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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7.5~7.9 한정애 장관님 환경영향평가 이대로 괜찮나요<

by 이성근 2021. 7. 4.

'탄소중립' 빙자한 산림청 벌목정책으로 나무가 잘려나간다!

삽목 대신 꺾꽂이, 수피 대신 나무껍질 어때요?

중국서 분출되는 시뻘건 미세플라스틱, 나사 위성으로 포착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태우고 있다

벌목한 그곳에서아타미 덮친 산사태 시작됐다

탈원전 때문에 올여름 블랙아웃?.. 언론의 거짓말

윤석열 "체르노빌만 기억하지 말라"이번엔 '탈원전' 뒤집기

대한민국 산림청 맞습니까? 국유림서 끔찍한 현장을 보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다’···국내서 가장 안전한 도로 어디?

산사태 뒤 15, 산불 뒤 20기후위기인데 이젠 중대재해로 봐야죠

눈부신 죄고층빌딩에 드리운 소송 그림자

낙동강 철새 보호 구역줄어드나55년 만에 손질

여우·산양·무산쇠족제비 멸종 위험 더 높아졌다

고기 1인분에 담긴 '지구의 눈물'···탄소중립 '육식 자제' 국내서도 가능할까

김정숙 여사 다음 멸종위기동물은 인간, 경고 잊지 않아야

싹 바꾼 경남 에너지 조례, 에너지 전환 디딤돌 놨다

멸종위기종 맹꽁이, 낙동강 유역에 광범위하게 서식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폭염폭우폭풍 ‘3폭 시대인류 스러진다

유럽인들 기후변화가 감염병 확산보다 심각한 문제

100년 식물원산림청 약속 믿고 국민 품으로 보냅니다”-한국자생식물원 김창열 원장

탄소 저감역행하는 국립공원 대피소들

방금까지 뜸부기 2마리 있었는데 농약 살포하자 사라졌어요

제주 산버들지구상에 단 365그루 남았다···세계적으로 한라산에만 자생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마세요

그린 워싱'7가지 죄악

한국도 기후 재해 안전지대 아니다

피 냄새 맡은 소들은 눈물을 흘린다

진주 남강변 절벽에 한국특산 희귀식물 진주바위솔사네?

한정애 장관님, 환경영향평가 이대로 괜찮나요?

시대착오적이며 자가당착에 빠진 전경련, 국제사회 흐름과 국내 현황 제대로 파악 못해

 

 

'탄소중립' 빙자한 산림청 벌목정책으로 나무가 잘려나간다!

산림청이 지키는 것은 숲인가? 임업인가?

환경운동가로서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도래할 기후파국의 시급함을 알리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후위기는 분명 인재(人災). 정도의 차이일 뿐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우리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범인 자본과 기득권은 이 기후위기마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멋진 사례들은 넘쳐난다. 기업에 환경사회적 책임을 묻는 개념인 ESG는 국내에서 '잘 팔리는' 금융상품이 되었고, 언론은 ESG 클럽이란 것을 만들어 기업으로부터 연회비로 몇천만 원씩 챙긴 뒤 그 돈으로 소위 '콘텐츠'를 만드는 장사를 한다. 횡령죄로 물러났던 총수가 ESG 위원장을 맡으며 복귀하는 코미디도 한국에서는 무척 진지한 현실이다. 백번 양보해 기업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존재 이유 자체가 특정 집단의 이윤 추구인 이들에게 공공의 이해와 직결된 기후위기 대응에 진정성을 기대하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그것도 자연환경을 관장하는 기관이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그린워싱의 선봉에서 기후위기 운운하는 것을 듣는 것은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다.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끝끝내 고집하고, 오염물질 배출 산업에 규제 완화 및 세제 감면 의지를 보이는 등 기후위기 대응과는 전혀 호응하지 않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중 단연 경악스러운 정책은 탄소중립이란 외피를 쓴 '30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이다.

충북 진천의 벌채 현장. 환경운동연합

 

임업진흥원과 산림청의 차이

임업진흥원의 비전은 '임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국민과 임업인의 행복파트너'이다. 타당한 얘기다. 애초에 우리나라 임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산림청의 비전이다.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지향점인 비전에 가장 먼저 '일자리''경제산림'을 명시한 게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 방향인 전략과제를 어떻게 수립했는지 살펴보자. (1)산림자원 및 산지관리체계 고도화 (2)산림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3)임업인 소득안정 및 산촌활성화 (4)일상 속 산림복지체계 정착 (5)산림생태계 보전 강화 (6)산림재해 예방과 대응을 통한 국민안전 실현 (7)국제산림협력 주도 및 한반도 산림녹화 완성

 

결국 (1)(2)(3)번은 산림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이고, (4)번이 온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산림 복지, (5)번에 와서야 산림 생태계 보전을 말한다. 산림청이 바라보는 숲은 산림?임업 분야 종사자들의 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수단이자 인간이 관리해야 할 '자원'인 듯하다. 산림생태계 보전은 없으면 허전하니까 억지로 하나 끼워놓은 느낌이랄까.

 

지루하게 임업진흥원과 산림청의 비전을 비교한 이유는 하나다. 문서상으로도, 실제 행정상으로도 두 기관의 숲을 보는 관점이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산림청에 기대하는 역할은 산림생태계 보전일까, 산림자원 활용일까? 산림청이 발 걸치고 있는 현실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422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산림청의 벌목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환경운동연

 

나무는 죄가 없다

임업진흥청은 아니, 산림청이 발표한 '30년간 30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은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이란 이름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30년 이상 된 나무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베어낸 뒤 그 자리에 어린나무를 심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의 주장과 달리 나무의 연령과 탄소흡수 능력에 대해서는 학계의 정설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Nature)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산림청은 식목일을 기점으로 여러 언론사를 통해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마치 전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0년 이상 된 숲이 아주 중대한 하자가 있어 기후위기 대응에 발목 잡는 것인 마냥 불안감을 조성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인간의 탐욕적인 소비 활동이 야기한 기후위기의 책임을 말 못 하는 나무에 떠넘길 생각을 한다니. 그것도 수많은 생명의 삶의 터전이자, 온갖 이로운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숲을 단지 탄소흡수 기계쯤으로 환원해버리다니!

 

탄소중립 숫자놀음의 실체

산림청은 자신의 산하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2018년 기준 연간 4560만 톤인 국내 산림 온실가스 흡수량이 2050년에는 산림의 노령화로 인해 1400만 톤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2050년까지 30년간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3400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뜯어 놓고 보면 순수하게 국내 산림에 나무를 심어서는 2070만 톤 밖에 탄소흡수량을 확보하지 못한다. 나머지 1330만 톤은 해외 조림에서 610만 톤, 목재 이용에 따른 탄소 저장량 200만 톤, 화석에너지를 산림바이오매스로 대체한 데 따른 탄소 배출 감축량 520만 톤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산림청이 30년 동안 경기도 면적에 육박하는 산림을 날리고, 조림해봤자 국내 산림에서 확보할 수 있는 탄소흡수량 증가는 670만 톤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마저도 26억 그루를 심어서 만든 숫자라고 보기 어렵고, 기존에 벌채하지 않은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합산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산림청이 가장 악질적으로 숫자놀음을 하는 부분은 나무와 표토에 축적되어 있는 탄소량은 아예 계산하지 않았을뿐더러, 임도(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설치하는 도로)를 놓고, 나무를 베고, 운송하고, 가공하고, (연료로) 불태울 때 발생할 막대한 탄소 배출량은 어느 곳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벌채함으로써 사라질 수많은 생물종에 대한 사전 생태조사 계획 및 그 가치에 대한 평가 역시 찾아볼 수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흡수원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기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이 아니라 훼손된 지역, 유휴지 등을 최대한 발굴해 새로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탄소배출 책임이 가장 큰 '전력', '산업', '수송' 분야에서 획기적인 감축 계획이 흡수 계획과 함께 연동되어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하는데 산림청은 이 중요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늙은 나무 프레임으로 아주 납작하게 뭉개버리고 말았다.

산림청의 탄소중립 벌목정책으로 잘려나간 나무들. 환경운동연합

 

탄소중립 빙자한 벌목 확대 정책

전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임업진흥청은 아니, 산림청은 이 사업이 경제림에서 진행될 합법적인 벌채·조림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늙어서 쓸모없는 20~30년 된 숲 날려서 어린 나무 심으면 탄소 흡수 잘하고 생물다양성도 증가한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하지만 주 메시지는 경제림, 그중에서도 사유림에서 벌채해 사유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벌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결국 산림 탄소흡수원 확대의 실체는 기존에 하던 벌목 활동의 연장선이자 본격 임업 부흥 프로젝트였다.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 산림청은 경제림의 40%90ha에서 26억 그루 나무 심기를 계획하고 있다. 전체 산림면적으로 놓고 보면 14% 정도 되는데 이는 경기도 면적과 맞먹는다. 2년마다 서울시 면적만 한 숲이 사라질 것이다. 둘째, 경제림이라고 해서 모두 벌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림에 있는 공익용산지(자연휴양림, 보안림, 백두대간 등)는 마땅히 사업에서 제외되겠지만, 임업용 산지 또한 천연림이 분포하는 지역은 철저한 생태조사를 통해 보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산림청이 촉발한 이 환원적이고 계량적인 탄소 논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자연을, 숲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숲은 인간이 '관리'만 잘하면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대상인가.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의 대부분이 펄프, 목제팰릿 등 소형저급재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산업을 진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 목재를 포함해 다양한 해외 산림자원에 의존(소비)하는 지금의 삶의 방식은 윤리적인가. 물론, 산림청은 우리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 [함께 사는 길]

 

삽목 대신 꺾꽂이, 수피 대신 나무껍질 어때요?

쉬운 우리말 쓰기 -·식물원 속 우리말

 

수목원은 단순 전시장 아냐

쉬운 표현이 식물 이해 높여

수분, 파종, 내한성 등 어려워

한글 전용 농업 용어 참고해야

지난 9일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이 완도호랑가시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나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립수목원을 세운 미국계 귀화 한국인 고 민병갈 원장이 완도 식물 답사 중 발견해 국제학회에 등록한 것이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한국을 너무 사랑해 펜실베이니아 민씨가 된 미국인. 그런 그가 300년 뒤를 생각하며 충남 태안의 모래땅을 일궈 만든 곳.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국제수목학회) 인증을 받은 희귀 식물의 보고. 천리포수목원과 설립자 고 민병갈 원장에 관한 열쇳말이다.

 

5년 전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천리포수목원을 알게 됐다.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화하고 식물들이 자연의 섭리대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목원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수목원 근처에는 만리포 해변도 있다. 파도가 좋아 한국의 캘리포니아라는 뜻에서 만리포니아로 불린다. 숲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충남 태안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 수목원

지난 9일 오전 천리포수목원을 찾았다. 김용식 원장(영남대 산림자원 및 조경학과 명예교수)이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한 그루가 훼손되면 열 그루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평생 나무만 사랑한 분이 만든 곳이지요. 여기 완도호랑가시좀 보세요. 설립자가 한국에서 처음 발견해 국제학회에 등록한 우리 수목원의 상징입니다.”

김 원장은 산림 전문가로서 수목원의 중요성과 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수목원은 단지 아름다운 꽃을 전시해두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 수목원을 찾는 텃새와 철새가 200종이 넘어요. 잘 만든 수목원 하나가 지역 생태계를 지켜내고 살립니다. 생물 종을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천리포수목원은 20069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노랑붓꽃을 포함한 희귀 특산식물 295665종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민병갈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식물 전문 도서관도 열었다. 최초의 사립수목원으로서 천리포수목원이 갖는 의미 등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가 생겼다. 김보미 담당자와 함께 수목원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민병갈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삽목은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을 말한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삽목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꺾꽂이를 쓰라고 돼 있다. 김지윤 기자

 

숲속에서 서해의 해넘이를 보다

설립자에 관한 설명문을 차근차근 읽어봤다. ‘민병갈 연보(年譜)’(1921~2002)를 통해 미국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미 해군 정보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한 그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오십 대에 귀화를 결심한 뒤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는 대목에서 마음 한편이 찡해졌다.

 

귀화는 이미 사람들 입에 익은 말이라 그냥 써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데 일본식 표현이라는 논란도 있었고 귀화를 결심했다고 쓰기보다 한국 국민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쓰는 편이 더 좋아 보인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귀화대신 국적 옮김이라는 말을 권한다. ‘연보는 개인의 연대기를 이른다. 비슷한 말로 해적이’ ‘한살이가 있다.

 

넓은 수목원 곳곳에 노을쉼터, 전망대 등이 있어 서해의 아름다운 해넘이(일몰)를 보기에 제격이었다. 큰연못정원, 수국원, 습지원, 왜성침엽수원, 양치식물원 등 바다와 어우러진 초록 숲을 거닐고 있으니 마치 나뭇잎과 파도의 이중주를 듣는 기분이었다.

측백나무과 골드 라이더앞에 섰다. ‘1991년에 네덜란드 Zwijnenburg 농장에서 삽목묘로 도입되었습니다라는 설명이 어려웠다. ‘삽목은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을 말한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삽목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꺾꽂이를 쓰라고 돼 있다. 삽목묘는 꺾꽂이 모로 쓰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겨울정원으로 이동했다. ‘겨울정원은 씨앗을 파종하던 곳으로 씨앗밭이라 불린다. 겨울철에 꽃이 피거나 수피와 열매가 아름다운 식물이 볼거리를 제공하여 겨울정원이라 부른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파종씨뿌리기’ ‘씨 뿌림으로 순화할 수 있다. ‘수피는 나무의 껍질로 줄기의 코르크 형성층 바깥쪽에 있는 조직을 말한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를 보니 나무껍질로 바꿔 쓸 수 있겠다.

 

온 세상 목련 다 모여 있어

천리포수목원은 목련이 유명하다. 840분류군의 목련을 수집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목련류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목련학회 총회 등을 열기도 했다. 목련류에 관한 설명문 앞으로 이동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000재배품종 이상의 목련을 선발 또는 교배 육종하여 정원 식물로 널리 애용하고 있다라는 말이 보인다. ‘육종의 순화어는 씨 기르기.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이다.

 

목련속(木蓮屬)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로 은행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다고 한다. 해마다 찬란한 빛을 머금고 봄을 알리는 목련이 이렇게 오랜 생존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니. 설명문을 끝까지 읽어보니 목련의 수분 매개자가 벌과 나비가 아닌 딱정벌레인 이유는 그 시기에는 벌과 나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수분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꽃가루)이 암술머리에 옮겨붙는 것인데 가루받이로 바꿔보니 뜻이 조금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동백나무에 관한 설명을 보자.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는 지역에 따라 봄과 겨울에 개화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대청도나 연평도의 동백나무는 내한성이 강하여 새로운 품종 육성에 이용한다에서 개화하는꽃이 피는으로, ‘내한성추위를 견디는 성질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낙우송한 그루가 건넨 위로

천리포수목원의 설명문은 대체로 친절했다. 나무나 꽃이 열매 맺은 모습을 찍어 팻말 안에 담아뒀다. 사진 한 장이 상상력을 더해준다. 학명과 개화 시기 등 학술적인 설명뿐 아니라 해당 식물에 얽힌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어 관람객에게 대화거리도 던져주는 듯했다.

 

운향과 머귀나무는 옛날부터 귀신을 쫓는 나무라고 하여 가지를 마루 위에 걸어 놓았던 풍습이 있다는 사실이나 마취목은 잎에 독이 있어 말이나 소가 먹으면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그랬다. 전쟁 중 마취목 근처에 묶어둔 기마대의 말이 풀을 먹고 죽어 전쟁에서 패했다는 전설 등을 통해 처음 보는 낯선 식물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땅 밖으로 튀어나온 공기 뿌리(기근)를 가진 낙우송의 모습. 김지윤 기자

 

수목원을 나오기 전 낙우송(落羽松)을 만났다. ‘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새의 깃털 같은 소나무라는 뜻을 가졌다. 습지 옆에 사는 낙우송의 뿌리는 땅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종유석(돌고드름)처럼 뾰족뾰족하게 우뚝 솟아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숨을 쉬기 위해 만든 기근’(공기 뿌리)이다. 흙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뿌리를 내보내기로 결심했을 테다. 기근은 무른 땅에서 나무의 몸을 지탱해주는 역할도 한다.

