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앞바다 케이블카 추진단체 시민청원운동
홍도 괭이갈매기 번식 앞당긴 온난화…남해 어종도 바꿨다
야생조류 죽음의 벽, 투명 유리창
[市 도시계획위 결정, 전망은] “도심 재개발 초기부터 ‘공공성’ 적용하라”… 현장 혼란 예고
부산 건물 높이 강제 제한 환영”
아파트 재개발, 이대로 좋은가?
“지구 위 생물 12.5%, 수십년 내 멸종 위기”
생곡매립장 일대 주민, 명지국제신도시로 이주 추진
도시의 허파가 사라진다]①남산 127배 ‘도시의 허파’ 사라진다
①일부 나대지에 대한 재산권 보장…공익시설까지 ‘시한부’
관악산 80%, 범어·태화 공원 일몰…“이젠 마음껏 숨쉴 곳조차 빼앗긴다”
내년 일몰 앞둔 도시공원 34곳 살린다
인간 유래 온실가스로 지구 가뭄 100년 전부터 시작
낙동강 하굿둑 수문, 20일 드디어 열린다
태종대 반딧불이 점점 줄어드는데 보존 대책이 없다
부산시의회 노기섭 의원 "부산시, 도로일몰제 20년간 방치"
환경 파괴가 낳은, 기발한 건축 상상력
브라질, 1985∼2017년에 전체 삼림의 11% 사라져…한반도의 10배
국민 세금으로 다른 나라 생태보호 지원? 바로 나를 살리는 길이죠
부산 광안리 앞바다 케이블카 추진단체 시민청원운동
청원 참여 시민에게 고무장갑 나눠줘 논란…시민단체 "환경권을 파는 행위"
고무장갑 나눠주며 해상케이블카 서명운동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 송림공원과 남구 이기대공원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를 건립을 촉구하는 민간단체가 논란 속에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위원회는 2일부터 부산 수영구와 부산진구 등 시내 곳곳에서 해상케이블카 추진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받고 있다. 이 단체는 "부산을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어 관광산업이 부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운대∼이기대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도록 촉구한다"며 청원운동 이유를 밝혔다.
남구, 해운대구, 수영구 등 지역 민간단체와 숙박협회, 상인회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30만명 청원을 목표로 서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청원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청원에 동참하는 시민에게 고무장갑을 나눠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청원서 서명은)고무장갑 한 개 받고 환경권을 파는 행위로 미래 세대 권리까지 도매로 넘어간다. 이 서명은 무효"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이 단체는 해상케이블카 추진업체인 아이에스동서로부터 활동비와 사무실 등 각종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케이블카 추진 청원서[독자 제공]
이 단체는 아이에스동서로부터 활동비 1천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아이에스동서 소유 건물에서 회의하는 등 시설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추진위가 우리 사업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법률적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부산 해상케이블카는 해운대 동백유원지∼이기대공원 간 4.2㎞를 연결하는 민간사업으로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추진하고 있다. 업체 측은 2016년 부산시에 사업을 제안했다가 경제성 부족, 환경 훼손, 공적 기여방안 부족 등을 이유로 반려된 뒤 최근 다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pcs@yna.co.kr
홍도 괭이갈매기 번식 앞당긴 온난화…남해 어종도 바꿨다
홍도 괭이갈매기와 새끼. [국립공원공단 제공]
기후변화로 인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사는 괭이갈매기의 번식 시기가 빨라지고 아열대성 어종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사는 바닷새의 번식 시기가 빨라지고 아열대성 생물이 서식하는 등 섬 생태계의 변화를 최근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번식기 되면 육지서 50㎞ 떨어진 홍도 찾아
홍도에서 번식 중인 괭이갈매기.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이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 사는 괭이갈매기를 관찰한 결과, 지난달 1일에 첫 번식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립공원연구원이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언급된 홍도 괭이갈매기의 번식 시작일인 2003년 4월 11일보다 10일 빠른 것이다.
‘갈매기의 섬’이라는 뜻의 홍도(鴻島)는 괭이갈매기의 대표적인 집단 번식지다. 홍도는 경남 통영에서 약 50㎞ 떨어진 무인도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괭이갈매기는 해안이나 도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다. 주로 멸치 등 어류를 먹고, 새우나 오징어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배에서 새우깡을 던져주면 재빨리 날아와 받아먹는다.
괭이갈매기는 평소에는 각자 떨어져서 생활하다가 번식기인 4월이 되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몰린다. 번식이 끝난 8월 이후에는 다시 해안이나 하구, 바다로 돌아간다.
연구진은 홍도 주변의 연평균 기온이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괭이갈매기의 번식일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도의 연평균 기온은 1970년대 13.8도에서 2010년대 14.8도로 증가했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김미란 책임연구원은 “괭이갈매기는 먹이가 가장 풍부한 시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번식을 시작하게 되므로 번식 시기의 변화를 살펴보면 섬 생태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인장 등 아열대 식물이 섬 점령
홍도 선인장과 괭이갈매기. [국립공원공단 제공]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홍도에 사는 식물에서도 드러났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만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던 열대·아열대식물인 ‘고깔닭의장풀’이 지난해 홍도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고깔닭의장풀은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자생한다.
같은 열대·아열대식물인 ‘선인장’ 역시 섬 전체에 넓게 자생하고 있다.
아열대성 어종이 온대종보다 많아
홍도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종 범돔. [국립공원공단 제공]
바닷속 생태계에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이 지난해 홍도 앞바다의 어류를 조사한 결과, 총 29종 중 범돔·아홉동가리 등 아열대성 어종이 절반 이상인 16종(55%)을 차지했다. 온대종은 돌돔·쥐치 등 13종(45%)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아열대성 어종이 온대종보다 많아진 건 바닷물이 그만큼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도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거제도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973~1979년 17.96도에서 2010~2017년 18.55도로 0.6도 높아졌다.
오장근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기후변화는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먹이사슬로 연결된 자연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홍도 등 섬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인 관측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야생조류 죽음의 벽, 투명 유리창
국내에서만 하루 2만 마리 새들이 투명 유리창에 충돌해 생을 마감합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이 문제를 방기해온 중요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십 년이 넘게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 재활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누구보다도 더 깊숙이 이해했어야만 했던 사람입니다. 차라리 그때 논문 몇 편이라도 더 보았더라면, 통계치 몇 개라도 더 찾아보았더라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하루라도 더 빨리 경고할 수 있었을 텐데 나태함에 또는 자만감에 그러지 못했었습니다. 고작 한다는 말이 유리창 닦지 말고 더럽게 놔두라는 말 같잖은 말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국립생태원에 온 후 바라본 건물은 반사유리로 가득 찼고, 우수 집수정에는 꺼병이와 개구리가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소소하게라도 여기저기서 새들의 죽음은 기록되었지만 무방비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그래도 생태원인데’라는 외침 아래, 자료를 찾고, 몇몇 건물에 저감 방안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듬해에는 저감 방안과 더불어 자그마한 소개 스티커를 주요 통로에 붙였습니다. 그냥 본다면, 건물 외관 유리의 한 무늬에 불과할 것이었고, 누구도 이 해결방안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도 못할 것이기에 안내글을 내건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가정집, 카페, 심지어 시골 창고 작은 유리창에서도 새들은 죽습니다.
마침 이 안내글 스티커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환경부 공무원이 스티커를 본 후 사업추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나라 연간 피해 추정 수가 나오게 된 것이죠. 바로 하루 2만 마리입니다.
이 수에 대해 많은 분은 선뜻 동감하기 어려울 겁니다. 탐조문화가 널리 퍼진 것도 아니고, 새를 이해하는 사람 수도 무척이나 적지요. 물론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새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매년 실시하는 겨울 철새 동시모니터링의 수만 봐도 연간 150만 마리 미만의 기록은 오히려 이러한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텃새나 여름 철새, 그리고 겨울 철새 중 산새류에 대해서는 양적 추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습니다.
도로 방음벽은 야생조류들의 무덤입니다.
미국에서 연간 3.5억~9.9억 마리가, 캐나다에서는 2천5백만 마리 가까이 희생된다고 합니다만, 무척이나 좁은 한국에서 연간 8백만 마리가 가당키나 할까요? 하지만 좀 더 깊게 바라보면 달라집니다. 미국에는 약 1억3천8백만동의 건물이 있고, 캐나다 인구와 건물 수는 약 3천6백만 명에, 1천만 동, 우리나라는 5천1백만 명에, 712만 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국토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리창의 면적과 수는 인구와 건물 수와 비례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구조센터에서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가정집, 카페, 심지어 시골 창고 작은 유리창에서도 새들은 죽습니다.
물론 모든 건물에서 사고가 일정하게 나는 것은 아니죠. 많은 죽는 건물이 있고, 아예 안 죽는 건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 모이통이 있는 시골집과 새 모이통이 없는 도시 건물 중 어디가 많은 희생을 보일까요? 건물당 희생률로 보자면 당연히 시골집입니다. 하지만 전체 건축물 수를 놓고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도시 건축물이 많은 희생을 나타냅니다.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흔적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투명방음벽이라는 또 하나의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개발이라는 기치를 앞세운 시절, 도로 인근 거주민에 대한 배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개설되던 도로는 거주환경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고 폐쇄형 방음벽으로, 다시 경관을 고려하는 투명형 방음벽으로 진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돌보지 않은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쉴 새 없이 깔리고 있는 투명방음벽을 볼 수 현실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정확한 통계추정도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고 지역마다 생기는 혁신도시는 거대한 방음벽을 거의, 항상 동반하고 있습니다.
