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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8.9~8.15 이재용 앞에선 달라진 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공정’

by 이성근 2021. 8. 9.

올림픽 '거액 청구서' 받은 .."도쿄시민 1인당 108만원

'국정농단' 이재용, 감옥에서 나온다...횡령 뇌물 등 혐의 수감 207일만

첫돌 선물로 금반지 대신 주식자산키우기 조기교육의 명암

전국대학원생노조 뉴스타파 보도 비리 학회 엄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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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이재용 가석방, 불법은 아니다문제는 언론

이재용 앞에선 달라진 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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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부유층이 세계 부 절반 보유한국인 백만장자’ 8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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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 ‘OECD 최악한국, 개선 노력도 바닥

 

올림픽 '거액 청구서' 받은 .."도쿄시민 1인당 108만원

도쿄올림픽 총 예산 41조에 달할 듯

입장료, 관광 등 부가 수익은 '제로'

스가 정부 지지율 28%로 역대 최저

올림픽이 끝나고 '거액의 계산서'가 도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이번 도쿄올림픽의 총비용이 약 4조엔(4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티켓 수익은 물론 관광 수입 등 올림픽으로 인한 부가 경제 효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을 전망이다.

8일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성화가 꺼지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추산한 올림픽 개최 경비는 16440억엔(17조원)이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2013년 대회 유치 당시 산정한 7300억엔(760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금액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나눠 부담하게 돼 있다.

 

하지만 주간포스트와 아에라 등 일본 주간지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 직접 경비와는 별도로 도쿄도와 정부가 지불한 '올림픽 관련 경비'가 있다. 도쿄도는 더위 대책 및 기존 시설 리노베이션 비용 등으로 약 7349억엔(76000억원)을 추가로 잡아놓았다. 일본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올림픽 유치 직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관련 비용으로 이미 1600억엔(11조원)을 썼다.

 

"도쿄 도민 1인당 108만원 쓴 셈"

이 비용을 다 합하면 도쿄올림픽 총 경비는 34389억엔(35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무관중' 정책으로 사라진 900억엔(9300억원)의 티켓 수익, 부가 손실을 더하면 도쿄올림픽의 총 적자가 4조엔(41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주간포스트는 전망했다.

7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시부야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중 도쿄도가 부담하는 금액은 14519억엔으로, 1인당 세금으로 계산하면 도쿄 도민 한 사람당 103929(108만원)을 올림픽에 지불한 셈이 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역시 지난 1"도쿄올림픽의 총비용이 최대 280억 달러(32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 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두 배 수준이자, 겨울·여름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고비용 올림픽' 계속 해야 하나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부은 도쿄올림픽이 '빚더미'로 막을 내리면서 현재의 올림픽 개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8일 일본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 수십 년간 너무 올랐다"고 전했다.

8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2024하계올림픽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의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올림픽으로 인해 나오는 가장 큰 수익인 중계권료는 100%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돌아간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IOC는 이번 도쿄올림픽 중계권 판매로만 265625만 달러(3400억원)를 벌어들였다.

 

반면 개최국 수입은 티켓 요금 외에 호텔·식사·상품 구입비 등 올림픽으로 인해 관광객이 늘면서 얻어지는 부가 수익이 대부분이다. 당초 일본은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렸을 경우 경제 효과에 대해 올림픽 후 10년간 일본을 찾는 관광객까지 계산해 총 32조엔(332조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이 앞으로 일본에 관광객을 불러모을 동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확산하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예전 같지 않다. 호주 브리즈번이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으나, 어떤 국가가 유치를 희망했다가 탈락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2030년 겨울올림픽은 아직 개최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WP"이는 이제 많은 도시와 국가들이 3주간 화려하게 열렸다 사라져 버리는 행사를 개최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올림픽이 전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논평했다.

 

"올림픽은 좋았지만 스가는 싫다"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고 나면 국민들의 지지가 올라가 향후 국정 운영에 힘이 될 것이란 일본 정부의 계산도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후미히토 왕세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부터). [AP=연합뉴스]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후미히토 왕세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부터). [AP=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이 올림픽 막바지인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지지율은 28%가 나와 작년 9월 내각 출범 후 처음 30% 아래로 추락했다. 한 달 전 아사히 조사(31%)보다 3%P 하락했다.

 

반면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좋았다"는 응답이 56%"좋지 않았다"(32%)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 선수단이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개최 전 반대 여론은 많이 돌아섰지만, 이런 변화가 스가 내각 지지율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스가 총리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다"는 답이 66%에 달했다. 오는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가 재선돼 총리를 계속하길 원하냐는 질문에는 60%"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세계평화지수 1위 아이슬란드한국 12계단 하락 57

2021 세계평화지수(GPI) 주요 국가별 순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아이슬란드가 꼽혔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본부를 둔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최근 발표한 ‘2021 세계평화지수(GPI)’ 순위에서 아이슬란드가 1위에 올랐다. 한국은 2020년보다 12계단 하락한 57위에 그쳤다.

 

세계평화지수는 진행 중인 국내외 분쟁’ ‘사회 안전과 안보’ ‘군사화의 세 부문에 걸친 23가지 질적·양적 지표를 이용해 각 나라·지역의 평화 상태를 평가한다. 평점이 1점에 가까울수록 평화로운 상태다. 2021 세계평화지수를 보면 163개 나라·지역 가운데 87곳이 전년보다 평화로워진 반면 73곳의 평화 상태는 나빠졌다. 코로나19로 물리적 충돌이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이동 통제 장기화 등으로 5천 건 이상의 코로나 관련 폭력 행사가 발생했다. 2020년 발생한 폭력 사태에 따른 경제적 타격(구매력 기준)149600억달러로,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11.6%에 이른다.

 

나라별 순위에서 아이슬란드는 2008년부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뉴질랜드, 덴마크, 포르투갈이 2~4위였고 슬로베니아가 5계단 껑충 뛰어 5위권에 들었다. 한국은 무기 수입과 군사비 지출을 포함한 군사화 부문에서 미국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들면서 전체 순위가 12계단이나 떨어졌다. 반면 사회의 안전과 안보 부문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초강대국 미국은 2계단 떨어진 122위에 머물렀고, 중국은 6계단 떨어져 100위로 밀렸다. 비교적 고른 평가를 받은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12위를 지켰다. 평가가 크게 나아진 5개 나라로 우크라이나(142), 이라크(159), 폴란드(24), 베트남(50), 북마케도니아(40)가 꼽혔다. 크게 나빠진 나라는 부르키나파소(134), 벨라루스(117), 온두라스(124), 잠비아(71), 아제르바이잔(121)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4년 연속 가장 평화롭지 않은 나라로 평가됐다. 예멘, 시리아, 남수단, 이라크가 그 뒤를 이었다.

박중언 부편집장 parkje@hani.co.kr

 

'국정농단' 이재용, 감옥에서 나온다...횡령 뇌물 등 혐의 수감 207일만

시민사회 "뉘우침 없고 재범 가능성 높은 재벌 총수 가석방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감옥에서 풀려난다.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며 회삿돈 86억여 원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207일만이다.

 

이와 관련, 이번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이뤄진 법무부의 심사 기준 완화를 둘러싼 특혜 논란과 '국정 농단'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가석방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위) 비공개 회의를 열어 광복절 가석방 심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을 포함 수형자 810명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승인했다. 이들에 대한 가석방은 광복절 연휴를 앞둔 오는 13일 시행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광복절 가석방 브리핑에서 "저는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가석방을 확대하겠다고 국민 여러분께 약속했다""이번 가석방도 우리 경제 상황 극복에 도움을 주고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수형시설의 상황을 고려해 허가 인원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가석방위는 범죄 동기, 재범 위험성, 교정 성적 등을 고려해 수형자의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기구다. 심사위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표결로 적격 여부를 정한다.

 

이번 가석방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법무부 내부 위원으로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외부 위원은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등 5명이었다.

 

가석방 뒤 이 부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할 수는 없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자는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취업할 수 없다. 이 부회장도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대상 통보를 받았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이 풀리려면, 법무부 특정경제사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거주지, 해외 출국 제한도 적용된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하는 사면과 달리 구금만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역율 60%, 두 개 재판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 결정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서는 '심사 자체가 특혜'라는 논란이 있었다. 법무부가 광복절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심사 기준을 낮춘 데 따른 것이었다. 형법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가석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실무상 주로 형기 80% 이상을 복역한 수형자에 대해 가석방을 허가해왔다.

 

지난 5월 법무부는 복역율 60~70%인 수형자도 가석방자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복역율은 지난 7월 말 60%를 넘겼다. 지난 1월 파기환송심 이후 수감기간에 20178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353일을 더해서였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다른 범죄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시민사회 "뉘우침 없고 재범 가능성 높은 재벌 총수 가석방 안 돼"

시민사회에서는 이날 '이 부회장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재범 가능성이 커 가석방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056개 시민사회단체는 가석방 심사가 시작되기 직전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은 법무부의 취업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등기 임원직을 유지하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가석방 제도의 취지와 조건에 맞지 않는 인물을 국민 공감 운운하며 가석방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프로포폴 투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범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가석방되면 경제권력을 이용한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만약 문재인 정부가 가석방위를 앞세워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하는 꼼수를 저지른다면 국민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시안/최용락 기자

 

 

첫돌 선물로 금반지 대신 주식자산키우기 조기교육의 명암

돈 배우는 아이들

 

자녀명의 주식계좌 트고 유치원에선 시장놀이투자 교육 활발

자본주의 시장경제 일찍부터 가르치는 신세대 교사와 부모들

노동소득 저가치 시대, 자산 불균형 속 개별화된 고군분투

금융감독원이 만든 어린이 보드게임 모을까? 불릴까? 금융탐험대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6, 제주 서귀포시 한 어린이집 교실에 작은 시장이 열렸다. 어린이들은 직접 현금으로 물건을 사 장바구니에 담으며 시장경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수업을 했다. 3~7살 나이의 원아들은 평소 바른 생활을 할 때 동전으로 칭찬을 받는데, 이 돈을 모아 두달에 한번씩 시장에서 원하는 걸 살 수 있다. 7살 아이들은 채소가게, 간식가게, 잡화점, 문구점 등 상점의 주인 역할을 맡아 매대에 상품을 올려놓고 직접 파는 경험을 했다. 고영란 원장은 유아들이 이라는 매개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라며 살아보니 어릴 적부터 경제관념을 형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 수업에 접목시켰다. 수 개념을 이해하고 경제교육을 병행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이곳은 시장경제 체제를 교실 안에 들여왔다. 부산 송수초교 옥효진 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은 영상에서 이 교실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제각각 직업을 가지며 가상화폐 미소로 월급을 받는다. 은행원, 급식 도우미, 공무원, 청소부, 투자회사 직원부터 국세청장, 신용등급 위원, 국무총리까지 직업은 현실적이고 다양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돈을 벌고, 예금에 가입하고, 세금을 내고, 주식도 하고, 사업도 하고, 부동산도 구매한다. 선생님 몸무게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와 연동된 투자상품도 사고판다. 옥 교사는 직접 임금체불 상황을 설정해보기도 한다. 채널은 지난해 2월 시작해 어느새 구독자 10만명을 확보했다.

제주 한 어린이집에서 지난달 시장놀이를 하는 모습. 어린이집 제공

 

어른이 되었는데 전혀 모르더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중고교 등 요즘 교육 현장에는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해하도록 과 관련한 교육을 현실적으로 하는 교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왜 이런 교육 방식을 시도할까. 옥효진 교사는 <한겨레>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경제·금융 지식이 없어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른이 되었고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그는 “12년의 공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식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방식을 교육 현장에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이런 시장경제 교육에 대체로 찬성하는 편이다. 학기 초 학부모 총회나 가정통신문, 안내문 등을 통해 학급에서 이런 활동이 이루어짐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면, 응원도 보내온다. 옥 교사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이는 원하는 것들을 해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경제·금융 지식의 부재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송수초교 옥효진 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좋은 학습모델인 것 같습니다”, “경제관념은 웬만해서는 학교에서 못 배우는데 정말 유익할 거 같네요”, “나도 초딩 때 저런 교육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같은 내용이 이어졌다.

