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독재자 : 전두환과 민 아웅 흘라잉의 '평행이론'
"왜 세금으로 자영업자 지원하나" 이 질문에 답합니다
기자 ‘뒷조사’에 현상금까지…언론 향한 ‘혐오’ 도 넘었다
김훈 “이 법의 발효 기다린 1년 사이, 800여명 목숨을 잃었다”
PD·기자 특권의식도 비정규 노동 운동 방해 요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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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작아지는 군대…나라 지킬 '군인'이 없다
두 독재자 : 전두환과 민 아웅 흘라잉의 '평행이론'
[긴급캠페인 : 나는 미얀마 기자다 - 위기의 저널리즘 복원 프로젝트] 쿠데타 후 6개월, 스스로 총리가 된 쿠데타 수장
▲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에 게시되고 있다. ⓒ 페이스북 'Highlights Myanmar'
▲ 5.18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진압군이 금남로에서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는 모습 ⓒ 자료사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가 생겼다. 바로 "누가 미얀마의 정부인가? 누가 미얀마의 지도자인가"란 물음이다.
불법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라고 답할 것이다. 반면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와 민족통합정부(NUG) 지지자는 "미얀마 국가고문 아웅산 수찌 여사"를 꼽거나 "민족통합정부 임시 대통령 두와라실라"라고 답할 것이다. 지지하는 세력에 따라 답이 달라지더라도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6개월 이상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쿠데타 세력, 군사위원회에서 국방정부로
2021년 2월 1일 이른 새벽, 군부는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원들을 전격 체포했다.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 군부 측 인사 민쉐이는 긴급 상황을 선포하고 입법, 사법, 행정 전권을 미얀마군 총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에 위임했다. 민 아웅 흘라잉은 2월 1일 저녁 장관들을 새로 임명하며 훔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1일 군부의 국가행정위원회(군사위원회) 의장은 향후 6개월 간 수행할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통치 방침에 의거해 행정부를 단계적으로 재구성할 것임을 천명했다. 군부는 어용언론을 통해 국가행정위원회의 기획위원회가 일명 국방정부(집 지키는 정부)로 개편됐음을 밝혔다.
위원회 의장이 총리에, 위원회 부의장은 부총리에 임명됐다. 그 외 연방장관, 연방법무장관, 내각 비서관 직위 또한 국가행정위원회 위원들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미얀마가 영국으로 독립한 이후 등장한 두 번째 국방정부가 탄생했다. (즉, 쿠데타 세력 수장이었던 민 아웅 흘라잉이 총리 자리에 오르는 등 쿠데타 후 6개월 만에 군부는 행정부 요직을 모두 차지했다 - 편집자 주)
소수민족인 샨족 민주동맹(Shan Nationalities League for Democracy) 사무총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군복을 벗고 관복을 걸친다고 하여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민족들의 인정을 받지 않고 정부라 부를 수 없다. 본인들이 만들어낸 2008년 개정 헌법마저 스스로 어기고 있는 군부의 행태는 민심과도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다."
대부분의 소수민족 단체는 국방정부로 이름을 바꾼들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리 만무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군부는 소수민족 지역의 시민 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 병력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연합과 벌인 교전에서 고전하며 매일 병력을 잃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곤과 만달레이 등 대도시에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 MPA
최전선 집회 현장
군부독재에 맞서고 있는 청년세대는 현재 양곤, 만달레이 등 각 도시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본, 화력, 인력 면에서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와도 직면하고 있다.
군부독재 타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Z세대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쿠데타 반란 세력이 통치할 수 없게끔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절대 포기하는 일은 없다."
군부는 최근 들어 양곤과 만달레이에서 군부독재 타도 집회를 여는 민주화운동가를 색출하기 위해 사복 군경 동원, 매복, 군용차를 동원한 위력 순찰, 사제 차량을 이용한 암행 작전 등을 끊임없이 수행하고 있다. 국방정부로 이름을 바꾼 후 종신 집권을 위해, 군과 경찰 병력을 총동원해 탄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6개월간 쿠데타 세력 병력이 가한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국민은 1000여 명에 육박한다. 7000여 명이나 되는 시민이 불법 체포되었고 그 중 일부가 다시 풀려났음에도 여전히 5442명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발표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미얀마 경제
▲ 미얀마인들은 군부 쿠데타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서로 음식을 나누는 등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 MPA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의 미얀마 경제 관측 보고서에는 쿠데타 이후 6개월 동안 미얀마에서 완전 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다국적 기업이 11개로 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다국적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에너지, 통신, 부동산, 호텔, 주류, 유통 사업 운영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일 군부가 문민정부를 전복하고 무력으로 권력 찬탈한 이후 일본, 싱가폴,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프랑스, 홍콩,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양곤에서 봉제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은 "코로나19 1·2차 대유행부터 경제는 점차 침체되기 시작했고 쿠데타로 모든 것이 마비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인은 더 이상 의류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재정 투입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쿠데타 세력의 통제 하에서는 어떠한 경제활동도 이어갈 수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세계은행이 7월 26일 발표한 미얀마 경제 보고서는 미얀마에서 계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악화되었던 미얀마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적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후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 철도 공무원은 "민주화 혁명 승리를 위해 잡히는 대로 입에 욱여넣고 살고 있다"라며 "집 앞 수로에서 자라는 공심채를 뜯어 매일 같이 반찬으로 삼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미얀마 빈곤층이 내년 초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얀마 화폐 짯(Kyat)의 환율은 23% 급락했으며 현재 6%인 인플레이션 수치는 향후 6개월 동안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NUG는 무엇을 하고 있나
▲ 미얀마 만달레이의 대학생연합이 5월 5일 오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 MPA
민족통합정부(NUG) 보건부장관 저웨이소 박사는 이렇게 밝혔다. "우리가 (국민에 백신을) 접종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군부 쪽도 마찬가지다. 제3의 단체가 접종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경지역을 시작으로 접종이 진행될 것이며 업무를 제3의 단체에 위탁하려는 계획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머지않아 (접종이) 시작될 것이다."
민족통합정부의 보건부는 미얀마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고민 중이다. 유엔(UN)이나 유니세프(UNICEF) 같은 국제기구에 의뢰하거나 소수민족 단체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민족통합정부, 소수민족단체, 심지어 쿠데타 세력마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망자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얀마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된 5월 셋째 주 이후 약 26만 명이 확진자로 판명됐고 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용 산소 부족, 의료 서비스 부재, 의약품 유통 중단, 의약품 가격 폭등, 쿠데타 세력의 의료진 탄압, 1·2차 대유행 당시 구축한 컨트롤타워 상실, 자선단체 활동가 독지가들의 기부 위축 등 악재가 몰려오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소수민족 지역에선 시민 방위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연합해 쿠데타 세력에 함께 대항하고 있지만, 도시 지역에서 게릴라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시민 방위군은 쿠데타 세력의 강경 진압과 체포에 점차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족통합정부 지도자들은 전국적인 총봉기인 이른바 '디데이(D-day)'가 곧 도래하리라는, 군부를 향한 암시적 경고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하지만 민족통합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품은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군부의 군사위원회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 지지하는 민족통합정부는 허공 속에서 싸우고 있는 판국이다. 이걸 하겠다느니, 저걸 하겠다느니 말만 무성할 뿐이다."
다음 달인 9월 유엔 총회와 자격심사위원회는 세 가지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첫째, 민족통합정부와 군부 모두를 미얀마의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그 결정을 2022년으로 유예하는 것이다. 둘째 민족통합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셋째 최악의 선택지인 군부를 공식정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유엔이 내년으로 결정을 유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민족통합정부가 외교를 통해 아프리카, 이슬람,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과 연민으로 연대하는 두 나라의 국민
▲ 미얀마인들은 군부 쿠데타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 MPA
한국의 민주화는 '협정에 의한 전환(Transition by Pact)'이 아닌 '투쟁에 의한 전환(Transition by Movement)'에 의해 이뤄졌다. 결코 한국의 독재자의 마음씨가 좋아 스스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 것이 아님을 미얀마 민중은 알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 이후 6개월 동안 많은 국민이 탄압과 학살, 불법 체포, 경제 파탄, 전염병 창궐 등의 재앙에 직면하게 된 것처럼, 한때 한국의 국민 또한 독재자 전두환의 학살과 탄압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한국은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곧게 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이 일어나며 다시 엄혹한 시기가 찾아왔다. 그럼에도 1980년 4, 5월에 전국적인 학생 시위가 일어났고 한국인들은 이 시기를 '서울의 봄'이라 불렀다.
그러나 서울의 봄도 잠시였다. 1980년 5월 17일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1979년 12월 12일에 이어 또 한 번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5.17 비상계엄 - 편집자 주). 이후 군부는 광주의 학생과 시민이 벌인 집회를 무참히 짓밟으며 유신체제로부터 이어진, 언론인과 노동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을 탄압하는 독재의 관행을 반복했다. 과거 한국이 겪은 비극이 지금 미얀마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 야당 정치인부터 노동자, 농민, 학생 모두가 전국적으로 단결해 용맹하게 권위주의에 저항했고 결국 민주화를 이룩했다. 우리 또한 한국의 형제자매들이 오늘날 느끼고 있는 민주주의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단결해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우리 미얀마 국민의 편에 서서 함께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준 한국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미얀마 국민과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 미얀마의 혁명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한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마친다.
글 / 제이 파잉(J Paing) MPA 편집장
번역 / 최진배 미얀마투데이(페이스북) 운영자
▲ 미안미인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민주화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 MPA
오마이뉴스 글·사진MPA(_mpa)
"왜 세금으로 자영업자 지원하나" 이 질문에 답합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우리 사회 더 큰 불안을 일으킬 시작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지속함에 따라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유지를 발표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의 한 음식점에 "거리두기 4단계" 후 영업을 재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의 주요 골자는 현재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2주 더 연장한다는 것과 그동안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했던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9시로 한 시간 더 단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영업 제한 업종에 올라 피해를 보고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휴대폰을 타고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잔뜩 묻어있었다. 간단한 근황과 영업제한업 종사자로서 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생각,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인 '희망회복자금'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했으나 통화를 길게 할 수 없었다. 손님이 들어오면서 금방 끊어야 했기 때문이다. 짧은 통화에서 그는 지난번에 4차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서 이번 '희망회복자금'의 대상이긴 하지만, 어쩐 일인지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들어가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언젠가 그 사장은 자신의 카페 영업시간을 24시간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택한 나름의 전략이었고 힘들긴 하지만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코로나 이후 뜻밖의 악재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는 피해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을 풀었지만, 그의 가게는 3차 재난 지원금을 나눠줄 때까지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유는 그가 고용한 직원이 5명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 특성상 그의 카페는 다른 가게에 비해 고용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영업시간 제한과 경영 악화로 직원을 내보내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제는 영업 중 짧은 통화조차 사치가 되었고 그는 현재 고독과 피로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싸우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영업계의 상황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각종 통계자료로 공개된 바와 같이 현재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31년 만에 최저라고 한다. 또한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자영업자도 7월 기준으로 1990년 7월 이후 최저라고 한다.
실제 필자의 경제 활동 영역만 살펴보아도 이 통계가 사실임을 검증할 수 있다. 현재 필자가 몸담은 회사의 가맹점주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비율은 2020년 1월 기준 45%였다. 그러나 2021년 1월에는 25%로 줄었고 8월 현재는 10%로 줄었다. 서글프게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가맹점은 매출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서가 아니다. 하락하는 매출을 끌어 올리고자 '숍 인 숍'(한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를 운영)을 선택한 가맹점뿐이다. 그러나 이것도 최근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편견과 몰이해에 두 번 우는 자영업자들
가맹점주 협의회 사장들이 모인 단톡방 대화
▲ 가맹점주 협의회 사장들이 모인 단톡방 대화ⓒ 권성훈
이렇게 자영업자들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였음에도 자영업 밖 주변의 시선은 때로는 냉정하게 느껴진다. 가끔 주변 '월급쟁이'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겨 자영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전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주장하면, 무관심을 넘어 "왜 정부가 세금까지 동원해 세금도 잘 내지 않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뜻밖의 반박을 들을 때도 있다.
한 번은 회사 건물 내 확진자가 두어 명이 나왔음에도 출근 업무가 계속되었다는 어느 회사원의 푸념(?)에 "그게 자영업소였다면 아마 바로 문 닫아야 했을 거다"라고 말하자 "그건 비교가 안 되지, 이런 규모 있는 기업과 일개 자영업소를 어떻게 비교해?"라고 반박했다.
이에 필자는 "어차피 기업 종사자나 자영업 종사자나 모두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거 아닌가? 그 생계에 경중이 있다는 건가?"라는 말로 섭섭함을 전했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그들의 몰이해와 편견은 못내 씁쓸했다.
지금 자영업계에서는 '엑소더스(exodus, 대탈출)'가 펼쳐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1000여 명이 되기 바로 직전인 7월 초 이루어졌던 상담은 그 상황을 잘 설명해줄 예다.
상담자는 코로나 재난의 직격탄을 맞은 호프집 사장이었다. 집합제한과 영업제한으로 매출은 바닥을 쳤고 궁여지책으로 오후 10시 이후부터 늦은 새벽까지 밤잠을 줄여가며 배달로 영업을 확대했지만, 이미 배달 업계도 오래전부터 '레드오션'이 된 상황었다.
배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가 배달과 접객 장사를 다 하며 기존의 전문 배달업소와 경쟁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차라리 배달 전문업종으로 전업을 하여 가족관계까지 희생되는 새벽 장사는 그만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침몰 중인 접객업종에서 요즘 활황이라는 배달 전문업으로 탈출을 꿈꾼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수혜 업종이라는 배달 업계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배달 대행업 종사자들에게 물으면, 현재 배달대행 시장에는 전직 자영업자였던 이들이 꽤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에 더해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사람들까지 휴무일과 영업시간 외에 배달대행 기사로 투잡을 뛰며 하루 십수 시간 일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현재 비대면 시대에 수혜를 보고 있다는 편의점 사장, 치킨점 사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하게 켜진 '활황'이란 아이러니한 전광판이 동네에 새로운 편의점, 새로운 치킨점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일으킨 매출 중 상당액은 그 동네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어느 편의점, 치킨점의 '파이'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오늘도 정부와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보완된 정책을 발표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영업자 구하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옛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그 가난이 이런 천재지변에 기인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으며 당연히 무한정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오른쪽 철로에 있는 두 명을 살릴 것인지 왼쪽 철로에 있는 스무 명을 살릴 것인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정부는 자영업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 모두가 배달대행 기사가 될 수는 없다. 수 년 전, 필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주말 배달 기사를 해보겠다고 왔다가 스쿠터를 처음 타보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집으로 돌아갔던 어느 중년의 남자처럼 말이다.
정부는 퇴직자를 위한 재교육, 재취업과 관련된 기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하다못해 국가가 '인력 파견업' 역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더 큰 빚을 지고 자영업계에 돌아오거나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한 개인의 몰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 사실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다 - 흔드는 분노와 혐오의 정서가 '부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그들의 빈곤(상대적)은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그들의 자괴감은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더 큰 불안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l권성훈(giger)
rosua-자영업자들 도와줘야죠 우리사회가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그들의 생존권을 제한했으니까요. 세금이라는 것은 내는 사람들은 낼만한 사유가있어서 내는것이고 그것을 사용하는곳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사용하는것입니다. 별개의 문제인것이죠.
다만 굳이 한마디 토를 단다면 자영업자들중 일부가 무리하게 요구를 하는것은 자제해야합니다. 함께 살자고 도와드리는것이지 사회가,국가가 그분들의 소득을 책임져드릴수는 없는것이니까요. 모든 국민들이 이런저런 고통을 감내하는것처럼 자영업자 여러분들도 감내할 부분은 감내를 하셔야 합니다.
뻔돌이-정부의 영업제한 지시로 손실을 입었으면 당연히 보상해줘야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전국민에게 잔돈 나눠줄 여유있으면 정부명령 따르다가 손실입은 사람은 더더욱 먼저 챙겨야한다. 어느 특정 직업군을 갈아넣어서 버티는 이런 방역시스템은 오래갈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99****정신나간건가? 이 질문을 도대체 누가 하는건가? 그럼 왜 자영업자들을 일을 못하게 하는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직장인들을 직장에 다니지 못하고 1년이 넘도록 월급 못 받어면 생활이 되겠나 등ㅅ들아
식당등의 자영업자들은 빚을 지면서 버티고 있다 이 등ㅅ들아 도대체 머 하는 인간들인지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네 자영업자들 모두 자유롭게 장사를 할수 있게 하면 세금으로 도와줄 이유가 없지 자유롭게 장사를 하게 하면 이 질문이 먼 필요가 있겠나
무울한 -규모의경제.나라부도로.부익부.민익빈..사회전체가.포화상태..좁아진.일자리.왜.이럴까.대기업의납품업.중,소.기업..좋은기술력.빼앗는.행패...좁아진.일자리.나누기.,주52시간..바닥경제..돌리는.최저임금,이란.윤활제..자영업도..한번.생각해봐야..내,주고객이.누구였든가.사장님네가.아니라..많은것을.잃은.현재.방황하는.젊은이들.서민들이.주고객...영세상의마음가짐도.중.대기업..많이.가진자들..한번쯤.생각해봐야..받쳐주는.밑이.무너지면.바로위가.무너지고..그게.무너지면.또.그위..생각해볼사람들은..상위..20%,정도.
.sea-자영업은 자산이라도 많아 장사할 수 있지 돈 한푼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며 영세민은 누가 보호해주나?
Chung SO-@sea 자영업이 자산이 많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슨 헛소리인지... 설령 있었다고 해도 자영업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 쓰고 문이라도 닫으면 그 자산도 훨훨 날아가거든요? 자영업자들이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고생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가게열면서 투자한 금액이 문닫으면 그동안의 시간과 함께 빛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니까 하는 소리지.
서동욱-지r도 정도껏 합시다,,,,,대깨문임을 확인시키면 돈 많이주나보네....
tkadlft****@서동욱 이런 쓰레기 댓글 다는 인간들 보면 참 한심 스럽다.
정부의 영업 시간 제한에 협조하며 코로나 방역에 협조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당연한 일을 고작 지랄한다고 밖에 이해 못하는 인간들 이런 인간들 백이면 백 빨갱이를 입에 달고 사는 노답 인간들이다 .
다른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정부가 영업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자영업자에게 준 지원금이 우리의 몇 수 배에 달할 정도로 오히려 우리 정부의 지원금은 지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며,오히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정부 정책을 자신의 무지와 삐뚤어진 정치 이념으로 바라보며 비난만 일삼는 치졸하고 찌질한 인간들이 언제나 좀 없어지려나. 머리라는 것으로 생각좀 하며 살았으면 싶다.
기자 ‘뒷조사’에 현상금까지…언론 향한 ‘혐오’ 도 넘었다
자경단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기자 비리, 학폭 정보에 30만원 건다”
홈페이지에 기자 사생활 사진 게시… 이미 법적 절차 밟은 기자 있어
증오 마케팅 우려하는 목소리 커… “항의를 넘어 신변 위협하는 것”
“비리 있는 기자들을 조국 털 듯이 털어 기자 입에서 ‘기자질 못해먹겠네’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들어 기자사회를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보자는 게 의도다.”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아,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에 나선 사이트가 등장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이라는 홈페이지다. 뒷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이들이 대다수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따로 분류해 ‘조리돌림’하는 사이트는 있었지만 마이기레기닷컴은 기자에 대한 뒷조사를 현금으로 장려하며 언론 증오를 끝간 데까지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 운영진은 지난 3월 “코로나 때문에 본업이 힘들어졌다”며 홈페이지 운영 정지를 알렸지만 석 달 뒤 새 운영진이 재오픈 소식을 알리며 “기자 뒷조사를 해주실 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 문재인 정부에 비판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아,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에 나선 사이트가 등장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이라는 홈페이지다.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지난 5일 같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기자와 언론인은 단순히 민간회사 직원이 아니라 준공인”이라며 “앞으로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각종 제보를 받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면, 기자들에게 직접 조사를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중동 본사 앞에서 얼굴이 박힌 현상금 찌라시를 뿌리든, 시청에 전단지를 붙이든… 페북 광고를 하든…”이라고 덧붙였다. 제보 시 법무법인과 협의해 공개 범위를 정하고 오픈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1차 기레기 리스트를 정한다. 일단 1차로 리포트래쉬상의 1위부터 5위를 먼저 기레기로 선정해 현상금을 걸겠다”고 했다. 리포트래쉬는 주로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 비판 보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박제’해 분류한 사이트다.
이들은 제보를 A, B, C등급으로 나눴다. ‘A급제보’는 각종 비리,불법, 탈법, 위법 사항, 학교 폭력 등으로 30만원을 걸었다. ‘B급제보’는 경범죄, 방역수칙 위반 등으로 20만원을 걸었고, ‘C급제보’는 현재 사진, 과거 정보, 잡다한 제반 정보 등이다.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일단 현상금은 운영진 사비로 충당 되지만 언젠가 후원을 받아 현상금을 많이 올려서 좀더 고급정보가 들어올 수 있게 추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리포트래쉬 기준 상위 1~5위에는 보수매체 소속 기자들이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에서 이들 이름을 클릭해 살펴보면, 학력과 경력, 과거 논란거리, 기자 SNS 주소, 휴대전화 및 얼굴 사진 등이 공개돼 있다. 당장 잘못된 사실관계가 눈에 띈다. 1위로 기록돼 있는 김아무개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라 자회사 조선NS 기자다. 기초적 사실관계부터 잘못돼 이 사이트로 인해 무고한 기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명약관화하다.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그 밖의 기자에 관해서도 각종 신상 정보가 동의없이 게재돼 있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기자 개인 SNS나 온라인에서 확보한 정보가 바탕이 된 듯하다.
홈페이지에 ‘박제’된 일부 기자는 이미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27일 “이미 변호사를 통해 이들을 고소키로 했다”며 “먼저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는 이유인데, 본인들이 비판 기사로 기분 나쁜 것은 알겠지만 이번 건은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기사에 항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는 신변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이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이날 오전 “마이기레기닷컴은 명백한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 기자들을 범죄자처럼 낙인 찍고 있다”며 “오늘 남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수사 의뢰했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이른바 ‘혐오 비즈니스’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 후원도 요청하는데 그 투명성도 혼탁한 듯하다”며 “기사가 아니라 기자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언론 비평과도 큰 거리가 있다. 혐오가 언론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돼왔던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무고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범죄자로 지목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운영자는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마이기레기닷컴 역시 언론에 대한 대중 분노에 기대 자의적 판단과 기준으로 ‘기자 사냥’에 나서며 전근대적·반지성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마이기레기닷컴 운영진에 △이른바 ‘기레기’를 가르는 기준 △기자들 보도가 문제라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민·형사상 대응이 가능한데 따로 정보를 제보받는 까닭이 무엇인지 △마이기레기닷컴이 생각하는 ‘좋은 언론’은 무엇인지 등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김훈 “이 법의 발효 기다린 1년 사이, 800여명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시행과정 지켜보는 소회 밝혀
소설가 김훈씨가 2019년 5월27일 오전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이 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간에게 어떠한 고통이 사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이 전체의 이익과 전체의 행복을 말하는 담론은 파시즘을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에 대해 입법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소설가 김훈씨가 “이 법의 발효를 기다리는 지난 1년 동안(2020년 7월~2021년 6월·노동건강연대 집계)에도 노동자 800여명이 생업의 현장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며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고통’에 주목해달라고 20일 밝혔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시민넷)은 이날 김훈씨의 ‘개별적 고통을 생각하며’라는 글을 공개했다. 이 글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생명안전포럼 창립 1주년 토론회 ‘문재인 정부의 생명안전 정책 4년 평가와 과제’에서 머리 발언을 위해 김훈씨가 쓴 글이다. 그는 시민넷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김훈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을 앞두고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논의는 “인간 대 인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 당연한 논의가 이처럼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어렵게 전개되고 있는 배경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마도 기업이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는 인식일 것입니다. 이 같은 주장은 경제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어서 아니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노동의 주체성을 경시하는 사고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윤은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소중한 자산이지만 지금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과 억압의 토대 위에 기업의 상부구조와 지속적 이윤을 건설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대립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 대 인간의 문제이고, 인간과 물질의 문제이고, 인간이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설정하는 원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는 글에서 “사망자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사고의 중대성을 등급 매기는 사회적 관행은 생명을 물량으로 취급해서 사물과 동일시하는 몰인간적 인식일 것입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지켜보는 소회도 전했다. 김훈씨는 “사태가 어째서 이처럼 비극적인 규모로 켜져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수많은 논의가 거듭되었고, 이 파행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리나 우리는 이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민넷은 정부의 시행령안 중 ‘시민재해’ 부분을 검토한 결과 “전반적으로 법 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안전사각지대 문제와 재해 예방의 실효성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7가지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PD·기자 특권의식도 비정규 노동 운동 방해 요소 아닐까”
방송·영화 노조 활동가들 모여 “자, 큰 그림 그립시다” 한 목소리
과제는 “‘을’들 모두 모일 우산” 방송 비정규직 ‘공동 행동’ 고민
‘우리 안의 능력주의 타파’ ‘정규직 연대’ ‘일단 자주 보자’ 아이디어 나눠
“방송 비정규직들의 연대체?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미국엔 IASTE가 있지 않느냐.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종사자들이 하나의 노조로 모이는 큰 그림을 그린다. 문화·예술계 ‘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우산도, 꼭 필요하다.”
영화·방송·미디어계 노조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노동 운동을 두고 한목소리를 낸 과제가 있다. 다양한 분야·직군 종사자들을 공동의 목적 아래 하나로 아우르는 ‘우산’ 만들기다. 통합 노조든, 느슨한 연대 기구든 형식은 필요에 따라 다를 테지만, 소외된 자들이 서로 연대해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IASTE(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는 연극, 영화, 방송, 전시 등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술직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미국의 노조다. 홍태화 영화산업노조 사무국장은 “특히 영화와 방송 제작 현장의 노동환경은 거의 같다. 상영하는 매체의 차이, 2시간 짜리 영화냐, 1주일에 2시간씩 영화(방송)를 계속 상영하느냐 그 차이일 뿐”이라며 IASTE처럼 “방송,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의 노동자들의 하나로 모이는 노조”를 청사진으로 그린다고 밝혔다.
▲27일 저녁 6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 미디어 노동운동 5년, 앞으로의 10년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27일 저녁 6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 미디어 노동운동 5년, 앞으로의 10년은?” 토론회가 열렸다. 방송·미디어 노동운동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향후 10년을 전망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홍 사무국장을 포함해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이기범 언론노조 전략조직실장,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등이 모여 고민을 나눴다.
노동자성 인정 확대 만큼 방송사 꼼수 늘었다
‘지난 5년’이 특정된 까닭은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운동이 본격적으로 발을 뗀 시점이 2017년이기 때문이다. 2017년 CJ ENM의 고 이한빛 PD가 사망하며 방송 제작 현장의 열악함이 공론화됐고, 직장갑질119 활동가들의 주도로 ‘방송계갑질119’ 익명채팅방이 개설되면서 그동안 은폐됐던 방송계의 각종 불공정 계약과 노동법 위반 문제가 폭로됐다. 이를 계기로 모인 방송스태프들은 2018년 7월 ‘방송스태프지부’를 설립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이보다 8개월 전에 먼저 설립됐다.
이들은 5년 투쟁 동안 값진 결과를 얻었다.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이 대표적이다. 김기영 지부장은 “드라마 현장의 경우 모든 스태프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2019년 7월 고용노동부는 ‘조수급’ 드라마 스태프들에 한해 노동자성을 인정했지만 올해 초 한 드라마 촬영감독이 민사소송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감독급 스태프도 노동자라는 근거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노위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 판정 당일. 방송작가 조합원들이 환호를 하는모습.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영상 갈무리.
