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7.19~

by 이성근 2021. 7. 19.

 

세계 곳곳 물불 안 가린 이상기후재난 대비 시스템까지 쓸어갔다

초강력폭우·홍수·폭염·산불 동시다발 발생

서유럽 1천년만의 대홍수에 시베리아는 기록적 폭염

온난화가 기후변화 촉발생존의 위기로 자각할 때

뫼즈강 범람으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시민들이 15(현지시각) 고무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1천년만의 대홍수를 불러온 서유럽 폭우는 전후 서구 선진국을 떠받쳐온 견고한 시스템을 거대한 흙탕물과 함께 일거에 쓸어갔다. 최악을 가정해 만든 각종 재난·재해 안전 기준,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대응 체계와 시설은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앞에 ‘20세기 낡은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 북미, 시베리아, 동북아시아 등에서 기록적 폭염과 폭우, 홍수, 산불이 동시다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여기 모두의 생존 문제가 됐다는 것을 자각할 때라고 경고한다.

 

지난 14~15일 서유럽에서 발생한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8(현지시각)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망자 대다수는 재난 안전관리 선진국 독일에서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에 고통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은 기온이 49.6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 지역에서는 비공식 56.7, 공식 54.4도를 찍었다. 살인적 폭염 속에 연례행사인 미국 서부지역 산불은 최소 70곳에서 번지고 있다. 오리건주 남동부에선 대형 산불로 잿가루가 섞인 연기기둥이 10상공까지 치솟아 불구름이 만들어졌다.

6~7월 세계 이상기후 현상 .

 

세계 각지에서 점점 강도를 더 해가는 극한 기상현상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로 촉발된 기후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북미지역은 고기압 정체로 인한 폭염이, 서유럽은 저기압 정체로 인한 폭우가 나타났다. 대기정체 원인은 다양하지만 장기간 정체가 발생하거나 과거에 유사한 사례가 없던 지역에서 정체가 된다면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대기는 정체되더라도 하루 이틀에 그쳐야 한다. 이번처럼 길어지려면 오래 머무르도록 만드는 외적 요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동안 (남극, 북극 등) 극지역이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를 받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도시가 몰려있는) 중위도 지역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는 영국 <가디언>기후변화로 인해 모든 기상학적 극단 현상들이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기후운동가들은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사건으로 인식할 때라고 말한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위원장은 기후위기가 당장의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국가와 기업은 여전히 성장중심이다. 이제는 자연이 던지는 경고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과 역내외 기업들에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발표했지만, 유럽 환경단체들은 눈 앞에 닥친 위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50도 폭염, ‘겨우 1상승한 지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기후과학자이자 극지전문가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위험기상·이상기후 예측 전공)는 단호했다. 의심많은 과학자들은 보통 단언을 하지 않는데, 무엇이 15년 동안 기후변화를 공부한 학자를 이렇게 확신하게 만들었을까

 

2100년까지 지구온도 3도 상승기후예측 중간값이 이정도

김 교수가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은 3년 전이다. 미국 기상학자 줄 차니(Joule Gregory Charney)1970년대에 쓴 기후변화 보고서를 읽고 나서다. 당시 전세계는 수십년 동안 이상한파와 폭설에 시달렸다. 당시 주요 언론들은 빙하기 도래를 걱정했지만 줄 차니는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가설이 맞는지) 입증을 합니다. 하지만 지구를 대상으로는 실험을 할 수 없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데 불확실성이 상당하죠. 각국 기후모델마다 예측 결과가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줄 차니가 사용한 모델이 현대 기후과학자들이 계산하는 미래와 거의 일치해요. 이를 계기로 기후과학의 불확실성은 크지만, 이들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는 믿을만 하다고 확신하게 됐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1990년부터 전세계 과학자들이 내놓은 모든 연구값을 종합·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IPCC는 이대로 가면 2100년께 지구 평균온도가 3도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범위가 넓은 IPCC 보고서의 한계을 감안하더라도 기후변화가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북미 지역에 50도를 넘는 폭염을 보세요. 겨우 1도 정도 평균온도가 상승한 지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대중들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그널을 지구는 계속 주고 있어요.”

미국 서부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11(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소금사막인 배드워터 입구에 폭염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미 국립기상청이 측정한 공식 기온은 화씨 130(섭씨 54.4)였다. 이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상 최고 기온은 1913년 관측된 화씨 134(섭씨 56.7). AP/연합뉴스

 

기후변화 부정도, 과도한 해석도 반대

지구가 보내는 이상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부정 이유를 기후과학의 더딘 속도, 비과학적 공포심 조장에 대한 역작용이라고 봤다. 역사 속 기후가 어떠했는지 복원해 현재 기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인공위성 기술 등은 빠르게 발달했지만,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링 분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또 전지구 평균기온이 금세기말까지 3도 오를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넘어서서 5도 이상 올라 인류 문명이 결국 멸종할 것이라는 과도한 주장도 과학자의 눈에는 거슬린다.

 

지구 평균온도가 약 15도입니다. 3도 오르면 지구가 더워지는 건데, 5도가 오르면 남극 얼음이 다 붕되돼요. 문제는 3도와 5도 차이에 있죠.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같은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속도다. 45억년 지구 역사 중 기후가 변하지 않은 시기는 없었지만, 지금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은 보통 산업혁명 이후 전지구 평균온도가 지 1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0.5도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온도 상승 폭보다는 상승 속도가 기후위기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북반구 곳곳에 이례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사람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에너지 정책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미 도래한 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세계 각국이 내건 탄소중립 목표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가치관 전환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듯 날씨·기후에 영향을 받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이 지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하지만 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주는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보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증축에 집중하는데 이보다는 재생에너지가 산업 전반에 사용될 수 있는 전력망 확충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ESS)가 필요합니다. 탄소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이 바뀌어야 해요.”

 

김 교수는 기술을 개발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과학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돈을 가질수록 더 쓰고 싶은 것이 자본주의 속성입니다. 인류가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철학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기업을 압박해야 합니다.”

 

원전을 둘러싼 한국 사회 갈등에 대해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의 독보적 기술과 분야가 그 사건 이후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원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다는 전제로, 과학기술인으로서 관련 기술 개발은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기후·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담은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6개월 만에 써내려갔다고 했다. 기후변화·기후위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라고 했다.

 

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많이 한 건 사실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해왔는지, 지구 온도를 증가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답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자연녹지 용도변경해 아파트 지으라고 매각한 전주시 땅장사 논란

전주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 사진 좌측 상단 녹지가 매각된 부지다.

 

전북 전주시가 자연녹지인 시유지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한 뒤 최고가 경쟁입찰을 통해 예정가의 세배가 넘는 813억원을 벌어들였다. 코로나19 대응 등 예산 선순환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용도변경을 통해 땅 장사에 급급했다(경향신문 201911412면 보도)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주시내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주시는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 인근의 시유지 22132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에서 8122000만원을 써 낸 A업체가 낙찰됐다고 19일 밝혔다. A업체는 수도권에 소재한 공동주택 시행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예정가 231억원의 세 배가 넘는 금액으로 낙찰됐다.

 

매각된 부지는 무연고분묘가 들어서 있던 자연녹지였으나 용도변경을 통해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A업체는 이 부지에 수익률이 높은 공동주택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지는 에코시티 주민들의 조망권 침해 반발로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00%이하를 적용받아야 한다. 20층이하 400세대 미만의 아파트만 조성할 수 있다. 이 기준대로 낙찰금액과 비교해 보면 아파트 분양가는 3.31500만원 이상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주시내 신규 아파트에 적용돼 온 3.3당분양가 1000만원 미만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민간업체가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하려는 옛 대한방직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때문에 낙찰을 받은 A업체가 과도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근인 에코시티의 4년전 조성당시 부지가격은 3.3340만원대여서 5배나 차이가 난다. 에코시티 평당 분양가격은 790만원대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주시가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 분양가 심의위원회까지 거치도록 만들어 평당 1000만원을 넘긴 곳이 지금까지 없었다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에 낙찰 받은 업체가 시민을 위해 봉사하려고 땅을 사갔을리 없고, 분양가 고공행진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지는 자연녹지인 시유지를 임의대로 용도를 변경해 팔았다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전주시가)자신들이 판 땅을 산 민간업체가 손실을 입게 놔둘 수 있겠느냐. 그럴 경우 엄청난 시민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내 최대 현안인 옛 대한방직터 개발과도 무관치 않다. 이 부지 역시 민간업체인 ()자광이 공업지역인 현재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해 놓고 있다. 천문학적인 땅 값 상승이 예상돼 공론화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시유지를 용도변경해 판 전주시가 민간업체의 용도변경 요구를 어떤 명분으로 막아설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동주택 시행업체 관계자는 생태친화도시를 표방한 전주시가 자연녹지 용도를 바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토건업체에 매각한 것은 정의롭지 못했다면서 매각부지 개발과정에서 전주시가 일관된 정책을 지킨다면 땅을 사 간 업체는 망해야 하는데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 지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경향

 

 

일본 시골 초등학생들의 백조 관찰일지, 과학 학술지 실려

2010110일 팔당대교 아래 고니./우철훈 선임기자

 

일본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55년 동안 기록해 온 백조 관찰일지가 연구 논문이 돼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아오모리현 히라우치정의 유명 철새도래지 인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행한 백조 관찰일지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겨울철 백조떼가 찾아오는 것으로 유명한 히라우치 해안과 백조는 1952년 일본에서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해안 인근 아사도코로 초등학교는 특별 천연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1956년부터 2010년까지 학교 차원의 관찰을 수행했다.

 

10월 중순부터 4월 상순까지 학생들은 당번을 정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2회씩 백조의 생태를 관찰했다. 개체 수와 날아오는 장소, 기온, 풍향, 풍속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주말과 명절, 2000년대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됐던 기간에도 관찰은 계속됐으며 2000명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교는 2012년 문을 닫았다.

 

지역 환경단체 백조를 지키는 모임은 폐교 이후 교사에 보관돼 있던 관찰 기록을 정리해 졸업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기록의 존재를 알게 된 하치노헤 공대의 다나카 요시유키 교수(생태학)는 기록의 데이터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다. 데이터의 입력에는 백조를 지키는 모임 회원들도 손을 보탰다. 논문은 지난 2월 영국의 과학저널 데이터 인 브리프에 게재됐다. 논문 초록에는 초등학생들의 지속적 노력이 없었다면 본고를 작성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논문은 장기간의 관찰일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다나카 교수는 학생들의 기록은 대단한 가치가 있었다. 영문 논문으로 작성돼 과학 학술지에 실리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아사히신문 보도화면. 사진은 1960년대 아사도코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관찰 모습으로 히라우치교육위원회가 아사히신문에 제공했다.

 

백조를 지키는 모임 회원이자 지역 교육위원회 직원 오가타 마사키(48)설날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도 거르지 않고 어린이들이 오랜 세월 기록해 온 성과가 세상에 발표되다니 근사하다고 지역언론 코하쿠신보에 전했다.

경향 박은하 기자

 

부전천 복원 재시동상인·시민단체 동의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서면 부전천의 복개 도로를 걷어내 복원하는 사업이 재추진된다. 큰 걸림돌이던 상인과 시민사회의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부산시 의지도 강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부전천 복원은 전임 오거돈 시장 때 백지화됐는데 박형준 시장이 공약으로 다시 내세웠다.

 

사업 추진 최대 걸림돌 상당 해소

750m 복개 구간 이층식 하천설치

2018년 전임 오 시장 때 백지화

, 1호 신규 하천 복원 사업 선정

490억 상당 사업비 확보가 관건

지난 2017년 부산시가 제시한 부전천 복원사업 실시설계안의 상류 구간 이미지. 부산일보DB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부전천 복원을 1호 신규 하천 복원 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 구체화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부산시는 복개천 일대 상인과 하천 관련 시민단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복원안에 지지했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부전천 복원은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옛 혜화학원까지 750m 복개 구간에 이층식 하천을 설치하는 식으로 추진된다. 외부에 노출되는 상층부에 폭 5m 정도의 수로를 만들고, 양 옆으로 2.5m의 친수공간을 조성한다. 수로 깊이 0.6~1.1m 정도며, 수심은 0.5m 정도로 유지된다. 상층부와 단절된 하층부에는 깊이 2.5m의 대형 터널형 수로가 만들어진다. 비교적 깨끗한 성지곡수원지 물이 부전천으로 유입되면, 상층부로 먼저 흐르고 폭우 등으로 유입량이 많아지면 하층부로도 흐르는 식이다. 단층 구조의 복원보다는 인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치수 관리와 친수 공간 조성에 유리하다. 부산시민공원 전포천이 동일한 방식으로 조성됐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다.

 

2018년 같은 방식의 부전천 복원이 환경부 생태하천 복원 사업으로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상권 분리에 대한 일부 상인의 우려와 이층식 구조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 등으로 동력을 얻지 못했고,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다.

 

현재 주변 상인들은 시의 복원 방안에 상당히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단층형의 복원보다 노출되는 하천 폭이 좁아 상권 분리 가능성이 낮고, 친수공간 조성으로 오히려 유동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적인 서면 상권의 침체 속에서도 전포동 일대보다 불황의 여파가 커, 복개천 일대는 도심 재생의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박형준 시장은 부전천 복원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복개천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층식 하천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된 것으로 보인다""유동인구 유입에 효과적인 방향으로 조속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기류 변화도 뚜렷하다. 도심의 복잡한 상권을 고려할 경우, 단층형의 완전한 복원은 사업 추진이 상당히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 부산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상층부의 물길 조성과 주변 조경부의 생태 여건 등 구체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지만, 이층식 구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아니다생태 하천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심형 하천의 새로운 시도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사업비다. 지난해 하천 관리가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국비 지원의 길이 막혀 490억 원 상당의 사업비를 시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상지가 도심인 만큼 착공 뒤 최대 2년 내에 완공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큰 울림 -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Culture N Star]

 

710일 영화의 전당 7층 소극장에서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 영화를 봤다. 이날은 영화가 끝난 뒤 영산대 웹툰영화학과 주유신 교수와 내가 영화토크를 하게 돼 있었다. 1시간40분 영화 상영 내내 나는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며 찐한 감동을 느꼈다.

 

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7.5~12) 초청작으로 영화제 공식 책자에 소개된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는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진작가인 나탄 그로스만의 97분짜리 작품으로 2020년에 개봉됐다. “어째서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까?” 기후변화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그녀가 쏘아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 가고 있다.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 700만을 움직인 그녀의 외침에 주목하라!

 

토크를 위해 사전에 영화를 한 번 보았고, 그레타 툰베리 관련 책도 좀 읽었다. 그레타 툰베리의 풀네임은 그레타 틴틴 엘레오노라 에른만 툰베리이다. 이렇게 길다니.

 

이날 토크를 함께 한 영산대 주유신 교수는 이 영화를 추천한 프로그래머이다. 프로그래머 노트에 주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자였던 십대의 그레타 툰베리. 소비만을 추구하는 사회, 발전만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이 지구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그녀. 이 영화에서 우리는 오늘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그녀의 간절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자동차나 지하철 또는 기차(), 그리고 공항이 나온다. 한 도시로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로 교통수단이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해양영화가 아닌데도 시작과 끝이 엄청난 파도를 가르고 달리는 요트 항해이다. 그것은 그레타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타기를 꺼려 태양광 요트로 14일간의 힘든 여정을 택한 것이다. 나도 이날 영화의 전당에 가면서 평소라면 자가용을 타고 갔겠지만 그레타의 요트 횡단이 생각이 나서 한 시간 전 쯤 운동화를 신고 남천동 집을 출발했다. 근데 영화의 전당 도착 10여분 전 민락교에 이르자 그만 운동화 밑창이 떨어져 슬리퍼처럼 딸딸 소리가 났다. 대략 난감해 영화의 전당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혹시 집에 본드 있으면 영화 보러올 때 좀 가져올래?” 부탁을 했다. 나중에 그 친구는 자기 운동화를 종이백에 넣어와서 내게 건너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영화 속에서 본 대서양 요트 횡단은 이미지가 강력했다. 툰베리는 뉴욕을 향해 거친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요트 안에서 이러한 상황이 마치 꿈 같다. 영화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카메라 셔트 세례를 당하는 와중에 혼잣말로 내가 롤 플레잉(Role Playing)의 주인공 같다고 말한다. 툰베리는 기후위기시대의 세상이라는 영화 속에 어느덧 주인공으로 우뚝 서있는 것이다. 툰베리는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며, 일상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스스로 짊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담대하게 실천을 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Culture N Star]

 

툰베리는 선지자의 모습을 보인다. 이 시대 각국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을 꼬집으며 마치 동화 속의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바른 말을 하는 유일한 아이이다. 스틸 컷에서는 툰베리 얼굴이 마치 그림 속 모나리자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라는 유명세와 함께 악플이나 일부 정치인, 방송인의 조롱 섞인 발언에다 협박편지까지 받은 툰베리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 하지만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 영화는 20188월 툰베리의 국회의사당 1인 시위에서부터 20199월 뉴욕 환경정상회의까지의 1년여 간의 기록이다. 2018820일 우리나이 16살 중3 나이인 툰베리는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결석이라는 피켓을 내걸고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이때 행인들은 두 가지 반응은 보인다. “얘야,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여기 와 있으면 어떻게 하냐? 아이구야”. 반면에 너 왜 여기 있어? 옆에 안아도 돼?” 이렇게 해서 툰베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면서 툰베리의 행동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외침을 들어주는 사회였기에 가능했다.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산업재해, 음주운전, 성폭력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심지어 죽음으로 호소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게 문제다. 툰베리의 1인 시위는 그해 99일에 있을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래서 툰베리가 친구들과 나선 것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였다. 매주 금요일 시위는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약 700만명, 지금은 전 세계 170여 개국 1400여만이 이 행동에 참여할 정도로 그 수가 늘어났다.

