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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28~7.4 국민을 배신한 사람들

by 이성근 2015. 7. 3.

 

  6.28 민중-6.29 한겨레

 

 

    6.28 민중의 소리-경향

 

 

   6.29 내일-한국

 

 

 6.29 시사인-6.30 민중의 소리

 

 

  6.30 경향-한겨레

 

 

  6.30 국민-내일

 

 

 7.1 한겨레-경향

 

 

  7.1 내일-미디어오늘

 

 

 7.1 민중의 소리-국민

 

 

7.1 한국-7.2 국민

 

 

 7.2 내일-한국

 

 

  7.2 민중의 소리-한겨레

 

 

   7.2 경향-7.3경향

 

 

  7.3 한겨레-한국

 

 

7.3 내일-7.7 주간경향 이판사판

 

 

친박의 벌떼 공격, 7인회와 친위대는 어떻게 움직이나 7.1 한겨레

 

박 대통령과의 관계로 본 친박계 계층도

돌격대 비영남 초선 김태흠·이장우·김진태 선봉에

컨트롤타워 서청원·김재원·윤상현 판 짜고 작전 하달

성골 중의 성골 최경환·유기준 등 박 대통령과 교감

 

 

유승민 정국에서 친박계(친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을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친박의 모습을 돌아보면, 친박의 계층화와 이에 따른 역할 분담이 뚜렷하게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며 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쏟아낸 직후,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박 초선들이었다.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어 -청 간 불협화음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라며 맨 앞에 나섰다. 곧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선 이장우(대전 동구김진태(강원 춘천) 의원 등도 가세해 이번에도 신친박 3총사들이 앞으로 돌격했다. 이들은 지난달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열린 의총에서도 유 원내대표가 혹 떼려다 혹 붙여 왔다유승민 책임론을 가장 신속하게 제기했다. 당내에선 비영남권 신친박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대구·경북(TK) 정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박근혜 친위대’, ‘친박 행동대장을 자처한다는 시선이 많다. 한 의원은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박 대통령이 한마디만 하면 벌떼처럼 일어나는데, 내년 공천에서 친박 몫 티켓을 기대하는 것 아니겠냐고 혹평했다.

 

박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은 영남권 중심의 친박 다선 의원들은 사태 초기에 반사적으로 나서기보단, 결정적인 순간에 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당내 흐름을 돌리는 역할을 맡는다.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26박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사과한 직후, 정갑윤 부의장과 김태환·안홍준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긴급회동을 하면서 유 원내대표 사퇴로 의견을 모은 뒤, 조직적 압박이 시작됐다. 친박 중진들은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 당선 2주년을 맞아 청와대 관저로 초청받기도 했는데, 이들은 기존 원로 7인회에 빗대 7인회’(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부총리,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정갑윤 부의장, 김태환·서상기·안홍준 의원)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후보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은 이학재 의원 등 박 대통령과 함께 일한 재선들까지 포함하면 이들 친박 중간그룹은 20명 안팎 정도다.

 

친박 핵심그룹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친박에 전하고 집단행동 작전을 짜는 수뇌부 구실을 한다. 최다선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좌장 격으로 두고 재선의 김재원·윤상현 정무특보가 판을 짠다. 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주류 중의 주류는 최경환 부총리, 유기준 장관 등 1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간사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25일 의총 전후로 조직을 가동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는 이야기도 당내에 파다하다. 수적 열세로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끌어내지 못하자, 이후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29일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직접 나서기도 했다.

 

소수 친박들의 폭주새누리당, 당내 견제세력 없다 630 한겨레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소속 의원들이 지난 6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제정부 법제처장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의원 40~50명에 불과한 친박

유승민 사퇴 촉구하면서도

표 대결 땐 장담 못해의총은 반대

중진들 무력, 소장파 사라져

분열 치유할 자정능력 상실지적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좀처럼 정리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유승민 흔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큰 움직임 없이 거부권 정국을 관망하는 형국이다.

 

여당 내 친박 의원은 40~50명 안팎으로,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 전체 의석수(160)25~30%에 불과하다.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등 잇따른 당내 투표에서 친박 후보가 판판이 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소수 친박들이 이처럼 위세를 떨칠 수 있는 것은 청와대를 등에 업은 탓도 있지만, 중재에 나서야 할 당내 중진세력이 무기력하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당내 개혁세력이 사라져 견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분열을 치유할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직접적인 공방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김무성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 때가 아니다라며 유 원내대표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해온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가 (거취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원내 입법상황 등을 점검하는 등 통상 업무를 이어갔다.

 

 

친박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사퇴 여부를 표결로 결판내자던 기존 태도를 바꿔 이날은 의총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자칫 엄청난 다른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의총을 의원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본격 표 대결까지 갈 경우, 무기명 투표에서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계에 밀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박들은 지난 29일까지 의원 3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의총 소집 요구서는 마련해 놓은 상태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오는 6일을 계기로 거취를 표명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의총 표결도 자신없어하는 소수파 친박들이 유승민 찍어내기전면에 나서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하기에 가능하다. 한 재선 의원은 친박은 박근혜를 동심원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비박은 김무성계, 유승민계, 친이(친이명박)계 등 세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저마다 달라 조직화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새누리당은 전신 한나라당 때부터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방향타구실을 해온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 개혁적 소장파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개혁세력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다, ‘다른 목소리도 개별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재선 의원 20명이 성명을 냈지만, “당 최고위원회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수준에 그쳐, 청와대와 친박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등 결기는 약해 보인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과거 16~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에는 미래연대, 수요모임, 민본21 등 꾸준히 소장파 모임들이 있어 청와대와 당 주류세력을 향해 쓴소리를 하며 당 쇄신을 주도해왔지만, 지금은 소장파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이런 당내 분위기가 대다수 의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친박의 요구대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청와대의 당 장악력은 더욱 커지겠지만 이는 내년 총선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를 뽑은 이유는 당이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해선 총선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라며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또다시 친박 원내지도부가 꾸려지면 수도권 의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수도권과 박 대통령 영향력이 막강한 영남권 친박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새누리당전체적으론 손실이 오더라도, ‘친박에는 이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명분도 원칙도 없는 일부 친박 돌격대의 유승민 사퇴 요구의 본질은 당내에서 입지가 밀리고 있는 친박들이 내년 총선 공천과 차기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당권 투쟁 측면이 강하다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당은 물론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원내대표 사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 이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지역에 유 의원을 격려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조정훈 오마이뉴스

 

지난 29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시 동구 방촌동에 걸려있던 현수막.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며 사퇴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조정훈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 ‘배신 트라우마거쳐 복수 콤플렉스 626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와 여야를 비판하며 굳은 표정으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버지 측근들 배신에 깊은 상처 토로

배신에 대한 집착은 복수 다짐으로

원조친박김무성·유승민에 느낀 배신감

김무성에겐 공천 탈락으로 복수

이번엔 대구 유권자들에 유승민 떨어뜨려라

대통령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는 국가적 비극

 

트라우마는 콤플렉스의 어머니다.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과거의 어떤 심리적 충격이 켜켜이 쌓여 콤플렉스 덩어리로 응고되는 것이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가 통상적 의식활동을 방해하는 현상을 콤플렉스라고 정의했다. 무엇인가에 마음을 과도하게 빼앗겨 다른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 저변을 배신 트라우마가 휘감고 있다는 분석은 널리 회자돼왔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에 대한 국민 심판을 거론했다. 메르스를 확산시킨 책임자에 대한 국민심판이라면 모를까, 총선이 10개월이나 남았는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는 대통령의 요구는 너무도 뜬금없고 생뚱맞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무엇인가에 크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다른 것은 제대로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가 염려스럽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배신 트라우마가 이젠 통상적 의식활동을 방해하는 콤플렉스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봐도 지나친 비약이 아닐 것이다.

 

배신 트라우마가 이젠 의식활동 방해하는 콤플렉스로

트라우마(trauma)를 보통 정신적 외상으로 번역하는데, 심리학에선 영구적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일컫는다.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탓하거나 비난할 일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도 일찍이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리오라고 읊지 않았던가. 트라우마가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트라우마는 한층 성숙한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커다란 트라우마를 겪고도 심리적으로 성숙해진 경우를 심리학자들은 외상 후 성숙(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쓴 저서들.

 

박 대통령의 트라우마는 배신이다. 일기와 자서전에서 배신에 관한 쓰디쓴 경험을 자주 토로했다. “오늘 옛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인생 무상함을 또 한 번 느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 당시 내가 알고 있었던 그들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이 한결같은 경우가 그야말로 드물었다. 모두가 변하고 또 변하여, 그때 그 사람이 이러저러한 배신을 하고 이러저러하게 변할 것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지금의 내 주변도 몇 년 후 어찌 변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991210일에 쓴 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2007년에 출간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신 때는 유신만이 살길이라고 떠들던 사람들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때 무슨 힘이 있어 반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인생의 서글픔이 밀려왔다.”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역할까지 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나중엔 독재자의 딸로 지목돼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때 믿었던 사람들이 권력에서 밀려나자 순식간에 등을 돌릴 때 경험한 쓰라린 배신의 추억이 깊다란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병이 되기도 한다. 트라우마에 과도하게 반응하면 콤플렉스가 된다. “콤플렉스란 특정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방어하는 행위다. 과거의 충격적 경험과 관련된 신호들을 모두 위험으로 받아들여 방어적 행동을 한다. 여기에 콤플렉스의 위험이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콤플렉스를 다룬 저서 <마음에 박힌 못 하나>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배신에 대한 집착은 복수에 대한 다짐으로 이어진다. 배신감에 치를 떨수록 복수에 대한 다짐은 더욱 사무친다. 박 대통령이 배신 트라우마에 과도하게 반응할수록 복수 콤플렉스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배신에 대한 혐오능력보다 충성도로 사람 기용

 

정윤회씨가 지난 119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보도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국의 대통령이 과거의 트라우마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배신에 대한 극단적 혐오는 무엇보다 적재적소 인사를 어렵게 한다. 능력이 아무리 출중한 사람이라도 충성도가 입증되지 않으면 중책을 맡기지 않으려 한다. 능력보다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따져 사람을 기용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불거진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진 3인방의 국정농단 의혹도 박 대통령의 배신 트라우마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많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다 보니 박 대통령과 오래 일해온 소수 측근들이 국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불통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이 혹시 배신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 보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제대로 소통이 될 리가 없다.