방송작가 현장도 마찬가지다. MBC 뉴스투데이에서 일한 작가 2명의 중앙노동위원회 승소 사례는 널리 알려졌다. 김한별 지부장은 “2015년께 외주제작사의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고, 지난해엔 JTBC의 뉴스작가가 퇴직금 진정 사건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이겼다”며 “프리랜서였던 청주방송의 고 이재학 PD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고, 청주방송 근로감독 결과 라디오 작가 2명도 노동자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보람을 느끼는 이면엔 고민도 크다. 언제까지 개개인이 “내가 이렇게 노동자처럼 일했다”며 법원에 호소해야 할 것인지, 이런 싸움이 이미 해석의 한계를 두는 법률가들 판단에 종속되는게 아닌지 등의 의문이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스스로 노동자성을 증명하는 싸움을 넘어서 사용자에 책임 묻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책임이 있는데 지고 있지 않은지를 제대로 얘기하며 투쟁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별 지부장도 개별 투쟁의 한계로 ‘방송사의 꼼수’를 지적했다. “한쪽이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방송사는 다른 작가들에게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변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1년 넘게 JTBC 아침뉴스 작가로 일했던 김 지부장은 퇴직금 진정을 내 JTBC와 다투고 있다. 그는 “원래 노트북을 비품으로 지급했으나 지금은 지급하지 않는단다. 비품 지급은 법상 근로자 지위 판단 기준”이라며 “올해 처음 도입된 JTBC 작가들 용역계약서엔 아예 ‘예술인이 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연차 수당,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영화는 종사자들 노동자성이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된 분야다. 2019년 대법원은 영화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확정했고, 2020년엔 미술감독·현장편집기사·촬영감독·녹음감독 등 감독급 스태프들도 임금 체불 형사사건 1심 재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홍태화 사무국장은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로 인정받는 세상이 와야 할 텐데, 정부나 여러 제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원한다. 이런 편협한 부분이 철페돼야 한다”며 “영화도 연출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이 아직 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2019년 서울 불광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영화노조와 ‘방송드라마제작현장 스태프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었다. 김두영 당시 방송스태프지부장(왼쪽)과 안병호 당시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사진=손가영 기자
영화·미디어 비정규직들 노조하기, 왜 어렵나
용역·파견노동자, ‘무늬만 프리랜서’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구조적으로 ‘노조하기’가 어렵다. 저마다 근무 장소가 다르고, 근무형태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으며 고용 자체가 불안정해 위축 효과가 크다.
홍 사무국장은 ‘경쟁’도 구조적으로 부추겨진다고 했다. 그는 “내 옆에 있는 스태프가 경쟁자다. 내가 보다 페이를 낮춰야 하거나, 함께 영화를 시작했지만 뒤에서 서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뭔가를 하게 되기도 한다”며 “전국 영화 학교가 91개, 매년 2700여명 신규 인력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저 영화 시켜만 주시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며 진입하는 이들이 많다.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옆의 동료와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계 비정규직들은 여론 형성도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방송사들이 보도 자체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한별 지부장은 “우리의 사측이 너무나도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삼성급이라고도 생각한다”며 “사회적 여론을 만드는데 방송의 힘은 정말 크다. 그러나 아무리 뭘 해도 가시화되지 않는다. 방송사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매번 다루지만 내부 문제엔 눈을 감는다”고 비판했다.
서로 간 연대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김한별 지부장은 ‘능력주의’를 꼽았다. 김 지부장은 “두 가지 능력주의가 있다. ‘나는 일을 잘하니 저런 부당한 일은 겪지 않는다’는 인식과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한건 일을 못해서’라는 자기 귀책”이라며 “이런 생각을 버리면 좋겠다. 노조는 사실 함께 잘살자고 얘기하는 곳인데, ‘우리 안의 능력주의’를 타개한다면 노조 조직과 연대 차원에서 한결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tvN 혼술남녀에서 신입조연출이 죽었다' 페이지 게시물. 고 이한빛 pd가 쓴 유서내용이 첨부돼있다.
▲이재학 PD 납골함 앞에 놓인 명예사원증과 명예노동조합원증. 사진=손가영 기자.
미디어 업계 정규직 ‘엘리트주의’ 비판 나와
김기영 지부장은 방송계 내 특유의 ‘엘리트주의’를 지적했다. 대표 정규직군인 기자, PD들이 다른 직군 종사자들과 자신을 위계적으로 구별하는 인식이 팽배하단 지적이다. 김 지부장은 관련해 언론노조에 “외주 PD나 작가들도 PD, 기자와 마찬가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정규직 조합원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노조 내에 비정규직 지부가 아무리 생긴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운동의 성장 조건으로 ‘정규직 연대’를 강조했다. 진 국장은 “얼마 전 상담한 한 프리랜서 노동자의 얘기다. 한 방송계 프리랜서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승소 기사를 보고 평소 친한 정규직 선배에게 상의했더니 비난을 받고 ‘이기지 못할 것’이란 답을 들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이 방송을 만들지만 계약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료로 여기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노조에) 고민하는 활동가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지만 상황은 바뀐다. 공허한 말을 반복하는 것으론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 ‘미디어공제회’를 고민 중이다. 공제회는 쉽게 말해 회원이 경조사, 건강검진, 소액 신용대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호부조 기구다. 노조를 설립하기 어려워 당장 단체교섭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키 어려운 노동자들이 공제회를 통해 생활 속 연대를 형성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언론노조는 이를 위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태일재단 등의 시민단체와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을 꾸렸다. 미디어공제회는 내년 5월1일 설립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기범 전략조직실장은 “산별 노조와 정부, 사용자측의 재원 투입으로 공동 기금 마련해 이를 기반으로 공제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이 힘으로 공동체를 보다 튼튼히 하고, 최저임금 및 생활임금투쟁을 포함해 산별노조에서 함께 사회적 의제를 내세우며 투쟁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린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의제와 관련해 조합원 교육이 이뤄지느냐는 물음에 이 실장은 “기본적으로 두 달에 한번 정도 노조 간부를 교육하는데 그때 비정규직 문제를 계속 각인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언론직종이 가장 관련 교육이 잘 되지 않는 조직 중 하나일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으로 체화되는 게 늦은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지점들이 있다.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현안도, MBC노조와 당연히 소통하고, 문제 지점들을 계속 얘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방송스태프 노조 준비위원들이 처음 모였을 때 회의 내용을 정리한 메모. 개선이 필요한 사항, 요구조건 등이 A4 빼곡히 적혔다. 사진=방송계갑질119
“같은 우산 쓰고 장대비와 싸우자” “일단 많이 만나자”
비정규직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자들의 연대는 어떻게 강화해나갈 수 있을까. 김한별 지부장은 “구체적인 공동의 목표”를 말했다. “방송계 종사자들은 방송사를 사용자로 두는 등 공통점이 많다”며 “방송사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오는 활동을 같이 해본다든지, 방송법 개정 활동을 같이 해본다든지, 목표가 명확하고 구체적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홍태화 사무국장은 “우산을 같이 쓰자”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 연기자, 무용, 웹툰, 음악 등 문화·예술계 노조 및 종사자 단체 13개가 2017년 구성한 ‘문화예술노동연대’를 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국장은 “2019년 미국 IASTE 노조가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두고 교섭을 시작했다”며 “결국 방송이든 영화든 OTT와 멀어질 수 없다. 같이 힘을 합해서 자본과 싸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우산을 같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직군 간 비교 금물”을 강조했다. 진 국장은 고립되거나 소규모로 흩어져 일하는 특성상 “방송 비정규직들이 자신이 처한 열악함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직군과 비교를 잘 하는데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서로 만날 기회가 없어서다. 방송 비정규직들이 더 많이 만나 소통할 기회를 우리가 만들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류를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업무를 줄여보자”고 제안한 이기범 실장은 “여기 계신 분들부터 (노조 하느라) 가장 바쁘고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는 분들”이라며 시간을 내 교류를 늘려가자고 제안했다. 김기영 지부장도 “정기모임을 정례화해 의무적으로 만나보자”고 동의했다./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가학성·선정성…채널A ‘강철부대’가 남긴 것
[방송모니터위원회] 부상반복, 안전불감증, 비속어, 불공정미션, 성고정관념 개선해야
<강철부대>는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으로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해 2021년 3월23일부터 6월22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방영했습니다.
<강철부대>는 제707대테러특수임무단(707), 군사경찰특임대(SDT),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해군특수전전단(UDT), 해군해난구조전대(SSU), 해병대특수수색대(해병대) 등 모두 6개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최고 특수부대를 가려내는 콘셉트 프로그램입니다. 기존 군대식 예능과 달리 각 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참여했으며 특수부대 간 경쟁이 최초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기대와 호응을 한 몸에 얻었습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1화부터 14화까지 <강철부대> 모니터를 통해 최고 특수부대를 가려낸다는 취지 아래 예능에서 특수부대를 어떻게 소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1. 부상 반복되는 가학적 미션 : 사람은 강철이 아니다
반복된 부상으로 증명된 가혹한 대결
<강철부대> 첫 화에 등장한 <최강 대원 선발전-2라운드 장애물 각개 전투>는 3단계 미션으로 후방포복으로 철조망 극복 → 40kg 타이어 들고 500m 이동 → 10m 외줄 올라가 종을 치면 끝나는 경기였습니다. 부대별로 1인이 참여해 4인이 조를 이뤄 경쟁했으며 선착순 2명이 선발되는 미션입니다. 3조 경기에서 10m 외줄을 오르던 중 UDT 육준서 대원이 팔에 힘이 빠져 10m 높이에서 추락했습니다. UDT 육준서 대원은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하며 고통을 호소했고 탈진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막에도 ‘긴급 상황’이라고 명시될 만큼 위험한 상태였으며 마스터라 불리는 안전요원과 의료진이 건강 상태를 물어보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해병대수색대 정훈 대원도 미션 도중 발목에 부상을 입어 긴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 3월30일 강철부대 제1화 ‘최강대원 선발전-2라운드 장애물 각개 전투’ 중 부상입은 대원들
그런데 부상으로 경기가 어려운 대원들에게 마스터(MC) 최영재 씨는 재도전 의사를 물었습니다. 조별로 2인이 선발되는 미션인데, 성공한 대원이 1명밖에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다른 대원들은 “굳이 왜 재경기를 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하면 안 될 것 같은데”라고 걱정하는 내색을 비췄지만, 마스터 최영재 씨는 “실패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거다”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였다고 전했습니다. 3명의 대원 중 2명이 부상한 상황이었으나 결국 경기는 재개됐고, 대원들이 중도 포기하며 미션은 끝났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MC들은 “멋있다”, “대단하다”고 포장했지만, 추가 사고 발생도 가능했던 가혹한 미션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 4월6일 강철부대 3화 ‘IBS 침투 작전’ 중 부상 입은 SDT 이정민 대원
대원들의 부상은 다음 방송에서도 계속 등장했습니다. 3화 은 IBS라는 소형 고무보트를 이용한 미션으로 IBS가 있는 곳까지 전력 질주 → IBS 들고 이동 → IBS 타고 바다로 진수 → 바닷속 더미(인간모형) 구출 → 육지로 복귀해 결승점까지 더미를 이송하는 미션입니다. 100kg에 달하는 IBS를 들고 이송하는 자체로도 어려운 일입니다. IBS에 익숙지 않은 SDT 이정민 대원은 이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입었습니다. <강철부대>는 이번에도 경기 중단이 아닌 참가자의 인내심을 강조한 방송을 이어갔습니다. 어깨 통증을 가하는 미션이 계속되자 SDT 이정민 대원은 “어깨가 너무 아파요”라고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 중단을 반복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이정민’, ‘포기란 없다”는 자막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SDT 이정민 대원의 정신력으로 SDT는 결승선에 도착했지만, 어깨 부상은 이후 미션에도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습니다.
대원들의 부상은 계속됐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에서는 해병대 이종혁 대원이 손가락 상처를 입었으며 7화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에서는 SDT 강준 대원이 뒤꿈치 부상을 입었습니다. 대원들의 반복되는 부상은 미션이 강인한 부대를 가려내는 게 아니라 가혹한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제작진들의 안전 불감증
3화 인명구조 미션에서는 과도한 경쟁에 집중한 나머지 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장면도 등장했습니다. <최강대원 선발전–3라운드 혹한기 인명구조>는 영하 3도 추운 날씨에 100m 야간 바다 수영을 한 후 더미(인간모형)를 구출해 원래 지점으로 돌아오는 미션이 진행됐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이게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 설마...”, “이걸 진짜 입수한다고? 진짜 이건 좀 미쳤다”라는 대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방송되기도 했지만, 미션은 강행됐습니다.
▲ 4월6일, 안전장비 없이 영하의 날씨에 야간 바다 수영 미션을 강행한 채널A ‘강철부대’
‘수상레저안전법 제21조(야간 수상레저활동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해진 후 30분부터 해뜨기 전 30분까지는 수상레저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바다에선 물에 빠지면 구조도 어렵고 특히 이안류 같은 파도에 휩쓸리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션은 그대로 진행됐고 대원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멀리까지 헤엄을 치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이 계속됐습니다. 추운 야간 바다 미션은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이고 출연자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치는 무리한 경쟁입니다.
그 밖에도 <강철부대>는 SDT처럼 수상훈련을 하지 않는 부대에 구명조끼도 제공하지 않고 수상 미션을 수행하게 했으며, <야간 연합작전>이나 <서울함 탈환작전> 등에서 대항군(미션 상대)에는 헬멧을 지급했지만, 정작 미션에 임하는 대원들에게는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안전장비를 소홀히 한 채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예비역 상대로 현역보다 어려운 미션 강행
<강철부대>에 출연한 24명의 대원은 현역 장병이 아닌 예비역으로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입니다. 특수부대 출신이지만 전역 후 삶에 따라 체력유지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미션은 수행하기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또한, 어떤 경쟁도 안전은 가장 우선돼야 할 요소입니다. 그러나 <강철부대> 제작진들은 ‘강철’이라는 단어에 심취해 대원들의 안전보다는 과한 경쟁을 부추겼으며, ‘군인다움’이란 표현으로 포장했습니다.
톱스타뉴스 <“너무 가학적”… ‘강철부대’ 707 임우영, 미션 중 기절→네티즌 반응 보니?>(6월16일 김현서 기자) 기사에 네티즌들 역시 “대테러 미션 몇 개 빼고는 데스매치며 미션들이 전부 가학적이고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인정신은 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부상을 입고, 극복해야 가능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대원들을 큰 부상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강철부대>의 가학적인 미션은 반복됐습니다.
▲ 3월30일과 4월13일, 과도한 강철부대의 훈련에 대해 발언하는 대원들
실제로 대원들은 <강철부대>에서 했던 미션을 두고 현역 때보다 훨씬 훈련 강도가 세다고 직접 인터뷰에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미션은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정신력 싸움’이라는 말로 미화됐습니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로 팀의 승리에 도움을 주지 못한 대원들은 팀원들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잘못은 과도한 미션을 계획한 제작진에게 있는데 말이죠. <강철부대>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은 대원들을 그저 프로그램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액션 연기자로 취급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2. 지나친 노출에 비속어 사용까지 선정성 논란
‘체상가 피셜’ 몸 평가로 결과 예측
<강철부대> 1화에서는 대원들과 MC들이 스튜디오에서 첫 만남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MC 김성주 씨는 “겉모습만 봤을 제일 약해 보이시는 분은”이라며 특정 대원을 가리켰습니다. 외양만으로 강함과 약함을 판단해 약해 보이는 사람을 열등한 대상으로 다룬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웃는 다른 대원을 비추며 ‘비웃음’이란 자막을 넣어 조롱의 대상화까지 일어났습니다. 약해 보인다는 발언을 들은 대원의 멋쩍은 웃음은 시청자도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대원들 간 인사 뒤 이어진 ‘턱걸이 경기’에서는 한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상의 탈의가 연출됐습니다. 이어 시작도 안 한 턱걸이 경기에 “1:0으로 이기는 중”이란 자막과 함께 신체 겉모습 평가가 다시 반복됐습니다.
▲ 3월23일, 겉모습만으로 출연자들의 체력을 판단한 채널A ‘강철부대’
<강철부대> 1,2화 <최강 대원 선발전–1라운드. 참호격투>는 강원도 고성 해변에서 영하 5도 날씨에 상의를 탈의한 채 진행됐습니다. <참호격투>는 군대식 근접 전투 훈련으로 진흙탕에서 몸싸움으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미션입니다.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아도 가능한 대결이지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대원은 추운 날씨에도 상체를 드러냈습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노렸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MC들은 ‘체상가 피셜’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대원들의 몸 평가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 3월30일 대원들의 몸 평가와 함께 개인 신상정보를 자세히 방송한 채널A ‘강철부대’
2화 <참호격투> 중에 옷을 탈의하지 않은 SDT 이정민 대원을 보며 MC 김성주 씨는 “이정민 탈락 후보, 아이 또 뭘 또 티를 입었어 또 런닝셔츠를 입었어 왜 또”라고 발언했습니다. 김성주 씨는 이정민 대원이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탈락할 것이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참호격투> 경기 내내 몸이 좋은 대원은 “압도적인 체구”, “우락부락” 등 자막과 함께 MC들의 감탄이 이어졌지만, 몸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대원은 “가장 작은 체구의 특전사” 등 자막과 함께 MC들의 웃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MC 김성주 씨는 “비주얼 딱 보면 알아요”라며 반복적으로 대원들의 몸을 평가해 탈락자를 가려냈습니다.
성희롱에 부족한 인권 감수성까지
성별과 관계없이 방송과 관련 없는 지나친 노출과 외모 평가는 지양해야 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 ③’은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철부대> 속 노출과 몸 평가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7화 <육탄전-참호 격투 대장전>에서도 대원들은 거리낌 없이 상체를 노출하며 참호격투에 참여했고, MC들도 또다시 대원들의 몸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10화에서는 휴식을 위해 찾아간 폭포에서 SDT 대원들이 입수를 위해 상의를 벗었습니다.
뉴스핌 <방송통신심의위, 방송통신심의위, ‘숨바꼭질’·‘런닝맨’에 주의 조치… “남성 성희롱 정당화 우려”>(2019년 1월8일 양진영 기자)와 뉴스엔 <방심위, 외모 비하 내용 방송 ‘나혼자 산다’에 권고 결정>(2019년 2월14일 박수인 기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함에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남성의 나신(裸身)이나 속옷을 노출케 해 자칫 남성에 대한 성희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으며 “타인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며, 제작진이 인권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철부대>처럼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콕 집어, 열등하고 조롱받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시청자에게 잘못된 일반화를 심어줄 수 있으며 조롱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도 큰 상처입니다. <강철부대>가 방송 초반부터 신체 차이만 부각하고 인권은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비속어, 군인정신 보여주는 장치?
<강철부대> 속 대원들은 자신이 복무한 부대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펼쳤습니다. 최강의 부대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미션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었는데 극한 경쟁이 심화할수록 대원들은 흥분한 모습을 보였으며 비속어 사용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 대원들의 비속어를 XX 표시해 자막으로 반복 보도한 채널A ‘강철부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월30일, 4월13일, 4월27일, 5월4일, 6월1일, 6월8일)
오히려 <강철부대> 제작진은 대원들의 비속어 사용을 투지나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에서 각 부대원은 힘을 합쳐 250Kg 타이어를 300m 떨어진 목표 지점까지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전사 박도현 대원은 “으아! X도 없네!”라며 소리쳤고, 특전사 정태균 대원도 “밀다 죽어! XX”이라고 맞장구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6화 <대테러 구출작전>에서 특전사 박도현 대원의 “X 됐다!” 발언은 팀별로 긴박하게 이뤄지는 미션에서 팀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됐으며, 11화 <가로림만 개척작전>에서 SSU 정해철 대원이 “야, XX, 이 XX 들어, 태워”라고 한 비속어는 갯벌로 체력적인 한계가 온 지친 동료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방송됐습니다.
“그래 욕해야 돼” 비속어 사용 정당성 부여
비속어 사용에 무감각한 모습은 MC들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4화 <데스매치-250kg 타이어 뒤집기> 경기 중 무거운 타이어를 들면서 비속어를 사용한 대원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 김희철 씨는 “그래 욕해야 돼. 그래야 힘 나”라며 대원들의 비속어 장면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13화 <최전방 보급작전> 미션 중 무거운 트럭을 밀고 있던 SSU 정성훈 대원은 팀원들에게 힘내라고 격려하며 “이긴다. XX 다 이겨 XX. 지면 안 되잖아. 자, 힘내. 힘내. 잡았어. 잡았어. XX” 등 계속 비속어를 뱉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MC 김희철 씨는 “정성훈 님이 진짜 각성해서 나타나 가지고”라며 두둔했는데, 김성주 씨 역시 “예, 앞에서 파이팅을 잘 해주고 있는데요. 팀장 역할 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욕설을 섞어가며 발언하는 것에 대한 우려 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강철부대>는 대원들의 욕설 장면을 투지를 보이는 악바리 정신으로 이용해 방송에 계속 등장시켰습니다. 녹화방송이기 때문에 삭제가 가능한 장면이지만, 매번 방송마다 대원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편집 없이 반복 등장했습니다. 뉴스엔 <‘강철부대’ PD “육준서, 방송과 실제 모습 같아…리얼한 편집에 초점”>(4월21일 김명미 기자)에서 <강철부대>를 연출한 이원웅 PD는 출연한 대원들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장 그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리얼리티에 가까운 모습 위주로 편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철부대> 속 대원들이 비속어를 반복 사용하는 모습이 어떤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리얼리티’에만 초점을 맞춘 편집이었습니다.
편집 가능한 비속어 장면, 부정적 이미지만 남겼다
<강철부대> 제작진의 비속어 편집에 대한 미흡한 조치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속어가 그대로 방송에 나오진 않지만 이를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자막을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편집됐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 51조(방송언어)’에 따르면 ③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프로그램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엔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강철부대>가 비속어 사용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게다가 <강철부대>는 ‘15세 이상 시청가’입니다.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5세 이상 시청가’ 언어는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악의 없는 욕설이나 비속어, 은어, 조어 등이 반복적으로 표현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강철부대>는 반복되는 비속어를 편집 없이 계속 방송함으로써 군의 품위유지를 훼손했음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강철부대>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대를 한껏 받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속어 편집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3. 체력만 강조되거나 특정부대에 유리하거나
체력 중시된 미션, 신선한 건 간판뿐
<강철부대>는 최고 특수부대를 가린다는 콘셉트로 각 부대의 강점과 특수성이 프로그램에 잘 드러날 것으로 시청자들은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미션 대부분은 각 부대의 차별점이나 특징을 보여주기엔 부족했는데 전술 대결이 아닌 체력과 힘에 승패가 좌우되는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철부대>에서는 <최강대원 선발전-참호격투>부터 마지막 <작전명 이사부>까지 총 20개 미션이 진행됐는데 체력이 중시된 미션은 12개입니다. 사격을 제외한 다른 미션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요구된 점을 고려한다면 체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 미션은 16개, 80%에 달합니다.
▲ 체력 중시 여부를 기준으로 ‘강철부대’ 미션을 분류한 결과.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군인에게 강인한 힘과 체력은 매우 기본적인 필수요건입니다. 하지만 기존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과 다를 바 없는 ‘체력’만 강조한 미션은 ‘특수부대’라는 타이들이 무색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어도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승리할 수 있는 미션의 반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은 매번 등장하는 군장과 타이어, 참호 미션으로 어느 부대 예비역 출연자가 전역 후 얼마나 몸 관리를 잘했는지만 확인한 셈입니다. 시청자가 기대한 건 각 특수부대 특징과 강점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드러낼 미션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했다면, 대한민국 특수부대를 소개하기에 더 좋은 콘텐츠가 됐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정 부대에 유리한 미션, 공정성 논란
<강철부대>의 또 다른 문제는 미션이 특정 부대에게 유리하도록 구성돼 공정한 경쟁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최강대원 선발전–3.혹한기 인명구조>,처럼 수중 미션의 경우 SSU‧UDT 같은 해군 부대가 강점을 드러냈고 <대테러 구출작전>, <서울함 탈환작전>, <작전명 이사부> 등은 대테러 임무를 맡은 707‧UDT가 유리했습니다.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의 경우에도 군장 훈련을 한 UDT에 비해 처음 군장을 메어 본 SSU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미션입니다.
각 미션이 특정 부대에 유리했다는 것은 10화 <미션 쟁탈전>에서 확인됩니다. <미션 쟁탈전>에서 1위를 한 부대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미션을 선택할 수 있는 베네핏이 주어졌습니다. MC들도 “너무 세다”며 베네핏이 강력하다고 입을 모았고, 참여한 대원들 역시 “이건 무조건 이겨야겠다. 무조건 우리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엇갈린 평가의 '강철부대', 용두사미 되지 않으려면>(5월24일 이준목)은 제작진이 “각 부대의 고유 임무와 전문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완벽하게 공평한 미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제작진 스스로 미션 구성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철부대>가 편파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각 부대의 특성을 고르게 발휘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4. 강철부대 속 여성의 역할은?
▲ ‘강철부대’ 출연진 중 츄 씨는 유일한 여성이다 (3월23일)
여성 MC는 리액션 전문?
<강철부대>는 스튜디오에서 MC들이 특수부대원들의 각종 훈련과 미션 장면을 지켜보며 대화를 통해 우승팀을 예측하고 응원하는 관찰 예능입니다. MC는 김성주, 장동민, 김희철, 김동현, 츄, 최영재 6명으로 구성됐는데 눈에 띄는 인물은 유일한 여성 MC인 아이돌 그룹 ‘이달의 소녀’ 츄 씨입니다.
강철대원 24명과 MC 6명, 총 30명의 출연진 중 홍일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츄 씨에게 주어진 역할은 ‘연약함’, ‘귀여움’ 뿐이었습니다. 6화에서는 <데스매치–40kg 군장 산악행군 10km>에서 대원들이 메던 40kg 군장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체험했습니다. MC들은 40kg 군장을 시도할 첫 시범자로 츄 씨를 추천했습니다. 츄 씨가 군장을 들자 “츄의 힘으론 들어 올릴 수조차 없는 무게”란 자막이 등장했는데, 군장을 드는 남성 출연자들의 강인함을 증폭시키는데 츄 씨가 이용됐다고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 ‘강철부대’에서 츄 씨가 등장한 장면 (왼쪽부터 4월27일, 5월11일)
또한, 츄 씨는 남성들의 설명을 듣는 대상으로 주로 그려졌습니다. 예비역으로 구성된 남자 MC들은 미션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언하는 것에 비해 츄 씨는 “아~ 정말요”, “우와~” 등 리액션이나 감탄사를 내뱉거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표현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8화 <야간연합작전>에서 미션에 참가할 대원이 팀별 5명으로 제한되자, 스튜디오에 있던 MC들도 어떤 대원이 선발될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김성주, 김희철, 장동민 씨는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지만, 츄 씨는 이번에도 고민하는 모습과 감탄사만 방송되는 데 그쳤습니다. 김희철 씨가 츄 씨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지만, 츄 씨의 대답은 무시된 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성 고정관념 재생산 우려
츄 씨는 군 복무 경험이 없으므로 다른 MC와 비교해 군대나 군 훈련을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츄 씨가 군 경험이 없는 시청자와 같은 입장에서 <강철부대> 미션의 이해를 돕고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맥락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힘과 체력 등의 강인함은 남성 전유물이며, 여성은 연약한 존재로 나타나는 성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습니다. 군대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강함’과 ‘약육강식’으로 대변되는 소위 ‘남자의 세계’이자 남성의 강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일한 여성 MC인 츄 씨에게 성 고정관념이 연상되는 역할을 부여한 점은 분명 아쉬운 지점입니다. 여성 MC의 숫자를 늘리고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여성도 출연시켰다면, 구시대적 성 역할을 탈피한 방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철부대> 시즌2를 기다리며
시청자들은 경기 탈락 이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대원들의 모습과 부대와 상관없이 서로를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에서 감동했습니다. 예비군이지만 대원 모두가 각 부대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체력적인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대원들의 최선과 비교해 <강철부대> 제작진이 드러낸 한계는 명확합니다. 미션은 공정하지도 부대의 특수성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가학적이었으며, 대원들의 안전은 무시된 채 진행됐습니다. 비속어와 노출 장면은 편집 없이 ‘리얼리티’만 강조돼 그대로 방송됐고, 여성 출연자의 역할은 응원에 그쳤습니다.