 

어떻게 해서 툰베리가 기후의 전사가 됐을까? 툰베리는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아스퍼거 증후군, 거식증, 선택적 함묵증과 같은 장애를 보였다. 그런데 툰베리가 지금과 같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장애를 인정하고 배려해온 가족의 힘이 크다. 장애가 있었지만 이를 오히려 특별한 아이로 만든 가족사랑이 바로 환경실천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놀랍다.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2019)은 그레타 툰베리 가족이 함께 쓴 책이다.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는 연극 배우였지만 연극 일을 그만두고 가사전담을 하며 딸 그레타를 돌봤다. 엄마인 말레나 에른만은 스웨덴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지만 그레타의 요청으로 비행기를 타는 해외공연을 나서지 않는다. 동생 베아타도 ADHS(주의결핍 및 행동장애)를 앓기도 했지만 댄스와 음악은 경연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예술감각을 갖고 있다. 그레타 가족은 조부모때부터 인류애를 높이 치며 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가족문화를 갖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가족은 2015년 시리아 난민 가족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별장에서 살게 했다. 이런 점에서 툰베리 가족은 장애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던 툰베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툰베리는 어느덧 자신의 장애를 자신의 개성이자 장점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툰베리가 환경, 특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학교 교육이었다. 그레타는 8살 때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굶어죽고,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쓰레기섬의 영상에 충격을 받아 육식을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툰베리는 책벌레라고 할 정도도 책 읽기를 좋아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지식을 많이 습득했다. 그런데 지구를 집에 비유하자면 집에 불이 났는데도 어른들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 분개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의 언행불일치, 위선, 안이한 인식 및 태도에 엄청난 실망을 했고, 지도자에 대해서는 공분을 드러냈다.

 

어느 날 툰베리는 집에서 육식을 거부하고, 항공여행을 하지 말자고 엄마 아빠를 다그친다. “아빠랑 엄마 같은 유명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우주의자가 다문화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아요.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사치를 포기한 유명인이 누가 있느냐고 부모를 몰아세웠다.

 

이에 엄마 말레나는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공연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다. 2015년 말레나의 일본 공연이 끝이었다. 그레타는 스웨덴 스톡홀럼에서 일본 도쿄까지 왕복 비행기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 5.14t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kg의 소고기를 생산 가공 판매 조리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26kg 발생한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스웨덴-일본 왕복비행이인도 국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7t3, 방글라데시 0.5t10배에 달하는 것이다. 참고는 스웨덴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t으로 세계 8위이다. 우리나라는 12t으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에 대해 알아 보아요라는 책을 보면 우리 인간이 1km를 걸으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0g인데 승용차는 150g, 버스 600g, 고속철도 1g, 비행기 4g이 나오고, 대형 크루즈선은 무려 20g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100g1피코(Pico)라고 하는데 이것은 텔레비전을 10시간 시청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노플라잉(No-flying)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스웨덴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 항공수요가 4% 줄어들었고, 철도 이용이 5% 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툰베리가 육식에서 채식으로 돌아선 데는 세계농업기구(FAO)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FAO가 발표한 2006년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 축산업이라고 했지만 2009FAO가 수정 발표한 자료를 통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에서 나오며 교통수단이 13%를 차지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본 생태영화 제작자로 유명한 황윤 감독의 육식가족의 딜레마생각이 겹쳤다. 이제 동물도 개 고양이 말과 같이 인간과 교감이 잘 되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소 닭 돼지 등 소위 축산업의 대상이 되는 사육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기업형 밀폐식 축산에서 벗어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점에서 학교 환경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학교교육은 입시 외엔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과목은 뒷전이다. 영화를 보면 툰베리가 자기 집 반려견인 검은 개 록시의 털을 빗겨주며, 심지어 대서양 요트 횡단을 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교감하는 모습이 여느 여학생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스퍼거 증후군 치료를 위해서 그랬는지 승마장에 가서 말을 타고 말을 껴안고 쓰다듬고 말의 눈과 마주치면서 동물에 대한 사랑, 생태적 교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기후위기시대 우리 학교교육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 즉 사람과 사람, 자연과의 교감, 공감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장애인을 대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학생에게 대하는 자세가 달라야겠다. 이 영화를 보다보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이는 그 특징을 잘 살려 지식을 늘려주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해나간다면 그것은 툰베리처럼 장애가 아니라 장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개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제32회 도쿄올림픽(723-88)과 제16회 도쿄패럴림픽(824-95)이 있는데 이제는 패럴림픽도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하계 올림픽 안에 포함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패럴림픽도 초창기에는 별도로 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마치 백인 흑인이 별도의 통학버스로 다니는 것과 같은 차별 느낌이 든다. 패럴림픽 종목 가운데 장애인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고 하는 농구 탁구 양궁 등이 많다. 이 경우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휠체어 경기를 일반 올림픽 종목에 넣어 실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키 종목이 있고 아이스하키 종목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그레타가 그간 익힌 내용 가운데 전문가 수준의 용어인 알베도효과, 킬링곡선과 같은 어려운 말도 나온다. 알베도효과(Albedo Effect)는 오염된 먼지와 가스 등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고 층을 이루어 대기온도가 오르거나 떨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을 말한다. 킬링곡선(Keeling Curve)1958년부터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양을 나타낸 그래프로 이를 측정해온 대기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밖에 그레타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이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기후정의(Climate Justice), 1.5의 의미 등을 강조한다. 탄소예산은 평균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막겠다고 하였을 때, 2011~2100년까지 허용되는 전지구적 탄소예산은 1000Gt으로 추산되는데매년 50Gt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IPCC1.5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부터 계산하였을 때 탄소예산은 420Gt에 불과하다(66%의 확률). 앞으로 8~10년 밖에 시간이 없다. 정말 지구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에 기성세대, 세계의 지도자들은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최근에 캐나다에서 폭염으로 625일부터 약 보름간 700명이 돌연사했고, 미국 오리건에서는 95, 워싱턴주에는 3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현재 4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IPCC20216월 보고서에서 0.4도가 상승하면 전 인류의 14%5년에 한번 심각한 폭염에 노출된다고 한다. 온도와 습도를 종합한 습구온도가 35를 넘으면 건강한 성인도 무제한 식수 공급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5년 인도 파키스탄의 습구온도가 30도였는데 4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툰베리는 실천을 넘어 제도 개선을 원한다. 툰베리는 생활 속에서 수수함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외면을 내면보다 중요시하는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영화 속에서 EU회의의 융커 위원장이 연설할 때는 툰베리와 몇몇 환경운동가들은 헤드기어를 벗어던진다. “유럽의 변기를 친환경적으로 통일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세계 지도자의 말이 이 절박한 기후위기를 너무나 안이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는 소위 그린워시(Green Wash)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러한 그린워시의 대표적인 것이 녹색비행, 청정석탄, 이산화탄소포집 및 저장(CCS) 같은 걸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그런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린워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녹색인 그린워시는 재생에너지 보급에서도 나타난다. 적절하지 않은 산지에 태양광패널을 대대적으로 까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진짜 재생에너지비율은 현재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심 공장 인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을 하지 않고, 산이나 염전, 농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한다. 나무심기라는 미명으로 탄소흡수 용적률이 높은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작은 묘목을 심는 어리석은 일을 산림청이 탄소중립대책이라 내놓고 있다. 고속도로 주변이나 도로 경사면, 방음벽, 방음터널에 태양광을 설치해 가능하면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정작 전기가 필요한 도심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고 최병성 목사는 절규한다(녹색평론 20217-8월호).

 

툰베리는 나이가 들어 돌아봤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말 우리는 이 사회에 어떤 책임을 지는 사람인가?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나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정말 워즈워스가 말했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들어온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새롭게 뭘 하는 걸 RE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3R, 재이용, 재활용, 리사이클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학자 세르주 라투슈는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책에서 명료한 탈성장의 선순환을 위해서 8R을 강조했다. 재평가(reevaluate), 재개념화(reconceptualize), 재구조화(reconsructure), 재분배(redistribute), 재지역화(relocalize), 감축(reduce), 재사용(reutilize), 재생(recycle)이 그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지구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를 실천하며, 제도화하는 노력, 3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무엇보다 인생관, 자연관, 종교관이 매주 중요하다. 사회를 보는 눈, 자연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도 제대로 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를 하는 절전소를 많이 지어야 하고, 이러한 것이 제대로 개인에게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오가게 해야 한다. 이 점에서 토마 피케티의 논문 탄소와 불평등-교토에서 파리까지’(2015)를 보면 소득과 마찬가지로 탄소 소비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그 중 한 사례로 비행기를 탈 경우 1등석과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에 각각 100만 원, 20만 원, 4만 원 정도의 탄소세를 물리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앞으로는 각국의 평균 이산화탄소를 계산해 이것을 사고 팔수 있는 개인 탄소권 배출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가령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은 탄소세를 내고 자동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교통수당을 주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 토크를 하면서 한 관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예를 들면 강남이면 강남에서 처리하고, 정말 원전이 필요하면 서울에 지으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것이 잘못돼 있어요. 전기가 거의 필요 없는 지역에 원전을 짓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해서는 안 됩니다”. 기후정의는 또한 지방분권의 문제이기도 했다. 정말 지금이야말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삶,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의 눈에서 툰베리의 레이저눈빛을 받으며 사는 못난 어른들이 되어선 안 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책임감과 부채의식이 어깨를 짓눌렀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인저리타임(http://www.injurytime.kr)

조경 50, 42조 대지의 조경

우리나라에서 조경의 시작은 1972년 청와대 조경·건설담당비서관의 신설, 한국조경학회의 창립, 대학에서 2개 학과의 신설을 시작으로 조경이 태동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문의 영역과는 달리 건설업은 19749월 건설업법에서 처음으로 조경공사(국토개발 및 보존사업에 따른 녹지·경관 및 환경의 조성과 식재 기타 이에 관련된 공사에 한한다)’를 건설공사의 종류로 법제화하였고, 1975년 조경기술사, 조경기사 1,2급 시험이 도입되어 1976년 처음으로 기술사와 기사가 배출되었다. 그 후 학과, 각종 공사 및 기업의 조경부서 등이 다수 신설되었으며, 무엇보다도 1973년 서울시 녹지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원녹지국, 환경녹지국 등 유사한 조직을 신설하였다. 이후 1981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던 들이 2006년 서울시 푸른도시국을 시작으로 복원되었고, 2020년 울산광역시에도 녹지정원국이 만들어졌으며, 정부조직에서도 조경직을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1962년 건축법에는 조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197392(토지의 굴착부분에 대한 정리) 위험 발생의 방지, 환경의 보존 기타 필요한 정리를 하여야 한다는 언급을 시작으로, 19769조의2(토지굴착부분에 대한 정리등) 공장의 건축주는 그 대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건설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공해방지 및 조경을 위한 식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에서 처음으로 조경식수라는 용어가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행령 168조의3(공장의 식수 등 필요한 조치) 공장을 건축하고자 할 때에는 법 제9조의22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지면적의 15퍼센트에 상당하는 면적 이상의 대지에 건설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식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면적기준이 법제화되었다.

 

1977년 건축법 92건축주는..........공해방지 또는 조경을 위한 식수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조경이 공장을 넘어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1978년 건축법 시행령 168조의3(대지내의 조경) 법 제9조의22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지면적이 상업지역내에서는 1,500평방미터이상이 되는 대지, 기타의 지역에서는 200평방미터 이상이 되는 대지에 각각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수 등 조경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1981년 건축법 시행령 168조의3 (대지내의 조경) 법 제9조의22항의 규정에 의하여 165평방미터 이상인 대지에 건축물(시장 및 석유화학공업단지안의 건축물을 제외한다)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당해대지에 다음 각호의 기준에 따른 식수등 조경에 필요한 조치를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하여야 한다15, 10, 5% 및 옥상조경을 포함하여 지금과 유사한 법제도가 만들어졌고, 2021년 현재는 건축법 42(대지의 조경) 면적이 200제곱미터 이상인 대지에 건축을 하는 건축주는 용도지역 및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대지에 조경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법을 가지고 있다.

 

1972년을 기점으로 한다면 2021년은 50년의 역사를 가진 조경의 해가 된다. 한국조경학회는 2022년을 50주년으로 공식화하면서 1992년에 이어 광주에서 개최될 IFLA(세계조경가협회) 세계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법은 1980년에 만들어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조경청은 차제하고서라도 가칭 조경기본법이라는 독립적인 법을 가지지 못한 채 2015년 제정된 조경진흥법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1980년에 비해 후퇴했다는 측면으로, 과거 자연녹지와 생산녹지지역은 40% 이상 이었지만 지금은 식수를 아니 할 수 있는 규정으로 바뀌었고, 최근 지자체 조례에서 비율에 대한 자율성 부여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주민공동시설에 대해서도 규제완화라는 정부방침으로 후퇴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건축법 시행령 27조의2(공개 공지 등의 확보) 공개공지 등의 면적은 대지면적의 100분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건축조례로 정한다. 이 경우 법 제42조에 따른 조경면적과 ......... 조치 면적을 공개공지 등의 면적으로 할 수 있다와 같은 중복 면적으로 인정하는 불리한 규정도 여전히 존재한다.

 

국토교통부 고시 조경기준, 시대적인 변화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식재개념의 전환도 필요하고, 식재밀도의 기준과 본수, 식재공간의 이용성 강화, 도로전면공간의 배치 의무화, 사후 유지관리규정, 조경설계의 의무화 등에 대해서 적극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법의 재정이 어렵다면 조경조례의 신설도 고려하여야 하고, 조경업의 영역에 있어서도 유지관리업의 신설과 감리업의 확대도 필요하다.

 

20216월 경상남도 경제환경위원회에서 경상남도 조경시설물 품질 향상 및 유지관리조례()’이 통과되었다. 설계 및 시공 이후 조경관리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준공 이후 관리주체 인계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 등에 대한 책임소재 갈등이나, 인계 이후 유지관리 문제를 하자보수 명목으로 시공업체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사례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조경시설물의 품질 향상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자 만들어졌다.

 

특히 조경진흥법을 기반으로 조경분야의 진흥에 필요한 시책의 마련 및 관련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였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였다. 설치한 조경시설물의 원활한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이행하고, 조경시설물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우수조경시설물을 지정하고, 공모전 등을 통해 포상하도록 규정하였다. 특히 도 및 그 소속기관이 발주하거나 관리하는 조경시설물을 적용 범위로 규정함으로서 관리업의 확장성을 열어두었다.

 

이번 경상남도 유지관리조례안의 특성은 기존 도시에서 재정된 ‘00시 조경관리조례를 한 단계 뛰어넘어 관조직의 관리책임을 명시하는 등 세부적인 규정을 명시하였다는 점이다. 향후 대지의 조경에서 만들어진 외부공간에 대해서도 5-10년 주기의 사후 유지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위한 첫발이라고 할 수 있다.

 

유관 분야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건축, 토목 등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적인 장치들이 괄목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50주년을 맞이하여 이제라도 조경분야에서도 Task force팀을 만들어 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조경인들의 미래를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조경은 규제행정법의 일종으로 이를 통해 생활환경을 건전하고 조화롭고 아름답게 발전시켜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는 중요한 분야로서 규제완화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인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서 더 좋은 사회로 갈 수 있는 국민복지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

 

이재명 기후에너지부 신설대선 기후공약 가뭄물꼬 터질까

16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영화 그레타툰베리개봉에 앞서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정책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모두의 기후정치캠페인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청기행 에스엔에스 갈무리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 핵심의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 등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조 바이든은 승자가, 기후변화를 부정한 도널드 트럼프는 패자가 됐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여당 6, 야권 15(정의당 제외) 2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일찌감치 대선판을 달구고 있지만 기후공약은 말 그대로 가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하며 기후공약을 쏘아올렸다. 구체적 내용은 없어 해갈수준까지는 아니다. 다만 지지율 선두권인 이 지사의 기후공약 발표는 다른 경쟁후보들의 기후공약을 이끌어내는 기후대선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첫 정책 발표에서 제1공약 키워드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부 대통령 직속 우주산업전략본부 데이터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에너지 대전환은 피할 수 없다.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어 통합정책을 할 수 없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로 가기 위해 통합관할 부서가 필요하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 등을 통해 에너지대전환·녹색산업혁신·디지털대전환 등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8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한다. 이 지사가 기후에너지부 조직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산업부에서 에너지 관련 업무를 떼어내 독립부처를 만드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 지사를 뒤쫓고 있는 이낙연 후보도 지난 5월 대선공약을 다듬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제안했다. 기후위기 문제보다 미세먼지 뉴스가 국민 관심을 끌었던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기후에너지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너지기후부)도 유사 공약을 했다.