 

습지를 좋아해 그곳에 자리 잡은 건지, 그곳에 살 수밖에 없어 공기 뿌리를 내보낸 건지는 알 수 없다. 낙우송은 그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살아내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마음에 담고 싶어 사진을 몇장 더 찍었다. 큰 숲에 인사를 전하고 수목원을 나왔다. 천리포의 파도 소리가 따뜻하게 배웅을 해줬다.

·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감수 상명대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김형주

 

중국서 분출되는 시뻘건 미세플라스틱, 나사 위성으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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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이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중국 양쯔강(장강)과 첸탕강 하구에서 서해로 분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시건대와 나사가 밝혔다. 중국 양쯔강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추정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바다로 쏟아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관측한 것은 처음이다.

 

미시건대 크리스토퍼 러프 교수와 대학원생 매들린 에번스는 지난달 한 학술 모임(IEEE Xplore)우주 공간 레이더를 통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발견과 이미지화'란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사의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의 배출량과 흐름을 추적하는 방안을 연구한 내용이었다.

 

이들은 2017년 한 해 동안 나사 위성을 통해 중국 주변 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추적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적은 부분을 파랗게, 많은 부분을 붉게 표시했을 때 연간 평균은 대체로 푸른 바다였다. 그러나 특정 시기에 중국의 양쯔강과 첸탕강 등 강 하구에서 미세플라스틱 분출이 집중되면서, 이 기간에는 짙은 붉은 색의 미세플라스틱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쏟아지는 이미지가 나타났다.

 

2017622~28일 일주일 동안 중국 항저우를 거쳐 양쯔강 쪽으로 합류되며 서해로 이어지는 첸탕강에서는 시뻘건 미세플라스틱의 흐름이 서해로 흘러 들었다. 6월은 세계 전체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배출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20171027일부터 112일까지 일주일 간 양쯔강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양쯔강 하구에서 붉은 미세플라스틱이 한국과 일본 쪽으로 분출된 것이다.

 

중국 양쯔강은 이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세플라스틱 배출원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실제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은 성과다. 미시건대가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를 주도한 러프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을 의심하는 것과 그게 일어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며 과거에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데이터가 제한적이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나사와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들이 연구에 이용한 인공위성은 나사가 지난 2016년부터 열대성 폭풍 관측을 위해서 운용해 온 사이클론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체계(CYGNSS)’. 초소형 인공위성 8대를 이용해서 세계 각지의 풍속과 바다 표면의 거칠기를 정밀하게 추적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러프 교수팀은 간혹 풍속에 비해 바다 표면이 부드러운 곳이 있는데, 이것이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일 가능성에 착안했다. 풍속과 바다 표면의 거칠기 간의 상관 관계를 이용해서 미세플라스틱을 추적할 수 있는 과학적 모델을 설계한 뒤, 해상 미세플라스틱의 실측 자료 및 시뮬레이션 모델과 비교해 본 결과 실제 상황과 합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앞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추적 연구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시건대 연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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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진명 특파원/조선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태우고 있다

<시엔엔> 최근 미국·캐나다 등 지구촌 폭염 사태 분석

지난 2(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데카호 남서쪽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전례없는 폭염, 사망자 수백명, 그리고 황폐화된 마을.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태우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4(현지시각)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연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며 수백명을 숨지게 한 폭염 사태를 전하며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태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미뿐 아니라, 러시아와 인도, 이라크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폭염 사태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소도시 리턴은 지난달 30일 기온이 49.6까지 치솟는 등 사흘 연속 캐나다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평상시 리턴의 6월 최고 기온이 25정도임을 감안하면 거의 두배에 육박한다. 리사 러포인트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수석 검시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주일간 719명이 돌연사했다며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시비시>(CBC) 방송이 전했다. 러포인트 검시관은 고온으로 인해 사망자 수 증가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며 폭염에 따른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폭염은 더위로만 끝나지 않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150여건 이상 산불이 발생했다. 폭염으로 인한 화재로 리턴의 대부분 지역이 재가 됐고, 주민들은 대피했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폭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두 곳의 폭염 사망자는 각각 95명과 30여명으로 집계됐다. <시엔엔>(CNN)자동세척기, 드라이어, 고통스럽지만 심지어 에어컨까지, 전력망을 지키기 위해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뉴욕 주민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34.8를 기록해 역대 6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시베리아의 농부들은 폭염으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다. 심지어 북극권의 기온이 30도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하자, 세계기상기구는 북극권 북쪽의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인지를 평가하고 나섰다.

 

인도 북서부 주민 수천만명도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인도 기상당국은 지난달 30일 수도 뉴델리와 주변 도시들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며 기온이 계속 40를 웃돌아 평소보다 7정도 높다고 밝혔다. 더위와 늦은 장마는 라자스탄주와 같은 지역의 농부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는 폭염으로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지난 1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50가 넘는 고온과 전력 시스템 붕괴 등으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시엔엔>(CNN)에 이런 기상 이변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어렵지만, 북반구 일부 지역에 폭염이 동시에 들이닥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기상학회 리즈 벤틀리 등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꼽는다. 3만피트(9.144) 상공에서 찬 공기와 따듯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뜨거운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이다.

6월 중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멕시코와 애리조나주 피닉스 같은 곳에서 최고 기온 기록을 깼다. 몇주 후 북서쪽 상공에 고기압 돔이 형성됐고, 워싱턴과 오리건, 캐나다 북서부에서 기록이 깨졌다. 그는 우리는 전례 없는 기온을 보고 있는데 기록이 단지 몇도 정도 깨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박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학자 니코스 크리스티디스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다면,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의 폭염은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현재는 “15년 정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세기가 바뀔 무렵엔 이런 폭염이 1~2년마다 한번씩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벌목한 그곳에서아타미 덮친 산사태 시작됐다

태평양에 인접한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3일 시즈오카(靜岡)현 아타미()시의 이즈산(伊豆山)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최소 20명이 실종됐다. 4NHK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30분쯤 바위·흙더미가 섞인 토사(土砂)가 순식간에 이즈산 아래로 2까지 쏟아져 내려와 주택가를 휩쓸고 지나갔다. 흙더미는 2~3차례 걸쳐 마을을 덮쳤다. 피해를 본 건물만 약 130채로 파악됐다. 사고 순간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다케바야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는 진흙에 가까운 토사가 시속 30속도로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토사 규모가) 2층까지 닿는 등 높이가 4~5m에 이를 정도로 컸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20일가량 앞두고 발생한 아타미 산사태에 많은 일본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타미는 버블경제 시절 도쿄의 안방으로 불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수도권 인기 온천 관광지 중 하나다. 2000년엔 김대중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 총리의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개최됐다. 버블 붕괴 이후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다시 주목받으며 상권도 부활하던 중이었다. 이런 곳에서 20명 넘는 주민이 사망·실종하자 일본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는 이를 1면 톱 기사로 보도했다.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록적인 강수량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3일 낮 12시 반까지 48시간 동안 이 지역 강우량은 313를 기록했다. 평년 7월 한 달 강우량(242.5)보다 많은 비가 이틀 만에 내린 것이다. 바닷가 바로 옆에 형성된 화산재 퇴적 지형인 이즈산 일대는 경사가 급해 산사태가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돼 왔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산사태가 실제 발생했고, 일본 정부도 2012년 이 지역을 산사태 경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런 이즈산 일대에 ’100년 만의 폭우'로 불릴 정도의 비가 내리면서 토사가 붕괴했다는 것이다.

 

시즈오카현의 발표에 따르면 인재(人災)의 성격도 크다. 시즈오카현은 4일 이번 토사 붕괴가 발생한 지점에서 수년 전 벌목 사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즈산 지구 중턱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54000를 쌓아 부지를 조성했는데 이 중 5가량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에서 남서쪽으로 다소 떨어진 위치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사실도 알려졌다. 가와가쓰 헤이타 시즈오카현 지사는 기록적인 폭우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지만 (개발사업과 산사태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번 산사태와 같은 재해가 매년 반복돼 일본 사회가 불안해하고 있다. 본래 스스로를 자연재해 대국이라고 칭하는 일본이지만, 최근 몇 년간 장마 때마다 발생한 호우 재해는 그 피해 규모가 과거보다 커졌다. 7월 초 장마 기간 내린 폭우 때문에 2017년 규슈 북부 지역에서 40여 명이, 2018년 서일본 일대에선 280여 명이 숨졌다. 2018년 서일본호우는 헤이세이(1989~2019) 최악의 수해라는 말도 나왔다. 2020년엔 큰비로 범람한 하천 때문에 구마모토에서만 67명이 사망했다.

 

특히 집중폭우로 재해 약자인 고령자들이 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 마을의 단독주택에 살던 고령자들이 제때 피난하지 못하고 낡은 집에 갇혀 있다가 침수로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프라 정비를 위한 국토 강인화(强靭化) 정책2021~2025년 예산 15조엔을 책정해 제방 정비, 노후 교각 교체, 댐 건설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올해도 유사한 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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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때문에 올여름 블랙아웃?.. 언론의 거짓말

[팩트체크] 전력공급 감소 아닌 수요 증가 탓.. 산업부·전문가 "탈원전과 무관

지난 529일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원전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터빈이 정지했다. 신고리 4호기에서 연기가 퍼지는 모습연합뉴스

 

[검증대상] 일부 언론 "탈원전 때문에 7월 말 '블랙아웃' 올 수 있다"

지난 1일 정부에서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한 뒤 올 여름 전력수급 문제로 '블랙아웃(광범위한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즉시 복구할 수 없는 대규모 정전 사태. 아래 대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특히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그 책임을 현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에 돌렸다.

 

과연 탈원전 때문에 올 여름 '전력대란'이나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검증내용] 산업부 "전력수요 일시적 증가 영향... 탈원전과 무관"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 지난 1"이번 여름은 전력공급 능력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나,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 기상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하여 안정적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올여름 전력수급 문제로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 원인을 탈원전 정책으로 돌렸다. 대표적인 언론 보도는 다음과 같다.

 

- <조선일보>, 대정전 가능성에도 원전 8기 가동중단(72)

- <매일경제>, 탈원전에올 여름 전력수급 빨간불, 8년만에 경보 발령 위기(71)

- <문화일보>, 이달말 전력수급 비상 발령 가능성...탈원전() 블랙아웃 우려(71)

- <한국경제>, [사설] 전력수급 벌써 불안한데 원전 세워놓고 석탄발전소 돌리다니(72)

조선일보는 72'대정전 가능성에도 원전 8기 중단' 기사에서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이 여름철 전력 수급 불안을 불렀다고 보도했다.조선일보

 

<조선>2일 기사에서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정부가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력 수요를 낮춰 잡은 탓에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경>2일 사설에서 "이달 넷째 주에 전력예비율이 4.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정부 공식 전망은 탈원전의 끝모를 폐해를 재확인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이들 언론이 올 여름 전력수급 문제가 탈원전 탓이라고 보는 근거는 현재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8기가 정비 중이라는 점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지연 등 크게 3가지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원전 8기 예방정비와 신한울1호기 운영허가 지연은 탈원전 정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산업부는 2일 오후 설명 자료에서 "올 여름철 전력공급 예비율 하락은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 기상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며,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하여 안정적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산업부 자료를 보면, 올 여름 원전 설비용량은 2423.3GW(기가와트)로 지난해 여름과 동일하고, 전력 예비율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한 7월 넷째주 전력공급능력 전망치도 97.158GW로 지난해 여름(2020826일 실적 97.951GW)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최대전력수요가 지난해 여름 89.1GW보다 1~5GW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7월 넷째주 원전공급능력이 일시적으로 2GW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원전 정비 지연에 따른 것이고 최대전력수요가 예상되는 8월 둘째주에는 원전 공급량을 다시 회복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해(2020)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했을 때 예비력은 8.9GW(예비율 9.9%)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7월 넷째주 최대 전력수요는 89.3GW(기준 전망)에서 93.2GW(상한 전망)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년 피크발생일 직전 72시간 평균기온'29.4를 적용한 '기준 전망'시 예비력은 7.9GW, 예비율은 8.8% 정도지만, '최근 30년 피크발생일 직전 72시간 평균기온의 상위 3번째 기온' 30.2를 적용한 '상한 전망'시에는 예비력은 4.0GW, 예비율은 4.2%.

 

현재 예비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하는데, 4GW는 준비(5.5GW 미만)-관심(4.5GW)-주의(3.5GW)-경계(2.5GW)-심각(1.5GW) 5단계 가운데 두 번째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예비력이 1.5GW 아래로 줄어 '심각' 단계에 이르면 '대정전'을 막기 위해 먼저 '순환 단전(부하 조정)'을 실시한다. 지난 201191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정전 사태도 순환 단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예방정비 중인 화력발전소 발전기(부산복합 4호기, 고성하이 2호기) 시운전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추가 예비자원을 8.8GW 확보했다고 밝혀, '심각' 단계까지 이를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전문가들 "관심 단계에서 '대정전' 가능성 낮고 탈원전 영향 없어"

에너지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전력 예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고, 설사 '관심'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넘어가 대용량 발전기가 갑자기 멈추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예비 자원을 활용하거나, 부분적인 부하 차단(순환 단전)으로 대정전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2"대정전이 발생했던 국가의 전력 설비예비율은 평균 10%대인 반면 한국은 평균 20%대로 높은 편이고, 예비력이 부족해도 수요관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일부 원전 가동을 중단한 것도 평소 진행하던 예방정비 작업 때문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정전이 발생했던 호주, 대만의 평균 전력설비예비율은 2016년 기준 각각 15.5%였다. 그러나 한국은 19~22%, 영국(25.6%) 미국(22.3%), 프랑스(21.3%)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국의 전력설비예비율 비교 연구', 2018).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도 이날 "현 정부 들어 신한울 1, 2호기를 예정대로 건설하는 등 탈원전 정책이 제대로 실행된 게 없어 현재 시점의 전력설비용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월성1호기의 경우 조기 폐쇄하지 않았더라도 안전 문제로 지금 가동을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고리 1호기 폐쇄를 결정하지 않고 10년 더 연장했다면 지금 전력 수급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 통계에 따르면, 원전 설비용량은 201623.1GW을 정점으로 201722.5GW로 줄었지만, 2019년과 2020년 다시 23.3GW로 늘었다. 원자력 발전량도 2015164771GWh(기가와트시)로 정점을 찍은 뒤 2018133505GWh까지 감소했지만, 2019145910GWh, 202016184GWh로 다시 회복했다. 2020년 현재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29.0%에 이른다.