시장경제 교육모델이 호응을 얻는 이유는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정작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돈에 관한 교육이 부재했다고 느끼는 성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초중고교 시절 경제·금융 교육의 부재로 성인이 된 뒤 실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교육 실태조사 보고서’(2019)를 보면, 19살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92.4%)은 금융교육을 수강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평소 금융지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은 주택·생활·사업 자금 등 대출 필요시’(24.3%)가 가장 많았고 이어 주식투자, 펀드나 보험 가입 등 자산 관리 시’(19.4%), ‘은퇴 후 재무설계 필요시’(14.9%) 등의 차례였다.

 

딸 돌잔치 선물로 사준 환경·엔터주

고 원장과 옥 교사의 교육관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낮은 노동소득과 집값 폭등의 시대를 살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만큼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패배하지 않도록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자녀를 키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모가 어린 자녀 명의의 주식 계좌를 만들고 몇몇 종목을 선택해 불리도록 가르치는 가정은 이제 드물지 않다. 국영수 학원을 보내는 대신 학원비를 모아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창업자금을 대주겠다고 결심하는 부모도 눈에 띈다. 특히 금융인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을 비롯해 사교육 대신 주식을 사주라고 강조하는 유명 투자자들이 늘면서 그 영향이 평범한 부모들의 자녀교육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가족생활을 영상으로 올리고 있는 유튜버 보미아빠’(하동현·40)는 지난 3월 첫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주식 계좌를 터줬다. 돌잔치 겸 모인 친지들과 한 식사 자리에서 할아버지, 고모, 이모들이 준 돈 300만원이 생겼는데, 그냥 써버리기엔 아까웠다. 하씨는 딸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등을 들고 직접 증권사 영업점에 방문해 딸 명의의 계좌를 만들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주식 세 종목을 골라 100만원어치씩 샀다. 한 종목은 삼성전자, 나머지 두 종목은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더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환경주와 엔터주를 골랐다. 하씨는 현금을 그냥 두면 써버릴 게 뻔하고 은행에 넣어두면 금리가 낮아 의미가 없을 것 같다수익이 발생하면 팔고 새 주식을 사면서 딸의 자산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신세대부모들은 자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수적 능력을 심어주려 가정에서부터 각개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능프로그램 <온앤오프>(티브이엔·tvN)에 출연한 가수 김윤아(47)씨는 14살 자녀에게 스스로 용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가정에 구축했다. 설거지 3000, 강아지 산책 2000원 등 가사노동이나 반려견 돌봄을 할 때 일종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녀는 하루 최대 12500원까지 용돈을 벌 수 있다. 부모는 자녀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새로운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자며 임금협상도 벌인다. 김씨는 방송에서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피력했다.

 

이 방식은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 사이에 이슈가 됐다. 고교생 자녀를 키우는 50대 직장인 권아무개씨는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우리 아이도 의욕만 있다면 그렇게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제 10대 후반인 아이가 10~20년 뒤 결혼을 할 텐데 그때 내가 집값을 보태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부모로서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된다. 내가 결혼할 때와 달리 우리 자녀 때는 저축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 부모인 내가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니까 경제관념이라도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티브이엔)에 출연한 가수 김윤아씨 가족이 임금협상을 하는 모습.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부모들의 이런 불안 심리를 반영하듯 서점가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교육 동화’, ‘처음 만나는 금융 동화같은 문구를 내건 어린이용 경제·금융서들이 즐비하다. 올해에만 <아홉살 돈 습관 사전 세트: 생활편+학습편초등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54가지 돈 이야기>(다산에듀), <어린이 첫 투자 수업>(주니어김영사), <장난감 말고 주식 사 주세요!: 어린이를 위한 착하고 바른 투자>(우리학교) 등이 나왔다. 책뿐 아니라 놀이를 통해 경제와 금융을 배우도록 하는 보드게임 등 자료와 교구들도 다양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고 성인이 되어 월급을 받은 뒤 무지한 상태로 위험하게 투자하는 것보다 청소년기에 투자의 양면성을 알게 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엔 주식이 도박인 것처럼 가르쳤지만, 그렇게 주식이 나쁘다는 관념만 심어준다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건전한 주식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교사·부모가 개인적인 커리큘럼으로 가르칠 게 아니라 공교육에서 검증된 과정으로 제대로 금융교육을 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유럽 국가들은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시장경제를 알려주고 교실에서 모의 단체교섭도 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지만, 우리에게 지금껏 그런 교육이 없다 보니 성인이 됐을 때 알바를 해도 임금을 떼이고 주휴수당이 뭔지도 모르게 아이들을 길렀다이제는 합리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선택지 없는 세상, 개별 생존전략만

상당수 부모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경제 흐름 속에서 자녀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고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2, 6살 자녀를 기르는 30대 직장인 김가영(가명)씨는 첫아이가 갓난아기였던 5년 전만 해도 엄마들 사이에 아기 이름의 은행 계좌 만들기가 유행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땐 아들 계좌에 사랑해’ 1만원, ‘너의 세뱃돈이야’ 10만원, 이런 식으로 엄마가 저축해주는 붐이 있었다. 애가 세살 때까지 해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자도 붙지 않고 이걸 왜 했나 싶다. 현명한 엄마들은 그때 주식을 사줬을 것이라며 뒤처지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아이들의 주식 계좌를 안 만들면 나중에 아이에게 미안해질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자산을 불려주려니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고 투자한 종목이 오르내리면 스트레스가 쌓여 쉽지가 않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만든 어린이 보드게임 모을까? 불릴까? 금융탐험대놀이.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개인의 자산 증식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답인 듯 이야기하고, 의사결정만 잘하면 개인의 노력에 따라 누구나 부의 증식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없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소장은 자산시장의 극심한 불균형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각자 생존전략을 펴는 것인데, 자산 폭등 시대에 지금 아동·청소년기 자녀를 기르는 부모 세대가 희망을 찾지 못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개인이 자산 증식을 통해 알아서 각자 살아남으라는 생존경쟁 명령이 젊은 부모 세대에게 강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 소장은 아동·청소년기에 시장경제의 순기능만 배울 경우 성인이 됐을 때 빈곤이나 불평등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자산을 쌓지 못한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보게 될 위험성이 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인식하도록 하고,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의 역할도 함께 이야기하며 균형 있는 관점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전국대학원생노조 뉴스타파 보도 비리 학회 엄단해야

-대학원생노조, 뉴스타파가 보도한 관광경영학회 비리 의혹 관련 성명 발표

-관광경영학회 회장 등 사의 표명...경기대는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 착수

가짜 논문 양산하고 대학원생 착취하는 비리 학회 엄단하라.”

뉴스타파가 지난 6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 <논문공장의 영업비밀> 기사와 관련해 전국대학원생노조가 "비리 학회 엄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대학원생노조는 학과 조교, 연구원, 학회 간사 등 대학이나 학회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2018년 출범한 단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이하 노조)5일 성명서를 내고 경기대 관광학부 소속 및 출신 교수 주축의 관광경영학회가 발간하는 <관광경영연구> 지에서 일부 학회 임원이 심사위원 명의를 도용하고 본인이 쓴 논문 심사위원을 스스로 지정하는 등의 논문 부정 심사를 자행했다뿐만 아니라 다른 학술지에 이미 제출된 논문을 허위로 게재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에 필요한 논문 게재율의 조작을 일삼았고, 논문 심사 시 특정 학술지 인용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학회의) 부정행위는 학술지 운영에 그치지 않았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다수에서 표절과 데이터 조작 정황이 드러나고 중복 게재된 논문도 발견되는 등 적지 않은 연구윤리위반행위가 적발됐다앞서 언급한 여러 학회 및 학술지 운영 비리와 연구 부정행위들은 충분한 근거가 제시된 만큼, 학계와 한국연구재단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당 학술지 등재 취소와 게재 논문 철회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623일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관광경영학회가 다른 학회에 이미 게재된 논문을 무더기로 빌려와 자신들 학회 논문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논문 게재율을 조작,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 과정을 속였다고 보도했다.

 

연구 윤리 위반한 논문으로 임용된 교수들...임용 취소 등 징계 뒤따라야

노조는 학회 비리 의혹에 연루된 교수들의 임용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연구윤리를 위반해 쌓은 연구실적을 토대로 교수직에 임용되는 등 이익을 취한 연구자들에 대해 경기대를 비롯한 대학 차원의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조사를 통해 임용 취소와 같은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뉴스타파 보도 직후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경기대 교수와 경기대 측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노조는 보도 이후 한국연구재단이 뒤늦게 조사에 나섰으나,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당사자와 대학은 반성은커녕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학회) 부정행위를 저지른 경기대 교수는 학회 업무를 담당했던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하고 제보자를 색출하려 했으며, 경기대는 교수 간 갈등에서 비롯한 학과 내분이라며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사태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9일 관광경영학회에서 논문 심사자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경기대 최 모 교수측이 학회에서 일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언론에 제보한 적 없다는 각서를 받는 등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노조 적지 않은 대학원생들 열정페이로 학회 간사 업무 떠맡아

특히 노조는 학회 비리로 대학원생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교육 당국에 학생 보호 조치를 거듭 당부했다. 노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대학원생이 열정페이로 학회 간사 업무를 떠맡고 있다. 그중 이번 사건 제보자처럼 학회 임원 교수들이 저지르는 부정 비리를 목격하고도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조차 대학원생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들에게 조용히 덮고 넘어가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회 운영 비리를 예방하고 연구 윤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서도 학생 보호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학회에서 실무 간사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은 거의 돈을 받지 않거나 한 달 수십만 원의 비용을 받고 일하고 있다. 관광경영학회에서 일한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한 달 2~30만 원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4가지 사안을 교육부와 연구재단, 경기대 등 조사 당국에 요구했다. 비리 당사자인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 및 학회 관련자들의 조사 방해와 대학원생 협박 등의 행위 중단 연구 윤리 위반 행위 당사자 엄벌과 비리 학회 제재 학술지 질적 제고, 학술지 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 마련 학회 비리 당사자로부터 제보자와 대학원생 분리, 보호 조치 등이다.

 

경기대 연구윤리위 예비조사 착수...보도 내용 철저히 조사하겠다

한편 뉴스타파 보도 이후 관광경영학회의 학회장과 집행부 등이 학회 회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관광경영학회 전임 회장이자 경기대 관광문화대학장이었던 이 모 교수는 보도 이후 학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관광경영학회는 비리 의혹에 대한 학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경기대는 뉴스타파 보도 한 달 만인 8월 초 연구윤리위원회를 가동,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대 관계자는 현재 학교 측은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문제들에 대해 가감 없이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조사 결과 문제점이 확인되면 교원 징계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는 <논문공장의 영업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학술단체 관광경영학회의 비리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관광경영학회가 논문 심사위원의 명의를 도용하고, 다른 학회 논문을 무더기로 얻어와 자신들 학회의 탈락용논문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하는 2018년 학술지 평가 서류를 조작, ‘KCI 등재 학술지자격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논문공장의 영업비밀어느 학술단체의 '가짜 심사''도둑 논문' https://newstapa.org/article/2rnrQ >

이어 관광경영학회와 한국관광산업학회 등 경기대 관광문화대학 소속 교수들이 운영하는 두 개 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검증 보도했다. 이들 학회에 게재된 논문 내용에서 표절, 데이터 조작 등 연구 부정 행위가 의심되는 사례 수십 건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연구재단 평가 서류 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이 두 명이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는 학회에 낸 논문실적으로 지난해 경기대 전임교원으로 임용됐다고도 보도했다. 관련기사 <논문공장의 영업비밀표절, 조작, 부실 논문도 '패스'...KCI등재지의 민낯 https://newstapa.org/article/V81Af >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는 학회 비리 의혹에 연루된 교수가 학회에서 일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입단속을 하고,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논문 심사 조작'교수, 대학원생 입단속에 각서까지...비리 은폐 시도 https://newstapa.org/article/v1KYP >

뉴스타파 /홍여진

문재인 금괴 보유설과 쥴리보도-미디어오늘 1312호 사설

지난 2015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관한 황당한 뉴스가 나왔다.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서 약탈한 보물을 1945년 부산 남구 문현동 지하 동굴에 숨겼는데 문 대표가 금괴를 탈취해 부산 양산 자택 지하에 묻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SNS를 중심으로 퍼지다가 50대 남성이 문 대표 사무실에 난입해 문현동 금괴 사건 도굴범 문재인을 즉각 구속하라고 외치면서 극적인 뉴스가 됐다.