역마다 생기는 혁신도시는 거대한 방음벽을 거의, 항상 동반하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조명 문제입니다. 조류 투명창 충돌 문제에서 항상 다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공조명입니다. 특히 광공해는 이주성 조류, 즉 철새나 도요새와 같은 나그네새에게 치명적 문제를 낳습니다.
참새나 박새류와 같이 충돌사고로 많이 폐사하는 조류는 대부분 대낮에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색깔과 밝은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각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류들은 주로 밤에도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지만 야간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요. 그 대신 지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 자기장을 감지하여 날아가는데, 눈의 망막에 있는 감각 인지 조직체를 통해 어두운 파란색 자연광을 인지해야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답니다.
많은 인공조명이 내뿜는 붉은색 파장은 이러한 조류 자기장 인지 활동을 방해합니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이뤄진 연구를 살펴보면 이러한 인공조명 사이를 날아가는 새들은 자신의 비행경로를 최소 몇 도에서 많게는 원을 한 바퀴 그리면서 바꾼다고 합니다. 특히 구름이나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고공 야간비행이 어렵기에 지상부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이때 도심지 불빛에 영향받으며 많은 새가 건물에 충돌하게 됩니다.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음에 이른 새들
어쨌거나 이제 고작 한 삽이 떠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멉니다. 도처에 깔린 투명방음벽과 같은 사회적 간접시설의 경우에는 국가의 의지가 직접 작용할 수 있지만, 전체 희생량은 분명히 건축물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건축물 통계상 국립/공공건물의 비율은 고작 2.7%에 그쳐, 사유건물에 대한 해결방안이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존을 위한 사회문화적 흐름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개발이 상충하지 않는 공존의 개발방식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녹색 건축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요 개념은 건물의 필수 사용에너지 효율 향상과 건물 유발 오염원의 최소화에만 맞춰진 것이라 지역 생물과의 공존의 여지는 부족해 보입니다.
야생생물과의 공존이 가능해지는 건축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녹색 건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동물을 모아(비오톱 및 주변 식생 조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죽이는(예방방안이 없으면 충돌사고는 지속함)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빌딩으로 가득 찬 서울 강남거리가 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빌딩들보다 더 적은 수의 새를 죽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사실입니다.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흔적
몇 년 전 우리의 기억을 울렸던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쌉쌀달콤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개론에 철학이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건축학과 정규 교과과정에 조류 충돌 자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접근 방법에 관해 소개가 필수적으로 요구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젊은 건축가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비용절감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시장수요가 창출되어야만 산업계에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라, 최소라는 점에서 필요한 일일 겁니다./ 김영준 수의사(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장) 한겨레 5.6
[市 도시계획위 결정, 전망은] “도심 재개발 초기부터 ‘공공성’ 적용하라”… 현장 혼란 예고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초량2구역 재개발조합에 사상 처음으로 공공건축가와 부산시 총괄건축가에게 자문해 건축·정비계획을 수립하라고 주문하면서 지역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의 혼란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초량2 재개발구역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장의 건축·정비계획 수립에 사상 처음으로 공공건축가와 부산시 총괄건축가에게 자문하도록 주문함에 따라 부산지역 정비사업 현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재개발·재건축의 밑그림을 그리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부산시가 강조하는 도시계획과 건축정책의 ‘공공성 강화’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돼 현장에서의 혼란과 사업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건축가·市 총괄건축가 자문
市 도시계획위, 사상 첫 권고
산복도로 꼭대기 초량2 재개발
건물 높이·용적률 하향 조정 의결
조합장 “조속한 사업 진행 위해
수정·권고안 수용 방침” 밝혀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등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 논란 증폭
전문가들 “초기·선제 적용 필요”
■공공건축가·총괄건축가 활용 주문
부산시는 지난달 24일 ‘2019년 제3회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재심의 안건인 ‘초량2 재개발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 지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수정 의결은 도시계획위원회가 수정토록 한 사항을 재개발 조합이 수용하는 조건으로 안건을 통과시켜 주는 것이다.
초량2 재개발구역은 부산 동구 초량동 754-137 일원 산복도로 꼭대기에 추진되는 재개발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시공사는 호반건설로 선정된 상태다. 조합은 지난해 2월 최초 정비계획인 19개 동, 최고 20층(높이 68m), 용적률 240% 이하 1422세대를 22개 동 최고 23층, 용적률 255% 이하 1818세대로 변경해 추진하겠다고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위원회는 “부산역과 북항재개발 부지에서 바라볼 때 건물이 구봉산을 가리는 만큼 조화로운 경관을 위해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하며 재심의 의결했다.
이어 지난해 5월 열린 1차 재심의에서도 재심의 의결이, 11월 2차 재심의에서는 심의 유보 결정이 났다. 조합은 두 차례 재심의에서 최고 층수와 용적률, 세대수를 줄여 심의를 요청했지만, 위원회는 위원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조합은 이번에 열린 마지막 3차 재심의에 구봉산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단지 가운데 동을 저층 테라스하우스형로 바꾸고 그 주변 동의 층수를 최고 25층(높이 73m)까지 높인 계획안을 제출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동수는 33개동, 용적률은 250% 이하, 세대수 1846세대로 늘렸다. 특히 조합은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공건축 전문가인 대학 교수에게 자문을 해 설계안을 수정했다.
이에 위원회는 공공건축가가 제시한 설계안을 유지하되, 20층 이상 건물은 60m 이하로 높이를 하향 조정할 것을 조건으로 수정 의결했다. 아울러 용적률은 240% 이하로 줄이고, 올 2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공급비율이 변경된 것을 반영해 임대주택 비율을 기존 계획된 5% 이상에서 8% 이상으로 늘리도록 했다.
위원회는 특히 권고사항으로 부산시 총괄건축가 제도를 활용해 주변 경관과 조화로운 건축계획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올 2월 부산시가 처음으로 위촉한 김인철 부산시 총괄건축가에게 자문해 정비계획을 최종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초량2구역 재개발조합 윤영길 조합장은 “시는 2014년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을 10% 늘려줬는데, 이번엔 공공성을 강조하며 공공건축가자문으로 설계안을 만들도록 했다”며 “심의가 늦어져 1년 4개월가량 사업이 지연된 만큼 조속한 진행을 위해 수정·권고안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장 혼란, 사업 지연 불가피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 공공건축가와 부산시 총괄건축가의 자문을 받고 건축계획을 짜도록 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정비계획 심의에서 조화로운 개발과 공공 기여를 강조하며 엄격 한 잣대(지난해 4월 12일 자 1·3면 보도)를 들이대고 있는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근 부산시의 도시계획과 건축정책 ‘공공성 강화’ 기조에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관위원회 단계에서 시가 공공성을 내걸며 사업을 손질하려 해 사업 주체와 대립각을 세우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관위원회나 건축위원회처럼 사업이 많이 진척된 상태가 아닌 사업 초기 단계에 공공건축 개념이 적용돼 밑그림이 그려질 경우, 이 같은 사후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초량2 재개발과 같이 용적률을 완화해 주며 정비사업 촉진을 독려했던 시가 이제 와 공공성 가치를 들이대며 높이와 용적률을 축소시키는 데 대한 논란과 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서울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에 일찍부터 공공건축가가 투입돼 공공성이 가미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부산시도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들은 앞으로 달라진 시의 건축정책과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기조를 미리 읽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사업 지연 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는 서울처럼 최초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공공건축 개념을 선제 적용해야 현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 건물 높이 강제 제한 환영”
부산시가 시내 전역을 총괄하는 ‘스카이라인’ 기준을 마련해 건축물 높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하자(본보 3일 자 1면 보도), 환경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부산시, 다음 달 연구용역 발주
환경단체 “가이드라인 도입 지지”
부산환경운동연합은 5일 ‘부산시가 건물 높이 ‘강제 제한’ 기준 세우는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시의 건축물 높이 관리 계획을 지지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에서 “고층건물이 해안과 산지, 도심에 무분별하게 들어서서 부산의 도심 경관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면서 “특히 현재의 높이 제한은 빈틈이 많아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안내서 역할을 할 정도다”며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 “부산의 도심은 고층 빌딩 숲으로 뒤덮여 하늘을 보기 힘들고, 고층 난개발 현상이 심화해 도시경관 사유화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최근 부산시민공원 인근에 65층 콘크리트 건물을 짓겠다는 정비조합의 계획이 실현되면 공공재인 시민공원의 조망과 경관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비록 서울보다는 늦지만, 시가 이번에 도시 스카이라인 관리 기준을 도입, 무분별한 고층건물 난립을 제어하기 위해 ‘강제 제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을 환영한다”며 “이를 통해 도심과 해안, 산지의 경관 훼손을 막고 전 시민들이 공공재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의 노력이 잘 진행돼 시민공원이 공원다운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감시해 나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한편 시는 도시 공간을 용도·입지별로 나눠 건축물 높이를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 시는 이를 위해 4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다음 달 중 ‘높이 관리 기준’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시는 고밀도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자연녹지를 뺀 부산 전역인 시내 주거·상업·공업지역 233㎢ 범위에 대해 높이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현우·황석하 기자 hooree@
아파트 재개발, 이대로 좋은가?
현대 도시계획의 ‘빅 픽처’를 제시한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현재의 부산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그의 빅 픽처는 거대한 주거단지, 고층 아파트를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에서의 이상적 삶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이 실현되었다고 좋아할까? 부산은 1990년대 이후 도시(재)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해운대구, 강서구, 기장군 등 도심 외곽의 녹지와 매립지에는 신도시개발사업이 적용됐다. 서구, 동래구, 부산진구 등 도심 내 쇠퇴한 전통적 주거지역에는 도시재개발사업이 적용됐다. 두 사업 모두 고층 아파트 건설이 주를 이뤘고, 그 결과 현재 단독주택지(제1종 전용주거지역)는 부산시 전체 면적의 0.1%로 거의 소멸하다시피 사라졌다.