오히려 박 교수는 "전력 수급 문제를 모두 탈원전 정책과 연결 짓는 보수 언론과 야당 주장도 맞지 않지만, 현 정부가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면서 "기약하기 어려운 60년 뒤 탈원전을 목표로 하기보다 당장 임기 5년 안에 할 수 있는 확실한 계획부터 실행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검증결과] "탈원전 발 블랙아웃" 언론 보도는 '거짓'

올 여름 정부가 예상하는 전력수급 문제 발생 원인은 전력공급량이 아닌 전력수요량 증가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원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2019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7월 넷째주 예비력 최저치인 4.0GW까지 줄어들더라도 전력수급 비상단계 2단계인 '관심' 수준으로, 5단계인 '심각' 단계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올 여름 대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뉴스 / 김시연

 

윤석열 "체르노빌만 기억하지 말라"이번엔 '탈원전' 뒤집기

"월성 원전 압력으로 총장 그만뒀다탈원전 반드시 수정"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탈원전을 의제로 들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비판하며 정권교체가 되면 이를 되돌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대를 찾아 이 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주 교수는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온 인사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이른바 '핵발전 마피아' 인맥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주 교수가 "(탈핵은) 잘못된 정책이니 바뀔 것"이라고 말하자 "당연히 바뀌지 않겠느냐"고 화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원전(핵발전)이라는 것이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인데 국민들이 안전성에 대해 조금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오해가 많다"고 일축했고, 윤 전 총장은 "초기에는 저도 마찬가지이고 국민들이 인식을 못 하다가 점점 지나면서 이제는 인식을 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주 교수와 만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는 "졸속 탈원전(탈핵) 방향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체르노빌 사건만 기억할 것이 아니다. 에너지 저비용 생산은 우리 산업에 경쟁력이 생기게 하고 일자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탈핵 정책이) 국민의 합당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의구심이 많다"고도 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 추진이) 이뤄져 많은 법적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가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 자체가 월성 원전(핵발전소)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 제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면서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탈핵)"을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 사례의 하나로 들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의 첫 정치적 메시지는 "무도한 행태", "권력 사유화", "국민 약탈" 등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한 문재인 정권 비판이었고, 이 자리에서 그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현안의 그랜드바겐(일괄타결)" 등을 주장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여당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SNS에서 현대사 논쟁을 벌였고, 이번에는 사실상 '민생 행보'의 첫 일정으로 핵발전 문제를 들고 나온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다음날인 6일에도 대전 카이스트를 찾아 핵발전 관련 일정을 이어간다. 윤 전 총장 측은 카이스트 방문이 '민생 행보'의 첫 공식 일정이라고 밝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태 이후 본격 쟁점화된 탈핵 문제는 한국 시민사회에서 대립이 첨예한 이슈다. 지난 1월 한국갤럽 여론조사(1.26~28, 1004명 대상)에서 핵발전 확대/축소/유지에 대한 의견은 각각 응답자의 25%, 29%, 36%였다. '현행 유지'가 가장 높긴 했으나, '핵발전 축소''확대'보다 다소 높았다.

 

당시 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진보층에서는 핵발전 축소 50%, 확대 18%, 유지 28%였고, 보수층에서는 축소 15%, 확대 38%, 유지 40%였다. 중도층은 축소-확대가 각 27%로 같았고 '유지' 의견이 39%였다.

 

정당 지지 성향별로 보면,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보수정당 지지층에선 확대·유지 의견이 유의미하게 높았던 반면(국민의힘 축소 8% 확대 44%), 민주당·정의당 지지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축소' 의견이 높았다(민주당 축소 46% 확대 13%, 정의당 축소 39% 확대 20%).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방문에 앞서 주말 SNS에서 제기한 역사 논쟁 역시 전형적인 진보-보수진영 간 쟁점 이슈다. 이재명 지사가 광복 직후 미군정과 구 친일파의 합작을 지적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고 정치적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일 장모 최모 씨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나온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이처럼 모두 보수층 표심을 자극하는 것 일색이다. 김염삼·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방문 일정도 2일 오후 공개됐다. 다만 이는 지난달 중순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찾은 데 이어진 행보이기는 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당초 이날 광주 5.18 묘역 참배를 계획했다가 5월 단체 내에서 의견이 갈려 일정이 무산됐다는 기독교방송(CBS) 보도에 대해 "캠프 내에서 5.18 구속부상자회와 연락을 취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방송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민생 행보의 첫 일정은 원래 핵발전 문제가 아니라 광주행이었으나 5.18 구속부상자회 측에서 '윤 전 총장이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내용도 없다', '그림을 만들기 위해 진정성 없는 쇼를 하려 한다면 오산'등 반발이 있어 결국 취소됐다고 한다.

 

<프레시안>은 당초 윤 전 총장이 광주 방문을 이날로 계획했던 것은 사실인지, 민생 행보의 첫 일정이 광주행이었는지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윤 전 총장 측 이상록 대변인은 "CBS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만 했을 뿐 계획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대한민국 산림청 맞습니까? 국유림서 끔찍한 현장을 보다

[최병성 리포트] 산림청 벌목 후 산사태... 국가 100년대계 산림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금강송 숲이지만 금강송은 사라지고,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최병성

 

산사태로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도로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가 산사태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산사태는 한두 곳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깊은 산속에 건설된 임도를 따라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71, 현장엔 선명한 포클레인 공사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산사태 복구공사가 며칠 전까지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록 복구공사가 이뤄졌지만, 배수로조차 제대로 없는 임도에 또 다른 산사태가 사방에서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위태로운 산사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최병성

 

지난 기사 <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6.16, http://omn.kr/1txs2)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 서식지인 경상북도 울진이다. 입구에 '이곳은 산사태 취약지역이니 주의하라'는 산림청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2013122일이다.

입구에 산사태 취약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싹쓸이 벌목을 했다. 최병성

 

산사태 취약지역인 이곳의 아름드리 금강송들을 산림청이 싹쓸이 벌목했다. 카카오맵의 항공지도를 확인해보았다. 벌목하기 전 울창한 산림이다. 2012년 임도를 건설했다. 2017년 싹쓸이 벌목이 진행될 때까지 큰 산사태가 없었다. 2019년 산사태가 발생했고, 깊은 산속 정상에서 레미콘과 펌프카가 공사 중이다.

 

2019년에 시작한 산사태가 점점 더 악화돼서 지금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계속 혈세를 산속에 퍼붓고 있다.

산사태의 원인은 임도뿐 아니라 무리한 싹쓸이 벌목 때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맵

 

산림청은 이곳이 2013년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었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을 산림청이 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벌목을 할 경우 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싹쓸이 벌목을 했다. 큰 나무가 사라진 숲의 산사태는 당연한 결과였다.

60년이 넘은 소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린 소나무들을 심었다. 산사태는 당연한 결과였다. 최병성

 

임도를 따라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인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깎아지른 급경사 지형이었다. 지질이 마사토처럼 연약했다. 집중호우 발생 시 쉽게 산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옹벽을 쌓아둔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쌓아두었던 검은 자루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는 지금까지 수차례 산사태가 발생해왔음을 말해준다.

급경사지형에 무리한 싹쓸이 벌목으로 산사태 재앙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병성

 

산림청이 무너진 곳에 콘크리트와 석축 옹벽을 쌓았지만, 큰 비가 오면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이곳에 임도를 만들지 않고, 싹쓸이 벌목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목하지 않은 곳은 멀쩡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국민 혈세를 산에다 버리고 있다.

 

산림청이 벌목한 국유림에 산사태

지난 기사에서 지름 80cm의 잘려나간 금강송 그루터기를 보여주었다. 1, 임도를 따라 벌목 현장을 돌아보니 잘린 그루터기와 비슷한 지름 80cm 정도의 금강송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보는 순간 경이로움이 들었다. 10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나무들이다.

100년 가까이 숲을 지켜온 금강송들이 산림청의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숲이었을까? 최병성

 

그런데 숲가꾸기라는 미명 아래 금강송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소나무와 낙엽송을 심었다. 국유림의 금강송 소나무 숲에 일본잎갈나무인 낙엽송을 심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조림방법일까?

 

산림청은 지난 616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목재수확 및 산림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습니다)에서 "이곳은 목재 생산이 주 기능인 경제림 육성단지로써 산림경영계획에 따라 임도를 활용, 솎아베기 후 수확벌채를 한 곳"이라며 아무 문제없는 벌목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6월 현장을 찾았을 때는 입구에 이곳은 인공림 29%, 천연림 71%라며, 사유림 산주들에게 숲가꾸기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벌목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그러나 71일 다시 찾아갔을 때는 안내문이 사라졌다. 싹쓸이 벌목이 국유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려주던 안내문은 왜 사라졌을까.

싹쓸이 벌목이 국유림에서 시작했음을 알려주던 안내문이 며칠만에 사라졌다. 최병성

 

인공림 29%, 천연림 71%라는 산림청의 안내문처럼 30~40여 년 전에 이곳에 낙엽송을 조림했다. 현장에서도 금강송 사이사이에 자라는 낙엽송 무리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림 육성단지로 수확벌채를 했다"는 산림청의 주장대로 낙엽송을 경제림으로 육성했다면 목재 사용을 위해 심은 낙엽송 위주로 수확 벌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조림한 낙엽송은 그대로 둔 채 아름드리 금강송만 싹둑싹둑 잘라냈다.

낙엽송은 활엽수들이 잎사귀를 다 떨군 뒤에 노랗게 단풍이 들어 쉽게 구별된다. 최병성

 

낙엽송은 활엽수들이 잎사귀를 떨군 후에 노란색으로 단풍이 든다. 가을이 되면, 초록 잎을 유지하는 소나무와 노랗게 물든 낙엽송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네이버 항공지도에 이곳 현장의 늦가을 사진이 실려 있었다. 벌목하기 전의 모습이었다. 벌목 후의 여름사진이 실린 카카오맵과 네이버의 가을 사진을 비교했다.

동일한 장소의 좌측은 네이버 항공 가을 사진, 우측은 카카오맵의 여름사진이다. 놀랍게도 낙엽송만 남겨두고 금강송만 싹쓸이 했다. 네이버, 카카오맵

 

결과는 놀라웠다. 산림청은 낙엽송은 남겨두고 금강송만 골라서 벌목했다. 좌우 비교사진에서 보듯, 벌목 중앙에 물고기 모양의 낙엽송만 남았다. 그리고 벌목 현장 주변의 낙엽송들도 남겨졌다. 사라진 것은 산림청이 30년 전 인공적으로 심은 낙엽송이 아니라, 60~100년 전부터 이곳을 지켜 온 아름드리 금강송들과 천연림이었다.

 

바로 옆의 또 다른 벌목 현장을 비교해보았다. A, B 지역은 네이버 항공지도에도 이미 벌목이 이뤄진 후 사진이라 낙엽송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C지역을 살펴보자. 위의 네이버 가을 사진을 살펴보면 초록 잎의 소나무와 잎사귀가 다 떨어진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C지역엔 노란색의 낙엽송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랗게 단풍 든 낙엽송은 오히려 C지역 좌측 아래 주변에 흩어져 자라고 있다.

가을 사진인 네이버 항공지도에서 낙엽송을 확인할 수 있다. 산림청이 낙엽송은 남겨두고 국유림의 금강송들만 골라서 벌목한 것을 카카오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맵

 

그런데 아래의 카카오맵을 보면, 산림청은 인공적으로 심은 낙엽송은 그대로 두고, 천연림인 소나무와 활엽수만 싹쓸이 베어냈다. A, B주변 지역의 낙엽송들도 그대로 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낙엽송은 놔두고 금강송과 참나무만 싹쓸이 벌목하는 것이 산림청의 경제림 경영 방식인가?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경북 울진 깊은 산속의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하루 종일 현장을 둘러봤다. 벌목한 B지역 끝머리에서 낙엽송을 만났다. B벌목 현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금강송을 베어내고, 어린 소나무들을 심었다. 그런데 바로 곁의 낙엽송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좌측 B지역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금강송들이 끝이 없다. 그런데 우측 낙엽송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기준으로 벌목을 한 걸까. 최병성

 

산림청은 위 해명자료에서 "기사에서 친환경벌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도된 곳은 2014, 15년 벌목한 것으로 당시 규정에는 반드시 군상 또는 수림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었으며, 이는 201712월 개정된 것으로 이전에는 군상·수림대 관계없이 ha당 잔존목 50본 이상을 남기도록 했으며, 그동안 태풍과 설해 등의 재해에서 소실되어 일부만 남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지난 616일자 기사 <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에 대한 산림청의 해명자료 산림청

 

그러나 산림청의 이 해명 역시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카카오맵에 따르면, 2017년 이전에 싹쓸이 벌목된 현장은 두 곳이다. 좌측의 18.8ha 면적을 벌목했다. ha50그루를 남겨야하는 규정에 따르면, 900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싹쓸이 벌목이 이뤄진 약 18ha40ha의 금강송 산림 카카오맵

18ha의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최병성

 

우측의 40ha 면적의 벌목 현장엔 남겨진 나무들이 있다. 면적 40ha일 경우, 2000그루의 나무가 남아있어야 한다. 지난 71일 현장을 살펴보았다. 남겨진 나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카오맵을 확대해 남은 나무 수를 모두 세어 보았다. 겨우 450여 그루에 불과했다.

2000 그루의 나무가 남아 있어야 하지만, 450그루도 채 안 남았다. 애초에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싹쓸이 벌목을 한 게 아닐까. 최병성

 

산림청은 2014년과 2015년 벌목 후 태풍과 설해로 소실되어 일부만 남겨진 상태라고 해명했다. 카카오맵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2019년과 2017년을 비교해봤다. 큰 차이가 없었다. 규정을 지켜 정말 2000그루를 남겨두었다면, 짧은 시간 동안 태풍과 설해로 1500그루가 사라질 수는 없다. 애초에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거짓 해명만 늘어놓는 산림청... 이제는 바뀌어야

지난 1일 싹쓸이 벌목 현장을 돌아보는 내내 새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저 멀리 까마귀 한 마리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몇 시간동안 들은 유일한 새소리였다. 임도를 따라 이동하며 싹쓸이 벌목지역에서 살짝 벗어나자 숲에 가득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산림청은 국가 예산을 퍼부어 새들도 살지 못하는 침묵의 숲을 만들고 있다. 이는 '숲 가꾸기'가 아니라 '숲 전멸'이다. 새들도 살지 못하는 침묵의 숲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산림청은 금강송을 어떤 용도로 쓰기 위해 대규모로 벌목한 것일까? 굳이 낙엽송이 아닌 금강송을 벌목한 이유가 뭘까? 산림청이 1년에 정한 국-사유림의 벌목 면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싹쓸이 벌목을 한 건 아닐까?

엄태원 소장은 무너져내린 산사태 현장을 돌아보며 국가 산림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이날 현장 조사엔 숲 전문가인 숲복원생태연구소 엄태원 소장도 동행했다. 엄 소장은 "지금까지 임도 산사태를 보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애초에 급경사지의 능선부에 만들어진 임도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산사태를 초래하고, 환경훼손이 심각한 '모두베기'라는 싹쓸이 벌목은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써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부터라도 후손들에게 물려 줄 국가 산림정책의 100년지 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벌목''조림'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재앙에 불과한 30억 그루 심기 계획을 중단하고, 산림정책 전체를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다’···국내서 가장 안전한 도로 어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로 평가받은 전주 첫 마중길 모습.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역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역 앞을 나서는 순간 특이한 광경에 놀라곤 한다. 도로는 구불구불하고, 도로 중앙에는 차선이 아닌 광장이 조성돼 있다. 광장 가장자리에는 나무 수백그루가 일렬종대로 심어져있다. 전주시가 지난 2017년 만든 첫 마중길이다. ‘자동차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의제의 결과물이었다. 이 길이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로 선정됐다.

 

전주시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한국도로협회가 공동개최한2회 안심도로 공모전에서 첫 마중길이 운영 우수사례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안심도로는 지그재그, 소형 회전교차로, 차로 폭 좁힘 등 자동차의 속도 감소를 유도해 보행자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교통 정온화시설(Traffic Calming)을 적용한 도로를 말한다.

 

첫 마중길은 차로 중심의 대로를 보행자 중심의 생태도로로 전환시켰다. 정부는 도로의 안전성을 대폭 제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앙 보행광장, 400주의 수목 식재, 워터미러 분수, 여행자 도서관을 설치해 도시의 이미지까지 개선하는데 기여했다고 호평했다.

 

전주시는 이번 공모전에서 운영 부문에서는 대상을 받았고, 계획 부문에서도전주 역세권 보행친화도로 조성사업으로 최우수상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첫 마중길 조성당시에는 시민불만도 많았다. 반듯한 도로를 질주하는데 익숙했던 운전자들은 곡선도로로 바뀌어 서행을 해야 하는데다 차로마저 광장에 빼앗긴 것에 불편해했다.