 

도굴한 금괴가 무려 200톤이라는데, 2016년 국가별 금 보유량 기준으로 23위에 해당하는 금괴를 문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명명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언론은 문재인 금괴 보유설을 가십성 뉴스로 반복해 다뤘다.

 

2018년 심리학자 고든 페니쿡이 수행한 연구(가짜뉴스의 심리학_박준석 지음)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가짜뉴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문구를 보여주더라도 그 뉴스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믿는 정도는 높게 나타난다. 거짓에 대한 노출 빈도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거짓을 하나의 진실로 믿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론이 금괴 보유설을 가벼운 가십거리로 다루더라도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은 이를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음모론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진영 간 대결이 극대화되는 선거 시기, 언론 보도는 정파적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익적 보도에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1230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사무실에 정모(55)씨가 흉기를 들고 난입했다. 직원인 최모(52)씨를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사진=노컷뉴스

 

최근 3개월 동안 쥴리라는 단어를 쓴 11개 중앙일간지 보도 건수(빅카인즈 검색)451건에 달했다. 여기에 지역일간지와 경제지, 방송 매체까지 포함하면 976건으로 늘어난다. 특정 대선 후보자 배우자에 관한 내용이 이렇게까지 보도된 것은 과거와 비교해도 비정상적이다. 대선 후보자 가족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검증 대상은 공적인 것이어야 한다.

 

스스로를 언론사로 규정한 한 유튜브 채널은 과거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가 모 방송인을 남편이라고 소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방송인 실명도 공개됐다. 이 방송 사회자는 이를 쥴리의 오랜 꿈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며 탐사 취재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취재 내용은 윤 후보 배우자와 함께 꽃꽂이 교실을 다녔던 사람의 제보라며 윤 후보와 결혼하기 6개월 전 윤 후보 배우자가 해당 방송인을 남편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윤 후보 배우자가 모해위증 교사로 소송 중이었고, 뇌물 공여 혐의로 고발당한 피의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남편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윤 후보자와 은밀하게만난 것은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이었다는 추정으로 나아간다. ‘독직(공무원이 지위나 직권을 남용해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주장이다.

 

윤석열 후보를 이용했다는 미확인 가설을 전제로 과거 남편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윤 후보를 만났다는 불확실한 내용을 연결고리로 끼워 맞추는 격이다. 추정에 추정을 더한, 위험한 주장이다. 유튜브 채널 사회자가 조회수를 당기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유력한 대선 후보 부인의 사생활을 가십성으로 제공하기 위한 취재 내용도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한 이유도 본인들도 사생활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취재를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서다.

 

윤 후보 배우자의 또 다른 과거를 캐기 위해 이 유튜브 채널 취재진이 전직 검사의 노모를 찾아간 일도 이해하기 힘들다. 주장의 신빙성을 확보하려면 당사자인 전직 검사를 인터뷰해야 한다. ‘노모를 찾아간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댓글은 이 보도의 치명적 약점을 간파한 것이다. 취재윤리 위반을 포함해 취재 방식도 무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탐사 보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황색 저널리즘요소와 결별해야 한다. 검사 지위를 활용한 윤 후보의 직권남용 의혹을 밝히기 위한 탐사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부끄러운줄알자 2021-08-06 00:44: 미디어오늘에게~ 남 디스할 시간에 니들이 탐사보도 해라 뻘소리를 버젓이 하니 기레기 소리 듣는 것이다 답글쓰기14 0

김정돈 -열공TV의 반박입니다. 해명 부탁드립니다. 약소한 금액이지만서도 후원금 리뷰해야겠습니다 답글쓰기5 1

기자가 지금 모른척하고 있는 것-위법의혹 사항들이다 사생활은 위법의혹을 파헤치다보니 나온 어쩔수없는 내용~ 기자는 왜 정대택씨의 18년소송건에 대한 얘기는 왜 안하나 미디어오늘답지 않다 그 소송들에서 김건희와 검사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의혹부터 전해야 하지 않나 사생활부각시켜 정작 검증에 필요한 사항을 덮지 말기를/ 답글쓰기20 0

123 -금괴얘기하고 윤석열에 대한 검증을 동일선상에 갖다붙이는건 억지다 답글쓰기49 3

박윤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삼성측 7억 전세권설정, 현직검사로서 피의자와 급작스럽게 결혼한 사실과 조남권회장에게 꾸준히 접대를 받아온 것으로 보이는 달력의 메모 도이츠모터스 주가 조작 이게 다 저 매체와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이죠 지금 황당한 금괴와 같은 선에서 언급되게 선동해도 되나요? 모 아나운서는 피의자와 급작스럽게 결혼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필요했던 정황이었는데요 현직검사가 피의자와 동거를 하고 있었는데 99만원 접대라고 면죄부 주는 곳은 별일이 다 일어나도 언론이 보호하나봐요 미쳤나요? 미디어오늘/답글쓰기57 3

CBS -기자께서는 해당 유튜브 영상을 다 보시고 기사를 쓰셨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무 근거없는 금괴설과 취재에 기반한 기사(취재 아이템의 적합성?은 논외)와 단순 비교하신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이고, 기사 건수 부분도 전 법 무 부 장관 건과 견주어 터무니 없는 주장입니다.

기사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네요.52 2

조중형 -전혀 기자의 주장에 1도 동의가 안된다...줄리의 본질은 그들의 재산형성 과정과 그 안에 결탁된 세력, 검찰, 재계등의 관계를 보아야 하는것 줄리에만 꽂힌 기자는 이미 기자로서의 자격은 없는것 같다... 답글쓰기31 0

 

이재용 같은 가석방 1%도 안 돼이래도 특혜가 아닐까?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법무부 결정을 두고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 가석방 허가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재판받는 수감자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전체의 1%가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가석방 결정이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해명에도 특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무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275명으로 전체 가석방 인원(7553)0.4%에 불과했다. 형기의 60%를 채우지 못한 이들은 54명으로 0.08%였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 형기의 60%를 채웠다. 지난해로 범위를 축소해도 70%를 채우지 못하고 가석방된 이들은 전체의 0.6%뿐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처럼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도 극히 드물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불법승계 의혹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수감 중인 사건 외에 다른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던 중 가석방된 인원은 6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석방 인원(7876)0.85%. 이 부회장처럼 형기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사건으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이들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가석방이 이 부회장 맞춤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석방 자문 경험이 많은 김정범 변호사는 이번 8·15 가석방 때 형기 79%를 산 초범도 가석방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통상 수감된 사건 외에 추가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건이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이 예상되는 경우에나 가석방이 가능한 편인데, 이 부회장처럼 불법승계의혹 등 남은 재판에서 중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장관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이어갔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석방은) 이재용씨만을 위한 가석방이 아니다라며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교정 시설의 수용률은 110%로 세계적으로 이렇게 수용률이 높은 나라가 거의 없다단계적으로 100%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재용씨 복역률이 60%인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니, 적어도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에 대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석방 심사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된다. 하지만 곧바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한 바 있다. 경영 복귀를 위해선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을 해야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취업승인 제한 해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취업승인을 요청하고, 법무부가 이를 허용하면 사실상 법무부가 이 부회장 범죄 혐의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자산 증식 '욕망'이 된 아파트... 맨해튼에 답 있다

맨해튼과 싱가폴의 토지임대정책,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

배터리파크시티가 포함된 맨해튼 전경. 록펠러 재단의 자손인 넬슨 록펠러시장이 70년대부터 공유수면을 매립한 배터리파크시티라는 12만평의 비즈니스타운을, 토지임대를 통해서 14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심을 조성하였다.BPCA(Battery Park City Authority)

 

뉴욕 하고도 맨해튼,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은 인근 해변가 매립지 약 12만 평은 도시 설계의 디자인 면에서도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이 지구는 록펠러 재단의 자손인 넬슨 록펠러 시장이 있던 1970년대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공유수면을 매립한 배터리파크시티공사는 토지임대를 통해 장기에 걸쳐 건설비용을 갚았다. 국채금리가 5~7%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당시로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이후 14000세대의 주거를 포함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인 도시조성을 이뤄냈다. 토지임대가 매각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식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초기에 2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여 오일쇼크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하여 매년 1~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모든 국채를 상환했음에도 2020년까지 누적 수익이 무려 38억 달러(4조 원)에 이르게 되었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뉴욕시에 23천만 달러의 재정수입을 안겨다 주었다. 입주자의 재산세를 대납해주고 저소득층 임대주택 등 지속적인 재정 기여를 하고 있다.

 

매립 후 일찌감치 시장에 매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땅을 매입하고 이자를 감당할만한 재력가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토지임대를 했기 때문에 적정한 시장지대를 받아서 공익으로 환수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와 같은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싱가폴이다. 싱가폴은 HDB(주택개발국)주택이 토지임대주택으로 활성화 되어 있다. 80% 넘는 국민들이 살고 있는 토지임대주택(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나뉘어져 있는 주택으로, 정부가 토지 소유권을, 주택을 분양 받는 사람이 건물 소유권을 갖는다) 체제에 의해 시장 왜곡이 발생하지 않고 돈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 시장경제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산업이 없음에도 현재 국민소득이 6만 달러로 세계 톱수준이다. 배터리파크시티는 그런 개념 위에 지대시장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킨 것이다. 싱가폴보다 한 수 위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땅값이 갖는 허수적 왜곡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은 수입의 태반을 은행이자 갚는데 쓰고 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구가 늘고 있다.

 

이는 택지를 개발해서 분양가를 낮춰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매각 분양은 결국 이자부담이 가능한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다. 토지는 공공재이자 한정재다. 먼저 개발해서 분양받은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독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자산증식 욕망에 불을 질러 이득을 편취하고 있는, 4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는 한국의 주거·주택 시스템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자 능력 부담자, 즉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젊은 세대는 이런 일방적 구조에 분노하는 것이다.

 

지대시장이 살아있는 한국 전세제도의 지혜

성장하는 시장경제에서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토지를 사용해서 얻는 가치보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땅값의 소유비용인 이자에도 또 다시 이자가 붙으므로 사용지대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유되는 토지는 경제가 성장하는 한 계속 땅값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미래가치를 앞당겨서 현물화하므로 금융파생상품이나 선물시장처럼 투기적 요소가 실물경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토지경제의 속성을 제대로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전세제도부터 살펴보자. 외국학자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전세란 무엇인가? 전세란, 매월 혹은 매년의 임대료를 자본금으로 환산하여 일시불 보증금으로 내어 임대료 납부를 대신하는 시스템이다. 그러고는 만기에 보증금을 되찾아 가는 방식이다.

 

어떤 장점이 있길래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었나? 첫째, 집 지은 후 팔지 않고도 비용의 상당부분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다. 빈 땅 갖고 있는 사람이 집을 지어서 전세를 놓으면 전세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전보다 땅값이 올라간다는 매력이 있다. 둘째, 세를 놓은 자는 월세와 달리 임대료를 매달 받을 수 있을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셋째, 세입자는 목돈을 보전할 수 있다. 이런 민중의 지혜가 모인 것이 한국의 전세제도다.

 

이런 저런 장점이 많지만, 한편으로 세입자들은 늘 불안하게 살고 있다. 물가 때문에 임대비용이 오른다든지, 이자율이 낮아져서 그 자본액이 커지면 전셋값이 폭등해버리기 때문이다. 장기 거주를 보장받지 못하고 소유자의 간섭을 받는 것이다.

 

이사를 하면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크다. 주거불안정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래서 '내 집 마련'이라는 염원이 생긴다. 자산증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로서의 '내집처럼'이란 염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임대주택을 먼저 생각해보자. 저가임대는 복지문제엔 도움을 주지만 부동산 문제의 근본해법은 되지 못한다. 시세가 아닌 저가 임대료는 입주자에게는 좋지만 무임승차의 한계는 그대로다. 입주자격이 되어야 하고 거주에도 조건들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또 공급자나 정부는 채산성이 맞지 않고 재정부담이 커진다. 가령 10년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주택은 토지매각 분양이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토지임대주택은 시장가격이면서 소유가격에 반값 정도이므로 복지와 부동산 문제 해결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건물은 현물로 소유하고 토지는 임대로 살게 되면 시장가격의 반값에 가까운 값에 거주하게 된다.