아파트 주민·사업자 이익에만 충실한
고층 아파트 위주 재개발로 멍든 부산
지역 공공성 기여라는 원래 취지 맞게
공공이 나서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도시계획법 제정에 따라 도시계획이 제도화됐다. 당시 도시계획의 초점은 산업·주택단지 제공 등 효율적 경제성장에 맞추어졌다. 1976년에 비로소 도시재개발법이 제정되면서 도시 내 쇠퇴지역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당시 도시재개발은 공공의 직접적 개입보다는 민간시장을 활용하는 접근 방법을 취했다. 이런 방안은 도시 내 주거환경의 개선과 지역 활성화로 이어져 도시 공공성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개발사업 때 용도 상향 등 사업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관례처럼 제공해왔다. 민간조합과 건설사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모색하기보다 이러한 관례를 이용해 종상향이 이뤄진 값비싼 고층의 아파트 재개발에 의존해 사업성을 찾아왔다. 40년이 지난 현재, 과연 이러한 아파트 재개발이 도시 공공성을 증진시켜 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거 부산시는 개발의 사업성을 보조해준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토지를 녹지에서 주거지로, 2종 일반주거를 3종 일반주거나 준주거로 용도 변경을 허가해왔다. 부산은 현재 섬처럼 형성된 고층 아파트단지의 대규모 군집이 도시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더욱이 산중턱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좋은 자연경관은 몇몇 고층 아파트들이 독점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들은 단순히 경관상 부조화를 넘어선다. 슈퍼 블록 형태의 대규모 단지는 기존 도로를 폐쇄하여 교통 연결성을 훼손하고 걷고 싶은 도시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나아가 사업 전 약속했던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도 사업 후 단지주민들의 요구로 봉쇄하는 등 주변 지역과의 사회적 격리를 넘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현재의 아파트 재개발은 해당 아파트 주민과 사업자만의 이익을 위한 재개발로, 지역 공공성에의 기여라는 원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러한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분명 행복한, 걷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공공이 나서야 한다. 최근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부산지역 곳곳의 대규모 아파트 재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부산이 처한 도시문제를 생각하면 오히려 때늦은 처방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는 도시·건축혁신안을 발표했다. 발표의 핵심은 ‘사전 공공기획’을 통해 정비계획 수립 전 공공이 건축계획, 지역 특성, 사회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아파트단지별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에는 용적률, 높이 등 기존의 계획 요소뿐만 아니라 경관, 지형, 보행·가로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한다. 부산시에서도 기존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여 서울과 같은 혁신안을 준비해야 한다.
토지이용규제인 용도지역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1920년대 제도 도입의 목적은 단독주택을 주변의 개발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었고 이런 정신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같은 시기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는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층에 살던 하층계급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새로운 도시·건축적 해결책으로 동 간 간격이 잘 지켜진 고층 아파트 건설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풍부한 녹지와 햇빛을 제공해줄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가 실행하고 있는 고층 아파트 재개발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이상은 무엇인가?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구 위 생물 12.5%, 수십년 내 멸종 위기”
IPBES, ‘생물다양성 위기’ 첫 공동보고서
천연림 훼손·기온 상승 탓 습지 85% 산호초 50% 소실
동일종 유전 다양성도 악화…“혁신적인 대안 마련 시급”
프랑스서 열린 IPBES 총회 모습[환경부 제공]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800만종 중 100만종(12.5%)이 수십년 내에 멸종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2005년 유엔이 ‘새천년생태계평가보고서’를 내놓은 이래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공동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14년 만이다. 이들은 “전 지구적으로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의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기구(IPBES)’는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8시 프랑스 파리에서 7차 총회를 열고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글로벌 평가보고서’를 채택했다. IPBES는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2012년 설립된 협의체로 132개국이 가입해 있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인류에 대한 경고’로 요약된다. 지난 50년간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식량·목재 등을 더 많이 가져가면서 생태계 및 생물의 다양성 지표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육지 표면의 75%가 변하고 85%의 습지가 소실됐으며 산호초의 절반이 사라졌다. 산림 소실이 줄어든 2000년 이후만 해도 지구상에서는 매년 650만㏊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의 틸리치키 마을 인근에서 지난달16일(현지시간) 앙상한 몸을 한 북극곰이 발견됐다. 이 북극곰은 먹이를 찾아 서식지로부터 무려 700㎞나 떨어진 이 곳까지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9.04.18.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도 늘고 있다. 보고서는 100만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년 안에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약 4만종의 조사 대상 동식물 중 약 25%는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종의 멸종 속도가 지난 1000만년 동안의 평균보다 적어도 수십배에서 수백배 빠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2년 멸종된 갈라파고스의 ‘핀타 자이언트 거북’을 포함해 1500년 이후 멸종된 척추동물만 680여종에 달한다.
종간 다양성뿐 아니라 동일한 종의 유전적 다양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이 상실되면 해충과 병원체 및 기후변화와 같은 위협에 취약해진다. 식량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16년까지 가축으로 사육된 6190종의 포유류 중 559종이 멸종되고 1000종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가장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 것은 토지이용의 변화였다. 지난 20년간 이뤄진 농지 확장은 절반가량이 천연림 훼손을 동반했다.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약 1.0도 상승한 기온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이후 세계의 해수면은 16~21㎝가량 상승했다.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발간한 자연파괴 상태 평가 보고서가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130여개국 인증을 받는다. 사진은 지난 15일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에 반(反)기후변화 시위대가 설치한 멸종위기종 코뿔소의 뼈 모형 모습. / AP/뉴시스
대기, 수질 및 토양 오염의 지속적 증가도 생태계의 위기를 부추겼다. 특히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1980년 이후 10배 증가해 바다거북의 86%, 바닷새의 44%, 해양 포유류의 43%를 포함해 적어도 267종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인류의 과다한 생산과 소비, 기술 발전 등도 생물다양성 감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2020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BD) 15차 당사국총회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생곡매립장 일대 주민, 명지국제신도시로 이주 추진
부산시와 LH는 최근 명지국제신도시 이주자 보상 택지에 생곡쓰레기매립장 인근 가구 100세대를 이주하는 것에 합의했다. 사진은 2023년 조성될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강서구 생곡동 생곡쓰레기매립장(이하 매립장) 일대 주민 집단 이주를 추진한다. 시는 강서구 명지동에 조성 중인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로 이주지를 정하고 2단계 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3년까지 이주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생곡쓰레기매립장 인근 주민들의 이주 부지를 LH와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로 잠정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시는 LH가 조성 중인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 내 이주자 필지 350여 필지 가운데 108필지를 매립장 일대 거주 주민들을 위해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매립장 일대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0여 가구가 살고 있고 이 가운데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100여 가구가 보상을 받고 이주를 하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LH ‘2단계 부지’로 합의
매립장 일대 100여 가구 대상
2023년까지 이주 마무리 계획
명지 주민과 이주민 택지 배분
이주 보상금 지급 등 여전히 ‘숙제’
부산시는 매립장 일대 주민들이 이주 부지로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조성부지를 희망해온 만큼 2017년 무렵부터 LH 측과 대체부지 제공 문제를 두고 협의를 진행해왔다. 2017년 시는 생곡 매립장 일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대표 등과 함께 이주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60%가 넘는 주민들이 악취 문제로 이주에 동의했지만, 당시 마땅한 이주 대체부지를 찾지 못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가 진해경제자유구역청 실시계획 인가를 받으면 생곡 주민대표들과 명지2단계 부지 이주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1992년 사하구 을숙도에 있던 쓰레기매립장이 강서구 생곡동으로 옮겨오며 일대 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 악취에 수십 년간 시달려 왔다. 2014년 슬러지 처리 시설이 들어서면서 인근 마을에는 악취가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지난달 19일에는 일부 주민들이 소각장 내 쓰레기 반입을 막고 부산시에 이주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는 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집단 이주를 하게 될 경우 매립장, 음식물처리시설, 재활용센터가 집적된 생곡동 일대가 쓰레기처리단지로 주민 악취 피해 없이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로 이주부지가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주민 보상 문제는 이주 준비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부지 원주민들의 이주자 택지 배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주자 택지를 두고 명지 주민들과 생곡 주민들 간의 배분문제, 이주 보상금 지급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매립장 일대 주민 구성상 60여 가구가 세입자인데, 이들의 이주와 보상 요구도 부산시가 주민 협의 등을 통해 풀어야 하는 부분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향후 이주 과정의 보상문제 등 세부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일종의 환경난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의 허파가 사라진다]①남산 127배 ‘도시의 허파’ 사라진다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전국 도시공원 40%가 해당
벌써 도시공원 사유재산권 갈등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진입로에 토지주들이 쳐 놓은 철조망 옆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내년 7월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전국 곳곳의 공원에서는 토지주들이 사유지를 표시해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사유지 출입 및 경작을 금합니다. 위반 시 민형사상 고발 조치합니다.”
지난 4일 대전 서구 월평공원의 한 등산로 입구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아래로 둥글게 쳐져 있던 철조망은 한쪽으로 치워졌다. 주변에는 “대전시의 허파, 미세먼지 잡아주는 54년 토지사용료 내놔라”라고 적힌 팻말도 보였다.
