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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8.16~8.20 이재용 가석방, 나쁘고 비겁한 최악의 정치

by 이성근 2021. 8. 16.

같은 행사서 문대통령 일본과 대화 협력광복회장 친일 카르텔

종교는 때로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종교가 사회와 만나 공존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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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 나쁘고 비겁한 최악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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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사서 문대통령 일본과 대화 협력광복회장 친일 카르텔

김원웅 회장 광복절 기념사 친일정권 촛불로 무너져발끈한 국민의힘 사퇴하라

문 대통령 일본과 대화문 항상 열려 있어보수언론 청와대, 김 회장 발언 못 걸러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권 등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치권 공방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영상에서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면서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 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했지만 코로나19 등 이유로 기념사는 영상으로 대체됐다. 영상은 지난 13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녹화됐다. 김 회장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권 등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치권 공방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대한민국청와대

 

김 회장은 기념사 영상에서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일본 육군 대신 출신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죽었다. 백선엽은 얼마나 그를 흠모했던지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했다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백선엽을 국군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자들이 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친일 반민족 권력 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때 못지않은 탄압을 받았다. 고문, 투옥, 심지어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독립운동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그 후손들이 어떻게 잘살 수 있었겠나. 친일파들은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이보다 더 혹독한 불공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보수진영을 겨냥해 민족 배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자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겠다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이라며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 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한국사회 언론에도 친일 반민족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정의감을 믿는다면서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는 독립운동가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76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왜곡된 역사관을 토대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린 채 제멋대로의 막무가내 기념사를 내보냈다고 질타한 뒤 대한민국의 과거를 친일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된 역사로, 현재 대한민국은 친일파에 의해 장악됐다는 등 구구절절 얼토당토 않은 기념사를 진행했다. 철 지난 이념과 극도로 편향된 역사관이 전제된 채 대한민국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기념사로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신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념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자기 정치의 장으로 오염시킨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물론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 망언을 방치해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5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도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다”, “애국가는 친일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 안익태의 작품이다”, “백선엽 장군은 일본을 흠모한 친일파다등 주장을 펼쳤다.

 

신 부대변인은 광복회는 국가보훈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국가유공자법과 정관에 의해 광복회장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을 넘어 노골적 편향성으로 국민을 완전히 둘로 갈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언론은 청와대 책임을 묻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이날 “‘총독부 법통보수 모욕 김원웅 기념사, 정부와 조율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김 회장 기념사에 대해 대통령이 참석해 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정부의 광복절 공식 행사에서 보수 야권을 친일로 몰면서 조선총독부 대한민국 법통이라는 모욕적 비난을 공식 기념사를 통해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김 회장의 영상은 행사를 주관한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광복회 측이 제출한 영상을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측에서 확인하고 일부 수정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에 정면 도전한 김 회장 발언을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날 강경한 김 회장 기념사와 달리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 경축사는 일본과의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잡아야 할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종교는 때로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20156, 서울 덕수궁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 및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종교신성하고 절대적이며 영적인, 특별한 숭배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그 무엇과 인간 존재가 갖는 관계이다. 대개 삶과 사후 운명에 대한 궁극적 관심과 관련되어 있고, 많은 문화권에서 이는 신 혹은 영혼에 대한 태도와 관계 측면에서 표현된다.

 

이런 정의만 놓고 보자면, ‘건강정치노트라는 이 지면에 종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다. 종교가 믿음, 영성, 자기 수양의 실천에 국한된 내면의 신념 체계라면 이 자리에 등장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종교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 현실에서 종교는 신자들 개개인과 신앙 공동체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를 벗어나 사회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해방 운동이든 억압의 구조이든 말이다.

 

전 세계 인구 84%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인 자신이든 전체 공동체든 사람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종교는 중요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며 일하고 나이 드는 매일의 환경이며, 생활환경을 결정짓는 힘이자 시스템이라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정의에 종교는 충분히 부합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개 종교적 참여, 특히 예배 참석이 더 나은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해왔다.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대수명이 길고 사망률이 낮으며, 자살이나 우울증 문제도 덜 경험하고 정신건강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관성이 실제 인과적 효과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규칙적으로 예배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인-결과의 방향이 반대일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론적 문제를 극복한 연구는 드물지만, 어쨌든 건강에 미치는 종교의 긍정적 영향은 충분히 납득할 법하다. 예배 참석이라는 활동을 통해 공동체와 연결되고 사회적 지지를 얻는 일은 꼭 종교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건강과 안녕에 도움이 된다.

 

종교의 또 다른 중요한 기여는 지역사회 종교기관들이 보건의료·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건강 증진 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공적 의료보장 체계가 확립되지 않고 인종 간 불평등이 심한 미국 사회에서 흑인 공동체 교회는 무료 진료소, 예방접종 클리닉을 운영한다.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건강 상담, 건강 증진, 사회복지 연계 활동도 수행해왔다. 가톨릭은 전 세계에서 5300여 개 병원을 운영하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보건의료 제공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종교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이들의 건강과 생명, 안전의 권리를 옹호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 종교는 힘없는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의 지원군이자 울타리가 되어주었고, 세월호 참사 현장, 산재 노동자 추모의 현장을 함께 지켜주었다.

 

반면 종교의 도그마가 인간 존엄과 건강권을 직접 해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집단 자살이나 테러, 조직적 성착취 같은 사이비 종교의 극단적 폐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아와 전염병, 헛된 폭력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십자군 전쟁, 무고한 여성들을 고문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마녀사냥, 남북 아메리카 선주민(先住民) 대량 학살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현재진행형인 종교의 건강 억압

현대사만 보아도, 누구도 사이비 종교라 칭하지 않는 기성 종교들이 행한 생명과 건강의 억압들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 중동지역의 타래를 풀기 어려운 장기 내전, 미얀마의 로힝야 민족 탄압 등 심각한 인명 피해와 인권침해를 가져온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들에는 어김없이 기성 종교가 개입되어 있었다.

최근 캐나다 건국 초기 가톨릭교회가 선주민 어린이를 납치해 기숙학교에 강제수용하고 학대한 사실이 밝혀졌다. 왼쪽은 630일 퀘벡주 한 가톨릭교회 앞에 추모의 의미로 놓인 아이들 신발.EPA

 

과거 세계 여러 곳에서 가톨릭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범죄의 실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편부모와 살고 있거나 집안이 가난한 아이들, 교회에 더욱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을 범행의 표적으로 삼았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처벌은커녕 교단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국가기관의 수사마저 방해하기도 했다. ()이 아니라 속()의 기준으로 보아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는 캐나다 건국 초기 가톨릭교회가 선주민 어린이들을 가정에서 납치하여 기숙학교에 강제수용하고, 집단적으로 학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까지 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종교의 건강 억압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성적 편견, 성차별주의에서 비롯된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 제약에 기성 종교가 앞장서고 있다. 정도만 다를 뿐 이러한 차별과 편견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주요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예컨대 에이즈가 20세기 말 처음 등장했을 때 기독교 논평가들은 이것이 동성애, 간음, 혼외 성관계라는 죄악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러한 편견은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에서는 HIV 감염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 캠페인 과정에서 공중보건과 가톨릭교회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콘돔 사용이 문란한 성생활을 장려한다며 가톨릭교회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성적 편견을 앞세워 차별금지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세력이 보수 기독교 집단이다. 이들은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는 현장이면 달려가 북을 치고 부채춤을 추면서, 때로는 공공연한 폭력을 사용하면서 행사를 방해했다.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조례나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단체장과 의원들에게 집요한 항의를 퍼붓고 있다. 극성맞은 신자 한두 명의 예외적 일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필자도 오랫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써왔지만 몇 줄 악플이면 모를까, A4 용지 네 쪽이 넘는 항의 이메일을 받은 것은 유일하게 성소수자 건강권을 옹호하는 글을 썼을 때였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그 이메일 내용이 생생히 기억난다. 너무나 절절한 신앙심 고백과 그에 못지않게 너무나 디테일한 성행위 묘사가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한 통의 이메일 안에 서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문란한 존재들인지, 동성애가 왜 죄악인지 설명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묘사를 하고 있었는데, ‘음란마귀에 사로잡힌 것은 정작 항의 이메일 발신자가 아닐까 하는 무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토록 다른 이를 악마화하고 단죄하는 데 열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 폭력 감소의 역사를 탐구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호모포비아에 기반한 폭력은 인간 폭력의 카탈로그에서 매우 신비로운 위치를 점한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가해자가 이런 폭력을 통해 얻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 불평등 분야의 석학 예란 테르보른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킬링필드에서 사디스트가 아닌 다음에야 정체성에 기반한 실존적 평등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썼다. 제로섬 게임인 소득불평등과 달리,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실존적 평등화는 기득권층의 유리한 삶의 기회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동성애가 누군가에게는 문화적으로 꺼림칙한 것일 수 있지만 도시의 부유한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뿐더러 계몽된 자신을 뽐낼 기회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기득권층에게 실존적 평등주의는 비용이 들지 않는 평등주의의 선물이며, 이를 통해 좀 더 논쟁적이고 근본적인 불평등 이슈에 대한 침묵이라는 혜택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서구 맥락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인지, 한국에서는 해외 명문대 경제학 박사 출신 ()민정당 계열 국회의원도, 장관까지 지낸 카리스마 넘치는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도 유독 동성애 이슈 앞에서는 하느님의 순한 양으로 돌변한다.

 

동성애 반대가 종교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성서에는 아내를 손님에게 내어주고 자식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는 엽기적 사례 같은 잔혹한 폭력의 스토리가 넘쳐나지만 이것을 오늘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도덕적 상징이나 비유로 해석될 뿐이다. 오늘날 자신들의 혐오와 편견을 정당화하고 싶을 때에만 오래된 성서의 문구를 글자 그대로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성서에 구체적 언급이 없는 내용도 후대에 해석이 덧붙는다. 예컨대 기독교 성경에서 낙태에 대한 언급은 딱 한 번 등장한다.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임신한 여인을 쳐서 낙태하게 하였으나 다른 해가 없으면 그 남편의 청구대로 반드시 벌금을 내되 재판장의 판결을 따라 낼 것이니라.” 이 구절은 어디를 봐도 태아 존중이나 낙태 금지와 거리가 멀다.

 

기독교가 이른바 낙태 전쟁에 뛰어든 것은 사실 생명 존중의 교리 때문이라기보다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신보수주의 동맹의 선거연합 전술과 관계가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출현한 일군의 젊은 보수주의자들, 자칭 뉴라이트(New Right)’는 이전까지 공화당의 전통적 이슈였던 세금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기도, 낙태라는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들은 공립학교의 기도 강요를 막고 낙태를 허용하자는 사회적 움직임에 반대하며 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 북부 산업지대 도시 노동자 등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공화당에 새로운 다수파를 만들어냈다. 이 흐름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통계를 보면 국가 간섭을 싫어하는 전형적 자유주의자인 정통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낙태 찬성 비율이 높았다. 심지어 보수주의자들조차도 낙태를 으로 금지하는 것에는 반대가 더 많았다.

기독교가 낙태 전쟁에 뛰어든 것은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신보수주의 동맹의 선거연합 전술과 관계가 있다.시사IN 신선영

 

낙태라는 정치적 땔감

하지만 낙태라는 정치적 땔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설교를 통해 복음주의 기독교가 급성장하면서 이 문제는 경제나 외교보다도 더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국가가 나서서 인구통제를 명분으로 공공연하게 임신중지 시술을 시행하던 시절에 입을 다물고 있던 한국 기독교가 갑자기 태아 생명권의 수호자로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동성애나 낙태 이슈가 인기를 끌기 전에는 빨갱이, 종북이 한국 보수 기독교의 중요한 땔감이었다. 이슈의 이행기 동안 동성애자=종북 세력이라는 전대미문의 혼종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발혐오와 차별 공세가 실제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존 자체를 부정당하고 죄인 취급을 받으며, 때로는 학대나 다름없는 전환 치료를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신의 기적이다. 필수보건의료서비스에 해당하는 안전한 임신중지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낙태를 줄이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며 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만 미칠 뿐이다.

 

형법의 낙태죄 폐지나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줄곧 사회적 합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는 일부 종교 세력의 건강권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8.5%는 이미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었다. 올해 5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현재 믿는 종교가 없다는 사람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종교가 있다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 수준이며, 이 중 개신교, 불교, 천주교가 각각 17%, 16%, 6%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기독교 분파의 주장이 정치적으로 과잉 대표되면서 시민의 존엄과 건강권을 해치는 이 상황은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 때로는 파괴적인건강 결정요인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17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집회에 등장한 팻말.연합뉴스

 

얼마 전 전통 무가(巫歌)를 재해석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공연을 관람했다. 붉은 조명 아래, 역병의 나쁜 기운은 물러나고 좋은 일만 생기라는 절절하고 단순한 읊조림이 묘한 위로가 되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런 노랫가락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데 아무 효과는 없겠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그 순간의 위안만은 실재였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시절, 옛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초월적 존재에 간절히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게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건강하기 위한 도구로 종교를 선택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종교의 유일한 효과가 건강 개선인 것도 아니다. 초월적 존재의 이름을 빌려 동료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행위가 그들이 믿는 종교의 본령이 아님 또한 분명하다.

 

종교를 믿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종교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삶의 의미가 될 것이다. 종교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내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가는 인권보장 의무의 담지자로서 해로운 종교 세력으로부터 사람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종교가 정치를 과잉 대표하고, 정치가 종교를 적극적으로 호명하는 곳에서 어김없이 인류의 평화가 위협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Tag#차별금지법#낙태#낙태전쟁#보수기독교#종교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시사인

 

차별은 악독한 얼굴만 갖지는 않는다. 부당대우나 배제 같은 직접적 차별뿐 아니라 고정관념과 편견 확대, 혐오 표현, 괴롭힘 등까지 무엇이 왜 차별인지질문하며 이리저리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 이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bit.ly/equality100000)이 진행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다.

 

인권의 우열을 따지느라 은폐되는 것

차별에 대해 단편적으로 이해하면,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평등 상황으로 현재를 잘못 인식해 역차별 논쟁이 벌어진다. 소모적 논쟁은 대안이 되어야 할 평등에 대해서도 오답을 내린다. 평등권은 분배 대상이 아니라 분배 정의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평등권을 경쟁이나 배제를 통해 쟁취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불안한 사회구조 속에서 공정성(또는 공정경쟁)’에 대한 욕구에 휩싸여 권익 또는 이해에 대한 침해만 차별이라고 결론짓는다.

 

물론 차별의 결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한정된 자원의 공정한 분배에만 집중되면 근본적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진짜 비극은 피해와 피해를 비교하고, 한 소수집단이 다른 열악한 소수집단을 혐오하며, 누구의 비극이 더 극단적인지 경쟁하는 상황이다. 인권의 우열을 따져 은폐되는 것은 차별 피해만이 아니다. 차별을 통해 이익을 얻는 원인 제공자나 해결의 책임이 있는 자는 아무 상처도 받지 않고 격렬한 논쟁 밖에 머무른다. 차별금지법은 진짜 원인, 진짜 책임자를 찾는 논의 구도를 만들 것이다.

 

세련된 얼굴의 차별은 갈수록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간접차별은, 겉으론 중립적이지만 차별적 결과를 낳는 경우를 뜻한다. 요즘은 노골적 성별 분리 채용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비정규직 채용 절차에선 여성이, 정규직 채용 절차에선 남성만 뽑히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사용자의 성차별적 고의를 추정하는 것이 억지일까? 한 지역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 채용 차별이 그 예다. 20196월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들은 같은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데 남성은 정규직으로,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뽑아온 회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종교가 사회와 만나 공존하는 방법

역차별이라는 용어를 끌어들여 문제를 꼬지 말고 어떠한 자유를 보장받고 싶은지 털어놓으면 문제가 선명해진다. 트랜스젠더를 해고할 자유, 동성애자를 차별할 자유를 달라는 것 아닌가?

연합뉴스 722일 전북도의회에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동성애를 정당화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드디어 차별금지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법무부 장관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도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시민사회, 학계, 종교계에서도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환영 의견을 냈고, 각계에서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한 수많은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이 정도로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이제 정부와 국회가 화답할 차례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반대론의 핵심은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동성애 설교를 하면 감옥 간다는 식의 가짜뉴스는 이미 충분히 반박된 것 같다. 이제 조금 더 수준을 높여 종교와 사회가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갈지, 그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차분히 논의해볼 기회가 왔다.

 

차별금지법이 세상만사에 관여할 것처럼 오해받기도 하는데, 사실 차별금지법은 세상의 모든 차별을 빠짐없이 금지하는 법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으로 금지하는 영역은 분명히 한정되어 있다.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은 고용 재화·용역·시설 교육 행정서비스, 이렇게 네 영역이다. 그러니까 네 가지 영역에서 차별이 금지되는 것이고 이 영역 밖에서의 차별은 금지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적으로 교류하는 영역이나 가족, 종교 등은 차별금지법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영역에서는 차별이 허용된다는 얘긴가? 개인적으로는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 역시 반대한다.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법 집행에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법은 문제가 심각하거나 중요한 영역 또는 규제가 가능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실제로 가톨릭은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에 긍정적 시각을 가진 불교계에서도 비구니가 종단 대표자나 교구본사 주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계의 성차별적 관행은 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교 영역에 차별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지하게 제기되는 것도 아니다. 종교계 내부 문제는 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이 은연중에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차별금지법이 종교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어떤 종교가 종교 밖으로 나와서 사회와 접속한다면 차별금지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금지하지만, 국가도 종교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종교의 특정 교리를 사회에 적용하려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종교계가 자신의 교리에 입각하여 회사·교육기관·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한다면 더 이상 종교의 자유를 내세울 수만은 없다는 말이다. 세속국가에서는 특정 종교의 교리가 사회에서 그대로 관철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종교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야 할 사회에 나왔을 때는 당연히 공동체의 기본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 성직자나 동성애자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의 교리는 법으로 금지되지 않지만, 종립 학교나 종립 사회복지시설에서 여성이나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네 가지 차별금지 영역은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경계를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영역에서만은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차별할 수 없으며 차별금지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들의 입장이 차별금지법에 의해서 규제받는다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교리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그 교리가 회사에서, 학교에서, 사회복지시설에서 관철되는 것을 금지할 뿐이다. 역차별이라는 용어를 끌어들여 문제를 꼬아놓지 말고, 정확히 어떤 자유가 침해되는지, 어떤 자유를 보장받고 싶은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문제가 선명해진다. 사실상, 회사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해고할 자유, 대학에서 동성애자 학생을 차별할 자유, 사회복지시설에서 성소수자를 괴롭힐 자유를 달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특정 종교의 교리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에서, 대학에서, 사회복지시설에서 이러한 자유가 인정될 수는 없다. 차별금지법은 딱 이 지점에서부터 선을 긋는다.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종교가 사회와 접촉면을 만들었을 때는 공동체의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9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민심전달 캠페인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공존의 조건을 마련하는 법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리를 고용이나 교육 영역에서 실천할 수 없다고 해서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 두루 적용되는 세속국가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는 종교가 실제로 무정부 상태를 만들기 위한 무장에 돌입한다면 당연히 규제 대상이 된다. 성차별적 관행이 남아 있는 종교계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성차별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강제결혼이나 조혼, 여성할례 등을 정당화하는 종교가 그것을 실행해 옮기려고 하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불교계 회사에서 불교도만 채용한다면? 원불교계 택시 회사에서 원불교 신자만 손님으로 받고, 가톨릭계 대학에서 가톨릭 신자만 교직원으로 채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세상에서 시민들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종교를 의식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교 중립적인 세속국가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어떤 종교를 믿건 믿지 않건,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줘야 하고 그렇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종교 간 분쟁을 막고 공동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은 바로 그러한 공존의 조건을 마련하는 법이다.