 

배신 트라우마는 의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2011년 서청원 전 대표와 청산회에 보낸 송년 메시지)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물 한잔 더 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진실한 태도로 일관된 사람들, 진정 빛나는 이들이었다.”(자서전) 20098월엔 심재엽 한나라당 전 의원의 강릉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사람의 도리 중에는 의리를 지킨다는 게 있습니다. 의리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라고 말했다. 명분과 가치는 내팽개치고 오로지 의리만 외치는 정치라면 조폭집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명분과 가치 대신 의리만 외치면 조폭집단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요구는) 더 잘하란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믿고 의존했던 사람한테 배신당했다고 여길 때 상처는 더욱 깊어지는 법이다. 받은 상처만큼 응징하고 보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쉽다. 박 대통령의 배신 트라우마도 측근의 배신에 더욱 강하게 반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한때 원조친박이었다. 박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땐 사무총장을 맡았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며 다른 길을 걷자 박 대통령은 친박엔 좌장이 없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2012419대 총선에서 김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김 대표가 배신했다고 여긴 박 대통령은 철저하게 복수를 했다. 김 대표가 최근 박 대통령과 맞닥뜨릴 때마다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때의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이마에 배신자란 선명한 주홍글씨를 새겼다. ‘여당의 원내사령탑이라고 콕 찍어서 유 원내대표가 찍어낼 표적임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밝히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구을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떨어뜨려 달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이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의 유권자들에게 유승민을 떨어뜨리라고 만방에 공표했으니 유승민 원내대표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아찔했을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26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납작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 것도 이해가 간다. 정치란 게 이렇게 비루한 건가라는 쓴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유 원내대표 역시 박 대통령과 대표-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핵심 측근이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이 지원한 이주영 의원을 꺾으면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결별했다

 

참으로 공교롭다. 국정의 파트너인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하필 한때 측근이었다가 돌아선 사람들이니 박 대통령으로서도 짜증이 날 법하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배신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결코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다.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는 때로 인간을 파괴와 파멸로 이끈다. 대통령이 트라우마와 콤플렉스에 갇혀 있다면 국가적으로 매우 위험한 징후다.

 

국토부, 4대강 부채 원금 지원에 390억원 예산 신청 7.1 경향

    

잠실수중보 하류구간(잠실대교행주대교)에 올해 전국적으로 첫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지난 29일 한강 성산대교 부근에 발생한 녹조의 모습. | 서울시 제공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자원공사 부채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390억원을 신청했다. 국토부와 수공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8조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단 입장이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부채 상환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혈세를 투입하는 데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확보한 국토부의 2016년 예산안을 보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공의 부채 이자를 갚는데 3010억원, 원금을 갚는데 390억원을 책정했다. 국토부는 수공이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진 빚 8조원에 대한 이자를 지원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원금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요청대로 지원이 확정되면 정부가 7년동안 4대강 부채로 인해 쓴 돈만 18000억원을 넘는다.

 

국토부는 지난해에도 올해 4대강 사업 원금 지원으로 800억원을 신청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기재부가 아직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최종 정부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서명교 국토부 수자원국장은 이날 올해엔 실질적으로 4대강 사업이 완료된다고 봤기 때문에 내년 예산에 포함시켰다면서 정부의 재정상황을 감안해 규모는 지난해 80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국토부는 수공에 부채가 계속 쌓이면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부채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경 의원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국토부가 4대강 사업 부채에 대한 전반적인 상환 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은근슬쩍 예산을 끼워넣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토부는 올해 2월까지 4대강 사업 수공 부채 해결방안을 내놓기로 했는데, 그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지난해보다 금액만 줄여서 예산에 끼워넣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제3부표 미스터리와 잠수함 충돌설 7.2 미디어오늘

한주호 준위는 왜 크레인도 없는 곳에 잠수했나젖혀지지 않는 해치와 뭔가를 건져서 남쪽으로 사라진 헬기

 

천안함 재판에 이른바 제3의 부표 지점에서 작업을 했던 이헌규 전 UDT 동지회장이 4년 만에 출석해 증언을 하면서 이를 보도했던 KBS가 어떻게 취재 보도하게 됐는지에 대해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법정에서 당시 잠수한 뒤 연 문이 완전히 제껴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을 두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천안함 좌현의 선실 문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신상철 대표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에 당시 KBS 사회팀장과 황현택 기자의 방송통신위원회 증언과 법정 제출 서면 증언 등을 담아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헌규 전 회장의 최근(지난달 22) 법정 증언과 KBS 취재팀이 5년 전 취재당시 녹취록 등에 따르면, UDT동지회원들은 고 한주호 준위가 사망한 2010330일 이튿날 철수했다가 42일 다시 백령도로 와서 3일 오전 10시 백령도 용트림 전망대에서 한 준위 추모제를 열었다. 이 곳에서 그들은 용트림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이른바 3의 부표를 바라보며 부표 설치한 곳을 바라보며 추도사를 낭독하겠습니다”(실제 방송 육성)라고 읽었다.

 

문제는 이 곳이 함수(백령도와 대청도 사이-‘1부표’)와 함미(용트림 전망대에서 바라본 우측 능선 지점-‘2부표’)의 중간 지점이자 용트림 바위에 가까운 지점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이 철수한 뒤인 45일 함미와 함수를 인양하기 위해 투입된 해상크레인의 위치가 함수와 함미 침몰 지점으로, UDT동지회가 제3의 부표라고 지목한 곳에는 해상크레인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047KBS가 보도한 이른바 '3의 부표' 관련 뉴스

 

UDT동지회원들은 한 준위가 작업하다가 사망한 장소가 함수 침몰 지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지목한 실제 위치는 함수와 함미 침몰 지점 사이(용트림 전망대 바로 앞 지점)3의 부표였다. 이들은 함수와 함미 인양을 위한 해상크레인이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작업을 했기 때문에 함수와 함미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으며, 이들이 제3의 부표 지점을 함수 위치라고 지목한 것은 고 한주호 준위가 그렇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함수와 함미 위치의 경우 용트림 전망대에서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망원렌즈를 통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황현택 기자가 법정 제출 서면 증언에서 밝히기도 했다.

 

신상철 대표는 의견서에서 문제는 한주호 준위가 왜? 3의 부표가 설치된 그곳을 함수라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느냐인데, 그것은 역설적으로 한주호 준위가 진실을 말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 한 준위가 용트림 전망대 앞바다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 UDT동지회원들의 당시 증언(KBS 취재 당시)이 담긴 추모제 영상과 달리 함수 함미 인양을 위한 해상크레인이 들어온 위치가 달랐던 점에 착안해 KBS 취재팀이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 KBS 제작진의 증언이다.

 

박승규 당시 KBS 사회팀장은 20105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9차 회의에 출석해 추모제를 용트림 바위에서 UDT 동지회가 가졌는데, 용트림 바위 앞에 약 2km 정도 떨어진 빨간 부표가 있는 곳에서 저기가 고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곳이라면서 추모제를 지냈으며, UDT 동지회 회원들이 저 부표가 한 준위가 발견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한 얘기를 우리가 녹취를 했다그때 기자들이 조금 의문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45일 크레인이 들어와 함미의 위치와 함수의 위치 두 곳에 설치됐는데 UDT 동지회원들이 이야기하는 용트림 바위 앞 부표가 설치된 곳에는 크레인이 안 왔다그래서 기자들이 추모제를 지낸 UDT 회원들을 상대로 고 한주호 준위 사망한 곳이 저기이고, 함수의 위치가 있는 곳은 크레인 위치가 있는 곳과 다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취재)하는 과정에서 녹취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UDT 회원들은 용트림 바위 앞에 있는 부표 위치를 아마 함수 위치로 알고 진술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박 팀장은 현장에 작업을 했던 UDT 동지회원들은 3의 부표가 고 한주호 준위가 작업하고, 사망한 지점인 곳이고, 거기에는 구조물이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리포트를 하게 된 과정이라고 증언했다.