공원 부지 지정 이후 조성 안 해
내년 지정 효력 사라져 개발 위기
지난 1월 월평공원 내 땅을 소유한 ‘월평공원지주협의회’가 등산로를 폐쇄하겠다며 설치해 놓은 것이다. 월평공원지주협의회는 “50년 넘게 행사하지 못한 사유재산권을 행사하겠다”며 모두 3곳의 등산로에 철조망 등을 설치했다. 지금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진 상태다. 등산로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가는 주민들이 ‘매일 다니던 곳에 누가 철조망을 쳐 놨냐’며 치워버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 월평공원은 1965년 건설부 고시에 의해 근린공원으로 결정된 곳이다. 전체 공원 면적이 약 4㎢로, 서울 여의도보다 크다.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대전의 중심 하천인 갑천과도 맞닿아 우수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십년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해온 이곳에서 갑자기 토지주들이 사유재산권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올해 초 토지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는 단순한 항의 시위나 해프닝에 그쳤지만, 내년 7월 이후에는 전국 곳곳에서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전국 도시공원의 40%가량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을 만들기 위한 부지로 정해 놓은 땅 923.86㎢ 중 367.77㎢가 20년 이상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아 도시공원으로서의 결정 효력이 내년 7월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남산과 여의도 면적(각각 2.9㎢)의 127배 넓이가 되는 땅이다.
국민 1인당 공원 면적 8.8㎡ 불과
실효로 축소 땐 ‘삶의 질’도 추락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뚝 떨어지게 된다. 2017년 현재 도시공원으로 결정된 부지를 기준으로 할 땐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17.8㎡이지만 실제 집행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8.8㎡에 불과하다. 장기 미집행 공원들이 일시에 해제될 경우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도시계획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스스로 내놓은 목표치에서도 한층 멀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일찌감치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2020년 1인당 도시공원 면적 목표를 12.5㎡로 제시했지만, 역설적으로 내년 7월 미집행 도시공원이 일시에 실효된다면 17개 시·도 중 목표를 충족하는 곳은 세종과 전남에 그치게 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진 기준 면적(1인당 6㎡ 이상)에 미달하는 곳도 생긴다. 현재 조성된 공원 면적 기준으로 대구는 1인당 공원 면적이 4.8㎡, 제주도 4.9㎡에 불과하다. 광주는 6.1㎡로 겨우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부산도 6.6㎡까지 줄어든다. 1인당 도시공원 면적 8.8㎡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정부가 중요하게 관리하는 ‘국민 삶의 질 지표’에도 포함돼 있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1인당 도시공원 조성 면적은 ‘도시지역 인구 대비 도시공원 조성 면적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며, ‘도시공원 규모는 도시 환경의 쾌적한 정도를 나타내며, 시민의 휴양과 건강을 위한 생활공간으로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종섭·백경열 기자 nomad@kyunghyang.com
①일부 나대지에 대한 재산권 보장…공익시설까지 ‘시한부’
헌재 결정 확대 해석한 ‘도시공원 일몰제’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대표적 공원인 서리풀공원에서 내려다본 주변 경관. 빽빽한 아파트 숲속 강남에서 시민들의 귀중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이 공원도 내년 7월이면 공원 지정에서 해제되는 일몰 대상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토지재산권의 사회적 의무와 도시계획의 필요성이란 공익에 비춰 일정 기간까지는 토지 소유자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집행 지연으로 인한 재산권 제한을 수인해야 하지만 10년 이상 아무런 보상 없이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공익 실현의 관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과도한 제한으로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위배된다.”
“나대지는 재산권 침해 소지”
헌재, 20년 전에 ‘불합치 결정’
“임야·전답은 손실 발생 없어”
‘도시공원 일몰제’로 불리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실효 규정의 시발점이 된 1999년 헌법재판소 ‘헌법 불합치’ 결정의 요지다. 당시 헌재는 심판 대상 조문이 된 도시계획법 제4조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위헌 결정을 통해 당장 법률 효력을 소멸시키면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수행이 불가능하게 되고, 도시계획은 국가와 지자체의 중요한 행정으로서 잠시도 중단돼서는 안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법의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헌법 불합치 결정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20년 후 대규모 도시공원이 한꺼번에 사라질지 모르는 큰 사회적 혼란의 배경이 된다.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같은 해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실효 조항을 담은 도시계획법 개정이 이뤄졌고, 2002년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실효 조항으로 이어져 내년 7월 전국의 미집행 도시공원이 실효될 상황에 놓였다. ‘나비효과’처럼 국토·도시계획에 큰 변화를 가져온 당시 헌법 불합치 결정은 사실 가장 큰 부작용의 대상이 된 도시공원을 포함한 전체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것이기보다 도시계획시설 중 나대지에 국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당시 위헌소원의 청구인은 경기 성남시의 학교시설 부지 소유주들이었다. 자신들의 토지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학교시설 용지로 지정된 후 장기간 사업 시행이 지연돼 재산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도시계획법에는 아무런 보상 규정도 두지 않아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헌재 결정 이후 현재의 국토계획법에는 지목이 대지인 경우에만 10년 이상 도시계획시설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경우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매수청구 조항을 뒀다. 헌재는 당시 지목이 임야나 전답인 경우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도 그 토지를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 매수 장기 지연에 따른 재산적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봤다. 다만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매도할 수 없는 나대지는 소유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임야가 대부분인 도시공원
현재 ‘일률적’ 일몰 규정 적용
이 때문에 지목이 대부분 임야인 도시공원을 포함해 모든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일률적 일몰 규정을 둔 것은 헌재 결정 취지를 과잉 해석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한 근거는 2005년 헌재 결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헌재는 도시공원 내 전답과 임야를 소유한 토지주들이 낸 위헌소원에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도를 다루며 “실효제도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보다 보호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입법자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함에 따라 얻게 되는 법률에 기한 권리일 뿐 헌법상 재산권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권리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때도 헌재는 “토지를 종래의 용도대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경우 토지 매수가 지연돼도 그로 인한 지가 하락이나 현상유지 의무 등은 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지목이 ‘대’ 이외인 토지, 가령 임야나 전답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도 그 토지를 계속 종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이렇다 할 재산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헌재 결정 취지 등을 감안하면 일부 나대지 등에 대한 재산권 보장과 보상권에 대한 판단이 20년 후 전체 도시계획시설 결정 효력을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의 결정 취지를 확대해석해 과도한 입법을 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사유지뿐 아니라 국공유지를 포함해 대부분 임야인 도시공원이 대규모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 불합치 결정이 사유재산권에 관한 것인 만큼 미집행 공원 면적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국공유지는 일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석점 경성대 법정대학 교수는 “국토계획법과 공원녹지법의 실효제도는 헌재 요구를 넘어선 과다한 조치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국공유지는 사적 이용권이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효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관악산 80%, 범어·태화 공원 일몰…“이젠 마음껏 숨쉴 곳조차 빼앗긴다”
위기의 동네 숲
대구 범어공원 찾은 시민 “힐링 장소인데 철조망 보니 걱정”
서울 남산·부산 이기대 등 지역의 대표 공원들 사라질 위기
시민사회단체 “4421곳 대상”…정부 정확한 수치도 안 내놔
공원 입구 ‘경고 현수막’ 지난 4일 대전 서구 월평공원 등산로 입구에 사유지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지난 3일 대구의 대표적 도시공원인 수성구 범어공원에서도 주요 진입로 10여곳에 토지주들이 쳐놓은 철조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조망에는 ‘훼손 시 재물 손괴로 고소한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은 임시방편으로 사람이 지날 수 있도록 철조망을 큰 돌이나 나무로 눌러 뒀다.
반려견을 안고 철조망 위를 지나던 남미정씨(42)는 “이곳은 많은 주민이 즐겨 찾는 힐링 장소인데 곳곳에 있는 철조망을 보니 앞으로 진짜 공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범어공원은 전체 면적이 1.13㎢ 정도 되는 큰 규모지만 현재 약 34%만 실제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지금 상태라면 아직 사유지 매입 등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3분의 2(75만1058㎡)가량이 내년 7월 공원 구역에서 제외된다. 이 가운데 69만5000㎡가 사유지다. 공원 일몰 이후 토지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 주민들은 지금처럼 공원을 이용할 수 없고,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
■남산·여의도 127배 사라질 위기
도시공원 일몰 시점이 다가오면서 서울 남산과 여의도(각각 2.9㎢) 크기 약 127배(2017년 말 기준)에 달하는 전국의 도시공원이 동시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7월 공원 일몰제가 적용돼 공원 결정(지정) 효력이 사라지는 전국의 도시공원 면적은 2017년 말 기준 367.7㎢다. 2016년 말 기준 집계(396.7㎢)보다 30㎢ 정도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 전체 면적(605㎢)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크기다.
공원 일몰제는 헌법재판소가 1999년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정해 놓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함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헌재 결정 후 위헌소원 대상이었던 도시계획법이 개정돼 2000년 7월1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공원을 포함한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실효 규정이 만들어졌다.
2002년 도시계획법을 흡수해 만들어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48조는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이 고시된 후 2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경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실효 조항이 포함된 뒤 20년이 경과되는 시점이 바로 내년 7월1일이다. 국토계획법 부칙에 따라 2000년 7월1일 이전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은 2000년 7월1일을 기준으로 20년의 실효 시점을 잡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공원 중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령으로 지정된 곳도 있고, 1962년 도시계획법 제정 이후 1960∼197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지정된 곳도 많다. 지정만 해놓고 20년 이상 조성되지 않은 상당수 공원의 지정 효력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 실효(일몰) 대상에는 공원뿐 아니라 녹지나 도로, 학교, 광장 등 법에 규정된 도시계획시설이 모두 포함된다.