방송이 군을 상업적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군’의 특수성을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사용하며 폭력을 상품화하고 부대를 서열화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강철부대>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시즌2는 이전 문제를 개선해 더 발전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3월23일 ~ 6월22일 채널A <강철부대> 1 ~ 14화
출처 : 미디어오늘/민주언론시민연합
선진국발 ‘부스터샷’, 그 많은 백신은 어디서 왔을까?
한 국가 차원에서 부스터샷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달라진다. 선진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추가 접종은 다른 나라의 백신 물량 감소를 의미한다.
7월30일 이스라엘 라마트하샤론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AP Photo
코로나19 백신을 세 번 접종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백신을 맞고 일정 기간이 지나 보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이다.
미국은 8월13일부터 면역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에 들어갔다. 장기 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고 있거나 항암 치료 중인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부스터샷 대상자를 성인 인구의 3% 정도로 추산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9월부터 면역 취약층과 고령층, 요양병원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세 번째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7월12일 면역 취약층을 시작으로 부스터샷 접종 대상자를 확대해왔다. 7월30일부터는 2차 백신접종 후 5개월이 지난 60대 이상 고령인구가, 8월12일부터는 50세 이상이 백신을 맞고 있다. 8월16일 부스터샷 접종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언젠가 부스터샷이 필요하리라는 전망은 초기부터 있었다. 예방접종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면역반응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백신접종에서 앞서가던 국가들이 부스터샷에 착수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백신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유행이 재확산되고, 전파력이 한층 높은 델타 변이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8월16일 미국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는 ‘이스라엘의 엄한 경고:예방접종이 델타 변이를 둔화시키지만 물리치지는 못한다’라는 제목으로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접종 데이터들을 정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빠르게 접종에 들어갔고, 단일한 백신(화이자)을 사용하기에 시간에 따른 백신 효능의 변화를 알아보려는 전 세계 방역 당국의 눈길이 쏠리는 곳이다. 지난 7월 이스라엘 의료서비스 업체인 매카비 헬스케어서비스(MHS)가 발표한 ‘프리프린트(동료 평가를 마치지 않은 논문)’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4월 접종자들에 비해 돌파 감염의 위험이 2.26배 더 높았다. 단, 대체로 면역반응이 약한 고령자들이 초기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이언스〉는 이스라엘에서 돌파 감염이 더 이상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전했다. 8월15일 기준 이스라엘에서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514명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층으로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었다. 생물정보학자인 우리 샬릿 이스라엘 공과대학 교수는 “이스라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백신은 효과가 있지만 충분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라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이 점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8월1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9월 중순 이후부터 면역 취약층뿐만 아니라 백신접종 이후 8개월이 지난 사람들까지로 부스터샷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예방접종 데이터가 이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정부는 8월13일 화이자와 2022년 사용할 백신 물량 3000만 회분을 계약했다. 방역 당국은 구체적인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돌파 감염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에서도 부스터샷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중요한 건 백신 부스팅이다. 요양 시설 입소자처럼 2~3월에 우선순위로 접종을 받은 분들의 경우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보호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됐다. 전국민 2차 접종을 마치면 11월부터는 고위험군 부스터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9월까지 부스터샷 중단해달라”
한 국가 차원에서 부스터샷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진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1회 추가 접종은 다른 나라에 돌아갈 백신 물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미 백신접종률은 나라별 경제력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위 그림 참조). 8월16일 기준 고소득 국가는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이들이 인구의 60%에 육박하지만 최빈국은 1.3%에 그친다.
극단적인 백신 불평등 속에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의료진과 고위험군을 보호할 백신 물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 출신인 우간다의 크리스 보리오먼시 장관은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돈이 있어도 백신을 구할 수가 없다. 이것은 백신에 대한 접근성과 형평성에 대한 도전이다. (이미 백신을 가진) 서구 세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서구 세계는 자신들의 인구에만 집중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스터샷 접종을 최소 9월 말까지는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WHO는 9월까지 전 세계 인구의 최소 10%가 백신을 맞게 하자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인도적인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팬데믹 대응 측면에서도 백신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백신 공급에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최적의 결정을 해야 한다. 선진국에 부스터샷을 하는 것과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보급하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여러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인구가 많을수록 변이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비행기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 비유하고 싶다. 선진국이 앞자리, 저소득국이 뒷자리에 타고 있다면 부스터샷은 앞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자기는 출구에 가까우니 금세 탈출할 거라 생각하고 얼마 안 되는 소화기로 앞에 남은 잔불을 끄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쪽의 큰 불을 끄지 못하면 결국 그 비행기는 추락한다. 이 때문에 IMF나 월드뱅크에서도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을 강조한다(장영욱).”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해 유행을 통제하고 변이 출현을 막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박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시나리오는 백신 생산량 증대다. 유니세프의 ‘코로나19 백신 시장 대시보드’에 따르면 현재 출시돼 있는 백신들로 한정하더라도 2022년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은 226억 도스로 집계된다.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까지 포함하면 424억 도스까지 늘어난다. 제약사들의 생산 계획을 100% 신뢰할 수는 없기에 실제 생산량은 더 적을 확률이 높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공급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부스터샷이 확대되면서 선진국들이 인구수를 훨씬 뛰어넘는 물량을 계약한다면 해가 바뀌어도 백신 불평등 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수 있다./시사인 김연희 기자
시민단체인가 관변단체인가, 갈림길에 선 시민운동
[손호철의 발자국] 69. 서울 통인동 : 한국시민운동,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
'참여연대정부'. 문재인 정부에 붙은 별명 중의 하나다. 조국(전 민정수석,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 주중대사), 김상조(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연대 출신이 문재인 정부의 요직에 다수 포진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뒤인 2018년 <중앙일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와 내각 등에 참여연대 출신이 6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로에서 낙산공원 쪽으로 들어가면 주택가의 한 골목 입구에 작은 표시판이 있다. 골목 안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경실련'이라고 쓰여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국내 최초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나타났다. 시민단체, 시민운동은 무엇이며, 언제 어떻게 나타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권력기관이 됐는가?
▲ 대학로 뒷편에 위치한 경실련 사무실 ⓒ손호철
<땅 :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 김태동 당시 성균관대 교수가 1990년 출간한 책이다. 부동산 광풍과 LH 사태로 난리가 난 지금과 비슷하게,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투기와 불로소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1989년, 김태동 교수 등은 불로소득을 봉쇄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평화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한다는 목적으로 경실련을 만들었다. 물론 YMCA 등 '넓은 의미의 시민단체'는 그전부터 존재했지만, '시민운동'을 목표로 생긴, 좁은 의미의 시민단체는 경실련이 처음이다.
▲ 경실련 마크와 안내판 ⓒ손호철
경실련이 등장한 것은 부동산 투기 이외에도 또 다른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것은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을 주도해온 '민주화운동'의 분화다. 민주화운동은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거치며 진보운동이 복원되면서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노동운동 등 기층민중계급에 기반한 '민중운동'과 자유주의적(리버럴)인 '중산층 민주화운동'이 연대해 왔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에 따른 직선제 개헌 쟁취 후, 특히 6월 항쟁에 이은 '7·8월 노동자대투쟁' 이후(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 16. 울산 87년 노동자대투쟁, <프레시안> 2021년 4월 12일자 참조), 민주화운동이 분화되기 시작했다. 중산층 등은 노동자대투쟁에 나타난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실련으로 상징되는 시민운동은 이 같은 중산층의 반응이었다.
▲ 민주화운동의 분화와 시민운동의 등장을 촉진시킨 1987년 노동자대투쟁. 울산노동역사관 1987 제공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최초의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출범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같은 계급이나 기층민중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민중운동'과 구별되어 1980년대 말 등장한 '시민이 중심이 되는 운동'이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시민'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아니면 그 조합원이 될 수 없지만, 시민운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제는 서울시 교육감이 된 조희연 교수는 학자 시절 시민운동의 특징을 민중운동과의 차이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시민운동은 1) 민중운동에 대립되는 중산층 운동이며 2) 급진적 이념이 아니라 온건한 합리적 이념에 기초해 있고 3) 체제타파적이 아니라 체제 내의 개혁운동이고 4) 민중 중심이 아니라 시민 중심의 운동이고 5) 제도외적 수단이 아니라 제도적 수단에 의존하는 운동이다.
특히 초기 시민운동의 경우 주류 언론의 지원 속에 민중운동과 각을 세우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경실련이 출범한 뒤 5년 뒤인 1994년, 경실련보다는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참여연대가 박원순, 조희연 등이 중심이 되어 출범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1998년 정부로부터 일절 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단체로 자리 잡았고, 2020년 현재 1만5000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2004년에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협의 지위를 획득했다.
▲ 경실련과 함께 진보적 시민운동단체로 출범한 참여연대 사무실 ⓒ손호철
1990년대~2000년대는 시민단체가 폭발한 시기이다. 참여연대처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모두 다루는 종합적 시민단체만이 아니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단체는 원래 1987년 창립됐다)과 같은 여성단체, 인권운동사랑방과 같은 인권단체,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환경단체, 문화연대와 같은 문화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와 같은 언론단체들이 생겨나거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도 지역에 기반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생겨났다. 2001년에는 이들 시민단체들 간의 협력과 조율, 공동투쟁을 위해 500여 개의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시민단체연대회의를 창립했다. 또 광우병 투쟁, 박근혜 탄핵 촛불운동 등이 보여주듯이, 민중운동과의 (제한적인) 연대도 생겨났다.
▲ 환경운동연합의 반환경후보 낙선운동 ⓒ환경운동연합자료
시민단체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통념은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은 '개혁적', '진보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뉴라이트 운동, 태극기부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시민단체'이지, 정부기관도 민중단체도 아니다. 미국의 극우단체인 KKK도 시민단체이다. 물론 시민운동이 초기에는 개혁적, 진보적 단체들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보수세력의 경우 분단 후 수십 년 간 국가권력을 독점해 왔기 때문에 시민단체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반공단체 등 형식적인 시민단체들이 존재했지만,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정부와 연결된 '관변단체'였다.
보수적 시민단체들이 급속히 생겨난 것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특히 2000년 남북정상 회담 이후다. 자유주의(리버럴) 세력에게 권력을 잃은 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전향적 대북정책 등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세력이 바른사회시민회의, 시대정신,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을 만들었다(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비판하지만,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좌파'는커녕 '진보(progressive)'도 아니고 미국의 민주당 비슷한 '리버럴'이다).
▲ 시민운동이 모두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극우적 시민단체'들의 태극기 집회 ⓒ프레시안
시민단체가 한국정치,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은 계속 구설수에 시달려 왔고 특히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 그 중심에는 감시를 해야 하는 정부와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즉 그 중심인물들이 감시해야 하는 정부에 들어가면서 시민운동의 핵심이 '중립성' 내지 '비정파성'에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너무 많은 참여연대 출신이 들어가 생겨난 '참여연대정부'라는 비아냥거림이 대표적인 예지만, 시민운동 초기인 김영삼 정부 초기에 이미 정성철, 안병영, 이수성 등 경실련 인사들이 입각해, 경실련이 '정치단체화'되었다는 비판을 들었고, 정계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학자 등도 다수 생겨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뉴라이트시민단체들의 입각이 줄지었다.
최근에는 김경율 참여연대공동집행위원장이 "회계사로써 조국 펀드를 분석해보고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성명을 발표하자고 이야기했다가 묵살당했다"며 "참여연대는 존립근거가 없어졌다"며 탈퇴했다(참여연대는 그의 행동이 틀렸다고 보는 입장이다). 시민운동 출신의 대표적 정치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희롱 추문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성운동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그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검찰조사 결과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함께 피해자의 고발을 박 시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열악한 재정 때문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그리고 집중 지원을 해주는 화이트리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뉴라이트 단체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서 관제시위까지 사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과 성향이 비슷한 시민단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반대 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지원은 깎아, 시민단체들이 생존을 위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통인시장에서 그리 멀리 않은 한 골목에 5층짜리 작은 빌딩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의 제5부'라는 말을 듣는 참여연대다. 한때 참여사회연구소 이사로 열심히 드나들던 이 건물을 오랜만에 찾아와 건물에 그려져 있는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참여연대'라는 로고를 보고 있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시민운동은 한국사회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로부터 조국 사태, 박원순 사태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최근 너무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감시기능과 관계자들의 정계 진출이라는 딜레마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이들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시민운동에서 얻은 지식을 정치 발전에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로 인한 시민운동의 공신력 훼손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정 공직의 취업제한처럼 시민운동 관계자들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정계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만들어야 하나?/프레시안
삼성 개입한 어용노조는 무효’ 판결 나오기까지 10년 걸렸다
© 경향신문 2018년 10월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참여연대 등이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만든 ‘에버랜드 노동조합’은 어용노조로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1심 법원 판결이 지난 26일 나왔다. 이 노조가 설립된 때로부터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어용노조라는 증거는 보통 바깥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삼성의 경우 2018년 검찰의 강제수사로 인해 삼성 내부의 노조 대응 문건들이 확보되면서 확인이 가능했다.
판결을 보면,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은 2011년 7월 시행된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와 맞물려 있다. 제도는 노조 와해 수단으로 활용됐다. 와해 대상이 됐던 이들은 행정청과 삼성이 하루빨리 어용노조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삼성 개입 노조, 자주성·독립성 없어”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순열)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에버랜드 노조를 상대로 낸 설립 무효 확인 소송에서 금속노조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던 삼성그룹이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에버랜드 노조를 설립했고, 현재까지도 어용노조로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 관계자들의 형사 판결(지난해 11월 2심까지 유죄)이 어용노조 판단의 토대가 됐다.
에버랜드 노조가 설립된 시점은 2011년 6월이다. 현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인 당시 ‘삼성노조’가 설립되기 불과 20여일 전이다.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삼성의 ‘그룹노사전략’ 문건에는 ‘만약 진성노조가 설립되거나 설립이 예상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항노조를 설립해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고 교섭권을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성노조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회사에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교섭 대표를 정하지 못하면 조합원이 가장 많은 노조가 교섭권을 갖도록 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삼성은 삼성노조에 관여하는 직원들을 압박하는 한편, 다른 직원을 노조 위원장으로 낙점하고 에버랜드 노조 설립 신고를 하게 했다.
법원은 “(대항노조가 사측과) 2011년 6월30일까지 단체협약을 마무리함으로써 복수노조 관련 법률이 시행되는 2011년 7월1일 이전에 친사노조(에버랜드 노조)를 설립하게 했다”며 “진성노조(삼성노조)가 2년간 아예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교섭대표 노조 선정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삼성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속에서 삼성노조는 조합원 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은 에버랜드 노조가 적당한 조합원 수를 확보하도록 관리했고, 그에 따라 에버랜드 노조로 교섭 창구가 단일화됐다. 검찰 수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지회 조합원 수가 늘면서 올해부터 삼성지회가 교섭을 하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뚫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옛 삼성노조)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됐다. 지난 7월2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에서 민주노조 10년을 말하다’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에버랜드 노조 취소 못한다는 행정청
판결에도 불구하고 에버랜드 노조는 해체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경기 용인시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에버랜드 노조가 어용노조이니 설립을 직권으로 취소하라는 진정을 냈다. 진정서에는 형사 판결 내용을 첨부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거부 처분을 했다. 경기지청은 용인시가 관할이라고 넘겼다.
금속노조 측 박다혜 변호사는 “형사 판결을 통해 법원의 사실 인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설립 무효 확인 소송이라는 민사소송까지 오게 된 게 안타깝다”며 “행정부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삼성지회는 판결 후 성명에서 “어용노조 설립 신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임지지 않는 고용노동부와 용인시청은 법대로 어용노조 설립 무효 절차를 진행하라”며 “삼성그룹은 즉각적인 어용노조 해체와 지난 10년 동안 박탈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라”고 했다.
용인시는 10년 전 에버랜드 노조의 설립 신고 당시 정당하게 서류 검토 후 수리했기 때문에 어용노조라는 추가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한 당장 설립을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버랜드 노조가 설립총회를 개최하지 않았거나 임원을 선출하지 않은 증거,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증거 등이 제출돼야 한다고 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시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권 등 사법적 기능이 없다”며 “추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가 임의로 (에버랜드 노조를 설립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에버랜드 노조 측은 “형사 법원에서 2013·2015·2017년 단체협약 체결은 유효하다고 인정했었는데, 민사 법원은 사건의 기본적인 내용 검토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에서) 여러 논의 중이며, 항소는 시간을 갖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측은 회사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고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5월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법적인 경영권 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와의 불통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노동계에선 ‘교섭 창구 단일화 폐기’ 요구
노동계에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 파괴 도구로 활용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 제도 때문에 소수 노조가 교섭에서 배제되고, 사용자 측 노조만 교섭과 단체협약을 하면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대법원도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을 하면서 “현행 노동조합법 하에서 복수노조 중 어느 한 노조는 원칙적으로 교섭 대표노조가 되지 않는 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대표노조가 아닌 노조는) 쟁의행위가 교섭 대표노조에 의해 주도되는 등 법적인 제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은 처음으로, 이번 에버랜드 노조 판결에도 인용됐다.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10년이나 지나서 (어용노조가) 법으로 입증되는 기간 동안 회사가 목표한 교섭 무력화나 노조 활동 저지는 이미 달성됐고 노조의 피해는 계속됐다”며 “제도와 법이 빨리 보완돼 삼성 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하는 데 자본의 꼼수로 인해 피해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황제 의전’ 논란에 ‘미라클 작전’ 묻혔나
일본 언론도 주목했던 ‘미라클 작전’
한국에서는 ‘황제 의전’ 논란만 남아
의전 논란 이후 미라클 작전 기사 급감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70여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은 구출 작전에 실패한 상황. 이에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미라클 작전에 주목하고 있다.
정작 한국 언론들은 미라클 언론보다 ‘황제 의전’ 논란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언론들이 ‘클릭 장사’를 위해 성공적이었던 미라클 작전보다 황제 의전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을 언론이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언론도 주목했던 ‘미라클 작전’
일본 매체들은 성향을 가리지 않고 자국 정부를 비판하고 미라클 작전을 칭찬했다. 일본은 자위대 수송기 등 4대의 비행기를 투입했으나 아프간 일본인과 현지인 협력자 500여명 중 단 한 명밖에 구하지 못했다.
중도 성향의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7일 “한국은 아프간 주재 대사관 직원 외에도 60여 명의 특수부대를 편성해 대피 희망자 전원을 탈출시켰다”며 “탈레반의 통제 때문에 카불 공항 진입이 어려워지자 미군과 거래하던 아프간의 전세 버스 6대를 대절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하고 안전을 위해 버스에 미군 장병이 동승하도록 미국 측의 협조도 구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우리 군의 작전을 자세히 설명하며 “한국은 탈레반 점령 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명도 데려오면서 지금은 현지에 남아있는 자국민이 전혀 없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이와 유사한 보도를 했다. 산케이는 “한국은 카타르에 대피했던 대사관 직원 4명이 카불로 복귀해서 미국과 직접 교섭을 벌여 다른 나라들과의 카불 공항 운송편 쟁탈전에서 승리했다는 말이 있다”라고 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 ‘황제 의전’ 논란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미라클 작전’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한국에서는 ‘황제 의전’ 논란만
반면 국내에서는 또 다른 논란이 미라클 작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황제 의전’ 논란이다.
2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법무부 직원이 강 차관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는 일이 있었고 이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황제 의전 논란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미라클 작전 기사량도 줄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54개 주요 언론사)에 따르면 황제 의전 논란 관련 기사는 △27일 49건 △28일 39건 △29일 18건 △40건이 보도됐다.
26일까지 집중 조명을 받던 미라클 작전 보도는 27일을 기점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72건이었으나 △28일 24건 △29일 13건 △30일 11건으로 집계됐다. 27일은 강 차관 브리핑이 있었던 당일이자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 날이다.
이후 법무부를 향한 비판이 거셌지만 강 차관 브리핑 당시 우산을 씌어주고 있던 관계자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게 주문했던 건 현장 취재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이 논란을 부추기고 클릭 장사로 이끌어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지난 27일 김포 마리나베이호텔에서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컷뉴스
의전 논란 이후 미라클 작전 기사 급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촬영기자 입장에선 가장 좋은 화면을 담기 위해 그랬을 테지만 이번처럼 불가피한 경우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법무부의 일방적 행동이 아닌 기자들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생겨난 일임에도 이런 기사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을 피해 온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에 대한 브리핑이었지만 야당 논평을 무분별하게 취하며 쏟아낸 보도로 인해 결국 우산 받쳐 든 황제 의전 사진 한 장만 남았다”며 “법무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더라도 폭우가 아닌 한 그냥 비를 맞든, 비켜달라는 요청이 있어도 상황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온라인 클릭 수에 좌우되는 언론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열심히 취재한 기사는 읽히지 않고, 이런 자극적인 기사만 읽히며 악순환은 반복되고 언론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한다”고 비판했다.
현장에 취재진을 보냈던 김남균 충북인뉴스 편집국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국장은 “우선 처음에 비가 오니까 비서관이 우산을 씌워 줬는데 아무래도 영상에 군더더기처럼 걸리적거린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강 차관) 옆에 나란히 섰는데 기자단에서 일부 기자들이 강 차관 뒤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제 의전과는 상관이 전혀 없다. 강 차관은 브리핑 전까지 본인이 우산을 쓰고 다녔다”며 “브리핑 장면에만 그 우산을 씌워 준 건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국집 가서 짜장면을 시키면서 머리카락 넣어 달라고 요구해 놓고 머리카락 넣은 짜장면이 나오니까 신고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이건 현직 언론인들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연출 장면”이라며 “실제로 미리 계획된 의전 차원에서 이루어진 그런 장면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조준혁 기자 presscho@mediatoday.co.kr
바람 -한국 언론 집단에 좌우가 있는가? 다 똑같은 위선자 집단(개인은 나쁘지 않지만, 집단이 되면 악마가 된다)뿐이다.
비회원 -특권의식과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던 사람들이.. 이제 지들이 하니까 괜찮다고 . 그냥 내로남불
허재혁 -개 쓰레기들. 저런것들이 기자이고 언론이라고 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언론중재법 통과시키고 쓰레기 청소 하자.
ㅇㅇ -사진영상기자들의 갑질때문에 어쩔수없이 하게된 행동을 황제의전이라고 악의적 비방선전 뿌려대던 기더기들이 시간지나 팩트 드러나니까 입싹닫고 모른체하는 역겨운 행태는 가짜뉴스 방지법 통과전엔 없앨수없다
책임지지 않고 짖어대기만 하고픈 기더기 무리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한다
대체로무해함-이러고도 언론중재법 반대란다. 하여튼 기레기는 좌우가 없는 듯!
대형 언론사에 절망하는 국민에게 회초리 하나는 필요합니다
[공개편지] 존경하는 이부영·신홍범·성한표 선배께... 언론중재법만은 생각이 다릅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지난 23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원로언론인들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뵙지 못했는데 뉴스에서 기자회견 하시는 정정한 모습들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원로언론인들의 입장' 회견 내용은 제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해 "강행처리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히셨으니까요.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논객이 절대다수지만 저는 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확신하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와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보완할 내용을 말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도 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기자회견에서 '네가 틀렸어' 하고 판정을 내리신 듯해 충격이 컸습니다.
실은 많이 주저했습니다.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선배들께 이런 식으로 공개 편지를 드리는 것이 올바른 처신인가 망설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배들의 성명이 법안 저지세력에 의해 '군부독재에 반대해온 원로 언론인까지 법안에 반대했다'는 식으로 거두절미 인용되며 여론 공방전에서 하나의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해직한 선배님들 발언과 사진을 이렇게 크게 자주 실어준 적은 없었던 듯합니다. 세 분 선배한테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제가 '충언'을 드릴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한 이유입니다.
언론노조·기자협회 태도에 동의하십니까?
우선 성명서가 나온 경위를 알 수 없어 발표 장소와 배석자로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기자회견장이 언론중재법 개정에 사실상 반대해온 언론노조 회의실이고 노조와 함께 행동해온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이 배석했더군요. 성 회장은 "배액배상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현업단체와 면담 뒤 민주당이 몇몇 조항을 수정했다"면서 "이렇게 쉽게 바뀔 법안이었다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숙성된 법안이 아니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에서 법안을 '원천 저지' 하겠다는 의지를 읽습니다. 아니, 현업단체 의견을 받아주면 숙성된 법안이 아니라는 건 무슨 논리입니까?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 현업단체의 공로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최근 그들 단체가 '대의'보다는 직능단체의 이익이나 부분적으로는 사주의 이해관계에 복무할 때도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조·중·동과 SBS 등 주류매체 소속 인사들이 언론단체 대표 등으로 대거 들어가 그들 중심으로 일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 예상 외로 징벌적 손배제에 동의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50.1%는 반대했고 34.4%는 찬성했는데, 반대 여론의 다수는 보수∙수구성향이 대부분인 전국종합일간지와 종편보도채널에서 나왔습니다. 상당수 기자들이 '중과실 주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도 징벌적 손배제에 동의한 것은 '기레기 소리 그만 듣고 존중받고 싶다'는 소망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2017년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기자 85.9%는 가짜뉴스가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현업단체들이 보도 행태를 자성하고 국민 피해 구제에 앞장섰더라면 국민의 신뢰는 일찌감치 회복됐을 겁니다. 국민의 언론 신뢰도가 세계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는데도 간부들이 모여 자정결의나 하면서 아래로부터 언론개혁을 추동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성 회장은 "언론을 가짜뉴스 진원지로 설정해놨다"고 반박했는데, 진원지란 말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유튜버들이 내보내는 가짜뉴스가 훨씬 많지만 '조국 교수 딸 인턴 청탁 기사'와 '서울대병원노조 딸기밭 야유회 기사' 등 기성언론의 가짜뉴스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세계 권위지들은 영국 <데일리메일> <더 선> 같은 황색신문 기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선배들을 쫓아낸 바로 그 '일등신문'들은 그 기사를 베끼는 어뷰징팀과 자회사까지 두고 있습니다.