 

지난 201047일 방송된 KBS <뉴스9>. 함수, 함미, 3의부표 위치. 이미지=신상철 재판부 제출 의견서

 

지난 201047일 방송된 KBS <뉴스9> 'UDT동지회원 추모제' 장면

 

그 회의에서 함께 출석한 황현택 KBS 기자는 “(추모제를 지낸지) 이틀 있다 크레인이 들어오고 나서, 크레인이 들어왔을 때 UDT 동지회원 분들은 이미 백령도를 떠났다“‘크레인이 왜 저희가 본 적이 없는, 기존에 함수라고 생각하지 않은 지점에 들어와 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 것이라고 증언했다. 황 기자는 실제로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함수를 봤다고 하는 분들한테 전화를 해 저한테 화를 낼 정도로 확인과 확인을 거듭해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황 기자는 제가 보기에도 백령도 앞에 있는 부표와 군이 발표한, 함수로 확인된 위치에 서 있는 부표와는 한눈에 보기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상철 대표는 증인채택 4년 만인 지난 22일 법정에 출석한 이헌규 전 UDT동지회장의 증언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자신이 구조작업을 위해 바닷속에 들어가 연 해치의 생김새에 대해 신 대표가 제시한 잠수함 해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해치 모양은 모두 둥근 형태였다. 이 전 회장은 두 팔 벌려 한바퀴 돌만한 좁은 공간이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러나 검사와 재판장이 재차 확인 질문을 하자 둥근 모양인지는 모르겠다고 번복했다.

 

신 대표는 천안함 좌현 출입구에는 둥근 해치로 출입할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천안함은 우현으로 90도 누워있었으므로 좌현 선실쪽 출입구가 유일한 통로였으며 모두 대형 사각 해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이 해치를 열었을 때 해치가 완전히 180도 제껴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신 대표는 거주구인 선실 내부의 목재 출입문을 해치라고 표현하지 않는다외부 혹은 수밀격벽에 설치돼 완벽히 밀폐(tight)되는 금속제 구조의 출입문을 해치(hatch)라 한다. 해치 자체는 견고하고 무거우며 강력한 개폐장치가 달려 있다. 천안함 좌현 선실의 해치는 모두 대형 사각 해치로 열었을 때 안전이 보장되도록 완전히 제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해치의 한 유형. 사진=신상철 법정 제출 의견서

 

이와 달리 잠수함의 해치에 대해 신 대표는 완전히 제껴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데, 그 이유는 완전히 제껴질 경우 해치 무게로 인해 하부로 내려가면서 해치를 닫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하부로 내려가면서 해치를 닫을 수 있도록 통상 120도 정도의 기울기에서 멈추도록 설계돼 있으며 스스로 닫히지 않도록 시건장치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따라서 한 손으로 열었고, 완전히 제껴지지 않았다는 이헌규 전 회장 증언은 그가 천안함이 아닌, 다른 구조물 또는 그런 해치를 가진 수중함선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3의 부표 위치에서 작업한 헬기와 관련해 미 제7함대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에 유사한 헬기와 수송장면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신 대표는 한주호 준위가 사고를 당했을 때 미 함선의 산소탱크를 이용한 것 외에 미 해군이 천안함 관련 구조작업을 도왔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그들의 작업이 천안함 사고와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 밝히는 것이야말로 천안함 사고 원인규명의 나머지 반쪽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당시 뉴스에서 제3의 부표 장소에 대해 이 곳은 어제 해군이 길이 2미터의 파편 2개를 건져 올린 곳이기도 하다이 파편을 실은 해군 헬기는 백령도나 인근 바다에 떠 있는 독도함이 아닌 남쪽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신 대표는 의견서에서 3의 부표와 관련된 일련의 작업은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그럼에도 제3의 부표 하부에 또 다른 가라앉은 구조물의 존재 여부, 예비역 UDT 대원의 증언, 미 해군의 이해할 수 없는 작업 등 그 어느 하나도 국방부에서 공식 발표하고 해명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 없다의구심이 가는 모든 관련자에 대해 신문이 이뤄져 진실이 펼쳐질 수 있도록 헤아려 달라고 촉구했다.

 

2010423일 인양된 천안함 함수 좌현의 선실 해치(표시한 부분). 사진=신상철 법정제출 의견서

 

KBS가 제3부표 부근에서 이동중인 것이라고 보도한 헬기. 뉴스화면 캡처

 

 

성완종 리스트, 결국 죽은 사람 거짓말로 결론 7.2 미디어오늘

검찰, 김기춘·허태열 등 공소권 없음 결론 내려정권 코드 맞추기 수사 비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됐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특별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특별수사팀은 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49일 목숨을 끊은 뒤 주머니에서 정치인들의 명단과 돈 액수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고,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불법 정치 자금을 정치인에게 뿌린 정황을 털어놓으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정치권의 핵폭풍이 됐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메모지에 적혀 있던 8명 중 2명만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혐의를 찾을 수 없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도 언론이 집중 의혹을 제기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언론이 불법정치 자금 수사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새누리당은 성 전 회장의 인간성을 운운하며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로 보면 성 전 회장이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10만달러 김기춘이라는 적혀 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언론의 주요 검증 무대에 오르면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말을 바꿨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공소권 없음으로 나왔다. 성 전 회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지난 2007년 리베라 호텔에서 한나라당 경선자금 7억원을 수차례 현금으로 건넸다고 폭로했지만 서면 조사를 진행했을 뿐 관련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의 핵심은 홍문종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혐의 입증에 있다는 것이법조계의 평가였다. 홍 전 사무총장의 혐의가 입증되면 그가 받은 불법 정치 자금은 곧 대통령 불법 대선 자금이 되고 정권의 정통성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홍 전 사무총장에 대해 "(2012) 대선 때 홍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성 전 회장은 회계처리가 안된 돈이라면서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도 말했다.

 

불법정치자금이 대통령 선거에 쓰였다면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당시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올 경우엔 정권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홍 전 사무총장은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언론은 대선 직후 홍 전 총장의 재산이 증가했고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홍 전 총장은 허위 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 의사까지 밝혔다.

 

애초부터 홍 전 사무총장의 혐의를 밝혀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홍 전 총장이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는데 홍 전 총장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시킨 것이다. 또한 이번 검찰 수사 결과의 문제점은 정권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420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국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8명에 대한 메모가 있기에 (수사의)출발점이지만, 특정인이 기재한 특정인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 자금 전반에 대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여러 가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야당을 포함한 정치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를 지시한 것이어서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후 조선일보는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내역을 담은 장부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검찰은 하지만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성완종 특별사면 논란을 제기하면서 노골적으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연막 작전을 펼쳤는데 이에 화답해 특별수사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요청을 받고 건평씨가 특사를 부탁했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 5억원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공소시효를 넘겨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재화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건평 수사는 리스트에도 없었고 특별사면이 200712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혐의가 있다고 해도 공소시효 7년이 지났기 때문에 애초부터 검찰은 공소권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리스트 6인에 대해서는 계좌추적도 하지 않았는데 노건평씨를 소환조사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또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선 2013년 당대표 경선 시기 3천만원을,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선 20124월 총선에 앞두고 2천만원을 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수사팀을 해체하겠다면서도 두 사람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친박 실세가 아니고 혐의가 입증이 되어도 정권에 큰 타격이 없다는 점에서 수사에 부담이 적었고,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구체적인 금품 수수 정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수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노컷뉴스

 

검찰이 정권 코드에 맞춰 수사를 했다고 보는 이유도 정치 전반에 대한 수사로 보이지만 철저히 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실세들의 혐의 입증에는 눈을 감고 끼어넣기식으로 여야 정치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의 금품 수수 혐의 입증에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인터넷에선 "성완종 리스트 수사하랬더니 노무현을 수사한 떡검", "결국 실세에겐 면죄부, 앞으로 자살하려면 뭐 남기지 말고 조용히 혼자 죽어라, 살아있는 가족, 친구들 괴롭게 된다는 경고", "성완종은 왜 죽은걸까"라며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이 새롭게 밝힌 것은 없다. 언론이 이미 보도한 내용 수준으로 홍준표, 이완구 두 사람을 어쩔 수 없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 수사할 의지도 실적도 없었다"이라며 "성완종 리스트의 본질은 친박 실세 인사의 불법 정치 자금인데 홍준표와 이완구 두 사람만 기소하면 여당 쪽 비난이 예상되니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끼워넣고 야당 표적수사 반발이 나오니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까지 넣어서 정치적 타격이 없는 인사를 상대로 수사를 하고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침에 충실했던 성완종 수사대선자금은 '아몰랑' 7.2 노컷뉴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적힌 8명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인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윤성호 기자)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81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석 달여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시작은 올해 3월 검찰의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 부실한 자원외교 수사를 전담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318일 경남기업 본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첫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 6일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이었다.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성 전 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날 경영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검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 유전개발과 관련해 에너지 공기업들을 속여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검찰 측의 논리에 대해서도 경남기업의 적극적인 해명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것 같았다.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집요했다. 압수수색 이후 진척이 없던 것 같던 검찰수사는 41일 성 전 회장의 부인을 전격 소환하면서 성완종 전 회장의 개인비리 사건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은 부인을 소환한 지 이틀 뒤에는 성 전 회장을 소환했고, 소환 후 이틀만에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성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남겨 놓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기자회견 뒤 변호인과 만나 다음날 있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대책을 논의한 성 전 회장은 다음날 아침 자택을 빠져나가 종적을 감췄다.