 

'내집처럼' 평생주택_전세형 토지임대주택이 필요하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권우성

 

토지임대를 시행하자면 시작 때부터 지혜가 동원된다. '토지 따로 건물 따로'가 아니라 '토지임대 건물소유를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다. 동시에 평가하는 전세가 방식을 입주자와 공급운영자가 모두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다. 토지임료와 건물보유분을 별도로 책정하면 시장가격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토지임료를 인위적으로 공급가를 책정하자면 조성원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데, 시장가격은 그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전세가처럼 수요자의 의향이 반영되면 시장가에 가깝게 상향하기가 수월하다.

 

무엇보다 건물은 소유가격이나 임대료자본가격이나 산술적으로 동일하다. 토지와 다르다. 건물은, 건물소유를 전제한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으로 가격을 매기더라도 임대료와 차이가 없다. 여기에 토지임대와 건물매각을 통합한 전세형으로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포인트가 있다. 전세시세에 익숙한 한국적 주거시장의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 전세금을 유지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대의 가치를 반영해 약간의 토지사용료를 추가해서 내면 만기에 전세금을 그대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물론 40년 만기에는 시장가치에 따른 재계약이 진행될 것이고 보이지 않은 사회적 관계망을 존중하여 적절한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동안에는 '내집처럼' 거주하는 평생주택이 되는 것이다.

 

가령 2011년 강남 수서역 인근에 있는 자곡동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너무 싸게 공급되었다. 25.7평형을 22천만 원에 공급받은 이들이 지금 5억 원~6억 원에 전세를 놓고 있다. 이처럼 토지임대로 입주하는 건물소유주는 장기임대주택과는 달리 권리를 가지므로 공공의 자금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07년 시범사업이랍시고 공급했던 군포부곡지구는 용적율을 155%로 낮추면서 토지비용을 확대하여 시세보다 1.4배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청약율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두 사례 모두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토지임대주택 시뮬레이션

제대로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을 보급한다고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자.

 

시작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공급가를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개발과정과 원가를 소상히 밝히고 향후 40년간 매 2년마다 증가율 5%범위 이내에서 주변 지대 시세 대로 조금씩 올려받을 것이라는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면서 3배수가량의 무주택 희망자를 선정한다. 그리고는 입찰가격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입주희망자는 주변시세와 자신의 입주희망의 정도를 판단하여 적정가격을 써서 제출한다. 공급자측은 상위그룹의 상한입찰가를 기준으로 시장가격을 판단하여 전세가를 공표하고 상위희망자부터 순서대로 계약한다. 입주 후 매 2년 추가임료는 시장가격을 반영하여 책정한다.

 

전세형 토지임대방식으로 거주하면 반값에 거주할 수 있다. 이때 산술적으로 남은 수억원을 은행에 적금으로 예치한다고 치자. 그러면 40년 후에는 적지 않은 현금을 갖게 된다. 게다가 만기에 토지임대주택 전세금은 고스란히 일반 전세금처럼 되찾을 수 있다. 물론 매년 인근지역의 지대상승에 따른 토지임료를 조금씩 추가하는 부담이 있긴 하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이 아파트를 소유했을 때 내야 하는 대출 이자를 원리금 계산방식으로 해서 모두 합산하면 40년 후에 얻는 복리총계도 적지 않다. 더불어 그동안 낸 재산세에다가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모두에 유리하면서 땅값 거품을 줄이는 토지임대주택

토지임대주택은 일단 입주한 다음 일정기간만 지나면 전세시장에서의 매매나 상속이 자유롭고, 타인에게 다시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전세시장(토지임대주택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장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법의 환매조건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완전히 떠나겠다는 사람에게는 초기에 계약한 고정가격의 전세가를 환매로 돌려주면 된다. 환매조건부는 임대료 저가격이라 공급가에 프리미엄이 붙을 때의 대책이므로, 시장시세대로 임대료를 징수하는 시장토지임대부는 환매조건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토지전셋값은 민간전세시장처럼 2년마다 적정수준으로 올려 받으면 되는데 전세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의 80~90% 수준으로 하면 입주자도 불만이 없다. 건물을 개인소유로 하면 건물의 질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땅값 프리미엄에 묻혀갔던 저급한 분양주택보다 훨씬 좋아진다. 무엇보다 유지관리가 완전히 달라지고, 건물수명이 길어져서 자원이 절약됨은 말할 것도 없다.

 

수명이 다한 건축물은 다시 지을 권리가 입주자에게 있다. 낡아진다고 해서 권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장기임대기간 내에서 얼마든지 그 권리가 보장된다. 이 부분도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최초계약은 40년이지만 재계약에 참여할 수 있다. 새로 지을 수 있는 권리와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새로 짓는 돈을 자신이 부담하면 건물 수명만큼의 권리가 새로 생긴다. 처음 입주할 때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알기쉽게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의 개념을 개량하여 설명한다면, 장기전세주택이지만 영구적으로 내집처럼 살고, 토지임료 혹은 전세가는2년마다 조금씩 올려서(주변 전세가시세의 80~90%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이 전세형토지임대주택이다. 이때 건물은 입주자의 소유로 하는 혜택이 있다. 지금 일반전세는 팔고 사지 못하지만 토지임대주택은 마음대로 아무 조건 없이 매매하거나 임대를 놓을 수 있다. 주택 존속기간 이후는 토지임료만 남게되서 그 임료 조건에서 입주자가 새로 건축하여 계속 임료나 전세를 내고 자유거주와 자유매매를 계속할 수 있다.

 

내집처럼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이런 토지임대주택이라야 주민들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국가 경제 중추인 수도권에는 토지임대주택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수도권에는 전철노선이 겹겹이 지나갈 직주근접의 개발가능지역도 많다.

 

이제까지의 주택공급은 자산증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지나치게 치중했다. 또 그나마 복지적 필요성에 의해 시행된 공공임대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토지임대주택은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세 방식으로 시장가격대로 토지임대주택을 보급하면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 토지라는 자연물에 소유가격을 매김으로써 생기는 땅값 거품, 즉 미실현 미래가치의 현재화 혹은 지가의 허수적 특성이 현재시점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께 질문을 던진다. 아래 그림은 앞에서 소개한 강남 자곡동 토지 임대부 분양주택인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의 위치다. 이런 곳에 여러분이 개발해서 공급하는 입장에 선다면 그리고 개발금융의 조달에 문제가 없다면 여러분은 일반주택처럼 매각분양을 하겠는가? 아니면 이 글에 쓴 것처럼 전세형 토지임대주택으로 보급하겠는가? 그리고 반대로 여러분이 입주자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수서역 가까운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강남구 자곡동의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

다음 카카오맵

 

이원영(leewysu)수원대교수 토지정책학회 이사 / 오마이뉴스

 

김어준 이재용 가석방, 불법은 아니다문제는 언론

김어준, 이재용 가석방에 언론 책임론제기

법이 가능한 영역 들어가면 다음은 여론 문제

이재용 가석방 찬성 여론, 언론이 만들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정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두고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씨는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 부회장 가석방 찬성) 여론이 70%, 80% 수준으로 넘어가고 나면 정치가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TBS

 

김씨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글로벌 경제 이야기 많이 하는데 이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이재용이어서, 삼성이어서 가석방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이 가석방에 올인한 결과이기도 하다문제는 경제 권력에 제동을 거는, 사회적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석방은 법률상으로는 (형기) 60%를 넘어가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불법은 아니다라며 법이 가능한 영역에 들어가는 순간 그다음부터는 여론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최근 한 달 가까이 우리 언론을 지켜봤다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안 한 언론이 대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거꾸로 언론은 나팔수 역할만 했다이 부회장 가석방에 70%가 찬성한다는 여론은 언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이 부회장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승인했다.

 

박 장관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도 특혜 의혹을 의식해 추가 설명에 나섰다.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은 박 장관 브리핑 이후 지난해에도 추가 사건이 진행 중인 사람 중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은 67명이고, 최근 3년간 형기의 70%를 못 채웠는데도 가석방된 인원은 244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부회장은 향후 재수감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부당합병·회계 부정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조준혁 기자 presscho@mediatoday.co.kr

 

이재용 앞에선 달라진 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공정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지난 9일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박용진·추미애 후보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재명·이낙연·정세균 후보 등 여권 3’는 재벌 총수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모습입니다. 세 사람 모두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하나같이 공정한 경제’ ‘공정한 사회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재벌 총수의 가석방 앞에서 이들의 공정은 슬쩍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들이 그동안 강조해온 공정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들은 왜 불공정에 침묵하는 걸까요?

 

가장 극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인 사람은 이재명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재벌체제의 해체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는 당시 이재명 정부에서는 박근혜와 이재용의 사면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삼성 가문과 싸워 자기 손상을 감수하면서 이겨낼 사람이 누구인지 국민이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이재명식 리코법(조직범죄 재산몰수법)으로 불법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이 후보는 공정7차례나 언급했습니다. 그랬던 이 후보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된 다음 날 가석방도 대상이 되면 굳이 배제하는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달 가석방 심사기준을 형기의 6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한 것이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는 침묵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기업인이라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한 발언과 판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낙연 후보도 지난달 5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공정을 유달리 강조했습니다. 그는 청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공정에 항의한다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 일을 제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자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얼마 뒤엔 재벌개혁 법안인 공정경제 3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 또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엔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께 다시 한 번 빚을 졌다대한민국의 코로나19 위기극복과 선진국 도약에 기여함으로써 국민께 진 빚을 갚기 바란다고만 언급했습니다. 역시 시민사회에서 제기하고 있는 불공정논란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업인 출신으로 강한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정세균 후보는 3’ 가운데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가장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는 가석방이 결정되기 전부터 경제 활성화’ ‘국민 여론을 들어 가석방에 찬성 의견을 밝혔습니다. 정세균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5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이 강력히 존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 후보도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당시에는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기업집단법 제정 독과점 지위를 악용한 과다이익 규제 도입 등을 정책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번 출마선언에서도 그는 국민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모든 불평등의 축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과거 공정재벌개혁을 강조해왔던 여권의 유력 주자들이 유독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꼬리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도층 확장대통령 눈치보기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여론이 높기 때문에 중도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원론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운영 지지도가 40%를 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인 판단에 반기를 드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이는 부담감이 훨씬 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가석방도 사법정의 훼손한 측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었다”(11일 민주당 대선 경선 TV 토론)는 이낙연 전 대표의 말이 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결국 이들의 태도 변화는 소신이라기보다는 지지율을 깎아 먹지 않기 위한 계산인 셈입니다. 이들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공정한 경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요?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한국의 부동산 상위 2% 부자는 누구인가?

계층 사이의 골이 깊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소득이 높고, 고학력이며, 공적제도의 혜택을 많이 누린다. 부동산정책은 주거정책에 한정하지 말고 자산 격차 완화 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의 아파트. 연합뉴스

 

부동산이 계층 형성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괜찮은 부동산 자산을 확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인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게는 지금처럼 9억원 이상 부동산 보유자에게 종부세를 매기되,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 상위 2%’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여러 차원의 비판이 나온다. “상위 2%를 비율로 정해놓는 것은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것이다.” 계층이 없는데 정부가 억지로 계층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노동으로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만 있는 저소득 노인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고령자는 부동산이 있어도 소득이 없으니 보유세를 납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사람이 살 집은 있어야 하니 집 한 채 소유는 기본권인데 여기 과세하면 어떡하나.” 1가구 1주택자는 아무리 비싼 집을 소유하더라도 자산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상위계층을 위축시키면 소비가 줄어 경제가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세금 많이 내는 계층에게 너무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등의 다양한 비판이 있다.