대형 언론사는 진원지가 아니더라도 '부풀려진 신뢰도'에 실어 가짜뉴스를 널리 전파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폐해는 훨씬 큽니다. 어뷰징을 좀 자제하는 매체들은 악화에 밀려나는 양화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선배님들이 스스로 판단한 일이지 후배들의 의도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선배님들이 제언한 '사회적 합의'와 '국회내 특별위원회 구성'이 가능할까요? 선배님들은 "언론계 전반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강행되는 데 반대한다"며 "숙려기간을 거치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거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매일 대여섯 시간씩 미디어를 모니터링해 개인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은 전과정을 감시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숙려기간을 충분히 거쳤고 지금 맥락에서 '사회적 합의'를 더 거치는 것은 법을 무력화할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는 상호신뢰의 바탕 위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안을 내놔야 가능한 일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보수야당이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아 상정도 못했습니다. 언론중재법과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신문법 개정은 6월 1일 여당이 문체위 소위원장을 맡으면서 속도를 내게 된 겁니다. 이제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게 되면 편집권 독립 등을 강화하는 신문법 개정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도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했는데 보수야당의 진솔한 의견도 듣고 토론하고 싶었지만 막무가내로 반대만 할 뿐 대안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저에게는 "<한겨레> 출신이시죠"라는 말까지 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메시지의 논리가 밀릴 때 메신저를 공격하는 거지요. 그걸로 또 발언권을 얻을 수는 없어 소위가 끝나고 인사하러 왔길래 "저는 <조선일보> 출신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숙의 과정에서 오히려 핵심조항들이 빠졌습니다
그동안 여당 쪽에서는 현업단체 간부들 의견도 청취하는 등 십여 차례 협의를 했고, 법안심사소위도 다섯 차례 열렸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조항들이 많이 삭제돼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대로 입법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저는 징벌적 배상 상한선도 10배 정도로 올리고 하한선도 두자는 주장을 해왔는데, 법안 심사과정에서 야당이나 언론단체 의견을 받아들여 매출액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기준을 없애고 3배 이상으로 돼있던 하한선 규정도 삭제했습니다. 제가 제안한 상한선 10배는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미국은 특별법이 없지만 보통법(Common Law)에서 손해본 만큼 배상하는 '전보배상(塡補賠償)'을 통해 '무한손배' 정신을 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언론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징벌적 배상액 상∙하한선은 주에 따라 다른데, 캔자스주는 연간 총수입과 500만 달러 중 적은 금액입니다. 미시시피주는 피고의 순자산에 따라 순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이면 2000만 달러(234억 원)까지 배상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산정된 전보배상액에 몇 배의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는데 과잉징벌이 안 되도록 연방대법원이 10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
언론중재법에서 언론사 규모에 따라 매출액의 1000분의 1 또는 10000분의 1로 돼있던 조항이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을 적극 고려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바뀌었습니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징벌적 배상제를 무력화할 수도 있는 구멍이 생긴 겁니다. 형법에서 중요범죄는 '몇 년 이상, 몇 년 이내 징역' 등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법원에는 보수성향 판사가 많아서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에 기울면 '시민의 피해구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언론사가 징벌적 배상을 하게 돼 기자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함부로 하지 못하게 제한해 놓은 조항도 삭제됐습니다. 사주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건데 언론단체들 주장을 받아들여 삭제한 겁니다. 사주·발행인 모임인 신문협회 같은 곳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다른 언론단체들이 동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여당이 물러서면 원천 반대세력에 명분만 줄 뿐
▲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른바 '숙려기간'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칠수록 '언론자유'와 '피해구제'의 조화라는 입법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데, 이 국면에서 여당이 더 물러서라는 주장은 원천 반대세력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도 누구 못지않은 언론 자유 신봉자입니다. 선배님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 한 평생 투쟁해온 분들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남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 앞에서 이젠 책임의식이 훨씬 강조돼야 할 때입니다. 자유주의의 아버지 세대인 J. S. 밀은 "내 자유의 한계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될 때부터다"라고 했지 않습니까? 저는 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지적한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자유주의 언론관'을 가진 분들이 절대다수인 한국의 경우, 영국에서 '미디어의 정치경제학' 대가인 제임스 커렌 교수 지도로 공부한 저의 생각이 돌출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얻은 결론은 한국언론이 개혁(改革) 곧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미식 언론자유는 누리면서 영미식 책임은 안 지는 모순은 법 제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안보다 훨씬 약해진 언론중재법안일지라도 일단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기 대등의 상황'까지는 못 가지만, 막강한 화력을 가진 대형 언론사에 절망하는 국민에게 조그만 회초리 하나는 쥐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큰 차이입니다. 기자들도 조금은 고의나 악의를 갖고 취재하면 안 된다고 각성할 테고 중대과실을 저지르지 않으려 주의할 겁니다. 데스크도 무리하게 과장보도를 강요할 수는 없을 테고 사실확인도 좀 더 하겠죠. 바로 여러 선배들이 꿈꿔온 언론에 한 발 다가서는 겁니다.
늦추다가 무산된 개혁이 얼마나 많습니까? 의료인력과 시설을 늘리는 의료혁신도 저항에 부딪히자 좀 더 숙의해서 추진한다더니 그대로 무산됐습니다. 최근 코로나가 확산되고 의료인력들이 피로를 호소하며 투쟁에 나서자 보수언론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뭐했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 못 꿰면 '개혁세력의 국민 저항' 부를 수도
선배님들은 평생 그랬듯이 산적한 언론개혁에 앞장서 주시리라 믿고, 저는 따르고 의지하겠습니다. 첫 단추도 꿰지 못하고 제동이 걸리면 이 정권에서 언론개혁은 끝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다닐 때 리영희∙신홍범∙성한표 선배 등이 저한테 더러 술을 사주시면서 책을 주신 기억들을 잊지 못합니다. 공부시키고 싶으셨던 건가요? 언론학자 중에는 제가 소수의견이지만 진실은 끝내 승리한다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되새깁니다.
토지거래허가제 위헌심판제청, 공시지가법과 토지공개념 3법 제정 때 선배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줘서 <한겨레>가 진보언론의 위상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경제부처 기자실에서 1 대 나머지 전체로 싸웠지만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두렵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 언론개혁 반대세력이 아니라 무산됐을 때 지지세력에서 시작될지 모릅니다.
신홍범 선배는 보도지침 사건으로, 이부영 선배는 감옥에 계시면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책임자가 조작됐다는 것을 폭로한 사실 하나로도 '한국언론 잔혹사'에 영광스럽게 기록될 분들입니다. 지난 6월 이부영 선배가 저를 부르셔서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새 매체를 발간한다며 필진으로 동참하라고 하실 때도 기꺼이 뜻을 받들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용기와 의지, 시대의 마지막 선비처럼 사시는 인생 자체를 늘 존경하면서도 제가 이런 식으로 만용을 부린 점 엎드려 용서를 구합니다. 국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두서없이 써서 띄웁니다. 외람된 표현이 많을 텐데 혈기를 다스리지 못한 후배의 넋두리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 분을 식사 자리에 한번 모시고 싶은데 거절하지 않으실 거죠. 그때 제 생각이 잘못됐다고 꾸짖으셔도 경청하겠습니다.
후배 이봉수 올림
오마이뉴스 이봉수(hibongsoo)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플랫폼'과 한국 '재벌'의 공통점은?
코로나와 산업·노동 전환 ⑥ 플랫폼은 독점을 동경한다
<인사이드 경제>는 지금까지 플랫폼 기업이 어떻게 '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특히 라이더나 택배·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자’로 기능하고 있는 점을 조명해 보았다. 지난 글부터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을 향해 간다는 사실, 마치 고객의 편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점적 초과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가기 : 플랫폼 기업의 '구밀복검' 전략...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독점'을 꿈꾼다)
독점 달성 후 가격 인상 수법
거대 플랫폼 기업이 처음엔 거의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하다가 독점을 달성하면 가격을 인상하며 본색을 드러낸 사례는 매우 많다. 대표적으로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승차공유(ridehailing) 서비스 회사들이 미국에서 최근에 요금 인상에 나섰다. 운전기사 부족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사실상 투자비 회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달(8월) 초에 한국에서도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택시가 호출이 많은 피크시간대 스마트호출(배차 성공 확률을 높인 서비스)에 대한 추가 비용을 기존 1000원만 받다가 갑자기 최대 5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랬다가 고객들의 반발이 쏟아지자 발표 열흘 남짓만에 잠시 철회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 글에서는 분명히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 편익, 즉 실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요금이나 가격은 낮게 유지하면서도 독점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버·리프트나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는 좀 달라보인다. 이건 소비자 가격을 직접 올린 것이니 말이다.
사업모델 단순한 모빌리티 플랫폼
지난 글에서 소개한 플랫폼의 사업모델 2가지를 재소환 해보자. 배달 플랫폼이 (독점에) 성공하려면 가맹 음식점만이 아니라 라이더들까지 플랫폼에 묶어놓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배달료 쥐어짜기에 성공해야 한다.(아래 왼쪽 그림) e-커머스 역시 택배 기사와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을 갈아넣고 납품업체 단가를 후려치기 위해, 3개 부문(납품업체·일용직·택배기사)을 플랫폼에 묶어두어야 한다.(아래 오른쪽 그림)
그런데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모빌리티 플랫폼은 구조가 단순하다. 운송해야 하는 대상이 단말기(스마트폰)를 들고 있는 주문자와 동일하니까 주문중개와 배달중개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런 모델에서 플랫폼 기업이 수익을 내는 주요 수단은 모빌리티(택시·대리운전) 기사를 플랫폼에 묶어놓고 수수료를 후려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이나 e-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2~3개 부문을 동시에 플랫폼에 묶어놓아야 하기에 모빌리티 플랫폼에 비해 훨씬 힘든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번 성공하기만 하면 쿠팡처럼 수십~수백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High Risk, High Return(위험이 큰 만큼 성과도 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업가치 평가와 함께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당분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소비자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근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의 경우 모빌리티 기사 쥐어짜기 이외의 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 창출(투자금 회수) 유혹에 강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
리나 칸, 신(新) 브랜다이스 학파 …
거대 플랫폼 기업의 행태를 반독점법으로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으로 유명한 30대 초반의 신예 리나 칸 콜럼비아대 교수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너선 캔터 변호사가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근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표적인 거대 플랫폼인 페이스북(Facebook)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재개하기도 했는데, 만일 페이스북이 소송에 패소할 경우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이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뱉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질세라 아마존과 페이스북 측은 반독점 소송에서 리나 칸 위원장을 배제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독점 개혁을 주도하는 인물들은, 1910년부터 1939년까지 미국 연방대법관을 역임한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이름을 따 신(新) 브랜다이스 학파(Neo Brandeisian)라고 불리기도 한다. 브랜다이스 대법관은 거대 기업의 독점은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와 자기 회사 노동자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이론들이 세계에 소개되고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반독점 법제도의 약점을 파고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독점 여부를 가르기 위한 시장을 확정하기 매우 어려운 영역(소셜미디어),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자영업·소매인·노동자를 착취하며 독점 이윤을 챙기는 방식에 기존 반독점 당국은 손 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데자뷰 :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이미
그런데 말이다.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자영업·소매인·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모델. 이건 사실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방식 아닌가? 2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 수많은 부품사로부터 납품을 받아 정규직과 사내하청, 사외(외주)하청 등 대규모 생산 인력을 고용해 생산되는 현대자동차 말이다.
현대차가 부품사(납품업체)들을 상대로 CR(Cost Reduction, 단가 인하)을 강요해왔던 수많은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심지어 부품단가를 깎는 과정에 부품사에 설립된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현대차와 부품사가 공동으로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되는 사건들도 벌어지지 않았던가.
불법파견은 기본이고 대규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저임금 활용, 단가 후려치기 과정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희생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차는 생산단가를 최소치로 낮출 수 있었고 차량 가격이 높지 않게 유지하며 내수시장에서 공고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산차만 따지면 내수시장 88% 점유율
배달 플랫폼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대자동차에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단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위 사업모델의 원조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재벌들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완전 독점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래 표 수치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브랜드들만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점유율 87.8%를 기록했다. 3위인 한국지엠(4.4%)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지난해 상반기(82.6%)보다 무려 5.2% 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수입차까지를 포함해도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71.4%에 달해, 국내에서는 견줄 경쟁자가 아예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공룡 플랫폼 기업 규제는 글로벌 트렌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 앞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은 유럽이었다. 엄청난 이윤을 뽑아내면서도 세금 한 푼 제대로 내지 않는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을 상대로 막대한 세금을 매기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되었다.
유럽이 상대한 주요 기업들이 미국 기업이다보니 유럽과 미국의 갈등처럼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직접 아마존,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플랫폼 공룡에 대한 규제는 미국·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 상품과 동영상을 많이 노출시켰다는 혐의로 267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몇 일 전에는 납품업체 상대로 부당한 광고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갑질을 일삼은 쿠팡에게도 과징금 33억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내 배달앱 2위의 ‘요기요’를 운영해온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한 합병 계약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말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매각을 전제로 내건 이유는, 합병이 조건 없이 승인될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90%가 넘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수백억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네이버는 행정소송으로 맞섰으며 쿠팡도 조만간 그 대열에 설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는 매각되었지만 또다른 공룡 플랫폼 ‘쿠팡이츠’가 나타나 배달앱 1~3위 기업들의 독과점 상태는 더 심각한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 독점을 막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는 일언,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선 구경할 수 없었다. 앞에서 얘기한 현대차 얘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조선업의 경우 국내 1~2위 자리에 있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1~2위를 다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다른 누구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직접 밀어붙였다.
이 합병에 대해 다른 나라 정부들이 독점 여부를 놓고 2년 넘게 승인 여부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정부는 오히려 타국 경쟁당국을 상대로 이 결정을 승인해 달라는 설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공정거래위가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하며 요기요 매각을 강제한 마당에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 항공산업 1, 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과 마찬가지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직접 개입한 사안이기도 하다. 해외 반독점(경쟁) 당국이 한국 정부를 두고 일관되게 독점에 호의적이라 평가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 브랜다이스 학파, 그들의 이론이 겨냥한 사업 모델이 바로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독점을 유지해온 방식이었다.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그 방식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방치해온 재벌 기업들의 독점 문제를 바로잡고 이를 플랫폼 산업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프레시안
헬조선 흙수저 이탈 막고 시민 재산 지키려면?
[좋은나라이슈페이퍼] 공화주의와 한국정치의 비전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국가발전 전략의 부재속에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의 폐해가 '헬조선과 N포세대'란 말과 '이대남과 이대녀의 대결'로 연결되어 왜곡된 성(性) 대결과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들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한 대한민국'(1919년 임시헌장 3조)이라는 비전의 거울에 비춰보기도 민망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분열적, 파당적 행태의 반복은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그 파당적 분열행태의 핵심에는 정치적 양극화를 만드는 시대착오적인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이 있다.
1987년 기준으로 민주화된 지 33년으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 데, 세상을 보는 정치권의 관점은 민주화 이전에 유행했던 이른바 “반독재민주주의론(다수결주의론)”론과 그 연장선인 '민주대 반민주' 혹은 '진보대 보수'라는 진영논리에 그대로 갇혀있다. '친일대 반일'로 표현되는 역사논쟁에서 드러난 좌우진영논리와 언행은 퇴행적이다.
주공화국 건설과 관련해서 민주화 단계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이제부터는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화, 탈물질화 등 탈경계의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21세기 공화단계로 가는 게 적절하다. 그래서 일제시대, 독재시대, 반공시대에 적절했던 친일대 반일, 친북대 반북,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의 이분법적인 위정척사론과 권선징악론 같은 패러다임의 언행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논리로 적절하지 않다.
21세기 공화단계에서는 ‘적(enemy)과 동지(friend)의 이분법’이라는 시대착오적 패러다임보다는 경쟁자이면서도 동시에 협력자라는 이중의 정체성(존재론적 이중성)을 중첩되게 갖는 라이벌(rival/adversary)의 모순적 존재로 서로를 대하는 언행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공화주의의 개념과 기원을 살펴보고 그것에 기초한 한국정치의 비전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한다.
공화주의의 개념과 미국적 기원
공화주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정치학자 비롤리(Maurizio Viroli)에 의해 '사랑의 대상'과 '적(摘)'의 대상 개념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비롤리는 저서 <나라사랑론(For Love of Country)>에서 공화주의가 사랑하는 애국심의 대상은 '공화국'(republic)이며, 민족주의자가 사랑하는 대상은 ‘민족’(nation)이라고 보았다.
그는 공화주의적 애국심을 "민중(people)의 '공동의 자유'를 지탱하는 정치제도들과 생활양식에 대한 사랑", 즉, 한 마디로 '공화국에 대한 사랑'(love of the republic)으로 정의하였다. 반대로 그는 "민중의 문화적·언어적·종족적 하나됨과 동질성을 옹호하거나 강화하려는 '민족에 대한 충성'(loyalty to the nation)"을 민족주의로 보고 이것을 "공화국에 대한 사랑"과 구분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공화주의의 적(敵)이 "참주정과 전제정, 억압과 부패"라면, 민족주의의 적(敵)은 "문화적 오염과 이질성, 인종적 비순수성, 사회적·정치적·지적 분열"로 각각 구분된다고 보았다.
비롤리는 민족주의가 동질적인 민족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배타적 결속'에 대한 헌신을 가리킨다면,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우리 ‘공동의 자유’(common of liberty)를 보장해주는 정치제도들과 삶의 조건을 갖는 나라에 대한 존경과 애정 및 연민의 형태로서 '조건적' 사랑을 뜻한다고 보았다. 비롤리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가 '조국(patria)'에 대한 사랑이라면, 이때 조국은 '조국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조국인 공화국(republic)만이 '진정한 조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종교적,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애국심이 아니라 '정치적 애국심'이라는 관점에서 샤르(John H. Schaar)와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에 의해 지지되었다. 샤르(Schaar)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의 텍스트에서 인종과 종교의 편협주의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국가권력의 숭배로부터 애국적인 헌신을 분리하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의 엄격한 ‘정치적 정의’를 제안한다.
이런 샤르(Schaar)의 아이디어는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에 시민적 미덕개념에서 기원한다. 토크빌은 미국 특유의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타운미팅(마을주민총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생활습속에서 찾은 바 있고, 이런 전통에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민주적 시민권의 사용을 의미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자신의 사업과 자신의 창조물로 느끼는 공화국에 대한 사랑으로 묘사되면서 참여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해석되는 정치적 사랑이다.
토크빌은 커뮤니티의 공적 생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시민이 공화국의 일부라고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시민정신은 '정치적 참여'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타운미팅과 같이 마을단위에서부터 주민자치정부를 허용하고 장려하는 공화국에서 참여의 효능감을 통해 자라난다고 보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공화주의의 구별법
일제 식민지 지배와 독립투쟁을 경험한 한국인은 나라사랑의 방법론으로 민족주의(Nationalism)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Republican Patriotism)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둘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전자는 우리의 단결과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토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옹호하고 무조건 충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자유로운 법과 제도를 가진 좋은 국가를 만드는 ‘조건적 사랑’이기에, 위대하고 영광스런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자긍심을 갖기도 하지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과 관련된 내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연민을 갖고 차이와 이견을 토론하여 개선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전자는 우리 내부의 단결을 위해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적(敵)으로 삼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적(敵)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민주공화국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법과 제도 및 자유와 시민권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이것을 주변 이웃나라와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는 것을 추구하기에 협력적이고 방어적인 경향이 있다.
이상과 같이 양자의 차이에 대해서는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애국심은 자기 국민에 대한 사랑을 우선시하는 것이고,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는 다른 나라 국민에 대한 증오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자유와 시민권을 보장하는 나라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시민답게 행동하려는 사랑과 애정의 태도를 갖는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공동체 내부의 배타적 결집을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증오감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선하기에 내부 시민들의 다양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태도를 갖는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에 기초하여 3.1독립운동의 정신이 드러나 있는 독립선언문과 헌법전문을 읽어보면 민족주의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의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 헌법정신의 기원인 3.1 독립선언문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무도함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습니다. 현재를 꼼꼼히 준비하기에 급한 우리는 묵은 옛일을 응징하고 잘못을 가릴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지,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우리 헌법 전문에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헐벗은 사람들이 공화국 시민으로서 누리는 공동의 자유를 추구하기에 '연민의 공화주의'(patriotism with compassion)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지배하고자 하는 계급인 귀족과 지배하기도 지배받기도 싫은 계급인 민중간의 계급투쟁과 타협의 관점에서 특히, 전쟁 속에서 형성되는 계급타협인 ‘전우애 관점’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즉, 공화주의는 각 시대마다 전쟁속 계급타협 속에서 탄생한 전우애로 무장한 시민전사의 전투적 행동을 통해 자라난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공화정 국가는 어떻게 탄생하여 성장했는가
역사적 사례로 등장한 공화국들은 전쟁과 계급투쟁속에서 태어난 자유와 시민권의 확대로부터 성장했다. 외침과의 전쟁속에서 귀족과 평민간에 타협과 공존이 만들어 낸 전우애와 ‘갈등의 제도화’없이 발전하고 성장한 공화국은 없다. 그리스, 로마, 프랑스, 스웨덴,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리스의 역사가였던 폴리비우스는 로마 제국의 팽창과 지속은 시민이 참여하는 강력한 시민군과 공화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마 평민들에게 전쟁부담을 전가하기 위한 귀족들의 갑질이 있었고, 이에 맞서 기원전 494년 평민 출신 중장보병들의 정치파업인 일명 '선상사건'이 일어났다. 로마 귀족들은 분열없이 외침을 함께 막고, 이런 갈등을 타협시키기 위해 호민관제도와 12표법을 만들어 평민들을 입법부와 국정에 참여시키는 로마 공화정을 열었다.
이런 로마 공화정의 계급타협의 정신은 로마가 제국(empire)으로 성장하여 200년간 유지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었고, 이것은 현대 민주공화정의 기원과 함께 제국(empire)의 원형이 되었다. 제국주의(imperialism)와 다른 '제국'(empire)은 시민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공화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방공화국 같은 국가 이미지를 상징한다. '제국'은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보편적인 시민권이 지켜지는 합법적인 나라를 상징한다. 하지만 ‘제국주의’는 제국과 반대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이나 타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불법적이고 침략적인 나라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서 기원전 494년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로마 평민들의 항의로부터 비롯한 ‘성산사건’에서 평민들의 협조가 필요했던 귀족들은 양보했고, 평민들의 집회인 평민회의 조직과 평민의 권익을 옹호해 줄 호민관 곧 트리뷴(tribune)의 선출을 허용했다. 이어서 기원전 449년에는 12표법이 작성되어 법률의 성문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로써 귀족의 자의적인 재판으로부터 평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완화할 수 있었다.
또한 기원전 376년에 제정된 리키니우스-섹스티우스법은 집정관 중 1인을 평민으로부터 선출했으며 대지주들의 토지소유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한 기원전 287년의 호르텐시우스법은 관직을 평민에게 개방했으며 평민회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인정하고 원로원에 평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랑스의 공화정 혁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나폴레옹은 주변국의 반혁명 공세속 혁명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평민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자발적 소속감과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최초로 '국민개병제'를 실시하여 주변국의 애국심없는 용병군대들을 '국민군대의 총력전'으로 무찔렀다.
조선의 이순신과 유성룡도 임진왜란 때 시민권이 없는 천민들과 상민들이 소속감과 애국심없이 일본군대에 투항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군에 맞서는 데 공이 있는 천민들의 신분을 면해주는 면천법과 능력있는 수군들을 지휘관으로 선발하기 위한 독자적인 과거제를 실시하였다. 이런 그들의 조치는 민중의 시민권을 확대하는 조치였다.
스웨덴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소련 사회주의와 독일 나찌주의의 체제위협과 내부 분열의 위기에 맞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는 사민당 지도자인 비그포르스의 노선을 수용하였다. 스웨덴 노사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와 '임금노동자기금안'에 타협하면서 소련과 독일에의 복속없이 독립적인 제3의 길인 복지국가로 나아갔다. 소련과 독일에 맞서 제3의 길을 추구했던 스웨덴 시민들의 애국심은 자발적인 군대참여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복지세금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연방공화국을 창설했지만 내부에 인종차별적인 흑백갈등은 여전히 존재했다. 남북전쟁의 결과로 흑인노예가 해방되었지만 군대 내무반을 각각 따로 사용하는 흑백분리의 차별은 1896년 합헌으로 유지되면서 계속되었다. 하지만 1차,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국이 연합국으로부터 해외파병을 요청받았고, 여기에 미국의 흑인병사가 참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투르먼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투력 상승을 위해 내무반의 흑백분리를 시민권 차별로 인식하고 이를 금지하였다. 마침내 미국의 흑백군인은 이런 차별을 극복하고 높아진 전우애를 바탕으로 양차대전에서 승리했다. 이런 전우애의 경험은 마침내 1954년 흑백분리를 차별로 인정한 합헌판결을 위헌으로 바꿔냈다.
또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스웨덴: 더 미들웨이>를 쓴 마르퀴즈 차일드의 도움아래 노사정 대타협에 돌입한 스웨덴의 제3의 길 노선을 수용하여 1929년 발생한 대공황속에서 노사의 타협을 돕는 뉴딜정책을 수립하여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노사정이 타협한 뉴딜정책을 통해 연방공화국인 미국을 대공황의 위기에서 구했다.
미·중 패권경쟁 속 '제2의 한국전쟁' 막으려면
이처럼 공화주의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보다는 전쟁속 계급타협인 전우애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적실성이 크다. 한국은 분단위협과 미·중 강대국들의 패권전쟁의 위협속에 놓여있다. 이에 한반도에서 미·중 강대국의 대리전쟁으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속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아시아지역방위선에서 제외되는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이 다시 부활한다면, '제2의 한국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애치슨라인은 1950년 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전미국신문기자협회에서 행한 ‘아시아에서의 위기’라는 연설에서 밝힌 개념으로,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하고, 방위선 밖의 한국과 타이완[臺灣] 등의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6·25전쟁의 발발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상위소득 10% 내외의 상층자본가와 상층노동자들의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평상시 상층자본가와 상층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이중성에 따라 임금과 복지차별이 심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고 타협하여 신뢰를 조성해 놓지 않는다면, 유사시 상위소득 10%의 재산이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이른바, 헬조선의 흙수저 자식이라고 자조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차별하게 된다면 유사시 전투력과 애국심을 발휘하지 않고, 외국 군대에 투항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애국심 대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고, 시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웨덴의 노사정이 타협했던 것처럼 우선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부터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화주의를 한국정치의 비전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그동안 대안으로 상정되었던 자유주의와 자유지상주의 및 다원주의가 전환기적 시대상황 속에서 사회이익을 더욱 파편화시킴으로써 국민통합과 국가통합에 더 많은 한계를 노정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화주의에 기초한 한국정치의 비전에 대해 제언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개병제로 군방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국민개병제는 미중패권전쟁을 막아내고 한반도에서 전쟁발생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현행 ‘국가징병제’에서 ‘국민개병제’로의 전환을 통해 국가혁신과 애국심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독자적인 문명교류국가의 정체성으로 ‘아시아 방파제론’을 실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줄서기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아시아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에는 한반도가 미국의 중국진출 통로가 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는 한미일 동맹의 전력자산을 방어하는 아시아의 방패제가 될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셋째, 경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스웨덴식 제3의길(노사정 대타협, 산업평화와 기업민주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과 함께 민주적인 종업원지주회사 활성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실현해야 한다. 넷째,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주민자치에 기초한 연방제,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으로 정당개혁, 의원자율성과 숙의성 제고로 국회개혁, 국민참여경선제 법제화, 양원제 개헌 등을 실천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제3섹타 영역(자선단체, 봉사단체, 주창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활성화, 공화시민교육(진로체험교육, 현장체험학습) 등을 실천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프레시안
땅 파세요"…LH, 올해 1000억 규모 토지 매입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택공급 확대, 도시재생 등 공공사업에 활용 가능한 우량 토지를 비축하기 위해 토지 매입을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LH는 지난 2015년부터 국가 정책사업과 도심 내 주택 공급 등을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 공모방식으로 토지를 매입·비축하고 있다. 비축된 토지는 '서울 중구 산림동 지식산업센터' 건립과 같이 수요 발생 시 공공주택 개발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 중이다.
올해 매입할 토지는 약 1000억원 규모이며, 공모방식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토지를 비축할 계획이다.
매입대상은 신청일(8월31일~9월17일) 현재 개인 또는 법인 명의의 1필지 또는 연접한 다수의 필지다. 토지 면적이 도시지역의 경우 1000㎡, 도시지역 이외는 1500㎡ 이상이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 주택건설사업 등 공공사업 활용에 적합한 토지를 대상으로 한다.
관계법령에 따라 취득·이용·처분이 제한돼 개발이 곤란한 토지이거나 주택 건설사업 등에 활용이 어려운 임야는 매입대상에서 제외된다. 매입가격은 LH가 선정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내에서 LH와 매각신청인이 협의해 결정한다.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감정평가 비용은 LH가 부담한다.
토지 매입절차는 매각신청 접수 이후 토지조사 및 평가, 매수·비축 심의, 가격협의 등을 거친다.
토지 평가방식은 소재 지역 내 인구수, 접근성 등 입지적 특성과 용도지역, 토지 면적 및 형상, 경사도 등 물리적 특성을 계량 평가하는 방식이다.
토지 매각을 희망하는 경우 오는 9월 17일까지 전국에 소재한 LH 지역본부를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LH홈페이지(www.lh.or.kr)를 통해 매각신청서 등 필요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필요서류 양식은 LH홈페이지-고객지원-새소식-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하다. LH 관계자는 "이번 비축토지 매입을 통해 LH는 주택 건설 등을 위한 사업 후보지를 확보하고, 법인 및 개인은 토지매각을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상생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땅가진 사람 토지 소유자는 전체 국민중 얼마나 될까
국수주의에 빠진 중국에 ‘N세대’가 몰려온다
빠른 경제 성장의 자긍심에
공산당 애국주의 교육 결합
불매운동·외신 공격하기도
국수주의에 빠진 중국에 ‘N세대’가 몰려온다
지난 3월 중국에서는 나이키, H&M 등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들 기업이 신장 지역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해 신장에서 면화 등 원료 조달을 중단하자 중국인들이 반발한 것이다. 7월에는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홍수를 취재하던 독일, 영국인 기자들이 주민들에게 취재를 저지당하고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중국에 비판적인 외신기자에 대한 공격의 배후에는 ‘N세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N세대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첫 글자를 딴 말로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청년 세대를 말한다.