 

정치평론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9“2015년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파리협정) 이후 기후공약은 정치권에서 누구나 내놓는 일종의 합의정책이다. 보통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대립쟁점에서 드러나는데, 그러려면 선언적인 말보다는 구체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과 이로 인한 산업의 미래 진단, 원전에 대한 입장 등이 드러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그렇지만 보통 당내 경선 전까지는 대국민 상대 공약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당 후보로 최종 결정되면 기후 관련 공약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5일 녹색연합은 각 후보 출마선언문과 그때까지 발표된 공약을 살펴본 뒤 기후위기가 실종된 대선 경선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은 유력한 대권 후보가 기후, 에너지 문제만 집중해서 다루는 부처를 신설한다고 언급한 것 자체는 의미있다고 본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대로 올해 안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한다면, 다음 정부에서 그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설악산 명물 '오색약수' 끊긴 원인은?...주민들 "호텔 온천 탓"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설악산 명물 '오색약수'가 말라 한 달 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인근 호텔에서 온천 시설 용량을 늘린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자]설악산 주전골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529호 오색약수,

약수가 솟아오르던 암반은 바닥을 드러낸 채 거의 말라 있습니다. 5월 말부터 물이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달부터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철분과 탄산이 많아 톡 쏘는 맛으로 유명한 오색약수를 기대한 관광객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ytn 송세혁

 

미 사격장아픔 걷어낸 매향리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

경기 화성 매향리 갯벌(칠면초 군락) 전경. 해양수산부 제공

 

미 공군의 사격·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경기 화성 매향리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매향리 갯벌을 국제 람사르협약에 따라 자원을 보호하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가치가 높은 매향리 갯벌 일대(14.08)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고 19일 밝혔다. 42177규모의 매향리 갯벌에는 칠면초 군락 등 20여종의 염생식물과 굴과 버들갯지렁이 등 169종의 해양동물이 살며, 해양보호생물인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4만여마리의 철새가 관찰된다. 이번에 지정된 습지보호지역은 이 갯벌 면적에다 썰물 때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바다지역까지 포함됐다.

 

매향리 갯벌은 한국전쟁 이후 50년 넘게 주한 미 공군의 사격·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다.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 공군기가 투하하는 포탄과 총탄으로 인해 주민들이 소음공해에 시달렸고, 농가에 포탄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005820일 훈련장이 폐쇄된 이후 지역 주도의 자발적인 환경정화작업을 통해 지금의 생태환경을 회복했다.

 

해수부는 매향리 갯벌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자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5년 단위 관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수도권 인근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다양한 염생식물 및 철새 탐방이 가능한 특성을 활용해 생태친화적 생태관광 장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특히 화성시와 협의해 매향리 갯벌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지역, 특이한 경관·지형·지질학 가치를 지닌 지역등이다. 이날 매향리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국내 해양보호구역은 연안 습지보호지역 14, 해양생태계보호구역 14, 해양생물보호구역 2, 해양경관보호구역 1곳을 포함해 총 31곳이 됐다. 이들 해양보호구역 전체 면적은 서울시(605.3) 전체 면적의 2.96배 수준인 약 1798.4에 이른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효과를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해마다 불 타고 녹아내리는 시베리아숲도 미래도 파괴된다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내 자치구인 사하 공화국(야쿠티야) 수도 야쿠츠크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불린다. 영구동토층 위에 세워진 이 도시의 한겨울 기온은 영하 50도 아래로도 내려간다. 올 여름 야쿠츠크는 불과 연기에 휩싸인 도시가 됐다. 시베리아 지역의 거듭된 화재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북동부 사하 공화국의 야쿠츠크와 인근 50여개 마을이 3주 연속 지속되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AP통신이 18(현지시간) 보도했다. 야쿠티야 재난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24시간 동안 발생한 화재는 187건으로 타이가로 불리는 침엽수림 지대를 포함해 1000의 땅이 불길에 휩싸였다. 제주도 면적(1847)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이날 야쿠츠크 공항은 연기 때문에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는 폭염, 가뭄, 안전수칙 위반 등으로 산불에 시달리고 있는데 특히 사하 공화국의 피해가 크다고 AP는 전했다. 아이셴 니콜라예프 사하 공화국 행정수반은 야쿠티야는 150년 만에 가장 건조한 여름을 겪고 있으며 올 6월은 역대 최고로 더웠다. 이런 기후조건이 매일 내려치는 마른 번개와 만나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우리는 아주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츠크 외곽 마가라스 주민 바실리 크리보샤프킨은 연기 때문에 서로를 볼 수 없다. 눈도 타 버리는 것 같다AP에 말했다.

사하 공화국. 구글 지도화면 갈무리© 경향신문 사하 공화국. 구글 지도화면 갈무리

사하 공화국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타이가로 덮여 있어 산불에 취약하다.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에도 러시아 전역의 산불 가운데 70%가 사하 공화국에서 발생했다. 북극권 특유의 자연현상인 마른 번개로 인해 화재가 종종 발생하는데 최근 기후 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면서 화재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규모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전역의 산불 규모는 같은 해 미국에서 불탄 면적의 4배 가량이다.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화재는 지구 전체에 파괴적 효과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화재 발생시 영구동토층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을 태워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의 선임 연구원 마크 패링턴에 따르면 2018년 사하 공화국에서 발생한 화재로 멕시코 전역의 연료 소비량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야쿠츠크의 평년 여름철 일 최고기온은 18~19도이고 가끔씩 30도를 넘기지만 최근에는 30도를 계속 넘겼고 48도까지 기록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3년 간 산불 발생 속도가 빨라졌다타이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상 고온이 화재를 일으키고, 화재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켜 다시 화재를 부르는 악순환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8(현지시간) 항공기에서 내려다 본 시베리아의 산불|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사하 공화국 주민들의 삶도 위협받게 됐다. 타이가에서 나오는 산딸기, 버섯, 목재 등이 사하 공화국의 주된 산물이다. 사하 공화국 일부 주민들은 화재로 인해 교통 등이 끊기면서 영구동토층의 얼음을 파내 식수로 사용한다고 전해졌다. 마가라스 주민 마리아 노고비치나는 숲이 없으면 우리의 생명도 없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러시아 당국의 산불대응과 늦은 기후변화 정책 전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해와 영구동토가 녹으면 경작지가 넓어지고 빠른 항로개척에 나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있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간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다 최근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해빙이 매우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도 최근 마련했다.

 

그러나 사하 공화국에서 불길이 계속 번지는 와중에 터키에 수륙양용기를 파견해 주민 여론이 악화되자 닷새 만에 사하 공화국에 화재 진압용 군용기 2대를 보냈다. 화재가 심각해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러시아 검찰은 소방당국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야쿠츠크에 있는 멜니코프 영구 동토층 연구소 부소장인 페도로프 알렉산더 니콜라이비치는 당국이 화재의 심각성을 여전히 모르는 것라고 NYT에 말했다.

해마다 불 타고 녹아내리는 시베리아숲도 미래도 파괴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개식용만 반대? , 돼지는?”이라고 묻는 이들에게

개식용 종식을 가로막는 5가지 궤변

개식용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줄어든 반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 부처는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개고기 논쟁은 88서울올림픽 이후 30여년 넘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논쟁이 반복되는 동안 개는 어느새 반려동물 지위를 얻어 천만명 넘는 이들의 가족이 됐다. 개고기 먹는 사람 숫자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식용 찬반 논리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이를 내세운 찬반 논쟁은 변함없이 반복된다. 이 오랜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논쟁에 새로운 접근 프레임이 필요하다.

 

첫째, 개고기가 몸에 좋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사람 건강에 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개농장의 처참할 정도로 비위생적 상황, 항생제 덩어리, 세균 오염 사실을 알고도 먹을 용감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지이 아니다. 물론 개농장의 처참한 모습과 개고기가 항생제, 세균 덩어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런데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질이 아니다. 개고기가 보양식이라 먹는다는 말은 몸에 좋으면 뭐든지 먹어도 된다는 왜곡된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식 보신 문화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식약처의 공식적인 식품관리 판단 기준도 안전성 위주에서 건전성과 가치성을 고려하여 건전한 식생활문화를 정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몸에 좋으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잘못된 생각은 바뀔 때가 이미 지났다.

 

둘째, 개식용은 개인의 기호일 뿐일까.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개고기 먹는 사람 숫자가 점점 줄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남이 먹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다. , ‘나는 쿨(cool)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먹어오던 소, 돼지, 닭의 사육과 도살 과정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동물복지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식용부터 금지하고, 다른 가축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다.

 

온갖 동물학대와 불법이 자행되고 심각하게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약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로 볼 수 없듯이 말이다. 나는 안 먹지만 소수의 사람이 개를 먹는 것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로 존중하는 동안 환경이 오염되고 유기견 수가 늘어간다. 그 비용은 오롯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개농장이 새로운 팬데믹 발원지가 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가능성이다.

 

셋째, 그렇다면 차라리 개고기를 합법화해 동물복지와 위생문제를 해결하면 될까. 개고기가 합법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필자는 차라리 개식용 합법화 타당성 조사를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만약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연구를 해보면, 합법화는 불가능하다거나 혹은 합법화하면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현재 축산은 글로벌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속한 나라들은 OIE가 설정한 위생 안전 기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개식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아직 하나도 없다. 개라는 새로운 종이 축산 동물이 되려면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개를 도살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방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연구 개발하고 공인을 받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나라의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비아냥과 다름없다.

 

또한 개는 다른 가축하고 달라서 밀집 사육이 불가능한 사회적 동물이다. 식용가축 동물복지 수준의 축사에서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다 지켜가며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개고기 합법화는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문화적 상대주의를 떠나 전 세계의 비난, 조롱 그리고 반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에 더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물환경보전법, 건축법 등 모든 관련법을 다 적용하거나 개정해야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서 개식용이 합법화하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개고기 코너가 들어서게 될 것인데, 이를 국민 정서상 허용할 수 있을까? 개식용 합법화는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넷째,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논리가 있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나라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선, 인간과 가장 가깝게 공감하는 동물인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다르다. 개는 수만년 동안 사람과 동반자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반려동물 지위를 획득했다. ‘반려라는 말이 의미하듯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가족으로 여기는 동물을 먹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인간의 육식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이나 식약처가 허가한 식품공전 목록에 개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개식용이 단순히 기호의 문제일까. 온갖 동물학대와 불법이 자행되고 심각하게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개식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개만 중요하니 개고기만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먹어오던 소, 돼지, 닭 사육과 도살 과정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동물복지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식용부터 금지하고, 다른 가축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식용 찬반여론이 팽팽하다는 기계적 균형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거나 그냥 놔두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식용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 부처는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개식용은 더 이상 찬반 문제도 아니고 국민 100%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간통죄, 호주제 폐지 등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온 것들은 대부분 법으로 결정됐다. 거창하게 헌법을 논하지 않아도 관련 법 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른바 구두약 초콜릿같은 펀슈머 식품도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달 만에 금지법안이 제정되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개 식용금지법 제정을 수십 년째 미루는 건 국회와 행정당국의 핑계일 뿐이다. 이젠 정부, 국회, 관련 부처가 의지를 갖고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사진 동물해방물결/ 한겨레

 

녹색성장·2030년 감축량탄소중립 기본법의 두 전선

시민사회 임이자 의원안에 탈탄소 시점에 성장개념 가당찮다국민의힘·정의당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명시한목소리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가 20일 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법안 제정 관련 입법공청회를 연다. 국회 차원의 쟁점은 녹색성장 개념의 포함 여부와 2030년 탄소배출 감축량 규정이다.

 

20일 환경법안심사소위가 다루는 법안은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기후위기대응법안(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안)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녹색전환을 위한 기본법안(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기본법안(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정의로운 전환기금 설치에 관한 법률안(장혜영 정의당 의원안)이다.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법 성장동력·일자리 창출

시민사회 녹색성장 강조, 신산업 지원법 전락

 

이 가운데 강은미 의원안이 노동계 입장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법안 3조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원칙에서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 곳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했고 실제 탈탄소사회위원회에 노동자를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또 사업주에게 탈탄소경영 과정에서 고용을 확대할 책임을 명시했다.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설치해 탈탄소경영 확대로 발생할 노동자 피해와 사업주 부담을 경감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임이자 의원안은 이런 탄소중립 기본법안 논의에 녹색성장 개념을 끌고 왔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한 환경정책이다. 환경문제보다 환경산업에 더 치중한 개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제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녹색성장법)은 녹색성장을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으로 정의했다.

 

시민사회쪽은 저탄소도 모자라 탈탄소를 이야기하는 시점에 웬 성장이냐며 반발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기본법에서 녹색성장 개념을 강조하면 현실에서는 어떤 사업이나 신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불순하다고 비판했다.

 

김웅 “2050 넷제로 내일부터 다이어트얘기

정부 “2050 시나리오 발표하면 윤곽 보일 것

 

또 다른 쟁점은 2050년에 앞서 2030년 탄소배출 감축량을 기본법에 명시하느냐다. 이 대목은 국회 내 찬반에 앞서 국회와 정부의 입장차가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환경법안심사소위에서 녹색성장에 다른 목소리를 낸 강은미 의원과 임이자 의원은 2030년 탄소배출 감축량에 대해서는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에서 “2050년 넷제로 선언이 마치 내일부터 다이어트같은 인상이라며 소극적인 정부쪽을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이날 소위에서 2030년 감축량 규정에 부담을 호소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올해 1126차 기후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하도록 했기 때문에 2050년까지 시나리오가 우선 나오면 그와 연계해 2030, 2040년 중간 목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2030년까지 10년이 채 안남은 기간이라 부문별로 발전이냐, 산업이냐 선택이 필요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냉소적이다. 임이자 의원은 “(정부의) NDC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 법을 유보하라는 말이냐어떤 형태든 2030년에는 목표를 설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논의가 녹색성장과 2030NDC 시나리오에 집중하면서 이날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 곳의 참여나 전환기금 설치 논의는 물꼬도 트지 못했다. 노동계는 또다시 국회와 정부가 노동계를 정책 대상으로만 국한하려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 노동자 정책 주체 참여해야 갈등 줄여

에너지 전환 민간 아닌 공공의 역할도 강조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노동자를 정책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주체로 삼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노동자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그래야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예방해 더 빠르게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법 기조도 확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태섭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발의된 대다수 법안은 기후위기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에서 노동자 피해 대책을 세우는 방향이라며 이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을 시장에 개방하고 민간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도그마를 벗어나 공공성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기본법에 명시하고 발전공기업의 사업 전환 기회를 보장해야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공성을 갖춘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명이재 기자

 

옛 미월드 부지 레지던스, 건축심의위 통과 여부 촉각

주민 반발과 난개발 우려 제기 42층 규모 3개동 추진

부산 수영구 옛 미월드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립하는 사업 계획에 대한 건축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난개발 우려와 주민 반발 속에서 부산시가 어떤 활용 방안을 도출할지 관심을 모은다.

9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옛 미월드 부지 인근 주민들이 숙박시설 건축 심의 안건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시는 20일 오후 건축위원회를 갖고 민락유원지 숙박시설 건축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사업자인 티아이부산PFV(티아이부산)는 옛 미월드 부지 25397에 지하 3층 지상 42층 규모로 레지던스(547호실) 3개동 건립을 추진 중이다.

 

애초 이곳은 6성급인 캠핀스키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설계 변경에 따른 주민 반발과 사업비 조달 등의 문제로 좌초됐다. 이에 사업자는 2019년 해당 부지를 인수해 호텔 대신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사업 진행을 반대한다. 롯데캐슬자이언트와 센텀비치푸르지오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레지던스 건립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초 합의된 호텔 용도와 건축 범위를 초과하는 확장 허가가 난다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사업자 측의 부당이익만 커질 것이라며 지금도 교통이 불편한 상태에서 레지던스가 들어선다면 교통 체증은 물론 조망권 침해가 발생한다. 주민 산책길인 무궁화동산 훼손으로 보행권 침해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열린 부산 높이 경관 관리 정책 간담회에서 부산시의회 고대영 도시환경위원장은 옛 미월드 부지 등 노른자 땅들이 애초 사업 목적과 맞지 않는 레지던스로 채워지고 있다부산 해안에 고층 레지던스 건립이 추진되면서 난개발과 주거 용도로의 변질로 인해 관광도시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티아이부산 서준석 이사는 민락유원지 사유지 약 4를 매입해 시에 기부채납하고 북카페 등 문화공간을 지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강조했다건축심의위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제이드가든, 원추리 정원 개장530규모 200여 종 전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가든 수목원이 효율적인 원추리 연구와 보존을 위한 원추리 정원을 지난 16일 개장했다고 20일 밝혔다. 정원 규모는 약 530이며, 200여 종의 원추리가 전시됐다.

 

제이드가든은 2015년부터 국립수목원과 함께 국내외 원추리 유전자원을 수집 및 증식해 유용한 산림유전 자원을 확보해왔다.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추리 관련 전문 도록을 제작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원추리 보급에 앞장섰다. 이번에 조성한 원추리 정원은 국내에 자생하는 원추리의 효율적인 관리와 생물의 다양성 보존을 위한 ESG 경영 활동의 일환이다.