 

2050이 이번에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부동산 계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은 이런 질문에 대해 근거를 갖고 답을 하기 위해서다. 20203월 기준으로 전국 2만여 가구의 자산과 소득 등을 조사한 통계청 자료를 가구 부동산 자산을 기준으로 재조합해, 각 부동산 계층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소득 없는 부동산 상위계층은 드물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2050의 보고서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한국 부동산 계층 DB’로 본 계층별 사회경제적 특성참조), 부동산을 기준으로 좁게는 최상위 2%, 넓게는 상위 20%의 배타적인 사회계층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소득이 높고 소비성향은 낮았으나 재산세 부담은 매우 작았다. 최상위 2%도 도드라졌지만, 상위 20% 이내 계층도 그 이하 계층과 비교하면 넘어설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부동산 신계급사회의 입구에 서 있다.

 

계층 분화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을까? 네 가지 대목을 짚어보자. 첫째, 2%와 나머지, 20%와 나머지 계층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계층 분화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상위 2% 가구가 가진 가구당 부동산 자산액은 2020307600만원으로, 2017년보다 55500만원(22%) 커졌다(그림 1참조). 중간계층인 30~70%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202016100만원으로, 200만원(2%) 커지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전체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15% 커졌는데, 그 과실이 상위계층으로 집중된 것이다. 그 덕에 상위 2% 계층이 차지한 부동산 비중은 전체 중 18.16%에서 3년 만에 19.25%로 높아졌다. 상위 20%로 넓혀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63.46%이던 점유율이 67.37%로 높아졌다. 그 이하 계층은 점유율이 줄었다. 이미 부동산 자산 격차가 크지만,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상위 2% 계층은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 자산이 거주 주택의 두 배에 이르렀다. 살고 있는 집이 10억원 상당이라면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추가로 소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상위 2~5% 계층은 거주 주택 자산만큼을 추가로 소유하고 있으며, 그 이하 계층에서는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 비중이 빠르게 줄어든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상위 5% 이내 계층에 집중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누군가 일부러 갈라치기하지 않아도, 국민은 이미 갈라져 있는 상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과실이 상위계층에 집중된 탓이다.

 

둘째,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고소득이다. 고령자 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상위 2% 가구의 균등화 경상소득은 연간 9422만원이었다(그림 2참조). 30~70% 계층과 하위 30% 계층의 다섯 배 안팎이 되는 수치다. 균등화 소득이란 가구원이 서로 다른 가구 사이의 소득이나 소비 등을 비교하기 위해 총액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누어 표준화한 값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균등화 소득은 100만원이고, 1인 가구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균등화 소득은 그대로 200만원이다. 균등화 기준으로 경상소득을 따져보니, 2~5% 계층은 6609만원, 5~10%5457만원, 10~20% 계층은 4840만원 등으로 상위계층 안에서도 차이가 났다.

 

부동산 상위 2%의 소득이 도드라지게 높아진 이유는 보유 자산으로부터 나온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에 있었다. 상위 2%의 재산소득은 연간 2815만원이었는데, 30~70% 계층은 118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상위 2%의 사업소득은 2506만원이었는데, 30~70% 계층은 591만원이었다.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은 상위계층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게 나서, 사실상 최상위 2% 계층에게만 의미가 큰 소득원임을 보여줬다. 즉 상위 2% 계층은 다른 계층과는 달리, 수익을 내는 재산을 능동적으로 굴리고 있으며, 고용주로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30% 이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30% 이하 계층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근로소득이 안정된 계층이기도 하다. 고령자 가구에서도 부동산 상위계층은 소득이 높았다. 고령자 가구 중 상위 2%의 연평균 균등화 경상소득은 8014만원이었고, 전체 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위계층과 하위계층에 견주면 5~6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상위 2~5% 가구는 경상소득이 3770만원, 5~10%3609만원이었다(그림 4참조).

 

고령자 가구에서도 부동산 상위계층은 주로 재산소득이 많았지만, 근로소득 역시 중하위계층보다는 많았다. 고령자 가구 최상위 2%의 균등화 재산소득은 4189만원으로 중간계층인 30~70% 가구 재산소득(150만원)27배나 됐고, 고령자 가구 상위 2% 가구의 근로소득은 1237만원이어서 하위 30% 가구(268만원)5배 가까이 됐다. 부동산이 많은 고령자 가구는 재산만 많은 게 아니라 경제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소비성향은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낮았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가처분소득과 총소비지출액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소비성향은 45%로 나타났다.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45%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저축 또는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체 계층 가운데 가장 낮으며, 유일하게 50% 이하였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소비성향이 낮아 여유자금을 투자와 저축에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자산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상위계층에게 추가소득이나 감세 등이 제공되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소득은 없이 집 한 채만 있는 부동산 상위계층은 드물다. 소득이 낮아 보이더라도, 부동산 중하위계층보다는 몇 배 높은 수준이다. 재산소득뿐 아니라 근로소득 역시 그렇다. 게다가 소비성향도 상대적으로 낮으니 투자 여력은 더 커진다. 앞으로의 자산 격차는 기하급수로 커질 수 있다.

 

상위계층의 부채는 정부 보조금과 마찬가지

셋째,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고학력자이고, 이 학력은 자산과 함께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학력이 높았다. 입학 기준으로 볼 때, 부동산 자산 최상위 2% 계층 가구주 가운데 대학원 출신은 27%, 4년제 대학 출신은 41%였다(그림 3참조).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동산 하위 30% 계층 가구주 중 대학원 출신은 4%, 4년제 대학 출신은 21%였고, 30~70% 계층 가구주 중에는 대학원 출신이 3%, 4년제 대학 출신이 19%였다.

 

이런 경향은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고학력자들이 빠르게 자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승자는 주로 고학력자였다.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가구주가 대학원 출신인 가구 중 61%가 보유 부동산 자산액을 늘렸다. 가구주가 4년제 대학 출신인 가구 중에서는 52%가 부동산 자산을 늘렸다. 가구주가 4년제 대학 출신 이상 학력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이 기간에 부동산 자산을 키웠다.

 

반면 2017~2020년에 3년제 이하 대학 출신은 44%, 고등학교 출신은 40%, 중학교 출신은 33%만 자산을 늘렸다. 가구주가 고등학교 출신 이하 학력인 가구의 경우, 절반 이하만 이 기간에 부동산 자산을 키웠다. 2017~2020년 적지 않은 고학력자 가구가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부동산 계층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리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한 가지 추가로 주목할 점은, 부동산 상위계층 가구일수록 교육비 지출이 크다는 점이다. 가구당 교육비 지출액의 평균은 최상위 2% 계층이 연간 746만원이며, 20~30%의 교육비 지출액 평균도 472만원이었다. 고령자 가구 등 자녀교육과 관련 없는 계층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이는 30~70% 중위계층의 247만원, 하위 30%176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고학력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 교육비 지출을 통해 자녀들마저 고학력자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상위 2% 계층 중 80%가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30~70% 계층의 경우 31%만 수도권에 거주한다. 또한 상위 2% 계층의 37%가 전용면적 40(132) 이상 주택에 거주한다. 30~70% 계층의 3%, 무주택자인 하위 30% 계층의 1%만이 40평 이상에 산다.

 

고학력자들이 집단적으로 부동산 자산 확보에 나서면서, 부동산 계층은 학력과 상호작용하며 복합 계층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이 주거지, 주거환경, 학력을 통해 확보한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감안하면, 사회문화적으로도 부동산 중하위계층과 차별화된 신계급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부동산 상위계층은 공적제도의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다. 빚도 많이 끌어다 쓰고 연금, 수당과 같은 공적이전소득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자산이 많을수록 부채도 많다. 얼핏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사상 초유의 저금리 환경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자. 부채를 많이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산 상위계층이 꼭 그런 상태였다.

 

부동산 계층별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분석해보니, 최상위 2% 계층은 가구당 36700만원의 빚을 내어 가계부채비율이 평균 317%였다(그림 5참조). 이는 모든 계층 가운데 큰 빚이고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었다. 30~70% 계층의 빚은 3900만원, 하위 30% 이하 계층의 빚은 23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상위 계층의 빚은 10배 안팎으로 컸다. 부동산 하위계층일수록 소득이 작은데도, 부채비율 역시 30~70% 계층은 92%였고 하위 30% 계층은 72%여서 상위계층보다 훨씬 낮았다.

 

비슷한 경향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복지 관련 급여를 포괄한 공적이전소득에서도 나타났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공적이전소득이 높았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공적이전소득은 연 559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318만원보다 크게 높았다. 이런 경향은 고령자 가구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고령자 가구 중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공적이전소득은 연 1406만원으로, 전체 평균 714만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는 보수가 높은 직장에서 장기간 근속하면 연금수급액이 높아지는 국민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구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를 사후에 받아가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고령자 가구 계층의 경우 납입보험료보다 급여가 훨씬 큰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예컨대 국민연금공단에서 지난 3월에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330개월간 연금보험료 2469만원을 납부한 65세 남성이 이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수령했으며, 향후 남성 기대여명인 84세까지 생존한다면 납부액의 9배가 넘는 2260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6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등을 위한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부동산 상위계층은 이미 근로소득과 재산소득 등에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추가로 지급되는 공적이전소득은 상위계층에게 추가 투자 여력을 제공한다. 제도적으로 지급되는 공적이전소득마저도 자산 격차를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금리 환경도, 국민연금 급여 구조도 제도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부동산 상위계층은 시장에서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산 격차를 늘려가고 있다. 네 가지 모두 만만치 않은 속도와 강도로 부동산 신계급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현상이다. 커져만 가는 이런 격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주제이지만,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부동산정책은 더 이상 주거정책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자산 격차 완화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부동산 상위계층에 대한 보유세 강화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자산 대비 0.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적 수준이 낮을뿐더러 중하위계층과의 차이도 작아 누진성도 낮다.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정책 재검토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은 통화정책이다. 저금리 정책을 자산불평등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부채금액과 비율이 높다. 저금리는 이들의 자산 확대 및 유지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격차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불황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때 금리를 높이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저금리의 혜택은 부동산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격차 확대에 기여하는 반면, 재정 확장의 혜택은 하위계층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자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스웨덴은 비슷하게 자산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그러나 미국의 중산층 이하 계층보다 스웨덴 중산층 이하 계층이 삶의 질이 높고 행복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스웨덴은 튼튼한 사회보장으로 개인을 보호해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자산이다. 누적되며 세습이 가능하다.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서서, 정치사회적 힘의 차이까지 만들고 세습할 수 있다. 한국의 자산 분포는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한 뒤 수십 년 동안 꽤 균등한 상태였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뛰어나가 열심히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던 나라가 70년 만에 신계급사회로 들어서는 입구에까지 와 있다. 아직은 계층구조가 고착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2050에서 발간한 보고서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 ‘한국 부동산 계층 DB’로 본 계층별 사회경제적 특성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edium.com/lab2050/insight205009-759ab1ff5568

 

이원재 (2050 대표)/ 시사인

 

박원순 유족 측 변호사 "성추행 물증 없다..오히려 빨리 진급

"'준강간' A씨 징계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장실 압박"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11일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물증이 없다면서 “(피해 여성이) 준강간 사건 이후 자신의 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해 정무적 리스크를 현실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검찰 재수사와 수사내용 공개 촉구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검찰 재수사와 수사내용 공개 촉구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피해 여성을 김잔디로 지칭하겠다김잔디는 지난 20197월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근무처로 전직한 후에도 비서실 직원들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그 때까지 박 전 시장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20204월 서울시장실 직원들간 회식 이후 동료 직원 A씨로부터 준강간 피해를 당했고, 준강간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시장실과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당시는 당사자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고 수사가 진행되는 상태여서 서울시에서는 김잔디의 주장만으로 A씨를 징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그러자 김잔디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고, 김재련 변호사를 소개받아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잔디가 20157월 비서 근무 시부터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했고, 20197월 다른 기관으로 전직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음란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에 대한 물증은 없다면서 오히려 20197월 이례적으로 빠르게 7급 진급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잔디가 A씨의 준강간 사건 후 시장실에 요구한 징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장실을 압박했다당시 시장실 인사담당 비서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초기의 안일한 대응은 저에게 더 큰 상처가 되고, 정무적으로도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김잔디는 박 전 시장이 대권 출마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약점잡아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른 기관으로 전직한 후 12개월 만에 돌연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해 정무적 리스크를 현실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관련 기사와 페이스북 등에는 피해자에게 본격적으로 2차 가해를 하기 시작했다”, “박 전 시장의 핸드폰을 공개하라는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지난달말 박 전 시장 유가족 측 변호사는 궤변을 중단하고 진실의 무대에 당당히 올라오라는 논평을 통해 피해자가 존재하고, 증인이 존재하고, 비서실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도 판결 과정에서 피해사실이 인정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있다입증된 사실을 기각시키고 싶다면 박 시장의 업무폰을 공개해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0.9% 부유층이 세계 부 절반 보유한국인 백만장자’ 80만명

크레디트 스위스 ‘2019년 글로벌 부 보고서

 

세계 성인 1인당 ‘7850달러’, 0.6%그쳐

성인인구 0.9% 글로벌 부총액 43.9% 보유

 

“21세기 벽두의 부 증가 황금시대는 끝나

1만달러 이하 전세계 인구 56.6%, 29억명

전세계의 부(자산) 총액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3606천억달러(4226592600억원)로 집계됐다. 2017년말에 견줘 2.6%(9870억달러) 증가했으나 인구증가를 고려한 성인 1인당 부로 따지면 이번 21세기가 막 시작되면서 6년간 기록한 황금시대’(연간 1인당 부 성장률 10% 이상)는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계 성인인구의 0.9%가 글로벌 부 총액의 43.9%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부 상위 1%(1백만달러 이상)에 드는 한국인 백만장자는 806천명으로 집계됐다.