 

하지만 조성한 지 4년이 흐르면서 첫 마중길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말이면 광장에서 반짝 시장이 열리고,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시민 김선희씨는 빠르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마중길은 회색도시에서 사람이 부대끼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면서 외지에서 전주를 찾는 분들도 새로운 느낌을 받지만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승수 시장은 자동차보다 사람, 콘크리트보다 생태를 지향하는 첫마중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로로 인정받게 됐다면서 전주의 첫인상을 바꾸고 도로에 대한 생각을 바꾼 첫마중길이 여행자 도서관 등 다양한 콘텐츠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 박용근 기자

 

산사태 뒤 15, 산불 뒤 20기후위기인데 이젠 중대재해로 봐야죠

생태계 복원까지 10년 이상포항 산불은 자연 회복 안돼

과거엔 복구 쉬운 수종 심었지만 환경 맞게 자생수종 필요

태백산맥 등줄기 중앙을 가르며 광활하게 뻗어있는 경상북도 영천시 보현산(해발 1126m) 자락, 높이 8~10m의 소나무와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파릇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장정원 팀장은 나무를 가리키며 이제는 중학생 수준으로 숲이 자라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보현산 천문대길 정상부에 올라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장 팀장의 말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었다. 18년 전인 20039월 태풍 매미로 발생한 산사태 피해의 상처는 길다란 샛길 모양으로 산을 가르고 있었다. 원숙한 소나무가 산사태와 폭우로 쓸려간 자리에 새 생명이 중학생 정도자라는데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허태임 박사는 깎아지른 산줄기를 눈으로 훑으며 복원된 숲에 자생종과 외래종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피기도 했다. 허 박사는 산지복원 과정에서 외래종이 유입되기도 하는데, 이곳에도 일부 외래종이 보이지만 숲이 깊어질수록 우점(우위를 점하는 군집) 경쟁에서 이긴 소나무와 콩과 식물 등 자생종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71<한겨레>가 찾은 경북 영천과 포항 등에 있는 산사태·산불 지역 일대는 산림복원 사업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생태계를 가까스로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복원사업은 단순 피해복구를 넘어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는 산의 체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 국토의 70% 이상이 산림인 한국에서 산사태와 산불은 익숙한 자연재해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이상 두 재난은 중대재해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산림청은 지난 5월 기상청이 발표한 기상전망 등을 토대로 장마에 막 접어든 이번 여름 역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함께 연이은 태풍으로 6175(1343ha·축구장 1880개 면적)의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다. 폭염에 따른 뜨겁고 건조한 날씨 역시 산불 발생 확률을 높인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숲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므로 이상기후 극복을 위한 산림복원은 중요한 과제다.

2006년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오장폭포 인근에 발생한 산사태 피해지역 복구지. 이곳에선 소나무, 싸리나무, 박달나무 등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관측됐다. 정선/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번 재난이 발생하면 이후 복원사업을 하더라도 산림생태계의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달 30일 찾은 강원도 정선군의 유명 관광지 오장폭포 산사태 피해지(5.11ha)20067월 태풍 에위니아 때 피해를 입어 곧바로 복원을 시작한 우수 사례로 꼽히지만 그 뒤 15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10m 이상의 나무들이 빼곡했던 보현산에 비하면 오장폭포는 아직까지 어린 싸리와 소나무 사이사이로 사방공사를 한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당시 사업에 참여한 김민식 산림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은 “2006년은 50여일간 비가 와 현장은 추가 피해도 예상되는 급박한 상태였다. (그래서) 사면안정화를 위한 응급복구 차원에서 사방사업에 집중했고, 그 뒤에 토양안정화를 시킨 뒤 싸리나 오리나무 등을 심었다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지금은 주변 소나무 씨가 날아와 주변 식생과 점차 어우러지고 있다. 결국 산림복원도 시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사방기념공원 주변에서 2001년 발생한 산불 피해지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 산림생태 복원 기법으로 복원한 지역. 모감주나무·솔송나무·해송 군락지 등이 형성돼 있다. 포항/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01·2004년 두차례 발생한 산불로 타버린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사방기념공원 주변 피해지도 가까스로 복원에 성공했다. 애초 포항시는 약 10여년간 이곳을 그대로 두고 자연의 천이과정(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종의 식물로 교체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지만 토양 산성도가 강해 영양분이 없고 식생이 자랄 정도로 흙이 피복되지 않아 땅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2014년부터 3년간 포항시 지원으로 복원사업이 시작됐고, 사방과 더불어 자생종 위주의 식재를 병행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해풍을 잘 견디는 곰솔과 포항 지역에서 주로 나는 모감주나무가 정착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여전히 나무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드러난 흙표면이 눈에 띄었다.

 

산림청과 산림조합, 지자체 등은 기후위기 시대 산림복원의 방향을 피해 방지와 빠른 복구를 넘어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생종 활용에도 힘쓰는 쪽으로 나가려 한다. 허태임 박사는 과거에는 응급 복구 식으로 일부 복구용 수종으로 식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주변 서식지 환경에 맞게 자생수종을 도입해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 포항 정선/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눈부신 죄고층빌딩에 드리운 소송 그림자

송도힐스테이트·북항 G7 등 부산 통유리 외벽 시공 급증

- 아이파크 2억배상 판결 이어

- 빛 반사 피해 소송 잇따를듯

 

부산지역 곳곳에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시공하는 커튼월 공법의 고층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햇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 공해를 유발하는 커튼월 공법에 대한 규제 기준이 없고 시민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 역시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줄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부산지역에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시공하는 커튼월 공법의 고층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햇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진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북항 G7, 해운대아이파크. 국제신문DB

 

지난 3월 대법원은 해운대 아이파크 건물 외벽의 빛 반사를 이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게 2억 원가량을 인근 피해 주민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건물 외벽 유리에 반사된 햇빛으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인정된다며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도 비슷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20102월 분당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한 글라스 타워사옥을 지으면서 인근 주민 74명이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냈다. 10년을 끌어 온 소송은 지난달 3일 대법원이 네이버가 승소한 2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주민이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도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5일 서구에 따르면 내년 5월 준공을 앞둔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인근 주민의 최근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 C3, 4라인과 200거리를 두고 정면으로 마주한 암남동주민센터 인근 주민은 매일 오후 4시부터 630분까지 눈 뜨기가 힘들 정도로 빛 반사에 시달린다. 이 시간대에는 집안 거실 안쪽까지 건물 유리에 반사된 빛이 들어와 커튼을 치고 지내야 할 정도라는 것이 주민 측의 주장이다.

 

주민은 구에 커튼월 공법 재검토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딱히 없다. 구 관계자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 반사 법 규정은 있지만 햇빛 반사와 관련한 규제나 피해 보상 등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에 고층 아파트와 레지던스가 들어서면서 커튼월 공법에 따른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를 포함해 초고층건물인 해운대 엘시티와 아이파크, 북항 G7 등도 커튼월 공법으로 시공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중앙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1) 씨는 해질녘에 G7 건물의 빛 반사가 심해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선글라스를 꼭 낀다면서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을 때도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동아대 서금홍(건축학과) 교수는 단열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복층 유리를 쓰면서 빛 반사 피해가 늘었다. 반사를 일으키는 유리 면적을 줄이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커튼월 공법

건물 외벽을 커튼 치듯이 철골 외벽 사이에 유리를 끼워 넣는 공법. 비용이 비싸지만 외관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킴.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

 

낙동강 철새 보호 구역줄어드나55년 만에 손질

서부산 개발로 인한 변화를 반영해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천연기념물 179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구역 조정이 추진된다. 앞쪽이 철새 서식지인 을숙도. 그 너머로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와 오션시티가 보인다. 김경현 기자 view@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 천연기념물 179호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구역 조정이 추진된다. 보존과 개발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곳이지만 에코델타시티·명지국제신도시 등 잇단 서부산 개발로 인한 변화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55년 만에 낙동강 방면 보호구역이 줄어들 경우 개발 쪽에 무게가 더 실릴 수 있다.

 

문화재청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구역 모니터링 및 개선방안 마련용역을 통해 이곳 지정구역의 개선을 추진한다5일 밝혔다. 해당 용역은 문화재청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총 10억 원을 들여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 철새 분포 등 용역 조사

연말께 지정 구역 조정안 마련

에코델타시티 등 주변 변화 반영

낙동강 방면 보호구역 축소 가능성

환경단체 지나친 개발 우려

문화재청은 개선이라고 표현했지만 에코델타시티 등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지금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를 조사하는 건 사실상 문화재보호구역 축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2017년 국감 때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에 따른 문화재보호구역을 두고 사회 변경에 따라서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심의와 지자체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에 문화재지정구역 조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낙동강 하류 철새 분포와 번식 실태 등을 조사했으며, 올해 안에 서식지 적합성 평가 등을 거쳐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곳은 150종 이상의 조류가 오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다. 현재 부산 강서·사상·사하구, 경남 김해시 4개 지자체에 걸쳐 87.3에 달한다. 문화재보호구역 인근에 개발을 하려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심의를 거쳐야 한다. 자연히 건축물 높이와 종류, 경관·조명 등 제약이 따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수십 년이 흐르면서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가 개발되는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화재청은 부산시 요청에 따라 2007년 부산신항 인근 14.78를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해제한 적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북강서을) 국회의원도 꾸준히 인구 증가 및 주변 개발 등 변화에 따라 구역 검토가 필요하다고 국회에서 지적해 왔다.

 

김 의원은 5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 강서구는 역동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발전이 저해된다문화재청의 지정구역 개선 추진을 통해 철새와 지역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철새 도래지가 줄어들 경우 지나친 개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문화재청은 이미 10년 전 낙동강 철새 분포 조사에 나섰다가 서식지 기능을 인정했으면서 또다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해마다 수많은 철새가 찾는 낙동강 습지가 보존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구역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여우·산양·무산쇠족제비 멸종 위험 더 높아졌다

국내에 서식하는 여우와 산양, 무산쇠족제비의 절멸위험도가 10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절멸위험도란 마지막 개체가 죽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멸종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생물적색자료집을 오는 7일 발간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자료집에는 국내 포유류와 관속식물 601종의 멸종위험 상태를 2012년과 비교해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조사된 포유류는 47, 관속식물은 554종으로, 우리나라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된 포유류 중 37.6%, 관속식물 중 12%를 차지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야생생물의 현지 내 보전상태와 멸종위험도 평가 기준을 담은 지역적색목록 지수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 포유류 14종과 관속식물 188종이 위급(CR), 위기(EN), 취약(VU)에 속하는 멸종우려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우려범주에 해당하는 포유류는 여우와 사향노루(위급), 산양, 무산쇠족제비, 물범, 반달가슴곰, 작은관코박쥐(위기), 담비, 물개, 붉은박쥐, , 수달, 하늘다람쥐, 토끼박쥐(취약) 등이었다. 무주나무, 손바닥난초, 피뿌리풀 등 관속식물 102종도 절멸위험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판에 수록된 멸종우려범주에 포함된 종의 수는 2012240종에서 202종으로 감소했는데, 연구진은 이는 그동안 모니터링 결과가 축적돼 과거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생생물들의 현황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연체동물과 곤충, 거미에 대한 개정판 작업 후에는 국내 자체적인 적색목록지수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고기 1인분에 담긴 '지구의 눈물'···탄소중립 '육식 자제' 국내서도 가능할까

소가 되새김질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강한 온실 효과를 갖고 있다. 소는 여러 가축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소비자들의 식단 전환을 장려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2030년까지 모든 고기와 유제품 소비를 20% 줄이고, 그 비율을 2050년까진 35% 줄인다.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근거에 기반한 전략을 마련한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CCC)가 지난달 24일 영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육식 자제를 권고한 것이다.

 

CCC는 한국의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다. 규모는 15명 정도로 작지만,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수립과 이행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의 탄소감축목표 설정, 탄소예산 결정 과정에서 CCC의 권고는 대부분 수용됐다. CCC육식 자제권고의 이행 시기에 대해 지금 시작해야 하고, 식단 변화를 위해 지난해 상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권고에는 우선순위 권고라는 표시도 붙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육식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하원을 통과한 기후법에는 공립 학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메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학교 뿐 아니라 정부 기관이나 대학을 포함한 국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매일 한 가지 채식 메뉴를 제공해야 하고, 식당 직원들이 고품질의 채식 메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 식생활 개선을 유도해야 할 정도로 육류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것일까. 주요 연구 결과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그렇다고 말한다. 소나 양 등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은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019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서 모든 추정치는 소가 전세계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65~77%)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붉은 고기와 같은 제품은 단백질 당 배출량 면에서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축 사육에 필요한 초지와 물 문제 등을 고려하더라도 육류소비를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라고 했다. 2006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지적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기후 스마트 축산보고서에서 가축은 장내 발효 과정과 분뇨 관리 과정 중 직접적으로, 또 사료 생산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기여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축산농가.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국내에선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육식을 자제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나온 적은 없다. 지난해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도 에너지와 수송 부문의 탄소 감축에 초점이 맞춰졌고, 식생활 등 국민 일상생활에 관계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술작업반()’에 처음으로 육류소비 감소가 탄소 감축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 안은 농축식품분야 탄소 감축 1안으로 식생활 개선(육류소비 감소)을 통한 감축 유도”, 2안으로 저메탄사료 및 저단백질사료 보급 강화(1안 대비)”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구조변화(소득 수준 상승, 인구 감소, 고령화 등)와 식물성 단백질 선호, 대체 단백질 기술 개발 등으로 식생활 개선과 육류소비 감소 유도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는 생선을 제외한 동물성 제품 감축 등 식단 변화를 수단으로 반영해 25~44%의 감축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후대응에 있어선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처지로 평가받는 한국이 이같은 정책을 도입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 안은 오는 10월 발표를 목표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탄소중립위 논의를 위한 기초자료차원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육류 소비 감축의 목표치를 몇 %까지 할 것인지, 그로 인해 기대하는 탄소 감축량은 얼마인지를 두고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처음으로 식생활 개선이 대안으로 포함된 것 자체는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20204공공급식 채식 선택권헌법소원을 제기한 녹색당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학교급식은 학교 재량에 달려있다며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우철훈 기자

 

아직 법제화되진 못했지만,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육류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서울 내 모든 학교에 월 2회 채식 급식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시민이나 학교 학생들, 학부모들이 공공기관에서의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잇달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전남대 명예교수)먹거리 전환을 개인 의지나 시민사회의 활동 영역으로 맡겨둬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며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식생활 개선과 관련해)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충분하고, 기후위기는 절박해지고 있다. 국가는 손 놓고 교육청이 알아서 채식급식해라는 식이 아니라 합당한 지원을 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경향 김한솔 기자

 

김정숙 여사 다음 멸종위기동물은 인간, 경고 잊지 않아야

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 개소식

김정숙 여사가 6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열린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충남 서천에 마련된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개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0만여종이 멸종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 앞에서 다음 멸종위기동물은 인간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국내로 밀수된 22마리 가운데 5마리만 살아남은 사막여우 이야기를 전하며, “야생동물의 남획과 밀거래가 계속된다면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여사는 이날 개소식 축사를 통해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 보호소에 입주하게 된 동물가족들의 사연을 들었다면서 어린 생명들의 숨이 멎을까 극진히 보살핀 생태원 여러분들 덕분에 다행히 동물들이 이제 새로운 보호시설에서 더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보호시설은 밀수 적발 뒤 몰수되거나 불법사육 중 유기된 멸종위기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국내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건립됐다. 한 해 국내에 밀수되는 멸종위기 동물은 800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업비 60억원으로 지난 2018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마련됐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약 140580여개체를 수용할 예정이다.