 

제이드가든이 국립수목원과 진행하는 원추리의 다양성 확보와 보존, 연구는 국내 생물 자원의 권리를 해외에 빼앗긴 사례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큰 의의를 지닌다. 해외에서 다양한 색상으로 판매되는 데이릴리(Daylily)’는 한국에서 자생하는 원추리를 개량해 상품화했지만, 해외에서 다양한 품종이 개발돼 로열티를 지불해야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스김라일락(Syringa ‘Miss Kim’),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는 구상나무(Abies koreana)’도 국내 생물 자원의 권리를 빼앗긴 사례다. 이에 제이드가든과 국립수목원은 원추리 보존을 시작으로 국내 토종 생물 자원의 발굴과 보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제이드가든은 지난해 춘천사회혁신센터와 남산초등학교 서천 분교에 원추리 20여 종을 갖춘 정원을 조성하고 정부, 민간 기관에 원추리를 소개하고 관리법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천리포수목원, 한택식물원, 여주황학산수목원 등에 100여 종의 원추리를 보급하고 관리 방법을 전수해 왔다. 지난 14일에는 가수 인순이가 운영하는 홍천 해밀학교(대안학교)MOU를 맺고 원추리 정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영준 제이드가든 총지배인은 앞으로 원추리 연구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생 식물 보존을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1숲속의 작은 유럽콘셉트로 오픈한 제이드가든은 지금까지 누적 방문 관광객이 500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춘천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수목원은 만병초류, 단풍나무류, 원추리류 등 총 40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폭염에 체리가 익었어요식량위기 부르는 기후변화

© Copyright@국민일보 14(현지시간)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수위가 낮아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데라의 헨즈레이 호수 바닥에 소형 보트 한 대가 놓여 있다. 미 서부 지역에서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은 도시 지역 식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재앙이 이상기후를 넘어 글로벌 식량공급 위기로 옮아가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18(현지시간) 파괴적인 폭염이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농부들은 농작물이 밭에서 구워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선 나무에 달린 체리가 계속된 고온에 노출돼 불에 익은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체리 농장을 운영하는 조셀린 주레빈스키는 그나마 성한 체리도 가뭄 때문에 속이 차지 않아 파이나 시럽에 쓰지 못하고 전량 주스용으로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 지역의 카놀라밭과 밀밭은 누렇게 시들어버려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농작물이 피해를 입자 연쇄적으로 축산업도 위기에 처했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데다 가축 사료로 줄 농작물이 부족해지면서 사육이 어려워진 것이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목축업자 안드레 스태플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농장 역사에서 우물과 샘이 말라버린 것은 처음이라며 “(사료 부족으로) 아마 가축의 25~30%를 팔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한번 망가지면 회복력이 더딘 가축용 목초지가 소실됐다. 가축에게 먹이를 줄 수 없게 되자 축산업자들은 수십년 동안 혈통을 관리해 최상급의 품질을 유지해 온 가축을 도축하는 게 현재로선 이익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일부 농축산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망가진 작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있다.

 

폭염과 산불로 미국 와인업계도 비상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최고의 와인을 제조하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와인 생산업자들이 기후변화에 맞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일부 재배 농가는 포도에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고 있으며, 저수지가 말라붙어 수도 공급량이 줄어든 탓에 화장실과 주방에서 사용한 생활폐수를 처리해 물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50년 이상 와인을 생산해 온 시릴 채플렛은 폭염과 가뭄 추세가 악화된다면 아마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28(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글라스 파이어 화재로 캘리스토가에 있는 유명 와이너리 카스텔로 디 아모로사의 와인병들이 불에 타 재로 남아 있다. 올 여름 폭염과 산불이 기승을 부리며 또다시 와인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P뉴시스

 

나파밸리에서는 지난해 가을 산불이 발생해 와인 제조시설이 대거 소실됐다. 게다가 와인의 원료인 카베르네 포도가 산불 연기의 영향으로 맛이 변하는 피해도 발생했다.

 

폭염으로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의 홍합, 조개, 불가사리 등 바다생물 10억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프레이저밸리대 식품농업연구소의 레노어 뉴먼 소장은 이번 폭염의 장기적 영향은 알 수 없지만 소비자들은 단기적으로 식료품 가격 급등을 마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이런 상황이 매년 지속되면 식량 생산이 완전히 끝장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한반도서 벌꿀 사라지나기후 변화의 나비효과

지난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산골 마을. 울창한 산림이 둘러싼 마을 한편으로 노란색 벌통 150여개가 길게 늘어섰다. 3대째 양봉업을 하는 이대희(39)씨가 벌들과 올여름을 나기 위해 자리 잡은 곳이다. 이씨는 올봄 경남 진해에서 채밀(採蜜·꿀 뜨는 일)을 시작해 경북 예천을 지나 이곳까지 왔다. 벌통 앞에서 손부채질을 하던 이씨에게 올해 작황을 묻자 한숨이 돌아왔다. “올해도 아카시아꿀이 평소보다 20%밖에 안 됐어요. 피나무꿀이라도 뜨려고 강원도에 왔는데 여기도 (꿀이) 하나도 없네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건 다른 양봉 농가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대구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이동 양봉을 해온 김숙자(70)씨는 “5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이렇게 꿀이 없는 시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3년째 계속 내리막이에요 내리막. 꿀이 안 나 꿀이.”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전체적으로 꿀 생산이 전혀 안 된다. 어느 지역만 딱 집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그렇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역에서 꿀이 마르고 있다. 국내 양봉 업계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흉작을 겪었다. 국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 꿀 생산량은 지난해 2322t으로 평년(29160t)7.6%를 기록했다. 최대 흉작을 기록한 2014(2592t)보다 낮은 수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도 13000t에 그칠 전망이다. 2010~201525000t 안팎이던 국내 꿀 생산량은 2016년 이후 1t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아카시아꿀뿐만 아니라 잡화꿀부터 밤꿀, 피나무꿀까지 모든 꿀이 다 줄었다고 말했다.

 

꿀 생산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히 양봉 농가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벌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과일부터 꽃, 나무까지 다양한 수분(受粉) 활동의 75%를 담당한다. 벌이 채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원인

꿀 흉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이다. 3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8.9도로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운 3을 기록했다. 4월은 날씨가 오히려 추워져 역대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5월엔 대설주의보와 역대 최다 강수일수라는 악재가 이어졌다.

취재팀은 국립농업과학원과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올해 전국의 기온·강수 여건을 분석했다. 한반도 남부의 주요 꿀 생산지인 경남 함안에서 아카시아꽃이 핀 날은 426일이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아침 기온(4.6)을 뚫고 꽃망울이 피어올랐다. 이틀 뒤인 28일 유밀(流蜜·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현상)이 시작됐다. 벌들이 꿀을 모아 올 적기는 나흘 뒤인 52일이었다. 그러나 당일이 되자 강수량 8.6의 비가 내렸다. 꿀벌은 벌통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이틀 뒤인 4일에는 27.6의 비가 쏟아졌다. 아카시아 꽃잎이 하나둘 떨어졌다. 함안 지역 양봉은 그렇게 58일 종료됐다.

 

3대째 양봉업을 이어온 이대희(39)씨가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위치한 자신의 농가에서 손에 앉은 꿀벌을 살펴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양봉 생태계가 흔들리며 국내 꿀 생산은 2년 연속 흉작을 겪고 있다.

 

중부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개화기간이 16(전국 평균 12.4)로 유독 길었던 경북 안동 지역도 꿀 생산은 신통치 않았다. 개화가 시작된 55일 이후 꽃이 핀 16일 중 9(56%) 비가 내렸다. 총 강수량은 102.9으로, 가장 많이 내린 날(16)65.3였다. 경기도 이천에서도 개화기간 10일 중 절반(5) 동안 비가 내렸다. 강원도 철원은 개화 12일 중 9일 비가 내려 채밀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상기후 현상은 지난해 더 심했다고 양봉 농가들은 토로한다. 개화기인 58일 경남 함안의 최저기온은 5.8도까지 떨어졌고, 다음 날도 비가 내려 낮 최고기온이 19.5도에 불과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해당 지역의 꿀벌 활동을 관찰한 결과 한창 꿀을 따러 가야 할 59~10일 벌의 활동 시간은 ‘0시간이었다. 충남 세종시와 경기도 이천 등도 벌 활동 시간이 4.2시간에 불과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막상 벌들이 가서 꿀을 채취해야 될 시기에 기가 막히게 기온이 낮고 비가 내렸다나무는 꿀을 준비하지 못하고 벌도 활동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채밀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3대 요소는 온도와 강수, 바람이다. 벌과 밀원수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다. 꿀벌은 기온 20도 이상일 때 정상적으로 외부 활동을 한다. 최적 기온은 25도다. 이수진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 연구사는 꽃이 피고 벌이 활동하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날씨가 좋아야 꿀을 뜰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기의 기후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양봉 농가에서 이대희(39)씨가 벌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화천=윤성호 기자

 

문제가 생겼다는 건 4~5월 기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는 개화에 영향을 미쳐 남쪽에서 북쪽으로 차례대로 꽃이 피는 개화 지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최용수 연구사는 등고선을 따라서 개화가 된다는 개념은 2015년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남부지방에서 충청권까지 동시에 개화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개화됐다개화 시기가 매년 들쑥날쑥한 데 지역별 개화 상태도 다 달랐다고 말했다. 김민우 한국양봉협회 과장은 남부지방부터 순차적으로 꿀을 따야 하는데 꽃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피면서 꿀을 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아열대 기후가 나타났다면 올해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정작 올해 기후는 또 다른 식이어서 벌과 나무 모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최 연구사는 정형화되지 않은 기상 변화가 양봉 환경을 굉장히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독이 된 양봉 열풍

이런 상황에서도 양봉 농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은퇴 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으로 양봉이 주목받으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양봉 농가와 사육군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양봉 농가는 201119500호에서 201929000호로 48.7% 급증했다. 봉군(벌통) 수도 같은 기간 168만군에서 274만군으로 늘어났다. 반면 꿀 생산량은 201121100t에서 201614400t, 20189700t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꿀은 맺히지 않는데 농가가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이어진다. 부족한 꿀 생산을 메우려 양봉 농가들이 전국 각지로 몰려다니다 보니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원수의 꿀이 마르면서 꿀벌이 먹을 꿀마저 부족한 상태가 됐다. 이동 양봉을 하는 A씨는 과거에는 어느 지역을 가도 다른 농가가 10여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이 주변에만 100개가 넘는다밀원수도 받쳐주지 않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봉군당 평균 생산량은 201943.85에서 지난해 9.06, 올해 11.57으로 급감했다.

충남 공주시의 한 양봉 농가에서 벌통을 열어 모여있는 벌들을 취재진에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도 양봉 농가가 난립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형욱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농업은 평생을 해도 어려운 건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시는 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벌은 반경 4까지 날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양봉을 할 거라면 정말로 책임 있게, 내가 만약 실수하면 생태계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감안하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의 한 양봉 농가에서 키우는 벌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있다.

 

도시 소비자들은 꿀 생산 감소와 꿀벌 생태계 위기를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규격화된 사양벌꿀이 천연벌꿀 부족분을 만회하고 있어서다. 사양벌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 채밀한 꿀을 말한다. 북미나 호주,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되는 꿀도 매년 늘고 있다. 2014년까지 연 600t 안팎이던 해외 꿀 수입량은 현재 900t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다.

 

한국양봉농협 관계자는 꿀은 필수식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이다. 천연벌꿀이 흉작이라고 가격을 올려버리면 소비자가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양벌꿀 가격은 천연벌꿀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 전쟁에서 천연벌꿀이 무조건 밀린다대형 마트에 사양벌꿀이 잔뜩 있으니 꿀이 흉작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한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꿀 흉작에 대처하기 위해 밀원수 다양화와 꿀벌 품종 개량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5~6월 기상 변화가 너무 심하다면 밀원수를 다양하게 조성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꿀벌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품종 개량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형욱 교수는 아카시아, 피나무별로 채밀 시기가 다른 만큼 밀원수가 다양하게 구성된다면 양봉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며 아직은 주먹구구식인 양봉산업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내 양봉산업에 대한 실태 조사·관리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지난해 8월에야 양봉산업 육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한 양봉산업법이 시행됐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던 양봉 농가를 관리하고, 양봉 산업·연구를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림청,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양한 정책 과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세계는 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빙산에 부딪힌다"

[녹색평론 김종철 약전] 외로운 예언자, 김종철

<녹색평론>이 창간된 지 만 30년이 돼가지만 김종철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외로운 예언자'에 머물러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구생태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김종철만큼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구 위 뭇 생명의 공생공락을 위해서는 근대 산업문명이라는 기존의 지배적 생활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깨달은 사람은 더더욱 적다.

 

예컨대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 김종철에게 "<녹색평론>을 통해 근대문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는 이유로 은관 문화훈장을 수여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 중 기후위기를 핵심 정치과제로 꼽은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지구 최대의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관련 기사 : <프레시안> 78일 자 [장석준 칼럼] '가장 위험한 시대'에 나온 '허깨비' 주자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717563468584#0DKU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프레시안

 

지난 30년간 김종철의 외침을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저 '듣기 좋은 얘기, 하지만 현실성은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녹색평론> 100(20085/6월호) 좌담에서 "<녹색평론>은 아직도 이 사회의 변방에 있는 아주 조그만 목소리"라는 김종철의 고백은 정확한 자기진단이었고, 이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권력집단뿐만 아니라 주류 지식계에서도 <녹색평론>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예컨대 2008년 당시 김종철은 <녹색평론>을 잘 안다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이 잡지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 심지어 근본주의적이라는 '오해'가 계속되는 데 대해 다음과 같이 답답함을 표시했다.

 

"내가 그동안 끊임없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생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빙산에 부딪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갈수록 짙어지는 상황에서 배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보다도 더 상식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생각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흔히 <녹색평론>이라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거나 심지어 근본주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잡지라고 믿는 경향이 아직도 있다. (중략) <녹색평론>에 어느 정도 친숙한 독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왜 이런 선입관이 계속 유포되고 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중략) 궁극적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상식으로서 통용되기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시대의 '근원적인 어둠' 탓일지 모른다."(<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6)

 

이러한 '오해'<녹색평론> 독자들뿐만 아니라 김종철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있는 것 같다. 김종철과 함께 20년 이상 영남대 교수로 일했고, <녹색평론> 필자로도 참여했던 염무웅, 정지창 두 분의 발언을 살펴보자.

 

염무웅 교수는 자신의 산문집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발간과 관련한 지난 72<한겨레>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25(<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1주기 추모모임에서 발제와 토론을 들으면서도 저는 답을 찾기 힘들더군요. 자본주의 산업문명은 어떤 악당이 만든 게 아니라 '필연'이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이제 와서 소농 위주의 자급자족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 개인의 종말 즉 죽음을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인류 문명의 종말도 자연사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게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지요."(관련 기사 : <한겨레> 72일 자 "반성과 발언의 방식이 내게는 문학이었어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01851.html#csidx031aaf043150d0a88f0e9eca87fe53d )

 

다음은 정지창 교수의 김종철 추모 글.

"김종철 형의 녹색사상을 흔히 녹색 근본주의라고 부른다.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그의 단호한 태도는 비타협적인 원리주의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소농 중심의 농본사회와 '자발적 가난'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나는 그의 녹색사상이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좀 불편하더라도 같이 돕고 살자는 농민들의 소박한 생명사상이라고 본다."(정지창 '존경하는 벗 김종철 형을 보내며' 창비 189, 2020년 가을, 323~324)

 

원로 지식인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김종철이 "소농 위주의 자급자족 사회" "(염무웅)나 소농 중심의 농본사회"(정지창)를 추구했다는 규정은 김종철 사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거나, 그의 사상의 진화 과정을 간과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김종철은, 적어도 내가 읽은 김종철은, '농적(農的) 순환경제', 그리고 소농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소농 위주의 자급자족 사회"를 대안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 일례로 그는 1998526일 부산 한살림 강연('보살핌의 경제'를 위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 전부가 농촌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들이 되돌아갈 땅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들 대부분은 계속해서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결국 도시의 삶이라 하더라도 좀더 흙냄새 나는 삶으로 가꾸고 전환할 도리밖에 없는 거예요."(<녹색평론> 19987/8월호, <간디의 물레>에 재수록 156)

 

김종철이 줄곧 농업을 강조한 것은 식량 안보라는 이유와 함께 농업을 통한 자연세계와의 교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애와 연대, 그리고 인간 내면의 평화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남한의 식량 자급률은 25% 미만이다. 그런데 우리가 선진국으로 떠받드는 서유럽과 미국은 식량 자급률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역협상 때마다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해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는 사실은 기이하게도 한국의 정책당국자나 지식인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둘째, 2008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김종철은 치열한 모색 끝에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핵심은 금융권력이며, 자본의 독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은행의 공공화가 핵심이고, 이를 실현하려면 시민의회 등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직접민주주의가 도입돼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해법을 마련했다.