 

22일 글로벌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가 펴낸 ‘2019년 글로벌 부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부 총액은 올해 6월말 기준 3606천억달러로, 2017년말(3515천억달러)보다 9조원가량 늘었다. 여기서 부는 주식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을 합친 뒤 부채를 뺀 순자산을 뜻한다. 금융자산은 43천억달러, 비금융자산은 66천억달러 각각 늘었고 부채도 19천억달러 증가했다. 보고서는 각국 가계·자산조사를 담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 및 각국 중앙은행 데이터를 활용해 각국의 금융·주택자산 최신 포괄데이터를 집계했다. 인구를 고려한 성인 1인당 부2017년말(7460달러)에서 지난 6월말 7850달러로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인구증가를 고려할 때 부의 증가세가 거의 멈춘 셈이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래 경험적으로 세계 부의 장기 성장세를 보면 세계총생산(GDP) 변동 추세와 거의 유사하다.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나 집계 표시통화인 미국 달러화 가치절하가 일시적으로 부의 성장 수치를 낮출 수는 있으나 장기 추세를 변동시키지는 못한다이번 21세기가 시작됐을 때 2002~2007년 성인 1인당 부 증가율(연간)10~20% 수준으로 분출했고 2017년에도 또 한번 증가율 10%를 기록했으나 이런 황금시대는 근래에 또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경제의 급속 성장과 신흥시장 부상 같은 요인이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오랜 저금리 시대가 끝나 시장이자율이 재차 상승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주식가격의 자산인플레이션도 낮아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부의 성장을 짓누를 공산이 크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물론 부의 성장률이 낮아진 부분적인 까닭 중 하나로 달러가치 변동이 있긴 하다. 보고서는 달러환율을 최근 5년간의 기간말 이동평균환율로 조정하면 2017년 이후 글로벌 부 총액은 5.9% 증가했고 성인 1인당 부도 3.8%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자산 1백만달러(117210만원) 이상을 보유한 성인은 전세계 성인인구의 0.9%(46792천명)2018년에 비해 114만명 늘었다. 이들은 글로벌 부 총액의 43.9%(1583천억달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미국(18614천명), 중국(4447천명), 일본(3025천명), 영국(246만명), 독일(2187천명), 프랑스(207만명) 순이다. 한국은 741천명(성인인구의 약 2%)이다. 세계 부 상위 10%(10만달러 이상)에 드는 한국인은 12308천명이고, 상위 1%(1백만달러 이상)에 드는 한국인은 806천명이다.

 

자산 1만달러(1172만원) 미만을 보유한 성인은 전세계 인구의 56.6%(288300만명)로 이들이 보유한 부 총액은 63천억달러(전세계 부의 1.8%)로 나타났다. 1~10만달러(11718만원) 자산계층은 전세계 인구의 32.6%(166100만명), 이 집단의 부 총액은 557천억달러(전세계 부의 15.5%). 이 계층(평균 33530달러)200051400만명에서 지난 20년간 3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 경제에서 중산층이 팽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0~1백만달러 구간은 전세계 성인인구의 9.8%(49900만명)로 이 집단의 부 총액은 1402천억달러(전세계 부의 38.9%)로 나타났다.

 

한국의 성인 1인당 부의 연간 증가율은 2000~2019년 평균 6.9%로 전세계의 성인 1인당 부 증가율에 견줘 1.5배 높다. 보고서는 한국은 금융 제도가 발달하고 저축률이 높은데도 가계의 총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자산보다 비금융 부동산자산(63%)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인구 밀집에다 소득이 성장하면서 부동산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5년 뒤(2024) 자산 1백만달러 이상 성인 인구 예측을 보면 한국은 965천명으로 올해보다 30% 증가하고, 중국(6874천명)55%, 일본(5161천명)71%, 전세계(62908천명)34% 각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오전 7시반에 품절동네 한 시간 돌았지만 장렬히 실패"한국인은 왜 스타벅스 굿즈 열광할까

한국인은 왜 스타벅스 굿즈에 열광할까

압도적 1위 브랜드 파워 같은 디자인 상품이라도 스벅 로고 있어야만 인기

새벽 6시에 나왔는데 이미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못 살 뻔했네요."

"아침 7시 반에 갔는데 품절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한 시간 동안 동네 매장들을 돌아다녔지만 장렬히 실패했어요."

 

지난 3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MINI 코리아와 협업해 출시한 MD(Merchandise·기획 상품)들에 대한 네티즌의 구매 성공, 실패 후기다. 출시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해당 굿즈들은 출시 당일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오픈런(Open Run)' 현상을 빚었다. 지금도 일부 매장에서는 매일 품절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스타벅스 굿즈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여기서 굿즈(goods)란 판매용 MD와 증정용 사은품을 통칭한다. 스타벅스의 모든 굿즈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MINI 코리아와의 협업 MD와 같이 일부 굿즈들은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굿즈를 갖기 위해 매장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거나, 먹지도 않을 음료를 한 번에 수백 잔 구매하거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매일같이 휴대폰을 들고 대기한다. 때로는 프리미엄(웃돈)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스타벅스 굿즈의 역사는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머그컵과 텀블러 등 소량의 MD들을 들여와 선보인 것이다. 이후 2011년까지는 해외에서 제안하는 품목을 판매하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타벅스코리아 내에 디자인팀을 신설해 단독으로 MD제품 개발과 판매를 시작했다. MD 매출은 매년 20%씩 신장되고 있다. 월평균 1회꼴로 출시되는 굿즈의 종류는 2012년 연간 40여 종에서 2020년 연간 500여 종으로 8배 늘었다. 품목 또한 다양화됐다. 커피 전문점의 일반적인 굿즈인 머그컵, 유리컵, 텀블러, 워터보틀, 콜드컵, 온병 등을 비롯해 우산, 열쇠고리, 머들러(음료를 젓는 막대), 코스터(컵 받침) 등 영역을 넓힌 제품들까지 선보인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용성 있는 품목들(캠핑 의자, 아이스박스, 랜턴 등)도 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실용적인 제품 제작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굿즈의 남다른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 '경험으로서의 소비' '경쟁심' '우월감' '과시욕' 등의 키워드들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로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가 꼽힌다. 같은 디자인의 굿즈라도 '브랜드명과 세이렌 로고'가 있느냐 없느냐가 인기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높은 브랜드 파워는 곧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된다. 국내 압도적 1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그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다수이며, 이들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 팬덤은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가 내놓는 굿즈까지 소장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팬덤이 워낙 커서 굿즈의 인기 또한 높다는 얘기다.

 

스타벅스의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 소비자의 경쟁심과 소장욕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많다. 헝거 마케팅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를 배고프고 갈증 나게 만드는 마케팅을 말한다.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굿즈가 인기 있다고 해서 생산 수량을 무한정 늘리지 않는다. 구매 기간을 연장하는 일도 거의 없다.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소비자에게 '이번에 갖지 못하면 다시는 가질 수 없다'는 심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소장욕에서 비롯된 경쟁심은 또한 '남들은 갖지 못한 물건을 나는 가졌다'는 우월감과 과시욕 같은 감정들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진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스타벅스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이 818만개가 넘고 #스타벅스MD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13만건이 넘는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과거에는 F&B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위로만 소비했다면, 이제는 '총체적인 경험'으로서의 소비를 하려 한다""특정 브랜드를 애정하는 소비자들은 굿즈를 구매함으로써 해당 브랜드를 일상에서 향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MZ세대에게서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문 교수 설명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기준 스타벅스 MD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구매자 중 60%가 여성이며 40%는 남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 비중은 2022%, 3038%2030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스타벅스 MD 구매층 분석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 굿즈 시장은 2030 여성들에 의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2030 여성들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굿즈를 소비하는 데 적극적이며, 이를 SNS 등에 공유하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스타벅스의 예를 보더라도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10%가 굿즈에서 발생할 정도로 굿즈 시장 볼륨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다른 커피 전문점 브랜드는 물론 식품 제조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퉈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 소비 경험을 확대하게끔 하고 있다. 잘 만든 굿즈 하나가 웬만한 신제품보다 낫다는 인식이 유통업계에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굿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가 날로 확대됨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을 재밌고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굿즈를 개발하는 데 기업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김효혜 기자]매일경제

 

난 가치소비자다” MZ세대가 사는 법

ㆍ동물권과 환경 의식 33색의 일상

 

서울 홍제동에 사는 김슬기씨(38)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입욕 후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등 80여개의 화분에 물을 주고 우유, 온유, 두유, 본드, 귀동이라는 이름의 다섯마리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 모두 길냥이들이다. 우유는 동네 꼬마들이 공사장에서 구출했지만 안락사 운명에 처한 아이였고, 두유는 직장동료가 홍수 때 휩쓸려가는 걸 구해온 녀석을 데려다 키웠다. 나머지도 떠돌거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이다.

김슬기씨가 서울 홍제동 자택에서 화초에 물을 주고 있다. / 송호근

 

사료 값만 한달에 30만원가량 들지만 회사에서 매달 5만원씩 주는 반려동물을 위한 수당이 도움이 된다. 그가 재직 중인 러쉬코리아에선 1년에 한 번씩 사내에서 여는 비혼식에 참가한 직원에게 축의금으로 50만원과 반려동물 수당을 지급해준다. 결혼하고 출산한 직원과 복지 측면에서 형평성을 맞춰주기 위한 배려다. 김씨는 “10년 전 러쉬코리아 채용 파티에 참가했을 때 20명 정도의 지원자들이 동시에 면접을 봤다그 자리에서 내가 성소수자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돼 있지 않은데다 굳이 결혼제도 안에 갇히고 싶지 않아 2년 전 비혼식에 참가했다고 했다.

 

그의 방과 욕실에는 동물성 재료가 가미되지 않았고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은 제품들만 있다. 화장품이나 세제 하나를 골라도 꼼꼼히 따진다. 용기도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것이어야 선택한다. 미심쩍은 경우엔 직접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동물실험 및 동물성 재료 가미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플라스틱 용기 줄이려 배달음식 끊어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려 배달음식도 끊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요즘 재택근무 중인 김씨는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많이 주문해 먹었는데 재택근무로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배달음식으로 인해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엔 직접 장을 봐 집에서 손수 조리해 먹는다고 했다.

 

일요일은 그가 서초구 양재동의 비건 요리학원에 가는 날이다. 비건(Vegan)은 육류는 물론 생선, , 유제품, 꿀 등 동물로부터 유래한 식품은 모두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곳에서 그는 매주 1회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비건 베이커리 만드는 법을 배운다. 동물을 노동 착취·학대하거나 동물성 원료를 안 넣은 빵이다. 꿀 대신 설탕을 사용하는 식이다.