SCMP는 28세 화학 연구원이자 23만 팔로어를 가진 파워블로거 장즈웨이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영국 BBC 같은 해외 언론에서 중국 비판 글을 찾아내 반박하는 게 그의 일과 후 주요 업무다. 그는 “나는 국수주의자가 되기로 선택했고 그것이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N세대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고무되고, 당국의 애국주의 교육에 영향을 받았으며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중국의 갈등도 이들의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고무시켰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 문제를 주로 다루는 블로거 앨버트 양(39)은 “2005년 중국 경제가 2035년까지 일본을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5년 만에 현실이 됐다”며 애국심의 핵심동력으로 경제 기적을 언급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도 이들의 자긍심을 키웠다.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대부터 중국 공산당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한 것도 N세대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젊은이들은 이런 중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공산당은 중화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연구학교 자오수이성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족주의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이를 성공적으로 흡수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켰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전선동이 젊은 세대의 국수주의 부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 갈등 고조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도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SCMP는 “중국 지도부가 서방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함께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극단적 민족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산층 해외유학파 젊은이들이 민족주의 열풍에 앞장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찬룽 베이징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0년 전과 달리 상당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 외국 경험이 있다”며 “그들은 서방의 중국에 대한 보도에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국수주의 인식은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나타나고 있다. 외교당국자들의 거침없는 언사는 물론 시민들의 불매운동 등도 이에 해당한다.
N세대 부상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위안난성 베이징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말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중국은 개방 확대를 지속하고 주요 국가와의 관계를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다루며 국내 포퓰리즘의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경향 박은하 기자
독일도 높은 임대료 골머리…“임대료 상한제 강화” 목소리
전세난의 본질③-베를린에서 세입자로 살아보니
임차할 집 구하기 300대 1 경쟁
2015년 임대료 멈춤 정책 도입
주변보다 10% 이상 못 올리게 상한
베를린 아예 ‘동결정책’ 도입했지만
중복 규제 이유로 헌재서 “위헌”
“임대료 통제가 위헌” 주장은 왜곡
임대료 오르지만 세입자 보호 치중
임대료 규제 강화 요구 커지면서
부동산 기업 사회화 국민투표 예정
총선을 앞두고 임대료 상한제는 다시 떠올랐다. 기민당과 자민당은 신규주택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녹색당, 사회민주당, 좌파당 등은 강력한 임대료 통제 전국 시행과 사회적 주택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공정한 임대료에 투표하세요”라는 구호를 내건 독일 사회민주당 울라프 슐츠 총리.
지난해 10월 독일 생활 최고 난이도에 해당한다는 ‘집 구하기’에 나서게 됐다. 처음 베를린으로 갔을 때가 2018년 가을, 그때만 해도 63㎡ 넓이, 방 2개인 집에 850유로(115만원) 월세를 낸다고 하면 베를린 토박이들은 다들 비싸다고 혀를 찼다. 베를린에서 그런 집은 400~500유로가 딱 시세란다. 그러나 2020년 가을 집을 구하러 나서 보니 월 1000유로(135만원)로 한국의 20평 정도 크기의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① 집 구하기 경쟁률 ‘1 대 300’
집이 없는 게 아니라 가격이 너무나 높다는 게 문제였다. 코로나19로 다들 이사하기 꺼리는 시기였다. 어쩌다 나오는 ‘정상 시세’ 임대물건은 후딱 나가버리고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책정한 집들만 남아 있었다. 임대료 인상 제한이 엄격한 베를린에선 대대적인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했을 때만 임대료를 평균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렇게 하는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회사들이었다. 2019년 독일 주택시장 통계를 보면 민간 주택 회사 임대료는 평균보다 10%가량 높았다.
독일에서 집을 구하려면 부동산 포털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은 뒤 지원서를 보내고 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 임대인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시장에서 이 과정은 대기업 입사와도 같다. 매물이 올라온 지 12시간, 한나절이 되면 보통 지원자 300명이 메일을 보냈다는 기록이 나오면서 마감됐다. 수백통 지원서 중 집주인이 내 것을 읽어봤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지원자가 너무 많으니 대부분의 집주인이 우선 외국인 이름으로 온 이메일부터 지우고 본다고들 했다.
연말은 다가오고 이대로라면 살 곳이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처음으로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은행의 계좌증명이나 월세를 잘 냈다는 이전 집주인의 확인서는 기본이고 대학졸업증명서와 이력서, 경력증명서까지 그야말로 입사 지원서 수준으로 보낸 서류 덕분에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메일이 온 것이다.
집을 보러 간 날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선에 섰다. 지원자 1명마다 15분 간격으로 약속시간을 정했지만 다들 일찍 와서 기다리는 바람에 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내 앞에는 임산부와 친정어머니, 남편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섰는데 심지어 집주인과 국적도 같은 러시아 사람들이었다. 집주인 할머니가 이들을 어찌나 다정하게 대하는지 나는 면접도 보기 전에 떨어졌구나 싶었다.
내 차례가 되자 이날 함께 왔던 친구 부부가 서둘러 내 손에 명품 가방을 들려주었다. 아시아에서 온 부자처럼 보여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집주인 할머니와 부동산 중개인에게 선물까지 건네며 다 같이 머리를 조아렸다. 정성이 통했는지 두 달 동안 80여통 지원서를 낸 끝에 살 곳을 구할 수 있었다.
② 임대료 통제가 위헌이라고?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 사례들이 지난 10년 동안 독일 신문에도 수없이 보도됐다. 부동산 사이트 이모벨트(immowelt.de) 통계를 보면 독일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인 뮌헨의 평균 임대료는 10년 새 61% 올랐다. 2015년 독일 연방정부는 치솟는 임대료를 잡기 위해 ‘임대료 멈춤’(Mietpreisbremse) 정책을 도입했다. 주변 표준 임대료보다 10%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한 임대료 상한제다. 그러나 이 정책은 “너무 많은 예외를 두었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신축이나 리모델링 때는 임대료 제한을 받지 않으며, 집주인이 직접 집을 사용한다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도 있기 때문에 편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또 지방정부들이 도입 절차나 세부 법안에서 착오를 거듭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난해 베를린에서는 쉽게 집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베를린에서도 주택 임대료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평균 104% 올랐지만 그 뒤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2020년까지 5% 하락했다. 베를린시가 아예 임대료를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동결하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독일 중앙부동산협회는 “‘베를린 임대료 상한제’ 시행 1년 뒤 하락세가 시작됐다”고 보고했다.
이 강력한 임대료 억제 정책은 올해 4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베를린의 임대료 통제법은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주장이나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는 왜곡이다. 이번 독일 헌법재판소 결정은 임대료 통제에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라 2015년부터 연방정부가 임대료 멈춤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방정부가 중복 도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 판결 뒤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 독일 언론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임대료 잡는 길을 막았으니 이제 연방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독일에서 세입자는 특별 계약이 아닌 한 평생을 살 권리가 있으며, 집주인은 매달 일정액을 내서 집수리 비용을 적립해 주택이 살기 좋은 수준으로 유지 관리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지나친 인상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주에서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하면 이전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얼마나 받았는지 알려줄 의무가 있다. 한국의 임대차법을 둘러싼 논란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가파른 임대료 인상 속에서도 세입자 보호 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거권을 지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또 9월 총선을 앞두고 ‘베를린 모델’을 독일 전역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③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독일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임대료를 2.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사회민주당 또한 베를린 임대료 상한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물가상승률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억제 정책을 예고한다. 좌파당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하원의원, 구의원을 뽑는 다음달 26일 총선일에 베를린에 300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기업들을 사회화하라는 ‘도이체 보넨 몰수를 위한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된다. 베를린에 11만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도이체 보넨’은 그동안 계속 임대료를 올리고 임대료 지수를 조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투표 상정을 주도한 시민단체는 “대다수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새 아파트에서 임대료를 낼 만한 형편이 못 된다”며 “신규 주택 공급이 아니라 기존 주택의 사회화를 통해 주거난을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시민단체가 4개월 만에 베를린 시민 34만9000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됐으며 투표에서 61만명이 찬성한다면 상원은 몰수법을 입법 검토해야 한다. 서명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임대주택을 원한다.
베를린/글·사진 남은주 통신원 nameunjoo1@gmail.com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외교적 해결 촉구’ 헌법소원 각하
지난 2018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 해결 모임에서 발언하는 고 이학래 동진회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동원됐다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비시(B·C)급 전범으로 분류돼 고통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일본과 외교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31일 고 이학래 동진회 회장과 유족들이 “정부가 한국인 전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부작위 위헌 확인소송에서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 회장 등 비시급 전범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포로감시원’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강제 동원돼 태평양전쟁 연합군 포로수용소 감시 등을 담당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이 연 ‘전범 재판’에서 비시급 전범으로 분류돼 사형을 당하거나 형무소에서 10여년간 복역했다. 이 회장 등 전범 피해자들은 일본 스가모 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전범’, ‘대일협력자’ 낙인을 받아 귀국하지 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1955년 ‘동진회’라는 모임을 꾸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한국 정부는 2006년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자들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 보상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이 없고, 일본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 등은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대로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비시급 전범 피해자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이 회장은 지난 3월 96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헌재는 우선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 따라서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을 받아서 생긴 한국인 비시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피해자 등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권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 비시급 전범들이 일제 강제동원으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 분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 불투명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 분쟁 해결 절차에 나아갸아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분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한국인 비시급 전범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해결 및 보상 등을 일본 쪽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한국 정부가 일제의 불법적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분쟁해결절차에 나서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전범 피해자들은 불법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다. 피해 청구권에 대한 소멸 여부는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므로 분쟁해결절차에 나설 의무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범 피해자들의 피해 청구권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한국인 비시급 전범들이 모두 사망한 사정을 고려하면, 더는 시간을 지체할 경우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재는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외교적 분쟁 해결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인 바 있다. 반면 2019년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인권위 떠나는 최영애 위원장 "박원순 '성희롱' 판단은 옳았다"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 있어···비난도 짊어져야할 짐”
“여당 인사들 ‘피해 호소인’ 표현 쓰지 않았더라면···”
“제주도 예멘 난민 때처럼 한국사회 난민에 부정적”
혐오가 가득한 사회에서는 ‘혐오하지 말라’는 주문도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인권’ 이정표를 세우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누군가는 인권위의 판단이 너무 무르고, 더디다고 하고 누군가는 과도하고, 이르다고 비판한다. 인권위 수장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진다.
“괜찮아요. 저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누구나 비난할 수 있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비난도 짊어질 짐이라고 했다. 오히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직권조사부터 여당 인사들의 ‘피해 호소인’ 논란, 코로나 방역 인권침해 등이 자신의 재임 중 벌어져 다행이라고 했다. 퇴임을 앞둔 최 위원장을 지난 27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가 한국에 왔다.
“나는 전쟁 세대다. 51년생이니까. 그때 우리는 난민과 다르지 않았다. 다들 집 떠난 피난민이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정한 난민 개념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 세대는 모두 난민의 삶을 살았다. 난민은 우리가 겪었던 문제다. 더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는
-정부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난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제주도 예멘 난민 때 봤지 않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난민’으로 규정해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촉박했을 거라고 본다. 난민을 난민이라 부르지 못하는 문제는 이제부터 풀어가야 한다. 이번 아프간 난민을 계기로 정부의 난민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가 입법 추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은 여전히 국회 처리가 요원하다.
“3년 임기 동안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넣은 일이 평등법 제정이다. 평등법 제정은 단지 법을 만든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간성 회복 문제다. 차별과 혐오를 없앨 사회적 합의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였다. ‘아쉽지만 여기까지는 가자’며 어렵게 타협한 결과물인데, 이 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굉장히 안타깝다.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넘어, 정치인의 역량과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이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평등법 제정처럼 중요한 것이 있나.”
-퇴임 후에도 평등법이 마음에 걸리겠다.
“지난 14년 동안 차별금지법의 존재를 이 사회가 잊고 있었다. 한동안 누구도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혐오와 차별이 구조화됐다. 그냥 두어서는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내 첫번째 책무는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방법은 평등법(차별금지법)이다. 법 제정은 안됐지만 성과는 있다. 이제 온 세상이 혐오와 차별을 이야기한다. 인권위는 혐오·차별 특별팀을 만들고 입장을 표명하며 선언했다. 그 사이 한국 사회에서 혐오, 차별, 평등법은 일상에서 쓰는 일반 명사처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적어도 차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이 불씨가 꺼지지 않길 바란다. 새 인권위원장이 온 뒤에도 인권위가 이 문제를 끝까지 잘 들고 가서 법 제정의 기적을 만들었으면 한다.”
-모두들 혐오는 나쁘다고 하는데, 혐오는 심화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 저마다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경쟁은 치열한데 승자는 소수다. 성장과 자본 논리가 물밀듯 들어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이고 갈등이다. 생각보다 갈등은 오래 갈 것이다. 이런 상황이 왜 벌어졌고, 이런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늘 당장 눈앞의 결과, 현상만 본다. 분노하느라 성찰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갈등만 부각한다. 혐오를 혐오로 대응한다는 전략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에서 젠더 갈등을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정치하는 분들이 ‘이거는 여성들 때문이야’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적절하지 않다. 표를 얻기 위해 이런 대응을 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남성들이 역차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의 남성이 ‘나 억울하다’고 호소하면 ‘맞아 맞아’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성은 이기적인 요구만 하는 무책임한 존재라며 비난한다. 그게 전부다. 공론장이 없다보니 여성들은 일부 남성들의 주장을 보고 ‘남성은 변하지 않네. 남성 중심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고 자포자기한다. 남성들은 ‘여성 채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을 분리해야 한다. 여성을 뽑으면 조직이 어려워진다’는 식의 편견을 공유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가 그 비슷한 얘기를 SNS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시장 유족은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은 민주사회에서 법적으로 보장하는 권리다. 가족 입장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를 밟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본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두고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인권위의 판단을 부정하고 하는 여론도 있다.
“어떻게 하겠나. 이견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각을 다를 수 있다. 인권위 판단에 대한 인식은 더디기는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품행을 먼저 탓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치마가 짧다고 해서 강간할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인식까지는 오지 않았나.”
-위원장 개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의치 않는다. 성폭력상담소에 있을 때 박 전 시장 사건보다 더 큰 사건도 많았다. 그때도 비난 많이 받았다. 그런 반응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비난을 짊어지고 가는 게 내 역할이다. 성폭력상담소에서 수만 건이 넘는 사건을 경험했다. 그러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눈이 생긴다. 사건을 나만큼 잘 보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박 전 시장 사건이 왔을 때 참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그랬다. 왜 안 힘들었겠나.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인권위원장으로 있을 때 이 사건이 온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당 인사들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두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말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쓰지? 왜 굳이 이런 표현을 쓰는 거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피해자라고 하면 한쪽은 가해자가 돼야 하니까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쓴 것 같다. 정권은 그 용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피해인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부족해 아쉽다. 나는 피해인이라고 부른다.”
-과거 박 전 시장과 활동한 경험이 있는 걸로 안다.
“직권 조사 의결한 날 늦게 끝났다. 예전에 박 시장과 서울대 사건(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할 때 주로 만났던 곳이 양재·서초였다. 민변 사무실 있는 곳. 집에 가면서 그 근처를 지나는데, 정말 박 시장이 내 옆에서 ‘최 소장 수고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랬는지. 전에 박 시장을 딛고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박 시장을 밟고 가자는 말이 아니다. 이 모든 사건을 딛고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판단을 박 시장이 어떻게 봤을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권위의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인권위의 결정은 우리 사회에 많은 울림을 줬다.”
-인권위 역시 내로남불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민주화 세대·운동권 등 같은 편끼리 허물을 감싸준다는 것이다.
“모든 조직은 사건을 덮는다. 외부에서도 공격을 받는데 우리끼리 치부를 까발리는 건 심한 거 아니냐는 것인데, 전형적인 조직의 논리다.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의 논리로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나 개인은 물론 인권위도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이중 잣대를 댄 적 없다. 정권 눈치도 본적 없다.”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에게 성가신 존재였나.
“그렇다. 특히 코로나 방역이 굉장히 중요했던 시기에 확진자 개인정보, 동선을 공개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정부로서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정부는 A라고 했는데 인권위는 B 입장을 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성가시게만 해서는 안 된다. 성가시게 해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인권위가 편치 않을 거다. 누구도 인권위에게 뭔가 요구하지 못한다. ‘이 사안은 인권위가 이렇게 판단해주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은 현 정부에서 안하는 것 같다.”
-정부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높지 않다.
“인권위 권고대로 당장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부처에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답한다. 그러면 우리는 불수용했다고 판단한다. ‘검토해보겠다’고 해도 불수용이다. 인권위 권고를 아예 따르지 않는 건 아니고, 정권 말기여서 불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를 판단할 때 전과 달리 실제 변화가 이뤄졌는지를 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권 정책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나.
“대통령은 확실히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 수차례 ‘인권위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라. 인권위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정부 부처는 협력하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인권과 관련해 정부 부처가 정책적으로 달라졌느냐, 새로운 제도가 생겼느냐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권위 판단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 정도다.”
-재임 기간을 돌아본다면.
“심연에 가라앉아 있었던 혐오와 차별을 끌어냈다. 그리고 평등법을 공론화했다. 특히 평등법은 법 제정 문제가 아니라 다루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 하나는 법무부와 공동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인권정책기본법이다. 서로 다른 두 기관이 협업을 통해 입법을 추진한 초유의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시장 건이다. 직장 내 성희롱이 무엇이고, 어떤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아야 하는 건지 인권위가 명료하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생각한다. 가장 의미있었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사건이었다. 지난 3년간 안팎에서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큼 못했을 거다.”
-퇴임 후 계획이 있나. 정치하자는 제안도 있을 것 같은데.
“성폭력 반대 활동을 하면서 매스컴을 많이 탔다. 정치권에서 콜이 없었겠나. 모든 정부마다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권위를 떠나면 집필 활동을 할 생각이다. 성폭력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 의식에 변화를 가져온 성폭력 사건을 정리하려고 한다. 또 하나 쓰고 싶은 주제는 탈북여성들과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남북 소통을 막는지,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 얘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인권위 이야기다. 숱한 비판 속에서도 2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경험을 토대로 쓸 생각이다. 다 쓰면 세 권인데, 출판할 생각은 없다. 그저 좋은 자료를 남기고 싶다.”
.Moin-최위원장 논리라면 이 세상에는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무고죄가 있었다. 성추행으로 피해를 호소한 사람과 무고를 호소하는 양인이 존립하는데 그럼 도대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이재명이 피해자인가 아니면 김부선이 피해자인가? 아직 뚜렷한 피해 정도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의 여비서는 단지 피해 호소인이였을 뿐이다. 그녀의 호소를 전적으로 믿는다 해도 김재련을 통하여 점차 밝혀졌던 성추행의 내용은 처음과 나중이 확연히 달랐지 않았는가. 정의당의 젊은 여 의원들로 인해서 그리고 최위원장을 비롯한 여성단체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여권 신장은 도리어 후퇴한다.
바람처럼자유롭게-@Moin 말장난 하냐? 박원순이가 스스로 자살한 것 만큼 명확한 증거 어디 있는가?피해 호소인!? 당신 가족이 그런 경우를 당하면 당신 가족에게 피해 호소인 이라고 지칭 하라.
.easyrider-@바람처럼자유롭게 망자를 욕되기 하지마라 자식아 바람처럼 자유롭게 해주까?
.혜봉-@Moin 그럼 원순이가 왜 자살을 했지??????????? 피해 호소인? ㅋㅋㅋ 아주 말은 잘 만들어 내요. ㅋㅋㅋ 모든 피해자는 재판 끝나기 전에 피해 호소인이지? ㅋㅋㅋ
Really-@Moin M 모지란 인격으로. O 오바하지마라. 피해자의 I 인격도 존중해야. N 내로남불 소릴 안듣지?
둥둥둥둥둥둥-@Really 밑에 댓글 수준을 보니 쓰래기가 너무 많네요,
OraOra5@Moin 뭔소리야 이 사건만큼 시시비비 명확한 사건이 또 어디 있었다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말까지 지어내며 피해자를 두번 죽인게지.
여러분-@OraOra -증명된 사실은 없었잖아요. 일방의 주장일 뿐...
sjch-뻔뻔한 것들 더 심한것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성추행 이게 진정한 성추행인가?
.무한무심한 -피해자나 가해자가 엄격하게 가려지지 않을 때는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자기 시각이나 착각 속에 단죄 하듯이 정해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 방법이 아니다.
피해호소인에서 판정이 끝나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쪽만 믿고 설치는 것은 민주주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인간들이다.
.작용현실-인권위의 문제점은 성도덕상의 성희롱과 성범죄상의 성폭력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지점에서 성희롱, 성폭행, 성범죄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도덕상의 문제를 다루지만 박시장건은 이미 법적 고소의 상황이었는데 이를 '범죄'로 예단함으로써 판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사건의 실체가 도덕적 실수에 가까운 성희롱이었는지 아니면 판사의 구형이 필요한 강간이나 추행과 같은 성폭력 범죄였는지인 거다. 그게 과연 범죄적으로 죽을 죄였는지 아니면 사과하면 용서할만한 도덕적 실수였는지 그걸 알고 싶은 거다. 왜 이렇게 모든 걸 애매하게 만들어 놓나.
임승관-전근대적인 가치관으로 현재를 보고 판단하는 군요. 딱 합니다.
한량-좌우, 진영을 떠나 이 나라 지배층의 비겁한 모습을 또한번 보는군요 영애 씨, 박원순 성추행 사건이 났을 때 당신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보였어야지요. 그래도 인권위 수장이랍시고 문제의식은 있었을테지만 당신을 발탁했던 문통 눈치, 당신 편 사람들 눈치보며 입조심하다가 이제 자리를 물러나며 의로운 척 행세를 하다니 참 비겁합니다. 이런 소리를 하고 싶으면 아니 당신의 신념이 맞다면 그때 그 피해자가 눈물로 호소하고 영혼없는 군중들이 '피해호소인'하며 떠들었을때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박원순은 성추행 범죄자가 맞다'라고 했어야 합니다 사실이 그러하고요 반쪽 자리 정의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 좌파들의 전형을 또 보여주고 말았군요 빨리 내려 가시오!
mongsil-어린여비서 찝적거리다 걸리니까 쪽팔려서 자살한 놈 빨아대는 대깨문들아 맘에 안들면 적폐냐 ? ㅉㅉ
맑은안경-박원순 시장을 입에 올리지 마라.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인에게 용서를 빌어라.
easyrider-@mongsil 어이 성질 더럽은 놈 만나 더럽은 일 당하고 싶나?
ㅎㅎ-가짜 미투로 덮어 씌워도 수사전에 그 말을 믿어 줘야 한다는건가?사실 확인전에 피해자라고 하면 상대자는 가해자가 되는건데 이게 무죄추정의 법에 맞는 얘긴가.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래서 재판이라는게 있다.인권위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하는게 아니다.참 웃기는 군...
whatchamacallit-여러 잡다한 사실을 나열해놨는데 페미를 훙내내고 있는 폐미잖아..난민의 정의는 그렇게도 잘 내려왔는데 개인적으로 탈북민은 난민인가 아닌가? 탈북민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고 아프칸 난민을 논한다는게 정말로 쪽팔리지 않는가?
구이-옳았다? 본인이 판결을 내리시는겐가? 그저 미투에만 연관되어 있으면 모든 정해진 규정과 절차적 과정을 무시하고 정해진 답을 도출해도 된다는겐가? 당신의 그런 논리와 행태들이, 어떤 사람들은 구제해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억울한 사람들도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시길 바라오.
데빌데드-증거도없이 옳았다? 재정신인가?
hwano-가증스런 위선자 문재인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은 모두 진영논리로 의사를 표명하는데 이런 기관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더 낳다.
머나먼유토피아-@hwano 위선자? 어딜 봐서 위선자냐? 똥꾸눀으로 밥처먹고, 아가리로 똥내지르는 일베생쥐들 눈깔엔 젓두환이나 장대호가 영웅이지. 그리고, 뭘 낳아? 생각은 하고 사냐?
.noa****-인권위를 선택적 인권위롤 나락시킨 뇬 이라며...
Pike Place-정신줄 놓은 여편네가 왠 사악한 변호사가 꾸민 언론질에 놀아나 박시장의 죽음을 부관참시 해 놓고 여전히 변명질이다 때론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사진과 증언들을 들어본 적이나 있는가 사자의 인권은 그리도 짖밟힐 수 있는 것인가
.솔솔솥-글쎄요. 인터뷰 내용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쭉 읽어보면 죄다 나 잘했소 하는 얘기뿐이라 공감이 안 갑니다. 전 아직도 박원순 시장 성희롱 사건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이라 부릅니다. 주장만 있고 증거가 없잖아요. 한 개인의 주장만 듣고 사실로 믿어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증거를 바탕으로 주장해야 믿어줄텐데 증거도 없이 무조건 피해호소인 말에 토달면 2차 가해라고 몰아가는 것도 참...세상에는 죄를 짓지 않았어도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가해자가 된다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겠어요.
.나이온-박원순 성추행 사건만 관련해서는 한쪽의 자살로 공소권 없음으로 중단됐지만
박원순 비서의 강간 사건 재판때,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비서의 강간이 아닌,
""박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사실"" 이라고 적시했습니다.
한마디로 공소권 중단된 재판이 아닌, 이후 성추행을 들추어내는 다른 재판이 생긴다면
무조건 성추행이 사실로 적시됩니다.
비서 강간 재판에서 이미 재판부에서 성추행을 사실로 판단하고 증거로 채택했기 때문에요.
참고로 재판부에서 사실로 판단한 이유는 이전에 공소권 없음으로 중단된 카톡과 문자 내용이 모두 재판 정상진행으로 채택이 되어서 사실로 판정났기 때문입니다. 실드 치는 분들은 이 점 확실히 알고 계세요.
자존심-이 여자는 무슨 근거로 성희롱 이라고 개나발을 불었을까? 피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못되먹은 여자의 말만 진실이냐? 박원순을 나는 신뢰한다 그간 해온 그사람의 발자취가 훌륭하다 그러나 피해 주장하는 그여자는 숨어서 뭐하는가 미투는 자기를 밝히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 미투지 숨어서 언플 하는 것이 미투가 아니다 피해 호소하는 그여자는 진정 진실이라면 당당히 나서서 직접 말하라
외톨이참새-찜찜한 점이 많았던 모양이지 ?
아짱-도대체 고 박시장이 유죄라면 제데로 된 증거라도 제시해야하는게 아닌가 과연 피해자라는 쪽들의 주장(?) 말고는 없었디고 본다 그럼에도 페미들의 강압에 ㅉㅉㅉ 말도 안된다
사상 최대 정부 예산에 ‘세금 펑펑’ vs ‘돈줄 풀어야’ 극과극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2년 정부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정부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400조원에 불과했던 본예산 규모가 5년 만에 200조원 이상 더 늘어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긴 하지만, 사상 최대 내년 예산안과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은 초슈퍼 예산안이라며 우려했다.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년 예산 편성액이 인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내년 예산에 조중동 “방만” 한겨레경향 “인색”
한국일보는 1면에서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재정’을 3년 연속 이어온 탓에 나라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5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착한 부채론’이 문 정부 확장재정 기조의 이유지만, 단기간에 나라 빚이 과도하게 늘어 차기 정부 재정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지원 등을 위해서였다지만,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으로 재정 운용 여력을 떨어트린다는 비판도 거세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내년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현금성 복지 예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올해 30조1000원이었던 일자리 사업 규모는 내년에는 3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저출산 대책 예산도 현금성 지원 위주로 짜였는데, 출생아 1명당 축하금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생후 2년간 매달 영아수당 30만원이 지급된다. 영아수당은 2025년까지 점점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한 예산도 크게 늘어났다. 병장 월급이 67만6000원으로 11% 인상된다.