 

'성완종 리스트'의 등장과 검찰 수사 착수

9일 새벽 성 전 회장이 유서를 남긴 채 행방불명 되고 1030분으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검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경찰이 북한산 일대에 대한 대규모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좀처럼 성 전 회장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유서를 남기고 행방이 묘연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일각에서 성 전 회장이 위장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하던 오후 330분쯤 경찰은 북한산 형제봉 인근서 목을 매 숨진 성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검찰수사에 몰린 자수성가형 기업가의 극단적 선택 정도로 보는 게 언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경향신문이 자살 직전 성 전 회장과 가진 전화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성 전 회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권실세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 이완구 전 총리에게는 재보궐 선거에서 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 시절 조직총괄본부장을 역임했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을 현금으로 건넸다고 밝힌 뒤,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암시를 남겨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경향신문 보도와 함께 검찰은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포함해 8명의 여권 실세 이름과 옆에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유력 정치인들 (자료사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등장이었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지 이틀 뒤인 412일 대검찰청은 간부회의를 열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공식 선언한다. 검찰은 문무일 검사장(대전지방검찰청장)을 팀장으로, 구본선 대구서부지청장을 부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조직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 이완구·홍준표 정조준, 재보선 앞둔 정치권에 등장한 '사면 로비' 논란

특별수사팀은 꾸려졌지만, 수사팀 앞에 놓은 장애물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번 파문의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을 조사할 수 없다는 현실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현 정권 최고 권력들을 뇌물죄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서 공여자의 진술 확보는 필수적이었지만 성 전 회장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 하는 검찰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결국, 수사팀은 가장 먼저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의 자금 흐름,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성 전 회장의 동선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복원하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의 행적과 돈 흐름을 재현해 내서 직접적인 진술보다 더 객관적으로 금품수수 사실을 증명해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수사팀은 꾸려지자마자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용기 비서실장을 불러 성 전 회장의 동선복원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415일 경남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돈 흐름의 복원작업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수사팀의 기초작업에 시간이 길어지면서 언론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소문과 루머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17일에는 조선일보가 '성완종 리스트' 등장 인물 외에 여야 인사 14명이 적힌 장부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하자 문무일 팀장이 "수사팀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에 의해 꾸준히 의혹이 제기됐던 '성완종 비밀장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사팀은 자료들을 폐기하다 적발된 경남기업 임직원들과 성 전 회장 측근들을 구속기소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올렸지만 정작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팀의 신중한 행보 가운데 의혹 당사자들 측에서는 끊임없이 '말맞추기', '증거인멸' 정황들이 발견됐다. 수사팀의 최우선 목표로 지목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측 사람들이 주요 증언자나 목격자들을 어르고 때로는 특정진술을 강요한다는 정황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4.29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시작된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번져나갔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재보선을 하루 앞둔 28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해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이라며 이에 대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검찰에 대한 수사가이드라인이라는 비판 속에서 4.29 재보선이 치뤄졌고 결과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완구·홍준표 소환 하지만 나머지 리스트 인물들은

여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치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자 특별수사팀의 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수사팀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돈을 건넬 당시 상황이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진술 없이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두 사람에게 돈이 건네질 당시의 시점과 장소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자료사진)

 

한때 홍준표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수사팀은 이완구·홍준표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 시점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행보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돈이 건네진 선거사무실에 출입하던 수 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있었고, 홍준표 지사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아 건넨 경남기업 임원 윤모씨가 있었지만 다른 리스트 등장인물 6인들에게는 구체적인 정황도 증인도 전무한 실정이었다.

 

맥빠진 수사 막판, 사면 특혜 수사에 정권 눈치보기 비판도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고 잠시 소강상태였던 수사팀은 517일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세탁소로 알려진 서산장학재단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리스트 인물 6인에 대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리스트 인물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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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홍준표 '대선자금 수사 회피나만 희생양'

 

언론에 수사팀이 이완구·홍준표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끝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수사팀은 리스트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624일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소환하면서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한 수사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또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며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 출석을 통보했지만 두 사람 모두 소환에 불응하자 전격적으로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정의화도 보기 싫다? ‘주최자국회의장 따돌린 청와대 뒤끝 7.2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5개 중견국가 협의체(믹타·MIKTA)’ 회의를 위해 방한한 멕시코 인도네시아 호주 상원 의장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5개국 국회의장단접견 자리에 주최자국회의장 쏙 빼

애초 계획 바꿔 초청 안해국회법불편한 심기 탓 해석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5개 중견국가협의체’(믹타·MIKTA) 국회의장들을 접견하는 자리에 정작 주최자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불참했다. 청와대가 이날 정 의장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서 불거진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불편한 관계가 외교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믹타 국회의장단 소속인 미겔 바르보사 멕시코 상원의장과 이르만 구스만 인도네시아 상원의장, 스티븐 패리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상원의장 등을 만났다. 믹타는 한국과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오스트레일리아 5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주요 7개국(G7)과 신흥경제국(BRICs)에 속하지 않는 중견국가들의 모임이다. 믹타 국회의장단은 지난 1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세계의 미래를 위한 의회의 주도력을 주제로 행사를 열고 있다.

 

애초 박 대통령은 믹타 국회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 의장이 참석하는 오찬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번주 들어 접견으로 행사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멕시코·인도네시아·호주 국회의장 등 3명만 청와대로 초청하고, 정 의장은 배제했다. 청와대와 국회의장실은 외교 관례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국회법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행정부 수반과 같은 급이다. (청와대로) 안내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애초 오찬을 검토했다가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취소했는데, 접견이라도 해달라는 의장실 쪽 요청이 있어 대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쪽은 정 의장을 초청하지 않은 데 대해 의장실과 논의했는데, 관례상 국회의장이 접견을 안내하지는 않아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주 갑자기 생긴 대통령의 다른 일정에 대해선 비공개 일정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공식일정은 믹타 의장단 접견이 유일했다.

 

한국은 20139월 유엔 총회 당시 믹타 결성을 주도했고, 믹타 국회의장단 회의는 정 의장이 주최한 행사다. 지난 521일 믹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배석한 바 있다. 국회의장실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정 의장을 초청하지 않은 데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노코멘트’”라면서도 예측해 보면 알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부자의 메르스 vs. 빈민의 메르스, 다르다! 7.2 프레시안

[서리풀 연구]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건강 불평등

불평등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일단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은 일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열을 올리는 빈곤층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건강 불평등을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가 옆 동네보다 사망률이 높다고 적힌 지도를 본다 해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구에서 가장 낮은 구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이 사망한다는 설명이 붙어도, 조금은 충격적이겠지만 역시 잠시 뿐, 곧 내 일이 아닌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지역의 일, 혹은 어떤 집단의 일일 뿐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이 몸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경로 또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평등은 결코 빈곤하거나 특수한 집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기울어진 경사면(gradient)과 같다.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위원회'가 건강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한 3대 총괄 권고안 중 첫 번째가 바로 '일상적인 삶의 조건 개선'이다. (관련 자료 : Closing the gap in a generation) 이는 건강 불평등의 개입 지점뿐만 아니라 발생 지점 또한 그리 거창한 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물론 그것들을 해결하는 일이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너무 일상적이라서 오히려 그러한 불평등의 문제에 무뎌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찬찬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위기는 한 사회의 취약 지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 한국 사회를 덮친 메르스 사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제도와 정책 차원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의사 소통의 실패였다. 정부 내, 혹은 정부와 의료 기관 간의 의사 소통 문제는 많이 언급되고 있으니 여기에서는 그보다, 그 동안 불확실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보의 홍수와 소통의 혼란 속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의 일상에 눈을 돌려보자. 이 안에서는 과연 불평등이 없었을까?

 

사회에 어떤 공중 보건 위기가 생기게 되면 인구 집단을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사용된다. 감염성 질환 유행의 경우 감염 실태 보고, 감염원에 대한 지식 제공, 예방과 대응 지침 홍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메시지를 받고, 정보에 접근하고, 지침을 이해하며, 이를 행동에 옮기는 역량에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이를 커뮤니케이션 불평등이라 정의하게 된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리사 린(Leesa Lin) 연구 팀은 2009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H1N1) 유행이 있었던 시기에 수행된 커뮤니케이션 관련 118개의 연구를 종합하여 커뮤니케이션 불평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관련 자료 : What have we learned about communication inequalities during the H1N1 pandemic :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1) 광고 캠페인이나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신종플루에 대한 지식 수준을 높이고, 질병에 대한 우려(감정), 심각성과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인다.

2) 신종플루에 대한 지식, 질병에 대한 우려, 심각성과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권고된 예방 행동의 효과 및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와 연관된다.