 

201111<녹색평론> 20주년 인터뷰에서 김종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성장 경제'를 지양하고 '순환 경제'로 가야 하는데, 그 순환 경제의 모습은 무엇인가? <녹색평론>은 몇 년 전까지 '농업 중심 사회'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농업 중심 사회'에서 먹고사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 사회로의 이행은 어떻게 하는가, 이렇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바로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답을 찾느라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고 최근에야 그 가닥을 잡은 느낌입니다. 저는 우리의 삶을 옥죄는 핵심 원인이 바로 돈(화폐), 즉 금융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강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길게 설명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자 놀이'로 유지되는 금융 권력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도 무기력한 독백일 따름입니다."(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111115일 자 [<녹색평론> 20: 1991-2011] "모든 시민에게 100만 원씩! 세상이 안 바뀌나 보자!"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7083#0DKU )

 

2008년은 김종철의 삶과 사상에서 하나의 전환기였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바이오매스, 산림 관리와 착취 그 경계에서

산림 개벌이 야기한 바이오매스 논란, 미래 바라보는 복합적 시각 필요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 산림의 황폐화를 야기한다는 지적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식목일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30억 그루 나무를 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산림청의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구조 관련 탄소 셈법 논란과 강원도 홍천 등에서 발생한 무분별한 모두베기가 동시에 문제화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란은 지난 120,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에 대해 환경단체가 "대규모 벌목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되었다. 논란에 대한 산림청의 입장발표 후에도 언론에 의해 산림청의 벌채 보조금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관한 산림청의 불충분한 설명과 "사유림이기 때문에 산림청과는 관계가 없다"는 태도로 인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이 크지 않고, 산림의 경제성이 높지 않아 논란은 탄소중심적인 산림관리 측면에 한해 일어났지만, 사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바이오매스를 비교적 활발히 사용하고,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쟁이 진행되어 온 국가들 내에서는 바이오매스와 산림 관리(특히 벌채)에 관한 첨예한 입장 대립이 계속되어 왔다.

 

간략하게 말해서 친-산림바이오매스 쪽 입장(우리나라로 따지면 현재 산림청의 입장과 유사)은 적절한 산림관리에는 벌채와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이 동반되어야 하며, 탄소중립적 입장에서도 순탄소흡수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벌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반면에 반-산림바이오매스 입장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산림황폐화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도 가속화하는 만큼, 산림은 자연적인 상태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것이다. (관련 원문 기사 바로 보기) 두 주장 모두 상당한 과학적 배경이 있으며, 찬찬히 뜯어보면 어느 한쪽의 편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민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산림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산림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의 녹화는 전쟁 후 황폐해진 국토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녹화한 우수 사례로 꼽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산림 사랑은 남다르다.

 

또 다른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배경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설정 과정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따르면, 추가적인 산림관리 없이 지금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20년 기준 이산화탄소를 4천만톤 이상 흡수한 우리나라 산림의 흡수량은 2050년에는 2천만톤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그 주요 원인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구조를 꼽았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나무 하나 개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단위면적 당 숲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랑거리로 삼은 1970년대의 치산녹화사업 때 한국은 속성수, 유실수, 연료림 위주로 조림을 해왔다. 우리 산림은 임업부산물 채취, 목재생산 등 실질적인 혹은 경제적인 활용가치 외에 경관적인 조성을 위한 산림으로 성장했다.

 

그 때문에 약 30~40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기준으로 우리의 산림은 관리가 어려운 밀림형태가 된 만큼, 시대 요구에 맞게 우리 숲의 영급구조를 개선하고 수종갱신도 필요하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또한, 과거 무계획적인 조림으로 인해 우리나라 나무의 둘레는 비슷한 수령의 외국 나무에 비해 현저히 작아, 앞으로는 경제성을 갖춘 지속가능한 숲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산림의 중요성에 관한 시각이 변화한 뒤 한국은 19883차 자원화계획부터 4차 산림기본계획을 거쳐 경제수 조림과 수종갱신 등을 위한 조림 활동을 계속해왔다. 19984차 산림기본계획 때부터는 산림을 심는 것보다 가꾸는 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이후 2002년 산림조사 결과에 따라 시급하게 가꾸어야하는 산림 215ha의 숲가꾸기 5개년 추진계획이 수립됐다. , 탄소중립 정책과 상관없이 벌채 등을 활용한 숲가꾸기 사업은 오래전에 형성된 산림 정책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아래의 숲가꾸기 사업면적은 풀베기, 덩굴제거, 어린나무가꾸기, 솎아베기 등 반복적으로 시행한 연면적 개념으로 실제 숲가꾸기가 실행된 산림은 훨씬 적다.

 

그렇다면 우리 숲의 숲 가꾸기는 잘 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림경영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벌채 기계 기술과 임도 관리 등 인프라 능력 확충이라는 데 하나같이 동의한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산림 강대국과 우리의 차이점은 오직 인프라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임업관계자들은 숲의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데, 선진 인프라 도입을 위해서 바로 숲의 나무에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 현재 한국 숲에 조림된 나무 대부분의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더 자연 친화적이고 선진적인 솎아내기나 간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모두베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홍천과 같이 광범위한 모두베기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고 제도의 미비 때문에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는데는 임업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한다. 하지만 1988년부터 본격적인 숲가꾸기 사업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해 모두베기가 강행되고 있다는 것은 앞선 산림청의 주장에 관한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지난 30여 년간 기초적인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간 한국의 숲가꾸기는 뭘 했단 말인가.

 

시급하게 가꿔야하는 산림이 215ha라고 하지만, 이제껏 진행되어 온 숲가꾸기 현황은 언제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숲의 비율이 높고 산림경영 우수사례로 거론되는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숲가꾸기 정책도 공격적이다. 일본은 2020년 탄소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3.8%로 잡으면서, 산림흡수원 부문에서 약 3,800CO2(2.7%) 이상의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산림의 간벌 등 실시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간벌조치법)’에 기초하여 특정간벌 및 특정모수의 증식 실시 촉진에 관한 기본지침에서 2013~2020년도 연평균 52ha의 간벌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함께 적용한 것이 산주의 산림사업과 임도정비의 지원이었다(참고문헌: 민경택(2019), 일본의 산림·임업과 정책동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숲가꾸기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목재자급률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원목을 포함한 목재 자급률은 2019년 기준 16.6%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해외 수입량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용 목재 외에 에너지용 바이오매스도 마찬가지다. 아래의 그림은 우리나라가 산업용 목재 펠릿의 주요 수요국이면서, 2027년에는 그 규모가 약 4배 정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1분기 동안의 목재펠릿 해외의존도는 여전히 93.8%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제조시설 가동률은 절반에 못 미친다.

 

이런 기형적인 수급구조는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을 위한 목재펠릿의 보급확대 정책으로 인해 짧은 기간 목재펠릿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국내 목재펠릿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결국 값싼 수입산 목재펠릿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으려는 자본에 의해 대거 투자가 몰리면서 형성되었다.

 

Environmental Paper Network

 

2018년 즈음 베트남 지역의 바이오매스 보일러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개발을 위해 베트남 지역에 출장을 다녔다. 파트너사들 대부분이 국내 목재 바이오매스 산업에서 좌절하고 목재생산이 활발한 베트남으로 진출한 상태였다. 현지에서 직접 목재펠릿을 생산하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와 경남지역 산업단지로 목재펠릿을 수출하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산업용 목재펠릿 보일러의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베트남의 경우 산림을 밭처럼 경영하는 국가인데다가, 제재소 부산물로 우드칩이나 목재펠릿이 워낙 많이 발생하여 경제성이 있지만,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벌채로는 경제성이 나오기 어렵다 현실이 맞아떨어졌다.

 

2019년에 해외 수입 바이오매스 논란 때문에 REC 가중치가 조정되어 수입 목재펠릿은 가중치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기존에 사업을 이어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되었다. 이 같은 배경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목재펠릿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은 없어보인다. 결국, 애초에 국내 바이오매스로 경제성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수입산을 종용하는 잘못된 정책방향 제시로 인해 기존의 국내 목재펠릿 및 목재보일러 생산업체들이 사업능력을 잃고 난 후라, 국내 목재 바이오매스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바이오매스 탄소배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재펠릿 전소 보일러가 오히려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가 이에 맞춰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해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직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 고문이었던 카본 브리프의 존 베딩턴 교수는 블로그에 "바이오매스 이용이 산림의 벌채와 수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매스보다는 풍력과 태양광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바이오매스 원료 공급을 위해 벌채한 산림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탄소를 흡수하려면 회복에 7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발표했다(관련 내용 바로 보기).

 

2014년 미국 환경 보호국(EPA)"모든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탄소중립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은 바이오매스 유형, 연소 기술, 대체되는 화석 연료, 해당 지역의 산림관리기술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EPA는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이용 바이오매스나 제재소 부산물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목재활용이 그만큼 활발하지 않고, 미이용 바이오매스만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 우려가 크다.

 

여러 논란 끝에 유럽연합은 지난 714,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55% 감축 목표를 채택했고, 토지 사용과 임업 및 농업에 관련하여 2030년까지 산림의 질, 양 및 탄력성 개선을 통해 310미터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자연흡수원에 의한 탄소 제거 목표를 제시했다. 벌채 및 바이오매스 사용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획을 세우면서 산림 관리인과 산림 기반 바이오 경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면서 바이오에너지 사용에 대한 부분은 보다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제정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관련 내용 바로 보기) 이러한 EU의 결정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은 산림관리와 섬세하게 동반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로써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림관리와 바이오매스 활용은 끊임없는 논쟁을 낳고 있다. 이 논쟁이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좀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바이오매스를 산림 부산재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을 높일 대안으로 생각하고 알뜰하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만, EU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했듯, 국내 바이오매스 활용을 위해서는 지역적 특징,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산림의 경사, 수종분포, 인근 지역 에너지 수요 등을 반영하여 임도,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우선순위로 두되, 열에너지 등 바이오매스가 효율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그리고 섬세하게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효율적인 바이오매스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오용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바이오매스가 배출원이 아닌 진정한 흡수원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프레시안

 

대정전 원하는 것 같다폭염 속 원전 무간도에 갇히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며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된다.”

불교에는 팔열지옥이 있는데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이 무간지옥이다. 아비지옥이라고도 한다. 기후위기 징후가 뚜렷한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난이 제기되자, 친원전 언론을 필두로 모든 것은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심지어 법이 규정한 정비를 받기 위해 정지 중인 원전들까지 교묘하게 탈원전 정책이 원인이라는 듯 호도하고 있다. 전력공급을 책임진 쪽에서는 블랙아웃(대정전)이 되기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원전 무오류’ ‘원전 무간도를 닮은 친원전 진영의 최근 상황을 살펴봤다.

 

전력 끊기라고 고사지내는 사람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오후 5시께 계획예방정비등으로 정지 중인 원전 3기를 이달 중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고 깜짝발표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이번 주 예비전력이 최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 중인 원전의 조기 투입과 수요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산업부가 밝힌 3기 원전은 신월성1호기, 신고리4호기, 월성3호기다. 신월성1호기는 이미 지난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임계(핵분열 연쇄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태)를 확인하고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신고리4호기는 지난 5월 말 갑작스런 화재사고로 운전이 멈췄는데, 지난 15일 원안위는 시공 결함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고리4호기 역시 정비 작업이 끝나면 재가동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월성3호기는 지난 달 46일 일정으로 18차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산업부는 3기를 재가동하면 2150전력이 추가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가 조기 투입을 밝히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지만, 산업부는 시간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가동이 시작되는 3기의 경우 원안위에서 대체로 가동 승인을 확정해둔 상황이었다. 재가동을 공식 확정·발표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공개하는 것이 맞는지 이견이 있었다. 다만 전력 끊기라고 고사를 지내는 듯한 쪽에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발표를 일찍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이 마치 전력난 구원투수로 원전3기를 조기 투입해 전력난을 해소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원전3기 재가동 일정은 이미 잡혀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공기관은 최대 전력 예상 주간인 이번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최대 전력 피크시간대에 냉방기를 정지하거나 부하를 최소화하는 '냉방기 순차운휴'를 시행해야 한다.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 정부 부처 사무실에 20일 오후 230분이 지나며 에어컨 가동이 멈추자 근무 중인 직원들이 선풍기를 틀며 창문을 열고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은 최대 전력 예상 주간인 이번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최대 전력 피크시간대에 냉방기를 정지하거나 부하를 최소화하는 '냉방기 순차운휴'를 시행해야 한다.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 정부 부처 사무실에 20일 오후 230분이 지나며 에어컨 가동이 멈추자 근무 중인 직원들이 선풍기를 틀며 창문을 열고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으로 정한 계획예방정비까지 탈원전 때문

 

친원전 진영에선 원전 안전성 검사를 위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계획예방정비도 탈원전 프레임으로 왜곡한다. 현재 원전 24기 중 16기가 가동 중이다. 한울3·4호기, 월성3호기, 신월성1호기, 한빛4·5호기가 정비 중이다. 이외 신고리4호기는 5월말 화재로 정지됐고, 고리3호기는 지난 12일 출력을 줄이자 갑자기 정지해 조사 중이다. 이중 신고리4호기, 월성3호기, 신월성1호기 재가동이 승인됐지만, 21일 고리4호기도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면 18기만 가동하게 된다.

 

계획예방정비의 경우 장전한 핵연료가 다 연소되는 기간인 15개월(중수로), 18개월(경수로)마다 받도록 돼 있다. 첫 가동 이후 차수를 정해 정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사전에 정비 시작일, 종료일, 주요 정비항목 등이 모두 공지된다. 다만 연료교체, 발전설비 점검 및 검사 등을 하는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공극이 발견된 한빛 4호기의 경우 4년째 정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을 정비하느라 못 돌리면 탈원전 때문에 원전을 놀린다고 하고, 정비가 끝난 원전을 가동하면 원전 때문에 전력난이 해소됐다고 한다. 이 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폭염-전력난-원전 순환고리 끊어내려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로드맵은 60년 뒤인 2080년쯤에야 완성되는 장기 정책이다. 폭염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기후위기 시대에는 전력수급 문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원전 반대 주장을 하는 시민사회에서는 전력난 때마다 구원투수처럼 소환되는 원전과의 연관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하절기 최대수요전력(피크전력)이 오르면 항상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고, 설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크전력시기라도 수요반응(DR) 자원을 통해 공급 수요량을 조절하면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국내에 도입된 수요반응 자원 제도는 전기 사용자가 전기 수요를 줄인 것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올해 수요반응 자원 등록 기업과 규모는 5154개사·4650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 전력량은 원전 4기 발전량에 해당한다. 수조원을 들여 원전 하나를 더 짓는 것보다 전력사용이 집중되는 짧은 기간 전력수요 관리를 적절히 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 기조가 탈원전이지만 당장 탈핵이 아니라 에너지 체계를 다양화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3~5년 정도 장기 관리 계획을 세워 혹서기 전력난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에는 원전 계획예방정비를 하지 않도록 일정 관리만 해도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이번 정부가 끝나가자 친원전 주장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원전 무간도가 맞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솔잎으로 대기오염도 측정한다

솔잎으로 납 등 대기오염도 측정 가능해질 전망

솔잎. 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솔잎(소나무 잎)을 이용해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1솔잎을 이용해 납(Pb) 등의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표준화 연구 기반을 최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8년부터 연구를 통해 납과 같은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이 나뭇잎의 호흡 과정에서 흡수되고 쌓일 수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올해 상반기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학술지에 등재했다. 다른 나뭇잎으로도 중금속 대기오염도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지만 오랜 기간 나무에 붙어 있고 계절과 상관없이 쉽게 채취 가능한 솔잎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솔잎을 이용한 측정은 대기오염도를 확인하고 싶은 지역의 솔잎을 채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먼저 약 3m 이상의 1년생 솔잎을 골고루 채취한 뒤, 초저온 상태에서 분쇄해 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균질화한다. 이후 균질화된 시료를 동결하고 정제하는 작업 등을 거친 뒤에, 유도결합플라즈마원자발광분광기(ICPAES·금속이 고온에서 원자화되면서 빛을 발광하는 성질을 이용해 금속의 종류와 농도를 알아내는 장비) 등 분석기기를 이용해 납과 카드뮴(Cd), 크로뮴(Cr),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의 오염물질을 측정하면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솔잎을 이용한 대기오염도 측정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향후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동안 대기오염도 측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지역에서도 측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별도의 측정기기를 가져갈 수 없거나 관련 측정소가 없던 지역에서도 대기오염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야만적 가지치기 지켜봐야만 할까요?”

민주주의서울, 첫 시민 토론회

시민들은 무자비한 가지치기 지켜봐야만 하나요

지난 2월 대전 중구 테크노파크 앞 가로수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제공

 

사실 거리의 주인은 우리인데,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때 제대로 안내를 받은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무자비한 가지치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시스템, 문제 아닐까요.”(최화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지난 16일 서울시민 60명이 참여해 열린 강한 가지치기 시민 숙의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난달 14일부터 시민참여 온라인플랫폼인 민주주의서울에서 한달 동안 진행된 강한 가지치기, 어쩔 수 없는 걸까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시민토론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서울시는 시민토론 주제 가운데 호응도가 높은 일부 주제를 숙의토론 과제로 뽑아 정책화하고 있다.

 

가로수 관리·가지치기 기준 마련을

참여자들은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김선민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처장은 인격이 있는 것처럼 나무에도 격이 있다. 그런데 나무에 대한 존중은 없는 것 같다. 몽땅 잘라버리는 가지치기는 야만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지나 학교는 물론 아파트단지 같은 사유지에서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비용·효율성 대신 환경이나 나무의 생리를 고려한 관리기준 마련 미세먼지·기후위기 대응 등을 고려한 가로수 가치 재평가 생태 감수성 키우기 시민 캠페인 나무 관리 우수 아파트 우대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들이 나왔다.