반면 경향신문은 1면에서 “코로나19로 양극화가 확대된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돈줄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재정수입은 올해보다 13.7% 증가한 548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로 기업실적과 민간소비, 투자, 수출입 등이 회복세를 보이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총지출 증가율은 8.3%에 그쳤다. 총지출 증가율을 보면 2020년 9.1%, 2021년 8.9%에서 내년에는 더 낮아지도록 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면에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완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세수가 크게 늘어 재정수지도 조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수 증가 효과는 한 해에 그치고, 격차 완화를 위한 재정 투입은 여전히 소극적이란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대선용 포퓰리즘” VS “코로나19 빈곤·격차 해소 어려워”
한겨레는 사설에서 “총액 증가율을 보면 정부가 나름 애를 썼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직결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오히려 이전 보다 낮아졌다”고 했다.
저소득계층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현재 저소득계층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2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원으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2분기의 163만원과 비슷하다. 그나마 공적 이전소득이 49만원에서 59만원으로 늘어난 덕이다. 경기 회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취약계층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한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양호한 데다 팬데믹 와중에 재정 지출도 적었다. 세수마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의 확장 재정은 총수요 확대와 경기 회복, 성장률 상승,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단초가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올해 본예산에 두 차례 추경을 더한 것보다 적은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두고 적극적인 확장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매일 2000억원 빚내 돈을 펑펑 써 놓고 다음 정부에 씀씀이를 줄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 “2017년 401조원 규모 예산을 물려받은 정부가 5년 만에 51%나 늘어난 초팽창 지출 구조를 만들어놨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니 더 적극적으로 세금을 뿌리겠다고 작심한 듯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가 상상도 못했을 만큼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해왔다. 집값을 사상 최대로 올려놓더니 국민 세금은 마치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펑펑 써왔다. 그 결과 내년 나랏빚은 1068조원으로 GDP의 50.2%에 이를 전망”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 국민 중에 ‘국가부채 1000조원’을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게 현실이 됐다. 5년간 408조원 빚을 냈다면 하루 평균 2235억원씩 부채를 진 것이다. 정말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래 놓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2023년 이후 재정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제하도록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했다. ‘우리는 펑펑 쓸 테니 다음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에게는 부채를 줄이라며 생계 자금 대출까지 막아놓고 정부는 빚을 내 펑펑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뿌리는 돈이 결국 세금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재정 낭비를 넘어 재정 탕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돈을 펑펑 쓰고는 2023년 예산부터는 증가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며 재정 건정성 확보 의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겨버렸다. 빚더미를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 탓에 국민 시름만 깊어진다”고 했다./미디어오늘
권한만 누리고 책임 회피?…미등기 ‘편법 경영’ 논란
우리나라 재벌 총수 여럿이 이재용 부회장처럼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또 문제는 없는 건지 석민수 기자와 함께 한 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이 취업제한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법무부의 입장, 어떻게 봐야 할가요?
[기자]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등기임원은 11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미등기 임원은 1,067명이나 되는데요. 미등기 임원이라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취업이 아니다, 법무부가 그렇게 간주한 거니까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봐야합니다.
[앵커]그렇다면 이전에도 미등기임원으로 이런 취업제한을 피해간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찾아봤더니 그런 논란이 한번 있었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4년 횡령으로 실형이 확정됐는데요, 곧바로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고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그리고 이른바 '옥중경영'을 해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앵커]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등기임원 등록을 피하는 재벌 총수, 적지 않죠?
[기자]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1개 주요 대기업집단을 분석해봤는데요. 총수가 등기이사로 오른 계열사는 약 4%에 불과했습니다. 삼성 외에도 신세계, CJ 등은 총수와 2세들이 그 어떤 계열사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최근엔 쿠팡 김범석 의장이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잡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앵커]재벌 총수들이 그렇게 하는 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비판도 있던데요.
[기자]결과적으로 그런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총수이기 때문에 등기임원이든 아니든 경영 권한을 행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죠. 그러면서도 등기임원이 져야할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질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이재용 부회장은 무보수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등기임원이라도 연봉은 많이 받는다면서요?
[기자]네, 최근 한화 김승연 회장이 취업제한 기간에도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수십억 연봉을 받은 게 드러났죠. 최근 경제개혁연구소에서 조사해보니까, 지배주주는 미등기임원이어도 연봉 대부분을 고정 급여로 받고 있습니다. 통상, 임원들이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앵커]권한은 누리고 책임은 피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데, 바로 잡을 수는 없을까요?
[기자]우리가 이렇게 미등기임원으로 고액연봉 받는 총수일가 실태를 알게 된 건 지난 2013년 공시가 강화되고 부텁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시의무를 더 강화하고 사외이사나 소액주주들이 총수를 더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석민수 기자 ms@kbs.co.kr
‘황제의전’ 논란 속에 빛난 어느 지역 언론인의 용기
이른바 황제의전 논란의 전말은 이러했다.
8월27일 오전 6시, 충북 지역 인터넷 언론인 충북인뉴스의 최현주 기자는 진천군 공무원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김포 오전 8시 출발, 진천 오전 10시 도착 예정’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카니스탄을 탈출한 377명의 입국자들이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오전 10시쯤 도착예정이라는 정보였다. 최 기자는 취재장비를 챙긴 뒤 서둘러 진천군 덕산읍 인재개발원으로 향했다. 오전 9시경, 이미 많은 기자들이 나와있었다.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진천주민들의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고 몇 몇 주민들은 직접 나와 기다렸다. 주민 인터뷰를 마친 최 기자는 약 100여 명으로 불어난 기자들과 함께 입국자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그러나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고 조금 늦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오전 11시, 충북도지사와 도의회 의장단이 입구로 나왔지만 입국자들을 태운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빗줄기가 더 강해졌다. 일부 기자들은 “도대체 언제 오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기자단과 법무부 담당자들이 브리핑 장소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비 때문에 실내에서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코로나 방역 수칙 때문에 50명 밖에 들어갈 수 없다. 기자단은 이 많은 인원이 진천까지 내려왔는데 그럴 수는 없다며 차라리 야외에서 브리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야외 브리핑은 인원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야외 브리핑이 결정됐고 연단부터 음향까지 급하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낮 12시10분,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경찰특공대의 에스코트를 받는 5대의 전세버스가 들어왔고 1호버스 탑승자 한 명이 창문 밖으로 손을 들어 보이자 수십대의 플래시가 터졌다. 30분 뒤 5대의 버스가 더 들어왔고 직후 브리핑이 시작됐다.
낮 12시40분경, 혼자서 우산을 쓰고 있던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우산을 접고 연단앞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었다. 차관이 브리핑을 시작할 즈음 법무부 직원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슬며시 차관 옆에 섰다. 그러자 기자 한 명이 ‘자세 좀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직원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뒤로 가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직원은 차관 뒤로 가 엉거주춤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 “더… 더 앉으세요” 결국 직원은 차관의 엉덩이 근처에 얼굴을 대는 상황이 됐고 차라리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찰칵, 그리고 기사가 쏟아졌다.
“‘황제의전’ 받은 법무부 차관… 무릎 꿇고 우산 받친 직원 못봤을까?”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8월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 연합뉴스
순식간에 비판댓글들이 쏟아졌고 ‘희대의 우산갑질’이란 정치권 성명도 나왔다. 법무부 차관은 ‘직원의 숨은 노력을 살피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최현주 기자가 쓴 기자수첩이었다.
“무릎 꿇고 우산 들게 한 기자들, 다들 어디로 숨었나”
제목은 이후 수정됐지만 내용은 같았다. 취재진들의 무리한 요구가 황제 의전 논란의 발화점이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이 기사를 처음 접한 나는 기자의 말이 맞는지 여러번 의심하며 확인했다. 내 SNS에 공유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로도 망설였다.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낙인찍힐게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지역언론인 마음 누가 알아주겠냐는 마음으로 기사를 공유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 탓을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충북인뉴스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회사소개문구를 보다 눈시울이 붉거졌다. 광고윤리 실천요강이라는 게 공지되어있었다.
“1. 우리는 광고수주에 있어 신문사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1. 우리는 광고수주에 있어 취재보도와 연계하여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는 두 명에 불과했다. 네이버에서는 기사 검색도 어렵다. 그러나 다른 언론이 못 가진 걸 갖고 있었다. 왜곡과 편견에 맞설 용기, 그리고 잘못된 관행에 맞설 용기, 그 언론의 이름은 충북인뉴스였다.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 ‘mediatoday
한달간 쏟아진 언론중재법 보도 3296건 포인트는 제각각
주요 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가 220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세계일보 204건, 조선일보 195건, 동아일보 137건, 경향신문 134건, 서울신문 131건, 국민일보 127건, 한국일보 108건, 한겨레 94건 순이다.
한겨레‧경향신문 ‘진정한 언론개혁’ 요구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언론중재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논조 차이가 있다.
빅카인즈 분석 결과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 연관어로 ‘언론개혁’ 키워드가 눈에 띈다.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중재법 개정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기사가 많았다. 한겨레는 “가짜뉴스 엄벌은 진정한 언론개혁 아니야” “진정한 언론개혁의 의미를 되돌아볼 때다” 등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또한 “‘언론개혁’ 속도전 와중 걸음마도 못 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기사를 통해서는 공회전을 거듭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짚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제대로 된 언론개혁을 위해 더 많이 숙의하고 입법의 정도를 걷기 바란다”고 밝히며 ‘제대로 된 언론개혁’을 요구했다. “손해배상액만 높이면 언론개혁?…‘언론 압박’에 혈안된 민주당” 기사에서는 “정작 보도의 공정성과 질을 높이기 위한 다른 언론개혁 정책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언론에서는 언론개혁의 필요성과 피해 구제를 위한 대응에 동의하는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내년에 누가 정권을 잡든 그간 억눌러 뒀던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 텐데 문 대통령이 이 법에 의탁하고 싶어지지 않겠나”(중앙일보)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것”(조선일보) 등 악의적 의도를 가졌다는 전제에서 인식 차가 드러났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언론 피해 구제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오남용 소지가 없는 제도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는 반면 보수언론은 ‘폐기’를 요구하는 점도 차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힌 반면 동아일보는 “여 언론중재법 숙의론 확산, 속도 조절 아닌 폐기가 맞다”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보수언론 인용의 특이점 ‘윤석열’과 ‘시민단체’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선 주요 연관어에 꼽히지 않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선 주요 연관어에 꼽힌 키워드가 있다. ‘윤석열’이다.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는 “윤석열 ‘언론중재법은 권력비리 보도 막겠다는 것…얼마나 비리 많길래’” “尹 ‘사악한 시도’ 崔 ‘비리 덮는 것’ 安 ‘언자완박’ … 與 언론법 폭주 비판” “윤석열 ‘언론 오보 최대 피해자지만, 언론중재법 단호히 반대’” 등이다. 중앙일보 역시 “윤석열 ‘언론중재법, 與 위한 한풀이 법안인가’” “尹 ‘與 언론중재법 강행 목적은 집권연장’” “윤석열 ‘언론중재법, ‘권력이 언론 감시’ 세상 될 것’” “尹 ‘민주화했다는 정권이 언론장악… 집권연장 꾀하려고’” 등 윤 전 총장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반복적으로 썼다.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언론중재법 반대’의 스피커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
이번 국면에서 보수언론들이 좀처럼 인용하지 않는 언론학계와 언론단체, 언론시민단체를 인용한 보도가 늘었다는 점도 이례적인 장면이다
미디어오늘
"거리두기 '비과학적'... '위드 코로나'로 바뀌어야"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좌담회... '기로에 선 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왼쪽 첫번째)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로에 선 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 코로나19 좌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방역, 건강권 대책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유성호
델타 변이 등 코로나 변이종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의 과학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미 집단면역은 불가능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코로나 대유행은 반복된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초기부터 시행된 어린이집·학교의 제한적 등교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년과 상관없이 전면 등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로에 선 '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재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전환 방향을 모색하며 ▲ 거리두기 재편·방역지침 완화 ▲ 학교 전면등교 ▲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제안했다.
"학교는 코로나 안전지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기존의 거리두기 방침을 코로나 확진자 수 2000명대를 오가는 현재 시점에 적용하기에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방역의 특징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검사·추적·격리 봉쇄였지만, 델타 변이가 등장한 이상 그 무엇도 코로나를 완벽히 방어할 수 없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도 4개월이 지나면 면역력이 감소한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엄격한 방역지침은 효과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학교, 야외집회, 문화공간 등의 근거 없는 거리두기를 철폐해야 한다. 하루빨리 '위드 코로나'(코로나를 독감 같은 일상 감염병으로 규정, 방역을 완화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정책)로 방역수칙이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특히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필요하다. 델타 변이에 의한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영국에서조차 학교는 감염 전파의 진원지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교육부는 6일부터 거리두기 3단계 지역에 한해 모든 학교의 전면등교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4단계 지역은 초·중학교의 경우 전교생의 3분의 2까지 등교가 가능하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공공정책학 교수 역시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학교가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등교가 재개된 여름 방학 이후 0~34세의 감염자는 오히려 줄었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를 언급한 김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집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등교 제한 조치는 별 의미가 없다"면서 "반면 등교 제한의 악영향은 매우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등교 제한 1년으로 우리나라의 피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5%에 이를 것이라 추산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 의료체계, 공공 강화 vs 민간 지원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로에 선 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 코로나19 좌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와 사회정책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의 새 방역지침이 K방역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석 방역 대책을 포함해 다음 주부터 4주 동안 적용할 거리두기 안을 3일 발표할 예정이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두기를 재편할 때 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제도를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가족 돌봄을 책임지는 부모의 노동시간과 돌봄시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성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공공 중심의 지역 의료·돌봄 통합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 중심으로 재정을 분배하고 사용하며 예산 편성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코로나를 담당하는 의료 대응체계를 두고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우석균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병상이 가장 많은 나라지만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공공병상은 턱없이 부족해 자택 대기환자가 사망하거나 요양시설에서 집단 사망하기도 했다"라며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의료관리청과 같은 치료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현철 교수는 "접촉자 추적 조사와 선별진료소를 폐지하고 일반 의원에서 코로나 감염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다만 증상 악화를 대비해 병상 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면서 "공공의료 확대는 제한적인 해결책이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민간의료가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정부는 ▲ 코로나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 전국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충 ▲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 야간간호료 확대 문제에 대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오마이뉴스 글: 신나리(dorga17)사진: 유성호(hoyah35)
의도된 '재탕'?…미 싱크탱크 CSIS와 '북한 뉴스'
“북한 영변 핵시설 일부 가동 정황”
“평산 우라늄 시설 가동”
이런 식의 북한 핵·무기 시설 동향 기사는 출처가 주로 미국 싱크탱크다. 그 중에서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특히 자주 등장하는 싱크탱크다. CSIS는 주기적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펴낸다. 그리고 한국 언론사들은 이를 받아 기사를 쓴다.
그러나 CSIS 보고서 내용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2018년 11월, CSIS는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찾아냈다며 그 중 하나로 ‘삭간몰 기지’를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CSIS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보고서에 대해 “이미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역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며 논란을 진화했다.
CSIS는 국내 매체가 가장 많이 인용하는 미국 싱크탱크다. CSIS의 보고서 인용 기사 뿐 아니라 CSIS 소속 인물들의 발언도 상당수 기사화 한다. 뉴스타파는 ‘북한 뉴스 해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CSIS를 검증했다.
美 정부·방산·석유업체 기부금
CSIS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비당파, 비영리 정책 연구 조직”을 표방하는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다. 기후 변화, 사이버안전과 기술, 안보, 경제, 에너지, 건강, 인권 등의 주제를 두루 다루고 있다. 한반도 이슈를 특정해서 다루는 ‘코리아 체어(Korea Chair)’라는 이름의 조직도 운영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 등을 지낸 빅터 차라는 인물이 코리아 체어의 좌장 격인 ‘한국 석좌’를 맡고 있다. 빅터 차는 현재 조선일보에 미국과 한반도 이슈 등을 다루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연례 심포지엄에도 참석하고 있다.
▲ 국내 북한 관련 뉴스의 미국 싱크탱크 인용 빈도. 1위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2위는 미 국익연구소, 3위는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4위는 헤리티지 재단, 5위는 랜드연구소, 6위는 브루킹스 연구소, 7위는 민주주의 수호재단, 8위는 영국 국제젼략문제연구소, 9위는 애틀랜틱 카운슬, 10위는 우드로윌슨센터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한국언론사가 생산한 북한 관련 뉴스에서 미국 싱크탱크가 얼마나 인용됐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CSIS가 1위로 집계됐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국내 22개 매체의 북한 관련 기사를 전수조사해 기사의 출처를 확인한 결과다. CSIS가 인용된 기사는 모두 287건이다.
CSIS가 북한 혹은 한반도 이슈로 국내 매체에 인용된 역사는 길다. 1991년, 윌리엄 테일러 당시 CSIS 부소장이 “김일성의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한반도가 향후 5년 이내에 통일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기사화 됐다. 1992년에는 “향후 2년간 북한이 무력으로 남침할 가능성이 약 20%(윌리엄 테일러 전 CSIS 부소장)”라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2020년도 기준으로 CSIS는 미국 연방 정부에서 650만 달러, 한화로 약 70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CSIS가 한 해 동안 받은 전체 기부금은 한화로 300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기관으로부터, 얼마의 자금을 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CSIS는 자사 홈페이지나 자체적으로 내는 보고서 등에서 고액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가장 적게는 5,000 달러~34,999 달러(한화 기준 약 500만 원~ 4000만 원), 가장 많게는 50만 달러(한화로 약 6억원) 이상까지가 ▲재단 ▲기업 ▲정부 ▲개인 기부금 별로 공개돼 있다. CSIS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는 기업으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셰브론(석유회사)’, ‘PAE LLC(아르헨티나 석유회사)’, ‘노드럽(군수업체)’ 등이 있다.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는 외국 정부는 ‘일본’, ‘대만’, ‘아랍 에미리트’, ‘미국’ 등 4개국이다.
뉴스타파는 이들 기관의 정확한 기부금 액수 등을 파악하기 위해 CSIS 측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CSIS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의문의 보고서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4일 앞둔 지난 2018년 4월 23일, CSIS는 <영변 기밀 해제 파트 1 : 최초의 핵 연구용 초기 작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CSIS 코리아 체어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비욘드 패러렐(Beyond Parallel)’에 실렸다.
보고서 주요 내용은 ▲흔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1963년과 1964년에 북한은 이미 핵 시설 건설을 시작했고 ▲핵 시설 개발은 소련과 북한의 과학기술협력으로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북한은 1964년 중반 소련으로부터 첫 원자로인 ‘개량형 IRT 2000 연구용 원자로’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다.
CSIS는 미국에서 기밀 해제된 정찰 프로그램의 1950~1960년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 2018년 4월 23일에 나온 CSIS의 보고서 사진
그러나 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일단 북한이 1950년 말에서 1960년대 무렵 핵 개발에 관심을 갖고 소련의 협조를 받았던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한국의 보고서나 언론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사실 북한의 1950년대와 1960년대 핵 개발 시도는 본격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이 시작됐다는 것은 명확한데, 그 앞선 시기부터 핵무기 개발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1950년대부터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이미 고위급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확인이 됐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상당 부분 증언이 나온 바 있다”며 “CSIS의 보고서 내용은 이미 있었던 사실을 위성 사진을 통해 교차 확인했다는 정도에서 의미가 있다. 내용상 새로운 건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1950년대에 이미 북한이 핵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 당시에 소련에서 인력이 오가고 1960년대에 소련으로부터 실험용 원자로를 받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정말 핵무기를 만드는 시작점이었는지, 아니면 에너지원이었는지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이 보고서 역시 새로운 사실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 주요 국면에 나온 CSIS의 보고서
한반도 상황의 주요 국면에 ‘새롭지 않은 내용’의 보고서가 나온 건 이때 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2018년 11월의 ‘미신고 시설 : 삭간몰 기지’ 보고서, 2019년 1월의 ‘미신고 시설 : 신오리 기지’ 보고서, 2019년 2월의 ‘미신고 시설 : 상남리 기지’ 보고서 등이 남북 혹은 북미간 정상회담 혹은 실무 협상을 앞두고 나온 보고서들이다. 그러나 삭간몰과 신오리, 상남리 시설 역시 기존에 한국 언론에 등장했던 기지들이다.
뉴스타파가 CSIS의 ‘비욘드 패러렐’에 게재된 북한의 군사·핵무기 관련 보고서와 남북·북미간 회담 등의 시기를 아래와 같이 비교해 봤다. 기간은 남북·북미 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됐던 2018년과 2019년으로 한정했다.
▲ 한반도 상황 주요 국면과 CSIS의 보고서 발표 시점, 보고서 요약 내용.
2019년 1월, CSIS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신오리 기지’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자 당시 다른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의 연구원이었던 대니얼 드페트리스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야단법석”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저자는 “CSIS가 말하는 ‘미공개’는 뉴스 가치가 훨씬 낮다”며 “북한이 특정 미사일 운용 기지를 국제 사회에 선언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국이나 한국 정보 기관이 해당 시설 혹은 내부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뉴스타파는 보고서를 쓴 CSIS 측 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왜 새로운 내용이 아닌 보고서를 반복해서 내는지 등을 물었다. 영변 기밀해제 관련 시리즈 보고서를 쓰고 있는 조셉 버뮤데즈는 CSIS 미디어 담당자를 통해 “지금은 질문을 받거나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미신고 기지’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자 CSIS의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해당 기지들을 ‘미신고 시설’이라고 한 이유는 북한이 그 기지들이 존재한다고 신고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오해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남북 철도 연결의 이점에 대한 보고서도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우리의 연구를 좋아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의 정치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기대돼선 안 된다. 그건 데이터가 말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CSIS는 북한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중요한 정책적 전환점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을 때, 이런 내용을 정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공개해 이슈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남북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다”며 “남북관계를 저해할 수 있고 국민적 불안감 등 안보적 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북한 뉴스 해부’ 프로젝트로 수집한 기사 데이터베이스(2020년 4월~2021년 3월)에서 CSIS가 인용된 기사 287건을 공개한다.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다. CSIS의 어떤 인물이, 혹은 어떤 보고서가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기사에서 인용됐는지를 아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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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뉴스타파 강혜인
올 10대그룹 시총 80조 늘었다
올들어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8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계열사 신규 상장까지 이어지며 시총이 늘었다. 이달 중 1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종가 기준 10대 그룹 시총 합계는 1295조1202억원으로 지난해 말 1215조8299억원에 비해 79조2904억원(6.52%) 증가했다. 80조원 가까이 늘면서 10대 그룹 시총은 1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10대 그룹 중 8개 그룹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포스코가 시총이 31.59% 늘면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고 한화(28.92%), GS(23.32%), SK(22.74%), 신세계(21.20%), 현대자동차(19.93%), 현대중공업(17.0%), 롯데(10.10%) 순이었다.
반면 삼성과 LG그룹은 시총이 감소했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680조4647억원으로 지난해 말 682조4323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LG그룹(LX그룹 분리)은 지난해 말 대비 4.33% 시총이 줄면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계열사별로 보면 먼저 신규 상장 계열사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각각 23조6003억원, 14조8655억원의 시총을 기록하며 SK그룹 전체 시총 증가에 기여했다. SK케미칼(-31.41%), SK바이오팜(-26.63%), SK디스커버리(-25.95%), SK하이닉스(-8.86%)가 큰 폭으로 시총이 감소했지만 신규 상장 계열사 덕에 전체 시총은 22% 넘는 증가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은 최근 상장한 롯데렌탈이 시총 1조8097억원으로 시총 증가에 힘을 보탰다.
계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시총이 늘어난 종목은 포스코강판이었다. 포스코강판의 시총은 지난해 말 1044억원에서 3905억원으로 274.14% 급증했다. 뒤를 이어 한화투자증권과 LG헬로비전이 각각 122.32%, 102.58%로 세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대비 시총이 31.62% 줄면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5.19%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79.25%), 삼성SDI(25.48%), 삼성증권(22.37%) 등이 시총이 늘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중공업(-10.37%), 삼성생명(-6.32%) 등의 시총이 줄면서 그룹 전체 시총도 소폭 줄었다. LG그룹은 그룹사 중 가장 시총 규모가 큰 LG화학의 시총이 12.5% 감소했고 LG생활건강도 9.75% 줄면서 부진했다.
10대 그룹 시총은 이달 1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6일 현대중공업의 증시 입성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공모가 밴드는 5만2000~6만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조6160억~5조3260억원이다. 오는 7~8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하고 1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9만원, 업종 최선호주를 제시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할증이 필요한 회사가 업종 내 가장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0.77~0.87배(삼성중공업 1.33배, 대우조선해양 1.1배)로 상장이 될 예정"이라며 "하반기 에너지 운반선 시황 회복, 2023년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차별적 수주잔고 증가, 선가 인상 등으로 상장 이후 경쟁사들과의 밸류에이션 차이 축소가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한순간 꺼진 거품…70년 된 집에서 탈출하는 꿈도 잠시 접는다
우리 이사 한번 생각해 봅시다.”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초여름까지만 해도 골목에 집을 내놓았다는 ‘For Sale’ 팻말이 한두 개는 보였다. 6월1일 과열을 막는 조치가 나온 이후 부동산 시장은 식어버렸다. 7월 거래량은 작년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경향신문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초여름까지만 해도 골목에 집을 내놓았다는 ‘For Sale’ 팻말이 한두 개는 보였다. 6월1일 과열을 막는 조치가 나온 이후 부동산 시장은 식어버렸다. 7월 거래량은 작년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초여름 어느날 아내가 오래 고심해온 듯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록다운 중인 이 시국에 무슨 이사?’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곰곰 따져보니 이사를 고려해봄 직한 시점이기는 했다.
먼저, 외부 환경. 캐나다의 코로나19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었다. 작년 글로벌 팬데믹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록다운과 올 초부터 본격화한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수는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올 2월에는 하루 4000명이 넘었으나 록다운이 풀린 6월 말 이후에는 하루 100명 내외로까지 떨어졌었다. 기댈 것이라고는 백신밖에 없었던 까닭에, 캐나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개발단계에서 주문을 넉넉하게 해두었다. 이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백신이 위력을 발휘하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물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안티백서’나 ‘반마스크주의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자면 숫자도 적고, 영향력도 미미한 편이다.
이곳에서는 어디가 되었든 마스크를 안 쓰면 실내 출입을 금하는 까닭에, 록다운이 풀렸어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야구경기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나 유럽과는 확연하게 다른 광경이다. 류현진과 손흥민의 경기를 비교해 보면 그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던 초여름 캐나다의 부동산 시장은 활황
아내의 바람인 이사를 결심했다
짐을 빼고 집구경의 설렘도 잠시 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조치에
델타 변이라는 변수까지…
줄잇던 ‘세일 간판’은 사라지고 베테랑 중개인도 “미루자” 한다
내일을 가늠하기 힘든 지금 새 ‘인연’은 언제쯤 만나게 될까
이사를 적극 고려해 보게 하는 외부상황은 또 있었다. 부동산시장의 활황.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면 최대한 당겨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리가 좋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집값 오름세는 올봄에 절정을 이루었다. 저금리뿐 아니라 돈이 많이 풀려서 그렇다고들 했다.
집값 인상을 주도하는 지역은 대도시 토론토가 아니라 토론토에서 1~2시간 떨어진 외곽지역이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도시 인근 작은 도시들로 빠져나가자 토론토 도심 콘도(한국으로 말하자면 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만큼은 아니지만 토론토와 주변 도시의 주택가도 당연히 들썩였다. 토론토 우리 동네에도 집을 판다는 ‘For Sale’ 팻말이 여기저기 꽂히기 시작했다. 이 동네로 살러온 이래 팻말이 이렇게 많이 꽂힌 것은 처음 보았다. 나 같은 주택 보유자들은 좋은 조건으로 집을 팔기도 수월하고, 매물이 많으니 이사갈 집을 찾기도 수월한 환경이었다.