3) 권고된 예방 행동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신뢰하는 태도를 가질 경우 예방 접종이나 손 씻기 등 위생 지침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교육 수준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신문이나 인터넷과 같은 다른 수단보다는 텔레비전에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소득 수준이 높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관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가졌다. 결과적으로 위생 지침과 사회적 거리 두기(밀폐된 복잡한 장소에 가지 않기) 등 예방적 행동을 따르는 것도 높은 사회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 불평등의 구조적 영향 모델. 리사 린 등의 연구에 제시된 그림을 수정하였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요약하면,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공중 보건 위기 상황에서 사회 경제적 수준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접근하는 정도와 얻게 되는 지식 수준에 불평등이 있고 그 결과 예방 수칙이나 대응 방법에 대한 태도와 신뢰에 영향을 미쳐 결국 이를 따르는 정도에도 불평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건강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이번 메르스 사태 속에서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는 아는 사람 중 의료인이 있어서, 혹은 빠르게 정보를 수집할 능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갈 수 있는가 하면, 텔레비전만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불안해하는 사람, 생업이 바빠 저녁 뉴스마저도 잘 볼 수가 없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으로만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집에 인터넷은커녕, TV, 신문도 없는 가난한 이웃들은 어떻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사회적 요인에 따라 생기는 불평등에는 당연히 이를 보완해줄 제도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면 보다 접근이 취약한 곳에 정보가 잘 전달되고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아프지 않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때는 건강 불평등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서 드러나듯,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내가 무엇에 노출되는지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가 달라진다면 건강 불평등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만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더 민감하게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광역단체장 직무 평가, 박원순 61위는? 7.2 프레시안

홍준표는 '잘못한다' 1위 불명예유정복도 부정평가 높아

지난해 6.4 지방선거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각 광역단체장들이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주민들에게 물은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민선 6기 단체장들 가운데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 자천 타천으로 차기 대권주자 레이스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많기 때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일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주민들로부터 '잘한다'는 평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울산이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해 시민들은 '잘하고 있다' 73%, '잘못하고 있다' 11%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잘한다' 2위는 안희정 충남지사(65%. 잘못한다 11%)였고, 그 다음이 김관용 경북지사(62%/13%), 최문순 강원지사(60%/18%), 이시종 충북지사(57%/17%) 순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6%'잘한다' 순위 6위를 차지했다.

 

단 박 시장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30%나 나와, 부정 평가가 높은 순위에서도 5위에 들었다. 수도 서울의 단체장이라는 면에서 언론 노출이 많은 점, 새누리당이 '박원순 검증 특위'를 만들 정도로 집중적 견제를 펼친 점(관련 기사 : 새누리, 박원순 겨냥 '검증 특위' 띄운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잘못한디' 순위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49%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37%로 그 뒤를 이었다. 홍 지사는 '잘한다' 순위에서는 꼴찌에서 2(38%), 유 시장은 꼴찌(32%)였다. 조사 대상 16명의 단체장 가운데,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은 경우는 이 두 명뿐이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잘하고 있다' 48%, '잘못하고 있다' 20%로 집계돼, 최근 이재정 경기교육감과의 연정 실험이나 메르스 사태에서의 역할이 언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직무수행 만족도는 비교적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17개 단체장 평균은 '잘하고 있다' 51%, '잘못하고 있다' 25%였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 단체장은 남 지사와 홍 지사, 유 시장 외에 송하진 전북지사(48%), 서병수 부산시장(44%), 윤장현 광주시장(43%), 권선택 대전시장(39%) 등이었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이 평균치보다 높게 나온 단체장은 홍 지사와 유 시장 외에 권선택 시장(35%), 원희룡 제주지사(32%), 윤장현 시장(31%), 박원순 시장(30%), 서병수 시장(27%) 등이었다.

 

갤럽이 자체 시행한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무작위걸기(RDD) 표본에서 추출한 전국 성인남녀 2896(각 시도별 45~5035)을 대상으로 지난 6개월간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시도별 ±1.4~14.6%포인트, 응답률은 16%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국 8권역 및 성·연령대 특성 비율에 따라 사후 가중처리해 보정됐다. 시도별 조사 인원이나 표본오차 등은 조사기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미국판 일베가 키운 백색테러의 씨앗 7.2 시사인

백인우월주의자 청년이 흑인교회에 난입해 목사와 신도 9명을 죽였다. 백인우월주의 사이트에는 범죄자를 탓하기는커녕 영웅시하는 글이 빼곡했다. 2, 3의 백색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이 일을 해야 한다. 당신들은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당신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 지난 617,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 난입한 딜런 루프(21)는 이같이 외치며 목사와 신도 9명을 사살했다. 미국 인종차별 감시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 하이디 베이리히 정보국장은 ABC 방송에 나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향해 가장 흔히 내뱉는 말이 당신들이 백인 여성을 강간한다이다라며 딜런 루프가 백인우월주의자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루프는 백인우월주의의 산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는 게 대다수 미국인의 생각이다. 루프가 보여준 일련의 언행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언행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한 최후의 로디지아인이라는 웹사이트가 단적인 예다. ‘로디지아는 현재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일부 지역에서 소수 백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때 사용했던 이름이다. 흑인 차별의 대표적인 단어로 통한다. 이 사이트에는 2500자로 된 선언문이 나와 있는데, 흑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걸 부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 인종차별의 상징이자 백인우월주의자의 증표인 남부연합기를 흔드는 이미지도 나온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중에는 한때 흑백 차별 정책을 실시해 전 세계의 지탄을 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기 문양이 박힌 재킷을 입은 모습도 있다. 백인우월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증표다.

 

AP Photo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한 딜런 루프(왼쪽에서 두 번째)617일 경찰관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루프는 백인우월주의자의 특징을 보인다.

 

현재까지 루프가 백인우월주의자나 단체 등과 직접 연계됐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백인우월주의 단체 보수시민협회(CCC)’를 소개하면서 이 단체 웹사이트에 실린 흑인들의 백인 살인 만행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고, 뭔가 잘못돼 간다고 느꼈다. 흑인 수백명이 백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을 무시한 채 언론이 트레이번 마틴 피살 사건(20122월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이 백인 방범대원 조지 짐머먼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만 떠들 수 있을까?”라고 썼다.

 

미국 내 인종 혐오 그룹, 오바마 당선 뒤 급증

보수시민협회는 미국 내 최대의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통한다. 현재 회원이 15000명으로 추산된다. 그 전신인 미국시민협회(CCA)의 역사는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시민협회는 20세기 초 흑인에 대한 테러를 일삼던 백인 비밀결사 조직 KKK의 간부 출신 고든 바움이 만든 조직이다. 1985, 그가 지금의 보수시민협회로 이름을 바꿔서 재창설했다. 이들은 미국은 흑백 결혼을 반대하며 흑인은 열등한 인종으로 간주하고, 웹사이트의 한 섹션을 흑인에 의해 살해된 백인을 조명하는 데 할애한다. 남부빈곤법률센터 측은 보수시민협회 사이트는 흑인에 의한 백인 범죄 문제를 우파 세력에게 전파하는 촉매제 구실을 했다. 루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파놓은 토끼구멍으로 돌진하다 마주친 첫 관문이 보수시민협회 웹사이트였다라고 지적했다.

 

루프의 범행 이후 미국 사회에는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잇따른다. 하지만 제2, 3의 루프가 나올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백인 외 타 인종을 극도로 혐오하는 인종 증오 그룹은 여전히 득실댄다. 남부빈곤법률센터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 전역에는 인종 혐오 그룹 784개가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그 수는 2008년 대선에서 흑인인 오바마가 당선된 뒤 급증했다. 특히 루프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만 19개가 존재하는데, 보수시민협회도 그 가운데 포함돼 있다.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온라인상에 각종 백인우월주의 사이트가 생겨난 것도 그들의 성장에 안성맞춤이었다. 현재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사이트로 스톰 프런트데일리 스토머가 꼽힌다. 스톰 프런트의 경우, 루프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직후 14만 이상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웹사이트에는 그를 탓하기는커녕 영웅시하는 글이 빼곡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들 웹사이트에서 인종 증오적 폭력행위를 부추기는지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실제로 20132월 흑인 교도관에 대해 폭력을 유도한 혐의로 백인우월주의자 윌리엄 와이트를 체포하고 기소한 바 있다.

 

EPA 6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민운동가가 남부연합기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백인 보수층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그릇된 행태가 백인우월주의자의 성장을 방조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루프 사건을 계기로 보수시민협회의 얼 홀트 회장이 공화당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랜드 폴 상원의원,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등에게 상당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이 들통 났다. 만약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정치인들은 백인우월주의자나 관련 단체의 정치헌금을 스스럼없이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공화당 하원의 권력 서열 3위로 알려진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가 2002년 한 백인우월주의 단체에서 초청 연설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21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인종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의사당에 걸린 남부연합기를 철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아마존과 이베이·구글 등 일부 업체에서 남부연합기를 퇴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200년 넘는 미국 역사에 뿌리 깊이 박힌 만큼, 갈 길이 멀다. 1960년대 민권운동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흑인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해도 루프 사건과 같은 백색 테러의 위험은 상존해 있다. 흑인 작가 토레인 워커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금도 모든 연령층에서 수만명의 딜런 루프가 가족과 미디어, 그리고 사회제도가 만든 백인우월주의라는 음식을 먹으며 미국 곳곳을 활보 중이다라고 말했다.

 

 

돈과 패거리 권력에 문학이 더럽혀졌다 7.2 시사저널

거대 출판사와 스타 작가 카르텔신경숙 표절 사태 일파만파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전설> )

 

신경숙 소설가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 616일 한 작가가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장문의 글이 한국 문단을 뒤흔들었다. 모두가 쉬쉬해왔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신경숙이 일본 극우 작가의 소설을 베껴서 글을 썼다는 데 대해 대중은 분노했다.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후폭풍은 엄청났고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신경숙 표절 사태는 단순한 작가 개인의 표절 문제를 넘어 문단권력의 해체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숙 표절 논란에 만신창이신세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은 616일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서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분을 그대로 따왔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문단과 독자는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에는 유명 작가의 표절 논란이 제기돼도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신경숙의 표절 관련 기사와 내용이 무한대로 전파됐다. 특히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등 신경숙의 과거 작품들에 대한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전 방위로 확산됐다.