 

김씨는 비건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비건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ble +Vegetarian)이다. 김씨는 환경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오랫동안 육식을 해온데다 직장 동료들과 외식할 때도 육류가 안 들어간 음식이 거의 없어 당장 육류 섭취를 끊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가능하면 식물성 푸드 섭취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대중교통을 이용해 왕복 3시간씩 걸리는 비건 요리학원에 다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출근할 때도 가끔 도시락을 싸간다는 김씨는 식당에 아주 매운 맛은 고추 3, 조금 매운 맛은 고추 1개의 표시가 있듯 비건, 오보(Ovo), 페스코(Pesco) 등 유형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별도의 표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보는 육류와 생선,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은 먹는 사람을, 페스코는 해산물과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비건들도 극단적으로 타인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축산업으로 살아가는 농가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을 같이 고민하며 방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식에 운동 함께하니 몸이 확 달라져

육식 대신 채식 또는 식물성 푸드를 지향하고 가치소비를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한국에서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가치소비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을 말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5세 이상 40세 이하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MZ세대 3명 중 1(27.4%)은 일상에서는 비채식 위주로 먹고 필요에 따라 채식하는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채식을 실천하는 MZ세대 중에는 붉은 고기(·돼지)만 섭취하지 않는 폴로(33.1%)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오보(13.5%), 비건(11.7%)이 차지했다.

조영지씨가 비건식당에서 사온 버거를 먹고 있다. / 조영지씨 제공

 

그리고 이들의 상당수는 일상에서도 동물권과 환경을 생각하며 물건을 고르고 소비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음식 주문 배달 시 친환경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브랜드 선호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91점으로 상당히 높은 점수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 디자인기업에 취직해 곧 출국을 앞둔 조영지씨(31)는 비건이다. 조씨는 “2년 반 전 악화된 건강 때문에 올바른 식품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조씨는 식탐이 많았다. 고기가 빠지면 밥을 안 먹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고 가공식도 즐겨 먹었다. 야식을 먹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당시 키 163에 체중은 75이었다. 늘 무기력하고 피곤함을 느꼈다. 그는 안 되겠다 싶어 SNS를 통한 다이어트 코칭 프로그램에 따라 간과 조리과정을 최소화한 자연식물식 섭취와 간헐적 단식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양 제한 없이 채소, 과일을 먹었고 현미와 옥수수, 감자도 섭취했지만 고기와 생선은 물론 달걀, 우유도 안 먹었다. 명동에 위치한 직장에서부터 약수동 자택까지 걸어 퇴근하는 등 운동까지 병행하니 150일 만에 22이 빠져 53이 됐다. 몸이 가벼워지고 체취도 달라졌다. 그는 몸의 이런저런 염증도 사라지고 생리주기도 규칙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요즘은 비건으로 살아가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비건 메뉴가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 버거킹 등 외식업계에 속속 등장하고 CU 등 편의점에도 종종 비건 간편식이 보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제가 있는 위치로부터 전방 몇에 비건식당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채식한끼라는 앱이 있어 낯선 동네에서도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든든하다고 말했다. ‘채식한끼는 비건들의 정보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7월부터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www.hanggi.kr)도 운영 중이다.

동물권과 환경을 생각해 만든 제품들/ 러쉬 제공

 

조씨는 비건레스토랑도 자주 이용한다. 그곳에서 대체육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 먹는다. 지난 728일에도 점심은 비건이 아닌 친구와 함께 서울 용산구의 바이두부에서, 저녁은 방배동의 남미 플랜트랩에서 먹었다. 조씨는 오랫동안 비건인 친구들은 고깃덩어리를 봐도 먹거리로 안 보이고 동물 사체의 일부로 보이며 냄새도 역겹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원래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고기냄새가 맛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 대체육을 이용한 음식을 먹으면 욕구가 가라앉는다요즘은 모양과 맛과 향이 실제 고기와 대체육이 크게 다르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심리적 편안함도 자연식물식 섭취가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점차 지구환경과 동물권에 대해 눈을 뜨면서 자신이 공익과 생명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안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결과 조씨 역시 일상에서의 가치소비를 중시한다. 그는 항상 넉넉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방 안에는 빈 도시락통과 텀블러가 들어 있다. 편의점 등에서 주는 비닐봉지 대신 가방에 넣고, 빵이나 커피 등을 구매할 때는 도시락통과 텀블러에 담아오기 위해서다. 당연히 음료를 마실 때도 빨대는 사양한다. 물티슈도 되도록 안 쓰려고 노력한다. 모두 분해가 안 돼 지구에 부담을 주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그는 제 주변에는 고기는 포기하지 못해도 동물성 성분이 포함 안 된 화장품만 쓰는 등의 노력을 하는 친구들은 많다조금만 부지런하면, 또 조금만 내려놓으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위한 일에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 제공

 

일회용품 줄이며 가치소비 실현

서울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기윤군(17)은 페스코(Pesco). 즉 소와 돼지 등 붉은 고기는 안 먹지만 해산물과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다. 이군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의 이런 식성이 바뀐 계기는 대안학교 입학이었다.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9학년까지 다니고 2019년 귀국한 그는 중3 시절을 인천시 강화군에 소재한 기숙 대안학교에서 보냈다. 학교에서 육식과 동물권, 축산업의 실태와 환경오염 등의 상관관계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실상이 그렇다면 우리도 채식을 실천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전교생 30명 중 절반이 동의했다. 이들은 학교에 채식 메뉴를 건의하고 비건이 됐다. 이군은 채식을 실천하니 속이 편안해지고 체력도 오히려 좋아졌다고등학교에 입학하니 학교에 채식 식단이 따로 없기 때문에 비건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타협점으로 페스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육식을 끊었을 때는 고기 먹고 싶은 욕구를 의지로 참았지만 지금은 봐도 먹고 싶지 않다유통과정 등에서 벌어지는 동물권의 침해가 자동으로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군의 어머니도 아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가족의 식단엔 육식이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게 있냐고 묻자 이군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도 일회용 수저는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방 속에도 항상 쇠젓가락을 넣고 다닌다고도 말했다.

몽쥬르 제공

 

MZ세대의 이러한 움직임의 기저에는 건강’, ‘윤리’,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다.

MZ세대인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한국에서 최근 2~3년 사이 동물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축산으로 인한 동물들의 고통에 대한 정보도 많아지면서 이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는 세대가 MZ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좀더 환경친화적이고 동물들에게 폐가 덜 되는 방향의 의식 있는 선택을 하려 하면서 이것이 식생활의 변화는 물론 동물성 제품이나 서비스도 소비하지 않으려는 생활양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 반려견·반려묘 등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과거와 달리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다른 동물의 생명에 대한 인식도 크게 제고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탈육식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인구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로마티카 제공

MZ세대 중심의 채식 또는 식물성 푸드 지향과 윤리적 소비는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축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교통수단에서 13%, 축산업에서 18%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주범은 메탄가스인데, 메탄은 주로 소 같은 반추(되새김)동물의 장내 발효 과정과 소, 돼지, 닭의 분뇨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기를 얻기 위해 지난 50년간 전 세계 열대우림의 3분의 2가 파괴됐고, 1960년 이후 가축 방목지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사라졌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폭염과 초대형 산불, 기록적 홍수, 한파, 폭설 등 지구온난화에 의한 참사가 전 세계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경각심이, 특히 젊은층일수록 강하다기후위기 대처 방안으로 식생활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또 이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동물들의 고통, 또 그로 인해 결국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 건강을 해친다는 정보 등을 다른 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그 결과가 가치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코로나19 이후 크루즈의 미래는?

위기는 기회를 만드는 법. 코로나19가 크루즈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면서 한국과 같은 크루즈 후발국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간 크루즈 기항지는 크루즈 선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크루즈 기항지 국가에서 크루즈선 입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기항지 국가에서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선박과 감염자가 있는 크루즈선은 기항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정원대비 승선율을 줄여 선박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관광객의 승선이 가능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방역체계가 크루즈 관광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 크루즈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K방역을 크루즈산업에 접목해야 한다. 크루즈선 입항 금지 위주의 방역정책을 크루즈선 입항과 운항을 전제로 하는 코로나19 방역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외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는 방역기준에 따라 국내 착륙과 탑승객의 국내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 해외 일반 입국자와 같이 백신 접종 2주 경과 후 입국하면서 PCR 검사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무증상일 경우 자가격리를 면제해야 한다.

 

둘째, 크루즈산업에서 핵심리더 역할을 하는 크루즈 기업군을 육성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크루즈 선박회사와 조선소를 기반으로 크루즈 관광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중남미 국가는 해외 크루즈선의 유치를 통해 관광객 증가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외국 크루즈선이 기항하지 않으면 관광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를 겪는다. 그간 한국은 크루즈산업 발전을 위해 항만과 터미널 건설, 관련 법률 제정,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전개하면서 유럽형 크루즈산업 발전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크루즈 정책은 해외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되고 크루즈 선사와 조선 등 기반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렵다. 한국이 크루즈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럽형 크루즈산업 발전모델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크루즈선 연구개발센터 설립 필요

셋째, 크루즈산업의 핵심인 크루즈 선박 확보를 위한 크루즈 금융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항공기 없는 항공산업의 육성이 공염불에 불과하듯이, 크루즈선 없는 크루즈산업 발전도 모래성이 될 가능성이 많다. 크루즈선 신조가는 5000~1조원에 달해 개별 민간기업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과 정부의 연합으로 크루즈선 확보금융을 마련해야 한다. 시중의 민간자금이 크루즈선 확보에 투자되도록 정부의 2순위 투자(보증)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양금융정책기관의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넷째, 우리나라 크루즈선 확보 및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크루즈선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국내 조선소의 크루즈선 건조는 크루즈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조선 및 제조업 활성화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3000~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선 건조가는 무려 1조원에 달한다. 이는 2TEU 컨테이너선 건조가 1000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이만큼 부가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조선소의 크루즈선 건조는 조선산업 발전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조선소는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의 공급 과잉과 LNG선의 저가 수주 그리고 해양 플랜트 핵심기술 미확보로 채산성 악화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크루즈선을 건조해 수익성을 높여 나가는 유럽 조선소와 상반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크루즈선 수요와 국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크루즈 조선을 추진해야 한다.

크루즈산업은 선박운항, 조선, 항만, 관광을 비롯해 25개의 산업이 연관돼 고용창출도 많고 지역경제 발전 효과도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크루즈는 일반관광에 비해 매력도가 높아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재개가 예상되는 크루즈산업의 기회를 잡고 우리나라 해양산업을 새롭게 도약시킬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한국크루즈포럼 운영위원장>

잠수함-고속성장사회의 고통 토해낸 SF

과학소설(SF)이 과학기술 발전으로 후폭풍을 겪는 세상을 그리는 건 기본이다. 과학소설은 시대의 아픔을 읽고 고통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 장르문학은 논문이나 기술설명서가 아니라 일종의 문학이니까.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이란 소재·주제는 과학소설에서도 뿌리 깊은 역사를 지녔다. 서구 SF의 뉴웨이브 정신을 중국과학소설 풍토에 맞게 접목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한쑹의 단편 잠수함을 살펴보자. 이 소설은 허블이 번역·출간한 영미 SF 단편집 <SFnal 2021>에 수록됐다.