내 개인 사정을 보아도 이제는 한번쯤 이사를 해도 좋을 시점이었다. 막내가 올여름 대학을 졸업해서 ‘통학’ 부담은 더 이상 없었다. 지금 사는 집이 우리 가게와 가깝다는 장점은 있으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거리로 인해 생기는 불편쯤은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 사는 집이 지은 지 70년을 바라보는 터라 아쉬운 점이 많다. 실내 생활공간은 좁고 마당은 넓다. 한 집에서 15년 넘게 살다보니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나 고장난 트레이드밀 같은 물건들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런 것들이 안 그래도 좁은 집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 방지 조치를 취하자, 사진과 같은 매매 광고 팻말이 자취를 감췄다.© 경향신문 정부가 부동산 과열 방지 조치를 취하자, 사진과 같은 매매 광고 팻말이 자취를 감췄다.
이사를 생각하기 시작하자 넓고 시원한 공간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젊은 집’에서 좀 더 상쾌하게 살고 싶은 욕구 또한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싼 땅 토론토의 비좁고 오래된 집에서 계속 사는 것보다는 덜 비싼 땅의 넓은 새 집에서 살고 싶었다. 토론토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생각을 자꾸 하다보니 이사를 가야 할, 또 가고 싶은 이유들이 하나둘씩 추가되었다. 그즈음 집을 팔았다는 지인 S씨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이는 최근 토론토의 집을 팔고 새로 분양받은 토론토 외곽 타운하우스로 곧 이사할 예정이었다. S씨는 부동산 중개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기 동네 ‘전문 중개인’과 비교적 높은 수수료로 계약했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집을 파는 사람이 중개인에게 중개 수수료 전부를 주게 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집을 사는 사람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수수료는 집값의 1~5%로, 그것은 계약하기 나름이다. S씨는 5%를 주기로 했다. 팔 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짐을 빼서 보관하는 이사 및 창고 비용과 스테이징(새로운 가구와 조명 등을 이용해 집 안 꾸미기) 비용을 중개인이 감당한다는 조건. 중개인은 그 동네를 선호하는 고객 성향을 잘 알아서 주방에 새로 들여오는 가전제품 상표까지 지정해 주었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이 붙박이다. 텔레비전만 빼고. S씨는 중개인을 여럿 만나보고 비교해 보라고 했다.
그의 조언대로 우리는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생각해 중개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그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일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최종 선택한 중개인 역시 우리 동네 전문가였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처음 구입한 지금 사는 집을 소개해준 중개인이었다. 당시 신참이었던 그이는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 동네에 ‘For Sale’ 팻말을 가장 많이 세우는 실력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변모해 있었다. 우리가 만난 중개인 가운데 우리 동네의 부동산 동향을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중개인들은 집을 팔고 사는 것을 모두 자기에게 맡길 경우, 파는 집값의 3.5%를 중개 수수료로 받겠다고 했다. 깎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보였다. 수수료를 더 주더라도 집을 좀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남는 장사’이다. 우리 집은 지은 지 오래된 데다 그동안 제대로 된 실내 공사 한 번 하지 않고 살았으니 고칠 것이 더러 있었다. 꼭 필요한 것만 고치고, 페인트를 칠하는 정도의 ‘단장’을 하기로 했다.
그것만 한다 해도 집 안의 짐을 거의 모두 빼야 했다. 짐을 하나라도 더 치워야 공간이 시원하고 넓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침대와 식기 등 기본 생활용품을 제외한 모든 짐을 싸서 이삿짐 컨테이너에 넣고, 창고를 빌려 보관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곳에는 포장이사 서비스가 없으니 짐은 우리가 싸고, 이삿짐업체가 그것을 컨테이너에 담아 임대 창고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이사할 집으로 옮겨준다. 우리 집에는 마당 창고와 개러지(차고)가 있어서 창고를 따로 빌려 보관할 것까지는 없었다. 대신 우리가 마당 창고와 개러지로 짐을 모두 옮겨야 했다.
공사 전문가를 만나 공사 날짜를 정하고, 그 전에 짐을 싸서 창고로 모두 옮겼다. 집 안 페인트칠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4~5명이 나흘 동안 꼬박 매달렸다. 집 안의 짐을 거의 전부 빼고, 페인트를 칠하고, 고장난 가전제품을 교체하고, 조명을 갈고, 전기 스위치와 콘센트를 바꾸었더니 집이 이전보다 넓고 깨끗해 보였다. 2주가 넘게 걸렸다.
그사이에 우리는 부동산 중개인과 집을 보러 다녔다. 보통 30채 정도는 보아야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주중의 밤에 한 번, 주말 낮에 한 번, 매주 거의 두 번씩 보았다. 한 번 나갈 때마다 3~5채씩 보았다. 우리는 시간만 났다 하면 부동산사이트를 들여다보았다.
집을 보러다니는 중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자 6월1일 캐나다 정부는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조치라고는 하지만 별것은 아니었다. 집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게 마련인데 그 자격 조건을 좀 더 강화한 것뿐이었다. 파격적인 규제는 아니어서, 이것이 거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동산 중개인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나가보니 찬바람이 부는 느낌이었다. 집을 열 채, 스무 채를 봐도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었다. 거래량이 줄어들다 보니, 팔려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듯했다.
또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이른바 ‘멀티 오퍼’. 집값이 싸다 싶으면 여지없이 이런 문구가 붙었다. “집을 보고 언제까지 오퍼를 내라.” 여럿 들어온 ‘오퍼’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적은 희망자에게 집을 파는 방식이다. 가령 220만달러에 거래된 집이라면 189만달러에 집을 내놓는 식이다. 좋은 매물은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멀티’조차도 집을 보러다닌 한 달여 동안 두 채밖에 접하지 못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매물은 없다시피했다.
공사를 마치는 대로 우리 집을 바로 내놓자던 중개인도 “지금은 동네 분위기가 안 좋으니 조금 미루자”고 했다. 우리 동네에도 매물로 나온 집들이 많지 않거니와, 나왔다 하더라도 좋은 가격에 거래되지 않았다. 내놓은 집들도 다시 거둬들이는 상황이라 반드시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짐을 싸고 창고로 옮기고, 돈 들여 공사까지 하면서 ‘이사 프로세스’에 돌입했던 우리에게도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백신 2차 접종 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온타리오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가 웬만큼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연중 장사가 가장 잘되는 7월 매출이 엉망이었다. 7월 중순이 지나면서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 700~800명에까지 이르렀고(온타리오주의 전체 인구는 한국의 4분의 1쯤 된다), 전문가들은 4차 웨이브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 자꾸 생겨났다.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으니 나 같은 자영업자들은 연방정부의 재난지원금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은 작년 4월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2주 단위로 계속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2021년 1월29일자 ‘캐나다 자영업자들, 록다운에도 큰 걱정 없이 사는 까닭’ 참조).
상황이 이러하니 이사 계획을 보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은 중개인 또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지금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집 파는 것을 좀 미루는 게 낫겠다.” 이유는 다르지만 ‘보류하자’는 내용은 동일했다.
창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짐을 많이 버려서 그런지, 집 안은 예전에 비해 한결 넓고 밝고 깨끗해졌다. 지금은 새 집으로 이사를 온 느낌마저 든다. 이사를 하기는 할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가라앉고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7월 주택 거래가 전년 대비 35% 떨어졌다는 뉴스를 최근에 봤다.
캐나다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원(原)시사저널’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16년째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재외동포문학상을 두 차례(소설 및 산문 부문) 수상했고 〈느리게 가는 버스〉 〈딸깍 열어주다〉 등 단행본 5권을 냈다./성우제ⓒ경향신문
어디 사람?…묻는 의도에 따라 ‘지역차별’ 된다
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한 일베들의 댓글 공격은 해외 언론도 주목한 뉴스거리였다.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가 페미니스트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그를 향해 온갖 혐오 표현을 쏟아낸 것은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숏컷’과 함께 그를 공격하는 데 동원된 말은 ‘세월호 뱃지’, ‘여대’, ‘광주 출신’ 등이었다. 이 말들이 왜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간의 이성과는 거리가 먼 ‘배설’ 행위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소속 회원과 일반 시민 450명을 상대로 ‘지역차별언어’ 피해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0명 중 9명이 지역차별언어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지역차별언어 경험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92%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경험 빈도가 낮지만, 다수가 경험했다고 답한 것은 지역차별언어의 수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별 이슈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제공: 한겨레
희망제작소는 20~30대 젊은층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희망제작소는 “차별경험 빈도의 평균치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차별을 경험하는 형태와 빈도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참여자에 견줘 지역차별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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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차별언어의 유형을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서울중심주의 △인터넷과 혐오 문화 3가지로 분류했다.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언어는 의외로 많다. 감자바위, 핫바지, 깍쟁이, 뺀질이, 홍어, 깽깽이, 과메기 등이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시골 깍쟁이 서울 곰만 못하다’ 등의 속담에도 지역차별적 요소가 있다.
인터넷에서 쓰이는 혐오 표현은 글로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다. 2012년 일베 등장 이후로 지역에 대한 혐오나 비하 댓글이 인터넷 문화나 놀이로 자리잡았다. 희망제작소는 “빈곤 혐오와 지역을 결합하여 차별하거나, 범죄 기사 등에서 사건 사고를 지역성과 엮는 댓글이 만연하다. 재난에 있어서도 지역을 동료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타자화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언어적 감수성을 키우는 등 지속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윤희숙 사퇴에 가려진 부동산 비위 의혹
윤 의원 부친이 소유한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한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그는 출마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은 그의 결정을 추켜세우며 지지했고, 당 지도부도 사퇴안 처리에 찬성했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사퇴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인사들은 그에게 탈당과 수사가 우선이라며 의원직 사퇴는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야당 대선주자를 여당이 뜯어말리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부친의 세종시 땅투기에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싸고 연출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발단은 8월23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발표였다. 권익위는 이날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모두 13명이 투기 의혹 대상자로 분류되었다. 지난 6월 민주당 소속 의원 발표(당시 투기 의혹 대상자 12명)에 이어 두 달 만에 야당 의원들의 의혹까지 점검한 것이다. 이날 지목된 투기 의혹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이 윤희숙 의원이다. 그는 권익위의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졌다.
윤 의원의 사퇴 선언 직후 그를 비판하던 민주당과 옹호하던 국민의힘의 입장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윤 의원의 사퇴는 부담스러운 선례가 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여야 국회의원 가운데 스스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인물은 윤 의원이 처음이다. 양당은 앞서 의혹을 받은 의원들에 대해 탈당을 권고하거나 제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중 대다수 의원들은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윤 의원 사퇴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버티기’ 중인 다른 의원들과 소속 정당을 향한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처지에선 마냥 ‘사퇴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윤 의원이 받는 의혹을 덜어주고, 그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주는 모양새가 된다. 사퇴 논의와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다. 국민의힘 역시 윤 의원의 사퇴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윤 의원의 정치적 선택이 여당에 대한 압박으로 작동하는 것은 국민의힘에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당의 속내 역시 꽤 복잡하다.
국민의힘은 현재 윤희숙 의원을 포함해 총 105석을 확보하고 있다. 윤 의원에 이어 5석만 더 빠져도 개헌저지선(100석)이 무너진다. 윤 의원 선례에 맞춰 당내 투기 의혹 대상자들을 강하게 징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선거법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과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현역 의원들까지 고려하면 의원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양당은 결국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 사직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에 ‘선택’을 압박한다. 현직 국회의원 사퇴는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에 안건을 올리고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인원의 과반 찬성이 나오면 사퇴시킬 수 있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70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찬성이 필수다.
윤 의원과 제부의 미공개정보 활용 의혹
8월31일 열린 본회의에 윤 의원 사직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공은 9월1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현재로선 민주당과 국민의힘 셈법, 지도부 및 개별 의원들의 생각이 각각 달라 사직안이 본회의에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사직안이 처리돼도 문제가 일단락되는 건 아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대통령 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로 윤 의원의 빈자리(서울 서초갑)를 채워야 한다. 부동산은 내년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윤희숙 의원 관련 의혹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회 안팎에 붙은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윤 의원 사퇴를 둘러싸고 여야 간 정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이번 문제의 본질인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비위 의혹은 가려지고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 등을 뜯어보면 면밀히 검증하고 확인해야 할 지점들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도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이 해소되고 나서야 진척시킬 수 있다.
윤 의원 부동산 의혹만 해도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들이 적지 않다. 의혹의 쟁점은 둘로 나뉜다. 권익위 조사로 드러난 부친의 농지법 위반과 여당이 제기하는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다.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위반 문제는 사실관계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5월9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소재 논 1만871㎡(약 3288평)를 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그는 당시 5개 필지를 3.3㎡당 25만원가량인 8억22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현재 세종시 전의면 토지 시세를 3.3㎡당 40만~60만원으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5년 사이의 시세차익이 10억여 원에 이른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땅을 샀지만 실제로는 다른 임차인과 계약을 맺고 땅을 빌려준 대신 매년 쌀 7가마니를 받았다. 농어촌공사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농지를 임대차 계약한 것은 농지법 위반이다.
이 땅의 입지와 매입 시점, 그리고 윤 의원 가족들의 이력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윤 의원 부친의 땅은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연서면 부동리로부터 10㎞, 양곡리의 미래일반산업단지와는 2㎞ 떨어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미공개 정보가 활용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윤 의원은 2003년부터 2016년 말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다. 그의 부친이 땅을 산 시기와 겹친다. KDI의 업무 중 하나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국가산업단지 등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임받아 평가하는 것이다. 윤 의원의 제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거쳐 2014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기재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개발 프로젝트를 미리 취득할 수 있는 윤 의원과 그의 제부로부터 윤 의원 부친에게 모종의 정보가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누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는지 여부는 검경의 수사 이외의 방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당사자인 윤 의원도 결백 ‘입증’이 쉽지 않다. 윤 의원은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스스로 공수처나 합수본의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가 재직 중에 범한 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문제의 땅이 매입된 시점인 2016년에 윤희숙 의원은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윤 의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KDI 소속이었지만 연구부 부장은 고위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를 받을 수는 없다.
합수본 강제수사 받는 첫 현역 국회의원
권익위로부터 국회의원 부동산 관련 의혹 수사를 의뢰받은 합수본(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총괄)은 윤 의원 부친 땅 의혹을 세종지방경찰청(세종청)에 배당했다. 다만 권익위가 조사한 농지법 위반 의혹만 의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엔 수사 범위가 윤 의원 부친이 땅을 사게 된 경위 및 과정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물론 윤 의원 부친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윤 의원은 최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세종청에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착수 여부는 이제 막 내사에 착수한 세종청이 검토 결론을 낸 뒤에야 알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만으로 수사에 착수하진 않는다. 만약 수사로 이어지더라도 당사자의 ‘자백’이나 내부고발이 없는 이상, 어떤 정보를 어떤 과정을 거쳐 투기에 활용했는지 확인해보는 작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 못지않게 국회 안팎의 주목을 받은 국회의원도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다. 강 의원은 권익위 조사 발표 이후 당 지도부에서 만장일치로 탈당을 요구받았다. 그는 합수본에서 강제수사를 받는 첫 현역 국회의원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기윤 의원은 지난 2월 지역구인 경남 창원에 있는 7036㎡(2100여 평) 규모 과수원이 공원 부지로 수용되면서 토지 및 나무에 대한 보상금 44억6000만원을 받았다. 강 의원이 1998년 경매로 매입할 당시 이 부지의 가격은 약 2억원이었다. 권익위는 보상금이 과다 책정됐고, 조사 용역업체가 사실 확인 없이 강 의원 측이 과다 산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책정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강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담당 공무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자신의 토지를 공원 구역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도로 강기윤 의원을 둘러싼 다른 의혹이 또 있다. 강 의원은 일진금속공업이라는 회사의 대표였다. 그의 부인 및 아들은 일진단조공업이라는 업체의 공동 최대주주다. 두 회사, 즉 일진금속과 일진단조는 2018년 경남 진해항 제2부두의 부지인 약 8만㎡(2만4000여 평)를 감정액의 절반인 270억원에 샀다. 이 8만㎡ 가운데 2만6000㎡(8000여 평)는 강 의원의 부인과 아들 회사인 일진단조가 100억여 원으로 매입한 땅이다. 일진단조는 이렇게 부동산을 사들이면서도 자기 돈은 한 푼도 투입하지 않았다. 은행에서 84억원, 강 의원이 대표였던 일진금속으로부터 29억원을 빌려 매입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일진단조는 이후 2019년과 2020년에 토지 일부인 약 2만㎡(6000여 평)를 총 96억원에 팔았다. 매입 당시 3.3㎡당 110만원과 비교하면 3.3㎡당 50만원가량 올랐다. 2년 사이 시세차익은 약 30억원이다.
그 밖에 강 의원은 창원 비음산터널에 투기했을 뿐 아니라 본인과 가족의 회사가 양도세 면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을 스스로 발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이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수사 중이다. 4월22일엔 일진금속과 일진단조, 대출은행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은 내지 않고 있다. 강 의원 측은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고 부동산 투기와 관계없다”라고 주장한다.
권익위는 이 의혹을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강기윤 의원 및 그 가족들과 관계된 부동산 거래는 법인(일진금속과 일진단조) 명의로 이뤄졌다. 권익위는 법인 명의로 거래된 부동산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당초 권익위 조사 범위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착수할 때부터 이미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 및 자녀, 부모까지로 한정돼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을 통해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부동산 거래를 해도 이를 권익위 차원에서는 조사할 수 없었다. 국회의원의 형제자매, 친인척, 차명 거래, 불법·편법 증여, 미공개정보 활용 여부 등도 권익위의 조사범위 밖이다. 여야 구분 없이 드러나지 않은 국회의원 및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익위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가 이런 한계 속에 마무리되면서 공은 합수본으로 넘어갔다. 합수본은 출범 이후 전현직 의원 23명을 내사 또는 수사해왔다. 이 가운데 7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또는 불입건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나머지 16명은 내사 및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8월24일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국민의힘, 열린민주당 의원 13명을 더하면 수사 대상자는 산술적으로 29명이 되지만 강기윤 의원과 같이 기존 수사 대상에 있던 의원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경찰은 중복된 의원들을 가려내 각 지방청에 배당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수의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사 대상 의원들은 의정활동 및 사실관계 확인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소환조사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의원들이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9월1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 100일간은 의원들이 가장 바쁜 시기다. 국정감사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확정 등의 의정활동을 한다.
권익위는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가 제도개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 보유·매수 적법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고, 부동산 개발 관련 국회 안건 심의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세부 기준과 절차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이 같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도 8월30일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전부다. 이마저도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KDI 직원들을 포함하는 내용이 추가됐을 뿐이다. 송 의원 측은 이 법안을 ‘윤희숙 방지법’이라고 명명했다. 권익위 제안과는 거리가 멀다.
부동산 검증론은 최근 대선주자들로도 확대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 대부분이 전수조사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을 조사할 주체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공수처는 고소·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다. 권익위는 대선주자 가운데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이 섞여 있어 전수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직자가 아닌 대선주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다. 국회에선 ‘셀프 조사’를 하게 되는 만큼 신뢰성·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부동산 검증론’도 결국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단순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시사인 문상현 기자
20대 왜 홍준표·이낙연 지지할까···26살차 교수·학생의 한 단어
우석훈(53) 성결대 교수와 임명묵(27) 작가는 “젠더 혐오는 이미 10년 전 싹을 틔웠다”며 “남녀갈등은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단일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세대론 전문가다. 우 교수는 2007년 ‘88만원 세대’를 써 한국사회 세대 담론에 불을 지폈다. ‘MZ세대’ 임 작가는 지난 5월에 낸 책 ‘K-를 생각한다’에서 한국사회 모순을 가감 없이 담았다. 이들은 “20대가 ‘공정’과 ‘개인주의’로 무장했다는 세간의 인식은 편견”이라며 “20대의 ‘꼰대력’도 충만하다”고 평한다.
20대는 예측 불가능한 투표 성향 때문에 이번 대선의 ‘스윙 보터(swing voter)’로 평가받기도 한다. 우 교수와 임 작가는 20대가 홍준표·이낙연을 선호하는 것은 이 세대 특유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20대는 정말 다른 ‘인류’일까. 10년 앞선 ‘88만원 세대’나 그 윗세대와 연속 선상에 있는 건 아닐까. 26살 차이가 나는 ‘교수님’과 ‘학생’은 상담 아닌 토론을 펼쳤다.
'88만원세대' 저자 우석훈(53) 성결대 교수와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27) 작가. 정수경·조은재PD
MZ세대 젠더 갈등, ‘88만원’ 세대에선 없었을까
임명묵: MZ세대(Millennial+Generation Z·1981~2000년대 초 출생 세대)라는 용어에 어폐가 있다. MZ세대는 88만원 세대를 포함한 개념이다. 굳이 나눈다면 88만원 세대는 2007년 당시 20대였던 1980년대생, MZ세대는 1990년대생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세대는 연속 선상에 있다고 본다. 세계화·정보화 속에서 양극화를 겪으며 나온 게 88만원 세대 담론이다. 이런 경향이 심화해 자극적인 메시지로 이어진 게 MZ세대 담론이다.
우석훈: 대체로 동의한다. ‘88만원 세대’ 쓸 당시 10대 연구를 먼저 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남자 고등학생들이 “여자들 때문에 굉장히 불편해질 것 같다”라며 ‘여혐’에 대해 말했다. 문제는 10년 전 10대보다 지금 10대 젠더 혐오가 더 강하다는 점이다. 요즘 젠더 혐오는 갈등 수준인데, 10년 뒤엔 ‘전쟁’ 같은 갈등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한국에서 단일 사회 변수로 이렇게 설명력이 높은 변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임명묵: 못해도 5년, 길게는 10년은 더 이 갈등이 지속할 것 같다. 이미 2000년대에 온라인상에선 젠더 갈등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요즘 같은 적개심은 아니었는데, 199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갈등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갔다. 남초·여초 커뮤니티로 나뉜 미디어 환경도 젠더 갈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88만원 세대와 달리 90년대생은 10대 때부터 스마트폰을 썼다. SNS에서 비교, 평가 절하, 과시 같은 심리적 위계 확산이 일상화됐다. 미디어 디바이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가 88만원 세대와 MZ세대를 구분 짓는 분절점이 됐다.
부동산 문제, MZ 세대와 88만원 세대는 입장이 다를까
우석훈: ‘88만원 세대’를 썼을 땐 경기가 호황이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경제 상황이 더 안 좋다. 저성장 국면이다. 20대는 자산을 가진 적이 없다. 이제 돈을 모으거나,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부모가 물려줄 게 없다. 여기서 분노가 폭발한다. 10년 전엔 집값이 지금 같지도 않았다. 자산 불평등이란 개념도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지, 체감할 수 없었는데 이젠 눈앞에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는 불안이 세대 집단 현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프랑스·독일도 마찬가지다. 피케티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 계층이 전체 자산의 5%밖에 갖지 못한다. 상위 1~10% 자산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하위 50%, 5% 자산’ 이 공식은 안 변했다.
임명묵: 90년대생보다 88만원 세대가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시기라 부동산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 90년대생에게 부동산 문제는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 버스 떠났다. 주식·코인이나 만지자’ 식의 체념이 전부다. 불만이 있지만 이게 구체적인 불만은 아니다. 하루 만에 몇천, 몇억씩 오르는 서울 집값 문제는 애초에 우리가 들어갈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대에게 서울 집값 문제는 체념과 불만이 뒤섞인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된다. 뉴스1
20대는 정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까
임명묵: ‘90년대생들이 권력자의 위치에 서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면 썩 긍정적이지 않다. 20대들은 온라인에서 심각한 법적·윤리적 하자가 없는데도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린치한다. 단지 집단 감성 기준에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걸 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석훈: ‘훌리건’과 똑같은데 이런 현상과 별개로 ‘나는 혼자 있을 거야’라고 하는 모순상태가 계속된다.
임명묵: ‘젊은 꼰대’라는 말도 있지 않나. 불리할 땐 ‘꼰대들 왜 그러냐’면서 막상 자신이 결정권자 위치나 지시할 위치에 올라가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한다. ‘당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간섭은 하고 싶어’라는 마음. 20대가 투철한 개인주의적 신념이나 가치체계가 있다고 보기엔 의문이 든다.
우석훈: ‘개인주의’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긴 하다. 이론적으로만 있지 실체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변화는 있다. 요즘 강연할 때 ‘공동체’라는 말을 꺼내면 분위기가 싸해진다. ‘아 잘못 왔다. 이상한 얘기…’라는 반응이다. 사람이 혼자선 못사는 게 당연한데도 공동체는 싫고, 간섭받긴 싫은, 고립 성향이 높아지긴 했다.
20대가 정말 공정에 민감할까
임명묵: 논란이 된 두 사건이 기억난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다. 특히 ‘인국공 사태’는 결정적이었다. 근데 이게 애초에 고차원적인 논리·가치 차원의 불만이 아니었다. 당시 20대가 원한 건 ‘예측 가능성’ 아니었을까. 노력한 만큼 성과를 받겠다는 보수적인 태도다. 근데 취업이 불안한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안정감을 줬던 ‘공정’이란 유일한 지지대를 정부가 쥐고 흔들었다는 불만이 터진 셈이다. 이걸 또 정치 공학, 혹은 학문적인 언어로 설득하려 하니 반감은 더 커졌다.
'인국공' 사태는 '공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뉴스1
우석훈: 두 논란은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불편한 논쟁이다. 정부가 너무 비밀스럽게 추진했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하니 ‘이건 도대체 뭐냐’라는 반감이 생겼지. 그런데도 그 논쟁이 의미 없진 않았다. 20대들의 분노나 사회를 향한 에너지가 크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조국 사태가 20대의 ‘공정’에 남긴 것은
임명묵: 정치에 관심 있던 친구들에겐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진보·좌파가 정치적 신뢰를 상실한 사건이다.
우석훈: 10~20대의 정서적 충격이 컸던 것 같다. IMF 사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 그다음으로 촛불 집회와 조국 사태가 지난 20년 중 한국사회에 제일 큰 사건들 아닐까. 1987년 당시 20대, ‘87년 권력’이 몰락한 사건이다. 논리가 아닌 대중의 정서가 움직였다. 특히 청년의 ‘마음’을 바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임명묵: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건, 그래도 진보진영이 국정농단 세력보다 도덕적이고, 평등과 진보 가치를 위해 헌신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근데 이런 ‘도덕성 마케팅’이 실패하면서 ‘보수와 다를 게 뭐지, 오히려 부끄러움도 모르네’라는 분노가 20대 정서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20대, 대선에서 누굴 지지할까
임명묵: 20대에선 남녀가 크게 갈렸다. 우선 ‘20대를 성별과 상관없이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또 20대는 투표 성향을 예측할 수가 없다. 갑자기 어느 순간 지지 성향을 바꾼다. 그래서 20대가 ‘스윙 보터’로 부상했다. 그 이유에선지 보수 진보로 양분된 대선 정국에선 ‘20대를 잡으면 대선에 승리한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20대 집단 안에서 남녀가 또 반반 갈리면 5:5에서 다시 5:5다. ‘스윙 보터’라는 게 무의미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석훈: 지금 20대 또래 집단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 지지하면 왕따 분위기’라고 한다. 20대 남녀가 보수·진보로 반반씩 갈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원래 20대는 진보의 ‘표밭’이었다. 이 표밭이 망가진 것만으로도 민주당은 타격이 2배다. 아까 20대가 스윙보터라고 말했는데, 원래 투표는 자주 변화를 주는 게 맞다. 이런 20대들이 어쩌면 선진국형 유권자일 수도 있다.
20대가 홍준표와 이낙연을 더 선호하는 이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는 경쟁 후보들보다 20대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조은재PD
임명묵: 정치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봤을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권위주의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반대로 홍준표 의원은 20대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 할아버지, 카타르시스를 주는 재밌는 캐릭터로 소비된다. 고시 부활, 사형제 부활, 수시 폐지 같은 공약만 봐도 그렇다. 답답함을 말하지 못하는 20대가 대리만족 차원에서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또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직접 소통 안 하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 같다. 반면 민주당 지지성향이 옅어진 20대들은 과격할 것 같은 이재명 지사보다 온건할 것 같은 이낙연 후보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석훈: 이낙연 선호가 높은 건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편 보수진영에서 20대의 홍준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홍준표가 이준석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본다. 이런 (홍준표의) 우호적 태도가 단순히 경쟁자 윤석열을 견제하겠다거나, 20대 지지를 받는 이준석을 등에 업고 가겠다는 정치적 제스처는 아닌 걸로 보인다.