 

종교가 사회와 만날 때 사회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는 국가가 마련한 교육과정과 시스템 내에서 운용되며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학위를 수여한다. 심지어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혜택을 공유하기 때문에 종교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는 사회의 기본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도출된다. 사회의 혜택을 안 받아도 좋으니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그건 상관없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에서 차별이 금지되는 교육기관교육부 장관의 평가인정을 받은 학습과정을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등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피하려면, 국가의 교육시스템과 무관하게 완전히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세상의 모든 차별을 남김없이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종교계의 변화 이끄는 사회의 변화

그렇다고 차별금지법이 종교와 사회를 절연시키는 것은 아니다. 종교의 이념이 세속화된 형태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된다. 예컨대, 어떤 대학에서 교직원을 채용할 때 신앙증명서를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한 진리와 자유의 정신이라는 건학이념(연세대)이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세계의 구현이라는 건학이념(동국대)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종교 제례의 형식으로 운영되는 채플 수업을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재구성된 그 대학 특유의 건학이념을 교육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대학의 자율성으로서 존중될 수 있다. 예수의 가르침을 진리와 자유라는 보편적인 이념으로 승화시키고, 부처의 자비를 상호 신뢰와 공경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재해석하여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세속국가에서 종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도 얼마든지 종교는 사회와 교류하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제는 특정 종교의 신자들만 채용하고 특정 종교의 신자들만 교육해야 종교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차별금지법이 종교 영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노파심에 몇 자 덧붙여본다. 종교는 끊임없이 종교 밖 사회와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회가 평등해지는 만큼 종교도 평등해질 것이다. 실제로 종교계의 여러 차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 개신교만 해도, 1959년 연합감리교회를 시작으로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교단이 계속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를, 신자는 물론 성직자로도 인정하는 교단이 이미 상당수다. 사회에서 차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교회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을 테다. 어떤 법도 종교계에 이래라저래라 명령한 바 없지만, 사회의 변화가 종교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종교계의 여러 차별적 관행은 사회가 더 평등해지는 만큼 점차 개선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거나 동성애에 우호적인 책을 냈다는 이유로 성직자를 징계하려 하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사회변화에 저항하는 마지막 몸부림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이 이러한 무도한 시도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금지법이 만드는 평등한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그렇게 종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종교계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갈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시사인

돌아온 정치의 계절, 여론조사 결과 제대로 읽는 법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 조사 방법을 체크하고 결과를 읽어야 한다. “단순한 숫자 조작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들지만 여론조사 전반에 걸친 조사 환경과 결과 보도를 이용한 유권자 조작은 여전히 가능하다.”

왼쪽부터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여론조사가 쏟아진다. 7월 한 달 동안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만 72건이다. 하루에 두 건 넘게 공표된 셈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각 여론조사 기관이 자체적으로 펼치는 전국 정기(정례) 대선 조사를 비롯해, 개별 언론사가 의뢰한 지자체 단체장 선거 관련 조사 등이 있다. 내년 3월과 6월로 예정된 대선과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조사다. 정치권의 시계가 빨라질수록 여론조사는 잦아진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늘어난 여론조사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다시 증가했다.

 

여론조사가 만든 현상도 있다. 6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바로 다음 날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기자들과 인사하며 세계일보부스에 들른 그는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31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전화면접 1007,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를 가리킨다. “야권 주자 중에서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이끌던 황교안 대표를 윤 전 총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따돌렸다라는 내용이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여론조사를 출마 이유로 꼽았다. 여론조사가 중요한 이유다.

 

여론조사끼리 서로 다른 결과로 부딪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벌인 여론조사의 결과가 확연히 차이 날 때가 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면서 각 캠프는 자기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를 홍보한다. 지켜보는 유권자로서는 헷갈리는 장면이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 소비하는 밴드왜건 효과는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통용된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여론조사를 볼 때 조사 방법을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사 방법에 따라 응답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고려하고 결과를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7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의뢰)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부분 1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5%)였다. 2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19%), 3위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12%). 반면 728일부터 29일까지 뉴스더원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33%로 가장 앞섰다. 이재명 지사(24.2%), 이낙연 전 대표(13.4%) 순서다. 둘 다 730일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실시한 조사지만, 윤 전 총장 수치가 여론조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두 조사 모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로 같다(자세한 내용은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표본오차 ±3.1%포인트라는 의미는, 위의 한국리서치 726~28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범위가 21.9~28.1%,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 범위가 15.9~22.1%, 이낙연 전 대표는 8.9~15.1% 사이라는 뜻이다. 95% 신뢰수준의 의미는,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100회 했을 때 95번은 각각의 지지율이 21.9~28.1%(이재명), 15.9~22.1%(윤석열), 8.9~15.1%(이낙연) 사이라는 의미다.

 

ARS는 보수 편향, 전화면접은 진보 편향?

두 여론조사의 결정적 차이는 조사 방법이다. 한국리서치는 전화면접, 리얼미터는 ARS(전화자동응답)를 실시했다. 전화면접은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보고, ARS는 기계음으로 물어본다. 두 가지를 섞어서 실시하는 조사도 있다. ARS는 상대적으로 고관여층의 응답이 많이 잡힌다. 사람이 직접 물어보지 않아 응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해당 이슈에 적극 반응하는 이들 위주의 응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를 연구해온 박종희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ARS는 보수 편향, 전화면접은 진보 편향이라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다만 ARS는 기계음으로 무작위 단순 집계하는 방식이라 강한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더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ARS가 상대적으로 많다. 휘발성 있는 이슈를 5문항 이하로 빠르게 물어볼 수 있다. ‘가성비가 좋아 많이 쓰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보통 ARS는 조사 한 건에 300만원, 전화면접은 1000만원 정도가 든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여론조사 시장에서 전화면접과 ARS가 치열하게 경쟁했다. 과거에는 주요 언론사들이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씩 전화면접 조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화제성에서 ARS와 큰 차이가 없었다. 주요 언론사의 이런 여론조사는 점차 사라졌고, 창간 기념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ARS는 살아남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ARS는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언론사조차, 클릭 수 경쟁을 위해 ARS 결과를 자사 홈페이지에 싣는다.”

 

그런 특징을 이해한 다음, 시계열로 하나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나오는 데이터 추세를 읽는 게 좋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지지율 숫자보다는 오름세인지 내림세인지, 아니면 제자리걸음인지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세 차례 대선 캠프를 경험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 숫자에 일희일비할 것 없고, 여론조사를 꾸준히 많이 해온 한두 업체의 추세를 따라가면 여론 지형이 잡힌다. 전화면접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본다라고 말했다.

 

기왕이면 여론조사 기관의 자체 정기조사를 보는 게 좋다. 박종희 교수는 특정 시점에만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회사일수록 신뢰도가 높다고 봐야 한다. 단발성 조사를 하고 사라지는 조사기관은 바이어스(편향)가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샘플 사이즈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총선에서는 샘플이 적어도 1000명은 넘어야 어느 정도 믿을 만한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라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라고 여론조사를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이는 201612월 언론 5단체가 공동으로 제정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준칙이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선 잘 작동하지 않는다.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여론조사위원을 지낸 김준철씨는 자신의 저서 여론조사로 대통령 만들기에 이렇게 썼다. “단순한 숫자 조작은 거의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반에 걸친 조사 환경과 결과 보도를 이용한 유권자 조작은 여전히 가능하다.” 여론조사를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여론조사와 여론조사 보도에 낚이지않는다는 현실 또한 여전하다./ 김은지 기자/ 시사인

 

이왕재 "델타 변이는 감기 수준3 백신 접종 당장 중단해야"

"코로나 백신 부작용, 독감 백신의 100"

"백신은 60대 이상 고위험군만 맞으면 돼"

"집단면역 허무한 얘기거리두기 해제해야"

코로나19 방역이 기로에 섰다. 거리두기 효과도,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면역 가능성도 모두 희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왕재 서울대 명예교수(전 대한면역학회 회장)는 특히 단호하다. "백신은 60대 이상 고위험군만 맞으면 되며, 거리두기 제한은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단면역은 허무한 얘기"이며 "코로나 델타 변이의 위험성은 과장되어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지금 코로나는 거의 감기 수준으로 치명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2일 유튜브 매체 '고성국TV' 대담에서 "백신이 중증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60대 이상 고위험군에만 접종하면 되고 부작용 위험이 큰 젊은층,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고3 접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대담하고 있는 이왕재 서울대 명예교수. [유튜브 캡처]

 

-본인 소개를

"면역학자다. 작년 서울대병원 정년하고, 면역학 중에도 종양을 했기 때문에 암유전자를 통해 종양을 미리 예측해 암환자를 찾아내는 병원을 개원했다."

 

-문재인 정권이 11월까지 집단면역 도달한다고 큰소리 친 게 1년 전인데 가능한가.

"너무나 허무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인정 안 하겠지만 코로나에 정통한 게 면역학이다. 그리고 감기와 밀접한 비타민C도 제가 전공했다.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 의사들 사실 감기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근데 나는 감기와 연관 있는 비타민C도 연구한 면역학자다. 그러니 감기와 유사한 코로나에 대해서도 저만큼 잘 아는 사람 없을 거다. 코로나바이러스도 200여 종의 감기바이러스 중 하나니까 '코로나는 감기다'라는 말은 맞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사람 간이 아니고 박쥐에서 온 거 아닌가. 1999년까진 인류사에 이런 일 없었다. 감기는 원래 사람끼리 주고받는 거지. 그런데 종간의 벽을 깨트린 게 1999년 사스(사향고양이). 2003년과 2015년 메르스는 낙타에게서 왔다. 신종플루는 감기가 아니고 독감이다. 독감은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로 감기와 다르다. 감기는 목이 칼칼하고 콧물 나고 일상생활 가능한데 독감은 앓아 눕는다. 바이러스가 다르니 특성도 다르다. 근데 코로나는 감기바이러스다."

 

-코로나가 감기라는데 사망자도 나왔잖나

"박쥐 보유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사람에게 못 들어와서 종간 벽이 유지가 됐는데 2001년 사스에서 종간 벽이 깨졌다. 이게 메르스, 코로나19 등으로 변종이 계속 나온 거다.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의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 사람 세포로 들어온 거다. 근데 아무리 변종됐어도 감기는 감기니 무시무시한 병이 될 수는 없다. 사스 치명률 10%,메르스 25~30%였는데, 바이러스 연구자들에 의하면 치명률 높은 바이러스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자기 숙주를 죽이는 바이러스는 결국 자멸한다. 메르스가 30% 치명률 가니 숙주도 다 죽여 금방 끝나지 않았나. 근데 코로나는 치사율은 낮고(감기보단 높지만) 전파력이 엄청나다. 이제 알파, 델타 등 변이가 많아져서 무서워하지만 코로나는 원래 전염력이 강하다. 기존 감기보다 결합력이 10~20배 높은 부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있다. 지금 델타플러스 변이까지 왔는데, 이건 그냥 감기와 똑같은 상태까지 와버린 거다."

 

-그럼 겁낼 게 없잖나

"내 말이 그 말이다. 냉방병 호소 환자를 진찰하니 델타변이가 나온 사례도 있지 않나. 원래 코로나는 고열에 앓아 눕는 독감 증상을 보였는데 이제 콧물 등 경증 증상이 나온다. 원래 코로나보다 치명력도 떨어지고 그냥 감기 수준으로 토착화됐다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가 감기 수준이 될 경우 사태는 끝난다고 말했다. 요즘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말 들었나. 거의 없다. 백신 부작용 사망자는 10명씩 나오고 있지 않나.

 

-기저질환자들은

"그분들은 감기보다 약한 걸로도 죽을 수 있다."

 

-그럼 걱정할 거 없네

"한국을 이끄는 지식인과 언론들이 지식이 부족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언제 그렇게 우리가 어떤 특정질병으로 죽어가는 걸 생중계했나."

 

-델타 변이가 영국에 퍼졌는데, 거기는 이제 예방이 불가능하고 면역이 안 된다는 말을 하던데

"나는 과학자로서 올 초부터 확실히 과학적 근거를 말했다. 난 학자잖나. 지금까지 일관되게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겨도 감염 예방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코로나19는 감염과 발병이 완벽히 구분된다. '감염=발병' 아니다. 바이러스만 들어와 감염만 되고 발병은 안 된 사람이 지난 16개월 통계서 99.4%. 0.6%만이 증상이 나타나 병원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고 대부분 살고 그 중 일부만이 사망한다."

 

-무증상이라도 전파는 되잖나

"그렇다. 그분들도 감염은 시킨다. 근데 코로나19에 감염된, 너무나 많은 분들이 발병은 안 한다. 백신은 발병 안 한 사람에겐 의미가 없다. 백신은 증상이 나타나면 죽을 수 있는 분들에게 중점적으로 해야하는 거다."

 

-감염에 취약한 분들 말인가

"맞다. 내가 그런 백신을 부인하진 않는데호흡기로 들어오는 바이러스는 특징이 있다. 호흡기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딱 붙는다. 근데 백신은 호흡기 점막세포 뒤 혈관에 있어서 호흡기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걸 백신이 못 막는다. 간염은 술잔 등 입으로 들어가 혈관으로 들어가 간으로 가서 감염되잖나. 근데 백신을 맞으면 혈관에서 맞닥뜨리니까 간염백신 맞으면 백프로 예방이 된다. 근데 코로나는 비말 등으로 콧속에 들어가 점막세포에 딱 붙는다. 거기에 혈관이 있나. 점액밖에 없지. 백신은 점막세포 뒤에 혈관에 있지 않나. 그러니 예방이 안 되는 거다."

 

-백신 맞은 사람은 감염이 되어 바이러스가 점막을 뚫고 들어왔을 때 막을 수 있다는 뜻인가

"정확하다. 젊은 사람은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점막세포 선에서 해결된다. 도둑놈 들어와도 경찰 부르지 않고 자기 집에서 해결하는 거랑 같다. 점막세포 방어 기전이 다 있거든. 변종이든 뭐든 '감기'인데 이건 전신질환이 아닌 국소질환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가 점막세포다. 점막세포에서 막으면 끝나잖나. 근데 60세 넘고 이런 사람은 점막세포 기능 많이 떨어져 있는 데다 기저질환이 몇 개씩 있을 가능성이 커서 바이러스가 막 증식하고 상기도, 하기도 막 내려가니까 죽기도 하는 거다. 그리고 점막세포가 싸우다 지치니 점막이란 벽이 무너지고 뚫고 들어가 혈관으로 가면 전신으로 퍼지고 열이 나고 이러다 죽는 사람 생긴다. 백신 맞아 항체가 있으면 전신 퍼지는 건 막을 수 있는데 99.4%는 이런 일 안 일어난다. 이 사람들에게 백신은 대체 왜 맞히나."

 

-거리두기 어떻게 생각하나

"6시 전엔 4명 후엔 2, 이게 말이 되나. 지구상에 이런 정책 시행하는 데 찾아봐라. 캘리포니아 같은 데서 록다운할 때 아예 몇 시 이후에 아예 문을 닫든지 하지 이렇게 안 한다."

 

-돌파감염이란 말이 뭔가

"항체를 뚫고 감염된다고? 그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백신접종에 상관없이) 사람에 쉽게 머무르다 그냥 옮겨가는 것이다. 돌파감염이란 말 자체가 잘못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SK의 백신 3상을 언급하며 곧 해결된다 했다

"뭐가 해결되나. 서울대 감염병내과 교수와 같은 권위자가 집단면역 안 된다 했다. 조중동이나 KBS도 집단면역이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백신 접종자들이 이미 입증한 일인데 왜 모르나. 백신으로 못 막는다. 50대 이하는 백신을 맞지 못하게 해야 한다. 3 중 백신 부작용 중환자가 54명이고 사망자는 노코멘트했지만 얘들은 감기 독감으로는 죽을 수 없는 애들이다."

 

-질병청은 인과관계 없다는 입장이다

"멀쩡한 애가 백신 맞고 죽었는데 인과관계 없다는 말을 하나? 코로나가 사인인지 확실하지도 않을 때 코로나로 죽었다고 확대하던데 백신은 무조건 인과관계 없다고 한다."

 

-이윤을 노린 글로벌 제약회사의 백신 사업 탓인가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백신 만들어질 때 미국에서는 '책임면제'(liability exception)를 이야기했다. 백신 맞고 죽어도 책임 없다는 뜻이다. 저도 의료봉사를 많이 나가지만 봉사 차원에서 할 때 사고가 나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떼돈을 버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죽은 사람에게 보상을 안 하고 책임을 면제해주다니이걸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하는가? 책임 면제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마지막 질문. 마스크 하고 다녀야 하나

"20대 미만은 백신 제발 맞지 말고, 중고생들은 제발 멈춰주길병원과 요양원 등 기저질환자로 조금의 질병에도 돌아가실 수 있는 분들에 방역 강화해야 한다. 야외에서는 밀집 상황 아니면 마스크 안 써도 된다. 밖에서 쓰고 안에서 벗고 이건 거꾸로 된거 아닌가."