 

김미라 보라매공원의 보초를 서는 맘들’(보초맘) 대표는 한번 만들면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다른 시설물과 달리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탄소 흡입, 녹음 제공 등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것 같다. 제대로 가치를 측정하지 않다 보니 쉽게 베어내는 결정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마다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학교 나무들을 언급하며 교장 선생님들에 대한 나무 교육이 절실하다지방자치단체들도 교육청과 함께 학교 나무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가지치기 지침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전문가들만 가지치기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수목 교육 프로그램에 수목생리 부분을 강화하며 아파트 동대표나 통장 선발 때 조경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됐다. 시민 오윤애씨는 공무원이나 가지치기 책임자·근로자들에게 수목생리학 교육을 통해 나무의 생태를 이해하게 하면, 나무가 썩어 쓰러지게 하는 강전정(가지 80% 이상을 잘라내는 가지치기) 남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의 강한 가지치기 시민 숙의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 행동’(‘민주주의서울운영자) 제공

 

이제 나무복지, 법에 담는 논의 필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강제력 있는 가로수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시숲 관련 조례에 가로수 식재·관리 지침 반영 지자체 수목 관리 대상에 아파트·학교 나무 등 포함 시민이 참여한 도시숲 총괄 운영조직 마련 등이 세부 내용으로 제시됐다.

 

최유리 마인드풀가드너스 정원활동가는 아파트 등 건물을 지을 때 식물의 생장 원리를 반영한 식재·관리를 의무화한 법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대표도 지자체들이 앞으로 도시숲 관련 조례를 제정할 때 아파트 등 사유지 나무 역시 공공재로 인식하고 관리와 지원을 할 때라며 과거 동물복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던 것처럼 이제는 나무복지를 법에 담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토론 결과를 조경과, 도로교통과 등 관련 부서에 보내 관련 정책에 참고하도록 하고, 향후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여기, 피할 수 없는 질문...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가?

슬라보예 지젝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읽고

한때 매혹적이었으나 세월이 지날수록 광채가 사라지는 사상가가 있는가 하면, 유행을 타는 듯 보였으나 세파에 시달리고 고난을 겪을수록 다시 펴보게 되는 이도 있다. 내게 슬라보예 지젝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그러하다.

 

석학이라 여겼던 조르조 아감벤 같은 이가 온갖 고상한 논리를 동원해 마스크 쓰기 싫다는 투정이나 늘어놓을 때에 지젝은 함께 자가 격리를 견디고 있는 동료 인간들에게 사유의 실마리를 풀어놓느라 안간힘을 썼다.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몇 달만에 나온 저작 <팬데믹 패닉: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2020)<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이택광과 공저, 비전C&F, 2020)은 초유의 사태 속에서 생각의 길을 잡아나가는 데 참으로 큰 도움이 되는 개입이었다. 적어도 그 국면에서는 지젝이야말로 인류에게 철학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켜준 거의 유일한 철학자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개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만큼 지젝의 개입도 끝날 줄 모른다. 며칠 전에 그의 신작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2021)가 나왔다. 영어로는 작년 말에 출간된 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지금 읽어도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슬프게도 팬데믹 국면이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사태의 핵심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해선 안 될 물음 -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가?

지젝의 다른 저작들이 그렇듯이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도 주제를 압축하기에는 관심의 방향도 종잡을 수 없이 다채롭고, 다루는 소재도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연결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인간의 두뇌를 디지털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망상을 해부하는가 하면 미국과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벨라루스의 민주화 시위, "흑인의 삶은 소중하다" 운동 같은 이질적인 정치적 흐름들을 넘나들며 분석의 칼날을 들이댄다.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특색과 성취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힘든 책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내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과연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가?"라는 물음이다. 어쩌면 현 시국에 이런 물음은 동료 시민들에게 짜증만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팬데믹이 만 2년을 향해 가는데도 도무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곳곳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출몰한다. 늦어도 올 연말이면 끝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4차 유행 시작과 함께 이는 '지나친' 낙관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펜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가"라 묻는다면, 너무 잔인하거나 물정 모른다고 타박이나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눈치라고는 보는 법이 없는 이 철학자는 주저하지 않고 물음을 던진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궁극적 선택은 이렇다.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팬데믹이 우리가 새로운 '포스트휴먼'의 시대(인간됨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지배적 인식과 관련한 '포스트휴먼')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이는 우리의 심리적 삶과 관련된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존재론적' 선택이며, 우리가 현실(로 경험하는 것)과 맺는 모든 관계에 결부된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163)

 

그리고 그가 권하는 답 역시 냉정하기 이를 데 없다. 위로보다는 도전을 강권하는 주치의의 목소리다.

 

"탈인간(포스트휴머니티)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낡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대신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건설하는, 힘들고 고통스런 길로 나서야만 한다. 이 건설 작업은 의학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속속들이 정치적 문제다. 우리는 사회적 삶 전체를 새로운 형태로 발명해야만 한다." (위의 책, 166-167. 강조는 원저자의 것)

 

왜 낡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가?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전체가 이에 대한 강력하고 입체적인 논변들인데, 내가 보기에 그 중에서도 핵심은 펜데믹 국면의 위기 상황이 결코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은 이전에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위기가 팬데믹 국면에 우리 턱 앞에서 폭발했을 뿐이다. 어떤 위기들인가?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줄기를 잡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팬데믹과 함께 흔히 '비대면'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서 미래 자본 축적의 복된 가능성을 보고 '디지털 뉴딜'의 깃발까지 흔들어대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혼돈과 디스토피아의 검은 그림자에 경악한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할수록 집 안까지 회사의 명령 체계에 점령당하고,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할수록 계급-계층에 따른 학습 능력 격차가 더욱 커진다. 팬데믹 전에는 회사와 학교에 가기가 그토록 싫었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하루빨리 이 사태가 끝나 다시 가정과 회사, 학교가 분리되길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바이러스 비상 사태 때문에 갑자기 닥친 일이 아니다. 이미 준비되고 무르익어가던 경향이 '혁명적 위기'(?!)를 맞아 작렬하는 것뿐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론의 실체인 디지털 네트워크화는 공장과 사무실 담벼락을 넘어선 자본-노동 관계의 시공간 확장을 내포하고 있었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모든 교육 체계의 격동을 예고했다. 이 필연적 경향이 드디어 때를 만났을 따름이다. 이제는 누군가처럼 '디지털 뉴딜'의 깃발에 편승하든가, 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대변혁을 타진하든가, 두 가지 선택지만이 남았다. 좋았던 옛날(정말 좋았었는지는 의문이지만)로 돌아갈 길은 막혀 버렸다.

 

둘째, 바이러스 대유행과 함께 흉하게 드러난 또 다른 심각한 질병이 있다. 경제-사회적 불평등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소리 소문 없이 일자리를 잃고 영세 자영업자는 코로나 2년째를 견디지 못해 멸종해 가는데, 어느 나라든 디지털 산업과 연관된 초거대 자본은 팬데믹 시기에 오히려 전대미문의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

 

시야를 일국을 넘어 지구 전체로 확장하면, 더욱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가 조만장자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으로 진화하는 그 순간, 최빈국들은 외채 이자를 상환하느라 코로나19 대응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마스크를 참지 못하는 자본주의 중심부의 일부 시민들이 '저항'이라는 말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동안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콜롬비아 같은 나라들에서는 진짜로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이들이 목숨을 건 봉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경제-사회적 불평등 역시 펜데믹의 산물이 아니라 그 전부터 지구상을 지배하던 단단한 구조다. 그러나 팬데믹이 이 구조를 둘러싸고 전혀 새로운 상황을 연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평등이 더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을 인류에게 전했다. 더 이상 있어도 없는 듯 치부하거나 미래의 숙제로 미루고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세 자영업자나 택배 노동자, 돌봄 노동자의 처지를 그대로 두고서는 봉쇄 혹은 준봉쇄를 반복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이제는 정치인과 언론의 식상한 탄식만이 아니라 '긴급한' 조치들이 있어야만 한다.

 

또한 평소에는 수탈 대상이 되거나 방치될 뿐이던 남반구 국가들에 대해서도 더는 그런 대우를 지속할 수 없다. 그렇게 버려졌다가는 이들 지역에서 언제 또 델타와 람다의 뒤를 잇는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지구 질서는 백신 유통을 비롯해 외채 상환에 이르는 모든 방면에서 전복돼야 한다.

 

셋째, 코로나19 대유행은 기후 위기 가속화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둘은 인류의 의식-무의식 속에서 서로 뗄 수 없이 얽히기에 이르렀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과 기후 위기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이들의 지적이 있다(가령, 안드레아스 말름,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우석영 외 옮김, 마농지, 근간예정] 참고). 하지만 코로나 원년인 2020년부터 유독 기후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충격적인 재난으로 가시화되고 있기에 둘 사이의 모종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굳이 '과학적' 설명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한데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펜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많은 시민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각국은 전에 없던 사회적 선택을 단행했다.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의료 체계 전체를 마치 공공부문인 듯 움직이고, 일회적인 보편적 기본소득 비슷한 정책을 펼쳤다. 지젝이 "전시공산주의"(133-139)란 생경한 이름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낯선 결단이었다.

 

이 경험을 겪고 난 뒤에 우리의 인식은 과거와 같을 수 없다. "전시공산주의"라고나 할 그 조치들은 신자유주의 전성기에 귀에 군살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말들과 달리 전혀 '실행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럼 바이러스 대유행에 맞서 이를 실행할 수 있다면, 기후 위기라는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재앙 앞에서는 왜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없는가? 아니, 왜 이제까지 우리는 그런 선택을 꿈도 꾸지 못했던가? 팬데믹 이후에 분명해진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었음에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전부는 아니고 다수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상당수 시민들이 이 사실을 간파하기 시작했고, 일단 풀려난 이 과정을 돌이키기란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우리는 펜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꿈꾸는 것이야말로 대파국으로 가는 편도 차선에 몸을 싣는 일이다.

 

유토피아적 대안만이 현실적인 시대

이런 지젝의 시대 인식은 지금 한국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가령 내년 봄까지 계속될 대통령선거 국면을 생각해보자. 벌써부터 여러 후보가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각 후보가 야심찬 공약을 내세울수록 이에 대한 비판도 활발히 제기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유토피아적'이라는 낯익은 비판도 있다.

 

코로나19-이후 시대에 '유토피아적'이라는 이 비판 논거는 과연 동료 시민들의 선택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읽고 난 뒤라면, 이 물음에 그리 긍정적인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토피아'(없는 곳)라는 딱지가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를 지니려면, 우선 '토피아'(있는 곳)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있는 곳''없는 곳' 사이의 너무 먼 거리, 그것이 이른바 '유토피아적' 대안들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지금 돌이킬 수 없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바로 '토피아'. 팬데믹 이전의 일상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벨 에포크'(좋았던 시절)처럼 결코 돌아갈 수 없는 향수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문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보다도 오히려 '향수' 쪽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토피아'에 닻을 내린 지향과 노력이야말로 가장 비현실적이다.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적' 대안만이 현실적일 수 있다. 이런 대안만이 지젝의 다음과 같은 요청으로 향하는 출구일 수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내려야만 하는 선택이다. 무지에의 의지라는 유혹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기꺼이 팬데믹을 사유할 것인가? 팬데믹을 생화학적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자연에서 우리 인간이 점유하는 위치와 우리의 사회적이고 이데올로기적 관계를 포괄하는 복잡한 총체성에 뿌리를 둔 어떤 것으로 사유할 수 있는가? 이 선택으로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일상성을 만들어내는 결정을 해낼 것인가?" (위의 책, 202-203. 강조는 원저자의 것)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프레시안

 

진해만 해역에 산소 부족 물 덩어리당분간 확산

진해만 대부분 바다에서 산소 부족 물 덩어리가 발생, 양식 어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산소부족물덩어리- 빈산소수괴(貧酸素水槐-Hypoxia water mass)

21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20일 조사 결과 마산만과 진해만 입구 해역을 뺀 진해만 대부분 바다 저층에서 산소 부족 물 덩어리가 발견됐다.용존산소 농도가 0.372.96mg/L 범위인 산소 부족 물 덩어리가 210두께로 관찰됐다.

산소부족 물 덩어리는 바닷물 용존산소 농도가 3mg/L 이하로 낮아졌을 때 생기는 것으로 수산생물에 호흡곤란이 일어나게 하고 심한 경우 폐사하게 한다.

 

진해만 내측 바다 저층 용존산소 농도는 0.42mg/L, 당동만 바다 저층 용존산소 농도는 0.90mg/L까지 떨어졌다.

진해만 산소 부족 물 덩어리는 높은 수온 영향으로 폭넓게 확산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수산과학원은 내다봤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수하식 양식장(패류, 미더덕, 멍게)에서는 수하연 길이를 짧게 하고 어류 양식장에서는 빽빽하게 어류를 양식하지 말고 사료량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소부족 물 덩어리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해역 중 한 곳인 진해만에서는 2012년과 2020년 두 차례 크게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심 38m부터 바닥까지 산소부족 물 덩어리가 넓게 발생해 양식생물이 다량 폐사하는 등 피해가 컸다osh9981@yna.co.kr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반려식물+유리블럭으로 코로나 힐링

[2021 대한민국 우수특허대상] 그린프레임

© 제공: 한국일보

그린프레임(대표 정탑기)2019년 설립된 회사로, 도시·치유 농업을 기반으로 반려식물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식물 인테리어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현재는 반려식물 힐링센터운영을 통해 반려식물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생활의 장기화로 분위기 전환 및 심리적 안정을 위한 동반자로 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프레임은 인테리어 현장에서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유리블럭과 반려식물을 결합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유리블럭에 LED와 소형 팬을 설치하여 실내에서 식물의 생장 환경에 필요한 빛과 바람을 자연스럽게 공급하고, 사람들은 직접 식물을 관리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반려식물의 기능적(공기정화) 요소뿐만 아니라 체험적, 심미적 기능까지 구현했다. 또한 다양한 식물에 적용할 수 있어 자신만의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이 가능하며, 특화된 셀프 인테리어 자재 및 체험, 교육용 교구재로도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린프레임은 앞으로 O2O 플랫폼을 구축해 반려식물 스토리텔링과 개성 있는 공간 연출을 상호 소통하는 사회적 가치 공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일보

 

신공항 건설 민둥산 벌목 정책 충돌부터 없애라

지난 410일 프랑스 하원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열차로 2시간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항공 산업과 공항이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됨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스웨덴 정부도 4월에 자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공항인 수도 스톡홀름의 브롬마 공항을 탄소감축을 위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스웨덴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비행기 대신 기차 등 다른 운송 수단을 이용하려는 운동(플뤼그스캄)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주행한국

반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2020925일 기후위기 비상결의안을 국회에서 의결하여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시킬 것을 촉구했던 일은 잊었는지 20213<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을 제정·공포하였다. 이는 4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여야할 것 없이 개발주의와 성장주의에 매몰된 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추세에 따라 탄소중립과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가 유럽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항공수요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부끄러움만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엔지니어링의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꼴찌였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은 대형 국책사업을 하기위해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하고 절차적 정당성, 안정성도 무시한 채 또 다시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꼴찌였던 가덕도 공항 계획이 부활하자 서산민항, 제주제2공항, 흑산도, 새만금, 울릉도, 백령도 등 공항건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여전히 개발주의에 매몰되어 수요도 없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하는 현 정부가 2050탄소중립의 의지가 있는 지 따져 묻고 싶다. 가덕도신공항은 바다에 활주로를 내기 때문에 인천공항 매립 골재량의 1.4배인 14200의 골재가 필요하다. 필요한 골재를 위해서는 가덕도의 국수봉, 남산, 성토봉이 바다속에 수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 해양생태도 1등급,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 분포지역인 가덕도의 생태계는 신공항 건설로 무너질 운명에 처했다. 생태계를 파괴하여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키고 공항 건설을 위한 모든 행위들이 대량의 탄소배출을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는 애써 모른 체 하고 있다. 과연 이 정부가 2050탄소중립에 의지가 있는 것일까?

 

항공산업토목건설로 탄소중립?

코로나19 확산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 농도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영향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P4G 정상회의의 슬로건은 더 늦기 전에, 지구를 위한 행동이었다. 말대로만 하면 된다. 지금은 도로, 공항 따위를 건설할 때가 아니라 지구를 위해 땅과 하늘의 도로를 다이어트해야 할 때다.

가덕도 대항마을에 걸린 현수막 이상범

 

탄소흡수력만이 숲의 전부라고?

우리나라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말은 이제는 틀린 말이 되어버렸다. 산꼭대기까지 개발이 되어 집들과 공장들이 들어서고 도로건설, 새만금 매립등에 수많은 산들이 사라져버려 현재는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언제 또 줄어들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 1월 산림청에서는 야누스의 두얼굴 같은 ‘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국내·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중립 3,400만톤을 성취하겠다는 계획인데 나무를 심어 국토를 푸르게 한다는 계획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탄소흡수능력이 뛰어나다는 어린나무를 심기 위해 매년 3ha씩의 30~40년 된 나무를 베어 낸다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다.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기위해 기존의 벌목사업에 해마다 25%증가해서 30년 동안 90ha의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산림청은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의 탄소가 배출될 것임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숲가꾸기 사업은 90%를 국민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나무가 수십년 가둬둔 탄소를 배출하는 일에 예산낭비 하지 말고 울창한 숲을 유지하고 있는 산주들에게 환경보전수당이나 탄소세배당 등으로 직접 지급하면 산주들이 지금까지 받고 있는 사유재산권에 대한 권리 보장도 되는 일 아닐까?