보수 엔터테이너? 제1야당 당 대표?…이준석의 역할은
우석훈: ‘아웃파이터’ 노릇을 해온 이준석이 당 대표를 맡았다. ‘인파이터’로 변신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도장 깨기’ 하러 덤빈다. 앞으로 인파이터 역할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색깔과 노선이 드러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노선과 색깔이 불분명하면 지지율과 세력이 빠져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임명묵: 이준석의 정체성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20대 남성, 20대 보수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스타다. 다른 하나는 제1야당 당 대표라는 전통적인 위치다. 두 역할 조율이 관건인데, 전자는 굉장히 빠르게 퇴색했고, 후자에 집중하다 보니 그 동력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느낌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성의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스타이면서 동시에 제1야당 대표라는 역할을 맡았다.
우석훈: 이준석의 본 게임은 대선이 아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라고 본다. 지금은 대리전을 치르는 중이다. 지방선거에선 기초 단위 등에서 청년들이 후보로 나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이준석 지지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지금 판단할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도 이준석은 충분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본다.
대선 청년 공약, 돈이면 다 된다?
임명묵: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는 상향(上向) 경험에 중독된 사회다. 이런 세상에서 20대에게 필요한 건 돈 몇 푼이 아니다. 노력을 통한 상향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너무 ‘뭐 줄게’라는 공약이 쏟아진다. 근원적인 불만을 해소하기엔 부족하지 않나.
우석훈: 주는 거야 다다익선인데…실제로 뭘 줄 수도 없다. 세대·지역 형평성 같은 여러 변수가 많다. 다만 이런 공약이 나오는 건 중요하다. 실제로 이행되기 어려워도 공약의 디테일을 다듬으면,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거듭난다. 10년 전엔 청년 공약 자체가 없었다. ‘군인 월급 5천 원 올려준다’는 식의 공약이 전부였다. ‘20대에게 뭔가 필요하다’라는 논의가 많아지게 논쟁해야 한다./중앙일보 김태호 기자
wonjy** -어디가 토론인지 모르겠네..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거울보고 얘기한듯..
ch010** -20대 건전성이 확인된 이야기로 바람작하다.
deaha** -중앙의 쓰레기 짓 공작질 시작입니다,유력한 야당 후보 죽이기 시작되었습니다,사방 팔방에서 윤석열 물고 있어요 중앙이 없어져야 나라가 산다,,없어지는 걸 보는 것이 소원이다
hyuk1** -있던 없던 일부 늙은 분들이 좋아하는 윤석열이 대권잡으면 나라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배움이 있는 젊은 층은 다 아는 사실인데 당연히 그나마 홍준표가 낫다고 볼 수밖에 없다.
dla77** -저는 남자 99년도 생이고, 영남권에서 대학생활 중입니다. 한가지 말씀 드릴건, 여기 댓글 중에 20대는 없는거 같네요. 그저 윤석열이 싫어서 홍준표를 좋아한다? 생각없이 말하지 마시죠. 수구꼴통 친일파라서 지지 안한다? 진짜 생각없이 말하는 겁니다. 20대는 지금 취업도 안되고, 재산도 못모아서 집도 없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화공과인데 비선실세터졌을때 16 년도에 당시 우리학과 취업률이 70퍼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40퍼도 안됩니다. 누가 공정한 사회를 외쳤고 공정한 기회를 외쳤나요. 오히려 불공정하고 말도안되는 사회를 만들고, 취업률 반토막으로 만들고, 갈등은 심화시키고. 불과 4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습니다. 차라리 16년도 이전으로 정책을 회귀시키는게 지금보다 더 나을것이라는 생각에 20대가 보수적으로 변한겁니다. 어른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만드신겁니다. 왜 당시 10대였던 우리가 투표권도 없던 우리가 당신들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하나요.
ryu72** -검찰깡패 윤 도리도리가 싫어서 홍준표를 지지한다고 할 뿐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은 수구꼰대틀딱들이 나 비호하는 수구꼴통 친일파 정당을 지지할 것 같으냐? 은근히 이따우 제목으로 20대가 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포장을 하네. 애라이 그러니 기래기 수구언론 소리를 처듣지. 한심한 것들...이런게 먹힐다고 이따우 기사질일까?
hyuk1** -이유는 단 하나 윤석열을 보면 힘도 능력도 없는 주제에 하는 짓은 마치 전두환의 똘마니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느 젊은이들이 좋아하겠나
joonh**-중앙도 역선택하나? 뭐, 아니라구?
casey** -홍통님 허풍윤가저격수
fanch** -洪가 찌라시 중앙일보 또 장난질 치는 구나. 보수들 극소수만 홍발정 지지하지 절대 다수는 홍발정 GSGG는 인간 취급도 안해 준다.
hyuk1** -윤석열의 가장 큰 문제는 복잡한 개인문제가 많지만 가장 문제는 70년대 80년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무지함인데 60대 이상이나 좋아할까 그 외에는 아무도 이런 사람 좋아하지 않는다.
kluv0**-세계 어느 나라에도 20대에 자기집 살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나이를 불문하고 대도시 뉴욕, 파리, 런던 도심에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극 소수다. 대부분이 전세집에서 일생을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안다. 우리 국민들이 부동산에 대해 너무 어려운 꿈을 꾼다. 서양 사람들 처럼 부동산 대신 그 돈으로 다른 즐거운 삶을 찾자.
yubon**
뛰어 봐야 벼룩이다. 학창시절 발정제로 희희낙락 해서겠지.
keehw** -소통이 잘 안 되는 외톨이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이질적인 상대에게는 폐쇄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인 성향도 드러내는 것 같다. 아는 건 많다. 지식 습득능력도 빠르다. 단 윗세대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 외국의 동년배와 비교하면, 아직도 종교 암흑시대에 사는 나라의 젊은이들을 제외하고 보면, 반드시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야구에서 밀리고 축구에서 밀리는 것처럼, 기술과 지식에서 그들이 그들 세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또 세대를 뛰어넘어 대등한 입장에서 보자면, 눈에 띄는 문제점, 그래서 비판하고 싶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등을 돌리거나 화를 낼 게 뻔하니,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전혀 매력적인 세대가 아니다. 잘 배운 미국 애들은 개인주의라 하더라도 솔직할 때는 솔직하고 공개할 것은 공개하면서 다가가서 소통하려고 애 쓰던데, 우리 애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눈치부터 살피느라 바쁠 것 같다.
heeyu** -한놈 가지고 90명이라네. 이 그지같은 중앙. 도대체 중앙의 정체는 뭔가. 대선 말아먹자는 건가
fachu** -20대 여자 지지도 1% 윤석렬이!!!! ㅋㅋㅋㅋ
singl** 이재명만이 국리민복을 위한 정권교체다.
bluee** -우석훈 나이 어리네
진격의 30대, 부동산 큰 손 등극
수도권 아파트 구매 주요층이 40대에서 30대로 변화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젊은 세대가 내집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급책과 집값 고점 경고, 금리인상 기조 등 정부의 온갖 노력도 젊은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주택매수 현상을 멈추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4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감정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수도권에서 30대가 40대 매수 건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부산, 울산 등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주요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5568건), 울산(109건)에서만 30대 매매 건이 높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30대 큰 손’ 현상이 더욱 확대됐다.
지역별 30대 매매 추월량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985건 더 사들였고 이어 경기(2866건), 인천(337건) 순이다. 지방광역시는 대전에서 30대가 191건 더 매매해 추월량이 가장 많고, 부산(139건), 울산(27건)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30대가 적극적으로 아파트 매매에 나선 것에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름세여서 하루라도 빨리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게 최고의 내집마련 방안이어서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값은 13.1% 올랐으며, 대전 역시 9.8% 급등했다. 부산, 울산도 각각 8.6%, 5.4% 상승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수도권뿐 아니라 소득 수준이나 아파트 수요가 높은 대전, 부산, 울산 등에서도 30대 매입 행렬이 이어지면서 시장 핵심 구매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유동성이 높아진 부동산 시황을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30대의 주택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7월은 정부가 2030세대를 타깃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나섰던 시기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10만가구 넘는 사전청약 물량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낮은 청약가점으로 당첨 확률이 희박한 대부분의 젊은층에겐 '패닉바잉(공포 매수)'만 부추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7월 기준으로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을 중단하면서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는 '지금이 돈 빌려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이 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도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주목되고 있다.
먼저 서울 강동구에서는 DL이앤씨 시공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가 9월 분양 예정이다. 593가구 모두 일반분양되며, 전용면적 84~101㎡로 구성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낮게 공급될 에정이다.
인천에서는 10월 SK에코플랜트가 학익1구역 주택재개발로 ‘학익 SK뷰’를 선보인다. 전용면적 59~84㎡ 총 1581가구 중 121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인근에 수인분당선 학익역이 2024년 개통 예정이다.
‘대전의 강남’ 도안신도시에서는 포스코건설이 9월 대전 유성구 용계동 일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더샵 도안트위넌스’ 308실을 분양 예정이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로 구성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천일염이 사라진다…1년새 가격 3배 급등
천일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최장 기간 장마와 올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사재기 영향이 크다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정부의 태양광 발전단지 확대 이후 염전을 포기하고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경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태양광 발전에 천일염 생산 67%↓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염전면적은 2016년 3772ha에서 지난해 3055ha로 감소했다. 줄어든 염전은 태양광 발전단지로 바뀌었다. 천일염 생산자가 고령화되면서 염전보다 수익이 많은 태양광 발전단지로 변경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신안에서는 최근 1년새 염전 14곳이 태양광 발전소로 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천일염 생산량은 17만6247t으로 전년(26만1970t)보다 67.2% 줄었다.
대한염업조합에 따르면 7월 천일염 생산자물가지수(2015년 기준 100)는 250.74로 지난해 같은 기간(74.23)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실제 천일염 가격도 2019년까지 1㎏당 160~180원대를 유지했지만 현재 1㎏당 740원(20㎏ 1만480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할 때 5배 가까이 올랐다.
2020년부터 가격 급등
천일염 가격이 이상현상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태양광 사업 확대로 염전 면적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에만 천일염 연평균 가격은 311원(6218원)으로 2배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소폭 늘긴 했지만, 염전이 일본 원전 방류로 4~5년 뒤 오염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재기 수요’가 늘었다. 올 6월까지 내수량은 10만755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2555t)보다 30.2% 증가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이유다.
소금 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비축 천일염 4763t을 방출했지만 가격을 안정화시키기엔 규모가 적다. 천일염 가격은 1년 중 김장철인 10~12월에 가장 높다. 신안군 관계자는 "폭염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늦은 장마가 이어지고 김장철이 다가와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김장 물가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춧값이 전년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높은 소금값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10㎏)은 9404원으로 전년(2만5396원)보다 63% 낮다.
소매가격 10년 만에 인상 조짐
소금 사용량이 많은 김치 제조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상, CJ제일제당 등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천일염 관련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신안에 천일염 산지 종합처리장을 보유하고 있어 수급 측면에서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천일염 산지 가격이 오르면 김치 원재료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에서 판매하는 천일염 제품 가격은 오를 전망이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백설 국산 꽃소금 200g 가격을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 인상했다. 소금 가격 인상은 2011년 4월 이후 10년 만이다. 대상 청정원도 하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이 아닌 원물 제품은 현지가에 맞춰지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인상 시기를 내부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향신문 “尹, 정치공작 얼버무릴일 아냐” 조선일보 “사실확인부터”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간부가 검찰 출신인 김웅 당시 국민의힘 후보자(현 국회의원)에게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있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으로 불리는 사안이다. 관련 조사,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일 주요 신문들도 이 의혹에 집중했다.
2일 온라인매체 ‘뉴스버스’가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이 사안은 조만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나섰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돌아오는 월요일(6일) 긴급현안질의를 예고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번 사안을 부인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린 ‘채널A 사건’을 거론했다. 국민일보는 “尹, ‘고발사주’ 의혹 정면돌파 “증거 대봐라”…채널A 사건도 거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주장을 전했다. 윤 전 총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검언유착’으로 해서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하더니 1년 넘게 재판을 해서 드러난 게 무엇인가. 선거를 위한 정치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라고 목소리 높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민이 바라는 고발은 고발장이든 고소장이든 아무리 들어와도 캐비닛에 넣어놓고, 정치공작에 나서는 일은 최우선으로 하는 걸 보니까 제가 몸담았던 조직이지만 안쓰럽다”고 검찰과 선을 긋기도 했다.
경향신문 사설(‘고발 사주 의혹’, 각 주체는 신속한 진상규명에 전력을)은 이런 윤 전 총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공인 중의 공인”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아직까지 인터넷언론 뉴스버스의 보도가 사실인지, 윤 전 총장의 해명이 사실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윤 전 총장은)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말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가능한 한 솔직하고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주권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손준성 검사도 검찰의 진상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현 상황을 “여권과 윤 전 총장 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측근 ‘고발 청부’ 논란 철저히 진상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신문은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하고 관련 자료와 함께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라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진상 조사에 나선 법무부와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홍준표 유승민 최재형 등 대선 주자들이 윤 전 총장을 향해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면서 “국민의힘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사설(‘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진상규명이 먼저다)은 의혹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도 금물이다” “정치권은 과도한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조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공방 진화에 중점을 뒀다.
▲9월4일 국민일보 3면 기사
한편 이번 사안을 두고 여야의 언론중재법 관련 입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다. 경향신문은 “‘고발 사주 의혹’ 보도에 언론중재법 논리 뒤집는 여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 보도를 강조한 여권은 윤 전 총장 의혹의 신속 보도를 강조했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한 윤 전 총장 측은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민주당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는 2일 “이런 충격적인 기사를 메이저 언론에서 왜 안 쓰는지 알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되레 이 발언은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보도라도 별도의 검증 없이는 인용하지 못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여권이 지금 상황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는 지적(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을 불렀다.
현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하는 야권이 윤 전 총장 의혹 보도에 대해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가짜뉴스로 윤석열 후보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뉴스버스에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디어오늘
이 배우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찬성하는 이유
오보 피해자 반민정씨 “기자님들이 쓴 글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가질 것 같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
“드디어 오늘이면, 가해자들의 이 지독한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간절히 기도하고 원합니다.” (9월2일 새벽 반민정씨가 SNS에 올린 글)
강제추행 가해자 조덕제(본명 조득제)씨가 피해자 반민정씨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 및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일 항소심에서 1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기일이었던 이날도 반민정씨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15년 조씨의 성범죄 이후 반씨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이번 재판은 성범죄 유죄가 인정된 이후에도 계속된 조씨의 심각한 2차 가해때문이었다. 물론 언론도, ‘2차 가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반민정씨는 2018년 1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 강제추행 유죄판결이 난 범죄자의 말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행위 자체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조덕제는 성범죄자다. 이 사람이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제발 좀 이 범죄자가 거짓말하는 걸 받아쓰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며 “법원 판결은 끝났지만 오히려 언론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괴로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의정부지법 근처 카페에서 반민정씨를 만났다. 이날도 반씨는 판결 보도가 사실과 다르게 나가 직접 언론사에 전화를 걸며 정정 보도를 요청해야 했다. 항소심 판결에서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주장 가운데 일부가 1심과 다르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수정되었는데, 언론이 이를 두고 일부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고 잘못 보도했다.
▲ ‘코리아데일리’ 허위 보도 모음. 디자인=이우림.
반민정씨는 심각한 언론보도 피해자다. 배우였던 이재포씨와 그의 매니저 김○○씨는 2016년 ‘코리아데일리’라는 인터넷신문에 입사해 “백종원 상대로 돈 갈취한 미모의 여자 톱스타”, “백종원 식당 여배우 ‘혼절했다’ 병원서도 돈 받아 ‘경찰 수사 착수’”, “TV소설 ‘저하늘에 태양이’ 미모의 메인 여배우 만행사건”과 같은 제목의 허위 기사를 출고했다. 해당 기사는 조덕제씨와 반민정씨 간 강제추행 재판에서 반씨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실제로 1심에선 조씨가 승소했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이재포씨와 김○○씨는 코리아데일리 입사 전부터 조덕제씨 부부와 만나 조씨의 강제추행 재판 대응을 공동모의 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강제추행 재판에서 가해자 조씨를 공갈·협박 피해자로 둔갑시키고자 조직적으로 언론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이재포씨는 징역1년6개월, 김○○은 징역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했다. 코리아데일리는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하고 폐업 신고했다.
이후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가 반씨의 사건을 맡아 가해자의 허위주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언론 보도에 대한 공익소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헤럴드경제는 무려 93건의 기사를 삭제했다. 반씨는 코리아데일리를 상대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다. “코리아데일리 대표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배우 반민정씨. ⓒ반민정 인스타그램
반민정씨는 “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씨는 “정치는 잘 모른다. (정치권이) 다툰다고 하는데, 일반인 입장에서, 배우 입장에서 보면 언론에서 나오는 하나하나의 기사들이 일하는 것이나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반씨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해도 손해배상은 너무 한정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5년 넘게 당했던 언론피해를 배상받을 수는 없다. 명예는 회복되지 않는다. 허위사실 유포는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다. 그걸 삭제해보려고 ‘인터넷 장의사’에도 의뢰해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결국 오보 피해자들에게는 아예 손을 놓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전했다.
반민정씨는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 “조금 더, 한 번 더, 사실을 확인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신중해질 것 같다. 기자님들이 쓴 글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가질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사실을 보도하라는 게 이 법의 의미인데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반씨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강제추행 관련 사건) 기사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정‧삭제하거나 사과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사도 여전히 있다”고 전한 뒤 “1심에서 손해배상 300만 원과 기사삭제 판결이 나와도 항소하는 언론사가 있고 문제의 기사는 지금도 수년째 살아있다”며 피해구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해 “사적인 친분관계 때문에, 클릭 수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게 아니었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민정씨측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캐스팅 제안이 온 다음 (캐스팅이) 보류되는 상황이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점점 작아지는 군대…나라 지킬 '군인'이 없다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저출생의 현주소, 이렇습니다
"20대 딸 앞에서 결혼은 금기어"…서울로 쏠리는 청년들
"누가 시골 와서 살겠어? 빈집이 많지"…지역 소멸 임박
평생 국민연금 냈는데 3년 받고 끝? 노후가 불안하다
9년 뒤면 잠재성장률 0%대…'일할 사람' 없는 나라
평생 0.84명 낳는 나라…지구상에 또 없다
90년대 48만 명 → 현재 29만 명으로 '급감'
1970년 3월 4일자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과거 우리나라는 군대 갈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입대하던 1970~80년대만 해도, 남아도는 병역자원 때문에 국방부가 현역병 입영 숫자를 줄이려고 고육지책을 쏟아낼 정도였죠.
오죽했으면 현역병 징집 상한 연령을 5년이나 낮추고, '방위병' 같은 대체복무 제도까지 마련했을까요. 당시 국방부가 했던 이런 노력과 산아제한 정책이 맞물리면서 1990년 징병검사 인원은 48만 7천여 명으로 안정화되는 듯했습니다.
2021년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병적에 편입된 병역의무자는 33만 3000명이었습니다. 올해는 29만 명으로 더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겠다고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남아는 13만 9400명이었죠.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치냐면요, 지난해 태어난 남아가 만 19세가 되어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되는 2039년에는 20세 병역의무자가 겨우 13만 9400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저출생' 기조…2039년엔 병역의무자 15만 명
감사원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병역의무자는 내년에 25만 8000명으로 또 감소합니다. 해마다 꾸준히 내려가다가 2036년엔 21만 명, 2037년엔 18만 6000명으로 뚝 떨어지죠. 저출생 기조가 계속되는 한 현역병 20만 명대 회복은 어려워 보입니다.
감사원이 전망한 2039년 병역의무자는 15만 1000명이었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가 1510만 명으로 급감하는 2117년에는 과연 병역제도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방부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 나름대로 대응하고는 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병역제도 개편에 대한 방향성을 묻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병력과 부대 구조 개편이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는 게 있고, 좀 더 먼 미래의 병력 급감에 따라서 조치해야 되는 사항들 두 가지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는 두 가지 축으로 하고 있다"고 말이죠.
현재 징병과 모병 6대 4…사실상 '징모혼합제'
병역제도 개편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긴 합니다.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군 당국은 18개월 의무복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인 뒤 당분간 이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군 간부 비율을 전체 군 규모 가운데 37.9% 정도인 20만 1천여 명까지 확대했죠. 이로써 올해 기준 우리 군 상비병력은 병과 간부를 포함해 53만 명입니다. 사실상 지금도 징병과 모병이 6대 4 비율로 이뤄진 혼합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징병 비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징병 대상인 20대 남성들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나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하는지를 계산한 비율을 '징집률'이라고 하는데요. 1986년 50%를 웃돌던 징집률은 2010년대 들어서 9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성인 남성 대부분이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겁니다. 국방부가 제발 군대 좀 오지 말라고 애썼던 70년대와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총 들고 나라 지킬 사람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을까요?
모병제? 여성징병제?…병역제도 개편 논의 중
올해 병무청 업무계획 자료를 보면, 군 당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해 병역처분기준을 변경하고 병역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집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징병제 혼합 모병제(징모혼합제) 도입 등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역의무자뿐 아니라 직업군인 자체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젊은 인력들을 끌어오기 위해 민간 부문과 경쟁해야 하는데,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군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22-26 국방중기계획'에서 여군 비중을 내년에 8.8%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국방개혁 2.0에서 만들어진 병사 복무기간 18개월 50만 명 시스템대로라면 2030년대 중반에는 병역자원을 충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24개월 50만 명 체제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방법은 18개월 50만 명 체제에서 매년 입영 소요를 줄이는 쪽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임기제 부사관(이른바 '전문하사', 병사가 복무 기간을 마치고 부사관이 돼 계약 기간만큼 복무하는 제도) 제도와 비슷하게 숙련된 병이 의무복무 기간을 넘어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징병제가 주는 장점인 인력 수급 안정성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여성을 병역자원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모병제 또는 징모혼합제를 실시하면서 장기복무하는 병 제도를 도입하고, 여성 병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현행 군 구조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는 간부(부사관·장교)와 병이 유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병→부사관' 장기복무 제도가 바람직
미군 같은 경우 병과 부사관을 합쳐 사병(enlisted)이라고 하며, 병을 반드시 거쳐야 부사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사관이 장교와 병을 잇는 전문가라는 특성상 이러한 형태가 바람직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민간에서도 곧바로 지원과 양성 과정을 통해 부사관이 될 수 있죠. 이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요, 부사관이 오히려 장교와 함께 '간부'라는 또 다른 계층이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남군 부사관들조차 병들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현재는 하사 이상 간부로만 입대가 가능한 여군도 병으로 장기복무하고 추후 부사관이나 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다만 모병제도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먹고살기 힘든 사회적 취약계층만이 군에 입대해 부담을 지는 이른바 '경제적 징병'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모병제로 운영되는 일본 자위대 자살률이 한국군보다 높다는 점은 고민해 볼 만한 대목입니다.
군 장비 첨단화도 '명암'…결국엔 '사람' 문제
군 장비 첨단화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 AI(인공지능)가 일부 노동을 대체한다고 전망되듯이 최첨단 장비가 병력을 일부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육군은 과거에 사람이 수행하던 최전방 경계근무를 대부분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는데요, 경보가 울리면 기동타격대가 출동해 격멸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기계도 결국엔 사람이 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기계 자체에도 오류가 생길 수 있죠. 실제로 지난해 말 육군 22보병사단에서 벌어진 '월책 귀순'과 올해 초 '헤엄 귀순'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었습니다.
월책 귀순 당시엔 감지기가 울리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노후화된 장치 안에서 기계 나사가 풀려 있었습니다. 헤엄 귀순 때는 화면에 몇 차례 조그맣게 포착되고 경보도 울렸는데, 다른 조작을 하던 감시병이 이를 꺼 버렸습니다.
최전방 근무자들은 동물만 포착해도 경보가 울릴 정도로 장비 자체가 너무 민감하다며, 하룻밤 사이에 수십 번 이상은 경보가 울린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운용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얘기죠. 첨단화의 이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까지 거론된 대책들은 겉으로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정부가 각 제도별로 더욱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는 명확합니다.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2018년 7월 27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
강한 군대, 국민의 군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숙의를 거쳐 신속하고 튼튼한 안보 대책이 나오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군대는 작아지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 국방인력 확보의 어려움, 영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한국국방연구원 이현지·박민섭, 2020)
-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 보고서 (감사원, 2021)
치명적진실-여자도 징병하고 군인 월급 올리면 해결된다. 여자도 원하면 전투 병력으로 배속하지만 원하지 않을 경우 각종 행정이나 복지, 취사 업무쪽으로 업무를 배정하면 된다. 그리고 전투병력일 경우는 위험수당을 더 주면 형평성은 맞춰진다. 결국 취업률과 양성평등, 군인력 부족문제 모두 해결된다.
억대연봉-10년전에는 잡았어야 할 부동산으로부터 불거진 모든 문제들이 이젠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이제 망국이구나
다자녀-출산율을 올리자고 하면 정치1번가에선 출산후 일시금으로 돈을 높이주는게 경쟁이라고 생각하시는거 같습니다. 정작 출산장려금만으로 출산율을 올리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자녀를 두고 다자녀 혜택은 형편없습니다. 관공서 주차장, 문화, 공연, 관광 다양한 헤택들을 예로 들어보면 지자체 다자녀 우대를 주먹구구식입니다.
낳을때 출산장려금 해놓고 이후 다자녀 우대는 나몰라라는 식으로는 출산율을 더 올리기 어렵고, 다자녀는 다자녀를 두고자 하는 부모들이 두는것이지, 애초에 결혼때 하나만 키울래 하면 아무리 혜택이 많아도 낳지 않습니다.
stern-점점 작아져야 강한 군대가 되는거지. 10만명 선으로 줄이고 모든 부대를 강력한 통신,화기,차량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면 된다. 모두다 군대에 가서 한가지 일만 하는 병사가 아니라 멀티플레이어 병사로 전환하고 강력하고 고기동화된 부대면 되는거다.
생각좀하고살자쫌-출산을 장려한다고? 말만 하지말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게 정말 행복하도록 구체적인 지원을 해야 낳지. 나라를 정말 걱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냐? 다 자기 영달을 꿈꾸며 선거때만 반짝 민생 위하는 척 하는거지. 정말 인물이 없고, 지도자가 없는 것이 더 암담하다. 듣고 있냐? 대선주자넘들아. 좀 똑바로 정치좀 해라. 잘사냐 못사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존립자체가 불투명하다.
각혐- 누가 장기복무를 한다고 장기 복무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함? ㅋㅋㅋ 임금도 낮아 사회적 인식도 안좋고 다른 조직에 비해 심한 부조리에 장기 복무를 유도해서 장병 숫자 유지하고 싶으면 위에 문제들 해결해야하는데 군 꼬라지가 어떤가?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쉬쉬하고 어떻게든 숨기고 덮으려고 난리 치는거 그대로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sori-40대 50대 군 일만하다 진급에 밀려 사회로 복귀하는 전문 인력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몇십년 일한 전문인력들이 창창할때 흐지부지 되기보단 그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넓히고 확충하시는것도 나라나 개인에게 좋은방안 일듯 싶습니다. 저출산으로 젊은인력 부족은 사실이고 30-40대는 아직 일하고 싶은 나이니까요!!!
나지석-뭘 걱정하자 기자야. 남자들만큼이나 우람한 몸집을 가진 기 센 20대 여자애들을 징집하면 되잖아. 남녀성평등 실현도 되고 사병도 대폭 늘어나고 여자의 몸은 여자가 지킬 수 있게 되고 1석3조 아니냐. 출산의 의무를 수행하기 싫다면 남자와 똑같이 국방의 의무를 지면 된다.
데이빋-공익 없애라. 그리고 군대 가지 않은 나이든 병역 미필자들 다시 군대 입대시켜라. 적어도 12개월은 복무시켜라. 면제자들이 만약 생계를 이유로 못가겠다고 하면 적어도 6주 군사훈련은 받게하고 나머지는 예비군 식으로라도 훈련을 받게 해라. 요즘 나이들어도 싱싱하다. 나이들었다고 전쟁나면 못싸우는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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