도시계획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몰 규정이 흔히 도시공원 일몰제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른 도시계획시설에 비해 일시 해제되는 규모가 크고 가져올 파장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 실효 대상인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면적이 전국적으로 659.6㎢(2017년 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원 면적이 367.7㎢로 전체의 55.8%를 차지한다. 전국 도시공원 지정 면적(923.9㎢)으로 따지면 약 40%가 사라진다.
그동안 도로 같은 도시계획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미집행 면적을 해소해 온 반면 지자체에 맡겨진 공원 조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재정 투입 여건도 마땅치 않아 그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서울 남산 등 대표 공원들 위기
내년에 공원 기능을 잃게 되는 도시공원 상당수는 그동안 각 지역에서 시민들의 여가·휴식 장소로 이용되고, 대기정화와 미세먼지 저감 등의 효과를 갖는 도시숲으로 기능해 온 곳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남산공원과 관악산도시자연공원도 80% 이상이 일몰 면적이다. 부산에서는 이기대공원과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등이 대표적인 일몰 대상 도심공원이다. 이기대공원은 해운대와 광안리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공원 지정이 해제된다면 상당한 개발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중앙공원이나 울산 태화공원, 인천대공원 등 지역마다 일몰 대상에 포함된 대표적인 공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도시공원들에 대한 지정이 해제되면 평균적으로 70% 이상에 이르는 사유지 소유주들이 공원 출입을 막는 등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생활권 내에서 누리던 숲의 혜택을 상당 부분 잃게 되는 것이다. 당장 매일 산책하던 등산로가 막혀 다니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원 일몰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며 이런 자료를 냈다. “매일 가던 동네 산책로, 주말마다 오르던 뒷산 약수터에 어느 날 갑자기 ‘사유지 내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진다. 집 근처 동네 공원이 없어지고 건물이 들어선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야기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몇 개의 공원이 사라지는지조차 정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국 27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전국 4421개(2016년 말 기준) 도심 공원이 내년 7월 일몰 대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를 통해 파악한 내년 7월 일몰 대상 공원 수도 최소 1900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몰 대상 면적도 17개 시·도를 통해 파악한 면적은 420㎢ 이상으로 정부 집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 도시 숲 사라지면 해마다 122억원 피해
폭염·탄소·미세먼지·소음 ↑ 휴식·산소·정서·경관 ↓
대규모로 도시공원이 일시 해제되면 당장 체계적인 관리나 유지가 불가능하다. 난개발을 막을 수 없고, 도시의 숲 곳곳이 파헤쳐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도시공원이 도시숲으로서 우리에게 주던 혜택도 사라질 우려가 높다. 도시숲은 기후 완화와 소음감소, 대기 정화, 휴식과 정서함양, 경관조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은 여름에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버즘나무는 잎 1㎡당 하루 평균 664㎉의 대기열을 흡수한다.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를 통해 도시 열섬현상이 완화된다.
또 느티나무 1그루는 연간 2.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t의 산소를 방출해 성인 7명에게 필요한 산소량을 공급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다. 보통 1㏊(0.01㎢)의 숲은 1년 동안 경유차 27대가 내뿜는 양인 46㎏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숲과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1㎥당 농도가 각각 평균 13.4㎍과 23.5㎍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도시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9%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기능에도 국내 특·광역시의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인당 7.1㎡에 불과하다. 런던(27㎡)이나 뉴욕(23㎡), 파리(13㎡) 등 해외 주요도시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대규모 도시공원 실효로 인한 환경적 비용과 경제적 피해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진행한 연구를 보면 내년 7월 이후 전국에서 281㎢의 공원이 사라진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최소 122억392만원의 환경적 피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효 대상 면적 중 지자체에서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공원 해제를 막기로 한 116㎢를 제외한 결과다. 피해 비용 중에서는 탄소배출 피해가 69억3039만원으로 가장 많고, 폭염 피해 22억원, 생물다양성 및 수·재해 예방 15억3838만원, 미세먼지 15억3515만원 등이다.
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공원 일몰 대책에는 토지 보상비용만 포함됐을 뿐 공원이 주는 혜택의 환경적,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당장 눈앞의 비용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손해 비용을 감안한 보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일몰 앞둔 도시공원 34곳 살린다
부산시, LH 토지은행제 활용…부지 매입비 1847억 원 확보
- 난개발 위기 청사포공원 등 숨통
- 나머지 60곳 절반은 국·공유지
- 입법 등 제도개선으로 보존 방침
부산시가 내년 7월부터 공원 일몰제로 사라질 도시공원을 사들이기 위한 매입 비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난개발 위기에 처했던 청사포공원을 비롯한 도시공원 30여 곳이 ‘도시 허파’로서 숨 쉴 수 있게 됐다.
부산시가 공원 일몰제 전체 대상 90곳(74.56㎢) 중 우선 보상 대상으로 정한 34곳의 도시공원을 매입하기 위해 1847억 원을 확보했다고 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8일 밝혔다. 그동안 시는 관련 예산으로 올해 시비 997억 원, 지난해 시비 83억 원 등 1080억 원을 확보한 상태였다. 우선 보상 대상 공원의 총 매입 비용인 4000여억 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시는 나머지 1000여억 원에 대해 시비, 지방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시는 도시공원의 매입비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제를 활용했다. LH가 토지은행제 사업 대상으로 공원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지은행제는 공공 개발에 필요한 토지를 싼 가격에 미리 매입하고 비축해 두었다가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LH가 우선 보상 대상 도시공원의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이를 부산시가 연이율 2.45%(현재 기준)를 적용해 5년간 분할해서 사들이는 방식이다.
시는 나머지 60여 곳의 도시공원에 대해서는 국·공유지 공원 재지정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우선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도시공원의 면적 절반은 국·공유지다. 국·공유지 공원재지정을 통해 공원일몰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조만간 입법을 통해 국·공유지의 경우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정 해제를 장기적으로 유예하는 동시에 토지은행 재원을 이용할 때 정부가 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 지자체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부산지역 도심 속 허파가 최대한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도시의 허파가 사라진다]②수십년 도시 숲이 어느날 ‘아파트 숲’이 됐다
도시공원 삼키는 특례사업
‘축구장 50개 크기(35만㎡) 공원이 앞마당, 숲세권 아파트.’ 얼마 전 분양을 마친 강원 원주시의 한 아파트 광고다. 1985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원주 중앙공원 부지(46만여㎡)에 4개 단지 2656가구가 들어서는 아파트다. 아파트 부지는 11만2636㎡로 전체 공원의 24%를 차지한다. 민간의 개발행위가 제한돼 수십년간 주민들의 여가·휴식 공간으로 쓰이던 도시공원이 하루아침에 ‘아파트 앞마당’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출발선은 정부가 허용한 ‘민간특례사업’이었다.
내년 7월 일몰 위기에 처한 서울 남산 127배(367.7㎢) 넓이의 도시공원들이 민간특례사업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도시공원 내 사유지 등을 매입할 여력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전국 17개 시·도의 도시공원 96곳에서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면적만 축구장 6250개 넓이인 4462만여㎡에 달한다. 민간사업자는 이 중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30% 이내 땅에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지을 수 있다.
도시공원 일몰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이미 20년 전 예고됐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그간 ‘규제 완화’로 답했다. 헌재 결정 직후 녹지 보전 입법을 추진하던 정부는 2009년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을 만들며 공원 일부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10만㎡ 이상 도시공원만 20% 안에서 비공원시설을 지을 수 있게 허용했지만, 2014년엔 공원녹지법과 특례사업 지침을 고쳐 면적 기준을 5만㎡ 이상으로 낮추고 30%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계획상 설정한 공원의 선을 정부 스스로 한 발 두 발 허물자 걷잡을 수 없는 개발의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도시공원 일몰’ 관련 보고서에서 “30%의 환경훼손과 2000가구 넘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면 도로와 하수용량, 폐기물처리, 학교, 복지·편의시설 등 기반시설 필요성으로 환경적·사회적 부하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섭·이삭 기자 nomad@kyunghyang.com
인간 유래 온실가스로 지구 가뭄 100년 전부터 시작
미국 콜롬비아대와 나사 ‘네이처’ 논문
나무 나이테와 강수량 자료 토대 분석
‘인간 핑거프린트’ 20C 전반에 뚜렷
1950~75년에는 에어로졸로 ‘역주행’
현재는 북미·유럽 가뭄 현상 재가속중
미국 콜롬비아대와 나사 연구팀 연구 결과 지구 가뭄에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흔적이 새겨진 것은 100년도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 활동으로 생산된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물질이 지구의 가뭄 현상을 일으킨 흔적은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1950~1975년에는 역설적으로 에어로졸 때문에 가뭄 현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다시 시작된 건조화 추세는 앞으로 몇십년 동안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산하 고다드우주연구소와 콜롬비아대 연구팀은 기후 예측 모델과 토양 수분 관측 자료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20세기부터 지금까지의 지구 가뭄 양상에 인간이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기후모델들은 인간의 ‘핑거프린트’ 곧 온실가스로 인해 지역별로 건기후와 습기후가 나타나는 양상이 1900년대 초에 시작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더욱 강화됐을 것이라는 값을 내놓았다. 연구팀이 강수량 등 관측 자료와 나무 나이테로 추산한 통시적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런 실제 자료들이 20세기 전반기에 ‘핑거프린트’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팀이 연구에 사용한 핵심적인 지표는 파머가뭄지수(PDSI)이다. 파머가뭄지수는 온도와 강수 데이터를 사용해 상대적으로 건조한지를 계산하는 개념으로 1965년 미국 기상학자 웨인 파머가 제안했다. 강수량, 기온, 일조시간, 유효토양수분량 등 자료를 입력하고 기후적으로 필요한 강수량과 실제 강수량을 비교해 가뭄을 정량적으로 나타낸다. 나사는 현재 우주에서 지구 토양 수분을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의 자료만 존재한다는 것이 한계이다. 파머가뭄지수는 장기간에 걸친 평균 토양 수분 자료를 제공해 과거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지구의 가뭄과 습윤 현상에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흔적이 남기 시작한 20세기 전반기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지중해 지역은 건조해지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습윤해졌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또한 가뭄 지도를 이용했다. 가뭄지도는 나무 나이테로 추산해 역사적으로 언제 어느 곳에 가뭄이 들었는지 보여주는 지도이다. 나이테의 두께는 나무 생애중 습윤했던 시기와 건조했던 시기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미국 남서부 같은 지역들은 더욱 건조해지는 반면 다른 지역은 습윤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폭우나 가뭄을 인간의 활동 탓으로 돌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논문 주저자인 콜롬비아대와 나사 고다스우주연수소 소속의 벤 쿡 연구원은 “인간의 핑거프린트 곧 인간 유래의 기후변화 시그널이 20세기 전반기에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해 다소 놀랐다”고 나사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나무 나이테 자료를 토대로 과거 120년을 세 시기로 나눠 어느 시기의 가뭄과 습윤 지도에 인간의 핑거프린트가 새겨져 있는지 분석했다. 첫번째 시기인 1900~1949년에는 매우 강한 시그널이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지역들은 건조해지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습윤해졌다. 기후모델과 실제 데이터가 일치했다.
