증식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집단은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고 진단했다.

 

왜 일해야 하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한국에서 집값은 민감한 영역인데, 지난해부터 폭등하며 제자리걸음인 소득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1분기 도시지역에서 중위에 해당하는 3분위 근로자 연소득에 비해 서울의 3분위 주택가격은 17.4배에 달했다. 서울에서 중간 가격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17.4년이나 소득을 한 푼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그만큼 불로소득이 커졌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 가운데 25.5%는 부동산 투자가 현재의 부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꼽았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주택 소유자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에서 더 멀어졌다면서 주거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평생 남의 집에서 사는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소득과 동떨어질 정도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면, 열심히 일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유인이 사라진다. 또는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내수가 위축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집값이 많이 올라서 소득으로 감당이 안 되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좌절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전에는 서울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1~2억원 차이 나던 것이 지금은 1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수준이 되니까 이것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이는 근로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빚마저도 있는 자에 유리하다

회사원 권모씨(37)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 괴리감을 느낀다. 비슷한 월급을 받고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주택이 있는지, 집이 어디에 있는지, 지난해 무슨 가상통화(코인)를 얼마나 샀는지에 따라 처지가 천차만별이라서다. 권씨는 예전에는 부자라고 하면 월급쟁이와는 완전 다른 계층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옆자리 동료라도 가지고 있는 자산에 따라 너무 차이가 큰 것 같다면서 미리 집을 사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것도 신용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는 코로나 이후 저금리의 혜택을 누가 누렸느냐 하는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우진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 자산불평등, 자산양극화가 심해졌고 이는 곧 재난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올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전체 가계 신용대출 규모 가운데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대출 비중은 75.5%에 달한다. 대출받기 유리한 고신용자들이 쉽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 보더라도 고신용자의 1분기 대출 증가율이 19.6%에 달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신용자 대출이 2020년 크게 늘었는데, 그 상당 부분은 주택,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상승세가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레버리지 증대와 맞물리면서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자산가격 상승은 경제 주체 간 자산불평등 확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밝혔다.

 

실제 한은이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지역별 주택가격 상승률과 고신용자 대출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를 따져본 결과, 둘 사이의 상관계수가 20190.23에서 20200.75로 높아졌다. 고신용자의 대출이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2030 ‘영끌못 멈춘다

자산불평등이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는 세대 간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0~60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들은 경제 호황과 저축을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세대다. 반면 현재 20~30대는 집값이 너무 오른 상태라 대출 혹은 상속이나 증여가 아니고는 주택 마련이 어렵다. 국토연구원은 임금소득 축적에 따른 부동산 취득이라는 사회경제적 기반이 급격히 붕괴하면서 부동산 자산불평등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쯤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계획 중인 회사원 윤모씨(33)도 서울에 내 집 마련 기대를 거의 접었다. “주변 친구들이 부모님이 갭투자로 미리 사놓은 집을 결혼할 때 증여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부모 찬스의 격차가 실감난다면서 직장이 있는 서울에 신접살림을 마련하려 했지만 요즘은 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윤씨는 얼마 전 접수한 인천계양 사전청약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계층 분화의 마지막 분기점이라는 불안심리는 20~30대의 대출을 크게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0대 이하 대출 409조원 가운데 64%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개인투자자 20만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새롭게 계좌를 개설한 신규 투자자 가운데 20대 이하 비중이 28%에 달했다. 연구원은 보유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20~30대가 코로나19 국면을 자산 증식의 기회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불평등, 회복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자산가격 급상승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지만, 오늘날 문제의 핵심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식으로 경기를 부양해왔던 기조에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유동성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보통의 근로소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액 연봉을 받는 근로소득자가 되더라도 현재의 집값이라면 부모·조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는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의 괴리는 심각해진다. 전 교수는 가장 성공한 흙수저가 되어도 도저히 금수저를 따라갈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할아버지가 부자인 것이 누군가의 인생 경로를 결정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좀 더 넓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서민층, 청년은 평생 전·월세살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주택 소유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적 견해와 심각한 자산불평등은 포퓰리즘의 자양분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무너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도가 높고, 조세를 통한 재분배 정책의 효과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하준경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이나 대출 규제와 관련해서 계속해서 핀셋식 규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택 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실천하면서 정책의 허점을 메워야 할 텐데 정권 말기에 이 같은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체리박사로 변한 기자, 소비자 기만 협찬 방송 실태 폭로