 

-정리하자면

"평생을 면역학을 했고 감기는 정말 많이 연구했다. 오늘 드린 말씀 진리에서 벗어난 것 없다. 공포감에서 벗어나라 이거 무서운 병 아니다. 이제 델타변이 때문에차에서 에어컨 오래 틀어놓으면 목 칼칼한 감기 그 정도로 변했다.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시길.“

 

-앞으로 방역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간단하다. 백신 접종률, 확진자 숫자 다 의미 없다. 백신 접종률 올리면서 방역 패러다임 변화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설명했다시피 백신은 고령층에 집중하면 되고, 감염 막기 위한 거리두기는 조속하게 해제하는 게 맞다."

 

-치료제가 없어 그 공포심에 모두들 백신을 맞으려고 나서는 것도 사실이다

"왜 치료법이 없나. 비타민C라는 치료법이 있는데. 비타민C로 면역력을 유지하면 다 치료할 수 있다. 내가 쥐 실험을 거쳐 면역학적으로 증명하고 SCI논문까지 냈다."

UPI뉴스 / 정리=김명일 기자 terry@upinews.kr

 

비타민C 왕창 먹으면 코로나 면역"?...유사과학이 유튜브를 떠돌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지낸 이왕재 박사의 혹세무민 방송

최근 단체 카톡방에 지인이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 전문가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코로나 관련 발언을 요약한 글을 올렸다.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것을 친구들 보라고 올린 것 같았다.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가득 차 대중을 정보전염병(인포데믹)에 감염시킬 위험성이 높은 것이었다.

 

혹평하면 혹세무민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순간 이런 글들이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뉴스나 정보를 찾아보니 이미 블로그, 인터넷 카페, 인터넷 뉴스매체 등에서 이 유튜브 방송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유튜브 매체인 고성국TV는 서울대 의대 이왕재 명예교수(면역학 박사)2021812특별대담을 했다. 한때 진보진영에 몸 담았던 이력이 있는 고성국은 지금은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방송은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어 보수 성향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가 이 방송에서 한 발언 내용을 간추려 말하면 코로나19는 감기와 같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가 99.4%이고 환자는 1%도 안 된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신 맞고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백신은 60대 이상 고위험군만 맞으면 된다. 대한민국의 99.4%는 백신 맞을 필요 없다. 3 접종하지 마라. 거리두기 제한은 당장 해제해야 한다. 비타민C로 면역력을 유지하면 (코로나는) 다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 C ‘왕창먹으면 만병통치약(?), 유사과학 신봉론자

이왕재라는 이름과 비타민 C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비타민 C왕창먹으면 암을 비롯해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비타민 C 전도사로 유명했던 분이다. 아주 오랜 예전에 공영방송의 아침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해 그날 서울시내 비타민제제가 동나게 만들었다는 일화를 지닌 그 서울대 교수였다. 이 때문에 내가 아는 몇몇 동료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대다수 정통 과학자들은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박사다. 그는 이왕재 교수의 비타민C 암 특효, 만병통치 주장을 가장 강하게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근거중심의학을 강조하고 국내 메타분석 연구 전문가인 명 박사에 따르면 비타민이나 항산화 보충제가 실은 효과가 별로 없고 과다 복용할 경우 외려 해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비타민을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것을 그는 안타까워한다. 우리 의학계는 동료가 사실과 다른 말이나 주장을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는 잘 비판하지 않는 풍토가 강하다.

 

고용량 비타민 C를 장기복용 하면 암도 낫고 각종 면역을 활성화해 각종 질병을 예방·치료한다는 주장이나 학설은 과학계에서는 유사(사이비)과학 내지 가짜정보로 취급한다.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은 단백질 구조 발견으로 195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적이 있으며 76세와 92세 때 각각 <비타민 C와 감기>(1977) <암과 비타민 C>(1993)라는 책까지 낸 적이 있는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미국 화학자가 말년에 주창한 고용량 비타민 C (메가도스비타민C) 요법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정통과학자로 있다가 말년에 유사과학에 빠진 폴링의 학설을 수입해 국내 전파상 노릇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코로나19 관련 발언에 대한 분석·비판에 앞서 다소 길게 비타민 C 관련 이야기를 한 것은 그에게 이미 허위 정보 내지는 정보전염병 전과’, 그것도 많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적이 있으며 그때도 공영방송 KBS가 결정적인 판을 깔아준 죄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이 때문에 그가 한 발언은 그대로 믿기보다는 정밀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감기”, 메르스 유행 때 중동감기발언한 박근혜 떠올라

그가 방송에서 한 발언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먼저 지금의 코로나19는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세력이 되었다. 감기로 토착화되었다.’는 식의 말은 2015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낙타감기‘ ’중동감기라고 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르스든, 사스든, 코로나19든 병원체는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 가운데는 감기를 일으키는 종류도 있다. 이를 근거로 감기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코로나 계열이지만 감기 코로나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여서 이를 감기 취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코로나19가 몇 년 뒤 또는 수십 년 뒤 감기와 비슷하게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감기를 겁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코로나도 겁낼 필요가 없다. 요즘은 하루에 코로나19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루에 백신 때문에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주장은 100% 가짜뉴스다. 악의적인 허위정보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은 세계적으로 엄청나다. 815일 현재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돼 43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치명률은 2.1%. 국내에서는 224천 명 가량이 확진돼 2,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명률 0.96%.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 유행 상황을 살펴보면 무증상감염자가 30%가량이고 경증환자가 40~50%, 중등도 환자가 10~20%, 위중증 환자가 2~5%, 사망이 1% 가량이다. 물론 이는 나라별, 시기별로 많은 차이가 난다. 페루의 경우 감염자 중 사망자 비율이 10%에 가깝다.

 

백신접종으로 하루 10명씩 죽는다, 백신 맞지 마라는 주장은 궤변이자 선동

하루에 백신 접종으로 (우리나라에서) 10명씩 죽어나간다는 이 교수의 주장은 궤변이자 선동이다. 810일 현재 1차 접종 2137만 명,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460만 가량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부검 등 정밀 역학조사를 벌인 끝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는 단 두 건이다. 접종 1천 만 건에 1건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희귀한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에 숨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의사 출신인 그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인데 궤변을 늘어놓은 것을 보면 의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는 접종 후 이런 저런 이유로 숨진 사례를 모두 접종 때문에 죽은 것으로 말하고 있다. 전문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해 백신 거부자 또는 거부를 선동하는 사람 가운데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와 극우보수주의자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극단적 기독교인과 목사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도 기독교 장로여서 혹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이란 배경이 정보전염병 확산에 영향 끼쳐

어떤 사람의 말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말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신뢰도에 달려 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높다면 설혹 그가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전염병 또는 가짜뉴스의 경우도 이를 퍼트리는 사람이 전문성이 있느냐와 직업이 무엇이냐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연구 결과 드러났다.

 

그 내용이 허위정보나 정보전염병에 속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하는 사람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 경우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왕재 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오랜 동안 재직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사실과 다를지라도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대중은 곧이곧대로 들을 위험성이 크다. 이는 과거 그가 방송에서 비타민C를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했을 때 시민들이 이를 회의주의적인 시각에서 톺아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 앞 다퉈 약국을 찾아 비타민C를 구입한 사실이 방증하고 있다.

 

또 적당한 사실과 허위정보를 버무려 말할 경우 대중은 일부가 사실이기 때문에 나머지 허위정보도 진실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발언을 찬찬히 살펴보니 맞는 내용도 상당 부분 있었다. 거짓과 진실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이 외려 더 위험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엉터리 전문가와 동시에 싸워야 하는 이중고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정보전염병에 취약한 집단이 있다. 잘 배우지 못한 사람, 특정 정치 성향이 강한 사람, 즉 진보적 성향보다 보수 성향의 사람이 2배가량 더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교수가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유튜브 방송에서 상당 내용이 정보전염병에 해당하는 코로나19 관련 이야기를 했다면 이를 본 사람 가운데 대다수는 보수 정치색을 띤 사람들이었을 터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를 그대로 믿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퍼 날랐을 것이다.

 

백신은 고령층에게만 필요하고 청장년층에게는 아무 쓸모없다는 그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가뜩이나 힘든 처지에 놓인 우리 사회 코로나 방역에 훼방꾼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 50대와 60대 이상과 달리 최근 20~40대를 대상으로 백신 예약을 받고 있지만 예약률이 50대 이상에 견주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라면 당연히 코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백신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백신 맞읍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한데 이 교수는 그 반대 언행을 하고 있으니 그는 전문가라는 상표를 단 외투를 입고 실제 몸은 선동가 내지 이념에 찌든 가짜 전문가라고 혹평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지 않을까싶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엉터리 전문가들, 그리고 이들을 내세운 매체들과도 싸워야 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프레시안

 

이재용 가석방, 나쁘고 비겁한 최악의 정치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풀려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익 위한 선택이라는 가석방 이유는 불법

코로나19서 정부가 갖춰야 할 최고 가치는 공정성

지난 5월 법무부가 가석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80억원대 뇌물사범인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씨가 곧 풀려날 수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6월에는 4대 그룹 대표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그의 사면을 건의하자,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습니다. 곧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부회장 문제는)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 풀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흉흉한 소문에 점점 힘이 실렸지만, 그래도 저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부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테니까요. 무엇보다 이미 뇌물죄를 포함한 ‘5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였습니다. 그래서 사면이 아닌 가석방을 추진하는 거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런 꼼수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722일 청와대의 기막힌 입장 표명이 나왔습니다. “이재용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일 뿐이라고 말이죠. 그제서야 저는 이 정부가 재벌개혁에 무능할 뿐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고 그 덕에 이재용씨는 결국 풀려나겠구나 예상했습니다.

이재용 가석방이 불법인 이유

그리고 지난 13일 이재용씨는 정말 풀려났습니다. 자신의 경영 승계를 위해 87억원의 회삿돈을 대통령 측근에게 바쳤고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에까지 수천 억 원대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법원이 내린 ‘26개월징역형조차 다 살지 않고 풀려난 것입니다.

 

단언컨대 그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풀려났습니다. 박 장관 스스로도 지난 4월 대정부 질의 때 그런 말을 했었죠. “(이재용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있지 않은 한 검토할 수 없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청와대가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라는 말로 면피하려는 것은 현 상황에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대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재용씨의 뇌물범죄와 그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가 결국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렸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2016년 겨울부터 다음해 봄까지 이어졌던 촛불 시위에서 누적 인원 1000만을 훌쩍 넘긴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과 함께 이재용 구속을 목놓아 외쳤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는 설명 의무가 있습니다. 죄질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형량조차 다 채우지 못한 그를 지금 풀어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법률이 정한 가석방 요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형법은 개전의 정(뉘우치는 마음)이 현저한수형자를 가석방할 수 있다고 했고, 형집행법은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재용씨는 지금껏 자신의 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정한 적 없고, 추가 기소된 관련 사건(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서도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직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그 지배권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으나 여전히 그 지배권을 조금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에게서 뉘우치는 마음이 느껴지고 재범 위험이 사라졌다 여겼을 때 비로소 그에 대한 가석방이 적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그를 풀어줬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만 했습니다. 이런 이유에 따른 사면이 적법할지는 몰라도(대통령의 사면권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으로서 사법 심사 대상도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 따른 가석방은 불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재용 가석방은 불법입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이재용 가석방 결정 배경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영상 갈무리

 

희망과 위로가 되지는 못할 망정

그리고 저는 그의 가석방이 코로나19 경제위기해법이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가 기업 범죄자 한 명의 석방 여부에 좌우될 정도로 후진적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 기인한 경제적 위험 징후들이 그의 석방으로 해소될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위험 징후 단면을 저는 얼마 전 한겨레에 실린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 인터뷰 기사에서 봤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그는 영업하고 싶어도 영업을 못하고,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을 못하는영세 자영업자들의 처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폐업을 한 자영업자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적다고 합니다. 폐업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대책없이 버티고만 있다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상황을 무서운 징후라고 표현했습니다.

 

그토록 위태로운 그들이 정부의 자영업 사업장 규제 중심 방역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지금의 전 사회적 경기 침체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이 와중에 자신들만 평소처럼 영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정부가 자신들에게만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고통 분담과 정부의 자원 배분이 공정하게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인터뷰 기사를 보며 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정부가 갖춰야 할 최고 가치는 공정성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단단한 공정성이 경제적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반대로 정부가 가진 자를 더 보살피고 못 가진 자에게 더 가혹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면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무너져 버리고 말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가석방사태가 보여준 것은 무엇입니까.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금세 풀려나는 재벌 총수의 모습. 그렇게 공정성가치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한국 정치. 이미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사람들에게 어떤 메세지가 됐겠습니까. 희망과 위로, 혹은 절망과 상처. 과연 어느 쪽이었겠습니까. 정부 주장과 반대로, 이재용 가석방 사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위험 징후들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이재용 가석방은 여러모로 나쁜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사면도 아닌 가석방을 택하고 심지어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라는 주장까지 한 것은 나쁜데 비겁하기까지 한 최악의 정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임자운 변호사: 미디어오늘

 

이륙하는 비행기에영화 같은 아프간 상황,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필사의 탈출 시도하는 국민들

··일 냉면을 추적하다··· ‘냉면 랩소디

여름철 음식 얘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역시 냉면이다. 한국인이라면 냉면에 대해 한 마디씩은 다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을 만큼 사연도 많고 개성도 다양한 음식이다.

 

최근 이 냉면 얘기의 종합판이 나왔다. KBS가 지난 729일과 85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한 냉면 랩소디는 냉면의 역사와 유래, 각 지역 냉면의 특징, 냉면과 삶이 어우러진 냉면 문화 전체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TV에서는 이미 방송이 됐지만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다시 한꺼번에 몰아서 볼 수 있다.

 

냉면, 히야시츄카, 중국냉면

()을 차게 먹는 건 세계적으로 흔하진 않지만 냉면 문화가 우리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식 차가운 면도 있다. ‘중화냉면은 이름만으로만 보면 얼핏 중국 음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식 냉면이다. 일본어로는 히야시츄카(やし中華)’, 한국에 있는 일본 라멘집이나 이자카야 등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메뉴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음식이다. 여름은 물론 사철 먹을 수 있다.

 

중화냉면에 쓰이는 중화면은 메밀이나 전분을 사용한 한국식 냉면의 면과는 달리 밀가루로 만든다. 일본 라멘과 야키소바 등에 쓰이는 면과 기본적으로 같은 면이다. 밀가루를 반죽할 때 탄산이 많은 알칼리성 물을 사용해 밀가루의 글루텐을 변형시킴으로써 탄성을 높이고, 쫄깃한 식감이 나게 한다. 중화면은 일본에서 개발된 면으로, 일본 식재료 판매점에서 생면으로 살 수 있다.

 

중국 냉면 역시 국내 웬만한 중국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 중국 냉면은 주로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음식이다. 중국 냉면의 면은 기본적으로 자장면, 짬뽕 등에 쓰이는 면과 차이가 없고, 국물은 일반적으로 닭고기 베이스의 육수가 쓰인다. 푸짐한 고명이 특징인데 주로 장육, 오이, 해삼, 해파리 냉채, 새우 등을 얹고, 땅콩소스를 뿌린다. 이 중국냉면은 중국의 량몐(凉麪), 렁반몐(冷拌麪)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우리 자장면처럼 한국화된, 사실상의 한국식 중국음식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식 차가운 면의 한국식 변형까지 나온 걸 보면 한국인들의 냉면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중국냉면을 본격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를 아직 찾기는 어렵다. 그게 중국 본토에서 똑 같은 음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들어진 중화냉면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많은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 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여름 본격적인 냉면 다큐멘터리와 중화냉면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그 맛의 세계를 유추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일 듯 하다.

 

평양·함흥냉면에 백령도·진주·부산·전주·대구 냉면까지...

KBS ‘다큐 인사이트냉면 랩소디는 지난해 12월 방송돼 호평을 받은 삼겹살 랩소디에 이은 두 번째 음식을 소재로 한 랩소디시리즈다. 전국의 유명한 냉면집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냉면과 냉면 식문화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양냉면, 함흥냉면뿐 아니라 해물 베이스 육수와 육전(肉煎) 고명이 특징인 진주냉면을 비롯해, 까나리 액젓을 사용하는 백령도 냉면, 밀가루로 만드는 부산밀면, 전주냉면, 대구냉면까지 등장한다. 품질 좋은 무와 메밀이 생산되는 제주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주냉면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소개된다.

 

냉면 만들기의 어려움,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등도 자세히 다뤄져 냉면이 얼마나 깊이 있는 음식인가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황광해, 박찬일 등 전문가들의 해박한 해설도 이해를 돕는다.

 

한국 냉면보다 훨씬 만들기 쉬울 것 같은 히야시츄카

일본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심야식당시즌2에 등장하는 중화냉면, 즉 히야시츄카 편은 심야식당이 늘 그렇듯 음식 중심이라기보다는 스토리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남들보다 더 추위를 타는 히토미라는 여성이, ‘추위를 많이 타는 여자가 더위를 많이 타는 여자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콘셉트로 등장한다. 젊은 남자에게 돈을 잔뜩 쓴 후 버림받았던 히토미는 우연히 만난 50대 남자 하시모토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하시모토는 추운 겨울에도 오로지 히야시츄카만 찾는 매니아다. 어딜 가든 히야시츄카만 즐겨먹는 하시모토는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었고, 바로 이 히야시츄카만 먹으려 한다는 특징 때문에 결국 경찰에 꼬리를 집힌다. 심야식당의 주인공인 마스터는 자신의 식당에서 하시모토가 경찰에 체포돼 간 후, “추운 겨울에 히야시츄카는 먹는 게 아니었어라고 되뇐다.

이 드라마는 중화냉면을 아름답게 그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가운 음식을 범죄 용의자가 겨울에 먹는다는 스토리 때문에 좀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그러나 드라마 말미의 음식 만들기 팁은 매우 깔끔하게 히야시츄카를 소개한다. 한번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싶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다. 면을 얼음물에 헹구고 물기를 제대로 빼야 하는 게 중화냉면 맛 내기의 핵심이며, 계란 지단을 예쁘게 부치는 법, 오이 등 고명을 가지런히 잘 준비하는 법 등이 소개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 냉면보다 훨씬 대중적인, 그리 어렵지 않은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김덕한 에버그린콘텐츠부장

 

 

이재용 가석방이 광복? 언론의 민망한 걱정과 찬양

[비평] “‘빛이 날정도로 역할해줄 것” “슬기로운 감방 생활, 고난은 사람 성숙시켜

86억원 뇌물에도 형량 이례적 낮지만 가석방까지기업 활동 관계없는 이재용 개인 범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 86억원을 건넸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지만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최소 형량보다 낮은 징역 26개월을 선고했다.