 

한쑹의 단편 잠수함이 수록된 <SFnal 2021>/허블 제공

 

얼마 전 중국의 한 농민공이 도시에 나가 20년간 일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시골 고향에 돌아와 번듯한 집을 짓고 뿌듯해하는 해외뉴스를 보았다. 중국에선 월소득 1000위안(18만원)을 넘지 못하는 인구가 6억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탕핑이란 말이 회자된다.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회주의체제인데도 부가 대물림되고 아무리 일해 봤자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푸념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한 중국작가(한쑹은 중국계 재미작가가 아니다)의 사회비판소설이 하필 이 시점에 미국에서 간행되는 SF선집에 영미권 유명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수록된 데 대해 양가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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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농민공들은 도시 곳곳의 마천루를 손수 쌓아올리면서도 밤에는 쪽방촌의 기다란 단체침상을 한쪼가리씩 빌려 쪼그리고 잔다. 가족과 만나려 고향땅을 밟는 건 1~2년에 한 번뿐. 어느 날 도시와 마주한 강물에 고철로 이어붙인 꼬마 잠수함들이 옹기종기 출몰한다. 삽시간에 수천수만대로 불어난 잠수함들은 다름 아닌 농민공들의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안식처였다. 비싼 방세를 낼 재간이 없는 농민공이지만 4~5인용 싸구려 잠수함만 있으면 매일 저녁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시인들은 강변에 개미 떼처럼 늘어선 잠수함들 선상에 매달린 오만가지 빨래와 기저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어스름한 황혼녘 불이 들어오는 잠수함들을 바라보며 농민공들은 아내와 자식들을 볼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양가감정 얘기로 돌아오자. 이 소설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담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와의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5년 전 발표된 이 작품이 미국 독자들을 위한 SF선집에 별미로 끼워넣어진 맥락이 격화하는 미중 무역갈등과 아무 연관이 없을까 하는 의혹을 낳는다.

 

물론 중국의 경제성장을 빈부격차 심화를 이유로 평가절하하려는 심사와 별개로, 작가의 순수한 의도를 고려한다면 잠수함은 고속성장사회 속의 부조리를 냉엄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소설의 끝에서 대도시 앞 강물(상하이를 염두에 둔 배경으로 보인다)을 가득 메웠던 잠수함들은 정체불명의 화재로 전부 불탄다. 타고 남은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한달 이상 걸린다. 그후 다시는 강가에 잠수함이 단 한척도 나타나지 않는다. 건설이 끝난 도시는 농민공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버틴다면 제거될 뿐. ‘잠수함은 단지 빈부격차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배 불리고는 거침없이 토사구팽하는 주류사회의 민낯을 그려 두 배의 충격을 준다. 신화사 통신 기자 출신답게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본 경험이 작품세계에 깊이를 더해주나 보다. “많이 보는 만큼 더 많이 생각하게 되니 글 쓸 때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 한쑹의 말이다.<고장원 SF평론가> 주간경향

 

엄마는 못 배워서, 딸은 경력단절이라시대불문 차별 쳇바퀴

생애주기별로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

 

1980513일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와 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대강당에서 노동기본권 확보 전국궐기대회를 열고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한국의 임금노동자 20446000명 중 여성은 9085000명이었다. 이 중 비정규직이 4091000명이었다. 전체 정규직 노동자 1302만명 중 여성 비중은 38.4%였다. 여성 5명 중 1(22%)은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10명 미만으로 확대하면 40%.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전체 여성노동자 중 9.6%였다. 남성노동자 중 5명 미만,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각각 14.3%, 16.1%였다. 모든 세대에서 여성들은 임금차별을 겪었다. 지난해 가장 임금 차이가 작은 20~24세 구간에서 여성들은 남성 임금의 93.8%를 받았고, 50대에선 남성의 절반 수준만 받았다.(이상 2020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앞선 지 12년이 지났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일터에서 어머니 세대와 같은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만난 20~60대 일하는 여성 5명은 모두 저마다의 성차별 경험을 이야기했다. ‘가부장적 일터라는 거대한 자장(磁場) 속에서, 이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은 비슷한 이유로 닮은꼴 궤적을 그려가고 있었다.

산전수전공중전뒤 청소·돌봄노동

50·60, 청소·돌봄노동 주변 맴돌고

육아로 일 쉰 30·40대는 계약직 전전

20대도 취업·승진 여성이유로 밀려

 

요양보호사와 청소노동자. 고용노동부에서 50대 이상을 위해 운영하는 취업알선사이트 장년워크넷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 채용공고다. 요양보호사의 평균연령은 60(서울시, 2019년 서울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방안 연구). 청소노동자 평균연령도 59.5(고용노동부, 202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가정에서 가사와 돌봄노동을 제공하던 고령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려 청소나 돌봄노동을 선택한다.

 

1955년생 김인자씨(66)2010년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서 지역 요양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11년차인 그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환자들의 정신적인 문제까지 보살펴야 하는 등 아주 전문적인 일이지만 어제 자격증을 딴 사람이나 11년 된 저나 임금이 똑같다안정적이지도 않고 대단한 직업도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한 고령의 여성들이 마지못해 일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달동네에서 태어난 김씨는 동네에서 중학교에 들어간 여자는 둘뿐이라며 다들 청계천 피복 공장, 출판 제본 공장에 다녔다. 어머니는 가난했지만 딸이라도 가르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단 등에서 일하던 그는 결혼해 아이를 낳고는 10여년 일을 쉬었다. 그는 우리 때는 아이를 낳으면 보낼 데가 없었다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던 김씨는 14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청소노동을 시작했다. 55세에 퇴직한 뒤에는 요양보호사가 됐다.

 

1965년생 손모씨(56)는 경리, 커피숍 서빙 직원 등을 거쳐 청소노동자가 됐다. 손씨는 연년생인 첫째 오빠를 뒷바라지하느라 대학에 가지 못했다. 오빠가 의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는 광주의 한 제조업 회사에서 경리로 일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니 술자리에 참석해 접대를 하라는 지시를 듣고 2년 만에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길로 서울로 올라와 커피숍 서빙, 경양식집 카운터 등을 거치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가 어려워질 때쯤 손씨는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청소노동을 하던 지인의 소개로 지금 직장에 취직했다. 손씨는 “50이 넘으면 여성노동자들이 갈 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후, 선택지가 없다

여성 3명 중 1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2019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경력단절 이후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7.8년이 걸린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월 임금은 평균 1915000원으로 경력단절 전 2185000원보다 12%가량 줄어든다. 한창 임금이 상승할 시기에 8년가량의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오히려 8년 전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1976년생 A(45)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 전까지 새마을금고에서 6년간 일했다. 2003년 결혼 후 아이를 낳고는 5년간 일을 쉬었다. 2008년에는 다섯 살 된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한 대형 아웃렛에서 계산대 업무를 시작했다. 매니저 등을 거치며 6년 가까이 일했지만 협력업체 소속이라 발전이 없다고 느껴 그만뒀다. 그는 2016년부터 한 대형마트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한다. 5일 하루 7시간을 일한 후 세후 140만원가량의 월급을 손에 쥔다. 그는 아무리 오래 다녀도 월급이 똑같고, 정규직이 아니라 진급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1982년생 김모씨(39)는 경력단절 없이 계속 일해왔다. 김씨는 첫 직장을 남자가 여자를 부리는 회사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상사들은 다 남자이고 사원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항상 상무 옆에 여자를 앉히는 등 후진적 문화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 번 이직했다. 지금 직장이 다섯 번째인 김씨는 어린이집이 마지막 이직의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사내 어린이집이 있으면 연봉을 올리는 것 이상의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 번째 직장까지 비정규직이었던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정규직이 됐다. 적당한 시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계획이다.

 

같은 스펙이면 남자간부 중 여자 선배 없어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논문에서 경력단절을 겪기 이전인 대학 졸업 직후의 여성 청년들도 차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군복무로 인한 연령 격차 외에 다른 인적 자본의 차이가 없는 대학 졸업 2년 이내의 20대 대졸 여성노동자의 소득은 남성에 비해 19.8% 적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분야를 전공했는데도 나타난 차이다. 논문은 이 차이를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이 만연한 상태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완화에 중점을 둔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여성 경력단절뿐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여성에 대한 차별까지 시정하려는 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성차별이 먼 일이라고 느꼈던 1993년생 B(28)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성차별을 비로소 실감했다. 여자 동기들은 1년 이상 취업준비를 해도 취직이 어려운데, 남자동기들은 한 학기 만에 대기업에 척척 들어갔다. “남녀가 똑같은 스펙이면 무조건 남자가 뽑혔다고 그는 말했다. 2019년 대기업에 취직한 B씨는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도 여성과 남성 간 확연한 스펙 차이를 느꼈다. 그는 남자 동기들은 토익 성적이 900점을 넘는 사람이 없었고, 외국어 자격증도 없었다여자 동기들은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하고, 대학도 소위 서울 유명대를 나왔다고 했다. B씨의 직장에서는 높은 직급의 여자 선배를 찾아보기 어렵다. 여자 부장은 단 한 명도 없고, 차장만 한 명 있다. B씨는 유일한 여성 차장에게 회사가 매년 임신 계획을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내가 일을 못해서 승진을 못할 수는 있어도 여자라서 승진할 수 없는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 세대, 온 생애주기에 걸쳐 성별임금격차 지속

엄마는 못 배워서, 딸은 경력단절이라시대불문 차별 쳇바퀴

여성 임금, 전 연령대서 남성보다 적어

노동시장 자체의 차별부터 없애야

성별 임금격차 고착 문제 풀 수 있어

 

전 연령에 걸쳐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중장년층은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에 못 가고, 임신·출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면서 점점 더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했다. 불안정 노동의 비율이 높고, 임금은 낮고, 노동강도는 높은 일자리들이다. 성별을 제외하고는 취업시장에서 남성보다 더 우월한 조건을 갖췄다는 경력단절 이전의 20, 30대 초반 여성들도 성별임금격차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개선하지 않고, ·가정 양립 정책의 실현을 이뤄내지 못하면 유능한 여성 청년들도 앞서 중장년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질 낮은 일자리로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점점 더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10년 전에 비해 성별임금격차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노동시장 진입단계부터 차별을 겪고 있다. 경력단절 요인만 봐도 돌봄부담 외에 애초에 일하던 일자리가 저임금이고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라며 열악한 일자리로 여성들을 내모는 노동시장의 여성차별 자체를 교정하지 않으면 성별임금격차 고착화는 풀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남녀 임금격차 ‘OECD 최악한국, 개선 노력도 바닥

통계 집계 1995년 이후로 최하위

격차 줄이는 향상률26% 그쳐

여성 임원 비율, 일본 절반도 안 돼

고용단절에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

 

남녀 임금격차 ‘OECD 최악한국, 개선 노력도 바닥

한국은 26년째 성별 임금격차 꼴찌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래 최하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개선 노력도 바닥권이라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OECD 홈페이지에서 1995년부터 2019년까지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격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이 기간 44.2%에서 32.5%11.7%포인트 임금격차가 감소해 26.5%의 향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향상률 33.9%엔 미치지 못한 수치다. 한국의 바로 앞 순위인 일본은 36.7%였고, 임금격차를 빠르게 줄여온 영국은 이 기간 42.9%의 향상률을 기록했다. 각각 한국의 1.4, 1.6배다. 세계 최하위권인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 증가 속도도 끝에서 두번째인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지수의 평가요소로 함께 발표한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에서 한국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2.1%에서 4.9%2.3배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본은 3.4%에서 10.7%(3.1)로 더 많이 개선됐다.

 

한국은 경제활동의 기본지표부터 성별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지난 20년간(2000~2020) 남녀 고용률은 미미하게만 개선됐을 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며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30대 여성 고용률이 뚝 떨어지는 M자형 곡선도 수십년째 지속되며 고착화되고 있다. 고용단절로 인해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30대 초반(30~34)에 피크를 이루고, 남성은 40대 후반(45~49)에 정점을 찍는 모양도 10년 전과 닮은꼴이다. 여타 선진국들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M자 곡선은 한국형 곡선으로 굳어질 판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439.9%에서 202045.0%까지 늘었고, 고용평등 촉진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대상 기관·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증가 속도마저 2019년 역주행(-0.8%)으로 돌아섰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2018년 제8차 한국 정부 심의 최종 견해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게 성별 임금격차가 지속되는 점과, 초단시간 노동자의 여성 비율이 70.2%인데다 그들이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CEDAW는 공공기업,민간기업 대상의 임금공시제도도입도 권고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우수한 여성 인력이야말로 사회의 성장 잠재력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선진국 중 일터의 성차별에 이처럼 손을 놓고 있는 나라는 없다. 반복되는 좌절 속에 여성들은 비혼과 저출산으로 응답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채용부터 배치, 승진, 해고까지 단계별 일터의 성차별 정황이 심각한데도 실태 파악 노력부터 미루고 있다앞으로도 성별 격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대단히 암울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송현숙 논설위원·오경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