뉴스타파, 660만원에 케이블 생활정보프로그램 5구입과정 공개

가짜 사례자에 전문가도 협찬주가 섭외, 상품에 대한 검증 전혀 없어

뉴스타파가 무분별한 협찬 방송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가짜 회사를 만들고 수백만 원을 내고 광고성 방송을 내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심층 보도했다. 협찬 방송의 시청자 기만폐해를 줄이기 위해 협찬 고지 규정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발의되었지만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뉴스타파는 24일 보도에서 광고대행사에서 받아본 협찬 금액표는 식당 메뉴판과 비슷해 보였다. 표에는 채널과 방송 제목, 노출 시간, 협찬 금액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협찬 방송이 가능한 방송사에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방송 채널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제작진이 선택한 SBS Biz생생경제 정보톡톡프로그램은 5분짜리로, 부가가치세 포함 660만 원에 선입금 시스템이었다. 뉴스타파는 지상파는 4분짜리 홍보 꼭지를 내려면 1500만 원은 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생생경제 정보톡톡작가의 제안에 뉴스타파 기자는 가짜 사례자로 방송에 출연했다. “(대본에서) 기자가 맡은 사례자는 만성피로와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체리를 먹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으로 묘사돼 있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전문가도 협찬주가 섭외해야 했다. 취재진은 가짜 전문가를 내세웠다. 가짜 전문가로 나선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체리가 치매에 효과가 있다, 일본과 미국 체리의 장점을 섞은 신품종이다, 산도를 낮춰서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협찬 방송은 지난 12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가짜회사의 온라인 매장 주소와 대표 전화번호 등 정보가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협찬주의 홍보 효과에는 충실하지만,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방송에는 이 코너가 협찬금을 받고 제작된 코너라는 고지가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방송 이후였다. 뉴스타파는 “YTN 660만 원, 서울경제TV 385만 원, 채널A 770만 원. 채널번호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모두 (우리가) 돈만 주면 광고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포츠서울에선 식품 분야 혁신기업으로 (가짜 회사를) 선정하겠다, 상을 받으면 기사형 광고도 내준다고 하면서 협찬금 120만 원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이 된 미디어업계 협찬 시장의 민낯이다. 가짜로 개설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방송 당일 7건의 체리 구매가 이뤄졌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가 위장 취재 사실을 알리자 SBS Biz는 지난 17일 방송에서 가짜 농장과 사례자 그리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방송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몇 달 전부터 허위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 상점까지 개설한 후 의도적으로 제작진에게 접근했고 촬영 과정에서 그들이 사례자와 전문가를 사칭함으로써 프로그램 제작에 큰 혼선을 줬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과 방송에서 돈을 받고 방송을 만들었고, 그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소비자를 속이는 이 같은 기만적 방송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현행 방송법상 SBS Biz와 같은 수십 개의 케이블 채널에게 협찬 고지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가 재승인 조건으로 협찬고지 의무를 부여받고 있는데, 사실상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이들 7개사가 방통위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협찬 고지 건수는 446건이다. 실제 방송업계에서 이뤄지는 협찬영업실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방송화면.