 

이마저도 채우지 않았지만 법무부는 가석방 기준을 낮춰 이 부회장을 풀어줬다. 미디어오늘은 이 과정에 언론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 사법정의 포기한 이재용 가석방 결정, 언론 역할 컸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왔지만 언론의 이 부회장 걱정은 계속됐다. 그가 나오기로 한 13일 경제지 디지털타임스는 光復(광복)”이란 칼럼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의 의미와 어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다가 느닷없이 이 부회장 얘기로 글을 마무리했다.

 

광복절이 되면 특별사면, 가석방 등이 단행된다. 올해에도 법무부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850명에 대해 광복절 가석방을 승인했다. 이번 가석방의 목적은 광복의 의미를 살리면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데 있을 것이다. 수혜자들은 이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이들이 빛이 날정도로 각자의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한 13일자 디지털타임스 칼럼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9일 이 부회장 가석방이 결정된 이후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재용 부회장 향후 행보관련 기획 기사들과 사설 이재용 가석방, 발빠른 투자로 반도체 초격차이루라등을 쏟아낸 매체다.

 

광복의 의미를 살리듯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삼성전자 사장들을 만났다. 이 역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보수·경제지 논조와 내용은 비슷했다.

 

사장단부터 만난 이재용 대규모 투자·M&A 시동”(서울경제 14)

연내 파운드리·배터리 ‘20+α투자백신특사로 나설수도”(서울경제 14)

가석방 이재용,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았다”(한국경제 14)

코로나 백신 민간특사 역할 기대”(아시아경제 13)

삼성 사회공헌·고용창출도 가속도”(아시아경제 13)

속도내는 뉴삼성이재용의 무노조 경영 철폐결실”(파이낸셜뉴스 13)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우려하는 기고 글도 눈에 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13일 매일경제 칼럼 삼성전자의 주인은 누구일까에서 삼성전자가 이재용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기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다시 삼성전자를 생각해보자지금 삼성전자를 두고 벌어지는 많은 논란이 어쩌면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과 크게 상관없는 일들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전 처장은 삼성전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주주들의 희망 아니겠는가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따뜻한 시각, 새로운 시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보호관찰 대상자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파이낸셜뉴스는 13일자 사설 이재용을 보호관찰 덫에서 풀어주라에서 경제계의 생각은 다르나. 과거 이 부회장이 백신 확보에 나섰을 때처럼 계획에 없던 해외출장을 갑자기 떠나야 할 때가 문제라며 한마디로 가석방 상태로는 온전한 경영 행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13일자 파이낸셜뉴스 사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생활 중 수척해진 것을 강조하는 언론보도

 

이 부회장이 7개월 사이 체중 13kg이 빠져 얼굴이 수척해졌다는 기사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는 14“180cm가 넘는 큰 키의 체격은 줄어든 몸무게로 왜소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전했다마스크를 착용해 안색이나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몸무게가 줄어 마스크 위로 보이는 두 눈이 움푹 파여 있었다고 꽤 구체적으로 이 부회장을 묘사했다. 이어 서울구치소는 에어컨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전했다.

 

고생스러운 생활을 슬기롭게이겨냈다는 내용의 칼럼도 있다. 16일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 이재용의 슬기로운 감방 생활’”에선 과거 TV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억울하게 수형 생활을 하면서도 운동을 하면서 몸을 단련한 이야기 등 감방에서 운동을 한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 신문은 그는 하루 30분씩 주어지는 운동 시간 중 매일 구치소 공터에서 뛰었다고 한다. 그가 웃통을 벗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다른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일 정도였다. 코로나가 심각해져 운동시간이 주 1회로 줄어들자 이 부회장은 방 안에서 매일 스쿼트를 수백 번씩 하며 근력을 유지했다고 썼다.

 

칼럼 마지막 문단은 고난은 사람을 성숙시킨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맛본 고난이 시야를 넓히고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노릇을 해주기 바란다앞날이 불투명한 반도체 사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백신 부족 사태 해결에도 기여한다면 그뿐 아니라 나라에도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16일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

 

보수·경제지들이 지적하지 않은 내용은 일부 매체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안재승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16일 칼럼에서 이 부회장의 불법 행위는 삼성의 일상적인 기업활동과 전혀 관계 없는 개인 범죄’”라며 삼성 총수 일가의 대를 이은 불법·비리를 가능하게 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이 제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자운 변호사 역시 이날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이재용씨는 지금껏 자신의 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정한 적 없고, 추가 기소된 관련 사건(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서도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재범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그의 가석방이 코로나19 경제위기해법이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경제가 기업 범죄자 한 명의 석방 여부에 좌우될 정도로 후진적일리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이재용 가석방, 나쁘고 비겁한 최악의 정치]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부당거래한 것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6년간 300조 이익, 삼성이 만든 일자리는

삼성 위한 정부의 감세·특별지원

 

대기업 감세

지난 726일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대규모 감세계획을 내놨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근로장려금 소득 상한액 상향 등으로 향후 5년간 세수가 15050억원 줄어든다. 전체 감세 중 대기업이 8669억원,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6381억원의 감세 혜택을 각각 본다. 대기업 감세 비중이 전체 감세 액의 57.6%으로 대부분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수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수출 대기업들은 현재에도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이 혜택을 더 늘렸다.

 

정부는 이런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중소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대기업 감세가 아니며,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제개편안으로 혜택을 보게 될 중소·중견기업 수는 200개 이상일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 중심의 하청계열로 이루어진 한국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정부 주장은 모든 대기업 지원이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명백하게 대기업 지원인 대기업 감세다. 게다가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지원이라 밝혀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에 대한 지원임을 숨기지도 않고 있다.

 

재벌 연합체인 전경련과 산하 연구소, 친재벌 성향의 경제지와 보수언론에서는 반도체 패권경쟁 속에서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고 국가의 가계 소득지원은 재정낭비라며 축소를 주장하던 이들은, 유독 기업의 위기 또는 독점기업의 시장경쟁과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의 개입 그것도 전폭적이고 무조건적인 개입을 촉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며 여하한 재정지출도 반대하고 국가개입 축소를 외치던 이들이 정작 두산그룹,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대기업이 위기를 맞게 되자, 왜 정부의 정책자금 집행이 늦어지냐며 연일 성화를 부리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1년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한국은행이 국공채가 아니라 시장의 금융채까지 매입하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무너져가는 증권사를 지켜 준 것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의 차별적이고 위험한 시장개입이라고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환영해 마지않았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국민 생활안정을 위해 쓰는 돈은 국가부채만 증가시키는 쓸데없는 재정낭비이고 이전지출에 불과하지만, 재벌 독점기업과 금융시장을 구제하는 돈은 생산적이고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말이다. 국가 재정과 한국은행의 통화 공급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주장이다.

 

반도체 등 소위 국가전략기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러한 재벌의 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집권 초기와 달리 이제 임기가 6개월 남아 대선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정부여당의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 정책과 같이 정부와 여당은 산업부문에서도 땅 부자와 자산가, 재벌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반도체 패권경쟁, 그래서 무조건 지원?

정부가 반도체 지원을 늘려야 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라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서도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고 있는데, 한국도 그래야 한다는 이유다. 사실이 그렇다. 그런 이유처럼 주요국별로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창인데, 미국 정부는 520억 달러(60조원) 반도체 산업 지원계획을 제출했고, 중국도 2025년까지 1조위안(170조원)의 반도체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에서 EU 점유율 20% 달성 목표로 EU의 경제회복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2~3년간 1450억유로(195조원)의 반도체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만 171조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키우는 것을 포함해 150조원 이상을 쏟아 붓는 등 민간자본이 510조원 이상 투자한다. 여기에 정부는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전기료 및 전기설비 50% 감면, 공업용수 확대 공급, 1조원 이상의 금융지원, 반도체 산업인력 육성 등의 계획을 내놨다. 이번 세제개편은 이런 반도체 산업지원을 법제화 한 것이며, 전체 지원은 이 외에도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도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국가별 지원은 국가마다 사정이 달라 지원의 성격과 조건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생산을 따라잡으려는 것이고, 중국도 비슷한 처지이지만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국유기업들이라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반면, 한국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은 메모리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위이고 파운드리 부문은 2위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와는 경쟁을 벌이고 시장을 수성하려는 위치에 놓여 있다. , 글로벌 독점을 지키고 더 확대하려는 것이 목적이고, 민간 독점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은 일자리 계획(America jobs plan)’에서 반도체 지원 520억달러가 있지만, 이 재원을 법인세, 소득세, 자본세 인상 등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영국은 (보수당 정부임에도)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독일은 부유세 부활을 검토하고 있고,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다양한 증세 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지원도 부자증세속에서 구성한다(유럽연합은 채권을 발행해 경제회복기금 재원을 마련하고, 각국별로 경제규모에 따라 채권이 분배되어 대부분 증세를 통해 소화된다). 한마디로 대기업 지원이라 하더라도 이 재원을 돈을 많이 벌어들인 대기업과 부자들에게서 마련한다. 한국처럼 감세 속에 대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세제지원이나 감면, 반대급부 없는 일방적인 지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6년간 300조 이익, 삼성이 만든 일자리와 법인세는?

삼성전자는 201858.8조원, 201927.7조원, 202035.9조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냈고, 202153.1조원, 202263.3조원, 202366.9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예상) 영업이익만 175조원이고, 2023년까지 30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시설투자 38.5조원, 연구개발(R&D)21.2조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60조원에 육박하는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자리는 4200명 늘어났다(2020년 사업보고서 기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2019년 기준 1.77에 불과하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고용이 얼마나 창출되는지 알려주는데, 반도체 산업에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일자리가 1.77개 생긴다는 의미다. 제조업 4.72, 서비스업 9.2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보다도 훨씬 더 낮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를 합산한 삼성전자의 2020년 고용유발계수는 0.07이고, 시설투자만(38.5조원) 고려해도 0.11에 불과하다. 일반 제조업의 40, 서비스업의 90배 낮은(!) 고용창출 효과다. 같은 돈을 투자해도 삼성전자에서 일자리 1개가 늘어날 동안 다른 제조업은 40, 서비스업에서는 90개 늘어난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혜택이 더 늘어나지만 이미 이전부터 세제지원이나 토지, 전기, 용수 및 부품공급 등 국가 자원에 대한 지원을 받아 왔다. 그런 가운데 영업이익은 날로 늘어났지만, 고용은커녕 법인세 납부도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내역을 보면, 201810.1조원, 201910.5조원을 납부했지만 2020년에는 2.4조원을 납부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9년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했지만 법인세는 8조원이나 적은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삼성전자는 이보다도 덜 내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남은 돈으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에만 쓴 것도 아니다. 6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불태웠고, 매년 10조원 가까이 정기적인 주주배당과 지난해처럼 추가로 1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하면서 대주주의 배를 불려왔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해 왔는데, 총 발행 주식의 14%(당시 주가로) 6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불태워 없앴다. 그 결과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0.57%에서 0.65%로 올라갔고 삼성물산을 포함한 전체 특수관계인 지분도 201517.59%에서 201819.76%로 높아졌다. 또한 올해 1월 이사회에서 그동안의 주주친화 정책을 더 확대해 정규 배당 규모를 연간 9.8조원으로 상향하기로 하고, 10.7조원의 일회성 특별 배당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의 국제적 문제

정부 지원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역 분쟁의 촉발이다. 이 지원들은 직접적으로 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 될 수 있고, 향후 무역 분쟁의 가능성이 매우 큰 지원이다. 세제지원은 물론이고 R&D(연구개발) 지원도 허용보조금에서 (2000년 이후) 금지보조금이 되었기 때문에 모두 보조금 위반으로 걸면 걸린다.

 

물론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의 상대국이 비슷한 보조금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WTO에 제소하거나 상계관세(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국가들도 모두 똑같은 대응을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서로 총구를 겨누고는 있지만 가능한 전면전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이 보조금을 두고 직접 소송을 걸거나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각국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신규투자 또는 지원을 하고 그에 따라 글로벌 경쟁이 더욱 가열되기 때문에 누구든 먼저 방아쇠를 당길 수가 있고, 보조금 문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규제나 보복조치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게 현실화하면 그 피해는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산업으로 확산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런 세제지원은 지난 71139개국이 합의한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에도 불리한 형태로 작용하게 된다. ‘디지털세 합의안에는 과세 대상 매출 200억유로(27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으로 국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모두 100여개가 해당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기업에 과세를 할 수 있는 국가는 과세 대상 기업의 매출이 발생한 곳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 4개국에서 사업해 돈을 벌었다면 4개국이 과세대상 이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과세권을 행사한다. , 우리가 세금을 적게 받으면 상대국이 더 많이 징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글로벌 세는 오는 10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후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감세와 바이든 증세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했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터진 유동성과 금융시장 구제 때문에 부동산, 채권, 주식 등 자산시장은 따따상상상을 거듭했고, 정부는 서민과 중소상인에게는 생색내기 식 찔끔 지원하는 대신, 수백여조 원이 넘는 자금으로 금융시장을 지켰다. 독점 대기업들의 공급망 유지와 시장 수요를 지켜주는데 정부는 두 발 벗고 나서 그 결과 자산과 소득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역사적 고점을 찍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부채를 줄이는 차원만이 아니라 이런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그것도 노동자와 서민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증세가 아니라 소위 부자 증세가 더 없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폐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많은 국가에서 지출을 대폭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세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짜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세출 개혁이나 소득세 인상과 같은 세수 확대로 적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미국 인프라 계획 중에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과 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 등으로 6조달러(7천조원)의 재정지출 계획을 내놨지만 동시에 소득세, 자본이득세, 부유세 인상 같은 증세 방안을 제시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한다.

 

[관련기사 : 한은 목표, ‘물가안정에서 이제는 고용·생활안정으로 / 사회적 직업보장제도, 고용과 생산의 사회화]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129

 

또한, 영국 보리스 존슨 내각은 올 3월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2023년에 25%6%포인트 올리고, 소득세는 세율은 그대로 두지만 과세구간 인플레이션 연동을 멈추는 방식으로 증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리고 앞서 설명대로 지난 7139개국이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15%)를 합의해, 올해 10G20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한편 탄소세는 일본, 캐나다, 스웨덴은 이미 도입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해 2026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2025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정부의 감세정책은 이런 국제적인 흐름과도 반대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점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무조건적인 지원을 통해 불평등을 더 확대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국가전략기술 지원을 빌미로 한 감세와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미디어오늘

 

흥남철수작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5년 남베트남 패망 후 탈출한 '보트피플' 연합뉴스 자료사진

15(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로 가는 미공군 C-17A 수송기에 아프간을 탈출하는 아프간인 640명이 앉아 있는 모습. 디펜스원/로이터=연합뉴스

 

 

9억 요트, 900만원 술, 다이아몬드편의점 초고가 추석선물경쟁

편의점 3사 추석선물 구성보니

GS25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추석선물용 다이아몬드를 판매한다. GS25 제공

 

900만원대 위스키, 다이아몬드에 요트까지. 편의점 3사가 올해 추석선물 시장에서 내놓은 초고가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17일 편의점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설에 이동형 주택을 판매해 화제가 됐던 씨유(CU)는 최저 24900만원부터 시작되는 요트 6종을 추석선물로 선보였다. 현대요트의 바바리아 시리즈 6종으로, 가격대는 24900만원부터 최고 9600만원 수준이다.

씨유가 내놓은 추석선물 중 하나인 요트. 씨유 제공

 

씨유는 벤츠·베엠베(BMW)·아우디·테슬라 등 장기렌트카 8종도 함께 판매한다. 차 가격의 30%를 선수금으로 납부하고 월 렌트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연간 주행거리 2이하, 48개월 계약 조건이다. 벤츠 C220D는 선수금 약 1780만원에 월 렌트료는 약 78만원이며, 테슬라 모델3는 선수금 약 1800만원에 월 렌트료 약 52만원이다. 현대 아이오닉5 EV는 선수금 약 1750만원, 월 렌트료 약 38만원이다.

 

지에스(GS)25보석상으로 나섰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세계 4대 보석 감정원 중 하나인 GIA가 감정한 2.03캐럿, 1.23캐럿 다이아몬드를 판매한다. 각각 3830만원, 1760만원이다. 골드코인 3종과 골드바(금괴) 4종도 판매한다. 코인은 중량에 따라 978천원부터 323만원까지, 골드바도 363천원부터 430만원까지 다양하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GS25 매장에서 상담 접수를 할 수 있고, 구매 상담과 결제는 관련 업체에서 진행된다.

 

GS25는 와인 열풍에 힘입어 유명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명품 와인 만을 모아 6종 세트를 구성해 1천만원에 판매한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 2003(309만원), 샤또 마고 1996(249만원), 이탈리아의 명품 와인 사세토 2015(21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GS25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멀리서 선물만 보내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한정판 상품, 소장 가치가 큰 상품들이 명절 선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런 초고가 상품을 명절 선물로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세븐일레븐도 900만원짜리의 맥캘란 M디캔터부터 맥캘란 넘버식스(764만원), 맥캘란 쉐리오크25(270만원), 맥캘란 리플렉션(180만원), 맥캘란 레어캐스크(42만원) 등 값비싼 맥캘란 위스키 5종을 판매한다.

필라테스 기구. 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은 이색 추석선물로 홈트’(홈트레이닝)족을 위한 필라테스 기구도 선보였다. 홈트레이닝 전문업체 아임핏과 손잡고 리포머(335천원)부터 필라테스휠(16만원), 스파인코렉터 (41천원), 홈스트레칭 3종세트(129천원) 등을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사라지는 무궁화호39억 적자에 끊긴 '서민의 발'

무궁화호 열차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십니까.

좀 느리고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인 느낌도 들죠. 고속열차가 닿지 않는 지역에선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데요. 이달부터 14개 열차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간을 대폭 줄이거나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끼는 돈은 고속철도 건설 예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인데요. 철도 연속보도, 오늘은 이문현 기자가 흔들리고 있는 우리 철도의 공공성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지난 730일 금요일 밤.등산객들이 열차에 오릅니다. 지리산에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수하 / 중학생]"노고단에서 해 뜨는 거 보는 게 설레요."