다음 시기인 1950~1975년에는 모델과 나이테가 일치했지만 시그널은 모호했다. 연구팀은 자동차 배기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 배출된 에어로졸이 대기오염 방지 장치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너무 많이 축적돼 햇빛을 차단하고 그 결과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온실가스가 다소 증가하는 중임에도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 연구팀은 에어로졸이 주범임을 확신하면서도 정확한 상관성을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시기인 1981~2017년에는 가뭄과 습윤에 대한 인간의 영향이 다시 드러났다. 연구팀은 “시그널이 앞으로 몇십년 동안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북미와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건조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후모델들은 가뭄이 지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더욱 자주, 심각하게 발생하고, 그 결과 식량과 물 부족, 건강 침해, 대형 산불, 자원을 둘러싼 분쟁 등을 일으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쿡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미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지구적 가뭄과 수중기후, 경향성, 변동성의 지구적 양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이런 경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낙동강 하굿둑 수문, 20일 드디어 열린다
밤 9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수위조절 목적 외 개방은 처음
낙동강 하굿둑이 지어진 지 30년 만에 드디어 수문을 연다. 수자원공사(수공) 부산권지사는 애초 예정했던 하굿둑 수문 시범 개방(국제신문 지난 2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을 오는 20일 밤 9시30분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수공 관계자는 “부산시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 모두 시범 개방 일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수문 개방이 다소 늦은 밤에 이뤄지는 건 해수 밀물 때를 맞추기 위해서다. 예상 개방 시간은 1시간가량으로, 수공 등은 바닷물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낙동강 하구에 유입되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하굿둑 수문은 하반기인 오는 9월 한 차례 더 열린다. 내년에도 시범 개방 일정이 잡혔다.
시범 개방은 ‘낙동강 하굿둑 운영 개선 및 생태 복원 방안 연구 3차 2단계 용역’에 따라 진행된다. 시는 지난 3월 용역업체로 부산대 산학협력팀(안순모 해양학과 교수)을 선정했다. 시범 개방 결과에 따라 기수역(해수와 담수가 만나 다양한 염생식물 등 생명체가 터전을 이루는 독특한 생태 지형)의 복원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2020년 12월까지 결과를 발표한다.
1987년부터 건설된 낙동강 하굿둑이 수위 조절 목적을 제외하고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 발족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완전 개방 여부를 결정한다. 수공 등은 이번 시범 개방 때 해수가 하굿둑을 지나 낙동강 쪽으로 5㎞ 이내까지만 유입되도록 해,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민의 피해를 막을 방침이다. 수공 부산권지사 박병우 관리부장은 “시범 개방을 진행하면서 인근 주민과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태종대 반딧불이 점점 줄어드는데 보존 대책이 없다
20년 가량 관찰·체험 행사 개최…인공빛 늘어나며 서식환경 악화
- 영도구, 내달까지 첫 생태 조사
- 관리권없어 보호책 마련엔 소극
부산 태종대의 ‘명물’ 반딧불이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20년 가까이 반딧불이 행사를 개최한 영도구가 그동안 관련 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영도구는 반딧불이 보존 대책도 마련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영도구는 다음 달 15일 태종대 유원지 내 태종사 일대에서 열리는 반딧불이 관찰·체험 행사를 앞두고 매주 한 차례 반딧불이 생태 및 서식지 환경 조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구는 태종사 주변 반경 200m 내의 반딧불이 분포 및 출현 빈도 등을 조사해 기록하고, 서식지 인근 오수 유입을 막으면서 방제 작업도 병행한다. 반딧불이 행사가 올해로 18회째를 맞지만 생태 조사가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종대에는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3종 중 ‘파파리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가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종 모두 이끼나 풀뿌리 주변에 알을 낳고 충분한 습기가 유지되는 곳에서 활동하는데, 태종대 유원지는 습기가 많고 달팽이 등 먹이가 풍부해 반딧불이가 많이 발견됐다.
반딧불이는 인공 빛이 밝은 곳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최근 태종대 유원지 내에 인공 빛이 늘어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됐다. 특히 2017년 6월부터 유원지 내 야간 차량 통행이 허용되면서 반딧불이 개체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별빛반딧불이복원연구소 김강수 팀장은 “서식 환경이 나빠지면서 반딧불이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관찰·체험 행사를 열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자생지를 만들어주고 보존지역과 관람지역을 구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영도구 등은 대책 마련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태종대 유원지는 영도구에 있지만 부산시설공단 태종대유원지사업소가 관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영도구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영도구는 사업소와 태종사에 ‘인근 지역 자연생태를 그대로 보존해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사업소나 태종사 측도 반딧불이 보존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영도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딧불이를 보존하고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소, 태종사와 대책 마련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부산시의회 노기섭 의원 "부산시, 도로일몰제 20년간 방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가운데 '도로일몰제' 철저히 대비 못해
일몰제 해제 이후 쏟아져 나올 부산지역 도로 37곳, 구군 2374개소 달해
도로일몰제 도입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부산시가 20년간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방치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노기섭 의원(북구3, 더불어민주당)은 제277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부산시가 지난 20여 년간 도로 일몰제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등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할 방침이다.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노기섭 의원 (부산 CBS)
노 의원에 따르면 초대 의회 때부터 8대 현재까지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관련해 본 회의장 발언을 살펴보면 모두 40번의 일몰제 언급이 있었다. 이 가운데 22번의 회기에서는 그나마 공원 일몰제만 발언만 있었다. 심지어 268회 임시회 때 추경안 심사를 요청했던 서병수 전시장 조차도 공원일몰제만 언급했을 뿐, 민선1기부터 민선7기까지 도로 일몰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020년 7월이면, 199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년 이상 경과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은 자동적으로 효력이 상실한다. 때문에 도로 일몰제의 효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도로에 재산권이 묶여 권리행사를 하지 못했던 토지소유자들은 바로 재산권 행사에 나선다.
부산시는 총 37곳 가운데 도로 폭 20m이상 되는 주요 도로 10개만 우선적으로 존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0곳만 하더라도 당장에 3306억원이 필요하다. 노 의원은 "당장 필요한 3천억원을 일부 특별회계로 확보하고 나머지는 지방채, 토지은행을 통해 확보한다고 하지만 나머지 해제될 일몰제 대상 시설에 대한 보상 비용은 무려 7조 4265억원에 달한다. 이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토지은행을 통해 조달할 2652억원을 5년간 자본이용률 2.45%로 산정해 계산해 보면 월 5억4천만원(연 65억원, 5년간 324억9천만원)의 이자와 원금을 균등하게 나눠 갚아야 한다. 또, 16개 구·군의 장기미집행 도로시설은 2374곳으로 면적은 681만 1611㎡, 총 사업비는 4조 4148억원에 다한다. 부산시 도로시설과 구·군 도로시설을 다 합치면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16개 구·군 대부분이 재원확보가 어려워 존치보다는 해제를 결정할 전망이어서 토지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나서면 부산시 도로 계획은 심각한 수준으로 엉망이 될 것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때문에 노 의원은 △부산시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장기간 미집행 된 도시계획도로시설의 존치, 해제나 축소 등에 대한 결정안, 변경안 모두를 공고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것 △ 일몰제 도래 전에 순차적 정비, 개설 가능성이 없는 도로는 시민 의견청취 후 지금부터라도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 △ 집행가능성이 없는 도시계획도로를 적극적으로 해제 해 토지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할 것 △ 부족한 재원으로 도시계획도로를 해제하는 대부분의 구·군 도로에 대해 난개발이 발생되지 않도록 부산시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시와 구·군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환경 파괴가 낳은, 기발한 건축 상상력
이볼로, 올해의 초고층건물 공모전 수상작 발표
대상을 받은 모듈식 폐기물처리빌딩 `메탄마천루'. 이볼로 제공
인간이 초래한 환경 파괴가 기상천외한 건축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건축디자인 저널 <이볼로>(eVolo)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초고층건물 디자인 공모전'(eVolo Skyscraper Competition) 1~3위 수상작은 모두 환경 오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 아이디어를 담았다. 2006년 시작된 이볼로 초고층빌딩 공모전은 기술과 재료, 건축 미학, 공간 구성 등을 새롭게 적용함으로써 고층건축물과 자연 및 주변환경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는 미래지향성을 심사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478개 참가작 가운데 대상 1개, 입상 2개, 입선 27개 작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메탄마천루 상세 설명도.