 

김 여사는 유엔이 발표한 야생생물 보호소에 따르면 불법거래 적발은 13000여건이며 불법포획 야생동물은 지난 20년간 6000여종에 이른다. 인간의 욕심에 희생되고 있는 야생동물의 숫자는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면서 하나의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별을 공존하는 모두 조직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그물망에서 줄 하나가 끊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물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지구에서 인간만이 안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밀렵 밀거래를 통한 동물의 장거리 이동이 신종 감염병 전파 확산의 주경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뿐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최근 30여년간 전세계 혼란에 빠뜨린 신종 감염병 75%가 야생동물 유래 전염병이라고 한다면서 지구에서 공존하는 생물이 본디 있던 자리에서 안녕할 수 있도록 지구생태계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 건강한 인간계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싹 바꾼 경남 에너지 조례, 에너지 전환 디딤돌 놨다

경남도 에너지센터 설립 가능 = 경남도의회는 지난 5'경상남도 에너지 기본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가결했다. 우선 '경상남도 에너지 조례'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례를 다듬은 배경이 있다. 기존 조례는 에너지 절약 등 수요 관리가 중심이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다양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경남에는 이를 추진할 체계가 없을뿐더러 도민 홍보나 참여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조례는 에너지 전환 시행 주체로서 자치단체 책임을 강화했다. 도지사 책무로는 에너지 자립(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이용) 실현을 위한 분산형 에너지 확대 에너지시책 추진·연관산업 활성화 도민과 적극 소통, 학교·도민·시민단체 연구와 홍보사업 지원이 추가됐다.

창원시 진해구 석동정수장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동욱 기자

 

5년마다 수립하는 지역에너지계획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분산형 에너지 공급 대책 지역특화 에너지산업 육성 등이 담긴다. 부문별로는 ·재생에너지 이용시설 설치 공공건물 에너지관리 진단 업무용 관용차량 경차 또는 친환경 자동차 구입 공공부문 건축·토목공사 때 에너지 절약 제품 우선 사용 수송체계 에너지 절감형·대중교통 중심 개선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특히 도지사는 신·재생에너지 이용과 보급 등을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경상남도 에너지센터'를 둘 수 있다. 센터는 에너지 신산업 분야 사업화, 에너지 관련 실태조사, 에너지 이용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을 맡는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옥선(더불어민주당·창원7) 의원은 "이전 조례는 선언적인 내용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경남도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와 관련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처음에는 부처별로 참여하는 TF(전담조직)를 꾸려 논의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상남도 에너지센터를 둬 다양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구체성 확보해야" = 경남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주민 참여와 구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6차 경상남도 지역에너지계획(20202025)'지속가능한 경남형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한 4030 에너지 전환 달성'이라는 장기 비전을 제시한다. 경남지역 2019년 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3.54% 비중에 불과하다. 이를 2040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17개 광역지자체 지역에너지계획 평가 및 이행과제 토론회'(국회의원 이소영·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주최·주관)에서 경남도 지역에너지계획은 혹평을 받았다. 장기 비전에는 "정부 지침이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것임에도, '시민 참여'가 장기 목표에 명시되지 못했다""(에너지 신산업 육성보다) 주민 참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경남도는 전력목표수요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202510.9%)이 전국(20%)보다 너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태양광발전은 마을공동체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지역주민투자 P2P(개인 간 공유) 금융서비스,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 등 주민참여·이익공유형으로 보급하고, 경남의 유리한 입지 조건을 활용해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은 적절하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과제 =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려면, 즉 주민들이 거부감 없이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이려면 제도 개선과 홍보가 절실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로 이어진 사례는 전국적으로 20%(2018년 기준·경남 25.6%)밖에 안 된다. 숲 훼손이나 빛 공해 등 민원으로 공사가 미뤄지거나 무산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진주·사천·밀양·의령·창녕·고성·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 등 12곳은 도시계획 조례로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규제를 두고 있다. 한 예로 진주시 조례를 보면 주요 도로(고속국도·국도·지방도·시도·도시계획도로) 직선거리 500m 주거밀집지역(가구와 가구 간 거리가 100m 이내로 10호 이상 가구가 모여 있는 지역)과 자연취락지구, 주거개발진흥지구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 경지정리구간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이 같은 규제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현실에 맞게끔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사업은 정체된 상황이다. 통영 욕지도 인근 수심 50m 이내 해역에 고정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두고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말 어업인 단체와 '경남 남해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를 발족했다. 도와 어업인은 해상풍력이 어업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조사 등으로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3차 협의까지 했지만,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어민들은 지난달 30일 욕지도 앞바다에서 해상 풍력발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5월 김원이(더불어민주당·전남 목포) 의원 등 47명이 발의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에도 어민 반발이 거세다. 해상은 사전환경성조사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 것으로 보는 등 풍력발전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마련한 법안이지만, 어업인 등 이해당사자 목소리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경남도·두산중공업·삼강엠앤티·한국남동발전·경남테크노파크·고등기술연구원·제주도·제주에너지공사 등 11곳이 참여한 연합체(컨소시엄)는 정부출연금 270억 원으로 20254월까지 '8부유식 해상풍력 터빈' 개발·제작에 들어간다. 이들은 이달 중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부유식은 고정식과 달리 먼 바다에 띄우는 형태로, 제주도에서 실증을 거쳐 경남 해상에는 2025년 이후 적용될 예정이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멸종위기종 맹꽁이, 낙동강 유역에 광범위하게 서식

삼락생태공원 등 89곳서 확인

서부산 낙동강 유역 일대에 멸종위기 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현장 답사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등은 지난달 11일과 12일 현장 답사를 통해 삼락·화명·대저 생태공원, 에코델타시티, 명지지구 등 5개 지역 89개 지점에서 맹꽁이 성체나 산란 알이 육안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6일 공개했다. 또 을숙도 2개 지점에서도 맹꽁이 울음 등 청음으로 서식이 확인됐다.

 

삼락생태공원은 우수로와 삼락습지생태원, 파크골프장 인근 등 공원 전반에 걸쳐 맹꽁이 22개체가 목격됐으며, 산란 알도 다량으로 발견됐다. 화명생태공원의 경우 화명대교 인근에서 광범위하게 맹꽁이 서식을 청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에코델타시티와 명지지구 공사장 등에서도 맹꽁이 대량 서식이 관찰됐다. 다만 같은 기간 맥도생태공원과 김해공항 인근에 대한 현장 답사도 진행됐으나 맹꽁이 개체나 서식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낙동강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국장은 이틀 동안 진행된 간이 조사에도 맹꽁이의 다량 서식이 확인되는 만큼, 종합적이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특히 서식지 주변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맹꽁이 보전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꽁이는 몸길이는 4~4.5cm로 울음소리가 큰 양서류이며, 멸종위기종 2급에 등록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사나 개발 예정 지역에서 서식하는 경우가 많아, 전국적으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기후위기 및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헌법 1조 개정안 제안 기자회견'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헌법 1조 개정안 제안서'를 통해 '헌법 제13항에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난다>라고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202239일 대선과 동시에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권우성(kws21)

 

폭염폭우폭풍 ‘3폭 시대인류 스러진다

기후변화, 이제 우연아닌 추세와 흐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난 4일 촬용한 허리케인 엘사. [사진=NASA]

 

폭염이 몰려오더니 이어 폭우가 쏟아지고 연이어 폭풍이 휩쓴다.’

최근 전 세계적 기후 유형을 두고 ‘3폭 시대라는 말이 있다. 극심한 고온, 극심한 강

, 극심한 바람 등을 말한다. 지구 가열화(Heating)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극심하고 평균 이상인날씨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고 있다. 이러다 인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나온다.

 

이런 현실임에도 날씨와 기후 예보는 예전과 다르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극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나라별로 이에 대비하는 조기경보시스템 등 기상예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전 세계 정부에 촉구했다.

 

폭염과 폭우, 폭풍이 한 번 정도 특이하게 발생했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폭염과 폭우, 폭풍이 갈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심한 날씨는 이제 우연이 아니라 추세가 되고 큰 흐름이 되면서 특정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같은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얼마 전까지 고온의 더위가 이어지더니 곧이어 장마가 찾아왔다. 남부 지방에서는 시간당 7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전남 해남군에서는 누적 강수량이 433로 집계됐다. 뒤이어 태풍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도 비슷한 유형을 따르고 있다. 북미 북서부와 캐나다 지역은 최근 연일 4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로 수백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고기온이 50도 가깝게 오르기도 했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열돔(Heat Dome)’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 또한 지구 가열화와 무관치 않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극심한 불볕더위는 점점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남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는 물론 애리조나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 이상의 기온이 예상되고 서부 지역에 자리 잡은 극심한 가뭄을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 남부 등 걸프 해안을 따라 폭우가 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NOAA 측은 이번 주말에 이 지역에 돌발 홍수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폭우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대서양은 이제 허리케인 시즌에 돌입했다. 올해 대서양에서 처음 발생한 허리케인 엘사(ELSA)로 쿠바에서는 18만 명이 대피했다. 아이티 등에서 3명이 숨졌다. 엘사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NOAA 측은 허리케인 엘사는 며칠 동안 북서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 에 폭풍 해일, 바람, 비가 올 위험이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극심하고 예측불허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지역별 사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NOAA 측은 최근 북미 북서부를 강타한 불볕더위는 또한 산불의 위험을 높이고 심각한 가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도 했다./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유럽인들 기후변화가 감염병 확산보다 심각한 문제

유럽연합 여론조사 유로바로미터보고

감염병 확산과 식량·식수부족보다 앞서

 

유럽사람들은 기후변화가 다른 어떤 것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유행중임에도 기후변화가 다른 이슈를 앞서기는 처음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중임에도 유럽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자체 여론조사인 유로바로미터’ 5(현지시각)치 보고서를 보면, 유럽인 열에 아홉(93%)은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78%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으며, 15%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답변했다.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의 18%, 빈곤, 식량부족, 식수부족, 감염병 확산 등보다 앞섰다. 여론조사에서 기후변화가 다른 이슈들을 앞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유로바로미터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핀란드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유럽인들의 대다수가 기후변화를 극복할 책임이 각국 정부(63%), 기업과 산업계(58%), 유럽연합(57%)에 있다고 응답했다. 2019년에 비해 각 부문의 책임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지방정부의 책임(43%)10%나 상승해, 유럽연합과 중앙정부(8% 상승), 기업과 산업계(7% 상승)에 비해 상승률이 높은 점이 주목된다.

응답자의 41%는 개인 책임도 있다고 답했으며, 셋 가운데 두 명(64%)은 지난 6개월 동안 기후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선 적이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유로바로미터기후변화 인식조사 보고서.

 

대다수(96%)의 유럽인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비중(75%)은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였으며, 일회용품 안 쓰기(59%)가 뒤를 이었다. 또 식습관도 기후변화 대응법의 하나로 여겨, 유기농 식품을 사용(32%)하거나 고기 소비를 줄였다(31%)고 답했다.

 

한국을 방문중인 프란스 티머만스 유럽연합 그린딜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감염병 대유행과 경기침체에도 유럽사람들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지지는 높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초래할 장기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고 유럽연합과 정부, 산업계가 행동에 나설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100년 식물원산림청 약속 믿고 국민 품으로 보냅니다

한국자생식물원 김창열 원장

 

김창열(오른쪽) 한국자생식물원장과 최병암(왼쪽) 산림청장이 7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식물원에서 기부협약을 맺었다. 사진 산림청 제공

 

“30여년 전 식물원을 처음 만들 때부터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부에서 운영을 맡아 더 훌륭하게 키워낼 거라고 믿습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1주년

 

7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기부협약식이 진행됐다. 김창열(73) 한국자생식물원장은 평생 일궈온 식물원의 토지 10(3만여평)와 건물 5개동, 자생식물 1356종 등을 산림청에 기부했다. 한국자생식물원은 2002년 산림청으로부터 사립식물원 1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자생식물원이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02억원에 이른다.

통 큰 기부를 결정한 김 원장을 기부협약식에 앞서 지난 6일 전화로 만났다.

 

30년 가꾼 국내 최초·최대 자생식물원

7일 산림청과 기증협약 맺어 국립으로

특산·멸종위기·희귀식물 등 1500여종

대관령 일대 3만여평 규모 202억원 가치

솜다리 아름다움 끌려 우리꽃 재배 시작

백의종군하듯 여생도 식물과 함께 보낼 것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사립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은 김창열 원장의 기부에 따라 국립식물원으로 거듭난다. 사진 산림청 제공

 

한국자생식물원은 이날부터 국립 한국자생식물원으로 거듭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소속기관으로 지정돼 위탁 운영된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을 운영하는 전문기관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7일 협약식에서 식물원을 더욱 발전시켜, 향후 100년 이상 우리 고유 식물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할 자생식물의 안식처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식물원에서는 이미 자생식물 4500여종 가운데 1500여종을 수집해 연구·증식 중이다. 또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식물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다가오는 유전자원전쟁 시대에 대비하는 한반도 식물유전자원의 보고로도 평가받는다.

 

김 원장은 기부를 결정한 이유에 관해 “(남 주기 아깝다고) 평생 가꾼 자생식물을 캐내 버리고, 다른 것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 그는 내가 앞으로 일해봐야 몇 년밖에 더 못한다. 하지만 국가라는 울타리로 소속을 바꾸면 보다 영속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정부에 기부하면서 앞으로 100년 동안은 자생식물원으로 유지한다는 것을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평소 설악산 등반을 좋아했던 김 원장이 한국의 자생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설악산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 솜다리덕분이다. ‘한국의 에델바이스로도 불리는 솜다리는 설악산 방문객이 늘면서 암암리에 불법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한 희귀식물이다. 김 원장은 솜다리를 재배해 분양하면 솜다리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불법채취를 막을 수 있어 솜다리 서식지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하고 이내 실천에 옮겼다. 1983년 경기도 남양주 마석에서 처음으로 솜다리 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희귀식물을 키우는 일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설악산 해발 700m 이상 높은 곳에서만 사는 솜다리가 마석에서 쉽게 자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발 700m 이상 높은 곳을 찾아다닌 지 1년 만에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으로 터전을 옮겨야 했다. 그렇게 솜다리에서 시작한 초보 원예농의 관심은 어느덧 벌개미취와 분홍바늘꽃 등 다른 자생식물로 확장됐다.

 

그는 점차 식물원을 만들어 외래종과 원예종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좀 더 넓은 공간을 찾아 인근인 대관령면으로 터를 옮겨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9년 한국자생식물원을 개원해 일반에 공개했다.

한반도에서 멸종하면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한국특산식물, 분포지가 한정돼 있거나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자생식물·멸종위기식물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식물원은 개원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인 2000한국관광공사의 가볼 만한 곳에 선정되고, 2001년에는 한국관광대상특별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2002년 대통령표창과 2003년 대산농촌문화상, 2004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지외 보전기관 지정 등의 성과도 얻었다. 20087월에는 퇴임 뒤 강원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식물원을 방문해 우리꽃이 있어서 이 땅이 더 아름답다는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위기가 찾아왔다. 식물원에서 전기 누전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는 바람에 2019년까지 긴 휴관을 해야 했다. 김 원장은 이때 식물원 폐관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곳에 보전된 멸종위기 식물 등이 사라져 가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를 악물고 3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20206월 다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재개관 뒤 그는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닮은 사람이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조형물 영원한 속죄를 세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아베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조형물의 사죄하는 남성은 어느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녀에게 사죄하는 모든 남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가서 영원한 속죄를 전시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행태는 침략행위다. 특히 성노예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 죄악이다. 때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난 역사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정중히 사죄한 뒤 새로운 일본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김 원장은 식물원을 기부한 뒤에도 한국의 자생식물을 가꾸고 보존하는 데 여생을 바칠 계획이다. “식물원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근에 집 한 채 지을 터를 마련했어요. ‘백의종군하듯 힘 닿을 때까지 식물과 관련한 농사를 짓고 싶어요.”