 

소비자 기만방송사 처벌 가능한 방송법 개정안은 계류중

최윤정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를 봤다고 전하며 허위사실 방송과 관련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해야 하고, 방통위로선 현재 협찬고지 의무 관련 방송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협찬의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협찬과 협찬 고지의 허용범위 및 필수적 협찬 고지 사항을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발의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송사들이 특정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고도 (안 받은 것처럼) 속이는 건 없어져야 한다.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방송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과 관련된 기능·효과·효능을 다루는 경우 반드시 협찬 고지 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방송사업자는 수입내역을 포함한 협찬자료를 보관해야 하고, 방통위는 이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협찬 또는 협찬 고지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 원 이하 과징금 부과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협찬 관련 모니터링 및 방송사업자 불공정행위 실태 파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최윤정 과장은 법이 개정되면 협찬고지 규칙도 개정할 예정이다. 협찬 고지 시간도 시청자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지 않게 적어도 3초에서 5초 정도 내보내도록 하고 고지 시점도 (상품의) 효능효과가 등장할 때 하게끔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이 같은 생활정보프로그램과 홈쇼핑과의 연계편성 실태도 지속적으로 조사 중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소비자들에게 광고보다 더한 신뢰를 주는 프로그램에서 광고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홈쇼핑) 연계편성은 이른바 허위과장 광고보다 더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며 연계편성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김어준이 언론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

공영방송 진행자에게 반론은 고이 모셔야 할 손님이다

김어준씨는 과거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편파적인 방송을 하겠습니다. 다만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2009년 한겨레TV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오프닝)

 

기성 언론과 달리 편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솔직함에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는 팬덤에 기반해 김씨는 최근 각종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영향력 2위로 자리매김했다.

 

김어준이 민주당 당대표”(진중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오늘의 여론을 주도한다. 나꼼수 출신의 ‘B방송인은 10년이 지난 지금 정권이 믿는 주류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부동의 청취율 1, 공영방송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진행자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특히 선거 때 김씨 마이크는 주목 받는다. 김씨는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정적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생태탕 인터뷰로 한바탕 전투를 치렀다. 생태탕 선거라는 오명이 붙었을 정도로 선거 막판은 네거티브로 채워졌는데도 김씨는 포털 사이트가 이슈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 부동산 의혹은 결정적 뉴스인데 보도가 안 돼 묻혔다며 언론과 포털에 선거 패배 책임을 물은 것이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었다. 본지는 포털 기사 랭킹과 뉴스 배열 등을 검증해 김씨 주장이 거짓임을 확인했다.

 

사실을 말해도 진실이 왜곡될 때가 있다. 20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김씨는 봉환식을 중계한 지상파가 (KBS) 한 곳밖에 없다는 게 속이 상한다KBS를 제외하고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생중계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방송사들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마치 문재인 정부의 프로파간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 가운데 KBS 1TV15일 오후 봉환식을 생중계한 건 사실이다. 김씨 말만 들으면 대다수 언론이 홍범도 장군을 일제히 외면한 것처럼 비치지만 MBCSBS3일 뒤인 18일 오전 홍범도 유해 안장식을 생중계했다. 지상파 방송의 홍범도 유해 안장식 생중계는 그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다. 사실의 취사 선택이다.

 

특히 MBC는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홍범도 장군 기사를 24건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은 홍범도 이슈를 외면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홍범도 유해 봉환식을 정부의 프로파간다처럼 받아들인다는 주장보다는 진실에 부합할 것이다.

 

김씨는 또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에서 우리 경기가 있으면 모든 지상파가 똑같은 장면을 중계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지만,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동일한 경기를 동시 중계하는 관행에는 늘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날 김씨 방송만 듣는 청취자는 또 언론에 절망했을 것이다. ‘78년 만에 귀국한 독립운동가 유해마저 외면하는 기레기들.’ 언론은 보도를 하고도 욕을 먹는다. 언론 불신은 이렇게 커진다. 기자는 뉴스공장에서 홍범도 유해 봉환식 생중계만 짚은 이유는 무엇인지, 안장식 생중계 사실은 왜 누락했는지 등 20일 김씨 생각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영방송 진행자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하더라도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론과 소수의견은 고이 모셔야 할 손님처럼 대접해야 한다. 유튜버들과 다른 점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정경심 교수 유죄 판결을 격하게 비난할 수 있는, 즉 자기 입맛에 맞는 패널만 모아다가 판사와 검사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은 청취자 확증 편향만 가속화할 뿐이다.