대상은 모듈식 폐기물종합처리빌딩 `메탄마천루'
대상은 세르비아의 마르코 드라기체비츠(Marko Dragicevic)가 제출한 메탄빌딩(Methanescraper)에 돌아갔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미래를 상상하며 제안한 이 건물은 쓰레기를 땅에 매립하는 대신 이를 모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식 타워다. 일종의 폐기물 종합처리 빌딩이다. 건물 중간중간 삐죽 튀어 나와 있는 것들이 모듈식 쓰레기 캡슐이다. 이 모듈은 중앙부의 콘크리트 기둥에 단단히 결합돼 있다.
우선 도시에서 수집된 쓰레기는 유리, 플라스틱, 종이, 목재, 금속 등 유형별로 분류된 뒤 임시 매립지로 보내진다. 이 가운데 재활용 가능한 것은 재활용 시설로 보내고, 유기물질과 목재, 종이는 한데 모아 모듈식 쓰레기 캡슐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크레인을 이용해 캡슐을 타워 기둥에 결합시킨다. 캡슐은 흡입장치와 파이프를 통해 메탄 탱크와 연결돼 있다. 유기 물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썩고, 이 과정에서 메탄 가스가 생성된다. 이 메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캡슐 내 물질이 완전히 분해되면 캡슐을 타워에서 분리한 뒤 깨끗히 세척하고 다시 쓰레기를 채워넣는다. 드라기체비츠는 작품 설명에서 "이렇게 하면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와 물질이 외부에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공기와 땅의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도 대폭 줄어든다"고 말했다.
2위를 한 공기정화빌딩.
2위는 공기 정화해주는 자족형 복합주거빌딩
2위는 폴란드의 클라우디아 골라셰브스카(Klaudia Gołaszewska) 등 2인의 작품으로 공기마천루(Airscraper) 개념이다. 베이징을 비롯해 대기오염이 심한 대도시를 상정해 제안한 건축 아이디어다. 굴뚝 모양의 초고층건물 전체가 공기정화 시스템 역할을 한다. 건물은 높이 800미터, 지름 60미터로 공기흡수 모듈, 태양광 모듈, 녹색정원 모듈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맨 아래쪽에 있는 공기흡수 모듈은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해준다. 중간에 있는 태양광 모듈은 태양광 발전과 함께 환기를 담당한다. 맨 위의 녹색정원 모듈은 스모그가 닿지 않는 400미터 이상 위치에 있다. 이곳엔 75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도 갖추고 있다.
3위를 한 생물방주.
3위는 멸종 위기 보호하는 자연보전 생물방주
3위는 영국의 지잔 완 등 3인의 작품인 생물방주(Creature Ark: Biosphere Skyscraper)가 차지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마천루는 통합 연구시설을 갖춘 자연보존소 역할을 한다. 다양한 기후대의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내부 구조와 시설로 동물과 식물이 번성할 수 있게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건물이다. 타워 중앙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입선작에 뽑힌 한국인 7명 공동작품 얼음댐.
한국인 작품 `녹는 빙하 막아주는 얼음댐'은 입선
27개의 입선작 가운데는 한국인 작품도 있다. 조재민씨 등 7명의 공동작품인 얼음댐(Ice Dam Skyscraper)이다. 그린랜드같은 지역에서 빙하, 특히 협곡 사이에 있는 빙하가 녹는 걸 방지하는 구조물이다. 아이스볼이란 모듈 구조물을 빙하 내부에 집어넣으면 아이스볼 내의 냉매가 녹는 얼음을 다시 얼려주는 역할을 한다.
벨로루시의 건축가들이 제안한 공중탑.
이밖에 폐허가 된 늪지를 복원한 공중탑, 해양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필터마천루 등이 눈에 띈다. 벨로루시 건축가들이 제안한 공중탑은 두 개의 구체로 구성돼 있다. 상단 타워는 공기 중의 물을 응축하고, 하단의 구체는 이 물을 보관하는 저수지다. 상단에서 쌓인 물은 특수케이블을 통해 하단 구체로 이동한다.
바다 플라스틱을 처리해주는 필터마천루.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미세먼지, 가해자와 피해자는 있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국가기후환경회의, 무엇을 할 것인가
4월 29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별 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자 정부와 민간 위원 42명으로 구성된 '국가기후환경회의'를 구성해 범국가적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기문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이념도, 정파도, 국경도 없으며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발언으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연일 보도되는 대기업 공장들의 배출가스 조작사건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지만 밖에서 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 신난 기업들까지, 정말 미세먼지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가?
미세먼지, 어느덧 6년
미세먼지는 어느 순간 갑자기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없었던 미세먼지가 새로 생긴 건 아니다. 그 간의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는 첫 측정이 시작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언론보도가 급증했다. 마침 그 즈음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더 이상 낮아지지 않았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흐름의 변화와 정체는 고농도 미세먼지 일수를 증가시켰다. 2015년부터 초미세먼지가 측정되기 시작했다. 2016년 6월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수립하지만 환경부의 고등어 구워먹지 말라는 발표에서 보듯이 정부대책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6년여가 흐른 지금, 한국사회는 적응 아닌 적응을 하고 있다. 바람과 기온이라는 계절적 특성에 따라 겨울과 봄철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로 무장해서 버티고, 정부는 재난이라며 문자 보내고 이런저런 임시방편대책들을 내놓는다. 기업들은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보험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름과 가을이 되면 언론도 미세먼지도 다시 잠잠해진다. 매년 신기록을 세우는 여름 폭염과 겨울 강추위처럼 미세먼지도 자연재해처럼 생각하며 버티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염과 강추위도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결과이듯 굴뚝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게다가 숨 쉬기 어려운 건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정부가 인공강우, 옥외 공기청정기와 같은 보여주기 식 정책만 한 건 아니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을 사회재난에 포함시키고 건설기계와 선박을 배기가스 규제대상에 넣었다. 올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미세먼지 특별법은 노후차 운행제한, 가스배출 공장, 건설현장 가동 시간 변경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특별법조차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만 한시적으로 배출을 제한하는 법률일 뿐, 일상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시행지침이나 관리감독이 지자체에 맡겨져 있고 과태료는 200만 원에 불과하다.
미세먼지는 사회 재난
사람들이 느끼는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이나 고통에 비해, 대응은 더디고 대기질은 그대로지만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재난 관리법을 개정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으로 규정했다. 미세먼지는 자연 재해가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라는 것이고 개별적 대응이 아닌 사회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세먼지는 분명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은 개별적이기 보다 구조적이지만 그 구조 속에서 이윤을 쌓는 이들과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의 대부분은 전력생산시설, 제조업 공장, 물류운송, 교통수단이다. 문제해결은 당연히 이 배출원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지로 모아져야 한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된 후에도 엘지, 한화, 현대제철 산업시설들에서 배출가스량을 조작하거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고장난 채 5년째 가동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운운하면서 대규모 공장 배출원 관리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리감독 업무는 지자체에 일임되고 지자체는 측정대행업체의 자료로 관리를 대신한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 초과량에 대해서 배출부과금을 납부토록 하는 현행 체계는 측정대행업체와 대기업이 공모해 이익을 취하게 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2배 강화했지만, 현대제철과 수많은 화력발전소들을 '예외인정 시설'로 규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도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 그럼 교통수단은 어떤가? 정부가 내걸었던 수소경제는 현대차의 차세대 생산전략을 지지하겠다는 것이지, 내연기관차 운행을 줄여나가겠다는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경기 부양을 이유로 작년 11월부터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를 했을 리 없다. 유류세 인하 말고도 서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정부가 이렇게 배출원 축소와 관리에 무능하거나 분명한 전략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윤을 쌓고 자본을 불리는 사람들 반대편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미세먼지 배출 산업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배출가스를 조작했던 대기업 공장들 외에도 전국에 산재한 제조업 공단노동자들, 외출자제 문자를 받아도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농민과 노동자들, 물류-여객운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 의지해 사무실로, 가게로, 학교로 종종걸음 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배출원 축소와 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문제는 대단한 산업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법제도를 제대로 집행해 미세먼지를 실제로 줄이라는 요구에 가깝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장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보급, 관리감독하고, 내연기관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이 정도만 제대로 집행돼도 미세먼지 발생량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 기업에게는 스스로 배출저감장치를 설치 관리할 이유가 없다. 무한경쟁 속에서 환경규제는 이윤을 줄이는 비용일 뿐이므로 언제나 정부규제를 위반하려는 힘이 작동한다. 환경부조차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한 여수 산단 배출가스 조작, 독일 자동차 3사의 배출가스조작 사례는 그 일부일 뿐이다.