 

한국 문학의 가장 빛나는 별이었던 신경숙 작가는 이번 표절 사태로 만신창이가 됐다. 22세가 되던 1985문예중앙에 소설 <겨울우화>가 당선된 이후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현대문학상·만해문학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문학상을 휩쓴 것은 물론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깊은 슬픔> <외딴방>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최단 기간에 200만부나 팔렸고 해외 36개국 언어로 번역·출간되었을 정도다. 그해 신경숙은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며 문단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사랑은 616일 이전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문제는 신경숙 작가와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었다. 한글만 읽을 수 있다면 누가 봐도 표절인데 해당 작가와 출판사가 부인을 한 것이다. 결국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신경숙은 617일 창비에 보낸 이메일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대상 작품인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을 알지 못한다고 표절을 부인하면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도 같은 날 문학출판부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작가를 두둔하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을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독자들은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작가를 향해서는 복사기를 뜻하는 신도리코냐며 비아냥거렸다. 창비와 관련해서도 “‘창작과 비평이 아니라 표절과 두둔’”이라며 창비의 실질적 오너인 백낙청 편집위원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결국 출판사와 작가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창비는 618일 강일우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숙은 표절 논란이 인 지 일주일 만인 6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내 탓이다. 무엇보다 내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사과 이후 창비는 단편 <전설>이 수록된 단행본 <감자 먹는 사람들>의 출고 정지를 결정했다.

 

김지하 시인 시사저널 이종현

 

유명 문인 표절 시비 고질적 관행

신경숙뿐만이 아니다. 표절 논란은 한국 문단에서 오래된 고질적 관행이었다. 과거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작가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문제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여론이 시들해지면 표절 여부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생산적 담론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교훈도 없었다.

 

한국 문단의 표절 사례는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최근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인 저항 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 엘뤼아르의 시 <자유>를 표절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황석영 작가는 2010년 발간한 소설 <강남몽>이 월간지 신동아의 인터뷰 기사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황석영의 단편소설 <아우를 위하여>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8년 발간된 조경란 작가의 장편소설 <>는 신인 소설가 주이란 작가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주 작가는 당시 저는 영혼을 도둑맞았다고 강력 반발했다. 1992년 작가세계문학상 1회 수상작인 이인화 작가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수상과 동시에 표절 논란을 불러왔다.

 

표절 논란은 최근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왜일까? 문학평론가인 정은경 원광대 교수는 신경숙의 표절 의혹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창작 방법이 실생활을 도외시하고 책상 위에서 이뤄지는 필사와 같은 기능 훈련으로 흘러버린 데도 원인이 있다모니터 앞에서 세련된 문장 만들기 차원의 글쓰기 경향은 200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계 빈곤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 문학은 위기론을 넘어 멸망론이 나올 정도다.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은 신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상단은 자기계발서나 힐링류의 에세이가 차지한 지 오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베스트셀러 상단 종합 20위권에 국내 소설은 전무했다. 국내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138?10월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마지막이다.

 

신경숙 표절 논란은 급기야 문단권력의 해체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이 스타 작가에 의존하고 자본의 논리를 충실히 따를 경우 비슷한 사태는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 노혜경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경숙 팬들에겐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신경숙의 소설들은 한국 문학이 고된 시간을 견디며 조금씩이나마 전진해왔던 문학으로서의 본령을 무너뜨린 폐허 위에 우뚝 솟은 돈벌이 상품이라며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은 결국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문학의 본령을 더럽힌 저 세(문학과지성·문학동네·창비) 메이저 문학출판사의 편집위원들이 제일 먼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석영 소설가, 조경란 소설가 연합뉴스

 

창비·문동·문지 등 문단권력 해체 시급

지난 623일 오후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서울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처음 열린 공개 토론회였다. 아쉬운 것은 대형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대학교수들만이 자리를 메웠다는 점이다. 메이저 출판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유명 문인들과 평론가들이 철저히 침묵한 것과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핵심은 문단권력의 카르텔 구조였다. 메이저 출판사, 스타 작가, 주례사 평론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표절 문제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실제 문학평론가 정문순은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 기고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1995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에 실린 단편 <전설>은 명백히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 <우국>의 표절작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과 거의 유사한 문제제기였지만 그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경숙의 주요 작품을 낸 창비·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출판사들과 소속 평론가들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신경숙의 작품 중 <풍금이 있던 자리>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외딴방> <리진> <깊은 슬픔> <바이올렛> <종소리>는 문학동네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 <엄마를 부탁해>는 창비에서 각각 출간됐다.

 

이 때문에 신경숙 표절 논란의 배후에 있는, 이른바 돈 되는 스타 작가를 보호해온 문단권력의 출판상업주의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신경숙 표절 사태는 한국 문학이 돈과 패거리 권력으로 무장되어 경과했던 십수년의 실험이 어떤 희망 없는 변곡점에 도달한 사건이라며 치매 상태에서 집을 나가 행적을 알 수 없는 것은 신경숙 소설 속의 엄마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 문학’”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한국 문학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는 욕망과 대형 출판사들이 연합해 한국 대표 작가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신경숙 신화의 실체라며 예전에는 문학적 색채를 가지려고 노력해왔던 창비·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가 지금은 출판상업주의의 아성이 됐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을 바꾼 70대 기술성과 7.7 주간경향

미래부, 광복 70년 맞아 선정공병우 타자기부터 4G ‘와이브로까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광복 이후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과에는 과학기술이 큰 기여를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광복 이후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해 온 과학기술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대표성과 70을 선정해 최근 공개했다.

대표성과들은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표성과선정위원회가 선정했다. 지난 70년간의 성과 중 국가 경제발전 기여도가 큰 과학기술 성과를 중심으로 선정하되, 개인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의 연구성과(5)도 포함됐다. 각 시대별 대표성과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시대상과 과학기술의 발전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광복 전후인 1940~1950년대는 과학기술의 태동기였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기술 육성이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뛰어난 몇몇 과학자들의 성과에 의존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성과로는 현신규 박사의 산림녹화 임목육종이 꼽혔다. 국내 임목육종학 분야의 선구자인 현 박사는 해충과 추위에 강하고 재질이 우수한 리기테다소나무 종과 생장이 빨라 목재자원의 빠른 확보가 가능한 은수원사시나무 종을 개발했다. 한국전쟁 후 잿더미가 된 국토를 산림으로 녹화하는 데 기여했다. 리기테다소나무는 한국에서 온 기적의 수종으로 미국에서도 극찬받았다. 미국 임목육종학 교과서에는 아직도 이 수종 사진이 실려 있다.

         

 

기적의 수종리기테다소나무 극찬

당시 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참치잡이 기술’, 일명 공병우 타자기로도 불리며 한글 기계화에 기여한 기계식 한글타자기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1960년대는 배고픔과 가난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업과 공업분야에서 다양한 기초연구들이 진행됐다. 농업 부문에서는 우장춘 박사의 배추 품종 개발이 대표적인 성과다. 우 박사는 키가 작고 크기와 모양이 불균일한 재래종 배추에 중국 배추의 장점을 교배해 속이 꽉 차고 크기가 크며 해충에 강한 원예1배추를 개발했다.

우 박사의 배추는 한국전쟁 이후 무너진 채소 자급기반을 마련했고, 굶주린 국민들을 구제하는 데 기여했다. 우 박사는 배추품종 개발소재 및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세계적 수준의 육종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화학장치산업 발전의 모태가 된 화학비료 생산기술’, 섬유업계의 혁신을 부른 나일론 생산기술’, 당시 금성사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라디오 ‘A-501’ 등이 대표적인 성과다.

 

1970년대는 자동차·조선, 토목건설 등 중화학공업 육성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국내 첫 독자적 자동차인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대표 성과다. 포니 개발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 자동차 모델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90% 이상의 부품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본격적인 자동차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 등 해외로 첫 수출된 국산 자동차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 교통·물류에 혁신을 가져온 경부고속도로’, 식량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한 통일벼기술 등이 대표성과로 선정됐다.

       

 

 

우리별 인공위성과 인간형 로봇 휴보

1980년대는 민간 부문의 연구와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오늘날 정보기술(IT) 강국의 근간이 되는 성과들이 쏟아졌다.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성과로 꼽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공동연구로 1986년부터 반도체 개발에 착수해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협력하여 16메가(M)디램, 64메가디램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적인 강국이 됐다. 국산 제품 중 단일 품목으로는 메모리 반도체가 여전히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호왕 박사가 개발한 유행성출혈열 백신인 한탄바이러스 백신도 대표적인 성과다. 유행성출혈열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명이 감염되고, 그 중 7%가 사망하는 질병이었다. 이 박사는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바이러스를 한탄강 유역의 들쥐에게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1989년에 예방백신인 한타박스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는 통신, 생명공학 기술과 우주·원자력 등 거대과학기술 개발 노력이 본격화된 시기다. 통신 분야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가 대표적인 성과다. CDMA는 이동통신의 수요 폭증에 대비해 통화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수십배 증가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통신기술이었다. CDMA 개발로 국내 통신기술은 단숨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오늘날 4세대(G) 이동통신 등 세계 이동통신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국내 기술로 제작한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인공위성’, ‘한국표준형 원전 설계기술등이 대표성과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의 신기술과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는 시기다. 국내 최초 글로벌 신약인 팩티브’,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국내 기술로 개발한 4G 이동통신기술인 와이브로등이 대표성과다.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 ‘대한민국표준시(KRISS-1) 제정등도 21개 대표성과에 포함됐다

 

왜 그들은 말할 수밖에 없었나 한겨레21 6.30

  

진보 칼럼니스트 등으로부터 맞았다는 폭로에 제2, 3의 폭로 이어져데이트 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내면화한 ‘2차 가해많아, “그것은 연애가 아니라 폭력이야라고 말하는 소리에 귀기울여야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폭로가 있었다.