매일 밤 1043분에 용산역을 출발해, 새벽 3시에 전남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

전라선에 마지막 남은 심야 열차입니다.

 

[이상호]"새벽 산행을 하기가 좋은 시간이 되는 거고 해 뜨는 시간도 맞출 수 있고."

하지만 731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습니다. 적자가 난다며 코레일이 없애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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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무궁화호는 또 있습니다. 매일 아침 651분 전남 순천을 출발해 용산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27개 역을 지나 서울까지 6시간 반이 걸립니다. 시골 어르신들이 주로 애용합니다.

[신달막]"7번을 이용한단 말이요. 1년에 7번을. 내가 병원에 가고, 아들 집에 추석도 쇠러 가고 설도 쇠러 가고."

 

이 열차도 8월부터 사라졌습니다. 이제 보성이나 화순에서 서울에 가려면, 광주까지 가서 갈아타야 합니다.

[최박남] "내려서 물어서 다른 거 갈아타는 거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걸음도 잘 못 걷는데. 없으면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아들 집도 다 갔구나."

[이준오] "바꿔타기가 참 어렵습니다. 농어촌 고령화된 사람들 손발을 묶은 것이나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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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이달부터 없애거나 감축한 무궁화호 열차는 모두 14개나 됩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적자가 얼마나 줄어들까?

1년에 39억 원입니다. 철도 건설 예산이 1년에 4조 원이 넘는데, 고작 몇십억 아끼려고 시골 노선부터 없애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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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KTX로 돈을 벌어, 시골 구석구석 다니는 무궁화호의 적자를 메웁니다.

이걸 교차보조라고 합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코레일은 흑자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정부가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알짜 고속철 노선을 따로 떼어, SR에 내준 뒤부터였습니다. 고속철도로 돈 벌어 공공 서비스에 써야 하는데, 알짜 노선을 SR에 빼앗긴 겁니다.

[민재형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공기업이라는 게 공공성을 목적으로 이뤄진 게 아녜요? 그런데 이렇게 적자가 계속되면 일반 철도나 화물 철도에 들어갈 자원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공공성을 저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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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뻔한데도 24천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23천억 원을 들이고도, 무안공항으로 돌아가느라 고작 2분 단축하는 광주-목포 고속철도.

모두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요구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정작 시골 철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부스터 샷, 백신 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한국은 삼성·SK바이오가 제2의 화이자·모더나 되기를 바라는가"

지난 12(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에 대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3차 접종)'을 긴급사용 승인했다. 이튿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자문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부스터 샷 접종을 승인했다.

 

지난달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을 대상으로 전 세계 최초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이번 달부터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도 부스터 샷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 독일, 프랑스도 다음 달부터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에게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한다. 인구 규모 전 세계 세 번째이자 화이자와 모더나가 위치한, 백신과 원부자재 수출을 제한해 온 미국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여러 차례, 부스터 샷 접종을 미뤄달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보건의료 노동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1차 접종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데, 3차 접종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백신 불평등이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팬데믹 종식도 늦춘다는 것 역시 이제는 상식에 가깝다.

 

부스터 샷 접종이 백신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미국 정부는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지원과 부스터 샷) 둘 다 할 수 있다"라며 시치미를 뗐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은 아프리카 등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기부를 각각 수억 회분씩 공약했었지만, 실제 기부한 물량은 지금까지 각각 수백만 회분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지난 몇 달간 부스터 샷을 고려해 각각 수억, 수십억, 수천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 구매했다. 지나치게 사재기한 백신을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까지 하는 중으로, 미국 내 10개 주(전체 5분의 1)에서 파악된 것만 지금까지 100만 회분이다.

 

부스터 샷 논의의 불씨는 제약사가 지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것이나, 변이 바이러스 발생과 확산에 따라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백신이 없어 1차 접종도 하지 못한 사람과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감히' 3차 접종의 효과를 검토한 것은 화이자였다. 부스터 샷의 필요성에 대한 언론 홍보도 지속했다.

 

애초 미국 FDACDC는 제약사들의 부스터 샷 제안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는 "화이자가 아니라 CDCFDA 말을 들으라"라고까지 했다. 상황이 역전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 국가에서 부스터 샷이 과학적, 공중보건적 옵션을 넘어 정치적 옵션으로 고려된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정치적 맥락이 있을 것이다. 델타 변이의 확산, 넘쳐나는 물량과 온갖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접종률,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

 

하지만 그 옵션을 제안한 제약사의 이해관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이윤 극대화.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유럽연합에 기존 계약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백신 가격을 각각 26%, 13%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약사들은 노골적으로 "백신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유럽연합 관계자는 백신 공급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유럽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화이자와 추가계약을 체결한 영국 역시 기존 대비 22% 비싼 가격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불평등, 이윤 극대화라는 비판에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제약사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전 세계 공급에 충분하도록 생산량을 확대하라는 요구에도 미동 하나 없다. 반대로 생산량을 최대한 그들의 수중에서 통제하고, 제한된 생산량을 가장 수익이 많이 남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게 그들의 룰이다.

 

한국은 자유로운가? 지난 금요일, 정부는 내년도 전 국민 1회 추가 접종 목적으로 화이자 백신 6000만 회분(3000만 회분+옵션 3000만 회분)을 추가 구매했다고 밝혔다. 2000만 회분 추가 구매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올 하반기 공급용으로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을 추가 계약한 지 넉 달 만이다. 유럽연합이나 영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대비 인상된 가격을 수용했을 것이다. 정부는 부스터 샷 접종을 고위험군부터 올해 4분기 중 시행할 수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잦아들지 않는 유행에 더해, 모더나가 백신 공급에서 지속해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일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과 달리 우리의 백신 추가 구매는 더 정당성이 있다고 이중 잣대를 적용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 역시 그러한 사회적 용인을 전제하고, 그리고 더 이상의 '백신 수급 실패' 프레임을 방지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추가 구매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한국이 지금까지 구매한 백신은 총 25200만 회분으로, 전체 인구의 5, 성인 인구의 6배 가까운 물량이다.

 

이와 같은 국제 백신 체제의 지극히 비도덕적인 권력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우리는 각 제약사가 어떤 기준에 따라 백신을 공급하는지 알지 못한다. 제일 비싼 값을 지불한 곳인지, 제일 많은 양을 구매한 곳인지, 가장 빨리 계약한 곳인지. 각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올리며 추가 구매를 지속함으로써 공급의 우선순위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은 제약사들의 독과점, 공급 우위 시장의 명백한 증거다. 그나마 그 제약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정부, 그리고 국가 간 연대지만, 어느 정부도 그렇게 하고 싶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현재 긴급사용 승인 상태인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정식 승인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정식 승인되면 백신 접종 대상 인구 확대와 접종 의무화도 가능하고 안전성 우려도 다소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공중보건과 의약품 허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 정식 승인이 되면 다른 나라에서의 부스터 샷 승인 시에도 유리하다. 팬데믹이 종료된 후에도 사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긴급사용 승인은 적절하거나 가용한 백신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기 때문에, 후속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제한하는 독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바로 보기 : '한국바이오협회' 810일 자 리포트 '[보고서] 미국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과 정식승인의 차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국내 정치 때문에도 백신을 양보할 수는 없을 터, 국제 공조를 끌어내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한마디의 글로벌 정의를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 유예를 적극 지지하고,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유럽, 일본 등 다른 고소득 국가를 압박해야 한다. 현재 유통 중인 대부분 백신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미국, 중국, 러시아는 이미 유예 찬성을 공식화했다. 적극적 '백신 외교' 중이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찬성 발표 이후 곧장 입장을 발표했다. 유럽, 일본, 한국이 유예를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백신 사재기와 국산 백신 개발 지원에 쓴 돈이 아까워서일까?

 

백신 개발과 생산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유예하고, 기술과 지식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면, 국내 기업 중 현재 위탁 생산을 하고 있지 않은 곳들도 이렇게 공유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한국과 전 세계를 위한 생산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자체 개발에 성공한 백신은 없지만, 생산 역량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중·저소득 국가의 생산 시설들도 마찬가지다.

 

백신 개발과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삼성바이오와 SK바이오가 제2의 화이자, 2의 모더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인가?/ 시민건강연구소/ 프레시안

 

저질 언론'이 벌을 받는 정의로운 세상? 그러나...

[주장] 언론 규제 가장 큰 수혜자는 권력자들... 언론 위축, 사회 손해로 돌아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법안은 많은 경우에 언론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규정하여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명시하고, 소 제기는 더욱 쉽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언론보도의 주요 대상인 공인과 기업 등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겨,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다시 공직자나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언론의 폭넓은 감시와 의혹 제기가 보장되어야 하는 권력자들은 너무나 많다. 또 측근 비리 보도처럼 그 공인과 측근이 함께 보도 대상인 경우에는 피해주장자(원고)를 측근으로 하여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일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법은 헌법적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려워 후에 위헌으로 판단되어 삭제될 소지도 높다. , 이 조항은 비판 무마용 장식적 조항에 불과한 것이다.

 

가치 있는 언론 활동마저 위축, 포기된다면...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진실임을 확실히 증명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최대한 선해할 수 있는 이 법안의 메시지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대부분의 사건은 진실임이 명백히 증명되기 어려운 것들이며, 이러한 사건이 오히려 더 세상에 알려질 필요가 있는 보도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단계에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켜 은폐되고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는 신속한 초기 의혹 보도는, 곧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할만큼 중요하며 사회 변혁의 중대한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법안은 무엇보다 이런 초기 의혹 보도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물론 이 폭넓은 규제법으로 억울한 언론 피해자가 큰 보상을 받고 저질 언론이 징벌을 받는 정의로운 결과도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수의 사례를 위해 너무나 많은, 가치 있는 언론 활동마저 위축, 포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됨을 의미한다.

 

언론 피해 구제 부족의 문제는 법원이 구체적, 개별적 사건에서 판결로 손해액 자체를 높게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법원이 실무상 위자료를 적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법원도 그런 비판을 받아들여 2016년에 대폭 상향된 위자료 산정기준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특수한,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이유는 없다.

 

언론을 위한 나라는 없다

찬성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나쁜' 행위에 대한 엄벌주의는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로, 어떤 분야든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다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언론 분야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구체적,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언론이 정치적 이슈, 정치적 이해와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은 늘 언론에 민감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입법자인 국회의원들도 언론과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한 규제는 진영을 불문하고 언론의 주요 감시, 비판 대상인 모든 정치권력의 공통된 염원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짜뉴스 규제 논의는 주로 선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론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가짜뉴스를 엄벌해야 한다는 것은 트럼프가 강력히 내세웠던 기조이기도 했다. 한편 대중들도 보통 자신과 관점이 다른 언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은 이를 '국민적 합의'로 이용한다. 그래서 언론, 표현 분야는 강한 규제가 쉽게 논의되고 도입되는 분야다.

 

언론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언론의 자유를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 미운 언론도 물론 있지만, 위험을 무릅쓴 언론 활동 덕에 사회는 진보해왔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의 손해로 돌아온다. 결국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점을 늘 되새기고, 규제의 적정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 오마이뉴스

 

 

징벌적 손배 반대하는 언론, 정말 '알 권리' 때문인가

[주장] 언론중재법 둘러싼 오해와 거짓말에 반박한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보수 언론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영미법 계통이어서 우리 법체계에 안 맞고' '총체적으로 잘못된 위헌 법률'이며 '파시즘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징벌적 손배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악의 언론 통제'이며 앞으로 '최순실 보도' 같은 탐사보도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국민의힘은 '대선용 언론재갈법'이라고 매도한다.

과연 타당한 주장들일까?

 

일반 제조물보다 더 위험한 '유해언론'

징벌적 배상제가 '영미법 계통이어서 우리 법체계에 맞지 않고' '위헌 법률'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미국에는 사실 언론에 징벌적 배상을 물리는 특별법은 없다. 그 대신 상법이 포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언론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 법무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려 했을 때 언론이 어떤 태도를 보였던가? '언론을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묻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반대해 입법이 좌절됐다.

 

나는 언론이 일반 제조물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해언론이 널려 있는 게 우리 언론 환경이다. 독극물보다 피해가 더 큰 게 유해식품과 유해언론이다. 독극물은 '독극물'이라고 써놨는데, 유해식품은 '건강식품'으로 포장하고 유해언론은 '일류신문'으로 위장한다. 이번 법 개정안은 원래 열람 차단이 청구된 기사는 그 사실을 기사에 표시하도록 했는데, 언론단체 요청으로 그 조항을 삭제한 것은 입법 후퇴다.

 

영미법은 관련 법조항이 없더라도 법원이 판례로 법질서를 지킨다. 수천억 원대 징벌적 배상 판결이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영미법의 '무한손배' 정신을 살리면서도 5배 이내로 제한해서 과잉처벌이나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건데 왜 언론학계와 언론계 다수가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영미식 언론자유는 누리면서 영미식 책임은 지지 않는 모순

법은 사회 현실과 필요에 따라 만드는 것이지 영미법이면 어떻고 고조선 8조법금이면 어떤가. <한서 지리지>에 따르면 8조법금에는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으며 속죄하려면 50만 전을 내야 한다'고 돼 있다. 함무라비법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단순 손해배상뿐 아니라 '가축을 훔치면 열 배로 배상해야 한다'는 징벌적 배상 규정이 있다.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형사소송 말고도 경제적 배상을 강제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벌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확증편향을 거쳐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모으는 구조여서 이를 막으려면 민사소송을 겸해 경제적 이익을 몇 배로 박탈해야 한다.

 

고조선 8조법금과 함무라비법에서 경제범죄에 징벌적 배상을 물린 것도 같은 취지가 아닐까? 우리는 왜 이런 고대의 법 정신조차 살리지 못하는 나라가 됐는가? 매월 억대 수익을 올리는 극단적 유튜버나 기성언론에게 수백만 원 배상금은 '필요경비'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언론의 자유는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징벌적 손배제가 왜 '반헌법적 과잉입법'인가? 사실 한번 잃은 명예는 거액 배상으로도 회복하기 힘들다. 영미식 언론 자유는 누리면서 영미식 책임은 지지 않는 모순은 법 제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현업단체 간부들이 모여 무슨 자정 결의문이나 취재윤리강령 같은 걸 수도 없이 발표했지만 바쁜 언론인들이 그걸 읽기나 할까? 인센티브나 제재는커녕 데스크가 선정성과 속보성을 강요하는 언론사도 많다. 문체부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일부 조항의 경우 외국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는데, 설령 없다 할지라도 선진국 중 신뢰도 꼴찌 언론을 가진 나라가 앞장서서 만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은 위축 걱정 안 해

탐사보도가 위축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탐사보도가 아무리 중요해도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익 목적 보도인 경우 '위법성 조각' 곧 위법성이 좀 있어도 법원이 봐주는 게 확립된 판례다. '현실적 악의'는 악의 없이 취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중과실 문제도 마찬가지다. 웬만큼 훈련받은 기자라면 중과실을 범하지 않는다.

 

지금 주요 언론사 어뷰징팀은 저널리즘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이가 많아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탐사보도가 위축된 것은 포털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 클릭 수에 사운을 거는 언론사 탓이지 '언론 탄압' 때문이 아니다.

 

막상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열린공감TV>의 탐사전문기자들은 징벌적 배상제에 반대하지 않는다. 최순실 사건을 탐사보도한 김의겸 의원은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이기도 하다.

 

탐사전문기자들은 악의를 갖고 취재할 이유가 없고 허위조작이 아니라 진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보도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한다. <열린공감TV> 강진구 기자는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급여까지 가압류한 KT&G생명과학 전 사장 등에게 서울경찰청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동안 기자협회와 언론노조에서 내 사건을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해왔지만 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KT&G처럼 정당한 기사를 가짜뉴스로 몰아서 기자와 언론사를 겁박하는 경우에도 이에 상응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법원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언론보도를 막기 위한 권력자나 대기업의 '전략적 봉쇄 소송'은 미국의 경우 법원이 대개 각하 결정을 내린다. 미국에서 함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견제 장치는 역설적이게도 엄청난 소송 비용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당이 언론단체 등의 요구로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아예 할 수 없게 고친 것은 입법 취지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봉쇄 소송을 막는 확실한 방식이긴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명예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에게는 언론의 악의와 중대과실을 스스로 입증하게 하면 함부로 소송을 걸 수는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보도관행에 비추어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사실 기자들이 동네북처럼 두들기는 대상이 공직자들이다. 공무원은 선출된 국민의 대표는 아니지만 역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다. 허위과장보도는 정책 왜곡을 불러오고 결국 손해는 국민에게 넘겨진다.

 

'대선용 언론재갈법'이라는 흑색선전

국민의힘이 '대선용 언론재갈법'이라고 매도한 것은 사실검증도 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일부 논객의 가짜뉴스를 믿은 탓인 듯하다. 언론중재법은 8월에 통과되더라도 관보에 공고하고 6개월 뒤에나 시행되기에 39일 대선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법안이 상당히 후퇴했는데도 이제는 '수정' 아닌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사실상 법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엄혹한 시기에 박종철 사건 등을 특종보도해 민주화에 기여해온 기성언론은 지금 무엇이 두려운가?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사주의 자유가 아니라 언론인과 시민의 자유로 발전해왔다. 언론중재법은 사주로부터 침해되는 언론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언론단체는 '시민의 알 권리' 타령을 하지만, 시민이 알고 싶어하는 건 가짜뉴스가 아니다.

 

현업단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언론 자유 침해인가? 사주와 조직의 이익 침해인가? 아니면 기득권 침해인가? 그저 취재보도 편의주의인가?

이봉수(hibongsoo)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 오마이뉴스

 

트로트 가고, 힙한 국악 오디션 온다

대한민국 최초 국악 오디션 내세운 MBN '조선판스타'·JTBC '풍류대장'

KBS '조선팝, 드랍더 비트', 국악과 타 장르간 컬래버 시도

'퓨전 국악' 인기 힘입어 국악계 스타 탄생 이어질까

트로트와 K팝 장르가 태반이었던 오디션 예능에 국악이 뜬다.