결국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자율과 정부규제를 넘어, 산업시스템 자체가 사회적 생산과 관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경유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적은 에너지로 물류와 교통을 감당할 수 있는 공공 체계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체계에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가 접속해야 한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기후변화 대응운동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구적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기업들의 시장적 방식(탄소거래제)이나 정부 간 협약은 끊임없이 미끄러졌고 결국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권인 한국은 기후변화에 둔감했다. 극지방 얼음이 녹고, 아프리카가 유래 없는 가뭄에 시달리고 태평양 섬들이 잠겨도 우리는 여름 폭염과 겨울 강추위 정도로만 기후변화를 감지했다. 미세먼지는 달랐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배출원이 유사한 만큼 한국의 미세먼지에는 국내 요인이 상당하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의 거대한 산업시설을 먼저 봤다. 한국의 온실가스가 극지방 얼음을 녹이는 것은 느끼기 어려웠지만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민감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지구는 하나니까. 온실가스 감축 운동이 지구적 운동일 수밖에 없듯이, 미세먼지 감축도 지구적 운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5년 사이에 미세먼지를 40%나 감축했다. 국가주도로 탄광 1천 개를 폐쇄하고 신규 채굴을 금지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올릴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과 함께 미세먼지 감축에 나서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국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산업논리, 기업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정부가 책임지면 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윤을 위해 규제를 벗어나려는 개별 기업들과 이를 뒤 쫒다 제 풀에 지쳐 눈감아주는 정부가 되기 십상이다. 한국만 잘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이웃 나라와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지구적 문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범국가적 대책과 주변국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그래서 걱정이다. 이렇게 문제의 원인이 분명한대도 위원장은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발언이나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확실한 미세먼지 감축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부족한 마당에 정부는 해법을 사회 각계각층에 미룬 듯 보인다.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다. 가벼운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매우 무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각계각층에게 물어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곤란하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분명하다. 그걸 줄이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지 논하는 사회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 /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프레시안
브라질, 1985∼2017년에 전체 삼림의 11% 사라져…한반도의 10배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60% 이상 차지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지난 1985년부터 2017년까지 30여년 사이에 전체 삼림의 11%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동부 상파울루 주의 2.6배(한반도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삼림이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브라질 뉴스포털 G1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조사는 브라질의 여러 대학과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 정부 기관, 구글 등이 참여한 맵비오마스(Mapbiomas) 프로그램에 따라 이루어졌다.
브라질 전체 삼림을 아마존 열대우림과 세하두(Cerrado), 판타나우(Pantanal), 카칭가(Caatinga), 팜파(Pampa), 마타 아틀란치카(Mata Atlantica) 등 6개 지역으로 나눠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삼림이 가장 많이 사라진 지역은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61.5%를 차지했다. 세하두(18%), 판타나우(11%), 카칭가(9.5%)가 뒤를 이었고 팜파와 마타 아틀란치카는 삼림 면적이 약간 늘었다.
브라질의 삼림은 아마존 열대우림과 세하두(Cerrado), 판타나우(Pantanal), 카칭가(Caatinga), 팜파(Pampa), 마타 아틀란치카(Mata Atlantica) 등 6개 지역으로 나뉜다. [브라질 뉴스포털 G1]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지구의 허파'라고도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불법 벌채와 농지 개간, 인프라 건설 공사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전문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개설한 웹사이트 세계산림감시(GFW)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이 1만3천47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브라질 당국도 2017년 8월~2018년 7월 사이 파괴된 삼림이 7천900㎢에 달해 2007∼2008년(1만3천㎢)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환경운동가들과 NGO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에서 삼림 파괴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법 위반 기업에 대한 벌금 감면과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내 광산개발 허용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환경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삼림 벌채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
한편, 상파울루 대학교(USP)를 비롯한 브라질 3개 대학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미칠 영향을 경고했다. 연구진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로 이 지역의 평균기온이 0.38℃ 상승한 사실을 근거로 오는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1.45℃가량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생물종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질병 확산과 전력·식수 부족 등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에 걸쳐 있으며 전체 넓이는 750만㎢에 달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지구 생물 종의 3분의 1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안데스 지역에서 시작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을 가로질러 브라질 대서양 연안까지 이어지는 하천의 길이는 총 6천900㎞다./ fidelis21c@yna.co.kr
국민 세금으로 다른 나라 생태보호 지원? 바로 나를 살리는 길이죠
인간의 욕심이 부른 환경위기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이 원칙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감소로 동식물은 물론 인간의 삶과 질까지 위협받는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멸종위기종인 붉은 판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인류는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감소라는 심각한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생물다양성 감소를 주변의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어가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도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위기는 다른 생물들뿐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삶의 질과 미래를 위협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생물다양성의 주요 위협요인을 보통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서식지 파괴, 외래침입종, 오염, 인구증가, 남획이 그것입니다. 흔히 이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아 외우기 쉽게 HIPPO(하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런 위협요인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전 지구적인 세계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과거 국가 또는 지역 간에 존재하던 장벽이 점점 사라져, 지구 전체가 상품, 서비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하나의 시장으로 바뀌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른 나라의 목재나 천연자원을 얻기 위해 파괴되는 산림, 확대된 상품교역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외래종의 침입,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생기는 오염물질의 국가 간 이동 등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생태계 파괴의 예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계화의 흐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역설적으로 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또한 각 국가와 지역의 수준을 넘어서는 지구적 연대와 공동 대응에 있습니다. 국가 간의 장벽이 급격히 허물어져 생기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 또한 국경을 초월한 협력에 있는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는 탄자니아 하드자베족.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대상은 점점 넓어져 인류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전 세계는 인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환경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여러 국제협약을 만들었습니다.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막화방지협약(UNCCD)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협약을 만들고 지구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각 국가(당사국)가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잘 이행해나갈 때만 공동의 목표 달성이 가능해집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을 예로 들면, 당사국들은 자국의 생물다양성 현황을 국가보고서로 정리하고,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시행계획을 만들어 구체적인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빈곤한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는 또 다른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자연을 보호하려는 의지도 강하고, 정책적 뒷받침도 돼있으며,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필요한 자본과 기술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당장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자연파괴를 대가로 한 개발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고, 생태계 보전에 투입할 재원과 과학기술 또한 매우 부족한 형편입니다.
지구상에서 보전할 가치가 높으면서도 위험에 처해 있는 서식지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또한 큰 걱정거리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금의 지구 환경 위기의 책임의 대부분이 선진국에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환경협약들은 이러한 불균형과 불평등을 고려해, 지구의 환경 위기에 대해 모두 공동의 책임을 지지만, 선진국에 더 큰 책임을 지우는 이른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원칙 때문에 선진국은 개도국이나 저개발 국가에 대해 재원뿐 아니라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돕는 것은 스스로의 선한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가 서로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전할 가치가 높은 생물 서식지는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 풍부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개발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벌목으로 훼손되는 아마존 우림.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다른 나라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가 됐습니다. 경제 규모와 국가적 위상 또한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이에 걸맞은 노력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도국이나 저개발국가가 볼 때 우리나라는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빠른 경제발전의 경험뿐 아니라, 이에 대한 비용으로 발생했던 여러 환경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과학적 기술과 기반도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관리에 관한 경험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지식을 나누는 것은 협력국의 지속가능한 발전뿐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소중한 일입니다. 국내의 여러 정부 부처와 많은 생물다양성 관련 연구소들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지만 과학기술과 재원이 부족한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협력국의 자연보전 정책 수립을 돕는 일, 생물탐사를 통해 어떤 종들이 자연에 있는지 함께 밝히는 일, 교육을 통해 생물다양성 연구과 보전 기술을 가르치는 일, 생물자원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전파하는 일 등이 그 예입니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국가경제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존도는 높습니다. 생물다양성은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간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생물다양성 원조액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원조사업에서 생물다양성 부분이 차지하는 규모나 비중은 여전히 다른 원조공여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 이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5월28일부터 6월8일까지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제9차 해외 생물다양성 보전연구 인력양성 교육’에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탄자니아, 미크로네시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 9개 협력국의 관련 분야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른 국가에 대한 지원이 우리나라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많은 사람들은 지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국민이 낸 세금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쓰이는 점에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생물다양성 위기도,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도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부국과의 협력은 인류 전체를 위한 대승적 차원뿐 아니라 현실적인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국가들은 현재는 가난하지만 새로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입니다. 이들과의 생물다양성 협력은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의 밑거름이 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생물자원이 풍부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생물자원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나고야의정서의 발효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생물자원의 접근에 관한 승인 절차와 적절한 이익 공유 보장의 의무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나라의 생물을 별다른 절차 없이 가져와 상업화할 수 있었으며, 그 이익 또한 그 생물을 이용해 상품을 개발한 국가나 회사가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허락 없이 다른 나라의 생물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며, 생물을 이용해서 생긴 이익 또한 원래 그 생물이 서식하는 국가와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생물자원보유국은 자국의 생물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보다 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이용국, 특히 바이오산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생물다양성 협력을 통해 형성된 국가 간 신뢰와 네트워크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유용한 생물을 발굴하고, 산업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 서구 열강들이 자행해왔던 일방적이고 약탈적인 방식이 아닌,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공유를 통한 상생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2010년, 전 세계는 급격한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아보기 위해 아이치타겟이라는 20가지 공동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생물서식지의 감소를 막고, 외래종 관리를 강화하며, 산호초와 같이 취약한 생태계를 보호하는 등의 직접적인 관리 목표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생물다양성과 국가계획을 연계시키는 등 잠재적 요인에 관한 목표도 세웠습니다. 과학기술의 이전과 재원의 확충 등 국제적 협력에 관한 목표도 20가지 목표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2020년이 되면, 이 목표들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또 그 동안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평가하고,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만들 것입니다. 어떠한 목표이건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다양성 문제를 바라보는 바른 시각과 전 지구적 연대입니다. 모든 생명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인간의 욕심이 가져온 이 환경위기는 결국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다시 힘을 합쳐야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주변의 작은 생명에 대한 관심과 생물다양성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일이 지구생태계를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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