 

단편적 사실로 사안 전체를 설명하는 우를 범하고 있진 않은지, 음모론이나 언론 증오를 부추기진 않는지 그는 돌아봐야 한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

 

이재용 밀어낸 '흙수저 신화' 이면에는...플랫폼의 '약탈적' 가격 책정

[플랫폼 속 공유는 없다 ] 홀로 부를 독식하는 플랫폼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은 사실 몇몇 소수가 소유하고 있다. '공유'라는 말과 맞지 않다. 플랫폼을 실제로 공유한다고 하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수에게 플랫폼이 공유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소수를 제외하면 플랫폼이 만든 질서 안에서 이용자 개인은 어떤 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오로지 플랫폼을 이용하는 권한만이 주어져 있다. 개인이 플랫폼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는 '공유'라는 명목으로 플랫폼 소유자가 가져간다. 플랫폼 안에서 이익은 사람이 만들어낸다. 자영업자, 요리사는 조리 노동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은 배달 노동을 통해 플랫폼 안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난다. '4차 산업 혁명' 등 거창한 말로 표현되지만, 사실 플랫폼은 공공이 깔아둔 인터넷 망을 이용해 사업자·노동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다.

 

문제는 플랫폼이 탄생부터 '독점'을 목표로 하며, '독점'을 통해 성장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의 '구밀복검' 전략...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독점'을 꿈꾼다) 이용자를 끌어모아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적자 경쟁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하면, '가두리' 방식으로 점차 독점적 질서를 만들어간다. 공룡 배달앱 기업들이 갑자기 수수료를 올리거나, 이용자의 노동 행위를 제한하거나 플랫폼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을 개조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리스크'는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떠넘긴다. 이를테면 음식값엔 이전엔 재료 비용, 업장 임대 비용, 노동 서비스 비용 등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플랫폼 이용 비용'이 추가된다. 플랫폼이 독점을 추구하게 되면, 플랫폼 이용 비용이 다른 비용을 잠식한다. 플랫폼이 내거는 각종 '할인'서비스는 사실 돌고돌아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유 경제'는 없다. 플랫폼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이익을 빼앗아오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수많은 '긱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생산한다. 93회 아케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한 미국 영화 <노매드랜드> 는 경제가 붕괴한 도시의 '긱 노동자' 삶을 다뤘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긱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벌어질 시민 노동자들의 삶을 우울하게 예고한다. <프레시안>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상수'가 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논픽션, 분석 기사 등의 방식으로 다룰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한국 재벌 순위가 신흥 엘리트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 중심의 거대 기업을 물려받은 후계자들이 그간 한국의 재벌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흥 부자들의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국 부자들 1~7위에는 이 같은 신흥 부자들이 4명이나 올라와 있다. 대표주자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다. 김 의장은 순자산 규모가 129억 달러(1498206000만원)로 순자산이 118억 달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위로 밀어냈다. 6위는 김범석 쿠팡 전 의장이다(65억 달러). 자신이 창업한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자산이 6배로 늘었다. 이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2017116,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이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를 보면, 재산의 합이 하위 50%와 동등한 최상위 부자들의 수는 2016년 기준으로 8명이었다. 이 숫자는 매년 줄어드는 모양새다. 2010년만 해도 388명이었으나, 201562명에서 20178명으로까지 줄었다. 이들 8명이 전 세계 절반인 36억 명의 재산과 같은 규모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8명 중 3명은 플랫폼에 기반한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점이다. 5위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6위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7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 등이 그렇다.