 

방송을 앞둔 MBN <조선판스타>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은 각각 대한민국 최초 '퓨전 국악 오디션', '국악 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지난 43부작으로 종영한 KBS <조선팝, 드랍 더 비트>도 국악과 다양한 장르를 섞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화제성이 성패를 가르는 오디션 예능에서 국악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세가 아이돌·힙합에서 트로트로 이동할 때까지 국악 장르는 줄곧 비주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퓨전 국악'이 인기를 끌면서 국악도 힙한 장르로 재평가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이 큰 역할을 했는데, 국악 선율에 실린 한국 특유의 흥은 전세계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현대 판소리 그룹 이날치 밴드와 현대 무용 그룹 앰비규어스댄스 컴퍼니의 국악에 대한 재해석도 한몫했다. 서울, 전주, 부산 등 전국 각지로 이어지는 시리즈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28천만회를 넘겼다.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국악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소리꾼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둘 선을 보이고 있다.

 

<조선팝, 드랍 더 비트>1부에서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국악의 확장성을 타진하고, 2·3부에서는 국악 뮤지션들의 무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조선팝>을 연출한 손성배 PD국악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소구력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새로운 국악을 연구하는 젊은 국악인들이 많은 걸 확인했다"시청자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에서도 파격적이다’,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등의 긍정적인 평이 많았다. 국악을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보는 선입견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악을 바로보는 시선이 달라진 만큼 충분히 오디션 장르로 내세울 만하다는 판단이다.

 

손성배 PD모든 장르를 소재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미 제작됐고, 남아있는 게 국악"이라며 인기리에 방송됐던 <미스터트롯>, <미스트롯>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승권 참가자들이 대부분 국악 전공자들이다. 국악의 정서적 기반이 있다는 방증으로 K-POP 열풍에 힘입어 더욱 지속성·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JTBC

 

오는 14일 방송을 시작하는 <조선판스타>는 대중가요, 뮤지컬, 힙합 장르의 명곡을 ‘K-소리로 재해석하는 판터닝(Turning)’ 경연 방식을 들고 나온다. 오는 9월 방송 예정인 <풍류대장>도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국악계 실력자들이 다수 참가해,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된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남성현 <조선판스타> PD국악을 이끌어가는 음악인들의 끼와 실력을 표출할 무대가 없는데, 이런 현실이 오디션 포맷과 잘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제작진이 차려놓은 판 위에서 어떤 스타가 탄생하는지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BTS가 자신의 음악에 국악을 접목해 대중화를 이끌었듯이, 국악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국악 분야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나올 수 있다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국악의 매력을 본 시청자들은 국악 오디션에도 거부감 없이 호응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D저널 김승혁 기자

 

고용보험 사각지대놓인 자발적 이직자도 구직급여 줘야

 

수급요건에 비자발적 이직일 것명시돼

체불·52시간 초과·직장 내 괴롭힘 등

비자발적 퇴사 입증 책임도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이직사유 거짓 기재한 사례도

 

선진국은 지급국회 논의 활성화 필요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자발적 이직자도 구직(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룰 주요 이슈를 분석한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보고서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더라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대표적인 사례가 자발적 이직자라고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늘면서 매월 60~70만여명에게 1조원 안팎의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나 자발적 이직자는 지급 대상이 아니다. 수급 요건에 일정 기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이직 사유가 비자발적 이직일 것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이직자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퇴사가 자발적인 것인지 비자발적인 것인지를 놓고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형식적·표면적으로는 노동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더라도 임금체불이나 주 52시간 초과노동,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예외적으로 수급 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나 입증 책임이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있다는 게 문제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최근 발간한 실업급여 갑질보고서에서 입증 책임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신고를 못 하거나, 신고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해 구직급여 수급권이 박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고사직, 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로 퇴사했지만 사업주가 이직 사유를 거짓으로 기재해 구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가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해 이직 사유를 정정할 수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이미 퇴사한 노동자는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했던 B씨 역시 코로나19로 업무가 없어지자 대표가 두 달치 월급을 더 받고 퇴사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이에 구직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으나 회사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상황이라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권고사직이나 경영상의 해고로 고용이 줄면 정부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니 정부지원금을 계속 받으려고 노동자의 퇴사 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직장갑질119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사가 나눠 갖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 시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 이직자를 포함한 모든 퇴사자에게 수급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도 퇴사 후 3~6개월이 지나면 실업 상태의 자발적 이직자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다. 퇴사 후 전직 또는 자영업을 희망했으나 실패한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일본,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영국, 벨기에 등이 이런 식으로 자발적 이직자에게 구직급여를 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도 구직급여 지급 대상에 장기실직 자발적 이직자를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21대 국회에서도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적용 여부에 대한 입법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자발적 이직자가 전체 피보험자격 상실자의 60%를 웃돌고 있어 고용보험 기금 재정 여력을 고려해 적절히 제도를 설계하는 보완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아파트 이야기 - 욕망의 탑이 쌓아올린 도시 풍경

한국에 사는 사람의 절반은 아파트에 거주합니다(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전체 289만 가구 중 51.1%). 한국에 소재한 1813만채의 주택 중에 아파트는 1129만채로 전체 주택 중 62.3%를 차지했습니다(위 조사).

 

가히 아파트는 한국인 주거의 보편 양태라고 할만합니다.

조카와 함께 동네를 걷던 어느 날 "작은 아파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카는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3층 짜리 공동주택을 '작은 아파트'라고, 단층 짜리 주택은 '더 작은 아파트'라고 부르더군요.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어린이에게 세상 모든 주택은 '아파트'였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세상이 지금처럼 아파트 천지는 아니었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고, 빌라에 사는 사람도 있고, 더러 2층짜리 단독주택 거주자도 있었죠. 이제 단독주택이냐 빌라냐 아파트냐 하는 것보다는 힐스테이트냐 롯데캐슬이냐 래미안이냐의 분류가 더 보편적인 시대가 됐습니다.

 

1990년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현은 '두꺼운 삶과 얇은 삶'이란 글에서 아파트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아파트는 이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자기가 우월함을 확인하는 전시 공간이 된다. 60평대 아파트 사람은 40평대 아파트 사람보다 우월하고 40평대 사람은 20평대 사람보다 우월하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어린이에겐 세상 모든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이냐 빌라냐 아파트냐 하는 것 보다 브랜드 분류가 더 보편적 시대로

우리 삶의 디폴트 값이 된 아파트, 그 중 경기도에 있는 어느 아파트의 이야기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김현은 우물이 있고 마당이 있고 나가면 선창이 있고 금세 산에 닿을 수 있는 '땅집'에서 자라 내가 밟고 있는 바닥이 아랫집 사람의 지붕이 되고, "오분 안에 찾아낼 수 없는 것은 없는"(위 글) 아파트에 사는 데 현기증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땅집에는 어린이가 탐험하고 싶은 공간이 있고 그 속에 이야기와 수수께기가 있었지만, 아파트에는 평면 밖에 없고 궁금할 것이 없어 사람으로 하여금 '얇은 삶'을 살게 한다는 것이죠. 김현이 작고한 지 30여년이 지나 얇은 삶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서는 차마 인간적이라고 말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어느새 우리 삶의 디폴트 값이 된 아파트, 그 중 경기도에 있는 어느 아파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파트는 재산일까 거주지일까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사업 승인을 받은 분당 한솔마을주공5단지 일대 전경. /경인일보DB

 

A아파트는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공급의 첫 신호탄으로 탄생했습니다. 1천 세대 남짓의 단지는 구축 아파트답게 지하주차장이 없습니다. 역과 가장 가까운 곳, 시가지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죠.

 

A아파트에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온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단지일 수 있습니다. 초역세권에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했고 그리 높지 않은 층고로 언제나 리모델링 1순위로 거론됐죠.

 

리모델링이 가시권에 들어온 건 지난해 일입니다. 시공사가 선정됐고 설계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복도식 아파트의 1개 층 중 1개 세대를 없애 평수를 늘리겠다는 설계가 나온겁니다. 설계대로면 10평대 아파트는 20평대로, 20평대 아파트는 30평대로 면적이 넓어지게 됩니다.

 

졸지에 거주하고 있는 자리에서 '소멸 세대'가 돼 다른 동으로 옮기게 된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폈습니다. 반대파에는 리모델링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멸세대도 있었고, 2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어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부 1기 신도시 공급의 첫 신호탄으로 탄생한 'A아파트'

리모델링 가시권에 들어오자 1개층 중 1개 세대 없애 평수 확장 설계

졸지에 거주하고 있던 자리서 '소멸 세대'가 된 주민들 반대 입장 펼치자

강제로 주택 매각하는 청구 소송 시작조합 승소땐 조합에 주택 매각해야

사진은 1980년대 평촌지구 개발 후 모습 /안양시 역사·포토갤러리

 

소멸 세대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주 시 남향이 아닌 서향으로 가게 되고, 도로변으로 이동하면서 소음 피해와 채광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왜 우리가 소멸 세대가 되야하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반대입장에 서 있는 한 소멸 세대 주민은 "쉽게 말해 인당수에 우리 중 한 명을 던져야 하는데 그게 누구인지를 정하는 거죠. 평수를 넓히려면 소멸 세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너희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왜 우리여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이유는 없어요. 희생이 필요하니 전체를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그 말 밖에 없는거죠"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인당수에 한 명을 던져야 하는데 그게 누구인지를 정하는 거죠

돈이 없어 리모델링 분담금을 낼 수 없는 세대와 소멸 세대로 묶여 이런 리모델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세대, 모두 100가구가 넘게 리모델링 반대 입장을 폈습니다. 이들에게 최근 소장이 날라왔습니다. '매도청구소송'이었습니다.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세대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니 강제로 주택을 매각하는 청구 소송이 시작된 겁니다.

 

조합이 승소하면 반대 주민들은 감정액으로 주택을 조합에 매각해야 합니다. 강제 이주와 같은 조치입니다. 아파트 가치를 높여 재산권을 향상시키려는 리모델링으로 거주권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낯익은 상황은 반복된다

아파트 단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수원시내 일대 모습. /경인일보DB

 

반대 주민들에게 도착한 매도청구소송 소장을 보겠습니다. "리모델링의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동의율을 확보한 경우 리모델링 결의를 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주택법은 주민 75%의 동의를 얻으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수가 리모델링을 원한다면 사업이 가능하도록 거주권리를 침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A아파트의 충분한 사업성, 이미 확보된 주민의 동의,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위한 신속한 절차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매도청구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어느 날 자신이 거주하던 집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 주민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다수결의 횡포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록적인 부동산 시세 상승에 힘입어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며 결의를 다지는 단지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1기 신도시, 1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구도심이 다수 위치한 경기도에 리모델링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셉니다.

 

주택법은 주민 75% 동의 얻으면 매도청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다수가 원한다면 사업 가능하도록 거주권리 침해할 수 있도록 해

소송 당한 주민들 "몇십 년 살아온 우리는 집 팔고 떠나야 하는 건가요?"

신도시서 헌도시가 된 아파트의 도시에선 '리모델링의 욕망' 꿈틀거려

1992514일에 촬영된 군포 산본신도시 전경 /KTV 제공

 

매도청구소송을 당한 주민들은 말합니다. "다수가 원한다면 우리는 집 팔고 떠나야 하는 건가요. 몇십 년을 잘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이사 가라는 게 말이 되나요. (분담금)도 돈이지만 이 동네 시세가 너무 올라서 이사 갈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매도청구소송'. 우리는 이 장면을 많이 봐왔습니다. 재건축에서 매도청구권이 인정되고, 나아가 재개발에선 단어는 다르지만 같은 개념의 토지수용이 이뤄집니다. 용어는 다를지 몰라도 자기 의사에 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재건축·재개발에 반대하며 망루에 오른 사람들의 실루엣이 자연히 연상됩니다. 더 나아가면 신도시 개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의 토지를 수용해서 그 위에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포도밭이었던 땅 위에 세워진 A단지 역시 그렇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의 마천루는 누군가의 재산권을 침해해 이뤄진 자본주의의 망루입니다.

 

우리도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다. 그게 죄냐

토지 강제 수용에 반대하는 현수막은 지금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서도 나부끼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사전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릴 때, 한쪽엔 내쫓지 말아 달라고 항변하는 소수의 주민들이 있습니다. 게중엔 더 많은 보상금을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을 것이지만 오래 살던 땅을 떠나고 싶지 않은 원주민도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강제 수용된 토지 위에 신도시가 건설됐고, 30년이 지나 신도시가 헌도시가 된 아파트의 도시에선 리모델링의 욕망이 꿈틀거립니다.

 

리모델링 기사를 여러 차례 쓰면서 기사에 항의하는 취재원을 여럿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도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다. 그게 죄냐"고 말했습니다. 어디에 사는 지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세상에서 저 노골적인 욕망은 곧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30여 년 전 김현은 두꺼운 삶을 잃어버린 아파트 주민의 얇은 삶을 아쉬워했지만, 이제 얇은 삶들은 켜켜이 쌓이고 쌓여 마치 남의 집 지붕을 바닥 삼아 쌓아올린 아파트처럼 욕망의 탑을 만들고 있습니다./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국민 절반만 주거 안정적

LH 설문세입자 33%만 긍정, 2030대 주택매수 심리 강해져

최근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현재 주거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집을 소유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던 2030대는 최근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자산 증식의 기대감으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인식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17일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바이브컴퍼니에 의뢰해 작성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대국민 인식조사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대규모 표본(3000)을 활용한 정량조사와 함께 부동산 전문가·언론인·임대주택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소셜빅데이터조사 등 기법이 동원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1959세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에서 현재 주거 상황이 안정돼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8%그렇다고 답했다. 거주 형태별로 자가주택 거주자의 63.6%그렇다고 답했고 전·월세 거주자 중에는 33.5%그렇다고 답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에는 48.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2030대 젊은층의 주택 소유 필요성에 대한 생각도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 사례를 다수 목격하면서 좋은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도 재테크 잘한 것만 못하다는 인식이 강화됐고, 지금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 사지 못해 실패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주거지 선택 때 최우선 고려 요소는 회사·주변·동네 등 직장근접성과 인프라였다. 신혼부부나 기혼인 경우 회사뿐만 아니라 친정의 위치도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고려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신혼부부는 임신 시점에 첫 이사를 고려하고, 출산 후 자녀의 나이가 45세가 되는 시점에 초등학교 학군 등을 고려해 두 번째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후에는 가급적 한 지역에 머물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기회가 있다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76.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공무원 범죄, MB '뇌물박근혜 땐 '직무유기지금은 '직권남용 시대

공무원 범죄와 수사에도 유행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수뢰 혐의 입건이, 박근혜 정부 때는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 입건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공무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2020’을 보면, 유형별 공무원 부패 범죄 발생 건수(형사입건 수)는 정권마다 차이를 보였다. 연구원은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각급 수사기관이 범죄 사건을 수사하면서 작성·입력한 범죄 발생 건수를 직무유기직권남용’, ‘수뢰증뢰(뇌물을 주는 것)’ 4대 공무원 범죄 유형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2) 때 가장 많이 입건된 공무원 범죄 혐의는 수뢰로, 연평균 675건이었다. 이어 직무유기 642(30.5%), 직권남용 492(23.5%), 증뢰 290(13.0%) 순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 매년 평균 입건한 공무원 범죄 혐의 약 2100건 중 3분의 1이 수뢰 혐의였다. 특히 정권 말인 2012년에는 수뢰 혐의 입건 수가 859건에 달했다. 수뢰 혐의 입건 수로는 지난 10년 내 가장 많은 수치였다.

 

박근혜 정부(2013~2016) 때는 직무유기 혐의 입건 수가 연평균 1039(36.0%)으로, 수뢰 혐의 입건 수(연평균 619·21.4%)를 앞질렀다. 직무유기 혐의 입건 수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처음 900건을 넘어서더니 박근혜 정부 때는 매년 1000건 안팎을 유지했다. 직권남용 혐의 입건도 연평균 907(31.4%)으로 급증했다. 공무원 부패 범죄의 단골 메뉴였던 수뢰 혐의 입건은 연평균 619, 증뢰 혐의 입건은 연평균 325(11.2%)으로 비중이 높지 않았다. 연구원은 “2016년 후반부터 적용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경우가 여타 공무원 혐의로 인한 입건 수를 압도했다. 2017년부터 통계 자료가 있는 2019년까지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는 연평균 1664(41.1%) 이었다. 이어 직무유기 혐의 입건 1413(34.9%), 수뢰 혐의 입건 686(17.0%), 증뢰 협의 입건 286(7.0%) 순서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가 크게 늘어난 데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모금하도록 강요했다며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대가성과 기업의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직권남용이라는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대거 기소되기도 했다. 2016년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는 1040건으로, 직권남용 혐의 입건 수가 한 해 1000건을 넘은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건수는 92건이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기소된 건수(65)보다 많다. 국정농단 수사의 열쇠로 기능한 직권남용 혐의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데 활용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직무 권한을 남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다소 모호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반대파를 단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진작에 나왔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2007년 헌재 결정에서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는 당시 정권 교체가 된 경우 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추어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학자들은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는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부 교수)기존에는 잘 처벌되지 않았던 직권남용 행위가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게되면서 고소·고발 등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직권남용에 대한 입건이 증가하면서 공직사회에도 위법한 지시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위법한 권한 행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점에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경향 이효상 기자

금품 수수에서 성접대 의혹까지사기꾼 뒷배전락한 기자들

MBC PD수첩, 언론··경 망라한 가짜 수산업자접대 네트워크 조명

사기 키워준 언론인친목으로 권력 좌지우지하는 사회 자화상

감방동기로 만난 송아무개 전 월간조선 취재팀장은 전직 당대표를 소개해줬고, 이동훈 당시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현역 국회의원과 만남을 주선했다. TV조선 간판 앵커였던 엄성섭 기자에겐 성접대, TV조선 정운섭 기자에겐 대학원 학비 대납,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에겐 수입차 무상 렌트를 제공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사건이다.

 

포항 지역의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기로 알려졌던 사건이 언론, 정치, 검찰, 경찰, 학계 등을 망라하는 전방위적 게이트로 번졌다. 지난 4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자신이 유력 인사들에게 상납해온 자료가 있다고 폭로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20161억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을 살다 나온 김씨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기 행각을 벌이는 동안 쌓았던 황금 인맥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언론인들이 있었다. MBC ‘PD수첩17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편에서 그 관계를 들여다봤다.