그는 식물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가장 먼저 증식하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식물에 한국자생식물원은 최후의 보루다. 앞으로도 한국자생식물원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당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탄소 저감역행하는 국립공원 대피소들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 탐방객 10만명 받지 않았어도 2019년의 80% 수준

국립공원공단이 최근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 헬기로 운반해 놓은 발전용 유류 드럼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제공

 

높은 산악 지대에 있는 국립공원 대피소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저감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인 지리산사람들7일 국립공원 대피소 20곳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분석한 자료에서 자연 보존과 탄소 절감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전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리산사람들은 2017년 추진하려다 중단했던 지리산 거림골~세석대피소 송전선로 공사가 최근 휴대전화 (통화)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이유로 재추진되자 대피소 전반의 에너지 실태를 점검했다.

 

국립공원 대피소는 지리산 8곳을 비롯해 설악산 5, 북한산 3, 덕유산 2, 오대산과 소백산 각 1곳으로 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대피소 가운데 전기를 주 에너지원으로 쓰는 곳이 10, 경유를 쓰는 곳이 8, 무동력을 활용하는 곳이 2곳이다. 숙박이 가능한 대피소 14곳은 한 해 평균 10만여명을 수용했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해 3월부터 숙박이 금지됐다.

 

지리산사람들은 대피소들이 탐방객을 받지 않았음에도 시설을 유지하느라 지난해 평소 대비 80% 안팎에 이르는 에너지를 썼다고 했다. 이들이 최근 2년 동안 대피소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탐방객을 받지 않았던 지난해 유류비는 12583만원으로 201916210만원의 78% 수준이었다. 지난해 납부한 전기료는 6163만원으로 20196666만원의 92%로 나타났다. 반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미미했다. 햇빛·바람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19년 총 에너지사용량 61138h24.4%166278h, 지난해 615303h 29.0%178681h에 불과했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는 국립공원의 대피소는 환경 당국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인 만큼 에너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탄소 저감을 위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화석연료 대신 햇빛·바람 등 친환경에너지로 100%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우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깊은 산속 경유발전은 대기를 오염시키고 소음을 유발하는 등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헬기를 동원해 유류를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는 등 추가 오염이 일어난다환경기관들이 203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니 무인화까지 염두에 두고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전환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공단은 이날 장거리 산행을 위한 숙박이 금지됐지만 대피소 기능은 그대로 유지 중이라며 시설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고, 1200m가 넘는 산악 지대는 기상 조건이 나빠 신재생 발전 비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경수 공단 재난관리부 차장은 화장실, 취사장 등을 개방 중이고 구조와 보전을 위해 직원이 상주한다는 점을 고려해달라휴양 공간에서 대피 공간으로 인식을 바꾸고, 건축 때 에너지 절약형 공법을 도입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방금까지 뜸부기 2마리 있었는데 농약 살포하자 사라졌어요

~’ 소리 끊긴 파주 마정리 들판멸종위기 1급 수원청개구리도

논 습지 매립, 비닐하우스 난립자연형 수로는 시멘트 농수로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관찰된 뜸부기 수컷의 모습.

 

지난 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앞 마정리 들판에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트럭 2대가 농로를 오가며 매캐한 약품을 내뿜었다.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백로와 황로 수십마리가 역겨운 냄새를 견디지 못한 듯 날아올랐다.

 

5년 전부터 파주 일원에서 뜸부기 개체수를 조사해온 노영대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은 조금 전까지 뜸부기 수컷 2마리가 논에 있었는데 농약 살포가 시작되자 사라져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2년 전까지 파주에서만 뜸부기가 수컷 기준 32개체수가 관찰됐으나, 올해는 7개체만 확인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마정·장산·송촌·운천·연다산·갈현리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뜸부기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2005년 천연기념물 446호로 지정된 뜸부기는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서 6~7월에 흔히 관찰되는 여름 철새였다. 지금은 파주·김포와 강원 철원, 충남 서산 등 일부 벼농사 지역에서만 드물게 보인다.

전문가들은 논 습지의 잇단 매립과 비닐하우스 조성, 대형 시멘트 농수로 설치, 아프리카돼지열병 항공 방제 등으로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크게 나빠져 주변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천연기념물인 뜸부기 2마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몸길이 40가량의 수컷이 뜸 뜸 뜸울음소리를 내는 뜸부기는 6~9월 알을 낳은 뒤, 10월 초에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천연기념물인 뜸부기 2마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천변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몸길이 40가량의 수컷이 뜸 뜸 뜸울음소리를 내는 뜸부기는 6~9월 알을 낳은 뒤, 10월 초에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특히 최근 조성된 시멘트 농수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으로 지정된 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 등 양서류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한다.

 

김종범 아시아태평양 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는 시멘트 수로가 있는 곳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수원청개구리는 자연형 수로의 수초나 나뭇가지에 올라 휴식과 일광욕을 즐기고, 금개구리는 수로 사면에서 번식과 동면을 하는데, 시멘트 수로에서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멸종위기 양서류 서식지가 도로·택지 개발, 논 습지 축소,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와 가뭄 등으로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만큼 논을 포함한 습지와 녹지를 보전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 조성된 시멘트 수로 모습.

 

마정리 들판에서는 지난해 말 자연형 수로가 폭 4m, 길이 173m 규모의 시멘트 농수로로 바뀌었다. 올해도 300m 길이의 시멘트 농수로가 추가로 조성된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흙으로 된 자연형 수로는 물 손실이 크고 물 공급이 잘 안 돼 농민들로부터 민원이 잦았다양서류의 서식은 곤란하겠지만, 빠졌을 경우 급수관, 배수관을 타고 탈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제주 산버들지구상에 단 365그루 남았다···세계적으로 한라산에만 자생

전 세계적으로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제주 산버들365그루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적으로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제주산버들 개화 모습. |제주도 제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자생지인 한라산을 공동 조사 결과, 국제적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인 제주산버들365그루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이들 기관은 지난 2년간 한라산에 생육하는 제주산버들의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진행해왔다.

 

제주산버들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지구적 수준에서 생육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등재돼 있다. 한라산에 남아있는 제주 산버들 수가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개체수와 다름 없는 셈이다.

 

제주산버들은 버드나무과 속하는 키 작은 나무로,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꽃을 피우며 꽃이 진 후에 잎이 달린다. 특히 고산에 생육하는 특성상 나무가 서지 않고 옆으로 누워서 자란다.

 

한라산 전수조사 결과 제주산버들은 한라산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계곡을 따라 생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의 평균 밀도는 0.042개체로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1주년

전세계적으로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제주산버들 생육 모습. |제주도 제공

 

확인된 모든 개체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려 생육하는 큰 개체보다는 방사 지름이 50이하인 어린 개체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계곡을 따라 생육하는 특성상 어린 개체의 정착과 이동이 빈번해 개체군의 동태가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들 기관은 밝혔다.

 

다만 현재의 제주산버들 자생지 모두 등산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인 접근은 불가능한 상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국립수목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산버들 보전을 위한 다양한 추가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공 증식을 통해 개체를 대량으로 확보해 앞으로 자생지 멸종에 적극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창훈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장은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앞으로 제주 지역에 자생하는 제주산버들을 비롯한 국제적 희귀 멸종위기식물에 대한 보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제주산버들 자생지 전경. 제주도 제공

전세계적으로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 제주산버들 결실 모습. 제주도 제공

 

경향 박미라 기자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마세요

기후위기를 대하는 방법

20199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청소년들이 주최한 기후파업. “살기 좋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기후 파업이라고 현수막에 적혀 있다. 이길보라 제공

 

201815세의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결석 시위를 했다. 이로부터 전 세계 700만명 이상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파업이 시작되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후파업(Climate Strike)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를 잡아탔다. 문자 그대로 사뿐히 올라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손팻말을 들고 타려는 초등학생부터 학교를 결석하고 나온 중·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까지 모든 승객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역에서 내렸다.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뭘 원하는가? 기후정의! 언제 원하는가? 지금!”

기후정의(Climate Justice)라는 단어가 어색해 한참을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을 기후정의라고 한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처할 재정이나 기술이 없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으로 자신과 가족, 지인 등의 작은 단위를 넘어 초국가적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기후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후정의를 요구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떠올리며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의 행진을 쫓아 도심을 돌았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북을 치고 심벌즈를 맞부딪치는 연주단을 쫓아 사람들이 춤을 췄다. 긴 막대기 끝에 북극곰 인형을 달아 들고 나온 소년과 그의 엄마가 눈앞으로 지나갔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들, 아이를 어깨 위에 태워 시위 현장을 보여주는 아빠, 히잡을 쓴 청소년이 10대가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기후파업에 동참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이런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길어진 장마에 이례적 폭염

이젠 코로나 대유행까지

대멸종 시대가 두려운 아이들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음 세대가 바꿀 순 없어요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요

 

무책임한 어른이 안 되려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일상에서라도 함께 노력하자

 

그러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절대 세상을 구할 수 없으니

누가 기후위기에 맞서는지

곧 다가올 대선을 지켜보자

 

그때였다. 누군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청소년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계란을 맞은 것이다. 많아야 열여덟, 열아홉 살로 보이는 그는 억울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사람들이 손수건을 건넸다. 어떤 이는 화가 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위에 건물이 있었으니 누군가 고의로 떨어뜨린 것일 테다. ‘세상에나. 기후정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 사이로 팔짱 낀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금요일 오후, 업무 시간에 일을 하다 큰 소리가 들려 구경하러 나온 이들이었다. 양복을 입고 선 어른들을 바라봤다. 행진하는 대다수의 청년, 청소년과 사뭇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누군가는 기후정의라는 단어를 목이 터져라 외쳤고, 누군가는 계란을 던졌다. 어떤 이는 파업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데려가 줄 보호자가 없어 그러지 못했다. 파업 신청을 미처 하지 못한 이들은 창문을 열고 환호하며 지지의 함성을 보냈다. 그 사이로 종종 싸늘한 표정을 마주했다. 치기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것 같은 그 얼굴을 기억한다.

지난 1(현지시간) 북극곰 한 마리가 그린랜드의 눈 덮인 빙상 위에 홀로 외롭게 서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의 서식지인 빙상은 점점 더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끔은 모두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었으면 해요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에서 그 표정을 다시 만났다. 기후정의를 지금 당장 원한다며 학교를 결석하고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는 그레타에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반응하거나 화를 낸다. 누군가는 귀엽다고 말하며 어깨를 쓰다듬고, 몇몇 이들은 사진을 찍자며 다가온다. 그 순간 그레타는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영웅이 된다. 지금 열심히 배워야 미래도 바꿀 수 있다며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어른에게 그는 반문한다.

 

미래가 없는데 배워서 뭐해요?”

그레타는 기후위기 운동의 아이콘이 된다. 사람들은 세상을 구할 영웅이자 다음 세대의 대표로 그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로, 유럽 의회로, 그린피스 시위로 부른다. 우리에게는 기후정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하여 그는 스스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를 택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소신을 가지고 지하철, 버스, 기차 등의 대중교통과 전기차를 탄다. 채식을 하며 탄소 배출을 줄인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레타와 같은 다음 세대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그런 어른들에게 그레타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한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기후위기로 인한 대멸종이 시작되면 그럴 수 없다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음 세대가 바꿀 수는 없다고 말이다.

기록적 폭염이 덮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캠루프스에서 지난달 30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캠루프스 | AFP연합뉴스

 

이제는 그레타 툰베리를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신문 기사, 영상 매체, SNS 등에 관련 정보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영화 <그레타 툰베리>를 봐야 하는 이유는 그의 표정을 오래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가 연기에 능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사상을 주입해서, 환경 단체에서 가르쳐줘서, 스타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비방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이 사진 한번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밀면 입가에 힘을 주고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그레타가 등장한다. 반면 가족이나 반려견과 함께 있을 때면 이런 모습까지 다 보여줘도 괜찮나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절망과 무력감이 찾아올 때면 그는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울거나 춤을 춘다. 그레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다. 기자 하나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정확히 말한다.

 

앓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죠.”

그레타는 결석 시위를 시작하기 전, 1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3년 동안 가족 이외의 그 어떤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전반적 발달 장애의 일종인데 자신만의 규칙을 강박적으로 지키거나 사물을 전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특정 부분에 집착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그레타를 두고 누군가는 기후에 집착하는 발달 장애인이라 비방한다. 그런데 기후에 집착하지 않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기후위기와 기후정의는 전 개체의 멸종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 그를 보고 아버지는 말한다. 그레타는 이 세상 정치인의 97%보다 기후위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아는 것 같다고. 그레타는 말한다.

 

가끔은 모두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었으면 해요. 적어도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는요.”

 

영화는 2019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열로 구동되는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그레타를 담는다.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그들은 해낸다.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과 뉴욕을 9시간 만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대멸종의 시대가 오면 우리는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몸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 그레타가 마주친 것은 그리움이다. 평범하고 규칙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 마음. 그러나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세계 정상들 앞에서 똑똑히 말한다.

 

당신들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구하러 옵니다. 염치도 없나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우리 모두가 그레타가 되자

영화 속 기후행동 활동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요청한다.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고. 이 영화는 그렇게 내게 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한국 청()년들의 시민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영화를 보고 기후정치 캠페인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에게는 그레타 같은 한 명의 아이콘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후위기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캠페인의 목표다.

 

기성세대는 쉽게 말한다. 다음 세대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무언가를 바꾸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그러나 끊이지 않는 장마와 전례 없는 폭염, 이상하게 따뜻했던 겨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몸으로 겪은 세대에게 미래란 없다. 2030, 2040년까지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들은 기후정의를 정치적 의제로 선정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알려줄 어른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은 결정권이 없는 다음 세대이자 청()년이어야 하나?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갈지도 모르는 이들이 권력을 가지고 의제를 선정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그 누구보다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그레타가 환경부 장관이거나 대통령이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들은 손으로 만든 팻말을 들고 등교를 거부하고 파업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와야 할까? 다음 세대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그 말은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판에서도 들을 수 있다. 청년세대, MZ세대, 90년생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그러니 너희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으라고. 그런데 왜 다음 세대만 세상을 구해야 하나?

 

그런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영화 <그레타 툰베리>를 보자. 시대의 아이콘이지만 그 누구보다 평범한 시민인 그레타가 짊어진 부담감을 나눠지자. “차 한 잔 줄까?”라고 묻는 어른에게 아뇨, 물 있어요라고 말하며 빨간색 물통을 꺼내는 그레타처럼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자. 완전한 비건이 되지 못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육식을 줄이는 비건 지향인이 되자. 그레타를 보고 영웅이라고 엄지를 세우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그레타가 되자. 배달 음식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끄고,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레타가 될 수 있다. 일상에서의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기후위기를 뜨겁고 멋진 정책적 의제로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일상과 정치, 사회적 의제를 촘촘히 엮어보자. 곧 다가올 대선에서 누가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인일지 날카롭게 들여다보자.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다음 세대가 절대 구할 수 없다.

이길보라 영화감독이자 작가 / 경향

 

그린 워싱'7가지 죄악

[ESG 혁명] "그린 워싱·ESG 워싱 방지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하자"

석유 생산 대기업 셸(Shell)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음료시장의 대기업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도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몬산토(Monsanto)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자사를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긴다. 화학업계의 대기업 헨켈(Henkel)은 에너지 업계의 거물들과 손잡고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도 풍력으로 움직이는 터빈에 '재생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전기 회사 RWE는 숯가마가 생물의 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발전소의 냉각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그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에서 '더러운 주력사업''그린'(Green)으로 포장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국제적인 대기업들의 행태를 꼼꼼하고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 '석유를 넘어서'로 이미지를 변경한 BP를 그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어머니'이며, 이를 위한 캠페인은 '그린 워싱의 혁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린 워싱·ESG 워싱 주요 이슈 부상

전 세계적으로 ESG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그린 워싱, ESG 워싱(ESG Washing)이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그린 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용역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를 허위 또는 과장하여 단지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 민간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그린워싱과 ESG 워싱을 저지른다.