 

나무를 베고 새로 숲을 조성하는 일, 나무를 보전하고 수당을 받는 일을 산주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산림청의 계획은 산림의 공익적 기능의 수혜를 받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일방적인 계획일 뿐이다. 산림부문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3400만톤에 기여한다는 수치 역시 망상일 뿐이다.

 

사라지게 될 숲에는 산림청이 나무라고 생각하는 교목 뿐 아니라 생물들의 서식지와 쉼터인 관목, 초본류도 포함되어있다. 산림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산림청의 야만적인 벌목으로 미선나무, 히어리나무, 너도바람꽃 등 희귀초본류와 멸종위기종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숲에는 나무만 있는게 아니다. 숲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포유류, 양서파충류, 새와 곤충, 박테리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들도 지구생태계의 일원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먹이피라미드에서 어느 한 축이 사라지면 인간에게도 재앙이 되어 나타난다. 지금의 코로나19도 인간이 자연과의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기후위기와 함께 여섯 번째 멸종도 시작되었다. 나무를 단지 탄소흡수원으로만 치부하는 산림청은 20년전 자신들이 만든 숲의 다양한 가치를 높이도록 더욱 노력한다’, ‘숲을 울창하게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한다는 산림헌장은 헌신짝처럼 걷어차 버리고 탄소흡수를 빙자한 대규모 산림경영을 계획하고 있다. 산림청 계획대로라면 산림의 67%인 사유림에서는 경제림이라는 명목하에 벌목이 이루어지고 숲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천연림은 훼손될 것이고 보전산지가 준보전산지로 떨어지면서 개발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전국토의 63%의 산림을 보전하기 위한 계획부터 수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숲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써의 숲에 대한 정부차원의 장기적인 보전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기계가 아니다. 산업, 수송, 에너지부문의 인위적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2050탄소중립 달성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지금은 나무를 베어야 할 때가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노력을 정부가 앞장서서 실행해야 할 때이다. 탄소를 가두는 최대의 흡수원이 갯벌을 복원하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더 이상 인간에 의해 훼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때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무를 약탈하는 산림청의 편향적인 정책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미국 레드우드국립공원의 원시림 홍석환

정 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함께사는 길

 

 

탄소국경세가 한국경제에 던지는 메시지

세계무역질서 재편 예고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위기의식 절실

 

지금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린피스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등 5개국의 경제전문가 100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기후위기가 현재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사실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위기가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경제위기라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16년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2050년까지 158조달러(185700조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고, 세계경제포럼도 2021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기후 문제가 인류에게 실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국내 여파

기후변화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은 산업혁명으로 기후위기의 시발점이 된 유럽에서 먼저 싹텄다.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탄소세를 부과했고, 2005년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을 제한하는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했다. 이제 유럽연합은 산업 분야의 전 세계적인 탄소감축을 위해 지난 714일 탄소국경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추가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유럽연합이 경제정책에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세계적인 규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한 미국에서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이 공개한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 초안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유럽연합은 자국의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해 철강이나 시멘트, 비료, 전기 관련 업종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도입하되 3년의 과도기를 거쳐 2026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탄소배출량은 수입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직접 배출량과 간접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다. 즉 제품을 만들 때 배출하는 탄소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도 계산에 넣는 것이다. 수입업자들이 내야 할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형성된 탄소가격을 기반으로 결정된다.

 

우리나라 수출업계에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부문은 철강산업이다. 그린피스가 EY한영회계법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철강업계는 수출액 가운데 20235%, 203012%가량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세계 주요 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10%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위기의식은 국내 관련 업계에 팽배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방한한 프란스 티머만스 유럽연합 수석부집행위원장을 만나 관련 업계를 대변하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국도 유럽연합과 유사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국에서 빼달라고 한 것이다. 문 장관이 한국에서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알고도 이런 부탁을 했다면 낯부끄러운 일이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 앞서 그린피스가 서울 남산에 한국 정부의 해외석탄 프로젝트 투자 중지를 요구하는 레이저 빔 메시지를 쏘고 있다. / 그린피스

 

한국에서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는 무늬만 친환경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부여하고 허용량 범위 내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하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왔다. 그런데 기업들이 2019년까지 5년 동안 공짜로 받은 배출권은 실제 배출량의 9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배출에 대한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 보니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국가에서 공짜로 탄소배출권을 주는데 어느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써 노력하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 및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논평을 내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마치 우리 경제에 해가 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일본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이 정책을 지지하며 전경련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소니와 닛산 등 90여개 기업은 일본 정부에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상향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애플과 구글 등 300여개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탄소감축을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본 기업들의 이런 호응 속에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고 밝혔고,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도 2013년 대비 46%로 상향된 감축 계획을 내놨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 목표를 충족하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국제사회의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와 정치권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부족하고, 전경련을 주축으로 한 일부 기업 집단의 발목잡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가 아니더라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 네트워크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스탠다드차타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78%가 탄소중립을 이행하지 않는 공급업체와는 거래를 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RE 100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협력사들에 대해서도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탄소국경세에 대응할 세가지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이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그린피스는 세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여의도에서 서울의 주요건축물들이 녹아내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한국이 기후위기를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그린피스

 

먼저,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탄소감축 목표를 조속히 설정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과학계의 기준에 맞추려면 한국은 2030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17년에 비해 최소 50%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보다 감축 목표를 두 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티머만스 유럽연합 수석부집행위원장 역시 한국이 탄소국경세 면제 대상국이 되려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발전에서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 2018년 기준 석탄발전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총 국가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석탄발전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하면 탄소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보수적인 에너지 전문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5월에 발표한 2050 넷제로(Net-Zero)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2020년 대비 4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권고할 정도로 발전의 세대교체는 시대의 과제가 됐다.

 

마지막으로 탄소를 배출하면 손해가 되고, 줄이면 이익이 되는 탈탄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처럼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짜로 배출권을 나눠준 뒤 돌려받는 비중이 너무 높다. 있으나 마나 한 배출권거래제로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으려면 무상 할당부터 대폭 줄여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에는 고율의 탄소세 같은 강도 높은 처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세계무역질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가 세계경제를 이끄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은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뒷전으로 제쳐두면서 민생경제를 외친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코로나19 같은 팬데믹보다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위기의식이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주간경향

 

<, , > 저자 “2050,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

2013년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이제 50년 남았다고 말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2021년에는 “30년 남았다고 말했다. 인류를 둘러싼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뜻이다. <대변동> 출간 기념으로 201910월 한국을 방문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모습. 김영사 제공

 

오늘의 세계는 지금까지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의 합이다. 말미암지 않은 결과란 없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취하고자 하는가? 10년 안에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실패한다면 폭염과 홍수와 산불,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내일이 올 수 있기에. 취약할수록 고통은 잔인하고 억울하며 재난이 반복될수록 그 취약한 이의 수가 불어남을 학습해왔다.

 

세계의 지성들을 만나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을 해온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가 <한겨레>에 인터뷰 연재 내일의 세계를 시작한다. ‘펜데믹 시대 인류 생존 10년 전략이 화두다. 오늘의 선택이 만드는 내일의 세계’. 그 첫회는 60년간 문명을 조망해온 문화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이며 생리학자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다. 520일 오후 2(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있는 그와 인터넷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구적인 답을 찾도록 숙제하게 하는 막강한 스승님이라고 했다. 더불어 코로나19는 세계인이 다 걸린다 해도 사망률은 2% 정도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두 죽을 수 있는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 같은 더 심각한 위협들이 있고 그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경(이하 안) 지난 5월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스페이스엑스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도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고요. 한국에서는 우주 산업에 뒤처진 현실을 자책합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이하 다이아몬드) (처참한 생각이라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만약에 우리가 이 행성을 보살피는 데 실패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행성을 찾아가야 할까요? 그런데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없다면요? 화성탐사는 환상적이죠. 저라면 고약한 원수들을 우주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낼 거예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요. 저는 화성 방문에서 인류를 위한 그 어떤 희망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안 이미 우주 산업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더 많은 돈을 지구 문제를 푸는 데 퍼부어야 해요. 기후변화, 자원 고갈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좀 더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요. 또 지구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수많은 질병에 대응하도록 지원해야 하죠.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아내고자 애썼듯이 다른 질병을 막아내는 데도 투자해야 합니다.

 

안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85개 개발도상국이 2022년 말까지 국민 다수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가난한 국가의 접종률이 1% 미만인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타인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이유 말고 완전히 이기적인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전세계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안전하지 않은데 한국이나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다른 나라들과 백신을 나누겠다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안 한국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후 인도 방문이나 입국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통제는 불가능한 건가요?

-다이아몬드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는 세계화된 세상이에요. 인도에 대략 15억명이 삽니다. 어떤 이는 걸어서 국경을 넘어 미얀마로 가겠죠. 또 미얀마에서 걸어서 타이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타이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홍콩으로 갈지도 몰라요. 그다음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올 수도 있습니다. 인도에서 오는 사람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안 인류 역사를 거시적으로 해석해오셨는데요. 코로나19 위기를 과거의 역사적 위기들에 견줄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 그렇다고도 또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겠어요. 이 지점이 바로 기자들이 저와 인터뷰하면서 불만을 갖는 부분입니다. 명확한 답을 원하는데, 제 답은 언제나 예스 앤드 노’(Yes, and No)니까요. “코로나19 위기를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견줄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죠? ‘예스입니다. 과거에도 이 같은 위기가 번번이 있었으니까요. 유럽과 아시아, 중국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전세계로 전파시킨 홍역과 천연두의 위기도 있었죠. 그리고, ‘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나온 새로운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 발병한 사스조차도 세계로 번지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의 여객기 교통량은 최근처럼 심하진 않았죠. 지금은 코로나19는 물론 다른 바이러스도 신속하게 세계를 넘나듭니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위협

안 코로나19가 우리 문명의 전환점이 되리라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준 주요한 가르침이 바로 모든 나라가 안전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초강대국일지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적인 해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에게는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지구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세계인이 다 걸린다 해도 사망률은 2% 정도입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우리에게는 모두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위협들이 있습니다. 핵무기가 즐비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는 끔찍하고 어리석은 조건에 대해 잘 알 거예요.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위기 요소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진적으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 상황에 다다르기 훨씬 전부터 모두의 삶은 참혹히 무너집니다. 여기에 자원 고갈 또한 서서히 세상 곳곳을 무너뜨리는 요인이죠. 코로나19가 가르쳐주는 수업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면, 우리는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지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는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불평등에 대한 수업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구적인 답을 찾도록 숙제하게 하는 막강한 스승님이에요. 이런 점에서 코로나가 중대한 위기로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낼 거라는 것에 예스, 맞다고 말하겠어요. , 우리에게 지구적 문제에 대한 지구적 답을 찾는 숙제를 완수하게 한다면요.

안 우리가 제대로 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다이아몬드 어떤 사람들은 답을 찾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답 찾는 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 하고 백신도 맞지 않겠다고 거부합니다. 답을 찾는 데 협력하지 않는 거죠. 한국이나 일본, 중국, 대만, 홍콩 같은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훨씬 더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전체 구성원을 돌보려는 마음이 더 세심하게 작동합니다.

 

안 작년에 서구 언론들은 동아시아인들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를 독재를 경험한 나라들이 많아서라고 보도했는데요. 동아시아인들이 국가주의에 익숙하기 때문에 정부 방침을 잘 따른다는 말을 지금까지도 합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행동하는(community-oriented)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라고 하니 반갑습니다.

-다이아몬드 그들의 해석은 틀렸어요. 동아시아와 유럽과 미국이 다른 점은 독재 여부가 아닙니다. 왜 한국과 일본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유럽과 미국은 아닐까요? 한가지 가능성은 농업의 역사와 관련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벼농사를 해왔어요. 유럽과 미국은 대부분 밀농사를 짓고 보리를 길러왔고 지금은 옥수수에 치중하죠. 밀농사는 개인주의적이에요. 밀을 재배하는 농부는 다른 농부와 함께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가서 밀씨를 뿌리면 됩니다. 밀이 다 자라면 또 자기가 거두는 거죠. 쌀을 재배한다는 것은 공동체 농사를 하는 겁니다. 알곡이 많이 맺히고 여물게 하려면 논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작업을 해야 해요. 농부 한명이 들에 나가 씨 뿌리고 돌보는 수준의 농사가 아니죠. 게다가 벼를 추수하는 작업도 공동체 활동이고요. 1만년 동안 동아시아 사람들은 벼농사 때문에 공동체 중심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겁니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9천년 동안 이어온 밀농사 영향으로 개인 중심의 문화를 이루게 됐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왜 미국인은 정부에서 조심하자 하면 많은 이들이 따르지 않을까?’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는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의 자존감을 지키겠다고요.

 

가장 시급한 위기? 그 방식에서 벗어나라

안 앞서 우리가 마주한 네가지 주요한 위기에 대해 말했는데요. 우리 문명이 마주한 위기들 중에 어떤 위기를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사람들이 제게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냐고 물을 때마다 저의 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 가장 서둘러 돌파해야 할 문제란 가장 시급한 문제를 찾는 그 일을 피하는 것이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에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했다고 칩시다. 우리는 여전히 수소폭탄으로 죽을 수 있는 세상에 있습니다. 아니면 불평등이나 자원 고갈의 결과로 죽어나갈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겁니다. 만약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자원 고갈이라고 말한다 칩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로 전부 다 죽게 될 세상에 사는 거예요. 가장 시급한 위기를 찾으려는 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풀었다고 해서 남한에 있는 다른 모든 문제가 사라질까요? 남한에는 북한 말고도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갔을 때 여성의 역할에 대한 중대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성 기자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은 모두 결혼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매우 거부하더군요.

 

안 결혼 이후 경력 관리가 어렵고, 가부장적인 문화에 진력나 있으니까요.

-다이아몬드 그러니까 북한과의 문제를 풀었다 해도 한국에는 젠더 역할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있고 이웃한 중국과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안 왜 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물었냐면요. 한국 사회가 우리 문명 전체를 보는 시각과 문제를 다루는 균형감을 갖기 바라서입니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 속에서 약자에게 더욱 가중된 고통이 빈번히 몰아칠 것이 뻔한데도, 성장, 신산업, 현금 지원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등의 기존 관성을 이어갑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지적한 네가지 중대한 위기를 균형감을 갖고 대처할 수 있을까요?

-다이다몬드 균형감을 언급하셨나요? 네가지 중대 문제를 풀고자 균형감을 갖고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그냥 네가지 위기를 동시에 전력을 다해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위기들도 해결해야만 합니다. 반면에 정부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는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미국 정부는 다행스럽게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돈을 할당합니다. 또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예산을 할당하고 있어요. 이제 이란과 대화를 재개할 것입니다. 미국은 또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더 자원과 산림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헤쳐나가려고 합니다.

 

미국은 3억명을 내다 버렸다

안 지난달(44)에 나온 센서스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 성인 중 8.4%가 가끔 먹을 음식이 떨어졌다고 했고, 2.3%는 자주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자연히 아동 빈곤으로 이어졌고요. 조 바이든 정부가 5살 이하 어린이에게 매달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방안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루스벨트 뉴딜로 탄생한 사회보장제도가 노인 빈곤을 줄였듯이 지금은 한시적인 방안인 이 아동 지원금을 영구화해서 아동 빈곤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의 사회제도 정비가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뉴딜의 기본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이아몬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보면 대조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인구는 33천만명입니다. 한국은 약 5천만명이죠. 그런데 실제로 미국은 3천만명의 나라입니다. 미국은 약 3억명을 내다 버렸어요.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한국에 있는 불평등보다 더 큰 불평등이 미국 안에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에 한국인은 대부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평등 문제는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약점이죠.

 

안 지난번 인터뷰에서 불평등 문제가 문명을 몰락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사다리 위로 더 올라가면 나만은 안전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개인의 노력을 독려하지요.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바이든의 미국가족계획도 부자와 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과 같이 나왔는데요. 한국의 주요 정치인들은 증세를 말하기 불편해합니다.