817MBC 'PD수첩-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갈무리 MBC

 

김씨 인맥은 송아무개 전 월간조선 취재팀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시작됐다. 2016년 총선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복역 중이었던 송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김씨로부터 선동 오징어사업을 제안 받은 뒤, 자신과 가까운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김씨에게 소개했다. 그 결과 약 864000만원을 투자한 김 전 대표의 친형은 금액 면에서 최대 피해자가 됐다. 송씨 역시 174000만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김씨 명함에 적힌 업체의 주소지엔 변변한 건물조차 없었다. 거대 정당 대표까지 지낸 이가 대체 왜 이런 가짜 직함도 거르지 못하고 속았던 걸까. 송씨 지인인 최도철 김천내일신문 대표는 PD수첩에 친한 후배가 이야기를 하면 안 믿겠나. 그렇게 오래 알던 후배가 이런 게 있는데 설명을 당연히 안 했겠나라고 전했다. 결국 송씨와의 친분이 보증수표였다는 의미다.

 

김씨 앞에 등장한 또 한 명의 귀인으로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대변인)이 거론된다. 당시 현직 기자였던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김씨로부터 고가 골프채 세트를 받았고, 현역 국회의원들과 김씨의 만남을 주선한 의혹을 받고 있다.

 

메이저 일간지 논설위원이 만나자는데 안 만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만난다는 한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의 증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접근한 김씨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이 전 논설위원은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이 공작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유독 자주 교류한 언론인으로는 TV조선의 간판격인 엄성섭 앵커가 꼽힌다. 엄 앵커는 김씨가 고급 외제차량을 유력 인사들에게 제공하는 데 활용한 렌터카 업체 홍보, 김씨의 생활체육단체(한국33농구위원회) 회장 취임식 등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 김씨 측근이었던 강아무개씨는 엄성섭 앵커가 식사·술 뿐 아니라 성접대를 자주 받았다고 PD수첩을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엄 앵커는 성접대 관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중이라는 입장이다.

 

817MBC 'PD수첩-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갈무리 MBC

 

이 밖에 김씨는 정운섭 TV조선 기자의 대학원 학비를 대신 내주고, 이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에게 무상으로 고가 차량을 빌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정 기자가 대학원을 다닌 건국대학교의 김경희 이사장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건국대 석좌교수 출신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김씨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소개해준 이방현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경우 외제차 무상 렌트에 더해 고가의 수입 시계를 받은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앞서 피의자 신분이 된 배기환 전 포항남부경찰서장까지, 김씨의 로비 대상은 검·경을 아우른다.

 

김씨 측근은 정운섭 기자, 엄성섭 앵커, 이방현 검사 등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직접 금품을 전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회당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규모의 접대 이유를 이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은 알아놓으면 좋은 일에 많이 쓰일 데가 있을 것이다”, “(김씨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잘 보이려고’”.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 씨의 접대를 받은 인물들이) 뒷배인 것처럼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했다고 봤다. “과거에는 언론인이 향응을 받는 게 대가성이었다면 지금은 인맥을 소개해주거나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엘리트들이 서로 자신의 어떤 인맥, , 권력, 영향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얼마나 부패가 일상화되어 있는지드러낸 사례라 지적했다.

 

817MBC 'PD수첩-가짜 수산업자와 황금 인맥' 갈무리 MBC

 

그 뒷배가 서 있는 동안 사기 전력이 있는 인물이 116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으로 최소 7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신력 있는 인사들이 거짓 신원을 보장해주는 동안 공개 석상에서의 김씨 활동도 거침이 없었다. 물리적인 대가성, 직무관련성 행위 여부와 별개로 뒷배의 실체를 부인하기 어렵다. PD수첩 보도에서 거론된 기타 인물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한편 자사 언론인들이 사건에 연루된 매체들은 소극적이거나 침묵에 가까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 입건 초기에 이를 언급하지 않다가, 최근 그의 반론 중심 기사를 몇 차례 내보내는 데 그쳤다. 일찍이 혐의가 알려진 엄성섭 앵커는 물론 정운섭 기자의 이름은 TV조선에 등장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도 이가영 논설위원을 거론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피의자 중에서 직급이 높은 이들을 위주로 실명이 공개된 가운데 PD수첩 보도로 피의자 7인 전원의 이름이 보도됐다. 만약 이들 매체가 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정론을 포기한 셈이다. 최소한 나름의 보도 원칙조차 밝히지 않을 경우 이번 사안을 보도할 때마다 내로남불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 20년간 1000조원 쏟아부었는데아프간군 지리멸렬 왜?

정부 불신과 지휘부 부패로 사기 저하

물자·식량 부족에 95% 이상의 문맹률

 

미 정부, ‘정보 실패지적에 침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순식간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간 데에는 맥없이 두 손 든 아프간 정부군이 있었다.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에 돈과 자원을 쏟아붓고도 아프간 군과 경찰을 정예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이 1조 달러를 들여 30만명의 아프간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월급 등 필요한 모든 도구를 줬고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미래를 위해 싸울 의지는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세력 확장에 무기력하게 항복하거나 도망친 아프간군에 대한 한탄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프간군의 전면적 붕괴는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짚었다. 백지 상태의 아프간 군·경을 미 국방부의 중앙집권식 지휘체계와 복잡한 관료주의를 모델로 구축할 수 있다고 여긴 것부터가 자만이었다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그들은 전투 국민으로서 아프간인들의 강점을 알아내고 그 위에서 구축하는 게 아니라 서구 군대를 훈련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프간군은 또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휘부의 부패로 인해 사기가 낮다. 미국의 철군 발표 뒤 탈레반이 진격해나갈 때 아프간군에서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정부를 위해 싸우는 게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없다는 믿음이 커졌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아프간군은 서류상으로 약 30만명이지만 이는 군 간부들이 급여를 가로채려고 허위 기재한 유령 병사들이 포함된 것이고, 실제 병력은 그 6분의 1이라고 미 관리는 말했다. 중간에서 빼돌리는 간부들 때문에 병사들은 탄약 등 물자와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집에서 먼 곳에 배치될 경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대를 떠나 집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다고 한다.

 

높은 문맹률도 장벽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이 수백만 명의 아프간 어린이들을 학교에 등록시켰어도, 아프간군 신병들 가운데 2~5%만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형제·자매의 이름은 나열해도 몇 명인지 숫자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달 8일 연설에서 아프간군의 전투력에 신뢰를 표했고, 1975년 미국의 베트남전 패망 당시의 사이공 탈출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과 의회는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재장악 속도를 예상 못한 바이든 정부의 정보 실패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약 20분 동안 연설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이날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에서 군 당국자는 정보 실패에 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혼란의 책임을 물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브랫 브루언은 이날 <유에스에이 투데이> 기고에서 함정과 문제의 가능성을 확실히 회피하면서 대통령의 목표(아프간 철군)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게 설리번의 몫인데 그런 일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았다며 경질을 주장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대선판에 다시 불려나온 노무현

지난 20043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한 시민이 관련 신문 기사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을 호출하고 있습니다. 상대 후보에게 2004년의 탄핵 시국 당시 어떤 입장을 취했느냐고 추궁합니다. 그의 이름이 적통같은 단어와 함께 거론되기도 합니다.

 

노무현은 하늘을 찌를 만한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색다른 의미로 오만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지역감정이나 들쑤시는 시시한 인간들과 치고받는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정적들은 물론 지지자들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2005년의 대연정 제안, 집권 말기인 2006년에 내놓은 비전 2030’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다수 정치인들은 자신의 두뇌를, 임박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그들에게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해주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내각 구성권을 넘긴다(대연정)’거나 당시로부터 25년 뒤의 국정 목표와 재정 프로그램(비전 2030)을 내놓는 노무현은 외계인과 다를 바 없었을 터입니다.

 

노무현은 변호사가 된 뒤에야 의식화늦깎이 운동권이었습니다. 그가 좋아했던 운동가요 어머니의 가사처럼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는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세상으로 가는 방법론에선 운동권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대의 국제사회에서 대세였던 자유무역과 개방,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등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흔한 정치인들처럼 내 노선으로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리라고 인식했습니다. 이런 딜레마를 자신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솔직히 인정했기 때문에 향후 25년에 걸친 복지 시스템 강화(=세제 및 정부지출 개혁)를 대안(비전 2030)으로 제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노무현의 스타일이 당대의 정치적 승리에 이롭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는 만인의 놀림감(“다 노무현 때문이다”)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이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모순에 눈과 귀를 활짝 열고 해법을 궁리하는, 요즘엔 꽤 희귀해 보이는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대안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무현이 수용한 대세와 그 대안에 비판적입니다. 그러나 낡았지만 탄탄한 사고방식을 세상의 변화와 관계없이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들보다는 노무현의 방식이 훨씬 뛰어난 현실 대응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예비 후보 경선 과정과 여기서 나오는 말잔치를 보면 볼수록 저는 점점 더 노무현의 오만이 그립습니다.

시사IN 편집국장

 

네이버웹툰 작가의 최고 수익은? BTS·슈퍼맨 웹툰도 나온다

18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네이버 제공

지난 1년간 개인 웹툰작가가 벌어들인 최대 수익은 124억원.

네이버가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텔링 사업 성과를 밝히며 내놓은 수치다. 네이버는 앞으로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권(IP) 제작에 나설 계획도 내놨다. 이들은 스토리텔링 생태계를 엔터테인먼트 산업 핵심분야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18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네이버 기자간담회 밋업에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나와 네이버 스토리텔링 사업의 성과와 전략을 밝혔다.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 생태계의 핵심 요소이자 최우선 사항은 플랫폼이라고 보고, 그동안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유튜브형 모델과 슈퍼 아이피로 성장 가능한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넷플릭스형 모델을 모두 구현했다. 그 결과 콘텐츠와 팬덤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웹툰은 콘텐츠와 기술이 합쳐진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유통, 추천, 보호에 이르는 모든 소비 과정은 물론, 오토 컬러링과 오토 드로잉 등 자동 제작 기술까지도 개발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16700만명의 월간 이용자와 600만명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네이버가 2013년 도입한 웹툰 창작자 수익모델(PPS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가는 총 124억원을 벌었다. 정산을 받는 전체 작가의 지난 1년 평균 수익은 약 28천만원, 최근 1년 이내에 연재를 시작한 신인 작가의 평균 수익은 15천만원이었다. 피피에스 프로그램은 원고료, 광고, 유료 콘텐츠, 아이피 비즈니스 등 콘텐츠 플랫폼이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웹툰에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회사 쪽은 웹소설-웹툰-영상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한 만큼, 피피에스 프로그램을 통한 기대 수익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사업 전략은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등 아이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스토리텔링 콘텐츠 생태계를 확대하는 것이다. 글로벌 팬덤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협업해 외부의 슈퍼 아이피를 웹툰이나 웹소설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 협업 파트너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와, 배트맨, 슈퍼맨 등 아이피를 갖고 있는 디시(DC)코믹스다. 하이브 소속 연예인과 협업한 스토리로 웹툰, 웹소설 만들거나 디시코믹스의 세계관, 캐릭터를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고삐풀린 '빚투', 금융위 "가계부채와의 전쟁" 선포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규제 강화에 총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됐는데도, ‘빚투(빚내서 투자)’ 기조가 좀체 꺾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전포고했고,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을 직접 관리하며 고삐를 죄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전날 금융위 직원들과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고자 한다면서 “2023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고 후보자가 강력한 조치를 본격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날 가계부채 증가액이 연초에 정한 목표치를 초과하거나 근접한 일부 은행에 이번 주말까지 관리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중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융당국이 각 금융회사의 가계부채를 직접 관리하는 비상체계를 이미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나오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업계와 소통을 통해 대출 관리를 조이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에게 주담대 약정을 위반하고도 일정 기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철저히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은행권은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처분조건부 약정, 전입조건부 약정, 추가주택 구입 금지 등 투기수요 방지 장치를 두고 있다. 약정 위반이 확인되면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고 해당 계좌를 연체 계좌로 분류한다. 그러나 실제 영업 창구에서는 고객 항의 또는 은행 측의 고객 관리 필요에 의해 직원들이 약정 위반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정을 위반했는데도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고객들에 대해 원칙대로 예외없이 적용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현재 연소득의 1.5~2배까지 가능한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주식·부동산·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신용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는 은행 2곳을 선정해 현장검사 나가겠다는 방침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2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 방안도 대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거듭된 대책과 경고에도 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대출총량규제를 다시 시행 중이다. 지난달 1일부터는 은행권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부터는 상호금융권에만 적용했던 비주택 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은은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97000억원이 증가해 7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은 주담대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연 2.484.24% 금리를 적용했다. 한 달 전보다 하단은 0.14%포인트, 상단은 0.11%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축소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에 착수할 지 관심이 쏠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도 필요하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소폭 올리는 등 유동성 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민주당은 '개혁'이라지만... 등 돌리는 시민사회

종부세 기준 상향·탄소중립법·언론중재법 강행에 반발... 정의당 "촛불 모욕, 심판받을 것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황인철 기후위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1.8.18연합뉴스

 

8월 국회가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주요 법안 처리에 마음이 급해진 여당이 19일 하루 동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탄소중립법, 종부세 개정, 언론중재법 등 시민사회계가 문제삼은 쟁점 법안들이 줄줄이 상임위 문턱을 넘자 시민단체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의결했다. 하지만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35%에 그쳤고, 탄소중립 자체도 국가의 '의무'가 아닌 '목표'라고 규정됐다. 법안 이름을 놓고도 민주당 안에서조차 "이 법안이 담고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절박한 대응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167번이나 '녹색성장'이라는 모순되는 단어를 반복하고 있다(이소영 의원)"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그 다음은 기획재정위원회였다. 19일 오전 기재위는 1주택자의 경우 상위 2%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개정안을 '과세 기준 9억 원11억 원'으로 수정, 여야 합의 처리했다. 민주당은 당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과세 기준을 '2%'로 잡았으나 조세체계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종부세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부자감세'나 다름 없다고 본다.

 

마무리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였다. 민주당은 전날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하긴 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열람차단 청구권 등 핵심 조항은 유지했다. 국민의힘은 '언론개악법'이라며 항의했지만,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기립표결을 강행, 민주당 의원 8명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쟁점법안 '전광석화'로 처리... "당장 중단하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등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앞에서 종부세 개정안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1.8.19연합뉴스

 

녹색연합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0년 대비 최소한 절반 이상 줄인다는 규범적 목표(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 권고)를 전제해야 한다""환노위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감축목표만 추가한 채 법안을 졸속처리했다"고 비판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의무가 아닌 '목표'로만 규정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녹색성장'이 버젓이 들어가게 됐다""민주당은 기후위기 해결이 불가능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무리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보장정책이 확대되고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결정을 내린 국회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논평을 냈다. 이들은 "종부세는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라며 "그 대상자를 축소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자산불평등을 방치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현업4단체(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처리가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의 오만과 불통, 역주행을 강력히 규탄한다""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배진교 "청산 대상 된 민주당" 용혜인 "오로지 관심사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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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 장혜영 의원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집값 안정 포기, 기후 대응 포기, 언론개혁 포기, 일하는 국회도 포기한 '4포 국회'"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종부세 개정안과 탄소중립법,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더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논의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을 지적하며 "그 중심에는 적폐청산하겠다고 나서놓고 청산의 대상이 되어버린 민주당이 있다. 촛불시민을 기만하고 촛불정신을 모욕한 민주당을 시민들은 분명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위 소속이기도 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종부세 개정안 처리 직후 페이스북에 "오로지 관심사는 대선을 앞두고 서울 민심 달래는 것뿐이었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개정으로 투기세력들은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국회에선 앞장서서 종부세 무력화시키면서 대선에선 토지공개념 실현하고 토지보유세 도입하겠다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꼬집었다.

 

 

집단행동 나선 진보 유튜버들 이낙연, 블랙리스트 사죄하라

이낙연 캠프, 진보 유튜버 대상 블랙리스트 문건 논란

이낙연 향해 공개적인 사과, 재발 방지 약속 촉구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동취재단 꾸릴 것

진보 진영 일부 유튜버들과 온라인매체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규탄 공동성명을 냈다. 이 전 대표 대선 캠프 내부에서 자신들을 겨냥하며 일종의 블랙리스트문건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매체 고발뉴스와 열린공감TV, 시사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새가 날아든다, 시사타파TV, 이동형TV19“‘민주당 예비후보이낙연 발 블랙리스트에 경악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문건에 포함됐던 이송원TV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동성명에 함께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산층 70%를 위한 경제성장 전략 및 실행계획, 제조업 발전전략을 발표한 뒤 기자들로부터 질문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들은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 하에서 우리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촛불 시대 새로운 언론의 역할을 자임해왔다“(우리는) 사회 최고규범인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진실과 정의, 양심에 따라 사회 공동체 공론의 장을 형성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거나 못하는 주제, 관점, 지향으로 대중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와 논평을 전하고자 애썼다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촛불혁명의 계승자를 자임한 민주당의 이낙연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캠프에서 자기에게 단지 비우호적이라는 예단으로 우리를 지목하고는 방송 내용과 성향을 분석한 괴문서를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기도 홍보비 의혹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 캠프 측은 최근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라는 제목의 8쪽 분량 문건을 작성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경기도 혈세로 비방방송친이재명 유튜버 겨냥 문건 논란] 해당 문건에는 몇몇 유튜버에게 경기도 홍보비 수억원이 들어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 전 대표는 이 괴문서에서 몇몇 유튜버에 경기도 홍보비 수억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그 홍보비가 어떻게 누구에게 집행됐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말이다라며 그리고서는 우리가 특정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다는 식의 논리를 편다고 비판했다.

 

업비트 투자자 보호 센터

이동형 작가와 김용민PD(왼쪽부터) 사진=유튜브 채널 김용민TV 갈무리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근거를 대라. 당신이 거명한 매체 대부분은 경기도는 물론 그 어떤 공공기관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바 없는 언론이나 유튜버라며 물론 구독자 수, 조회 수에 비례해 합리적으로 광고를 수주한 유튜버가 있으며, 여러 자격을 갖춰 경기도 유튜브 방송에 진행, 출연한 유튜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공개적인 사과 재발 방지 약속 현재 몇몇 유튜버와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소송 취하 문건 작성 경위 공개 작성자 파면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전 대표 캠프에 대한 법적 조치에 돌입할 것이라며 나아가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이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유튜버들의 일방적 비방이라고 규정한 조국 제거유착 의혹, 옵티머스 유관, 각종 주가조작 의혹, 친인척 측근 비위 의혹 등에 대해 그간의 보도와 논평이 비방이 아닌 정당한 비판이었음을 전 국민을 상대로 알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준혁 기자 presscho@mediatoday.co.kr

 

하루 1.4개꼴로 쏟아지는 여론조사결과가 왜 이리 달라요?