 

그린 워싱은 반환경적이거나 친환경적이 아니면서도 소비자를 현혹하여 제품과 서비스 등을 공급함으로써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선 문제가 크다. 또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그린 컨슈머(green consumer)와 일반 소비자의 신뢰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친환경·녹색제품과 서비스 시장 질서 전반을 교란하여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자연히 녹색 제품 등 친환경 관련한 기술 개발 의지와 투자를 저하시키고 그만큼 환경 개선을 지연시킨다.

 

전 세계의 자본이 ESG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탈탄소 사회로 전 세계가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그린워싱, ESG 워싱 우려가 증가하는 핵심적인 배경이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각각 투자 의사결정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는 비재무적인 요소다.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말 45조 달러에 이른다. 도이치 뱅크의 전망에 따르면, ESG 의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2035년에는 160조 달러로 증가한다. 전 세계 지속가능채권 규모도 2020년 말 732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약 105조 원, ESG 채권은 약 1282000억 원대(2021.7.6.기준)로 증가했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퀼터(Quilter)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환경 제품 수요 증가에 편승하기 위해 녹색 인증을 과장하는 그린 워싱에 대하여 투자자들의 거의 절반이 우려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올해 5월 발간하기도 했다.

 

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

그린 워싱은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200711'그린 워싱의 6가지 죄악들 : 북미 소비자 시장의 환경적 주장에 관한 연구'(The Six Sins of Greenwashing : A Study of Environmental Claims in North American Consumer Market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테라초이스는 이 보고서에서 그린 워싱을 "기업의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2007년에는 그린 워싱의 6가지 죄악을, 2010년에는 7가지 죄악을 제시한다. 환경성 조사 결과, 환경 주장을 한 1018개 제품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제품이 6가지 죄악 중 최소한 1가지를 범했다. 무려 98%에 이른다. 2010년에는 95%였다.

 

테라초이스는 2010'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는 그린 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상충효과 감추기(Hidden Trade-Off) : 작은 속성에 기초하여 환경친화적이라고 라벨링

증거 불충분(No Proof) : 라벨 또는 제품 웹사이트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환경적이라고 주장

애매모호한 주장(Vagueness) : 너무 광범위하거나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용어 사용

관련성 없는 주장(Irrelevance) :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을 때 기술적으로는 사실이지만 구별되는 요소가 아닌 점을 진술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Lesser of Two Evils) : 범주가 전체적으로 환경적이지 않을 때 그 범주에 있는 다른 제품보다 더 환경적이라고 주장

거짓말(Fibbing) : 사실이 아닌 점을 광고

허위 라벨 부착(Worshiping False Labels) : 허위인증 라벨 사용을 통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3자 검증 또는 인증을 가진 제품을 암시

 

친환경 석탄이라는 그린 워싱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그린 워싱의 사례는 흔하게 발견된다. 심지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반()환경적이라고 이미 판명된 '석탄발전''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공정률 43.71%(2021.6월 말 기준)인 삼척블루파워 홈페이지에는 "삼척블루파워는 2.100MW급 대용량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적 명품 발전소'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강릉에코파워 역시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국내 총 발전설비 144,412MW(2023년 기준)의 약 1.44%2080MW 설비용량으로 조성되는 국내 최대의 친환경 민자 발전소입니다"라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고성하이화력도 '국내 최대의 친환경 민자 발전소'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유행상품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테라초이스의 그린 워싱 판단 기준 중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Lesser of Two Evils)의 전형이다. 담배, 주류, 농약 등 유해 상품 제조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효율 석탄화력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 또는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를 규제하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안'201712월에 발의한 바 있다. 제품의 환경성 정의 및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금지대상 범위에 '에너지'를 포함하여 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자에 대한 제품의 환경성 표시·광고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영국은 2014, 세계 최대 석탄 발전기업인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청정석탄'이라는 용어로 홍보하자 광고심의위원회가 이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ESG 펀드가 그린워싱의 도마에 오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속가능금융 상품들이 그린 워싱으로 만연하다"고 비판 보도를 낸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ESG 펀드 20개 중 6개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에, 2개는 아람코에 투자했다. 그리고 1개는 중국의 석탄 채굴 회사에 투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과 기업이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을 다수 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행목적에 투자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후검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ESG 펀드도 민간금융과 공적금융에서 출시하여 운용하고 있지만, 그 펀드의 ESG 수준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녹색성장이 정권의 어젠다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은 사실 극에 달했다. 예금, 적금, 대출, 펀드, 프로젝트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 상품과 투자에 '녹색' '그린'이라는 이름만 붙인 경우가 많았다. 자본이 실제로 '그린'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회적·경제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했다.

 

더 강하고 빠른 ESG 정보공개 의무화

그린 워싱, ESG 워싱은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서 발생한다. 기업과 금융기관과 정부는 제품·서비스·정책 등의 소비자보다는 해당 정보를 독점하고 있거나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해당 정보를 조합하고 배열하고 선택하고 축소하고 과장하고 은폐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하게 한다. 이를 통하여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 해결과 최소화는 그린 워싱, ESG 워싱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transparency)이 확보되어야만 하며 '정보공개'(disclosure)는 기본정책이다. EU는 이미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으로 개정하여 더욱 강화한다. '지속가능금융 공시 규제'(SFDR)도 마련했다. 이 규제는 금융기관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위험을 포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며, 자산운용시 지속가능성 요소와 관련한 주요 부정적 영향(PAI : Principal Adverse Impacts)을 고려하는지 여부와 ESG 접근법을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인 TCFD2025년에 영국 경제 전반에 걸쳐 의무화한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사회 관련 정보공개를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 상장사에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의 속도는 국제적인 속도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다.

 

EU는 녹색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2021년 만들었고, 2023년부터 의무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데 이어, 올해 안에는 그린 택소노미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자율이다.

 

그린 워싱과 ESG 워싱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그런 점에 테라초이스가 제시한 '그린 워싱의 7가지 죄악'을 기준으로 그린 워싱에 속지 않는 방법과 지혜를 배우고, 이에 위반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항의, 불매운동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그린워싱과 ESG 워싱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물론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그린 워싱 방지 라운드 테이블 구성 필요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기업, 금융기관, 정부, 소비자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그린 워싱과 ESG 워싱 방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하여 치열한 논쟁을 한 바가 거의 없다. 제품·서비스·행위의 어떤 부분이, 또 어느 정도의 행위와 위반이 그린 워싱, ESG 워싱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공감대 형성 대한 논의가 불충분했거나 부재했다. 또 어떤 법과 제도와 정책들이 마련되어야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그린 워싱·ESG 워싱 기준과 방지 방안 도출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린과 ESG가 전 세계적인 과제이자 목표가 되고 있는, 즉 생존을 위한 뉴노멀이 되어 가는 시대에 그린 워싱과 ESG 워싱의 유혹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고, 갈등 또한 증가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진지한 논의와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한국도 기후 재해 안전지대 아니다

본격적인 장마 시즌에 접어든 75일과 6일 사이, 전남 일대에 최고 500이상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주택지 침수와 함께 산사태가 일어난 곳도 있다. 2명이 숨지고 곳곳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전남지역 강수량은 기상청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수량에 비해 아직은 피해가 많지 않은 것 같으나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대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3일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 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산 아래 마을을 덮쳤다. 120여채의 집들이 순식간에 휩쓸려 나가 7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실종된 상태다. 산사태가 나기 전, 3일간 시즈오카현에서는 최고 475밀리의 장대비가 퍼부었다. 일본방재과학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한 산의 수분 함유량이 백 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산의 토사들이 물을 흠뻑 머금자 약해진 경사면을 견디지 못해 서너 차례의 굉음을 울리며 쏟아져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주 화요일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최고 49.6도에 달하는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숨졌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들이 에어컨 등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기온 급상승을 대처하지 못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다. 49.6도로 치솟은 리턴 마을은 전체가 화재와 연기에 휩싸여 지옥도를 방불했다. 250여명의 주민들은 불과 15분여 만에 마을이 불길에 휩싸였다며 집에서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급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12,000회가 넘는 번개가 내리친 것 때문이라고 주 당국이 전했다.

 

마이클 만 펜실버니아 주립대 대기과학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예측불허의 폭염은 극지의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불안정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극의 기온상승이 가져오는 기후 재해는 기존의 날씨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재해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이먼 루이스 런던 칼리지 교수는 폭염 현상은 식품 가격에서 전력 공급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갑작스런 기후 재해에 대비해 정책 당국은 물론이고 개인도 비상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래의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은 물 폭탄으로 변하고 덥고 건조한 지역은 뜨겁고 더욱 건조한 날씨로 변할 것이라고 기상전문가들은 전한다. 또 태풍과 홍수의 세기는 높아지고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폭염과 장기간의 가뭄, 폭우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호주, 브라질에서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는 산불이다. 이런 기상 이변은 농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중서부 지역의 옥수수와 밀 생산의 감소와 태국의 쌀 생산의 저하 등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도 기상 이변에 따른 농업 식생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이변에 따른 식생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농들에게 특히 타격을 준다. 우리나라도 차츰 아열대성 기후로 변함에 따라 작물 생산 변화와 교체를 적절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토양에도 스트레스를 준다. 즉 토양 속 영양물을 유실시키고 토양의 산도와 염도, 물 함유 능력 등의 변화 및 약화를 불러와 결국 토양의 생산력을 떨어뜨린다. 유엔 식량기구 FAO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작지의 3분의 1이 기상이변으로 생육 능력의 저하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기후 변화는 예상치 못한 기후 재해로 나타나고 나아가 농업 생산의 하락과 농작물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대규모 인구밀집지역인 도시는 신속한 재해 조치와 장기적 재해예방책을 세우고 농촌 지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농업 생산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기자 medianews@naver.com

 

피 냄새 맡은 소들은 눈물을 흘린다

도축장 앞 비질 르포돼지 비명 듣는 게 가장 힘들어

 

고기가 되기 전의 동물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23일과 625, 경기도 한 도축장 앞을 찾았다. 도축장 앞은 고기가 되기 전의 동물이 딱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우리는 농장이 어디에 있는지, 동물들이 어떻게 도축장으로 가는지, 도축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한 돼지가 비질 참가자가 주는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 박상환 프리랜서 사진가 제공

 

도축장 앞에서는 비질(vigil)’이 열리고 있었다. 비질은 폭력의 증인이 돼 기억·기록·공유하는 활동을 이르는 말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돼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한국에서는 20194월부터 비질이 열리고 있다.

 

오전 940, 대형트럭 2대가 도축장 쪽으로 들어왔다. 차 앞 유리에 축산물시설출입차량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트럭 안에는 돼지들이 가득했다. 보통 한 트럭당 50마리에서 80마리 정도가 실린다고 했다. 트럭 가까이 가자 열기가 느껴졌다.

 

돼지 냄새 지독하고 눈은 빨갛게 충혈

한눈에 봐도 돼지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몸과 얼굴에 오물이 묻어 있어 냄새가 지독했고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고기가 될 돼지의 눈병을 치료해주는 농장주는 없다. 멀미 때문에 입가에 하얀 거품이 묻어 있는 돼지도 있었다.

 

이 정도면 상태 괜찮은 애들이야.” 운송 기사가 말했다. 농장과 운송 밀집도에 따라 돼지들의 상태에 차이가 난다고 했다. 실제 어떤 트럭의 돼지들은 비교적 깨끗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반면 어떤 트럭의 돼지들은 심하게 사람을 경계했다. 줄로 그은 것 같은 빨간 상처를 가진 돼지들이었다.

 

비질 참가자들은 물이 담긴 페트병을 돼지들에게 내밀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돼지는 도축 전 12시간 이상 굶겨야 한다. 운송 중에는 물조차 마시지 못한다. 보통 운송은 1시간에서 3시간가량 걸린다. 좁고 더운 트럭은 돼지들을 더 갈증나게 만든다.

 

안녕? 물 마실래?” 물을 뿌리자 한 돼지가 고개를 들더니 혀를 내밀어 물을 받아 마셨다. 무언가 있다는 걸 알아챈 몇몇 돼지들이 다가왔다. 어떤 돼지는 아예 페트병 입구를 입으로 물고 물을 마셨다. 1분도 되지 않아 2가 동났다. 하지만 이런 돼지들보다 힘없이 바닥에 누워 있는 돼지들이 더 많았다.

도축장에 실려 온 얼룩소가 침을 흘리고 있다. / 서울애니멀세이브 제공

 

비질을 주최한 서울애니멀세이브활동가는 꼭 물을 주지 않아도 돼요. 물이 없으면 손을 내밀고 냄새를 맡게 해주세요. 돼지들은 호기심이 많아요.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된 애들이에요라고 말했다. 도축장 앞의 돼지들의 나이는 6개월, 돼지의 자연수명은 20년이다.

 

돼지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돼지가 코를 움직이며 손의 냄새를 맡았다. 또 다른 돼지는 입을 벌리더니 기자의 손을 살짝 맛봤다.’ 아플까 걱정했지만 부드러워서 놀랐다. 송곳니가 뽑히고 그 외의 이빨도 썩어 없어져서라고 했다. 농장에서는 돼지가 스트레스로 서로를 물어뜯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송곳니를 뽑는다.

 

그제야 처음에는 돼지들이 한덩어리로 보이지만 눈을 마주치고 물을 주고 냄새를 맡게 해주면 개별적인 존재로 보인다는 활동가의 말이 와닿았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운송 기사가 거기 조심! 나와요라고 소리쳤다.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 끝났다. 기자의 손을 물었던 돼지의 얼굴이 점점 멀어졌다.

 

도축장으로 들어간 트럭은 방역한 다음, 계류장으로 간다. 소독약이 안개처럼 돼지들에게 뿌려졌다. 세차장과 비슷해 보였다. 계류장은 본격적인 도축 전에 돼지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피 냄새를 맡은 돼지들은 트럭에서 내리기 싫어한다. 계류장 노동자가 긴 막대기를 들고 트럭 바닥을 탕탕쳤다. 그래도 내리지 않는 돼지들은 맞는다.

 

놀란 소들은 눈 크게 뜨고 두리번

50m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돼지들이 지르는 비명은 선명하게 들렸다. 단순히 꾸에엑으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였다. 기계 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이 지르는 비명 같기도 했다. 혜린 활동가는 저런 소리를 낸다는 건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에요.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저런 소리를 지를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이날 몇몇 참가자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오전 시간 내내 트럭은 일정 시간을 두고 꾸준히 도착했다. 돼지를 싣고 들어간 트럭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40분 정도였다. 돼지들의 비명도 30~40분 주기로 들렸다. 도축량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축장 관계자는 안 많아. 오늘은 2000두 정도야. 많을 때는 3000두도 하지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매일 5만여마리의 돼지가 도축된다.

 

간간이 소를 실은 1.5t 트럭이 도착했다. 돼지와 달리 소 트럭에는 한마리 혹은 두마리가 실려 있다. 대부분 젖소라 불리는 얼룩소다. 이들은 2~3년 동안 임신과 출산, 착유의 과정을 반복하다가 고기가 된다. 오랜 시간 착유를 당해 칼슘과 철분이 부족한 얼룩소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만난 한 얼룩소도 그랬다. 힘이 빠진 듯한 소는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목은 90도로 꺾여 있었고 퉁퉁 불은 젖에서는 우유가 나오고 있었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주저앉은 소들은 빨리 도축장으로 옮겨져야만 한다. 죽어버리면 고기로서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꼬까새 서울애니멀세이브 활동가가 도축장 맞은편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 박상환 프리랜서 사진가 제공

 

한우로 불리는 누렁소들은 그나마 상태가 좋았다. 누렁소의 몸에 빨간색 래커 스프레이로 횡성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놀란 소들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렸다. 낮은 소리로 울기도 했다. 도축장 관계자는 돼지나 소나 죽으러 오는 거 다 알지. 피 냄새가 나거든. 소들은 막 눈물을 흘려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더 이상 트럭은 들어오지 않았다. 꼬까새 활동가가 평화를 기원하는 백배 기도를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홍은전 작가는 도살장은 이상한 곳이었다. 목마른 돼지에게 물을 주는 일도, 아무 죄 없이 곧 교수형에 처해질 생명을 위해 울어주는 일도, 그것이 도살장 앞이라면 어딘가 조금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한 칼럼에 쓴 바 있다.