 

이들의 위치는 2021년에는 더욱 올라간다. 자산이 452억 달러에서 1870억 달러로 4배 넘게 커진 베이조스는 1위를 차지했고, 446억 달러였던 마크 저커버그도 1192억 달러로 5위에 위치했다. 오라클은 8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436억 달러였던 자산은 1027억 달러로 늘어났다. 여기에 구글 공동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인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부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약탈적 가격 책정'하는 무한 독점 지위 얻은 플랫폼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혁신' 기업이라는 이유로 기존 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가격인상으로 논란이 된 카카오T의 경우, 알고리즘에 의해 가격 인상을 적용한다고 했다. 기업 오너가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즉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는 택시 가격을 낮게,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적용 방식은 미국 아마존의 정책과 비슷하다. 사업 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유율을 높인 뒤, 일정 점유율을 확보했다 판단하면 알고리즘을 도입입한다. 이는 대체로 가격 인상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러한 알고리즘의 '마법'이다. '업체가 가격을 올렸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는 점이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아마존의 행위가 전형적인 약탈적 가격 책정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예일대 로스쿨 졸업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에서 기존 독점 규제의 틀로는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 위험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킨 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친다고 했다.

 

그렇게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경쟁자들은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에 진입하기조차 힘들다. 결국, 무한한 독점 지위를 얻은 플랫폼 기업은 가격 인상을 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약탈적 가격 책정'이라고 규정했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기존 법, 즉 독점금지법하에서 독점화 내지는 가격차별 행위로서 그 위법성 여부가 판단돼 왔다. 우리로 따지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서 불공정거래행위 정도가 된다.

 

다만, 이 법이 적용되려면 기업이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플랫폼은 자신들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에 의한 가격 인상 입증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반독점법 적용하기 어려운 플랫폼

플랫폼에는 기존 산업에서 적용되는 반독점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2, 페이스북이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시장에서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면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독점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썼을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의 성장을 막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법원은 FTC가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점 기업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6,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FTC에게 819일까지 수정된 소장을 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고, FTC는 지난 19(현지시간) 기존 소장보다 27쪽 분량이 늘어난 80쪽의 소장을 법원에 다시 제출했다.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페이스북은 "승산 없는 소송을 계속하기로 선택한 것을 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소송을 평가절하했다.

 

세율 낮은 나라로 서버 옮기는 플랫폼 기업들

플랫폼은 세금에서도 기존 산업보다 더욱 자유롭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모바일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 조사를 보면, 2019년 구글플레이의 국내 매출액은 54780억 원으로 추정되나 이 기업이 국내에 신고한 세금은 97억 원에 불과했다. 제조 공장이 없는 IT 기업은 서버가 있는 곳을 사업장으로 지정하는데, 한국의 구글플레이 매출이 잡히는 서버는 싱가포르에 있기 때문이다. 지불한 세금은 광고 수익에 대한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아마존·유튜브 등 134개 기업이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은 2019년 총 2367억 원이다. 페이스북이 낸 세금은 고작 35억 원이었다(같은 해 네이버가 낸 법인세는 4500억 원이었다).

 

이런 식의 '절세'는 다국적기업, 최근에는 특히 플랫폼 기업의 관행적 수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세 회피 지역이나 법인세가 낮은 곳에 사업장을 두고,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을 다국적 IT 기업들은 제조업이야 공장이 있으니 이런 선택이 쉽지 않지만, 플랫폼 기업은 사업장이 서버가 있는 곳을 뜻하기 때문에 다국적 IT 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서버를 옮겨 세금을 회피해 왔다.

 

이들은 이를 합법적인 절세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탈세에 가깝다. 플랫폼 기업의 오너들 재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다.

 

플랫폼에서 말하는 '모두가 이익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는 불편한 현실을 사라지게 한다.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의문이다. 플랫폼은 그간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통해 만든 법과 규제를 피하면서 홀로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공유라고 할 수 있을까./허환주 기자/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