저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A씨와 연애를 하였고, 그동안 여러 차례 구타당한 사람입니다.” 한 여성이 619일 블로그에 쓴 글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멍이 들 정도로 맞은 일이 몇 차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한겨레21>을 포함해 여러 매체에서 진보적 글쓰기를 해온 젊은 칼럼니스트다. 미디어비평 웹진 <미디어스>의 기자이기도 했다. 그의 친구들, 그의 글에서 많은 의미를 추출하며 읽어온 여러 사람들을 아연케 하는 내용의 폭로였다. 이후 A씨가 사실관계를 해명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발표하자 이 여성은 그 해명의 폭력성을 다시 지적하며 이름은 ○○○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고 조금 더 구체적인 폭로를 했다. A씨는 다시 단서 조항을 달긴 했지만 사과하고 글쓰기 등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폭로가 이어졌다. 이틀 뒤인 621일 또 다른 진보 논객 B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B씨는 혐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622일엔 노동운동가 출신인 C씨로부터 4년간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가 나왔다. 역시 이 폭로에 대해서 C씨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성인들의 교제였다” “교제하는 사람이 당당하도록 노력했다” “폭로를 당하는 당사자가 되어보니 끔찍하다등의 해명을 내놓고 피해자에게 특정 부분을 지워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당장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폭로 그리고 폭로

이 세 건의 폭로가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데이트 폭력 경험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반추는 또 다른 폭로로 이어졌다. 폭로가 폭로를 낳았다. 한 여성은 웹툰 작가 D씨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다. 여성이 D씨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전 D씨가 자백하고 사과함에 따라 가해자가 밝혀졌다. 여성은 D씨가 밝힌 사실관계 가운데 틀린 점을 수정한 뒤 앞서 데이트 폭력이라든지, 여러 부조리한 문제에 대해 먼저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얘기 꺼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고맙고, 또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먼저 밝혀준 세 여성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남성잡지 <맥심> ‘맥심 콘테스트에서 맥심걸로 뽑힌 E씨 역시 트위터에서 소름 끼치게도, 나에게 데이트 폭력을 휘둘렀던 미술가 F는 멜로드라마 마니아였다. 데이트 폭력이 그 사람 머릿속에선 로맨스였을 거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고 데이트 폭력의 기억을 꺼냈다. E씨는 자신에게 오는 각종 성희롱 전자우편이나 메시지 등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죄다 고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메일로 팬레터를 가장한 장문의 성희롱을 받거나, (나를 보며 어떻게 자위를 했고 어쩌고 등등) SNS로 정신병자에게 협박 스토킹을 당하거나 ()했던 일이 빈번했다. 여성으로서 사는 삶이 이래도 남성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나? 이제까지 그러려니 했던 이런 메시지들 이제 하나하나 신고 넣겠다고 썼다.

 

꽤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공간에서의 폭로를 응징복수로 이해하지만 자신의 피해 경험을 모두가 알게끔 이야기하는 단계에서 이 폭로는 여성 본인에게는 치유이자 각성이다. C씨와의 4년을 고백한 여성은 ○○○씨와 ○○씨의 글을 읽으면서 지하철역에 선 채 손을 떨며 울었습니다. 당시 끔찍했던 감정들이 되살아났습니다. 피해 사실을 잊으려 노력하며 살았지만 실패했으며, 그것이 또렷한 상처로 살아 있음을 저는 그날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라며 지난 4년간 제가 매 맞는 아내 혹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심리 상태였음을 앞선 두 분의 폭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4년간의 관계와 시간이 기울어진 남녀관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시간이었음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가정 안에서 많은 여성들이 겪어왔고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진보 논객으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지난주 잇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트위터 갈무리

 

응징·복수 아니라 치유·각성

지금 고발되고 있는 통로로 사용되는 SNS라는 경로가 파행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남성들이 원하는 얌전하고 순응적이고 법을 지키는 모범생의 방식으로는 이 문제는 드러낼 수 없다. 사회화되고 남성화된 법의 언어로 그 고통을 설명할 수도 없고, 법의 언어로 이해될 수도 없는 고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희정 </성이론> 편집위원

 

D씨의 성추행을 떠올린 여성은 자신의 지난했던 20년간의 가정폭력 경험을 고백했다. 7년간 사귀며 가정폭력 사실을 유일하게 털어놓았던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내가 이런 집안 사정을 얘기하면 위로해주기보다는 고작, 그런 폭력 집안의 딸로 여겨 나를 업신여기거나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끊임없는 가해자들의 폭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It’s not my fault. 내겐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 스스로 이걸 깨닫게 되기까지 나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이렇게 일부러 생각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극한 생각을 하게끔도 만든다는 고백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내가 쓴 글이, 일단은 내가 치료받고자 함을 먼저 알린다고 말을 이어갔고 트위터 공간에서 다른 이들은 그를 다독여줬다.

 

그러나 이들의 폭로는 필연적으로 스스로에게 ‘2차 가해를 불러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해자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방식이 가해자에 대한 반론권 없이 파렴치한 데이트 폭력범으로 낙인찍는 폭력적인 방법이라는 비판이 꽤 있다. ‘왜 관계가 끝난 직후가 아닌 2~3년이 지나서야 폭로를 하는가’ ‘가해자를 공론장에 세워놓고 반론권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마녀사냥 아닌가’ ‘아예 공론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지나친 사적 처벌 아닌가’ ‘왜 그 관계에서 스스로 진작 빠져나오지 못했는가등 대체로 피해자에게 귀책사유를 묻는 질문들이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만큼이나 많다.

 

왜 이들이 SNS를 통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여성학자들은 불나방 같은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가해자 못지않게 피해 여성도 자신에게 찍힐 낙인을 감수하고 마치 게릴라처럼 자기 몸을 투신했다. 지금 당장 기세등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여성들도 상처 입고 지치고 힘든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다른 무슨 방법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손희정 </성이론> 편집위원도 지금 고발되고 있는 통로로 사용되는 SNS라는 경로가 파행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남성들이 원하는 얌전하고 순응적이고 법을 지키는 모범생의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드러낼 수 없다. 사회화되고 남성화된 법의 언어로 그 고통을 설명할 수도 없고, 법의 언어로 이해될 수도 없는 고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미국 마이애미주 배리대학에서 300명의 여성들이 가정폭력 및 데이트폭력의 실상을 알리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여성의 고통과 너무 멀리 있는 법

실제 이들에 대한 가해 행위가 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미지수다. 데이트 관계에서의 폭력을 처벌하고 규제하는 법은 현재 별도로 없다. 개별 사안들에 대해 피해 여성이 폭력이 일어났을 때 사진 등 증거를 모으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일기장에 꾸준히 기록하는 등 증거를 남겨야만 폭력, 폭행, 협박, 주거침입 등 형법이 정한 여러 흩어진 범죄들 가운데 하나로 정죄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트 관계에서의 폭력이라는 특수성이 기소를 어렵게 한다. 검사 생활을 한 금태섭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이 대개 그렇겠지만 둘만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심리적인 이유로 행위가 있은 직후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부인하면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용·승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도 애매해서, 이마를 치는 행위의 경우 피해자가 승낙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승낙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하면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기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법의 언어는 늘 여성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건 1997년이지만, 여전히 가정폭력법에서 가해자는 없다. 가정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이는 행위자로만 불린다. 그게 법용어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저항의 흔적을 요구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는 자발강요의 경계를 명확하게 따진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최근 목 졸려 죽은 15살 성매매 성폭력 여성에 대해 판사가 착취인지 자발인지를 조사해오라고 검사에게 주문했다. 그런데 이미 죽은 15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만난 20대 알선남 한 명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을 때 그걸 자발로 보느냐, 착취로 보느냐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미국에서는 데이트 폭력 자체를 법의 영역에서 규제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류병관 창원대 교수는 논문 데이트 폭력에 있어 피해자 보호방안에서 미국에서는 최근 가정폭력범에 대해서만 운영한 보호명령제도를 데이트 폭력·스토킹·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법적으로 누구나 데이트 관계를 가지고 그 물리적 손상, 신체 상해, 폭행, 성적 폭행이나 그 위협을 하는 개인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육체적 폭력을 가하거나 위협한 경우에는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고 신체적 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 중벌로 기소한다. 또 가정폭력 법령에 따라 민사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류병관 교수는 이에 따라 현행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에서 가정폭력의 개념 범위에 데이트 관계를 추가하는 방법, 피해자 보호명령 등을 통한 경찰의 응급조치 및 긴급임시조치 등을 마련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명백한 폭력임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게 한국 사회에 데이트 폭력이 위법한 행위임을 일깨우는 법감정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2월 터키 남성들이 성폭행범에 맞서다 잔인하게 살해된 여대생 사건에 공분해 미니스커트가 성폭행을 유발한다등의 남성우월적 문화에 반대하며 미니스커트를 입고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거리시위를 벌였다. REUTERS

 

그들이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이유는?