 

일부 참가자는 도축장 바로 옆에 있는 축산물유통센터를 방문했다. 구글어스로 보면 해당 도축장과 유통센터는 연결돼 있다. 도축한 고기를 유통센터로 이동시켜 판매하는 구조인 듯했다. 유통센터 건물에는 색색깔의 글씨로 ‘OPEN~ 양고기, 수입육 판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유통센터 들어서자 피 냄새 진동

유통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피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동물의 몸에서 나온 기름 때문에 바닥은 미끌거렸다. 유통센터에는 소와 돼지의 머리, , 내장 등이 전시돼 있었다. 한쪽에는 소의 머리들이 물에 담겨 있었다. 가죽이 벗겨진 소의 머리는 새하얗다. 눈이 채 감기지 않은 얼굴도 보였다.

 

언니, 뭐 찾아? 보고 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판매자들이 말했다. 평생 가려져 있던 동물은 고기가 돼서야 적극적으로 드러났다. 유통센터에서 고기를 사면 2층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쇠고기 부산물 전국 택배라는 간판도 보였다. 도축된 동물의 몸은 쪼개져 전국으로 보내졌다.

 

이날 비질은 마음나누기로 마무리됐다.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밝힌 앨버트 제이크는 홀로코스트 당시 제 조상과 친척들이 오늘 본 돼지와 같은 모습으로 트럭에 실려가 살해당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질에서 마주하는 동물에 대한 연대가 곧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연대입니다라고 말했다.

 

꼬까새 활동가는 비질은 특정 도축장을 문 닫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니며, 도축업에 일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육식의 시스템은 동물뿐 아니라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동도 가려요라고 말했다. 한 운송 트럭 백미러에 달려 흔들리던 십자가가 떠올랐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도축장을 떠났다. 은빛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도축장은 한발 떨어져 보니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외관이었다. ‘OO한우마을, 안녕히 가세요라는 큰 안내판이 도축장 인근에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판에 그려진 누렁소는 웃고 있었다./이하늬·이두리 기자 hanee@kyunghyang.com

 

진주 남강변 절벽에 한국특산 희귀식물 진주바위솔사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남강 절벽의 식물상 조사에서 발견

지리산과 진주 일대 바위지대에 사는 돌나물과 여러해살이풀, 한국 특산식물

진주 남강변 절벽 부위에 서식이 확인된 특산희귀식물 진주바위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경남 진주시 남강변 절벽 부위에서 한국특산종 희귀식물인 진주바위솔’(Orostachys margaritifolia) 자생 사실이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소장 정영모)는 최근 접근이 어려운 진주 남강 절벽 부위의 식물상을 조사하다 남강변 절벽 바위에서 지리산과 경남 진주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특산식물인 진주바위솔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진주바위솔은 지리산 등 바위지대에 자라는 돌나물과 여러해살이풀로 경남지역에서도 보기 어려운 한국 특산식물이라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발견된 진주바위솔은 잎은 방사상으로 땅 위에 퍼져 무더기로 나는 형태인, 로제트 모양으로 조밀하게 늘어서고, 꽃차례는 주걱모양으로 끝은 가시처럼 뾰족하며 성숙한 뒤에도 남아 있다.

 

잎 길이 1.03.5cm, 너비 0.51.5cm이며, 녹색바탕에 끝과 가장자리는 자주색이다. 줄기는 가지를 치지 않아 하나의 개체에 하나의 꽃차례가 달린다.

 

이번 식물상 조사는 진주시 가좌동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뒷편 남강변 절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에는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물론경상국립대, 진주시 산림조합, 에코비젼21연구소의 식물분류, 산림경영 및 병해충 전문가 등이 참여해 조사를 수행했다.

 

이번 조사는 사람의 접근이 불가한 절벽에 자라는 식물상을 파악하고, 생육 현황뿐 아니라 병해충 피해 여부 등을 조사, 어려운 여건에서 자생하는 절벽 식물들의 지속적인 생장과 보존을 위해 진행했다고 연구소는 취지를 설명했다.

남강변 절벽에 많이 분포하는 애기석위자생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남강변 절벽에 많이 분포하는 애기석위자생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이번 남강변 절벽 부위 식물상 조사에서는 진주바위솔 외에도 당조팝나무, 호장근, 중국굴피나무, 장구밤나무 등의 자생 사실도 확인했다. 또 초본류 가운데 애기석위가 남강 절벽에 많이 분포하는 사실은 물론 부싯깃고사리, 애기꼬리고사리 등의 자생지도 발견했다.

 

손영모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경남 진주지역이 주요 서식처인 진주바위솔은 현재 생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상태여서 진주시 등 관계당국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보호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접근이 어려운 남강변 절벽 등에서의 식물 탐사와 보존 활동을 지속적으로 펴겠다고 덧붙였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한정애 장관님, 환경영향평가 이대로 괜찮나요?

멸종위기종들의 의문... 환경부 장관님을 만나서 여쭙고 싶습니다

비자림로에 살던 팔색조

 

제주 비자림로 인근 삼나무숲에 살던 멸종위기종 팔색조와 두점박이사슴벌레 2차선이었던 비자림로를 4차선으로 넓히기 위해 제주도가 삼나무숲을 베어버리자 갈 곳이 없어졌다.비자림로 시민모임

 

장관님. 저는 제주 비자림로에 살던 팔색조입니다. 2차선 도로였던 비자림로 옆에 있는 삼나무숲은 어두컴컴하고 바닥에는 먹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둥지를 틀어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히겠다고 하면서 삼나무들을 베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환경 관련 법률에서 제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관님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요.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저같은 멸종위기종이 개발 예정 지역에 사는지 안 사는지를 확인한 다음, 보호를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비자림로 확장 공사 전에 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제가 그곳에 살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면서요? 5월부터 6월까지 거기 산다고 매일같이 튜잇 튜잇 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제가 거기 사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죠? 저 말고도 그곳엔 두점박이사슴벌레랑 애기뿔소똥구리같은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니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없다고 할 수 있죠? 저희들이 거기 없다고 거짓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지금 잘 지내시나요? 대한민국의 법이라는 건 그냥 안 지켜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낙동강하구에 살던 큰고니

낙동강하구의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대모잠자리 부산시가 낙동강하구에 대저대교를 지으면 갈 곳이 없어진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장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낙동강하구에 살던 큰고니입니다. 저도 비자림로에 살던 팔색조처럼 멸종위기종이지만, 제가 살던 낙동강하구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먹이를 먹던 곳 바로 위로 부산시가 대저대교라는 다리를 짓기로 했거든요.

 

저희 큰고니들은 다리가 없이 넓게 트인 하늘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다가 강물에 내려앉을 땐,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긴 사선을 그리면서 천천히 착륙해야 하거거든요. 그런데, 대저대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선, 다리를 지어도 저희 큰고니한테 큰 영향이 없으니, 다리를 지어도 된다고 했다면서요? 게다가 이곳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가 많아서 국내 최대 서식지로 추정되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엔 아예 언급도 안되어 있다면서요?

 

게다가 이런 사실조차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환경부 공무원들도 아닌, 그냥 시민들이 알아냈다면서요? 그렇게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로 작성되었다고 판명이 난 후에도 다리는 그냥 거의 그대로 짓기로 했다면서요? 인간들은 원래 그렇게 눈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잘 하나요?

 

양산 사송지구의 고리도롱뇽

양산 사송지구의 멸종위기종 고리도롱뇽과 신종 꼬리치레도롱뇽 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 개발을 위해 계곡을 밀어버리자 죽어나가고 있다.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한정애 장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양산 사송지구에 친구들 7천 마리와 함께 살던 멸종위기종 고리도롱뇽입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저희가 살던 계곡을 모두 파헤쳐버리자, 저희 친구들이 엄청 많이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장관님이 토지주택공사에 아파트 개발 공사 중지를 요청하셨으니까, 아마도 장관님은 저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토지주택공사가 포크레인으로 저희 친구들을 죽여버리기 전까지, 장관님은 저희가 이곳에 있는 줄을 정말 모르셨나요? , 그럴 수 있죠. 환경영향평가서엔 저희가 별로 없다고 나와 있으니까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도, 전세계에서 처음 발견되어 신종으로 등록해야 할 수도 있는 꼬리치레도롱뇽SP 종도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원래 환경영향평가는 엉터리로 하는 건가요? 다른 곳도, 다른 나라도 다 그러는 건가요? 인간들은 거짓말을 안 할 수 없는 존재들인가요? 멀쩡히 살고 있는 고리도롱뇽을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나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장관님이 맡고 있다면서요? 환경영향평가가 이렇게 다들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는데, 장관님은 알고 계신건가요?

 

거제 노자산의 긴꼬리딱새

 

노자산의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와 그 둥지와 알 골프장이 지어지면 거제 노자산에서 쫓겨나게 될 긴꼬리딱새와 그 알과 둥지장용창

 

한정애 장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거제 노자산에 아직은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입니다. 그런데, 곧 쫓겨날 것 같습니다. 어느 건설업체가 이곳 숲을 밀어버리고 골프장을 짓기로 했거든요.

 

제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제가 살고 있다는 얘기가 없었어요. 저는 이곳 숲에 대대로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제가 사는 줄을 모를 수가 있죠? 이 동네 사람들이 저를 발견하고, 제 알과 둥지 사진을 공개한 후에야 국립생태원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저를 보러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국가 공무원이 제가 사는 걸 확인하고 이곳을 생태계 1등급 지역으로 지정했는데도, 경상남도는 이곳을 밀어버리고 골프장으로 바꿀 예정이래요.

 

대한민국 법률에 따르면, 장관님이 저를 보호해야 하는 거라면서요? 제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거죠?

 

고흥 비행 성능 시험장의 노랑부리저어새

고흥 비행 성능 시험장 건설 예정지의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고흥 비행 시험장을 건설하면 쫓겨날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고흥국가비행성능시험장반대대책위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 고흥 비행성능시험장 예정지에 사는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입니다. 앞서 저희 친구들이 이야기를 다 해줬네요. 저도 사정은 같아요.

 

저희는 이곳 고흥만과 같은 습지가 있어야 있어야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 비행 성능 시험장을 짓느라 저희가 사는 논이 다 사라져버리고 있네요. 이곳에는 저희 말고도 흑두루미에, 큰고니에, 큰기러기, 잿빛개구리매 등 멸종위기종 철새들이 수두룩하지만, 비행 시험장 때문에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고흥 비행 성능 시험장 건설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선, 시험장을 지어도 저희같은 멸종위기종 새들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을 거라고 했다면서요? 저나 흑두루미는 아예 언급도 없다면서요?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멸종위기종 사람들

멸종위기종 사람들 제주 비자림로 인근 삼나무들이 베어지자 대신 서 있던 사람들비자림로시민모임

 

장관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후변화로 언제 멸종할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야 아무 관심도 없고, 심지어 환경부조차 큰 관심을 안 보이고 있는 멸종위기종들을 살려보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우리 생태계를 지키려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서, 이 제도를 개선해보려고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장관님을 찾아뵙고 여쭙고 싶습니다. 전국에서 죽어나가는 멸종위기종 생물들의 질문을 저희가 대신 드리고 싶습니다. 만나 주실 건가요?

 

*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한정애 환경부장관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 연대>에서 장관님께 면담 신청서를 202177일에 보냈습니다. 장관님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용창(pdnote)

 

시대착오적이며 자가당착에 빠진 전경련, 국제사회 흐름과 국내 현황 제대로 파악 못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 왜곡·축소 발표

⬛️글로벌 트렌드인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혁신환경 조성과 제도개선 요구 아닌 정파적 단순 주장 되풀이 유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76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발표한 '2021 에너지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ETI)’ 분석결과를 인용해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러한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며 국제사회 흐름과 국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리나라가 가진 잠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겉핥기 분석이다.

 

WEF가 발표한 에너지전환지수는 시스템 성과(System performance)와 에너지전환 준비도(Transition Readiness Score)로 평가한다. 시스템 성과는 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안보·접근성, 경제발전·성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시스템 성과가 다른 선진국 대비 낮게 평가된 이유는 화석연료 보조금 비중이 높고, 탄소집약도가 높으며, 일인당 탄소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준비도가 낮게 평가된 이유는 재생에너지 일자리와 교육수준으로 평가되는 인적 자원이 아직 미흡하고 소비자 참여도가 낮은 편이며, 에너지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볼 때 우리나라가 에너지시스템 혁신, 제도 및 거버넌스 구축, 인프라 및 혁신 비즈니스 환경 구축에서 부족함을 보였고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산업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기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지 단순히 지리적 원인으로 잠재성이 낮다고 평가 받은 것은 아니다.

 

에너지전환지수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사점은 더 바르고 빠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인프라 및 혁신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에너지 시스템 구조를 혁신해서 더 빠르게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세계경제포럼(WEF),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거론조차 하지 않은 원전을 끼워넣기식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맥락에도 맞지 않다. 대형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기술적 경직성, 즉 유연한 출력제어가 불가해 변동형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미래전력계통에 적합하지 않다. 지난해 풍력발전비중이 24%까지 증가한 영국에서는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전력당국이 사이즈웰B 원전을 무려 5개월간이나 50% 출력감발 조치를 취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양립 불가능한 기술임을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전환 준비가 부족하고, 지금까지 우리의 발전시스템이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어려우니 원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공부를 잘 못하는 이에게 공부해서는 안 된다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의 논리에 근거해서 우리나라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왔다면 반도체, 조선, 에너지 산업은 우리나라에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위 보도자료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인용하며 재생에너지를 입지 문제없이 보급할 수 있는 최대설비는 155GW.”고 주장했지만 이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확인해 본 결과 폐염전, 건물 옥상 등 지금 당장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 않아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우선입지공급 잠재량이었을 뿐이다. 이를 최대 공급잠재량으로 평가한 것은 왜곡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매년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5,025GW(설비용량 기준)로 현재 우리나라의 총 발전설비용량 130GW의 약 38배에 달할 만큼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입지자원이 풍부하다(<1> 참조). 경제적 영향요인과 정책적(지원, 규제) 영향요인을 적용해서 실질적으로 활용가능한 에너지 양인 시장잠재량도 916GW이다. 또한, 태양광 시장잠재량만 356GW(설비용량 기준), 495TWh/(발전량 기준)이다. 이는 국내 총발전량(‘18, 570,647GWh)86.7% 수준이다.

 

매년 발간하면서 업데이트되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기술과 시장 성숙도에 따라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 시장잠재량은 ‘18315GW에서 ’20년에는 356GW로 늘어났다. 기술력과 시장환경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가진 산업 역량 잠재량도 크다. 이미 태양광과 배터리 산업기술력은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 탄탄한 기계 관련 기술과 조선과 철강산업은 풍력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100%에 필수적인 전력계통망 안정화에 기반이 되는 계통기술과 ICT기술 또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업의 혁신환경 조성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단순히 한국은 에너지전환 준비가 잘 안 되어 있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니 원자력을 해야 한다는 차원의 단순한 분석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유감이다. 전경련이 전국 경제인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한다면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트렌드인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지 협소하고 과거 지향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근거 자료도 없이 의견을 사실인양 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기로 한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 가입 기업 수가 날로 늘고 있다. 20217월 초 현재 319개에 달하며 이들 기업은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도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 현실에서 이런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기는 커녕 따라가지조차 못한다면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전경련은 이러한 세계 시장 변화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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