여론조사 이면을 보다

전국지표조사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다자대결 이재명 23%, 윤석열 19%, 이낙연 12%, 홍준표 5%, 최재형 3%

양자대결/이재명 41% > 윤석열 33%

리얼미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다자대결 윤석열 26.3%, 이재명 25.9%, 이낙연 12.9%, 최재형 6.1%, 홍준표 5.4%

양자대결/윤석열 42.1% > 이재명 35.9%

지난 12일 같은 날 발표된 서로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다. 1~2위 주자와 양자대결 모두 결과가 판이한데다 양자대결은 오차범위를 넘어서고도 우열이 엇갈린다.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전화면접에 무선 100%로 조사한 반면, 리얼미터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 유선 10%를 포함하는 등 조사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조사 기간은 리얼미터가 지난 9~10, 전국지표조사가 9~11일로 하루 차이뿐인데다 발표 날짜도 같다. 또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8.1%의 지지율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2위를 기록했지만, 다음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30.6%1위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유권자들은 어떤 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유권자들은 하루 1.4개꼴로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각 후보 캠프에서는 유리한 결과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늘어놓기 일쑤다.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보값이 대량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쟁적으로 조사 결과를 줄줄이 쏟아내면서 여론조사가 정치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부풀리고 왜곡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한 달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대선 여론조사는 모두 44건이다. 지난 1월부터 6개월 동안은 155건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유권자가 매일 0.8개꼴로 여론조사를 접했지만, 대선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양만큼 조사의 정확성이란 도 담보되는 걸까.

7월 조사 방식을 분류해봤더니 자동응답시스템을 활용한 여론조사 비율이 70.4%(3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전화면접조사는 12(27.3%)이었다. 인터넷조사는 1(2.3%)이었다.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 비율이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용이 저렴해서다. 여론조사업계에서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응답자 1000명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전화면접은 1000~1500만원가량 들지만, 자동응답은 200~400만원까지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가성비높은 기사 아이템이다. 지난달 발표된 조사 가운데 언론사가 의뢰한 것은 79.5%(35)에 육박한다. 여론조사는 기사 조회수를 높여주는 구실을 하고, 여론조사기관은 언론 보도를 통해 업체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어 경쟁적으로 언론사 의뢰 조사에 뛰어든다. 현재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79개에 이른다. 최근엔 전화면접 장비나 자동응답 시스템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 조사업체는 대부분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으로 여론조사를 계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비에스>(TBS) 누리집에 공개된 올해 정례 여론조사 용역 계약 내용을 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5141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자동응답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조사 1개당 111만원(46)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티비에스는 그나마 서울시 재단이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편이다. 영세 업체가 많다 보니 업체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아예 무료로 조사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심화된 경쟁의 여파로 조사 가격 낮추기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조사를 하다 보니, 자동응답 방식뿐 아니라 전화번호를 얻는 방식에서도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진 26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임의전화걸기 방식(RDD) 조사는 76.9%(20)에 달했다. 통신사에서 가상번호를 구매하는 방식의 안심번호 조사는 단 6건에 불과했다. 안심번호는 연령·거주지·성별 등 인구 규모에 비례한 정보를 받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편이지만 비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안심번호는 올해 기준 한건당 308(사용기한 20일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보통 조사에 이틀 정도 소요되므로, 한건당 33(부가세 포함)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응답자 규모의 20~50배의 전화번호를 사야 하므로 최소 규모(1000)이더라도 100만원가량이 추가로 든다. 안심번호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이강윤 소장은 한 달에만 400~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 인구 분포와 비슷하게 맞춰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방법론을 연구하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무작정 랜덤하게 전화를 돌리는 아르디디 방식이 가상번호보다 효율성도 떨어지고, 덜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여론조사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다양한 정보가 거의 날마다 제공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과도한 밴드 왜건’(대세를 따라가는 현상) 효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엇갈린다. 특히 언론사 의뢰 조사에서 이른바 잘 팔리는 기사를 위해 특정 주자 간의 양자대결만 의뢰하거나 현직 공직자 등 정치에 입문하지 않은 인사들까지 대선 후보군에 넣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조사로만 봐도 언론사 의뢰로 이뤄진 조사에서 양자대결 의뢰가 68%(24)로 높게 나타났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선이 아직 7개월가량 남아 있는데 단지 지금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좀 앞서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만 양자대결을 붙일 경우 그들의 정보만 더 많이 제공되고, 선거 구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최소한 선거 여론조사는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에 대해 한정해야 한다단발적인 조사는 위험하기 때문에, 단순 수치보다는 정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의 지지율 추이가 어떤지 흐름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국민 세금으로 일본 우익 인물 초대해 대접, 기가 막히다"

[이영광의 '온에어' 106] MBC 장호기 PD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우리 시민단체 활동 정보를 일본 공안기관에 넘겼고, 일본 공안기관은 그 정보를 우익단체에 넘겼다는 전직 국정원 해외공작원의 제보가 나왔다. 당시 우리 시민단체는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테러를 당하고 살해 위협에까지 노출됐는데 이것이 모두 국정원이 제공한 정보때문이었다는 것.

 

지난 10MBC < PD수첩 >에서는 '부당거래 국정원과 극우' 편이 방송되었다. 지난 6월 방송된 '국정원과 하얀 방 고문'에 이은 이날 방송에서는 국정원 정보가 어떻게 일본 우익 단체에 넘어갔는지, 국정원이 지원한 우익 인물들과 그들이 만든 우익 단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뤘다(관련기사 : "국정원 '하얀 방' 묘사할 때 공황장애, 촬영 중단도").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 PD수첩 > '부당거래 국정원과 극우' 편을 취재한 장호기 PD와 지난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PD수첩>의 한장면

MBC

 

다음은 장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부당거래 국정원과 극우'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지난 6월 방송된 '국정원과 하얀 방 고문'에 이은 국정원 내부고발 2탄으로 꾸며졌는데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신가요.

"올해 1월에 처음 제보자를 만나서 한 7개월 정도 취재했어요. 긴 취재가 끝나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죠.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아 고생도 많이 했고 또 사실확인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조심조심 걸어왔던 거 같아요. 제가 작년에 나눔의집(에 대한 문제 제기) 했잖아요. 나눔의집도 사실 위안부와 관련된 문제니까 어떻게 보면 작년부터 위안부 관련된 방송을 네 편한 거죠. 우리나라에서 되게 중요한 위안부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고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제가 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시간이었어요."

 

- 혹시 지난 방송과 이번 방송을 보고 국정원에서 입장 밝힌 게 있나요?

"저번 방송 이후에도, 이번 방송 이후에도 아무 입장이 없고요. 저희가 공식적으로 질문 보낸 것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돌아왔습니다."

 

- 이번 방송을 보면, 프롤로그 없이 2015년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씨가 일본 우익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영상으로 시작을 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긴장감과 현장감이 느껴지고 궁금증을 유발할 내용들이어서 그렇기 시작했어요. 시청자들에게 볼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연출 기법과 영화적인 구성을 제가 공부해서 살짝 적용해 봤습니다."

 

- 독도수호전국연대 영상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PD님은 어떠셨나요.

"너무 깜짝 놀랐죠. 이 영상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의장님 인터뷰할 때 찾은 영상인데 너무 충격받았어요. 뉴스에 보도된 것만 보는 거랑 1인칭 시점으로 찍은 걸 보는 건 완전 다르더라고요."

 

- 방송에 따르면, 국정원이 일본 공안에게 (우리나라 민간 활동에 관한) 정보를 넘기고 일본 공안은 일본 우익에게 넘긴다고 하더라고요. 국정원이 일본 공안에 정보를 주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은 각국의 정부 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협력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 관계가 필요하니까요. 원래는 국정원에서 어떤 정보를 주면 그쪽도 우리에 뭔가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하던데, 국정원이 받는 것은 일본에 있는 우리 시민단체 정보 같은 것들이라고 해요. 크게 득이 없는 거래라고 생각하죠, 부당한 거래.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정보고 줘선 안 되는 정보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가 완전 달랐다고 봐요. 이분들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또 그게 당연히 일본 우익에 넘어갈 것을 알았는데도 준 거잖아요. 그 대가가 일본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나 또 다른 단체의 정보들뿐이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 정보를 넘기는 게 관행이라면 이해해야겠지요. 그런데 그 정보를 우익에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우리 쪽에도 있잖아요.

"그렇죠. 아마 일본 쪽에서 요청이 있었겠죠. 그럼 우리가 검토해서 '이건 당연히 넘겨선 안 됩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판단이 잘 안 섰던 거 같아요. 국정원이 우리 역사 문제나 일본과의 외교 문제에 있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해요."

 

- 방송을 보면, 국정원이 일본 우익 단체를 한국으로 초청해 접대했다는 증언도 나와요. 결국 다 세금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당연히 세금으로 하는 거죠. 공작금 대부분이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일본 우익단체가 한국에 와서 안보관광하고 식사 대접받고 하는 것들 대부분은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이 부분이 참 기가 막힐 노릇이죠."

 

- 접대를 왜 하는 건가요?

"방송에서 살짝 다룬 내용이지만 처음에는 극우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친한'이라는 개념이었다고요.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거죠. 북한에 맞서기 위해 일본에 있는 보수 성향 인사들과 손을 맞잡았던 건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된 거죠. 사실 그렇다 해도 그런 일본 인사를 국내에 초청해서 접대했다는 건 좀 따져볼 만한 문제죠. 문제는 그 사람들이 상당히 극우 성향을 띄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와 같은 공작들이 계속해서 이뤄졌다는 거예요."

 

- 국회는 이 문제를 전혀 몰랐던 걸까요?

"국회는 몰랐을 거 같아요. 직접 이런 공작을 했던 국정원 공작관이 자신의 이익을 다 포기하고 폭로를 해서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당사자들 외에는 알 수 없는 거 같았어요. 중요한 건 앞으로죠. 저희가 사실을 공개했으니까 이 사실을 가지고 관계부처나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극우'의 한 장면. MBC

 

 

- 방소을 보면, 국가정보관이 지원한 일본 우익 인물들이 사쿠라이 요시코를 중심으로 결집했다고 나오는데요. 그녀가 중심이 돼 만든 단체가 국가기본문제연구소(이하 국기련)고요.

"사실 저도 국가기본문제연구소라는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되게 흥미로운 곳이라고 느꼈는데 알면 알수록 굉장히 거대하고 막강한 힘을 가진 단체였어요. 사쿠라이 요시코는 언론인 출신인데 그분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분이 사실상 아베를 만든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나와요. 현재도 자민당이나 보수 정권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고 일본의 보수단체들이 혹은 보수 권력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쿠라이 요시코를 만나서 다시 힘을 얻는다고 해요."

 

- 한마디로 표현해, 그 단체를 우리 국정원이 키웠다는 거잖아요?

"'키웠다'는 표현에 대해서 국기련이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국정원에서 관련된 고급 정보들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주었다는 거예요. 그중 일부는 국정원 혹은 국정원 관련된 시설까지 들어와서 고도로 압축된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받았죠. 그 내용을 다시 일본에 가지고 가서 출연하는 방송이나 책을 통해 전달하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지? 대단한 사람들이다'라고 평가하는 거죠. 그러면서 급이 다른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고 제보자가 주장했죠."

 

- 방송을 보면 눈에 띄는 인물이 있더라고요. 국정원 출신 홍형씨인데 현재 이분이 국기련 객원연구원으로 계시더라고요.

"홍형씨가 북한 관련 고급 정보를 잘 알고 있고 관련된 인사들도 잘 알고 있어서 외부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국기련에서 출연을 제의한 것 같아요. 방송에 자주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객원 연구원이 된 게 아닐까요."

 

- 홍형씨 말고도 우리나라 사람이 현재 국기련에 소속돼 있나요.

"그 부분까지 제보자가 밝히지는 못했어요. 근데 국정원에서 퇴직한 선배들이라고 표현하시는 거로 봐서는 어딘가에 또 국정원 출신 인사들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죠. 사실 국정원에서 일했던 분들은 본인이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밝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 논란이 됐던 2015년 한·'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발표 당시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요.

"위안부 합의를 재조사한 TF 보고서에 보면 잘 나와 있어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준비를 시작했고, 이병기 국정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기면서 그 일을 계속해서 이어왔다는 게 나와 있고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국정원 안에 있는 실무자들이 어디서 만나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회의할 지에 개입하지 않았겠는가 추측해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국정원의 실무자들과 이병기 전 원장 등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입니다. 지금 국정원에서 실무 담당했던 분들은 본인들은 당당하게 회의를 잘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출발선이 틀렸다는 거죠. 그리고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작년부터 위안부 관련 방송을 만들어 왔는데요. 어쨌든 위안부 역사에 있어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방송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아쉬움도 남긴 해요.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현재 정부예요. 후원 문제까지 따지면 경기도, 외교부, 여가부, 국회, 청와대 등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책임자들이 너무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사교육 잡은 이명박칭찬은 팥소 없는 찐빵

교육평론가이자 <문재인 이후의 교육> 저자 이범 선생은 이명박이 잘했다제목의 글을 경향신문(85일자 25)에 기고했다. 아파트값과 사교육비가 이명박 정부에서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2년 대선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참조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 앞 도로에서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 학원버스로 향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그런데 정말 이명박 정부가 잘했을까? 아파트값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대입과 고입 정책을 잘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이범 선생의 주장을 요약해보자. 그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2009년 이후 하락 반전해 3년 연속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선발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전형요소의 복합성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교육 참여학생 평균이 핵심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결과에는 초··고 전체 사교육비와 학교급별 사교육비가 구별된다. 또한 총 사교육비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구별되고 사교육 참여율이 보고되기 때문에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구분할 수 있다.

총 사교육비는 2009년에 정점을 찍고, 2015년까지 매년 하락하다가 2016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총 사교육비의 추세는 실제 사교육 부담을 보여주지 못한다. 학생수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 사교육비가 같더라도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사교육비는 2배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육비 부담 수준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총 사교육비가 아니라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의 변화를 봐야 한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총 사교육비를 학생수로 나눈 값이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월평균 242000원까지 올랐다가 241000(2010), 24만원(2011), 236000(2012)으로 3년 연속 하락한다. 그리고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서 2019년까지 매년 계속 상승했다.

 

따라서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만 보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3년 연속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이범 선생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 사교육비가 사교육비의 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하듯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로 사교육비의 실제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사교육비의 부담은 2배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사교육비 부담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아니라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봐야 한다. 그리고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알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이후 2016년까지 매년 하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전체 학생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고등학생 사교육비 오히려 늘어

그러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정부 내내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3000(2009)에서 327000(2010), 335000(2011), 34만원(2012)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대입·고입 정책에 덕분에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점은 고등학생 사교육비의 변화를 보면 더 극명하게 확인된다.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03000(2009), 412000(2010), 422000(2011), 442000(2012) 등 이명박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범 선생은 나는 참여학생은 고려하지 않고,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추세에 근거했기 때문에 주장에 문제가 없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범 선생이 주장하듯 이명박 정부가 대입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복잡성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런 정책 덕택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비용부담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정책 덕분에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주장이 입증되려면, 단순히 사교육비를 전체 학생수로 나눈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자료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를 고려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적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뭔가 잘해서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칭찬도 데이터에 근거해야

문제는 이런 주장을 진보적인 교육평론가로 잘 알려진 이범 선생이 했다는 점에 있다. 그런 만큼 이 주장은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정부의 좋은 정책을 칭찬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견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그것 봐라. 그래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훨씬 잘했잖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진영 논리를 넘어서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거나, 보수적인 인사가 진보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지식인이나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칭찬 또는 비판은 객관적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데이터를 편향적으로 사용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정보에 근거한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생산적인 논의와 올바른 정책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주간경향

 

좋아요가 온건파를 극단주의자로 만들어?사실로 밝혀졌다

좋아요·공유 등 보상 장치가 분노 자극

온건한 입장 가진 사람이 더 많이 영향

소셜미디어 대화 어조가 갈수록 극단화

소셜미디어를 볼 때 이전보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일대 제공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

, 이전보다 자신이 과격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도덕적 분노감을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좋아요등의 아이콘이나 공유같은 인센티브 장치가 이용자들의 감정 표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입장이 극단적인 사람보다 온건한 사람이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브래디 박사후연구원(심리학) 등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도덕적 분노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우선 사회의 공동선에 힘을 불어넣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을 압박하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유발하며, 사회 변화를 자극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어두운 측면도 있다. 다수의 위력으로 소수집단을 괴롭히고,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통로 역할을 한다. 정치적 양극화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이런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책임을 부인한다. 업체들은 소셜미디어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교류와 대화, 토론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연구진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도덕적 분노에 대한 정의부터 내렸다. 연구진은 그동안의 연구와 이론을 토대로 도덕적 분노의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째는 분노와 혐오감,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을 것. 둘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반한다고 느낄 것, 셋째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처벌 또는 비난하고 싶어할 것이다.

 

연구진은 이어 트위터 게시물에서 도덕적 분노를 추적할 수 있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구축했다. 그런 다음 이 소프트웨어로 7331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보낸 1270만개의 트윗을 분석했다.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등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됐던 2017~2019년의 사건들에 대한 트위터 반응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덕적 분노의 증폭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소셜미디어 사업 모델의 귀결이다. 픽사베이

 

사용자 참여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의 귀결

연구진은 분석 결과 트위터의 인센티브 장치가 사람들이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걸 발견했다. 트윗에서 분노를 표출했을 때 좋아요리트윗을 더 많이 받은 이용자는 이후 트윗 게시물에서도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분노감을 표출하는 정도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온건한 집단에 속한 사람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온건한 트윗 이용자와 그의 팔로워들이 상대적으로 소셜미디어의 보상 시스템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극단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트윗의 피드백에 덜 관심을 보였다.

 

브래디 연구원은 분석 결과는 온건한 사람이 극단적 입장을 따르든, 아니면 아예 플랫폼을 떠나든 상관 없이 소셜미디어에서의 평균적인 대화 어조가 점점 극단화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몰리 크로켓 교수(심리학)연구 결과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들이 피드백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건 집단이 정치적 급진 세력이 될 수도 있는 메카니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보상이 분노를 격화시키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관계가 바로 그 메카니즘이다.

 

크로켓 교수는 도덕적 분노의 증폭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소셜미디어 사업 모델의 귀결이라며 사회, 정치 변화에서 도덕적 분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기업들은 그들의 플랫폼 설계를 통해 집단행동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