법의 언어는 늘 여성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건 1997년이지만, 여전히 가정폭력법에서 가해자는 없다. 가정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이는 행위자로만 불린다. 그게 법용어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저항의 흔적을 요구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는 자발강요의 경계를 명확하게 따진다.

 

피해자를 향하는 비난은 대부분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어느 유명 페이스북 이용자가 허구한 날 자기를 팬 남자와 헤어진 지 3년 만에 그걸 공론화하며 겨우 한다는 소리가 나 말고 다른 여자는 안 때렸길 바랍니다인 어느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뒤늦은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픈 마음도 전혀 없다라는 식으로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활동가 하루는 연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일수록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일이 폭력인지 강간인지 추행인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관계가 끝난 뒤 3년이 지나서야 폭로한 게 아니라, 3년 동안 끊임없이 폭력의 고통과 기억과 싸우다 폭로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늦은 폭로는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이다. 따라서 늦게 폭로했다는 지적은 피해자에게는 계속되는 가해의 기억과 공포를 가해자 입장에서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 혹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해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식, 데이트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다. 이명신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이 대학생의 폭력 인식이 데이트 폭력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대학생 폭력 인식측정 문항을 보면 데이트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신화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은 다음과 같다. 연인 간의 폭력은 사적인 일이므로 제3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연인 간에 성폭력이 일어난 경우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 연인 간의 폭력은 사소한 것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폭로를 두고 연인 간의 사적인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데이트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내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너와 나둘만의 일이 아니다. 2011~2013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사람은 21449명이다. 지난 3년간 애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는 모두 177명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해 위협은 과대망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명신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연인 간의 폭력은 사적인 일이므로 제3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등 폭력 인식이 높을수록 데이트 폭력 가해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을 줄이려면 잘못된 폭력 인식을 교정하는 일이 절실하다.

 

이번 일을 좀더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왜 한국에서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보수언론을 비판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남성을 볼 수 없는가, 성폭력 방지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이야기하는 남성 정치인을 볼 수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올해 초 터키 남성들이 성폭행범에 맞서다 잔인하게 살해된 여대생 사건에 공분해 여성 인권을 지지하며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행진을 한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캠퍼스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책임은 우리에게’(It’s on us) 캠페인에 직접 나서는 모습 등을 한국 남성에게서도 보고 싶다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서 대학생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 함께 살자는 말 걸기

이번에 A씨의 데이트 폭력을 폭로한 여성은 폭로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 어떤 여성도 데이트 폭력에 희생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또 다른 여성의 글 말미에도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데이트 폭력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을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숨지 말고 용기를 가졌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선 두 분의 발언으로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두 분과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성들의 발화는 함께 죽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살자는 말이다. ‘함께 잘 살자는 말 걸기다. 그들이 말을 거는 대상에는 다른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남성도 포함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지금 그 일이 폭력임을 일깨우기 위한 법 바깥의 파문이다.

 

데이트 폭력 대처 매뉴얼

피해를 이야기하세요

폭력에 단호하라!

상대의 폭력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세요. 상대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눈물을 보이며 설득하려 해도 흔들리지 마세요.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라!

가족·동료·친구·선생님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세요. 특히 성폭력상담소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으세요. 지지 체계는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은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말고, 믿고 지지하며 피해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사건 해결의 중심이 피해자임을 잊지 마세요.

 

폭력의 흔적을 남겨라!

상대방이 폭력(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을 행사한 날짜와 시간을 자세히 기록해두고 문자메시지, 대화 녹음 등의 증거물도 남겨두세요. 신체적·성적 폭력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112에 신고하고, 신고하지 못한 경우에도 몸의 상처나 폭력의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병원에 꼭 다녀오세요(되도록 병원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진단서를 끊으세요). 분실 위험에 대비해 증거물을 안전한 곳(속옷 등의 증거물은 코팅되지 않은 종이봉투)에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학적인 증거는 48시간 안에 수집이 가능하므로 몸을 씻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성병 등의 감염이나 임신을 피하기 위한 조치(응급피임약 72시간 이내 복용)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법적 대응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 자체가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됨을 잊지 마세요.

 

함께해라!

폭력을 행한 상대방과 단둘이 만나지 마세요. 꼭 만나야 한다면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가세요.

(자료: 한국여성의전화 안녕데이트공작소)

 

후미진 골방에서 죽어라 '웃는' 여자들 7.3 오마이뉴스

[이현진의 팔로우] 엔터알바 체험기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방송국을 구경하면서 돈도 번다. 심지어 시원한 곳에 앉아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앉아있는 것은 예상 외로 힘든 일이고, 앉아'' 있어서도 안 된다. 게다가 이렇게 번 돈은 생각보다 액수가 크지 않다.

 

지난 6월 중순,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신청하고 나간 현장에는 약 서른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방청하게 된 건 책을 소개하는 A라는 교양 프로그램. 부끄럽게도 일평생 책을 가까이 두지 않고 살아온 내게 어울리지 않는 방송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방청보다 일찍 끝난다는 게 장점이었다. 1시간여의 대기 끝에 스튜디오로 입장했다.

 

앉아서 방청만?...혼신의 '연기'가 필요하다

 

MBC <나는 가수다> 방청객 자료사진.(위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MBC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인데,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게 힘들다. 부동자세로 인한 통증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허리가 저리더니, 시선보다 높은 무대 때문에 목이 뻐근했다. '뉴페이스'인 나는 카메라가 잘 찍는 곳에 앉도록 간택 당했다. 갑자기 코 옆이 간지러웠지만, 긁는 건 사치였다. 그렇다고 로봇처럼 무표정해서도 안 된다. 웃거나 고개를 끄덕거리는 '연기'가 필요했다.

 

함정은 이날 책의 주제가 '과학'이었다는 것. 문과 출신인 나는 잠이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패널로 출연한 물리학자의 목소리는 발라드의 황제처럼 감미로웠다. "졸면 죽음"이라는 담당자의 사전 경고가 생각나 눈을 부라렸다. 그나마 뿌듯한 건, 출연자들이 카메라보다는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비록 연기가 섞였지만) 경청하고, 웃기도 하고, 끄덕끄덕 맞장구치며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힘이랄까.

 

비교적 빨리 끝나는 이 스케줄은 기본금액을 받는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약 3시간 만에 방송국에서 나와 손에 쥔 일당은 8천원. 어렵게 모신 퇴계이황 선생님 여덟 분과 함께 지하철역에 서 있는데 초코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1200원이면 약 20분간 목통증과 입가 경련을 참아야 하는 돈이라는 생각이 들자 허기가 가셨다. 그마저도 왕복 교통비 4천원을 빼고 나니 절반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날 예능 프로그램 B 방청 스케줄까지 두 탕을 뛸 수 있었지만, 밤에 끝나는데 9천원 준다는 말에 가지 않기로 했다.

 

다음날 나간 현장에서 비보를 접했다. 10시까지라던 B의 녹화가 새벽 3시에 끝났다고. 미리 신청해 놓은 스케줄을 펑크 낼 수 없어 눈곱만 떼고 왔다는 방청객들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전날 A 현장에 있다가 인원이 부족한 B 현장으로 차출됐던 한 방청객은 녹화 1부가 끝난 오후 6시에 나오는 바람에 받지 못한 일당을 받으러 왔다. 중간에 이동하며 추가로 차비가 발생했지만, 이 바닥 '선배'들은 "그런 건 거의 챙겨주지 않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기계음인 줄 알았던 웃음소리, 진짜 사람이라니

 

애니메이션 <시간탐험대> 캐릭터 램프의 바바. 후지TV

 

그나마 이날은 방청 알바 중에서는 ''이라고 할 수 있는 더빙 스케줄이다. 편집까지 마친 방송(대개 예능)에 방청객들의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카메라에 대한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1시간 정도면 끝난다는 게 매력적이다. 리액션은 세 가지, '하하하(웃김)' '오오오(감탄 혹은 환호)!' '~(깨달음)'. 20여명의 여자들이 골방에 쭈그려 앉아 A4 용지만한 TV를 보며 웃어대는 괴이한 광경에, 초보 방청객들은 당황했지만 '선배'들은 무표정으로도 박장대소 사운드를 뽑아내는 어느 경지에 올라 있었다.

 

평소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 C라서 리액션쯤이야 저절로 나올 거라는 생각은 20분 만에 고이 접혔다. 담당자의 손이 올라갈 때마다 "하하하하하하하"를 연발하는 내 모습은 딱, 추억의 만화 <시간탐험대> 속 램프의 바바(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친구). 그 상태로 30분이 지나니 힘이 달려 복식호흡을 하듯 웃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웃었다. 왜냐하면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내가 더빙에 참여한 프로그램의 본방송을 시청했는데, 마치 처음 보는 듯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웃음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처럼 녹음된 소리에 따라 웃게 되는 효과가 새삼스러웠다. 기계음이나 녹음된 웃음을 적당히 삽입하는 간단한 작업인 줄 알았던 방송의 뒤편에 진짜 '사람'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는 생각에 우쭐해져서 함께 TV를 보던 엄마에게 자랑했다. "저 웃음소리 중에 나 있다.

 
Aranjuez Mon Amour / Werner Muller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