-다이아몬드 다행히도 미국 정치는 세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여러 주에서 증세를 논의하고 연방세 증액을 논의합니다. 전보다 많은 부자들이 가난으로 절망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있는 한 자신들 또한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기꺼이 세금을 더 내려 합니다. 제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동안 세번이나 큰 폭동이 일었습니다. 가난한 지역에서 일어난 폭동입니다. 부자 동네 사람들은 곧 폭도가 자기 집으로 몰려와 파괴를 일삼을 거라며 두려움에 떨었죠.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알아요. 지금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빠진다면 부자 동네의 저택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걸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이 현실은 우리에게 가난한 미국인들이 안전할 때까지 부자 미국인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몽골이 안전하고 볼리비아가 안전할 때까지 결코 미국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1910월 한국을 방문해 독자들과 만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생리학자로 출발하여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김영사 제공

 

핀란드는 어떻게 대비했는가

안 국제적으로는 급증하는 이주민 문제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 난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50년 안에 더워서 살 수 없는 땅이 현재 1%에서 19%로 늘어난다고 예견합니다. 세계적으로 농촌 경제가 무너지면서 지방 소멸로 국가 내 도시 이주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미의 경우는 허리케인에 코로나19로 도시 경제마저 파탄나면서 갱단의 납치를 피해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걸어오고 있고요. 2025년이면 중앙아메리카에서 멕시코와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 기후 난민이 연간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이아몬드 기후 난민은 벌써부터 발생했습니다. 그제(518일치) 신문에 아프리카를 가로질러 모로코로 온 이주민 8천명이 북아프리카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로 진입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난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는 정치적인 억압도 있지만 그보다 기후 문제가 심각합니다. 가뭄이 연이어 들었고, 피해 지역도 넓어지고 있어요. 이주민 문제는 불평등의 첫번째 인과입니다. 부자 나라들이 책임져야 할 결과지요. 불평등의 두번째 인과는 고통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60년 전이라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절망에 빠진다 한들 미국이나 한국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었어요. 세계화된 지금은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습니다. 미국이 그들과 고통을 공유했죠. 테러를 겪은 유럽 국가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불평등의 세번째 인과는 적절한 공중보건 시스템이 없는 가난한 국가들의 질병이 세계로 퍼지는 겁니다.

 

안 지금까지 코로나가 발생한 후에 언론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을 줄곧 해왔는데요. 무엇이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창조해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두가지 새로운 표준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앞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글로벌 문제에 대한 글로벌 해법의 중요성! 또 다른 뉴 노멀은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데요, 바로 지역적인 대비의 중요성입니다. 대다수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즈도 겪고 에볼라, 메르스, 사스를 겪었는데도요. 우리는 야생동물로부터 더 많은 질병이 나올 것을 대비했어야 했습니다.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은 국가의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는 1939년에 소련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독한 전쟁을 벌였어요.

 

안 겨울 전쟁이라고 불리죠. 10대에서부터 장년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남자가 전장에 나갔지만 패배하고 영토도 잃은 비참한 전쟁으로 기록됩니다.

=다이아몬드 그 전쟁 동안 핀란드는 외국과의 무역이 막혔고 아무것도 수입할 수 없었어요. 핀란드에 있는 자동차들은 휘발유가 없어 멈춰버렸습니다. 차를 굴리려면 나무라도 때야 하는데, 그럼 목탄 엔진을 갖고 있었어야 했죠. 핀란드인들은 소련과 혹독한 전쟁을 치르면서 어떤 것이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매달 위원회를 엽니다. 전력망 붕괴, 국경 통제에 실패할 상황 등을 대비하는 논의를 해요. 그들은 3년 전 월례 회의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 벌어질 위기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마스크를 비축했고, 코로나19가 왔을 때 보유하고 있었어요. 미국에는 마스크가 없었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에 대한 지구적인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 말고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할 대비책이 있다는 겁니다.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대비합시다.

 

안 당신의 책 <대변동>에서 강조한 한가지는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통령선거 철입니다. 리더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데요. 위기 속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리더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가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몇년 동안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기를 이용해 혐오를 조장하고 잇속을 챙기며 지구적 위기마저 방관할 수도 있고, 위기를 맞아 근본적인 구조부터 고쳐 다가오는 지구적 위기까지 돌파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후보자에 대해 잘 살펴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후보를 알아내시기 바랍니다. 한국 정치에 참여하세요. 그리고 꼭 투표하세요.

 

2050년은 말 그대로 붕괴의 시간

2013년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이제 50년 남았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의 일상과 문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42년 남은 건가요?

=다이아몬드 아닙니다. 30년입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 숲이 잘려나가는 속도, 그리고 기후변화 진행 단계까지.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돌이킬 수 없어요. 제가 코로나19보다 더 크게 우리를 엄습하는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자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2050년까지 이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인류사적·문명사적으로 거대 담론을 논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기존 저작과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한 책 <대변동> 한국어판 표지.

 

8년 전 50년을 30년으로 정정하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쉰에 본 쌍둥이 아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 문명의 붕괴를 경고해온 그이기에 애달픈 마음이 전해졌다. 그가 말한 30년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안하는 2050년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협의체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아내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대재앙이 열린다는 예고였다. 그러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30, 2050년은 말 그대로 붕괴의 시간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문명 파괴의 상황을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거나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라고 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2050년은 이보다 엄중한 시간이다. 오늘처럼 다수가 안락한 내일을 기대한다면, 가능성이 남아 있는 10년 안에 우리는 인류 문명의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서 원전용량 늘었는데 전력난이 탈원전 탓이라니

김성환 조선일보 경제지 매체에 강력 반박

전력부족에 원전 3기 투입? 정비 끝나 재가동기승전 탈원전탓 양치기 소년

불안 마케팅 멈춰라 비판

여름철 폭염에 전력난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탓이며, 전력부족을 막으려고 결국 원전 3기를 투입했다는 조선일보 경제지 일부 종편 등 몇몇 언론의 주장을 두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의 용량이 늘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원전량이 늘었는데, ‘탈원전 탓에 전력난을 일으켰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이라는 반박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쏟아내는 가짜뉴스가 심각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 의원은 첫 번째 가짜뉴스로 올 여름 전력난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언론의 주장을 들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원전의 발전용량은 22GWh였고 현재는 23GWh”이라며 원전은 202427GWh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원전 용량이 문재인 정부 들어 늘어나고 있음에도 탈원전 때문에 전력난이 온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요 언론들은 전력난이 탈원전탓 논리로 계속 보도해왔다. 매일경제는 15일자 4면 기사 ‘“탈원전 그렇게 외치더니폭염에 벌써부터 전력대란 비상에서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호기, 월성 1호기 등 원전 총 4기가 추가 가동됐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전력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문화일보는 16일자 사설 ‘EU 탄소세, 폭염 전력난더 이상의 탈원전은 犯罪에서 탈원전에 의한 전력 부족으로 올 여름에는 전력 대란의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도 18일자 ‘[강남시선] 탈원전이 부른 전력난이제는 멈춰야에서 “(전력난 걱정과 관련한)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정부 이후 추진된 탈원전정책 때문이라고 썼다. 조선비즈도 19일자 기사 탈원전에 체감온도 40도 폭염까지전력난에 산업계도 비상에서 폭염에 산업용 전력 수요까지 상승한 가운데 탈원전 여파로 전력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펴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의 발전용량이 2017년에 비해 1GWh 만큼 늘어났고, 2년뒤까지 5GWh 더 늘어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환 페이스북

 

이밖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9일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고 밝히자 탈원전 하려다 전력난에 결국 두손들었다는 논리의 기사를 나란히 보도하고 있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20일자 13면 기사 전력난에 블랙아웃 우려 커지자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하는 정부에서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20119월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원전 정비 일정까지 앞당기며 내린 조치라며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문재인 정부도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선 원전 외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원전 3기 재가동 결정해놓고...“전력난, 탈원전 탓 아니다우기는 에서 정부는 탈원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전력 수요를 낮춰 잡거나 원전의 정비 기간을 늘려 잡았다가 최근 전력난이 닥치자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 중에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썼다.

 

이밖에도 채널A20일 저녁 폭염에 손 든 탈원전전력난에 원전 3기 긴급 투입이라는 리포트를 방송했고, 조선비즈도 19일 오후 탈원전 버티다 전력난에 손든 산업부... 해법은 원전 3기 재가동”’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언론보도를 두고 김 의원은 두 번째 가짜뉴스는 전기가 모자랄까봐 원전 3기를 긴급 투입했다는 주장이라며 그러나 3기 중, 2기 월성3호기와 신월성1호기는 연초부터 계획되었던 예방 정비가 끝나서 재가동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나머지 1기도 고장이 났던 것을 고쳐서 가동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마치 정부가 탈원전을 하다가 급하게 원전을 재가동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난 4년간 기승전탈원전탓이라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2021721일자 5

 

또한 김 의원은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여름철 피크기간 예비전력은 약 8GWh 수준으로 지난 5년간 최대치와 큰 차이가 없으며, 4GWh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정부가 통상적으로 예상치와 함께 발표하는 최저 예상치이고 이런 상황에서도 비상시 예비력으로 약 8.8GWh를 추가 대비하고 있어 대정전 사태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정전 사태의 경우 여름철이 아닌 9월이었다는 점을 들어 뒤늦게 무더위가 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여름철 피크기간이 지났다고 발전소들을 대거 정비하기 시작했던 것이 원인이었다이명박 정부의 무능한 위기관리탓이 대정전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력피크 시간이 2~3시에서 오후 5시로 늦춰진 점을 들어 김 의원은 각 가정에 달린 소규모 태양광이 실제 전력 피크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의 전력 소비를 줄여주었기 때문이라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한여름 전력피크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더 이상 야당과 보수언론은 국민들에게 가짜뉴스 만들고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선동을 중단하라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급등한 글로벌 농축산물 가격, 하반기 우리 밥상 덮친다

 

© 조선일보

 

지난 20(현지 시각)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8월물 대두유(soybean oil) 선물은 파운드당 67.02센트(769)에 거래됐다. 1년 전 가격 30.7센트(353)보다 119%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가격은 106%, 옥수수는 76%, 콩은 60% 뛰었다. 설탕과 아라비카종 커피, 밀도 각각 50%, 39%, 31% 올랐다.

 

지난 1년 새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가격이 밥상 물가에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농축산물 가격 급등 여파를 각국 소비자들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될 전망이다.

 

가뭄에 운송료 인상, 중국 수요 폭발까지

그동안 농축산물 가격 상승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기후 면에서는 지난 연말~연초 라니냐(동태평양 적도 부근 저수온 현상) 때문에 미국과 브라질·아르헨티나 곡창 지대에 심한 한파와 가뭄이 덮쳤다. 중국도 한몫했다. 가구 소득이 늘며 곡물과 육류,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었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한때 초토화됐던 돼지 사육이 정상화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도 급증했다. 국제 교역량이 늘면서 해상 운임은 최근 1년 새 2~3배 올랐고,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 인상에 트럭 운전기사 부족이 겹치면서 육상 운임도 껑충 뛰었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강세, 각국 정부의 식량 비축량 증가,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 등 요인도 작용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591에서 지난 5127.8로 치솟으며 2011(131.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곡물은 36%, 유지(油脂)류는 124%, 유제품은 28%, 육류는 12%, 설탕은 57% 각각 뛰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월 이후 농축산물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12.9% 하락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까지는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기상이변 예보가 없고, 가을과 겨울에 수확하는 밀과 옥수수 작황도 좋아 상반기 같은 높은 가격이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미를 덮친 폭염이 향후 농산물 가격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밥상 물가, 하반기에 본격 상승

식료품의 원자재가 되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전 세계 밥상 물가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6~12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식료품 소비자 물가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전 세계 식료품 소비자 물가를 올해 3.2%포인트, 내년 1.75%포인트 밀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물류비 상승까지 고려하면 식료품 물가가 이보다 더 상승할 여지도 있다.

 

식료품 가격 인상은 이미 코로나로 휘청대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특히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과 개도국 중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많고, 소득이 낮을수록 가계 지출에서 음식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유엔 FAO에 따르면, 심각한 기근에 시달리는 인구는 2020년 최소 15500만명으로 전년보다 2000만명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전 세계 식량 수입 가격이 17000억달러 증가할 전망"이라며 "일부 국가는 사회 혼란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2011년 일어난 '아랍의 봄' 역시 2008~2009년 농축산물 가격 급등이 단초가 됐다.

 

한국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료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오뚜기는 최근 냉동피자, 소스류, 부침가루 등 가격을 10% 안팎 올린 데 이어 15일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오뚜기가 라면 값을 올린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오뚜기는 지난 2월에 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총대를 멘 오뚜기의 뒤를 이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식품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81일부터 주요 과자 가격을 10.8% 인상하기로 했고, CJ제일제당과 동원 F&B는 스팸과 참치캔 가격을 각각 10% 안팎씩 올렸다.

 

가격 인상 나선 음식료 업체주가엔 호재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농축산물 가격 상승 덕분에 관련 투자 상품도 높은 수익을 올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자투자신탁(일반상품-파생형)''키움Commodity인덱스플러스특별자산자투자신탁 1' 펀드는 지난 1년 수익률이 각각 47%, 55%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산품 가격 하락과 함께 수익률도 떨어지는 추세여서 원자재인 농산품 투자보다는 음식료 업종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이익이 늘고, 곡물가도 가파른 상승 이후 약보합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음식료 업종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했다.

 

이런 기대감 때문에 라면 가격 인상을 발표한 15일 오뚜기 주가는 5.7% 뛰었고, 농심과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대상 등도 일제히 2~8% 주가가 올랐다. 간접 투자 상품 중에서는 음식료 업종 비율이 높은 소비재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최규민 기자

 

마을~상가 사이 길막’ KCC 공사에 결딴난 안락동 공동체

안락동 37230세대 규모 주상복합 공사

시장과 주택가 잇던 중요길목 막고 진행돼

주민 "건물 보수조건으로 비대위 탈퇴 종용"

KCC "와전된 주장, 소송 관계로 불가피"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진행되는 200여 세대 주상복합건물 공사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결딴 났다. 주민 수백 명이 모여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지만 공사 중 생긴 누수·파손 보수 문제를 놓고 시공사와 맞서는 과정에서 주민 다수가 탈퇴하고,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안락동 스위첸주상복합 공사 현장 /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2일 안락시장 인근 KCC 스위첸 공사현장에서는 터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현장 4(가로 120·세로 55)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철제 울타리로 에워싸여 있었다. 이곳에는 202312월까지 230세대, 최고 37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지어진다. 현장과 맞닿은 폭 5이면도로 곳곳에 공사 문제점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진행되는 공사지만 마을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원래 공사현장이 있던 곳에는 폭 4~6에 달하는 이면도로가 2개 있었다. 공사현장 북쪽 안락시장과 남쪽 주택가를 잇는 중요 통로였다. 이 도로를 포함한 인근 필지가 팔리고, 공사가 시작되자 모두 틀어막히면서 안락시장은 손님이 찾지 않는 유령시장이 됐다.

 

상인과 주민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대응했다. 초기 회원 수가 200명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35명밖에 남지 않았다. 공사 과정에서 인근 상가와 주택에 파손·누수 등 문제가 잇따랐다. 비대위는 KCC 측이 회원 탈퇴를 보수 조건으로 내걸면서 상당수 회원이 탈퇴했다고 주장한다.

 

안락시장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한 김모(71) 씨도 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김 씨 가게의 지하 식료품 창고에서 지난 5월 누수가 터졌다. 김 씨는 “KCC 측은 일부 복구공사만 진행했다. 직원이 수차례 찾아와 비대위를 탈퇴해야 제대로 보수해주겠다고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실제로 비대위를 탈퇴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굳건하던 주민 사이 우애에 금이 갔다.

 

이외에도 현장 부근에서는 공사로 인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철제 울타리 아래 틈새 곳곳에는 공사현장에서부터 연결된 주황색 관로가 삐져나와 있었다. 이 관로는 곧장 인근 하수도로 연결됐다. 하수도 내부는 관로를 타고 흘러나온 공사현장의 오수와 토사 등이 그득했다. 현장과 맞닿은 연안로 59번길 일방통행 골목길은 대형 중장비가 드나들면서 곳곳에 10이상 급격한 도로패임이 발생해 보행환경을 위협했다.

 

비대위 노규환 회장은 공사로 인한 소음·분진은 물론, 민심이 흉흉해져 마을 자체가 해체될 지경이라며 공사중지 가처분과 손해배상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석 현장소장은 소송 관계로 일부 주민에게 보수를 해줄 수 없다. 이것이 탈퇴 종용으로 와전된 듯하다공사장내 우수 등은 침사지를 거쳐 하수도로 내보낸다. 하수도는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가덕신공항 피해 원주민 민관협의체 구성, 법적 근거도 손질된다

가덕도 주민 포함 민관협의체 부산시 조례안 통과

국토부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도 준비 단계

가덕신공항 건설로 피해를 볼 가덕도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부산시의회는 23일 오전 열린 제29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산광역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주민 지원 등을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해당 조례는 가덕신공항을 추진하면서 피해를 보는 가덕도 주민의 대책 마련 요구(국제신문 지난달 3일 자 6면 보도)에 따라 추진됐다.

 

해당 조례는 가덕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주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주민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신공항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건설하기 위한 협의 기구 성격이다.

 

조례에 따르면 협의회는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 등 시 공무원과 가덕도 주민대표 등을 포함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협의회는 주민지원 및 지원대상을 논의하고, 국토교통부 등 가덕신공항 추진 관계기관과의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신공항특별법을 비롯한 상위 법령에도 주민 지원 관련 내용을 포함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부산시와 강서구는 지난달 17일 국토교통부에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가덕도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등 법령()’ 필요하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국토부는 기존 신공항특별법에 피해 주민 범위와 지원 근거 등을 담은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어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가덕도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만들어져도 구체적인 지원 예산 규모나 대책 내용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형탁 가덕발전협의회이사장은 주민의 요구에 반응이 온 것만 해도 고무적이라고 본다. 사실 정확한 지원 내용은 정해진 게 없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오원세(강서 2) 시의원은 이번 부산시 조례안을 기반으로 정부 차원의 가덕도 주민 지원 방안에 대한 정책도 긍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